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눈앞에서 미소짓는 샤일록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래 살아주세요…….
샤일록: 이런, 현자님. 이렇게 보여도 꽤 오래 살았답니다. 현자님이나 아이들은 조사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있어주세요.
하지만…….
샤일록: 괜찮습니다.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무슨 일이 생긴다면 보고 드릴게요. 그렇지. 미스라가 심심해하는 것 같은데 돌봐주시지 않겠나요?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렇게 해서 나는 미스라, 루틸, 미틸, 리케와 함께 섬을 돌기로 했다.
디안: …….
리케: 디안.
디안: ……나를 말하는 건가?
리케: 당신의 이름은 디안이죠?
디안: 그렇긴 하지만 윗사람을 부르는 것은……. 아아, 마법사였지. 사실은 100살이라던가?
리케: 저는 16살이에요. 그런 것보다 디안, 당신은 마법사에게 우호적이라고 들었어요.
디안: 아아.
리케: 아까도 이름을 말했지만 저는 중앙의 마법사 리케. 신의 사도인 마법사입니다.
디안: ……신의 사도?
리케: 네. 신기한 힘으로 사람을 돕고 사람을 이끄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당신이 마법사에게 우호적이어서 다행이에요. 도움이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말해주세요. 제가 이끌겠습니다.
디안: 말을 되받아치는 것 같지만, 이 성의 주인은 나야. 성의 사람도 섬의 사람들도 내 몫이지.
리케: …….
디안: 너의 친절에는 감사의 말을 표해. 현자님께 안부 전해줘.
리케: ……알겠습니다…….
리케: …….
미틸: 리케! 나중에 코코스를 보러 가요. ……리케?
리케: 미틸. 우호적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미틸: 친구같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지만…….
리케: 그렇죠…….
미틸: 무슨 일 있었나요?
리케: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요.
리케: (현자님이나 아서 님은 항상 눈을 마주치고 얘기해 주시지만 디안과는 한 번도 눈이 마주치지 않았어. 이런 것도 친구같다고 하는 걸까요…….)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피가로: 다녀와, 현자님. 미스라, 모두를 부탁해.
미스라: 네.
루틸: 점심 많이 드셨네요, 미스라 씨.
미스라: 모두의 몫을 먹어서요. 아아 잠깐, 현자님. 그거 두고 가세요.
사쿠 쨩을 말하는 건가요?
미스라: 제가 있으면 필요 없잖아요. 쌍둥이가 옆을 서성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요.
하지만…….
피가로: 내가 맡을게, 현자님. 미스라의 말대로 미스라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쌍둥이 선생님의 심부름 같은 건 필요 없을 거야.
미스라: 흐흥, 그렇죠.
알겠어요. 사쿠 쨩, 잘 지내고 있어.
미틸: 다녀오겠습니다, 피가로 선생님!
리케: 좋은 선물을 찾으면 모두의 것도 사올게요!
피가로: 고마워. 부탁할게.
피가로: ……바다가 눈부시네…….
파우스트: 피가로.
피가로: 파우스트. 네로.
파우스트: 지금 네로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보르다 성에도 수상한 점이 많아.
피가로: 나도 생각했어. 아서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성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지.
네로: 그렇네. 그 성주님과 성의 인간들도 조사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피가로: 동쪽 마법사들에게 부탁해도 될까?
파우스트: 맡을게. 우리와 시노, 히스가 이 성을 찾아볼 거야.
네로: 현자 씨는? 그거, 현자 씨의 사크리피키움이잖아. 안전한 장소에 있는 거야?
피가로: 미스라랑 같이 있어.
네로: 미스라인가……. 세계 제일 안전한 것 같은…….
파우스트: 세계 제일 위험한 것 같은…….
피가로: 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 미스라는 변덕이 심해서 흉포한 남자지만 오즈에 버금가는 마력의 소유자야. 저번에 마법사 노바에게 오즈가 습격당하면서 미스라도 꽤 충격 받았어.
피가로: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오즈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밤 동안에는 현자님을 지킬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 그 자각은 싹트고 있지 않을까.
미스라: 뭐였죠? 그……. 토…… 토레타…….
토르타티코.
미스라: 아아, 그거.
미틸: 어떤 과자일까요?
리케: 오웬이 그렇게 기뻐했다는 것은 엄청 맛있는 것이겠죠!
(리케……. 오웬의 나쁨에는 엄격하지만, 약간 달콤한 과자 동료라고 생각하는 걸까……?)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자, 어서오세요! 거기, 이거 보고 가! 감사한 현자님의 그림이야!
에!?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젊고 아름다운 여왕 폐하를 가호한 현자의 마법사들! 그들의 캐리커쳐도 있어!
미스라: 재밌을 것 같네요.
루틸: 보러 가요!
와아, 예쁘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요?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현자님이야.
에…… 에에!?
미스라: 닮지 않았나요?
미틸: 눈매가 비슷해요! 머리는 조금 길지만.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너희들, 현자님을 본 적 있는 거야?
미스라: 이 사람이에요.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에…… 에에!?
아…… 안녕하세요…….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아니아니아니, 실례했습니다! 듣고 보니 자세히 보면 현자님이야. 이익 있게 생겼어! 가게가 돈을 벌 수 있기를.
(얼굴에 소원을 빌었다 …….)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현자님, 여기! 괜찮다면 여기에 어음을 찍어주지 않을래?
어음이요?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아아. 보르다 섬이 가라앉은 후에도 음유시인의 노래가 되어 남도록. 아, 조금 불길했나! 봐, 요즘 소문이 있잖아. 아담스 섬의 왕자였나.
아담스 섬의 왕자……?
손바닥에 붉은 도료를 바르면서 나는 되물었다. 아담스 섬은 분명 북쪽의 마법사 발타자르와 함께 가라앉은 섬이다.
아담스 섬에 왕자님이 있었나요?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글쎄. 음유시인의 노래니까. 그 녀석들 말에 과장은 있긴 하겠지. 그쪽이 듣는 사람도 즐겁지만. 뭐라고 했더라, 아담스 섬이 아닌 망국의 왕자였나. 아, 맞아 맞아. 은팔찌 망국의 왕자…….
콧노래를 부르던 주인은 갑자기 쭉 몸을 내밀어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음유시인의 노래에 나오는 망국의 왕자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 저녁이 되면 해변을 배회한다는 이야기야. '거대한 재앙' 이 다가온 영향으로 이 세계 곳곳에서 기묘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잖아. 그러니까 아주 옛날에 죽은 망국의 왕자가 되살아난게 아니냐는 소문이야.
죽고 되살아난 왕자님!?
미틸: 무슨 일일까요? 미스라 씨, 죽은 사람은 살아나지 않잖아요.
미스라: 네. 마법사도 인간도 되살아나지 않아요. 사람이나 짐승의 경우 뼈를 사역하기는 하지만. 큰 마물의 뼈를 움직이는 건 즐거워요.
미스라는 언뜻 보기에 섬뜩하고 뻔뻔하지만, 공룡을 좋아하는 소년 같은 부분이 있다. 변덕스러운 그니까 좋아해? 라고 말하면 부정하겠지만 거대한 생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한 이야기네……. 되살아난 망국의 왕자님…….)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아아, 죄송합니다. 현자님께 묘한 말을 해서……. 무섭게 해버렸을까요.
아뇨, 괜찮아요. 이 눈으로 걷는 시체나 해골 같은 걸 본 것도 아니고.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화사하고 씩씩하네. 잘됐다. 쓸데없는 말을 하면 신 성주님께 꾸중을 듣고 말아.
디안 씨에게?
보르다 섬의 기념품 가게 주인: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 이 그림을 드리죠! 현자님과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의 모습 그림이에요! 기념으로 가져가세요!
나는 받은 그림을 펼쳤다. 바다 위, 그리고 바닷속. 나를 중심으로 한 현자의 마법사들이 있다. 어두운 바다 밑바닥에 그려져 있는 것은 가라앉은 도시의 인어와 바다의 마물들, 그리고 …… 큰 은빛 드래곤.
마법사 가게 주인: 어서오세요! 신기한 마법 도구야! 인간에게도 사용할 수 있어!
인간 가게 주인: 어서오세요! 제대로 된 장인이 만든 도구야! 이상한 저주도 안 받았어!
마법사 가게 주인: 심술궂은 인간이 만든 것에는 윤기를 떨어뜨리는 망념이 묻어 있어! 이 마법의 소금으로 정화하자!
인간 가게 주인: 마법 도구 같은 걸 쓰면 얼굴이 물고기가 되어 돌아오지 않을 거야! 친구도 아내도 물고기가 되어버려서…….
마법사 가게 주인: 네, 거짓말! 거짓말쟁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안돼!
인간 가게 주인: 마법사야말로 전부 사기야! 산 물건을 내일 소금덩어리가 되어버릴 거라고! 안심, 안전한 인간의 가게! 여기 있는 분이 만드신 장인 분! 얼굴이 보이는 가게에서 사가세요!
마법사 가게 주인: 이 자식……!
인간 가게 주인: 뭐, 해보자고!?
마법사 가게 주인: 그……. ……!? 헉……!
인간 가게 주인: 왜 그래. 갑자기 파래져서…….
마법사 가게 주인: ……가게 문을 닫아야겠어! 엄청난 낌새가 다가와……! 숨어서 넘어가자!
오즈: …….
카인: 오즈가 지나가면 가게의 절반이 닫혀버리네.
아서: 이 근처는 마법사의 바자르였지. 사람 가게가 많아졌구나.
카인: 그런 것 같은데 ……. 아까 가게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반대였어.
아서: 반대?
카인: 성주 디안 님께서 마법사 서머 바자르에 상시 개최 허가를 내줬다고 해.
아서: 그러면 1년 중 극히 적은 기간 만이 아니라 계속 가게를 차릴 수 있다는 것이네.
카인: 아아. 그거에 반발하고 있는게 보르다 섬 상공 길드야. 봐봐, 여기저기에 있는 깃발들.
아서: 진짜다. 보석과 파도의 의장 깃발이 나란히 서있고 시장에 나부끼고 있어. 집회나 축제도 아닌데 이렇게 길드 깃발을 과시하는 건 좀 이상하네. 예전에는 상공 길드 입구에 표식으로 내걸려져 있는 정도였는데.
카인: 위압하고 싶은 걸지도 몰라. 마법사 바자르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카인: 아서. 보르다 성에 있을 때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
아서: 얼굴에 나와 있었구나.
카인: 여기, 미간에 주름이 잡혀져 있었어.
아서: 미안하네. 내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으면 성의 사람들은 긴장하고 있었을 거야.
카인: 그런 마음 고생, 10대 남자애가 할 만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아서: 10대 남자아이지만 왕자 신분이니까. 그 얼굴을 하고 있었던 이유, 카인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
카인: 그렇네…….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둡고 딱딱했어. 서쪽 나라 사람들은 밝고 명랑한 사람이 많은데. 점심도 조금 이상했지.
아서: 맞아. 웃고 있는 것은 디안 공 뿐이고 성의 사람들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어. 그녀도 성주가 된지 얼마 안 돼서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조금 걱정이네.
검은 머리의 날씬한 여성: 저기……. 잠깐 괜찮을까요…….
카인: 에 ……? 와앗.
검은 머리의 날씬한 여성: 아, 죄송합니다.
카인: 아, 아니. 괜찮아. 갑자기 팔이 당겨져서 놀랐을 뿐이니까. 무슨 일이야?
카인: (아……. 어깨에 상공 길드 완장이 있어. 그녀도 보르다 섬 상인인 건가.)
검은 머리의 날씬한 여성: 현자의 마법사님들이 볼다 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들어서……. 내연입니다만, 제 남편이었떤 사람의 원수를 갚아주실 분들이라면, 꼭 협력하고 싶어서…….
카인: 원수를 갚아? 무슨 말이야? 이 섬에서 일어나고 있는 건 실종 사건이 아니었나?
검은 머리의 날씬한 여성: 실종 사건……. 확실히 그것도 있지만 모르셨나요……? 목 없는 시체가 해변에 올라가 있거든요. 그것도 튼튼한 몸매의 남자만. 세 개나……. ……저, 분해서…….
카인: (우왓, 매달렸다.)
아서: (어깨를 떨며 울고 있어…….)
검은 머리의 날씬한 여성: 제 사람이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데 성주님은 마법사 생각 뿐……. 현자의 마법사님들은 마법사의 편만 들어주는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릴리아나 여왕 폐하의 수호자로서 서쪽 나라 백성들, 나아가서는 세계의 백성의 수호자로 나타날 수 있다던가…….
카인: (서쪽 나라 여왕 폐하의 대관식에 나온 이후로 현자의 마법사 설정이 꽤 단단해졌네…….)
아서: (카인……. 이럴 때에 제대로 여자를 다시 끌어안는구나……. 나는 쑥스러워서 아직 잘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역시 훌륭한 기사야.)
검은 머리의 날씬한 여성: ……죄송합니다. 어지러워서……. 저는 나탈리라고 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카인: 카인이야.
아서: 아서다.
검은 머리의 날씬한 여성: 이쪽은…….
오즈: ……오즈다.
아서: 나탈리. 목이 없는 시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을래? 지금은 볼일이 있어서 이따가.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검은 머리의 날씬한 여성: 상공 길드에 말을 걸어주세요. 바로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서: 알았어. 고마워.
카인: 왜 바로 이야기를 듣지 않았지? 볼일은 없잖아?
아서: 세 개라고 했어.
카인: 에?
아서: 튼튼한 몸매의 남자의 몸이 세 개. 사랑하는 사람의 시체가 해변에 올라갔는데 시체 세 개라고 할까.
카인: 확실히 말이야…….
아서: 진심으로 한탄하고 있지만 의심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건 실례야.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
카인: 하지만 디안 님은 어째서 목 없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은 걸까. 영민이 불안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야. 성주님의 귀에 들어갔을 것 같은데.
아서: 글쎄…….
아서: 오즈 님. 이 보르다 섬에서는 무언가 기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즈: …….
아서: 오즈 님?
오즈: ……잠시 자리를 비우지. 일몰까지는 돌아온다. 아서, 조심하도록.
아서: 알겠습니다. 오즈 님도 조심해 주세요.
오즈: 카인. 아서를 부탁하지.
카인: 알았어. 행선지는 말할 수 없는 건가?
오즈: …….
오즈: 바다로 간다.
7화
피가로: ……. 아 ……. 뭐였더라, 이거 …….
레녹스: 무슨 일이신가요?
피가로: ……잠깐 미안하지만 조사를 맡겨도 될까?
레녹스: 알겠습니다. 불기둥을 봤다는 어부의 말을 들으러 가볼게요.
피가로: 부탁할게.
레녹스: ……그건 그렇고, 보르다 섬 근해에서 기묘한 이야기가 많네……. 서쪽 나라 코르테제 령에 막대한 피해를 안긴 걷는 지옥 ……. 그것도 아담스 섬에 있다는 무르의 연구실에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레녹스: ……갑자기 짙은 안개가 …….
???: ……레노 ……. ……레녹스…….
레녹스: ……누구지? 어디선가 들은 소리인데……. ……바다 쪽에서…….
레녹스: ……당신은…….
파우스트: 이쪽이다, 레녹스.
레녹스: ……이 우리는…….
파우스트: 알렉에게 갇혔어.
레녹스: 알렉 님께……?
파우스트: 그는 나를 처형할 셈이야. 살려줘, 레녹스. 네가 가지고 있는 열쇠로, 이 문을 열어줘.
레녹스: …….
파우스트: 도와줘, 레노.
레녹스: 이 열쇠로, 당신을……. 당신을, 이때 해방시켜 도와줄 수 있었다면…….
파우스트: 가자, 레노. 새로운 시대로.
레녹스: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나를 따라와.
레녹스: …….
파우스트: 후후……. 그래, 조금만 더……. 열쇠를 돌려…….
레녹스: ……아니. 나는 열쇠로 문을 열지 못했어. 당신을 구할 수 없었어. 너는 누구지……!?
파우스트: 쳇…….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 소용 없어. 이 나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
레녹스: ……!? ……안개가 몸에 달라붙어서…….
???: 후후후……. ……겨우 손에 넣었다…….
레녹스: ……으, 윽……! 저리 가 ……!
레녹스: (안개 속에 검은 그림자……. ……저 붉은 색은……?)
레녹스: (……붉은 산호 목걸이……?)
???: ……이상의 육체다…….
레녹스: ……윽……!
레녹스: (이대로라면 바다에……. 바다에 끌려간다……!)
???: '메어 프라에다'
레녹스: ……!
레녹스: (시야가 점점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의식이…….)
레녹스: (……파우스트 님……. ……저는…… 어디로 가야…….)
레녹스: ……후후 …….
레녹스?: 기다리고 있어라, 샤일록.
히스클리프: 이거예요. 선생님, 아래를 들여다보세요.
파우스트: 어디. 영차.
파우스트: 정말이다 ……. 뭔가 금속 같은 것이 바다에 잔뜩 떠있군.
히스클리프: 저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마법 과학 도구 같은 걸로 보여요. ……게다가 엄청난 양. 조금만 있으면 어디선가 고장난 마법 과학 장치가 여기까지 흘러올 것 같은데…….
파우스트: 이렇게까지 대량으로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지……?
히스클리프: 모르겠어요……. 금속 파편도 뾰족하고 녹도 슬었고, 바다 생물이랑 가까워진다면 불쌍하네…….
파우스트: 일단은 마법으로 잔해를 바다에서 들어올릴까.
히스클리프: 네. 저, 해볼게요.
파우스트: 알았어. 조심해. 마법 과학 도구의 마나석일지도 모르지만 희미하게 마법의 기척이 나.
히스클리프: 알겠습니다.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파우스트: 대량의 마법 과학 도구로군……. 무기 같은 것도 있고, 이건 조리 도구인가……?
히스클리프: ……꽤 무겁네요.
파우스트: 도와줄까?
히스클리프: 괜찮습니다. 한 숨 더…….
히스클리프: (시노였다면 이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을 테고.)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파우스트: ……!? 뭔가가 움직였다……. 히스, 조심해!
히스클리프: 와앗……!?
파우스트: (장치의 잔해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어!?)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파우스트: 히스! 괜찮아!?
히스클리프: 괜찮아요!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결계로 지켜주신 거군요. 하지만 뭔가 미끈미끈하고 부드러운 것이 내려와서……. 지금도 제 품 안에……. ……!?
히스클리프: (여자아이……!? 아니야! 다리가 아니라 꼬리가……. 이 아이, 인어다!)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
히스클리프: 아야, 아파……! 날뛰지 말아줘……! ……!
파우스트: 인어!?
파우스트: (인어가 히스를 깔고 있어? 저 잔해에 걸려 있었나?)
히스클리프: 아야야……. ……너…….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히스클리프: (붉은 눈 ……. 시노 같아. 무서워하는 건가?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것 같은 얼굴이야……. 입을 뻐끔뻐끔거리고 있는데, 육지에서는 숨을 쉴 수 없는 건가?)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
히스클리프: (아니야……. 호소하고 있는 걸지도…….)
파우스트: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녀를 마법으로 바다로 운반해서…….
히스클리프: 자…… 잠시만요. 이 아이…… 뭔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서…….
히스클리프: (붉은 눈동자……. 시노를 처음 만났을 때도 화가 난 것처럼 보였는데……. 하지만 아니었지. 그 때랑 비슷한 느낌이야. 노려보는 듯한 강한 시선이지만 나에게 적의가 없어. 가만히 쳐다보고……. 도움이 필요한 걸까.)
히스클리프: 곤란한 거니?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히스클리프: 내 말을 알아듣겠어? 알았다면 오른손을 들어줘. 모르겠다면 왼손.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파우스트: 오른손을 들었군.
히스클리프: 다행이다! 말이 통했어! 아, 그렇게 등을 돌리면 미끌미끌…….
조개껍질 머리 장식의 인어: …….
네로: 여, 선생. 이 성에 대해서 여러가지 알아…….
히스클리프: 아, 네로…….
네로: (……! 히스가 그늘에 가려져 여자아이와 꽁냥거리고 있어!)
시노: 네로. 히스들은…….
네로: 시노, 돌아. 오른쪽으로.
시노: 왜 그래.
네로: 저쪽에서 잠깐 쉬자.
시노: 안 해. 히스는…….
네로: 여기 없나 봐. 히스도 나이가 나이니까. 뭐, 여러가지 있어.
시노: 뭐야, 여러가지라니.
파우스트: 네로! 시노!
네로: 선생. 잠깐 …….
파우스트: 와 줘! 히스가 인어를 찾았어.
시노 / 네로: 인어?
피가로: 바람이 세네…….
오즈: …….
피가로: 역시 그 녀석의 기척이라고 생각해?
오즈: 아아.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
피가로: 발타자르야. 우리가 세력권에서 쫓아낸 마법사. 아직 살아있었다니 놀랍지만, 어제 쌍둥이 선생님들에게 불평한 참이야. 못 죽인 마법사가 우리 앞에 나타나서 난동을 부리면 밤새도록 싫은 소리를 듣겠지. 빨리 마무리 짓자.
오즈: 알겠다.
피가로: 발타자르의 기색은 이 바다 밑이지?
오즈: 맞아. 하지만 그 섬에서도 희미하게…….
피가로: 보르다 섬인가. 어느 쪽 낌새가 더 짙어?
오즈: 해저다.
피가로: 그러면 그쪽으로 가자.
오즈: '복스노크'
샤일록: ……미지근해서 싫은 바람이군요…….
클로에: 아! 봐! 저기 음유시인이 있어!
라스티카: 진짜다. 사람들이 모여있네.
무르: 여기까지 노래가 들려와!
라스티카: 망국 왕자의 노래…….
리케: 아까 봤던 그림, 저희는 없었네요.
미틸: 있었어요! 조금 더 어른스럽게 그려져 있었어요.
리케: 와아, 몰랐어요! 저는 어떤 어른이었나요?
미틸: 너무 상냥해 보였어요. 형님은 지금보다 강해보였고요.
루틸: 활을 메고 있었지. 깃털펜이 활과 화살의 날개로 보인 걸까?
미스라는 멋있었죠.
미스라: 뭐, 그렇죠. 오즈가 상큼하게 웃는 건 기분 나빴어…….
리케: 아……. 현자님. 노래가 들리지 않나요?
정말이네……. 어디서 노래를 부르는 건지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파도소리에 섞여서 낭랑한 노랫소리가 막다른 근방으로 해질녘 해변에 울려 퍼진다.
루틸: 현자님. 가게에 줄이 서져 있는 것 같으니 저희가 사올게요. 미스라 씨는 기다려 주세요. 미스라 씨, 줄 서는 거 싫죠?
미스라: 싫지는 않지만 선두에 끼어들고 싶어지네요.
리케: 그건 악이네요. 행실을 바로잡아야 해요.
미스라: 하아.
미틸: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현자님.
나와 미스라는 해질녘 해변에 서있으면서 파도소리와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음유시인이 부르는 것은 망국 왕자의 노래였다.
헤매는 망국의 왕자. 아름다운 하녀들을 데리고 있지만 돌아갈 고향은 없다. 팔에 빛나는 것은 은 팔찌. 비오듯 보석을 내리게 하지만 돌아갈 고향은 없다. 비처럼 쏟아지는 보석은 잃어버린 왕국의 유산. 헤매는 왕자의 유산. 파도 저편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방황하는 왕자여, 어디로 가는가.
클로에: 왠지 쓸쓸한 노래네……. 저기, 망국의 왕자가 뭐야?
무르: 망한 나라의 왕자인가?
클로에: 이 대륙에 망한 나라가 있어?
라스티카: 오랜 역사 속에서 작은 나라가 생겼다 사라진 적은 있다고 들어봤어. 블랑셰 가의 셔우드 숲 근처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대.
클로에: 이 바다 건너에 아직 모르는 세계가 있는 거구나…….
샤일록: 어떨까요. 바다의 끝은 세계의 뒤쪽이라고 해서 정령도 없는 척박한 땅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무르: 멜리사는 보러 갔어.
클로에: 멜리사?
무르: 바다의 끝을 보고 싶어했던 서쪽의 마녀. 큰 배를 만들어 출항해서 배를 만드는 걸 도와줬지.
클로에: 헤에! 어땠어?
무르: 못 돌아온다고 충고했는데 진짜 못 돌아왔어!
라스티카: 그건 슬픈 일이네.
무르: 바다의 끝은 미지의 세계야. 예전에 망한 나라가 있어도 신기하지 않아.
샤일록: 그렇네요……. 바다 밑바닥에는 아름다운 것이 잠들어 있으니까요.
클로에: 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어…….
라스티카: 파도도 강해졌네…….
보르다 섬의 백성: 폭풍인가…….
여행자: 숙소로 돌아갈까…….
샤일록: …….
레녹스?: …….
샤일록: ……! 깜짝 놀랐잖아요, 레녹스. 갑자기 팔을 잡다니…….
샤일록: 레녹스……?
클로에: 레녹스? 왜 그래?
라스티카: 클로에, 물러서.
무르: 레녹스가 아니야.
레녹스?: 오랜만이군, 샤일록. 이번에야말로 너를 물 밑으로 데려가겠다.
샤일록: 당신은 설마…… 발타자르?
무르: '에아뉴 랑블!'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무르: 으윽……!
클로에: 무르……!
샤일록: ……윽, 놓으세요……!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라스티카: 으아아악……!
클로에: 라스티카……!
레녹스?: 서쪽의 마법사 따위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메어 프라에다!'
보르다 섬의 백성: ……눈보라가……! 바다에서 눈보라가 몰려와서 건물이 얼어붙고 있어!
보르다 섬의 백성: 도망가……! 도망……. …….
무르: 라스티카!
라스티카: 성의 사람들을 지킬 거야! 너는 샤일록을 되찾아!
무르: 알았어!
레녹스?: 힘 없는 자여. 너는 할 수 없다.
무르: '에아뉴 랑블!'
레녹스?: '메어 프라에다!'
샤일록: 무르……!
클로에: 무르가 얼음장에……! 무르가 죽어버려……!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샤일록: 무르……. 여러분……!
레녹스?: 하하……. 벌레 같은 놈이!
클로에: 샤일록……! 어떡해! 샤일록이 바다에……! 바다로 끌려갔어……!
샤일록: (어째서 발타자르가……. 아담스 섬과 함께 가라앉아 죽은 게 아니었나……?)
레녹스?: 놀랄 만도 해.
레녹스?: 물밑 제국으로 안내해 주마.
8화
브래들리: 하아 …… 이런이런.
스노우: 브래들리 쨩, 돌아올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네.
브래들리: 네로 녀석, 후추나 들고 다니고. 다음부터는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에 몸을 체크해주겠어.
화이트: 오웬 쨩. 토르타티코 가게, 찾았어?
오웬: 시끄러워. 지금 찾고 있잖아.
오웬: 이상하네 ……. 바자르 안에 있지 않았나?
후드를 쓴 마법사 가게 주인: 꼬마야, 이거 먹고 가. 마법의 해산물 크래커야.
스노우: 와아, 받아도 돼?
화이트: 와이~! 고마워!
오웬: 뭐야 그거.
스노우: 해산물 크래커일세.
화이트: 마법의 과자니까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네. 먹어보게나.
브래들리 / 오웬: 싫어.
화이트: 오웬 쨩, 과자야!
오웬: 단 게 아니잖아. 너희들끼리 먹어.
스노우: 그렇구나!
화이트: 그럴까!
스노우 / 화이트: 냠냠……. 맛있어~!
브래들리 / 오웬: …….
브래들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라면 하나 먹을까.
오웬: 나도 먹어야지.
브래들리 / 오웬: 냠…….
브래들리: 흥. 꽤 맛있잖아.
오웬: 바삭바삭하고 바다 생물 맛이 나.
시식한 아이: 엄마~! 옆으로만 걸을 수 있는 게~!
시식한 아이의 어머니: 무슨 일이니? 집은 저쪽이야!
시식한 남성: 죄, 죄송해요! 아까붵 아무래도 몸이 뒤로 걷게 되어버리는 새우~!
시식한 남자 여동생: 잠깐, 오빠! 어디 가는 거야!?
화이트: 호호! 재밌어 보이는군!
스노우: 먹는 척만 하길 잘했네!
브래들리: 뭐……!?
스노우: 그대들에게는 언제 효과가 나타날까?
오웬: 죽인다…….
보르다 섬 사람: 큰일났다! 마법의 과자 때문에 모두가 이상해지고 있어!
보르다 섬 사람: 시장의 마법사가 이상한 마법의 과자를 여기저기에 뿌린 거야!
보르다 섬 사람: 에!? 시장의 마법사들이 독이 든 과자를 뜯어먹었다!?
보르다 섬 사람: 살려줘! 우리들, 어째서인지 한 곳으로 끌려가고 있어!
보르다 섬 사람: 가기 싫은데 한곳에 모여지고 있어!
브래들리: 쳇……. 네 녀석들, 바보 같은 것에 말려들게 하고!
오웬: 여기 있는 녀석들을 몰살하러…….
스노우: 어떻게 된 건가? 둘 다. 등을 맞대고 딱 붙어서.
화이트: 조개 같군!
오웬: 쳇……. '쿠레 메미니'
스노우: 오오, 사라져 버렸군!
화이트: 더 놀고 싶었는데!
스노우: ……하지만 난리가 났군.
화이트: 우리에게는 재미있는 과자지만, 인간들에게는 신기함이 무서우니.
보르다 섬 사람: 어떡해! 아까 시식 과일을 먹어버렸는데!
시장의 마법사: 자, 희귀환 마법 나무 열매야. 오늘은 특별히…….
나그네: 그만둬. 살인자!
시장의 마법사: 무, 무슨 소리야!?
보르다 섬 사람: 곤란해 게~!
후드를 쓴 마법사 가게의 주인: ……후후…….
리케: 후후……. 이제 곧 저희 차례네요.
미틸: 그렇네요! 품절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리케: 품절이면 못 사는 건가요?
루틸: 매물이 다 떨어지면.
리케: 그런……! ……제발, 살 수 있기를…….
토르타티코 가게 주인: 토르타티코, 오늘 치는 매진입니다~!
루틸 / 미틸 / 리케: …….!
루틸: 아쉽다……. 다 팔렸네요.
리케: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미틸: 오늘 밤은 묵을 예정이니까요. 내일 다시 오죠.
붉은 머리의 귀부인: 아가들.
리케: 저희 말씀이신가요?
리케: (상냥해 보이는 사람……. 예쁜 꽃반지를 끼고 있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붉은 머리의 귀부인: 괜찮다면 양보할게. 나는 전에도 먹어본 적이 있거든.
리케: 그래도 되나요!?
루틸: 하지만, 그런…….
붉은 머리의 귀부인: 너희들이 먹었으면 좋겠어. 나는 이쪽 가게 주인과 아는 사이야. 이쪽 주인이 하는 식사는 모두 일품이지.
토르타티코 가게 주인: 감사합니다, 클라우디아 님…….
붉은 머리의 귀부인: 됐어. 그 아이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해. 또 언제라도 돌아와줘.
리케: (클라우디아 님……. 이 사람의 이름일까요.)
리케: 클라우디아. 정말 토르타티코를 받아도 되나요?
붉은 머리의 귀부인: 응, 물론. 나중에 뭐라고 하지 않을게. 약속이야.
리케: 약속…….
리케: (만약 저에게 어머니가 있다면 비슷한 나이의 사람일까요. 저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붉은 머리의 귀부인: 아가야?
리케: 아가가 아니에요. 리케입니다. 마법사는 약속은 할 수 없어요.
붉은 머리의 귀부인: 그렇구나, 리케. 그렇다면 내 마음 속으로만 약속할게. 나는 혼자만의 약속을 잘하거든.
리케: 혼자만의 약속?
붉은 머리의 귀부인: 맞아. 리케에게 불평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거나 언니의 건망증을 지켜보겠다고 다짐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은 평생 오직 한 사람 뿐이라고 맹세하곤 해.
리케: …….
루틸: 너무 멋지네요……. 클라우디아 씨. 말씀에 받아들여 감사히 먹겠습니다. 모두들 먹는 걸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감사합니다.
붉은 머리의 귀부인: 어머, 그거 다행이다. 모두들, 맛있는 과자를 즐겨줘.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미틸: 감사합니다!
리케: 감사합니다.
리케: (저도 마음속에 맹세가 잔뜩 있는 것 같아요.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정의, 도덕, 순서를 저는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저를 위한 혼자만의 맹세를 찾아도 …… 찾을 수 없었어요. 넓은 바다에 빠지고 물에 빠져 어디까지나 깊은 곳까지 가라앉아 버려. 그런 상상을 했어요.)
리케: (내 마음속은 바다처럼 아무것도 없고, 어둡고, 깊어.)
맛있다……!
루틸 / 미틸: 엄청 맛있어!
리케: 토르타티코, 엄청 맛있네요……! 클라우디아한테 감사해야지.
해변에 앉으면서 깔끔하게 잘라낸 소문의 토르타티코를 먹는다. 토르타티코는 코코넛 케이크 같은 거였다. 폭신폭신한 눈 같은 코코넛을 듬뿍 뿌린 외형도 독특한 케이크다.
미스라: 뭐, 맛있네요.
루틸: 아, 미스라 씨! 한입에 그렇게 크게…….
(솔직히 숯도 맛있다는 미스라에게는 조금 아깝기도 하고…….)
미스라는 코코넛을 마음에 들어했다. 북쪽 나라의 눈이 생각난 걸지도 모른다.
갑자기 바닷새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옆에 있는 미스라를 올려다보니 손가락에서 달콤한 가루눈을 떨어뜨리며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을 붙들고 어딘가 험악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러나요? 미스라?
미스라: 뭐가 있어요.
에?
미스라는 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무심코 숨을 삼켰다. 기울어가는 햇살 속에서 그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미스라: 저 바다에 뭔가가 있어요.
나는 바다를 보았다. 잔잔한 흰 물결과 바닷새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때…….
미틸: 아……. 봐주세요. 해변을 걷고 있는 저 사람들…….
미틸이 모래사장 끝을 가리켰다. 느긋하게 바닷새가 날개를 펴는 석양 하늘 아래 …… 신기한 행렬이 걷고 있었다. 선두를 걷고 있는 것은 팔랑팔랑 펄럭이는 푸른 옷을 입은 긴 백은 머리의 남자다. 멀리 봐도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다우며 단정함과 위엄이 전해져 온다. 그의 등뒤를 걸어오는 것은 형형색색의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었다.
마치 바다속을 누비는 붉은색이나 노란색이나 푸른색 물고기처럼 노을지는 경치를 헤엄치고 있었다. 선두의 백은 머리 남성……. 그의 왼팔에는 커다란 수정을 끼운 은팔찌가 있었다.
루틸: 음유시인 씨가 부르던 망국의 왕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발견하고 웃은 것 같아.
미스라: ……!
와아, 무슨 일인가요!?
그 순간, 미스라가 갑자기 우리를 양옆으로 끌어당겼다. 그가 지켜야할 남쪽 형제들과 함께 리케나 나도 감싸면서 온몸으로 경계하고 있다.
미스라: 왜 이런 곳에…….
아…… 아는 사람인가요?
미스라: 몰라요. 모르지만…… 육지에 있어서 좋은게 아니에요.
미스라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상기된다. 나는 놀라움을 머금고 백은 머리의 청년을 보았다. 세계 최강의 마법사 오즈에게조차 두려움 없는 미스라가 전율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스라는 반대로 다가온 백은 머리의 청년은 어딘가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백은 긴머리와 푸른 천으로 된 옷을 펄럭이며 지나간다. 그는 바다 그 자체였다. 눈동자는 투명에 가까운 은색이며 조금 무섭다.
???: 프윌린.
에……?
되물어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이름인 것을 알았다.
미스라: ……그 이상 오면 죽입니다.
어느새 미스라는 마도구를 꺼내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남쪽 형제도 리케도 불안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백은 머리의 청년……. 프윌린은 웃었다. 장난치는 듯한 얼굴로.
프윌린: 그렇게 경계하지 마, 북쪽의 마법사. 협상하러 왔어. 너의 이름은?
아키라…… 예요.
미스라: 현자님!
마…… 말하지 않는 편이 좋았나요!?
프윌린: 현자. 네가 현자인가. 흐응.
프윌린은 은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왕자 같기도 하고 고양이 같은 얼굴이다. 미스라의 경계가 전해지는 것과 반대로 내 안의 그에 대한 두려움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가 고양이를 닮았다.
……협상이란 뭔가요?
프윌린: 현자여. 이걸 주지.
그가 손을 내밀어서 나도 내밀었다. 다음 순간, 손바닥 가득 묵직하게 보석이 얹혀져 있다. 각각의 이름은 모르지만 크기도 좋고 빛도 그렇고 비싼 물건이라는 걸 알았다.
프윌린: 그걸 양보해줘.
그거라니……. 토르타티코?
프윌린: 맞아. 마지막 손님한테 줬다고 들었어. 너희들이…… 마지막 손님이라고 들었고.
아…….
여러 가지 물어볼 것이 있었지만 이상한 질문을 해버렸다.
당신은 프윌린?
프윌린: 그래.
그는 나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은빛이 도는 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본다.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위엄있는 행동을 일부러 부드럽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프윌린: 줘.
나는 토르타티코를 손으로 쪼개서 그에게 건넸다. 다 줬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맛있었기 때문에 반으로 쪼개버렸다.
여…… 여기요.
프윌린: 고마워.
프윌린은 한 입에 토르타티코를 먹었다. 가루눈 같은 코코넛이 살랑살랑 해변을 날아간다. 숨을 삼키는 미스라를 보고 프윌린은 히죽 웃었다. 하늘하늘한 옷소매로 간지럽히듯이 미스라의 코끝을 건드린다. 그런 놀림을 받아본 적이 없는 미스라는 혼란스러워했다.
미스라: ……!?
프윌린: 나중에 놀아주지, 북쪽의 마법사.
그것이 우리와 프윌린의 만남이었다.
9화
샤일록: 어서오세요.
샤일록: 이런……. 또 당신인가요. 여기에는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발타자르.
발타자르: 닥쳐. 가벼운 말도 거기까지다. 서쪽의 마법사 샤일록.
베넷 가게의 늙은 소님: ……오, 오늘 밤이야말로 끝장이다 …….
베넷 가게의 젊은 손님: 북쪽의 마법사 발타자르를 화나게 하고 지금까지 샤일록과 이 가게가 무사한 편이 이상한 거야…….
샤일록: 아까운 말씀을 하시는군요. 고가의 미음주를 잔에 따르지 않고 바닥에 쏟은 것 처럼.
발타자르: 아깝다고? 무슨 말이지. 설명해봐라.
샤일록: 제 설명으로 당신이 납득하실까요?
발타자르: 됐으니까 말해!
베넷 가게의 늙은 소님: 히익……!
베넷 가게의 젊은 손님: 살해당할 거야…….
샤일록: 당신에게 입을 다물라고 한 겁니다.
발타자르: ……알겠나, 샤일록. 나를 화나게 한다면…….
샤일록: 이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저와의 대화를 즐기러 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침묵시키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말씀드린 것이에요.
발타자르: 대화를 즐겨?
샤일록: 네.
발타자르: 호오……. 재미있게 해봐라.
샤일록: 거절합니다.
발타자르: ……이 이상,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베넷 가게의 늙은 소님: 히이익……!
베넷 가게의 젊은 손님: 얼어죽는다……. 죽을 거야……!
발타자르: 알겠나. 너는 나의 변덕으로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샤일록: 헤에.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발타자르: 흥. 서쪽의 마법사에게 알아냈다. 너의 약점을.
샤일록: …….
발타자르: 이걸 봐.
샤일록: 혈조 산호……? 희귀한 혈조 산호가 이렇게나 많이……. 어떻게 된 거죠?
발타자르: 너는 이걸 좋아한다더군.
샤일록: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보석이니까요.
발타자르: 이 정도 혈조 산호는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갖고 싶겠지.
샤일록: 아뇨.
발타자르: 센 척 하지 마.
샤일록: 진심입니다. 짤랑짤랑 데리고 있으면 희귀한 보석도 천박해 보이죠. 저에게 줄 선물이었다면 한 알이면 좋았을 텐데.
발타자르: ……?
샤일록: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는 손님에게 선물은 받지 않습니다. 그대로 돌아가세요. 당신은 그게 제일 잘 어울립니다.
발타자르: 너는 어리석다. 너에게 줄 리가 없잖아.
샤일록: 그렇다면 어째서 일부러 혈조 산호를 가지고 온 거죠?
발타자르: 너를 따르게 하기 위해서다, 샤일록.
샤일록: 당신을 따르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저를 죽이고 돌로 만드는 것 뿐이에요. 얼른 끝내는게 어떠신가요?
베넷 가게의 젊은 손님: ……확실히. 왜 저 녀석은 샤일록을 죽이지 않은 거지…….
베넷 가게의 늙은 소님: 쉬잇……. 분명 샤일록이 몰래 마법을 걸고 있는 걸 거야. 발타자르가 알 수 없게, 그가 잘하는 매료의 마법을…….
발타자르: ……너는 어리석다.
샤일록: 그런가요?
발타자르: 왜 나에게 간청하지 않지? 너는 약하고 힘이 없어.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네 목숨을 끝낼 수 있다고. 아담스 섬에 쌓아올린 시체와 마나석을 봤겠지. 이 땅에서 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샤일록: 어리석은 건 당신입니다. 당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이 땅 어디에도 없죠. 서쪽 나라에 살았던 사람들의 열정적이고 숭고한 영혼은 북쪽의 야만인에게 지지 않습니다.
발타자르: …… '메어 프라에다'
샤일록: ……으, 큭……!
베넷 가게의 늙은 소님: 샤일록……!
발타자르: 나에게 간청해라.
샤일록: ……거절합니다…….
발타자르: 목숨을 구걸해. 그러면 살려주지.
샤일록: ……윽, 후후……. 어리석은 사람…….
발타자르: …….
샤일록: 당신은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어.
발타자르: 간청해!
샤일록: ……으윽!
베넷 가게의 늙은 소님: 샤일록……! 아아……!
베넷 가게의 젊은 손님: 여기서 죽어도 상관없어! 사랑했던 곳에서 돌이 되면 원하던 바야!
샤일록: ……으윽……. ……큭!
발타자르: …….
베넷 가게의 늙은 소님: ……윽, 하……. 눈보라가 그쳤다…….
베넷 가게의 젊은 손님: 사…… 산 건가……?
발타자르: 흥……. 오늘은 용서해 주지.
샤일록: ……부탁하지 않았어요.
발타자르: 내일 또 오도록 하지.
샤일록: 오지 마세요…….
멜리사: 좋은 바람이 불고 있네……. 출항하기에는 절호의 날이야.
무르: 그렇네.
멜리사: 게다가 내 배는 세계 제일이고. 협력해줘서 고마워, 무르.
무르: 피차일반이야. 너는 향해 데이터를 모아서 돌아와줘.
멜리사: 약속할게.
무르: 이런.
멜리사: 뭐야.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어차피 돌로 되잖아. 봐, 무르. 아름다운 바다야…….
무르: ……멜리사…….
멜리사: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내 일생을 건 물음이야. 답을 찾는 것이 기대돼. 바다 건너에 무엇이 있는지.
무르: 알았어. 너의 모험을 축복할게, 멜리사 선장.
멜리사: 고마워. 세계를 일주하고 돌아올게. 그리고…….
멜리사: 아니, 잊어줘.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무르 하트 박사님.
무르: 다시 한 번 만나기로 약속했잖아?
무르: 부디, 무사하기를.
질: 디안 공. 전통 있는 보르다 섬의 성주에 취임한 것을 축하한다. 디안 공의 할아버지, 디오니스 공이 젊었을 때는 신세를 많이 졌어.
디안: 감사합니다, 각하.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도 저의 성장을 기뻐하시겠죠.
질: 바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요즘 보르다 섬 주변에서 알 수 없는 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거대한 재앙' 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 섬에서 기묘한 의식의 흔적도 발견됐어. 앞으로는 경계를 강화해야 해. 보르다 섬에 마법 과학 병단의 지부를…….
디안: 필요 없습니다.
질: 응?
디안: 필요 없다고 말씀 드린 겁니다. 저에게는 할아버지 디오니스 님의 검술 솜씨가 있으니까요.
질: 네가 아무리 솜씨가 좋다고 해도 자네 혼자서 보르다 섬 및 근해를 감시할 수도 없지.
디안: 괜찮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마법 과학과 함께 영광을 누리신 버넷 각하께서는 납득하시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저의 영지에서 마법 과학을 쓰게 할 생각은 일체도 없습니다.
질: 어째서지? 이유는?
디안: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인수를.
질: 어이어이. 너…….
디안: 버넷 장군이 돌아가신다! 배웅을 하도록!
보르다 성의 집사: 죄송합니다, 각하! 뭐라고 사과를 드려야 할지……!
질: 화가 난 건 아니지만 나를 거역한다는 것은 여왕 폐하를 거역하는 것과 같다. 디안 공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너희들은 괜찮겠나?
보르다 성의 집사: 죄송합니다……!
질: 위대한 명장의 뒤를 이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이 들뜨는 것은 안다. 이번에는 봐주지. 하지만 제도의 요체로서의 역할을 받지 않으면 역시 곤란해. 이대로라면 지휘권을 빼앗겠다.
보르다 성의 집사: 네…….
질: 전쟁터에 선 경험도 없는 젊은 성주다. 노신들이 단단히 보좌를 하도록.
보르다 성의 집사: 아, 알겠습니다…….
디안: …….
보르다 성의 집사: 공주님. 아, 아니. 성주님. 버넷 장군께서 기증해주신 마법 과학 무기는 어디로…….
디안: 바다에 버려.
보르다 성의 집사: 에!? 하지만…….
디안: 바다에 버려라. 이 성의 주인은 나다. 내가 제일 이 성을 생각하고 있어. 배의 행선지를 선장이 정하는 것처럼, 이 성의 방식도 행선지도 내가 정한다!
보르다 성의 집사: 공주님…….
디안: 아 ……. 미안해. 목소리를 높여서. 모두의 도움에는 감사하고 있어. 하지만 당분간은 나에게 맡겨주지 않을래? 부디 나를 믿어줬으면 해.
보르다 성의 집사: …….
디안: 잘해볼게. 반드시 할아버지의 불명예를 털어놓을 테니까…….
클라우디아: 파도 위에 문이……. 마법사의 마법일까 ……?
???: ……클라우디아…….
클라우디아: ……이 목소리……. ……그 사람의…….
???: ……클라우디아……. 너를 사랑하고 있어……. 모든 것을 버리고 이 나라에 남자.
클라우디아: ……빈센트 님…….
미스라: 뭐 ……. 뭔가요 당신!?
프윌린: 아하하.
눈이 휘둥그레지는 미스라를 프윌린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석양의 바다가 반짝반짝 빛나고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 바닷새들과 함께 붉음과 보라색의 아름다운 구름이 하늘로 흘러간다. 득의양양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프윌린이 나를 곁눈질했다.
프윌린은 품위있고, 위엄있고, 이른바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표정은 묘하게 어렸다. 남쪽 형제도 리케도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흥미진진하게 프윌린을 바라보고 있다. 프윌린은 일어서 리케가 손에 들고 있던 토르타티코에 눈길을 주었다. 리케가 확하고 양손을 가슴께로 끌어당기는 것보다 더 빨리 루틸이 자기 몫을 내민다.
루틸: 괜찮다면 이쪽을 드세요.
프윌린: 고마워.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루틸에게 미스라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미스라: 루틸. 당신까지 손대지 마세요.
루틸: 하지만…… 그렇게 경계할 정도로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 우왓!
미틸: 와앗……!
프윌린이 손을 내밀자 미스라가 루틸과 미틸을 등 뒤로 다시 감싼다. 하지만 토르타티코는 어느새 프윌린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입에 먹어치우고 투명한 은빛 눈을 가늘게 뜬다.
프윌린: 너에게도 이걸 주지.
리케: ……필요 없습니다. 이건 제가 클라우디아에게 받은 거예요. 잔뜩 갖고 싶다면 당신도 진작에 가게에 갔어야 해요.
자계하듯 리케가 고개를 끄덕인다. 미스라의 높은 허리 옆에서 쭈뼛쭈뼛 미틸이 얼굴을 내밀었다.
미틸: 인기가 많은 가게거든요. 점심 전부터 줄을 서있었대요.
작은 머리를 옆으로 밀어넣으려고 한다. 미스라의 어깨에 손을 얹고 루틸도 몸을 내민다.
루틸: 저희도 사실 친절한 분에게 양보받은 거예요.
미스라: 얌전히 있어요!
프윌린: 흐음……?
재미있다는 듯이 주고받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프윌린이 힐끗 이쪽을 쳐다보았다. 입술 끝에 붙어 있던 코코넛을 혀끝으로 핥고 갑자기 생각난듯 나에게 다가온다.
미스라: 잠깐. 가까워요.
밀어내려던 미스라의 손을 어떻게 했는지 살랑살랑 피하고 그는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의 투명한 눈동자는 신비롭고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긴장을 느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느낌……. 처음에는 무서운 걸 줄 알았는데, 그거와는 달라…….)
프윌린: …….
나에게 코끝을 댄 프윌린이 놀란 듯이 고개를 들었다. 반짝반짝 눈 깜빡임을 반복해 나를 응시한다.
프윌린: 놀랐네. 설마 다른 사람들의 손놀림이라니.
(다른 사람들……?)
프윌린이 갑자기 손끝을 흔들었다. 손가락 끝에 묻은 코코넛을 털어내는가 했더니 여자들에게 신호를 보낸 것 같았다. 여자들은 신호를 받더니 망설이지 않고 차례차례로 바다로 뛰어들어간다.
에……!?
얕은 여울에 몸을 던져 그대로 어디론가 헤엄쳐 간다. 그녀들은 다시 육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파도 사이에 빛나는 뭔가를 발견하고 루틸이 눈을 깜빡인다.
루틸: 어라, 지금 빛난 건……. 티코 호수에서 봤던 것과 같은, 인어의…….
그 순간, 수평선 너머에서 돌풍이 불어왔다.
미틸: 와앗……!?
리케: 갑자기 강한 바람이…….
미스라: 현자님!
바람에 눈을 찡그리고 있는 사이에 살랑살랑 내 발이 공중에 떴다. 눈치챘을 때는 프윌린에게 안겨 있었다.
에!?
다음 순간에는 바다 위에 있었다.
에……!?
순식간에 이동한 걸까. 나는 프윌린을 올려다 보았다. 프윌린의 어깨 너머로 마법 공간의 문이 보였다. 공간 이동을 잘하는 미스라의 마법의 문이다.
미스라: '아르시무'
나를 안으면서 프윌린이 가볍게 입을 오므려 후 하고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미스라가 문을 여는 동시에 높은 파도가 문을 집어삼켜 버렸다.
미스라: ……!?
문 안으로 미스라는 밀려나갔고 이윽고 마법의 문도 사라졌다.
미스라!?
프윌린: 아하하, 빠르네. 조금만 더 멀리 가자. 이야기를 들려줄게, 아키라.
멀리요!? 이야기라니…….
프윌린: 그런데, 토르타티코는 이제 더 없나?
어, 없어요…….
프윌린: 그거 유감이군…….
풀이 죽은 듯해 나는 나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아, 저기……. 내일 또 가게에 가지 않겠나요? 조금 더 이른 시간이라면 줄을 서서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프윌린: 그렇구나. 아키라와?
에?
프윌린: 아키라와 함께?
아, 네. 괜찮다면…….
프윌린은 빛나는 파도 위를 부드럽게 한 바퀴 돌았다.
와…… 와앗……!?
제안을 좋아해준 것 같아. 석양을 받은 미소로 팔 안의 나를 들여다보았다.
프윌린: 그러면 약속.
……약속 …….
순간 쿵하고 주춤했다. 이 세상에 온 이후로 약속을 제의받는 일은 없었다.
(프윌린은 약속을 할 수 있어 ……. 프윌린은 마법사가 아닌 걸까.)
멀리 흐르는 구름도, 올려다본 프윌린의 뺨도 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우리들은 해질녘의 바닷바람을 타고 반짝이는 바다 위를 달려나갔다.
10화
프윌린은 마법사처럼 빗자루는 쓰지 않고 몸 하나로 날았다. 몸을 눕혀 엎드리거나 때로는 몸을 회전시켜 등을 대고 누워 있기도 하다. 그 움직임은 마치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돌고래 같았다. 엄청난 속도로 답답함은 없고 구름과 물결 사이를 스르르 달려나간다. 그렇게 해서 바닷새떼나 물고기 떼를 몇 개나 앞질렀다.
(……죽을지도 …….)
나는 곤란해져서 그의 팔에 매달렸다. 이 속도로 바다에 빠지면 분명 죽을 것이다.
프윌린: 아키라. 아키라, 고개를 들어.
……어째서…….!?
프윌린: 낙일이야. 아름다워.
시키는 대로 고개를 들면 일면의 대자연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물든 끝없는 하늘과 바다. 광활한 절경에 휩싸인 해방감에 몸과 마음이 녹을 것 같다.
와아…….
프윌린: 아름답지. 나에게 몸을 맡기고 있어. 무섭지 않으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프윌린은 부드럽게 하늘을 날아갔다. 마법사들과 날 때보다 속도는 빠른데 신기한 편안함이 있었다. 흐르는 구름이나 파도에 녹아 헤엄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이나 바다, 햇빛과 하나가 된다.
(기분 좋다…….)
어느새 공포를 잊어 매달리던 팔에서 조금씩 힘을 뺀다. 무의식중에 자신을 안고 있는 프윌린의 손을 신뢰하고 몸을 맡기고 있다. 황홀하게 눈꺼풀을 감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편안함에 몸을 맡겨버리고 싶어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프윌린의 머리가 빛을 튕겨서 빛난다. 그런 모양도 언제까지나 가만히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프윌린: 기분 좋지.
네. 엄청요…….
나도 모르게 감동의 한숨을 내쉬고 나서 나는 정신이 들었다.
아, 저기, 최고로 기분 좋지만 육지로 돌아가줬으면 하는데…….
프윌린: 그건 아키라 하기 나름이야.
저 하기 나름……. 제가 현자라서 여기까지 데려온 건가요?
프윌린: 그러고 보니 현자였군.
그러고 보니?
그러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걸까.
(그것보다 이 세상에서 내가 현자라는 것을 그러고 보니, 라고 한 사람은 없었네. 이 세계에서의 나는 우선은 '현자' 니까……. 이 사람은 누구일까……? 부담없이 약속을 했었는데, 역시 마법사……?)
당신은 서쪽 나라의 마법사인가요?
프윌린: 태어난 곳은 북쪽이다. 북쪽은 그립네. 그 자는 뭐라고 했지?
미스라를 말하는 건가요?
프윌린: 그런가? 붉은 머리의…….
그러면 역시 미스라예요. 미스라는 북쪽 마법사예요. ……괜찮을까. 아까…….
물보라를 맞고 미스라의 공간의 문은 사라져 버렸다.
프윌린: 저 정도로 북쪽 마법사는 죽지 않아.
북쪽의 마법사에 대해 잘 알고 있나요 ……?
프윌린: 일찍이 북쪽 땅에 있었어. 그와올린이 죽기 전까지는.
그와올린……?
프윌린: 나의 형이야.
형…….
바람처럼 홀가분했다. 프윌린의 목소리가 조용히 그늘진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나. 한 알의 물방움이 내 뺨에 닿는다. 하지만 비구름은 보이지 않는다. 높은 파도가 있었나. 생각하고 있을 때 프윌린의 얼굴을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프윌린은 울고 있었다. 은빛 눈동자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바람에 날려 석양빛에 반짝인다.
그 빛이 보석 같아서 나는 그만 그 노래를 떠올리고 말았다. 헤매는 망국의 왕자. 아름다운 하녀들을 데리고 다니지만 돌아갈 고향은 없다. 팔에 빛나는 것은 은 팔찌. 비오듯 보석을 내리게 하지만 돌아갈 고향은 없다.
……죄송합니다…….
프윌린: 왜 아키라가 사과하는 거지?
슬픈 이야기를 하게 해서…….
프윌린: 내가 생각났을 뿐이야. 그와올린과도 이렇게 놀았어. 그와올린은 성미가 거칠었지. 우리는 닮지는 않았지만 짝이었어.
(짝……. 스노우와 화이트…… 북쪽의 쌍둥이 같아.)
프윌린은 마법사인가요? 망국의 왕자라는 건 당신을 말하는 건가요?
프윌린: 망국의 왕자?
방황하는 망국의 왕자의 노래를 들었거든요. 은팔찌를 한 왕자님으로…….
프윌린: 아아, 그러고 보니 전에도 들은 적 있었지. 이 팔찌의 장식은 용주야. 나는 두 개의 용주가 나타났어. 그와올린도 두 개였지.
용주?
프윌린: 우리 권족에게 나타나는 것. 나타나는 수는 각기 달라. 무언가의 의미를 가지고 소원을 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해.
헤에…….
(이 세계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게 있네……. 어라……? 은팔찌에는 보석이 하나만 달려 있어. 프윌린은 두 개라고 했는데…….)
다른 하나는 어떻게 됐나요?
프윌린: 멜리사에게 줬어. 멜리사는 서쪽 마녀다. 바다의 끝을 찾으려고 하고 있었지.
바다의 끝…….
프윌린: 바다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들었어. 나도 멀리 가봤는데 정령들이 사라졌다. 하늘과 바다는 나의 세계지만, 무서워져서 발길을 돌렸어. 그런데 멜리사는 바다의 끝을 보려고 했지. 그 의기가 마음에 들었거든. 악의 용주를 준 거야. 여기 있는 건 독의 용주야.
아름다운 돌인데 독이군요.
프윌린: 맞아. 아키라는 예쁜 돌을 좋아하나? 아키라도 유산을 가지고 싶어?
유산…….
물음에 음유시인의 시를 떠올렸다. 비처럼 쏟아지는 보석은 잃어버린 왕국의 유산.
노래에 들어맞은 망국의 유산인가요?
프윌린: 글쎄, 모르겠네. 내 보석을 보고 그건 유산이냐고 물었어.
위엄있고 지적인 눈빛을 가늘게 하고 프윌린은 친근하게 웃었다.
프윌린: 아키라도 가지고 싶어? 더 해볼까.
괘, 괜찮아요. 아까 주신 것도 돌려드릴게요. 과자 한 입과 바꾸기에는 조금…….
프윌린: 사양하지 마. 아담스 섬에는 잔뜩 있어. 스타다이아도 혈조 산호도 루비도…….
아담스 섬……?
아담스 섬은 바다에 가라앉은 섬이다. 프윌린은 마법의 힘으로 바다 밑바닥까지 잠수해 아담스 섬을 찾은 걸까?
아담스 섬에 가본 적이 있나요?
프윌린이 입을 연다. 그때, 그의 배후 공간이 흔들렸다.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의 목소리가 났나 했더니 공간의 문이 나타난다. 문으로 뻗은 팔이 프윌린이 건드리기 직전 그는 즐겁게 웃었다. 나를 안은 채로 몸을 비틀어 하늘로 도망간다.
프윌린: 미스라다! 미스라다! 도망가자!
잠…… 잠깐만요! 프윌린, 도망가지 마세요!
미스라: 현자님!
프윌린: 아하하하! 여기까지 와 봐!
미스라: 하하……. 좋아요.
미스라의 손에 들려 있는 마도구의 촉이 섬뜩한 붉은 빛을 모았다.
미스라: 숨통을 끊어드리죠.
미스라도 잠깐만요! 미스라의 공격을 받으면 제가 죽어요 ……!
미스라: 힘내보면 안되나요?
아마!?
미스라: 그건 그렇고, 당신…….
미스라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프윌린을 바라보았다. 당혹감이라고 부르기에는 천진난만하고 동경을 닮은 빛이 있다. 평소에는 귀찮아하는 초록 눈동자가 소년처럼 빛나고 있다.
미스라: 당신, 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나요?
에……?
목을 흔들며 프윌린이 웃는다. 석양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불어간다. 멀리 수평선에서 돌고래가 뛰었다.
미스라: 당신, 드래곤이죠?
드래곤!?
나는 힘차게 프윌린을 우러러보았다. 그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득의양양 가슴을 젖힌다. 거룩함과 장엄함, 그리고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함을 간직하면서 놀리듯 미소지었다.
프윌린: 뭐, 그렇지.
피가로: 어때, 오즈. 그 녀석의 기척이 느껴져?
오즈: ……조금 전까지는……. 기척을 숨긴 걸지도 모른다.
피가로: 너라면 쫓을 수 있잖아.
오즈: 명확히 쫓을 수 있을 만큼 기억에 없다.
피가로: 큰일이네……. 이제 곧 해도 지는데.
오즈: …….
피가로: 알아, 오즈. 아서를 만나게 하고 싶지 않겠지. 네 분수를 아니까. 마음씨 착한 스승이 아니잖아.
오즈: ……너는 어떻지?
피가로: 나?
오즈: 파우스트가 제자로 돌아왔다고 하던데…….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여.
피가로: 그런 거야. 그런 거라고 해야 하나? 앞으로 제대로 할 예정이니까. 비밀의 특훈이라던가…….
오즈: 너의 분수를 알아도 제자인가?
피가로: 분수라고 하지 마.
오즈: 네가 먼저 말했다.
피가로: 제자야, 아마……. 하지만 혼날 것 같아……. 그 아이, 성인이니까…….
오즈: …….
피가로: 아서도 그렇지……. 알아…….
오즈: 다물어라.
피가로: 하아……. 왜 세계 정복 같은 거 하려고 했던 걸까, 우리…….
오즈: ……너는 다르다. 멋대로 나를 따라왔을 뿐이야.
피가로: ……헤에 ……. 아아 그래.
오즈: …….
피가로: ……여기 있어도 어쩔 수 없어. 일몰 전에 육지로 돌아가자. 간다, 오즈.
피가로: 오즈?
오즈: 저 암초 …….
피가로: 마치 감옥 같네……. 인어가 잔뜩 갇혀 있어…….
오즈: …….
피가로: 어디 가?
오즈: 풀어주러 간다. 내 힘이 있으면 조작도 없어.
피가로: 인어의 사회를 알지도 못하면서 일시적인 흥미로 간섭하지 마. 장치일수도 있잖아.
오즈: 장치?
피가로: 악명을 떨치고 감옥에 갇힌 브래들리와 같다는 거야. 포로 신세라고는 할 수 없.
오즈: 확실히.
피가로: 간다.
오즈: …….
어린 아서: 오즈 님, 오늘 식사는 아서가 만들었습니다!
오즈: 그렇군.
어린 아서: …….
오즈: 잘했다.
어린 아서: 에헤헤……. 드셔보세요!
오즈: 우물 …….
어린 아서: 어떤가요?
오즈: 맛있다.
어린 아서: 아싸! 다른 것도 드셔보세요! 순서대로 전부.
오즈: 알았다.
어린 아서: 어떤가요? 어떤 것이 제일 오즈 님의 마음에 들었나요?
오즈: 전부다. 모두 마음에 들어.
어린 아서: 와아! 기뻐요, 오즈 님. 요리, 더 열심히 할게요!
오즈: '복스노크'
북쪽의 마법사: 으아아아악!
북쪽 나라 백성: 꺄아아아악! 요…… 용서를……! 제발 목숨 만은……!
피가로: 그 정도로 해놔. 이 땅의 씨를 뿌리뽑아버릴 셈이니.
오즈: …….
북쪽의 마법사: 어째서지!? 뭐가 목적이냐!? 오즈여……! 왜 이런 일을 시작한 거지!? 도대체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오즈: 전부다.
북쪽의 마법사: 뭐…….
오즈: 모두 눈에 거슬려.
오즈: '복스노크'
북쪽의 마법사: 으아아아아아아악!
피가로: ……아아…….
갈색 머리의 수척한 여자: ……으 ……. 우윽 …….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 ……. 어째서 죄도 없는 그 사람이 그런 봉변을 당하고 …….
아서: …….
카인: 울지 말아줘……. 으음, 손수건이……. ……아, 없네. 전하…….
아서: 아……. 부인. 부디 써 줘.
갈색 머리의 수척한 여자: ……감사합니다.
아서: ……나야말로 괴로운 일을 상기시켜 버렸네.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갈색 머리의 수척한 여자: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었어……. 그 사람은 몸은 늠름했지만, 성실하고 상냥한 사람이고……. 목이 잘릴 정도의 일이라니…….
갈색 머리의 수척한 여자: 부디 부탁드립니다. 그 사람의 목을 찾아주세요……. 완전한 몸으로 재워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 사람을 저런 꼴로 만든 자를 같은 꼴로 만들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카인: ……그녀, 초췌했었지……. 보고만 있어도 괴로웠어……. 사랑하는 남편이 목이 없는 모습으로 발견되었으니 당연하겠지만 …….
아서: ……그렇지…….
카인: 그렇게 생각하면 아까 나탈리의 태도는 확실히 기묘하네. 기묘하다고 하면, 아까 의사에게 들은 이야기도 말이야. 시체의 분간을 했다고 했었나.
아서: 아아. 짐슴이나 마물에 물린 것도 아니고 칼로 베인 것도 아니야. 마법으로 잘라낸 것처럼 깔끔한 단면이었다고.
카인: 마법처럼 말인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인간은 마법사를 경계할 거야.
아서: 실종된 마법사의 지인들은 인간을 의심하는 것 같았어. 마법사는 죽으면 마나석이 돼. 마나석은 고가의 보석이기도 하고, 마법 과학 장치의 동력원이기도 하니까.
카인: …….마나석을 목적으로 마법사가 죽고 그 돌만 챙겨간다. 그렇게 의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
아서: 그렇네……. 한 번 의심을 품으면 일상은 변화해가. 이 번화한 시장도 시기심과 긴장으로 가득 차있고 상대방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변해. 그럴 때는아무래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만을 믿고 먼 사람들은 의심하기 쉬워져.
카인: 마법사인가 사람인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남자나 여자냐, 젊은이냐 늙은이냐……. 과거에 무엇을 했는가. 불안할 때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이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이 번화하고 아름다운 섬에서 싸우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데…….
아서: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조상 알렉 그랑벨들의 군은 위업을 이룬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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