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미주에 둘러싸여] 샤일록 베넷

1화

 

샤일록, 이 술은 선반에 갖다 놓아도 괜찮을까요?

 

샤일록: 부탁드릴게요. 무거운 것도 있으니 무리는 하지 말아주시고. 현자님 덕분에 가게 손질도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모처럼의 휴일이니 나중에 조금 거리를 둘러 보도록 할까요.

 

좋네요! 점점 더 의욕이 생겨버렸어요. ……어라?

 

샤일록: 무슨 일인가요?

 

죄송해요. 치우고 있는 술병 중에 빈병 하나가 섞여 있어서요.

 

자세히 보면 녹색 유리병에 약간 낡았으면서도 아름다운 색감의 라벨이 붙어 있다. 멋진 글씨체가 유난히 마음을 사로잡았다.

 

엄청 멋있다…….

 

샤일록: 후후, 그것은 외형 뿐만이 아니라 내용물도 화려한 와인이었어요. 오렌지 꽃과 같은 향기가 퍼져서 상쾌한 단맛을 즐기게 해줘서, 제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와아…… 듣기만 해도 맛있을 것 같아요.

 

샤일록: 사실은 내용물이 들어 있는 것을 현자님께 보여드렸으면 좋았을텐데……. 불행히도, 그쪽이 와이너리는 약 100년 정도 전에 닫혀버려서요.

 

그렇군요…….

 

샤일록: 후후, 그런 표정 지으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별 또한 저에게 있어서 사랑스러운 추억 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마나 에어리어로서 자주 방문했던 장소였기에…… 이렇게 병만이라도 빼놓은 겁니다.

 

샤일록은 내게서 병을 받아가 소중한 듯이 선반 안쪽에 넣어두었다. 그 모습에 그가 지내온 길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확실히 이 가게만 해도 700년은 됐다고 했었지. 만남도 이별도……. 샤일록은 많이 겪어봤을거야)

 

 

 

 

 

 

 

 

 

 

가게 손질을 마친 우리는 샤일록의 제안대로 신주의 환락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역시 이 거리는 언제 봐도 예쁘네요. ……어라, 샤일록. 저 아이…….

 

샤일록: 이런, 무슨 일일까요.

 

길가에 어린 소녀가 웅크리고 있었다. 높이 묶은 양갈래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무릎을 움켜쥐고 있다.

 

샤일록: 아가씨, 곤란하신가요?

 

아이: 훌쩍……. 엄마랑 아빠가 없어…….

 

미아 같네요……. 어디서 왔어? 놓친 장소라던가 어딘지 알 것 같아?

 

아이: 모, 모르겠어…….

 

샤일록: 레이디, 젖은 눈동자도 사랑스럽지만 생글생글 웃는 당신이 더 매력적이겠네요. 제 이름은 샤일록. 그 눈물을 닦아도?

 

아이: 응…….

 

샤일록: 불안하셨겠군요. 여기까지 잘 하셨습니다. 아가씨, 저희가 당신의 부모님을 찾는 일을 도와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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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아이: 같이, 찾아주는 거야……?

 

샤일록: 네. 우선 그 전에 그 차가운 땅엥서 일어나 보도록 할까요. 햇님에게 얼굴을 돌리고 있는 것이, 부모님도 당신을 발견하기 쉽다고 생각해요.

 

샤일록은 소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고 소녀가 일어서자 샤일록은 살짝 웃었다.

 

샤일록: 이 거리는 처음입니까? 아니면, 집이 여기?

 

아이: 어제 처음 왔어. 에, 그래서 오늘은 아빠와 엄마랑 거리를 보려고…….

 

관광을 하는 동안 헤어졌나 봐요. 마지막으로 아빠와 엄마랑 같이 있었던 곳, 기억하고 있니?

 

아이: 으음…… 큰 건물이 있었어. 동그란 모양의 지붕.

 

샤일록: 과연.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광장에 비슷한 건물이 있었죠. 아마 그쪽이 아닐까 싶은데. 바로 가볼까요.

 

 

 

 

 

 

샤일록: 어떨까요, 레이디. 부모님은 계시나요?

 

아이: 아…… 아빠! 엄마……!

 

아이의 아빠: 아아, 무사해서 다행이다……!

 

아이의 엄마: 누군가에게 끌려갔을까봐, 엄청 걱정했어……! 정말로 다행이야!

 

샤일록: 무사히 재회를 한 것 같네요.

 

네, 안심했어요. 여자아이도 부모님도 기뻐하시고 정말 다행이에요.

 

서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웃는 얼굴이 된다. 그러자 소녀가 부모님의 팔을 끌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이: 있잖아, 이 오빠들이 엄마 아빠를 같이 찾아줬어.

 

아이의 엄마: 어머……!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이의 아빠: 꼭 뭔가 감사의 말씀을……. 에, 그러니까……. 아! 술은 좋아하시나요?

 

샤일록: 네. 종류 불문하고 좋아합니다.

 

아이의 아빠: 다행이다……! 실은 조금 전에 바자르에서 물건을 발견해서요. 꼭 보답으로 받아주세요.

 

샤일록: 괜찮나요? 모처럼의 진귀한 물건을.

 

아이의 아빠: 그래서에요. 소중한 딸을 이렇게 구해 주셨으니까.

 

샤일록: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받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봉투를 받아들고, 샤일록이 잠깐 눈을 감는다. 그리고 부드러운 숨을 내쉬며 웃었다.

 

샤일록: 그러면 저희는 이만. 좋은 여행 되세요.

 

아이: 아…… 잠깐!

 

샤일록: 이런, 무슨 일이신가요?

 

아이: 있잖아, 나도 오빠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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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소녀가 고맙다고 알려준 곳은 그녀가 이 거리에서 발견한 소중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와아……! 하늘도 바다도 오렌지 색이다. 너무 예쁘네요. 그 아이가 아끼고 있다고 한 게 정말 잘 보여요.

 

샤일록: ……그렇네요. 변해버린 것은 많이 있습니다만……. 그래고 저는, 이 경치와 이 거리를 좋아합니다.

 

옆에 늘어선 샤일록의 옆모습은 마음에 드는 와인을 선반 안쪽에 넣었을 때와 비슷했다. 정말 좋아하는데, 이제는 만나지 못해. 그의 기억 속에만 있는 사랑스럽고, 마음이 끌리고, 떠나기 어려운 소중한 것들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그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답례로 뭘 받았나요?

 

샤일록: 현자님도 분명 놀라실 거예요. ……이겁니다.

 

……! 이건…….

 

녹색 유리병에, 약간 낡고 아름다운 색감의 라벨. 세련된 글자로 쓰여진 와인의 이름. 그것은 오늘 베넷의 술집에서 샤일록이 마음에 든다고 했던 그 와인이다.

 

샤일록: 설마 이런 형태로 이 와인과 재회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후후, 미아 아가씨에 마음에 드는 와인. 오늘은 많은 만남이 있었네요.

 

……네. 정말로 멋진 하루였어요.

 

샤일록: 현자님, 그 멋진 하루의 마지막을 위해 한잔 어울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웃는 얼굴로, 샤일록이 와인잔을 마법으로 두 개 꺼냈다.

 

샤일록: 현자님의 몫은 마법으로 알코올을 빼두도록 하죠. 그리고…… '임비벨'

 

어라, 지금 와인의 내용물이 좀 바뀌었네요.

 

샤일록: 오랜 세월을 둔 와인은 숙성되어서 녹말이라고 하는 침전물이 생기거든요. 그걸 가라앉혔습니다. 사실 몇 주 동안 병을 세워 두고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지만, 기다릴 수가 없어서.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는 샤일록은 보물을 앞에 둔 소년 같다. 설렘과 눈을 가늘게 뜨고, 더할 나위 없이 공손한 솜씨로 마음에 드는 와인을 잔에 따르고 있다.

 

샤일록: 여기요.

 

감사합니다. 와아…… 듣던대로 좋은 향기!

 

선명한 석양 속에서 와인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화사한 향기를 마시며, 우리는 잔을 바다와 하늘을 향해 내걸었다.

 

오늘 하루의, 많은 멋진 만남에…….

 

샤일록: 멋진 경치와, 이 거리에.

 

샤일록 / 현자: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