6화
(솔직히, 엄청 무섭지만…….)
소중한 친구의 말이, 내 등을 밀어준다.
라스티카……. 잘 부탁드려요!
라스티카: 하지만, 미스라는 예속의 주술을 완성해서 누구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
샤일록: 미스라 정도의 마법사가 따르게 하고 싶은 상대라면, 대상은 한정되겠죠.
샤일록의 말에 뇌리에 오즈의 얼굴이 떠오른다. 미스라에게 오즈는 눈 위의 혹 같은 존재다. 미스라가 예속의 주술로 따르게 하고 싶을 정도의 존재라고 한다면, 오즈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미스라는 오즈를 쓰러뜨리고 세계 최강이 되려고 하고 잇죠. 그런데 어째서 오즈를 예속시키려고 한 건지…….
샤일록: 아마도 뭔가 미스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만한 사건이, 오즈와의 사이에 있었을 겁니다.
미스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아!
라스티카: 현자님. 뭔가 짐작이라도?
으음, 얼마 전 오즈와 미스라가 싸웠는데 꽤 심하게 오즈에게 당했어요. 저를 끌어들인 것도 있어서, 아마도 엄청 엉망진창으로…….
샤일록: 강자인 것에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북쪽의 마법사에게 있어서, 완전한 패배란 긍지에 상처가 생기죠. 오즈를 자신에게 예속시키고 싶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미스라는 자신의 힘만으로 이기고 싶어할 텐데…….)
충동적인 것은 미스라 답지만, 방법은 미스라답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을 만나서 그의 진짜 마음을 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은 하게 할 수 없고, 그것을 위해 죽은 자를 쓰러뜨리는 것도 굉장히…… 마음이 아프니까요. 다같이 미스라를 막으러 가요 ……!
라스티카: 네, 물론입니다. 미스라는 지하 묘지의 가장 안쪽에 있는 것 같군요. 자, 가도록 하죠.
라스티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도 넘쳐나는 죽은 자들을 쓰러뜨리면서, 우리는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화이트: '노스콤니아'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희생된 망자: 가아아아아……!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희생된 망자: 가아아 ……!
리케: !?
아서: 정화의 마법이 통하지 않아……!
화이트: 666명의 제물을 바쳤다고 해도, 바친 제물의 영혼을 정화하면 예속의 주술을 이룰 수 없게 되네. 그렇기 때문에 정화의 마법을 막는 주술이 걸려 있군.
파우스트: 끔찍한 짓을…….
희생된 망자: 구루루루루루!
희생된 망자: 키야아아아아……!
파우스트: ……이만큼의 수를, 정화하지 않고 쓰러뜨릴 수 있나?
화이트: 이 주술의 절차에 확실히, '중앙, 북, 동, 서' 의 마법사가 바쳐진 제물을 유린한다고 적혀져 있었네. 아마도 일부러 죽은 자를 폄하하고 있는 것이겠지.
리케: 정화의 마법을 막으면서까지 제물과 싸우게 하다니, 너무해요 ……!
화이트: 예속의 주술은 엄청난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한다. 만에 하나라도 실패하지 않도록, 겹겹이 손을 쓰고 있었겠지. 미스라들이 있는 곳은 가장 안쪽 같군. 뭐가 됐든, 끝까지 뚫도록 하지!
희생된 망자: 가아아아아아!
희생된 망자: 구루루루루루……!
희생된 망자: 구루……. 구루루루루……!
아서: 윽, 엄청난 수의 망자네…….
파우스트: 그만큼 가장 깊은 곳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겠지.
화이트: 죄 없는 망자를 쫓아내는 것은 마음이 괴로울 걸세. 하지만, 정화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이상 죽은 자들을 물리치고 마지막으로 한꺼번에 진혼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네.
리케: …….
아서: 리케, 나는 너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 네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무리하게 싸우지 않아도 돼. 우리에게 이 자리를 맡겨도 상관없어.
리케: ……아뇨, 저도 싸우겠습니다. 죄 없는 망자들과 싸우는 것은, 모두에게도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저만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아서: 리케…….
화이트: 그대의 마음은 알았네. 하지만, 결코 무리는 하지 말게나.
리케: 네!
희생된 망자: 가아아아아아……!
희생된 망자: 키야아아아아……!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화이트: '노스콤니아'
희생된 망자: 구루루루루!
희생된 망자: 가아……. 가아아아아!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하아……. 하아…….
파우스트: 리케, 여기는 내가 맡을게. 너는 물러서있어.
화이트: 파우스트의 말대로일세. 앞으로의 싸움에서 그대의 힘이 필요할 때가 올지도 모르네. 지금은 체력을 보존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주게나.
리케: ……알겠습니다.
희생된 망자: 가아아아아아!
희생된 망자: 아 아 아 아 아 아!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희생된 망자: 구루…….
희생된 망자: 가아…….
희생된 망자: 키야아아…….
아서: 망자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서 / 리케: !
리케: 눈이 녹는 것처럼 새하얗게 사라져 가고 있어…….
희생된 망자: 구루루루루루루!
희생된 망자: 가아아아아아아아!
희생된 망자: 키야아아아아아아!
화이트: ……그대들도 괴로울 테지. 비업의 죽음을 맞이하고, 지금도 영혼이 묶여지고, 의지가 없는채 조종당하는 고통은 상상할 수도 없네. 본래라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기도와 진혼으로 그대들의 영혼을 정화해야 하지만……. 지금의 그대들에게 정화나 기도의 마법은 통하지 않네. 그러므로, 쓰러뜨리는 것 외에는 없다.
화이트: 이런 비도를 행한 마법사는, 우리가 돌로 만들었네. 예속의 주술을 이루려는 자에게도 똑같은 보복이 있을 것이다.

화이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풀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번에 가게 해주지.
화이트: '노스콤니아'
루틸: ……미스라 씨. 그건 뭐였나요? 관에 잠들어있는 죽은 자들이, 일제히 방을 나가버렸는데…….
미스라: 예속의 주술을 성취시킬 거예요. 옛날에 한 번 찾은 적이 있어서, 언젠가 가로채려고 생각했었죠. 이런 계열의 기술은 대체로 중요한 공정을 한 사람이 기술을 행사할 수 있어서.
루틸: 중요한 공정……?
미스라: 아까 했잖아요. 붙여진 100개의 결계를 일격으로 파괴하는 것도 공정 중 하나예요. 전에 있던 마법사가 은닉의 마법을 걸고 있던 탓에 예속의 주술의 요지가 되는 방을 좀처럼 찾지 못해서 화가 났지만. 덕분에 예속의 주술의 존재도 들키지 못했으니까…… 뭐, 결과적으로는 좋았네.
루틸: ……미스라 씨는 여기서 예속의 주술을 실행하고 싶으셨군요. 또 어떤 공정이 필요한가요?
미스라: 가장 곤란했던 것은 '중앙, 북, 동, 서' 의 마법사가 제물을 유린한다는 부분이네요. 하지만 그것도 임무로 속인 덕분에 달성했고요. 지금쯤 다른 마법사들이 희생…… 망자들과 싸우고 있겠죠.
루틸: 모두가 망자들과…….
미스라: 네. 마법사가 그런 상대에게 죽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루틸: ……미스라 씨가 이런 짓을 하는 건 오즈 님을 그 관의 안에 넣어 미스라 씨를 따르게 하기 위해서인가요?
미스라: 네. 오즈를 저에게 예속시킬 거예요. 눈에 거슬리거든요. 저번에도 저는 진심으로 죽이려고 했는데 오즈는 절반의 힘도 내지 않았어. 저를 얕잡아 본 것, 오즈에게 피를 내뱉을 정도로 후회하게 해드릴 거예요.
루틸: ……미스라 씨는 오즈 님을 쓰러뜨리고 세계 최강이라고 말하고 싶으신 거죠? 하지만 예속의 주술을 사용하여 이긴 것으로, 당신은 정말로 자랑스러워 할 수 있나요?
미스라: …….
루틸: 미스라 씨는 예전에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오즈 님을 쓰러뜨려도 의미가 없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것은 단지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당신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렇다면…… 지금의 미스라 씨의 방식은 당신이 계속 쫓아온 '오즈 님에 대한 승리' 가 아니라…… '예속의 주술' 에 의지하여 얻은 힘이 되어버리지 않을까요?
미스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루틸: 저는 미스라 씨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오즈 님을 이겼으면 해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좋지만…… 미스라 씨가 자신의 승리를, 스스로 자랑할 수 있도록.
미스라: …….
7화
루틸: 여기까지 열심히 했으니 도중에 멈출 수 없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에서 멀어지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저는 말하고 싶어요. 미스라 씨는 충분히 강하고, 이미 충분히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당신의 진짜 소망과 다른 길을 무리하게 가지 않아도 돼요.
미스라: …….
화이트: 이 근처에 숨은 방이 있을 걸세! 거기에 미스라가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찾아내는 대로 무엇보다 먼저 루틸을 보호하게나! 미스라가 의식에 집중하고 있다면 루틸의 방어가 소홀해졌을지도 모르네……!
미스라: !
미스라: (화이트들이 눈치챘어! 지금 루틸을 데려가면 귀찮은데…….)
미스라: 윽, '아르시무'
루틸: 미……. …….
미스라: 젠장, 시간을 낭비했어! 이렇게 될 건 알고 있었으니까, 얼른 수호와 은닉의 결계를 만들어서 이 사람을 내던졌어야 했는데 ……! '아르시무'
미스라: ……하아……. 짜증나……. 입을 막아놓을 걸.
루틸: …….
미스라: ……마법의 사술은 풀어둘까. …….
화이트: 현자, 무사했군!
화이트! 여러분도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
라스티카: 아무래도 이 앞에 숨겨진 방이 있는 것 같군요.
화이트: 그대들이 은닉의 마법을 풀어준 덕분일세. 정말이지, 북쪽의 마법사면서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숨기다니 ……. 상당한 집념으로 마법을 익혔군.
라스티카: 여러분, 준비는 되셨나요? 영차.
라스티카가 벽의 표시를 만지자마자 벽이 삐걱삐걱 뒤틀려 엄청난 힘으로 안으로 끌려간다.
! 와앗……!
라스티카와 샤일록, 도중에 합류한 화이트, 아서, 리케, 파우스트도 함께.
파우스트: 이건…….
라스티카: 안 좋은 기운이……. …….
(뭐야, 여기…….)
몽롱한 촛불의 불빛에 떠오른 것은 무수히 많은 해골들이었다. 관 주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인골들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그 중에는 심하게 훼손당한 것도 있었다. 벽이나 천장에는 마치 무언가의 무늬를 그리는 것처럼 인골이 매달려 있다. 죽은 자에 대한 존엄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경멸적이고 구역질이 나는 광경이었다.
미스라: …….
미스라는 방 중앙에 직립하고 있는 간소한 관 앞에 서있었다. 그 손에 황금색 사슴의 사체 같은 것을 안고.
화이트: 미스라……!
미스라: 움직이지 마세요.
미스라는 마도구를 들었다. 이 세계에서 오즈 다음으로 강한 마법사. 그를 궁지에 몰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셀 수 있을 정도로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미스라가 마치 짐승처럼 우리를 노려본다.
미스라: 4개국의 마법사에 의해 제물이 유린당했네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제 목적이 달성됩니다.
화이트: 술에 굴복한 오즈 앞에서 누가 그대를 승자로 칭송하겠나? 공허한 왕좌에 앉아, 대체 누구에게 긍지를 보여줄 셈인가!
미스라: 그 이야기는 이미 들었어요.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리케: 그것보다 루틸은 어디에 있나요? 모습이 안 보여……!
미스라: 루틸을 위험으로부터 멀리하고 있을 뿐이에요. 당신에게 비난받을 이유는 없네요.
아서: 혹시 공간의 문으로 마법관으로 돌아간 건가?
미스라: 여기에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자, 제물을 유린한 4개국의 마법사가 여기에 모였네요. 남은 절차는 앞으로 두 개.
화이트: 하게 둘 것 같나! '노스콤…….'
미스라: '아르시무'
화이트보다 미스라의 주문이 조금 더 빨랐다. 미스라의 손바닥 위에 떠오른 마도구의 해골이 요염한 빛을 내뿜는다. 해골은 웅웅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상 정도의 크기가 된 해골이 모두를 차갑게 노려본다. 그리고…….
리케: 우왓……!
아서: 윽……!
리케, 아서!?
마치 무언가에 조종당한 것처럼 두 사람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라스티카: 이런……?
에, 라스티카까지…….
라스티카도 리케나 아서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파우스트: 큭……!
샤일록: ……윽…….
파우스트, 샤일록……!
화이트: 윽……!
그런, 화이트까지……!
내 눈앞에서 마법사들이 차례대로 무릎을 꿇는다.
사크리피키움: ……!!
사쿠 쨩……!
내 주위를 떠다니던 사쿠 쨩도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다.
라스티카: 미스라……. 이런 일을 하는 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야. 괜찮다면 나에게 알려주지 않겠니?
미스라: 이것도 공정 중 하나예요. 제물을 유린한 마법사들이 술자에게 무릎을 꿇는다. 자, 바닥에 이마를 짚으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 고개를 숙이세요. 조금 포즈를 취하는 정도는 별거 아니잖아요.
화이트: 별거…… 큭, 아닐…… 으윽…… 리가 없지 않은가! 미스라……. 큭…….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화이트의 금색 눈동자가 분노에 타오르고 있었다.
샤일록: 역겹군요……. 저는 그걸 그저 포즈를 취하는 거라고, 윽……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샤일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미스라를 보았다. 평소에는 이성적인 그가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드물다. 하지만 샤일록으로 치면, 미스라가 자신에게 시키려고 하는 것은 그의 미학과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짓이다. 분노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모두도 미스라의 기술에 저항하려고 하지만, 무게로 눌려 있는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 어떡하지. 이런 건 절대로 안돼……!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기서 나는 어떤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미스라에게 무릎을 꿇는 가운데, 나만 양발로 서있다.
(하지만 왜 나만……. 아, 그런가. 나는 어느 나라의 마법사도 아니고, 제물과도 전혀 싸우지 않았어. 술을 완성하는 것에 필요 없으니까……. ……멸시당하고 있어…….)
미스라, 이제 그만하세요……!
미스라: …….
미스라……!
미스라: 시끄럽네……. 방해하면 죽일 거예요.
미스라…….
미스라가 짜증난다는 듯이 혀를 찻다. 모두를 내려다보는 미스라의 눈동자가 어딘가 당황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아무도 미스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마음을 놓고 예속의 주술을 성취시킬 수 있는데…….
(혹시, 사실은 그만두고 싶어진게 아닐까. 하지만 여기까지 준비한 수고와 미스라의 자존심이 방해가 되어, 그만두는 계기를 잃어버린 걸지도…….)
미스라: …….
미스라는 떨쳐버린듯 주술을 재개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쌓아온 신뢰가 배신당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서: …….
리케: …….
파우스트: …….
화이트: …….
라스티카: …….
샤일록: …….
미스라: …….
미스라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모두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주술의 진행에 집중하고 있다.
(……리케에게 화이트나 파우스트를 억제하는 것과 같은 힘을 주면, 리케가 무너져 버려. 하지만 리케에게 맞추면 화이트들에게는 통하지 않아……. 미스라는 마력의 섬세한 컨트롤이 서툴다고 했어. 지금까지 통제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미스라가 집중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완전히 배신당한 것은 아니라고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은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무릎을 꿇고 있는 마법사들의, 필사적으로 괴로워하는 듯한 표정.
8화
이런 생각을 하는 건 과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건 한 명. 자신 뿐이다.
…….
긴장으로 목이 움찔거린다. 공포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고, 자신이 생각해낸 무모한 행동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나는…….)
……스읍……. 하아……. 스읍……. 하아……. 좋아!
(우, 우와아아아아아아!)
달렸다. 엉망으로 달렸다. 그리고…….
으럅!
미스라를 향해 마음껏 몸을 부딪힌다.
미스라: 으, 윽……!
완전한 기습이었다. 미스라는 앞으로 휘청거리고, 황금색 사슴의 사체 같은 것을 떨어뜨린다.
화이트: 현자!?
라스티카: 현자님……!?
해골이 행동을 멈췄다. 동상 같은 크기였던 해골이 평소의 크기로 되돌아간다.
미스라: 윽, 위험하게……! 당신, 죽을 뻔했다고요!?
죽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일도 그만해 주세요!! 제가 아는 미스라는 자신의 힘으로 오즈를 이기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주술을 가르채고 이긴 미스라를, 저는 최강이라고 인정할 수 없어요. 당당하게 싸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해요……!
미스라: ……왜 당신에게 명령을 받아야 하나요.
미스라가 현자의 마법사이기 때문이에요!
미스라: 하아? 그러면 당신의 제멋대로라는 건가요?
윽, 맞아요!
미스라: …….
미스라: 그러면 들어드릴게요. 현자의 마법사니까.
미스라가 안심한 듯 웃었다.
(다행이다…….)
나도 안심하고 미소지었다. 이것으로 한 건 해결. 그렇게 되었을 터였다.
그때, 똑바로 서있던 관이 안쪽에서 눌리는 것처럼 소리를 냈다. 이유 없는 한기가 온몸을 질주한다.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의 공포에 몸이 얼어붙는다. 섬뜩한 목소리가 울렸다. 시체 같은 썩은 냄새가 코에 붙는다. 캉! 하고 걷어차는 소리가 나고, 키긱 하고 간소한 관의 뚜껑이 굴러갔다. 텅 빈 관에는 캄캄한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마치, 바닥이 없는 늪처럼. 다리를 잡히면 결코 살아서 나갈 수 없다.
화이트: 현자, 도망치게나! 주술이 이루어졌네……! 마지막 공정은 성수, 혹은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지보를 바치는 것. 이 세상에 하나 뿐인 현자. 그대가 제물로 정해졌다……!
바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발이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다가오는 어둠에 자신의 존재가 삼켜져 간다.
라스티카: 현자님……!
라스티카가 새장을 들었다. 희미하게 빛나는 빛이 나를 죽음의 벼랑에서 구하려고 해준다.
사크리피키움: ……!!
땅에 엎드려 있던 사쿠 쨩도 몸을 일으켜 내 앞으로 뛰쳐나오려고 했다. 유난히 무서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치직, 하고 티비의 신호가 꺼지듯이 주변이 어둠에 싸여졌다. 소리도 냄새도 없다. 있는 것은 끝없는 어둠과 영혼까지 가두는 새장. 어둠의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팔이 나를 향해 뻗어온다. 눈을 깜빡이는 것보다 빠르게.
(아……. 죽는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각오한 그때, 쿵하고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
이어서 엄청난 기세로 뒤로 던져진다.
아……!
어깨가 땅을 문질렀다. 하지만 고통이 자신을 살아있음을 알려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당황이나 혼란으로 사고의 정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뒤를 돌아보았다.
미스라: …….
그곳에는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는 듯한 멍한 표정의 미스라가 서있었다.
미스…….
직후, 비웃는 듯한 호흡이 신의 분노에 닿은 듯한 거친 것으로 변했다. 하얀 손이 미스라의 뺨에 닿는다. 순간, 하얀 손이 새까맣게 변해 진흙처럼 녹아간다.
미스라: 큭……!
미스라가 괴로운 신음소리를 냈다. 온몸을 갉아먹는 통증을 견디듯,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다. 미스라의 뺨에 먹물을 뿌린 듯한 문신을 새겨져 간다. 마치 심연의 바닥에 미스라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처럼. 떨어진 벼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흉악한 각인을 떠올리게 한다.
화이트: 미스라. 그대, 설마…….
화이트가 놀라서 눈을 떴다.
라스티카: 미스라…….
라스티카가 미스라의 행동에 경의를 표하듯 눈을 내리깔았다.
미스라……!
나는 힘껏 소리쳤다.
미스라: 젠장……!!
미스라가 짜증스럽게 토해냈다. 분노와 실의에 녹색 눈동자가 불타고 있다. 굴욕과 분노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리케: 무, 무슨 일인가요? 어째서 미스라의 몸에 저런 문신이…….
화이트: 예속의 주술이 어중간하게 성취된 결과일세. 미스라는 우리를 이용해 마지막 공정인 성수, 혹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지보를 바치는 것까지 이르렀지. 그러나 제물로 정해진 현자를 미스라가 보호했고, 그 결과 미스라가 제물이 되었다. 하지만 미스라는 성수도, 이 세상에 하나뿐인 지보도 아닐세.
라스티카: 화이트 님, 미스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화이트: ……아마도, 저 문신이 미스라의 전신을 덮을 즈음에는 미스라는 666의 저주에 잡아먹힐 걸세.
그런…….
나도 모르게 달라붙듯이 미스라를 바라본다. 밤의 어둠을 가르는 듯한, 선명한 녹색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미스라: …….
미스라의 얼굴에 새겨진 문신이 섬뜩한 빛을 내고 있었다. 미스라는 자신을 유리하는 불굴자를 제거하듯, 목덜미 문신에 손톱을 댔다. 미스라의 붉은 머리보다도 선명한 피가 목덜미를 더럽혀 간다.
미스라…….
미스라가 나를 보고 무섭게 미소지었다. 이 상황에서 그런 표정을 지을 줄은 몰랐다. 어려운 적을 앞에 두고, 찬찬하게 눈을 빛내는 것처럼. 역경을 이익으로 바꾸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넋을 잃을 정도로 멋있었다.

미스라: 666의 저주가 나를 잡아먹어? 좋네요. 반대로 제가 666의 저주를 먹어치워 드리죠.
분노와 실의는 더 이상 없었다. 넓은 호수처럼 어디까지나 조용한 눈빛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미스라: …….
미스라가 떨리는 팔로 마도구인 해골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말했다.
미스라: 지금부터 제가 666개의 영혼을 풀어주고 주술을 없앱니다.
미스라의 발언에 모두가 눈을 떴다.
화이트: 미스라……. 그대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건가.
미스라: 아뇨, 그게 아니에요. 666의 저주를 받으면서 주술을 없애버린다. 이런 거, 오즈라도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그건 즉, 제가 최강의 마법사라는 느낌이 나잖아요.
마음이 진자처럼 흔들렸다. 왜 미스라에게 엉망진창으로 어울리는 것이 싫지 않은지 알 것 같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힘을 끝까지 써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그런 조용하고 완고한 강인함에 끌리게 되는 것이다…….
9화
미스라: 이 주변,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힘내서 어떻게든 해주세요. ……'아르시무'
전원: ……!?
미스라가 주문을 외친 순간 대량의 사슬을 단숨에 부숴버린 듯한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지하 묘지에 넘쳐난다.
파우스트: 윽, 어떻게든 하라니……. 아니,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지만 더 괜찮은 방법이라든가 있지 않나……!?
화이트: 모두, 자아를 단단히 지키게나! 결코 감정의 물결에 삼켜지지 않도록……!
화이트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단색의 세계에서 나만 서있다. 절대로 자아를 놓지 마라. 충고의 말이 희미해진다.
…….
화이트: 위험하네. 이대로라면 현자가 사념에 삼켜지고 말아……!
파우스트: 하지만 엄청난 수의 원한이로군……. 서투르게 정화의 마법을 사용하면 사념이 폭주해서 현자의 자아를 빼앗을 가능성이 있어.
리케: 그러니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요? 그런 거, 저는 할 수 없어요……!
라스티카: 저에게 맡겨주시지 않겠나요?
화이트: 라스티카. 뭔가 방법이 있나?
라스티카: 네. 저희들의 소중한 현자님을 잃을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현자님을 구하겠습니다.
……깨닫고 보니 무수한 불꽃이 눈앞에 흩날리고 있었다. 감정의 탁류가 밀려온다. 기쁨, 탄식, 분노, 안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내 몸을 통과해 간다. 자신의 머리를 뒤죽박죽으로 휘젓는 무수한 감정. 받아들일 수 없을 때 몸이, 마음이 비명을 지른다. 모래사장에 쓴 글자가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는 것처럼. 자신이라는 존재가 지워진다.
그때,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그것을 나를 둘러싸고 있던 검은 안개를, 아름다운 꽃잎으로 바꿔간다…….
라스티카: 현자님, 무사하신가요?
네, 네……. 하지만, 어떻게…….
라스티카: 저는 어둠을 꽃으로, 비탄을 이슬로, 분노나 슬픔을 새의 지저귐으로 바꿀 수 있죠. 그래서 당신을 감싼 그것도 분명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라스티카: 당신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자, 이쪽으로 와주세요. '아모레스트 비엣셰'
라스티카가 주문을 외쳤다. 새장에서 마법의 구름이 튀어나와 신기한 음색으로 지저귀기 시작한다.
(예쁜 음색…….)
음색에 넋을 잃는다. 소용돌이치는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울려퍼지는 음색에 조금 흔들린다. 구름 사이에 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라스티카: 아침에 일어나서 입에 넣는 따뜻한 수프처럼, 점심에 갓 구운 빵을 씹는 것처럼, 밤에 별이 내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그런 소소하고, 하지만 소중한 일상들이 너희들에게 있었겠지. 슬픔은 항상 갑자기 찾아와. 이유도 모른 채, 누구의 잘못도 아닌 채 소중한 것을 빼앗아가지.
라스티카: 닫힌 새장 안에서, 너희들의 영혼은 목소리가 되지 않는 고통을 계속 안고 왔구나. 힘들었지. 고통스러웠지. 하지만 이제 괜찮아.
죽은 자의 영혼에 다가가는 듯한 따뜻하고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듯한 목소리였다. 라스티카가 마도구인 새장을 꺼냈다. 높고 부드럽고 지저귀는 소리가 울린다. 흔들흔들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검은 안개가 천천히 새장에 빨려들어간다.
라스티카: 받을 리 없었던 무서움도, 슬픔도, 괴로움도, 조용히 잠들듯이 잊어버리기를. 부디, 천천히 잠들기를. '아모레스트 비엣셰'
그것은 어머니의 팔에 안기는 것 같았다. 자애와 안심으로 가득찬 바구니처럼, 갈 곳이 없는 영혼들을 위로해간다.
(왠지……. 공기가 조금 바뀐 것 같아…….)
나라는 존재를 집어삼킬 것 같은 혼돈의 어둠이 라스티카의 마법에 의해 진정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화이트: 라스티카, 잘했네! 모두들, 라스티카의 진혼의 노래가 있을 때 질서를 되찾는 것이다!

화이트의 호령을 받고 샤일록이 리케를 돌아본다.
샤일록: 리케. 랜턴을 들고 죽은 자를 위해 기도를. 성직자의 기도와 등불은 악사의 이정표가 됩니다.
리케: 맡겨주세요!
아서: 리케, 나도 엄호할게.
리케: 아서 님, 감사합니다!
리케가 마도구인 랜턴을 들었다. 아서도 마도서를 꺼냈다. 펄럭이는 마도서에서 빛이 넘쳐 그것이 리케를 부드럽게 감싼다.

리케: 신이시여.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하늘의 문을 열어주소서.
리케: 당신의 숨결이 그들의 한탄을 치유하기를. 당신의 눈물이, 그들의 상처를 멎게 하기를. 당신의 온기가, 그들의 분노를 쓸어버리기를.
샤랑, 하고 종소리 같은 소리가 났다. 리케의 랜턴이 옅고 강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죽은 자를 위해 기도를 바치는 리케의 모습은 신성했다. 랜턴에서 흘러나온 빛이 검은 안개를 감싼다. 목소리 없는 목소리가 지하 묘지를 흔든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해. 하지만 돌아갈 수 없어. 어째서? 다리가 없으니까. 어째서? 몸이 없으니까. 어째서? 실체가 없으니가. 아,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은, 모살당한 희생자들의 목소리. 갈 곳을 잃고 절망에 사로잡힌 검은 안개가 리케를 삼키려고 턱문을 연다.
리케: 한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있어야 할 곳으로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산레티아 에디프'
하늘에서 태양이 쏟아지는 것처럼, 맑은 빛의 중심에서 푸르른 눈동자에 진혼의 기도를 얹는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빛이 지하 묘지에 펼쳐진다.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샤일록: '인비벨'
화이트: '노스콤니아'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이름도 모르는 무수한 영혼들. 예속의 주술을 위해 폄하된 죄 없는 사람들. 은은하게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갈 곳을 잃은 영혼이 천천히 리케의 랜턴에 모여든다.
미스라: '아르시무'
손끝까지 문신에 침식된 미스라가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쳤다. 그것에 응하듯 해골이 공중에 떠오른다. 해골의 입 안에 창백한 빛이 모여든다. 일직선으로 요점을 노려본다. 그것을 저지하듯 텅 빈 관에서 어둠이 흘러넘친다. 해골이 화염을 내뿜었다. 지옥의 불처럼 가로막는 어둠을 가차없이 불태워간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어둠이 하얗게 칠해져간다.
그것은 새하얀 안개에 잠긴 어느 호수같았다. 눈이 아플 정도의 설백의 세계에서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가, 바람에 나부끼는 것이 보였다. 불꽃의 기세는 격렬하고 순식간에 재가 된다. 연쇄하듯 관의 주변에 있는 것들도 불타서 잿더미로 변한다. 그것을 보고 화이트가 중얼거렸다.
화이트: 666의 죄 없는 희생자들의 영혼은 해방되어 요점이 불탔기 때문에, 예속의 주술도 무너졌네.
라스티카: 지하 묘지의 정화가 무사히 이루어졌군요.
리케: 다행이다…….
모두의 얼굴에 안도가 펼쳐진다.
루틸: 여러분……?
루틸!
안쪽 홀에서 루틸이 나타난다. 루틸은 조금 멍하니 있으면서도 확고한 발걸음으로 우리에게로 걸어온다.
10화
루틸, 괜찮나요? 다친 곳은…….
루틸: 네, 괜찮아요. 걱정을 끼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아뇨……! 다치지 않았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모두도 함께 안도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쿠 쨩이 부드럽게 떠서 내 주위를 날아다닌다. 사쿠 쨩을 가슴으로 끌어당기면서 나는 미스라에게 시선을 옮겼다.
미스라: …….
문신은 완전히 사라졌고 평소의 나른한 표정을 한 미스라가 있었다. 맑은 바람이 미스라의 붉은 머리를 부드럽게 흔들었다. 즐겁고, 가볍고, 마치 감사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지하 묘지의 정화는 완료되어 무사히 질서를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지하 묘지가 본래대로의 진혼과 기도의 장이 되도록 마법사들이 축복의 마법을 걸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야…….)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리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여기서 성묘를 참배할 수 있게 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리겠죠.
아서: 아아. 이 땅이 진정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아무도 방문하지 않지만, 언젠가 본래의 기도와 진혼의 장으로 되살아나길 바라며 나도 진심으로 축복을 바칠게. '파르녹턴 닉스지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라스티카: 파우스트, 수고했어.
파우스트: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보다 샤일록이나 화이트 쪽이 힘들었겠지.
샤일록: 후후, 지나간 일입니다. 저는 저의 굴욕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화이트: 샤일록 쨩, 품이 넓네~!
화이트. 저기, 역시 미스라에게 화났나요……?
화이트: 화 안 났어.
(눈이 웃고 있지 않은데…….)
화이트: 라고 하는 건 물론 거짓말이지만……. 이번에는 나보다 더 적임자가 있으니까 말일세.
화이트는 그렇게 말하고 축복의 마법을 걸고 있는 루틸을 본다.
루틸: …….
예쁜 녹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루틸이 부드럽게 중얼거린다.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북쪽 대지에 봄을 불러오는 것처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금색의 햇빛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흔들어간다.
미스라: …….
그 모습을 미스라가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었다. 어딘가 검연쩍은 듯 목을 긁고있다.
루틸.
루틸: 아, 현자님.
루틸이 밝게 돌아본다. 나는 루틸을 보고나서 미스라에게 시선을 옮긴다.
……만약 괜찮다면 함께 미스라에게 가지 않겠나요? 아, 아직 그런 기분이 아니라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루틸이 무리는 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루틸: 현자님……. 감사합니다. 저희를 신경 써주셔서. 저도 부탁드릴게요. 함께 미스라 씨에게 가지 않겠나요?
네, 물론이에요!
미스라: …….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나와 루틸을 보고 미스라가 경계하듯 자세를 취했다.
루틸: 미스라 씨.
미스라: …….
미스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양이가 주인에게 혼나는 것처럼 루틸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루틸: 미스라 씨…….
어쩔 수 없네, 라며 어깨를 으쓱거리고 루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루틸: 미스라 씨……. 그 후, 어떻게 됐나요? 당신 안에서 뭔가 마음이 바뀌거나 했나요?
역시 미스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예상과 다른 말을 들은 것처럼 루틸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미스라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평소의 그와는 다른 어린 표정이 잠시 떴다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 소재를 알 수 없는 소행을 보고 있으니 어쩌면 미스라는 나름대로 반성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루틸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했겠지.

부드럽게 미소지은 루틸은 미스라의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루틸: ……미스라 씨. 화해하지 않겠나요?
미스라: 화해? 당신과 싸운 기억은 없는데요.
루틸: ……미스라 씨는 말다툼을 하거나 힘으로 겨루는 것을 싸움이라고 생각하시죠.
미스라: 뭐, 그렇네요…….
루틸: 하지만 아까 저의 말이, 결과적으로 미스라 씨를 몰아붙인 것은 아닐까 해서……. 예속의 주술로 이겨서 자랑스러운가 같은 말을, 당신에게 말해버렸으니까. 그건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미스라: ……당신이 분위기를 못 읽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잖아요.
루틸: 정말이지. 너무하다니까, 미스라 씨는.
밝은 머리를 흔들고 루틸은 미스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미스라의 손을 잡았다.
루틸: 자, 이걸로 화해한 거예요. 저희들, 싸우거나 잘 안 되는 일도 있지만……. 언제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루틸의 조용한 목소리에 미스라는 어딘가 당황한듯, 그래도 어딘가 안심한듯 작게 시선을 돌렸다.
루틸: 자, 다음은 현자님과!
남쪽 나라의 광활한 대지를 떠올리게 하는 부드럽게 흔들리는 녹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루틸은 당당하게 떠나간다.
미스라: …….
천천히 다가온 미스라가 말없이 내 앞에 선다. 보이는 하얀 평원에 바람이 분다. 섬뜩한 문신도, 목을 더럽힌 선명한 붉은색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와 변함없는 미스라가 서있다.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직 듣지 못한 어떤 것을 떠올렸다.
왜……. 그때, 왜 저를 지켜주셨나요? 조금만 더 있었다면 대주술이 완성되는 참이었는데…….
미스라: 대주술…….
미스라는 입안에서 중얼거리자 어깨를 으쓱거렸다.
미스라: 저도, 인정받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에?
미스라: 그 방식으로 오즈를 따르게 하고 제가 최강이라고 인정받는 건, 뭔가 다른 것 같아서……. 저는 제 강함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싸우고, 오즈를 쓰러뜨리고, 최강의 현자의 마법사로…….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무언가를 생각하듯 입을 다문다.
미스라: …….
에메랄드처럼 아름다운 녹색 눈동자가 나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 작게 웃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부드러운 표정에 무심코 힘이 풀린다.
미스라: 어쩐지, 당신이 끌려갈 뻔했을 때 굉장히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지금처럼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멍청한 얼굴이 좋네요.
……뭔가요, 그거. 저, 이래보여도 비교적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다고요.
너무한 말투에 어깨의 힘이 빠져버렸다. 화를 내지 않는 미스라의 모습에 지난 며칠간의 사건이 주마등처럼 뛰어다닌다.
(얼어 죽을 뻔하거나, 오즈와의 싸움에 휘말려 죽을 뻔하거나……. 예속의 주술의 성취를 위한 희생의 제물이 될 뻔하거나……. 엉망진창인 일을 당했네…….)
이기적이고, 변덕스럽고, 심장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할 정도로 엉망이지만…….
예속의 주술로부터 지켜줬을 때의 미스라, 최고로 멋있었어요.
거짓 없는 미소를 미스라에게 향한다. 얼어붙는 바람이 휘몰아치는 하늘 아래. 겁먹지 않고 힘차게 대지에 선다. 강인함의 상징처럼. 이기적이고, 변덕스럽고, 엉망진창이고, 하지만 나를 구해준 마법사가 웃었다.
미스라: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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