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시노: 히스. 베스파한테 무슨 이야기 들었어?
히스클리프: 아아. 해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희미하게 알게 되었어. 베스파. 이건 드래곤?
베스파: ……! ……!
히스클리프: 이쪽이 인어들이고……. 이쪽이 인어들을 가둬놓고 지배하고 있는 발타자르?
베스파: ……! ……!
시노: 과연. 이 발타자르라는 녀석에게 인어의 절반이 감금되어 있는 건가. 드래곤은 동료였지만 발타자르가 나오니 저쪽 편이 됐다고.
베스파: ……! ……!
시노: (북쪽 마법사와 드래곤 퇴치인가. 내 공을 세울 때다. 팔이 울리네. 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각국의 선생님 역도 평소와 같지 않고 북쪽의 마법사도 없어. 그렇게 되면 화력이 있는 것은 나와 아서와 네로……. 다음으로 카인인가. 잘못하면 이 싸움은 나에게 달린 걸지도 몰라…….)
시노: (나중에 마법사 시장에 가서 만반의 대비를 해두자……. 바다에는 무엇이 필요하지? 레녹스……. 마력이 약해도 강한 녀석이니까 무사하겠지만……. 샤일록이나 쌍둥이도…….)
히스클리프: 이 발타자르라는 사람, 얼굴만 그린게 무슨 의미가 있어?
시노: 귀찮아서 그런 거겠지. 내가 몸을 그릴게.
베스파: ……! ……!
시노: 아얏! 아야! 뭐야, 화내지 마. 낙서가 아니라고.
파우스트: 베스파에게 이야기는 들었나?
히스클리프: 선생님! 네. 대충은.
파우스트: 알았어. 요약해서 나에게 설명해주지 않을래? 피가로에게 상담하러 갈 테니.
히스클리프: 알겠습니다. 시노, 베스파. 잠깐 다녀올게.
시노: 아아.
베스파: …….
시노: ……너. 계속 히스를 보고 있네.
베스파: …….
시노: 안돼.
베스파: ……?
시노: 히스는 상냥하고 예쁘지. 동경하는 마음은 알지만…… 저 녀석은 대귀족의 아들이다. 머지않아 이 성보다 더 큰 성을 잇게 될 거야. 나나 너 같은 이상한 녀석이 따라다니는 건 사실은 안돼.
베스파: …….
시노: …….
시노: ……역시 지금 건 못 들은 걸로 해 줘. 너는 히스를 좋아해도 돼. 응원하지.
베스파: ……! ……!
시노: 뭐야. 뭘 그렸어? 이건…… 나?
베스파: ……!
시노: 이쪽은 너?
베스파: ……!
시노: 이건……. 아하하. 뭐야 이거. 이상해. 나도……. 너도……. 이상…… 하지 않아…….
베스파: ……!
시노: 나도 너도……. 히스도 똑같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베스파: ……! ……!
시노: ……그런 거지, 베스파. 고마워…….
네로: 성 안도 소란스럽네…….
보르다 섬의 하인: 공주님……. 성주님! 섬 사람들이 성으로 몰려들어 성문 부근이 혼란스럽습니다.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디안: 알아! 시간을 줘!
보르다 섬의 하인: 아까도 그렇게 말씀하셔서…….
보르다 섬의 하인: 디안 님……! ……아아…….
네로: 왜 그래. 지금 이 성의 성주님이지?
보르다 섬의 하인: 혀…… 현자의 마법사님……. 사실 상공 길드 사람들과 섬 사람들이 이변을 두려워하여 성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성주님께 판단을 부탁드렸습니다만, 지시가 없어서…….
네로: 섬 사람들도 걱정이겠지. 너무 기다리게 하면 오히려 불안을 부추길 거야.
보르다 섬의 하인: 말씀하신 대로……. 역시 울보 디안이라 불린 공주님에게는 성주의 역할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아닌지…….
네로: 울보 디안?
클라우디아: 안돼요. 손님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보르다 섬의 하인: 네…….
클라우디아: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디안과는 제가 이야기해보죠.
네로: 그렇네.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나중에 들려줘.
파우스트: 피가로.
피가로: 파우스트…….
파우스트: 레녹스의 육체에 간섭하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았다. 북쪽의 마법사 발타자르. 아마도 '거대한 재앙' 이 접근했을 무렵 이 바다에 나타난 거겠지. 인어들을 지배하여 섬 사람들을 드러나게 하고 있었다. 때로는 드래곤도 사역해. 샤일록과 적대했던 과거도 있었다고 하던데……. 피가로?
피가로: ……아아. 듣고 있어.
파우스트: 레녹스가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니까? 당신의 친구가 말이야. 나는 해저로 향할 거야. 드래곤을 상대로 승산은 없지만, 레노의 목을 빼앗길까보냐.
피가로: 그렇지…….
파우스트: ……그렇지?
피가로: 아, 아니! 진지하게 듣지 않은 게 아니야. 생각을 좀 하느라…….
파우스트: ……이쪽이야말로 미안해. 스노우도 이렇게 되니 심로가 겹쳤을 텐데.
피가로: 파우스트……. 너의 소중한 종자가 조종당해서 상당히 화가 났겠지.
파우스트: 당연해. 갈기갈기 찢어주겠어. 레녹스는 지금은 더 이상 나의 종자는 아니지만…… 그보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자는 없어. 너는 그를 이기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화가 나지는 않나?
피가로: …….
파우스트: 피가로?
피가로: 그…….
파우스트: 피가로 님.
피가로: 네.
파우스트: 제 눈을 보세요.
피가로: 네…….
파우스트: 왜 눈을 내리까시나요? 왜 말을 하다가 마시는거죠?
피가로: …….
파우스트: (이 사람……. 옛날에는 위엄이 넘쳤지만 지금은 이런 연약한 얼굴을 하는구나…….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인 건가.)
피가로: ……나 때문이야.
파우스트: 당신의 탓……?
피가로: 정확히는 나와 오즈 때문이야. 발타자르는 우리에게 세력권을 빼앗기고 서쪽으로 추락했다. 그때 샤일록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지금은 레녹스에게 폐를 끼치고 있고.
파우스트: …….
피가로: 그를 끌어들이게 해서 미안해.
파우스트: 그렇다면 발타자르를 알고 있구나.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도.
피가로: 아아. 옛날 일이지만.
파우스트: 알려줘. 당신은 아침까지 스노우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잖아.
피가로: 기다려……. 상대는 북쪽의 마법사야. 드래곤도 사역하고 있어. 드래곤과 싸울 생각인가?
파우스트: 레녹스와 샤일록이 위험해. 북쪽의 마법사들이 돌아와준다면 고맙겠지만 …….
피가로: ……어떠려나 ……. 내가 미스라에게 말을 조금 그렇게 해서…….
파우스트: 말을 조금 그렇게 했다니? 뭐를?
피가로: …….
파우스트: ……왜 입을 다무는 거야. 발타자르에 대해서도 왜 바로 이야기해주지 않았지? 레노를 돕고 싶지 않아? 그 밖에도 아직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있는 건가?
피가로: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계속…… 마주보는 것에서 도망쳐 왔어. 과거의 자신에게서.
파우스트: ……나는 아직 도망가고 있어.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피가로: ……책망하지 않는 건가?
파우스트: 북쪽 나라는 삶의 방식이 달라. 그 긍지 속에서 살아본 적 없는 나에게 책망받을 일이 아니야. 그저…….
피가로: 그저?
파우스트: 루틸이랑 미틸과 이야기 좀 해 줘. 레녹스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어. 사과가 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피가로: 그렇네 …….
파우스트: 레녹스는 ……. 네 친구는 내가 데리고 오겠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피가로: 파우스트, 기다려. 혼자 갈 거라면 말릴 거야. 너는 지금 냉정한 상태가 아니야. 모두와 함께 가.
파우스트: ……나는 냉정해.
피가로: 냉정하지 않아. 재회하고 나서도 너는 입이 나빠져서 죽이겠다느니 저주하겠다느니 하는 말을 자주 했지만…….
파우스트: 죄…… 죄송합니다.
피가로: 아까 갈기갈기 찢어버린다고 한 것은 진심이었어. 머리에 피가 오른 거야.
파우스트: …….
피가로: 지금의 레녹스는 너만의 것이 아니야. 모두의 동지지. 아무리 위험해도 그를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어. 네 동료나 네 학생들을 의지해. 나도 루틸이나 미틸에게 그렇게 이야기할게. 나 때문에 귀찮게 해서 미안. 힘을 빌려줘.
파우스트: ……알겠습니다. 충고 감사드립니다.
피가로: 나야말로 고마워.
피가로: 파우스트……. 바다에는 별로 좋은 기척이 나지 않아. 부디 조심해.
파우스트: 알겠습니다. 그런데 피가로 님. 폭풍이 그친 후의 바다를 보셨나요? 달의 길이 나있습니다.
파우스트: 분명, 승리로 이끌어 줄 거예요.
리케: 무슨 일인가요, 오즈. 중앙의 마법사들을 모아서. 샤일록과 레녹스를 돕는 작전 때문인가요?
오즈: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아서: …….
오즈: 예전에 나와 적대했던 발타자르라는 북쪽의 마법사가 있었다. 그자는 돌이 된 줄 알았는데, 미처 끝내지 못했어. 발타자르는 레녹스의 몸을 이용해 샤일록을 해저로 끌고 갔다. 발타자르를 따르는 드래곤이나 인어들도 있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손으로 매듭지어야 해. 하지만 지금의 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
카인: 현자님이 있어도?
오즈: ……현자는 드래곤을 친구라고 했다.
리케: 저 하늘을 날던 드래곤 말인가요? 역시 나쁜 드래곤은 아니었군요.
오즈: 나쁜 드래곤?
리케: 섬의 사람이 드래곤에게 습격당하자 무서워했어요. 현자님의 친구라면 좋은 드래곤이겠죠?
오즈: 선악은 말하지 않는다. 드래곤은 스노우를 죽이려고 했어. 스노우들은 드래곤의 형제를 죽였다.
리케: ……그런…….
오즈: 하지만 현자는 친구라고 불렀다. 친구를 잃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서: 오즈 님…….
오즈: 너도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던 토끼를 친구라고 부르면서 울었었지…….
아서: 말씀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오즈 님의, 옛날 일을…….
오즈: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나 알려지고 싶지 않은 것이 많아. 하지만…… 너희들을 끌어들이는 이상 모른 척 할 수는 없어. 아서, 카인, 리케. 너희들을 끌어들이게 해서 미안하다.
아서: 오즈 님…….
오즈: 아서, 카인. 발타자르의 지배로부터 레녹스를 해방시키고 샤일록을 구출한다. 도와줄 수 있겠나?
아서: 네!
카인: 물론이야. 열심히 협력하지! 오즈……. 네가 도와달라고 하다니. 영광이야. 고마워.
오즈: 믿음직스럽군. 리케. 너는 이 성에 남아있도록.
리케: 하지만…….
오즈: 피가로와 스노우도 섬에 남을 것이다. 미틸도 그럴 수도 있어. 아까 보르다 섬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나?
리케: 네……. 보르다 섬의 남쪽 끝에 있는 산마루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고 해요. 저도 미틸이랑 루틸과 함께 봤어요. 섬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오즈: 우리가 해저로 향하는 도중 보르다 섬이 노려질 가능성이 있다. 스노우의 치유를 계속하는 피가로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어.
리케: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 때는 저희가 이 섬의 사람들을 지키면 되는 것이죠.
오즈: 부탁해도 될까?
리케: 네.
오즈: 원래대로라면 너 같은 나이 어린 마법사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다. 리케. 불안한가.
리케: 조금은…….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제대로 이야기 해주셔서 고마워요. 당신이 숨김없이 이야기를 하고, 저의 힘을 필요로 한다면…… 저에게는 언제든지 당신을 도울 용의가 있습니다.
리케: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당신이 제대로 말해준다면…… 아무리 힘든 역할이라도 저는 해낼 수 있어요.
오즈: 리케…….
리케: 왜냐하면, 그것 때문에 저는 이곳에 있으니까요.
오즈: 미안하다.
리케: 고마워로 괜찮아요. 고맙다고 해주세요.
오즈: 고마워.
리케: 에헤헤.
리케: 아서 님, 카인. 힘내서 샤일록과 레녹스를 구해주세요. 저는 여기서 응원하고 있을게요!
아서: 아아!
카인: 맡겨줘!
미틸: 레노 씨가 나쁜 마법사에게……?
피가로: 그래……. 몸을 빼앗기고 말았어. 샤일록도 그놈에게 납치당해서 지금은 행방이 묘연해.
루틸: 그런……. 샤일록 씨가…….
피가로: 그 마법사란 옛날에…… 조금 여러가지가 있어서. 나를 원망하는 거야. 레노나 샤일록은 그저 말려든거고.
미틸: 피가로 선생님을 원망하다니……. 그 녀석, 싫은 마법사네요. 북쪽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피가로 선생님은 좋은 일만 하는데. 가끔 농담이 서투르기는 하지만…….
피가로: 그렇지……. ……아니…… 나도 잘못했어. 내가 더 나빴던 걸지도 몰라. 원망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을 했어.
미틸: 그런 건가요 ……?
피가로: 아아…….
미틸: …….
루틸: 그 사람과 사과하고 화해할 수는 없나요? 싸우고 관계가 틀어져 버린 것은 유감이지만, 화해할 수 있다면…….
피가로: 그렇지……. 괜히 화나게 할 것 같지만, 한 번만 더 만난다면 사과해볼게…….
루틸: ……죄송해요. 제대로 사정도 모르는데 참견을 해버려서…….
피가로: 괜찮아. 나에게 화내지 않고 해결하자고 제안해줘서 고마워. 미틸은 이 성에 남고, 루틸은 동쪽 마법사들을 따라가줄 수 있을까? 파우스트가 레노를 찾을 거야. 그걸 도와줬으면 해.
루틸: 알겠습니다. 레노 씨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게요.
피가로: 아아. ……미안해. 레녹스는 물론 너희에게도 폐를 끼쳐서.
미틸: 아뇨…… 괜찮아요.
피가로: 미틸…….
미틸: 뭔가, 이런 이야기……. 피가로 선생님이 해주시는 일은 별로 없었으니까…….
루틸: 그러고 보니…….
미틸: 제 몫을 취급해 주신 것 같아서 조금 기뻐요.
피가로: …….
미틸: 저, 만약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피가로 선생님의 좋은 점을 많이 전해놓을게요. 화나게 할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의 상냥한 점이나 많은 환자들을 도운 점 ……. 알았으면 해요.
피가로: ……미틸 ……. ……그렇네. 정말…….
피가로: 어째서, 서로 알기 전에 그런 일을 해버린 걸까…….
라스티카: 무르.
무르: 라스티카. 클로에.
클로에: 아직도 화났어?
무르: 응? 나, 화났어? 화냈어?
라스티카: 그렇네. 무르도 화내는구나 하고 놀랐어. 그리고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었고.
무르: 아하하! 나도 두 사람이 정말 좋아.
클로에: 나도 모두가 너무 좋아! 북쪽 마법사나 드래곤을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서쪽의 마법사니까. 샤일록이 알려줬어. 서쪽의 마법사는 열정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고.
클로에: 나의 마음은 뜨거운 목소리로 반복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어. 샤일록을 빼앗길까보냐 하고. 그러면 갈 수밖에 없지. 무섭지만……. 도망갈 것 같지만…….
라스티카: 괜찮아.
클로에: 응……! 모두를 믿으니까.
라스티카: 그렇게 결정됐다면 현자님과 작전 회의를 해야겠네.
히스클리프: 선생님. 작전 회의는 어떤가요?
파우스트: 레녹스와 샤일록의 구출. 그리고 스노우의 독을 해독하기 위해 약의 용주 찾기를 하게 되었다. 약의 용주는 바다 끝을 목표로 한 마녀 멜리사가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시노: 히스. 그건…….
히스클리프: 아까 베스파가 알려준 내용과 비슷한 것 같아요.
네로: 무슨 뜻이야? 그녀가 그린 그림 좀 보여줘.
히스클리프: 이거……. 아마 가라앉은 배의 그림 같은데……. 인어들은 이 그림과 비슷한 장소를 발타자르에게 수색하라고 명령받은 것 같아요.
시노: 반대 아닌가? 인어 중 누군가가 이 그림 같은 곳을 발견하고 발타자르도 알고 싶어하는 거야.
파우스트: 그 녀석들도 약의 용주를 찾고 있다는 건가……?
네로: 인어 씨. 당신, 이 장소 알아?
베스파: ……! ……!
시노: 오른손이다!
파우스트: 알고 있는 건가!?
시노: 어떠려나. 저 녀석, 이상하게 자신감 넘치니까 모르겠어. 아까도 게를 그릴 수 있다고 했으면서 전혀 못 그리고……. 아, 지금 물으려고 했지!
히스클리프: (시노와 닮았어…….)
네로: (시노와 닮았네…….)
파우스트: (시노를 닮았군…….)
파우스트: 이 장소로 안내해 주지 않겠나?
베스파: ……? ……!
시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손을 들었다.
파우스트: 수업에서 맞힐 때의 네로 같군.
네로: 그러면 진짜 모르는 거야.
히스클리프: 끝없는 넓은 바다를 표식도 없이 찾기보다는 찾는 범위가 훨씬 좁아질 거야. 길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베스파: ……! ……!
히스클리프: 고마워, 베스파.
파우스트: 네로. 클라우디아와 디안은?
네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디안은 접무실에 틀어박혀버렸어.
파우스트: 그런가…….
네로: 클라우디아는 여러모로 협조해 줄 것 같았네. 디안의 이모래.
파우스트: 네로. 너도 성에 남아주지 않겠나?
네로: 리케나 미틸과 함께?
파우스트: 맞아. 전력으로 네가 깎이는 건 매우 아픈 일이지만…… 루틸들에게 물어보니 섬의 정세도 불안정해. 발타자르가 보르다 섬을 덮치러 올 가능성도 있어. 스노우와 피가로는 섬에 남겠지만 그들은 손을 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네로: ……좋아. 알았어. 클라우디아들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
파우스트: 고마워. 리케와 미틸을 부탁해.
네로: 아아.
히스클리프: 이럴 때 북쪽의 마법사들이 있어준다면 믿음직스러울 텐데…….
시노: 그 녀석들, 변덕이 심하니까. 싸웠다고 했고…….
네로: ……아니……. 그 녀석들은 올 거야.
네로: 이럴 때는 반드시.
미스라: …….
오웬: …….
브래들리: …….
17화
보르다 섬의 주민: 성문을 열어라!
보르다 섬의 주민: 성주는 나와……!
보르다 섬의 위병: 물러서라! 성문을 부수면 반역죄로 체포하겠다!
보르다 섬의 주민: 반역죄!? 도움을 요청하는 것 뿐이잖아요!?
미틸: ……성 밖이 소란스러워지고 있어……. 레노 씨가 힘들 때인데…….
리케: 샤일록도 걱정이에요. 그림 속의 스노우 님도 시커멓게 변해버려서……. ……화이트 님도…….
미틸: 화이트 님은 어디에 계신 걸까요……. 보이지 않지만 저희의 곁에…… 스노우 님의 곁에 계시는 걸까요?
리케: 오즈의 말로는 기척을 찾을 수가 없다고…….
미틸: 그런…….
미틸 / 리케: …….
네로: 괜찮아.
리케: 네로…….
네로: 맨날 그런 녀석이잖아. 스노우가 회복되면 화이트도 곧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러기 위해서 아서나 루틸이 약을 찾으러 가는 거야. 믿고 기다려.
미틸: ……네.
리케: ……알겠습니다.
미틸: 네로 씨.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바다는 위험하다고 해서 성에서 기다리게 되었지만, 사실은 저도 함께 가고 싶었어요.
리케: 저도요. 동료들을 위해서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네로: ……아이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 성은 지금 귀찮은 상태라서……. 일촉즉발로 곤란한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미틸: 곤란한 일…….
리케: 네로……. 성문에 있는 섬의 사람들은 왜 화가 나있는 건가요? 드래곤이나 천재지변이 무서운 것은 알아요.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 성의 사람들과는 관계없는 일이죠? 왜 성에 와서 그들은 화가 났나요?
네로: 새로운 성주님이 성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야.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녀석은 아무도 믿지 않아. 믿지는 않지만 성주로서 의지할 수밖에 없지. 그러니까 설마 우리를 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불안해서 몰려드는 거야.
네로: 필사적으로 지르는 소리를 무시당하는 것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과 똑같아. 여기 있어. 여기에 살아 있다고 이야기하러 온 거야. 아무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도 아서나 루틸은 항상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잖아?
미틸: 네…….
리케: 때로는 듣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되는 상대의 이야기도…….
네로: 하하……. 알아. 하지만 평소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녀석이란…… 무슨 일이 있을 때 자신을 버리지 않겠지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리케: ……그럴지도 몰라요. 옛날에 오즈는 별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죠. 그때의 오즈는 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저를 도와주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강한 힘을 가졌으면서 기꺼이 다른 사람을 돕지 않는 것도 잘못된 것처럼 보였고요.
리케: 오즈는 별로 저를 봐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주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요. 듣고 있나요. 오즈! 제대로 대답해 주세요!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저기 있는 섬의 사람들처럼.
리케: 오즈는 대화를 잘 못해요.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오즈가 제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해주게 되니까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되었어요.
미틸: ……저도 알아요……. 항상 내 말을 들어줬으면 했어.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어린애 같고 부끄러워서 싫었지만…… 바쁜 어른들이 뒤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을 때는…… 저의 이야기는 저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것 같아서…….
미틸: 그래서 오늘은 기뻤어요. 피가로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주셔서……. 왠지 나를 인정하고 의지해주는 것 같아서…….
네로: ……아아, 알아…….
미틸: 네로 씨도?
네로: 나도 젊었을 때는 그랬어. 돌아서서 걸음을 멈추라고. 칭찬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칭찬을 받고 싶었던 걸까……. 여기에도 가치가 있어. 너의 흥미를 끄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 주었으면 해.
리케: 네로의 부모님인가요?
네로: 부모님은 아니지만 …….
리케: 네로를 이끌어준 사람?
네로: ……뭐, 그런가…….
미틸: 그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나요?
네로: 반반이려나……. 하지만 이런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았어. 제대로 보고 있는 거야. 열심히 하는 걸. 진심으로 이야기는 들어줬고. ……여기의 성주 씨는 주방장을 지칭하며 아마 그 반대의 짓을 저질렀껬지. 아무 말도 듣지 않았어. 그러니까 섬의 사람들도 마법사도 잘못하면 성의 사람들도…… 무슨 일이 있을 때 그 성주는 자신들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리케: ……디안은 섬의 사람들을 이끄는 것은 자신의 일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이끌어주지 않나요?
네로: 글쎄……. 뭔가 사정이 있는 건지……. 그건 그렇고, 싫은 조건이 너무 갖추어져 있어. 잘못하면 대폭동이 일어날 거야. 이런 것을 정리하는 것은 그 녀석이 잘하는데…….
미틸: 아……. 형님들이 출발하나봐요!
리케: 배웅하러 가요!
네로: 그러자.
우리는 발타자르가 있는 해저로 향하게 되었다. 보르다 성에 남아 있을 예정인 네로, 리케, 미틸들도 우리를 배웅하러 와줬다. 피가로는 스노우의 치료로 손을 뗄 수 없었다. 독에 침범당한 스노우, 사라진 화이트, 납치된 샤일록과 조종당한 레녹스……. 그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되찾기 위해서는 북쪽 마법사와 드래곤과 대치해야 한다. 드래곤과 대치 …….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프윌린…….)
하지만 그의 모습을 천천히 떠올릴 유예도 없었다. 사태는 일각을 다툰다. 무엇보다 스노우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출발 준비를 마치고 성의 안에서 성문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도중에 성의 사람에게 말을 걸었지만 성의 안도 정신없이 분주했고 모두 불안해했다.
성의 집사: 현자님. 아서 전하. 실종 사건의 조사는 어떠셨나요? 실은 그 외에도 상담에 응해주셨으면 하는 건이 있어서 …….
카인: 그 이야기는 나중에 우리 동료들이 들을 거야. 하지만 이쪽에서도 물을게. 목 없는 시신이 세 명이나 발견됐다던데 어째서 우리에게 설명하지 않았지?
성의 집사: 그, 그것은…….
카인: 성주 디안 님과 이야기할 시간을 마련해줘. 자세한 이야기는…….
네로: 내가 인계할게.
카인: 알았지?
성의 집사: 아, 알겠습니다!
시노는 큰 낫을 메고 루틸은 많은 약초를 짐에 담아 우리 대열에 합류한다. 선두를 걸으며 무르가 돌아섰다.
무르: 최종 정리하자! 모두들, 바닷속에서 활동하는 마법은 쓸 수 있지?
아서: 나는 괜찮아. 모두는?
시노: 아아.
히스클리프: 아마 괜찮을 거예요. 얼마 전에 마침 훈련에서 연습했거든요. 장시간은 시도해본 적 없지만.
루틸: 저도 마찬가지예요. 강이나 호수에서 놀아본 적은 있지만 깊은 바다의 바닥은 처음이라.
클로에: 나, 조금 자신 없을지도 몰라.
무르: 라스티카. 지원할 수 있어?
라스티카: 바닷속에서 숨쉬는 쪽이라면 도와줄 수 있어.
클로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거야?
라스티카: 사실 수영을 못하거든.
클로에: 에!?
아서: 그런 거야!?
무르: 물에 빠진 적이 있어?
라스티카: 어떨까? 하지만 수영을 못하는 것에는 확신이 있어.
클로에: 그러고 보니 여행할 때도 수영은 해본 적 없을지도…….
카인: 수영이라면 맡겨줘. 물속에서 숨만 쉴 수 있다면 앞장서서 데려다줄게.
아서: 카인의 고향에는 큰 강이 있었지.
카인: 아아. 전하도 다음에 같이 수영하러 가죠.
무르: 현자님은 오즈나 파우스트, 나나 라스티카가 서포트하자.
아서: 잘 부탁해. 심해는 위험이 따르는 데다 체력을 소모하게 되어버려. 피로를 느끼면 이탈하는게 좋아. 해면에 떠서 하늘로 나가면 육지가 있는 방향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마력이 다하면 하늘도 날지 못해. 오즈 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육지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아침이 오기 전까지는 어려워.
파우스트: 그렇네. 나와 무르가 다른 학생들의 보좌를 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응급처치다. 모두들 각자 체력이나 마력 관리를 잘해줘.
히스클리프: 알겠습니다.
카인: 알았어.
시노: 아아.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
아서: 뭐든지.
시노: 오즈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드래곤을 어떻게 쓰러뜨리지? 현자가 있다면 마법을 쓸 수 있어. 하지만 오늘은 실패했잖아.
시노의 시선을 받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린다. 프윌린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고 손을 뗴는순간 오즈는 마법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거대한 재앙' 의 상처로 마법사들은 저마다 불편한 부담을 지니고 있다. 그 부담이 현자인 내가 만지면 경감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밤에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오즈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거나, 잠을 잘 수 없는 미스라가 잠들 수 있게 되거나……. 그런데 잘 안 되는 일도 몇 번 있었다.
절대로 성공시키고 싶다고 아무리 필사적으로 바라도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도…… 그 조건은 잘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그 수수께끼의 끈이 조금은 잡힌 것 같아.
( ……내 마음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지도 …….)
무의식적으로 손가락 끝을 움켜쥔다.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사용해. 마찬가지로…… 나와 마법사가 똑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재앙' 의 상처는 고쳐지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단언하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토비카게리 사건 때 오즈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해도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심장이 불타는 '거대한 재앙' 의 상처로 눈앞에서 괴로워하는 샤일록을 도울고 했을 때 …….
(노바는 잘됐는데…….)
나는 망설이면서 나의 생각을 말했다.
아서: 과연……. 현자님은 드래곤을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즈 님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라는 것이군요.
절대로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무르: 그렇다면 바닷속에서 우리에게 오즈의 수호를 걸어달라는 바람은 현자님과 일치할 것 같네. 원래대로라면 검증하고 도전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시간은 없어.
파우스트: 적어도 젊은 마법사들의 안전만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면……. 오즈.
오즈: 뭐지.
파우스트: 현자와 너의 마음이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면 젊은 마법사들을 육지로 돌려보내줘. 그건 가능한가?
오즈는 나를 바라보았다. 강한 눈빛에서 도망치듯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시선이 불편했다.
(오즈.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서 곤란하겠지……. 평소에는 잘할 수 있는데, 나 때문에……. 스노우들이 힘들 때 만난 지 얼마 안 된 드래곤 따위에게 마음을 주는 경우라니……. 그렇게 생각되고 있을지도…….)
모두의 기대대로 하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오즈: 현자여.
네…….
오즈가 불러서 대답을 한다. 내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거짓말처럼 작았다. 오즈의 목소리에서 나무라는 울림은 없었다.
오즈: 말했을 것이다. 역할에 얽매이지 말라고.
…….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예전에 비슷한 말을 들었다. 그래도 소중한 말처럼 느껴졌다. 너의 이름을 잊지 마라. 역할이 무거울수록 이름이 잊혀진다. 지금…… 나의 이름을 잊고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다.
역할을 하지 않으면 여기 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책임의 무게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작게 움츠리게 했다. 여기에 아키라는 없으면 돼. 완벽한 현자만 있으면 돼. 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당긴 활시위처럼 팽팽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서나 카인, 파우스트……. 시선을 돌리는 무르, 눈을 마주치는 시노와 히스클리프. 걱정스러운 얼굴의 루틸과 클로에. 멀리서 지켜보는 것 같은 네로나 라스티카. 다가오는 리케나 미틸. 어떻게 하면 나의 힘이 될 수 있을까. 다들 필사적으로 생각해주고 있다. 그건 나만의 몫이 아니야. 자기들도 돕겠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확증은 없어요……. 하지만 싸우는 것 이외에는 오즈의 마법에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모두를 돕는 일이라면 진심으로 협력할 수 있을 거예요.
파우스트: 알겠다. 고마워.
시노: 나는 육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카인: 나는 맨몸이라도 자신은 있어. 심해라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클로에: 하지만 만일, 아무래도 드래곤과 싸우게 된다면 상당히 곤란하겠지……? 오즈 님의 힘은 쓸 수 없고, 북쪽 마법사들도 없고……. 물론 만약의 이야기야!? 현자님의 아는 드래곤과 싸우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서: 그렇네……. 현자님. 그 프윌린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까요?
대화…….
아서: 네. 대화로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아서의 말에 나는 희미한 희망을 느꼈다.
……전혀 할 수 없다, 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프윌린은 별로 거친 느낌이 아니었어요. 얌전하다고나 할까…….
클로에: 드래곤이 얌전…….
라스티카: 얌전한 드래곤은 멋지네.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네요.
나는 무심코 말을 강하게 했다.
게다가 프윌린은 몇 번이나 자신의 형제가 성질이 거칠다고 말했어요. 즉, 프윌린 자체는 온후한게 아닐까 하고…….
오즈: ……온후한 드래곤 따위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자들은 쓸데없이 호전적이지는 않지만 거만하고 경계심이 강하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프…… 프윌린과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오즈: …….
아서: 오즈 님의 걱정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프윌린이라는 이름의 드래곤을 만나 함께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신 분은 현자님이시죠. 여기는 우선 현자님의 말씀을 믿고 협상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협상……. 맞아. 협상하고 싶다고도 했었어요! 프윌린과 처음 만났을 때……. 그렇죠, 루틸.
루틸: 네. 보석을 현자님께 주고 토르타티코를 나누어 달라고…….
히스클리프: 과자를 나누어 달라고 하는 드래곤……?
시노: 꽤 속된 것 같은데.
오즈: 알았다. 현자가 그렇게 말한다면.
무르: 그래서 발타자르 쪽은? 그도 설득할 거야? 그가 사과를 요구했을 때 오즈나 피가로는 사과할 수 있어?
무르의 대사는 흉기 같았지만 도발도 선동도 그의 눈빛에는 없었다. 단적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목소리다. 아서가 주저하는 듯 오즈를 돌아본다. 오즈는 겸소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오즈: 할 도리가 없다. 생각하는 대로 자신의 마력을 조종할 수 없을때, 나 때문에 젊은 마법사들에게 무용한 부담을 주는 것……. 그 일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발타자르에게는 한 조각의 죄의식도 없어. 북쪽 나라에서는 힘이 전부다. 내가 고개를 숙이면 오히려 발타자르는 격양할 거야.
오즈의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무르가 어깨를 움츠리고 아서를 돌아본다.
무르: 그렇구나. 그렇다면 발타자르는 설득이 아니라 끝장내는 쪽으로. 나는 그에 대해 자세히 몰라. 하지만 샤일록에게 집착해서 아담스 섬을 가라앉혔다고 들었지. 즉, 발타자르에게는 섬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발상과 수단이 있다는 것. 이번에도 궁지에 몰렸을 때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클로에: 즉, 보르다 섬을 가라앉힌다?
무르: 정답!
아서: 그러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피난 준비와 구호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어.
네로: 알았어. 어떻게든 성주님과 이야기해볼게.
파우스트: 미안해. 부탁할게.
아서: 그리고 해저를 향하고 나서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히스클리프. 베스파에게 들은 이야기 좀 알려줄래?
히스클리프: 네. 해저에는 인어들이 발타자르에게 사로잡혀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종당하고 노예처럼 사역되고 있어나 해저의 우리에 갇혀 있거나…….
오즈: ……인어의 우리라면 봤다.
히스클리프: 그러셨군요!? 어느새…….
오즈: 일몰 전이다.
히스클리프: 베스파의 말로는 인어들 몇 명이 침몰선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르: 멜리사의 배?
히스클리프: 잘 모르겠습니다만, 발타자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약의 용주를 구하기 위해 침몰전의 장소로 안내하라고 인어들을 꼬시는 것 같아서…….
파우스트: 그걸 위해서 인어들을 감금하고 있는 건가. 인어들은 왜 안내하지 않지?
히스클리프: 이건 비밀로 해달라고 베스파가 말했기 때문에 전부는 전할 수 없지만…… 인어들에게 중요한 장소가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무르: 그렇구나! 그녀는 침몰선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거야?
라스티카: 이런. 고개를 갸웃하면서 손을 들었네.
클로에: 알고 있는 걸까……?
네로: 아니. 이건 모르는 거야.
카인: 바다 밑바닥에서 길을 잃는 건 곤란한데. 침몰선 위치를 아는 사람을 소개해 줄래?
베스파: ……! ……!
라스티카: 오른손을 들었다.
히스클리프: 그녀의 자매가 알고 있는 것 같아. 그 아이가 우리에 잡혀 있대.
파우스트: 발타자르의 거처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어들을 도와서 찾아가자.
무르: 그러면 인어의 우리로 가자!
루틸 / 시노 / 카인: 오오!
믿음직한 목소리가 모인다. 성문에 다가가자 점차 사람들의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인: 어떻게 하지? 하늘을 날아서 바다로 향할까?
아서: 아니. 지금 보르다 섬에서 인사도 없이 마법사들이 날아오르면 디안에게 의심이 갈 거야. 정면으로 문을 나서자. 내가 보르다 섬의 백성들에게 말을 걸게.
아서가 표정을 다잡았다. 카인이 검날을 쓰다듬고 시노가 큰 낫자루를 다시 잡는다. 오즈와 파우스트가 무슨 말을 하려는듯 아서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때, 무르가 고양이처럼 공중제비를 돌았다.
무르: 마지막으로 하나! 이 모험을 즐기도록!
무르의 공중제비를 올려다보며 모두가 고개를 든다. 조금 전까지의 폭풍이 거짓말처럼 밤하늘에는 아름다운 황금의 달이 있었다. 우리의 세계를 부수고 우리의 세계의 어둠을 비추는 '거대한 재앙'. 오늘 밤은 왠지 지켜보는 것처럼 보인다. 달빛도 닿지 않는 바다 밑바닥을 향하는 우리에게, 고요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달빛을 받으며 무르가 편안하게 눈동자를 뜬다.
무르: 즐기려면 여유가 필요해. 여유가 생기면 시야가 넓어지지! 인상을 찌푸리면 승리의 기회를 놓칠 거야. 게다가 밤바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무르의 말 그대로다. 호흡을 가다듬고 눈동자를 뜬다. 어둠 속에 삼켜져 있던 시야가 천천히 열려가는 것 같았다. 넘치는 빛을 아낌없니 세상에 쏟아내는 달. 조수를 울리는 광대하고 신비로운 바다. 분명 본 적이 없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카인: 개문을.
성의 문지기: 하지만…….
아서: 내가 책임지지. 문을 열어줘.
성의 문지기: 당신은…….
아서: 현자의 마법사. 그리고 중앙 나라의 왕자 아서 그랑벨이다.
성의 문지기: 네……!
분노와 불안,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얼굴이 잔뜩 모여져 있다. 그건 그저 귀찮은 집단이 아니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 친구 걱정을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발걸음을 옮겨온 사람들. 아서가 그들 앞에 서자 순간 노호가 멈췄다. 아서의 옷차림이 고귀해서가 아니야. 하늘과 바다와 같은 색을 한 그의 눈동자가 너무나도 원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보는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으니까.
아서: 보르다 섬의 모두.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 나는 아서 그랑벨. 현자님의 마법사이자 중앙 나라의 왕자. 보르다 섬에서 일어난 기괴한 사건의 조사를 성주 디아노 공으로부터 의뢰받았다.
보르다 섬의 주민: 성주님께 의뢰를……?
보르다 섬의 주민: 마법사들을 감싸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나?
아서: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 건에는 일찍 이 아담스 섬을 가라앉혔다고 알려져 있는 마법사 발타자르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르다 섬의 주민: 아담스 섬을 가라앉힌 마법사!? 그러면 이 섬도 가라앉는 건가!?
아서: 그렇게 두지는 않아.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해저로 향한다. 모두가 서로 도와줬으면 해. 시장의 마법사들 중에는 과거의 사건에 정통한 사람도 있을 거야. 그들의 말을 듣고 어떤 식으로 대비하면 좋을지 참고해줘.
보르다 섬의 주민: 그래서……. 하지만 시장의 마법사들이 우리에게 협력해 줄까요?
아서: 물론이야. 모두가 그들을 도울 생각이라면.
클로에: 게…… 게다가 샤일록이 위험해! 샤일록 때문이라고 하면 오래된 서쪽 마법사들이라면 알아줄거야!
보르다 섬의 주민: 그렇구나……. 그렇다면…….
보르다 섬의 주민: 바자르 쪽으로 가보자.
아서: 보르다 섬에서도 대책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 정해지면 연락이 가도록 할게.
네로: 아아. 준비해 놓을게.
그들의 주고받는 것을 바라보며 히스클리프가 미소짓고 있었다. 조금만 긴장된 숨을 내쉬고 등을 편다. 나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히스클리프가 나에게 말했다.
히스클리프: 왠지 여기에 없는 샤일록들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즐기는 것은 샤일록이 가르쳐 주었죠. 포기하지 않는 것은 레녹스가……. 강한 적과 싸우기 위한 용기는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이……. 여기에 있는 것 같아서…….
히스클리프는 어두운 바다의 저편을 바라보았다. 나는 생각났다. 평소에는 조심스럽고 마음이 상냥한 히스클리프지만…… 이 세계에 와서 가장 먼저 나의 마음을 움직여준 것은 그의 필사적인 호소였다. 동료를 돕고 싶은 다정한 히스클리프의 마음을 건드리며 마법사를 믿었다. 그날 밤과 똑같은 경치를 보는 것 같아.
카인: 리케. 나머지는 부탁해!
아서: 무리는 하지 마.
리케: 제 대사예요. 부디 조심해 주세요. 무사히 돌아오기를. 잘 다녀오세요. 아서 님, 카인! 오즈도!
오즈: 아아.
네로: 시노, 히스. 선생을 부탁할게.
시노: 오늘은 평소와 입장이 반대네.
히스클리프: 맡겨줘.
베스파: ……! ……!
히스클리프: 베스파도 열심히 한대!
파우스트: 이제 냉정해졌어. 괜찮아.
미틸: 형님. 레노 씨를 잘 부탁드려요.
루틸: 반드시 데리고 돌아올게. 미틸도 리케, 피가로 선생님을 잘 부탁해. 네로 씨 말 잘 듣고. 미틸, 얼굴 좀 보여줘.
미틸: ……조심하세요. 형님 ……!
루틸: 응……!
아서: 그러면 출발하자! '파르녹턴 닉스지오!'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시노: '맛차 스디파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주문을 외우고 마법사들이 줄줄이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젊은 마법사들에 이어 숙련된 마법사들도 바다로 가라앉았다. 해면에 달빛이 떠있다.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을 때, 문득 생각이 나서 나는 물가에 있는 마법사들을 돌아보았다. 미틸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른다.
미틸! 그 가게 사람에게 부탁해서 토르타티코 하나 구워달라고 해주세요!
미틸: 토르타티코를!?
네! 그래서 만약 미스라가 돌아온다면…… 공간의 문으로 가져다 달라고 전해주세요! 프윌린은 그걸 먹고 싶어했어요! 어쩌면 교섭해 줄지도…….
미틸: 알겠습니다! 바로 가게 직원을 찾아서 구워줄 수 있는지 부탁해볼게요!
리케: 만약에 거절당하면 네로에게 구워달라고 할게요!
네로: 그런 명운이 걸린 구운 과자, 굽고 싶지 않네……. 그래도 어떻게든 해볼게! 현자 씨도 조심해!
네……!
대답을 하고 나는 바다로 돌아섰다. 나는 오즈의 손을 꽉 잡았다. 오즈의 손끝이 내 손에 겹친다.
오즈: '복스노크'
우리는 동시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18화
……!
세찬 물소리를 내며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여러 개의 커다란 거품이 몸을 쓰다듬고 해수면으로 올라갔다. 희미한 빛에 싸인 마법사들이 달의 심부름꾼처럼 하강해간다. 쾅하는 큰 소리가 바스락거리는 조용한 소리로 바뀌고, 이윽고 정적이 찾아온다.
밤의 바다는 낮의 바다와는 달리 어둡다. 불안과 긴장으로 손발이 굳어진다. 오즈의 손의 감각이 전해지지 않았더라면 분명 패닉을 일으켰을 것이다. 젊은 마법사들도 몇몇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에게 유도되어 이윽고 차분한 표정으로 변해간다. 나도 조심조심 지그시 멈추었던 숨을 내쉬었다.
(아……. 숨을 쉴 수 있어. 어떤 구조일까? 그래도 다행이다…….)
마법 덕분에 신기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숨을 쉴 수 있자 서서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아까의무르의 말이 떠올랐따. 믈겨. 시야를 넓혀. 나는 천천히 밤의 바다를 둘러보았다.
(와아…….)
그것은 조용한 낙원 같았다.
달빛이 해면을 비추고 있다. 흔들리는 빛은 우리를 인도하듯 바다 밑바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름 모를 모래 같은 작은 별들 같은 빛이 반짝반짝 주위를 감돌고 있다. 부드러운 빛을 내는 산호에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클로에: 예쁘다…….
라스티카: 꿈의 세계에 있는 것 같네.
루틸: 정말로! 이런 떄가 아니었다면 미틸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카인: 다 해결하 나서 다시오자! 아……. 평범하게 말하고 있어…….
아서: 아름다운 세계……. 무르가 말한 대로야.
무르: 그렇지!
모두도 눈을 반짝이며 바닷속 세계를 질리지 않고 둘러보고 있었다. 바다로 파고드는 달빛을받아 모두의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있었다. 한 장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히스클리프: 아, 베스파?
베스파에게 팔을 끌려 히스클리프가 빙글빙글 회전한다. 줄곧 히스클리프의 팔 안에 있던 사랑스러운 인어는 바다에 들어서자마자 민첩함과 활발함을 더했다.
시노: 야! 히스를 잡아당기지 마.
히스클리프: 와아, 빠르다……! 잠, 잠깐만……!
베스파: ……! ……!
카인: 빠르다……!
파우스트: 빠르군…….
베스파는 생생하게 꼬리를 움직이며 쭉쭉 바닷속을 나아갔다.
히스클리프: ……어디로 가는 거야? 너의 일행이 있는 곳?
베스파: ……! ……!
히스클리프: 인어들이 잡혀있는 우리로 안내해주나봐요!
베스파와 계속 함께 있던 히스클리프는 어느새…… 그림을 그려주지 않아도 표정만으로 상당히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 같았다. 그런두 사람을 보며 무언가가 생각난듯 시노가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히스클리프: 왜?
시노: 아니야. 이따가 얘기할게.
파우스트: 모두들, 따라오고 있나?
클로에: 어떻게든……. 라스티카. 괜찮아?
라스티카: 괜찮아. 어떻게 생각해, 카인?
카인: ……어떻게든 되고 있으려나! 자, 이쪽!
파우스트: 빗자루로 하늘을 나는 것과 같아. 흐름을 잡고 저항을 적게……. 우왓……!
루틸: 저, 요령을 잡았어요! 베스파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무르: 같이 가자!
루틸: 네!
파우스트: 너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무르. 부탁한다!
푸른 세상을 물고기들처럼 마법사가 획획 달려간다. 바다의 세계에 감격하던 아서가 반갑게 웃으며 오즈를 올려다보았다.
아서: 예쁜 세상이네요……. 많은 모험이 있을 것 같아요.
엄살을 부리던 오즈도 그제서야 미소를 짓는다.
오즈: 너는 이 세계를 많이 보고 만지고 싶어 하지.
아서: 네. 아직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서와 오즈 사이를 가늘고 긴 물고기가 둥실둥실 떠다닌다. 아서와 눈이 마주치고 나는 웃었다. 스노우와 화이트, 샤일록이나 레녹스, 프윌린……. 불안은 끝이 없지만 이 멋진 세계를볼 수있었던 것, 내가 여기에 있었던 것은…… 잊지 말자.
파우스트: 오즈. 인어 우리를 봤다는 것은 이 근처인가?
오즈: 아아.
베스파: ……! ……!
히스클리프: 베스파가 숨어있으래!
카인: 어, 어떻게!?
시노: 너, 앞차기라던가 조금 어떻게 못 해?
클로에: 잠깐만! 어쩌면 저 마법이 효과가 있을지도!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클로에가 주문을 외우자 문득 바닷물이 파도를 친 것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바다 속으로 바다빛 큰 천이 펼쳐져우리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대단해……! 저쪽에서는 우리의 모습을 보지 못하겠구나!
클로에: 성공해서 다행이야! 요즘 생각하고 있던 마법이거든! 이건 거품의 거리 벼룩 시장에서 산 마법의 천으로 만들어봤어! 손질이 힘든데……. 아, 미안! 나중에 이야기할게!
정신없이 말하던 클로에가 안절부절 못하는 베스파의 모습을 보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클로에 이상으로 미안한듯 히스클리프가 고개를 흔들었다.
히스클리프: 미안해. 마법 천 이야기, 또 천천히 들려줘.
시노: 그런데 숨으라니. 무엇에게서?
히스클리프: 으음…….
히스클리프는 마법 천에서 조금 얼굴을 내밀고 건너편을 돌아보았다.
히스클리프: 우리 같은 게 있는데 그 앞에서 창을 든 인어들이 헤엄치고 있어요.
파우스트: 어수선한 인어군. 그자들은 적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베스파: ……! ……!
베스파는 슬픈 얼굴로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그것만으로는 전달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여기저기 헤엄쳐 다니며 큰 몸짓과 손짓으로 우리에게 호소했다.
공격하지 마……?
파우스트: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오즈: 발타자르의 마력이 느껴져. 저 인어들은 조종당하고 있는 거겠지.
발타자르에게…….
나는 프윌린을 따르던 인어들이 생각났다.
프윌린도 인어들을 거느리고 있었어요. 그도 인어들을 조종하고 있던 걸까요?
베스파들을 괴롭히고 있던 것은 프윌린이었을지도 모른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오즈에게 물었다. 오즈는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오즈: 드래곤은 자연계의 주인이다. 정령도 마법 생물들도 드래곤을좋아하지. 이 바다에 드래곤이 있다면 인어들은 당연하게 따를 것이다.
아서: 즉, 오즈 님에게 정령들이 따르는 것과 같은 건가요?
오즈: 그렇다.
베스파: ……! ……!
히스클리프: ……아! 베스파!
히스클리프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마법의 천을 뜷고 창끝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조종당하는 인어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클로에의 마법 천을 찢고 창을 든 인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동자는 어두운 동굴처럼 공허했다.
클로에: 위험해. 베스파……!
베스파: ……!
창이 베스파를 공격하려고 한다. 그 칼끝을 카인이 받아들였다.
카인: 베스파. 도망가……!
베스파: ……!
카인: 그녀들의 세뇌를 푸는 방법이나 잠재우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라스티카: 내가 맡을게. '아모레스트 비엣셰'
라스티카는 주문을 외우자 부드러운 노랫소리를 울렸다. 노랫소리를 들은 창을 든 인어들이 점차 생기를 되찾아간다. 고여 있는 어두운 표정이 조금씩 점점 맑아지며 음색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파우스트: 각성하고 있어……? 발타자르의 지배가 풀릴 것 같나?
라스티카는 노래를 부르며 희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파우스트: 그렇군…….
레녹스의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어하는 파우스트는 억울하게 입술을 다물었다. 라스티카는 지휘하듯 손가락 끝을 즐겁게 흔들었다. 그에 맞춰 인어들도 흔들린다. 이들의 긴 머리가 흔들리고 조개껍질 머리 장식이 작은 거품과 춤을 추었다. 잠시 후, 그녀들은 창을 떨어뜨렸다. 창은 물밑으로 떨어지고 그녀들은 잠들었다.
클로에는 마법의 천을 치웠다. 우리는 그렇게 거대한 암초로 된 우리 같은 것에 접근했다. 그것은 3층짜리 건물 정도 되는 거대한 암뢰였다. 산호인지 돌인지 잘 모르겠는 회색 기둥이 여러 개 서 있고, 그 안쪽에 인어들이 있다.
(와아……. 인어들이 잔뜩…….)
신기하고 아름다운 인어들의 모습에 아주 조금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이 설레였다. 그러고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베스파와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슬픔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다가오자 인어들은 놀라서 얼른 안쪽으로 숨었다. 베스파가 울타리에 다가가 도망쳐 버린 인어들에게 호소한다. 그때, 오즈가 나를 데리고 앞으로 나서서 베스파에게 말했다.
오즈: 너도 떨어져 있어라.
베스파: ……!? ……!?
오즈: 우리를 파괴해 주지.
베스파: ……!? ……!?
시노: 베스파. 이리 와.
시노가 베스파를 손짓한다. 베스파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우리 앞에서 떠났다. 나는 두근거리며 오즈의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마법은 성공할까?
(할 거야……. 할 거야, 반드시. 자신을 믿자 …. 나와 오즈를 믿어!)
오즈: '복스노크'
오즈의 지팡이가 희미하게 빛을 발했고, 울타리는 모래성처럼 너덜너덜 무너져 내렸다.
아서: 됐다! 성공이군요! 현자님! 오즈 님!
네!
파우스트: 이걸로 베스파 자매 인어들에게 발타자르와 약의 용주 위치를 물어볼 수 있겠군.
우리는 웃는 얼굴을 주고받고 무너진 바위 감옥에서 인어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인어들이 감옥에서 나올 기미는 전혀 없었다.
시노: ……어이. 물고기들이 나오는 거 늦지 않나?
히스클리프: 물고기라고 하지 마.
무르: 오즈. 실수로 참살해버린 거 아니야?
오즈: ……으음…….
아서: 제가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루틸: 무서워하는 걸지도 몰라! 작은 물고기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숨어버리기도 하고 …….
히스클리프: 확실히 그렇네.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네요! 조금 더 내려가서……. 떨어진 곳에서 인어들을 기다려요!
우리는 감옥에서 벗어나 거리를 둔 곳에서 인어들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루틸: 아직이려나. 아직이려나!
클로에: 안심하고 나와도 돼~!
라스티카: 아. 인어들이 나왔어.
히스클리프: 정말이다! 아…….
하지만 나온 인어는 순식간에 단번에 광대한 바다로 흩어져 버렸다.
히스클리프: 아, 아, 아……!
잠깐……!
무르: 빨라……!
시노: 배은망덕한……!
파우스트: '사티…….' 젠장! 혀를 깨물었다 ……!
라스티카: 이만큼 갑자기 떠나면 당황하지. 마음은 알아.
카인: 물고기는 이렇지! 여자애인 줄 알고 마음이 해이해져 버렸어.
아서: 어떡하죠, 오즈 님……. 붙잡는 느낌으로 쫓아가서 잡으면 분명 겁을 먹고 말겠죠?
시노: 품행이 바른 왕자의 얼굴로 야생아를 드러내지 마.
베스파도 내려가며 8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때, 오즈가 주문을 외웠다.
오즈: '복스노크'
빛의 구슬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그러자 흩어진 인어들이 몇 명 옅은 빛을 내뿜으며 끌어당겨지듯 돌아왔다. 인어들은 몸을 맞대고 겁에 질려 있었다. 베스파가 주위를 헤엄치며 필사적으로 설득하고 있었지만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때, 루틸이 소리를 냈다.
루틸: 아……. 그녀들, 다쳤어요.
에?
루틸의 말대로 인어들은 팔과 꼬리 지느러미에 작은 찰과상을 입고 있었다.
파우스트: 마법에 의해 공격당했기보다는 감옥에서 나오려다가 상처를 입은 걸지도 모르겠군.
루틸: 불쌍하게도…….
루틸은 눈썹을 숙이고 인어들에게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마도구 깃털 펜을 꺼내며 겁에 질린 이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루틸: 가만히 있어줘……. 아프지 않으니까.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루틸이 마법 주문을 외우자 인어들의 상처가 옅은 빛에 휩싸였다. 인어들은 처음에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상처의 붓기가 낫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픈 상처도 서서히 희미하게 옅은 선이 된다. 부상은 완벽하게 낫지 않았지만 인어들을 통증에서 해방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감사와 흥미를 표하듯 인어들이 루틸 주위를 빙글빙글 헤엄치기 시작한다.
루틸: 와아……. 너무 예쁘다……!
인어들의 고리에 점차 베스파가 가세했다. 베스파는 히스클리프의 팔을 잡고 고리 속으로 끌고 왔다. 동료들에게 설명하듯이 히스클리프나 우리 위나 옆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러다 인어들이 두 조로 나뉘었다. 베스파가 히스클리프에게 찾아와 몸짓 손짓으로 무언가를 전한다.
히스클리프: 으음……. 배가 이쪽으로……. 그쪽은 발타자르……?
베스파: ……! ……!
클로에: 잘 알고 있네, 히스…….
시노: 저 녀석은 남을 잘 신경쓰니까. 그만큼 알아. 알려고 하는 거야.
클로에: 시노…….
시노: ……나에게도 그랬어. 옛날에 나 같은 것의 눈치를 보는 녀석은 없었어. 내가 덤벼들 것 같을 때에만 겁에 질려 훔쳐봤을 뿐이지. 다들 지저분한 아이는 시야에 넣고 싶지 않아했어. 그런데…….
시노의 붉은 눈동자가 물끄러미 히스클리프의 등을 쳐다보고 있었다. 히스클리프는 열심히 베스파를 올려다보며 그녀의 마음을 읽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시노는 작게 웃었다.
시노: 히스는 나를 알려고 했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화를 내는지. 아무도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 뭘 원하는지, 언제까지 있는지, 어떻게 해야 사라지는지. 그 정도 생각밖에 안 해. 나도 그때의 나를 보면 분명히 그럴 거야.
시노: 하지만 온 세상의 녀석들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 돌아보지도 않았던 것을…… 저 녀석은 신경 써줬어. 진지하게, 정중하게……. 무서워하면서 신경 써줬어. 그러니까 나도…… 대등하게 대해주는구나. 소중하게 대해주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
시노의 한숨소리가 애틋한 거품이 되어 해수면으로 떠오른다. 그 너머 베스파가 크게 팔을 벌리고 있다. 그녀의 금빛 머리칼이 바다에 떠돌아 햇살처럼 흔들렸다. 히스클리프는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곤란해서 입을 따라하기도 하고, 뜻을 알게 되면 반갑게 웃고. 달빛조차 먼 곳인데도 시노는 눈이 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시노: 생각났어.
시노: 사랑받고 축복받으며 자란 블랑셰 도련님 같은 건 만나기 전부터 정말 싫었어. 히스의…… 히스의 마음이 아니었다면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거야. 나를, 나의 마음 속을 멋대로 단정짓지 않고 처음으로 신경써줬어……. 그래서 히스를 좋아해.
시노의 목소리는 스치며 사라지고 물소리에 섞여 잘 들리지 않았다. 파우스트가 그의 등을 살짝 건드렸다.
파우스트: 다행이군……. 전할 말을 찾아서.
시노: 말할 수 있을까……. 부끄러워.
언제나 히스에 대한 칭찬을 서슴지 않는 시노가 희미하게 눈가를 붉게 물들였다. 웃지도 않고 파우스트가 속삭였다.
파우스트: 전달할 수 있을 때 전달하는게 좋아. 후회하기 전에.
시노: 파우스트 …….
히스클리프: 현자님. 파우스트 선생님! 알아냈어요!
그때, 히스클리프와 베스파가 이곳으로 헤엄쳐 왔다.
히스클리프: 약의 용주가 있는 침몰선과 발타자르가 있는 해저도시는 다른 방향에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베스파 자매들이 둘 다 안내해준다고…….
카인: 다른 장소…….
아서: 즉, 두 갈래로 나뉜다는 건가.
19화
샤일록: ……으음…….
프윌린: …….
샤일록: ……당신은…….
프윌린: 프윌린.
샤일록: ……마법사……?
프윌린: 후후……. 맞혀봐.
레녹스?: 프윌린.
프윌린: 발타자르.
샤일록: …….
레녹스?: 누군가가 인어 우리를 파괴했다. 상황을 보고 와.
프윌린: 싫어.
레녹스?: 싫어가 아니야.
프윌린: 발타자르. 그와올린의 원수를 갚았어.
레녹스?: 북쪽 쌍둥이인가.
프윌린: 맞아. 훌륭해?
레녹스?: 정말로 끝장냈다면. 돌이 된 것까지는 이 눈으로 보지 못했어.
프윌린: 죽을 거야. 용의 독이다. ……그와올린도 기뻐할까. 그와올린은 그 쌍둥이를 좋아했어. 마법사치고는 강했으니까. 같은 얼굴이 두 명 있는 것은, 우리처럼 유쾌했거든…….
레녹스?: 그렇군. 빨리 다녀와. 하하……. 잠에서 깬 것 같군, 샤일록.
프윌린: 듣고 있어? 발타자르.
샤일록: 이야기를 들어드리는게 어떤가요?
레녹스?: 나중에 듣지. 하하……. 잠에서 깬 것 같군, 샤일록.
샤일록: 율의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시는군요.
프윌린: 발타자르. 그와올린의 원수를 갚았다니까?
레녹스?: 그래서 뭐!? 나는 그 드래곤을 만나본 적도 없어.
프윌린: 하지만……. 너를 닮았었어. 성질이 급하고 거칠고 조홀하고…….
레녹스?: 프윌린. 그 정도로 해.
프윌린: 하하…… 미안. 너를 닮은 사람은 나인가. 북쪽에서 살지 못 해 서쪽으로 흘러갔으니.
레녹스?: 샤일록.
샤일록: 네.
레녹스?: 기다리고 있어라.
샤일록: 부디 느긋하게.
레녹스?: ……프윌린, 왜 그래. 무엇이 너를 감성적이게 만든 거지.
프윌린: 갑자기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 원수를 만났는가 하면 친구가 생겼어.
레녹스?: 친구?
프윌린: 맞아. 내일 일찍 가게에 줄을 설 거야. 매진되니까…….
레녹스?: 매진이라고? 이럴 때에…….
프윌린: 토르타티코 말이야. 너에게도 나눠줬잖아.
레녹스?: 아아…….
프윌린: 맛있었지?
레녹스?: 조금은.
프윌린: 내일 아키라와 같이 줄을 설 거야.
샤일록: 아키라……?
프윌린: 알고 있나?
샤일록: 혹시 현자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프윌린: 그러고 보니 현자라고 했었지. 나는 아키라와 친구가 되었어.
샤일록: 현자님과 친구……. ……당신. 발타자르와 무슨 관계죠?
레녹스?: 너와는 관계 없다.
프윌린: 옛날 이야기야. 내가 일방적으로…….
레녹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프윌린: ……그 말은 하지 않을게. 내가 일방적으로 마음에 들어해서 도와줬었어. 샤일록. 너의 이야기도 발타자르에게 들었었고. 아담스 섬이 가라앉기 전부터.
샤일록: ……감사합니다, 프윌린.
프윌린: 천만에.
샤일록: ……발타자르.
레녹스?: ……뭐지.
샤일록: 아담스 섬이 가라앉고 당신은 돌이 된 게 아니었나요?
레녹스?: …….
샤일록: 어떻게 살아남았죠?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심해에 숨어 있었던 건가요?
레녹스?: ……너와는 관계 없다.
샤일록: 이런 짓을 해놓고?
프윌린: 질문은 하지 마. 발타자르는 마음에 들지 않아하거든. 나의…….
레녹스?: 입 다물어. 프윌린!
프윌린: ……됐어.
레녹스?: 기다려! 기분 상하지 마! 너에게는 아직 해줘야 할 일이 있어! 프윌린……!
레녹스?: ……가버렸다……. 도대체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샤일록: 당신이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죠.
레녹스?: 흠……. 너는 프윌린의 무엇을 알지? 정체도 모르면서.
샤일록: 압니다. 당신보다는.
레녹스?: 프윌린의 정체를 눈치챈 건가?
샤일록: 정체라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마음의 이야기거든요.
레녹스?: 마음?
샤일록: 그는 형의 원수를 갚았다고 했습니다. 그 형은 당신을 닮았다고 했고. 당신을 형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원수에 갚은 것에 대해 할 말이 필요했던 것이죠.
레녹스?: 프윌린의 마음을 읽은 건가?
샤일록: 그런 짓은 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레녹스?: 나의 마음도 알 수 있나?
샤일록: 네.
레녹스?: ……말해봐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혀봐.
샤일록: 말 하지 않아요.
레녹스?: 어째서지. 자신이 없나?
샤일록: 발타자르. 북쪽에서는 힘이 센 것이 이기는 것이고 힘이 약한 것이 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쪽은 다릅니다. 서쪽은 욕망의 거리. 원하는 쪽이 지는 것이죠. 당신은 나를 원하고 있어요. 내게 요구하는 것이 굴복이든 종속이든 당신이 저에게 요구하는 순간…… 당신은 지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느냐 안 주느냐는 저의 자유니까요.
레녹스?: ……하지만 나는 너를 이 자리에서 돌로 만들 수 있다. 돌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할 정도의 아픔이나 공포를 줄 수 있다고! 그걸 원하는 것인가, 샤일록.
샤일록: 아무쪼록. 심심해서 잠들어 버릴 것 같아서.
레녹스?: 강한 척은…….
샤일록: 이런. 강한 척이 아니에요. 저, 요즘 심장이 불타고 있거든요.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미틸: 네로 씨! 토르타티코 직원 씨가 와주신 것 같아요! 성의 주방에서 바로 토르타티코를 만들어 준대요!
네로: 그거 다행이네! 나도 이따가 얼굴을 보러 갈까.
리케: 네로. 클라우디아가 저희에게 할 이야기가 있대요.
클라우디아: 미안해. 무슨 말을 해도 디안이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아서……. 당신들에게 부탁을 받았는데 성주로서 있을 수 없는 태도야. 디안 대신 사과할게. 괜찮다면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뭔가 없을까?
네로: 그렇다면 성 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들어줘. 성주님은 왜 방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 거지? 우리에게 숨기는 일을 하거나, 마법 과학 장치를 처분하거나, 마법사의 바자르에 대해서도…….
클라우디아: 그 아이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래. 대처할 방법을 모르는데 방의 밖으로 나가면 대처를 요구받는다. 그래서 문을 닫고 있는 거야.
미틸: 어째서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좋을 텐데…….
리케: 성의 사람이 차갑게 대하나요?
클라우디아: 설마. 디안이 어렸을 때부터 섬겨준 사람들인걸.
네로: 그래. 뭐라고 하더라. 울보 디안이었나 뭐였나…….
클라우디아: 디안은 어렸을 때 천사처럼 사랑스러웠거든. 모두들 그 아이에게 푹 빠졌어. 그 아이는 어느 때든 금방 울어버리는 아이였지. 아무리 상냥하게 말해도 공부를 가르치고 있을 때나 인사 도중에도 울어버렸어. 지난 번 국왕 폐하의 사촌 안토니오 님이 오셨을 때도 인사 도중에 울어버려서.
클라우디아: 다들 새파랗게 질렸어. 교육이나 예의범절이 되지 않았다고. 꾸중을 듣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안토니오 님은 이 얼마나 귀여운 아이인가. 이제 됐으니까 눈물은 닦으라며……. 그렇게 말하고 용서해 주신 거야.
네로: 그 할아버지, 좋은 점도 있었구나.
클라우디아: 에?
네로: 아. 우리 할아버지 이야기야.
클라우디아: 아, 그렇구나. 미안해. 나만 이야기해서…….
네로: 아니아니. 계속 해 줘.
미틸: (네로 씨. 서쪽 나라의 임금님 친척을 향해 그 할아버지라고 했다…….)
클라우디아: 그 일은 슈논 가에게는 우스갯소리를 뛰어넘어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어. 막내 공주의 사랑스러운 눈물에 대부호 안토니오 님도 용서해 주셨다며. 그러니까 그만 기뻐서 여기저기서 이야기해 버린 거야. 하지만 디엔에게는 자랑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어. 그 아이는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 울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미틸: 디안 씨의 마음, 알 것 같아…….
리케: 미틸도 울보였나요?
미틸: 울보……. 울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이 싱글벙글하면서 악의 없이 하는 말이라도 부끄러울 수 있죠.
네로: 아, 나도 알아…….
리케: 네로도 아나요?
네로: 뭐……. 내가 있던 곳엔 상식이나 품성도 없었으니까.
미틸: 뭐라고 불렸나요?
네로: 아이들한테는 말 못 해.
클라우디아: 나에게도?
네로: 부인에게는 더더욱 말할 수 없어요!
클라우디아: 어머, 부끄럽게.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리케: 울보 디안이 싫어했던 이야기요.
클라우디아: 그래. 그런 디안의 버팀목은 나의 아버지이자 그 아이의 할아버지인 서쪽 나라의 고명한 무인 디오니스였어. 아버지는 디안에게 검술을 가르쳤고, 그녀가 얼마나 용감하고 멋진 사람인지 꾸준히 가르쳐 주셨어. 덕분에 디안은 몰라보게 늠름한 검호가 됐다.
클라우디아: 하지만…… 지금은 검술보다는 마법 과학의 시대. 누가 아버지와 디안이 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해. 마법 과학 무기만 있으면 신인 병사라도 명장 디오니스를 이길 수 있다고.
네로: 아아……. 그거야 뭐, 누나도 힘들었겠네.
미틸: (누나라고 했다…….)
리케: 하지만 서쪽 나라에서는 마법 과학이 유행하죠?
네로: 전원이 다 똑같지 않다는 거야. 특히 성주 누나에게는 할아버지의 무예가 마음의 버팀목이었을 테니까……. 마법 과학에 대해서 뭐야 이 녀석, 정도의 기분이 솟구쳐도 어쩔 수 없을 지도 몰라.
클라우디아: 맞아……. 그 후 디안은 마법 과학을 눈엣가시로 삼았어. 마법 과학을 적대시한 나머지 마법사들을 잘 모른 채 편들기도 하고…….
리케: 그런 거였군요. 마법사에게 우호적인 사람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저는 그녀를 만날 때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저에게 친근하게 말하지 않았어요.
클라우디아: 실망시켜서 미안해 ……. 마법사에게 편견이 없는 건 사실이야. 불성실한 것뿐이지. 친구가 될 생각이 없는데 친구인 척 하는 것은 매우 쓸쓸한 일이야.
미틸: 어떻게 하면 디안 님과 친해질 수 있나요? 저는 조금 전까지 디안 님에 대해 잘 몰라서 뭔가 싫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이야기를 들으면 결코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울보라는 말을 듣고 억울한 마음도, 할아버지를 바보 취급해서 억울한 마음도 잘 알아요.
미틸: 성의 사람들이나 섬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마법 과학 장치를 버리거나 주방장님을 곤란하게 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하지만…… 슬픈 일을 당한 일이나 도움이 필요한 것을 솔직하게 모두에게 말한다면…….
네로: 그건 할 수 없어.
미틸: 어째서죠……?
네로: 슬프다던가, 도와달라던가. 그런 말을 하면 울보 디안으로 다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야. 돌아가 버리면 모두에게 실망 받고 말아. 성주님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렇지, 부인.
클라우디아: 그렇네……. 분명.
네로: 비웃음 받고 상처 받고. 하지만 할아버지와 열심히 해서 검으로 자신을 바꾼 거야. 그러나 영혼에 난 상처까지는 고칠 수 없었어.
리케: ……그건, 거대한 재앙의 상처처럼?
네로: 그래. 미틸의 말이 맞아. 곤란할 때는 도와줘도 돼. 도와줄 녀석이 주변에 있다면 말이야.
미틸: ……네로 씨…….
네로: 하지만 한심한 자신을 한 번이라도 보여주면 실망하고 말 거야……. 도와달라고 하면 무능하다고 얕잡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거야.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주변 사람들을 믿을 수 없을 때는.
리케: …….
네로: 왜냐하면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꽉 찼는데 그 말을 전하고 비웃거나 바보 취급을 받거나 책방을 받으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지.
리케: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사람도 있군요.
리케: (오즈나 아서 님이나 카인도, 그런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오즈가 이야기해준 것은 매우 특별한 것이었는 걸지도……. 누구나 해야 하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네로: 많이 있어. 나도 뭐, 말할 수 없는 편이지만…….
미틸: 저는……. 저는, 네로 씨가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웃거나 책망하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네로: 고마워. 남쪽의 그런 점 좋아해. 구원 받아…….
리케: 저도……. 저도 화내지 않아요.
네로: 하하. 리케는 거짓말.
리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저도 사정을 알면 화내지 않아요. 화가 나서 네로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네로: 화내도 돼. 그런 게 필요할 때도 있어요. 게다가 리케는 화가 나도 용서를 잘하잖아.
리케: 그렇죠…….
네로: 언젠가 용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용서해 줘.
네로: 자……. 어쨌든 성주님과 이야기를 해야지.
리케: 네로가 이야기하러 가나요?
네로: 아니……. 뭐……. 굉장히 적합하지 않네…… 라고는 생각하지만…… 지금 성주님은 어쩔 줄 모르지만 도와달라고 하고 싶어서 못 견디고 있어 그럴 때 친척이나 자녀에게 설득당하면 더더욱 있을 수 없게 돼. 그러니까 나 정도가 딱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자신감이 없어졌네……. 리케. 가줄래?
리케: 꺼낸 말은 실행해야죠, 네로. 네로의 말이 맞아요.
미틸: 네로 씨의 말이라면 분명 마음에 와닿을 거예요! 힘내세요!
클라우디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네로 씨. 힘내!
네로: 다들, 응원 고마워……. 부인. 집무실까지 안내해 줄 수 있을까?
피가로: ……하……. ……화이트 님의 기척이…….
피가로: (……찾을 수 없어…….)
그림 속의 스노우: ……윽…….
피가로: …….
그림 속의 스노우: ……으…….
피가로: 스노우 님……. 스노우 님. 들리나요!?
그림 속의 스노우: ……. ……피…… 가로……. ……화이트는……. 어디에…….
피가로: …….
그림 속의 스노우: 기척을…… 찾을 수가 없어……. 어디에…….
피가로: ……있어요. 화이트 님은 여기에 계세요. 스노우 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그림 속의 스노우: ……. ……후…… 후후……. ……피가로여…….
피가로: ……네…….
그림 속의 스노우: 그대는, 상냥한 아이구나…….
피가로: …….
피가로: 조금 있으면 오즈가 약을 가지고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까 제대로 정신을 잡고 계세요.
그림 속의 스노우: ……윽……. ……아아…….
피가로: 괜찮아요. 제가 여기에 있으니까요…….
그림 속의 스노우: ……그렇구나……. 정말…… 믿음직스러워…….
피가로: …….
그림 속의 스노우: …….
피가로: 스노우 님……. ……스노우 님……!
피가로: ……하아……. 아직…… 그림 속에서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어…….
피가로: ……바다 위의 달…….
피가로: ……데려가지 말아줘…….
우리는 두 갈래로 갈라지기로 했다. 샤일록과 발타자르가 있다고 하는 장소로 향하는 것은…… 물, 라스티카, 클로에, 아서, 카인, 루틸. 약의 용주를 찾는 것은 나, 오즈, 파우스트, 시노,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레녹스는 발타자르와 함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만약에 만난다면…….
루틸: 괜찮아요, 파우스트 씨. 레노 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을게요.
파우스트: 부탁할게.
파우스트는 레녹스가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샤일록을 도우려는 서쪽 마법사들에게 가세한다면…… 젊은 마법사들에게만 약의 용주 찾기를 맡기는 셈이다. 그것을 걱정하고 동료에게 맡기는 것 같았다. 아서들과 떨어진 오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즈: 너희들은 괜찮은가.
아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역할을 다하고 오겠습니다.
무르: 드래곤과 만났을 경우 오즈는 싸울 수 없어.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특혜 보너스를 주는 셈이지.
클로에: 특혜 보너스?
무르: 강한 마법사의 피는 강력한 마법의 매개체가 돼. 오즈의 피를 손에 넣은 드래곤이라니, 미스라도 이길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야.
아서: 오즈 님들은 약의 용주가 발견되면 이탈하여 스노우 님에게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파우스트는 우리에게 합류해 주면 도움이 될 거야.
파우스트: 알았어. 아무쪼록 레녹스를 부탁해.
카인: 레녹스는 소중한 동료야. 발타자르를 쓰러뜨리기 전에 상처 입히는 일은 하지 않아.
오즈: 샤일록과 레녹스의 몸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면…… 괜히 발타자르나 드래곤과 싸울 필요는 없다.
시노: 어째서지.
오즈: 새벽에 내가 끝낼 테니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프윌린을 쓰러뜨린다는 걸까? 두근두근거리면서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자신의 뜻을 전한다.
그 전에 프윌린에게는 제가 협상을 해볼게요.
파우스트: 그렇지. 발타자르보다 먼저 드래곤을 만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무르: 협상에 실패하면 오즈는 잡아먹히고 최악의 사태가 되어버려. 아서 앞에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파우스트, 각오는 해 둬.
파우스트: …….
무르의 말에 파우스트는 얼굴빛을 바꾸었다. 눈을 돌려 표정을 감춘다. 아서는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르: 그러면 출발하자!
아서: 현자님! 반드시 레녹스와 샤일록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네! 여러분들도 조심하세요!
카인: 아키라도! 오즈! 아키라를 부탁해!
오즈: 아아.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인어들의 선도 아래 두 갈래로 갈라졌다.
인어: ……! ……!
카인: 저쪽인가 봐. 달빛이 닿지 않게 되어 방향 감각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북서쪽……. 아담스 섬이 있던 방향인가?
무르 과연! 군대를 지휘한 자인가!
아서: 바다에 가라앉은 아담스 섬……. 설마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다니.
루틸: 레노 씨는 거기에 있는 것일까요…….
아서: 바위에 갇힌 인어가 발타자르와 샤일록의 모습을 그곳에서 봤다고 해.
루틸: 레노 씨.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샤일록 씨도……. ……응? 어라 ……? 클로에들이 저렇게 멀리…….
카인: 아, 미안해! 인어를 쫓느라 정신이 없어서……. 지금 돌아가서 지원할게!
클로에: 괜찮아~!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라스티카, 이쪽이야. 잘한다 잘한다!
라스티카: 고마워 클로에.
클로에: ……저기, 라스티카. 아까 무르가 한 말은 무슨 뜻이야? 아서 앞에서는 말하기는 어렵지만 파우스트에게 각오하라고…….
라스티카: 오즈 님이 돌이 되어 드래곤의 손에 넘어갈 바에야 먼저 돌로 만들고 자신들의 힘으로 하라. 그런 뜻인 것 같아.
클로에: 그…… 그런……!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라스티카: 되지 않아. 덧셈이나 뺄셈으로는 그게 옳다는 이야기지.
클로에: 그렇지……. 파우스트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시노: (아까 무르가 말했던 것, 이해할 수 있는 녀석들은 적을 거야. 파우스트는 오즈를 공격할 수 없어. 그 녀석은 지금 레녹스에 정신이 팔려 있고……. 애초에 자신을 위해 남을 희생하는 발상은 하지 않아.)
시노: (하지만, 나는 할 수 있어. 오즈나 아서에게는 미안하지만 히스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현자가 협상에 실패하면 드래곤보다 먼저 오즈를 처치한다. ……내 손은 이미 더러워져 있어.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야.)
베스파: ……! ……!
시노: ……뭐야.
히스클리프: 시노! 늦잖아. 괜찮아?
시노: 미안. 멍때리고 있었어.
히스클리프: 멍하니 있지 마. 이런 곳에서.
파우스트: 마력을 소모하고 있는 건가?
시노: 괜찮아.
하지만 마력이 없어지면 숨을 쉴 수 없게 되어버려요.
오즈: 시노. 육지로 돌아갈텐가?
시노: …….
시노: 문제없어. 간다.
20화
네로: 디안 씨. 잠깐 괜찮을까.
디안: …….
네로: 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성 밖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전부 해결됐어.
디안: ……에……?
네로: 그 설명을 하고 싶대. 나와 주지 않을래?
디안: ……전부 해결이라니……. 어떻게 ……. 그것보다 왜 멋대로 하는 거야!
네로: 그럴 리가 없잖아. 당신이 여기에 갇혀 있으니까 아무것도 나아가지 않았던 거라고.
디안: …….
네로: 잠깐 잠깐 잠깐! 따로 틀어박히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어. 히키코모리 친구도 이미 있거든.
디안: ……그래?
네로: 아아. 마음을 엉망으로 만들면서까지 정면에 서지 않아도 돼. 우리에게 맡긴다고 하면 어떻게든 할게.
디안: 현자님과 아서 님이?
네로: 우리가.
디안: …….
네로: 현자 씨와 왕자가 아니면 믿을 수가 없나?
디안: 그런 건 아니지만…….
네로: 우리라고 하면 누군지 모르겠네. 나는 네로. 동쪽의 마법사야. 나머지는 미틸이랑 리케라고…….
디안: ……리케는 알아.
네로: 그렇구나.
디안: 성주의 일에 대해서 많이 공부해왔어. 그렇지만 이번 일은…… 이런 것은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어. 기근이나 중세로 폭동이 일어난다고는 들었지만, 드래곤의 출현이나 행방불명의 사건으로…….
네로: 네 눈으로 보면 말이지. 다른 패거리들에게는 더 큰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마법사 바자르가 상설되면서 오랜 세월 근무해온 주방장이 그만두고 마법 과학 장치는 쓰지 말라고 했잖아.
디안: 나…… 나는 현자님이나 아서 전하의 사고 방식에 공명해서……! 마법사와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네로: 그게 아니야. 당신은 그저 칭찬이 받고 싶었을 뿐이지. 너와 너의 할아버지를 칭찬해주기를 바란 거야.
디안: …….
네로: 그 생각은 나쁜게 아니야. 나도 너의 이야기를 듣고 억울할 거라고 생각했어. 존경하는 상대를 모욕당하는 것은 그를 흠모하던 인간의 영혼을 더럽히는 것과 같지.
디안: …….
네로: 하지만 너는 모르는 사이에 할아버지와 다른 명예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고……. 똑같은 걸 다른 녀석들에게 해버렸어.
디안: ……내가……?
네로: 마법 과학 장치가 장착되어 있던 정도로 오랫동안 사용했던 오븐을 버리라고 하면 곤란해. 그래서 정원사가 되라고 하면 상처받지. 그 녀석을 그리워하는 다른 요리사들도 화내고.
디안: ……나……. 그럴 생각은……. 생각을 고쳐줄 거라고 생각해서…….
네로: 생각을 고치게 한다는 것은 영혼을 왜곡시키는 거야.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지. 나는 자주 그런 싸움을 하는 상대가 있었지만. 뭐, 서로 죽이는 것과 같은 거야. 타인의 마음을 멋대로 읽으려고 하다니 오만하기 짝이 없어. 하지만 바라게 되어버리는 거지. 자신의 좋은 쪽으로, 그 생각을 바꾸어 주었으면 하고…….
디안: …….
네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디안: 자신의 좋은 쪽으로, 그 생각을 바꾸어 준다면…….
네로: 아아, 맞아맞아…….
디안: 바꿔줬나? 당신과 싸웠던 상대는…….
네로: 아니. 전혀.
디안: 나는……. 평생 이대로일까……? 나와 할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 거야……?
네로: 어디에나 있지.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 신뢰할 수 있는 상대에게 맡기는 것도 유능하고 뛰어난 수단이야.
디안: 당신들은 믿을 수 있어? 이걸로 마법사에게 속으면 나는 평생 웃음거리야.
네로: 아무도 너를 비웃지 않아. 너를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어. 울어도 사랑받는 건 당신의 힘이잖아. 부정하지 않아도 돼.
디안: ……으, 으윽…….
네로: 자……. 아직 다들 성에 남았어. 당신의 편이래.
디안: ……윽 ……. 훌쩍…….
네로: 괜찮아. 어떻게든 될 거야. 우는 얼굴로 나와, 디안. 비웃지 않으니까.
디안: ……약속할 수 있어?
네로: 그건 무리야. 마법사니까. 그래도 손수건 정도는 가지고 있어.
디안: …….
네로: 착한 아이지. 디안.
디안: 당신이 네로…….
네로: 맞아.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겨줘.
디안: ……좋아. 나도 갈게. 내가 이 성의 성주다.
샤일록: …….
레녹스?: 흠……. 잠에서 깼나.
샤일록: ……그 사람은?
레녹스?: 프윌린이라면 나가고 나서 돌아오지 않았다.
샤일록: 그런가요 …….
레녹스?: 너는 내 마음을 안다고 말했지.
샤일록: 말했죠.
레녹스?: 나는 모르겠어. 네가 얄미운데 왜 지금 당장 돌로 만들지 않는 건지. 너를 지배하고 싶은데 마법으로 조종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너에게 큰 가치는 없다. 오래 산 마법사지만 북쪽 마법사에 비하면 특별한 가치는 없어. 너를 돌로 만들어봤자 질이 높지도 않겠지.
샤일록: 그렇겠지요.
레녹스?: ……그렇다면 어째서 나는 너를 돌로 만들지 않는거지?
샤일록: 저의 가치는 저 자신이나 당신을 둘러싼 세계의 평가가 낳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레녹스?: ……? 무슨 뜻이야……?
샤일록: 제가 가치가 있다고 결정한 것은 당신의 마음이에요.
레녹스?: …….
샤일록: 그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북쪽 땅에서 살아온 당신이 저의 존재를 건드려……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죠.
레녹스?: ……내 마음을…….
샤일록: 네. 그래서 당신에게 저는 특별한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저를 원하고, 저에게 요구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필요없어요.
레녹스?: ……! '메어…….'
샤일록: 하아……. 질렸어. 그렇게 화풀이로 고통을 주는 상대를 원할 리가 없잖아요.
레녹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샤일록: 말하지 않아요.
레녹스?: 샤일록.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샤일록: 착각하고 계신게 아닌지? 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신이잖아요.
레녹스?: 그……. ……알았다.
샤일록: 아셨나요?
레녹스?: 네가 하고 싶은 말을 알겠어. 고통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것을 달라는 것이지?
샤일록: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레녹스?: 하지만 그것은 네가 싫어했던 굴복이나 종속이 아닌가? 네가 원하게 하기 위해서, 네가 원하는 것으로 내 모양을 바꾸고 아양을 떨라고 한다면……. 너는 나와 같은 죄잖아.
샤일록: 극단적인 사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레녹스?: 그런 이야기다. 외에 어떤 방법이 있지? 나는 지금 아무것도 요구하고 있지 않아!
샤일록: …….
레녹스?: 샤일록. 너는 피해자인 척하면서 잔인한 가해자야. 보이지 않는 신발 밑창으로 짓밟아 나의 영혼을 찢으려 하고 있어.
샤일록: 발타자르……. 저와 이야기하기 전에 당신의 마음과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시길. 어째서 저를 거느리고 싶으신 거죠? ……가 아닙니다. 어째서 저를 살려두신 거죠? 그때도. 지금도…….
레녹스?: …….
레녹스?: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어…….
샤일록: …….
레녹스?: 처음으로 너의 가게에 갔을 때…… 너는 이렇게 말했었지. 사랑했떤 땅을 놓지 않는다고……. ……나는…… 오즈와 피가로에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샤일록: …….
레녹스?: 그러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네가……. ……네가……. 얄미운 것 같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자랑스러운 것 같은……. ……무언가가…… 이 가슴 속에 있어서…….
샤일록: ……발타자르…….
레녹스?: ……나는…… 샤일록처럼 되고 싶었…….
프윌린: 발타자르.
레녹스?: …….
샤일록: …….
프윌린: ……심각한 이야기?
레녹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돌아왔구나.
프윌린: 아아. 인어 우리를 보러 갔는데 모두 없어졌어.
레녹스?: ……뭐라고? 프윌린. 샤일록을 감시하고 있어라.
프윌린: 알았어. 발타자르는?
레녹스?: 배신자 인어를 찾는다. 이번에야말로 약의 용주의 위치를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샤일록: 기다려 주세요. 발타자르…….
레녹스?: 프윌린. 샤일록에게 아무도 접근하게 하지 마.
프윌린: 알았어.
샤일록: …….
베스파: ……! ……!
히스클리프: ……알았어. 그쪽이구나, 베스파.
베스파: ……! ……!
히스클리프: (이대로 잘된다면 약의 용주가 있는 배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 베스파와 그녀의 자매의 안내 덕분이야.)
히스클리프: (……현자님. 기운이 없어 보였어…….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과 싸운 드래곤과 친구가 되었다고 들었어……. 만난지 얼마 안 된 드래곤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니, 현자님은 상냥하구나……. 하지만 나도 베스파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녀를 쓰러뜨리라고 한다면…… 절대로 할 수 없어.)
베스파: ……?
히스클리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베스파!
베스파: ……!
히스클리프: (현자님이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베스파: ……! ……!
히스클리프: 에? 도착했다고……? 여기가 목적지라는 거야?
시노: 아무것도 안 보여.
파우스트: 하지만 베스파가 같은 장소에 머물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고 있어…….
히스클리프: 혹시……. 여기 아래. 라는 뜻일지도…….
히스클리프의 말에 발밑을 바라보니 모래가 흔들리는 어슴푸레한 해저에 크고 긴 균열이 나있었다. 균열 속은 완전한 어둠으로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파우스트: ……해구인가…….
오즈나 파우스트는 해구에 잠수해본 적이 있나요?
오즈: 없다.
파우스트: 나도 없어. 가까이 가지 말라고 배웠으니까. 무르가 있었으면 잘 알았을텐데. 그는 분명 지질학자이기도 하기도 하며 해양학자이기도 하지.
시노: 뭐든지 다 하네. 뭐, 괜찮잖아.
히스클리프: 시노는 무섭지 않아?
시노: 인어가 가도 아무렇지도 않아. 마법사가 가서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
오즈와 파우스트가 동시에 확실히……. 라는 얼굴을 했다.
파우스트: 익숙하지 않은 무대라면 자세를 취하게 되지만 이치는 그렇다. 시노의 말이 맞아.
히스클리프: 베스파의 뒤를 이어 해구를 뚫고 가죠.
파우스트: 조금밖에 안 되지만 불을 켜자.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히스클리프: 와아……. 빛이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되네요.
시노: 히스가 이런 상태야. 좀 더 밝게 할 수는 없나?
파우스트: 어둠에 익숙한 생물들의 눈을 짓누르게 돼. 눈을 감게 될 거다.
베스파: ……! ……!
히스클리프: 베스파가 안내해준대. 나는 괜찮아, 시노.
시노: 아……. 아아.
히스클리프: 고마워.
시노: ……어.
우리는 신중하게 깊은 해구로 내려갔다. 소리가 사라져간다. 마치 나락의 밑바닥까지 조용히 떨어지는 것 같았다.
파우스트: ……시노. 히스. 괜찮은가?
시노: 아아.
히스클리프: 괜찮습니다.
파우스트: 오즈. 현자는?
오즈: 괜찮다.
여기에 있어요.
시노: ……이 근처는 어둡네. 파우스트. 마법의 빛을 강하게 해 줘.
히스클리프: 잠깐만……. 발이 닿았어.
발이 닿아? 바다 밑바닥이라는 건가요?
오즈: 나도 닿고 있다. 아키라. 다리를 펴 봐.
와앗……. 알겠습니다.
파우스트: 다시 한 번 불을 밝히지.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
……와아…….
어슴푸레한 불빛이 비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배였다. 침몰한 배다. 해조가 얽혀 조개가 달라붙고 나무판자는 너덜너덜하다.
……이것이 서쪽 마녀의 배 ……?
멜리사라는 무르의 친구인 마녀의 배가, 바다 밑바닥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디안: 클라우디아 이모님께 성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오겠습니다.
네로: 아아.
디안: 저쪽에서 액자를 안고 계신 분도 현자의 마법사님이시죠?
네로: 아아……. 미안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놀라게 했나?
디안: 상관없습니다만, 괜찮으시다면 쉴 수 있는 장소로 준비해 드릴까요? 식사장에서 가벼운 식사라도…….
네로: 고마워. 잠깐 물어볼게.
네로: …….
네로: (지금이라면…… 피가로와 쌍둥이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 …….)
피가로: …….
네로: …….
네로: (……아니. 그만두자. 그 녀석이 자기 손으로 끝내고 싶을지도 모르고. 빈사인 녀석을 덮치는 것은 왠지 마음이 찔려.)
네로: 피가로.
피가로: …….
네로: 식사를 준비해주겠대. 성주님이.
피가로: 아아. 식사는 필요없지만 차나 조금 받아볼까.
네로: 고생했어. 안내할게.
피가로: 고마워.
피가로: 네로.
네로: 응?
피가로: 현명한 판단이야.
네로: ……하하. 타이밍이 좋았나? 성주님에게 전해놓을게.
네로: (무섭네, 이 녀석…….)
피가로: (역시, 기척을 죽이고 가까워졌어.)
리케: 네로!
미틸: 피가로 선생님! ……스노우 님 ……. 스노우 님은 괜찮으신 건가요?
피가로: 아직 눈을 뗄 수 없지만 미틸들이 신경이 쓰여서. 무슨 일 있었어?
미틸: 성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수가 갑자기 늘었어요! 성문이 찢겨질 것 같아서…….
네로: 그건 위험하네……. 성문이 박살나면 죄를 물을 수 밖에 없어. 이 상황에서 영민을 벌하면 디안의 신뢰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피가로: 폭도가 늘어난 이유가 있을 거야. 무슨 사건이 또 일어났다던가, 선동자가 나타났다던가…….
리케: 선동자?
피가로: 불안이나 불만의 소리를 부추기거나 어떤 활동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미틸: 주모자와는 다른가요?
피가로: 주모자가 불을 지르는 사람이라면 선동자는 바람을 부추기고 불길을 키우는 사람이지. 때로는 작은 불씨라도 선동자가 있으면 큰불이 나. 하지만 책임을 추구하는 건 주모자가 되는 경우가 많네.
리케: 불안의 불을…… 바람을 부추겨 크게 한다……. 그런 건가요?
피가로: 맞아.
리케: ……그런 사람을 얼마 전 해변에서 보았어요. 그 사람이 떠들자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했어요.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위험이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경고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피가로: 리케. 인도한다는 말은 인도할 곳이 정해져 있기에 사용할 수 있는 말이야.
리케: …….
피가로: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서 이곳은 위험하다고 하면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불행해져. 불안할 때 큰 소리로 우는 것은 아기도 할 수 있는 일이야. 지도자를 자처한다면 수많은 백성의 삶을 짊어지는 것으로서 책무를 다할 각오가 필요해.
리케: ……그렇다면 그 사람은…….
피가로: 의도적으로인지 무의식적으로인지는 모르겠지만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리케: 그,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요? 저는 보르다 섬의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어요.
피가로: 그건 지금 네로나 성주님이 열심히 찾고 있어. 그렇지, 네로.
네로: 아아, 맞아.
리케: ……찾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을 아무도 모르는 건가요?
네로: 그래. 대충이지만.
리케: ……기개가 없어요.
네로: 아하하, 맞는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리케. 성주님도 리케처럼 전부 맞혀보고 싶어했어. 타락 따위 하지 않고 공부하면서 단련하고 성주가 되었다. 그런데도 정답을 모를 때가 있는 거야.
리케: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네로: 나름대로 정답을 만들 수밖에 없는 거지. 이 세상은 의외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리케: ……저는 정답을 좋아합니다. 정답을 알려준다면 틀리지 않고 옳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네로: 나도 그렇게 생각해.
미틸: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피가로: 나 같은 경우는 올바름의 정의가 몇 번이나 바뀌는 것을 봐왔으니까…….
미틸: 그래도 애매한 점이 조금 남아있어야 기쁠 것 같아요. 거기는 저와 리케 같은 아이가 결정해도 될 것 같아서.
리케: 미틸…….
네로: 좋은 이야기네……. 아이들이 눈부셔.
피가로: 하지만 선동자가 있다면 소란은 점점 과열되어 갈 거야. 스노우 님의 치료만 아니었다면 내가 상황을 보러 갈 텐데…….
네로: 나도 이제 디안과 이야기를 해야 해. 이쪽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리케: ……제가 갈게요.
미틸: 리케!?
리케: 제가 가서 그녀를 말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정답을 아니까, 저는 잘할 수 있어요.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하면 보르다 섬 사람들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게 맞죠?
피가로: 직접 보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가 없네. 하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면…… 역시 선동하고 있는 것 같으면 성주님께 전하고 경비병을 움직여 달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네로: 경비병을 파견해 섣불리 자극하면 그야말로 폭동이야. 머리가 끓어서 굶주린 늑대처럼 되어 있는 녀석들에게 이 아이들을 보낼 수는 없어.
피가로: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걸? 보르다 섬은 평소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많고. 폭동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돌아오면 돼. 어떨까?
미틸: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둘이서라면…….
피가로: 그러면 빗자루로 하늘을 날아가서 지상으로 내려가지 말고 여기로 돌아와.
리케: 알겠습니다.
미틸: ……알겠습니다.
네로: 괜찮아? 절대 내려가지는 말고.
피가로: 괜찮아. 미틸은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거든.
미틸: ……네.
피가로: 리케를 부탁해.
미틸: 네!
리케: 제가 부탁받는 입장이에요. 네로. 저에게 미틸을 부탁한다고 해주세요.
네로: 제발, 둘 다 무사히 돌아와줘…….
미틸: (와아……. 포옹 해줬다.)
리케: (포옹 해줬어요.)
피가로: …….
네로: 와……. 왜 왜, 왜, 당신이 팔을 벌리고 있는 거야?
피가로: 나도 애들이랑 하려고.
네로: 아……. 죄송합니다. 우쭐해져서…….
피가로: 조심히 다녀와.
미틸: 네……!
미틸: (포옹 해줬다!)
리케: (포옹 해줬어요.)
피가로: 네로. 축복의 마법을.
네로: 아아, 그렇지. '아도노디스 옴니스'
리케: 감사합니다, 네로.
미틸: 잘하고 올게요. 피가로 선생님!
네로: 절대 무리하지 마!
피가로: 지상으로 내려가지 마! 낮게 날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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