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반짝이는 검에 태양의 꿈을] 6화~10화

6화

 

내가 오즈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상대 소년과 함께 엑터 씨가 경기장에 들어왔다. 표정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기색이 없다. 뙤약볕에 긍정적인 투지가 불타고 있다. 카인은 말이 없었다. 기도하듯 보는 것처럼 색이 다른 눈동자를 세심하게 살핀다. 대전 상대와 마주보고 엑터 씨가 카인과 비슷한 검을 들었다.

 

심판: 시작!

 

엑터: 하앗! 

 

엑터 씨의 기합 일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클로에: 엑터! 힘내!

 

미틸: 괴, 굉장해……! 레노 씨, 지금 누가 이기고 있는 건가요?

 

레녹스: 둘 다 비슷해. 실력이 팽팽하네.

 

지금까지의 어떤 경기보다도 치열하게 검과 검이 서로 부딪친다. 손에 땀을 쥐고 그것을 지켜보는 동안……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기, 엑터 씨의 검 아까부터 몇 번 빛나지 않았나요? 내 기분 탓인가……?

 

클로에: 나도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아, 지금 또…….

 

그것은 아주 약한 빛이었다. 상대에게 밀리거나 괴롭게 얼굴이 일그러질 때마다 엑터 씨의 검이 아주 조금 빛난다. 관객도 심판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빛이다. 하지만 나이 많은 마법사들이 표정을 굳힌다.

 

무르: 있잖아, 저 검 점점 마력이 강해지고 있지 않아?

 

파우스트: 아아. 싫은 느낌이야.

 

싫은 느낌이라니……. 저 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오즈: 엑터의 마음에 호응하여 검이 변질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틸: ……! 엑터 씨, 위험해요!

 

오즈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미틸이 다급한 소리를 냈다. 경기로 눈을 돌리자 좀처럼 결정되지 않는 승부에 조급했는지 상대가 힘껏 맹공을 펼치고 있다. 엑터 씨는 어떻게든 받아넘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세를 잡은 다리가 한 발 뒤로 비틀거린다.

 

미틸 / 클로에:……!

 

엑터: ……젠장! 여기까지 왔는데 질 수는……!

 

그 순간이었다.

 

대전 상대 소년: 우왓!? 뭐야, 이 빛!?

 

엑터 씨가 들고 있던 검이 아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요란하게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오즈: ……액재의 영향이다. 그의 검이 마검으로 변질되려 하고 있어.

 

놀라서 뒤떨어진 대전 상대에게 엑터 씨는 빛나는 검을 휘둘렀따.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는 그의 얼굴은 꼭두각시 같았다.

 

엑터: 하아앗!

 

대전 상대 소년: 크윽……!

 

엑터 씨의 공격을 받아들인 소년은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엑터: 하아, 하아……. 지지 않아……. 나는 질 수 없어! 감싸지고 지켜지기만 하는 나는 그만두고……. 절대로, 절대로 용감하고 강한 기사가 될 거야!

 

상대가 자세를 바로잡을 틈도 없었다. 엑터 씨가 어깨로 숨을 쉬면서 이상하게 번쩍이는 검을 크게 휘두른다.

 

카인: 그만해, 엑터……!

 

마도구의 검에 손을 얹고 카인이 달려나가려던 그 순간, 엑터 씨 옆에 신기루처럼 오웬이 나타났다.

 

오웬: '쿠레 메미니'

 

엑터: 크윽……!?

 

오웬이 주문을 외우는 순간 엑터 씨가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힘을 잃은 손에서 검이 떨어진다.

 

오웬: 후후……. 생각대로 꽤 건투하고 있었던 것 같네.

 

오웬! 엑터 씨……!

 

우리들은 엑터 씨에게 달려갔다. 레녹스가 재빨리 맥을 확인한다.

 

레녹스: 그냥 기절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곧 눈을 뜰 겁니다.

 

다행이다……. 오웬, 고마워요…….

 

파우스트: 아니…… 좋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야. 주위를 봐.

 

에?

 

파우스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자 불안과 수상한 눈빛이 꽂혔다. 관객들이 낮게 속삭이고 있다.

 

관객: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검이 묘하게 빛나더니 마법으로 날려버리고……. 

 

관객: 마법사가 검에 마법을 걸었나? 스스로 마법을 걸어서 날려버리다니…….

 

(그렇구나……. 관객들은 검의 이변이 액재의 영향이라는 것을 몰라. 그래서 보기만 하면 오웬이 경기를 방해한 것처럼 보일 거야…….)

 

식은 땀을 흘렸을 때 관객 속에 있던 어딘가 기사다운 청년이 눈을 부릅떴다. 공포에 파랗게 질리면서 오웬을 가리킨다. 

 

기사: …… 저 녀석! 옷이 다르지만 북쪽 마법사 오웬이다! 분명 저 녀석이 마법으로 경기를 방해한 거야. 저 녀석은 왕성 기사단을 덮친 녀석이라고!

 

웅성거림이 단번에 부풀어 올랐다. 불안과 의심이 두려움과 적의로 바뀌고, 기사들이 자루에 손을 얹고 나아간다.

 

클로에: …… 아니야! 오웬은 이변을 막으려고…….

 

오즈: 나서지 마라.

 

파우스트: 아아. 혼란스럽고 공포에 빠진 군중은 때로는 북쪽 마법사보다 더 잔인해.

 

레녹스: 현자님, 미틸. 제 옆으로.

 

무르: 아하하하! 대혼란~! 오웬이 정말 좋아하는 거다!

 

창백한 군중에 둘러싸여 오웬은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악령처럼 독하게 미소짓는다.

 

오웬: ……후후, 맞아. 내가…….

 

카인: 아니야.

 

단호한 목소리가 오웬을 가로막았다. 엑터 씨의 간호를 하고 있던 카인이 일어서고 있었다. 내리꽂히는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겁먹은 사람들을 둘러본다.

 

카인: 이 녀석은 이변을 일으킨 게 아니라 '거대한 재앙' 의 기묘한 이변을 멈춘 거야. 뭐, 방법은 다소 거칠었다만. 이변의 원인은 엑터……. 날려버린 기사 견습생이 들고 있던 검이다. 그게 액재의 영향으로 변질되거 있어.

 

카인: 엑터는 검 때문에 이상해져서 상대를 진심으로 죽이려고 했어. 그래서 오웬이 마법으로 기절시킨 거야.

 

오웬: 하? 틀려. 나는 시합을 방해했어. 아까 있었던 일을 보면 바보라도 알아.

 

관객: …… 본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카인: 뭐, 북쪽 마법사니까. 그래도 오웬은 현자의 마법사야. 나나 여기 있는 현자님들과 마찬가지로 액재의 이변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이 녀석은 그 역할을 한 거야. 이건 같은 현자의 마법사인 나를 믿어주지 않겠나?

 

당당한 말에 관객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기사들이 천천히 자루에서 손을 뗀다.

 

기사: ……그렇죠. 카인 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현자의 마법사로서…… 믿겠습니다.

 

관객: 하긴,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 현자의 마법사는 기묘한 이변을 해결한다고.

 

느슨해진 공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클로에와 미틸도 어깨의 힘을 뺀다. 반면 오웬의 눈빛은 최악이었다. 나라면 당장 사과하고 싶어지는 눈빛으로 카인을 노려본다.

 

오웬: 어이. 너…….

 

순간 기절했던 엑터 씨가 눈을 떴다. 검을 잡아당겨 되찾고, 스프링 장치 인형처럼 재빨리 일어선다.

 

엑터: 나는 절대 질 수 없어. 무조건 이겨야 해!

 

와앗……!?

 

엑터 씨의 검이 다시 요란하게 빛났다. 시야가 하얗게 칠해질 덩도의 눈부심에 무심코 눈을 감는다. 빛이 가라앉고 겨우 눈을 뜨면…… 경기장에는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클로에: 에!? 검이 멋대로 싸우고 있어!

 

(이게 뭐야!? 검이 공중에서 움직이고 있어…….!)

 

그것은 기묘한 광경이었다. 검집에서 저절로 검이 빠져나와 하늘로 날아오르고, 공중에 뜬 검이 멋대로 싸우기 시작한다.

 

기사 견습생: 기다려, 내 검……. 우왓!?

 

기사 견습생 중 한 명이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자신의 검을 잡았다. 그 순간 조종당한 듯 검의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검에 끌려가듯 똑같이 검을 만져버린 다른 기사 견습생을 향해 어색하게 베어갔다. 

 

기사 견습생: 이게 뭐야……!? 왜 몸이 멋대로 움직여!?

 

기사 견습생: 내가 알겠냐! 젠장, 좀 멈춰라……!

 

놀란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도망치려 하고 곳곳에서 비명과 고함소리가 터져 나온다. 기사들의 혼란과 칼부림 소리가 거기에 겹쳤다.

 

미틸: 회장도 너덜너덜해졌어요! 엑터 씨도 없어요!

 

무르: 대혼란! 대혼란!

 

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이것도 그 엑터 씨의 검 때문인가요?

 

오즈: 그렇다. 액재의 영향으로 검에 깃든 소망이 망집으로 뒤틀려 일생일대 승부에 임하는 그 기사 견습의 감정에 호응한 것이다. 이제 저것은 마검이다. 어리고 순진하지만.

 

……?

 

기사: 카인 님!

 

빈 검집을 내린 기사와 기사 견습생들이 우르르 이쪽으로 달려왔다. 매달리듯 우리를 에워싼다. 

 

기사: 카인 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죠!?

 

기사 견습생: 현자의 마법사님, 부디 힘을 빌려주세요……!


7화

 

오웬: ……하하. 꼴사나워…….

 

당황한 기사들을 둘러보며 오웬이 비웃음과 실망도 없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일그러진 입술이 무언가를 말한다.

 

카인: …….

 

하지만 그 직전, 카인이 강하게 눈을 감았다. 깊고 침착하게 숨을 쉰다. 그리고는 얼른 눈꺼풀을 올렸다. 한 발짝 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사람을 이끄는 등불처럼, 따스한 볼꽃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카인: 할 일은 정해져 있어. 평소처럼 기사 일을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동료를 지켜라.

 

오웬: …….

 

카인: 최우선은 관객 보호다! 패닉으로 부상자가 나오기 전에 전원 대기해. 끝나는 대로 지시를 받아라. 알겠나?

 

기사: …… 알겠습니다! 간다, 모두들. 분담해서 유도해!

 

기사: 네! 

 

카인의 시원시원한 지시에 기사들의 겁도 사라진 것 같았다. 공황 상태의 회장으로 재빠르게 흩어져 간다.

 

카인: 클로에, 미틸. 미안하지만 저 녀석들 좀 도와주지 않을래? 나머지 마법사들은 엑터를 어떻게든 해보자.

 

클로에: 알았어! 가자, 미틸!

 

미틸: 하, 하지만, 저도 엑터 씨를…….

 

레녹스: 다친 사람이 있으면 분명 미틸의 약이 도움이 될 거야. 미틸은 미틸대로, 나는 나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미틸: ……네! 저, 다녀올게요!

 

둘 다 조심하세요!

 

파우스트: 좋아. 이걸로 일단 안정되었군.


…… 안정된 건가요? 검도 날고 있고 조종당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무르: 심호흡 해, 현자님! 검은 전혀 덮치지 않고, 조종당한 사람들도 진심으로 죽이려고는 하지 않지?

 

무르의 말을 듣고 나는 심호흡을 했다. 하늘을 나는 검과 조종당한 사람들을 다시 바라본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검은 레녹스가 점프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움직일 뿐, 덮치지는 않는다. 조종당한 사람들의 움직임도 로봇같다. 검을 휘두르는 본인들도 싸움 자체보다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에 겁을 먹는다.

 

오즈: 마검이 요구하는 것은 비명이나 피가 아니라 승리다. 어리고 순진한 그 기사 견습생처럼.

 

……엑터 씨…….

 

카인: ……그렇지. 그런 놈이기 때문에 어떤 때든 똑바로 기사의 꿈을 쫓을 수 있었던 거야.

 

깨물듯이 말하고 카인은 똑바로 오즈를 쳐다보았다.

 

카인: 오즈. 엑터의 검을 잠재울 방법이 있나?

 

오즈: 패배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 자의 승리에 대한 염원과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저 검을 마검으로 왜곡시켰다. 그렇다면 패배를 깨닫고 소원이 거절당하면 망집도 사라질 것이다. 

 

카인: 그러니까 검으로 저걸 이기면 어떻게 된다는 거지. 내가 할게.

 

카인이 마도구의 검에 손을 얹었다. 이 혼란 속에서도 그의 검만이 변함없이 거기에 있다. 

 

카인: 엑터가 십수 년 동안 품어온 꿈이야. 올해 미쳐버린 액재의 이변 따위에게 여기서 부러뜨릴 수는 없어.

 

무르: 올해 미쳐버렸다는 것도 대단한 말투네! 그래도 맞는 말!

 

레녹스: 지금은 마검과 장의 혼란 때문에 엑터의 기척을 찾기 어려워. 이변을 가라앉히면서 엑터를 찾자. 

 

오즈: 현자는 내 곁으로.

 

알겠습니다!

 

카인: 오웬. 너도 미안하지만 힘을…….

 

오웬: ……하? 싫은 게 당연하잖아.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오웬이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 어깨 너머로 카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오웬치고는 흔치 않을 정도로.

 

오웬: 나는 혼돈과 혼란을 좋아해. 너도 잘 알잖아. 그럼.

 

가버렸다…….

 

카인: 어쩔 수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모두들, 간다!

 

네!

 

 

 

 

조종당한 기사: 모, 몸이 멋대로 검을……! 누가 좀 멈춰줘!

 

카인: 레녹스, 그쪽으로 가줘!

 

레녹스: 아아. '포세타오 메유바'

 

조종당한 기사: 가, 감사합니다. 우왓, 검이 날아온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레녹스: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아니야. 오늘은 체술을 쓰지 않는 군.

 

레녹스: 그건…….

 

조종당한 기사: 젠장, 검을 뗼 수가 없어……! 너희들, 도망쳐!

 

파우스트: '사티…….'

 

레녹스: 하앗!

 

레녹스: ……후우. 죄송합니다, 파우스트 님. 역시 체술로 가려고 합니다.

 

파우스트: ……훗. 너답군.

 

무르: '에아뉴 랑블!'

 

기사: 드, 드디어 검을 뗐다! 다행이다……!

 

무르, 고마워요!

 

무르: 좋아~! 귀찮은 일이라니 재밌어! 오즈는? 귀찮은 일 좋아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데.

 

에?

 

무르가 오즈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올려다보니 근처에서 싸우던 하늘을 나는 검이 오즈를 향해 달려드려고 한다.

 

우왓!?

 

오즈: '복스노크'

 

마도구인 지팡이를 쥐고 오즈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주문을 외웠다. 달려든 검이 공중에서 딱 얼어붙는다. 이윽고 비처럼 조심스럽게 땅으로 떨어졌다.

 

…… 이렇게 담백하게……. 역시 오즈예요.

 

무르: 뭐야. 안 귀찮았어?

 

오즈: 나의 마력에 이끌려 도전받는 것은 익숙하다. 이런 소동도.

 

오즈는 견습생 같은 소년에게서 검을 내리치는 카인에게 눈길을 돌렸다. 조금 눈을 가늘게 뜬다.

 

오즈: ……하지만, 카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사: 카인 님!

 

거기에 대기실 쪽에서 기사들이 달려왔다. 

 

기사: 관객 대피가 완료되었습니다. 저희도 이쪽을 돕겠습니다!

 

카인: 아아, 고마워! 검집이든 뭐든 써서 조종당하는 놈에게 검을 내리쳐줘.

 

파우스트: 검은 건드리지 마라. 사람이 만지면 조종당해.

 

기사: 알겠습니다!

 

레녹스: 관객들은 괜찮은가? 미틸과 클로에……. 같이 따라갔던 갈색 머리와 붉은 머리 마법사는?

 

기사: 모두 무사합니다! 혼란으로 다친 관객도 있지만 큰 일은 없습니다. 지금은 영리한 마법사 소년이 중심이 되어 돕고 있습니다.

 

 

 

 

 

미틸: 진통제 약초를 붙이고……. 이걸로 어떤가요? 아프지 않으세요?

 

다친 여성: 응. 많이 편해졌어. 고마워.

 

미틸: 다행이다! 몸조리 잘하세요.

 

다친 소년: 훌쩍, 우우…….

 

클로에: 미틸, 이쪽 아이의 수당도 부탁할 수 있어? 대피할 때 넘어져서 무릎이 긁힌 것 같아.

 

미틸: 알겠습니다!

 

다친 소년: 우으, 아파…….

 

미틸: 이제 괜찮아! 지금 약을 발라줄게.

 

다친 소년: 훌쩍, 응……. 고마워요, 마법사님.

 

훈련소 기사: 수당을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마법사님 덕분에 다들 안심하는 것 같아요.

 

미틸: 에헤헤, 저희 선생님에게 치료하는 법을 배우고 있거든요. 약도 넉넉히 챙겨오길 잘했다!

 

클로에: 고마워, 미틸. 항상 라스티카가 마법으로 해줘서 나는 그다지 치료를 못하거든…….

 

미틸: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저는 저대로, 클로에 씨는 클로에 씨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어요. 저도 사실은 레노 씨들과 싸우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쪽으로 오길 잘한 것 같아요.

 

클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훈련소 기사: 누가 회장 좀 둘러보고 와줄래? 관객이 무사히 대피했는지 확인해줘!

 

클로에: ……좋아. 저기, 괜찮다면 내가 보고 올게! 나라면 마법으로 지키면서 돌아올 수 있고.

 

훈련소 기사: 꼭 부탁할게! 고마워, 현자의 마법사.

 

미틸: 클로에 씨, 조심히 가세요!

 

클로에: 응, 맡겨줘! 다녀오겠습니다!

 

 

 

 

 

 

조종당하는 기사: 으, 으윽……! 싸우고 싶지 않은데……!

 

기사들: 기다려! 지금 도와줄게!

 

오웬: ……하하, 좋네. 비명소리와 고민과 혼란으로 넘쳐나. 지옥의 바닥 같아.

 

옷차림이 좋은 기사: 이제 그만해! 네가 나를 검집 하나로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젊은 기사: 도망칠 수가 없어요! 젠장, 이 검이……!

 

옷차림이 좋은 기사: 입이 나쁘다고!

 

젊은 기사: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오웬: …….

 

젊은 기사: 젠장, 검집은 엄청 싸우기 힘들어……. ……우왓!?

 

옷차림이 좋은 기사: 아아, 안되겠다! 검을…….

 

오웬: '쿠아레 모리토'

 

옷차림이 좋은 기사: 우붑!?

 

젊은 기사: 마샬 님!? 어이, 거기 마법사! 왜 마샬 님을 날려버린 거야!?

 

오웬: 재밌어 보여서. 고작 검에 휘둘려서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하고, 한심했지. 네 상관.

 

젊은 기사: 너…….!

 

옷차림이 좋은 기사: …… 아니, 그만해. 그분은 검을 날려주셨어. 시골 기사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현자의 마법사 분이시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8화

 

오웬: 하아? 아무도 너 같은 거 도와주지 않아. 꼴사나운 얼굴을 비웃어주려 한 것 뿐이야.

 

옷차림이 좋은 기사: 그래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으니까요. ……좋아, 간다. 저쪽에도 조종당하고 있는 자가…….

 

오웬: 바보잖아. 유창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도망가. 패배자답게 꼬리를 웅크리고 말이야.

 

오웬: 이제 알았겠지. 너희에게 이변을 거둘 힘 같은 건 없어. 기사다움도, 희생도, 사랑도, 동료의식도. 여기서는 개 먹이도 안 돼.

 

옷차림이 좋은 기사: 그래도 모두를 지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사입니다. 북쪽 마법사에게 몰리면서도 부하들을 지켜낸 카인 님처럼.

 

오웬: …….

 

젊은 기사: ……! 마샬 님, 마법사님! 잔해가 떨어집니다! 도망치세요……!

 

 

 

 

 

클로에: (못 도망친 사람은 없는 것 같네. 무사히 대피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카인이나 현자님들은 괜찮으려나. 엑터도 걱정되고…….)

 

젊은 기사: 마샬 님, 마법사님! 잔해가 떨어집니다! 도망치세요……!

 

오웬: …….

 

클로에: ……!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젊은 기사: 자, 잔해가 공중에서 멈췄다!

 

클로에: 안 늦었다~! 얘들아, 괜찮…… 와!? 지붕의 파편이……!

 

오웬: '쿠레 메미니'

 

클로에: 와훗! 콜록, 콜록……! 잔해들이 전부 모래가 되어버렸어! 오웬, 고마워!

 

오웬: 뭐 해.

 

클로에: 에? 으음, 대피 못한 사람이 있을까하고 보러 왔어. 치료는 미틸이 해주니까 나도 다른 일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오웬: 틀려. 왜 저런 알지도 못하는 녀석들을 도와주려고 했냐고 물어보는 거야. 넌 돌이 될 뻔했어. 잔해에 짓눌리는 처참한 죽음의 방식으로.

 

클로에: 그건…….

 

오웬: 아아, 알았다. 희생하고 돌이 되어 인간에게 사랑받고 싶은 거지. 인간을 도와 돌이 된 상냥한 마법사 클로에 님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었구나? 하하…… 그래도 안됐네. 너는 약하고 이름도 없으니까 희생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명예도 칭찬도 너에게는 남지 않아.

 

클로에: ……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야. 뭐랄까, 잘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나를 좋아하고 싶었어.

 

오웬: 하?

 

클로에: 카인들은 엑터를 진정시키려고 하고, 미틸은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다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 나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적어도 힘껏 노력했다고 내일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나 자신으로 있고 싶어.

 

오웬: 헤에. 즉, 바보란 거구나. 너도 여기 있는 기사도 약한 놈들에게 내일도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만약에 살아있어도 손이 찌그러져서 바늘을 못 들 수도 있지. 다리가 으스러져서 못 싸우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자신을 좋아하기 위해서라고? 위선도 자기도취도 적당히 해. 아니면 바늘을 못 들어도 되는 거야?

 

클로에: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어. 손도 망가지지 않았어. 바늘도 들 수 있어. 나는 기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여기 있는 기사나 기사 견습생들도 그렇지 않을까. 모두들 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필사적으로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야. 자신의 꿈에 가슴을 펴고, 자신을 좋아하고 싶을 거야.

 

오웬: …….

 

클로에: 잠깐, 오웬! 어디 가는 거야?

 

오웬: 다른 약한 놈들에게. 네 말이 위선의 자기도취가 아닌지 확인해 줄게. 기사단을 덮친 마법사보다 쓸모없다고 해도, 자신의 꿈에 가슴이 미어지는 본인이라던가 자신이 좋아하는 나라던가 잠꼬대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아까 그 녀석들은 내 얼굴을 몰랐어. 그러니까 내 얼굴을 아는 녀석을 찾을 때까지 찾을 거야.

 

클로에: ……! 그러면 나도 따라가도 돼? 다음에는 민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오웬: ……마음대로 해. 돌이 되면 두고 갈 거지만.

 

클로에: ……! 고마워, 오웬!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무르: '에아뉴 랑블!'

 

레녹스: 현자님.

 

파우스트: 시험장 입구 부근에서 난동을 부리던 기사 견습단들은 모두 해결했다.

 

둘 다 감사합니다! 날뛰는 기사 수도 꽤 줄어들었네요.

 

미틸: 현자님! 여러분! 도와주러 왔어요!

 

미틸! 관객의 치료는 끝났나요?

 

미틸: 전부 끝났어요! 몸이 아픈 사람을 위해 함께 있던 기사에게 약을 받았어요.

 

레녹스: 고마워, 미틸. 잘했어.

 

미틸: ……네! 저, 열심히 했어요!

 

카인: 클로에는? 아직 대기실에 있나?

 

미틸: 클로에 씨라면 회장으로 돌아갔는데……. 여러분과 합류하지 않았나요?

 

에?

 

오즈: ……저쪽이다. 오웬과 함께하고 있군.

 

오즈의 시선 끝의 오웬은 계속 베는 기사들에게 팔을 뻗었다.

 

오웬: '쿠아레 모리토'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오웬에 이어 클로에도 주문을 외웠다. 거대한 쿠션이 날아간 기사들을 멍하니 받아들인다.

 

클로에: 휴우, 다행이다! 지금 우리 둘, 좋은 콤비네이션 아니었어?

 

오웬: 너, 금방 신나하네.

 

클로에! 오웬!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자 클로에는 얼굴을 활짝 폈다.

 

클로에: 현자님! 얘들아!

 

카인: 너희도 기사들을 멈춰줬구나. 고마워! 

 

클로에: 에헤헤, 천만에! 나는 오웬을 도와줬을 뿐이야.

 

그러자 갑자기 파우스트와 오즈가 같은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무르가 즐겁게 박수를 친다.

 

무르: 엑터의 검의 기운이 다가온다! 주역 등장~!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도 엑터 씨를 발견헀다.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그 밝은 표정은 어디에도 없다. 하늘하늘 걷는 모습은 전쟁터를 헤매는 유령 같았다.

 

카인: 모두 물러서. 내가 끝장낼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카인은 험악한 얼굴로 검을 겨누었다. 크게 숨을 들이쉰다.

 

카인: 엑터!

 

목소리가 들렸을까. 인간을 벗어난 어색한 움직임으로 엑터 씨가 빙글빙글 카인을 돌아본다. 다음 순간에는, 적을 발견한 듯한 무자비함으로 카인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일절 서슴없이 베인다.

 

카인: ……! 엑터, 제정신으로 돌아와줘!

 

엑터: 검술 시험에서 질 수는 없어. 나는 반드시 응하지 않으면 안 돼. 나는 무조건 이겨야 해. 꼭 강하고 의지할 수 있는 기사가 될 거라고 다짐했어. 그 '거대한 재앙' 의 밤에……. 아니, 그 습격의 날에!

 

클로에: 눈부셔……!

 

엑터 씨의 외침과 동시에 마검이 다시 섬뜩하고 기묘한 빛을 발한다. 그에 호응하듯 공중에서 싸우던 검이 섬뜩할 정도로 낮게 땅을 향해 내려왔다. 기사들 중 일부가 경악과 공포를 얼굴에 붙이며 하늘에서 내려온 검에 손을 뻗는다.

 

기사 견습생: 바보, 뭐하는 거야!? 검을 만지면 조종당한다고!

 

기사 견습생: 아니야! 자석처럼 검에 손이 빨려들어 가! 아아아, 만져버렸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무르: '에아뉴 랑블!'

 

마법사들이 곧바로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 일제히 일어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미틸: 기사님들이 조종당하고 있어요! 이러면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아요!

 

레녹스: 원점은 커녕 아까보다 더 심해졌어.

 

무르: 검이 휘감는 마력이 강해지고 있어. 대원의 검을 멈추지 않으면 혼란을 억제하는 것은 이제 무리! 엑터의 마음도 검에 사로잡혀 진짜 꼭두각시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그런……!

 

카인: ……하게 둘까 보냐. 그런 거!

 

이야기가 들렸던 거겠지. 재빨리 베어낸 그 순간부터 아마추어의 눈에도 카인의 칼날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엑터 씨를 막는 검에서, 쓰러뜨리는 검으로.

 

카인: 하앗!

 

승리를 위해서만 휘두르는 검은 한여름 폭풍처럼 가차없고 장렬했다. 한순간의 방심이나 지연을 상대에게 일절 용서하지 않고 비정하게, 냉정하게, 철저히 몰아붙인다. 순식간에 엑터 씨가 열세에 빠졌다. 싹싹하고 친근한 태도나 '마법사로서는 아직 멀었으니까' 라는 말 때문에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않지만, 그는 검의 천재다. 

 

엑터: ……!

 

카인의 검에 엑터 씨가 비틀거렸다. 땀투성이의 옆얼굴이 초조하게 일그러진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인이 크게 파고들었다.

 

클로에: 됐다! 이겼어…….

 

오웬: ……아니, 아직 아니야.

 

카인의 일격을 엑터 씨가 잘못 받아넘겼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검이 이상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카인: 으윽!?

 

엑터: ……, 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다. 아무리 봐도 질 것 같았던 엑터 씨가 카인을 밀어낸다.

 

미틸: 어째서!? 카인 씨가 이겼는데!

 

오웬: 액재의 영향 때문이야. 저 검에는 지고 싶지 않다는 그 아이의 바람이 배어져 있어. 그 아이가  '진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이상한 힘으로 억지로 되받아치는 거야.

 

그럼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

 

오즈: ……카인. 그 마검도, 그 아이도 이제 네가 감당할 수 없다.

 

오즈가 조용히 고했다. 자비롭기까지 한 듯한 무표정으로 마도구 지팡이를 든다.

 

오즈: 물러서. 내가 끝내지.

 

카인: ……!

 

카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반론이나 반발의 말은 나오지 않는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냉정함이 있기 때문에 오즈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최선의 길로 가기 위해서.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9화

 

안뜰에서 기사단 사람들과의 이별을 말했던 옆모습이 생각난다. 여러 가지 후회나 아쉬움을 깨문 것 같은 입술도. 카인은 동료를 지키기 위해 절대 이길 수 없는 오웬과도 싸운 사람이다. 기사의 책임에 대한 각오가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 그런 그에게 기사단 동료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기사로서, 기사단장으로서 적어도 이 소동은 카인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싶을 텐데…….)

 

오웬: 꼴사납네.

 

그 때, 멈추지 않는 칼부림 속에서 오웬이 뚜벅뚜벅 발소리를 내며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갔다. 엑터 씨를 향해 아무렇게나 팔을 흔든다. 그 순간, 엑터 씨에게는 개의 목줄과 쇠사슬 것에 묶여 있었다.

 

엑터: 크윽!? 이거 놔!

 

카인: 엑터!? 오웬, 무슨…….

 

오웬: 꼴사납다고 하러 온 거야. 기사님한테.

 

오웬은 엑터 씨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깨로 숨을 쉬는 카인의 턱을 잡고 억지로 눈을 마주친다. 

 

오웬: ……한 번만 말할 거야. 놓치면 죽인다. 저 녀석은 검에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야. 너처럼은 못 해.

 

카인: 나처럼?

 

오웬: 죽일게.

 

카인: 아니, 다시 한 번 물어본 거야. 나처럼 못한다고?

 

오웬: 저 녀석은 검을 흔들면서 마법으로 싸우는 건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그래서 저 녀석은 검의 마력과 자신의 공격을 맞출 수 없어. 넌 할 수 있지. 마법으로 싸우는 기사님.

 

카인: ……!

 

카인이 빛을 발견한 듯 눈을 부릅떴다. 강자밖에 살아남지 못하는 북쪽 나라에서 천 년 넘게 살아온 마법사가 어깨를 들썩거린다.

 

오웬: 오즈 같은 녀석에게 손대게 할 때가 아니야. 나한테서 언젠가 눈을 되찾는 거잖아. 마검 따위에 휘둘리고 있는 애송이 하나 쓰러뜨리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나를 쓰러뜨리려고 그래?

 

카인: ……아아, 맞아. 이 정도의 이변에서 동료 하나 구하지 못하면 너를 이기는 건 하늘의 별따기지.

 

카인이 검을 다시 잡았다. 오웬이 몸을 돌려 손가락을 딱 울린다. 엑터 씨를 묶는 쇠사슬과 목줄이 환상처럼 사라진다. 

 

카인: 엑터!

 

엑터: ……!

 

다시 칼날이 울렸다. 공격을 받은 엑터 씨가 이를 악물고 있다.

 

엑터: ……. 질까보냐……! 나는 카인 님같은 기사가 될 거야……!

 

엑터 씨의 검이 다시 빛난다. 엑터 씨가 아래에서 위로 베려 한다. 순간 카인은 깊게 숨을 쉬고 나서 곧장 엑터 씨를 바라보며 주문을 외웠다.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순간, 카인의 검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엑터 씨의 검의 빛을 삼킬 정도의 눈부심으로 주위를 비춘다. 마치 태양빛 그 자체 같았다.

 

카인: 하아앗!

 

두 검이 맞부딪치는 순간, 섬광이 솟구쳤다. 아침노을 같은 빛이 회장을 가득 채운다.

 

엑터: ……우와아앗!?

 

마검이 엑터 씨의 손에서 날아간다. 귀신이 떨어지듯 요란한 빛이 사라져간다. 이상할 정도의 정적 속에서 마른 소리를 내며 아무런 변철없는 검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미틸: ……됐다! 카인 씨가 이겼다!

 

레녹스: 검도 주인 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조종당하고 있던 기사들도 움직임을 멈춘 것 같아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엑터 씨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검을 든 카인이 황급하게 달려나간다.

 

카인: 어이, 엑터! 정신 차려!

 

엑터 씨는 달려온 카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엑터: ……아, 하하. 져버렸어……. 역시 카인 님은, 굉장해…….

 

작게 중얼거리던 엑터 씨는 그대로 의식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해서 이상한 검에 의해 야기된 소동은 가라앉았다. 기적적으로 기사나 관객에게 큰 부상은 없었다. 오즈의 마법에 의해 파괴된 회장도 곧 원래대로 돌아갔다.

 

엑터: ……. 내 검이 그런 소동을? 

 

미틸에게 약을 발라달라고 하면서 엑터 씨가 넘칠 정도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을 뜬 엑터 씨는 소동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 검술 시험에서 '질지도 모른다' 라고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눈앞이 어두워져서…… 깨달았더니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엑터 씨가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온 검을 끌어안는다.

 

엑터: 예전에 썼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일반 가게에서 산 일반 검이고…….

 

파우스트: 처음부터 마검이었던 건 아니야.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왜곡되게 변용된 거지.

 

오즈: ……'거대한 재앙' 은 때로는 사물에 스며든 사념을 왜곡시키고 증폭시켜 이변을 일으킨다. 검에 건 너의 승리에 대한 바람이 액재의 영향으로 일그러진 망념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엑터: 그럼…… 저 때문에 이 소동이?

 

사실을 이해한 뒤 엑터 씨가 창백해져 간다. 클로에가 황급히 괘를 흔들었다.

 

클로에: 엑터가 나쁜 건 아니야! 이럴 줄 알고 검에 소원을 빈 게 아니잖아.

 

엑터: 그렇지만…… 제 검이 모두를 위험하게 만든 거죠? 기사는 모두를 지켜야 하는 건데……. 나…… 기사 실격이야…….

 

엑터 씨가 고개를 숙였다. 카인의 마도구와 흡사한 훌륭한 검에 축축하고 떨리는 숨이 닿는다.

 

카인: ……실격 따위가 아니야.

 

그 어깨에 카인이 손을 얹었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들어오는 맑은 빛이 두 사람을 환하게 비춘다.

 

카인: 승리를 바라는 것은 기사로서 당연하다.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향상심도 태어나지 않아. 게다가…… 나에게도 이변의 원인은 있어.

 

엑터: 에?

 

카인: 오웬의 습격 사건 때의 일이라던가, 그 후 내가 기사단에서 쫓겨난 것을 계속 신경써준거지. 고마워. 그리고 계속 마음을 졸이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일은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

 

엑터 씨가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미소를 돌려 카인이 우리를 돌아본다.

 

카인: 마법관에서도 동료를 만났다는 건 너도 오늘 만나서 알았지? 모두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마법의 솜씨를 연마하는 건 즐겁고 보람이 있어. 기사단에서는 쫓겨났지만…… 그래도 기사로서의 나의 본연의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러자 카인은 벽에 기대에 자기도 모르게 한눈을 팔던 오웬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카인: 저 녀석에게는 백 가지 정도 할 말이 있고, 기사단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 역할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말인 줄 알았는지 오웬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먼 거리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예전에 둘이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거리에서 눈을 마주쳤을지도 몰라. 한쪽은 비웃음을, 한쪽은 적의를. 하지만 세월이 흘러 기구한 운명을 거치면서 적어도 지금의 그들은 비웃음도 적의도 비추지 않는다. 그것은 멋진 변화로 보였다.

 

카인: 너는 어떻게 생각해? 지금의 나는, 기사단장이었던 나보다 멋있지 않은건가?

 

엑터: 아니…… 아니요. 그럴 리가요! 카인 님은 계속 최고의 기사이고 저의 목표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나라의 2번째 기사가 되겠습니다!

 

레녹스: 일등이 아니라?

 

엑터: 일등은 카인 님이라서요!

 

오웬: 흥. 분수는 알고 있네.

 

무르: 그럼 우선 빨리 기사가 되어야지! 자, 건강해졌으면 일어나. 시합이 시작될 거야!

 

엑터: 에? 하지만 그런 대소동이 있었다면, 검술 시험은 중지가…….

 

무르: 중지되지 않았어. 오즈가 회장도 고쳤으니까 계속!

 

무르가 공중에 떠올라 재밌다는 듯 미소지었다.


10화

 

무르: 명색이 나라 이름을 딴 검술 시험이니까. 중지시키면 잘난 아저씨 체면이 멀뚱멀뚱해져! 게다가 기사들을 묶어 이변을 해결한 것은 아저씨들이 추방한 영웅 카인. 그런 건 공식 기록으로 남길 수 없어!

 

미틸: 주최 공무원, 그런 말을 했었나요?

 

파우스트: 말한 것과 같다. 우리가 화를 내지 않게 하려고 비위를 맞추고 있었지만.

 

엑터 씨의 시합도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다시 재도전할 수 있다고 해요. 대전 상대는 엑터 씨의 컨디션이 만전 상태일 때 해도 된다고 했지만…….

 

엑터: ……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하게 해주세요! 와앗…….

 

힘차게 일어선 엑터 씨가 휘청거리며 다시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엑터: 카인 님,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 이번에야말로 제 힘으로 이겨볼게요!

 

클로에: 응, 응원할게! 그래도 정말 무리하지는 말자. 아직 컨디션도 만전이 아닐 거고…….

 

미틸: 재도전하기 전에 제 슈가를 먹고 가세요! 조금 건강해질 거예요.

 

엑터: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미틸에게서 슈가를 받으며 엑터 씨가 오웬에게 시선을 돌렸다.

 

엑터: 오웬도…… 고마워요.

 

벽에 기댄 오웬은 시큰둥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디론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변덕스러운 오웬이 어디론가 가지 않았다는 것은 나쁜 기분이 아니라는 걸까. 분명…….)

 

카인: 힘내, 엑터. 이번에야말로 네가 기사가 되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줘!

 

엑터: ……! 꼭 여러분 앞에서 훌륭한 기사가 되어 보이겠습니다!

 

 

 

 

 

 

 

 

카인: 좋아, 엑터! 그 기세다!

 

현자 / 미틸: 힘내세요, 엑터 씨!

 

재경기는 정말 바로 열렸다. 아까와 같은 기사 견습 소년을 상대로 엑터 씨가 싸우고 있다.

 

레녹스: 역시 거의 막상막하네. 키가 있는 만큼 상대방이 조금 유리해.

 

클로에: 으으, 밀리는 것 같아……! 지지 마, 엑터!

 

힘찬 일격을 받고 엑터 씨가 서서히 후퇴해 갔다. 엑터 씨의 얼굴에 초조함이 떠오른다.

 

카인: 엑터, 진정해! 조급해져서 자신을 잃지 마!

 

엑터 씨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금니를 깨물고 상대의 공격을 참고 견딘다. 그리고…….

 

엑터: 하아앗……!

 

순간의 틈을 타 엑터 씨가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경질의 소리가 울린다.

 

대전 상대 소년: ……!?

 

대전 상대의 검이 공중을 날았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본보기처럼 예쁜 궤적을 그리며 땅바닥에 와르르 떨어진다. 심판이 손을 들었다.

 

심판: 거기까지! 승자, 엑터!

 

엑터: ……. 해, 해냈어! 이겼다……!

 

클로에: 와아, 대단해 대단해!

 

카인: 축하해, 엑터! 잘했어!

 

오웬: 흥. 뭐, 마음 쪽은 아직 전혀 기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한 번 절한 엑터 씨가 박수 속에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그 주위를 와락 에워쌌다.

 

미틸: 축하드려요, 엑터 씨! 이제 염원하던 기사가 될 수 있겠네요!

 

레녹스: 좋은 칼솜씨였어. 도중의 반격도 훌륭했다.

 

오즈: ……소원 따위는 필요 없었군.

 

엑터: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할지…….

 

카인: 감사 인사는 됐어. 네가 네 실력으로 꿈을 이룬 거야.

 

카인이 강하게 미소지었다. 아까 봤던 검의 반짝임 못지않게 태양 같은 밝음으로.

 

카인: 앞으로는 같은 기사로서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엑터!

 

엑터: ……! 네! 있는 힘껏 기사로서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엑터 씨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늠름하고 자랑스럽게 뻗은 그 등줄기는 카인의 등과 닮아있다.

 

 

 

 

 

 

 

 

 

클로에: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야~! 엑터도 이제 성에서 활약하는 기사가 되는구나!

 

공무원이 기사가 되는 수속에 오라고 해도 풀이 죽어가면서 대기실로 갔는데 괜찮을까요?

 

카인: 저 녀석, 수속이라던가 서류라던가 그런 거 서투르거든. 나랑 닮았나……?

 

오즈: ……너와 닮지 않았다. 그는 영리했어.

 

카인: 나도 오즈 대신 임무 보고서 쓰고 있잖아. 다른 나라는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가끔은 너도 써줘.

 

미틸: 엑터 씨, 이제 성에서 정식 기사로 일하는 거죠? 저, 기사 엑터 씨를 보고 싶어요!

 

레녹스: 그렇네. 성에 갈 일이 있을 때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파우스트: 기사단원이라면 성읍을 지나갈 기회도 있겠지. 길거리에서 봤을 때면 말을 걸 수 있을 거다. 

 

대회가 무사히 끝나서 안심했는지 마법사들이 시끌벅적 웃는다.

 

(정말,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야. 하지만…….)

 

나는 오웬을 쳐다봤다. 아까부터 모두의 대화를 그냥 지켜보고 있다.

 

(평소의 오웬이라면 빈정거리는 말 하나라도 할 것 같은데……. 어쩐 일이지?)

 

카인도 그 모습을 알아차렸는지 오웬 옆에 섰다.

 

카인: 오웬, 아까 조언 고마워. 클로에와 함께 조종당한 녀석들을 말려준 것도 도움이 됐어.

 

순간 오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긴 다리가 카인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친다.

 

카인: 아야! 왜 차는 거야!?

 

오웬: 잠이 덜 깬 소리를 하니까 잠을 깨게 해 준 거야.

 

카인: 감사 인사는 별로 잠이 덜 깬 게 아니잖아. 여전히 잘 모르겠는 녀석…….

 

오웬은 기분 나쁜 듯이 얼굴을 찌푸렸고 카인도 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상상도 못했지. 천적같은 두 사람이 이렇게 같은 장소에 있다니…….)

 

오웬: 그럼 안녕. 잠이 덜 깬 기사님.

 

카인: 기다려, 어디 가? 이제 마법관으로 돌아가야지.

 

오웬: 저쪽에 크림을 채워넣고 익사체처럼 부풀어오른 파이가 있었어. 마법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먹을 거야.

 

카인: 크림파이인가……. 그러면 그쪽 말고 콩크 할아버지 가게가 더 좋을 것 같네.  크림말고 초콜릿이랑 잼이 들어있고 엄청 달고 맛있기로 유명해.

 

오웬: ……어디 있어?

 

카인: 으음, 매번 이상한 곳에 가게를 내는데. 저기 진입로에서 대기실 사이로 들어가 막사를 이렇게 왼쪽으로 빙글빙글 돌아서…….

 

무르: 카인, 어려워 보여! 무슨 말이야? 오웬에게 약점을 가르쳐주는 중?

 

카인: 약점이 아니야. 과자 포장마차를 알려줬어. 스포리아텔라라는 크림파이를 잘하는 집.

 

미틸: 와아, 맛있겠다! 저, 리케에게 선물로 사주고 싶어요. 아, 하지만 마법관에 가져가기 전에 식어버리려나요?

 

오즈: 일몰까지 잠시 시간이 있다. 사자마자 내 마법으로 돌아가면 돼.

 

미틸: ……! 감사합니다, 오즈 님!

 

레녹스: 다행이네, 미틸. 피가로 선생님이랑 루틸 것도 사가자. 파우스트 님도 동쪽 분들에게 선물로 사가실 건가요?

 

파우스트: 글쎄. 네로와 히스는 몰라도 시노는 미틸들이 먹는 것을 보면 부러워할 것 같군.

 

클로에: 나도 라스티카와 샤일록의 선물로 사가야겠다!

 

카인: 아서에게도 사주고 싶네. 북쪽 마법사도 먹고 싶어할 테고, 일단 다 사버릴까.

 

좋네요. 마법관으로 돌아가면 다같이 먹어요!

 

카인: 좋아, 결정! 그러면 가게까지 안내할게. 오웬도 같이 와줘. 솔직히 입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알려주는 게 더 빨라.

 

오웬: 어쩔 수 없네.

 

모두와 함께 카인과 오웬도 걷기 시작한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는 없지만 같은 방향으로. 이런 광경이 지금 있는 것은 카인이 어느 때라도 빛을 잃지 않고 밝은 쪽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카인: 아키라가 좋아할 만한 맛도 있어. 예전에 현자님이 '크림 채우기' 라고 했던 거.

 

크림 채우기……. 크림 미타라시 일지도 몰라요!  저, 무조건 그걸로 할래요!

 

카인: 그러면 나도 그걸로 할까. 너의 세계의 맛을 시험해보고 싶어.

 

나를 향한 카인의 금빛 눈동자는 눈부시게 부드러운 석양에 비춰져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카인이 선택한 길은 그에게 상상과 동떨어진 것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길을 기사로, 마법사로 걷기로 결정한 카인의 모습은 어딘가 자랑스러워보였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