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정취를 비추는 것은 1화
파우스트: 현자, 잠깐 괜찮나.
파우스트? 무슨 일인가요.
파우스트: 쉬는 날에 미안해. 이걸 주고 싶었을 뿐인데…….
파우스트가 내민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젬. 성로의 젬이라고 불리는,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조금 올라간다는 신비한 돌이었다.
(파우스트의 고향 근처 동굴에서만 나는 돌……. 전에 모두 같이 캐러 갔던 거다)
파우스트: 전에 이 돌로 부적을 만드는 방법을 현자의 마법사들에게 가르쳐준다는 얘기를 했었지. 오늘은 그 수업 날이라……. 이건 내가 만든 거다. 돌을 가공해서 수호를 걸고 있어.
고마워요, 파우스트. 정말 기뻐요.
파우스트: 아니……. 그때, 네 부적을 만든다고 했던 건 나니까.
두 손으로 받아들이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돌이 손에서 굴러간다.
(엄청 예쁘다…….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파우스트: 꽤나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군. 마음에 드나?
엄청요! 부적,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파우스트: 그래.
하지만 저만 이렇게 예쁜 걸 받기에는……. 답례로 제가 파우스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파우스트: 네가, 나에게?
네. 수업 도우미라던가, 파우스트가 원하는 것이라던가. 아무거나 좋아요.
파우스트: ……그렇다면,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겠나.
물론이죠! 뭔가요.
(파우스트가 소원을 말하다니 드문 일인데. 이건 꼭 이루어주지 않으면……!)
파우스트: 요즘, 너는 꽤 바쁘게 지냈었지. 임무가 계속 되었다고 들었다. 오늘은 몸과 마음을 푹 쉬게 하는 것. 알겠나.
네, 알겠어요!
내가 기운차게 머리를 끄덕이자 파우스트는 방을 나갔다.
(파우스트의 말대로, 오늘은 푹 쉬자.)
……응?
밤의 정취를 비추는 것은 2화
파우스트에게 답례를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위로 받고 말았어…….
(다시 한 번 원하는 걸 물어볼까? 아니면 반대로 신경 쓰게 만들어볼까.)
으음…….
레녹스: 현자님, 무슨 일인가요. 뭔가 고민이 있는 얼굴을 하고 계시길래 무심코 쫓아와 버렸습니다만…….
레녹스!
(그래, 레녹스는 파우스트와 오래 알고 지냈으니 상의해보는것도 괜찮을지도.)
사실은…….
레녹스: 과연, 파우스트 님께 답례를…….
너무 예쁜 부적을 받아서, 뭔가 보답하고 싶어요.
레녹스: ……현자님께서 받으신 부적은 이건가요?
그렇게 말하며 레녹스가 품에서 꺼낸 건 성로의 젬이었따. 가공된 모양이 내가 받은 것과 많이 닮아있다.
레녹스: 오늘은 각국의 합동 수업이었거든요. 저희 남쪽의 마법사에게도 파우스트 님께서 부적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랬었군요. 뭐랄까, 모두와 세트 느낌이라서 기뻐요.
레녹스의 손 위에서 빛나는 부적 옆에, 나는 받은 부적을 나란히 놓았다.
레녹스: 현자님이 가지고 계신 것이 제가 만든 것보다 더 빛이 나는 것 같네요. 분명, 파우스트 님께서 정성껏 가호를 거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자님의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저를 지키기 위해……. 그걸 들으니 파우스트에게 뭔가 답례를 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제가 푹 쉬는 게 답례라고 해서…….
레녹스: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파우스트 님께 있어서 당신이 건강했으면 하는 것이 소원인게 틀림없…….
파우스트: 어이. 너희들, 아까부터 내 방 앞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헤?
레녹스: 안녕하세요, 파우스트 님.
자세히 보면 여기는 파우스트의 방 바로 앞이었다. 고민하면서 서성이는 바람에 못 알아챈 것 같다.
(이런, 본인에게 그대로 들렸나봐……)
레녹스: 듣던 대로입니다. 현자님께서 당신에게 답례를 하고 싶다고.
파우스트: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느긋하게 지내면 좋을 텐데.
밤의 정취를 비추는 것은 3화
쓸데없는 게 아니에요. 파우스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아마 파우스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저는 이 부적을 받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 말을 본인에게 직접 전하는 것도 왠지 이상한 것 같지만……)
파우스트: ……그렇다면, 살짝만 나와 어울려 줘.
에. 다, 답례를 해도 되나요?
파우스트: 본인이 그렇게 말했으면서 뭘 놀라고 있는 거야. 그렇다고 말하고 있잖아.
레녹스: 잘 됐네요, 현자님.
레녹스 덕분이에요. 상담해줘서 고마워요.
파우스트: 뭐가 잘됐다야…….
그날 밤, 파우스트는 나를 숲으로 데리고 나왔다.
(숲에서 뭘 하는 거지……? 주술 도우미라던가?)
파우스트: 이쯤이면 되겠지. '사티루크나도 무르크니드'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우자, 눈앞에 모닥불과 테이블이 나타났다.
파우스트: 거기에 앉아. 내 저녁 반주와 어울려 줄거지.
반주?
테이블 위에는 살짝 구운 베이컨, 오일에 절인 올리브, 향긋한 초콜릿……. 그리고, 둥글게 썬 오렌지와 와인같은 음료가 있다.
파우스트: 그건 너도 마실 수 있는 음료다. 꿀을 녹여놓은 거야.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준비해 주셨네요.
파우스트: 전부 샤일록이 준 거니까, 답례라면 그에게 해. 현자와 저녁 반주를 한다고 했더니 알아서 이것저것 서비스를 해주더군.
(내 전용 음료, 샤일록에게 부탁해서 일부러 준비해준건가……)
파우스트: ……뭘 웃고 있는 거야.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파우스트: ……뭐, 좋아. 자, 마시자.
건네받은 잔을 겹쳐 꿀 와인을 입에 댔다. 그리고는 다시 주위를 살핀다.
숲 속에서 모닥불……. 마치 파우스트의 마나 에어리어 같네요.
파우스트: 내 마나 에어리어는, 누가 정성스럽게 손질한 것 같은 따뜻한 숲이 아니야. ……더 깊고 어두운 숲 속이어야 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파우스트는 희미하게 웃고 있어서 평소보다 약간 더 느긋해 보였다. 그에게서 받은 부적을 눈앞에 있는 불길에 올려 놓는다. 그러자 부적은 불빛을 들이마신 듯 한층 더 빛나는 것 같았다.
파우스트, 부적 정말 기뻤어요. 소중히 할게요. 그리고, 오늘은…… 제 휴일에 함께 해주어서 고마워요.
파우스트: ……천만의 말씀을.
모자를 집어 그 얼굴을 가리면서 파웅스트가 퉁명스럽게 받아친다. 눈 앞의 불길이 따뜻하다. 깊은 어둠을 어루어만지는, 지키는 듯한, 그런 불빛을 에워싸면서 고요한 밤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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