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팟에 대한 이야기 (1)
이 근처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했었잖아요. 역시 사람이랑 사는 건 싫은 건가요?
브래들리: 사람이 좋아서 살 곳을 고르지 못하는거야. 북쪽은 우선 마법사의 세력권이 있고, 그 녀석들에게 비호를 받고 있는 인간들이 살고 있어. 강한 마법사가 있고, 거기서부터 마을과 마을이 생겨나고. 그게 많이 있어서 계속 몸싸움을 하고 있는 거야. 두목이 지면 몰살 당할 수도 있지.
상상 이상으로 살벌한 느낌이네요…….
브래들리: 네 놈은 상당히 평화에 취한 세계에서 왔구나. 북쪽에 국한되지 않고, 같은 감각으로 밖에 걸어다니면 금방 죽어.
북쪽 나라에서 인간이 살아가려면 마법사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거네요. 브래들리에게 헌신하는 인간도 있었나요?
브래들리: 나는 필요한 건 내가 뺏어. 고급 마나석이나 마도구나 보물을 가지고 있는 놈에게 돌진해서 걷어차지. 그래도 은근히 눈에 띄는 마을과 거리가 군데군데 있었네. 가끔 나가면 먹고 마실 수 있는. 그래서 요즘 곤란한 일이 있어요—— 라는 상담이 자주 들어와서, 귀찮으면 내가 대신 치운다 라는 느낌인가.
귀찮을 것 같으면 맡아 주시나요?
브래들리: 나님이 허드렛일 따위를 할까 보냐. 서로 상부상조, 약간 이런 느낌이야. 물론 내가 위지만!
(옛날 영화에서 본 마피아의 우두머리 같은 느낌……)
▶ 스팟에 대한 이야기 (2)
브래들리와 함께 동굴을 거닐다가 예스트름의 날개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서 시간을 초월한 대화가 들려왔다.
???: 이런……? 나를 많이 닮은 귀여운 애가 있는 것 같구먼. 마치 같이 태어난 것 같구나.
???: 정말일세……. 나를 닮은 귀여운 애가 있어.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구나.
???: 거기 남자~ 심심하면 나랑 차 마시지 않을래?
???: 초면 놀이, 재밌구먼! 꺅꺅!
힐끔힐끔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앞에 서 있단 브래들리가 거친 손놀림으로 박쥐들을 쫓는다.
브래들리: 영감들…… 어느 시대건 기분 나쁜 놀이나 하고 있고 말이야.
하지만 옛날 목소리가 들리다니 대단하네요. 선택해서 듣기는 힘들 것 같은데. 이 동굴에 있으면 전세계의 정보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브래들리: 예스트름이 세상에 있었다면 말이지. 화석 같은 마법사도 몰랐을 것 같은 동물인데, 어떠려나.
그런가. 들은 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거였죠. 그러면 북쪽 나라 사람들 몇 명만 알고 있을지도…….
브래들리: 하하. 조금 더 습성을 알고 있었다면 마법으로 조종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 스팟의 추억 (1)
브래들리: 시간의 동굴 자체를 아지트로 만든다는 얘기도 나왔었지. 눈보라도 견디기 쉽고, 꽤 넓고, 아무도 안 오고. 졸개 전원의 방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서 그만뒀어.
문제? 뭔가요?
브래들리: 주방을 만들었는데 연기가 안 나가.
아아……! 과연.
브래들리: 구멍을 뚫어도 너무 뚫으면 지반이 위험할 것 같아서. 요리 만들 때는 입구 쪽이나 밖에 오두막을 지어도 된다고 했는데, 추우니까 불쌍하잖아.
그러네요……. 매일 오랜 시간 있게 될 테고, 역시 동료 사랑이군요.
브래들리: 걔한테 만드는 걸 맡기고 제대로 된 거 먹게 되니까 밥은 약이랑 똑같다는 걸 알게 된거야. 조직을 움직이는 데에 식사의 우선순위는 높아. 네놈도 기억해 둬.
▶ 스팟의 추억 (2)
미스라: 옛날, 이 근처에서 심심풀이로 인간을 협박하면서 놀다가 브래들리가 나와서…….
너무 소란스러운 놀이는 그만뒀으면 하는데요…….
미스라: 너무 심심해서. 아니면 짜증이 났었나. 기억은 안 나지만 그가 나와서 감싸주니까 서로 죽이기 시작했죠.
인간을요? 브래들리의 동료였나요?
미스라: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뭐였나요? 그거.
브래들리: 몰라. 그냥 할아버지였어. 미스라가 못살게 굴면서 놀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었으니까. 좋은 표정이라고 생각했었지.
미스라: 그런 이유로 인간 따위를 감싸고 죽을 뻔한 의미를 모르겠네요. 당신, 노인이 취향이었나요?
브래들리: 시끄러워. 망할 놈한테 당하고 들어갔는데 동료들에게도 엉망으로 혼났어. 미스라에게 손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으니까.
미스라: 룰은 지켜주셔야죠.
브래들리: 네 놈이 말하지 마. ……생각했더니 짜증나기 시작했어. 이쪽으로 나와 이 자식아.
미스라: 좋네요. 심심하던 참이었고. 놀아줄게요.
(눈싸움 하자! 같은 분위기로 힘 좀 안 냈으면 좋겠어……!)
▶ 브레이크 타임
브래들리: …….
브래들리, 여기 있었군요. ……죄송해요. 실례였나요?
브래들리: 괜찮아. 눈치채고 있었고.
생각 중이었나요?
브래들리: 그렇네……. 생각한 것 같은, 아닌 것 같은…….
……드물게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말투네요.
브래들리: 하하! 잘 말하잖아. 여긴 내 마나 에어리어와 닮았거든. 그래서 조금 명상하고 있었는데…….
명상? 브래들리가?
브래들리: 이상하냐? 마법사는 거의 하는거라고. 근데 뭐, 여기는 생각나는게 너무 많네. 집중할 수 없어. 이야기라도 좀 해 봐. 그게 딱 적당할 것 같은데. 네 세계 이야기라던가.
……알겠어요. 재미있는 얘기가 딱 하나 있거든요.
브래들리: 좋네. 웃기지 못하면 얼음찜 해줄거라고.
▶ 브래들리에 대한 인상 (1)
화이트가 본 브래들리의 인상은 어떤가요?
화이트: 성격 자체는 싫은 건 아니지만, 성급한 면이 있구먼. 북쪽의 마법사치고는 드물게 말이 통하는 타입이지.
확실히, 어려울 때는 상당할 수 있을 것 같고. 의지할 수 있는 느낌이 있네요.
화이트: 북쪽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지 않고 지내고 있네. 강한 마력이 있으면 무리지어 다닐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오랜 시간을 살으면서 까지 그러면 인간들이 말하는 사회 정서 가치관은 키워지지 않지.
미스라나 오웬이 가끔 어리게 느껴지는 건 그것 때문일까요?
화이트: 호호호. 혼자 살아가는 북쪽의 마법사에게는 딱 나이에 맞게 행동할 필요 따위는 없는 게야. 브래들리는 우리가 인간들이나 젊은 마법사들을 돌보듯이 부하들을 돌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오랫동안 사귀어 온 오즈나 피가로조차 아직도 아이를 돌보고 있는 기분인데.... 브래들리만큼은 가끔 가치관이 대등하게 느껴지네.
스노우나 화이트랑요?
화이트: 음. 그래서 목에 줄을 달고 우리가 위라는 걸 알게 하는 게야. 기본적으로는 장난스럽고 바보같은 젊고 귀여운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네.
▶ 브래들리에 대한 인상 (2)
미스라와 브래들리는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죠.
미스라: 하아……. 그렇게 긴 건 아니지만요. 100년 정도 되네요.
(충분히 길다고 생각하는데……)
브래들리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미스라: 브래들리요? 그렇네……. 그 사람, 말이 빠르잖아요. 처음 두세 단어 밖에 못 알아듣는 때가 있어요.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군요. 되묻거나 하지 않나요?
미스라: 하아…… 귀찮아서. 대부분 웃고 있으니까 좋은 얘기인가 싶어서 안 물어봐요. 라고 생각하면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하니까 정신 없어요. 항상 듣지도 못한 채 말을 많이 하니까 하아, 하아, 하아, 하고 대답을 하고 있으면.... 갑자기 '좋아, 정해졌네' 라고 말하거든요. 그래서 어느샌가 그가 하고 싶은 걸 도와주고 있는 적이 많아서, '어라?'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상상되네……)
미스라: 뭐, 시끄러우니까 피곤할 때는 보고 싶지 않네요.
▶ 브래들리에 대한 인상 (3)
오웬은 브래들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오웬: ……브래들리 말이야, 어렵잖아.
어려워요?
오웬: 간단히 당할 것 같지 않아? 쉽게 상처받을 것 같고, 쉽게 불안해질 것 같아. 그런 인상. 하지만 막상 하다 보면 뭔가 뿌리가 안 닿는 느낌이야. 무슨 말을 해도 파랗게 식지도 않고 혼란해 하지도 않아. 잘못하면 반박 당해서 기분 나쁘고. 하기 힘들어서 어려워.
그렇군요……. 뿌리가 묵직하다는 건 알 것 같아요.
오웬: 서로 은근히 싫어하는 건 알아. 근데 오즈나 미스라보다 낫고, 서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알아. 북쪽 나라는 짐승들 뿐인데, 브래들리는 말을 하면 통하는 느낌이 있으려나.
▶ 브래들리에 대한 인상 (4)
브래들리는 입이 험하지만 정이 많고 동료를 아끼는 면이 있죠. 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네로: 아니……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그 녀석과는 여기 와서 만난지 얼마 안됐으니까, 서로를 잘 모르고…….
▶ 그런 설정인가요?
네로: 잠깐 현자 씨. 설마 브래들리에게 무슨 말을 들은 거야? 아니야. 그 정보는 틀렸어.
하지만 브래들리는 브래드라고 부르기도 하고…….
네로: ……브래드……리……군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했었나……. 근데 봐, 브래드는 흔한 애칭이잖아? 나도 익숙한 손님에게 넬리라고 부르기도 했고.
▶ 마음이 맞아 보였어요.
네로: 아니아니, 북쪽 마법사와 동쪽 마법사가 마음이 맞을 리가 없잖아. 왜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브래들리는 네로의 밥을 좋아하고…….
네로: 아아……. 아……. 그쪽이구나. 그렇네. 그렇지. 뭐, 그 녀석 밥은 잘 먹지.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점은 좋아. 그것 뿐이야.
▶ 초면인 소감으로 말해주세요.
네로: 초, 초면의……? 아아, 잠깐만 기다려줘. 그게, 그……. ……겉보기에는 무서워 보이지만…… 의외로 어떤 녀석의 이야기라도 제대로 들어주는 녀석이구나 하고 생각했나.
네로: 나도 어렸던 탓도 있지만…….
에?
네로: 에?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다면 브래들리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나요?
네로: 뭐……. 다른 사람에게 오해받기 쉬운 녀석이지. 수다쟁이 바보같지만 생각보다 많이 생각하고 여러가지를 보고 있어. 그렇지만 생각보다 남을 이해하지 못해.
……왠지 알 것 같아요. 브래들리의 이야기,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 때와 나는 무리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서…….
네로: 그렇지. 오즈처럼 태어날 때처럼 강했던 건 아니라고 들었는데. 아마 너덜너덜해지면서 강해졌을 거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그 녀석처럼 똑같이 참으면 그만큼 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몸도 마음도 저렇게 버틸 수 있는 녀석은 없어.
네로: ……추측이지만 말이야.
▶ 스팟에 대한 인상
스노우: 북쪽의 이 근처는 인간도 마법사도 거의 없는 장소……. 난데없이 얼음이 된 고대의 마법생물이 발견되거나 이상한 현상이 많은 지역이지.
이천 년 넘게 산 스노우도 모르는 게 있나요?
스노우: 호호호. 우리들, 모험 발견 같은 건 흥미가 없었으니 말일세.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북쪽 땅에서는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것보다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세.
확실히……. 무르같은 서쪽 마법사라면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스노우: 그렇다고 해도 마력이 강하지 않으면 이 근처에서 조사를 계속하기엔 어렵네. 눈보라가 거세고 지형도 계속 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웬만한 마력이 있으면 북쪽의 마법사가 돌로 만들려고 다가오지. 세력권 개념이 강한 지역도 있지만 이 근처는 희박해. 그래서 브래들리도 은신처로 삼으려고 했던거겠지.
스노우: 당시의 동굴의 소문 자체는 오래 전부터 듣고 있었구먼. 이 장소를 찾는 사람도 만난 적이 있다.
다른 시대로 이어졌다는 소문이 있으니까요. 스노우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나요?
스노우: 현자여…… 나에게 그걸 묻는겐가?
아…… 죄송해요…….
스노우: 호호호, 괜찮네. 오즈의 힘으로도 지난 날은 되돌릴 수 없다. 시간을 넘는다는 건 예전부터의 만인의 꿈일지도 모르지.
▶ ???
▶ '거대한 재앙' 에 대해서
브래들리는 투옥 중에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되었죠. '거대한 재앙' 이 찾아오는 밤에만 감옥에서 나온건가요?
브래들리: 아아. 일년에 한 번, 재앙을 상대로 날뛰었었고. 며칠 동안은 마법서 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잖아. 저번에는 만만치 않아서 며칠이나 걸릴까? 하고 순간 기뻐했을 정도라고.
지금까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네요…….
브래들리: 평소에는 하룻밤의 축제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모여서 술잔을 치고, 마시고, 먹고, 싸우고. 하지만 지난 번에는 점점 더 가까이 와서, 해도 해도 쓰러질 기미가 없어. 힘에 부치는 놈이 나왔을 정도로. 미스라가 '아, 이거. 위험하네요' 라고 할 정도였지.
에……!? 도망쳤나요?
브래들리: 그야 도망가지! 눈치채고 보니 오웬도 없고, 당연히 나도 도망갈 생각이었지만.... 남쪽의 약한 놈들은 멀리 못 도망가겠다고 생각하면서 돌아봤더니 벌써 돌이 되어있었어.
………….
브래들리: 그리고 나도 위험으로부터 이탈했다. 오즈나 쌍둥이가 없었다면 세상은 그냥 끝났을거야.
▶ 스팟의 마법사
이 근처에 살 때, 브래들리의 도적단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나요?
브래들리: 여기에 있었을 때인가..... 박쥐 녀석 얘기는 했었지. 그리고 뭐, 요리사 동료와.... 고참도 아직 있을 때였나. 술꾼에,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문신이 멋있었네. 나같은 느낌의 놈이야. 남쪽의 양치기와도 닮은 부분이 있나. 계속 조용하고, 고분고분하고, 충실하고, 일이 빨라.
브래들리: 그리고 오랫동안 정찰대를 맡았던 놈. 손재주가 뛰어나 네로의 첫 상사였었어. 말 잘하고, 상태 좋고...... 아, 아니.
왜 그러나요?
브래들리: 그 녀석은 여기 오기 전에 돌이 되었었나. ……이 이야기, 재밌냐?
아, 재밌어요. 아…… 별 뜻은 없고 브래들리가 어떤 사람들과 지냈는지 궁금해서.
브래들리: 흐응. 뭐, 모두 없어졌지만.
▶ 가장 약한 마법사는?
브래들리: 당연하지만 약한 놈은 금방 갈아치워. 원래 북쪽에서는 혼자 살 수 없는 녀석들이 모여있는 거였으니까.
그런건가요?
브래들리: 약해서 못 살아도 북쪽 말고는 못 사는 놈이 있는거야. 연줄이 싫어도 돌이 되는 것보단 낫잖아.
▶ 가장 멋있는 마법사는?
브래들리: 나지. 외모 얘기라면 마법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 눈에 보이는 걸 너무 믿으면 혼난다고. 하지만 한 번 거물을 노릴 때 손을 잡았던 미남이 있었지. 주술을 잘하고, 서쪽에서 왔다고 하던데. 솜씨가 좋았지만 그놈하고는 그것 뿐이야. 마력도 강했고, 아직 살아있겠지.
▶ 마녀는 없었나요?
브래들리: 마녀는 남자 놀리는 게 취미야. 우리 단은 순박한 놈들뿐이어서 금방 티격태격해댔지. 그래도 홀려죽고 싶지 않다는 건 남자로 둔갑해서 섞였던 놈도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른 부하와 붙어 나갔어.
그건…… 해피엔딩이네요.
브래들리: 아아, 해피엔딩이지.
▶ 위험한 장소
어라, 동굴 안쪽에 불이…… 우와……. 저기 초록색 빛이 나고 있네. 돌이나 이끼인걸까? 환상적이고 예쁜데, 조금 더 가까이서…….
오웬: 현자님.
우왓……!? 오웬…… 있었군요. 깜짝아…….
오웬: 그거, 벌레야.
에?
오웬: 빛나는 거, 작은 벌레야. 바위에 많이 붙어있어. 잘 봐, 움직이잖아.
……진짜다……. 오웬은 벌레랑도 얘기할 수 있나요?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부탁해줄 수 있나요?
오웬: 벌레는 말이 없어. 하지만 현자님의 눈이 빛나면 너를 좋아하게 될거야. 걔네는 해가 아닌 빛에 다가오는 습성이 있으니, 마법으로 반짝반짝하게 해줄게.
에? 눈을? 잠…… 잠깐 기다려주세요!
오웬: 후후. '쿠레 메미니'
꺄악————!!!
▶ 스팟의 명물
네로: 아…….
에?
네로: 지금, 밖에 빛났어?
그, 글쎄요? 눈이라던가?
네로: 아니, 이 근처는 빛나는 눈이 내려. 거기에 설탕이 섞여있거든. 잘못 본 걸까…….
빛나는 눈에 설탕이……?
네로: 아아. 별빛당이라는 희귀한 설탕이야. 빛나고, 입안에서 탁탁 터지고, 맛도 괜찮거든.
이 근처의 특산품이군요. 밖에 좀 보러 가볼까요?
네로: 미안하네. 가져가서 뭐 만들어 주면 애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분명 좋아할 거에요. 네로는 전에도 별빛당을 모아본 적이 있나요?
네로: 아하하, 있어 있어. 거의 내리지 않으니까, 발견하면 동료 모두들 밖에 서게 했었지. 추워 추워 하면서 다 같이 내리는 눈을 모아. 그래야 이만한 병 하나 만큼 모을 수 있어.
귀중한 거네요……! 네로의 과자로 먹을 수 있다는게 기대돼요!
▶ 즐거운 장소
브래들리: 오, 현자. 이거 봐봐.
뭔가 새겨져 있네……. 그림인가요? 자세히 보면 벽에 가득하네요. 브래들리가 그린거에요?
브래들리: 내가 아니야. 이 동굴을 발견했을 때부터 있었어. 아주 옛날에 누가 그린거 아니냐?
브래들리: 봐봐, 여기 나는 드래곤을 쫓아가고 있는 사냥꾼으로 보이는데. 동료들은 싸우는 남자랑 여자라던가, 목욕을 하고 있다던가 의견이 갈렸었거든. 넌 뭐로 보여?
▶ 손 잡고 있는 쌍둥이
손 잡고 있는 쌍둥이로 보여요. 둘이 주변의 동물을 해치웠다는 느낌.
브래들리: 하하, 스노우랑 화이트군. 인간을 위해서 뭔가 사냥을 했는지도 모르고, 쓰러져 있는 것은 인간일 가능성도 있겠네.
스노우랑 화이트가 그런 짓을 할까요?
브래들리: 하? 중앙의 왕자처럼 잠에서 덜 깬 소리 하지 말라고.
▶ 해골을 든 미스라
브래들리: 이게 해골이고, 이게 미스라처럼 보여요. 주위에 있는 건 음식인가.....? 미스라의 마도구는 원래 치렛타의 것이야. 가운데에 있는 건 치렛티일지도 모르겠네. 대식가였다고도 했고.
이렇게나 많이 먹을까요?
브래들리: 먹어 먹어. 나도 먹을 수 있다고.
▶ 지팡이를 들고 있는 오즈
지팡이를 들고 있는 오즈로 보여요. 많은 적을 쓰러뜨린 걸까?
브래들리: 아아, 말이 되네. 옛날에는 제멋대로 날뛰었으니까. 꽤 옛날부터 그림에게도 트라우마를 남겼군.
이 벽화, 귀중한게 아닌지…….
브래들리: 글쎄. 관심 없지만, 재밌잖아?
▶ 시간을 넘는 목소리 (1)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온다.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브래드……! 대답해. 자지 마! 브래드!!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끄럽네. 아프다고……. 괜찮아……. 내가 이 정도로……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뭐가 괜찮다는 거야, 이 자식아. 너, 몇 번이나 돌이 될 뻔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냐? ……남의 말은 안 듣고 터무니 없는 소리만 하고……. 나는 이제 더 이상 못 어울려. 북쪽 나라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내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는데……. 강한 적에 도전하는 것도, 값비싼 보물을 손에 넣어도, 돌이 되면 끝이잖아……!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강한 적도, 보물도 노리지 않으면 살아 있는 의미 따위 없잖아. 돌이 되는 거랑 뭐가 달라.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하하……. 그런 얼굴 하지 마……. 너가 있으면 괜찮다니까. 의지할게, 파트너.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옆에 서있는 브래들리를 훔쳐보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브래들리: 너는 어떻게 생각해.
에?
브래들리: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살다가 돌이 되는 거랑, 원하는 것에 목숨 걸지 않고 살다니 그런 건 내가 아니야. 그렇다고 해도…… 내가 변했으면 되는 거였던건가?
▶ 시간을 넘는 목소리 (2)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온다.
목이 쉰 남자의 목소리: 꽤 야위어져서 돌아왔구나, 너. 도적단의 수령 인도하러 갔다면서? 중앙 나라의 물이 그렇게 안 맞았던 건가?
지친 남자의 목소리: 북쪽으로 돌아간지 꽤 됐는데, 붙잡힌 마법사의 고함 소리가 귀에 생생하다구……. 마법사란 놈은 불사인가? 나 같으면 5분 만에 죽을 것 같은 고문을 당하고.... 잡힌 건 악당의 도적이라고 들었는데, 잡은 쪽도 심하네. 쌍둥이 꼬마와 그 남자…….
목이 쉰 남자의 목소리: 마법사는 이놈 저놈 다 무서운 거야. 일이긴 해도 힘들었겠네.
지친 남자의 목소리: ……야. 마법사가 하는 약속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거야? 그 도적, 약속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었어....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발자국 소리가 나서 돌아본다.
스노우: 현자여. 혼자 안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네.
스노우…… 브래들리는 죄수라고 들었는데, 마법사 중에 죄수는 많이 있나요?
스노우: 많지는 않네. 애초에 브래들리를 잡은 것도 피가로의 퍼포먼스의 일환이구먼.
퍼포먼스……?
스노우: 음. 착한 마법사가 나쁜 짓을 하는 마법사를 사로잡아 혼내주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지. 마법사가 도적단을 잡았다고 하면 간성이 좋지 않은가. 브래들리는 그 본보기에 딱 좋았었네. 착한 마법사라면 인간은 안심하고 공존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스노우: ……호호호, 안심하게나. 선량한 현자의 마법사는 언제나 그대의 편이니.
▶ 시간을 넘는 목소리 (3)
화이트와 시간의 동굴을 걷다 보니,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을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왔다.
냉엄한 아이의 목소리: 잠시 어딘가를 여행하는 것 뿐일세. 걱정하지 않아도 꼭 돌아올 거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네.
냉엄한 아이를 닮은 목소리: 싫네……! 지금까지 우리 둘이서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았는가! 함께 나눈다면 마음이 흔들릴 일도 없어!
냉엄한 아이의 목소리: 그건 서로가 자기의 몸으로 고독을 알 때까지 모를 일일세.
냉엄한 아이를 닮은 목소리: ……어떻게 해서라도 가겠다면, 너를 죽이고 나도 죽을거야.
냉엄한 아이의 목소리: 진정하게나. 금방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냉엄한 아이를 닮은 목소리: 그대가 고독을 알고 만약 나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더 기분 좋다고 느낀다면, 그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걸세. ……난 그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어.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옆에 서있는 화이트를 훔쳐보면. 그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건, 혹시…….
화이트: 호호호.
화이트: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건, 내 쪽이었구먼…….
▶ 시간을 넘는 목소리 (4)
미스라와 동굴을 걷고 있는데,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왔다.
밝은 여자의 목소리: 미스라, 너덜너덜하네. 또 오즈와 힘겨루기 하러 갔어? 오즈는 무리야.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윽……. 당신이…… 나는 강하다고…… 했잖아요…… 쿨럭…….
밝은 여자의 목소리: 그렇다고 해도 오즈는 무리라니까. 피가 나고 있으니 말하지 않는게 좋아.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짜증나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요……. 하아…… 하…….
밝은 여자의 목소리: 오즈는 강하니까. 오즈가 좀 더 수다스럽고, 착하고, 로맨틱했다면 오즈의 아이를 낳는 건데 말이야. 어택해도 항상 차이니까.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당신, 아이를 갖고 싶었던 건가요……?
밝은 여자의 목소리: 언젠가는 말이야. 근데 어차피 낳을 거면 강한 마법사랑 애 낳고 싶잖아? 마법사가 태어난다면, 그 아이도 분명 강해질거야.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옆에 서 있는 미스라를 훔쳐보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건, 혹시 루틸과 미틸의…….
미스라: ……벌레처럼 약한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지만요.
미스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자란.
▶ 시간을 넘는 목소리 (5)
오웬과 시간의 동굴을 걷다가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왔다.
젊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 어이, 조금 더 신중하게 해. 안 잠겼으면 어떡해.
젊고 밝은 남자의 목소리: 괜찮다니까. 지하실에 마법사를 가두고 있다니, 마을 사람들을 겁주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죽은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먹지도 않고 100년 정도 여기에 있었다는 거잖아. 아무리 마법사라도 불사신은 아니야. 정말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돌이 되어 있겠지. ……자, 열렸어!
젊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
시체 같은 남자의 목소리: 누구.
젊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 ……..!?
시체 같은 남자의 목소리: 나, 밖에 나가도 되는 거야. ……드디어, 여기서 꺼내주는 거야?
젊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 ……사, 살아있어……! 무, 문을 닫아! 빨리……!
젊고 밝은 남자의 목소리: 우와아아아……! 괴물……!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옆에 선 오웬이 동굴 안쪽을 응시하고 있다.
방금 그 목소리…… 들었나요?
오웬: ……글쎄. 잘 안 들렸는데.
▶ 시간을 넘는 목소리 (6)
네로와 시간의 동굴을 걷고 있다가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왔다.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아? 어이, 신참. 그게 네 주문이야? 마력은 그럭저럭 있는데 힘은 안 나는 거, 주문 때문 아니야?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주문과 관계 있나요?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있어. 마법은 마음으로 쓰는 거지. 좋은 말만 외우는 거랑 전혀 달라. 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 뭐든 좋아. 보물이든, 음식이든. 근데 여자 이름은 말하지 마라.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좋아하는 거…….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늦어! 빨리 말해.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죄송하지만, 떠오르지 않아요.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하아? 답답한 놈이네. 너, 정말 북쪽에서 태어난거냐? 내일까지 바꿔 둬. 그러면 내가 다시 봐줄게.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옆에서 잠자코 있는 네로를 곁눈질하며 나는 화제를 찾는다.
……네로의 주문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네로: 주문의 의미? 아, 그렇네……. '하나는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 였나. 그런 기분으로 제 몫을 하고 싶어 했던 때가 있었지……. 쓴맛 단맛 다 배웠지만.
▶ 시간을 넘는 목소리 (7)
네로와 시간의 동굴을 걷고 있는데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왔다.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그래서 보스, 다음 훈련의 이야기…….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브래드라고 불러. 이제 그런 사이 아니잖아. 넌 파트너 같은 거야.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그…… 그럴 리가 있냐. 넌 보스야. 난 그냥 부하로…….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싱겁잖아, 네로. 난 네가 있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네 충고 덕분에 몇 번이나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하고 있어. 네가 없었으면 진작 돌이 되었겠지. 적군도 아군도 네가 2인자라는 걸 알아. 브래드면 돼. 자, 불러 봐.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브, 브래드…….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오. .......아하하! 부끄러워 하기는!
나른한 남자의 목소리: 시끄러워……. 기뻐, 보스……. 아니…… 브래드. 여기까지 나를 인정해준 너의 파트너를 자칭해서, 부끄럽지 않은 남자로 있을게. 절대로.
네로: ………….
지금 목소리, 역시 네로의…….
네로: ……죽고 싶어……. 아니, 그때의 나를 죽이고 싶어……. ……어쨌든 저 예스투름 만큼은 살려 둘 수 없어……. 잠깐 죽이고 올게…….
▶ 시간을 넘는 목소리 (8)
미틸과 시간의 동굴을 걷고 있는데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왔다.
위엄있는 남자의 목소리: 잠깐동안 보고 나서 알게 된거지만…… 너는 어리석다.
총명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 저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위엄있는 남자의 목소리: 배고픈 것도 졸린 것도 예측할 수 없어. 더운지 추운지 스스로 파악이 안 되고 열이 있어도 깨닫지 못한다. 너는 어리석어. 자신조차 아무것도 모르지. 하늘을 나는 마법도 쓸 수 없을 거다.
총명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아뇨, 날 수 있어요!
위엄있는 남자의 목소리: 발코니에서 떨어지면 다친다. 아프다고 울게 되는 건 너야.
총명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울지 않아요!
위엄있는 남자의 목소리: ……그러면 시도해 봐라.
총명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네! 지켜봐 주세요, 오즈 님! 에잇……!!
총명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아.
위엄있는 남자의 목소리: 아…… 아서! 아서!!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옆에 서 있던 미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미틸: 피가로 선생님은 빗자루 연습은 빈손으로 하라고 가르쳐 주셨는데…….
그렇네요……. 뭔가 가르치는 쪽도 미숙한 느낌인…….
▶ 시간을 넘는 목소리 (9)
스노우와 화이트랑 시간의 동굴을 걷고 있다가 예스투름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넘는 대화가 들려왔다.
냉엄한 아이의 목소리: 그대를 북쪽 나라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세계 정복은 그만둔겐가?
적요한 남자의 목소리: 화이트 님이 없어져서 오즈가 의욕을 잃었어요. 설마 당신들이 서로 죽일 줄이야. 그렇지 않아도 세상이 허무해서 시작한 세계 정복이었는데, 더 허무해졌잖아요. 저도 또 새로 뭐 할 거 찾으러 가야죠. 알찬 날들이었는데, 달갑지 않네요.
냉엄한 아이의 목소리: 화이트는 없어지지 않았네. 계속 내 곁에 있다.
적요한 남자의 목소리: ……드디어 미친건가요?
냉엄한 아이의 목소리: 내 마력으로 영혼을 붙잡고 둘이 사이좋게 살고 있지.
냉엄한 아이와 닮은 목소리: 호호호, 오랜만이구먼. 놀랐나?
적요한 남자의 목소리: ……그런……. 그러면…… 오즈도 북쪽으로 돌아왔고, 원래대로, 인건가요……?
냉엄한 아이의 목소리: 그렇네. 해피엔딩이지 않은가.
박쥐의 눈이 빛나고 있다.
스노우 / 화이트: ……호호호.
▶ 해피엔딩이다.
(……본인들이 행복하다면 해피엔딩인가……)
▶ 해피엔딩이 아니다.
(아니……. 해피엔딩으로 처리하기에는 문제가 좀 많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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