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시노: 리케, 돌아가기 전에 케이터링 잡으러 가자.
리케: 네! 먹고 싶었던 돈까스, 아직 남아있으려나.
라스티카: 이런, 전화가 왔네.
라스티카: ……네, 여보세요. 아아, 아리아. ……응? 자라와 함께? 후후, 좋아. 이번 주말이라면 나도…….
음식을 먹으러 가는 시노와 리케에 이어 라스티카도 희소하게 대화하면서 복도를 향해 간다.
클로에: 아리아와 자라는 우리 사장님의 이름이야. 아리아 씨는 라스티카의 약혼자고.
에, 그런가요!?
클로에: 맞아! 엄청 러브러브하거든~! 상냥하고 귀엽고 좋은 사람이야. 언니인 자라 씨도 멋진 사람이시고. 그러니까…… 정말로 라스티카와 바뀌어버리면 미안해질지도.
클로에는 눈썹을 낮추고 있다. 복도 쪽을 보면서 은은하게 말한다.
클로에: 라스티카를 연기하는 것은 매우 즐겁지만 연기 속의 나도 두 사람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되어버린 건 어쩔 수 없지만,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클로에…….
피가로: 아아, 찾았다. 아키라. 나, 이제 다음 현장으로 이동해야해서. 오늘은 혼자 돌아갈 수 있을까?
네, 물론이에요. 길도 완전히 기억했고 사쿠 쨩이랑도 친해져서 괜찮아요.
피가로: 그렇다면 다행이다. 오늘은 늦었지만 외로워진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줘. 사무실로 돌아오면 같이 자줄테니까.
사, 사양해 둘게요! 저 혼자서도 괜찮아요.
피가로: 뭐야, 유감. 그러면 내일 보자.
레녹스: 아, 피가로 선생님.
도시락과 차를 손에 들고 온 레녹스와 오즈가 온다.
레녹스: 도시락, 아직 남았는데 받지 않으셔도 되나요?
오즈: 소금 고등어 도시락도 아직 있다.
피가로: 오늘은 괜찮아. 그러면 이만. 너희들도 수고했어.
아…….
피가로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그 옆모습이 조금 지쳐보였다. 평소에도 부드러운 피가로의 안경 안쪽의 표정은 조금 알기 어렵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일을 하고 있고, 피로를 느끼는 것도 당연해. 하지만 피가로는 숨기는 것이 능숙하니까 조금 걱정이네…….)
클로에: 밥, 먹지 않아도 괜찮을까. 무리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오즈: 그건 문제 없겠지만, 생각하는대로 연기가 안 될 가능성이 있다.
아키라 / 클로에: 에?
오즈: 드물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방금 전 순간 몸으로 돌아오는 연기에도 부족함은 없었지만…… 피가로 본인이 납득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
얇은 종이를 한 장 끼운 것과 비슷한, 아주 희미한, 피가로의 연기에 대한 위화감. 그가 숙련된 배우이기 때문에 역력이 긴 배우들에게는 걸린 것 같았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은 물에 색을 칠하는 것처럼 무엇이라도 되어서 끊임없이 해내시는 분입니다. 그런 연기가 그 사람다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확실히 지난 며칠은 조금 어려워 보였어요. 잘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연기에 무엇인가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클로에: ……배우를 잡아먹는 마물…….
갑자기 클로에가 말을 쏟아냈다. 이 작품에 관련된 도시전설. 명확하게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하는 사람의 마음에 차분히 그림자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언젠가 물어버린다. 나의 시선을 눈치챈 클로에가 바로 입을 닫았다.
클로에: 아, 아무것도 아니야! 피가로 씨라면 괜찮을 거야.
…….
피가로가 떠난 곳을 눈으로 쫓으면서 나는 방금 전 그의 미소를 떠올렸다.
(어디까지가 연기고, 어디까지가 피가로의 본심일까……?)
스태프: 죄송합니다! 아까 촬영한 장면에 기재 미스가 있어서……. 아키라 씨. 그리고 클로에 씨와 라스티카 씨, 다시 한 번 촬영해도 될까요?
클로에: 네……! 네!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 그러면 오즈 씨, 레녹스. 수고하셨습니다.
오즈: 아아.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께 안부 전해주세요.
오즈와 레녹스와 헤어지고 나서 라스티카를 기다리는 클로에를 두고 먼저 스튜디오로 돌아간다.
(……아, 맞다. 내일 일정을 확인하자.)
도중에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러자 화면에 두 개의 작은 기스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어라!? 언제 생긴거지? 빌린 건데…….
마음이 닿지 않는 얇은 상처를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따라그린다.
(나중에 피가로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기분을 바꾸듯이 완전히 손에 익숙해진 그것을 꽈악 붙잡았다. 그리고 스태프가 기다리는 스튜디오로 발을 돌렸다.
그날 밤, 다시 찍은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서 사무실로 돌아온 것은 꽤 늦은 시간이었다.
(어라……. 불이 켜져있어. 누가 남아있나.)
소파의 구석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다가가보니 피가로였다. 등받이에 팔을 건 채로 숨을 쉬고 있다.
(드문 일이네……. 피가로가 졸고 있다니…….)
나는 자고 있는 피가로에게 담요를 덮어줬다. 그때, 입구에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브래들리의 매니저다.
아, 고먼 씨.
고먼: 수고하셨습니다. 저기……. 아.
그는 피가로가 자고 있는 것을 깨닫고 당황하며 목소리를 줄였다.
고먼: 보스와 연락이 안되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아실까요?
브래들리는 오늘 촬영에서 만났어요. 먼저 현장을 나간 것을 배웅한 후로는 못 봤는데…….
고먼: 그렇군요. 이상하네……. ……아, 방송이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고먼 씨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 '네리의 변덕스러운 키친!'
타이틀 콜과 함께 유쾌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인터넷 전송 프로그램 같다. 얼굴이 비치지 않는 청년의 수중을 후와, 후와…… 거리는 유루캬라가 돌아다닌다. 꽤 귀엽다.
겸손한 청년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네리입니다. 오늘도 방송 시작할게요. 자, 뭘 만들까. 히 쨩은 뭐가 먹고 싶어?
빛나는 고양이 토끼: 으음……. 네리가 좋아하는 거!
겸손한 청년의 목소리: 우오오……. 오늘도 귀여워~…….
나디: 아, 치사해! 나도 네리가 좋아하는 걸 리퀘스트하려고 했는데!
겸손한 청년의 목소리: 화내지 마, 나 씨. 그러면 오늘은 두 개나 만들어볼까.
빛나는 고양이 토끼 / 나디: 와이!
고먼: 역시 네로 씨와 조금 분위기가 비슷하단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먼 씨는 사무실을 나갔다.
피가로: ……. 응…….
뒤를 돌아보면 몸을 편하게 한 피가로가 마침 일어났다. 그 발밑에는 사쿠 쨩이 돌아다니고 있다.
아……. 죄송해요. 깨워버렸나요?
피가로: 아아, 괜찮아. 실수로 잠들어버린 것 같네. 누가 왔었어?
고먼 씨요. 브래들리와 연락이 안된다고……. 외출 중인 걸까요?
피가로: 한발 먼저 끝났고, 오랜만에 밤의 거리에서 날개를 펴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럴지도……. 촬영이 끝나고 그런 말을 했었죠. 그건 그렇고, 피가로가 이런 곳에서 잠에 들다니 드문 일이네요.
피가로: 계속 졸고 있다가 잠들어 버린 것 같아. 이제는 괜찮지만. 아……. 소파에서 잠들어서 몸이 굳어버렸어. 어깨도 뻐근하네. 나도 이제 젊지 않다는 건가.
손으로 머리카락을 긁어 올리면서 웃는 피가로는 언제나처럼 가벼운 상태다. 하지만 웃는 얼굴에 기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떠날 수가 없다.
저기…….
피가로: 응? 왜 그래? 불안해 보이는 얼굴. 현장에서 무슨 일 있었어?
현장은 괜찮았어요. 오늘도 끝까지 모두가 잘해줬으니까. 그것보다 피가로야말로 뭔가 고민은 없나요? 그……. 예를 들어, 연기가…….
피가로: 연기?
피가로는 의외라는 듯 눈을 둥글게 떴다. 나는 말을 고르면서, 하나씩 돌을 놓는 것처럼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피가로의 연기가 조금 연극같다고 현장에서 말이 나왔잖아요? 피가로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서 저도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어요. 하지만…… 모두가 보고 있는 피가로와 피가로가 연기하는 피가로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요. 그걸 듣고, 피가로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고…….
피가로: …….
피가로는 조용히 듣고 있다. 그리고 나는 말을 이어갔다.
죄송해요. 설교하는 것처럼 되어서. 하지만 모두 걱정하고 있었어요. 당신이 혼자서 무언가에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저도 걱정이에요. 그러니까 만약, 뭔가 조금이라도 피가로의 힘이 될 수만 있다면…….
피가로: ……그렇구나.
내 이야기를 들은 피가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진지하게 희미한 당황을 삼키고 망설이다가 입을 연다.
피가로: 너에게는 숨길 수 없네.
에……?
피가로: ……아니, 별거 아니야. 조금 동요했을 뿐. 나는 누구를 연기하는 것보다 자신을 연기하는 것이 서투르다고 생각해.
피가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양이 좋은 눈썹이 약간 떨어진다.
12화
피가로: 말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많이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을 걸어왔어. 그것이 나의 삶의 방식이자, 나 자신이었지. ……하지만 확실히, 가끔 알 수 없게 돼.
달에 구름이 걸린 것 같은 약한 미소가 떠오른다.
피가로: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아닌 누군가를 연기하는 동안, 나를 어딘가에 두고 온 걸지도. 뭐, 그것도 배우의 일이고 이 일을 좋아하니가 계속 해왔지만…….
피가로의 말하는 방법은 처음으로 어딘가 낯선 곳을 탐험한다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이야기인데, 확인하면서 형태를 추적하고 있다. 모두에게서 버릇을 지적되었을 때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그렇지 않아요. 피가로는 피가로예요. 어딘가에 둔 채로 되어있지 않아요.
나는 참을 수 없어져서 피가로의 옆에 앉았다. 피가로의 눈은 나를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옆모습을 보았다.
당신의 연기는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자연스러워서 조금 위화감이 있다고나 할까……. 피가로는 조금 더 피가로답게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계속…… 이라고 해도, 일주일 동안이지만 당신의 곁에 있으면서 알게 되었어요. 피가로는 상당히 개성적이라는 것을요.
피가로: ……에? 그래?
깨끗한 눈동자가 깜짝 놀라면서 나를 쳐다본다.
네. 저도 갑자기 스카우트해서 데려온 거잖아요? 당신처럼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이, 그런 일은 보통 하지 않아요.
피가로: …….
그것도 강한 느낌이 아니라, 저의 불안을 없애도록 농담을 말하거나 웃게 해주거나,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줬어요. 당신에게 자각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의 그런 점을 저는 좋아해요.
나는 피가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어색했을지도 모르지만, 피가로를 따라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나의 불안을 완화하고 활기차게 해준 그처럼.
괜찮아……. 저는 피가로처럼 말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어요. 당신은 개성있꼬,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멋진 배우예요.
피가로: 아키라…….
피가로는 순식간에 무엇을 말하려다가 바로 입을 닫고, 포기한 듯 미소지었다.
피가로: 곤란한걸. 너도 마법사였어?
아하하. 걸려버렸나요? 마법.
피가로: 응. 확실하게. 너의 말은 이상해.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들어와.
눈꼬리를 내리고 웃은 채 피가로는 가슴에 가볍게 손을 대었다.
피가로: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너의 말대로, 이제 괜찮아. 드물게 감성적으로 되어버렸어. 나답지 않네.
조금 기뻤어요. 당연하겠지만, 피가로도 인간 같은 점이 있구나 싶어서. 당신은 완벽하고 틈이 없어 보였거든요.
피가로: 그렇지 않아. 나도 잘 생각해보면 작은 실패를 저지른 적이 많거든. 선물의 가격을 말해버리거나, 신혼 부부의 아기에게 내가 아빠라고 말해서 화나게 하거나. 완벽한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잖아. 아니, 완벽한 사람이란 건 존재하지 않나.
피가로: 그런 자주 있는 이야기가, 우연히 마음의 움푹 들어간 곳에 걸려버렸을 뿐이야.
이야기하는 얼굴은 이제 무언가를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조금 안심했다. 문득 피가로가 테이블에 둔 스마트폰에 눈을 옮겼다.
피가로: 어라, 떨어뜨렸어?
아……! 죄송해요. 화면에 금이……. 언제 났는지 모르겠어요. 빌려준 건데, 죄송해요.
피가로: 사과하지 않아도 돼. 사용하다보면 기스 정도 나는거지. 촬영이 끝나면 새로운 것을 사러 가자. 자, 늦은 시간이니까 이제 쉬러 가야지.
대답보다 빨리 내 배가 크게 울렸다.
……죄송해요.
피가로: 아하하! 배가 고팠어? 이 시간이니 어쩔 수 없나.
그러고 보니 케이터링도 먹지 못했어요. 으음, 하지만 이런 시간이고……. 그냥 참을까…….
피가로: 그러면 반 나눠서 먹는 건 어때? 심야까지 하는 라멘집이 있어. 차를 끌고 가자.
하지만 얼굴이 붓지 않을까요?
피가로: 그러면 국물은 참을까. 그리고 목욕탕에 들어가고, 보충제를 먹고, 제대로 마사지하고 나서 자면 돼. 그래도 안 된다면 내일 메이크 씨에게 둘이서 혼나자. 가끔은 보상이 없어도 좋잖아.
나쁜 듯이 웃는 피가로는 역시 마법사처럼 보인다. 달콤한 말의 마법으로 혼란스럽게 하며 나를 유혹한다.
그러면, 공범이라는 것으로…….
어색한 얼굴로 새끼 손가락을 내밀자 피가로도 되받아쳐줬다.
피가로: 응, 약속.
그 다음 날, 현장에 들어간 피가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스태프에 대한 상담이었다. 덧붙여서 우려하고 있던 붓기는 전야의 엄격한 마사지에 의해 무사히 회피했다.
피가로: 오늘까지 찍은 것 중에 몇 가지 리테이크하고 싶은 장면이 있어. 이제와서 미안하지만, 모두가 열심히 해 온 작품이기 때문에 어중간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80점의 급제점의 연기가 아니라, 가슴을 펴고 100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연기로 하고 싶어. 그러니까 다시 찍게 해줬으면 해. 배우인 모두도 협력해주면 고맙겠어. 부탁할게.
피가로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의 병합은 오늘 여기 오기 전에 같이 고민한 것이다. 진지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모두 피가로의 제안을 즐겁게 받아들여 기쁜 듯이 수긍해 주었다.
레녹스: 네, 물론.
클로에: 얼마든지 어울릴게!
스태프: 몇 번이라도 다시 찍죠. 함께 좋은 것을 만들어요!
급피치로 준비를 정돈해 약간 연극 같다고 느낀 전의 씬을 시작으로, 몇 개의 씬의 재검토에 들어간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피가로는 이전보다 자연스럽고, 거짓말도 없고, 거기에 제대로 피가로 자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번 째, 세 번째, 다시 한 번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밀도가 올라가 곳곳에서 감탄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클로에: 대단해~…….
라스티카: 그림이지만 미세한 숨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아……. 이건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네.
시노: 역시 손이 큰 녀석이군.
피가로: 후후, 고마워.
레녹스: 역시 피가로 선생님. 상태가 돌아오셨군요.
피가로: 당연하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오즈: …….
피가로: 뭘 웃고 있어.
오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스태프: 오즈 씨와 시노 씨, 마지막으로 갑니다! 준비 부탁드려요!
오즈: 아아.
시노: 마지막 차례다. 해보자고.
밤의 거리에서 카메라가 돌기 시작한다. 곧 날짜가 바뀌는 시간. 역 앞 광장의 모니터 앞에는 오즈와 시노의 모습이 있었다. 오전 0시를 맞아 오즈는 오즈 자신으로, 시노는 시노 자신으로 달오안다. 어제 브래들리와 리케가 해본 것처럼 그 타이밍에 두 사람은 연극을 시작했다. 자신을 되찾기 위한, 한 번만의 극이다.
시노: '……털어 놓는다고? 진심인가, 마왕 오즈.'
놀란 시노의 눈동자는 어딘가 희미하다. 오즈는 무겁게 수긍했다.
오즈: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원하지 않는 형태로 드러나기 전에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해 두어야 한다. 한때 내가 저지른 죄, 잘못 ……. 빼앗아온 생명들을.'
정장을 입은 남자: 에? 오늘은 오즈와 시노?
곱슬 머리의 여자: 어젯밤도 여기서 연기하고 있었지? 그런 기획 ……?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통행인의 일부가 눈길을 끌고 멈춘다. 오가는 소리나 눈길을 신경쓰지 않고 오즈도 시노도 둘만의 무대처럼 계속 이어갔다.
시노: '……네가 주웠던 그 아이에게? 그만둬. 그 녀석은 너를 존경하고 있어.'
오즈: '너도 마찬가지겠지. 혼자서 떠돌던 자여. 그 어린 성주에게 심취해있어. 그저 잡일이 아니라 정식으로 자신의 밑에서 일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더군.'
시노: '…….'
오즈: '너는 어떻게 할 거지? 받아들일 것인가?'
시노: '……거절하면 두번 다시 그 녀석의 옆에 있을 수 없어. 만날 수 있던 것도 기적이었어.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 나에게는 맞지 않는 행복이니까. 하지만, 곁에 있고 싶어…….'
오즈: '…….'
시노: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긴 시간을 혼자서 살아와, 누구도 만나지 않았던 당신도…….'
오즈: '나는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살아온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해서 살았다. 앞으로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어. ……만남이란 아이러니한 것이군.'
시노: '……그 녀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의 목숨을 바쳐도 돼.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거야. 하지만 모르겟어. 네가 주운 아이도, 나의 주인도. 저들이 지금까지 내가 어떤 더러운 일을 해왔는지…… 알게 된다면, 미움받을지도 몰라. 나는 어떤 것보다도 그것이 무서워. 당신도 마찬가지겠지.'
오즈: '너의 주인은 너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인가?'
시노: '에……?'
오즈: '……나도 마찬가지다. 마음 속으로는 계속 알고 있었어. 내가 나를 위해서 살아온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 나같은 것은 잊고 살았으면 했다. 나의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분명 그 아이는 상처받겠지.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으면 더 상처를 주고 만다. 그 아이의 신뢰와 영혼을. 만나버린 이상 원래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어. 그 아이의 신뢰를 잃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도 두렵다.'
시노: '……윽. 그런 거, 나도 마찬가지야…….'
오즈: '……나도 너도, 긴 밤이었다. 지금도 그 안에 있지. 하지만 언젠가 새벽이 올 때…… 이 섬뜩한 영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침이 올지도 모른다. 새벽이 없는 밤은 없으니까.'
시노: '……하하. 그런가. 언젠가 아침을 맞이하는 각오가 생기면…… 나도, 그 사람을 믿고 싶어.'
씹는 듯한 시노의 대사로 극은 막을 내렸다.
13화
오전 0시가 지나고 다시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연기하고 있던 그들 둘 뿐이었다. 역시 브래들리가 말한대로 모니터 앞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선보이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확신했다. ……거기서 오늘의 촬영은 종료. 오즈와 시노는 올업을 맞이했다.
라스티카: 잘못을 아는 두 사람이 새로운 만남을 거쳐 극복하려고 한다……. 얼마나 가슴에 다가오는 절실한 이야기인지. 두 사람에게 멋진 새벽이 오면 좋겠네.
레녹스: 그림자와 여운이 느껴지는, 깊이가 있는 연기었어. 두 사람이 이런 계통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걸.
피가로: 오즈는 어찌됐든 시노는 몸을 사용하는 계통이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꽤 훌륭하네. 대단하잖아.
시노: 그렇지? 리케와 브래들리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공격하는 작전이다. 어때, 오즈. 나의 연기 꽤 좋았지?
오즈: 아아. 간절히 호소하는 표정이 빛나고 있었다.
시노: ……!
오즈: 정말로 아픈 상처를 입은 것처럼 감정이 무겁게 타고 있었어. 너의 도흉과 과감을 연기에 잘 살렸다.
시노: 흐흥! 그렇지. 너도 나쁘지 않았어.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오즈의 말에 시노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시노도 오즈도 맑은 얼굴을 하고 있어. 정말 좋은 현장이야…….)
그리고 꽃다발을 안은 두 사람은 모두가 지켜보는 스튜디오를 뒤로 하고 떠났다. 우리도 돌아오는 길에서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레녹스: 인원수도 많이 적어졌네. 드디어 끝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야.
라스티카: 조금 외로운걸. 하지만 촬영이 끝나는 이 분위기, 나는 좋아해.
클로에: 나도! 이 뒤의 즉흥 연기도 점점 기대돼. ……아, 맞다. 아키라, 피가로 씨. 오늘 리케를 만난 적 있어?
피가로: 아니? 오늘은 계속 이 촬영만 했으니까 보지 못했는데…….
무슨 일 있었나요?
클로에: 그게, 메시지의 답장이 안 와서. 빵 푸딩을 먹으려고 가게 후보를 몇 가지 보냈는데, 읽지도 않아…….
어떻게 된 걸까요. 그러고보니 브래들리도 어젯밤부터 연락이 안된다고 했어요.
피가로: 브래들리는 몰라도 리케는 드문 일이네. 그 아이는 성실하고, 연락은 제대로 하는데.
저에게도 메시지가 오지 않았는지…… 잠깐 볼게요.
스마트폰을 꺼내자 숨이 멈췄다.
……에…….
화면의 균열이 증가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2개였는데, 지금은 세세한 금이 4개가 달리고 있었다.
피가로: 이런, 꽤 너덜너덜해졌네.
저,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째서……. 상처가 날 타이밍은 없었는데…….
그대로 메시지 앱을 열어도 리케는 물론 브래들리에게서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그저 우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천천히 가슴에 퍼졌다.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침착하지 않은 마음으로 나는 일단 사무소로 돌아왔다. 피가로를 나는 보내준 후 다음 현장으로 향했다. 차의 방향제의 향기가 나의 겉옷에 희미하게 남아있다.
아, 전화……. 피가로다. 네, 여보세요?
피가로: 아키라? 내일 말인데,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서 드라마의 촬영에 얼굴을 낼 수 없게 됐어. 너도 내일 따로 촬영할 건 없고, 쉬지 않을래? 여기에 오고 나서 계속 일했으니까.
아뇨,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싶기 때문에 가능하면 현장에는 가고 싶어요. 피가로가 없는 현장은 처음이지만 슬슬 익숙해졌고요.
피가로: 성실하네. 의욕있는 후배가 생겨서 나도 콧대가 높아졌어.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
네, 고마워요.
전화를 끊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피가로의 목소리를 듣고 조금 마음이 진정되었다.
(응……. 내가 너무 지나치게 생각한 걸지도 몰라. 이래서는 안돼. 아무 일도 없고, 곧 촬영도 끝나고, 모두와 연락이 닿게 될 거야. 분명 괜찮아…….)
촬영도 막바지에 올라 오늘은 드디어 클로에와 라스티카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전 현장이 밀려 있는 라스티카를 기다리는 동안 레녹스가 살짝 우리에게 말했다.
시노와 연락이 안된다고요?
레녹스: 네. 게다가 오즈 씨도. 이 촬영도 큰 프로젝트니까, 전부 끝나면 모두와 식사를 하려고 초대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답장이 없어서…….
아키라 / 클로에: …….
무심코 세 사람이 얼굴을 맞춘다.
클로에: ……뭔가 이상하지 않아? 촬영이 끝난 사람들이 계속 연락이 안된다니……. 모두 바쁜 사람들이지만, 이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어.
레녹스: 리케와 브래들리와도 아직 연락이 안되고. 그때부터 나도 전화를 해봤지만 두 사람 모두 연결되지 않았어.
그런……. 마치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 같은…….
레녹스: …….
클로에: …….
뭔가 이상하다. 지난 며칠 느끼고 있는, 희미하게 가슴을 쓰다듬는 듯한 싫은 느낌. 우리 세 사람의 뇌리에 떠있는 것은 분명 같은 것이다. 배우를 잡아먹고, 납치하고, 각본에 정착하는…….
레녹스: ……어쨌든 촬영은 이제 막판이야. 여기까지 와서 멈출 수 없어. 게다가 프라이빗을 너무 많이 찾는 것도 좋지 않을 거야. 큰 현장 이후이므로 느긋하게 쉬고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
클로에: ……응, 맞아. 시노, 레슨 중에 스마트폰을 두 쪽으로 깨진 적도 있다고 했고, 그런 트러블이 생긴 걸지도.
스태프: 라스티카 씨 도착했습니다! 클로에 씨, 준비 부탁드려요!
클로에: 아……. 나, 이제 가야해.
레녹스: 미안해. 프로덕션 전에 불안한 이야기를 해서.
클로에: 으응, 괜찮아. 불안하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되지만, 이상하게 무섭지는 않아. 무엇보다 라스티카와 함께고. 아니, 라스티카는 아리아 씨의 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어쩌면 라스티카도 같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해. 분명 괜찮을 거라고. 그리고, 근거도 없는 어쩌면의 이야기지만…….
클로에는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고 얼굴을 올려 우리를 똑바로 본다.
클로에: 예를 들면 나와 라스티카가 이 후에 사라진다고 해도…… 분명 그것으로 끝이 아니야. 또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을 거야.
클로에…….
클로에: 저기 말이야, 계속 생각했는데 우리들 어디서 만난 적 있는 것 같지 않아?
저와 클로에가?
클로에: 맞아. 그리고 레녹스도.
레녹스: 나도?
클로에: 아닌가? 그렇다면 앞으로 만나게 될지도. 어딘가에서 또 이런 식으로 친구가 되어, 너희들의 옷을 잔뜩 만들고 큰 집에 함께 살기도 하고. ……라니, 아하하.
눈썹을 낮춘 클로에는 곤란한 것처럼 쓰라리게 웃는다.
레녹스: ……아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우리는 지금까지 연기를 통해 꿈 같은 이야기라고 불리는 것을 잔뜩 봐왔어. 그런 세계라도 우리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 뿐이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몰라.
……그렇네요. 분명 어딘가의 세계에서도 저희는 친구일 거예요. 아직 만나지 않았어도, 다시 만나서 친구가 되어요.
클로에: 응……! 물론! 그럼 나, 다녀올게!
아키라 / 레녹스: 다녀오세요.
붉은 머리가 손을 흔들듯이 흔들리고 똑바로 달려간다. 우리는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멀어지는 등을 보았다.
라스티카: 여어, 기다렸지.
클로에: 내 대사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라스티카: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했니? 아주 멋진 미소야.
라스티카: 클로에, 너를 보고 있으면 나는 항상 상냥한 기분이 돼. 너는 주위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상한 아이야.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도 마찬가지야. 항상 고마워. 정말 좋아해!
시계의 바늘이 오전 0시를 가리킨다. 지난 며칠, 광장에서의 연기가 화제가 되고 있는 탓인지 통행인 중에는 이미 두 사람을 눈치채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발소리와 시선이 오가는 중에 클로에와 라스티카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라스티카: '클로에, 상태는 어때. 신작은 완성되었어?'
클로에: '응…….'
라스티카: '……무슨 일이야? 그 디자인, 버리는거니?'
클로에: '응.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건 싸구려래.'
라스티카: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어?'
클로에: '조금. 하지만 당연한 일이야. 가난한 사람은 복식의 공부를 할 수 없어. 기본도 배우지 않은 즉흥적인 기술이라니, 팔릴 것 같나. 그렇게 참신한 것이 만들고 싶다면 이렇게 하라고……. 페인트를 칠하고 갔어.……보는 사람이나 입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는데. 네가 나에게 처음으로 사준 스카프의 파랑새처럼.'
라스티카: '클로에…….'
클로에: '그걸 위해 거리에 나와 힘내려고 했는데……. 나는 안되는 것 같아. 일부 들어왔던 주문도 그 평판을 듣고 철회한다고 했어. 나, 친가로 돌아가려고. 나에게는 역시 방치하는 작은 방에서 흐트러진 옷을 고치는 것이 어울려.'
라스티카: '기다려, 클로에. 실은 오늘 너에게 부탁이 있어.'
14화
라스티카: '포기하고 돌아간다는 쓸쓸한 말은 하지 말아줘. 하지만 너의 결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내 의뢰를 받아줬으면 해.'
클로에: '의뢰……. 라스티카가 나에게 일을?'
라스티카: '응. 결혼식의 옷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클로에: '에……?'
라스티카: '나의 턱시도와 나의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말이야. 그 뒤에 너의 미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클로에: '하지만……. 겨, 결혼식 의상이라니. 그런……. 평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것인데! 그런거, 나 따위에게 맡기면 안돼. 라스티카라면 좀 더 유명하고 좋은 걸 만드는 디자이너에게 부탁할 수 있잖아. 예쁘고, 멋지고, 귀엽고, 라스티카와 신부 씨에게 세계 제일로 어울릴 것 같은 옷을 만들어주는 사람에게 ……!'
라스티카: '그 디자이너가 너야, 클로에. 나는 네가 만드는 옷을 좋아해. 너의 예술은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너만이 만들 수 잇는 것이니까. 다른 누군가가 가치를 붙인 것보다, 너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것이야. 그러니까 믿어줘. 결혼식에 너도 초대하고 싶고, 모두의 앞에서 소개하게 해줘.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세계 제일의 디자이너라고.'
클로에: '……윽. ……. ……정말이지, 너무 무겁잖아. 하지만, 고마워.'
클로에가 얼굴을 찡그릴 때 바람이 지나가 거리를 물들이는 밤의 벚꽃을 흔들었다. 팔랑팔랑 꽃잎이 내린다. 그것을 비처럼 받으면서 뺨을 눈물로 적신 클로에가 눈을 가늘게 떠 라스티카와 이마를 맞춰 웃었다. 모니터를 둘러싸고 있던 스태프들로부터 큰 박수가 보내지고 …… 두 사람의 장면은 무사히 막을 닫았다. 눈앞의 맑은 광경과는 다르게 나는 가슴이 불안하게 울리는 감각이 들었다. 무서운 마음으로 스마트폰에 눈을 뗀다.
(아…….)
액정에 새로운 상처가 두 개 늘었다. 바람에 떠들썩한 밤의 벚꽃처럼 가슴이 뛰고 있다.
(이 상처, 설마…….)
내 동요를 뒤로 하고 현장에서는 촬영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어 레녹스의 차례가 온다. 작중에서는 마지막에 남는 것은 레녹스와 피가로다. 그들에게는 지금까지 2인 연극이 아니라, 각각 같은 시간에 혼자 연기를 연기하는 전개가 준비되어 있다. 한쪽이 교체를 풀면 다른 한쪽도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으로. 하지만 배우로서 자신을 되찾는 수단을 상대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야기 속의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지 않고 동시에 연기하는 길을 선택했다.
레녹스: 아키라 씨.
레녹스…….
레녹스: 이제 벚꽃이 흩어지고 있어요.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은 시간이었네요.
레녹스는 나에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꽃잎이 붙은 것 같았다. 쓰다듬듯 머리를 부드럽게 건드리자 벚꽃이 떨어진다. 그 상냥함마저 지금의 나에게는 아프다.
레녹스: 불안한 얼굴을 하지 말아주세요. 클로에가 말한 것처럼, 저도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약속합니다.
손가락을 나누는 눈빛은 온화하고, 흔들리지 않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그의 소매를 당기고 싶어지는 기분을 입술을 씹으면서 뒤로 미뤘다.
……다녀오세요.
레녹스: 네, 다녀오겠습니다.
나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레녹스는 촬영으로 향했다. 어째서일까. 도시에는 시끄러울 정도로 불빛이 반짝이고 있는데, 오늘 밤은 별의 빛이 잘 보인다. 그의 목적지를 비추는 듯이.
레녹스: '또 비인가 ……. 우산을 가지지 않고 나온 것은 실수였네. ……웅덩이에서 개구리가 튀고 있어. 보라색 개구리라니, 신기한걸.'
레녹스: '……? 깜짝 놀랐어. 너, 말할 수 있구나. 개구리에게 말을 걸린 건 처음이야.'
지금까지의 두 사람의 연기와는 다르게 무언가를 얹은 손바닥에 레녹스는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맑은 밤하늘에는 당연히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주위에만 튀는 빗방울이 보이는 것 같았다.
레녹스: '그래서……. 나에게 부탁이란? 이 앞의 정원까지 데려다줬으면 한다고? 아아, 과연. 거기서 친구와 만나는구나. 그래서 서두르고 있었던 건가. 아무리 뛸 수 있다고 해도, 개구리의 다리로는 힘들겠지.'
레녹스: '……엄청 기다리게 했으니까 화낼지도 모른다고? 얼마나 늦었는데?'
레녹스: '……그렇구나. 그 친구가 어떤 녀석인지, 나는 모르겠지만…… 분명, 용서해주지 않을까. 백년 떨어져 있어도 만나고 싶은 친구니까.'
레녹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어. 아직 재회하지 못했지만, 만약 언젠가 만날 수 있다면…… 또, 그때처럼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같은 시간을 보내며 웃을 수 있을까. ……아니, 이건 호화스러운 고민이네. 그 사람이 살아있기만 한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해.'
레녹스: '……미안해. 친구와 만나야했지. 서두르자. 하지만 하나만 말하게 해줘.'
레녹스: '비록 만나는 장소에 너의 친구가 없어도, 슬퍼하지 말아줘. 지금의 너처럼 지각을 할지도 모르고, 오지 못할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 나도 오랫동안 여행을 해왔고 지금도 아직 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말아줘. 또 만나고 싶다는 마음과 그 사람을 믿는 마음이 있다면 살아갈 수 있어.'
레녹스: '……너의 여행에 행복이 있기를.'
행복하게 속삭이듯 웃으며 레녹스의 한 연극은 마무리되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늘고 따뜻한 비가 보는 사람의 모든 마음에 내린다. 만뢰의 박수가 그를 찬양했다. 멋진 연기에 나도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하지만 레녹스의 끝을 고하듯이 스마트폰의 화면은…….
…….
(또 상처가 늘었어…….)
사무소로 돌아온 뒤에도 가슴의 잔물결은 계속되고 있었다.
(클로에도 라스티카도 레녹스도, 오늘로 올업을 맞이했어. 남은 것은 나와 피가로 뿐…….)
사쿠 쨩: …….
사쿠 쨩…….
이쪽으로 다가온 사쿠 쨩을 안아 무릎에 앉힌다. 평소라면 기분 좋은 무게와 체온을 느끼고 치유됐을텐데, 오늘은 기분이 흔들리고 침착되지 않는다. 가슴의 소란이 가라앉지 않은 채 상처투성이의 스마트폰을 잡는다. 빛나는 보름달 화면에 일곱 개의 균열. 마치 달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피가로…….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만나고 나서 쭉 함께 있던 탓인지 그의 모습을 하루만 보지 못한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불안하다.
(오즈에게 메일을 보내봤지만, 회신은 오지 않았어. 시노도…….)
브래들리와 리케는 아직 연락이 되지 않는다.
클로에들, 뭘하고 있으려나……. 아, 맞다. SNS…….
앱을 열고 클로에의 계정을 확인한다.
(……어제 날짜에 멈춰있어. 분명 매일 갱신되고 있었지……? 오늘의 투고가 아무것도 없다니……. 곧 날짜가 바뀌는데.)
가슴의 소란은 점점 커진다.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싶어서 나는 레녹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콜음이 계속 날 뿐, 연결되지 않는다.
(받지 않아……. 어째서……?)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린다. 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피가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호출 후 연결된 소리가 들렸다.
다행이다! 피가로, 저기…….
자동 응답기 서비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사용하시는 분은…….
……그런…….
(밤늦게까지 일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 시간이라면 끝났을텐데…….)
……피가로……!
참을 수 없게 되어 나는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
잡담 속에서의 그의 모습을 찾는다. 모두가 점심을 즐긴 카페. 둘이서 심야에 몰래 먹은 라멘집. 병합을 선택한 역 앞의 양과자집. 떠오르는 장소를 수중에 둘러싸고 돌았다.
(없어……. 어디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데 찾고 있는 얼굴이 발견되지 않는다. 가는 곳이 사라지고 방황하는 거리는 소리가 넘치고, 활기차고, 눈부신데 외롭다.
하아, 하아…….
숨을 내쉬고 다리를 멈춘다. 흠뻑 젖은 발밑에 찢어진 짙은 꽃이 떨어졌다. 얼굴을 올려보니 가로수의 벚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 벚꽃이…….
촬영은 거의 끝나고 떠나는 것은 내일 아침으로 예정되어 있다. 주연의 피가로의 장면 뿐이다. 그 크랭크 업을 눈앞에 두고 만개였던 벚꽃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
( ……피가로는 처음부터 부드럽고, 상냥하고, 믿음직했어. 그가 항상 옆에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세계에서도 안심할 수 있었어.)
걸어주는 말은 따뜻하고, 지켜지고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15화
하지만 동시에 잡히지 않고 어딘가로 훌쩍 가버릴 것 같은 기척도 느끼고 있었다.
(아침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무실에 돌아와 촬영을 하러 갈지도 몰라. 오늘 일을 말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며 분명 웃으면서 이야기하겠지.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소용돌이치는 불안이 끝없이 부풀어 오르고 분쇄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작품에는 마물이 살고 있다고 하거든. 연기하는 사람의 마음에 조금씩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언젠가 물어버리는…….' 몇 번이나 머리에서 반복되는 소문이 불길한 그림자를 감싸면서 쌓아간다.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끌려간 것처럼.
(설마……. 모두 마물에게 먹혀버린 건 아니겠지……. 그리고, 지금 나 자신도……?)
순식간에 나쁜 상상을 털어놓고 인파를 거꾸로 돌아가면서 밤의 거리를 걸어갔다. 어디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달리고 있는 동안 교차로에 도착했다. 거리를 내려다보는 수많은 거대한 비전. 굉장한 간판과 네온의 무리. 신호가 바뀔 때마다 흘러넘치는 인파. 그 중간에 익숙한 뒷모습이 있었다. 그날 처음 그를 만난 교차로. 그 장소에서 나는 그의 이름을 큰소리로 외쳤다.
……피가로!
목소리가 닿아 등이 천천히 되돌아 간다.
피가로: 어라, 불렀어?
돌아본 피가로는 김이 빠질 정도로 평소대로였다. 어깨로 숨을 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서도 가만히 있다.
……하하. 아하하. 뭐야, 다행이다…….
나쁜 꿈에 깨어난 것처럼 전신에서 힘이 빠진다. 안도의 마음으로 손을 뻗자 피가로는 그 손을 잡아주었다.
피가로: 아아, 드디어 찾았다.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그건 제 대사라고요. 연락도 안되고, 도대체 이런 시간까지 어디에 있었나요?
피가로: 어디에도 가지 않아. 나는 여기에 있잖아. 혹시 나를 찾아주고 있었어?
그렇게 묻는 피가로는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은 표정이기도 했다.
피가로……?
피가로: 나도 너를 찾고 있었어. 조금 더 빨리 오면 좋았을걸. 혼자서 불안했지? 미아가 되는 건 불안하니까.
피가로: 누군가의 모방을 하고, 누군가를 연기해도, 쓰는 가면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돌아가는 길이 생기지 않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세계는 넓고, 쓸어버릴 정도로 사람이 있는데 거처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걸 찾았어.
사려깊은 눈동자는 마치 유구한 때를 사는 마법사 같았다. 피가로가 내일 촬영으로 어떤 연기를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장소는 심야의 역 앞. 대형 모니터 아래. 나는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고 그가 속삭이는 잔물결같은 말에 빨려들어간다. 그가 작품의 마지막에 연기했을 터인, 자신에게 돌아가기 위한 혼자만의 연극을 지켜보듯이.
피가로: 한 번 헤매이게 되면 돌아가기 힘들어. 어두운 밤길에 불을 갖고 싶어지듯이, 길을 잃으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해. 그러니까 제대로 손을 잡고 있어줘. 놓치지 않도록…….
나의 손을 감싸는 피가로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푹신푹신한 향은 벚꽃과, 조금 짙은 허브와, 약품의 향기.
피가로: 맞이하러 왔어, 현자님.
현자……?
이상한 색의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피가로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미끄러졌다. 쨍그랑. 낙하한 충격으로 균열 투성이의 대기 화면이 소리를 내고 마침내 꺠진다. 달과 밤의 벚꽃에 물들인 교차로의 이미지……. 그것은 우리가 서있는 곳이었다.
강한 바람이 굉장한 소리를 내며 불어간다. 흩어져있던 벚꽃의 꽃잎이 춤을 춘다. 그것에 감싸지듯이 시야는 서서히 하얗게 흐려져 갔다.
???: ……. 아키라……!
……으음…….
피가로: 아아, 다행이다. 아키라, 눈이 뜨였어?
피가로……? 어라……. 교차로가 아니야……?
클로에: 교차로?
레녹스: 받으세요, 아키라 님. 물입니다. 마실 수 있겠나요?
그곳은 익숙한 마법관의 나의 방이었다. 피가로와 클로에, 레녹스가 걱정스럽게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다. 순식간에 몸을 일으키자 라스티카와 시노, 리케, 오즈와 브래들리의 모습도 있었다.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아키라 님. 기분은 어떠신가요?
시노: 드디어 일어났네, 아키라.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걱정했다고.
리케: 아키라 님, 괜찮으신가요? 어딘가 아프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하지는 않나요?
……으음, 아마도……? 그, 저기, 저 자고 있었나요?
브래들리: 그런게 아니라면 왜 침대에 있겠냐. 아직도 멍 때리고 있네, 아키라.
오즈: 역시 아키라에게는 효과가 너무 강했다.
피가로: 아니, 그렇게까지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크리스탈. 내가 진료소에서 가져온 이 마법 도구를 기억해?
피가로는 수중의 작은 상자를 기울여 보였다. 작은 상자 안에는 벚꽃을 줄인 것 같은 주홍색 꽃이 피고 있다.
피가로: 꿈의 상자 정원. 이 꽃에서 나온 꿀로 약을 만들 수 있어. 그것을 누군가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시고 나서 잠들면 그날 밤 꿈속에서 만날 수 있지. 보는 꿈의 내용은 각자 다르지만.
꿈속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조금 전, 제가 보고 있던 건…….
클로에: 응. 재미있어 보여서 모두 마셨어! 하지만 아키라만 잠든 채 일어나지 않아서…….
레녹스: 저희가 꿈에서 빠져나간 후에도 혼자 남아버린 것 같아서요. 인간이나 마력이 약한 마법사에게는 수면제같은 효과를 발하는 일도 있다고 했으니, 그 영향인 것 같습니다.
피가로: 원래는 진찰이나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니까 몸에는 해가 없고, 시간이 지나면 깨어나겠지만……. 의사니까 역시 내버려둘 수 없어서. 내가 가져온 책임도 있고. 그래서 꿈 속의 너를 맞이하러 갔어.
그, 그런 일이……! 죄송해요. 폐를 끼쳐서.
오즈: 너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피가로의 마법 도구와 약의 조합 탓이지.
피가로: 미안하다니까. 미안해, 아키라.
아하하, 괜찮아요. 맞이하러 와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안심했어요. 꿈속에서 모두가 잇달아 없어져버려서 불안했으니까…….
피가로: 깨어난 사람은 꿈에서 나오게 되거든. 처음에는 누구였어?
브래들리와 리케요. 브래들리가 일찍 일어나다니 드문 일이네요.
브래들리: 재채기로 깨어났어. 북쪽 끝까지 날아가서 지금 막 돌아왔다.
리케: 저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게다가 기도를 하기 위해 아침에는 자연스럽게 깨어나요.
시노: 나도 매일 달리기나 단련을 하니까 아침에는 빨리 일어나. 오즈도 어제는 자고 있었나?
오즈: 조금 뿐이다. 모두와 약의 효과를 시험하자고 리케에게 재워졌다.
리케: 밤에 안심하고 잠들 수 있도록 결계를 강화하는 수업도 실시했어요. 오즈가 잘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레녹스: 저는 평상시는 빨리 일어납니다만…… 오늘은 깨어나는 것이 늦었습니다. 마력이 그다지 강한 편이 아니라서 약에 져버린 걸지도.
클로에: 나도 그런 것 같아! 라스티카는 평소대로지만.
라스티카: 그랬나? 그랬을지도.
피가로: 꿈속에서 깨어난 시간과 이탈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거야. 상당히 깊게 자고 있었던 것 같기 때문에 너를 찾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려버렸지만……. 꿈은 어땠어? 아키라. 즐거운 꿈은 볼 수 있었을까.
꿈에서 보던 광경이 페이지를 넘기듯이 눈꺼풀 위에 되살아난다. 똑같지만 다른 그들과 보낸, 긴 것처럼 짧은 꿈 속의 나날.
……엉망진창인 일도 있었지만 매우 멋진 꿈이었다고 생각해요. 꿈 속에서 여러분들은 배우 씨였어요.
오즈: ……배우?
리케: 저희가?
라스티카: 그거 흥미로운걸. 저희는 어떤 배우로 어떤 연기를 하고 있었나요?
클로에: 꿈 속에서 함께 연기한 건가. 모두 함께 공연이라도 했어?
시노: 이 인선이라면 누가 주연을 맡았지? 히스도 없고, 맡을 사람이 없잖아.
브래들리: 바보 같은 녀석. 여기 있잖아. 좋은 남자인 내가 주역인 것으로 정해져있다.
으음, 이번 주연은 피가로였어요. 준주연은 클로에와 레녹스로…….
피가로: 에, 그래?
클로에: 거짓말. 내가 준주연? 의상계가 아니라?
레녹스: 저도……. 몸을 쓰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런 대역이라니.
리케: 저는 어떤 역할이었나요? 오즈는 제대로 대사를 말할 수 있었나요?
시노: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말했어?
피가로: 자자, 그만. 아키라는 방금 일어났으니까. 응?
튕긴 목소리에 둘러싸여 피가로의 눈동자가 친근하게 가늘어진다. 어른스러운 미소는 부드럽고, 멀어지는 날들을 자극하도록 어째서인지 조금 그립다.
괜찮아요. 저도 기억하고 있는 동안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잔뜩 있어요.
미소 짓도 모두에게 몸을 내밀자 사쿠 쨩이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부드러운 꿈의 온도가 갑자기 가까워진 것 같은, 푹신한 것 같은, 마음의 어딘가를 간지럽히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것을 가슴 안에서 쓰다듬으면서 숨을 내뱉었다.
피가로가 손에 든 작은 상자에서는 살짝 벚꽃과 비슷한 향기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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