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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어둠에 물드는 붉은 꽃에 연회를 바치고] 1화~5화

 

 

희생을 바쳐라. 몸을 바쳐라. 마왕이 사랑한 그 독초에. 동쪽 나라 마을에 전해지는 의식, 어둠의 연회 '발푸르기스의 밤'. 그곳에 만발한 건 '오즈' 라는 이름의 붉은 꽃……. 이 꽃을 찾던 두 사람의 짧은 여행.

 

추억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것이 행복했던 나날임을 증명하듯이.


1화

 

주민: 봐, 또 꽃의 색이 칙칙해졌어. 마치 어둠에 잠기는 것처럼 검게 변해서…….

 

주민: 아아, 숲 속에서 짐승들의 무서운 소리가……! 역시 그분이 제물을 부르는 거야.

 

주민: ……어젯밤에도 가축에 피해가 있었어. 다음은 우리 차례일지도 모른다고.

 

주민: 역시 그걸 할 수 밖에 없는 걸까. 이 숲에 전해지는…….

 

제시카: ……그래.

 

주민: 제, 제시카! 몸은 어때? 이반이 지금 중앙 나라의 수도로 도움을 청하러 갔어. 제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제시카: 나는 괜찮아. 그야 예쁜 꽃에는 독이 있는 법이잖아? 이제 곧 때가 차올라……. 그러면 그날 밤이 올 거야.

 

제시카: 어둠의 잔치, 발푸르기스의 밤이.

 

 

 

 

 

 

어린 아서: ……즈 님! 오즈 님! 저기 있는 큰 빨간 꽃! 분명 저게 찾고 있던 그거예요.

 

오즈: 아서. 급하게 달리면 넘어진다.

 

어린 아서: 넘어지지 않아요! ……와앗!?

 

오즈: 아서!

 

어린 아서: 깜짝아……. 마법으로 도와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오즈 님! 

 

오즈: 넘어진다고 했잖아. 다친 곳은 없나?

 

어린 아서: 괜찮습니다. 그것보다도 봐주세요! 이 특징이 있는 꽃잎과 잎 모양. ……이것이 '오즈' 입니다. 크고 강해 보이고 예쁜 꽃. 드디어 찾았어요!

 

오즈: 그런가……. 잘됐군.

 

어린 아서: 네! 도감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예뻐……. 오즈 님가 같은 이름으로 걸맞는 꽃입니다. 게다가 이 색…….

 

오즈: 꽃의 색이 이상한가?

 

어린 아서: 굉장히 힘이 세고 아름다운 색이에요. 오즈 님이 바라보는 벽난로의 따스한 불꽃 같은 붉은색.

 

어린 아서: 이건, 마치…….

 

 

 

 

 

 

 

오즈: ……꿈인가. 어린 아서와 '오즈' 라는 이름이 붙은 독화를 찾으러 갔을 때의…….

 

오즈: 뭐지.

 

안녕하세요, 오즈. 아키라예요.

 

아서: 아서와 리케도 있습니다. 잠깐 괜찮으실까요?

 

오즈: 상관없다. 들어와.

 

아서: 실례하겠습니다. 아…… 휴식 중이셨나요? 눈매가 약간 찡하시네요.

 

리케: 벽난로의 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거겠죠. 그래도 마음을 쉴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하니까요.

 

오즈: 나에 대한 것은 됐다. 그것보다 무슨 일이지.

 

실은…… 오즈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마법관에 와있어요.

 

오즈: 나에게?

 

네. 괜찮다면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시겠나요?

 

 

 

 

 

 

파우스트: 북쪽 나라 근처의 동쪽 나라 반경에서? 꽤 먼 곳까지 왔군.

 

레녹스: 꽤 긴 여행이었겠지. 음, 이름은…….

 

이반: …… 이반이다. 마법관을 찾아서 숲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거기 두 분이 도와주셔서.

 

시노: 우연히 시장에 가던 길에 히스가 찾았어. 수상한 놈인 줄 알았는데 나이도 우리와 비슷해보이는 인간이었으니까. 일단 데리고 왔어.

 

히스클리프: 마법관은 결계로 가려져 있어서 관계자 말고는 좀처럼 출입할 수 없어. 많이 피곤했던 것 같은데 슈가가 효 과가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파우스트 선생님도 레녹스도 갑자기 말을 걸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파우스트: 가볍게 드기로는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고.

 

레녹스: 게다가 오즈 님을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어. 너 같은 소년이 변방에서 혼자 오는 건 더더욱…….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죠.

 

리케: 오즈를 데리고 왔어요.

 

이반: ……!

 

담화실로 들어서자 마법사들의 고리 속에 있던 소년이 힘차게 일어섰다. 밤색의 긴 목덜미를 흔들며 영리할 것 같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이쪽을 보고 있다. 긴장한 표정의 그에게 오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즈: 너인가. 나를 찾아왔다는 건.

 

이반: …………에……?

 

소년은 아연한 얼굴을 했다. 말을 건 오즈에게 맑은 샘물과 닮은 하늘색 눈동자를 번쩍 뜬다.

 

히스클리프: 이반?

 

시노: 어이, 괜찮냐. 눈에 점이 찍혀 있어.

 

이반: ……! 미안해. 그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아니 너무……. 정말로 당신이 오즈 님? 일찍이 세계를 공포로 지배했다던, 그 마왕…….

 

조심조심 오즈의 모습을 확인하며 소년이 묻는다. 이런 식으로 오즈를 만나 당황하는 사람들은 나도 과거에 여러 번 봐왔다.

 

(굉장히 놀란 것 같아……. 그도 무서운 모습의 오즈를 상상하고 있었던 걸까.)

 

오즈는 전설의 사람으로 각지의 여러 서적과 문헌에 다종다양한 모습과 제설이 기록되어 있다. 마왕으로 회자되는 것부터 공포의 상징인 괴물이거나 근거 없는 엉뚱한 것까지 다양하다. 충격을 받은 소년의 물음에 대답을 한 것은 아서였다.

 

아서: 확실히 이분이 오즈 님이셔. 하지만 마왕 따위가 아니야. 마력도 강하고 오래 사셔서 오해하실 만한 전승도 많지만, 매우 상냥하신 분이야.

 

리케: 네. 그쪽에 계신 현자님과 저희 마법사와 함께 당신에게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렇죠, 오즈.

 

오즈: …….

 

말을 차이고 오즈는 조용히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황급히 오즈에게 고개를 숙인다.

 

이반: 죄송합니다……. 실례되는 말을 해서. 저, 계속 작은 마을에서 살아서 세상 물정도 모르고…….

 

오즈: 상관없어. 사람이란 어느 시대나 그런 것이다.

 

그 목소리는 억양이 없고 단락적이었다. 그러나 그런 오즈의 대답에 소년은 조금만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법 정신을 차리고 여기까지 왔겠지.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에 감사하는 듯한 숨을 내쉰다.

 

이반: 목숨을 건 내기였지만, 도착해서 다행이다. 게다가 현자님들도……. 나를 맞아줘서 고마워.

 

아뇨……. 혼자서 나라를 넘어왔다니, 쉬운 일이 아닌데 의지해 준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죠. 저희가 힘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이야기를 들려주시겠나요?

 

내가 그렇게 던지자 그는 한숨 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의지가 강한 듯한 눈동자가 모두를 향한다.

 

이반: 내 이름은 이반. 동쪽 나라 끝 마을에서 왔어. 오즈 님의 이야기는 마을 근처를 지나던 여행자에게 들었어. 지금은 중앙 나라에 있고, 현자의 마법사를 하고 있다고……. 그래서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 우선 이것을 봐줄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며 이반 씨는 발밑에 두고 있던 나무 상자를 열었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화분이다. 심어져 있던 것은 한 송이의 꽃. 검은색에 가까운 진빨강 꽃잎을 백합처럼 젖혀 힘차게 피어나는 것이 무심코 눈길을 빼앗았다.

 

아서: ……이건…….

 

오즈 / 파우스트 / 레녹스: …….

 

예쁘다……. 크고 아주 훌륭한 꽃이네요.

 

시노: 아아. 관록 있고 멋있어.

 

히스클리프: 그렇네. 늠름하게 피는 모습이 도도해서 왠지 끌려.

 

이반: ……하하, 그렇지.

 

마법사들의 칭찬이 쏟아진다. 하지만 왠지 이반 씨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반: 내가 사는 마을 옆에는 이 꽃들이 잔뜩 있어. 숲속으로 갈수록 꽃이 만발하고, 맨 안쪽은 눈앞의 경치가 꽃빛으로 물들 정도로……. 그 숲에 붙은 호칭이, 마왕이 피는 숲.

 

마왕……?

 

낮익은 호칭에 몇몇 시선이 오즈를 향했다. 말없이 꽃을 바라보던 그이 입술이 천천히 움직인다.

 

오즈: '오즈'. 북녘 동쪽 변방에 피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독화의 이름이다.

 

이반: ……! 아시는 군요, 이 꽃을.

 

리케: 오즈와 같은 이름의 꽃……. 혹시 예전에 아서 님께서 말씀해주신 그 꽃인가요?

 

아서: 아아……. 옛날에 오즈 님과 이 꽃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

 

(……그러고 보니, 나도 오즈로부터 들은 적이 있지.)

 

현자의 서에 모두를 적어두고 싶다고 저마다 찾아다니던 때의 일이다. 대화 충 아서와의 추억담이 나왔다. 달밤의 안뜰에서 어린 아서의 장난기를 이야기하며 행복한 듯 쓴웃음을 짓던 오즈를 잘 기억하고 있다. 아서와의 나날은 매일이 새로운 모험이었다고 전해진 그들의 추억 중 한다.

 

(하지만……. 이 꽃, 그때 들었던 색보다…….)

 

아서: ……꽤 칙칙한 색이네.

 

푸른 눈동자에 꽃을 비추며 조금 쓸쓸한 목소리로 아서가 중얼거렸다.

 

아서: 어렸을 때 오즈 님과 발견한 꽃들은 더 아름답고 선명한 색이었어. 어째서 이 꽃은 이렇게 검고 칙칙하지?

 

저도……. 이야기로 들었던 색과는 조금 인상이 다른 것 같아요. 종류가 다른 건가요?

 

우리의 물음에 한발 물러서서 레녹스와 함께 지켜보던 파우스트가 화분 앞으로 나아간다. 꽃을 바라보는 그의 안경 안쪽에 있는 모양 좋은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파우스트: ……부정의 기미가 보여. 극히 미약하지만 자연에 의한 변화는 아니야. 뭔가가 이 꽃에 영향을 주어 칙칙해진 거겠지. 마력이 있는 꽃은 아닐 텐데……. 이반. 변색된 '오즈' 는 이 화분에 심은 꽃 뿐인가?

 

이반: 아니 …….숲에 피는 꽃들도 모두 색이 변해버렸어.


2화

 

이반: 그리고 독화 '오즈' 에게는 어떤 전설이 있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이반 씨는 입술을 깨물었다. 화분을 쥐는 순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이반: '숲에 피는 붉은 꽃은 마왕 오즈가 사랑해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 이 꽃이 숲에 계속 피는 한 오즈 님은 이 땅을 사랑하신다. 그러므로 모든 재해로부터도 지켜진다.' 라고…….

 

시노: 뭐야 그거? 내가 알기로는 오즈는 그렇게 온정이 있는 녀석이 아닌데.

 

히스클리프: 야, 시노! 그런 건 아니잖아. 무례하게 굴지 마.

 

으음, 그건 오즈를 땅의 수호신처럼 모시고 있다는 건가요?

 

이반: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그렇게 될 것 같아. 나도 어렸을 때부터 마을 할아버지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 뿐이지만…….

 

오즈: 이 꽃에 내 이름이 붙어 있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꽃도, 너희의 땅도 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돌아온 것은 묵직한 저음이었다. 이반 씨는 눈썹을 숙이고 낙담과는 다른 숨을 쉰다.

 

이반: ……역시 그렇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그 오즈 님이 이런 변겨의 숲을 신경 쓸 리가 없으니까. 그럼…… 당신은 발푸르기스의 밤에 대해서도 모르시는군요.

 

발푸르기스의 밤?

 

이반 씨가 말한 것은 마법관에서도 여러 번 화제에 오른 적이 있는 잔치의 이름이었다. 나를 비롯해 귀에 익은 단어들에 모두가 저마다 반응을 보인다.

 

파우스트: 그것은 북쪽 나라의 마의 산에서 열리는 축제를 말하는 건가?

 

리케: 저는 가봤어요. 마법사만 참여할 수 있는 마법사만의 축제죠.

 

저도 한 번 가봤어요. 매년 하룻밤만 행해지고, 아침이 오면 환상처럼 사라져 버리는 이상한 밤…….

 

이반: 축제? 이상한 밤……? 무슨 소리야?

 

히스클리프: …… 그런가. 발푸르기스의 밤은 나라마다 전해지는 말도 다르니까. 지역에 따라 지내는 방법도 달라져.

 

시노: 동쪽에서는 인간은 마법사나 망령을 두려워하여 집에 틀어박혀있는 날이다. 너에게도 즐거운 날은 아니겠지.

 

의아해하는 이반 씨에게 히스클리프와 시노가 이야기를 흔든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에도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어리둥절한 듯 시선을 망설인다.

 

이반: 놀랐어……. 같은 이름으로 전해지는 잔치가 다른 나라나 지역에도 있었다니. 하지만 모두 그 숲에 전해지는 것과는 달라. 발푸르기스의 밤은 의식의 이름이야.

 

의식…… 이요?

 

다음으로 눈살을 찌푸린 것은 우리 쪽이었다. 지금까지 들은 발푸르기스의 밤과 다른 분위기에 눈을 마주치는 가운데, 이반 씨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반: 마왕 오즈는 생혈을 선호한다고 전해져. 그것은 숲의 꽃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혈과 정기를 양분으로 하는 거야. 우리는 숲 일대가 오즈 님에게 버림받지 않도록 마을에서 제물을 내놓고……. 어둠의 잔치 발푸르기스의 밤은 그 의식의 통칭이야.

 

사람의 생혈과 정기를 양분으로 하는 꽃……. 전해진 내용은 매우 처참하고 생생하며, 그러나 동화 같은 현실성 없는 대비에 살갗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든다.

 

레녹스: 오즈 님의 비호를 얻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바친다는 건가.

 

파우스트: 동쪽 나라다운 풍습이긴 하군. 좁은 마을에서 인간끼리 행하는 의식이라면 큰 저주도 생기지 않겠지만.

 

시노: 오즈. 너, 진짜 제물 같은 걸 믿는 건가.

 

히스클리프: 바보, 그럴 리가 없잖아. 오랜 관습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건 너무…….

 

아서: 아아, 심한 오해야! 게다가 오즈 님이 생혈을 좋아하시다니…….

 

이반: ……윽…….

 

리케: 이반, 무슨 일인가요?

 

이반: ……우, 윽…….

 

아서 / 히스클리프: 이반!?

 

갑자기 이반 씨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괘, 괜찮나요!?

 

시노: 어이, 정신 차려.

 

파우스트: 어디 아픈 건가? 진정해. 천천히 숨을 쉬고…….

 

이반: ……. 고마워요……. 이제 괜찮아. 

 

파우스트가 몸을 지탱하고 소파에 앉히자 조금 편해진 듯 머리를 누르면서도 이반 씨의 고민스러운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 모습을 보던 오즈가 억양 없이 담담하게 내뱉는다.

 

오즈: 내 이름을 팔면서 안도를 얻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 그러나 그로 인해 민중이 어떤 곤경에 처하든 내 알 바가 아니야.

 

이반: ……그렇, 죠. 저도 제멋대로라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전갈, 미신이라고 생각했고. 지난 수십 년은 의식을 치른 기록도 없어. 하지만…….

 

매달리듯 이반 씨가 오즈를 보았다. 간절하게 호소하는 눈빛으로.

 

이반: '오즈' 가 까맣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숲의 상태가 이상해. 숲속에서 무서운 울음 소리가 나거나, 골목길에서 작은 동물이 죽거나, 기질이 사나워진 짐승이 가축을 덮치고 있어. 처음에는 몇 송이만 변색되었다가 점점 퍼져나가고……. 독화 오즈가 생혈을 찾아 제물을 부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어. ……그 제물로 뽑힌 것이 내 친구야.

 

레녹스: 우울한 이야기군……. 마을 모두가 제물을 정하는 건가?

 

파우스트: 자진해서 짊어질 소임도 아닐 테고. 누가 어떤 방법으로 결정하는지 관례가 있는 거지?

 

그들의 물음에 이반 씨는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이반: 내가 봤어. 숲속에서 한 송이만 검게 물든 독화 오즈를 꺾는 그녀의 모습을. 잊지 못할 '거대한 재앙' 이 찾아온 밤에…….

 

시노: 액재의 밤이라고?

 

뜻밖의 이름이 나와 모두가 시선을 맞췄다. 그 달이 일으키는 이상 사태를 상상하며.

 

이반: 본인은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하지만……. 그날부터 숲속의 꽃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그 녀석은 이 꽃의 꿀밖에 입에 대지 못하게 되었어. 모두가, 오즈 님이 그녀를……. 제시카를 골랐구나 하면서 두려워하고 있어.

 

이반: 하지만 오즈 님은 당신이지?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게 제물을……. ……으윽!

 

아서: 이반!

 

미간을 찌푸리며 이반 씨는 다시 머리를 눌렀다. 그리고 가슴 팍에 내려앉은 펜던트를 콱 움켜쥔다.

 

히스클리프: 이반, 괜찮아? 역시 컨디션이 나쁜 게…….

 

그러게요……. 안색도 안 좋고, 조금 쉬는 편이 좋아요.

 

시노: 아아. 무리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

 

이반: 괘, 괜찮아……. 요즘 두통이 생겼을 뿐이야……. 그리고 제시카를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해.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그 녀석은…….

 

억지로 말을 이어가려는 이반 씨를 파우스트의 팔이 완만하게 눌렀다.

 

파우스트: 긴 여행의 피로가 쌓여있겠지. 현자의 말대로 조금 쉬는 게 좋겠어.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부터 듣지.

 

레녹스: 그렇네요. 이반, 설 수 있곘어? 힘들 것 같으면 나에게 업혀.

 

시노: 빈 방의 침대를 정리하고 올게. 그 녀석을 데려온 건 우리니까.

 

히스클리프: 이반, 괜찮다면 또 내 슈가를 가져가. 조금 많이 만들어 놓을게.

 

이반: ……. 미안해. 신세를 져서…….

 

리케: 그러면 저는 네로와 카나리아에게 부탁해서 몸에 좋은 식사를 만들어 달라고 할게요. 조금이라도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여러분, 고마워요. 으음, 저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서: …… 현자님. 조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쪽에 남아 주시겠나요?

 

…… 네. 그럼요!

 

모두가 나가자 곧바로 담화실에 정적이 찾아온다. 활짝 열린 문을 바라보며 오즈가 입을 연다.

 

오즈: 조금이지만, 그 소년으로부터 수호의 기미가 느껴졌다.

 

파우스트: 아아. 아마 가슴에 있던 펜던트겠지. 효과는 상당히 약해져 있지만 수호와 액막이 마법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어.

 

그거, 사람도 만들 수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받았다거나…….

 

오즈: 그 자를 지켜보고 있는 마법사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당사자도 모르는 것 같지만.

 

과연……. 동쪽 나라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다니 드문 일이네요. 마법사에 대한 편견이 강한 나라니까…….

 

아서: 그렇기 때문에 몰래 그 펜던트에 마법을 건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한 아서가 남겨진 화분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검게 물든 꽃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잃어버린 아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아서: 이 꽃 말입니다만……. 오즈 님은 상냥하시니까 자신이 어떤 오해를 받더라도 너지시 받아주신다. 하지만 저는 오즈 님이 욕을 먹는 것도, 오즈 님의 이름이 붙은 꽃이 비극을 부르는 것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반처럼 갈등하며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오즈: …….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며 아서는 똑바로 오즈를 바라보았다.

 

(아서는 '오즈' 의 이변을 조사하러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즈의 오해도 풀고 싶겠지. 게다가 나도 조금 복잡한 기분이야. 아서와의 추억을 이야기해 준 오즈의 표정이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기억이 나서…….)

 

저기……. 한 번 그 숲에 다같이 가보지 않겠나요?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거대한 재앙'이 오고 나서라고 했죠. 어쩌면 그 영향도 있을지도 몰라요.


3화

 

다음 날, 이반 씨의 회복을 기다리고 우리는 참나무 숲으로 향했다. 오즈의 마법으로 당도한 그곳은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인 어둑어둑하고 서늘한 곳이었다. 무성한 초목은 색이 깊고 울창하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나무들의 윤곽도 불확실하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통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여기가 마왕이 피는 숲…….

 

무르: 이름 그대로 마왕이 가득해! 자! 저쪽에도 이쪽에도 '오즈'! 무슨 이정표 같아!

 

둥둥 떠 여기저기 피는 큰 꽃을 무르가 가리킨다. 함께 온 것은 어제 담화실에 있던 마법사들. 그리고 저녁 식사 때 의식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진 무르도 왔다.

 

이반: 이 길을 한참 걸으면 우리 마을에 도착해. 이 경치도 오랜만이네……. 마법관에 도착하기까지 한 달은 걸렸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돌아올 수 있다니. 오즈 님을 의지한 것은 마을의 총의지만, 진짜를 보면 할아버지들이 주저앉을지도……. 바로 대접하지 못해서 미안해.

 

파우스트: 아니, 상관없어. 동쪽 땅에서 마법사가 여럿이서 물어보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

 

아서: 정말로 그 꽃이 피어 있어…….

 

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던 아서가 중얼거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오즈를 돌아본다.

 

아서: 봐주세요, 오즈 님. 특징 있는 꽃잎과 잎 모양. 색은 다르지만 역시 그립네요.

 

오즈: ……그렇군.

 

아서: 어렸을 때는 매우 키가 큰 꽃으로 보였는데……. 후후, 나도 많이 컸구나.

 

오즈: …….

 

기쁜 듯이 꽃을 바라보는 아서를 오즈가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그리워하지도,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 그저 아서를 지켜보고 있다. 중앙 나라 와자가 마왕이라 불리는 자신과 친밀한 관계여서는 안 된다. 오즈는 그렇게 생각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지만 오즈의 눈빛에는 아서에 대한 애정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역시 큰 꽃은 존재감이 있네요.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눈길이 가요.

 

레녹스: 그렇네요. 숲 속으로 갈수록 군생하는 수도 늘어난다고 들었는데, 구경이 되겠군요.

 

이반: 원래는 더 예뻤어. 선명한 빨간색이 녹색으로 빛나고……. '마왕이 피는 숲' 이라고 하는 반면 경치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

 

히스클리프: ……칙칙해도 예쁜 꽃이라고 생각하는데…….

 

시노: 히스? 괜찮은 거야. 안색이 안 좋아.

 

히스클리프: ……. 아무렇지도 않지만 왠지 가슴 속이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

 

리케: 저도 여기에 온 이후로 계속 싫은 느낌이 들어요. 숨이 막혀서 아래를 향해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듣고 보니 아무래도 조금 공기가 무겁네요. 어둑어둑한 분위기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무르: 안 좋은게 만연하네!

 

의아한 듯 몸을 기댄 우리에게 무르의 발랄한 목소리가 그렇게 아뢰었다. 둥둥 공중에 뜬 채 책상다리를 하고 고양이처럼 반짝이는 눈동자가 숲을 향한다.

 

파우스트: ……이 일대, 꽤 고여 있는 것 같군.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장기류다.

 

무르: 묵직하게 붙어서 남의 기를 망치는 느낌이네. 마음이나 몸이 약해지거나 섬세한 기질이면 서서히 갉아먹을 수도 있어!

 

이반: 그런 것들이 이 숲에……. 내가 여기 나왔을 때도 왠지 싫은 느낌이 들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게 더 심해진 것 같아. 마을 사람들은 괜찮을까…….

 

오즈: ……너희들, 그 덤불에서 떨어져라.

 

갑자기 오즈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근처 덤불이 바스락거린다.

 

…… 뭐지……?

 

파우스트와 레녹스와 시노가 우리를 지키듯 앞으로 나선다. 움직이는 풀에서 신음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순간……. 힘차게 검은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 구아아아악!

 

레녹스: ……!

 

레녹스가 재빨리 발로 찼다. 쿵 하고 큰 소리를 내며 검은 덩어리는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파우스트: 이건…….

 

나타난 것은 검고 큰 개였다. 땅 위에 누운 개는 거기서 꿈쩍도 움직일 기미가 없다.

 

시노: 들개인가? 방금 일격으로 쓰러뜨린 거야?

 

레녹스: 아니. 급소를 차서 정신을 잃게 한 것 뿐인데…….

 

무르: 아니, 이제 안 깨겠지! 왜냐하면 며칠 전에 죽었으니까.

 

현자 / 히스클리프:……?

 

리케: 하, 하지만……. 지금 덤불에서 뛰쳐나왔는데.

 

무르: 그런데 이거 봐, 몸이 부패했어. 적어도 방금 죽은 건 아니야!

 

아서: 정말이다……. 몸의 일부가 손상되었어.

 

기묘한 일에 섬뜩해하자 파우스트가 개 앞에서 쭈그리고 앉았다. 

 

파우스트: ……역시 이 녀석은 언데드의 일종이군.

 

시노: 언데드?

 

파우스트: 산 송장이다. 죽은 몸이 마술이나 저주의 효과를 얻어 움직이지. 토비카게리 사건 때 중앙의 거리에 넘쳐났었잖아. 그것과 가까운 것이지만, 어째서 이런 곳에…….

 

오즈: 뭔가에 갉아먹지 않으면 이렇게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 개의 정기를 먹고 죽은 몸에 달라붙은 거겠지.

 

누군가라니, 대체 누가…….

 

큰 검은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생혈과 사람의 정기를 양분으로 한다고 전해지는 꽃. 설마하면서도 움찔하며 등골이 떨렸다.

 

오즈: …….

 

오즈의 시선은 숲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나무들로 뒤덮인 그 앞을 지켜보려 하고 있었다.

 

오즈: 사람도 동물도 아닌 것의 기척이 난다. 공기가 너무 막혀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 이반?

 

그때 가냘픈 목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한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

 

이반: 제시카!

 

제시카: 아아, 다행이야. 무사히 돌아왔구나……!

 

창백한 피부에 어깨까지 뻗은 곧은 검은 머리. 나이는 루틸 정도일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반 씨가 달려간다.

 

리케: 제시카……. 어제 이반에게 들은 이름이에요.

 

시노: 그럼 저 녀석이 이반의 친구…….

 

무르: 오즈에게 바치는 제물인가?

 

히스클리프: 무, 무르……!

 

무르의 목소리에 제시카는 흠칫 어깨를 흔들었다. 엿보듯 그녀는 우리에게 얼굴을 돌린다.

 

제시카: 당신들은……?

 

파우스트: 동료가 무례하게 굴어 미안하군. 우리는 현자의 마법사다. 이반에게 이야기를 듣고 이 땅을 조사하러 왔어. 일대 전승에 대해서도 들었다. 네가 제물로 숲의 꽃에 바쳐질지도 모른다는 것도…….

 

아서: 그러나 일련의 이변의 계기는 '거대한 재앙' 이 찾아온 밤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어. 그 달이 영향을 미치고 있ㄴ느 것이라면 우리 현자의 마법사가 힘이 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고 아서는 오즈를 올려다보았다. 그렇지만…….

 

오즈: …….

 

오즈?

 

오즈의 눈동자는 제시카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가늠하듯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파우스트: ……오즈. 그…….

 

오즈: 제물이 되는 것은 마법사인가.

 

(에……?)

 

귓속말을 건네던 파우스트를 그대로 두고 오즈는 태연하게 그렇게 물었다.

 

이반: 그렇게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왜 그런 걸 물어보시죠?

 

오즈: 그 아가씨는 마법사다.

 

파우스트 / 시노:…….

 

이반 / 현자: 에!?

 

마법사 모두는 이미 깨닫고 있었는지 오즈가 전한 말에 저마다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경악의 표정으로 이반 씨가 그녀를 돌아봤다. 동쪽 나라는 마법사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그래서 정체를 숨기고 인간 행세를 하는 마법사는 드물지 않았다.

 

(제시카 씨가 마법사……. 오즈가 거짓말을 할 것 같지도 않고, 이반 씨도 처음 알았다는 얼굴을 하고 이써. 서로 신뢰관계가 있어도 전달하지 못했겠지…….)

 

히스클리프: 그게……. 이반, 지금 건…….

 

제시카: ……괜찮아. 신경써줘서 고마워.

 

당황하는 우리에게 제시카 씨는 눈썹을 숙인 미소로 고개를 흔들었다. 작게 숨을 쉬고, 그녀는 이반 씨와 마주본다.

 

제시카: 이반,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계속 전할 기회를 놓쳐서…….

 

이반: 아, 아니야……. 그런데 진짜로?

 

제시카: 응. 거의 마법을 써본 적은 없지만…….

 

이반: ……그렇구나.

 

이반 씨의 동요가 비쳐 보인다. 그러나 그는 말을 고르듯 입을 열었다.

 

이반: 하지만…… 그래도……. 너는 너잖아. 설령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휘두를 녀석이 아니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 계속 같이 살아왔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말하기 힘들었던 것도 알고, 이런 일로 책망하거나 싫어하지 않아.

 

제시카: ……응……. 고마워, 이반.

 

살짝 목소리가 떨리고 안도한 듯 눈을 가늘게 뜨는 제시카 씨를 보며 사람과 마법사의 관계가 복잡함을 절감한다. 동쪽 나라는 특히 사람과 마법사의 공존을 어렵게 보는 곳이다. 깊이 뿌리박힌 의식을 걷어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4화

 

(하지만…… 이반 씨는 그런 것에 대해서 유연한 면이 있는 것 같아. 마을의 의식에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현자의 마법사를 의지해서 마법관을 찾아오기도 하고…….)

 

그러면서 어제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반 씨도 처음에는 긴장한 듯 했지만, 그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마법사들을 앞에 두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듯 했다.

 

(저녁 식사도 시끌벅적했었지. 마법관에서 손님과 식사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다른 마법사들도 그에게 말을 걸고……. 제시카 씨를 받아들이는 계기 중 하나가 마법관의 모두와 보낸 시간이 있다면 나도 기쁠 것 같아.)

 

마주보는 두 사람을 보면서 조금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그러자 내 시선을 알아차린 듯 이반 씨가 수줍은 듯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전환하듯 숨을 몰아쉬며 오즈를 가리킨다.

 

이반: ……제시카. 이분이 오즈 님이셔. 소문대로 지금은 현자의 마법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중앙 나라의 마법관을 찾아가서 무사히 만날 수 있었어.

 

제시카: 당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시카 씨가 오즈를 올려다본다. 그러나 길가의 돌맹이라도 보는 듯한 냉담한 눈동자에 내려다보인 그녀는 이해가 간다는 듯 슬며시 눈을 내리깔았다.

 

제시카: 역시……. 전해지는 내용은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니었구나. 오즈 님……. 먼저 이 꽃과 숲이 오랫동안 당신의 이름을 속이고 있었던 것에 사과드립니다. 현자님도 마법사 여러분도 수고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나를 위해서 이런 곳까지 와주시다니…….

 

리케: 사과할 일이 아니에요. 곤란한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의무입니다.

 

레녹스: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리지. 혼자 힘내지 않아도 돼. 우리라도 괜찮다면 도와줄 테니까.

 

파우스트: 그리고 궁금한 것도 있어. 조금 전에 그 개의 시체가 우리를 덮쳤다. 보통 어두운 밤에 움직이는 언데드가 낮에 사람들 앞에 나오는 것은 드물어. 꽤 깊은 저주인지, 강한 마법인지 …….전승과의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조속히 대처하는 것이 좋아. 요즘 숲의 상태나 마을의 일 등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알려주지 않겠나.

 

제시카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땅에 엎드려 있는 들개를 보았다.

 

제시카: 이반이 여기를 나가고 나서 숲에 피는 꽃들이 점점 검게 변했어. 날이 갈수록 어둠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처럼. 그러다 숲 근처에서 쓰러져 있는 동물이 늘었어. 짐승에게 가축이 습격당하는 수도 밤낮으로 하루에도 몇 건씩 일어나게 되었지. 마을 사람들은 그걸 두려워하여 집에 틀어박혀 있어. 언제 사람이 습격당할지 모르니까…….

 

무르: 제물을 바치고 의식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제시카: …….

 

히스클리프: ……그런…….

 

무르: 마왕이 피는 숲 속에 있는 것은 마왕이지만 마왕이 아니야. 왜냐하면 오즈는 여기에 있으니까! 너는 무엇 때문에 희생당하는 거야?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몸을 바치다니, 너는 정말로 그거면 돼?

 

광대처럼 두 팔을 벌린 무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그런 그에게서 떨리는 손가락을 감추듯 강하게 손을 움켜쥐는 제시카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 제물이란 목숨을 바치는 거죠. 그 대가로 뭔가를 용서받거나 혜택을 받는 그런 거요. 그런데 그게 정말 꼭 해결이 될까요? 제가 있던 세계에도 옛날에는 그런 풍습이 있었던 것 같지만…….

 

할 말을 찾는 내 옆에서 히스클리프가 고민스럽게 눈동자를 숙였다. 그의 예쁜 입술이 살짝 벌어진다. 

 

히스클리프: ……오래된 시대의 문화의 하나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잃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나는 그쪽을 선택하고 싶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이루어지는 날들에 진정한 평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리케: 저는 신님의 뜻에 따라 몸을 바치는 것이 거부감이 있지는 않습니다만……. 의심을 품은 채 불문명한 것을 숭경하는 것은 반대로 불성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헌신은 훌륭한 생각이지만, 투입처는 지켜봐야 해요.

 

시노: 그건 그렇고, 애초에 의식이란 게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거지?

 

아서: 확실히……. 일시나 시간대도 정해져 있고. 어떤 예절이 있어?

 

이반 씨와 제시카 씨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이반 씨가 입을 연다.

 

이반: 그게, 아무도 몰라. 지금까지 숲에 들어가서 돌아온 제물은 없는 것 같으니까.

 

제시카: 남아 있는 문헌에도 자세한 것은 실려 있지 않았지만…… 그날 밤부터 계속 같은 꿈을 꾸고 있어.

 

레녹스: 꿈?

 

제시카: 맞아. 이 숲 안쪽에는 '오즈' 꽃밭이 있어. 나무들로 깊이 둘러싸여 언제나 어둡고 거의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곳. 거기에 유일하게 빛이 비치는 아침노을 시간에 검은 의상을 입고 춤추는 자신과 숲속에 흔들리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꿈을 여러 번 꿨어. 분명 그게 발푸르기스의 밤일 거야.

 

이반: 숲속의 안쪽……. 무언가가 흔들리다니…….

 

이반 씨가 중얼거린다. 멍하니 멀리 바라볻스 허망한 눈을 한 그가 목에서 내려오는 펜던트를 움켜쥔다.

 

오즈: 아침노을 무렵이라고 했나. 그렇다면 문제 없어. 내일 아침 숲으로 들어가라. 내가 동행하지.

 

이반 / 현자: ……!

 

제시카: 오, 오즈 님이……? 같이 참석해 주는 거야?

 

무르: 드문 일이네! 오즈가 스스로 협력하려고 하다니.

 

파우스트: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보가 너무 적어. 적어도 조금 더 조사를 하고 나서…….

 

오즈: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가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있으면 부족한 건 없어.

 

마치 오늘의 날씨를 알리듯 오즈는 태연하게 내뱉었다. 그 모습에 그의 위대함을 헤아린다.

 

시노: 좋잖아. 나는 오즈의 의견에 찬성이야. 너의 그런 대담하고 힘이 느껴지는 부분, 나는 좋아해.

 

오즈: 너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니지만…….

 

리케: 어려운 사람에게 협력하는 것은 멋진 일이에요. 좋은 행동이네요, 오즈.

 

아서: 오즈 님,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제시카를 지키는 것을 돕게 해주세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무언가에 그녀를 혼자 향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히스클리프: 네. 게다가…… 생제물을 바치다니 주민들도 분명 본심이 아닐 거야. 제시카도 이반도, 이 주변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더 이상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저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오즈: …….

 

파우스트: 그러면 다같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하지. 부족한 정보는 경험과 지식으로 보완할 수 있어. 괜찮겠나, 오즈?

 

오즈: ……아아. 지휘는 너에게 맡기겠다.

 

파우스트: 알겠어. 오즈가 있다고는 하지만 젊은 마법사들은 엉뚱한 짓을 하지 말도록.

 

히스클리프 / 리케: 네!

 

아서 / 시노 아아!

 

제시카: ……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반: 우리끼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할게. 그러니까…… 제발 제시카를 지켜줘.

 

레녹스: 아아. 꼭 무사히 데리고 나가자. 아까처럼 언데드가 덮쳐와도 안심해도 돼. 이래보여도 힘에는 자신이 있어서.

 

파우스트: 의지는 하고 있지만, 마법을 사용해라.

 

다행이다……. 아직 해결된 건 아니지만 모두가 함께라면 든든해요.

 

파우스트: 뭐, 오즈가 있으니까. 그러나 차분히 조사할 시간은 아니더라도 내일 아침까지 사전조사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다함께 나눠 숲 주변과 마을 문헌을 살펴보지.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리케: ……. 들개 매장은 무사히 끝났어요. 이걸로 편히 잘 수 있겠죠.

 

이반: 하나부터 열까지 미안해. 장로님 집에 오래된 책장이 있어. 안내해 줄테니 나를 따라와줘.

 

레녹스: 이반, 너도 쉬는 게 낫지 않겠어? 아까도 두통이 있었던 것 같고. 별로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아.

 

아서: 그래. 역시 긴 여행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겠지. 제시카도 걱정하고 있었어. 장소만 알려준다면 나머지는 우리 넷이서 조사해 올 수도 있는데. 어떨까?


5화

 

이반: ……제시카의 목숨이 걸린 거야. 따지고 보면 내가 부탁한 거고, 전부 남에게 맡길 수는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으니까.

 

아서: 이반…….

 

리케: 맞다! 저, 간식으로 꿀 쿠키를 가져왔어요. 이리 오세요, 이반. 여러분도. 몇 개는 제시카를 위해 남겨둬요.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당분간 꽃의 꿀밖에 먹을 수 없니 힘들겠지만, 분명 내일 아침에는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이반: 꿀 쿠키…….

 

리케: 왜 그러나요?

 

이반: …… 아니. 제시카가 좋아하거든. 이 마을, 외진 곳이지만 꽃만은 풍부하니까 꿀이 명산이지.

 

히스클리프: 혹시 '오즈' 꿀? 이 꽃에는 독이 있는게…….

 

이반: 뿌리 부분에만. 꿀은 무해하거든. 이게 꽤 진해서 계속 먹게 돼. 하지만…… 아무리 꽃 꿀이 맛있어도 그것만으로는 배가 고플 테니까. 고마워. 제시카도 좋아할 거야.

 

리케: 천만에요. 좋아하는 걸 먹으면 힘이 나니까요.

 

이반: ……너희들은 상냥하구나. 오즈 님의 전갈도 있어서, 마법사는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어제부터 계속 너희들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줘. 제시카도 그렇고……. 보통 사람과 아무것도 다르지 않아.

 

아서: 오즈 님도 그래. 우리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아. 상냥하고 엉뚱한 실수를 하시기도 해. 평범한 분이시지. 예를 들면 어렸던 나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팬케이크를 구우려다가 태워버린다거나.

 

이반: 오즈 님이 팬케이크를 구워서…… 태웠다고……?

 

리케: 지금은 잘 구워요. 꿀로 곰돌이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죠.

 

레녹스: 카인에게 토끼 그림을 그려줬었나봐. 꽤 귀엽다고 했었어.

 

히스클리프: 오즈 님도 그림을 그려주신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엄청 놀랐었지. 읽고 쓰는 것을 공부 중인 리케도 알 수 있게 삽화가 잔뜩 들어간 교본도 만들어주셨어.

 

아서: 아아, 맞아! 다 같이 그림을 잔뜩 그려서 즐거웠지.

 

리케: 그림만으로 전해지기 어려운 것은 오즈가 마법으로 움직이게 해줬어요. 저는 지금도 그 교본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레녹스: 나는 전에 오즈 님과 바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이반: 오즈 님이 바에……!?

 

레녹스: 그때 몸을 돌보지 않고 싸우는 나를 걱정하는 말씀을 해주셨어. 자상하신 분이야.

 

이반: …….

 

아서: 마왕이라고 들었던 너에게는 의외지? 하지만 그것도 오즈 님의 모습이야. 강한 힘을 가지고 계시니까 오해받기 쉬워. 여러 가지 소문과 전승이 구전되면서 온갖 형태로 변용되는 경우도 많고. 나는…… 숲에 피는 저 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히스클리프: 저 꽃은 오즈 님의 이름을 가진 아름답고 큰 꽃이니까요.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여러가지 이유나 경위가 있겠지만……. 

 

이반: …… 렇지. 그냥 꽃이 사람의 생혈이나 정기를 좋아하다니 이상한 이야기야. 우리도, 대대로 근처에 살던 선조들도 마왕 오즈의 이름에 현혹되어 있었을 뿐이라면…….

 

아서: ……'오즈' 는 나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꽃이야. 그 꽃을 찾기 위해 오즈 님과 많은 하늘을 달렸어. 오즈 님과의 여행은 처음 보는 경치나 희귀한 일들로 넘쳐나고……. 며칠 동안이었지만 마치 둘이서 전 세계를 모함하는 것 같았어.

 

히스클리프: ……분명 오즈 님도 아서 님과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요. 오즈 님의 이름은 너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모든 오해를 없애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작은 오해부터라면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겠죠. 이번 일이 잘 되어서 그 첫걸음이 되었면 좋겠네요.

 

아서: 아아, 맞아! 고마워, 히스클리프.

 

이반: …….

 

레녹스: 그 펜던트……. 마법관에서도 신경쓰고 있었지.

 

히스클리프: 수호의 마법이 걸려져 있네. 아마 제시카가 건 게 아닐까?

 

이반: 이건…… 여기를 나오기 전에 제시카가 부적으로 줬어. 그렇구나. 수호의 마법이……. 그래서 그렇게 멀었던 길도 무사할 수 있었던 거였어.

 

아서: 둘이 사이가 좋구나.

 

리케: 후후. 이반은 제시카를 좋아하는 군요.

 

이반: 헤!? 갑자기 무슨…….

 

리케: 지금 굉장히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아껴주고 있으면 기쁜 법이죠.

 

이반: 조, 조조좋아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야! 제시카와는 집이 옆집이라 남매처럼 자랐을 뿐이라고. 그 녀석은 부모님이 안 계시고 우리 부모님도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거의 같이 산 거나 마찬가지니까. 제시카는 멍하니 있고, 누가 동생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리케: ……? 그러니까 가족처럼 제시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죠. 그걸 좋아한다고 하는게 아닌가요?

 

레녹스: 하하. 분명 제시카도 마찬가지로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 거야.

 

아서: 펜던트에 걸린 그 수호의 마법도 굉장히 정성스럽게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 전해져.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사용해. 그러니까 그 펜던트에서도 따듯한 느낌이 드는 걸거야.

 

히스클리프: 그렇네요. 따뜻하고 강한 바람. ……하지만 조금 수호의 힘이 약해졌어.

 

이반: 그, 그래?

 

히스클리프: 꽤 시간이 흐른 것도 있지만…… 분명 열심히 너를 지켜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괜찮다면 그 부분을 고쳐도 될까? 제시카의 마법은 깨지 않을 테니까. 

 

이반: 아아……. 고마워. 부탁할게.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이반: 와아……. 왠지 더 빛나는 것 같아.

 

……어렸을 때부터 쭉 함께 자라온 소중한 사람의 중대사, 인가.

 

이반: 에?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으응. 오늘 밤이 무사히 지나도록 함께 기도하자. 오즈 님이나 파우스트 선생님이 계시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우리도 힘껏 협력할 테니까.

 

 

 

 

 

 

마을에서 문헌 조사를 하러 간 쪽과 헤어지고, 우리는 숲 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고 있었다.

 

시노: 이반의 말이 맞았어. 길을 가면 갈수록 저 꽃들이 늘어나고 있어.

 

무르: 기색도 짙어졌네. 꽃이 하늘하늘 흔들려서 마치 숲 속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 같아!

 

파우스트: 인간의 경우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저절로 걸음을 멈추겠지. 뭐, 이 근처는 원래 생활권이 아닌 것 같지만…….

 

그러고 보니…… '오즈' 에는 독이 있는 거죠. 제시카 씨, 지금은 이 꽃 꿀밖에 입에 대지 못한다고 했는데 몸에 해는 없는 걸까요.

 

파우스트: 독이 있는 것은 뿌리 부분일 거야. 아마 꿀 뿐이라면 문제 없겠지…….

 

한 번 말을 끊은 파우스트는 모자를 살짝 들어 숲을 바라본다.

 

파우스트: 화분에 심은 꽃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낌새가 있어. 역시 이 꽃이 검게 물든 것은 숲에 떠도는 장기 때문일 거야. 경위는 모르지만 꽃의 꿀을 빨아먹은 제시카는 그것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무르: 게다가 언데드 같은 왜곡된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숲에 숨어 있다! '무언가' 에 유혹당했나봐. 아니면 재촉받았나? 어쨌든, 지금의 그녀는 일종의 저주를 받고 있는 것과 같아.

 

시노: 그럼 역시 꽃 자체가 생피나 제물을 찾는 건 아니군.

 

그 장기의 출처란, 숲 속의 제시카 씨가 꿈에 그리던 곳일까요? '오즈' 의 꽃밭이 있다고 했었죠. 게다가 숲 속으로 다가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지고 있는 것 같은…….

 

오즈: '복스노크'

 

갑자기 옆에 있던 오즈가 주문을 외웠다. 따스한 바람이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안과 쌀쌀함에 자신을 문지르던 손이 저절로 멈춘다.

 

오즈: 위험한 장기는 아니지만 인간이 오래 노출되면 좋지 않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말하도록.

 

오즈……. 네. 고마워요.

 

서서히 나무들의 겹침이 깊어진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둠이 짙어지는 숲의 모습에 밤이 온 것은 아닌가하고 착각할 것 같다.

 

시노: 어이, 오즈. 이 꽃을 찾으러 아서와 여행을 떠났다고 했지. 그때 온 것도 이 숲 근처였나?

 

오즈: 아니……. 여기보다 더 북쪽의 땅에 가까운 곳이다. 뿌옇게 눈이 쌓여 피어 있는 수도 많지 않았지.

 

무르: 어떤 여행을 했어? 천 년 넘게 북쪽 나라의 성에 틀어박혀 있던 오즈를 성 밖으로 데리고 나온 요인은 뭐야? 왜 '오즈' 를 찾으려고 했지? 자신의 이름이 붙은 꽃에 흥미가 생겼어? 아서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고개를 갸웃하고 들여다보는 무르를 피하듯 고개를 돌린 오즈와 눈이 마주친다. 그의 추억담에는 나도 관심이 있었다. 나의 눈동자 속을 깨달은 듯 오즈는 천천히 가까이 피는 꽃으로 시선을 옮긴다.

 

오즈: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아서였다. 그건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아이였지. 여행의 내용도 별 거 아니었다. 꽃을 찾았다. 단지 그뿐인 여행이었지만…….

 

그 아름답고 큰 꽃에서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듯 먼 눈으로 잔잔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오즈: 아서가 어렸을 때 쌍둥이가 선물한 책에 이 꽃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와 같은 이름이라고 아서는 기뻐했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도감을 뒤지고 빗자루를 들고 내게 온 것이다. 지금부터 함께 '오즈' 꽃을 보러 갑시다, 라고.

 

오즈의 온화한 말투에 뺨을 붉히고 흥분하며 빗자루를 든 작은 아서가 떠올라 흐뭇해진다.

 

아기자기한 제안이네요. 그래서 빗자루로 여행을 떠난 건가요?

 

오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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