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루틸: 라라라~♪
아…… 루틸이다. 콧노래를 부르다니 기분이 좋아보이네. 뭐하고 있는 걸까?
안녕하세요, 루틸. 뭘 하고 있나요?
루틸: 안녕하세요, 현자님. 안뜰에 예쁜 꽃이 피어 있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에! 꽃 그림을……. ……꽃 그림!? 이, 이건…… 어떤 꽃 그림인가요……?
루틸: 후후. 어떤 꽃으로 보이시나요?
으음…… 너무 예술적이어서……. 꽃이라고 할까, 채소나 파충류로도 보이는 가능성이 넘치는 그림이구나 싶어서…….
루틸: 후후, 그렇죠! 예술은 폭발이니까요. 쾅쾅 가지 않으면!
▶ 대담한 터치라 놀랐어요.
루틸: 자주 들어요! 그림 그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왕이면 기분 좋게 그려야죠! 저는 마음껏 대담하게 그리는 걸 좋았거든요. 화필을 달리는게 재밌어서.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루틸, 즐거워 보이네……. 즐거워 보이는 루틸을 보니 나도 그림이 그려보고 싶어졌어. 다음에 그려볼까)
▶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나요?
루틸: 네! 정말 좋아해요! 좋아하는 경치나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색을 사용하고 좋아하는 색끼리 섞어 원하는대로 그릴 수 있잖아요? 좋아하는 걸 잔뜩 고를 수 있으니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과연! 뷔페 같은 느낌이네요.
루틸: 에헤헤. 무엇보다 집중해서 그리는 시간이 좋네요. 열중하고 있는 시간은 행복해요!
루틸: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캘리그래피도 잘하거든요.
캘리그라피요?
루틸: 글씨를 예쁘게 보이기 위한 기술이죠. 쨔잔! 이것이 제가 발명한 루틸어!
와아……! 역시 학교 선생님! 글씨가 예쁘네요! 멋스럽고 귀여워요!
루틸: 에헤헤, 감사합니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공부중이거든요.
그림책이요?
루틸: 네. 아이들에게 뭔가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림책이 최고니까요!
2화
루틸: 인간도 마법사도 사이좋게 살 수 있습니다 라는 그림책을 만들어서 전 세계로 넓히는 것이 꿈이에요.
멋진 아이디어네요!
루틸: 그렇죠! 아서 님께도 말씀 드렸더니 감격해주시고 자금을 지원해 준다고 하셨어요!
아서도 책을 좋아하죠.
루틸: 오즈 님의 그림책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책에 나오는 오즈 님은 대체로 체모가 짙은 거인으로 그려져 있으니까요.
그, 그런가요?
루틸: 그 외에는 초승달 같은 수염을 가진 뱀 같은 남자라던가……. 오래된 마법사의 외모는 잘 전달되지 못하거든요. 어머니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던 적이 있고요.
치렛타 씨는 대마녀죠? 어떤 식으로 그려져 있었나요?
루틸: 뭔가 이렇게…… 괜히 가슴만 강조된, 나쁜 성격의 여자로…….
그거, 미틸에게는 보여줄 수 없겠네요…….
미스라: 그런 여자였어요.
루틸: 미스라 씨…….
미스라: 치렛타의 얘기죠? 요염하고 나빠보이는 대식가의 여자였어요. 술을 많이 마시고. 술버릇이 나쁘고…….
루틸: 정말이지, 미스라 씨. 어머니에 대해 나쁘게 말씀하지 마세요. 어머니는 요리를 잘하는 얌전한 분이셨어요.
미스라: 치렛타는 요리 같은 거 안 해요. 뱀의 머리를 물어뜯고 생고기를 먹는 여자였죠. 그 영향으로 저도 생고기만 먹었어요.
루틸: 무……. 옛날에는 그랬다고 쳐도, 저희와 살고 있는 어머니는 달랐어요.
루틸의 어머니에 미스라가 아는 마녀죠. 멋진 여성이네요.
▶ 요리를 잘하고 얌전한 여자라니.
루틸: 그렇죠!
미스라: 내숭이에요. 인간 남자 따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것저것 꾸미고 있었으니까요.
루틸: 꾸민다는 말투는 듣기 거북해요. 좀 더 이렇게, 사랑을 위해서 노력한다던가…….
미스라: 노력……. 그 결과, 맺어진 상대도 대단한 남자는 아니었지만 말이죠…….
루틸: 아버지는 자상하고 멋있는 훌륭한 교사였어요!
미스라: 평범하고 평범한 남자였어요. 많이 만나본 적은 없지만.
▶ 요염한 대식녀라니.
미스라: 멋진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런 느낌이었어요.
루틸: 어머니는 많이 안 드셨어요! 스타일은 좋았지만, 옷도 제대로 입으셨고요.
미스라: 뭐, 언제나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던 건 아니지만…… 화려하고 과격한 복장을 좋아하던데요. '뇌쇄 당했어?' 라고 자주 물어봤었죠.
루틸: 뇌…… 뇌쇄 당했나요?
미스라: 아니…… 별로……. 뱀 같은걸 먹고 있는걸 보니까…….
3화
루틸: 아무튼 어머니는 요리 매너도 잘 지키셨어요. 미스라 씨도 식사 예절, 기억해 주세요.
미스라: 하아…….
루틸: 미스라 씨! 말하는데 옆에서 들새 잡지 마세요!
미스라: 식사 이야기를 하고 있더니 배고파져서…….
루틸: 불쌍하잖아요! 자, 하늘로 날아가렴.
미스라: 시장에서 파는 닭고기는 먹으면서 하늘을 나는 새를 먹는 건 불쌍한가요?
루틸: 그 말을 들으면……. 미스라 씨한테는 둘 다 똑같은가요?
미스라: 똑같아요. 신선한 것이 맛있다, 정도로……. 당신에게는 무엇이 다른가요?
루틸: ……기분이랄까…….
미스라: 하아…….
루틸: 정말이지, 미스라 씨와 이야기하다 보면 제가 더 위선자인가 싶어요.
미스라: 당신은 좋은 사람 아닌가요?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죠? 아이를 돌보는 건 좋은 사람이잖아요.
루틸: 미스라 씨…….
루틸이랑 미스라는 많이 친해졌네요.
루틸: 네! 동경하고 있던 댄디한 아저씨와는 조금 이미지가 달랐지만…… 어머니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고요. 저희들 친해졌죠? 미스라 씨.
미스라: 그런가요?
루틸: …….
미스라: 저런 약속만 없었다면 당신들 형제따위 저는 별로 상관 없는데요. 약한 주제에 입도 시끄럽고……. 어라? 이 도화지는 뭔가요? 개구리 시체를 밀어붙였나요? 무슨 이유로?
루틸: …….
미스라: 아프네……! 스케치북으로 쳤죠!? 당신, 비교적 폭력적이라고요!
루틸: 됐어요. 미스라 씨는 바보.
기, 기다려 주세요! 루틸!
4화
루틸: 현자님…….
루틸, 방에 있어서 다행이네요.
루틸: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미스라 씨에게 화가 나서, 현자님마저 두고 와버리다니……. 미스라 씨에게도 나쁜 짓을 했네. 나중에 사과하고 화해해야지.
밝은 눈동자로 눈을 깜빡이며 루틸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뿌리를 내리거나 우울해하지 않는다. 나는 감탄해서 루틸에게 말했다.
(루틸은 귀여운 마법사네.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친절하고 상냥하고 밝고……. 좀 더 루틸에 대해 알고 싶어))
루틸, 만약 시간이 된다면 루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요? 제가 언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들에 대해 현자의 서에 적고 있거든요. 루틸이 하고 싶은 것이나 싫어하는 것. 뭐든지 좋으니 자세하게 들려주세요.
루틸: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버렸을 때라니……. 외로운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현자님.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루틸: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건 좋아해요. 잔뜩 얘기해요. 괜찮으시다면 제 방으로 와주세요.
그래도 되나요?
루틸: 물론이에요. 맛있는 차를 가져다 드릴게요!
5화
여기가 루틸의 방…….
▶ 식물이 많네요.
루틸: 네! 식물을 돌보는 걸 좋아해요. 계절을 느낄 수 있고, 함께 있으면 친구 같은 기분이 들고.
친구요?
루틸: 네. 좋은 일이 있었던 날에는 함께 기뻐해 주는 것 같고, 식물이 기운이 없으면 저도 걱정하게 되고……. 우울할 때 식물을 보고 있으면 너는 무럭무럭 자라서 대단하다고. 나도 힘내자고 용기를 얻을 수 있어요.
루틸: 현자님도 방에 식물을 장식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그림책이 많이 있네요.
루틸: 마음에 드는 책을 모았거든요. 헌책방에서 오래된 그림책을 모아 직접 보수한 것도 있어요.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개개인에 맞춰 추천하는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습니다. 용기를 내고 싶은 아이에게는 모험책, 친구와 싸워버린 아이에게는 동료를 아끼는 책이라던가…….
멋지네요. 다음에는 저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을 알려주세요.
▶ 그림이 많이 있네요.
루틸: 네.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그림을 바꾸기도 해요. 기분도 나아지고 즐겁거든요.
그렇군요. 루틸은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생각을 하니 재밌을 것 같아요.
루틸: 제 방에서 항상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풍경으로 하고 싶어요. 이 그림은 학생들에게 받은 거예요. 이게 저!
와아, 귀여워!
루틸: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일단이라는 느낌이지만요. 좀 더 소품을 꾸미고 싶네요. 중앙 나라는 꽃도 많이 피어서 방도 화사해질 것 같아요.
남쪽 나라에는 꽃이 많이 피지 않나요?
루틸: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물이 풍부한 땅이 아니라서 열심히 피어나는 아이가 한정되어 있죠.
루틸: 남쪽 나라는 엄청 넓고, 아무것도 없어요. 옆 동네까지 가는 것도 멀어서 날씨 때문에 마차가 멈추면 큰일. 그래서 마법사는 귀한 대접을 받아요. 저는 폭풍우도 토네이도도 무섭지 않아서 항상 심부름을 가고 있었습니다.
대단하네요. 폭풍우가 오는 날이나 토네이도가 온다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건 무서울 것 같은데.
루틸: 전혀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지만…… 두근거리거든요! 제가 마법사라서 그런가? 아, 그런데 미틸은 무서워해요. 그 아이는 약학 공부를 하고 있으니 본인만의 약초밭이 있거든요. 그래서 토네이도는 정말 싫다고. 밭이 엉망이 될 때마다 울상을 짓고 있었어요.
아끼던 것이 망가지면 풀이 죽어버리죠. 루틸은 괜찮나요?
루틸: 그렇네요. 막 만든 오두막이 날아가거나, 수확 직전에 과수원이 너덜너덜해지거나……. 그럴 때는 물론 실망하지만, 다시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루틸은 단정한 외모에 사랑스러움과 씩씩함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루틸: 현자님. 남쪽 나라는 아무것도 땅을, 저희의 할아버지나 그 할아버지 분이 개척하셔서 태어난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모두들 없는 것이 당연하고 어떤 걸 너무나도 좋아하죠.
루틸: 대개 매일 밥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별과 바람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항상 행복해요. 없을 때는 없는대로 신납니다. 내가 목수도 가수도 셰프도 디자이너도 된다. 만들 때부터 재밌으니까요.
(이런 사고 방식, 좋다……)
6화
허세도 없는 루틸의 민낯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점점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가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함께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다.
그러면 루틸,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 드려도 될까요?
루틸: 네! 이름은 루틸 플로레스. 나이는 20살. 5살 어린 남동생이 있어요. 아버지는 교사였고 어머니는 마녀였습니다. 어머니가 미틸을 낳아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의 일을 돕고…… 18살에 저도 교사가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읽고 쓰기와 돈의 사용법, 사회의 구조와 나라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루틸: 특기는 캘리그래피. 약간의 부상을 치료하는 치유마법이 특기에요. 하늘을 나는 것도. 취미는 창작일까요. 이야기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법사의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루틸: 또, 그 외에는…… 술도 좋아해요!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게 좋아요. 낭독회는 하는 것도, 초대받는 것도 좋아하네요.
노래하고 춤추다니 재밌겠네요!
루틸: 마법사는 모두 다 좋아할 거예요! 피가로 선생님도 춤을 잘 추시고, 레노 씨도 노래를 잘 부르시거든요. 분명 미스라 씨나 아서 님…… 오즈 님이나 파우스트 님도 초대하면 춤 춰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오즈나 파우스트가 추려나……?
루틸: 인간들도 다 좋아하지 않나요? 남쪽 나라에서는 모두가 모이면 누군가가 연주하고 춤을 추고 있었어요.
홈 파티군요! 그럴 때에…….
▶ 피가로는 뭘 하고 있나요?
루틸: 피가로 선생님은 발이 넓고, 자연스럽게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인사하거나 챙기거나 바쁜 것 같아요.
피가로 답네요.
루틸: 본인은 천천히 술을 마시면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역시 의지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라서 여러가지 해주세요.
▶ 미틸은 뭘 하고 있나요?
루틸: 미틸은 항상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네요. 밥도 챙겨주고, 작은 아이도 봐주고. 하지만 마지막에는 친구와 함께 정원을 뛰어다니며 논다던가?
미틸 답네요.
루틸: 저번 파티 때는 친구들과 함께 연주회를 해줬거든요. 열심히 밴조 연습을 해줬어요!
▶ 레녹스는 뭘 하고 있나요?
루틸: 레노 씨는 남자들과 함께 마시고 있는 경우가 많네요. 개구쟁이 젊은이를 돌봐준다던가.
레녹스 답네요.
루틸: 거기서 데리고 나와서 레노 씨에게 마음이 있는 여자아이들이 끌기도 하는데요, 레노 씨는 둔해서 꽤…….
아하하. 알 것 같아요.
루틸: 그리고 레노 씨는 바비큐를 잘해요. 고기꼬치가 잘 구워지거든요!
언젠가 저도 참가하고 싶네요. 루틸의 마도구를 볼 수 있을까요?
루틸: 물론이에요. 제 마도구는 날개 펜이에요.
와아…… 예쁘네요.
루틸: 어머니가 선물해 주셨어요. 루틸은 글씨를 잘 쓴다고……. 저의 소중한 보물이에요.
7화
……루틸과 미틸의 어머니는 미틸을 낳았을 때 돌아가셨죠…….
루틸: 네……. 어머니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운명을 눈치채고 계셨던 것 같지만요. 미틸이 태어났을 때 난산이었거든요. 피가로 선생님도 없었는데 어머니가 부르더니…… 아기를 낳으면 엄마는 죽을 것 같아. 태어난 아기도 죽을 것 같아. 루틸, 한 사람밖에 도울 수 없어. 그러니까 아기를 살려줘. 형이니까 잘 부탁해.
그렇군요……. 루틸은 망설이지 않았나요?
루틸: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동생을 도와야 한다며 열심히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소원이 하나님께 전달되었겠죠.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가버리셨지만, 미틸은 건강하게 자라줬습니다.
루틸은 기쁜 듯이 웃었다. 미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다정한 미소다.
루틸: 그 때, 저는 제 마력을 반쯤 미틸에게 주고 미틸을 구했다고 피가로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마력을 넘기다……. 그럴 수가 있군요.
루틸: 저도 잘 모르겠는데 그런 것 같아요.
루틸: 미틸은 가끔 말해요. 나를 돕지 않았다면 형은 강한 마법사였을 텐데. 그런데 저에게는 그런 것보다 미틸이 같이 있어주는 것이 더 중요해요. 이 마음이 미틸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많이 얘기해 주거든요. 미틸이 있어서 즐겁다는걸. 미틸이 있어서 행복하다는걸.
평온하게 눈을 내리깔고 행복한 듯 루틸이 미소 짓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의 행복을 바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마 루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씩씩하고 강한 사람일 것이다. 토네이도나 폭풍이 와도 몇 번이고 일어날 수 있는, 깨끗하고 투명한 불굴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8화
루틸: 아…… 손님이다. 잠깐 실례해도 될까요?
대답하기도 전에 열쇠가 제멋대로 빠지고 힘차게 문이 열렸다. 방 밖에는 미스라가 있다.
루틸: 미스라 씨……! 어째서 마음대로 문을 여는 건가요?
미스라: 하? 당신이 노크하라고 해서 제대로 콩콩 거렸잖아요.
루틸: 그건 대단해요! 하지만 노크를 해도 상대방이 여는 걸 기다려야죠. 보이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면…….
미스라: 보이고 싶지 않은 일? 예를 들면?
루틸: 옷을 갈아입고 있다던가…….
미스라: 보이고 싶지 않나요?
루틸: 저는 별로 괜찮지만요.
미스라: ……? 그럼 괜찮잖아요. 이 대화, 무슨 의미가 있나요?
루틸: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요! 저라면, 그렇네요……. 숙취로 토하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요.
미스라: 그럼 '숙취로 토하고 있어요' 라고 문에 붙여놔요. 안 열을 거니까.
루틸: 알려지기 싫어서 보이고 싶지 않은 거 아닌가요? 정말이지, 태평하다니까 미스라 씨는…….
(이런 부분이 태평하다고 하는 거구나……)
루틸: 무슨 용무이신가요?
미스라: 뭔가 아까 짜증난 것 같아서. 이걸.
미스라는 바구니를 내밀었다. 짜증이라는 말에 핏대를 올리던 루틸은 선물에 눈을 반짝거린다.
루틸: 선물? 저한테 말인가요? 와아, 뭘까!
루틸이 바구니를 들여다보자, 안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9화
대량의 개구리였다.
미스라: 개구리입니다. 아까 개구리를 스케치북에 밀어 넣고 으깨고 있었잖아요. 좋은 취미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뭐. 당신이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루틸: …….
미스라: 기분 좋아졌나요?
루틸은 심호흡을 하고 미스라를 올려다 보았다. 그 눈에 비치는 건 동경하는 미스라 아저씨인가. 아니면 자신이 그린 그림에 마구 트집을 잡고 개구리를 운반해 온 태평한 아저씨인가. 나는 모르겠지만……. 루틸은 환하게 웃었다.
루틸: 화해하러 와주신 거군요. 너무 기뻐요.
미스라: 하아…… 그런가요.
루틸: 저도 아까는 죄송했어요. 화해의 표시로 이 개구리들을 함께 안뜰의 연못에 풀어주죠.
미스라: 안 으깨나요?
루틸: 으깨지 않아요!
미스라: 기름에 튀겨 먹으면 맛있어요.
루틸: 안 먹어요. 연못에 정착하여 개구리가 태어나면, 개구리 부모의 그림을 그릴 거예요.
미스라: 그림?
루틸: 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린다면 미스라 씨에게 선물할게요.
미스라: 필요 없는데요…….
루틸은 바구니로 미스라의 엉덩이 근처를 때렸다.
10화
미스라: 아야.
루틸: 받았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으면 좋아해줬으면 해요. 방에 꾸미거나 아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힘낼게요.
미스라: 하아…….
루틸은 빙긋 웃으며 미스라의 팔을 잡아당겼다.
루틸: 그러면 개구리를 수거하죠. 도와주세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미스라가 루틸의 방으로 들어간다. 머리를 긁어 올리면서 미스라는 아무렇게나 중얼거렸다.
미스라: 그런 식으로 웃었어요.
루틸: 에?
미스라: 치렛타가.
그리고 미스라는 마법으로 개구리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나는 루틸이 기쁜 듯이 뺨을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한 손으로 개구리를 잡으며 즐거운 듯 미스라의 등을 만진다.
루틸: 다행이다!
미스라도 희미하게 웃었다. 거기에는 동경하는 아저씨가 아니라, 어쩔 수 없게 지키게 된 아는 아이가 아니라…… 그냥 친구 사이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관계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몇 번이고 다시 지어지는 오두막처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사랑스럽고 씩씩하게.
아주 멋진 일이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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