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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메인 스토리

2부 8장 [출발을 앞두고]

 

 

목차

    1화 뻗은 손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받은 사쿠 어쩌구 쨩 (정식명은 잊어버렸다) 는 기묘한 움직임을 했다. 바닥을 기어다니기도 하고, 둥실둥실 하늘을 날아서 작은 새처럼 내 어깨에 멈추기도 했다. 야옹 하고 우는 일은 없었다. 가끔 니에…… 하는 목소리? 소리가 났다. 스노우나 화이트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그 아이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기도 하고, 졸린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 솔직히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나는 안아주지도 않았고 쓰다듬지도 않았다. 먹이도 필요없는 것 같아서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나의 몸을 대신할 거라고 말했었지……. 이 아이는 고양이도 아니고 애완동물도 아니야. 잘못하면 금방 사라져 버리는 마법으로 태어난 환상같은 거야.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 아이는 고양이가 아니야.)

     

    나는 깨끗이 털어놓고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러자 사쿠 어쩌구 쨩은 퐁퐁하고 뛰어올라 내 뒤를 따라왔다. 복슬복슬 털이 팔랑팔랑 흔들리고 꼬리가 흔들린다.

     

    (귀여워……. ……아니아니, 안돼…….)

     

    손을 뻗는 것을 자제했다. 여기에 휴대폰이 없어서 다행이야. 분명 잔뜩 사진을 찍었을 테니까. 눈을 돌릴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지금의 내 마음은 촉촉히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탁 닫혀 버린 문과 비슷하다.

     

     

     

     

     

     

    나는 제대로 함께 마법관의 탑으로 향했다. 지난번 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다. 중앙 나라의 마법사, 그리고 서쪽 나라의 마법사가 서쪽의 수돌 향한다. 동쪽 나라의 마법사들은 동쪽 나라의 비오는 거리로 향한다. 북쪽 나라 마법사들은 대기. 남쪽 나라 마법사들은 중앙 나라에서 자선 활동을 계속한다. 나는 오늘 중앙 나라 마법사와 서쪽 나라 마법사들과 함께 서쪽 나라에 동행하기로 되어 있다. 동쪽 나라로 향하는 동쪽 나라 마법사들과 아침에 마법관의 탑 앞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라……? 왜 다들 돌아왔나요?

     

    마법관의 탑에서 마법사들이 주르르 걸어왔다. 분실물이라도 찾으러 온 것처럼.

     

    시노: 현자, 뭐야 그거. 사역마인가?

     

    네. 쌍둥이한테 받아서…….

     

    히스클리프: 대단하다. 현자님은 고양이를 좋아하시니까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겨서 다행이네요. 이 사역마는 현자님께서 사역하시는 거죠?

     

    미소 짓는 히스클리프에게 나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저는 아마 사역은 못 할 거예요. 제가 위험할 때 몸을 대신한다고…….

     

    히스클리프: 몸을 대신…….

     

    히스클리프는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을 헤아린 듯 입술을 다물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몸을 대신하는 스트레스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시노는 히스클리프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시노: 나와 똑같군.

     

    히스클리프: …….

     

    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히스클리프는 시노를 노려보았다. 시노는 왠지 만족스러워보였다.


    2화 어째서 이름을

     

    일촉즉발의 공기를 느긋한 네로의 목소리에 감춰졌다.

     

    네로: 현자 씨, 샤일록이 내일로 하자고 했어. 오? 뭐야. 사역마?

     

    에?

     

    네로: 아아, 미안. 출발은 내일 하쟤.

     

    네로는 다소 말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의 옆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며 무르가 즐겁게 웃는다.

     

    무르: 샤일록, 오즈에게 후 해서 재밌었어!

     

    후라니? 뭔가요?

     

    무르: 연기를 뿜었어! 오즈는 무무거리고!

     

    무르는 펄쩍펄쩍 뛰며 공중제비를 했다. 샤일록이 오즈에게 연기를 뿜었다는 말인가? 팔로우 하도록 네로가 말을 이어갔다.

     

    네로: 괜찮아. 일촉즉발이었지만, 왕자님이나 기사님이나 서쪽 애들, 우리 선생님이 어떻게든 달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네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아무것도 없었는데.

     

    히스클리프: 샤일록이 그랬어요. 출발을 늦추고 싶다고. 싫은 일이 있어서 상처받고 있으니까 이럴 때 자기 무리하게 하지 말라고. 라고 했던가?

     

    시노: 자신의 비위를 맞추라던가 뭔가.

     

    히스클리프: 그랬었지. 안 그러면 노바도 세계 구제도 아무래도 좋아진다면서.

     

    시노: 하지만 오즈는 서두르고 싶다고 했었어.

     

    무르: 그랬더니 피식 웃으면서 오즈에게 후!

     

    네로: 나도 선생님도 신랑 씨도 파랗게 질렸어.

     

    나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거대한 재앙' 의 상처 때문에 샤일록의 심장이 불탔을 때의 일이다. 샤일록은 말했다. 쾌락도 고통도 자신의 것이니 뺏지 말라고. 하지만 오즈는 담백하게 샤일록의 의식을 빼앗았다. 그때를 말하는 걸지도 몰라.

     

    생생히 상상할 수 있었다. 우아하게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치켜들고 연기를 뿜어내는 샤일록. 그리고 몇 초 늦게 화를 내는 오즈.

     

    (샤일록……. 평소에는 상식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의 미의식이나 룰을 앞에 두면 오즈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은 무르랑 똑같구나…….)

     

    그래서, 그……. 괜찮…… 았나요?

     

    시노: 일단은. 샤일록은 클로에들이, 오즈는 중앙 녀석들이 데려갔어. 하지만 출발은 내일로 미뤄졌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들 느긋하게 있어주세요.

     

    시노: 아아.

     

    모두가 떠나가는 가운데 무르가 내게 다가왔따. 살짝 허공을 날면서 똑같이 공중에 뜬다. 어떻게든 제대로 재롱을 부리고 있다.

     

    무르: 쌍둥이한테 사크리피키움을 받았구나! 야옹!

     

    사쿠 어쩌구 쨩은 무르의 흉내를 내듯 입을 열었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데 필사적으로 큰 입을 여는 건 우는 법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새끼 고양이 같다.

     

    무르: 현자님, 고양이 좋아하지?

     

    네…….

     

    무르: 이름은 짓지 않아?

     

    거꾸로 공중에 떠오른 무르가 사쿠 어쩌구 쨩의 이마를 만지며 순진하게 웃는다. 산들바람이 나무들을 흔든다. 오전의 빛이 부드럽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름 없는 생물과 영혼이 부서진 마법사와, 어딘가 먼 세계에서 온 내 위로.

     

    ……대신할 수 있다고 들었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사라질 것 같아서……. 금방 헤어질 수도 있는데 애착을 가지는 것이 무서워요. 그러니까…… 이름은 짓지 않아요.

     

    나는 작은 쓴웃음을 지었다. 무르는 거꾸로 나를 보고 있었다. 빛을 빨아들이는 초록잎보다 선명한 초록빛 눈동자가 잔잔하게 가늘어진다. 그 눈빛은 친한 친구처럼 애정이 넘치고 부드러웠다.

     

    무르: 우리도 마찬가지야, 아키라.

     

    아쉬운 듯한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째서 이름을 불러주는 걸까.


    3화 비호와 관리

     

    …….

     

    미스라: 무슨 일 있나요, 현자님?

     

    그날 오후, 큰 그루터기에 앉아 멍하닌 숲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새 미스라가 옆에 있었다. 답답한 듯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사쿠 어쩌구 쨩을 발견한 순간 미스라는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미스라: 아, 사크리피키움이다.

     

    그는 벌레라도 쫓듯이 사쿠 어쩌구 쨩을 쫓아내려 했다. 나는 황급하게 감싼다.

     

    그, 그만해 주세요. 왜 이런 짓을 하나요?

     

    미스라: 쌍둥이의 사역마잖아요.

     

    스노우와 화이트는 위험할 때 지켜준다고…….

     

    미스라: 뭐, 그렇지만요. 비호를 받는다는 것은 관리 받는 거랑 똑같아요. 쌍둥이에게 갇혀서 당신을 싫지 않나요? 

     

    미스라는 혐오감을 드러냈지만 국가나 법에 따라 살던 내게는 별로 불쾌감이 없었다.

     

    (원래의 세계도, 나라나 사회의 영역에 넣어져 있었으니까…….)

     

    불만이나 답답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면……. 나의 안전과 자유는 어느 정도 지켜진다. 인간관계에 지치고 혼자 마음대로 살아보고 싶지만 사회를 벗어나 살면 안 된다. 모든 비호와 굴레를 버리고 자기 힘만 믿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저는 싫지 않아요. 쌍둥이는 무서울 때도 있지만, 저에게는 항상 상냥하고……. 위험한 일이 많은 세계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지켜봐 주는 것은 안심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아무도 없는 방이 아니라 고양이 같은 생물이 있는 방이 되었다. 그 말은 삼키고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미스라는 불쾌한 듯이 사쿠 어쩌구 쨩을 노려보고 있었다.

     

    미스라: 인간이란 어리석고 자존심이 없네요. 별로 이런 게 없어도 제가 있잖아요.

     

    사쿠 어쩌구 쨩은 내 주위를 서성이며 미스라를 경계하는 눈치였다. 잠깐 털이 부풀어 오른 것 같아. 내 기분 탓인걸까?

     

    미스라: 이야기 듣고 있나요?

     

    아, 네. 듣고 있어요. 미스라도 이런 걸 만들 수 있나요?

     

    미스라: 당연하잖아요.

     

    어떻게 만드나요?

     

    미스라: 성질이 있는 정령을 사로잡아 사명을 부여하고 사역하는 거죠.

     

    저……. 이건 살아있는 건가요?

     

    미스라: 정령들이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살아있는게 아닐까요?

     

    (역시, 생물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대체가 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나요?

     

    미스라: 어쩔 수 없어요.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수호의 힘이 이상의 마력을 당하면 소멸합니다.

     

    (역시 사라지는구나…….)

     

    미스라: 그게 왜요?

     

    아, 아뇨. 미스라는 이런 거 루틸들한테는 안 해주나요?

     

    미스라: 필요없죠. 그 형제의 위기를 알면 제가 달려갈 수 있으니까요.

     

    하긴 그렇다. 미스라는 공간이동을 잘하니까요. 

     

    미스라는 생각에 잠긴 듯 눈꺼풀을 내리깔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미스라: ……하지만, 그렇네. 슬슬 진심으로 대비해야 할지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미스라는 일어섰다.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서 오만하게 사쿠 어쩌구 쨩을 내려다본다.

     

    미스라: 그 녀석, 침대에 넣지 마세요. 쌍둥이의 기운이 짙은 곳에서는 왠지 잠이 안 오니까.

     

    나는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

     

    그렇게까지 애완동물 취급은 하지 않아요. 제대로 선 긋고 있어요.

     

    미스라: 그럼 다행이지만요.

     

    말하자마자 미스라는 사라져 버렸다. 경계하던 사쿠 어쩌구 쨩도 문득 마음을 푼 듯 등을 구부린다. 미스라가 있던 자리에 주저앉아 졸린 듯 눈을 감았다. 편안한 입에서 혀가 살짝 보인다.

     

    (귀…… 귀여워…….)

     

    사랑스러움에 괴로워하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멀리 안뜰 쪽으로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카인과 오웬이다.


    4화 카인의 서

     

    카인: ……좋아. 짐 싸기는 됐네. 아…… 현자의 서는 어떻게 하지. 서쪽 나라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고……. 일단 가져가자.

     

    카인: 일지인가……. 이런 건 맨날 까먹으니까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둬야지. 중앙의 나라 마법관에서. 맑은 날씨, 남동풍…….

     

    나는 중앙의 마법사 카인. 전직 기사단장이었고, 지금은 현자의 마법사. 지난 번 '거대한 재앙' 과의 싸움에 참가한 후 만질 때까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 명 빼고.

     

    카인: ……좋아, 이걸로 됐나. 다녀오겠습니다.

     

    어젯밤 현자인 아키라에게 현자의 서를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일지계로서 모두의 모습을 기록하면서…… 지휘관으로 일해줬으면 한다. 그런 거였다. 아키라가 의지해 주는 것은 기뻤다. 보고서 같은 건 잘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기사의 이름을 걸고. (칭호는 박탈당했지만.)

     

    리케: 안녕하세요, 카인.

     

    미틸: 안녕하세요, 카인 씨.

     

    카인: 안녕!

     

    리케와 미틸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손을 들었다. 소년들의 부드러운 손가락 감촉이 들리고, 찰싹 손뼉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자리에 번쩍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신기한 광경이다.

     

    선명한 아침 초록 속에서 미틸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을 삐죽거렸고, 리케는 뺨 한쪽을 부풀리고 있었다. 볼 부풀기는 데굴데굴 소리를 내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한다. 아마 사탕인가?


    5화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

     

    미틸: 중앙의 마법사는 마법사 노바를 찾으러 서쪽 나라로 가는 거죠. 중요한 역할을 받아서 부러워요. 부럽다…….

     

    리케: 부러운가요?

     

    미틸: 형님을 괴롭힌 노바를 혼내는 건, 저도 보고 싶어서……. 

     

    혼낸다는 표현은 독선적이고 엄한 울림일지 모르지만, 요컨대 벌을 주겠다는 것이다. 미틸은 성실하고 상냥하다. 어른의 말씀은 지키고 규칙을 잘 따른다. 그것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룰을 어기는 자, 남엑 폐를 끼치ㅡ는 자를 붙잡아 벌하는 것……. 혼내는 것은 미틸에게 있어서 상냥함이요 정의였다.

     

    나도 어렸을 때 똑같이 생각했다. 세상을 지키기 위한 규칙이야말로 친절과 정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영웅처럼 동경했던 사람이 세상을 무너뜨릴 뻔한 악역이 됐기 때문이다.

     

    카인: 아직 조사를 하는 것 뿐이야. 혼내기 전에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리케: 저희가 만났을 때는 미스라의 모습을 하고 있었죠.

     

    미틸: 아무리 강한 마법사라도 세계 최강의 마법사 오즈 님이 함께라면 해치울 수 있는 거죠?

     

    카인: 그랬으면 좋곘네. 하지만 무적의 오즈라도 밤에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 밤 사이에 노바를 만나면 어떤 식으로 격퇴할지 서쪽 마법사들이랑 상의해서 미리 정해놓는게 좋을 것 같아.

     

    리케: 그렇네요. 만일의 일도 생각해요.

     

    리케가 대답했다. 어른스러운 소리 하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미틸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미틸: 멋있다……. 리케, 제 몫을 하는 사람 같아요.

     

    리케: 후후, 그렇죠. 

     

    미틸: 남쪽 나라에서는 저를 애 취급하거든요. 이번에 현자님께서 부탁하신 사명도 별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리케: 남쪽 나라 마법사는 중앙 나라의 시장에 마법사의 집을 만드느 거죠.

     

    미틸: 맞아요.

     

    마법사의 집이란 남쪽 마법사들이 빈센트 전하에게 활동 거점으로 허가받은 시설이다. 수도 부흥 작업을 돕던 중, 중앙 나라 시민들에게 몰려받았다고 한다.

     

    카인: 마법사의 집 짓기는 남쪽 나라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야. 미틸을 통해 거리 사람들이 마법사를 좋아해준다면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쉬워져.

     

    미틸: ……알고 있어요. 피가로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눈썹을 숙이는 미틸을 보며 나는 볼을 풀었다. 미틸의 마음은 잘 안다. 빨리 제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어. 똑바로, 겁먹지 않고, 무언가가 되려고 하고 있다. 미틸의 그런 점이 좋다. 

     

    나도 그랬다. 기사를 동경해 순진하게 검술 솜씨를 연마했다. 명성을 원했던 것이 아니야.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했어. 노력을 거듭해 동경했던 자를 쫓아가 질투도 칭찬도 수순히 받아 두려움과 억울함도 극복하고, 그리고…… 잘못을 저질렀다.


    6화 이 마음에 끝맺음을

     

    카인: 괜찮아. 지금은 아직 자신을 닦을 때야. 미틸이 나갈 차례는 꼭 올 테니까.

     

    미틸의 어깨를 만지며 나는 그를 격려하듯 웃었다. 내 말을 더 듣고 싶은 듯 미틸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미틸: 정말인가요?

     

    카인: 아아. 미틸은 상냥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야. 게다가 강한 적을 쓰러뜨리는 것만이 활약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다칠 때마다 피가로나 루틸의 도움을 받고 있어. 둘은 멋있잖아?

     

    미틸: 멋있어요…….

     

    카인: 미틸의 약초에도 도움을 받고 있어. 항상 고마워.

     

    미틸: ……네!

     

    미틸은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불안한 눈동자에 반짝반짝 힘찬 빛이 들어온다. 미틸에게 웃는 얼굴이 돌아와서 다행이야. 

     

     

     

     

     

     

    미틸과 도중에 갈라져 리케와 함께 마법관의 탑으로 향했따. 서쪽 나라의 마법사와 함께 서쪽 나라의 수도로 향하는 길이었다. 니콜라스의 서쪽 나라에서의 동향을 조사하여 노바와의 접점을 찾는다. 마법사 노바를 쓰러뜨리는 것이 니콜라스의 조문으로도 이어지겠지.

     

    리케: 무슨 일인가요?

     

    카인: 뭐가?

     

    리케는 자신의 미간 근처를 꾹꾹 눌렀다.

     

    리케: 주름이 잡혀서 험상궂게 생겼어요. 오즈 같아요.

     

    카인: 잘 보고 있네……. 죽어버린 지인이 생각났어.

     

    리케: 싫어하는 분이었나요?

     

    카인: 아니, 좋아했어. 하지만 아마도 그는…….

     

    내가 싫었을지도 몰라. 더 이야기하면 또 미간에 주름이 잡힐 것 같아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니콜라스에 대한 생각은 복잡하다. 그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 목구멍이 쓰리다. 니콜라스는 아마도 노바에게 이용당해 죽었을 것이다. 나는 노바를 몰아붙여 씁쓸한 니콜라스에 대한 생각을 매듭짓고 싶었다.

     

    카인: (니콜라스. 네 원수는 갚아줄 테니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 외의 트러블로 출발이 늦어지고 말았다.

     

    아서: 오즈 님, 멈춰주세요!

     

    리케: 성질 급하게 굴면 안 돼요, 오즈.

     

    파우스트: 그 말대로다. 샤일록은 동료잖아.

     

    오즈: …….

     

    핏대를 세우고 마도구를 꺼낸 오즈를 모두가 달래고 있었다. 서쪽 마법사들도 샤일록을 달래려고 했다.

     

    클로에: 샤, 샤일록!? 오즈 님에게 뭐하는 거야!?

     

    라스티카: 으음, 내가 말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쓸데없는 충고일지도 모르지만……. 파이프 연기는 사람 얼굴을 향해 불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네.

     

    무르: 아하하하! 아하하!

     

    샤일록: 후우…….

     

    무르: 와훗! 아하하하!

     

    네로: 아, 그, 그거다. 이건 샤일록의 부탁대로…….

     

    샤일록: 부탁 안 했어요.

     

    네로: 으음, 제안대로 내일 출발하는 건 어때? 선생님, 동쪽도 그렇게 하자. 왠지, 봐. 그, 날짜라던지…….

     

    오즈: 바꿔달라고?

     

    네로: 아니, 그건 완전히 늦었지만요…….

     

    아서: 오즈 님, 샤일록은 의미없이 그런 짓을 할 인물이 아닙니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오즈: 없다.


    7화 잊을 수 없는 비밀

     

    샤일록: 그렇겠지요.

     

    무르: 아하하하하! ……와, 왓후!

     

    히스클리프: 저, 저도 내일이 좋을 것 같아요! 물건을 깜빡해서…….

     

    시노: 내가 갖다 줄게. 얼른 가자고. 강적을 쓰러뜨릴 기회야.

     

    그런 식으로 모두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의견을 모으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카인: 내일로 하자! 마법은 마음으로 쓰는 거야.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상태도 좋지 않아. 샤일록의 말대로 마음이 회복될 때까지 무리하게 행동할 필요 없어. 그렇지, 오즈.

     

    오즈의 어깨에 툭 손을 얹는다. 파우스트와 네로가 소리 없이 비명을 삼켰다. 마음을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눈앞에서 나를 빤히 노려보는 오즈의 얼굴은 험악하다.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돼. 오즈는 세계 제일의 마법사. 내가 대적할 상대가 아니야. 하지만 아서의 양부모다. 이야기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은 자세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카인: 부탁할게.

     

    오즈: …….

     

    붉은 눈동자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상당한 긴장감이다. 하지만 오즈는 마도구 지팡이를 넣어주었다. 휴우 하고 숨을 내쉬고 그의 등을 두드렸다.

     

    카인: 고마워.

     

    나와 마찬가지로 아서도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똑바로 나에게 미소를 건다.

     

    아서: 고마워, 카인.

     

    거기에는 둘도 없는 믿음이 있다. 이 미소를 볼 대마다 나는 기쁨과 충족감을 느낀다. 아서는 목숨을 걸기에 적합한 주군이다. 반드시 장차 명군이 되겠지. 유일한 왕자라는데 막무가내인 점만 흠집이다.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왜 이렇게 엉뚱한 짓을 하는 거냐고.

     

     

     

     

     

     

    카인: 너의 용감함은 존경하지만, 우리들의 일은 빼앗지 말아줘.

     

    아서: 너의 일을? 내가 빼앗은 적이 있어?

     

    카인: 왕족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일이야. 유사시 가장 안전한 곳에 있어줬으면 해.

     

    아서: 나는 마법사야. 모두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카인: 나도 마법사야. 당신보다 마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아서, 너는 유일해. 너를 대신할 사람은 없어.

     

    카인: 돌발상황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야. 평소 공무도 너무 열심히 해. 보통 사람이라면 쓰러졌을 거야. 천천히 해도 되잖아. 마법사의 시간은 길지?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어른이 되어서…… 아니, 늙어도 좋아. 시간을 갖고 쌓아가자.

     

    아서: ……그렇지…….

     

    카인: 아서……?

     

    아서: ……카인. 오즈 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아줄래?

     

    카인: ……아아. 약속할까?

     

    아서: 아하하, 괘찮아. 이것은 예언도 아니고 확증도 없어. 그냥 어째서인지 생각하는 것 뿐이지만……. 나는 오래 못 살 것 같아.

     

    카인: ……무슨 말을……. 그럴 리가 없잖아?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거야?

     

    아서: 아니…….

     

    카인: 그러면 아무 걱정 없어. 아니면 너를 지키는 우리가 그렇게 듬직하지 않은 건가? 나는 너의 방패야. 어떤 적으로부터, 액재로부터 지키고 말겠어.

     

    아서: 그렇지. 카인…….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해. 잊어줘. 최대한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할게.


    8화 천진난만함과 위태로움

     

    특수한 성장 탓인지 고귀한 출신이면서도 아서는 왕궁에 있는 것이 답답해 보였다.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위험한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뛰어들려고 한다. 그런 주군의 용감함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걱정되기도 한다. 언젠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까봐 두렵다. 그리고 아서 자신을 돌보지 않는 태도의 원인은 오즈에게 있는 것 같았다.

     

    카인: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무섭긴 하니까. 저 녀석.)

     

    아서는 오즈를 상냥한다고 말한다. 내 의견과는 조금 어긋난다. 오즈는 착한 점도 있지만 무서운 점도 있다. 막강한 마력이 타인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아서가 한결같이 민중과 마법사들을 위해 살려고 하는 것은…… 마치 오즈의 흉악함을 자신의 선행으로 하얗게 칠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서: 출발이 내일이면 한 번 왕궁으로 돌아가 남은 공무를 정리하고 올게.

     

    카인: 나도 같이 갈까?

     

    아서: 괜찮아. 오즈 님과 리케를 부탁할게.

     

    세계 최강을 부탁한다니, 마치 농담 같은 대사였다. 오즈를 올려다보며 익살을 부려 어깨를 들썩거린다.

     

    카인: 들었어? 너를 맡았어.

     

    오즈: …….

     

    오즈는 이 재미를 모르겠지. 게다가 리케에게 한 소리 들었다.

     

    리케: 저도 맡고 있어요. 잊지 말고 정신 차리세요, 카인.

     

    이렇게 해서 출발은 내일이 됐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나중에 내일 상담을 하자고 서쪽 나라 마법사들에게 말해서 그 자리는 해산되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 날 오후다.

     

    리케: ……그래. 맞아. 잘하네요. 참 잘했어요.

     

    안뜰을 걷고 있는데 리케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틸과 노는 줄 알고 무심코 돌아봤다. 직후, 본 광경에 얼어붙었다. 리케의 정면에 오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웬: 와아! 고마워.

     

    그 오웬은 어린 미소를 지으며 꽃을 피운 화단 옆에 주저 앉아 있었다. 앳된 분위기에 나는 직감헀다. 오웬의 '거대한 재앙' 의 상처다. '거대한 재앙' 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영향으로 오웬은 가끔 어린아이처럼 되는 것이다. 나는 온몸으로 긴장했다. 어린아이의 오웬은 여느 오웬보다 더 위험한 존재다. 실제로 나는 아이의 오웬을 화나게 해서 살해당할 뻔한 적이 있다.

     

    리케의 몸을 걱정하며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카인: 리케!

     

    오웬: ……윽.

     

    깜짝 놀라 리케와 오웬이 뒤돌아본다. 오웬의 천진난만한 눈빛이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케: 뭔가요, 카인. 갑자기 큰 소리를 내고.

     

    꾸짖는 듯한 리케의 목소리에 나는 민망해졌다.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카인: 으음, 그……. 마법관 안에서 노는 건 어때?

     

    리케: 어째서죠?

     

    카인: 오웬에게 볼일이 있거든. ……오웬이랑 뭐하고 있었어?

     

    시야 끝에서 오웬이 입을 벌린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웬: ……기사님…….

     

    리케: 오웬이 땅을 파고 있었어요. 벌레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해서 주의하러 갔더니……. 떨어진 꽃잎을 모아 메우고 있어서 재밌을 것 같기에, 도와주려고…….

     

    카인: 그랬구나.

     

    오웬: 응…….

     

    오웬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를 높여서 그런가, 나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9화 거울과의 대화

     

    천천히 팔에 닿아 웃으면서 달래듯이 쓰다듬는다.

     

    카인: 다음에는 나랑 이야기하자. 알겠지?

     

    오웬: ……응…….

     

    리케: 오웬과 친해졌나요?

     

    카인: 음. 뭐, 그렇지…….

     

    리케: 오웬은 풀놀이를 할 때 기분이 좋군요. 오늘의 그는 좋아해요. 

     

    오웬: 나도 리케가 좋아…….

     

    수줍어하면서 오웬이 웃는다. 달콤한 그의 표정에는 아직도 위화감이 들었다.

     

    카인: 그럼 리케. 미안하지만 저쪽으로 가 있어줘.

     

    리케: 저쪽이라니 무례한 말투예요.

     

    오웬: 리케는……?

     

    카인: 리케는 바빠.

     

    리케: 바쁘지 않아요.

     

    카인: ……오늘은 리케 말고 나랑 놀자. 자, 기사님이야.

     

    오웬: 기사님…….

     

    볼을 물들이고 오웬이 나를 쳐다봤다. 이제야 경계를 풀어준 것 같다. 수상쩍은 리케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떠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카인: (다행이다……. 이 녀석이 케르베로스를 꺼냈다면 리케는 잡아먹혔을 거야. 먹힌다 해도 이 녀석이 잘못한 건 아니지만…….)

     

    힐끗 오웬의 눈치를 살핀다. 격분해서 나를 죽이려고 했었다. 그 기억은 지금의 오웬에게 없는 것 같았다. 있을지도 조르지만, '기억나?' 라고 물어 화나게 하면 큰일이다. 다음에야말로 죽을지도 몰라.

     

    카인: 여. 리케가 놀아줘서 다행이네.

     

    오웬: ……응…….

     

    원목적이고 천진난만한 붉은색과 금빛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 눈동자와 같은 색이다. 거기만 바라보고 있으면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바람이 불고 꽃잎이 흔들린다. 히죽히죽 싫은 옅은 미소를 짓지 않는 오웬의 모습이 낯설었다. 지금 여기 있는 오웬이 어렸을 때의 오웬일까.

     

    오웬: ……뭐할 거야?

     

    카인: 글쎄……. 뭘 좋아해?

     

    오웬: ……모르겠어…….

     

    움츠러들며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오웬은 고개를 숙였다. 여느 때와 같은 긴장감은 전무하다. 속눈썹의 그림자 형태조차 관찰할 수 있다.

     

    카인: 수다는?

     

    오웬: 조금 좋아.

     

    카인: 알았어. 오웬에 대해 물어봐도 될까?

     

    오웬: ……응…….

     

    오웬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역시 길 잃은 아이 같다. 겉보기의 눈빛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오웬은 내가 좋아하고 싶어. 겁먹지 않으려고 나는 온화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카인: 가족은?

     

    오웬: ……모르겠어…….

     

    카인: 그런가……. 어디에 살았어?

     

    오웬: ……모르겠어……. 어두운 곳…….

     

    카인: 그렇구나……. 그랬구나……. 불쌍하게도.

     

    오웬이 고개를 든다. 나는 오웬이 예전에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착하게 있겠다면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도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카인: ……윽.

     

    갑자기 오웬이 나의 팔을 잡았다. 경계하며 숨을 죽인다. 진흙에 더러워진 손가락 끝이 나의 소매를 적셨다. 수줍어하면서 오웬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오웬: 그런데 기사님이 와줬어.

     

    나는 놀랐다. 잔잔하게 웃는 오웬은 조심스러운 청년처럼 보였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처럼 착각하게 된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은빛 그림자를 드리웠다. 오웬은 움직이지 않았다.

     

    카인: …….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내손목에 걸린 오웬의 손가락을 천천히 뺐다.


    10화 기사님이 선택해

     

    눈을 깜빡이며 오웬이 나를 쳐다본다.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불쾌한 듯이 두 눈이 일그러졌다.

     

    오웬: …….

     

    카인: 오웬인가. 돌아왔구나.

     

    오웬: 또 이런……. 아아, 진짜 짜증나. 

     

    카인: 기다려줘.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오웬: 중요한 이야기?

     

    카인: 너의 액재의 상처 말이야. 이제 모두에게 이야기하자.

     

    무서운 살의를 뿜으며 오웬은 나를 쳐다보았다.

     

    오웬: 무슨 소리야.

     

    카인: 지금 어린 네가 리케와 이야기하고 있었어. 케르베로스에게 물리면 리케의 목숨이 위험해.

     

    오웬: 몰라.

     

    카인: 너를 위해서이기도 해! 내가 많이 다쳤을 때도, 너는 후회했을 거야.

     

    오웬: 하?

     

    카인: 리케나 미틸이나 클로에가 모르는 사이에 다친다면, 너는…….

     

    내 말을 가로막듯이 오웬이 일어섰다. 험악하고 찌푸린 두 눈에 격렬한 분노가 번지고 있다.

     

    오웬: 아무래도 좋아. 누가 돌이 되든 내 알 바 아니야.

     

    카인: 오웬!

     

    오웬: 몰라! 왜 나한테 말하는 거야. 네가 말하고 싶으면 멋대로 말하고 다니면 되잖아. 왜 일부러 물어보는 거야?

     

    카인: 네가 말했잖아. 히스를 도와줬을 때.

     

    오웬: 하? 언제?

     

    카인: 검은 짐승이 된 히스를 재워줬을 때. 그때 말했잖아. 그때의 자신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오웬은 눈썹을 치켜들며 한껏 입을 구부렸다. 그 표정은 매우 뛰어났다. 남에게 기가 막혀 바보 취급 당할 때의 얼굴이라는 제목을 붙여 벽에 장식해 주고 싶을 정도다.

     

    오웬: 하아? 그래서? 나한테 허락을 받는다고?

     

    나는 겁먹으면서도 있는 힘껏 솔직한 마음을 설명했다.

     

    카인: 이쪽은 도움을 받은 입장이다. 배신하면 불성실하잖아.

     

    오웬은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히죽히죽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저질스럽고 싫은 웃음을 짓는다. 나도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이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걸까. 아까까지만 해도 그림에 그려진 성인처럼 무구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오웬: 헤에 …….기사님은 성실하고 싶구나. 나 같은 상대라도 공평하게. 역시 정의를 사랑하는 중앙의 마법사다워.

     

    카인: ……알아줬다면…….

     

    나를 내려다보며 오웬은 흐뭇하게 웃었다.

     

    오웬: 하하……. 허락 같은 건 할 리가 없잖아. 기사님이 골라.

     

    카인: 골라……?

     

    오웬: 불성실하게 나의 상처를 말하고 다닐지. 내가 언젠가 케르베로스의 먹이로 삼을 누군가의 생명을 지킬지. 기사님의 정의는 어느 쪽이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절구하는 나를 비웃으며 오웬은 기분 좋은 듯 목을 울렸다. 

     

    오웬: 큭큭……. 자, 해 봐. 너의 정의와 성실함을 관찰할 수 있다면 말이야.

     

    오웬에 대한 의리를 지킬지. 그에게 상처받을 가능성이 있는 동료들을 지킬지. 평범하게 생각하면 동료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오웬을 배신하고 모두에게 그의 상처를 알리고 다녀야 한다.

     

    카인: (알고 있어. 하지만…….)

     

    나에게 배신당하는 것을, 오웬도 바라고 있는 것 같아서.

     

    오웬: 자. 언제까지 정의의 사도로 있을 수 있을까?

     

    오웬이 내 턱을 잡는다.

     

    오웬: 자, 결정해. 어떻게 할 거야? 상냥한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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