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씨・로버・스쿠아마] 1화~5화

 

 

푸른색과 분홍색 마블 모양의 바다. 언젠가 여름에 들었던 파도 소리. 모르는 갑판 위에서 깨어나 하늘색 머리를 한 청년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까지의 기억은 없지만, 아는 것은 있다. 훌륭한 범선, 청년의 모자의 특징적인 모양. 푸른 하늘에 휘날린 검은 깃발과 하얗게 염색된 촉감의 표시.

 

그들은…… 해적이다.

 


1화

 

???: 비스킷의 맛이다. 나, 비스킷을 만들 줄 알았구나. 항상 먹는 것보다 아삭아삭하고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로서는 잘 모르겠어.

 

화이트: 콩콩, 실례합니다!

 

???: 화이트…….

 

화이트: 이런,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비스킷인가? 꽤 잘 구워졌구나.

 

???: ……아아……. 이거, 역시 꽤 잘 된 거였구나.

 

화이트: 멍하니 있군……. 뭐, 닫힌 고치 안에서 살면 그렇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재수없게 보주로 뽑힌 불쌍한 아이. 그대에게 오늘 밤은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네.

 

???: 재미있는 것……?

 

화이트: 창문을 열게나.

 

???: ……!?

 

화이트: 보였나?

 

???: 뭐야 저게!? 빛이 하늘을 가로질러 가……. 밤을 가르는 칼 같아……!

 

화이트: 혜성일세. 크고 눈부시지. 우리는 손댈 수 없는 거대한 힘일세.

 

???: ……대단해…….

 

화이트: 오오, 드문 일이군. 그대가 요리 이외의 것에 관심을 보이다니. 그 밖에 또 여러 가지 아름다운 것이 있네. 세상은 거대한 보물상자다.

 

???: 밖…….

 

화이트: ……보주의 아이여. 그대, 밖의 세계를 보고 싶나.

 

???: ……에……. ……어려운 건 잘 모르겠지만, 아까 빛 같은 예쁜게 있다면 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어.

 

화이트: 그러면 내가 문을 열어주겠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뿐이다.

 

???: 그건……. 밖에 나가도 좋다는 말인가?

 

화이트: 그 말대로. 세계라는 보물상자는 스스로 여는 것이 좋다.

 

???: 밖에. 내가 밖에……. ……아. 답례할 수 있는 것, 이 정도 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화이트: 호호호, 수제 비스킷이라니! 이렇게 귀여운 뇌물은 처음이군. 잘 받았네. 이 화이트 소령이 고치 밖으로 그대를 안내해주마.

 

 

 

 

 

 

 

 

언젠가 여름날에 듣고 있던, 언젠가 멀어져 버린 소리……. 그리고 뭔가 좋은 냄새가 난다. 상쾌하고, 기분 좋고. 이건 아마…….

 

……에……? 자고 있었나. 여기는……?

 

바다……?

 

새파란 하늘을 바닷새가 날아간다. 솟아오른 구름 아래 나는 배의 갑판에 누워 있었다. 배는 고풍스러운 범선 같고 긴 돛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조금 습하지만 이상하게 목이 마르는 것 같았다. 언젠가의 여름처럼…….

 

???: 잠에서 깼나.

 

말이 걸어져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급히 목소리가 난 쪽을 보니 훌륭한 옷을 입은 청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햇빛에 비쳐 금줄과 모자가 눈부시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예쁜 것은…….

 

(하늘과 같은 색의 머리다…….)

 

당신은…….

 

네로: 네로다.

 

네로…….

 

'넌?' 하고 묻는 듯한 시선에 나는 몸을 일으켜 청년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네로. 저는…… 아키라예요.

 

네로: 아키라인가. 그래서 아키라. 갑작스럽게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

 

……?

 

네로: 당신, 노예선에서 도망친 건가?

 

노예선……?

 

네로: 바닷가에서 발견했을 때 너덜너덜한 옷에 쓰러져 있었어. 손목에도 화상 자국 같은 것이 있었고. 그래서 그만 데리고 왔는데……. 만약 노예선 말고 제대로 돌아갈 곳이 있다면 쓸데없는 짓을 해버렸네 라고 생각해서.

 

네로의 말에 무심코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확실히 누군가가 걸친 듯한 큼직한 셔츠 밑에는 구멍이 나고 올이 풀린 옷이 보였다. 그리고 그 소매를 걷어붙이면…….

 

(정말이다. 오른쪽 손목에 자국이 나있어. 날개 모양 같은……. 만져도 아프지는 않은데, 뭐지? 왜 이런 자국이 나서……. 아니 애초에 나는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어라?)

 

……기억이 안 나요.

 

네로: 기억이 안 나?

 

제가 누군지 이름 말고는 모르겠어요. 아, 근데……. 이 놀이기구가 '배' 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살고 있던 장소라던가 가족이라던가……. 그런 기억이 쏙 빠져버린 것 같아서요. 이런 건 이상하죠…….

 

네로: 이상하지 않아.

 

에?

 

네로: 살아있는 한 잊는 것은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잊어버리는게 행복한 일도 많잖아.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당신이 진심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그때 열심히 하면 되니까.

 

눈앞의 네로의 표정은 특별히 상냥하지 않다. 하지만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는 확실한 배려가 있었다.

 

(……신기하네. 막 만났을 텐데.)

 

그의 곁이라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왠지 마음이 편해졌어요.

 

네로: 그럼 다행이고. 일단 이 배에서 쉬면 돼. 다들 생긴 건 무섭지만 마음씨 좋은 녀석들이야.

 

듣고 보니 배에는 와일드한 외모의 사람들이 많았다. 배 주위에 펼쳐진 곳은 파란색과 분홍색 마블 보양의 바다다.

 

(분홍색이 흔들려서 너무 예쁘다……. 그런데 바다가 이런 색이었나?)

 

???: 오. 이제서야 깨어났나.

 

네로: 아……. 캡틴.

 

캡틴?

 

등 뒤에서 말이 걸려 나는 황급히 뒤돌아본다. 거기에는 네로와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이 있었다.

 

???: 하하. 꽤나 화들짝 놀라네. 네 녀석이잖아, 신입이라는 건.

 

콧날이나 가슴팍에 새겨져 있는 것은 큰 상흔. 그저 어깨를 흔들며 웃었을 뿐인데 이쪽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박진감이 있다. 광활한 하늘도 바다도 모든 것을 들러리로 몰아버릴 듯한 당당한 모습이다.

 

(대단하다…….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사람이네.)

 

???: 뭐야? 돌처럼 굳어있네. 이 브래들리 님에게 반해버렸나?

 

야유하듯 들여다보는 시선에 정신이 번쩍 든다.

 

죄, 죄송해요! 넋을 잃고 있었어요! 으음…… 브래들리. 처음 뵙겠습니다. 네로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아키라라고 해요.

 

브래들리: 솔직한 녀석. 하지만 뭐……. 그렇군.

 

박력있는 사람…… 브래들리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윽고 히죽 웃자 그는 네로 쪽을 바라보았다.

 

브래들리: 아직도 내가 준 옷을 입고 있는 아이인데 설마 네 녀석이 사람을 주워오는 처지가 될 줄이야. 네로?

 

네로: 죄송합니다, 제멋대로 굴어서. 하지만 저, 나이를 따지면 아이가 아닌데…….

 

브래들리: 헤에, 대꾸할 수 있게 됐잖아. 주워졌을 때는 뭐라고 해도 따랐으면서.

 

네로: 그것은 나 나름대로 성장했다고나 할까……. 캡틴이 그렇게 말해서 열심히 했어요.

 

브래들리: 아하하! 좋잖아, 그 상태. 좀 더 그 옷을 입게 된다면 애송이 취급도 그만하지.

 

브래들리의 말에 이끌려 두 사람의 옷차람을 관찰한다. 특징적인 형태의 모자에 박진감 있는 촉감 장식…….

 

(……아…….)

 

훌륭한 범선. 캡틴이라는 호칭. 이런 차림으로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은 나는 아마도 알고 있다.

 

당신들은 혹시…….

 

선원: 캡틴! 보고드립니다!

 

브래들리: 왜 그래.

 

보고를 받자마자 브래들리의 눈이 반짝인다. 바닥이 시린 칼날 같은 빛이다.

 

선원: 소속 불명의 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향은 북동! 이대로 직진하면 스쳐가는 코스입니다.

 

브래들리는 재빨리 망원경을 꺼내 날카로운 눈동자로 다가오는 배를 바라본다. 그리고 히죽히죽 웃는다.

 

브래들리: 진로를 바꾸지 마라. 이대로 직진해.

 

네로: …….

 


2화

 

배는 바람을 받아 쭉쭉 나아간다. 두 척의 배가 목소리가 닿는 거리까지 다가오자 맞은 편 갑판에서 선원들이 말을 걸어왔다.

 

선원: 어이! 이 앞은 상어가 나와서 위험해!

 

브래들리: 그런가! 일부러 고맙네!

 

(뭐야. 저 쪽 배의 사람, 친절하네. 혹시 아는 사이라던가?)

 

브래들리: ……간다, 너희들. 날뛸 시간이다. 네로, 아키라. 네 녀석들은 안에 숨어있어. 선장실도 상관없다.

 

……? 그건…….

 

그때, 저쪽 배에서 뭔가가 던져졌다. 사과만 한 동그란 것이 하나 둘내 앞에 굴러온다. 둥근 것에는 짧은 끈 같은 것이 붙어 있었고 작은 불이 타고 있었다.

 

네로: 엎드려, 아키라!

 

……!

 

네로와 함께 엎드린다. 직후 갑판은 연기에 휩싸였다 아까 동그란 것이 연기를 뿜어낸 것이다. 새하얀 연기에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우윽, 뭐야, 이거……? 네로, 브래들리. 무사한가요……?

 

내가 당황하는 사이 연기 속에서 브래들리와 네로의 목소리가 울린다.

 

브래들리: 어이, 네로. 싸움의 기본은 어제 알려준 대로다. 네 녀석에게 첫 일을 주어주지. 새로 들어온 아키라를 지켜라. ……알겠나?

 

네로: ……네!

 

네로: 아키라, 이쪽이야. 통 뒤로 와.

 

네, 네……!

 

네로의 목소리에 의지하여 그럭저럭 연기 속을 이동한다. 챠랑 챠랑하고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이으고 바닷바람이 연기를 해상으로 밀어냈다. 연기가 맑아진 갑판에 펼쳐진 것은…… 전쟁터였다.

 

도적: 으랴아! 먹어라!

 

브래들리: 하! 이런 게 나에게 닿을 거라고 생각하나? 커틀러스란 말이야, 이렇게 쓰는 거다!

 

도적: 젠장……! 격이 달라……!

 

브래들리들은 느슨하게 호를 그린 한 손검을 베었다. 커틀러스, 라고 하는 건가. 보기만 해도 진짜 금속의 무게가 느껴진다. 숨을 삼키고 지켜보는 사이에 아까 배에서 점점 사람들이 올라타고 있다.

 

(이 배를 덮치러 온 적의 배였어……!)

 

도적: 이건 어떠냐!

 

검과 검이 서로 부딪힌다. 필사적인 형상으로 검에 힘을 주는 적. 브래들리는 흉포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브래들리: 하하, 이게 전력인가. 재미없네. 하찮은 녀석은 어서 우리 배에서 내려!

 

짖듯이 외치던 브래들리는 아주 쉽게 상대의 칼을 베어낸다. 그런가 함녀 화려한 의상 자락을 화려하게 걷어내며 그대로 적을 바다로 걷어찼다.

 

도적: 우왓!?

 

(대단해……. 본인보다 큰 사람을 저렇게 가볍게……!)

 

나는 네로 옆에서 큰 통 뒤에 숨어 필사적으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자 주위를 살피던 네로가 번쩍 눈을 뜬다.

 

네로: 캡틴, 뒤!

 

네로의 외침에 화답하듯 브래들리는 돌아서서 권총을 쐈다. 마른 총성이 울리고 등뒤의 적은 쓰러진다.

 

빠, 빨라…….

 

네로: ……역시네, 캡틴.

 

나는 넋을 잃었다. 다음 순간, 내 등 뒤에서 거친 적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적: 이런 곳에 숨어있었나! 각오해라!

 

……!

 

당할 줄 알았다. 그때.

 

네로……!

 

네로는 내 앞에 나와 단검으로 적의 참격을 막았다.

 

네로: 나는 네 녀석의 명령에는 따르지 않아……. 캡틴의 명령은 '아키라를 지켜라' 다! 

 

검 사이에서 불꽃이 튄다. 적의 커틀러스는 네로의 검보다 길고 무거워 보인다.

 

(네로, 밀리고 있어!)

 

적어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늘에 몸을 숨긴 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무력감에 주먹을 쥔다.

 

도적: 큰 소리나 치고……. 받아치기만 하면 이길 수 없다고!

 

네로: …….

 

대답 대신 네로는 느닷없이 단검에서 힘을 뺐다. 그대로 훌쩍 옆으로 몸을 피한다.

 

도적: 뭐……!?

 

갑자기 참격을 받아들일 상대를 잃은 적은 균형을 잃고 눈앞의 통으로 돌진해 간다.

 

도적: 젠장. 칼이 통에 꽂혀서…….

 

네로: …….

 

지체 없이 무기를 봉쇄당한 적의 턱에 네로의 돌려차기가 명중한다.

 

도적: 크악……!

 

네로: ……공격만 해도 이길 수 없어. 캡틴의 말이 맞네.

 

네로는 중얼거리며 쓰러진 적을 바다로 던졌다. 동시에 브래들리도 갑판에 남아 있던 마지막 적을 바다로 떨어뜨린다.

 

브래들리: 이걸로 끝이다!

 

브래들리는 배 가장자리에 발을 걸자 높이 커틀러스를 하늘로 내걸었다.

 

브래들리: 잘 들어라, 도적 놈들. 나는 죽음의 해적단의 캡틴 브래들리 님이다. 이 해적기에 칼날을 겨눈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우는 아이도 침묵하는 죽음의 해적단에게 싸움을 건 것, 지옥에서 후회해라!

 

배의 돛이 지르르 떨릴 정도로 강한 목소리. 그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스르르 깃발이 올라간다. ……촉이 염색된, 시커먼 해적기가.

 

 

 

 

 

 

 

 

 

 

해군: 어디로 가버린 거야. '보주의 아이' 는……! 단서는 찾았나!?

 

해군: 아니……. 함내에서는 아무것도……. 도대체 어떻게 이 배에서 도망친 거야……. 

 

해군: 주위는 바다. 함내의 보안은 엄증. 침입자의 흔적도 없어. 설마…… 군내의 누군가가 협력을……?

 

해군: 우리는 자랑스러운 폴몬트 네이비다! 그럴 리가 없잖아!? 혹시 최근에 붙잡은 남자의 짓인가……?

 

해군: 라스티카라는 남자 말인가? 그 녀석은 지금도 감옥에 있어. 협력 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히스클리프: ……부하들에게도 동요가 퍼지고 있군요.

 

화이트: 무리도 아니지. 사라진 건 '보주의 아이' 니까 말일세.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무르: 흥, 흐흥~♪

 

무르: '보름달 뜨는 저 봉우리를 우러러 보는 것은 벚꽃. 그 안에서 나는 바란다. 혜성의 천사여. 제발 그 목소리로 노래해줘……. 넘치는 벚꽃빛과 함께 소용돌이 치는 바다는 꽃의 부교 그 아래에서 나는 바란다. 혜성의 천사여. 제발 그 날개를 만지게 해줘…….'

 

화이트: 저 녀석 정도구먼.

 

히스클리프: 화이트 소령. 대장 각하께 저 녀석이라니, 불경죄가 되어 버리는 게……?

 

화이트: 괜찮아 괜찮아! 각하의 마음은 바다보다 넓고, 생각은 심해보다 깊고, 평번한 나의 말 따위는 전혀 듣지 못했으니까.

 

히스클리프: (그건 정말 괜찮은 건가……?)

 

히스클리프: ……어쨌든 '보주의 아이' 는 세계의 평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화이트: 그렇지. 하지만…….

 

히스클리프: ……?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화이트: 식사도 의복도 잠자리도 만반으로 주어지고 우리에게 지켜지면 신변의 위험도 없다. 이렇게 쾌적한 고치 속도 없는데, 그 녀석은 왜 도망친 걸까. 히스클리프 블랑셰 중위.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히스클리프: ……화이트 소령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밤하늘을 나는 눈부신 별도, 달밤에 빛나는 벚꽃의 바다도 보지 못하고 제 역할을 할 때를 기다린다. ……그는 고치에서 나오지 못하는 나비와 같습니다. 

 

히스클리프: 계속 못 본 척 해버렸지만…… 아무리 '소중히 보호하고 있다' 고 말해도이래서는 세계를 위한 인주나 다름없어.

 

화이트: ……하지만 그대도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인주를 필요로 하고 있지. 난처한 입장이로군.

 

히스클리프: …….

 

무르: 찾았다! 이 아이야! 시노 셔우드!

 

화이트: 뭔가, 갑자기.

 

히스클리프: 어째서 시노의 이름은……?

 

무르: 이 아이가 히스클리프의 소중한 사람이지! 너의 부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여기에 실려있더라.

 

화이트: 호호, 해군학교생의 자료인가. 시노 셔우드……. 씩씩하고 좋은 얼굴을 하고 있군.

 

무르: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도 나의 일. 샤일록 교관한테 받아온 거야! 그 밖에도 재미있어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 피가로 가르시아 교관이 맡고 있는 미틸의 '기프트' 는 도움이 될 것 같아! 리케는 좌학이 월등히 우수하고, 간부 후보인가.

 

무르: 너의 시노는……. 응. 좋은 '기프트' 를 가지고 있어. 누군가의 방패가 되기에는 딱이네.

 

히스클리프: …….


3화

 

무르: 이런, 고민스럽다는 얼굴이네. 시노의 '기프트'. 너는 좋아하지 않니?

 

히스클리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시노에게도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기프트' 가 있다고 무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것 뿐입니다.

 

무르 / 화이트: …….

 

무르: 어리네.

 

화이트: 청춘이군.

 

무르: 부딪히고 고민하고 마음이 풀릴 때까지 몸부림치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이지. 지금을 누리시오, 블랑셰 중위! 

 

무르: 어라, 무선이다. 여기는 무르 하트. ……흠흠. 네! 접수했습니다. アイアイサ

 

화이트: 누구에게 온 거지?

 

무르: 높으신 분의 연락이야. 내용은…… 대충 상상이 가지?

 

히스클리프: 아마 '보주의 아이' 의…….

 

무르: 정답! 일부러 명령하지 않아도 착한 아이인 너희들은 잘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입장상 나도 일단 살아야지. ……그래서 너희에게 명령한다. 탈영한 '보주의 아이.' 즉, 네로의 수색. 찾는 대로 보호하도록.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건 윗선에서의 명령이야.

 

히스클리프: …….

 

무르: 어라, 대답이 안 들리네. 다시 한 번 알기 쉽게 말해주는 게 좋을까?

 

화이트: 자자. 위의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그 녀석의 역할까지는 아직 유예가 있네. 만족할 때까지 놀게 해주면 될 텐데.

 

무르: 아하하, 현장에 가까운 소령다워. 적당하고 자유롭고 상냥한 응답이야! 하지만 여기는 정부가 안고 있는 해군 폴몬트 네이비. 대장도 상층부로터의 통신에는 경례를 하지. 내 부하인 너희들은 나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히스클리프 / 화이트: ……접수했습니다. アイアイサ

 

무르: 잘했어요!

 

히스클리프: 무르 하트 대장. 하지만…….

 

무르: 반항은 교수형!

 

히스클리프: 그런……!

 

화이트: 호호, 마치 해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폴몬트 네이비. 말하자면 정의의 편이지?

 

무르: 정의인가? 아름다운 말이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 아닐까? 정의의 편도 규율이 없으면 그저 무력을 휘두르는오합지졸이 될 수 있어. 군대는 위에서 명령하는 것이 절대적. 납득이 안 된다면 상응하는 대안이 필요해.

 

히스클리프: 대안, 인가요……?

 

무르: 맞아. 우리는 세계 평화가 중요해. 현재로서는 네로가 희생하는 것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세계와 네로를 저울질하면 세계로 기울어져. 그저 싫다고 외치기만 하면 바늘은 움직이지 않아. 그러면 저울에 올릴 다른 것을 준비해야지?

 

히스클리프: ……공부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도 감사드립니다, 무르 하트 대장. 임무 수행을 위해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무르: 다녀오세요~!

 

화이트: ……정말이지, 관대한 대장이로군. 본래 그 대장이라는 직위는 더 절대적인 것. 교수형은 지나치지만 대장이 중위에게 그렇게 반항해 노호 하나 날리지 않는 것도 드물다.

 

무르: 노호? 그거 날리면 재밌어? 나는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게 더 좋아. 할 말이 있다면 해. 논의라면 얼마든지 해줄게. 그걸로 나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화이트 소령도 뭔가 할 말이 있다면 하세요.

 

화이트: 음. 딱히 하고 싶은 말은 없지만 신경을 써준 것에는 감사의 말을 전하지. 그러면 슬슬 나도 실례할까.

 

무르: 그래. ……아, 맞다! 나는 관대한 대장이지만 두 번은 안 봐줘. ……조심해? 화이트 소령.

 

화이트: ……호호. 무르 하트 대장은 뭐든지 보는군. 접수했습니다. 충고 고맙네.

 

무르: 이런이런. 다들 여러모로 어렵네. 혜성이 출현하고 나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운디네에게 있어서 길을 알려주는 혜성이 떨어지는 밤에 '보주의 아이' 가 사라졌다. 그날 밤, 만약 '혜성의 천사' 가 어딘가에 나타났다면……. 나도 멍때릴 때가 아니네. 이쪽에서도 교섭을 해야지.

 

무르: ……아, 레녹스? 나야, 무르. 위급한 상황이니 파우스트를 연결해줘.

 

 

 

 

 

 

 

브래들리: ……자. 싸움은 우리의 대승리. 예정 밖의 적으로부터 보물도 잔뜩 빼앗았다. 보급지인 폴몬트 섬도 바로 저기야. 그러면 할 일은 하나네.

 

해적: 술 준비는 다 됐습니다, 캡틴!

 

해적: 슬슬 고기도 익은 것 같아요!

 

브래들리: 잘했어! 화려하게 승리의 잔치를 가야지. 내친 김에 신입생 환영회도.

 

해적: 아이아이 캡틴!

 

해적: 이걸로 우리 동료네, 신입!

 

네, 네……!

 

습격해 온 해적들을 물리치고 적의 배에서 산더미 같은 보물을 실어나른 뒤, 브래들리의 한마디로 선원들은 와글와글 잔치를 준비했다.

 

그러고 보니 네로는? 아까부터 모습이 안 보이는데…….

 

브래들리: 어이, 신입. 맥주잔 들어라.

 

감사합니다……! 어라? 빈 맥주잔이 3개?

 

브래들리: 나랑 너, 그리고 뒤의 녀석 거다.

 

뒤…… 와앗! 네로, 어느 새에?

 

네로: 지금 막 왔어. 캡틴. 저, 아직 대단한 일도 하지 않았는데 맥주잔이라니…….

 

브래들리: 이 배에 사양 따위는 필요 없어. 우리가 떠들면 기분 좋은 밤에는 잔치를 벌인다. 네 녀석은 잔치에서 마시고 먹은 만큼 제대로 일한다. 간단한 얘기다. 네로, 네 녀석이 다음에 할 말은 알지?

 

네로: 하하, 그렇네요. 이 잔치에 걸맞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해적: 자, 신입 둘은 캡틴 옆에 앉아. 아키라는 술 마실 줄 아나?

 

술……. 죄송해요. 어쩐지 자신이 없는 것 같아서…….

 

해적: 그러면 사과 주스네. 기다려. 지금 준비해줄 테니까.

 

브래들리: 네로. 네 녀석은 마실 수 있나?

 

네로: 마셔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그래도…… 마셔보고 싶네.

 

브래들리: 시도해봐. 우리 술은 훌륭하다고. 희석하거나 하지 않았어.

 

브래들리가 네로의 맥주잔에 술을 따른다. 네로는 그걸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브래들리: 맥주잔을 들어라! 죽음의 해적단의 승리를 축하하며. 잔치의 시작이다!

 

오오, 거리며 해적들이 맥주잔을 들고 건배한다. 술의 거품이 허공에 날리면서 주변은 단번에 떠들썩해졌다. 모두가 힘차게 맥주잔을 들이키는 가운데 네로는 초조한 마음으로 맥주잔을 들고 있다.

 

네로: ……맛있어.

 

브래들리: 아하하! 그렇지? 네 녀석은 역시 가망이 있어!

 

네로는 주저하지 않고 맥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맛이 나는 걸까. 언뜻 보면 분홍색 거품이 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쁜 색의 술이네요. 술도 분홍, 바다도 분홍색. 조금 신기한 것 같아요.

 

네로: 분홍색이 신기해?

 

에? 신기하지 않나요? 술도 바다도 보통은…….

 

(보통은…… 무슨 색이지?)

 

브래들리: 묘한 말을 하네. 꽃 에일은 좀처럼 나돌지 않는 고급 술이지만 바다가 이 색인 건 당연하잖아. 설마 네 녀석……. 바다가 이 색이 된 이유도 기억 못하나?

 

죄, 죄송해요.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아요.

 

네로: 괜찮으면 내가 얘기할까. 나도 대충은 알거든.

 

부탁합니다, 하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네로는 맥주잔을 통 위에 올려놓고 이 세계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로: 옛날에 이 세계에는 '운디네' 라는 물의 정령과 인간……. 그리고 그 둘 사이의 피를 잇는 '스쿠아마' 가 공존하고 있었어. 참고로 나도 스쿠아마야. 캡틴도…….

 

브래들리: 아아, 우리도 스쿠아마다. 스쿠아마를 알아보려면 목을 봐. 목에 비늘 같은 문장이 있지.

 

브래들리는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가리킨다. 거기에는 확실히 검은 비늘 무늬가 떠있다. 자세히 보면 네로의 목에도 같은 무늬가 있다.

 

(어라? 네로의 문장은 파랑? 브래들리와는 색이 다르네.)

 

시선을 느꼈는지 네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목덜미를 손으로 가리고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네로: 운디네가 있던 시절은 지금보다 훨씬 육지가 많았어. 대도시가 몇 개나 번성하고 해안가에는 많은 벚꽃이 피어있었다고 해. 모든 것이 변한 것은 수백 년 전. 역사적인 폭풍이 몰아쳐 세계의 육지는 대부분 가라앉아버렸지. 이유는 수수께끼지만 폭풍 때문에 운디네는 멸종. 그리고 지금은 인간과 우리 스쿠아마만이 남겨진 육지에 붙어 살고 있어.

 

네로: 바다가 분홍색인 것은 육지에 나있던 벚꽃이 바다에 가라앉은 탓이야. 바닷물을 좋아하는 성질 덕분에 벚꽃만 해저에서도 예전과 다름없이 활짝 피고 있지.

 

브래들리: 벚꽃은 분홍색으로 빛나는 신기한 꽃이니까, 그 빛이 여기까지 와있다는 거다. 참고로 이 에일도 벚꽃 술이야. 얕은 여울에 남겨진 귀중한 벚꽃으로 만든 거라고.

 

그렇군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이 바다에는 세계의 역사가 가라앉아 있는 거군요. 그렇게 들으니 왠지 다르게 보여…….

 

나는 배 끝에서 바다를 들여다보았다. 이 분홍색 물결 안쪽에는 고대 도시가 있다. 무인 도시를 지금도 꽃만이 장식하고 있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구슬픈 경치다. 여기서 잃어버린 것은 원래대로 되지 않을 테니까.

 

생각에 잠겨 있는데, 내 배가 꾸르륵거렸다.

 

브래들리 / 네로: ……지금 건…….

 

죄송해요. 제가…….

 

브래들리: 아하하, 옛날 이야기보다 밥이 중요한가. 지금을 살고 있다는 증거군. 자, 밥이라면 이쪽에 많이 있다고.

 

가, 감사합니다……!


4화

 

테이블에는 껍질이 바삭해질 때까지 구운 호쾌한 고기, 갓 삶은 대하 등 진수성찬이 즐비했다.

 

역시 해적. 와일드하네요……. 아, 이쪽 음식은 가정적인 느낌이네. 생선 수프 맛있겠다.

 

브래들리: 헤에? 오늘 밥은 손이 많이 갔네. 먹어볼까.

 

네로: …….

 

브래들리: ……맛있어……. 뭐야 이 수프! 엄청 맛있잖아!

 

차례차례 수프를 입으로 나르는 브래들리에 덩달아 나도 수저를 들고 먹었다.

 

……정말이다! 엄청 맛있어요……! 뭐라고 할까, 서서히 온몸에 퍼져서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따뜻해진다고나 할까. 아무튼 상냥하고 안심되는 맛이에요.

 

해적: 진짜 맛있다 이거! 농담이 아니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해적: 나, 이렇게 맛있는거 먹어본 적 처음일지도…….

 

브래들리: 요리 당번 누구야? 처음 당번이 된 녀석이지?

 

브래들리가 해적들을 바라본다. 모두가 바조보는 가운데 쭈뼛쭈뼛 손을 드는 인물이 있었다.

 

네로: 저, 예요.

 

와아……! 네로였군요. 이렇게 맛있는 수프를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해요!

 

네로: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환영만 받는 건 마음이 편치 않아서. 입에 맞을지는 불안했지만…….

 

해적: 안 맞을리가. 최고야!

 

해적: 평소와는 천지만큼 차이가 난다고!

 

브래들리: 네로……. 네 녀석, 꽤 하잖아. 신입을 지키는 첫 임무에 밥까지. 충분히 이 잔치에 어울리는 일이다.

 

브래들리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히죽 웃었다. 네로는 상투적인 듯 시선을 돌렸다.

 

네로: 내 팔로는 배에 있는 칼은 잘 못 다뤄서. 그것까지 잘 했으면 더 좋은 일을 했을텐데……. 하지만…… 굉장히 기뻐요. 지금까지는 만들어도 나만 먹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말해주다니 꿈만 같아…….

 

네로는 중얼거리며 수줍음을 감추듯 맥주잔의 내용물을 마시고 있었다.

 

(먹은 사람도 기뻐하고 만든 사람도 기뻐하니 나까지 웃는 얼굴이 되어버리네. ……하지만 저렇게 벌컥벌컥 마셔도 괜찮은 건가……?)

 

 

 

 

 

 

 

 

 

네로: ……음냐……. 요리 정도로 괜찮다면……. 얼마든지…….

 

(역시 취해버렸어…….)

 

브래들리: 어이, 취객. 잘 거면 밑으로 들어가서 자.

 

네로: ……싫어…….

 

브래들리: 아아? 뭐라고?

 

네로: 혼자……. 혼자 자고 싶지 않아……. 어둡고 차갑고 조용한 바다 밑바닥에는, 아직 가고 싶지 않아…….

 

브래들리: 아무도 그런 말 안했어. 밑에 선실로 가라는 뜻이다.

 

네로: 쿨……. 쿨…….

 

브래들리: ……안 듣고 있네, 이 녀석.

 

완전히 잠들었네요, 네로. 바다 밑바닥…… 이라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브래들리: 글쎄. 이 녀석도 수수께끼가 많은 남자라.

 

브래들리는 조그맣게 어깨를 으쓱하고 네로가 안고 있던 술병을 집어든다 둘의 관계가 궁금해서 나는 묻는다.

 

네로도 새로 들어온 건가요?

 

브래들리: 어. 얼마 전에 내가 주웠지. 바닷가에 쓰러져 있던 걸 발견해서.

 

그랬군요. 그러면 저와 똑같은……?

 

브래들리: 네 녀석은 멍할 뿐이었지만 네로는 더 고집스러웠다. 누구인지 물어봐도 대답하지 못 해. 분명히 하자가 있어. 능력 없는 스쿠아마가 갈 곳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 주워온 거다.

 

'능력 없음'? 네로가, 인가요? 요리도 싸움도 잘하는데…….

 

브래들리: 아아, 그건 안 알려줬구나. 스쿠아마라는 건 '기프트' 라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예를 들면 내 기프트는 '상대방의 적의' 가 보이는 것.

 

적의가 보여? 기분이 보이는 건가요?

 

브래들리: 아아. 적의를 가진 녀석은 온몸이 먹구름을 감싼 듯한 시커먼 안개가 보여. 아까 적습도 그걸로 안 거다. 하지만 네로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파란 문장은 기프트가 없다는 표시다. 그러니까 통칭 '능력 없음' 이라는 거야.

 

그렇군요……. 그런 뜻이었구나.

 

브래들리: 그 녀석한테 그 말이 안 어울리느 건 내가 더 잘 알아. 나도 '능력 없음' 을 보는 건 처음이었고, 솔직히 처음에는 깔봤어. 세상 물정을 모르니까. 하지만 배우는 것도 빠르고 신경도 쓰여. 새로운 걸 알면 저 의욕 없어 보이는 눈이 보석처럼 빛나는 것도 재밌고. 왠지 모르게 그 눈을 보면 여러 가지 가르쳐주고 싶어지는 거야. 제 몫이 되면 부선장을 하는 것도 좋겠네.

 

네로의 이야기를 하는 브래들리의 눈도 내게는 꽤 빛나 보였다. 마치 희귀한 보물을 발견한 듯한 말투다.

 

(네로가 정말 마음에 든 거겠지.)

 

해적: 캡틴!

 

브래들리: 어. 무슨 일이야?

 

브래들리의 눈동자에 조금 전과는 다른 날카로운 빛이 깃든다. 배가 부른 해적들은 낮에 얻은 보물을 나누는 것 같다.

 

해적: 보세요. 순은 식기예요!

 

브래들리: 나쁘지 않은 물건이네. 그런데 우리는 좀 더 고급스러운 걸 쓰잖아. 그건 육지의 골동품 가게에 팔아버려.

 

해적: 아이아이 캡틴!

 

해적: 이것 좀 봐. 이건 공주가 착용할 것 같은 목걸이다! 써보자. 의외로 어울리지 않을까?

 

해적: 네 녀석에게 어울릴 리가 없잖아! 술통이라도 들여보고 네 얼굴이나 보라고!

 

……뭐라고 할까, 엄청 해적이다! 같은 느낌이네요.

 

브래들리: 하. 우스운 소리를 하네, 너. 센 녀석을 때려 눕히고 빼앗았다. 우리는 죽음의 해적단……. 틀림없는 해적이지. 그런데 오늘 수확은 기껏해야 중하위 정도네. 나쁘진 않지만 새로운 것도 없어.

 

에, 이래도 중하위 쯤이군요……!?

 

브래들리: 아아. 우리가 진짜 노리는 보물은 이런 게 아니니까.

 

와아……. 브래들리가 진심으로 노리다니, 어떤 보물일지 궁금해요!

 

몸을 내밀어 묻자 브래들리는 나에게 얼굴을 기대고 목소리를 낮춰 속삭인다.

 

브래들리: '환상의 보주'……. 운디네가 남긴 것으로 여겨지는 전설의 보물이다.

 

'환상의 보주'……. 운디네는 확실히 대폭풍과 함께 멸망한 물의 정령이죠?

 

브래들리: 아아. 세상 사람들은 '환상의 보주' 따위는 전설이라고 생각하고 믿지 않아. 믿는 나를 바보 취급하는 녀석들도 산더미만큼 있었다. 하지만 그러니까 좋은 거야. 나는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걸 보고 싶어. 손에 넣고 싶어. 그리고 언젠가 나를 비웃었던 녀석들의 간을 빼주겠다.

 

망한 문명에 얽힌 수수께끼 같은 전설의 보물. 소년처럼 목청을 돋우는 브래들리를 보고 있으면 내 가슴도 두근거린다.

 

브래들리: 어때? 멋있지?

 

네, 멋있어요!……. 전설의 보물, 저도 보고 싶어요. '환상의 보주' 를 찾기 위해 오늘 밤 먹고 마신 만큼 열심히 일 할게요!

 

브래들리: 아하하! 말을 잘 알아듣잖아! 좋아, 신참. 맥주잔 들어.

 

……네!

 

내가 황급히 맥주잔을 들자 브래들리는 크게 웃었다. 선혈 같은 붉은 눈동자가 나를 본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배에 산더미처럼 쌓인 어떤 보물보다 당당하고 화려하며 이 자리의 왕이었다. 왕의 맥주잔이 내 맥주잔에 부딪힌다.

 

브래들리: 어서 와라, 죽음의 해적단에. 아키라, 다시 한 번 환영하지!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캄캄한 어둠 속에 주위는 아무도 없다. 뚝뚝 떨어지는 것은 꽃잎인가. 쓸쓸한 광경인데도 마음은 평온했다. 꽃잎은 계속해서 내려온다.

 

???: ……씨…….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나?)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보이는 것은 어둠과 꽃잎 뿐.

 

???: ……자…….

 

???: ……님…….

 

(나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어.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아. 그립고 소중한, 당신들은 누구……?)

 

누?……. 에……?

 

누군가를 부르려다가 나는 잠에서 깼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은 캄캄한 선실이었다.

 

꿈을 꾸고 있었구나…….

 

(눈이 맑아졌어. ……윗 갑판이나 갈까. 밤바람을 맞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


5화

 

(역시 아무도 없네. 시간도 늦었고, 모두 자고 있…… 어라?)

 

잔치의 여운도 지나간 고즈넉한 갑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낯익은 하늘색이었다.

 

네로, 인가요?

 

네로: 아키라구나. 잠을 잘 못잤어?

 

신기한 꿈에 잠이 깨서. 네로는? 취기는 괜찮나요?

 

네로: 많이 깨진 것 같아. 푹신푹신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졸려져서. ……술이란 건 이렇게 무서운 거였구나.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잠자는 정도는 좋다고 생각해요. 즐거워 보였고.

 

나는 안심하고 그의 옆에 섰다. 배의 끝에서는 밤바다가 잘 보인다.

 

밤바다도 좋네요. 낮과는 다르게 차분한 느낌이라.

 

네로: 아아. 각자 다르고 둘 다 예쁘지.

 

밤바람이 나의 머리를 흔들며 떠나간다. 꽃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한쪽 구석에 선 네로를 올려다보니 그의 머리카락도 밤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 옆모습은 고요처럼 잔잔한다. 

 

……저기 네로, 고마워요.

 

네로: 갑자기 왜 그래? 나 뭐 했나?

 

두 번이나 도와줬잖아요. 바닷가에서 쓰러져 있을 때와 해적에게 습격당했을 때.

 

네로: 아아……. 사례를 들을 일이 아니야. 나도 캡틴에게 주워진 몸이었으니까 자신과 거듭 불필요한 보살핌을 불태웠어. 해적으로부터 지킨 것도 캡틴의 명령이고……. 다 내 사정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은혜나 의리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힘 빼고 있어.

 

눈썹을 숙이고 웃는 네로의 말에는 부드러움이 있다. 그것은 마치 상대방이 안고 있는 짐을 살짝 걷어내는 듯한 배려였다.

 

……알겠어요. 그러면 말씀을 받아들여서.

 

나는 따뜻한 마음에 가득 차 밤하늘을 본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구름 사이에 숨어 있던 달이 얼굴을 내밀고…….

 

에……? 바, 바다! 바다, 빛나지 않았나요!?

 

놀라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해수면이 모두 분홍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꽃잎으로 덮인 것 같아.

 

네로: 앵광충이네. 달빛에 연분홍빛으로 빛나는 생물이야.

 

이게 생물이군요? 대단해. 신기하다

 

네로: 뭐, 나도 캡틴한테 배운 거지만……. 정말 예쁘네.

 

그렇게 말하며 빛나는 바다를 보는 네로의 눈은 바다빛 못지않게 반짝였다. 감동과 호기심이 뒤섞인 빛이다.

 

네로: 당신이 앵광충을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그것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거요?

 

네로: 딱 당신이 바다를 떠다닐 때였나. 밤하늘에 혜성이 날았어. 깜짝 놀랄 정도로 크고 눈부셔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예뻤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상상만 해도 설레이기 시작했어요. 나도 보고 싶다.

 

네로: 볼 수 있어. 너는 앞으로도 기니까. 캡틴과 여행을 하면서 어디든 가. 그러면 분명 만날 수 있을 거야. 보지 못한 것, 듣지 못한 소리, 맡지 못한 향도.

 

네로는 바다 저편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의 눈빛에는 동경이 넘치지만, 동시에 그 말투는 어딘가 남의 일인 것 같아서.

 

그 여행은…… 네로도 함께죠?

 

네로: 응?

 

왠지 네로가 말하는 '이 앞' 은 네로가 없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걱정이 돼서.

 

네로: 하하……. 너는 상냥하구나.

 

그러면서 미소짓던 네로의 얼굴을 그야말로 상냥했다. 그런데 밤에 녹아버릴 것만 같아.

 

네로…….

 

네로: 자. 너도 나도 이제 자야지. 신입 해적의 아침은 빠르니까.

 

 

 

 

 

 

 

 

흐아…… 암.

 

네로: 졸립지. 너무 멍하니 있으면 낚싯대 가져가 버린다.

 

네로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맑은 하늘 아래 나와 네로는 나란히 배 끝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해적단에서의 나의 첫 번재 일은 아침 식사 재료 조달. 즉, 낚시다. 

 

감사합니다. 잠에서 깼어요. 그건 그렇고……. 좀처럼 안 잡히네요.

 

네로: 잡을 수 있을 때는 산더미처럼 잡히니까 안심해. 바닷새가 떼지어 있는 아래를 노리면 돼. 예를 들면…… 윽.

 

네로는 느닷없이 얼굴을 찡그리며 이마에 손을 댄다.

 

네로……? 무슨 일인가요?

 

네로: 미안. 왠지 아침에 일어나고 나서 계속 머리가 아파서…….

 

브래들리: 흐아암……. 오. 어때, 신입들. 아침은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나?

 

브래들리! 네로가 두통이 있대요.

 

브래들리: 머리가 아프다고? 그건 숙취다. 그렇게나 먹었으니 당연하지.

 

네로: 이 두통은 술을 마셔서 그런 거였다고? 처음 알았다……. 미리 알려주세요…….

 

브래들리: 바보. 응석부리지 마. 실제로 따갑게 배우는 것도 가끔은 좋잖아.

 

저기, 낚시라면 제가 할게요. 네로는 쉬는 편이…….

 

네로: 괜찮아. 별로 앓을 정도의 두통은 아니야. 그리고 당신 아직 혼자서는 못 잡잖아.

 

브래들리: ……좋아, 네로. 네 녀석이 아키라의 교육 담당을 맡아라.

 

네로 / 아키라: 에?

 

저의?

 

네로: 교육……. 제가?

 

브래들리: 맞아. 슬슬 배우고 몇 마리의 병아리도 자라야지. 다음 목적지, 폴몬트 섬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힘내라고, 병아리들!

 

브래들리는 기분 좋게 말하고 떠난다. 나와 네로는 얼굴을 마주보고 둘 다 고개를 숙였다.

 

에……. 선배님, 잘 부탁드려요.

 

네로: 나야말로 초보 교육 담당이지만 잘 부탁해. 우선 낚시를 이어서 할까.

 

열심히 할게요. 바닷새가 있는 근처가 좋다고 했으니까……. 아, 저기 한 마리 큰 게 있어요.

 

네로: 정말 큰 새네. 이쪽을 향해 오고 있어.

 

올려다보니 새의 모습은 부쩍 커졌다. 처음에 생각했떤 것보다 훨씬 크다. 소형 배 정도의 사이즈는 될 것 같아.

 

지, 진짜 크다……. 게다가 배 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설마 우리가 아침밥……?

 

네로: 그럴리가……. 응? 새의 발에 붙어있는 저건…… 인간?

 

이, 인간!?

 

나는 서둘러 새를 올려다보았다. 듣고 보니 새의 발에 사람 그림자가 있다.

 

???: 다치기 싫은 자는 엎드려라! 내 상대를 하고 싶은 자는 그대로 대기일세!

 

사람의 그림자는 큰 소리로 외치고 새의 발에서 손을 뗀다. 위험해, 라고 소리칠 사이도 없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내린 것은…….

 

어, 어린 아이……?

 

스노우: 안녕, 여러분. 내 이름은 스노우. 외워줘도 안 외워줘도 상관없네. 곧 작별인사를 할 테니까.

 

해적: 누구야 네 녀석! 우리들은 죽음의…… 쿠엑!

 

해적: 이 녀석, 동료를 잘도! 크악!

 

스노우라고 자칭한 소년은 가볍게 공격을 피하고 정확한 공격을 해적들을 기절시켜 간다. 마치 날개라도 돋아난 것 같은 가벼움이다. 다음 사냥감을 찾는 스노우의 눈앞에 브래들리가 유유히 걸어나왔다.

 

브래들리: 꽤 날뛰잖아. 네 녀석 같은 꼬마에게는 교육이 필요하겠는데?

 

스노우: 교육이라니 그다지 익숙한 말은 아니군. 그 의미, 검으로 가르쳐 주지 않겠나?

 

브래들리: 좋다. 나도 그러려던 참이었다고!

 

브래들리와 스노우는 동시에 권총을 뽑는다.

 

브래들리: 늦었어.

 

스노우: 호오. 꽤 하는군…….

 

피식 웃는 두 사람. 스노우의 손에는 권총이 없다. 브래들리의 총알에 튕겨나간 것이다. 스노우는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눈으로 쫓는 것도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총알을 피해 브래들리에게 다가간다.

 

스노우: 날아다니는 도구는 여기까지일세!

 

스노우는 커틀러스를 벤다. 브래들리는 권총으로 칼날을 받자 자신도 재빠르게 커틀러스를 뽑았다.

 

브래들리: 찍찍거리는 쥐는 좋아하지 않는데……!

 

(대단해. 저 브래들리와 호각? 아니, 브래들리가 밀리고 있어……! 스노우란 아이, 보통내기가 아니야!)

 

네로, 어떡하죠……!

 

뒤돌아보니 네로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서 있었다.

 

(네로……?)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