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미틸: 으음, 의식을 집중해서…….
피가로: 응, 그거야. 해 봐.
(아……. 남쪽 마법사들이다. 미틸의 마법 훈련인가.)
루틸: 피가로 선생님. 마차를 공중에 띄우는 건 미틸에게는 아직 어렵지 않을까요?
피가로: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미틸이 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레녹스: 루틸도 이 정도 나이에 했었잖아. 미틸도 할 수 있을 거야. 미틸, 힘내.
루틸: 힘내!
미틸: ……네!
피가로: 자, 의식을 집중해.
미틸: 네! 집중 집중…….
(아……! 뒷바퀴만 들어올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 성원을 보냈다.
미틸: ……!
내 목소리를 알아채고 긴장을 띤 미틸의 뺨에 홍조가 생겼다. 의욕을 더한 듯 입술을 꾹 다물고 눈꺼풀을 감았다.
▶ 기도하듯 손을 움켜쥐었다.
미틸은 똑바로 마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천진난만한 눈빛에 깃든 날카롭고 진지한 한줄기 빛에 시선을 빼앗긴다. 여느 때의 귀여운 미틸과는 다른 젊은 전사 같은 격렬함이 있었다.
(……멋있네…….)
미틸: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르쳬!'
미틸이 주문을 외우자마자 뒷바퀴만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마차를 벗어나 하늘로 뛰어올랐다. 마차가 크게 기울었다.
미틸: 아아…….
피가로: 아아, 유감. 실패해버렸네. 괜찮으려나, 이 마차.
레녹스: 제가 고쳐놓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 미틸.
미틸: ……네…….
루틸이 환하게 웃었다.
루틸: 괜찮아 괜찮아. 전에는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뒷바퀴가 하늘로 떴잖아. 미틸이 늘었다는 증거야. 또 힘내자!
그렇죠! 하고 미틸은 금방 웃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물고 루틸을 올려다본다. 풋풋한 눈동자는 억울함과 도전심으로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미틸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틸: ……네. 열심히 할게요.
미틸은 남쪽의 마법사다. 상냥하고 사교적이며 남의 도움을 좋아하는 그들은 언제나 자연친화적이고 온화한 기질을 가졌다. 그중 미틸은 조금 이질적이었다. 밝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형인 루틸을 많이 닮았지만…… 활활 불똥을 흩뿌리는 불꽃 같은 격렬한 열정이 미틸에게 그을려 있었다.
2화
미틸: 하아……. 모처럼 피가로 선생님을 설득해서 강력한 마법을 배웠는데.
미틸은 식당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옆에 있는 리케가 웃는 얼굴로 그를 격려하고 있었다. 떨어진 곳에서 현자의 서를 읽으면서 나는 미틸과 리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리케: 분명 잘 될 거예요.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면서 맑고 바르게 단련을 계속한다면.
미틸: 맑고 바르게…….
리케: 복숭아 껍질을 벗겨줄게요. 이거는 단물에 손가락이 젖어서 힘들지만, 미틸의 마법이 늘기를 기원하며.
미틸: 리케가 먹고 싶은 거죠. 칼로 까는 게 좋아요. 열매가 부드러워서 찌그러지기 쉽거든요.
리케: 하지만 손가락으로 까는 것이 손가락도 달콤한 맛이 되어 이득이에요.
미틸: 가려워져요. 하아……. 리케는 태평해서 좋겠다.
리케: 태평하다고요?
미틸: 리케는 소질이 있잖아요. 제대로 훈련을 시작한 건 나보다 나중인데, 저보다 실력이 빨리 는 것 같아요.
리케: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기 때문이에요. 미틸은 신의 사도로서 더러운 것이 많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틸: 더럽다니…….
리케: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던가.
미틸: 유혹? 땡떙이 치거나 하지는 않아요. 나쁜 짓도 하지 않았고…….
리케: 맛있는 거라던가…….
미틸: 리케가 복숭아를 권했잖아요.
리케: 이건 유혹이 아니에요. 더러운 음식이 아니니까요. 미틸에 대한 기도도 담겨져 있어요.
미틸: 정말이지……. 리케는 바로 멋대로 룰을 만드니까.
리케: ……그럼 안 줄게요.
미틸: 바로 화내고…….
리케: 화내지 않았어요. 신의 사도는 화내지 않아요.
미틸: 저도 더러워지거나 하지 않아요.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공기를 달래려고 나는 모르는 척 다가갔다.
미틸, 리케. 안녕하세요. 독서에 열중해서 눈치채지 못했네요.
3화
미틸: 현자님, 안녕하세요.
리케: 안녕하세요.
사이좋게 간식을 먹고 있군요. 두 사람은 아주 사이가 좋네요. 둘이 친해서 기뻐요.
미틸과 리케는 눈을 마주보며 웃는 얼굴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틸: 네!
리케: 친해요!
그렇죠……!
리케: 지금도 미틸을 위해 기도하고 복숭아를 까고 있었어요.
미틸: 리케는 상냥해요. 제가 우울해 하니까 위로해주고.
우울하다는 것은 아까 마법 수행을 말하는 건가요?
미틸: 네……. 형처럼 잘 되지 않아요. 현자님, 저는 소질이 없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 루틸은 뭐라고 했나요?
미틸: 형님은……. 느긋하게 가자~ 이런 느낌이에요.
루틸 답네요.
미틸: 형님은 제 마음을 모르거든요. 원래 마력이 강하고 대마녀였던 어머니에게 직접 배웠으니까. 아…… 물론 격려해주는 건 고맙지만요.
▶ 레녹스는 뭐라고 했나요?
미틸: 레녹스 씨는 아무 말도 안 해요. 뭔가 조언을 해달라고 해도 응, 응 거리고.
과묵한 레녹스 답네요.
미틸: 그리고 마법은 마음으로 쓰니까 초조함이 반영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느긋하게 지내라고 양을 안겨주고요. 따끈따끈했어요.
▶ 리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리케: 저 말인가요?
내가 리케에게 묻자 미틸의 어깨가 떨렸다. 리케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리케: 저는 아직…… 미틸이나 루틸에게 배우는 단계라서요. 미틸은 좋은 선생님이에요.
미틸: 리케…….
미틸이 안심한 듯 웃는다. 리케도 순진하게 웃으면서 하지만, 이라고 덧붙였다.
리케: 저번에 저는 처음 배웠는데 제가 더 잘했었죠.
미틸: …….
미틸은 희미하게 겁을 먹었다. 리케는 눈치채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런가……. 리케에게 따라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욱 초조하게 훈련하고 있는 걸지도.)
브래들리: 가르치는 방식이 안 좋은 거야.
문득 브래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브래들리는 이쪽으로 오더니 복숭아를 잡고 껍질도 벗기지 않은 채 덥석덥석 갉아먹었다.
4화
리케가 경직되고 미틸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리케: 복숭아가…….
미틸: 가르치는 방법이 나쁘다니, 피가로 선생님의 욕은 하지 마세요.
브래들리: 사실이야.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 네 녀석을 강하게 할 마음이 없어, 피가로 녀석은.
미틸: ……그런…….
브래들리: 너무하지. 네 녀석은 의욕이 넘치는데.
브래들리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복숭아를 다 먹었다. 젖은 손가락까지 빨고 있다.
브래들리: 어이, 남쪽의 작은 녀석. 네 녀석에게 의욕과 근성이 있다면 내가 손을…….
리케: 복숭아……!
브래들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케가 쿵 하고 그를 밀쳤다.
브래들리: 야, 뭐해!?
리케: 미틸을 위해 기도했는데 가로채다니 최악이에요!
브래들리: 시끄러워! 입에 넣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뭐라고 하면 남은 것도 다 가져간다!
리케: 안돼요! 돌려주세요!
브래들리: 흥. 도적이 갚으라고 하면 갚냐.
리케: ……이렇게 할 거야!
브래들리: 어이! 바보! 후추 내려놔!
리케: 에이! 에이! 에이!
브래들리: 에취!
미틸: 아……!
'거대한 재앙' 의 기묘한 상처 때문에 재채기를 하자마자 브래들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리케는 울먹이는 눈으로 비명을 지른다.
리케: 아……. 나머지 복숭아도 같이 없어졌어! 미틸을 위한 복숭아였는데…….
미틸: 신경 쓰지 마세요, 리케. 리케의 마음은 전해졌으니까요.
리케: 하지만, 저도 먹고 싶었는데…….
미틸: 역시 먹고 싶었던 거군요……. 다음에 맛있는 과일을 가져올게요. 남쪽 나라의 과일도 맛있어요.
미틸은 풀이 죽은 리케를 부드럽게 위로했따. 소년끼리의 우정에 나는 따사로운 기분이 든다.
맞다, 미틸. 지금 현자의 서에 마법사의 모두에 대한 것을 쓰고 있거든요.
미틸: 마법사를 현자의 서에?
5화
네. 저는 언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지 모르니까……. 제가 떠난 후에도 미틸들이 생활하기 편하도록 현자의 서에 중요한 것을 적어두려고요.
미틸: 그런가요……. 현자님과 갑자기 이별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쓸쓸하네……. 아직 시간은 많이 있는 거죠.
미틸……. 네. 아마 분명 나중의 이야기예요.
미틸: 다행이다! 죄송해요, 어린애 같은 말을 해서…….
아니에요. 고마워요! 그럼 미틸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될까요?
리케: 이야기하고 오는 게 어떤가요? 저도 저번에 현자님께 말씀 드렸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미틸: 알겠습니다. 그럼 제 방에서 이야기하죠!
여기가 미틸의 방…….
▶ 멋진 책상이네요.
미틸: 감사합니다! 고향에 있었을 때부터 썼던 거예요. 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마을 목수님께 배워서 저와 형이 같이 만들었거든요. 며칠 걸려서 힘들었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책상이에요! 여기 날짜와 이름이…….
진짜다! 좋겠다~. 다음에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미틸: 그때는 저도 도와드릴게요!
▶ 병이 많네요,
미틸: 네! 직접 만든 마법약을 병에 넣고 있거든요.
항상 열심히 하다니 대단하네요. 어라……? 이 납 같은 것도 마법약인가요?
미틸: 아……. 이, 이건, 그……. 사용한 총탄을 주운 거예요.
총알……?
미틸: 뭔가……. 멋있어서…….
(남자아이네…….)
▶ 식물을 두고 있네요.
미틸: 네! 방이 밝아지고 식물을 돌보다 보면 좋은 일이 있대요.
좋은 일이란?
미틸: 매일 물주기도 하고 잎의 성장을 보거나 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거나 하면……. 친구가 많아지는것처럼 재미가 늘어난다고 하더라고요.
헤에……. 나도 내 방에 꽃을 장식해볼까.
미틸: 네. 꼭!
미틸: 편하게 있어주세요. 저 혼자서 손님 접대를 하는 건 떨리네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약간 가정방문 느낌이네요.
미틸: 가정방문?
6화
아……. 원래 세상에 그런 게 있거든요. 학교 선생님이 학생의 집에 방문하는.
미틸: 남쪽 나라에서는 그냥 들러요. 조미료나 농기구를 빌리거나……. 형님도 교사지만 다른 집을 도와주러 가거든요.
남쪽 나라는 사이가 좋죠.
미틸: 그렇네요. 항상 계란이나 야채, 약초를 교환하고 있고 다같이 모여서 바베큐도 해요. 돈으로 쇼핑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사람의 집에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맛도 한층 더 좋더라고요!
그런 생활은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러면 바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미틸: 네. 미틸 플로레스. 남쪽 나라 구름의 거리 출신으로 15살이에요. 어머니는 대마녀 치렛타고요.
미틸은 뺨을 풀고 책상 속에서 작은 액자에 든 초상화를 소중하게 꺼냈다. 액자 안에는 예쁜 여자가 미소 짓고 있다. 의지가 강한 듯한 밝은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루틸과 닮았다.
미틸: 어머님의 초상화예요. 어머니는 제가 태어날 때 돌아가셨어요. 그 일을 예감하고 있었다고 하셨는데 저를 낳기 전에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고 형님에게 들었어요.
아름다우시네요! 책상 위에 장식하지는 않나요?
미틸은 찌푸린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미틸: 누군가가 볼 수 있어서 조롱당하고 싶지 않았어요. 여기에는 북쪽 마법사도 있으니까요.
미틸은 북쪽 마법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죠. 뭔가 불쾌한 일이라도 당했나요……?
미틸: 직접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틸은 그렇게만 말했다. 깊이 묻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나도 화제를 바꿨다.
미틸: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은 뭔가요? 특기라던가 못하는 것도.
7화
미틸: 좋아하는 건 고향의 거리와 고향의 친구들, 가족들과 좋은 마법사예요. 콘수프도 좋아해요. 싫어하는 것은 나쁜 마법사. 특기……. 특기라고 할까, 공부중이지만 마법약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마법약?
미틸: 네. 약초를 조제하기도 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약을 만드는 거예요. 마법사는 점쟁이를 하거나 약초를 파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어요. 저는 둘째 아들이니까 언젠가 독립해야 하니까요.
굉장히 잘 생각하고 있군요!
미틸: 제 고향은 마법사가 많지만 남쪽 나라에는 마법사가 없는 마을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혼자 여행도 한 적 없어서……. 외로워지거나 무서워질지도 몰라, 라고 생각해요.
미틸은 솔직하고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미틸: 잘 못하는 것은 마법이려나……. 저는 형님만큼 마력이 강하지 않아요. 피가로 선생님도 열심히 가르쳐주지 않고요.
나는 아까의 미틸을 떠올렸다. 마차를 띄우는데 실패해서 굉장히 분해보였다. 하지만 결코 굴하지 않는 강함에 미틸의 불굴함을 느꼈다.
(피가로는 미틸을 귀여워하지.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가르쳐주는 방법이 나쁘다고 했어……. 아까 브래들리가 말한 건 무슨 뜻일까.)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저에게 미틸의 마법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대기야성형 아닌가요?
미틸: 대기야성형?
재능이 개화하는 것이 느린 타입을 말하는 거예요. 분명 인간과 마찬가지로 마법사에게도 여러 타입이 있는 걸 거예요.
미틸: 그렇구나……. 그러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현자님.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미틸의 웃는 얼굴에 나도 똑같이 웃었다.
8화
그렇다면 선생님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브래들리는 미틸을 신경쓰는 것 같고 꽤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던데요.
미틸은 난처하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다.
안되려나……? 피가로에게 나쁜 걸까요……?
미틸: 피가로 선생님은 신경쓰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브래들리 씨는 북쪽 마법사잖아요.
그, 그렇죠.
(피가로도 북쪽 출신이지만…….)
미틸: 북쪽 마법사에게 배우면 북쪽 마법사처럼 되어버리잖아요?
그러고 보니 북쪽 마법사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었죠. 그러면…….
▶ 미스라도?
미틸: 싫어해요. ……형님에게는 비밀이지만. 어머니와 아는 사이라고 들었는데 칠칠지 못하고 잘난 척 하고 형님에게 계속 다가가고……. 하지만 얼굴은 멋있어요.
(의외로 얼굴은 보는구나…….)
▶ 오웬도?
미틸: 절대 무리예요! 심술궃고 으스스하고 이상한 사람이고. ……하지만 저번에 만난 오웬 씨는 왠지 이야기하기 쉬웠딸까…….
그런가요?
미틸: 네. 초콜릿을 줬더니 좋아했어요.
(그건 기묘한 상처의 오웬이었을지도…….)
▶ 스노우와 화이트도?
미틸: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은…….
싫지 않나요?
미틸: 북쪽의 마법사지만 여러가지 가르쳐주고 과자를 주거나 친절하니까요.
젊은 아이들을 좋아하니까요.
미틸: ……그 두 분은 별개지만, 북쪽 마법사는 역시 싫어요!
하지만……. 북쪽의 마법사에게도 배울 건 있을 거예요.
9화
오즈는 북쪽 출신이지만 오즈에게 마법을 배운 아서는 별로 북쪽 같지는 않고요.
미틸: 그럴지도……. 그럼 괜찮으려나…….
북쪽 마법사에게도 북쪽의 좋은 점이 있어요. 그렇게 싫어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미틸: …….
어렵다는 얼굴로 미틸은 입을 다물었다. 손톱 끝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다.
미틸: ……저, 집에 틀어박혀있던 시기가 있었어요.
집에 틀어박히다니……. 어디 아팠나요……?
미틸: 아뇨……. 사람을 만나는 게 싫어서 학교도 안 갔어요. 반 년 정도…….
어째서…….
미틸: 마법사는 훌륭하다고 아버님이나 형님이나 거리의 사람들에게 배웠어요. 천국의 어머니도 멋진 마녀라고. 하지만 평소에는 가지 않던 큰 거리로 형님과 쇼핑을 나갔을 때 짐을 싣기 위해서 마법을 썼어요. 그걸 본 아저씨가 비명을 질렸어요. 마법사다. 마법사가 있다고.
아…….
미틸: 저, 깜짝 놀라서……. 비명을 듣고 잘해줬던 주변 사람들도 일제히 저희를 노려봤어요. 마법사? 뭔가 도둑맞았나? 저주 받았나? 아이를 노린 건가? 시끌벅적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되어 우왕자왕하다가 형님이 저를 말에 태우고 그대로 데려가 줬어요.
미틸: 엄청 충격이었어요……. 마법사가 미움받는 것이. 그래서 밖에 나가기 싫어져서……. 형님에게 설득당해도 레노 씨나 피가로 선생님의 위로를 받아도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무서워서, 슬퍼서…….
미틸…….
미틸의 말에 나도 충격을 받았다. 어릴 때 그런 경험을 하면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미틸은 잘못한 게 없는데.
미틸: 하지만 피가로 선생님이 알려주셨어요. 세상에는 좋은 마법사와 나쁜 마법사가 있고…… 나쁜 마법사에게 혼난 사람은 마법사를 오해하고 싫어하게 된다고. 미틸이 좋은 마법사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면 마법사를 좋아해 줄 거라고.
미틸: 그걸 듣고 안심했어요……. 마법사가 무조건 미움 받는 게 아니라고 해서. 그리고 조금씩 사람 만나는 연습을 해서 학교에도 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10화
미틸: 그때 피가로 선생님에게 물어봤어요. 나쁜 마법사라는 건 어떤 마법사냐고. 피가로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북쪽 마법사같은 타입이라고.
(피가로……. 스스로 목을 조르다니…….)
미틸: 그런 일이 있어서 저는 북쪽 마법사처럼 되고 싶어요. 브래들리 씨도 죄수잖아요? 저를 돌봐줄 때도 있지만 나쁜 마법사예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나쁜 마법사라고 해서 나쁜 짓만 하는 건 아니에요.
미틸: …….
좋은 마법사라고 해서 좋은 일만 하지 않는 것과 똑같아요. 미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미틸이 골라도 되지 않을까요.
미틸: 현자님……. 그렇네요……. 알겠어요. 제대로 이야기를 들을게요.
네. 꼭 그렇게 해주세요.
미틸: 현자님. 제 마도구를 보여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보고 싶어요!
미틸은 수줍어하면서 투명하고 예쁜 유리병을 나에게 보여줬다.
미틸: 이거예요. 평소에는 약초를 모을 때 사용해요.
멋진 유리병이네요.
미틸: 제가 학교에 가지 않았을 대 거리의 어른들이나 학교 친구들이 과자를 잔뜩 넣어서 가져다 준 거예요. 또 놀자고. ……굉장히 기뻤어요. 이 유리병은 저의 보물이에요. 이런 멋진 선물을 할 수 있는 그런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미틸의 웃는 얼굴에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불가사의한 세계에는 미틸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있지만, 미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있다. 나도 그런 하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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