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팟에 대한 이야기 (1)
무르: 저만치 해역에서 저만치 산속까지 전부 서쪽 나라 왕가의 영지야! 그 왕가의 결정으로 왕족이라도 나의 허락이 없으면 미개 천문대 근처에는 밝은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되어 있어.
무르의 허락?
무르: 맞아. 아주 옛날에 몇 자 쓰게 했어. 천체관측에는 빛이 매우 방해되는걸!
왕족과 그런 약속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무르…….
무르: 갬블해서 이기고 서약서를 받았어!
과, 과연……. 그래서 이 주변은 서쪽 나라에 보기 드물게 자연이 많이 남아있네요.
무르: 맞아! 도시는 공장 연기와 거리의 불빛으로 시야가 나빠서 최악이라고 샤일록에게 말했더니, '누구 때문일까요' 라고 들었어!
그런가……. 마법 과학 기술의 발전은 무르의 발명과 발견 덕분이었죠. 샤일록에게 혼났나요?
무르: 냥——, 이라고 했어! 샤일록이 화를 낼 것 같을 때에는, 냥——, 이라고 해!
▶ 스팟에 대한 이야기 (2)
무르: 떠올랐다!
무르, 갑자기 왜 그래요? 무슨 중요한 일인가요?
무르: 천문대를 세웠을 때, 샤일록을 제일 먼저 초대했었어. 근데 샤일록은 안 왔어. 이럴 때 샤일록은 항상 두 번째나 세 번째 정도로 보러 와! 제일 안 오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아니면 그러는 편이 나에게 멋있어 보일거라고 생각하는거지.
과, 과연. 옛날부터 두 사람의 우정은 복잡하네요…….
무르: 지금도 그러려나? 시험해보고 싶어!
결국 제일 먼저 온 손님은 누구였나요?
무르: 스노우랑 화이트! 쌍둥이는 옛날부터 새로운걸 좋아해!
▶ 스팟의 추억 (1)
무르: 천문대를 지을 때, 돈이 없었어! 그래서 온 나라 부자들에게서 건설자금을 모았어.
무르가 자금 조달부터 한거였군요.
무르: 맞아! 나, 누구에게 '돈 내줘!' 라고 하는 거 좋아해——!
그, 그렇구나……. 하지만 옛날의 무르는 뭐랄까, 사람을 화나게 하기 쉬웠죠……? 모두 좋아요라고 말해줬나요?
무르: 응! 100% 좋아요라고 말 해.
100%!? 어떤 교섭술로…….
무르: 낸다고 할 때까지 안 돌아가! 라고 하면 모두 내 줘!
(귀찮아…….)
무르: 현자님이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일이 생길 때도, 아마 같은 일을 할 거야! 분명 현자님도 100& 좋다고 말할 걸!
▶ 스팟의 추억 (2)
무르: 천문대를 세울 때, 나보고 소장이 되라고 해서 초대 여소장 파티아와 싸웠었어. 나는 정직이라던가 정착이라던가 절대 무리!
무르는 자유분방한 게 장점이니까요. 어려울 것 같았네요.
무르: 하지만 옛날에는 여자가 입지가 약해서 여자가 소장이 되면 천문대는 금방 망한다면서. 그건 정론이었는데, 어떻게든 파티아를 소장으로 만들었어.
▶ 입을 써서……?
무르: 잔뜩 칭찬하고, 잔뜩 달래줬어!
▶ 어떤 수단으로……?
무르: 현자님도 해볼래?
무르: 어쨌든 천문대의 존속에는 밑그림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그녀를 팔아먹은거야.
팔아먹은, 건가요?
무르: 사교장이나 파티에 나가서, 높은 사람의 마음에 들게 한다! 내 연설로 그녀는 바로 인기인이 되었어! 그래도 미인계라면서 드레스를 보냈더니, 학자라서 이런 건 못 입는다고 혼났어! 좋은 방법이었는데.
(옛날부터 무르는 같이 있으면 휘둘려서 힘든 타입이었군…….)
▶ 스팟의 추억 (3)
샤일록은 옛날에도 천문대에 와본 적이 있죠.
샤일록: 네. 건설하는 동안부터 여러 번 권유받았었으니까요. 완성하고 나중에 보러 갔었죠.
그러고보니 천문대 완성 파티에 가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샤일록: 뜸을 들여야 무르도 조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가게에 와도 천문대 언제 보러 오냐는 얘기 밖에 안 해서 어쩔 수 없이.
참을 수 없는 무르가 눈에 선하네요. 분명히 샤일록에게도 천문대를 보여주고 싶었을 거예요.
샤일록: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거대한 재앙' 일 거예요. 그러기 위한 천문대였으니까요. 마원경을 들여다보기 전에 이런 말을 들었어요. '다시 한 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소개해 줄게!'
우와아…….
샤일록: 얄미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앙갚음을 당했다는 건 무르도 샤일록이 안 오는 거에 마음이 급했다는 거 아닌가요?
샤일록: 이런, 다정한 의견이시군요. 확실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속이 후련해지네요.
▶ 브레이크 타임 (1)
무르: 쿨—— 쿨——.
왓, 무르. 이런 데서 자면 감기 걸려요. 어라, 메모가 있어……? 무르가 쓴 것 같은데, 이쪽의 세계 글자는 읽을 수가 없지…….
어떡하지? 피곤한 걸지도 모르지만, 일어나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고…….
▶ 깨워본다
무르, 일어나 주세요. 무르…….
무르: 음냐음냐…………. 카오——!!
우왓!?
무르: ……쿨——, 쿨——.
▶ 재워둔다
무르: 쿨——, 쿨——.
으——음……. 깨우기 불쌍한 얼굴이네…….
나는 엉겁결에 잠든 무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르: 음냐음냐……. 데굴데굴…….
(기분 좋아 보여…….)
아……. 내 무릎을 베고 또 잠들었어…….
라스티카: 현자님, 무르. 낮잠인가요?
라스티카, 좋은 때에! 이 메모, 읽을 수 있나요?
라스티카: 이건…… 무르의 글자군요. '어젯밤에 달 관측을 하고 오늘 밤에도 달 관측을 할 테니까 아무도 날 깨우지 마!'
깨우지 않는 게 정답이었나!
라스티카: 현자님의 무릎은 잠자리가 편한 것 같군요. 후후, 이렇게 조용한 무르는 흔치 않네요.
확실히…….
▶ 브레이크 타임 (2)
여기 있었군요, 샤일록. 별을 보고 있었나요?
샤일록: 아뇨, 현자님. 저는 별보다는 바다를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 천문대는 바다가 가까워서 파도 소리가 기분 좋네요.
정말이다. 천문대의 이쪽은 온통 바다가 펼쳐져 있네요. 경치 좋다…….
샤일록: 저는 항구도시 태생이기 때문에 바다 옆은 안정이 됩니다. 자, 현자님. 봐주세요.
해면이요? 아…… 바닷속이 빛나고 있어……? 저건, 별……?
샤일록: 후후, 해파리예요. 밤이 되면 모이거든요.
아, 해파리구나! 해파리는 제 세계에도 있었어요. 저렇게 반짝이네요……. 와……. 바닷속이 밤하늘처럼 되었어.
샤일록: 이 근처는 지금의 서쪽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자연이 많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지은 사람의 센스가 좋은 것일까요.
▶ 무르에 대한 인상 (1)
마음이 막 산산조각 났을 때의 무르는 어땠나요?
샤일록: 처음에는 말도 안 통하고 옷도 안 입으면서 날아다녔어요. 마치 짐승 같았군요.
원래의 무르는 굉장히 지성적인 신사였죠. 갭은 충격적이지 않았나요?
샤일록: 충격이라면 충격이었지만……. 조금씩 말이나 정서를 익혀가는 무르는 굉장히 소름끼치고 사랑스러웠어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과 싸우는게 더 힘들었네요.
지금의 무르는 소통이 많이 되잖아요. 어떤 식으로 정서를 키웠나요?
샤일록: 이런, 관심 있으시다면 현자님도 시험해 보겠나요? 조금 자극이 강할지도 모르겠지만.
▶ 무르에 대한 인상 (2)
클로에가 본 무르는 어떤 느낌인가요?
클로에: 으——음, 귀여운 응석받이 느낌. 그리고 많이 만나보지 못한 타입.
확실히 무르 같은 사람은 좀처럼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클로에: 그렇지? 같이 있으면 동물들이랑 노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갑자기 똑똑한 말을 하니까 놀라게 돼.
아하하, 조금 알 것 같아요.
클로에: 그리고 또, 보석을 잘 알아서 옷 장식에 쓸 돌을 고를 때 같이 장 볼 때도 있어. 길가의 돌멩이 같은 싸게 파는 돌이라도, 무르가 알려준 건 깎아서 닦으면 좋은 보석이 돼! 다음에 달 모티브의 액세서리를 만들어 줄 거야. 봐봐, 이게 디자인화.
와아, 멋있어요. 분명 무르가 좋아할 거예요.
클로에: 에헤헤, 그랬으면 좋겠다!
▶ 무르에 대한 인상 (3)
라스티카는 무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라스티카: 위대하고 대단한 분이라고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의 공적을 들었네요. 실제로는 순진한 데가 있어서 사랑스러운 어린이나 동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만……. 느닷없이 철학적인 투구를 받아 말을 더듬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알 것 같아요……. 라스티카에게 뭐라고 말했는데요?
라스티카: 전에 챔발로를 연주하고 있는데 무르가 와서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어째서 너는 챔발로를 연주하는 건가?'
그건…… 철학자가 물어보면 고민할 것 같은 질문이네요…….
라스티카: 그렇죠. 생각에 잠겨도 답이 안 나와서 잠시 동안 저는 챔발로를 치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무르가 다시 와서 물어보더라고요. '어째서 너는 챔발로를 연주하지 않는 건가?'
(우와아…….)
라스티카: 그래서 저는 생각을 접고 챔발로를 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물음이 없으면 생각할 일도 없었다. 그와 함께 자신을 살피는 것은 매우 신기하고 흥미로운 시간이에요.
▶ 무르에 대한 인상 (4)
시노는 가끔 무르랑 놀죠. 무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시노: 딱히 놀지 않아. 저쪽에서 제멋대로 얽혀올 뿐이다. 갑자기 급해졌다가 갑자기 없어져. 변덕이 심해. 그리고 좀 이상하잖아, 쟤.
뭐, 뭐……. 그런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시노: 이상해. 뭔가 수상하고. 숲길 안내 손님으로 오면 거절하는 타입이네.
그런가요?
시노: 저런 놈과 관련되면 위험부담이 너무 커져. 뭐,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고 동료니까 잘 되겠지만.
무르: 시노——! 나비가 있어!
시노: 어이 기다려. 잡고 있어. 죽이지 마.
(가버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 무르에 대한 인상 (5)
레녹스는 무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레녹스: 귀엽네요. 약간 응석꾸리기지만. ……라고 래도, 그가 꽤 연상이니까 실례가 될지도.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알 것 같아요. 얼마 전에 같이 낚시하러 갔었잖아요.
레녹스: 아아, 낚은 물고기를 가져가서 먹어버려서 큰일이었어요. 신선한 생선은 맛있다면서…….
그, 그랬었군요…….
레녹스: 무르는 낚시에 부적합했네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근데 몇 마리 잡은 물고기를 보고 어디 쯤에 무리지어 있을 것 같다던가, 이 다음에 어떤 물고기가 올 것 같다던가. 그런 조언이 전부 맞았어요.
대단하네요. 물고기의 생태나 강의 흐름을 보고 있었던 걸까요……?
레녹스: 아마도. 본인은 기다리는 게 질려서 곧 어디론가 가버렸지만요.
▶ 스팟에 대한 인상 (1)
미개의 천문대는 조용하고 깨끗하고, 좋은 곳이네요.
클로에: 그렇네. 근데 나는 좀 외로운 것 같아.
외롭나요?
클로에: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밤이 되니까 너무 조용해서 간밤에 좀 정신이 없었어. 내 고향은 분주하고 바쁜 거리였거든. 밤 사이에도 어디 가게에서 누가 일하고, 인기척이나 불이 꺼지지 않았어. 그래서 너무 조용한 곳은 혼자가 된 것 같아서…… 좀 그래.
과연. 천체관측에는 적합하겠지만요.
클로에: 마법사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하지만 서쪽 나라의 마법사들은 인기척이 많은 곳을 좋아해. 마법서의 모두에게 특이하다고 듣는 건 조금 알 것 같네.
▶ 스팟에 대한 인샹 (2)
카인: 여기는 밤하늘이 아름답네. 마치 별을 보기 위해 생긴 곳 같아. 이렇게 넓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르고 사라져.
그렇네요…….
카인: 우주의 일이라던가, 세계의 일이라던가……. 내일 저녁은 뭘까 같은 거.
에? 갑자기 생각의 규모가 작아졌네요……?
카인: 여러 가지 생각이라고 했잖아.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뭔가 자기나 자기 고민 같은 것도 좀 작아지지.
아아, 그건 좀 알 것 같아요.
카인: 그렇게 하다보면 망설이다가 시장에서 봤던 그 부츠 살까, 같은 거. 마음이 좋아져서 여기 온 다음에는 항상 뭘 사가지고 돌아가버려. 마음의 지팡이를 풀어주는 기분 좋은 곳이지.
▶ 스팟에 대한 인상 (3)
루틸: 와아, 현자님. 여기는 천문대도 아름답지만 바다도 보이고 멋진 곳이네요! 바다다——! 대단해!
루틸은 바다를 좋아하나요?
루틸: 저희가 살던 곳은 바다까지 너무 멀었거든요. 그래서 신기해서. 서쪽 나라의 바다는 수영할 수 있는 곳도 있대요. 현자님은 바다에서 수영해 보신 적이 있나요?
▶ 있어요.
루틸: 대단해! 좋겠다. 상어랑 고래를 만났나요?
그, 그렇게까지 깊게 들어간 적은 없어요…….
▶ 없어요.
루틸: 저랑 똑같네요. 그럼 지금부터 바다에 뛰어들어서 둘이서 처음 수영하는 날로 하지 않겠나요? 여기서부터 텀벙텀벙 가죠!
자, 잠시만요. 텀벙텀벙이라고 할 정도의 높이가 아닌데요!?
루틸: 그러고 보니 물 속은 숨을 못 쉬는데, 마법사가 아닌 분은 어떻게 하나요?
에, 그러니까…… 수영하면서 숨을 쉬고…….
루틸: 흠흠…….
해수욕이라면 좀 더 파도가 잔잔한 곳이 좋을 것 같아요. 이 근처는 셀 것 같아서.
루틸: 그런가요. 그럼 오늘은 아쉽지만, 언제 같이 한 번 해수욕을 하러 가요.
▶ 서쪽의 나라에 대해서
무르는 오랫동안 서쪽 나라에서 살았잖아요. 역시 이 나라가 마음에 드나요?
무르: 재미있는 질문이네! 현자님은 본인이 사는 곳이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드는 곳이라서 사는 거야? 내 방이 마음에 들면 내 방에서 살래? 난 말야, 대환영!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 서쪽 나라를 좋아하나요?
무르: 아하하, 넌지시 얼버무렸다. 대답하기 어려웠어? 왜? 어째서? 지금도 옛날에도 좋다 싫다는 건 신경쓰지 않지만, 좋다 싫다는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해!
그런가요?
무르: 맞아! 이 나라를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샤일록한테 혼나!
샤일록이?
무르: 그야, 지금의 서쪽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반은 나 때문이니까!
(그런가……. 서쪽 나라의 마법 과학 기술은 무르가 발명했지)
무르: 샤일록이 싫어하는 서쪽 나라는 거의 내 탓인 것 같아. 그래서 신경 쓰고 있어!
▶ '거대한 재앙' 에 대해서
무르는 '거대한 재앙' 을 사랑하고 있죠……. 역시 액재가 다가오는 밤은 설레기도 하나요?
무르: 물론! 너무 가까이 와줘서 너무 좋아! 액재가 다가오는 밤이 제일 좋아!
무섭지는 않나요? 아니면 차라리…… 액재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나요?
무르: 생각 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세계가 망해버리잖아. 액재에 대해서 알고 싶지만, 액재 이외에 알고 싶은 것도 아직 잔뜩 있으니까!
그렇군요……. 조금 마음이 놓였어요.
무르: 지금은 내가 애타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 사랑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언젠가 내가 달에 만나러 갈 수 있으면 좋겠네!
▶ 밤새도록 나랑
무르: 천문대를 지을 때 막대한 자금을 내는 대신 달에 자기 이름을 짓고 싶어하는 아저씨가 있어서 민폐였어! 제일 좋아하는 것에 아저씨 이름이 붙어있는 거, 현자님은 용서할 수 있어? 나는 무리!
확실히 조금 곤란하네요……. 하지만 예를 들어 새로 이름은 지어도 되나요? 자기 이름이라던가?
무르: 현자님은 좋아하는 거에 자기 이름을 붙이는 거야? 그건 자기애 아니야? 하지만 확실히 사랑은 자기애라는 설도 있으니까 좋은 건가?
그렇게 깊이 생각해서 물어본 건 아닌데…….
무르: 재밌네! 밤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주제야. 현자님의 첫사랑과 나르시즘에 대해 가르쳐 줘!
처, 첫사랑이요!?
무르: 빨리 빨리! 납득될 때까지 얘기해주지 않으면 물어버릴 거야!
▶ 스팟의 사람들
이 근처에는 역시 천문학자가 많이 살고 있나요?
무르: 그럴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은 별 이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나도 포함해서.
과, 과연……. 마법사 천문학자가 무르 이외에 또 있나요?
무르: 있어 있어! 적지만 말이야! 그래도 마법사는 오래 사니까 학자로 적합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몇백 년이고 몰두할 수 있어. 무언가를 연구하다 보면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도 모자라니까!
오래 산 무르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나요?
무르: 완전 부족해! 아직 더 더 더 더 더 더 오래 살고 싶어! 오즈랑 피가로보다! 쌍둥이보다 훨씬!
그렇군요……. 그건 얼마나 되나요?
무르: 음——, 8억년 정도?
▶ 스팟의 마법사
(어라, 라스티카가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있어. 이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인가……?)
라스티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안녕히 계세요.
라스티카의 곁에 있던 사람의 그림자는 그를 향해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빗자루를 꺼내 날아올랐다.
마법사였구나……! 라스티카, 아는 사이인가요?
라스티카: 현자님. 아까 여기서 만난 분이에요. 소개를 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엇갈려버렸네요.
천문대에 왔다는 건 학자나 연구자였나요?
라스티카: 아뇨, 그는 밤하늘이 아니라 따에 볼일이 있었던 겁니다. 이 천문대 옆의 바다는 해류가 부딪히는 곳이 있어서 자연의 에너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서쪽 나라는 자연이 적기 때문에 이 천문대에는 마법사들이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과연……. 하긴 서쪽 나라의 중심은 기계나 사람이 많아서 자연이 적죠.
라스티카: 마법사는 마음을 씁니다. 떠들썩한 소동에 익숙해져 있다지만, 서쪽 나라의 마법사도 마음 편한 장소가 필요하거든요.
▶ 위험한 장소
클로에: 어라? 현자님. 나가는 거야?
무르에게 심부름을 부탁 받아서 거리까지 나가려고요.
클로에: 현자님에게!? 정말이지,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무르는 남을 거칠게 부리니까! 나도 같이 갈게, 현자님. 해가 지면 이 근처는 깜깜해져 버리거든. 여기부터 길거리까지는 아무것도 없잖아?
확실히 그렇네요……. 고마워요, 클로에.
클로에: 위험하니까! 갈 때는 뛰어서 돌아오자. 서쪽 나라에서는 밤이 이렇게 어두운 땅은 드물어. 어디나 보석같이 밝은 나라니까. 이런 곳에 틀어박혀 별을 보고 있으면 한밤 중에 무섭게 되지 않을까……?
클로에: 현자님은 어떻게 생각해?
▶ 무섭지 않아요.
클로에: 그렇구나!? 역시 현자님, 용기 있네…….
▶ 조금 무서울지도.
클로에: 역시 그렇지……! 다행이다, 알아줘서……. 마법사가 어둠을 무서워하다니 웃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두한테는 말을 못 꺼냈어.
클로에: ……저기 현자님, 오늘 밤 여기서 묵게 된다면 같은 방에서 자도 돼……?
▶ 무르의 평판
어라…… 뭔가 천문대의 사람들이 떠들썩한 듯한……?
샤일록: 무슨 일이신가요.
천문대의 연구원: 옛날에 무르 님이 쓴 계산식 같은 것이 발견되었거든요! 어제부터 모두가 해독을 하고 있지만 풀릴 기미가 보이지가 않아요. 본인에게 물어봐도 잊어버린 것 같아서…….
천문대의 연구원: 다른 곳에서부터도 모두를 불러 함께 해독해야지! 무르 님이 남긴 암호를 풀면 새로운 발견이 이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힘들 것 같은데, 왠지 모두들 즐거워 보이네요.
샤일록: 현자님의 말씀대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은 누구나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니까요.
암호 해독이라니 좀 재밌어 보인다. 아, 이거 보세요. 이게 문제의 사본 같은데요. 샤일록은 읽을 줄 아나요?
샤일록: 네. ……이런, 이것은………….
혹시 샤일록, 해독할 수 있는 건가요?
샤일록: 칵테일의 레시피네요.
에?
샤일록: 그가 제비꽃 리큐어를 마음에 들어해서 몇 가지 알려주었거든요. 리큐어 1이랑 화이트 와인 2에 얼음. 이쪽은 진 2, 리큐어 1, 레몬 쥬스 1. 그런 메모입니다.
계산식이 아니었어……. 모두에게 알려줘야 할까요…….
샤일록: 흠……. 하지만 그들의 즐거움을 뺏는 것이 조금 주눅이 드네요.
확실히……. 어, 어쩌죠…….
▶ 스팟의 명물
리케: 현자님, 이것 좀 봐주세요! 이 근처의 특산품이래요.
병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별모래 같네요.
리케: 별의 모래? 현자님의 고향에서는 별빛이 모래가 되나요? 이건 별빛 설탕이라는 설탕이에요. 별빛이 강한 날에 별빛을 가져다 둬서 만든대요. 현자님도 드셔보세요.
손바닥에 받은 별빛 설탕은 반짝반짝 스스로 발광을 하고 있지만, 확실히 결정 알갱이처럼 보인다.
리케: 현자님, 자요. 빨리 빨리.
(리케, 왠지 두근두근거려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맛있었나)
평소보다 텐션이 높은 리케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별빛 설탕을 조심조심 입에 머금었다.
…………우왓! 입 안에서 터졌어!
리케: 아하하! 놀라셨죠. 저도 아까 먹어보고 놀랐어요! 달콤하고 입안에서 탁탁 터져서 재밌어요. 맛있고 즐거운 음식은 처음 먹어봐요!
(놀라게 하려고 근질근질했던 거였구나……. 지금까지 장난 같은거 한 적 없었는데, 귀엽네…….)
리케: 후후, 마법서에 가져가서 미틸한테도 먹여줄 거예요. 미틸도 분명 놀라겠죠? 현자님.
▶ 스팟에서의 발견
무르: 아!
왜 그러나요, 무르?
무르: 저기! 봐 봐! 새로운 별이 있어!
어, 어디요?
무르: 저기 동쪽! 저녁에는 안 보였어!
무르: 현자님의 이름은?
에?
무르: 현자님이 계셨던 세상에서는 새로운 별에 이름을 붙이잖아. 전의 현자님께 들었어!
에!? 제 이름으로 괜찮나요? 보통은 찾은 사람의 이름이 붙는데…….
무르: 괜찮아! 왜냐하면 하늘의 반쪽이 내 이름인 별이 되어버리면 모처럼의 밤하늘이 지루하게 되어버리잖아?
그, 그렇게나 많구나…….
무르: 빨리빨리! 현자님의 이름은?
에에…… 아키라, 예요.
무르: 아키라구나! 저기 작은 푸른 별은 아키라! 바로 천체도에 적어야지!
괜찮은걸까…….
▶ 즐거운 장소
라스티카: 현자님, 발밑을 조심하세요.
고마워요. 별이 잔뜩 있네요…….
라스티카: 역시 별을 보기 위한 곳이네요. ……슬슬 시간인가. 남쪽 하늘입니다, 현자님.
에?
라스티카가 가리키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유난히 밝은 유성이 밤하늘을 크게 가로질렀다.
별똥별이다…….
라스티카: 오늘 밤은 별이 여러 개 흐른다고 하더라고요. 별의 소리는 들으셨나요?
별의 소리……? 별똥별에 소리가 나나요?
라스티카: 이 곳은 별이 흐르는 소리나 반짝이는 소리가 드물게 납니다. 봐요, 또.
아……! 들린 것 같기도……?
라스티카: 오늘 밤은 떠들썩한 밤이 될 것 같네요. 별이 흐르는 소리에 맞춰서 챔발로를 연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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