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카인: 그렇네……. 초대 국왕폐하는 인간과 마법사의 혼합 집단을 이끌고 계셨지. 전란의 시대라면 불안은 따르기 마련이야. 그런데도 마법사와 인간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던 것은…… 상당히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겠지.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아서: ……기적같은 인연인가…….
카인: ……응? 어디선가 클로에의 목소리가…….
클로에: 아서 님! 카인!
아서: 클로에!
클로에: 큰일이야! 샤일록이 레녹스에게 납치당해서……! 바다에 끌려갔어 ……!
아서: 레녹스가 샤일록을……!?
카인: 바다에……!?
샤일록: ( ……어두워……. ……이건, 꿈……?)
샤일록: (……나는, 도대체 어디에…….)
샤일록: ……윽.
레녹스?: 정신을 차렸나 보군.
샤일록: 레녹스……. ……아니……. ……발타자르…….
레녹스?: 흥.
샤일록: 여기는…… 바닷속 ……?
레녹스?: 그래. 마법을 쓸 수 없겠지, 샤일록. 여기는 내가 그린 마법진 안. 서쪽 마법사 따위의 마력 억제는 간단해.
샤일록: …….
레녹스?: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은 나의 가호 덕분이다.
샤일록: ……당신은 물 밑에서 계속 살아있었나요……? 아담스 섬을 가라앉혔을 때부터 계속, 이 장소에서…….
레녹스?: …….
샤일록: 어째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죠?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무섭나요? 사양하지 말고 나오세요. 얼굴을 보여줄 수도 없는 수치심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요.
레녹스?: ……뭐라고?
샤일록: 당신과 함께 그토록 아름다운 섬을 길동무로 삼은 것도 어이가 없었습니다만…… 어두운 심해의 바닥에서 숭믈 죽이고 살아남았다니 가련한 말도…….
샤일록: ……윽!……쿨럭……. 쿨럭…….
레녹스?: 여기가 해저라는 것을 잊었나? 샤일록. 지금의 너는 나를 거스를 수 없어. 그 입도 이렇게 막아줄 수도 있지. 다시는 나를 거역하지 마라. 복종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
샤일록: …….으……윽.
레녹스?: …….
샤일록: ……허억…….
샤일록: …….콜록……. …….
레녹스?: ……고집이 센 남자다! '메어 프라에다'
샤일록: ……콜록콜록……. 콜록…….
레녹스?: ……또 정신을 잃었나……. 드디어 깼는데.
레녹스?: ……응……? 그 인어가 없어……. ……또 도망쳤나! 이번에야말로 꼬리 지느러미를 찢어주지.
네로: 이 녀석은 !? 금색 머리와 붉은 눈동자의 인어!?
시노: 어떻게 된 일이야, 히스. 이 너에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물고기는.
히스클리프: 물고기가 아니라 인어야.
시노: 보면 알아. 이 인어는 뭐야?
히스클리프: 바다에 버려진 마법 과학 기계에 버려져 있던 것 같아. 바다로 되돌려주려고 했더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서…….
시노: 알았어. 그러면 일단은 내가 데리고 있을게. 너, 이리 와.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
시노: 우왓……! 꼬리 지느러미를 털었어!
네로: 네가 무뚝뚝해서 경계하는거 아니야? 인어 씨, 이리 와. 히스가 피곤하니까.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
네로: 왓, 차가워……!
시노: 네로. 나를 제쳐두고 자신이 남이 좋아할 만한 상쾌한 청년이라고 생각한 건가?
네로: 현자 씨 같은 경우는 말하기 쉽다고 해주는데. 이래 보여도 접객일 하고 있었고…….
파우스트: 그녀를 가장 먼저 도운 건 히스다. 그래서 히스를 신용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저는 괜찮아요. 이 인어…… 아니, 그녀는 가볍고. 이름이 뭐니.
시노: 인어에게 이름의 개념이 있나?
네로: 없다고는 할 수 없잖아. 봐, 세공의 세세한 조개껍질 머리 장식을 하고 있지. 머리 장식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문화에 가깝다는 거 아닌가?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네로: 하하……. 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네. 멋지다고 한 거야. 귀여워.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히스클리프: 부끄러워…… 하는 걸까?
시노: 너, 인어까지 꼬셔서…….
네로: 아니아니아니 아니야! 이렇게 호감도를…….
파우스트: 우리의 말을 아는 이상 인어라고 계속 부르는 것도 조금 그렇군. 임시 이름을 짓게 하자. 히스, 좋은 이름 있나?
히스클리프: 이름!? 임시 이름인가 ……. ……그렇네요…….
히스클리프: 베스파는 어때?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파우스트: 고개를 끄덕였네.
네로: 웃고 있어. 마음에 들었나 봐.
시노: 하?
히스클리프: 왜?
시노: 나도 너에게 이름을 받고 싶은데?
히스클리프: 시노는 시노잖아. 베스파는 우리에게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우리의 말도 알고 있고. 맞다면 오른손을, 아니라면 왼손을 들어줘.
네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시노: 진짜다. 오른손을 들었어.
파우스트: 바다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아니면 육지에서? 바다면 오른손. 육지라면 왼손을 들어줘.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네로: 오른손이다……. 바다에서 무슨 문제가 생겨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건가?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히스클리프: 반만 오른손을 들었어…….
시노: 잘 모르겠네. 오웬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텐데.
히스클리프: 아니…….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히스클리프: (오웬처럼 생물의 말을 몰라도 왠지 모르게 전해지는 것 같아. 조금 눈동자가 불안해 보여. 물끄러미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 속에 두려움과 의심이 있어……. 우리를 아직 전부 믿고 있지 않는 걸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베스파. 나는 동쪽의 마법사 히스클리프.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히스클리프: 현자의 마법사야. 동쪽 나라나 현자님에 대해서는 알아?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네로: 별로 모르는 것 같네.
파우스트: 바다 아래 인어의 사회에는 어느 정도의 정보가 돌고 있겠지.
시노: 마법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 같았고.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
네로: 음…… 하고 고민하다가 화끈해졌네.
파우스트: 이 아이, 시노만큼 표정을 잡기가 쉽군.
히스클리프: (역시…….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시노: 나는 이렇게까지 얼굴에 나오지 않아.
히스클리프: (어라……? 베스파가 꼬리 지느러미를 바닥에 문지르고 있어……. 가려운 걸까……? 작은 게 같은게 붙어있는 걸지도……? 아니야, 그림을 그리고 있어.)
히스클리프: 혹시, 그림을 그리고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고 있는 거니?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파우스트: 힘껏 고개를 끄덕였네.
네로: 자, 그러면 즉시 성의 누군가에게 부탁하여 어디선가 그릴 수 있는 걸 빌려오자.
히스클리프: 아아.
네로: 맞다. 성이라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새로운 성주님…….
히스클리프: 디안 씨를 말하는 거야?
네로: 아아. 별로 평판이 안 좋아. 선대 성주님 손녀라고 해서 정면으로 미워하지는 않지만 성의 내부는 곤란한 것 같더라고.
히스클리프: (평판이 좋지 않은 새 성주……. 언젠가 블랑셰 성을 이어받아야 하는 나도 남의 일이 아니네 ……. 아버지는 희대의 명군이라고 불려. 신하들에게도 백성들에게도 공정하고 신분이나 입장에 구애받지 않지. 나의 자랑이지만, 언젠가 아버지와 비교되어 낙담할까봐 두려워. 나는 민중에게 기피당하는 마법사니까…….)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히스클리프: 아, 미안. 네로, 무슨 일로 성의 사람들이 곤란해 하는 거야?
네로: 성주가 되자마자 이것저것 상의도 없이 결정하니까 주변은 혼란스러운 것 같아. 특히 혼란을 초래한 것은 마법 과학의 완전 배제. 이 성의 주방은 오븐의 일부에 마법 과학 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성주가 철거하라고 했대. 반대했던 주방장은 정원장으로 옮겨지고.
파우스트: 주방장이 정원사로? 그래서 점심의 맛의 질이 떨어졌던 거군 …….
네로: 아아. 성의 정원사를 계속하던 전 부주방장이 알려줬어. 주방장은 요리를 할 수 없으니 성을 떠나 지금은 뭐였더라. 그, 오웬이 말했던…….
시노: 토르타티코.
네로: ……를 파는 가게를 열고 번창하고 있다는 이야기야.
히스클리프: 왜 그렇게까지 마법 과학을 배제하는 걸까.
시노: 마법사에게 우호적이니까? 하지만 별로 우호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어.
네로: 뭐, 무슨 말인지는 알아. 그 누나,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지. 현자 씨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것 같았지만.
파우스트: 그런가…….
클라우디아: 그 아이가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나쁜 아이는 아니야.
네로: 당신은…….
클라우디아: 클라우디아 슈논이라고 합니다. 당신들은 현자의 마법사죠? 디안에게 뭔가 의심이 가는 거야? 그 아이는…… 에!? 인어!? 대단해! 처음 봤어!
시노: 현지인들도 인어는 처음 보는구나.
네로: 뭔가 귀여운 아가씨네.
히스클리프: 클라우디아 슈논 씨……. 슈논이라면, 혹시…….
파우스트: 보르다 섬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종 사건 조사에 따른 청취다. 신경쓰지 마.
베스파: ……! ……!
히스클리프: 오른손을 몇 번이나 들고 있어……. 뭐가 아는 거라도 있는 거야?
베스파: ……! ……!
시노: 오른손이다!
네로: 좋아! 빨리 그릴 수 있을 만한 걸…….
클라우디아: 행방불명 사건에 대해서라면 나도 조금은 협력할 수 있을지도 몰라. 보르다 섬 해변에 나타나는 과거의 경치가 보이는 문을 봤어.
파우스트: 과거의 경치가 보이는 문……?
클라우디아: 응. 사실은…….
클라우디아: ……뭐지……. 갑자기 하늘이 흐려졌어…….
네로: ……위험해……!
클라우디아: 에……!?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파우스트: ……윽. 모두들, 무사하나!
레녹스?: …….
파우스트: 레노……!?
레녹스?: 마법사인가. 너희들부터 돌로 만들어주지.
파우스트: ……레노가 아니야……. 네 녀석! 레녹스에게 무슨 짓을 했지!?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프윌린이 드래곤 ……!?
나는 다시 한 번 프윌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쳐다보았다. 그를 휘감는 신비로운 공기는 인간과 같아. 거대한 드래곤으로 보이지 않아. 프윌린은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프윌린: 놀랐나?
놀랐다고나 할까…….
미스라: 드래곤은 사람의 모습이 될 수 있나요? 모두 당신처럼?
프윌린: 설마! 나 정도밖에 못하는게 당연하잖아.
미스라는 들떠서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 그는 큰 마물을 좋아한다. 드래곤에게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프윌린은 팔짱을 끼고 으스대고 있었다. 왠지 마음이 맞는 것 같은 두 사람이다.
프윌린: 전 세계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권족은 프라이드가 높고 내 모습을 좋아하니까. 애당초 남의 모습이 되고 싶지는 않겠지.
미스라: 그렇죠.
프윌린: 아니, 몰라. 사실 또 있을지도. 우리는 쌍둥이 드래곤이었어. 형인 그와올린은 성질이 거칠었지. 그와올린에게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애교가 많아졌다는 말을 들었어. 애교가 많나?
미스라: 많을지도…….
많아요.
프윌린: 하하, 고마워. 처음에는 마법사에게 마법을 걸게 해 변신하고 있었어. 차차 부탁해지기 귀찮아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게 됐지.
이것저것 하다보니 변신을……?
미스라: 드래곤은 원래 날씨를 조종해요. 오즈에 필적하는 힘이 있다고 치렛타에게 들었죠.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면 프윌린은…… 드래곤의 화신……?
은에 가까운 투명한 눈동자가 미소를 머금는다. 드래곤. 신기한 이 세계에 와도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보지 못한 귀중종. 거대하고 희귀한 신과 같은 엄청난 힘을 가진, 최강의 마법 생물. 서서히 경외와 동경이 가슴속으로 퍼져 나간다.
(드래곤이래……. 대단하다…….)
눈을 빛내는 미스라와 마찬가지로 드래곤에 대한 고양과 설렘이 흘러넘친다.
미스라: 잠깐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주면 안되나요?
프윌린: 보고 싶나?
미스라: 보고 싶어요.
프윌린: 아키라도 보고 싶어?
보고 싶어요!
프윌린: 자, 어떡할까?
프윌린은 기쁜 듯이 우리를 애태웠다. 미스라는 함박 웃음까지 지으며 프윌린을 졸랐다.
미스라: 드래곤의 모습이 되어주세요. 그리고 저와 죽을 때까지 싸워요.
잠깐……. 서로 죽이는 건 그만둬 주세요.
프윌린: 자신의 힘을 믿는 것 같군, 북쪽의 마법사. 하지만 나는 이기지 못 해. 그와올린은 머리에 피가 올라 쌍둥이의 계략에 걸려 죽어버렸지만…….
쌍둥이의 계략?
(프윌린은 쌍둥이라고 했는데……. 그의 형을 죽인 상대도 쌍둥이 ……?)
프윌린: 나는 얌전하고 조심성이 많아. 실수로 죽이거나는 하지 않으니까.
미스라: 상관없어요. 빨리 하죠.
미스라가 마도구를 하늘로 던진다. 프윌린은 아이고 하는 느낌으로 어꺠를 움츠려 내 허리를 두 손으로 안았다. 아이를 안듯이 가볍게 들어올린다.
에……. 잠깐…….
프윌린: 아키라는 거품과 상어 중 어느 쪽이 좋아?
거품과 상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거품이려나요 …….
프윌린: 좋아.
말하자마자 살며시 프윌린은 나를 공중으로 던졌다.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내 주위가 큰 물막으로 싸여져 간다. 마치 비눗방을 속에 있는 것 같아.
나는 그대로 천천히 파도 위로 낙하했다.
12화
나를 넣은 큰 물방울은 파도 사이에 떠돌고 있다. 그러다가 돌고래들이 나를 지켜주려고 모여줬다. 코끝으로 물방울을 살짝 찌르면서 나를 안전한 쪽으로 이끌어주었다.
(우우……. 돌고래가 이렇게 가까이……. 엄청나게 귀엽다……! 이 비눗방울 같은 것이 거품인가……? 상어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발밑에 파도와 흔들림을 느끼면서 상공을 올려다본다. 아득히 높은 곳에 미스라와 프윌린이 있었다. 그들의 밑창이 잘 보였다. 빨강과 보라의 석양빛 구름이 바람에 찢어져 가는 가운데, 프윌린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하얀 빛은 그의 머리처럼 푸른빛이 도는 색채를 내뿜고 천천히 커져간다.
이윽고 그 푸르스름한 흰색은 저녁 하늘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그림자로 변했다. 흰색과 파란색, 바다색을 한 드래곤이다. 부드러운 백은 복부와 푸르스름한 은빛 키가 낙일의 붉은 빛에 짓눌려 반짝인다. 웅장한 하늘과 끝없는 바다에 압도되듯이 프윌린의 본래 모습에 압도당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한 눈에 보기만 해도 평생 자신의 행운에 감사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특별한 것. 보고 싶어요, 라고 평소처럼 말했던 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율을 느끼기 시작했다. 저 정도로 거대한 생물……. 하늘이나 바다의 생명을 그대로 잉태한 듯한 생물. 아무리 미스라라고 해도 이길 수 없어. 이 모습을 보기 전부터 미스라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토록 자랑스러운 그가 온몸으로 경계하고 있었던 거야.
미스라…….
……프윌린……. 그만…….
그만해 주세요! 싸우지 말아줘……!
파도가 거칠어지고 바람이 거세진다. 석양이 보이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가 주문을 외우는 동시에 노을 지는 하늘에 섬광이 비친다. 그것은 그의 마도구에서 무서운 기세로 뿜어내는 얼음덩어리였다. 어떤 큰 남자도, 거목이나 저택조차도 순식간에 얼어붙게 하는 미스라의 마법. 하지만 프윌린은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헤엄치듯 날았다. 몸을 반전시키면서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미스라의 공격을 피해간다. 놀리듯이 미스라의 앞에서 크게 입을 열었다.
미스라: ……! 아하하! 짜증나네!
내 걱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미스라는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프윌린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공간의 문을 연다. 마도구를 들고 기다리는 미스라를 보면 프윌린은 몸을 뒤로 젖히고 급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모습은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 같았다. 미스라도 빗자루를 타고 프윌린을 따라간다. 그들은 매우 즐거워 보였고, 자유로웠다. 올려다보기만 하는 자신이 외로워질 정도로.
(뭔가…… 괜찮아 보이네……? 좋겠다……. 본인의 힘으로 하늘을 날 수 있고……. 둘 다, 엄청 멋있어…….)
그렇다면 위로하듯이 돌고래들이 내가 있는 물방울들을 부드럽게 쿡쿡 찔렀다. 봐 줘. 하늘을 날지 못해도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어. 그런 걸 전달하듯이 물속으로 잠수하거나 주위를 헤엄친다.
아하하! 고마워.
하늘 가득 찬 석양과 싸우는 마법사와 하얀 드래곤. 그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파도에 흔들리면서 물방울 속에서 돌고래들과 올려다보는 사치. 특별한 시간을 감사히 누리고 느긋하게 몸을 맡기려고 하고 있을 때…… 빗자루로 하늘을 날면서 나에게 두 그림자가 다가왔다. 스노우와 화이트다.
스노우: 현자여!
화이트: 현자여, 괜찮나!?
스노우, 화이트!
쌍둥이들은 재빠르게 내 곁까지 왔다. 물방울 막을 만지며 걱정스럽게 들여다본다.
화이트: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니……! 늦게 알아차려서 미안하구먼!
스노우: 사크리피키움을 떼어놓은 것이 피가로였기에 그만 정신을 빼버리고 말았네. 지금 바로 풀어…….
그 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크게 입을 벌린 프윌린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스노우 / 화이트: ……!
와, 와앗……!
눈앞의 시야가 드래곤의 큰 입으로 가득 찬다. 날카로운 위 아래의 송곳니와 새빨간 혀.
(머, 먹힌다…….)
나는 프윌린에게 삼켜졌다.
스노우: 현자……!
화이트: 현자여……!
미스라: 현자님……!
(역시, 죽었나……? 모두들……. 계속, 지켜줬는데……. 이런 곳에서, 죄송…….)
……!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좁고 어두운 곳에 있었다. 앞쪽 틈새로 저녁 하늘이 보인다. 어디선가 달콤한 코코넛 향이 났다. 손을 대면 흐물흐물한 감촉이 든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혹시, 여기는 입 안인가요?
프윌린: 맞아.
(입 안이구나……!)
프윌린의 웅크린 목소리가 들려 나는 전율했다.
프윌린: 날뛰면 삼켜버릴지도 몰라. 앞쪽에서 송곳니를 잡고 있으면 돼.
저기……! 입 안, 조금 무서워요…….
프윌린: 하지만…….
이…… 입 밖으로 나가도 될까요!?
프윌린: 아, 잠…….
죄송해요. 나갈게요……!
나는 억지로 송곳니 사이로 얼굴을 밖으로 내비쳤다. 놀랍게도 할 말을 잃은 것은 프윌린이 또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커다란 눈동자로 눈물이 흘러내려서 하늘로 날아갔다. 나는 살며시 손바닥을 기어다녔다.
무슨 일인가요……?
프윌린: 그와올린의 원수다. 그자들이 올 줄은 알고 있었어. 너에게서 그자들의 낌새가 들었거든.
저에게서……?
프윌린의 커다란 눈동자가 움찔움찔 움직이다가 나를 봤다.
프윌린: 북쪽의 쌍둥이다. 스노우와 화이트. 그와올린을 죽이고 돌로 만들었지.
스노우와 화이트가……!?
프윌린: 맞아. 예전에 다른 자들에게 자주 장난을 걸었었어.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와올린은 성질이 거칠어. 몇 번의 장난을 나는 용서했지만 형은 용서하지 않았다. 그자들의 계략에 걸려 그와올린은 고독하게 죽었어.
프윌린: 나는 북쪽의 땅을 떠났다. 다음에 그자들을 만날 때는 죽이기로 결정했다. 그때가 온 거야.
잠……. 기다려 주세요! 프윌린……!
스노우: 현자여!
화이트: 지금 도와주겠네!
프윌린: 조잘대지 마라!
와앗……!
프윌린이 외치는 순간 엄청난 돌풍이 쌍둥이들에게 불어댔다.
스노우: 꺄악……!
화이트: 꺄아……!
몸집이 작은 쌍둥이들은 순식간에 멀리 날아가 버렸다. 거대한 드래곤을 앞에 두고 너무나도 무력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교묘하게 그렇게 보일 뿐. 날아가버린 척하면서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고 마도구 인형을 내민다. 호흡이 맞는 움직임으로 프윌린의 사선 왼쪽 앞, 그리고 대각선 오른쪽 앞에서 주문을 외웠다.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직후, 그들과 같은 키 정도의 얼음창이 무수히 프윌린에게 쏟아진다.
……!
나를 감싸듯이 프윌린이 크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위턱을 뚫고 얼음창이 박혔다. 그 창끝이 내 이마를 스치려고 하기 직전에 투명한 돔이 나를 덮었다. 스노우와 화이트가 만들어내는 스노우돔 같은 결계다. 프윌린을 공격하면서 프윌린의 옆에 있는 나를 수호한다.
스노우: 호호호! 생각났네!
화이트: 호호호! 짝을 잃어버린 바다 뱀인가!
비웃는 쌍둥이의 목소리에 프윌린이 낮게 신음한다. 공중의 대기를 떨면서 프윌린은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검은 구름이 모여서 거센 번개가 하늘과 바다 사이를 달렸다.
프윌린: 짝을 잃어버린 것은 너희들도 마찬가지겠지!
화이트: 바로 귀신이라는 것을 들켰나?
스노우: 호호호! 화이트는 여기에 있네! 우리는 영혼이 연결되어 있으니까!
프윌린의 분노를 드러내듯이 매서운 번개 빛이 쌍둥이들 사이를 갈라놓는다. 거울에 비친 그림자인가 싶을 정도로 겹쳐진 움직임으로 쌍둥이는 번개를 피했다. 빗자루를 탄 채 공중제비를 하고 파도 사이를 달려나가면서 다시 마도구 인형을 높이 치켜올린다. 번개가 치는 폭풍의 하늘 아래에서 스노우와 화이트의 금색 눈동자가 그 어떤 짐승들보다도 사납게 빛났다.
스노우: '노스콤니아'
스노우가 꺼낸 인형에서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여성의 손이 나타난다.
화이트: '노스콤니아'
화이트가 꺼낸 인형에서는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남성의 손이 나타난다. 그것들이 집단으로 꿈틀거리는 벌레 같은 기묘한 움직임으로 프윌린에게 다가가 살짝 번갈아 몸을 공격한다.
프윌린: 아아아아……!
프윌린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젖혔다. 폭풍우 치는 하늘을 날뛴다. 나는 송곳니를 잡으면서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다.
괜찮나요……!? ……프윌린……!? 프윌린……!
그의 이름을 외치면서 나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있었다. 프윌린과 쌍둥이.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어. 할 수 있다면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노우: 호호호! 잘 봤는가!
화이트: 호호호! 우리들의 힘, 뼈저리게 느꼈는가!
화이트: ……하지만, 스노우. 내가 살아 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녀석을 끝장낼 수는 없네.
스노우: ……그렇지 않다.
화이트: …….어떻게 할 생각이지? 미스라에게 떠맡길 겐가?
스노우: ……떠맡겨 준다면 좋겠지만 꽤 집념이 강해서 말일세. 저번의 일로 오즈에게 의지하는 것도 분하구먼.
화이트: ……그런 말을 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와올린과는 다르게 프윌린은 성미가 온화하고 냉정하네. ……꽤 틈이 보이질 않아.
스노우: ……뭐,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화이트: 스노우…….
……프윌린! 괜찮나요 ……?
프윌린: ……엄청나게 아팠다……. 하지만 괜찮아…….
프윌린의 움직임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입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쌍둥이들은 바로 근처를 빗자루로 날고 있었다. 비에 젖은 미스라도 어느새 쌍둥이의 옆으로 이동했다.
미스라: 스노우, 화이트! 기다려 주세요.
스노우: 뭔가.
미스라: 저 드래곤은 제 사냥감이에요.
화이트: 진짜? 이길 수 있어?
스노우: 미스라여. 그대야말로 기다리게나. 그 녀석과는 인연이 있네.
미스라: 하?
화이트: 스노우 쨩…….
스노우: 프윌린이여! 듣게나! 그대는 패기가 없네! 그와올린의 포효는 속 깊은 곳까지 울려퍼졌다고 하는데!
프윌린은 목 안쪽에서 낮게 계속 신음하고 있었다.
프윌린: 저 두 사람은 입이 나빠……. 짜증나지. 하지만 영리해. 격양시키기 위한 계략이겠지. 그와올린은 그렇게 분노하면서 싸웠다.
스노우: 북쪽을 떠난 바다 뱀이여! 우리가 그대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나!
화이트: 호호호! 질까보냐!
스노우: 무슨 일인가? 형의 원수를 갚을 기개도 없는 겐가?
화이트: 그대의 짝은 영혼을 불태웠다만?
프윌린은 포효했다. 하늘을 찢는 듯한 큰 소리에 귀가 깨질 것 같아 날아가버릴 뻔했다. 필사적으로 송곳니에 매달리는 나를 눈치챘는지 프윌린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상냥하지, 프윌린…….)
얼굴을 내밀고 은빛 눈동자를 올려다보니 그는 또 울고 있었다.
프윌린: 아키라. 너를 인어들에게 맡길게.
에……!?
프윌린: 금방 데리러 갈게. 바로 승부를 내고 올 테니까. 내일 약속했던 가게에 가자.
프윌린……!?
프윌린은 크게 입을 벌리자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나를 뱉어냈다.
와아아아아……!
나는 폭풍와 거센 빗 속에서 폭풍의 바다로 곤두박칠친다. 파도 위에 몇몇 여자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들 근처에는 물고기 꼬리가 보였다.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서인지 다들 하늘로 손을 뻗고 있었다.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쌍둥이가 주문을 외우자 내 주위에 쌍둥이의 결계가 쳐졌다. 희미한 빛에 몸이 감싸며 낙하하는 속도가 떨어져 간다.
(저런 상황에서 나를 지켜줬어. 스노우와 화이트도 상냥해…….)
(모두들 싸우지 않았으면 해……. 하지만 형을 생각하면…… 프윌린은?)
낙하하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굴렸다.
13화
조금 전까지의 움직임을 가볍게 능가하는 속도와 힘으로 프윌린이 하늘을 달린다. 내가 있었기에 봐주는 걸지도 몰라. 진심을 드러낸 드래곤은 그 어떠한 생물보다도 무서웠다. 스노우는 얼음의 숨결에 순식간에 반신이 얼어붙는다.
스노우: 아아아아……!
화이트: 스노우!
얼음을 털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몸은 프윌린의 꼬리로 사정없이 튕겨져 나갔다.
스노우: ……윽!
스노우는 자세를 바로잡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닷속에 가라앉았다.
화이트: 스노우……! 이 녀석! '노스콤니아!'
화이트는 스노우를 지키듯이 다시 혼자서 얼음창을 쏘아올리고 프윌린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프윌린은 화이트를 무시하고 바다로 잠수한다. 곧 심한 물보라를 일으미켜 프윌린은 수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에는 스노우의 오른발을 물고 있다. 스노우는 인형처럼 축 늘어지며 가냘프게 매달려 있었다.
스노우: ……콜록……. 커억…….
화이트: 스노우……! 이 자식, 스노우만 노리고……!
화이트가 분한 비명을 지른다. 스노우는 눈을 뜸과 동시에 주문을 외운다.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쌍둥이가 만들어낸 검은 어둠이 프윌린의 몸을 먹구름처럼 둘러싼다. 프윌린은 뿌리치듯 몸을 비틀었다. 스노우를 문 채로 다시 바다 밑바닥으로 잠수한다.
화이트: 스노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계속 낙하한 나는 드디어 바다에 충돌하는 순간을 각오한다.
(천천히 떨어지고 있고, 괜찮겠지!? 아프지 않기를……!)
눈을 감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났다.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쿠레 메미니'
……!
갑자기 스노우돔 같은 결계가 사라지고 둥둥 몸이 떴다. 다음 순간에는 오웬의 팔에 착지하고 있었다. 해수면에 닿을락말락 빗자루를 타고 날면서 오웬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오웬: 뭐 하는 거야, 현자님.
오웬……!
오웬의 어깨 너머로는 공간의 문을 연 미스라가 보였다.
미스라: 잠깐. 저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오웬: 그래서 방해한 거야.
오웬이 히죽히죽 웃는다. 직후 오웬이 눈을 부릅뜬다. 나를 안은 채로 빗자루에 발을 걸어 뒤집었다.
꼬로로록 ……!
상체만 바닷속에 가라앉는다. 순간적으로 숨을 다 내쉬어버린 내 앞에서 오웬은 우아하게 바닷물에 앞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 총성이 울린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오웬은 다시 해면에 상반신은 되돌렸다. 내 목 뒤를 잡으면서.
콜록, 콜록……! 뭐…… 뭔가요? 오웬!?
오웬: 불평은 브래들리한테 해.
……윽, 브래들리!?
오웬의 말에 상공을 올려다본다. 선 채로 빗자루를 탄 브래들리가 총을 겨누고 오웬을 노리고 있었다.
브래들리: 쳇……. 빗나갔다. 현자, 비켜! 총알에 맞고 싶어!?
절대 맞고 싶지 않아요! 뭐하는 건가요!?
브래들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브래들리: 오웬을 쳐죽이는 거야! 조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저 녀석은 입으로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짓을 나에게 저질렀다고!
오웬: 아하하. 미안. 생각나서 웃어버렸어.
브래들리: 네 녀석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죽여버린다!
미스라 / 현자: 조개 상태가 뭔가요?
뜻밖에 미스라와 목소리가 겹쳤다. 오웬과 브래들리도 같이 대답을 했다.
오웬: 나중에 알려줄게.
브래들리: 시끄러워. 가만히 있어!
그런 대화를 우리 사이에 갑자기 파도 사이로 거대한 하얀 기둥이 심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출현한다. 희고 거대한 그림자느 프윌린이었다. 얼음창을 안면에 꽂힌 채로 피를 흘리면서 스노우의 발을 놓지 않는다.
스노우: ……윽, 으아아아……!
화이트: 스노우! 이 자식, 프윌린……!
오웬: 너희들은 이길 수 없어. 스노우, 화이트.
빗자루 위에서 다리를 꼬면서 멸시하듯이 오웬은 쏘아붙였다.
오웬: 드래곤에게서 도와줄까?
화이트: 오웬…….
오웬: 내 손 끝에 이마를 붙이고 용서를 구한다면 말이지. 웃음거리가 된 원한은 잊지 않았으니까.
브래들리: 동감이다. 싸우는 보람이 있는 드래곤이지만 네 녀석들과 같은 편은 사양이라고.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싫으면 빨리 오즈를 불러. 서두르지 않으면 해가 진다.
화이트: 으으음……. 어쩔 수 없지……. 스노우!
스노우: ……으, 큭…….
화이트: 오즈를 부르겠다!
스노우: 그만두게나, 화이트! 필요 없어……!
화이트: 하지만……!
브래들리: 빨리 결정하는게 좋다고. 똑똑한 녀석이다. 스노우만 노리고 있어. 스노우가 돌이 되면 화이트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지.
……그런…….
프윌린의 포효가 천지를 떨게 한다. 일몰까지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어두운 하늘에서는 피할 수 없다. 오즈에 필적하는 힘을 지닌 드래곤……. 해가 지고 오즈가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아무도 이길 수없어.
리케: 현자님들, 괜찮을까요…….
루틸: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미스라 씨가 쫓아갔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틸: 형님, 리케! 보세요. 저거……!
루틸: 어라……? 바다 쪽에 하늘이 일렁거리는 것 같네.
미틸: 그게 아니라……. 아, 지금 반짝이는 구름 밑 근처요!
루틸: 반짝이는 구름……?
리케: 미틸.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 주겠나요?
미틸: 으음……. 제 손가락 끝, 이 근처에 있는 가로로 긴 구름과 양운 아래 근처의…….
루틸 / 리케: 으음 ……?
루틸 / 리케: 아……!
미틸: 알겠나요!?
리케: 바다 위에 뭔가 날고 있었어요!
미틸: 하지만, 이 거리를 생각하면 꽤 크지 않나요……?
리케: ……드래곤…….
미틸: 드래곤?
리케: 분명 드래곤이에요! 저, 본 적 있어요! 잠깐 동안이지만!
미틸: 맞다! 드래곤의 수염을 가지고 돌아와서 보여줬죠!
리케: 네!
루틸: 헤에! 대단해! 드래곤을 볼 수 있다니…….
나탈리: 꺄아아아아악! 바다 위에 드래곤이 있어……!
모자를 쓴 보르다 섬 주민: 뭐라고!?
안경을 쓴 보르다 섬 주민: 오오오 ……! 저건 확실히 드래곤이다!
짐을 나르는 보르다 섬 주민: 요즘은 큰 마법 생물을 자주 보네! 저번에는 리바이어던과 크라켄이 싸웠었는데!
검은 수염의 보르다 섬 주민: 드래곤이라니, 좀처럼 볼 수 있는게 아니야. 아들들한테 보여줄까! 어이! 너희들, 공부 그만하고 당장 밖으로…….
나탈리: 잠깐만! 드래곤은 폭풍을 불러! 너무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
모자를 쓴 보르다 섬 주민: 확실히…….
나탈리: 이 섬까지 와서 날뛸지도 몰라. 마법사들이 소환했을지도 …….
얇은 옷을 입은 보르다 섬 주민: 아예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네.
나탈리: 낮에도 바자르에 마법사들이 독을 뿌렸다고 하던데 …….
이마에 상처가 있는 보르다 섬 주민: 독!? 그 녀석들, 선 넘잖아 …….
달려온 보르다 섬 주민: 뭐야!? 무슨 일 있어!?
나탈리: 드래곤이 나타났어! 마법사가 소환했을지도 몰라!
모자를 쓴 보르다 섬 주민: 폭풍을 부르는 드래곤이야! 게다가 아담스 섬을 가라앉혔을지도 모르는!
단발머리의 보르다 섬 주민: 뭐라고!? 아담스 섬을 가라앉힌 드래곤을 마법사들이 소환했다고!?
미틸: 무슨……. 섬 사람들이 순식간에 패닉에…….
리케: 뛰어다니고 있어요. 부상자가 나올 것 같아요……. 제가 그들을 이끌겠습니다.
미틸: 잠시만요, 리케!
리케: 뭔가요?
미틸: 마법사라는 걸 알게 되면 혼날지도 몰라요. 이럴 때의 인간들은 힘인 약한 마법사들에게 몰려올 거예요!
리케: 미틸은 이제 약한 마법사가 아니잖아요?
미틸: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마력이 있어도 많은 사람에게 책망받는 것은, 무서워…….
리케: 미틸…….
루틸: ……둘 다 여기서 기다려. 섬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올게.
미틸: 멈춰주세요, 형님! 그렇게 해서 저번에도 폭력을 당했잖아요! 게다가이 상황에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와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해요!
루틸: 전부와는 하지 않아. 특히 겁에 질린 사람이 있으니까…….
리케: 저 검은 머리의 여자……?
루틸: 맞아. 리케, 잘 알았구나.
리케: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리며 헤매는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 저의 역할이니까요.
미틸: 하지만…….
리케: 괜찮아요. 미틸은 어떻게 할 건가요?
미틸: ……가겠습니다. 제가 형님과 리케를 지켜야 해요.
나탈리: 여러분, 도망가세요……! 해변은 위험해요! 드래곤이 덮쳐옵니다! 시장 마법사들이 소환한 사악한 드래곤이 바다에서 온다!
스카프를 두른 보르다 섬 주민: 마법사가 드래곤을 소환!? 어린아이들도 있는데!?
시장의 마법사: 너…… 너. 기다려. 그 말은 확실한가?
나탈리: ……당신은요?
시장의 마법사: 나는 마법사지만, 드래곤의 소환이라던가 어지간한 솜씨가 아니라면 성공할 수…….
나탈리: 마법사!? 당신이 소환한 마법사!?
풍채가 좋은 보르다 섬 주민: 드래곤을 소환한 마법사라고!? 도대체 어느 녀석이야!?
시장의 마법사: ……내가 소환했다고? 그런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
루틸: 여러분, 진정하세요!
나탈리: …….
루틸: 저는 남쪽의 마법사 루틸.
보르다 섬 주민들: 마법사!?
모자를 쓴 보르다 섬 주민: 누가 소환한 마법사야!? 둘 다인가!?
루틸: 저는 남쪽의 마법사 루틸. 현자님의 마법사입니다.
보르다 섬 주민들: 현자님의 마법사라니……. 우리 릴리아나 여왕 폐하께 대관식을 거행한……?
이마에 상처가 있는 보르다 섬 주민: 아아! 그 마법사님들인가!
루틸: 드래곤은 멀리 있어요. 아직 무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작정 달리면 혼란에 부상자가 나와 버려요.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가 여러분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부디 진정해 주세요.
미틸: 저도 지켜드리겠습니다!
굵은 눈썹을 가진 보르다 섬 주민: ……확실히 그렇네 ……. 모두들, 진정해! 아직 피해는 나지 않았어!
강면의 보르다 섬 주민: 이런 소년도 울거나 당황하지 않으니까. 대단하네, 너.
미틸: 감사합니다!
붉은 옷을 입은 보르다 섬 주민: 미안하네, 마법사님. 마법사 할아버지도…….
시장의 마법사: 흥……. 충고도 제대로 듣지 못하다니 어이없는 패거리다.
붉은 옷을 입은 보르다 섬 주민: 뭐라고!?
강면의 보르다 섬 주민: 그만해. 우리가 잘못한 거고…….
루틸: 드래곤은 크고, 가까이 있으면 걱정되죠. 바로 성주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나요?
키가 큰 보르다 섬 주민: 성주 따위 믿을 수 있을 리가 ……. 마법사를 편애해서 우리 이야기는 듣지도 않아.
루틸: …….
아이를 동반한 보르다 섬 주민: 시끄럽게 한 것은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 자기 몸을 지켜야 해.
미틸: 새로운 성주님……. 별로 섬 사람들에게 신용을 받지 못하고 있군요.
루틸: 그런 것 같네……. 어라? 리케는?
미틸: 에? 리케!? 어디로 가버렸나요!?
나탈리: ……쳇…….
리케: 죄송합니다.
나탈리: ……!
리케: 괜찮나요? 당신, 엄청나게 무서워했으니까요.
나탈리: 아아……. 고마워. 괜찮아. 너도 부모님께 서둘러서 알려줘! 마법사가 소환한 드래곤이 이 섬을 덮치러 온다고! 빨리, 서둘러서……!
리케: 마법사가 드래곤을 소환한 건가요?
나탈리: 그런 것 같아. 누가 그랬어. 당신도 빨리 어른들에게 알려줘!
리케: 저는 마법사예요.
나탈리: ……. ……아아, 그렇구나…….
리케: 드래곤을 보고 공포심에 사로잡혀 버렸군요. 저는 처음 봤을 때 두근거렸지만…… 제가 두근거리는 것을보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알아요.
나탈리: 그래……. 그럼 나, 볼일이 있으니까…….
리케: 무서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잘못 전달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나탈리: …….
리케: 당신의 말로 섬 사람들은 두려움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혼란이 커지고 말아요.
나탈리: 그런 식으로 보였다면 미안해. 하지만…… 나는 섬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고 이끌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모두가 심한 꼴을 당하지 않도록. 많은 불행을 겪어왔으니까, 모두는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해서…….
리케: ……그런 거였군요…….
나탈리: 맞아……. 저 해변에 드래곤이 덮쳐와도 나의 경고 덕분에 모두 조심해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건졌다. 당신의 충고를 듣고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늦게 도망치는 바람에 모두 죽어버렸다.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설득했어.
리케: …….
나탈리: 왜 그래?
리케: ……잘, 모르겠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이…….
나탈리: 그렇네……. 너의 마음은 잘 알아. 나는 마법사를 좋아하지만 당신들이 없는 게 낫다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 당신도 마법사 동료를 설득해서 이 섬을 나가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 언젠가, 큰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불쌍하지만…….
리케: 무슨 뜻인가요?
나탈리: 기분 나빠하지 말아줘…….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을 뿐이야.
리케: ……저를 이끌고 있다는 건가요?
나탈리: 그런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리케: …….
나탈리: 말 걸어줘서 고마워. 당신이 곁에 있어서 구원받았어, 마법사님.
리케: 천만에요.
14화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
네로: 선생!
파우스트: 괜찮아! 그녀들을 부탁해!
레녹스?: 그 녀석을 내놔……!
네로: 이 인어 ……. 베스파를 노리는 건가!? 시노, 히스! 베스파와 부인을 안전한 곳으로!
히스클리프: 알았어! 클라우디아 씨, 이쪽으로!
시노: 파우스트! 레녹스를 부탁해!
파우스트: 알아! 레노의 기척이 나. 누군가가 레노의 육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군……. 네 녀석, 레녹스에게 무슨 짓을 했지!? 그의 몸을 돌려줘!
레녹스?: 하하……. 돌려줄까 보냐. 드디어 만난 이상적인 육체인걸.
파우스트: 웃기는 소리를…….! 레녹스, 나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파우스트: ……!
네로: 위험해……! '아도노디스 옴니스!'
파우스트: ……네로. 미안해……!
네로: 신경쓰지 마. 여, 나리! 너의 이름은?
파우스트: 네로!?
네로: 이상적인 육체를 찾았다고 했지. 즉, 지금 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
레녹스?: …….
파우스트: (표정이 변했어…….)
네로: 너의 겸손일지도 모르지! 모습을 보여줘, 색남!
레녹스?: 입 다물어라! 그 혀를 뽑아내고 돌로 만들어주지!
네로: 아아, 해 봐. 진짜 모습도 이름도 드러내지 못하는 겁쟁이 녀석, 무섭지 않으니까.
레녹스?: 북쪽의 마법사 발타자르! 이 이름을 기억에 새기고 죽어라……!
네로: (발타자르……. 들어본 적 없네. 북쪽의 마법사가 왜 서쪽 나라까지 와서 양치기 군을 조종하지?)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파우스트: 네로! 잠깐만……!
네로: 알아! 양치기 군에게 치명상은 입히지 않을 거야!
레녹스?: 그런 각오로 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로: (…….! 이 녀석, 확실히 강하다……!)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네로: ……으아아악……!
파우스트: 네로…….! ……내가 상대다! 발타자르!
네로: ……윽, 선생…….
레녹스?: 동료를 두둔할 작정인가? 그렇다고 해도 소용없어. 둘이 같이 얼음 조각으로 만들어 주지. '메어 프라'…….
레녹스?: ……!? 몸이…….
파우스트: …….
네로: (몸의 움직임이 멈췄다……. 저항하듯이……. 양치기 군…….)
파우스트: ……레노…….
레녹스?: 쳇……. 아직 술이 완벽하지 않았나…….
파우스트: ……! 사라졌다……. 기다려……! 어디로 가는 거야!?
히스클리프: 이쪽으로……!
클라우디아: 고마워!
시노: 베스파, 이리 와! 히스의 발목 잡지 말고!
베스파: ……! ……!
시노: 왼손 들지 마!
히스클리프: 괜찮아, 시노. ……!
레녹스?: 인어의 막내딸!
베스파: ……!
레녹스?: 반복되는 탈주를 꾀한 죄다. 너희 일족은 몰살이다.
베스파: ……!
레녹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것이 좋다!
베스파: ……! ……!
히스클리프: (베스파……. 공포에 얼굴을 찡그리며 울고 있어……. 인어라도 인간이라도 마법사라도 누군가의 슬퍼하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히스클리프: 괜찮아, 베스파……. 너희들을 지켜보일게.
시노: 히스…….
히스클리프: 우리는 마법사……. 현자님의 마법사니까.
파우스트: 히스! 시노!
네로: 괜찮아!?
레녹스?: 흥……. 현자의 마법사인가……. 너.
히스클리프: …….
레녹스?: 지금 한 말을 잊지 마라. 오늘 밤, 바다를 피로 물들이지.
베스파: ……!
파우스트: 기다려! 가게 둘까 보냐!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파우스트: 큭……!
베스파: ……!
시노: 히스! 베스파! 괜찮아!?
히스클리프: 괜찮아! 그 사람은…….
파우스트: ……없어……. ……!
네로: 기다려, 선생! 너무 깊게 쫒지 마……!
시노: 네로!
네로: 내가 쫓을게! 너희들은 여기에 있어!
파우스트: ……윽, 어디야 …….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파우스트: ……! 바다에서 기척이……. ……큭.
파우스트: (어디로 갔지? 레노……. 레노!)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파우스트: ……!?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레녹스?: ……쳇…….
파우스트: ……윽.
네로: 쫒지 마! 이리 와, 파우스트……!
파우스트: 헉……. 하……!
네로: 하아……. 하……!
파우스트: 레노를 구해야해……. ……네로. 나는 다시 한 번…….
네로: ……안 돼!
파우스트: 이거 놔!
네로: 안 된다고 했잖아!
파우스트: …….
네로: ……일단 돌아가자. 애들도 기다리고 있어.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레녹스가 제일 괴로워하겠지. ……참아줘. 알겠지?
파우스트: ……알았어.
네로: 괜찮아……? 소리질러서 미안해.
파우스트: 아니……. 이쪽이야말로, 미안해…….
파우스트: …….
파우스트: (……레노…….)
레녹스: 그렇다면 잔당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파우스트: 부탁할게. 아…… 레노.
레녹스: 네.
파우스트: 피가 눈에 들어갈 것 같아.
레녹스: 죄송합니다.
파우스트: ……심하게 만들어 버렸네. 너만큼 마음이 맑고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은 없는데.
레녹스: 파우스트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우스트: 레노는 이 싸움이 끝나면 뭘 하고 싶지?
레녹스: 뭘 하고 싶다…… 인가요. 계속 파우스트 님을 모시려고 합니다만.
파우스트: 나 같은 녀석은 평화로운 시기에 볼 필요는 없어. 다른 건?
레녹스: ……그렇네요……. 어렸을 때부터 탄광에서 일하고 움막에서 자랐기 때문에……. 푸른 하늘 아래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숨지 않고, 어딘가 하나의 땅에서…….
파우스트: 그렇구나……. 좋은 꿈이다. 레노와 어울려.
레녹스: 네. 감사합니다.
미틸: 레노 씨, 잠깐 도와주실 수 있나요?
레녹스: 아아, 물론.
미틸: 다행이다! 저기 선반을 달고 싶은데 계속 떨어져서요.
레녹스: 더 굵은 못을 쓰면 되지 않을까? 어디…….
루틸: 잘 됐네, 미틸! 감사합니다 레노 씨! 항상 도움을 받아서…….
레녹스: 괜찮아. 점심은 주는 거잖아?
루틸: 아하하! 차가운 꿀 술도 드릴게요.
피가로: 레노는 목수 일을 잘하지. 언덕집 남편도 편리하다고 하더라. 네가 만든 장롱.
레녹스: 그거 다행이다. 이렇게 해서 나무를 만지는 건 온기를 느끼게 되어서 즐겁거든요. 미틸, 이쯤으로 괜찮아?
미틸: 아……. 조금 더 아래요!
레녹스: 좋아.
루틸: 파우스트 씨! 서계시면 피곤하지 않나요? 괜찮으시다면 저쪽 의자를 써주세요.
파우스트: ……아니, 여기도 괜찮아. ……..
파우스트: (다행이다……. 지금의레녹스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살 곳이 있구나……. 마음씨 착한 그가, 전란의 세상에서 풀려나서 다행이야…….)
오웬: 스노우, 화이트! 어떻게 할 거야!?
이마에 핏대를 띄우며 오웬이 쌍둥이를 향해 외친다. 쌍둥이들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욱 험난한 태도였다. 나는 스노우와 화이트를 올려다보았다. 평소의 그들이라면 귀엽게 살려달라고 졸랐을 테지만, 스노우는 피를 뱉으며 오웬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냉소를 띄었다.
스노우: 그대들에게 빚 같은 걸 만들까 보냐! 닥치고 거기서 보고 있게나!
오웬: 아 그래.
브래들리: 그러냐.
오웬과 브래들리는 질린 표정을 했다. 오웬은 연기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는 바다에 떨어질 뻔했다. 곧 미스라가 끌어올려줬다. 브래들리도 빗자루에 걸터앉아 떠나려던 참이었다.
기다려 주세요……! 스노우와 화이트를 도와주지 않을 건가요!?
브래들리: 저렇게까지 말하면 안 돼. 무슨 일이 생기면 오즈를 의지하겠지.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있으면 오즈를 부르기 어려울지도 몰라. 질 것 같아서 제자를 의지하는 모습 따위는 보여주고 싶지 않겠지. 이건 인정이다. 자취를 감취어 주는 거야.
브래들리…….
브래들리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나도 이 자리를 떠날 것을 권하고 있는 이겠지. 쌍둥이와 프윌린을 올려다보며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웃으며 어깨를 움츠렸다.
브래들리: 그러냐. 미스라, 현자를 잘 보고 있어. 드래곤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미스라는 계속 프윌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는 소년처럼.
브래들리: 미스라.
미스라: 대단하지 않나요? 저거?
브래들리: 그렇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커.
브래들리는 빗자루를 들어 올리고 어딘가로 날아갔다. 비를 맞으면서 입가에 손을 얹고 미스라가 소리 질렀다.
미스라: 프윌린! 당신의 상대는 나잖아요!
프윌린도 쌍둥이들도 미스라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미스라는 조금 입을 구부렸다. 왕따당하는 아이 같아. 프윌린과 하늘을 달리면서 웃던 미스라가 생각난다. 거센 번개가, 하늘 한 면에 파랗게 빛나는 가지를 펼쳤다.
오즈: '복스노크'
오즈의 목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폭풍우의 모습이 변해 간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먹구름이나 소용돌이 치는 것이 조금씩 달라져갔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자연이 따르는 상대를 바꾼 듯한 변화다. 창백한 빛 아래, 오즈와 피가로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은 바닷물에 젖어 있었다. 피가로가 이쪽을 돌아보며 상냥한 표정을 짓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음 순간에는 나와 미스라의 눈앞에 있었다.
피가로: 현자님, 어째서 이런 곳에!?
그,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피가로: 미스라! 너에게 부탁했잖아!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 현자님을 데려왔지!?
미스라: ……하아?
순간, 멍하니 있던 미스라는 무조건 혼났다는 것을 알고 이마에 핏대를 띄웠다.
피가로: 어차피 드래곤에게 이끌려서 여기까지 온 거겠지. 현자님, 이리 와.
아, 하지만…….
피가로: 괜찮아. 내 빗자루로 옮겨줄게. 하나, 둘…….
피가로에게 허리를 잡혀서 끌어올려진다. 다음 순간 엄청난 기세로 뒤로 당겨졌다. 미스라가 옷깃을 잡고 있었던 덕분에 빠지는 일은 없었지만.
피가로: 너, 뭐하는 거야! 현자님, 괜찮아!?
미스라: 이 사람이 따라간 거예요.
피가로: 뭐를?
미스라: 드래곤을.
피가로: 정말로?
따라갔다고나 할까, 끌려갔다고나 할까…….
피가로: 드래곤에게 끌려갔어? 미스라가 옆에 있는데도?
피가로는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즈에 이은 미스라의 역량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라의 녹색 눈동자에는 선명한 분노가 떠올라 있었다.
미스라: 그러니까, 이렇게 데려왔잖아요.
피가로: 저 드래곤과 스노우 님들이 싸우는 건?
미스라: 몰라요. 그건 그렇고, 저에게 불평을 할 거라면 루틸이나 미틸, 리케에게도 말해주세요. 저 사람들도 현자의 마법사죠? 저와 같은 입장이잖아요? 왜 저만 불평을 들어야 하나요?
피가로: 갓 태어난 마법사들과 네가 같은 처지일 리가 없잖아. 제일 나이가 많으니…….
미스라: 하?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제일 나이가 많은 쌍둥이들이 제일 제멋대로 하는데요?
피가로: 나한테 말하지 마! 나도 옛날부터 곤란해 하고 있다고.
미스라는 혀를 차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피가로를 노려다보았다. 뭔가 대꾸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말을 찾지 못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아…… 아니에요, 피가로. 미스라는…….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는 공간의 문을 출현시켰다. 그리고 돌아서지 않고 떠나 버린다.
미스라……!
스노우: 아아아아악……!
스노우의 절규가 폭풍의 바다에 쏟아졌다. 경악을 머금고 피가로가 하늘을 우러러본다. 희고 거대한 프윌린의 몸이 파도치는 해수면에서 번개가 반짝이는 상공까지 거룩하게 뻗어 있었다. 프윌린의 은빛 눈동자……. 그 앞에 있는 무섭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스노우의 몸을 꼬챙이에 꽂고 있었다. 가느다란 복부가 송곳니에 뚫려 있다. 스노우는 손발을 버둥거렸지만 그의 몸은 복부를 중심으로 검푸르고 섬뜩한 색으로 물들어갔다.
피가로: 스노우 님……!
오즈: '복스노' ……!
천둥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오즈의 목소리는 도중에 끊겼고 하늘을 날던 그는 바다에 빠졌다. 동시에 쌍둥이의 모습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멸이 아니라 '거대한 재앙' 이 가져온 상처였다. 송곳니에 꽂힌 스노우가 송곳니에 꽂힌 그림으로 변하려고 한다. 항거하듯이 스노우가 크게 몸부림쳤다.
스노우: 큭……. 으윽……!
화이트: 스노우……! 스노우……!
스노우: 아아아……. 아아아아……!
화이트: 스노우를 놔……!
스노우: ……윽, 화이트…….
스노우의 목소리는 비통했다. 프윌린의 송곳니에 꽂힌 것 때문이 아니라, 독에 침범당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프윌린! 프윌린, 그만하세요……!
나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피가로가 스노우하고 오즈가 떨어진 해면을 비교한다. 내 몸을 끌어당기고 마법으로 띄우면서 빗자루 앞에 앉혔다.
피가로: 오즈를 찾자. 네가 있으면 오즈는 마법을 쓸 수 있어. 날아갈게. 아, 바다에 들어갈지도. 숨은 쉴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잡고 있어.
네……!
비나 파도의 물줄기가 얼굴에 튀어 아플 정도의 속도로 피가로는 해면 가장자리를 날았다. 그리고 높게 상승해 하늘을 한바퀴 돌고나서 바닷속으로 파고든다.
피가로: '폿시데오'
물속으로 들어가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숨을 멈추고 있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숨을 쉴 수 있었다. 어두운 바닷물 파도소리, 심장소리가 울퉁불퉁 소용돌이치며 부딪힌다.
피가로: 오즈!
어느새 오즈가 있었다. 내 어깨를 안고 말없이 손을 꼭 쥔다. 말은 없었지만 붉은 눈동자에서 진지함이 전해졌다. 위험한 바다에서 나를 돕고 싶은 것이라고. 나도 오즈의 손을 잡았다.
오즈: '복스노크'
나는 오즈의 부축을 받으며 해상으로 나왔다. 피가로는 빗자루로 수면으로 뛰어올랐다. 세찬비와 바람 속에서 본 것은 있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화이트가 사라져 가고 있다.
화이트: 스노우……. 스노…….
머리나 복부가 비치는 화이트의 몸 너머로 폭풍에 비친 구름이 빛나고 있다. 그 광경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참혹했다. 송곳니에 꽂힌 스노우와 사라져가는 화이트가 다시 점멸하기 시작했다. 비바람과 어둠에가려져 이 눈으로 또렷하게 그림 속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이후, 갇히는 액자 속에는 화이트가 없는 걸까 하고.
화이트: 스…… 노우…….
사라져가고 점멸을 반복한다. 화이트의 얼굴에 떠있떤 것은 공포도, 슬픔도, 미소도 아니었다. 그저 이별의 예감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듯한…….
화이트: ……스노우…….
유령이 된 화이트는 스노우의 마력으로 연결되어있다. 스노우가 마력을 잃으면 화이트를 이 세계에 연결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날아간 풍선처럼,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다.
스노우: 화이트……! 가지 마, 화이트!
똑같이 점멸하면서 스노우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날카로운 송곳니에 복부를 뚫리며 온몸이 독에 침범당해 눈처럼 하얀 피부가거무스름해지기 시작했다.
스노우: 나의 반쪽이여……!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였다. 금빛 눈동자에는 눈물이 차오른다.
오즈: '복스노크!'
오즈가 주문을 외우자 창백한 섬광이 프윌린을 꼬집었다. 비통한 포효를 지르며 몸을 뒤로 젖히는 프윌린을 보고 나는 동요했다. 오즈를 잡고 있는 손끝이 창백해진다. 나는 지금 프윌린에게 상처를 주는 마법에 힘을 보태고 있었구나. 오즈를 쳐다보았다. 오즈는 프윌린을 노려다보고 있었다.
피가로: 스노우 님!
프윌린이 입을 열고 힘을 잃은 스노우가 바다로 낙하해 간다. 스노우의 그림자는 순식간에 액자가 되었다. 액자를 받아들이려고 피가로가 비와 바람을 가르며 빗자루를 달린다. 피가로는 다행히 늦지 않았다. 피투성이의 액자를 한쪽 팔로 받는다.
하지만 또 하나는 늦고 말았다. 화이트의 몸은 사라지고 있었다. 파도 사이로 사라져가는 거품처럼.
화이트: 미안해……. 스노우…….
마지막으로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뒤에 남은 것은 폭풍우치는 하늘 뿐이었다.
피가로: ……화이트 님…….
피가로가 안은 액자 속에서는 스노우가 혼자서 검은 피부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가끔 흠칫 발작하면서 새카맣게 된 손발이 움찔거렸다.
그것만이, 스노우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15화
피가로: '폿시데오'
마도구를 꺼내서 피가로가 액자 속 스노우에게 치유 마법을 건다. 액자 속 스노우의 몸이 옅은 빛에 휩싸여 검은 독에 침식되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피가로: 오즈. 막아!
피가로의 말을 듣기 전에 오즈는 마도구 지팡이를 치켜들고 프윌린의 머리 위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나는 상처투성이의 프윌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은빛 눈동자는 조용히 오즈 옆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싫어. ……프윌린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오즈: '복스' …….
순간적으로 나는 오즈의 손을 뿌리쳤다. 오즈가 눈을 부릅떴다. 직후, 우리는 낙하하기 시작했다.
……!
감싸듯이 오즈가 내 머리를 끌어안는다. 세찬 물소리를 내며 나와 오즈는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나는 동요하고 있었다. 바닷속에 빠진 것도, 오즈의 손을 뿌리친 것도. 화이트의 소실도. 상처투성이인 프윌린도. 죄책감과 거부감과 혼란으로 가득차 있었다. 무슨 그림자가 다가와서 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숨을 내쉬었다.
……! ……!
물을 들이마시고 숨이 막힌다. 숨을 쉴 수가 없어. 머릿속이 뜨거워진다. 그림자가 나의 손을 잡는다. 매달려도 되는 것인지, 공포와 희망으로 머리가 끓었다. 오즈의 손이라는 것을 알고 혼란이 가라앉았다. 그는 내 팔을 잡아당겨 해면으로 이끌었다.
하……. 하아……. 콜록……. 콜록콜록……!
오즈: 하아……. 하……. 괜찮은가, 현자.
네……. 죄송합니다…….
오즈: 손을 다오. 나에게 힘을 줘. 다시 한 번…….
아…… 안 돼……!
손을 잡으려다가 나는 반사적으로 오즈를 밀쳤다. 오즈는 생명의 은인인데도.
오즈: …….
오즈는 놀라면서 눈을 부릅떴다. 이럴 때조차도 그의 눈동자에 분노는 없었다. 인내심이 강한 아버지처럼 나에게 묻는다.
오즈: ……어째서지.
프…… 프윌린은……. 저 드래곤은…….
멋대로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건지, 망설이면서도 나는 말했다.
저 드래곤은 친구예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말을 꺼내니 눈물이 흘러 나왔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천진난만한 드래곤. 너무 좋아하는 스노우와 화이트. 항상 나에게 상냥하게 대해줬다. 오즈는 몇 번이나 나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나는 모두를 배신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모든 어려움을 맡기는 듯한, 책임을 떠넘겨진 아이처럼 속수무책이었다. 오즈는 나를 책망하지 않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비에 젖으며 하늘을 우러러본다.
오즈: 그런가…….
피가로: 현자님! 오즈! 어디에 있어!? 드래곤의 독기로 기척을 알 수가 없잖아…….
피가로: ……!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문득, 얼음 눈보라가 피가로에게 덤벼들었다.
피가로: '폿시데오'
반사적으로 마법으로 결계를 펴 피가로가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피가로가 결계를 치는 동안 그림속 스노우의 피부는 점점 독의 빛에 침범당해 갔다. 축 늘어지며 스노우의 손발에서 힘이 빠진다. 피가로가 액자에 손을 얹자 다시 희미한 빛이 스노우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마법의 결계가 약해지고 돌파된다.
피가로: ……너는…….
마법을 부린 상대를 쳐다본 피가로는 놀란 목소리를 냈다.
피가로: 레노……!?
폭풍의 바다 하늘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남쪽의 마법사 레녹스였다. 말수는 적지만 온화하고, 푸른 하늘과 초원의 기운이 어울리는 그가 증오에 눈동자를 태우고 있다.
레녹스……!
그는 나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파도 사이에 흔들리는 오즈를 비웃었다.
레녹스?: 오즈여! 이런 곳에서 또 다시 너를 만나다니!
오즈: ……발타자르…….
피가로: 네 녀석……. 레녹스에게 무슨 짓을 했지……!?
레녹스?: 아하하! 이 육체의 주인은 너희들의 아는 자였나? 그렇다면 더욱 더 영혼을 유린해 나의 손발로 만들어주지!
피가로: 무슨…….
레녹스?: 너희들의 내 땅을 빼앗은 것처럼 말이다!
땅을 빼앗아……?
오즈: …….
피가로: …….
오즈도 피가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들어본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들은 일찍이 세계를 정복하려고 한 적이 있다고.
(혹시, 레녹스를 조종하고 있는 것은 그 무렵 적대했던 마법사……?)
충격이 식기도 전에 눈의 휘둥그레지는 광경을 보았다. 발타자르라고 불린 레녹스의 육체를 조종하는 상대에게 프윌린이 얌전하게 다가선 것이다.
(에……?)
프윌린: 발타자르. 네 원수인가?
레녹스?: 맞다.
프윌린: 나도 그와올린의 원수를 찾았어.
레녹스?: 그런 것 같더군. 북쪽의 스노우를 해치울 줄이야.
프윌린은 기쁜 듯이 은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레녹스?: 너의 독을 먹었다면 아침까지 버틸 수 없겠지. 오즈, 피가로. 너희들은 세 번이나 내 땅을 뺏으러 왔었는데…….
피가로: 틀려, 발타자르.
레녹스?: 너희들 뜻대로 될까보냐. 다시 뺏길 바에야 아담스 섬과 마찬가지로 보르다 섬도 가라앉혀 주지.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섬뜩한 땅울림이 울렸다. 그는 도대체 뭘 한 걸까. 불안에 사로잡혀 주위를 둘러봤을 때, 어두운 하늘을 달려가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아서와 카인, 무르, 라스티카, 클로에였다.
아서: 현자님! 오즈 님!
아서…….
아서: 지금 도와드리겠습니다! '파르녹턴 닉스지오!'
아서의 마법으로 나와 오즈는 아서의 빗자루까지 올라왔다. 중간에 카인이 오즈를 맡았다.
아서: 다친 곳은 없나요? 그림 속의 두 분에게도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카인: 오즈도 괜찮아!? 레녹스와 저 드래곤은…….
클로에: 드…… 드래곤이다……. 처음 봤어……. 샤일록은…….
라스티카: 너! 레녹스는 아닌 것 같은데, 샤일록은 어디일까? 샤일록을 돌려주지 않을래?
레녹스?: 샤일록은 돌아가지 않는다.
클로에: 어째서!?
레녹스?: 내 하인이 되기 때문이지.
무르: 될려나? 세상을 얻는 것보다 난이도가 높아.
레녹스?: 네 녀석…….
무르: '에아뉴 랑블!'
프윌린!
프윌린: 아키라, 도망가.
에?
프윌린이 나와 아서를 향해 후우 하고 입김을 불어댔다. 직후, 힘차게 멀리까지 날아가 버렸다.
와……. 와앗……!
아서: ……! 현자님……!
빗자루에서 떨어질 뻔해서 아서의 한쪽 팔에 세게 껴안아진다. 아까까지 있던 자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멀어져 간다. 싶더니 번개가 세차게 빛나고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클로에: 우와…… 앗!
라스티카: 클로에!
카인: ……윽, 뭐야 이거……! 이폭풍은 모두 이 드래곤이 일으키고 있는 건가……!?
오즈: ……나와 필적하는 힘이다.
무르: '에아뉴 랑블!'
무르: ……!
피가로: 카인, 무르를 말려줘! 무르가 죽게 되면 세계의 손실이야!
카인: 알았어!
무르: ……! '에아뉴' …….
카인: 무르! 위험해……!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무르: ……! 카인!
카인: 무사해서 다행이다!
무르: ……샤일록…….
레녹스?: 흥……. 이제 됐어. 물러서, 프윌린.
프윌린: 괜찮겠어? 너의 원수를 먹지 않아도.
레녹스?: 오즈와 피가로를 죽이는 것은 원래의 나로 돌아가서다.
프윌린: …….
레녹스?: 해저 도시에서는 나의 적이 되지 못해.
프윌린: 알았어.
클로에: ……바다로 사라졌다…….
라스티카: 샤일록도 이 밑에…….
무르: …….
카인: 레녹스가 어째서……. 피가로!? 쌍둥이 선생님은 무사하나!?
피가로: ……모르겠어……. ……매우 강력한 독이야. 치유 마법을 멈추면 바로 전신을 갉아먹겠지…….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아서: ……윽. 괜찮나요? 현자님!?
……네…….
바다의 세계로 사라져가는 프윌린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아직 깨닫지 못했다. 발타자르라는 마법사에게 끌려간 샤일록……. 프윌린의 독에 침범당한 스노우……. 사라져 버린 화이트……. 밤이 오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오즈……. 스노우의 치료에서 손을 뗄 수 없는 피가로……. 레녹스가 조종당해 동요하고 있는 파우스트…….
현자의 마법사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그들 모두…… 평소와 같지 않다는 것을.
레녹스: …….
레녹스: 어디지? 여기는…….
레녹스: ……쿠릴…….
레녹스: 하하……. 왜 그래, 너. 이런 곳에서……. 잠시 떨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네가 보고 싶었어.
레녹스: ……여기는 어디일까……. 누군가를 찾고 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구지…….
레녹스: ……어떻게 할까, 쿠릴. 아직 찾아야 할까……. 아니면, 이곳에 머물까……. 저쪽은 나를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
레녹스: ……하지만 …… 보고 싶네.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레녹스: 갈까, 쿠릴. 천천히라도 좋아. 걸어나가자…….
우리는 액자를 안고 보르다 섬으로 돌아왔다. 액자 속에는 피부가 검게 변해 괴로워하는 스노우밖에 없다. 피가로는 계속해서 액자 속 그림에 마법을 걸고 있었다. 곁에서 아서가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아서: 스노우 님! 스노우 님!
피가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아……. 치유 마법을 멈추면 순식간에 죽겠지만……. 드래곤의 독이 이만한 것이라니…….
아서: 스노우 님은 어째서 드래곤과 싸우게 된 건가요?
아서의 시선을 받고나는 망설이면서 사실을 말했다.
……그 드래곤은 프윌린이라고 해서, 쌍둥이 형을 살해당했다고 들었어요.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아서: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에게 살해당한 드래곤의 형제…….
피가로: 전성기 때의 두 분은 강했으니까. 드래곤을 죽여도 이상하지 않아.
아서: 피가로 님……. 피가로님도 안색이 좋지 않아요. 부담이 큰 것이 아닌지…….
피가로: 괜찮아. 잠시 나의 실언에 침울해 있을 뿐이니까.
아서: 실언?
피가로: 내일 아침까지는 어떻게든 치료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뭔가 방법이 없으면…….
우리의 대화를 듣고 카인과 클로에도 슬픈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 스노우 님의 독, 고칠 수 없는 거야……?
카인: 스노우 님이 낫지 않으면 화이트 님도 돌아오지 못하는 거잖아? 스노우 님에게도 화이트 님에게도 많은 신세를 졌어. 아직 무엇 하나 은혜도 갚지 못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마법사의 시장에서 약에 필요한 것을 찾아온다던가, 뭐든지.
나는 프윌린과 용주에 대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두 개의 용주를 가지고 있고, 하나는 독의 용주. 다른 하나는 약의 용주라고.
(하지만, 프윌린은 팔찌에 보석 하나만 차고 있었어. 또 하나는…… 맞다!)
약의 용주……. 프윌린은 독의 용주와 약의 용주가 있다고 들었어요.
카인: 독과 약의 용주? 용주라니?
아서: 어렸을 때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께 배운 적이 있어. 드래곤의 권족에게 나타나는, 신기한 보주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아마 그거인 것 같아요. 프윌린은 독의 용주를 팔찌에 차고 있고…… 약의 용주는 분명히 서쪽의 마녀…… 멜리사라는 서쪽 마녀에게 줬다고 했어요.
아서: 서쪽 마녀 멜리사……. 클로에는 들어본 적 있어?
클로에: 멜리사……. 어디선가…….
클로에: 생각났다! 무르의 지인이야! 바다 끝을 보러 간 서쪽의 마녀!
피가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무르는 지금 어디에…….
무르: 멜리사는 서쪽 나라로 돌아오지 않았어. 어딘가에 낙원을 발견하고 정착한 걸지도모르지. 바다 밑바닥이라던가!
라스티카: 이런……. 다녀왔어, 클로에.
클로에: 무르, 라스티카! 무슨 일이야? 그건……. 마법 과학 장치가 달린 기계……?
무르: 서쪽 나라 마법 과학 병단의 무기야. 다소 개량했어! 이제 네 차례야!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 피가로. 발타자르라니? 빨리 얘기해야 돼. 레녹스의 목이 사라질지도 몰라. 그렇지! 아서!
피가로: 무슨 뜻이야?
아서: ……늠름한 몸매의 남성이 세 명이나 목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튼튼한 몸이라고 하면 레녹스도 마찬가지죠. 그저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그를 조종하고 있는 인물이 범인일 수도 있습니다.
피가로: 그렇구나…….
무르: 됐어. 오즈에게 이야기하게 할 거야. 레녹스와 샤일록을 구하러 갈게. 아서도 도와줄래?
피가로: 무…….
아서: 물론이야.
카인: 나도 도와줄게.
클로에: 나도! 샤일록을 도와야해!
라스티카: 그렇네. 분명 동쪽이나 남쪽 마법사들도 도와줄 거야.
클로에: 무르, 뭐 생각난 거 있어? 아담스 섬을 가라앉힌 사람도 무르가 멋있게 해치운 거지?
무르: 으음, 기억이 안 나……. 내가 멋있게 해치운 건가…….
라스티카: 어떤 느낌으로 멋있었던 걸까…….
무르: 어떤 느낌으로 멋있었을까~! 몰라~! 잠깐 준비하면서 생각해볼게!
클로에: 알았어! 다녀와!
아서: 무르, 기다려줘!
무르: 왜 그래?
아서: 샤일록이 납치된 건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오즈 님의 과거가 관련되어 있는 건가?
무르: 그런 것 같아.
아서: ……그렇구나. 알았어. 고마워.
무르: 아서, 너는 몰라도 돼. 너는 짐작하거나 참거나, 과거 사람들이 해왔던 일을 이해심 있게 삼키지 않아도 돼. 오해가 없도록 말해두겠지만, 너와 오즈의 관계는 싫지 않아. 흥미롭고 모든 희망과 가능성을 느끼게 하지. 기가 막힐 때도 있어.
무르: 부정은 하지 않아. 너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은 것도 아니고, 네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고 싶어. 다만, 이번 일을 너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자신의 뒷처리만 돕게 한다면…… 오즈는 썩을 녀석이지.
아서: ……고마워, 무르. 걱정해줘서…….
무르: 천만에. 썩을 녀석이라고 해서 감사인사를 받는 건 처음일지도.
아서: 무르도 샤일록이…… 소중한 친구가 힘을 때인데.
무르: 네가 더 힘들 거야. 네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상대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고 있다. 북쪽 나라의 마법사에게 있어서 그들은 무서운 마법사지만, 너에게 있어서는 사랑하는 양육자들. 괴롭겠지.
아서: ……윽…….
아서: ……미안해……. 조금, 마음이 약해져서……. 화이트 님은 사라져 버리고…… 스노우 님도 힘들어 하셔서……. ……하지만…….
아서: 현자님에게 이야기를 들었어. 형제를 살해당한 드래곤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아서……. 오즈 님도, 피가로 님도, 스노우 님도, 화이트 님도…… 굉장히 자상하신 분들인데……. ……어째서……. ……샤일록이나 레녹스들을 말려들게 해서 …….
무르: 사과하지마, 아서.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네가 책임을 느낄 필요는 없어. 알겠지?
아서: …….
무르: 아서, 불쌍하게도. 내 앞에서 울 정도라니…….
아서: ……으, 우윽……. 으…….
무르: 불꽃놀이 볼래?
아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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