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오즈: ……아무리 안된다고 해도 듣지 않고 성안에 있는 과자를 주워 모으더군.
리케의 모험 이야기를 기대하며 기다리던 미틸과 루틸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루틸: 후후, 리케답네.
미틸: 정말 먹보라니까. 성의 과자까지 먹으려고 하다니…….
미틸을 내려다본 오즈는 나직하게 덧붙였다.
오즈: ……예쁜 과자라서 너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었다.
미틸: !
미틸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미틸: 리케…….
루틸: 좋은 친구네.
화이트: ……확실히 이것은, 보여주고 싶어한 리케의 기분을 알 것 같구먼.
화이트가 들여다본 가게 모퉁이의 진열장에는 사르카라씨가 직접 만든 것 같은 설탕과자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기자기한 색깔의 과자의 집이다. 지붕과 굴뚝은 비스킷과 마카롱으로 만들었고 벽에는 제대로 된 문도 있었다.
정말 세밀하고 예쁘다……. 사르카라 씨, 역시 대단해요.
카인: 아아, 좋은 직공이야.
사르카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홍차는 여기 있어요.
사르카라씨로부터 아기자기한 리본이 달린 봉지를 받는다.
카인: 고마워. 또 히스를 데리고 놀러올게.
사르카라: 네, 부디! 지금, 큰 설탕과자 배를 만들고 있거든요. 완성되면 보러 와주세요.
바래다 준 그의 미소는 희망에 넘치고 밝다. 새로운 설탕과자도 분명 훌륭한 작품이 될거야. 우리는 가슴에 따뜻한 것을 느끼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미틸: 여기가 열의 거리……. 아늑하고 예쁜 동네네요.
시노: 예전에는 한창 축제기간이라 더 소란스러운 느낌이었는데.
한 때 이 마을은 꽃축제에 들뜬 활기와 비가 오지 않는 이변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현자의 마법사들의 활약으로 이변은 사라지고 지금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평화로운 거리 그 자체다.
그 때 길거리를 다니는 여자아이들은 다 흰색 옷을 입고 있었죠.
카인: 아아. 축제 동안에는 흰 옷을 입은 여자와 만나면 축복의 말을 해야한다는 관습이 있었지.
화이트: 그건 재밌을 것 같구먼! 다음에 오즈를 데려가야지.
오즈: 단호하게 거절하지.
시노: 아서도 관례를 지켰었다고. 제자가 했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루틸:오즈님은 멋있으니까, 칭찬받은 여자분도 분명 기뻐할 거예요!
오즈: …….
순진한 의견이 오즈를 에워싼다. 오즈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 듯 했지만 체념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화이트: 그런데 시노. 이 마을에는 희귀한 꽃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눈에 띄는건 없는 것 같은데....
시노: 그렇겠지. 그 꽃은 특정 시기에만 피니까.
오즈: 그럼 어떻게 할 셈이지.
시노: 이렇게 할거야.
시노는 오래된 친구를 부르듯 휘파람을 불었다. 순간 바람이 불어 눈 앞의 풍경이 흔들린다. 그리고 순간 흰 늑대가 나타나 갑자기 나타난 흰 늑대의 박력에 젋은 마법사들은 숨을 삼켰다. 그 와중에 시노만 앞에 나선다. 그 광경은 내 기억과 많이 닮아있다. 예전에 이 동네를 찾았을 때도 늑대 앞에 걸음을 내디딘 것은 지금처럼 시노였었다.
시노: 오랜만이군, 정령의 왕. 그 때의 빚을 갚게 해주지. 차에 쓸 꽃이 필요해졌어. 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으니 조금 나눠줘.
하얀 늑대: …….
하얀 늑대는 으르렁거리지도 위협하지도 않고 조용히 사라졌다.
루틸: 지금 것은 숲의 정령의 왕……. 굉장히 위엄 있는 늑대씨였네요.
미틸: 엄청 컸어요……. 별로 무섭지는 않았지만.
시노: 다리가 떨리고 있는데.
미틸: 떨고 있지 않아요!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시노: 안심해. 그냥 짐승과는 달라. 잡아먹히지는 않을테니까.
늑대의 울부짖음이 울리고 비가 오지 않는 그 괴이의 원인은 오래 전에 영주의 딸을 얻었다는 늑대의 모습이 정령이었다. 불길한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늑대가 젊은 처녀를 찾는 것이 아닌가, 동네 주민들은 모두 그렇게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러나 늑대는 아내가 사라진 것을 한탄하며 찾기만 했다.
시노: ……그 늑대는 아름다운 공주를 빼앗은 귀찮은 존재로, 사람이나 마을을 위협하는 존재로 취급되고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카인: …….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거죠.
시노는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이 거리에서 일어난 일은, 시노를 조금이나마 어른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루틸: 앗, 늑대 씨가 돌아왔어요.
다시 나타난 하얀 늑대는 가지를 물고 있었다. 가지에는 가련한 흰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시노: 덕분에 살았어. 이것만 있으면 충분해.
가지를 받아든 시노는 늑대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시노: 네 신부는 잘 있나?
늑대는 대답하듯 고개를 뻗어 시노의 손에 콧방귀를 뀌었다.
시노: ……더 이상 미아가 되게 하지마. 혼자 있는 것은 재미 없으니까.
시노를 올려다본 늑대는 눈을 감고 천천히 뜬다. 그리고 곧 안개처럼 사라졌다. 그걸 배웅한 시노는 우리를 돌아보았다.
시노: 가자.
7화
우리들이 마을을 떠나려고 하고 있는데, 떠들썩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바로 옆을 지나던 발자국 소리는 이내 되돌아왔다.
여인: 저기 너희들. 꽃 축제에 왔었던 사람들 아니야?
몇 명의 여자아이들이 조금 들뜬 듯 말을 걸어왔다. 카인은 목소리를 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시노는 눈을 깜빡였다.
카인: 혹시, 꽃 축제에서 만났던 아가씨들인가?
여인: 기뻐! 기억해줬구나?
시노: 그야 기억하고 있었지. 나를 꼬시려고 했었던 여자가 있었으니까.
미틸: ……에?
화이트: 시노가 꼬셔졌다는 말은 금시초문이구먼. 제법이지 않은가.
미틸: 여러분, 가는 곳마다 다양한 체험을 했었군요……. 전 아직 모르는게 많아요.
오즈: 몰라도 괜찮다.
여인: 어라? 이 향기…… 그거, 혹시 비의 꽃?
여인: 진짜다. 이 시기에 잘도 구했네. 어디서 찾았어?
시노: 아아, 이건…….
시노는 마을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노: ……친구에게서 받았다.
재료 모으기 여행도 드디어 마지막 목적지. 우리들은 루틸과 미틸의 고향인 남쪽 나라에 있는 구름의 거리로 이동했다. 다정한 목소리가 던져진 것은 거리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주민: 어라! 누군가 했더니 루틸과 미틸 아니야? 돌아온거니?
미틸: 아주머니, 다녀왔어요!
루틸: 볼일이 있어서 들렀어요. 모두들 건강하신가요?
주민: 아아, 변함없어. 모처럼이니까 모두에게 얼굴은 보여주고 가.
주민: 두 사람이 돌아왔다고?
주민: 모두! 미틸과 루틸선생님이 왔어!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이웃사람과 학교의 학생들이 와 둘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주민: 미틸, 그거 알아? 학교의 토끼집, 크게 만들었어!
미틸: 와아, 이번에 보러 갈게요!
주민: 너랑 레노씨가 지붕을 고쳐준거지? 덕분에 지난 태풍 때에도 안전했어.
루틸: 그거 다행이에요. 레노씨에게도 전해두겠습니다!
주민: 피가로 선생님은 잘 계셔? 둘 다 무슨 일이 있으면 무리하지 말고, 피가로 선생님께 제대로 진찰 받아.
따뜻한 말들이 두 사람을 위로하고 걱정하며 지키려 한다. 그들의 고향은 하나의 큰 가족 같았다.
주민: 너희들은 두 사람의 친구니?
네. 제가 현자고, 나머지 모두들은 마법서에서 함께 살고 있는 마법사에요.
주민: 그렇군 그렇군. 현자의 마법사란 힘든 일이지? 루틸과 미틸을 부디 잘 부탁해! 두 사람 다 착하고 상냥한 아이들이야.
그녀의 사무치는 말에 나도, 마법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밝고 착한 형제는 늘 마음의 가시를 부드럽게 해준다. 그들에게서 구원받는 장면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틀림없다.
미틸: 아, 맞다! 저희, 블렌드티에 넣을 카라라 열매를 받으러 왔어요. 괜찮으시다면 나누어주시겠어요?
주민: 아아, 그거라면 조금 있어. 가져가도 돼.
주민: 우리 집에도 저번에 수확한게 아직 남아있을거야.
주민: 자! 이거 다 가져가도 돼.
미틸: 우왓,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는건가요?
주민: 귀여운 미틸과 루틸의 부탁이니까.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가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러 와줘.
루틸: 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것만 있으면 맛있는 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노: ……여기는, 블랑셰 같은 곳이네.
시노?
카인: 왜 그래, 시노.
시노의 시선 끝에는 많은 사람들과 웃고 있는 미틸과 루틸의 모습이 있었다.
시노: 히스처럼 사랑받고 있어.
카인: 너도 사랑받고 있는걸.
휘젓듯이 힘차게 머리를 쓰다듬자 시노는 입을 삐죽거렸다.
시노: 나는 아이가 아니야.
사랑 받고 있어요, 시노.
화이트: 사랑 받고 있다네, 시노.
시노: 너희들까지 뭐야. ……뭐, 나쁘지는 않지만.
재료를 모두 구한 우리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부엌을 빌렸다.
화이트: 파티까지 남은 시간도 얼마 안 남았구먼. 서둘러 블렌딩티 만들기에 들어가지.
이런건 아마 배분이 중요하겠죠……? 무엇을 얼마나 섞어야하는걸까.
카인: 일단 해보자! 말린 과일은 얼마나 넣을까?
시노: 한 박스 정도면 괜찮은거 아냐?
미틸: 제, 제대로 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루틸: 빌린 주방이라 계량용 스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서....……. 아, 이거면 되려나?
미틸: 형님, 아니에요! 그건 요리를 나누는 용도의 큰 스푼이에요…….
재료 근처에 둘러앉아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리쿵저리쿵 아이디어를 짜낸다. 나와 미틸은 시노들의 모험심에 가끔씩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들떠서 블렌드티를 만들었다.
(……어라? 그러고보니 오즈의 모습이 안 보이네……)
8화
부엌에서 빠져나와 보니, 밖에서 팔짱을 끼고 걷고 있는 오즈를 발견했다.
오즈, 여기에 있었군요.
오즈: ……블렌드티는 완성했는가.
아하하, 절찬리 시행착오 중이에요.
오즈: 화이트가 난리치고 있겠지.
그렇지 않아요. 모두 제각기 난항을 겪고 있지만, 즐거워요!
오즈: …….
혹시 피곤하신가요……? 죄송해요. 오즈의 이동마법에만 의지해서…….
오즈: 마법으로 지쳐있는게 아니다. 저 쌍둥이들에게 항상 휘둘리지 마.
축 늘어진 말투여서 나는 조금 웃고 말았다. 오즈는 세계 최강의 마법사다. 그가 진심으로 저항한다면 누구도 따르게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즈는 마지못해 하면서 화이트의 말을 듣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화이트랑 어울려주고 오즈는 상냥하네요. 역시 오즈에게 있어서 소중한 스승이기 때문인가요?
오즈: 거절하는 편이 더 귀찮아. 게다가…….
말문이 막힌 듯 짧게 입을 다물었다.
오즈: ……화이트는, 언제 사라질지 몰라.
깜짝 놀라 숨을 삼켰다. 그 말은 우물에 조약돌을 던지듯 마음속 깊이 와닿으며 크게 울렸다.
남쪽 나라에 부는 바람은 잔잔하다. 다음에 꺼내야 할 말을 찾지 못한 우리들을 위로하듯 지나간다.
미틸: 아, 너무 많이 넣어버렸어……!
화이트: 뭐, 때로는 과감한 변화도 필요한걸세. 뜻밖의 멋진 화음을 선사할지도 모르는거니.
시노: 맛없으면?
화이트: 이 배합은 아니었어―! 라고 한마디 하면 되겠지?
화이트는 가볍고 장난기가 많아 항상 밝게 웃고 있으니까 잊어버릴 뻔했다. 그는, 스노우가 붙들어 놓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영혼이라고. 오즈는 분명 한시도 그것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화이트: 오즈와 현자는 어디에 있지? 어―이, 시제품 맛을 보러 오게나!
우리들은 잠자코 얼굴을 마주본다.
오즈, 갈까요.
오즈: ……아아.
이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드디어 블렌드티를 완성했다.
미틸: 엄청 맛있어……!
시노: 좋아. 회심의 일격이다.
루틸: 최강의 블렌드티 탄생이에요!
오즈: ……잘 된건가.
여러분, 수고하셨어요. 서프라이즈 준비는 끝이네요.
화이트: 모두의 협력 덕분일세. 고맙다는 말을 하지. 스노우도 분명 기뻐할거야.
카인: 그러고보니 슬슬 가든 파티 시간이 아닌가?
화이트: ……이런, 서두르지 않으면! 서둘러 사로네제의 성으로 향합세.
스노우: ……흠. 적당한 때인가.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구먼. 그렇다고 해도 좋은 날씨구나. 한가롭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무르여.
무르: 어라, 발견되어버렸어! 야호―!
스노우: 거꾸로 나타나다니, 그대다운 인사구나.
무르: 거꾸로 바라보니 세상이 바뀐 것 같아 재미있어! 정말 옳은 것은 어느 쪽 세계일까? 그건 그렇고, 스노우가 혼자 있다니 신기해! 뭐하고 있어?
스노우: 기다리고 있는걸세. 흔들리는 시간을, 우아하게 바라보며 말이야.
무르: 기다려? 뭐를? 세계가 끝나버리는 순간을?
스노우: 호호호. 사냥감을 찾은 고양이처럼 휘황찬란하게 눈을 빛내며 내리깔고 있구나.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계의 끝이 아니라 파티의 시작일세.
무르: 파티?
스노우: 지금부터 사로네제의 성에서 가든 파티가 열릴거야. 화이트가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싶다고 해서 개인 행동을 하자고 제안을 받아버려서 말일세. 파티 시간까지 따로따로 지내고 성에서 만나기로 한게야.
무르: 흐응? 그래서 화이트가 없구나. 그건 거꾸로네!
스노우: 거꾸로?
무르: 스노우를 떠난 화이트는 한 사람을 선택하거나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하거나 스노우가 없는 곳에서 스노우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어. 당신이 하고 싶다고 동경하고 있던 것을 당신이 아니라, 지금 화이트가 하고 있어. 거꾸로잖아! 스노우, 거꾸로의 세계에 서는 것은 어떤 기분이야?
스노우: ……그렇구먼. 조금의 외로움과 설레는 즐거움을 한 상자에 담아 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지. 무엇보다 빨리 화이트를 만났으면 좋겠어. 만나서 이 기분을 나누도록 하지.
무르: 아하하! 그거 참 기묘하고, 재미있고, 최고로 두근두근거려. 두근두근은 반짝반짝거리는 것 만큼 좋아해! 나도 파티에 가야겠어!
9화
급히 달려간 우리는 사로네제씨의 성에 도착했다. 이전에 찾았을 때 환상적이던 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푸른 하늘을 등진 성은 하얀 산맥과도 비슷한 청량함이 있었다.
카인: 헤에, 이것이 과자 마녀의 성인가?
루틸: 바닷속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처음 온 카인과 루틸은 외딴 섬에 우뚝 솟은 자태에 반했다.
사로네제: 어머,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잘 지내셨죠?
사로네제 씨, 오랜만입니다.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화이트: 조금 늦어버린건가?
사로네제: 누군가 했더니 화이트 님이셨군요. 걱정과는 다르게 시간은 그렇게 많이 지나지 않았답니다. 처음 와주신 손님도 계셔서 기뻐요. 편히 쉬다가 가주세요.
미틸: 사로네제씨, 감사합니다!
사로네제: 시노 쨩, 미틸 쨩. 과자는 많이 있으니까 마음껏 먹어줘.
시노: 저번에는 못 먹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모조리 제패하겠다.
화이트: 맞다, 사로네제. 스노우는 벌써 와 있나?
사로네제: 네. 스노우 님들은 먼저 와 계셔요.
화이트: 스노우 님, 들?
무르: 앗, 현자님! 이쪽이쪽!
무르! 스노우랑 같이 왔군요.
무르: 파티도, 파티 이외의 것도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거꾸로라든지.
거꾸로?
사로네제: 어라, 이 타르트타탕을 말하는건가? 파이를 엎은 거꾸로 된 과자야. 지금 잘라서 줄게.
와아, 맛있겠다……! 갓 구워낸거예요, 무르.
무르: 봐, 현자님. 거꾸로는 최고지?
파티 장소인 정원은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잘 어울리는 탁 트인 풍경이었다. 잘 손질된 잔디밭과 장미들. 테이블에는 눈이 쏠리는 매력적인 타르트나 케이크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마치 유럽 그림책에 나오는 듯한 멋진 다과회다.
미틸: 으음, 뭐부터 먹을까. 과일샌드도 맛있을 것 같고, 이 타르트도……. 어라? 이 꽃은 뭐지?
미틸: ……우와, 대단해! 만졌더니 머핀이 됐어! 그래, 이 과자라면…….
시노: 히스가 좋아할 것 같군.
미틸: 리케가 좋아할거야! 앗? 시노 씨도 히스클리프 씨의 선물을 찾고 있었군요.
시노: 다 가져가면 될 줄 알았는데 히스는 나보다 많이 못 먹으니까. 좋아할 만한 걸 고르기로 했어. 그 쪽은 리케 선물인가?
미틸: 네. 많이 가지고 돌아가면 리케가 배탈나버리니까, 좋아할만한 과자를 몇 개 선물할까 하고…….
시노: 저쪽에 있는 레몬파이로 해.
미틸: 에?
시노: 전에 리케한테 레몬파이를 나눠줬더니 맛있다면서 좋아했었어. 마음에 들어할거야.
미틸: 시노 씨…… 감사합니다. 저도 레몬파이 먹어보고 싶어요!
시노: 좋아, 따라 와. 나도 하나 더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화이트: 스노우, 기다리게 했네.
모두가 화사한 과자를 즐기는 가운데 어느새 함박웃음을 머금은 화이트가 스노우 앞에 서있었다.
스노우: 화이트여, 기다리고 있었네. 그래서, 그건 어떻게 되었나?
화이트: 그건 벌써 준비 완료일세! 당장 선보이기로 하지. 자, 스노우도 사로네제도 자리에 앉게나.
스노우: 호오, 앉으면 되는 건가?
사로네제: 어라어라, 무슨 일이 시작되는 걸까나.
약속을 한 듯 젊은 마법사들이 화이트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모두 장난을 꾸민 아이들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스노우와 사로네제씨 자리 앞에 선 화이트는 득의만면한 얼굴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공손히 절했다.
화이트: 오늘 초대해줘서 고맙네, 사로네제. 그리고 친애하는 스노우.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두 사람을 특별한 다과회에 초대하지.
화이트: 자, 대접할 시간일세.'노스콤니아!'
유리 찻잔이 탁자를 벗어나 둥실둥실 허공에 떴다. 같은 타이밍에 하늘 위에서 찻주전자가 춤추듯이 내려온다. 흰색 뒤에 도열해 있던 마법사들은 서로 신호를 보냈다.
미틸: 여러분, 하나, 둘……!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르체!'
시노: '맛차 스디파스!'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미틸의 구호를 시작으로 일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직후, 많은 꽃잎이 흩날렸다. 형형색색의 꽃잎이 몇 송이 하늘에서 내려와, 선명하게 정원을 물들여 간다. 스노우도 사로네제도 나도 넋을 잃은 채 하늘을 쳐다보았고 마법사들은 그것을 보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화이트: 마지막 마무리일세, 자!
화이트가 흔든 손가락에 맞춰 찻주전자가 뚝 멈춘다. 연주를 마친 연주자처럼 절을 한다. 꽃잎의 빗속에서 벽돌빛의 차가 하늘에 뜬 찻잔으로 흘러들어 간다. 풋풋한 향기가 한꺼번에 넘쳐 꽃밭과 과수원 안에 있는 듯 했다.
스노우: 호오, 정말 좋은 향기구나…….
이윽고 찻잔은 테이블에 착륙했다. 스노우와 사로네제씨는 향을 들이마신 뒤 살며시 입을 댔다.
10화
화이트: 어떤가, 둘 다? 서프라이즈 블렌드티의 맛은?
스노우: 최고일세! 정말 산뜻하고 혀의 느낌이 좋아. 그렇지, 사로네제.
사로네제: 네. 정말 맛있어요.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처음이에요.
화이트: 그런가 그런가. 그거 다행이구먼! 사양하지 말고 쭉 마시게나. 얼마든지 있으니.
스노우: 역시 화이트. 최고의 서프라이즈구먼.
화이트: 호호호. 재료를 모으는 것은 꽤 힘들었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게야.
시노: 뭐, 앞으로도 날 의지해도 좋다고.
루틸: 두 분 다 좋아하시니 저도 기뻐요.
미틸: 서프라이즈, 잘 돼서 정말 다행이네요!
카인: 아아, 대성공이다. 꽃잎 연출을 넣은게 정답이었네.
화이트: 훨씬 로맨틱해지지 않았는가? 의견을 내준 미틸에게는 감사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먼.
미틸: 에헤헤…… 기뻐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서프라이즈가 성공한 기쁨을 함께 나누며 화이트도, 화이트를 둘러싼 모두가 절로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즐거운 화이트를 보고, 스노우는 미소 지었다. 희미하게 쓸쓸해 보인 것은 기분 탓일까.
스노우: …….
화이트: 하지만 아주 조금 외롭기도 했다. 무엇보다 빨리 스노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
스노우: 화이트…….
스노우: 나도 마찬가지일세. 즐겁고 쓸쓸해서, 화이트가 보고 싶었어.
화이트: 우리는 떨어져 있어도 똑같구먼.
스노우: 똑같아 똑같아!
스노우와 화이트는 거울처럼 마주보고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오즈는 멀리서 보고 있었다. 정겨운 풍경을 창문에서 바라보듯.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쌍둥이는 오즈에게 순진하게 달려갔다.
화이트: 스노우여, 이번에 오즈는 귀여운 우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줬다네.
스노우: 오즈여, 수고 많았네. 응 하고 칭찬해주마!
화이트: 오늘은 이 모습이니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도 쉽게 닿는구먼.
오즈: 관둬라. 말해두지만, 다음은 없다.
화이트: 또 또 그런 말 하고!
스노우: 오즈 쨩은 상냥하니까, 우리들의 부탁 들어줄거지?
스노우 / 화이트: 그렇지?
오즈: …….
스노우와 사로네제씨에게 대접한 뒤, 다같이 과자를 집어먹으면서 블렌드티를 즐겼다. 만드는 동안 몇 번이나 마셨을텐데, 어째서일까. 지금 마시고 있는게 제일 맛있게 느껴져.
루틸: 이번에 마법관에서 모던 파티를 여는건 어떤가요? 안뜰을 배경으로 해서!
좋네요! 각자 과자를 들고 오면 다같이 즐길 수 있을거에요.
시노: 과자는 직접 만드는건가?
카인: 직접 만드는 것도 괜찮고, 소문난 가게에서 사올 수도 있지 않을까?
미틸: 재밌을 것 같아요! 의자나 테이블도 많이 준비하고, 피크닉처럼 시트도 깔고....!
스노우: 마음에 드는 과자를 늘어놓고―!
화이트: 맛있는 차를 준비해서―!
무르: 북쪽 나라의 마법사들이 난입하고―!
미틸: 에에―?!
루틸: 난입 같은거 하지 않아도 제대로 초대할거라구요?
스노우: 초대받아도 평범하게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먼.
화이트: 그러면 그때는 이쪽도 오즈를 불러서 대항하는건 어떤가.
오즈: 멋대로 참여시키지 마라.
무르: 엉망진창인 파티가 될 것 같네! 나 그런거 대환영!
차로 목을 축이면서 과자에 손을 뻗어 잡담으로 꽃을 피운다. 맑게 갠 푸른 하늘 아래 부드러운 다과회는 계속되었다.
스노우: 현자여, 이 잼은 먹어봤나? 스콘에 곁들여 먹어보는게 좋네.
스콘과 잼이 담긴 접시를 스노우는 웃는 얼굴로 권한다. 나는 접시를 받자 슬쩍 무언가를 말한다.
스노우: 서프라이즈의 도움을 주었다면서? 고맙네. 화이트도 만족한 것 같아.
화이트를 위해서 고마워, 라고 본인의 일처럼 스노우가 말한다. 스노우를 위해서 고마워, 라고 모두에게 감사한 화이트와 똑같이.
아뇨, 저야말로. 서프라이즈 도와드리는거 엄청 재밌었어요. 저희들 모두 스노우도 화이트도 정말 좋아하니까요.
스노우: 이런, 기쁜 말을 해주는구먼.
스노우는 간지럽게 웃었다. 나도 말하고 나서 조금 부끄러웠다. '좋아했다' 가 아니라 '좋아해' 라고 지금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고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화이트: 스노우, 현자. 차 리필은 어떤가?
스노우: 음, 부탁하네.
저도 부디!
김과 함께 향긋한 향기가 피어오른다. 티컵의 내용물은 찻잎과 꽃과 열매의 만남과 이별. 때론 쓰리고 아프고, 좋았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라도 빠졌다면 이 맛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같은 맛은 두 번 다시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다.
(……다음에 또 만들 때는 어떤 블렌드티가 될까?)
아직 앞에 있을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즐겁고 조금 외롭다.
나는 찻잔을 들고, 지금만의 향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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