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는 당신과 1화
미스라: '아르시무'
담담하게 외워진 주문이 울림과 동시에 거대한 마물의 목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남은 몸통 분들은 잃어버린 목을 찾듯이 몇 번 흔들린 뒤에 차가운 소리를 내며 돌로 변해갔다.
(너, 너무 빨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미스라: 대단한 마나석이 아니네요. 그냥 송사리예요.
수고하셨어요, 미스라. 이제 의뢰는 끝이에요.
오늘은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발생한 흉악한 마법생물을 퇴치해 달라는 의뢰였으므로, 북쪽의 마법사들 모두가 토벌하러 왔는데 미스라 혼자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쉽게 쓰러뜨려 버렸다.
스노우: 역시 미스라쨩이구먼. 눈 깜짝할 사이였네.
화이트: 미스라쨩은 마법사의 에이스니까!
그렇네요……. 정말 한순간에 끝나버려서 놀랐어요.
오웬: 그럼 이런 재미없는 토벌은 전부 미스라한테 시켜.
브래들리: 미스라 한 명이라도 금방 끝나잖아. 일일이 우리 부르지 말라고.
죄송해요……! 설마 이렇게 빨리 끝날줄은 몰랐어서…….
미스라: 확실히 수족은 필요 없겠네요.
브래들리: 아아?
미스라: 사실이잖아요.
오웬: 그렇게 돌이 되고 싶다면 내가 죽여줄게. 미스라의 돌이라면 먹어도 되니까.
미스라: 당신은 제 돌을 먹을 수 없어요. 저보다 약하니까.
스노우: 확실히 지금의 오웬의 힘으로는 미스라에게 복수당할 것 같구먼.
화이트: 오웬도 브래들리도 마법사의 에이스 자리를 뺏기 위해 힘내는게야.
(……스노우와 화이트의 말대로 미스라는 틀림없이 마법사의 에이스다. 그가 강하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그것 의외에는 모르겠단 말이지.)
미스라와 조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식당에도 없네. 점심시간인데…….
미스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오즈 다음으로 강한 마법사로 식성이 독특하며 잠을 못 이루는 상처를 입고 있다는 것. 그리고 루틸과 미틸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 뿐이다.
(좀 더 친해지면 미스라에 대해 더 잘 알게 될까……)
오웬: 저기, 현자님.
왓, 오웬! 갑자기 왜 그러세요?
오웬: 새로운 마법사를 소환하기 위한 의식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거야. 걔네들 분명, 미스라에게 살해될테니까.
살해당해……?! 잠깐만요, 대체 누가?!
오웬: 탑에 가봐. 재밌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잘 모르겠는 당신과 2화
죄송합니다!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는데요!
루틸: 현자님, 좋은 때에 와주셨어요.
미틸: 미스라 씨가 놔주지 않는다구요!
미스라: 시끄럽네... 가만히 있어주세요.
(루틸이랑 미틸이 고양이처럼 목덜미를 잡히고 있어……?)
피가로: 여, 현자님.
피가로, 레녹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요?
레녹스: 넷이서 남쪽나라로 가려고 했는데, 미스라가 그걸 막으러 왔어요.
미스라: 놓을 리가 없잖아요. 제가 보지 못하는 곳에 가는 것은 곤란해요. 당신들 약하니까.
(그런가. 오웬은 약속을 모르니까 루틸들이 습격당하는 줄 알았구나……)
루틸: 미스라 씨, 놔주세요. 오늘은 남쪽 나라 모두 당일치기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묘소에 갈거예요.
미스라: 묘소따위는 아무래도 좋아요. 게다가 당일치기라도 제 눈에 닿지 않게 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요.
레녹스: 그렇다면 우리 대신 미스라가 따라가는건 어때?
미스라가, 말인가요?
레녹스: 두 사람이 걱정된다고 하니까, 대안이에요.
피가로: 확실히 구름의 거리는 여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후에도 탑에서 잠시 빗자루로 이동해야해. 산을 넘어야하고 위험할 수도 있어.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 자, 당장 가서 빨리 돌아와요.
루틸: 에에?! 잠깐 미스라 씨!
미틸: 우왓! 레노 씨, 피가로 선생님, 다녀오겠습니다!
피가로: 응, 다녀와. 맞다, 괜찮다면 현자님도 다녀오지 않을래?
저도요?
피가로: 현자님은 언제나 마법사의 의뢰에 대응해주거나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남쪽 나라에서 피로를 풀고 와.
에,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한순간에 구름거리에 도착했다……. 미스라의 공간의 문은 정말 편리하네!)
주민: 어이, 또 사람이 나왔어!
루틸: 어머! 현자님도 오셨군요. 여러분, 이쪽은 현자님과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 씨예요. 마법서에서 같이 살고 있는 소중한 동료랍니다.
주민: 아아, 현자님과 다른 나라의 마법사씨인가! 루틸이랑 미틸도 모두 마법서에서 잘 지내고 있구나. 안심이야.
(모두, 미스라가 북쪽 마법사인걸 알아도 친절하다……. 마법사에게 편견이 없어서일까.)
루틸: 현자님, 미스라 씨. 저희는 이제 묘소에 갈건데 괜찮으시다면 두 분도 함께 가지 않겠나요?
미스라: 안 가요.
잘라버리듯 대답한 미스라는 어딘가 여느 때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 모르겠는 당신과 3화
(미스라, 무슨일이지……. 평소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
……모처럼이지만 저도 사양할게요. 오늘 루틸이랑 미틸 둘이서 부모님과의 시간, 소중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저는 남쪽 나라를 천천히 둘러보고…….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 이따가 데리러 올게요. 이상한 것은 절대 건드리지 마세요.
우왓, 미스라?!
갑자기 나타난 공간의 문에 미스라가 내 손을 억지로 끌고 들어간다.
……여긴 티코 호수? 왜 갑자기 여기로?
미스라: 글쎄요. 가고 싶은 기분이었어서.
과, 과연……. 이곳은 루틸과 미틸의 부모님의 추억의 장소였죠.
미스라: 하아.
……그, 그러고보니 전에 여기서 인어를 봤거든요.
미스라: 헤에…….
(완전 건성이네.... 하지만 뭐지?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미스라: …….
에?! 미스라, 갑자기 왜 그러세요! 기다려주세요…… 우왓, 깊다?!
(이렇게 깊다니……. 위험해, 빠진다!)
가라앉던 몸이 기세등등하게 끌어올려진다. 가장 먼저 시야에 비친 것은 미스라의 눈동자였다.
미스라: 뭐 하고 있는거에요.
콜록……. 죄송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미스라야말로 갑자기 뛰어들다니 무슨 일인가요.
미스라: 당신이 인어가 있다고 해서 잡아서 저녁이나 먹을까 하고.
에, 먹는건가요, 인어…….
미스라: 맛있어보여요.
어, 어떨까요…….
미스라: ……어째서, 당신은 뛰어들었어요?
어째서? 에, 아마…… 미스라를 도우려고?
미스라: 도와? 저를, 당신이?
네…….
두 눈을 깜빡이던 미스라는 직후 소년처럼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었다.
미스라: 아하하. 나를 돕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당신 정도 밖에 없는거 아닌가요.
그런 거…….
미스라: ……뭐, 고마워요. 물에 빠진 쪽은 당신이지만.
우우, 죄송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스라: 이 정도는 쉬운 일이에요.
루틸: 어머, 두 분 다 젖으셨잖아요!
미틸: 감기 걸려요! 지금 수건을 빌려 올게요.
미스라: 금방 마르니까 필요없어요. 그것보다 볼일이 끝났으면 돌아가죠.
루틸: 정말, 미스라 씨는 제멋대로라니까……!
(……역시 미스라에 대해 잘 몰라.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앞으로 더 알아가고 싶어.)
미스라: 자, 당신도 돌아가요. 귀찮으니 눈길이 닿는 곳에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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