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은 빛은 흔들리고] 피가로 가르시아

1화

 

안돼, 잠이 안 와……. 일단 일어나서 물이라도 마시러 갈까…… 응?

희미하게 노크 소리가 들린 것 같아 문을 연다.

피가로: 안녕, 현자님.

피가로.

피가로: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 같길래 신경 쓰여서.

걱정해서 보러 와준건가요? 고마워요. 왠지 눈이 맑아져서…….

피가로: 그렇다면 피가로 선생님이 잠들기 쉬운 차를 끓여줄게. 루틸 특제 허브티야. 몸이 따뜻해져서 분명 금방 졸릴 거야. 여기,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감사합니다. ……와아, 좋은 냄새. 엄청 차분해지는 향이네요.

피가로: 그렇지. 졸려지면 바로 자도 돼.

아하하, 지극정성이네요.

피가로: 남에게 베푸는 건 싫지 않거든. 봐, 난 착한 남쪽 마법사잖아.

 

피가로: 그렇다고 해도 잠들지 못하다니……. 요즘 계속 임무를 수행하느라 신경이 곤두선걸까?

확실히……. 요즘 계속 잠을 못 잤던 것 같아요.

피가로: 그래……. 그러면 릴렉스 할 수 있도록 나랑 조금 얘기나 할까. 자기 전에 친구들이랑 담소하는 기분으로 말이야. 존댓말도 필요 없어. 지금의 너는 현명한 사람이 아닌, 나의 소중한 친구 아키라야. 오늘 저녁은 특별히 뭐가 맛있었어?

오늘은 스튜려나……. 하하, 아서가 무척 기뻐해서 옆에 있는 오즈의 눈이 상냥했었어.

피가로: 오즈 녀석, 그런 얼굴 나한테는 한 번도 안 보여줬단 말이지. 오랫동안 아는사이였는데.

그랬나요? 그래도——








……쿨, 쿨…….

피가로: 무사히 잠든 것 같네. 다행이다.

……으응……. 모두…….

피가로: 응?

……——을, ——았…….

피가로: ………….







응——, 잘 잤다! 머리도 몸도 엄청 맑아. 피가로 덕분이야.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복도로 나오자, 때마침 원하는 인물이 나온다.

피가로: 좋은 아침, 현자님.

아, 피가로! 어젯밤에는 고마웠어요. 덕분에 엄청 기분 좋게 잠들었어요.

피가로: 그거 다행이네. 잠이 안 올때는 언제는 나를 의지해 줘도 돼. ……그건 그렇고, 현자님. 아까 모두와 상의해서 너에게 오늘 하루 휴가를 주기로 했어.

에?

피가로: 그러니까 너의 휴가를 나에게 줘. 같이 잠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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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와아……! 엄청 넓은 벌판. 공기가 맑아서 기분 좋네요.

피가로: 아하하,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하룻밤 잔 정도로는 피로가 풀리지 않겠지. 그러니 오늘 하루는 여기서 뒹굴거리자. 여기의 식물은 피로를 푸는 효능이 있거든.

그렇게 말하고 피가로가 풀밭에 드러눕는다. 나도 그를 따라했다.

(피가로는 상냥하네. 내가 피곤할까 봐 일부러 여기로 데려와 준 거야)

풀과 꽃의 향이 좋네요. 엄청 기분 좋아…….

피가로: 나도 가끔 여기 와. 술 마시면서 여유롭게 지내는 걸 좋아해서. 아, 술은 미틸에게 비밀이야.

아하하. 알겠…… 어라…….

갑자기 눈이 부신다. 경치도 일그러져 가는 느낌이 들어, 당황해서 눈을 비비면…….

눈앞의 풍경은 낯익은 그리운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에……. 어, 어째서. 피가로?

주위를 돌아봐도 피가로는 없다. 대신 예전의 낯익은 차의 소리와 떠들썩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틀림없어. 여기는 내가 원래 있던 세계야……)

많은 그리운 기억이 가슴을 찌르고 눈꺼풀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동시에 무섭기도 했다.

(여기로, 나는 돌아온거야? 모두를…… 역할을 버리고?)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데.

윽, 피가로……! 피가로, 부탁해요. 대답 해주세요! 피가로……!

피가로: ……님.

피가로: ……현자님!

핫……!

피가로: 왜 그래, 괜찮아?

아……. 네, 네…….

(다행이다. 아까 그 벌판이야. ……어라. 근데 어느새 저녁으로)

혹시 저, 잠들었나요?

피가로: 응. 엎드려서 비교적 빨리. ……아까는, 가위에 눌리는 것 같았네.

(그렇다면 그건 역시 돌아간 게 아니라 꿈이었구나)

깨워줘서 고마워요. 사실은, 엄청 이상한 꿈을 꿔서…….

피가로: ……현자님. 그 이상한 꿈이란, 너의 세계로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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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마, 맞아요. 어떻게 알…….

피가로: 미안, 현자님. 사실 여기 식물들의 효과는 피로를 풀어주는 게 아니야. 그 사람에게 있어서 고향의 환영을 보여주는거지.

고향의……. 그래서 아까 그 꿈을…….

피가로: 나는 네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거든. 어젯밤, '모두! 원래 세계로 오가는 법을 알았어요' 라며 잠꼬대를 해서.

…….

피가로: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꿈에 나왔구나 하고 생각했어. 잠시나마 네 마음을 달래려고 여기로 데려온거야. 나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아니까. ……하지만, 괜한 참견이었는지도 모르겠네.

그, 그렇지 않아요! 놀랐지만, 굉장히 기뻤어요. ……하지만, 갑자기 모두와 헤어지는 줄 알아서 섭섭했어요. 게다가, 이 세계에서 해야 할 일을 아직 다 하지 못했는데, 모두를 두고 와버렸나 하고 불안해져서……. 그래서 아직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피가로: …….

피가로: 너는…… 뭐랄까. 응. 조금, 진지한걸지도 모르겠네.

에에……?

피가로: 좀 더 어깨에 힘을 빼라는 이야기야. 현자님은 너무 열심히 하는 면이 있으니까. 의사로서 놓칠 수는 없지. 앞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숨을 고르러 가자고 할게.

고마워요. 그렇다면 다음에는, 또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나요?

피가로: 좋아. 하지만, 원래 세계의 그리운 경치가 아니어도 되는 거야?

물론 원래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어 기뻤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이 세계의 풍경을 더 많이 보고 싶어요.

피가로: ……그래. 현자님다운 대답이네.

피가로: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직 데려간 적이 없는 북쪽 나라의 바다 풍경 같은 것을 보러 갈까. 내가 좋아하는 경치니까, 기대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