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었던 자신에게 1화
음……. 역시 안되겠네.
시노: 뭐하고있어, 현자.
아, 시노. 이 체스트가 안 열려서요.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 물건이라 어쩌면 찌그러져 버린 것일지도 몰라요. 마법사의 가구 수리는 어떻게 부탁해야 되는걸까요…….
시노: ……아니. 이건 이제 쓸모가 없어. 무리하게 수리하느니 교체하는게 나아. 모처럼이니 블랑셰가에 가보는게 어때? 마침 주말에 히스가 귀성하니까 부탁해보자.
그러고보니 히스의 친가는 가구와 공예품이 모두 명산품이었었죠. 부탁 좀 해볼까나.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동행했지만)
집사: 어서오세요, 히스클리프 님.
히스클리프: 아아, 지금 돌아왔어. 시노는 나 대신 현자님을 부탁해.
시노: 알겠습니다.
(둘 다 평소의 친구 같은 분위기와는 다르네. 히스는 점잖은 도련님 같고, 시노도 종자답게 늠름하다……)
히스클리프: 현자님, 시노가 안내할테니 공방쪽으로 오세요. 현자님의 부탁이라면 장인들이 특별 주문품을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저도 함께 가고 싶지만…… 괜찮다면 나중에 감상을 들려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네. 일 열심히 하세요, 히스.
시노: 현자, 공방은 이쪽이야. 간다.
(아, 평소대로의 시노다. 아까같은 모습도 멋있었지만 역시 평소의 모습이 더 대하기가 쉽네……)
시노: 잠시 실례 좀 하지.
견습 장인: ……시노?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는거야.
시노: 현자가 부탁을 하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다. 사전에 이야기는 해두었을 텐데.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실례할게요.
견습 장인: 아, 네…….
(응? 왠지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어……. 시노랑 나이가 비슷한 것 같은데, 별로 안 친한가?)
소박한 인상의 소년은 어딘지 모르게 야무진 눈으로 이쪽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면 도망치듯 고개를 돌린다.
시노: 현자, 체스트를 원하는거지. 어떤 게 좋아? 여기엔 뭐든지 있어. 특별 주문으로 만들거면 멋진 걸로 하자.
(시노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시노: 뭐야.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이즈는 이전 것과 같은 느낌으로 부탁드리고 싶어요. 색깔이나 디자인은 보고 정하려고요.
시노: 그럼 크기는 이 정도인가. 시간은 있으니까 천천히 구경해.
아무것도 아니었던 자신에게 2화
예쁘네요……! 이렇게 아기자기한건 처음 봐요.
시노: 흐흥, 그렇지. 블랑셰 조각이라고 해. 최고급의 대명사로 불린다. 동쪽 나라의 장인은 대단하지만, 특히 블랑셰의 장인은 일류니까.
(기뻐보여. 시노는 정말 블랑셰를 좋아하는구나……)
거의 예술품으로 장식해놓고 싶을 정도에요. 특히 이 조각은 꽃잎의 부드러움과 풋풋함이 전해져와서 정말 멋있어요.
시노: 좋은 안목을 가지고 있구나, 현자. 그건 숲에서 나는 광석을 쓰는 거야. 꽤 귀한 놈이네.
견습 장인: 아, 그 조각은…… 죄송합니다. 지금 재료가 떨어져 바로 만들 수가 없어서…….
시노: 뭐야, 그런건가. 내가 내일이라도 가져다줄게.
괜찮은건가요?
시노: 아아, 모처럼 블랑셰의 작품을 마법서에 두는거니까. 제일 좋은 걸 만들어서 다른 애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그렇군요! 시노, 고마워요.
견습 장인: …….
이것저것 보다가 시간이 다 가버렸네요.
시노: 하지만 마음에 드는걸 주문할 수 있었지? 나도 완성이 기대돼.
집사: 아아, 현자님. 여기 계셨군요. 괜찮으시다면 저녁 드시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도련님도 곧 돌아오실거에요.
신경 써주져서 감사합니다. 꼭 함께하게 해주세요.
집사: 네, 요리사들도 좋아하고 있어요. 맞다 시노. 너도 공방에 갔었지. 견습 녀석 못 봤어? 아까 숲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봤는데…….
시노: 숲에? ……알았어. 만약을 위해 가볍게 둘러보고 오지. 내친 김에 나무딸기를 따올까? 좋은 장소가 있거든. 저녁의 디저트로 해달라고 해야겠다.
그러면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아직 해가 떨어질 때까지 시간도 있고, 식전 산책에 딱 좋은 것 같아서요.
시노: 상관 없지만 나에게서 떨어지지 마.
시노: 현자, 발 밑을 조심해. 나무뿌리가 자라나고 있어.
앗, 감사합니다... 왠지 무서워졌네요.
시노: 아아. ……신발 자국이 있네. 방금 생긴거야. 그 녀석, 진짜 숲에 들어간건가.
쫓아가는 것이 좋겠죠?
시노: 그러고 싶지만 이 앞에는 길도 없고 짐승도 나와. 해도 지고 하니 더 이상 현자를 데려갈 수는 없어. 히스의 손님이기도한 너를 위험한 꼴에 당하게 하지는 않을거니까. 나무딸기도 땄으니 돌아가자.
에, 지금 소리는……?
목소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낮에 만난 견습 소년이 늑대 같은 짐승에 둘러싸인 모습이 보였다.
시노: 저 녀석.....!
아무것도 아니었던 자신에게 3화
시노: '맛차 스디파스!'
주문과 함께 시노의 큰 낫이 번쩍이며 일섬으로 늑대들을 휘저어 놓는다. 순간 도망쳐 나온 울음소리 뒤에는 깊은 안도의 한숨이 울렸다.
시노…….
시노: 어이, 왜 혼자 숲에 들어갔어? 숲지기의 안내 없이 걷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너도 알고 있잖아.
견습 장인: ……이걸. 조각에 쓸 광석을 캐러 온 거야. 현자님이 갖고 싶어 했었으니까…….
시노: 하? 그건 내가 내일 가져다주겠다고 했잖아.
견습 장인: ……너만 활약하잖아! 마법사 주제에 너만 히스 도련님이나 현자님께 도움이 되어서……. 얼마전까진 그냥 몸종이었으면서!
(이 사람…… 시노를 조금 닮은 것 같아. 시노도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역할을 원하고 있으니까.)
시노: 역할이라면 있어. 너는 블랑셰의 장인이 될 거야.
견습 장인: 에?
시노: 그건 나와는 다른 히스나 이 나라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틀려?
견습 장인: 트, 틀리지 않았어…….
시노: 그럼 돌아간다. 저녁을 못 먹게 돼.
견습 장인: 아…… 기다려줘, 시노. 도와줘서 고마워. ……아까 너, 멋있었어.
시노: ……재치있는 대사군.
시노: 그럼, 조심히 돌아가.
공방으로 데려다 준 그는 수줍어하면서 달려간다. 낮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노에게 손을 흔들면서.
오늘 수고했어요. 시노, 멋있었어요.
시노: 당연하지. 저 녀석은 장인이 되겠지만, 나는 영웅이 될 남자니까. 하지만 쟤 말이 맞아. 몸종의 일도, 숲지기라는 것도 불만은 없었지만 옛날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시노: 네가 나를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했으니까, 나는 영웅이 될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거야. 현자, 이 세계에 와줘서 고마워.
시노…….
히스클리프: 어~이, 시노! 현자님!
죄송해요, 히스. 지금 막 돌아왔어요.
히스클리프: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이렇게 늦게까지 어디에 계셨던건가요?
시노: 비밀이다. 그것보다 배고파.
당당한 시노의 모습에 히스클리프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시노에게 안심을 했는지 어쩔 수 없네라며 눈썹을 숙여 미소를 지었다.
히스클리프: 정말이지……. 어머니가 파이를 구워주셨어. 시노가 좋아하는 레몬파이야.
시노: 아싸! 마님의 파이를 먹을 수 있다니, 현자도 운이 좋네. 빨리 가자!
산책 나가는 강아지처럼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는 시노가 내 손을 끌고 뛰기 시작한다.
시노: 오늘 자고 갈거지? 따온 나무딸기는 내일 아침 잼으로 먹자.
네.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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