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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분명, 너와 기적을] 1화~5화

 

 

맑은 하늘과 밝은 파도 소리에 축하받으며. 새로운 성주의 초대로 다시 보르다 섬에 온 마법사들. 해가 질 무렵, '망국의 왕자가 방황한다' 는 모래사장을 찾은 현자는 이상한 청년과 작은 유대를 맺고……. 바다에 잠든 오래된 도시. 수백 년 전 가라앉은 아담스 섬. 푸르고 어두운 물 밑에서, 너의 꿈을 꾸고 있었다.

 

흔들리는 세계에서 기적을 믿었다. 네가 미소 지었으니까.

 


 

1화 

 

키가 큰 뱃사람: 흐흥…….

 

키가 작은 뱃사람: 해질녘에 콧노래 같은 거 하지 마.

 

키가 큰 뱃사람: 일출이잖아. 하늘은 아직 어둡고 달이 빛나고 있지만, 봐. 수평선이 붉어.

 

키가 작은 뱃사람: 그런 뜻이 아니야. 달의 밤 바다에서 노래 같은 걸 불렀다가 인어가 나오면 어떡해.

 

키가 큰 뱃사람: 인어인가. 보고 싶네. 형은 인어 본 적 있어?

 

키가 작은 뱃사람: 나는 없어. 하지만 너도 들었지? 요즘 이 근처에 나온다고.

 

키가 큰 뱃사람: 아아……. 관광하러 온 여행객이 인어에 끌려갔다면서. 바닷속으로…….

 

키가 작은 뱃사람: 맞아. 그러니까 노래 같은 거 부르지 마. 그 녀석들, 노랫소리에 다가오니까.

 

키가 큰 뱃사람: 무섭네……. 하지만 보고 싶다. 은빛 달 같은 아름다운 비늘이라고 하잖아.

 

키가 작은 뱃사람: 달처럼 아름답다니, 이 얼마나 불길한지. 달은 재앙이야. 세상을 망친다고. 달이 빛날 때는 불길한 이야기는 그만두는 게 좋아.

 

키가 큰 뱃사람: ……그렇지……. ……저기, 형. 인어가 어디에 사는지 알아?

 

키가 작은 뱃사람: 그거야 바다 밑바닥이잖아.

 

키가 큰 뱃사람: 바다의 밑바닥은 빝바닥이지만…… 그거야. 마법사의 소행으로 가라앉은 섬.

 

키가 작은 뱃사람: ……아담스 섬인가?

 

키가 큰 뱃사람: 맞아.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아담스 섬에서 살고 있대. 푸른 바다 밑바닥에서 망해버린 사람의 거리에 살고 있는 인어인가……. 인어는 인간의 가구 사용법을 알고 있을까? 문을 열면 침대에 자고 있다던가.

 

키가 작은 뱃사람: 바보 같아. 음유시인들의 헛소리야. 자! 그물이나 빼!

 

키가 큰 뱃사람: ……!

 

키가 작은 뱃사람: ……오! 그물 속 좀 봐! 대박이다!

 

키가 큰 뱃사람: 진짜다! 머메이드 애플이 잔뜩 걸렸어!

 

키가 작은 뱃사람: 엄마가 좋아할 거야! 머메이드 애플파이로 만들면 맛있겠지……. ……!?

 

키가 큰 뱃사람: ……!?

 

키가 작은 뱃사람: 뭐야, 지금 거……!? 엄청난 소리가 나고 수면이 물결 쳤어…….

 

키가 큰 뱃사람: 아…… 형, 저거……! 붉게 빛났던 건 일출이 아니야! 해면이 붉게 빛나고 있어……!

 

키가 작은 뱃사람: 뭐야 대체……!? 바닷속이 불타고 있는 건가……!? 우와앗……! 배, 배가 부서진다 ……!

 

키가 큰 뱃사람: 부, 불기둥이다……!

 

키가 작은 뱃사람: 바다 및바닥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어……!

 

뱃사람들: 우와아아앗!!

 

 

 

 

 

 

 

샤일록: 어서오세요.

 

모자를 쓴 마법사: 샤일록, 큰일이야! 발타자르라는 이름의 북쪽의 마법사가 서쪽 나라에 왔어!

 

긴 금발의 마법사: 발타자르는 무시무시한 마법을 부려 아담스 섬을 순식간에 점거했대!

 

샤일록: 이런. 어려운 땅에서 사는 것을 자랑하는 북쪽의 마법사가 서쪽 나라까지 온 건가요? 그것도 아담스 섬 같은 작은 섬을 점거하기 위해 일부러?

 

모자를 쓴 마법사: 소문에 의하면 북쪽 나라에서 세력권 다툼에서 져 남하해 온 것 같아.

 

긴 금발의 마법사: 오즈야, 오즈. 가장 무섭고 가장 강한 태초의 북쪽의 대마법사. 오즈가 북쪽 나라를 정복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마법사들이 차례차례 쫓겨나고 있어.

 

샤일록: 발타자르도 그 중 한 명?

 

긴 금발의 마법사: 아마도…….

 

외투를 입은 마법사: 샤일록! 서둘러 도망쳐줘! 발타자르가 여기로 올 거야!

 

모자를 쓴 마법사: 뭐라고!?

 

외투를 입은 마법사: 발타자르 녀석, 서쪽 수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데다가 신주의 언덕도 망칠 거라고! 그걸 시작으로 이 땅에 군림하는 너를 피의 축제에 올리겠대! 얼른 짐싸고 도망쳐!

 

샤일록: 군림하지는 않았지만 전망이 좋은 이 땅을 남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네요. 도망갈 생각도 없어요. 여기는 제 가게입니다.

 

긴 금발의 마법사: 무슨 소리야 샤일록!? 아무리 너라도 북쪽 마법사에게는 당해낼 수 없어!

 

파란 반지의 마녀: 무르에 의지해보면 어떨까!? 봐, 샤일록에 심취한 천재가 있지!

 

샤일록: 누가 그런 말을…….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무르 하트 박사님께 실례예요.

 

파란 반지의 마녀: 그래? 그러면 샤일록이 심취한 천재?

 

샤일록: 그건 더 아니군요. 무르는 지금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는 그와 연락할 수 없어요. 있는 곳을 모르니까요.

 

파란 반지의 마녀: 그런…….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

 

???: '메어 프라에다'

 

샤일록: ……! 모두들, 엎드리세요……!

 

외투를 입은 마법사: 와아아아앗 ……!

 

파란 반지의 마녀: 꺄아아아악!

 

샤일록: '인비벨'

 

샤일록: ……모두들, 다친 곳은 없나요?

 

파란 반지의 마녀: 고마워 샤일록. 결계로 지켜줘서……. 하지만 네가 좋아했던 글라스들이…….

 

샤일록: 괜찮아요. 여러분들이 무사하다면.

 

외투를 입은 마법사: 샤일록이 세심하고 소중하게 다뤄온 멋진 글라스였는데…….

 

???: 쳇……. 가축집 같은 좁은 가게군.

 

샤일록: …….

 

???: 샤일록은 어느 녀석이지.

 

샤일록: 접니다.

 

긴 금발의 마법사: 샤일록……!

 

???: 너인가.

 

샤일록: 그 이상 발을 들여놓지 마세요. 당신은 출입금지입니다.

 

???: ……뭐라고?

 

샤일록: 여기는 저의 가게이고, 당신은 입점할 권리가 없습니다. 출입금지입니다. 돌아가세요. 발타자르. 

 

발타자르: '메어 프라에다'

 

모자를 쓴 마법사: 샤일록……!

 

발타자르: 이 언덕은 나의 것이다. 너는 지금 당장 돌로 만들어주지.

 

샤일록: 마음대로 해주세요. 당신은 세력권에서 쫓겨난 것 같지만…….

 

발타자르: ……네 녀석 !

 

샤일록: 저는 사랑했던 땅을 놓지 않습니다. 비록 돌이 되었다 하더라도, 저의 영혼은 여기에. 결코 당신의 것이 되지 않습니다.

 

발타자르: 잘 보고 있어라. 취약한 서쪽의 웃음거리들.

 

발타자르: '메어 프라에다'

 

 

 

 

 

 

클로에: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그 북쪽의 마법사를 쓰러뜨렸어!?

 

샤일록: 쓰러뜨리지는 않았어요. 여러가지가 있어서 그는 아담스 섬과 함께 가라앉은 거죠.

 

클로에: 그 여러가지가 엄청나게 궁금해~!

 

라스티카: 궁금하네. 어째서 아담스 섬이 가라앉았는가 라던가. 현자님은 어떠신가요?

 

그렇네요. 북쪽 마법사에게서 어떻게 가게를 지켰는지 궁금해요.

 

나는 마사키 아키라. 보름달이 뜨는 밤, 신기한 이 세계에 왔다. 마법과 마법사가 존재하는 세계에. 지금은 이 마법관에서 21명의 마법사들과 함께 살고 있다. '거대한 재앙' 으로 인해 부서져가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클로에: 알겠다! 무르에게 도움을 받은 거지!

 

무르: 나! 나에게 도움을 받았어!

 

클로에: 지금의 무르는 '거대한 재앙' 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탓에 영혼이 부서져 버렸지만 …….

 

무르: 영혼이 부서져 버렸어! 그래서 영혼의 조각이 여기저기 전 세계로 흩어져 버렸어!

 

라스티카: 스스로 자기소개를 할 수 있게 되다니 대단하네, 무르.

 

우와! 엣헴!

 

(영혼이 부서졌다니, 대단한 자기소개네 …….)

 

클로에: 옛날의 무르는 머리도 좋고 멋있고 마법도 지금보다 강했다고 들었어. 지금까지 만난 무르의 영혼 조각들도 굉장히 지적이고, 조금 무섭기도 하고, 멋있었으니까……. 진짜 무르가 너무 만만치 않을 정도로 멋있고 강한 사람이었던 거 아니야?

 

샤일록: 글쎄요. 만만치 않은 사람이긴 했죠.

 

클로에: 만나보고 싶다! 게다가 샤일록과는 얕지 않은 사이였지?

 

샤일록: 뭐, 여러 가지로.

 

클로에: 궁금해~!

 

라스티카: 어때? 무르? 샤일록의 가게를 구한 사람이 너였니?

 

무르: 으음……. 잊어버렸어!

 

샤일록: 후후……. 밤도 깊어지고 있군요. 슬슬 문을 닫도록 하죠.

 

클로에: 에에! 듣고 싶은데!

 

샤일록: 다음 번에. 현자님도 피곤하시죠.

 

알겠어요……. 다음이라니 신경이 쓰이지만, 오늘 밤은 쉴게요. 클로에, 다음 이야기를 들을 때는 꼭 들려주세요.

 

클로에: 응! 같이 즐겁게 듣자!

 

라스티카: 그러면 현자님, 방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바로 근처니까요.

 

샤일록: 현자님, 부디 라스티카에게 호위하게 해주세요. 그런 일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참이니까요.

 

그렇네요…….

 

사실 얼마 전, 이 마법관은 불타올랐다. 수수께끼의 마법사 노바에게 습격당해서.

 

 

 

 

 

……불꽃이……!

 

샤일록: 현자님 ……! 여기에 숨어 계세요!

 

 

 

 

 

이 마법과는 견고한 마법의 결계에 지켜져 있을 터인데. 결계를 깨고 침입하여 세계 최강의 마법사 오즈도 살해당할 뻔했다.

 

오즈: ……윽……!

 

미스라: 오즈……!

 

 

 

 

 

우리의 적은 '거대한 재앙'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위험에는 부족함이 없는 이 세계의 삶. 세계 최강의 마법사 오즈는 모두의 정신적 기둥이었기도 하기에 그의 부상에 충격을 받았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나간 친구도 있다. 정확히는 이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라……. 여기에 있던 퍼플 사파이어 조각……. 식물원에서 찾은 무르의 영혼 조각, 어디에 있는지 아나요?

 

무르: 먹어버렸어!

 

 

 

 

 

무르의 영혼 조각은 실체화되어 전 세계에 곳곳에 존재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친구들. 하지만 영혼의 조각들은 융합되어 무르로서 나의 눈앞에 있다. 그렇다면 분명 이건 작별이 아니야. 그저 조금 기묘한 일일 뿐이다. 어지러운 나날이지만, 믿음직한 마법사들과 함께 어떻게든 하고 있다.

 

그러면 방으로 돌아갈게요.

 

라스티카: 손을 부디, 현자님.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클로에: 나도 같이 갈게! 무르는 어떻게 할래?

 

무르: 샤일록 가게 문 닫는 거 도와줄게!

 

샤일록: 이런, 착한 아이군요.

 

무르: 현자님! 3일 후에 서쪽 나라의 보르다 섬에 가는 거지?

 

네. 다 같이 보르다 섬의 신 성주의 오찬회에 초대받았으니까요. 확실히…… 디안 슈논 씨였나.

 

라스티카: 마법사에게 우호적인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나 뵙는게 기대되네요.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부재중이셔서.

 

샤일록: 두 번째 초대군요. 서쪽 나라는 왕가로 부고가 이어졌습니다. 정신이 없었을 거예요.

 

클로에: 오찬이라면 당연히 정장이지! 모두의 새 의상, 만들었어! 기대해줘!

 

무르: 와이! 지금 봐도 돼?

 

클로에: 안돼~! 기대해줘!

 

무르: 좋네! 기대된다니 정말 좋아!

 

저도 기대할게요! 아…… 맞다. 디안 씨 편지에 오찬 때 상의할 게 있다고 적혀져 있었어요. 기묘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샤일록: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기묘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그럴지도 몰라요……. 그 때는 또 모두의 힘을 빌리게 될 것 같아요.

 

샤일록: 상관 없습니다. 현자님께 도움이 된다면 영광이에요. 그러면, 안녕히 주무세요. 아키라 님.

 

무르: 잘 자! 내일 봐!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뵈어요.

 

다시 한 번, 나는 마사키 아키라. 보름달이 뜬 밤, 신기한 이 세계에 왔다. 이 세계에는 중앙, 북, 서, 동, 남의 다섯 나라가 있는데, 마법사와 인간이 공존하고 있다. 다섯 나라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질도, 마법사에 대한 소감도 제각각이다.

 

중앙 나라의 주민: 마법사? 그들과는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

 

중앙 나라의 주민: 하지만 마법사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중앙 나라의 주민: 나쁜 마법사들이 멋대로 할 수 없게 관리하는 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중앙 나라의 주민: 그러기 위해서 착한 마법사들이 참을 수밖에 없는 건 불쌍하지만.


2화

 

북쪽 나라 주민: 마법사에 대해서……. 자연이나 정령들의 힘이 센, 험난한 북쪽 대지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마법사님들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부디 버리지 말아주세요.

 

 

서쪽 나라 주민: 마법사라고? 마법이라니 낡아빠진 것을! 지금은 마법과학의 시대다! 우리 가게 좀 봐줘! 손가락을 비비면 연기와 불꽃이 나는 마법 과학으로 만든 완구가 있어! 여기에 마나석을 투입하면…… 봐! 마법의 아이템이 아니라서 위험한 저주도 없다고! 특가다!

 

 

동쪽 나라 주민: ……뭔가요, 당신……. ……네? 마법사에 대해서? ……저는 마법을 잘 모르니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이 거리는 초면의 인물에게 말을 거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요. ……조심하시길.

 

 

 

남쪽 나라의 주민: 마법사? 우리 마을에도 마법사가 있어! 너무 멋진 사람들이지! 항상 마법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례로 버터를 주고 있어! 우리 버터는 맛있으니까! 남쪽 나라는 아직 개척 중이니까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서로 도와야지! 마법사보다는 태풍이 훨씬 무서워. 저번에도 오두막이 날아갔다니까!

 

 

 

 

마법사가 느끼는 인간을 향한 감상도 다양했다. 나라별, 사람별, 나이별로.

 

리케: 사람에게는 이상한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선택받은 사람은 뛰어난 지도력을 가지고 있죠.

 

카인: 선택받은 사람이란?

 

리케: 제가 있던 교단의 사제님이나 이쪽에 있는 중앙 나라의 왕자 아서 님입니다.

 

아서: 나는 선택받은 게 아니야. 권위 있는 혈통의 후예일 뿐이지.

 

리케: 그렇지만 교만하지 않고 마법사에게도 인간에게도 평등하게 대하는 훌륭한 분이시죠.

 

아서: 그건 왕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야.

 

리케: 카인은 못 해요. 낮에는 평등하게 대해주지만 밤에는 저를 자주 따돌린다고요.

 

카인: 따돌리는게 아니야. 어른들의 대화에 섞이기에는 리케는 아직 이른 것 같아서.

 

오즈: ……그 어른의 대화란…….

 

카인: 걱정하지 마. 아서는 같이 안 했어.

 

아서: 같이 해도 되는데.

 

오즈: 아직 이르다.

 

카인: 그 전에 어른들 대화에 오즈가 섞이지 않은 게 더 문제야. 너는 2000살이니까. 다음에는 섞이라고.

 

오즈: …….

 

리케: 오즈. 참가하게 된다면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세요.

 

아서: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오즈 님.

 

리케: 아무튼, 힘이 없는 사람들은 저희가 제대로 이끌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한 헌신은 아끼지 않아요.

 

 

 

 

 

미스라: 인간? 뭐, 좋아해요.

 

오웬: 거짓말.

 

브래들리: 거짓말 하지 마. 북쪽의 미스라와 인간과의 미담은 들어본 적도 없어.

 

그림 속의 스노우: 자자, 끝까지 듣게나.

 

그림 속의 화이트: 미스라는 인간의 어디가 좋은 겐가?

 

미스라: 어디라고 하면 없는데……. 저, 나룻배를 움직였었으니까. 사람의 시체를 운반하는 게 일이었거든요. 나룻배 일은 좋아해서.

 

오웬: 그 일, 듣기만 해도 최고로 심심할 것 같은데. 요약하자면 시체 처리 담당이잖아.

 

미스라: 하아…….

 

오웬: 뭐야, 그 얼굴.

 

미스라: 바보 같아서요.

 

오웬: 하? 죽인다?

 

미스라: 그러니까, 인간들의 취락이 저쪽에 있다면 이쪽은 죽음의 나라거든요. 죽으면 배에 시체를 싣고 저를 부르죠. 저는 그걸 죽음의 나라까지 실어오고. 재밌을 것 같죠?

 

오웬: 전혀 재미없어 보여.

 

브래들리: 하하. 요약하자면 미스라에게 있어서는 죽은 인간의 손님인가. 미스라는 죽음의 나라에 혼자 있었구나.

 

미스라: …….

 

그림 속의 스노우: 이런 쓸쓸한 곳에 아이 혼자 있었다면 조용한 날들이었겠지.

 

그림 속의 화이트: 조의를 표하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사람들의 초대를 받으면 기뻐했을지도 모르네. 그렇지, 미스라 쨩.

 

미스라: 하아……. 그런 건 아닌데요. 아무튼 사람은 죽으니까 좋아해요.

 

 

 

 

클로에: 나는 아직 조금 인간이 무섭네. 마법사라고 알려지면 미움받을까봐.

 

라스티카: 하지만 클로에인 줄 알면 모두 네가 좋아질 거야. 너는 매우 멋진 사람인걸.

 

클로에: 에헤헤……. 고마워, 라스티카. 마법사라고 알려진 후에 나도 알아주는 것, 그게 더 힘들지만 말이야. 마법사를 싫어하는 사람이 마법사 클로에가 아닌 클로에 개인으로 봐주는 것이. 그런 거잖아?

 

샤일록: 이런, 철학적이군요.

 

클로에: 무르에게 배웠어! 인지 얘기나 심리 얘기. 남들이 나를 어떻게 인지하느냐를.

 

샤일록: ……무르와 철학 이야기를? 괜찮았나요?

 

클로에: 괜찮아! 무르와 철학 이야기하는 거, 솔직히 조금 무서웠지만……. 엄청, 엄청…… 재미있었어! 무르는 물으면 여러 가지 가르쳐 주거든. 뭐랄까……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을 기뻐하는 것 같았어.

 

샤일록: 무르는 뿌리 깊은 학자니까요. 학습 의욕이 많은 사람이나 호기심이 강한 사람을 환영하는 거죠.

 

샤일록: 무르, 이리 오세요. 클로에에게 했던 이야기를 저에게도 해주시겠나요?

 

무르: 샤일록에게는 필요 없어!

 

샤일록: 어째서?

 

무르: 샤일록은 아니까!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 오랜 세월 이 가게를 지키면서 별의 수만큼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인생을 건드렸어. 너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잘 알아. 어떻게 보여주는지의 방법도 알아.

 

무르: 쾌락도 불쾌함도 마음대로. 손끝이나 시선, 몸짓 하나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놔버려. 기대어 돌려주는 파도처럼 말이지. 그런 대인관계 전문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어!

 

클로에: 대단해 ……! 역시 샤일록!

 

라스티카: 서쪽의 마법사들 모두가 너에게 푹 빠진 이유도 잘 알 것 같네.

 

샤일록: 후후……. 엄청나게 칭찬하는군요, 무르. 오늘 밤은 어떤 장난을 치셨죠?

 

무르: 세미드라이 포도, 너무 맛있어서 먹어버렸어!

 

샤일록: 너무한 사람……. 오늘 밤 기대했는데.

 

무르: 전부가 아니야! 조금만 먹었어! 제대로 남았어!

 

샤일록: 그러면, 다같이 먹을까요?

 

클로에: 우와…… 맛있겠다! 무르가 먹은 기분도 알 것 같아!

 

라스티카: 이거라면 홍차보다는 와인이 좋을 것 같네.

 

샤일록: 그렇게 해야죠.

 

무르: 화났어?

 

샤일록: 화나지 않았어요. 그러면 여러분, 오늘 밤도 인생을 즐기도록 하죠.

 

무르 / 클로에 / 라스티카: 건배!

 

 

 

 

히스클리프: 나는 낯을 가려서……. 사람이라던가 마법사라던가 전부 거북하다고나 할까…….

 

네로: 응응, 알 것 같아.

 

히스클리프: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상대가 어떻다기보다는 저 자신이……. 잘 대응하고 있는지 불안해져 버려서…….

 

시노: 잘 하고 있는게 분명해. 히스는 완벽하니까. 파우스트를 봐. 동쪽 나라 선생님 역이라고 하는데, 당당하게 인간을 싫어하잖아.

 

파우스트: 그런데?

 

히스클리프: 시노. 선생님에게 실례되는 소리 하지 마.

 

시노: 안 했어. 너를 칭찬한 거지.

 

히스클리프: ……나를 칭찬해주는 건 기쁘지만…….

 

시노: 그렇지. 나도 너를 칭찬할 때 최고로 기쁘고 즐거워. 히스는 동쪽 나라의 대귀족 블랑셰의 아들이고, 선택받은 현자의 마법사고. 보다시피 미형으로, 머리도 좋고 예의바르지. 완벽해. 모두 홀딱 반할 거야.

 

네로: 블랑셰 가문의 종자 군은 오늘도 시원할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주군에게 열광적이네.

 

파우스트: 애칭으로 부르는게 거리감이지만.

 

히스클리프: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시노가 칭찬해주는 나에 대해서는 내가 아니어도 되는 거지.

 

시노: 무슨 소리야?

 

히스클리프: 블랑셰 가문에서 태어난 것은 내 노력이나 공적도 아니고……. 외모에 대해서도 상류층에서의 행동이나 학문의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블랑셰의 가문과 부모님이 주신 거야.

 

시노: 그…….

 

히스클리프: 내용물에 대해서는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어. 마음이 약하다던가, 과감히 가라던가 말은 듣지만…….

 

시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리가 있나!?

 

네로: 나한테 묻지 마!

 

히스클리프: 내가 그 집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시노가 좋아하는 요소는 없는 걸까 하고 가끔 생각해.

 

시노: 그…….

 

네로: 그렇지 않다니까! 시노! 히스의 좋아하는 부분을 말해봐!

 

시노: 그……. 그게…….

 

네로: 어이!?

 

히스클리프: ……자, 봐.

 

파우스트: 너는 상냥해. 손재주가 있고 끈기 있는 아이다. 시야도 넓어.

 

히스클리프: 선생님…….

 

시노: 그거! 그 말을 하고 싶었어! 순간적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

 

히스클리프: 아, 그래.

 

시노: 정말이라니까……!! 내가 머리가 나쁜 거 알잖아!!

 

네로: 이제 됐어, 시노! 지금은 다물고 있어!

 

파우스트: 너의 마음이 불편한 것은 여러 사람의 환경, 입장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10가지 생각하는 것을 100가지나 생각하지. 그러니까 사람들을 만나는게 피곤할 거야.

 

파우스트: 네가 누구라고 해도, 너는 자랑하는 나의 학생이다.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마법을 가르쳐줄 생각도 못했겠지. 세상을 싫어하는 저주상인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줘서 고마워.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

 

시노: 저 사람 싫어하는 히키코모리, 내 주군을 밀어놓고 있어!

 

네로: 너를 도와주고 있는 거잖아!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굉장히 기뻐요…….

 

시노: 히스! 나도, 같은 마음 …….

 

히스클리프: ……그래 …….

 

시노: ……! 

 

시노: 이제 됐어! 나도 히스 따위 ……! ……으, 으으으 ……!

 

네로: 착하지 착하지, 지금은 조용히 하고 있자. 울지 마 울지 마.

 

시노: 으으으윽……!

 

네로: 알았어 알았어. 안 울고 있지. 아야……! 물어뜯지 말라고!

 

 

 

 

레녹스: 인간에 대해서인가요…….

 

피가로: 레노는 그런 거 별로 없지. 인간이나 마법사나 어느 나라 출신이나 남자나 여자나……. 너, 옛날에 기르던 목양견이 나보다 더 좋다고 한 적도 있잖아.

 

레녹스: 에……? 안되나요?

 

피가로: 우와, 이 녀석…….

 

레녹스: 제 강아지잖아요.

 

피가로: 양을 몰아내는 정도의 뇌를 가지고 있는 개와 이 나를 저울질하며 개를 잡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구나……. ……그것이 사랑인가…….

 

미틸: 피가로 선생님, 술 드셨나요?

 

루틸: 사실 레이타 산맥은 추우니까, 나와 선생님 물통에 있는 차에는 술이 조금 들어있어.

 

미틸: 에!? 어느새!?

 

피가로: 비밀이었는데. 하지만 이 정도로는 취하지 않아.

 

미틸: 하지만 레노 씨에게 너 おまえ 라고…….

 

레녹스: 미틸은 모를지도 모르지만, 피가로 선생님은 나를 자주 너라고 하고 있어. 게다가 너라는 말을 들어도 불평은 없고, 말해도 되는 사람이야.

 

피가로: 강아지 이하지만.

 

미틸: 어른의 세계란 복잡해…….

 

루틸: 괜찮아, 미틸. 미틸과 레노 씨의 차에는 겨울 경치의 진저가 들어있어! 건조해서 저장한 거야! 다같이 훈훈해지자! 건배!

 

피가로: 건배!

 

미틸: 정말이지……. 보통 차를 마실 때는 건배라고 하지 않는데.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그 차를 술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취했다는 거잖아요. 그렇죠? 레노 씨!

 

레녹스: 아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루틸 / 피가로: 에헤헤!

 

레녹스: 뭐, 취해서 빗자루를 탈 수 없게 된다면 내가 쓰던 산막에 묵고 가면 돼.

 

미틸: 여기서 살고 있었나요?

 

레녹스: 응?

 

미틸: 레노 씨가 키우던 강아지요.

 

레녹스: 아아, 맞아.

 

루틸: 이름이 뭐였죠?

 

레녹스: 쿠릴.

 

루틸: 와아, 귀여워! 만났으면 좋겠다. 피가로 선생님은 본 적이 있나요?

 

피가로: 아아. 친했지? 너희들.

 

레녹스: 그렇네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저는 그 개를 사랑했어요. 어쩌면 그 때는…… 세상에서 제일.

 

피가로: 진짜?

 

레녹스: 네. 저는 인생을 바친 상대가 있습니다. 그분에게 필요하다면 어떤 일상에서도 금방 버려져. 하지만 그 날들만은 바로 버리기 힘든 것이었어요.

 

루틸: 멋져…….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레노 씨와 쿠릴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군요.

 

레녹스: 아아.

 

미틸: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나요?

 

레녹스: 그렇네…….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가만히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거기에 있는 것이 공포인가, 분노인가……. 강아지 뿐만이 아니야. 마법사도 인간도 마찬가지지. 몸 속에 마음이 있어서…… 그 마음을 목소리나 말로 나타내. 울음 소리와 울부짖음도 똑같아. 

 

레녹스: 하지만, 가끔 거짓말이 있어. 눈 만은 진짜 색이 보여. 침착한지, 이상할 정도로 분발하고 있는 것인지 …….

 

미틸: ……제 마음도 아시겠나요?

 

레녹스: 알지. 굉장히 대충이지만. 그 대략이 틀리지 않았다면, 나는 좋다고 생각해.

 

인간에게도 마법사에게도 여러 사람들이 있다.


3화

 

자신과는 다른 각자의 사고방식. 각각의 가치관, 다양한 행복과 불행.

 

라스티카: 새로운 곡을 만들어봤어. 어떨까?

 

브래들리: 나쁘지 않지만 심심해. 아기를 달래는 용도가 아니라면 조금 더 신나는게 좋아.

 

라스티카: 지금도 신나는데?

 

브래들리: 왜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는 건데?

 

라스티카: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익숙해지도록. 정든 다음에 변화를 즐기는 거야.

 

브래들리: 내 생각에는 이래. 뭐 하나 정들 필요 없어. 죽을 때까지 파격적으로 있으면 돼.

 

라스티카: 재밌네. 계속 탈선하는 곡이 되어버려.

 

브래들리: 그렇지. 도망치는 거야. 악보에게서.

 

 

 

 

 

만나서 접촉하지 않으면 알 수조차 없었던.

 

네로: 에!? 이거에 그런 거 넣어?

 

레녹스: 아아. 의외로 맛있어. 시도해봐.

 

네로: 자, 그럼 처음에는 조금만…….

 

네로: 아…… 진짜다. 꽤 잘 맞네, 이거.

 

레녹스: 그렇지.

 

 

 

 

누군가가 아껴온 격식 있는 것들. 누군가가 찾은 새로운 빛들. 그것들은 결코 둘 중 하나를 몰아가는 것이 아니다. 어느 쪽도 소중히 서로 존중하고, 이웃끼리 사랑해 갈 수 있다.

 

파우스트: 이런 전황에 처했을 경우, 이 술식의 마법진이 최적이야. 조건도 주구도 적어.

 

무르: 마법 과학 도구를 사용하거나 마나석만 있으면 여기까지 할 수 있어!

 

파우스트: 과연……. 확실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임무에 이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마법인지 마법 과학인지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니까.

 

무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마법 과학을 싫어하는 샤일록에게 미움받을지도 몰라!

 

파우스트: 어려운 문제군.

 

 

 

 

 

이 마법사에는 다섯 나라 마법사들이 모여 있다. 어쩌면 입장이나 나이, 생각이 다른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 있는 장소는…… 이 세상에서 딱 하나. 여기 뿐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다.

 

리케: 스노우 님, 화이트 님. 2000년 전에 이런 놀이는 있었나요?

 

스노우: 호오.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화이트: 차는 게 공이 아니라 소의 뼈였다면 비슷할 수도 있네.

 

리케: 나중에 저와 미틸이랑 같이 해보지 않겠나요?

 

스노우 / 화이트: 좋아~!

 

 

 

 

 

후우……. 오늘은 이쯤 하자. 현자의 서도 많이 썼네. 이 마법관에서의 생활도 오늘로 며칠 째가 되는 건지…….

 

어라……. 창밖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레녹스다……. 멈춰서서 어딘가를 보고 있는데……? 아……. 저쪽에서 파우스트와 네로가 같이 마시고 있구나……. 말을 걸면 좋을 텐데…….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같은 일이 있었지…….)

 

 

 

 

 

레녹스: …….

 

뭘 보고 있나요? 레녹스.

 

레녹스: 현자님.

 

아, 동쪽 마법사들이다. 임무에서 돌아온 것 같네요. 말 걸지 않을 건가요?

 

레녹스: 그렇네요.

 

……?

 

레녹스: 아……. 죄송합니다. 음…… 아니, 큰일났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아뇨 아뇨! 저야말로 부담없이 물어봐 버려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레녹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지고 있는 보드 게임에서 포기하고 싶지 않을 때처럼.

 

……파우스트에 대해서인가요?

 

레녹스: 하하…… 맞습니다. 숨기려 해도 알아버리죠. 

 

레녹스: ……파우스트 님은 행복해질 생각이 없습니다. 자신을 믿고 죽은 동포들을 대할 수 없다고 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저는 행복해지셨으면 합니다만, 제 얼굴을 보면 파우스트 님은 자신의 훈계를 떠올립니다. 그렇지만 그분의 과거를 모르는 자들 사이에서는 잠깐의 평온을 얻고 계십니다.

 

레녹스: 봐요……. 지금도 웃고 계시죠.

 

그때의 레녹스의 옆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애틋함도 슬픔도 떠올리지 않고, 붉은 눈동자는 그저 가만히 먼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이미 진 보드게임인가요?

 

레녹스: 맞습니다. 불행을 강요하는 것이 잔인하듯이, 행복의 강요도 잔인하겠죠. 아무리 편안한 햇살이라도 원하지 않는 빛이라면 혼을 태워버려. 저는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살아왔습니다. 400년,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믿고 계속 걸었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포기하지 않으면 그분의 영혼은 부셔지고 맙니다. 제가 없는 것이 나아요.

 

레녹스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자신의 일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렇지 않아요. 레녹스의 옆에 있을 때의 파우스트는 매우 마음이 편해 보이거든요. 레녹스의 칭찬 밖에 들어본 적 없고…….

 

레녹스: 아니, 좋게 봐주시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호의나 사랑과는 별개예요. 개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보답을 받고 있습니다. 보답받지 못하는 것은, 이…… 도움도 되지 않았던 충성심입니다.

 

레녹스…….

 

레녹스: 괜찮습니다, 현자님. 죄송합니다. 푸념을 해버려서……. 지금은 그저 어느 쪽으로 향하면 좋을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중입니다.

 

레녹스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레녹스: 현자님, 저는 양치기입니다. 양들의 무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벨을 눌러 선도해 나가는. 그렇지만 예전에는…… 저 자신이 양처럼 그저 맹목적으로 하나의 깃발을 쫓고 있었습니다. 그때 공명하고 흔들린 영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침 노을의 눈부심을.

 

 

 

 

 

 

 

(레녹스……. 파우스트가 다시 한 번 구국의 영웅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걸까……. 아니면 그가 말하는 행복은 또 다른 의미였을까……. 어렵네……. 행복이라니……. 행복이란 뭘까…….)

 

사쿠 쨩 ……. 그렇네. 슬슬 잘까.

 

이 아이는 사크리피키움. 쌍둥이가 나에게 준, 호위를 위한 사역마.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현자로서 소환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닥치는 '거대한 재앙' 이라고 불리는 빛나는 큰 달이 있다. '거대한 재앙' 은 1년에 한 번, 이 세계에 다가온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거대한 재앙' 에게 파괴되지 않도록 요격하고 되미는 것이다. 그것이 다섯 나라에서 뽑힌 21명의 현자의 마법사들의 역할.

 

나의 역할은 현자의 마법사들을 이끌고 세상을 구하는 것. 현자라고 불릴 정도로 스마트하게 모두를 이끌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지만…… 개성이 풍부한 마법사들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다.

 

 

 

 

 

 

오즈: …….

 

피가로: 들어갈게.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으으음…….

 

스노우: 오즈.

 

화이트: 오즈여.

 

오즈: 너희인가…….

 

피가로: 아직도 깨어 있었구나. 마법관이 습격당한 이후 제대로 못자고 있는 거 아니야?

 

오즈: 무슨 용건이지.

 

스노우: 그대가 깨어 있어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려주러 왔다.

 

화이트: 오즈여. 피를 흘리고 의식을 잃은 것에 대해 그대는 경계하고 있지. 가엾게도. 마법으로 진 적이 없으니까.

 

오즈: 지지 않았다.

 

스노우: 진 거나 다름없네. 그대는 살해당하지 않았을 뿐.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지금의 그대는 스스로도 죽을 수 있을 정도의 굴욕일 것일세. 아쉽지만 사실이지.

 

오즈: …….

 

스노우: 오즈여. 지금의 그대는 미스라들에게 활용되고 있다고 해도 좋다.

 

화이트: 그자들의 긍지로 밤에 돌이 되지 않는 걸세. 세계 최강의 마법사가 밤에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

 

오즈: 나가.

 

피가로: 오즈, 주변을 생각해. 너는 명령받을 처지가 아니야. 너의 자부심을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됐어. 너는 도움을 청해야하는 입장이지.

 

화이트: 바로 그거일세. 오즈여, 약자의 움직임을 배우도록 해라. 약자로서 살아가는 걸세. 밤 동안은 강자에게 지켜질 수밖에 없다. 미스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오즈: 나가!

 

스노우: 호호호! 외치는 것 뿐인가? 지금까지라면 눈 깜빡임 하나로 기절시킬 수 있었던 것을……. 한심한 일일세.

 

피가로: 스노우 님, 말이 너무 심해요. 오즈에게도 긍지가 있는데.

 

화이트: 나는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네. 오즈가 귀여우니까 말해주는 것이다.

 

피가로: 오즈는 세계 최강이었어요. 불쌍히 여겨지면 오즈의 긍지가…….

 

화이트: 긍지를 버리라는 말일세. 마법을 쓰지 못하는 인간들은 북쪽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스노우: 오즈여, 말해봐라.

 

오즈: 너희들을 새벽에 죽이겠다.

 

화이트: 오즈여.

 

스노우: 호호호, 잘도 말하는군.

 

오즈: '복스노…….' 쿨…….

 

스노우: 위험하게……! 이 녀석, 진심으로 우리를 죽이려고 하다니.

 

피가로: 이런 일촉즉발적인 곳 말이야, 오즈. 너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 것은……. 자, 일어나.

 

오즈: 하…….

 

피가로: 당신들이 도발해서 그렇잖아요! 오즈도 침착해. 네 마음은 알아. 정령들이 따르지 않는 것은 비참하지……. 그렇기 때문에 계책이 필요해. 그렇지?

 

화이트: 치밀하군, 피가로여. 그대는 항상 그렇네.

 

피가로: 무슨 뜻인가요?

 

스노우: 우리를 적으로 몰아 오즈의 비위를 맞추고 뜻대로 조종하려고 하지.

 

화이트: 피가로여, 주모자는 그대일세. 그대가 설득하자고 말을 꺼낸 것이다.

 

피가로: 말했어요. 당신들이 이렇게까지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지.

 

스노우 / 화이트: 하?

 

피가로: 오즈에게 말을 들려준다면 좀 더 할 말이 있잖아요. 그걸 마구 부추겨서…….

 

스노우: 호호호! 말을 들려줄까. 들었나, 오즈여.

 

오즈: 너를 따른 기억은 없다.

 

피가로: 너, 입장 알고 있어? 나는 너를 감싸준 거야. 이 배은망덕하고 은혜도 모르는 자식.

 

오즈: 하?

 

화이트: 피가로 쨩, 너무해! 오즈여, 이리 오게나. 어리석지 않네.

 

피가로: 자, 봐. 노골적으로 오즈를 이용하는 건 당신들이잖아요.

 

스노우: 벽쿵일세.

 

화이트: 오웬 쨩에게 벽쿵당하는 꼴이잖아. 슬슬 끌어올리자.

 

피가로: 아무튼, 오즈. 의미없는 수면 차례를 하고 있다면 유연한 인간 관계를 구축해야 해. 이 사람들처럼 최악의 인간 관계를 끝내는 방법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지?

 

스노우: 피가로, 벌일세.

 

화이트: 벌을 주마.

 

피가로: 죽어, 늙은이.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피가로: '폿시데오'

 

피가로: ……윽. 알았지, 오즈! 이대로라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너를 감싸주는 아서가 돌이 될 거야.

 

오즈: …….

 

 

 

 

 

오웬: 정말이지……. 시끄러워서 최악. …….

 

미스라: 오웬.

 

오웬: 미스라. 쌍둥이와 피가로가 오즈에게 이상한 이야기하더라.

 

미스라: 헤에.

 

오웬: 너, 바보 취급 당했어.

 

미스라: 하?

 

오웬: 밤에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동안에는 오즈가 미스라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미스라: 헤에, 기분 좋네. 저 사람, 저에게 고개 숙이거나 할까요?

 

오웬: 눈치 좀 채. 얼빠진 녀석이라고 생각되고 있잖아.

 

미스라: 무슨 뜻인가요?

 

오웬: 너는 오즈를 지키고 싶었어? 아니지? 오즈를 죽이고 그 녀석의 돌을 먹을 거잖아?

 

미스라: 물론이죠.

 

오웬: 그런데 미스라는 오즈를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미스라는 얼빠졌으니까.

 

미스라: ……죽일 거예요.

 

오웬: 하하……. 짚이는게 있잖아. 마음도 몸도 미지근하게 흔들거리고 있어. 그런 너는 무섭지 않아.

 

미스라: 당신도예요.

 

오웬: 하?

 

미스라: 당신도 충분히 미지근해요. 두렵지 않아. 서로 익숙해지고 휘둘리는 거죠.

 

오웬: ……휘둘리지 않아. 바보야?

 

미스라: 저도 오즈를 지키거나 그러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오웬: 아, 그래. 아무래도 좋지만.

 

 

 

 

 

 

오웬: 미스라 녀석, 짜증나네……. 아……. 마법관의 창문, 아직 불이 켜져 있어. 후후. 누군가를 무섭게 하고 놀아줄까.

 

클로에: 후암……. 좋아. 조금 더 힘내자! 

 

클로에: 아……. 창밖으로 누가 다가오네. 오웬이다.

 

클로에: 오웬.

 

오웬: 후후. 뭐하고 있었어?

 

클로에: 내일 보르다 섬 파티에서 입을 모두의 의상을 만들고 있었어. 오웬도 입어줄 거지.

 

오웬: 안 입어.

 

클로에: 어째서!?

 

오웬: 미지근하고 하늘하늘하니까.

 

클로에: 미지근한지는 모르겠지만 하늘하늘 빛나는 수면을 형상화해서 만든 색이야! 너무 예뻐! 괜찮다면 내일 입어줘!

 

오웬: ……마음이 내킨다면.

 

클로에: 응! 잘 자!

 

오웬: 그만해.

 

클로에: ……?

 

오웬: ……나는 얼빠진 사람이 아니야.


4화 

 

 

미틸 / 리케: 와아! 바다다~!

 

리케: 바다, 좋아해요! 몇 번 봐도 예쁘네요!

 

미틸: 저도 정말 좋아해요! 산도 강도 호수도 좋아하지만 바다는 특별한 것 같아요!

 

리케: 알아요! 좀 더 파도 쪽으로 가봐요!

 

클로에: 잠깐 잠깐! 쨔잔! 바다에 어울리는 소중한 의상, 만들어왔어요~!

 

루틸 / 라스티카: 와아! 기다렸어요!

 

클로에: 에헤헤, 자신작이야!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다 같이 올 수 있게 되어서 기뻐! 북쪽의 마법사들도 입어주겠지……?

 

라스티카: 물론이지. 다들 좋아할 거야.

 

브래들리: 이 섬의 요리는 맛있다고.

 

미스라: 특히 그 성에서 나온 요리는 맛있었어요. 누가 울면서 빌어도 다 먹을 정도로.

 

오웬: 아까 여기 올 때 새로운 게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어.

 

스노우: 호오, 새 것이란?

 

화이트: 새로운 단 음식인가?

 

오웬: 토르타티코래. 현자님, 잠깐만.

 

뭔가요?

 

오웬: 조공하라고 하고 와.

 

못해요!? 그런 악대관 같은 것!

 

오웬: 그게 뭔데?

 

나쁜 사람……?

 

오웬: 헤에. 나는 그 녀석보다 더 나쁘지만.

 

(악대관을 이기려고 하고 으스대는 거, 귀엽네…….)

 

스노우: 맛있겠구먼! 나도 먹고 싶네!

 

화이트: 나도일세! 이따가 먹으러 가도록 하지! 일단 차려입는 것일세! 클로에, 부탁해!

 

클로에: ! 응……! 그러면 갈게!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아서: 와앗……!

 

카인: 바다 같은 예쁜 색이네!

 

스노우: 세트일세!

 

화이트: 세트는 정말 좋아하네!

 

루틸: 너무 멋져! 해변 성 오찬에 딱이야!

 

라스티카: 등이 펴지는 기분이 들어. 항상 고마워, 클로에.

 

무르: 다행이네, 클로에! 기대되는 의상, 대호평!

 

클로에: 에헤헤, 고마워! 무르도 마음에 들어?

 

무르: 물론! 기뻐서 불꽃놀이 해버릴 거야! '에아뉴 랑블!'

 

아서: 와아! 예쁘네 ……. 오찬도 기대되네요, 현자님.

 

네.

 

오웬: 자, 그럼. 토르타티코를 강탈해올까.

 

카인: 잠깐 잠깐 잠깐. 강탈하지 마. 돈은 가지고 있나?

 

오웬: 몰라.

 

카인: 모르잖아! 게다가 오찬 전에 케이크 같은 걸 먹으면……. 아, 잠깐! 

 

카인: 아키라. 저 녀석을 혼자 둘 수 없으니까 같이 따라갈게.

 

알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리케: 기다려 주세요, 카인! 중요한 상담이 있어요.

 

카인: 무슨 일이야?

 

리케: 저도 토르타티코를 먹어보고 싶은데 오찬 잔치 음식도 먹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카인: 간단해. 바닷가를 걸으며 배를 고프게 하고 오찬의 진수성찬을 먹는 거야. 바닷가를 걸으면서 토르타티코를 먹는 걸로 결정하면 돼. 기다릴 수 없어서 단 것부터 먹다니, 영리한 방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오웬: 미안하게 됐네.

 

카인: 오웬, 어디에서……!? 아, 내 지갑……! 잠깐 다녀올게.

 

리케: 잘 다녀오세요. 조언 감사합니다, 카인. 미틸, 파도가 치는 곳을 보러 가요!

 

미틸: 네! 의상 더럽히지 않게 조심할게요, 클로에 씨!

 

클로에: 괜찮아! 금방 깨끗하게 해줄 테니까!

 

네로: 파도가 치는 곳에서 달리기라니, 청춘이네. 어때? 시노랑 히스도 같이 놀다오면…….

 

시노 / 히스클리프: …….

 

네로: ……우리 아이들, 지난번 일로 아직 싸우고 있는 건가…….

 

파우스트: 이런 점에서는 고집이 세니까…….

 

시노: 네로.

 

네로: 응?

 

시노: 파도가 치는 곳에 가자.

 

네로: 아…… 알았어. 선생, 잠시 다녀올게.

 

파우스트: 아아.

 

히스클리프: 선생님. 저기, 괜찮다면 함께…….

 

파우스트: 좋아. 달리기라도 할까.

 

히스클리프: 아뇨, 산책 정도로…….

 

파우스트: 알았어.

 

동쪽의 마법사들, 괜찮으려나……?

 

샤일록: 파우스트들도 함께라면 괜찮을 겁니다.

 

루틸: 현자님, 저는 리케와 미틸과 함께 가려고요. 먼저 성에 계셔주세요!

 

알겠어요. 모두를 잘 부탁드릴게요.

 

아서: 그러면 가죠, 보르다 성으로. 

 

 

 

 

 

아서: 그러고 보니 이 보르다 섬에 오기 전에 숙부님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빈센트 씨에게서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아서: 보르다 성의 새로운 성주 디안 공……. 디안 공의 고모부 클라우디아 슈논 공은 숙부님과 아는 사이라고 합니다. 숙부님이 젊었을 때 서쪽 나라에 머물던 중 신세진 분이셨다고.

 

빈센트 씨가 젊었을 때 신세를 진 분이군요.

 

아서: 네. 아무쪼록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셔서. 분명 특별한 추억이 있는 분이시겠죠.

 

(젊었을 때의 빈센트 씨와 서쪽 나라 귀부인의 추억 …….)

 

아무렇지도 않게 상상을 돌리려고 했던 그때…… 늠름한 목소리가 들렸다.

 

???: 아서 전하!

 

아서가 뒤를 돌아본다. 바닷바람이 불어서 그의 머리를 흔들었다. 바닷바람의 끝에 서있던 것은 불타는 불꽃 같은 붉은 곱슬머리의 여자였다. 씩씩한 기사의 옷에 몸을 감싸고 왼쪽 허리에는 가는 검을 내리고 있다. 오른손 손가락에 낀 꽃잎 모양의 반지가 아름답다.

 

그녀는 우리를 바라보고 힘차게 미소지었다. 바로 씩씩하게 활보하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당당한 행동과 그녀의 뒤를 따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직감했다.

 

(이 사람이 분명, 새로운 성주 디안 씨다.)

 

디안: 처음 뵙겠습니다. 성주 디안 슈논입니다.

 

아서: 당신이 디안 공인가. 중앙 나라의 왕자 아서다.

 

디안: 아서 전하. 잘 와주셨습니다. 지난 번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사과하게 해주십시오. 긴 여행에 지치셨죠. 보르다 성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아서: 고마워. 디안 공, 모두의 소개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이쪽이 현자님이셔.

 

디안 씨가 돌아서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선명한 녹색 눈동자다.

 

디안: 현자님. 보르다 섬의 성주로 새로 취임한 디안이라고 합니다. 부디 편하게 대해주세요.

 

저야말로……. 저는 마사키 아키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우리를 안내하려고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매도였다.

 

???: 신 성주는 나가라! 

 

???: 마법사를 좋아하는 녀석은 나가라! 이대로라면 또 누가 납치당할 거다!

 

위병: 죄송합니다, 디안 님. 당장 잡아가겠습니다.

 

디안: 됐어. 신경쓰지 마. 나의 통치가 옳았다는 것을 안다면 머지않아 섬의 사람들도 납득할 거야.

 

디안: 현자님, 흉한 장면을 보여드렸군요. 이쪽으로 와주세요.

 

네…….

 

(디안 씨……. 섬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있나. 누가 납치당했다고……?)

 

무슨 뜻일까. 물어보듯이 나는 옆에 있는 아서를 쳐다보았다. 아서는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어딘가 엄한 눈빛을 하고 있다. 멀리서 새가 울고 있었다.

 

 

 

 

 

 

 

 

디안: 현자 아키라님.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 이 아름다운 보르다 섬의 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주로서 여러분을 모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서쪽 나라의 새로운 여왕 릴리아나 폐하가 친애하는 친구로서 현자의 마법사들을 환영하신 것처럼…… 저도 경의와 우애를 가지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디안: 건배. 그러면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한 보르다 섬의 식사를 즐기며 저의 자기소개를 들어주세요.

 

디안 씨의 말을 듣고 북쪽 마법사들은 거리낌 없이 음식을 움켜쥐었다. 그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보르다 섬에서 나오는 식사였다. 

 

스노우: 이 녀석,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게나.

 

화이트: 짐승 같았던 오즈조차도 식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을.

 

오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디안 씨는 당황스러웠던 것 같지만 활짝 웃는 얼굴로 웃어줬다.

 

디안: 아하하, 식욕이 왕성해서 다행이다. 어서 많이 먹어줘. 현자님도 드셔주세요. 드시면서 저의 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네.

 

디안: 저의 할아버지 디오니스 슈논은 무장이자 훌륭한 검 사용자셨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께 검술을 배워왔습니다. 보통의 기사보다도 자신이 있죠.

 

그녀의 대사에 나는 카인을 쳐다보았다. 카인은 전직 기사단장이었던 사람이다. 어떤 반응을 할까 했는데 그는 잔을 기울이며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을 뿐이다.

 

디안: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젊은 나이지만 성주로서 섬의 백성들을 지키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자님의 역할에도 물론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미소짓고 디안 씨에게 인사를 했다. 밝고 말하기 쉬운 우호적인 사람이다.

 

리케: 들은 대로 마음가짐이 좋은 분이시네요, 현자님.

 

네.

 

(마법사에게도 부담없이대해주고, 이제부터 사이좋게 지내갔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꽃잎이 흩어진 화려한 전채 식사를 입에 나른다.

 

……!?

 

순간 나도 모르게 움직임이 멈췄다.

 

(마…… 맛없어……? 비린내도 나고, 맛이 진하거나 얕기도 하고……. 어째서지……. 전에 초대받은 파티의 식사는 그렇게 맛있었는데…….)

 

동요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도 당황스러워했다. 스노우와 화이트, 브래들리는 충격으로 굳어 있었을 정도다. 미식가 서쪽의 마법사들은 점잖게 미소를 지으면서 식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악식이라고 불리는 미스라만이 접시를 비우고 있었다. 디저트를 기다리는 오웬이 신기하다는 듯 몸을 내밀었다.

 

오웬: 뭐야? 이상한 얼굴이나 하고. 혹시 맛없…….

 

아, 저기! 토르타티코는 어땠나요? 먹으러 간 거죠?

 

디안 씨 앞에서 맛이 없다고 하는 것은 실례일 거라고 생각해 말을 가로막았다. 식사를 대접받으면서 다른 식사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배려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디안 씨는 미소 지었다.

 

디안: 뭔가 마음에 드신 향토 음식이 있으셨나요?

 

토르타티코라는 과자가 맛있다고 해서 이쪽 두 분이 먹으러 갔거든요. 어땠나요? 오웬, 카인.

 

오웬: 비밀.

 

카인: 엄청 맛있었어. 줄이 엄청 많이 늘어서 있고 오웬을 멈추지가 힘들었지.

 

오웬: 내가 그 자리에서 제일 센데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는 없잖아.

 

카인: 그렇다고 해서 먼저 섰던 사람들에게 파고들면 안되지.

 

리케: 그렇게 맛있군요, 토르타티코! 빨리 먹어보고 싶어요.

 

디안: 모두가 기뻐해줘서 기쁘네. 나도 다음에 가봐야겠어.

 

소탈한 디안 씨의 대답에 나는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때, 접시를 서빙하는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오찬에서 서빙하는 긴장과 바빠서 그런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침착하지 못한 씁쓸한 표정은 어색해 보였다. 눈치 빠른 마법사들 중 몇 명은 이미 이 자리에 있는 위화감에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그때 브래들리가 불만을 참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브래들리: 야, 네로.

 

네로: 뭐야.

 

브래들리: 너 주방 가서 뭐 좀 만들어와라.

 

네로는 살기 어린 시선을 내보냈다. 

 

네로: 될 리가 없잖아.

 

브래들리: 저번에 왔을 때 주방 빌려서 뭔가 만들고 있었잖아. 그때처럼 착착…….

 

네로: 그때 만들었던 건 제대로 만든 것도 아니고, 넌 먹지도 않았잖아.

 

브래들리: 먹었어. 배에 구멍이 뚫렸는데도.

 

네로: 식은 걸 먹어봤자…….   

 

브래들리: 네 녀석의 요리는 식어도 맛있어.

 

고양이를 어루어만지는 듯한 말투의 브래들리에게 네로는 더욱 살기를 띠었다. 


5화

 

네로: 따뜻한 채로 내놓은 요리를 식고 먹으면 의미없잖아! 네 녀석은 만들어 본 적도 없으면서 불평만 하지 말라고!

 

처음에 낮추던 목소리는 네로의 노기가 더해짐에 따라 점점 커지고 있었다. 디안 씨도 분명히 말은 들리지 않아도 싸우는 기색은 살폈을 것이다. 브래들리도 지지 않고 몸을 내밀어 네로를 노려보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귓가에 속삭인다.

 

브래들리: 이 식사에 만든 사람의 긍지가 있는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 잘난 척하는게 아니야. 왜 감싸는 건데?

 

네로: 뭐가 긍지야? 아는 척하고 잘난 척하지 좀 마!

 

피가로: (이 녀석들……. 이렇게 자세히 보니 노골적으로 원래 파트너의 거리감이군……. 그런데도 잘도 주방 친구인 줄 알았네. 선입견은 좋지 않아.)

 

파우스트: (네로……. 아무리 주방 친구라고 해도 브래들리는 북쪽 마법사다. 무턱대고 화나게 하면 큰일나.)

 

레녹스: (이런이런. 브래들리는 식탐이 많으니까.)

 

긴박감 있는 공기가 감돈다. 그러자 시노도 작은 소리로 참전했다.

 

시노: 나도 브래들리가 말하는 게 뭔지 알아.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

 

히스클리프: 시노.

 

히스클리프가 나무라듯이 종자의 이름을 불렀다. 시린 듯한 고귀한 푸른 눈동자로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다. 시노는 주춤했다. 하지만 심호흡을 하고 대꾸했다.

 

시노: 너를 위해서도 말하고 있는 거야. 무리하지 않아도 돼.

 

히스클리프: 외람이 지나쳐. 서쪽 나라의 명가 슈논 가의 디안 님의 마음을 담은 대접을 감사해야 한다면…… 비평따위는 해서 안 돼. 너의 오만한 태도는 우리 블랑셰 가문을 더럽히는 행위다. 물러서.

 

히스클리프의 엄한 말에 시노는 입을 다물었다. 동요하고 시선을 방황시킨다. 하지만 곧 반성을 떠올리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히스클리프도 디안 씨에게 인사드리고 우아한 솜씨로 식사를 재개했다.

 

시노: (히스의 말이 맞아……. 잔반을 집어먹던 신세였으면서, 사치스러워진 건가.)

 

히스클리프: (강한 말투로 말해서 미안해, 시노……. 하지만 이 정도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외교 문제가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 지금은 웃고 있지만 이쪽 성주님이 속으로는 격분하셔서 훗날 신병을 이끌려고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시노를 도울 수 없게 돼…….  그러니까……. )

 

어색해하면서도 숙연하게 식사는 계속된다. 슬슬 불만의 목소리도 가라앉았나 싶을 때 브래들리가 높이 다리를 꼬았다.

 

브래들리: 야!

 

네로: 이런! 손이 미끄러져서 그만 후추를 흔들어 버렸네 ……!

 

브래들리: 에…….! 에취!

 

브래들리는 '거대한 재앙' 과 싸울 때 입은 기묘한 상처 때문에 재채기를 하면 사라져 버린다. 지금쯤 이 세상 어딘가에서 후추를 뿌린 네로에게 혀를 차고 있겠지.

 

스노우: 이런, 어쩔 수 없지.

 

화이트: 우리가 시장에 가서 브래들리를 데리고 오겠네.

 

피가로: 브래들리가 시장에 있는지는 모르잖아요. 시장에 가고 싶은 건 당신들이고.

 

스노우 / 화이트: 움찔…….

 

피가로: 버릇없는 짓 하지 마세요. 루틸이랑 미틸도 가만히 앉아 있는데…….

 

스노우: 아닌 걸! 브래들리 쨩을 데리러 오는 걸!

 

화이트: 우리들, 감시역인 걸! 그런데 오웬 쨩, 그거 이름이 뭐였지?

 

오웬: 토르타티코.

 

화이트: 고마워!

 

피가로: 최악.

 

쌍둥이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미스라: 응? 여러분, 안 먹나요? 제가 먹을게요.

 

오웬: 가져가.

 

오웬은 미스라에게 접시째 음식을 건넸다. 홍차를 들이키면서 자리를 뜬다.

 

오웬: 나도 그거 다시 먹고 와야겠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찬은 미묘한 정적으로 가득 찼다.

 

(어떡하지……. 뭔가 말하는게 좋을까……. 모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즈: …….

 

오즈: (맛있지는 않지만…… 내 실패작 보다는 낫군.) 

 

아서: (내 실패작 보다는 낫네.)

 

루틸: (나는 더 심한 걸 만들어 버린 적도 있고…….)

 

미스라: (다들 소식하네요. 제 승리입니다.)

 

미틸: (별로 맛은 없지만, 불평하면 안되겠죠.)

 

리케: (식사에 불만을 품는 것은 타락입니다. 안 좋은 일이에요. 알고는 있지만……. 맛있는 걸 먹고 싶었어요.) 

 

카인: (오웬 녀석, 또 먹으러 간 건가……. 저 과자, 확실히 맛있었지만 아까도 7개나 먹었으면서…….)

 

샤일록: (죄송합니다만, 저는 제 마음이 설레지 않는 것은 제 안에 넣고 싶지 않네요.)

 

클로에: (어떻게든 다 먹자……. 네로의 밥에 익숙해져서 사치스러워졌어.)

 

라스티카: (클로에가 만든 바다 색의 옷, 다들 너무 잘 어울리네.)

 

무르: (최고! 욕망이 억압된 환경에서의 모두의 반응, 재밌어!) 

 

피가로: (먹은 척하고 나중에 시장에 먹으러 가야겠다.)

 

레녹스: (피가로 님, 드시지 않고 계시는 것 같은데……? 마법으로 없애고 있어……?)

 

네로: (아아…… 안쓰러워…….  같은 요리사로서 남의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어떻게 된 거야, 보르다 성의 주방장님…….  냄새제거 향초를 잊어버린 건가? 그 사람, 꽤 섬세해 보였는데 이건 자르는 방법이 조잡해. 사람이 바뀐 건가? 신인?)

 

네로: (감기일지도……. 감기인가. 어라, 나도 모르게 혀가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손을 다쳤다던가……. 이렇게 되어버렸다면 어떻게 하지……. 입장이 없네……. 나 같으면 짐싸고 내일 사라졌을 거야……. 만약 부양하고 있는 가족이라도 있다면……. 아아! 생각하고 싶지 않아.)

 

파우스트: (네로의 얼굴이 험악해지고 있어…….)

 

디안 씨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나를 향해 순순히 이야기를 꺼낸다.

 

디안: 현자님. 상담이 있습니다만.

 

아, 네. 편하게 해주세요.

 

디안: 최근 보르다 섬에서 실종 사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종 사건……?

 

디안: 네.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여행자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의 해결에 힘을 빌려주셨으면 해서…….

 

 

 

 

 

 

 

 

 

디안 씨의 상담은 요약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디안 씨가 보르다 섬에 부임하면서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요. 사라진 사람들은 모두 9명. 섬의 사람이나 마법사에서도 실종자가 나오고 있다고.  

 

클로에: 인간으로부터도, 마법사로부터도…….

 

아서: 이 섬에는 유명한 마법사 시장이 있으니까.

 

라스티카: 아름다운 섬이니까 관광을 와서 그냥 살기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피가로: 마법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들이 이동하는 것도 편해졌으니까. 주위를 자세히 보면 새로운 큰 저택이 늘고 있어.

 

레녹스: 즉?

 

피가로: 별장이 늘고 있는 거야. 보르다 섬에 가까운 신주의 환락가의 땅도 비싸지는 거 아니야?

 

샤일록: 아마도요.

 

루틸: 땅에 가격이 붙다니 신기하네요. 남쪽 나라의 탁 트인 황야도 비싼 가격이 붙을까요?

 

무르: 사람이 많아지면!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측이 이익을 얻지. 지금 남쪽 나라는 땅이 남아있어. 풍요로워지고 인구가 늘고 있는 서쪽 나라는 어떨까?

 

카인: 즉, 보르다 섬은 마법사에게도 인간에게도 인기있는 장소라는 거구나.

 

그거예요. 디안 씨가 말하길 실종 사건이 계속된 걸로 마법사와 인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히스클리프: 서로가 서로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시장의 마법사들은 인간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섬의 사람들은 마법사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마법사에게 우호적인디안 씨가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서: 섬의 사람들은 의심을 하여 디안 공에게 나가라고 고함을 지른 것이군요. 마법사에게 우호적인 성주라면 자신들 인간을 지지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맞아요. 잘 알고 있네요, 아서.    

 

아서: 제가 항상 듣는 말이에요. 저는 중앙 나라의 왕자라는 사회를 대표하는 입장이지만, 마법사이기도 하죠. 마법사에게서는 인간의 편을 든다는 말을 듣고, 인간에게서는 마법사의 편을 든다는 말을 듣습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인내심 있는 대화가 필요할 겁니다.

 

시노: 어째서 네가 견뎌낼 필요가 있는 거지? 모르는 건 저쪽이잖아.

 

아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상대와 친구는 될 수 없어. 마법사니까 모르고 몰아붙였다. 인간이니까 모르고 몰아붙였다. 버젓이 돌아가 버리지.

 

시노: 확실히……. 하지만 좋은 기회야. 너는 좋은 녀석이니까 충고해 줄게.

 

아서: 좋은 녀석이라니 기쁘네.

 

시노: 너는 너무 착해. 더 짜증을 내도 돼. 네가 견디는 거에 대해서 모르는 녀석은 몰라. 그런 건 헛수고야. 네가 생각하는 만큼 거기까지 착한 녀석은 없어. 다소는 포기해.  

 

아서: 고마워. 시노는 상냥하네.

 

시노: 놀리지 마.

 

아서: 그래도 괜찮아. 나도 그렇게까지 착하지는 않아. 목적 때문이지.

 

시노: 목적?

 

아서: 마법사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왕자도 아닌 나를 보려면 시간이 걸려. 나도 상대방을 바라보기 위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해. 편견이나 선입견은 지우기 어려우니까.

 

시노: ……나는 거기까지 남에게 수고를 끼치고 싶지 않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으면 돼. 나도 그쪽에게는 다가가지 않을 거니까. 모르면 됐어. 넘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경계선만 알고 있으면 돼.

 

아서: 그것도 괜찮은 것 같아. 싫은 생각이 들어서 고통스러울 정도라면 경계선은 필요해. 

 

시노: ……? 하는 말이 다르잖아.

 

아서: 똑같은 거라고 생각해. 나는 아마 경계선의 거리가 넓은 거야.

 

시노: 즉?

 

아서: 인간의 사회, 마법사의 사회가 계속 분단되면 언젠가 큰 충돌이 일어나게 돼. 그 비극을 피하고 싶어.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딱 한 가지의 일인 것 같으니까…….

 

오즈: …….

 

아서: 그러니까……. 나는 대화와 인내심에 자신이 있고, 이 문제에 관심이 있어. 그러니까 시노가 걱정하는 만큼 힘들지는않아. 고마워.  

 

시노: 흥……. 네가 좋다고 하면 좋은 거지만. 히스, 너도 가끔 살기 힘들어 보여.

 

히스클리프: …….  

 

피가로: 심오한 주제네. 이해나 이해심은 마법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야.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내려놔.

 

파우스트: 심오한 삶의 주제를 고양이를 치우는 손놀림으로 두는군.

 

피가로: 심오한 인생의 주제는 이 정도 제스처로 보류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해.

 

피가로: 현자님, 요컨대 그 실종 사건의 진상을 찾아달라는 거지.

 

맞아요. 디안 씨나 성의 사람들은 섬 사람들에게 주의를 받아 잘 움직일 수 없는 것 같아서…….

 

피가로: 알았어. 그러면 탐문하러 가자. 그 전에 현자님, 잠깐만. 

 

피가로는 내 어깨를 껴안고 모두의 앞에서 데리고 나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귓속말을 한다.

 

피가로: ……현자님. 이번 사건은 집단 갈등이 얽혀져 있어.

 

마법사 시장 사람들과 섬의 사람들의 대립이죠.

 

피가로: 맞아. 어쩌면 실종 사건은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피가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움츠린다.

 

피가로: 마법사는 죽으면 돌이 돼. 시체의 처리가 간단하니까 생사불명이 되기 쉽지. 아서는 오즈의 제자이고 시노는 강해. 히스클리프도 일족을 지키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어. 클로에도 라스티카와 여행을 하고 어느 정도 아수라장을 봤겠지. 하지만 우리 아이들…… 남쪽 형제 루틸과 미틸은 충격을 받을지도 몰라. 리케도 힘들지 않을까.

 

피가로: 만약, 인간이 마법사를 죽였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시나요?

 

피가로: 어떠려나. 그냥 실종일 수도 있지만.

 

피가로: 네가 지금 나를 찔러 죽이고 옷으로 내 돌을 가려 어딘가에 묻으면 행방불명이잖아.

 

눈부신 햇살 때문인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런가. 마법사는 돌이 돼……. 만약 모두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편안하게 잠든 얼굴조차 볼 수 없어.)

 

피가로: 그러니까 탐문 조사는 남쪽 형제와 리케는 제외하는게……. 아, 어라. 너도 빠지는게 좋으려나. 안색이 안 좋아…….

 

샤일록: 괜찮으신가요, 현자님.

 

어느새 샤일록이 내 팔을 지탱하고 있었다. 탓하듯이 그가 피가로를 노려본다. 피가로는 두 손을 들고 고개를 흔들었다.

 

피가로: 아무것도 안 했어.

 

태양의 윤곽의 무지개빛으로 빛났다. 마법사의 돌과 같은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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