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모정이 불타는 바다거리의 랩소디 ~서쪽&남쪽~] 6화~10화

 

6화

 

클로에: 무르?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다. 번뜩이는 눈동자는 눈 앞의 미지만을 쫓고 있다.

라스티카: 무르는 지금 무르의 세계에 있는 것 같네.

샤일록: 이쪽 세계로 돌아오기를 기다릴까요.

불탄 자리를 바라보고 만지작거리던 무르는 이윽고 팔짝 일어났다.

무르: 확실해. 마나석을 소모해서 불을 일으킨 흔적이 있어. 이건 마법 과학 무기의 소행이야!

에……!?

클로에: 마법 과학 무기라니……. 그거, 정말이야?

무르: 정말!

라스티카: 무르가 그렇게 말한다면 확실하겠네.

무르야말로 마법 과학 무기의 산파다. 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재의 원인이 마법 과학 무기라면, 범인은…….

다들 말없이 시선을 마주쳤다. 마법사라면 마법 과학 무기를 쓰지 않을 터.

샤일록: ……그들이 말한 인간들이 마법사를 몰아내려고 한다는 설도, 빗나간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클로에: 그런…….

클로에는 얼굴빛이 흐려졌다. 나도 어둑어둑해진다. 수상한 불의 정체는 사람이냐, 마법사냐. 어느 쪽이든 똑같이 슬프고, 이 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한다.

그 후, 몇 군데 불탄 자리를 확인하였지만 어느 장소나 마찬가지로 마법 과학 무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빗자루를 타고 차례차례 현장을 옮겨 다니며 하늘 위에서 다시 한 번 거리를 바라보았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거리다. 아기자기한 건축물이 들어서 마치 땅 자체를 치장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높은 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바다가 잘 안 보이네……)

내 마음을 읽은 듯 샤일록이 돌아본다.

샤일록: 예전에, 이 거리의 풍경을 사랑하던 마법사들이 많이 있었죠. 하지만 시간은 흐르는 법입니다. 이 거리도 흐름에 몸을 맡기고 엄청난 속도로 변해갔습니다. 그걸 한탄하며 거리에서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머물면서 변해가는 거리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어요.

샤일록은……?

그의 머리를, 바람이 친근하게 어루어만진다.

샤일록: 저번에 별난 손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었죠. 바다가 보이는 이 거리의 경치의 일부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그는, 그 어느 쪽에도 해당되거나,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다. 저도 마찬가지네요.

그렇게 말하며 샤일록은 살짝 웃었다.

샤일록: 그 분…… 튜발은 술집에 얼굴을 내밀 때마다 이 거리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경치가 얼마나 멋진지 열띤 목소리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가끔 생각해요. 갓 태어난 아이 같은 눈을 하고 있던 그가, 지금의 이 거리를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하고. 변해버렸다고 깊이 슬퍼할까요. 아니면 아름답다고 또 그 사랑을 닦을까요.

지금 샤일록의 마음은 미소의 모양과 같은 것일까, 분노를 담고 있을 때처럼 다른 감정을 안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루틸: 아, 여러분!

미틸: 현자님!

목소리가 나는 쪽을 보면 남쪽의 마법사들이 하늘에서 날아온다.

피가로: 마침 잘 됐다. 탐문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

모두 수고하셨어요. 무슨 수확이 있었나요?

레녹스: 네. 거리에 있던 마법사들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많은 마법사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수상한 사람을 몇 번 봤다고 합니다.

클로에: 수상한 사람……?

루틸: 이 근처에 사는 마법사들끼리는 대충 아는 사이인데, 그 사람은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숨듯이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다던가, 거동이 미심쩍었다고 하셨어요.

무르: 흐응. 어두운 곳을 좋아하나?

클로에: 길거리에 남은 인간일지도. 쫓겨나기 싫어서 마법사인 척 하고 있었어, 라던가.

피가로: 말이 될 지도……. 길거리에서 난리도 났을 테고, 한 인간이 남아 있어도 아마 눈치채지 못했을 거야.

미틸: 마법사 씨들이 그러시는데, 해안 근처에서 많이 봤다고 해요.

해안 근처…….

(혹시, 샤일록이 칵테일을 들고 있던 주변이기도 한건가……)

샤일록 쪽을 보자 시선을 눈치챘는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샤일록: ……갈까요, 현자님.














샤일록의 안내로 해안 근처로 찾아왔다. 시간은 이미 해질녘. 눈앞의 경치에 그만 감탄이 새어 나온다.

클로에: 와아……!

루틸: 정말 아름다운 경치야…….

피가로: 이건 멋있네.

지기 시작한 태양이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샤일록: …….

마법사들이 감탄사를 터뜨리는 가운데, 샤일록은 물끄러미 바다를 보고 있다. 풍경을 그리워하고 있다기보다는, 의아한 눈빛이었다.

샤일록: ……바닷속에 잠들어 있을 터인 튜발의 돌은, 결국 없어져 버렸네요.

에……?

샤일록: 그의 돌의 기운이 사라졌어요.

그런……. 어째서?

샤일록: 해변의 개척을 추진하고 있던 인간들에게 들켜져서 차례로 주워갔겠죠.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금 남았을 텐데, 지금은 이제 그것조차…….

느릿느릿 긴 속눈썹이 덮인다.

샤일록: 경치 중 하나가 되고 싶다는 그 사람의 소망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법사는 아무도 그 돌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

한숨처럼 탐닉한 목소리에는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었다. 슬프다, 억울하다, 안타깝다, 화난다. 어떤 말이든 다 들어맞는 것 같아서 어떤 말로도 부족했다.

레녹스: 모두, 잠깐 이쪽을 봐줘.

뭔가를 발견한 것 같은 레녹스가 손짓한다. 가보니 모래사장에 발자국 같은 게 있었다.

라스티카: 방금까지 여기에 누가 있었던 것 같네.

피가로: 꽤 어지러운걸. 황급히 도망친 느낌인데.

클로에: 왜 도망간걸까. 우리들이 와서?

무르: 이상해! 이 거리에는 마법사 밖에 없으니까 마법사들끼리 마주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건데.

루틸: 확실히…… 마법사라면 도망갈 필요가 없죠.

샤일록: 마법사라면, 말이죠.

샤일록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떨구었다. 어수선한 발자국은 모래사장에 구멍을 내면서 이어지고 있다.

레녹스: ……추적해 보자.


7화

 

남겨진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니 파도가 흘러내렸는지 도중에 발자국이 끊겨있다. 분담해서 근방을 찾기로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르가 큰 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무르: 찾았어! 자, 여기!

남자: 히…….

바위 표면에 남자 한 명이 숨어 있었다. 나이는 마흔 정도일까. 홀쭉한 볼과 오들오들한 눈빛이 신경질적인 느낌을 준다.

무르: 아저씨, 인간이지? 왜 이런 곳에 있어?

얼굴을 기웃거리는 무르를 보고 사내는 크게 뒷걸음질쳤다.

남자: 수…… 숨고 있었어. 마법사에게 들키면 거리에서 쫓겨날거라고 생각해서……!

남자는 파랗게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마법사들을 무서워 하고 있다고 해도 뭔가 과민반응으로 보였다. 자연히 마법사들의 증언이 머리에 떠오른다. '해안 근처에서 본 거동이 수상한 인물.'

남자: 부탁해. 제발…… 제발 죽이지 말아줘…….

샤일록: 글쎄요, 어떨까요?

두려움을 부추기듯 샤일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샤일록: 당신이 말을 잘 하는 착한 아이라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요.

무르: 말을 잘 못해도 괜찮아. 머릿속을 꺼내서 알아볼테니까.

남자: 히익……!

남자는 공포에 질려 안색을 잃었다.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고 이를 딱딱 갈고 있다.

남자: 아, 알았어. 말할게. 뭐든지 말할게……! 나는 그냥 개발자일 뿐이야. 마법 과학 병기의…….

!?

피가로 / 레녹스: 개발자?

루틸 / 미틸: 마법 과학 병기라니…….

이마를 식은땀으로 적시면서 남자는 말하기 시작했다.

남자: 군 연구소에서 일했던 나는, 군용 무기를 다루면서 독자적으로 마법 과학 병기를 개발하고 있었어. 이번에 개발한 것은 불을 지피는 마법 과학 무기였지. 그걸 들고 나는 이 거리에 왔었다.

클로에: 불을 지피는, 마법 과학 무기…….

피가로: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건 군의 관여는 없는 것 같네.

레녹스: 군의 지시가 아니라면, 왜 그런 뒤숭숭한 물건들을 이 거리에 들인거지?

남자: 장사지. 귀족들이 사는 거야. 적을 물리치든, 몸을 지키든, 알기 쉬운 힘이 필요하게 돼.

허가받지 않는 무기의 거래도 뒤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남자는 말했다. 불을 내는 마법 과학 무기도 그런 부유층에 팔기 위해서 들여온 것 같다.

남자: ……하지만, 달이 밝았던 밤의 일이었어. 병기의 위력을 눈으로 확인 받으려고 손님들 앞에서 병기에 마나석을 지폈다. 그랬더니 갑자기 병기가 하늘로 떠올라 격렬한 불을 뿜으며 날아갔어……!

클로에: ……에, 그러니까. 거리가 이렇게 된 것은 당신의 병기 때문이라는 것?

——하늘을 나는 무언가가 거리에 불을 뿜고 있다. 거리에서 일어난 수상한 불의 증언과, 남자가 말한 내용은 거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남자는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남자: 아니야! 나는 비행 기능 같은 거 넣은 적도 없고, 화력도 저렇게 세게 나올 리가 없어!

……하지만, 그 수상한 불은 병기의 소행이라는 것은 당신도 알고 있었죠?

남자: …….

레녹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그들이 의심을 받고 있을 때도, 사람이 거리에서 쫓겨났을 때도,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던건가?

남자: 아, 알까보냐……!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겠지!

루틸: 그런……. 죄 없는 마법사 씨들이 구박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나 모두 괴로워하고 있는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가 두려운지, 우리의 비난의 목소리를 피하듯이 남자는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았다.

남자: 아니야. 난 나쁘지 않아, 난 나쁘지 않아…….

레녹스: ……곤란하군.

라스티카: 슬픈 사람이야.

남자: 젠장……. 이럴 거면 그런 마나석을 쓰지 말았어야 했어. 다 저 마나석 때문이야. 틀림없이 저주받은 돌이었을 거라고!

무르: 저주받은 돌?

남자: 우연히 이 해안에서 주운 돌이야. 이 바다를 닮은 신기한 색을 하고 있었어. 병기로 나눠먹으면 좋은 연료가 될 줄 알았는데…….

샤일록이 작게 숨을 삼킨 소리가 났다.

샤일록: 혹시, 그건…….

미틸: 저기, 그 병기는 아직 거리에 있는 거죠? 방치해두면, 또 어디선가 불이 날지도…….

클로에: 맞아. 더 이상 피해가 커지기 전에 막지 않으면……! 무기는 지금 어디에 있어?

남자: 몰라.

무르: 몰라?

남자: 히익, 진짜야. 거짓말이 아니야. 머리를 끄집어내거나 하지 말아줘……!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항상 달이 뜨는 밤에 화재가 일어난다는 것 정도야. 달이 예뻐 보이는 날에만 날뛰어.

달이 뜨는 밤. 그 말에 모두가 눈을 깜빡였다.

……혹시,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샤일록: 그럴지도 모릅니다. 달에 이끌려 발현된다면, '거대한 재앙' 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은 높죠.

레녹스: 요인이야 어찌됐든 병기가 폭주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어. 빨리 찾아내자. 그 병기의 특징을 알고 싶은데, 어떤 형상을 하고 있지?

남자: 크, 크기는 저 바위만 하고 동그란 모양이야. 총구가 여러 개 튀어나와 있어.

피가로: 그 바위 정도라고 하면 레노가 아슬아슬하게 안을 수 있을 정도? 꽤 크네. 의외로 빨리 발견될지도 모르겠어.

루틸: 네. 다른 마법사 분들께도 말을 걸고, 모두 함께 거리를 찾아 헤맨다면 분명…….

무르: 찾으러 갈 필요는 없잖아? 그야, 오늘은 사랑스러운 달이 이렇게 크게 빛나고 있는 걸!

무르가 가리킨 지붕 위에는 동그란 달의 모습. 어느덧 거리는 밤의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달……!

클로에: 위험해, 빨리 거리로 돌아가자!

피가로: 그렇네. 너도 와줘야겠어.

남자: 우왁!









개발자 남자를 연행하는 형태로 마법사들은 곧바로 빗자루에 올라 시내 중심부로 향한다.

샤일록: ……설마.

길을 가면서 샤일록은 앞을 내다본 채,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샤일록: 저 사람이 마법 과학 무기에 사용했다는 마나석은, 그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8화


거리로 돌아온 우리를 맞이한 것은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었다.

……!




달처럼 하얗게 무거워 보이는 구체가 무차별하게 밤하늘을 날아다녔다. 개발자가 얘기했던 것처럼 병기의 표면으로부터 여러 개의 튀어나온 총구가 거리의 사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비행하는 화염방사기 같았다.

클로에: 여기저기에 불이……!

루틸: 너무해……. 무슨 짓을…….

남자: 이, 이런 위력은 처음이야. 지금까지는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어……!

무르: 보름달이니까! 달에 매료된 자에게는 한층 더 애타는 특별한 밤이야.

레녹스: 라는 것은, 병기의 폭주의 원인은 예상대로 '거대한 재앙' 인가.

샤일록: ……개발자가 말했듯이 병기에 들어간 마나석도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요.

미틸: 마나석?

샤일록: 네. 아마도 사용된 것은 경치의 일부가 되고 싶어서 바다에 가라앉은 마법사의 마나석입니다. 무기를 미치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죠. 뭐가 되었든 그는 돌이 되어 버릴 정도로 이 거리의 아름다운 경치에 몸도 마음도 바쳤으니까요.

샤일록의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가 지금 이 거리를 본다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라고. 격렬한 작동음을 비명처럼 연주하고, 병기가 거리의 상공을 날고 있다. 그걸 바라보고 있던 피가로가 얘기를 꺼냈다.

피가로: 기대했던 거리가 변하는 것도, 사랑했던 경치를 빼앗기는 것도 슬퍼서 견디지 못하겠어. 그렇다면 차라리 내 손으로 없애버리자. ……라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네.

루틸: 그런걸까요……. 남쪽의 마법사인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슬프기 때문에 무언가를 부숴버리자는 건 서쪽의 마법사답지 않다고 생각해요.

샤일록: 루틸…….

루틸: 잘 안 되는 일이 있어도, 서쪽의 마법사 분들은 항상 그것조차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서쪽의 마법사 분들을 저는 엄청 좋아해요. 저 같으면 정말 좋아하는 풍경이 있어도 풍경 중 하나가 될 만큼 깊이 사랑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렇게 특이하고 시인 같은 사랑을 한 사람이…… 사랑했던 경치를 잃어버렸다는 절망으로 사랑했던 거리를 상처 입힐 것 같지 않아요.

샤일록: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경치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다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마법사 튜발. 그의 일편단심 마음속을 생각해 모두가 조용해졌다. 사랑했던 경치에서 벗어나 우너치 않는 병기의 일부가 되어,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르: 흥미로운 관점이네. 죽은 뒤의 현상일 뿐인 마나석을 고인의 영혼으로 애도하다니. 사람이나 마법사나 죽으면 그만이야. '거대한 재앙' 의 폭주는 그저 폭주일 뿐이야!

라스티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서쪽의 마법사들은 깜짝 놀랐을 때 과장되게 당활할 수도 있으니까. 어—이 큰일났네. 누가 어떻게 좀 해줘. 라며 날아다니는 걸지도 모르지.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 말을 들으니 무섭게 보이는 것도 곤란한 친구처럼 보였다. 샤일록이 눈썹을 수그리고 미소 짓는다.

샤일록: 그렇다면 도와드려야죠. 그는 멋있는 마법사이자 제 친구였으니까요.

클로에: ……응! 어려운 건 잘 모르겠지만, 빨리 막아주자. 비록 옛날과 달라졌다고 해도 사랑하던 것을 스스로 부수다니, 그런 건 너무하잖아. 나 같으면 너무 힘들거야. 살려주자, 샤일록. 그냥 돌이라고 해도, 샤일록의 친구였던 사람이라면 나도 좋아할 거야!

샤일록: 클로에…….

라스티카: 우리가 구해주자. 그가 그의 사랑을 해치는 일이 되어서는 안돼.

샤일록: ……그렇네요. 세계 정복을 하고 있던 무렵의 오즈조차도, 이 거리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거리를 스스로 불태우는 도구가 되어 가장 상처받고 있는 것은 분명 그겠죠.

무르, 어떻게 해야 무기를 멈출 수 있나요?

무르: 가장 빠른 것은 오즈처럼 힘으로 박살내기!

남자: 그런! 저건 내…….

무르: 본인을 산산조각 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남자: 새, 생각합니다!

샤일록: 확실히 부숴버리면 멈출 수 있는걸까요……. 제 고집대로 말씀드리자면, 병기 속의 마나석을 꺼내고 싶습니다. 가능한가요?

무르: 헤에, 네가 거기까지 그에게 집착하고 있었다니, 몰랐네.

샤일록: 무르.

무르: 못할 것 까진 없어! 무기의 움직임을 멈추면 돼. 불에 강한 것은 물이야. 다행히 여기는 바다가 가까우니 바닷물을 준비하자!

클로에: 루틸, 그쪽을 부탁해!

루틸: 응! 바다로 향하자!

외적으로부터 도망치는 본능은 마법 과학 무기에도 갖추어져 있는 것 같다. 마법사들이 다가오자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듯 날아간다. 그 움직임을 이용해서 클로에와 루틸 두 사람은 병기의 뒤를 쫓았고, 점차 해안 쪽으로 몰아갔다.

루틸: 이대로 날면, 곧……!

클로에: 좋아, 바다가 보인다! 루틸!

루틸: 알았어!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두 사람이 주문을 외우자 조명탄처럼 병기 주위가 밝아진다.

무르: 신호다! 바닷물을 퍼내! '에아뉴 랑블!'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미틸: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르쳬!'

네 명의 마법으로 인해 바닷물이 거인의 두 손으로 떠낸 것처럼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솟아오른다. 곧이어 병기를 향해 내동댕이쳐졌다. 바닷물을 들이받은 병기는 불길을 잃었고, 순간 물에 빠진 듯 움직임을 멈췄다.

피가로: 가자, 미틸.

미틸: 네, 네!

피가로: '폿시데오'

미틸: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르쳬!'

직후, 피가로와 미틸이 주문을 외운다. 무기는 자신을 삼킨 바닷물에서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미틸: 됐다!

클로에: 멈췄어!

무르: 오래 가지 못해. 금방 온몸에서 열을 내며 녹일거야!

무르: 샤일록, 기회는 한 번 뿐이야! 즐겨!

샤일록: 그러도록 하죠.

샤일록은 병기가 있는 얼음으로 제발로 뛰어든다. 총구와 같은 위치에서 얼음 표면에 펼친 손으로 닿았다.

샤일록: '임비벨'

주문을 외우자 그의 손바닥이 빛난다. 호응하듯이 병기 내부도 빛나기 시작한다. 병기 속의 마나석을 꺼내려고 샤일록은 주문을 더 외웠다.

샤일록: '임비벨!'

강하게 빛나며 기체에 크게 금이 간다. 하지만 그 직후, 병기가 흔들렸다.

레녹스: ……! 위험해.


9화

 

무르가 충고했던 대로 무기는 금방 살아났다. 끓는 주전자처럼 총구는 급속도로 빨갛게 물든다. 병기를 가두었던 얼음은 그 열에 의해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루틸: 안돼. 빛이 점점……!

액체로 돌아간 바닷물이 폭포처럼 흘러 모래사장과 샤일록을 적셔간다. 기체에 들어간 금은 점차 번지고 있지만 마나석은 병기에 계속 주입된 채이다.

샤일록: ……윽.

이윽고 모든 얼음이 다 녹았다. 해방된 무기가 포효 비슷한 큰 작동음을 낸다.

클로에: 샤일록!

미틸: 샤일록 씨, 도망가 주세요!

샤일록은 물러서지 않았다. 열을 머금은 총구를 마주한 채 잡으려고 손을 뻗어, 다시 한 번 강하게 주문을 외웠다.

샤일록: '임비벨!'

순간, 하얀 빛이 부풀어올라 불꽃처럼 터진다. 희미하게 새된 비명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샤일록의 목소리도 같이 들렸다. 그것은 해질녘의 잔물처럼 굉장히 부드러운 소리였다.

샤일록: ……자,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까요.

빛이 사라졌을 때 우리가 본 것은 지상으로 떨어지는 무기의 모습이었다. 몇 가지 부품을 뿌리면서 힘이 다 빠진 것처럼 물바다가 된 모래밭으로 떨어져 간다.

샤일록…….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온 샤일록의 곁으로, 우리는 달려갔다.

클로에: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무르: 아팠어? 무서웠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려줘!

녹은 얼음을 가까이서 맞았기 때문인지 샤일록은 흠뻑 젖어있었다.

샤일록: 모두,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고를 끼쳐 드렸군요.

라스티카: 소중한 친구는 만났니?

샤일록은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쳐다 보았다. 거기에는 바다 색깔을 닮은 마나석이 반짝이고 있었다.

샤일록: ……꽤 작아져버렸지만요.

이렇게 말하고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병기를 바라보았다. 녹은 얼음은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누가 흐느껴 울고 난 뒤처럼 보여, 분명 샤일록은 돌아갈 길을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 친구를 데리러 가줬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거리에 남은 마법사들과 협력을 해 불을 끄고 돌아다니거나, 건물을 고치면서 거리의 수복 작업에 임했다. 원흉인 개발자는 마법 과학 병단으로 끌려갔다. 화재의 원인은 무기 폭주라고 보고를 한 모양이며, 이제 오해는 풀린 모양이다. 거리에 발령되어 있던 마법사 진입금지 명령도 취하되고, 쫓겨났던 인간들도 조금씩 거리로 돌아왔다.

거리의 주민들: 저기, 수상한 화재의 범인은 마법사가 아니었대.

거리의 주민들: 그래? 틀림없이 그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쪽의 마법사들은 서서히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거리를 감개무량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라스티카: 다행이네, 거리에 웃음이 돌아와서.

클로에: 응. 물론 의심받았던 마법사들은 개운치 않겠지만…….

샤일록: 네. 하지만 그들 또한 인간들을 의심했으니까요.

무르: 그런 거야! 사람이나 마법사나 마찬가지. 불안할 때일수록 직책에 어울리는 적을 구해.

샤일록: 그것을 포함해 이 거리의 본연이 자세겠지요. 서로 타협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불이 나기 전에.










소동이 가라앉은 며칠 후, 그제서야 샤일록의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우리는 물론 개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거리의 마법사들도 모여 가게 안은 북적거린다.

피가로: 모두, 잔은 준비됐니?

루틸: 네!

무르 / 클로에: 오케이——!

샤일록: 그렇다면 사건 해결을 축하하며……. 건배.

마법사: 건배!

마녀: 건배!

드높은 목소리와 잔 맞추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바의 여기저기에서 단골 손님들끼리 재회를 좋아하거나, 사건에서 협력했던 마법사들이 서로 위로하고 있거나, 모두 즐거워 보인다. 오늘은 특별히 램프의 불이 켜지고, 어른스러운 바를 평소보다 조금 화려하게 비추고 있다.

피가로: 하아~ 일을 끝내고 난 뒤의 한 잔이 최고지.

레녹스: 오늘은 축하니까 평소보다 많이 드셔도 된다고 하네요. 미틸과 루틸의 허락이 떨어졌어요.

피가로: 정말? 이야, 일한 보람이 있네. 병째로 마셔버릴까.

레녹스: 먹고 싶은 만큼 마셔도 되는 게 아니에요.

피가로: 자자, 축배니까 오늘 만큼은 레노도 막 마셔버리자. 취기 줄여줄테니까.

레녹스: 받도록 하죠.





마녀: 어라, 귀여운 고객님. 어디서 왔니? 가까워졌다는 표시로 한 잔 사줄까?

미틸: 에? 저기…….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예쁜 아가씨. 그는 술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니, 제가 한 곡 보여드리죠.

마녀: 어라, 좋네. 부디 들려줘.





클로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샤일록의 거리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기쁘니까 미틸도 함께 춤추고 축하하자!

 

 

미틸: 가, 감사합니다. 전 이런 장소에 익숙하지 않아서…….

클로에: 으응, 나도 그랬으니까 알아. 어른들의 은신처 같아서 긴장되지. 그래도 역시 즐거운 기분이지 않아?

미틸: 네......! 어른의 대열에 합류한 것 같아서 둥실둥실하면서 설레어요.

 

 

클로에: 그런 기분이란 최고지!

라스티카: 클로에, 미틸. 너희들도 이리 와.

마녀: 같이 춤추자!

클로에 / 미틸: 네——!


10화


루틸: 이것이 어머니가 자주 드시던 칵테일인가요?

샤일록: 네. 이곳에 들르셨을 때 항상 드셨었죠.

 

 

루틸: 아름다운 색이네요……. 노을이 지는 색 같아.

샤일록: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군요. 그녀도 같은 말을 했었습니다.

루틸: 정말인가요? 후후, 기쁘다. ……아, 신이 나서 단숨에 마셔버렸어요!

샤일록: 그러고보니 치렛타의 주호의 피도 물려받았군요. 오늘은 마음껏 솜씨를 발휘하도록 하죠.









무르: 현자님! 이쪽 이쪽! 뭐 마셔?

무알콜 칵테일이에요! 과즙의 신맛이 나서 맛있어요.

무르: 어디어디? ……정말이다, 셔!

(어, 엄청 자연스럽게 마시네……)

무르: 나도 샤일록에게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샤일록: 마음에 드셨나요?

카운터 안쪽에서 나타난 샤일록이 칵테일을 무르에게 내놓는다.

샤일록: 여기 있습니다. 현자님께 만들어 드린 칵테일을 어레인지 한 것이에요. 제가 드리는 작은 보답입니다. 당신의 지혜에게는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무르: 아싸——!

샤일록: 다 마셔버린 현자님께는 리필을 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무르: 응, 맛있어! 마법사들의 수다를 바라보면서 누워서 마시면 최고야.

그 카우치는 무르가 좋아하는 것이죠. 그러고 있으니까 이 가게의 오너같네.

 

무르: 샤일록은 놀러앉은 도둑고양이라고 하더라고. 야——옹!

아하하, 기분 좋으신 것 같네요.

무르: 그렇게 보인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거리가 타지 않으니까 난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어. 지금부터의 앞은 몰라.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오늘은 특별한 날! 아마 내일도, 그 다음도.

무르: 자, 다시 건배하자. 이곳에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술집에서 즐거운 술자리를 가진 후 자정이 지났을 때 쯤 바다를 바라보러 다 같이 해변으로 왔다. 반짝반짝 빛나던 황혼의 빛은 없고, 조용한 파도 소리를 내는 밤바다가 펼쳐져 있다.

피가로: 어두우니까 발 밑을 조심해. 그렇다 치더라도, 미틸이 이렇게까지 밤을 새우다니 신기하네.

미틸: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오늘 밤은 굉장히 즐거운 밤이었으니까 잠자는 것이 왠지 아까워서…….

루틸: 그 기분 알아. 나도 이 멋진 밤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 걸.

클로에: 루틸, 미틸! 봐봐, 바다가 너무 예뻐.

루틸: 정말이다. 해질녘 때와는 다르네.

라스티카: 샤일록이 말한 대로야. 밤의 경치도 아름다워.

샤일록: 마음에 드셨나요? 이 시간에 바라보는 바다는 마치 시의 낭송 속에서 헤매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죠.

해변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제 조사를 위해 정신 차리고 주위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그냥 즐기기 좋은 시간. 어린 마법사들은 신발을 벗고 물가로 달려나갔다.

클로에: 차가워!

미틸: 기분 좋다!

루틸: 조금 더 깊숙히 가볼까.

클로에: 레녹스들은 안 와?

레녹스: 우리들은 잠깐 산책하고 올게.

피가로: 술 깨기에 딱 좋은 바람이니까.

미틸: 그러면 나중에 와주세요. 같이 놀아요!

피가로: 하하, 미틸도 조금 전까지 졸린 것 같았는데 바로 기운 차렸네.

라스티카: …….

레녹스: 라스티카, 눈을 감으면서 뭐 하고 있어?

피가로: 혹시 너도 과음?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

라스티카: .아뇨, 음악을 듣고 있었어요.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바다의 노랫소리를.

레녹스: 음악……?

피가로: 아아, 썰물 소리구나. 귀를 기울이면 확실히 음악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네.

라스티카: .네. 바다가 연주하는 선율이에요. 오늘 밤에 어울리는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것 같은…….

피가로 / 레녹스: …….

라스티카: .저 노랫소리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을까요.






모두에게서 조금 떨어진 물가에서 무르가 보인다. 유난히 반짝이는 달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무르: 하아…… 사랑스러운 너. 오늘 밤도 만났네. 바다를 내려다보는 모습도 아름다워. 수면에 비치는 너의 모습에 날이 새도록 취해 있고 싶어. 이대로 바다에 가라앉아도 분명 너가 보이겠지.

파도에 들떠 있거나, 조용히 바다를 만긱하거나.... 제각각의 시간들이 기분 좋게 흐르고 있다. 평상복의 마음으로 있을 수 있는, 특별한 하루. 그런 기운을 내준 공기가 밤바다에 있었다.

좋다, 휴양지에서의 휴가라는 느낌…….

(예정과는 조금 다른 휴일이었지만, 모두 좋은 기분 전환이 되었으면 좋겠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래사장을 거닐다보면 샤일록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만 이쪽을 향해서 미소를 지어준다. 이쪽으로, 라고 한 것 같아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샤일록: 마침 잘 됐네요. 마나석을 바다로 돌려보낼 참이었어요. 그가 좋아했던 칵테일을 곁들어서.


샤일록의 손에는 마나석의 조각과 바다색의 아름다운 칵테일이 들려 있었다.

아, 죄송해요……. 소중한 시간이었군요.

샤일록: 아뇨, 가능하다면 현자님이 지켜봐 주셨으면 했어요. 그가 소원대로 경치의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을.

 

샤일록은 천천히 손바닥을 펴고, 작은 파도를 만들어서 마나석 조각의 물결 사이로 사라진다. 그리고 오른손의 잔을 부드럽게 기울였다. 푸르고 투명한 칵테일은 별과 달빛에 비쳐지고, 반짝임 속에서 바다로 녹아든다. 이윽고 조각과 칵테일은 섞이면서 소리 없이 가라앉고, 밤바다로 사라졌다.

샤일록: ……파도 소리만큼은, 옛날과 다를 게 없네.

샤일록: 현자님, 조금만 더 거기에 계셔 주시겠나요. 이 경치를 바라보는 동안 만이라도.

……네. 여기에 있어요.

샤일록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도 침묵에 기대듯 아직 아침이 오지 않은 경치를 바라보았다. 다음에 볼 바다는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다른 풍경으로 바뀔까.

밤의 저편에서, 파도가 밀려온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