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마법관 생활에도 익숙해졌고, 오늘은 트러블도 없는 평온한 하루였네. 이대로 밤은 푹 쉬어…….
……!? 말하자마자 엄청난 소리가!? 무, 무슨 일이지!?
미스라: ……하아…….
(미스라다…… 엄청 언짢은 것 같아……. 말을 걸어도 괜찮으려나…….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
미스라: ……현자님.
……! 안녕하세요, 미스라! 우연이네요!
미스라: 하아……. 당신은 언제나 행복해 보여서 좋네요.
미, 미스라는 무슨 일 있었나요?
미스라: ……잠이 안 와서…….
맞다……. 미스라는 잠이 오질 않죠. 잠이 안 오는 건 힘들겠네요…….
미스라: 엄청 힘들어요……. 그래서 적어도 의식을 잃으려고 했는데.
의식을 잃어……?
미스라: 공격을 당해서 실신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해서, 오웬에게 공격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반격해 버려서…….
반격……? ……! 오웬이 쓰러져 있어! 괘, 괜찮나요……!?
미스라: 괜찮아요.그 사람 죽지 않으니까. 하아…… 잘 자서 부럽네……. 최악으로 굴욕적인 짓 해볼까…….
미, 미스라, 진정해요……. 정말로 기분이 나쁜 것 같네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나 할까…….
미스라: 하아…… 자고싶어…….
(힘들어 보이네, 미스라……. 하룻밤을 꼬박 새는 것도 힘든데, 계속 잠들지 못하면……)
힘이 되고 싶어서 나는 충고했다.
▶ 양을 세보는 건 어떤가요?
미스라: 그거, 해봤어요. 루틸에게도 권해져서……. 하지만 레녹스의 양을 모아서 세다가 오히려 눈이 떠졌어요. 그 얘기, 과장 아닌가요.
(아아, 본격적으로 세버렸구나……)
▶ 반신욕을 해보는 건?
미스라: 반신욕?
배꽅에서 아래쪽 정도의 위치까지 천천히 목욕을 하는 거에요. 온몸이 따끈따끈해서 잠이 잘 온대요.
미스라: 아아, 전에 하려고 했는데 브래들리와 서로 죽이기 시작했네요.
(반식욕에서 왜!?)
미스라: 물을 빼면 안된다던가, 미지근하게 하지 말라고 해서……. 그 남자, 욕실의 지배자 행세예요. 그래서 욕실의 물의 양이나 온도 조절은 누구에게 지배권이 있는지 깨닫게 해줬죠.
욕실에서도 세력권 다툼이 나는군요…….
미스라: 저도 여러 가지 생각해 봤어요. 그 결과, 실신이라는 방법을 찾았지만…….
2화
무의식적으로 반격을 해버린 탓에 오웬이 희생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조금 생각을 하다가 나는 떠올렸다.
맞다! 오즈에게 부탁해보는 건 어떤가요? 오즈라면 미스라에게 반격을 당해도 쓰러지지 않겠죠?
미스라: 확실히……. 어쩔 수 없네요. 그 남자를 의지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 오즈에게 부탁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미스라! 오웬을 이대로 두지 말아요! 방까지 날라다 주세요……!
오즈: ……그래서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건가.
미스라: 하아……. 뭐, 그런 거예요. 빨리 해주세요. 당신이라면 제가 반격한다고 해도 죽지 않겠죠.
오즈: 그게 부탁하는 태도인가.
오즈, 너그럽게 봐주세요. 미스라도 잠이 안 와서 힘들어 하거든요.
오즈: ……현자의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지. 각오해라, 미스라.
미스라: 현자님, 눈 좀 돌리시는 게 좋아요. 이 사람 성깔이 나빠서 제 외관의 무사하다고 생각되지는 않거든요.
두, 둘 다 무모하게 굴지는 말아요.
오즈: 간다. '복스노……'
오즈: 쿨…….
아……! 오즈가 잠들어 버렸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어……!
미스라: ……이 자식……. 불면증으로 고민하는 제 앞에서 잘도 행복하게 자고 있네요…….
오, 오즈. 일어나 주세…….
미스라: 비켜주세요, 현자님……. 자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괜히 짜증나기 시작했어요. 오늘 밤이야말로 죽이겠습니다.
안돼요, 미스라……! 급하게 굴지 말아요! 생각을 고치고……!
미스라: '아르시……' …….
갑자기 미스라는 멈췄다. 가만히 오즈를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발길을 홱 돌려 방을 나가 버린다.
오즈의 방을 나와 자기 방으로 온 미스라는 토라진 듯 침대에 누워 있었다.
미스라: ……하아……. 모두 쓸모없기만 하고…….
3화
(꽤 난처한 걸……. 그렇다고는 해도……)
▶ 무드한 방이네요…….
미스라: 뭔가요, 그거.
그…… 어둑어둑하고, 요염하고, 마법사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미스라: 그렇겠죠. 벽난로밖에 없는 보잘 것 없는 남자와는 격이 다르다고요.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네……)
▶ 박제나 뼈가 많네요…….
미스라: 하아, 주술에 쓰는 거라서.
저 사슴 박제도요?
미스라: 저건 사슴이 아니에요. 고대의 숲에서 신과 동등하게 취급받던 정령의 왕의 생목이죠.
에…… 그런 대단한게…… ……! 지금 눈알이 움직였다!?
미스라: 가끔 이쪽 쳐다봐요. 옷을 갈아입거나 체조 할 때.
(옷 입는 것을 훔쳐보는 정령의 왕……)
▶ 쿠션이 귀엽네요…….
미스라는 초승달의 쿠션을 껴안았다. 베개에 볼을 대면서 자랑한다.
미스라: 루틸에게 받은 거예요. 잘 자라고.
(비주얼이 귀엽네……)
미스라: 잠은 안 오지만요. 이렇게 하다 보면, 뭐. 기분은 좋아요.
아…… 미스라. 누가 온 것 같아요.
미스라: 당신이 나가 주세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하나하나 말에 가시가 있네……)
네—— 누구신가요?
루틸: 현자님! 여기 계셨군요.
루틸, 무슨 일인가요?
루틸: 미스라 씨가 잠을 못 잔다고 해서 허브를 채운 안대를 만들어 왔거든요.
루틸, 상냥하네요…….
루틸: 왜냐하면 미스라 씨, 마음이 곤두서 있어서 남쪽의 마법사들은 쓸모없다던가 하면서 시끄럽게 굴거든요. 저도 욕 먹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약해진 사람도 그냥 놔둘 수 없어서. 미스라 씨, 상태는 어떤가요?
4화
미스라는 침대에 누운 채 나른하게 루틸을 쳐다보았다.
미스라: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잠 못 자요.
루틸은 상관 없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미스라에게 안대를 꾹꾹 눌러댔다.
미스라: 우붑…….
루틸: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자, 허브 향 때문에 기분이 안정되죠? 잠이 안 와도 많이 나아질 거에요.
미스라: 별로 좋지는 않지만요
루틸: 정말이지——, 불평하지 말고요. 심호흡 해보세요. 냄새가 좋아요.
미스라: ……하아…….
루틸은 미스라의 머리를 쓰다듬고나서 나를 돌아보았다.
루틸: 현자님, 잠시 후 미틸의 공부를 봐줘야 해서. 미스라 씨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알겠어요. 루틸, 고마워요. 미스라도 자, 고맙다고 하세요.
미스라: …….
미스라는 안대를 내려놓으며 삐진 짐승처럼 시무룩하게 루틸을 올려다보았다. 나른하고 언짢은 눈빛 속에 응석 부리는 아이의 어린 모습이 있다. 그의 스승인 마녀 치렛타가 루틸의 어머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미스라: ……감사합니다.
루틸은 환하게 웃었다.
루틸: 또 밤에 상황을 보러 올게요. 현자님과 사이좋게 지내세요.
루틸이 나가자 똑같은 눈빛으로 미스라가 나를 보았다. 다른 때보다 무방비한 표정에 놀란다. 미스라는 워낙 용모가 단정해서 하마터면 반할 뻔했다.
미스라: ……뭔가 이야기 해주세요.
이야기요……?
미스라: 네. 시름에 잠길 만한 걸로.
알겠어요. 아…… 안대 끼는 편이 좋아요.
미스라: 좀 더 졸린 다음에요. 가장 좋은 타이밍에 효과를 보고 싶으니까 빨리 뭔가 얘기해 주세요.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에게 제안을 했다.
제가 미스라에게 질문해도 괜찮나요?
미스라: 하아…… 상관 없어요. 어차피 잠도 못자고…….
5화
다행이다. 요즘 현자의 서에 마법서의 모두를 정리하고 있거든요. 제가 언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도 모두가 살기 좋기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이나 하고 싶은 것들이라던가.
미스라: 이계로 돌아가나요?
에…… 아마, 언젠가는.
미스라: ……그런가요…….
미스라는 침묵했다. 그 침묵은 아까 오즈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당황한 기색이다.
미스라: 좋아요. ……질문해요.
아…… 네. 그러면 출신지와 나이를 다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미스라: 출신은 북쪽 죽음의 호수 옆이에요. 태어난 지는 꽤 오래됐지만요. 오즈나 피가로보다는 젊지만…….
죽음의 호수는 어떤 곳인가요?
미스라: 춥고 밋밋한 호수예요. 근처에 마을이 있어서……. 망했지만. 거기서 나룻배 일을 하고 있었죠.
나룻배……?
미스라: 아아, 사망자를 매장지까지 배에 실어서 운반해요. 남은 싫어하는 일이었지만 저는 비교적 좋아했어요. 호수도, 배도, 사망자도, 눈도, 조용해서…….
나룻배는 마법사의 일인가요?
미스라: 아니…… 아닐텐데. 그때 마을 사람들도, 저도 제가 마법사인 줄 몰랐어요. 천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나룻배는 마을 사람들에게 배웠거든요. 똑똑히 알고 있었는지는 당시에는 몰랐지. 왜 그 일을 하고 있었을까……. 하얀 경치 정도 밖에 기억 안 나는데.
미스라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건 의외였다. 눈 내리는,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죽은 사람을 태운 배를 젓는 미스라의 모습을 상상한다. 소리 없는 조용한 북쪽 끝에서, 그의 머리색만 타는 듯이 붉었겠지.
6화
미스라: 제가 마법사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마녀 치렛타를 만나고 나서에요.
눈 위에 손바닥을 포개면서 미스라는 툭 내뱉었다.
미스라: 처음에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녀가 말하기를, 저는 배운게 없으니까 말을 너무 모르는 탓이라고……. 그래도 가끔 오는 치렛타와 대화하게 되고, 마법에 대해서나 나라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아마.....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네요.
그랬었군요……. 치렛타 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미스라: 꽃 같은 사람이었어요.
시적 표현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미스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이어나간다.
미스라: 맹수 같을 때도 있었지만요. ……뭐라고 할까, 봄이 왔을 때랑 비슷한, 김빠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끄러워서 새가 우는 것 같은……. 그녀는 자주 음식이나 옷을 주기도 하고, 제 얼굴을 만지거나 팔을 휘감기도 했어요.
……연인 사이였나요?
미스라: 으——음, 그런 느낌은 아니었네. 실제로 치렛타는 인간과 결혼했고요. 쌍둥이는 엄마 대신이라고는 했지만 엄마 같은 느낌도 아니었어요. 스승 같은, 동지 같은, 동생 같은 사람이었죠. 금방 화내고, 금방 울고…… 시끄럽고 귀찮아서. 지금도 가끔 생각나지만, 아아 죽었구나 하는 생각도 나고. 뭔가 이렇게…… 느낌이 이상해지네요.
이상한 느낌이요?
미스라: 이상한 느낌이요. 그래서 아까도 기회였는데 오즈를 못 죽였어요. 십수 년 전에 치렛타와 헤어진지 얼마 안 됐는데, 이 사람과도 헤어지는 건 아직 좀 이른 게 아닐까…… 하고.
나는 미스라를 바라보았다. 눈 위에 손을 얹고 있는 바람에 그의 표정은 잘 모르겠다. 말하고 싶은 듯이 벌린 입술은 '외롭다' 라는 말을 찾고 있는 듯했다.
7화
뺨을 풀면서 나도 모르게 미스라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미스라는 고분고분하게 그대로 있었다.
미스라를 어루어 만지고 싶은 기분, 약간 알 것 같네요.
미스라: 하아…… 그런가요.
평소에는 못 만지던 맹수가 가까이 있는 것 같아요. 만져둬야지, 하게 되는…….
미스라: 맹수 취급인가…….
미스라는 벌렁 몸을 뒤척였다. 갑자기 미스라는 기세 좋게 일어났다. 나를 깔아놓고 어깨를 깨문다.
꺄악……!
미스라: 아하하.
내 비명을 듣고 미스라는 웃었다. 물어뜯은 건 시늉 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맹수에게 죽음을 각오한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다.
(뭐야, 이 사람……. 맹수 취급을 받아버려서 장난 친건가? 죽는 줄 알았어……)
미스라: 아, 치렛타에게 받은 해골 볼래요?
(화제도 갑자기 바꾸고……)
해, 해골이라뇨? 사람의 뼈요?
미스라: 수정 해골이에요. 치렛타의 마도구였던 걸 약속과 교환 조건으로 물려받았죠.
미스라는 그렇게 말하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수정 해골을 출현시켰다.
미스라: 이거, 갖고 싶었어요. 강한 마력이 깃들어 있어서.
그렇군요.
미스라: 보통은 본인의 마음이 있는 걸 마도구로 삼는데, 치렛타가 계속 쓰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토착 주술 같은 걸 좋아해서 마물의 뼈라던가 고대 화석이라던가, 짐승의 건어물. 이런 거나 쓰는데.
헤에…… 마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군요. 잘하는 거나 못하는 게 있나요?
미스라: 잘하는 건 공간이동 마법이나 뼈나 가죽을 이용한 토착 주술이죠. 수영도 뭐, 잘해요.
▶ 공간이동 마법을 잘하나요?
미스라: 뭐…… 나룻배 일은 좀 한가해서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좋겠다……. 원래의 세계에서 한가했던 때에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 수영을 잘하나요?
미스라: 호수 옆에 살았으니까요. 꽤 오랫동안 잠수할 수 있어요. 수중전이라면 오즈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오즈와 미스라의 수중전이라니, 아무도 손댈 수 없을 것 같은……)
미스라: 못하는 건 봐주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에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귀찮아서.
8화
아하하, 솔직하네요. 그래도…….
▶ 조금은 맞춰야 해요.
미스라는 귀찮은 듯이 말없이 무거운 눈꺼풀을 가늘게 떴다.
그 쪽이 트러블도 적고……. 미스라를 오해하지 않을 수 있어요.
미스라: 오해?
저는 미스라를 싫어하지 않으니 부주의하게 싫어하는 일이라던가 안했으면 좋겠거든요.
미스라는 희미하게 웃었다. 어딘가 도전적으로 나를 달래듯이 입꼬리를 올린다.
미스라: 저와 당신의 일인데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에요. 1000년을 살아도 전 변하지 않아요. 저에게 호의를 베풀려면 1000년동안 변하지 않는 애정을 주세요. 그때 생각할테니.
어른스러운 대사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스라는 한가롭게 손등을 긁고 있다.
▶ 미스라는 그대로 있어도 괜찮아요.
미스라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지나친 것은 곤란하지만.... 모두 똑같이 되어 버리면 재미없을 것 같고. 당신 같은 사람은 세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질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미스라: ……흐응.
미스라는 생각에 잠긴 듯 입을 다물었다.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천장을 올려다보고, 미스라는 툭 내뱉었다.
미스라: 그러면 재밌는 거 해드릴까요.
예를 들어?
미스라: 이 마법관을 파괴한다던가…….
그, 그만둬 주세요. 그게 지나친 것이에요.
미스라: 아하하.
당황하는 나를 보고 미스라가 즐겁게 웃었다. 어쩐지 평온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다른 건, 에……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던가 있나요?
미스라: 마력을 잃는 것일까요……. 무심코 약속을 해버렸으니 깨버린다면……. 오즈에게 이기고 도망가는 것도 싫네요. 아까는 놓쳤지만 나중에 제가 돌로 만들테니.
오즈: 지긋지긋한 대사군.
갑자기 오즈의 목소리가 났다. 문을 연 기색도 없었는데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9화
미스라: 노크 정도는 해주세요. 당신은 매너도 모르나요.
오즈: 너에게 매너에 대해 설교를 듣다니……. 현자. 조언이 있어서 왔다.
조언이요?
오즈: '거대한 재앙'의 상처로 마법을 쓸 수 없게 된 나는 너에게서 마력을 끌어낼 수 있었지. 마찬가지로 현자의 인도의 힘으로 미스라를 잠들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
미스라: 그런가요?
미스라는 벌떡 일어나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차 있다.
미스라: 빨리 저를 재워보세요.
아, 알겠어요. 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미스라: 몰라요. 빨리 어떻게든 해보세요.
미스라에게 재촉을 받고, 나는 곤란한 상태로 오즈를 바라보았다.
오즈: 천천히 몸을 두드려주면 돼. 아니면 책을 읽어주거나, 자장가를 부르거나…….
미스라: 아기 취급 하지 말아줄래요?
오즈: 아기 쪽이 훨씬 낫지. 현자여, 해 봐라.
네, 네. 자…… 잠들어라—, 잠들어라—.
미스라: 뭔가요, 그거……. 당신의 세계의 주문인가요…….
자, 자장가에요. 당신은—, 점점—, 졸려진다—. 졸려진다—, 졸려진다—.
미스라: 아…… 좋아요……. 잠이 잘 오네요……. 이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아…….
오즈: 에취!
미스라: 하아아!? 눈이 떠져버렸잖아요!?
오즈: 그러고보니 지금 생각났지만, 현자의 인도로 마력을 끌어냈을 때 현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미스라: 엄청 중요한 걸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재채기로 기억하지 말라고요. 현자님, 손 잡으세요.
네, 네.
미스라: 이어서.
자, 잠들어라—, 잠들어라—. 점점—, 점점—, 졸려진다—. 졸려진다—, 졸려진다—…….
10화
미스라: 쿨—…… 쿨—…….
몇 시간 뒤, 미스라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작게 내뱉었다.
됐네요……! 미스라, 완전히 잠든 것 같아요!
오즈: 귀찮은 남자다.
그때 문이 열렸다. 나는 펄쩍 뛰었지만 아무래도 미스라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에 들어온 건 오웬이었다.
오웬: 비켜.
뭐, 뭘 하려고요?
오웬: 반죽음 당한 한을 풀거야. 악몽에 시달리게 마법진을 그려줄게.
그, 그런……! 겨우 잠들었는데……!
오즈: 뭐, 자업자득이다. 가지.
바닥에 발끝으로 마법진을 그리는 오웬을 두고 나는 오즈와 함께 미스라의 방을 나왔다. 오랜만에 꾸는 꿈에 미스라는 가위를 눌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즐겁고 그리운 꿈을 꿨으면 좋겠어. 어쩐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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