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벌써 해가 질 시간이네. 왠지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아…….
미스라: ……윽.
……!? 미스라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괜찮나요, 미스라……!
오즈: 정신을 잃었을 뿐이다.
오즈……. 당신이 한건가요?
오즈: 끈질기게 시비를 걸어오길래 밤이 되기 전에 대처했다.
그, 그런거군요. 하다못해 방으로 옮겨…….
오즈: 내버려둬. 비가 내려도 멀쩡할테니. 이제 잠들게 되어 본인도 좋아하겠지.
아서: 현자님, 오즈님! 둘이서 뭘 하고 계시나요?
아서…….
아서: ……! 미스라가 쓰러져있어! 대체 무슨 일이지!? 이렇게나 당하다니, 불쌍하게도…….
오즈: …….어째서일까.
(속였다!?)
아서: 방으로 운반하죠. 오즈 님도 도와주세요.
알았다.
아서: 여전히 오즈 님은 상냥하셔. 미스라도 오즈 님께 도움을 청했다면 좋았을 걸…….
오즈: …….
아서: 현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 에, 그게…….
▶ 그렇네요!
나는 오즈의 시선의 압력에 못 이겨 동의하고 말았다. 마음 속으로 미스라에게 사과하면서 오즈가 안심한 듯 시선을 돌린다.
▶ 사실은…….
오즈: 현자, 이걸 주지.
(캔디다……. 입막음하려는 건가…….)
가, 감사합니다.
아서: 좋겠다! 저도 갖고 싶습니다.
오즈: …….손을 내밀어라.
아서: 아싸!
(세계 최고의 마법사 오즈……. 모두가 무서워하는 미스라마저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진 무서운 사람이지만...... 아서의 앞에서는 왠지 모습이 다른 것 같네. 앞으로의 일까지 포함해서, 오즈에 대해 여러가지 물어보자)
2화
오즈, 잠깐 괜찮나요?
오즈: …….현자. 현자의 서를 가지고 무슨 용건이지.
오즈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어서요. 그래서 조금 물어보려고…….
오즈: 필요없어.
전의 현자님처럼 저도 언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지 몰라요. 그때 다음 현자님께 전해질 수 있도록 오즈가 싫어하는 일이나 잘 못하는 일들을 현자의 서에 적어두고 싶어요.
오즈: …….
오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겉모습은 피가로보다 젊지만 매서운 눈빛은 노숙함을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도 우주나 대기, 바람이나 산 같이 강대하지만 심플하고 무서운 무구함이 있었다. 나를 살리거나 죽이는 것을 쉽게 결정해 버릴 수 있는 날카롭고 붉은 눈동자는, 이 세상 끝의 경치처럼 선명하고 조용하고 아름답다.
오즈: 들어와라. 내 방에서 듣지.
…….괘, 괜찮나요? 알겠어요. 실례하겠습니다.
여기가 오즈의 방…….
▶ 벽난로가 멋지네요.
오즈: 아아…….
벽난로 앞의 의자에 앉아서 쉬나요?
오즈: 그렇지.
뭘 하면서 쉬나요?
오즈: 뭘 하면서.......? 불꽃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로 그것 말고는 안한 것 같네…….)
▶ 술을 드시는군요.
오즈: 아아.
벽난로 위에 올려놓으면 전부 데워지지 않을까요? 저 선반에 넣으면 될텐데.
오즈: 높은 곳에 두는 버릇이 생겼다.
어째서?
오즈: 낮은 곳에 두면 아이의 손에 닿아버리니까.
아아…….
▶ 오즈도 침대에서 자는군요.
오즈: …….매번 길에서 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아, 알고 있지만 왠지 정이 가서.
오즈: 침대에서 잠만 자는 것만으로도? 친밀감이? 나에게?
죄, 죄송해요.
오즈: 아니…….
오즈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둥실둥실 컵과 주전자가 날아와 내 눈앞에서 차를 따른다.
아……. 감사합니다.
3화
오즈: 묻고 싶은 것은?
간단한 프로필을 알려줄 수 있나요? 나이나 좋아하는 것, 못하는 것. 못하는 건 되도록이면 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오즈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무엇을 질문했는지 잊을 만할 무렵,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연다.
오즈: 이름은 오즈. 북쪽 나라 태생이다. 서투른 일은 없다. 좋아하는 것도.
대화가 끝나버렸다.
(취향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말하고 싶지 않은건가........?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 마법에 대해 알려줄 수 있나요?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얼마나 강한가요?
오즈: 세계에서 제일이겠지. 스스로 이름을 대지는 않았지만.
그러면 예를들어 다른 마법사들과 비교했을 때, 오즈가 압도적으로 강한 건 뭔가요?
오즈: 그렇군…….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일인가.
날씨를!? 대단하네요!?
오즈: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질질 끌게 되었어.
질질?
오즈: 내 감정에 따라 날씨가 좌우될 수 있다. 마음이 거칠어지면 바람도 거칠어지고, 얼어붙은 눈보라가 세상을 먹었다. 수년 동안 눈보라가 그치지 않았을 때는 쌍둥이나 피가로에게 혼났지. 내가 고의로 조종한 것도 아닌데…….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큰 재난이었겠네요……. 언제 그런 침울한 일이 있었나요?
오즈는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렸다. 다시 입을 다물고 쓸쓸한 듯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오즈: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돌아가.
4화
오랜 정적 뒤에 거절은 당돌했다. 나는 당황하면서 오즈를 바라보았다. 나른하게 입을 다문 오즈에게서 냉담함을 느끼지 못한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오즈와의 대화는 난해하고 신비하고, 독특하다. 얌전하게 돌아갔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대로 침묵을 지켰다. 그의 침묵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이 없는 공간에 말이 깃들어 있다.
(아……. 고개를 들었다……. 나를 보고 있지만, 돌아가라고는 말하지 않아……. 아무래도 좋다는 듯 벽난로의 불을 바라보고 있어. 하지만 뭔가……. 점점 평온한 얼굴이 되어가는 것 같은…….)
탁탁하며 불꽃이 터지는 소리,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여러 가지 소리가 지나가는 시간을 오즈와 공유한다. 누군가와 있을 때의 침묵은 안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함마저 느껴지기 시작한다. 오즈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오즈: ……태고적부터 적은 많았었다. 사람에게도, 마법사에게도. 적을 쓰러뜨리는 동안 마력을 얻고 강해졌지.
적을 쓰러뜨려……. 어째서 오즈에게 적이 있었나요? 처음부터?
오즈: 나의 마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강한 마법사에게서는 강력한 돌을 얻을 수 있지. 특히 북쪽의 마법사들은 힘을 얻고 싶어 해.
북쪽의 마법사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함을 중요시하거나 호전적인 느낌이 있지만…….
오즈: 아아.
여기 있는 마법사들과도 싸워본 적이 있나요?
오즈: 그렇다. 북쪽의 마법사와는 거의 다.
▶ 미스라나 오웬, 브래들리랑도?
오즈: 그래. 오웬은 나를 피하고 있었지만 미스라나 브래들리는 그쪽에서 먼저 덤벼들었다.
이유는……?
오즈: 나를 돌로 삼으면 이름이 높아지기 때문이겠지. 몇 번을 쫓아내도 왔다. ……귀찮게도.
(동네 불량아들의 못된 장난에 얽힌 뇌부 같네…….)
▶ 스노우와 화이트랑도?
오즈: 아아. 이유는 잊었지만.
누가 이겼나요?
오즈: 상대방이다. 둘이 덤벼들었고, 난 아직 어렸었지.
(스노우와 화이트, 가차없어…….)
▶ 피가로랑도?
오즈: 피가로랑은 없군. 그는 나와의 마력 충돌을 피하고 있었다.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힘을 추구하지 않으며 싸우려고 하지 않지.
어째서인가요?
오즈: ……글쎄. 그런 남자라서 그렇겠지.
(그렇기에 두 사람은 친구로 지낼 수 있었던걸지도…….)
이건 실례되는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건? 사실인가요?
오즈는 세계를 지배한 나쁜 마법사. 그런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그에게서 자란 아서는 부정했지만. 나는 부정하길 바랬다. 오즈는 무서울 것 같지만서도 상냥한 마법사였으니까. 하지만…….
5화
오즈: 완전한 지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의 절반만 지배했었지.
……어째서?
오즈: 도중에 그만뒀다.
세계 정복을?
오즈: 그래.
나는 어리둥절해서 입을 다물었다. 세계정복을 하려다가 말았어. 애당초 왜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을까? 오즈는 욕심이 많거나 이기적이거나 자기 현시욕이 강한 타입도 아니다. 아니면 옛날의 오즈는 아니었던걸까? 그 일에 대해 묻자 오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화가 난 게 아니라 자문자답하는 듯한 침묵이었다. 창문 너머의 태양이 구름에 가려 찻김이 사라지고, 정적에 귀가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오즈는 조용히 입을 연다.
오즈: 자유를 원했다.
자유……? 세계를 지배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오즈: 그렇게 생각했었다.
당신을 불편하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오즈: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려워.
한마디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않겠나요?
오즈는 기억을 더듬듯이 눈을 내리깔았다. 긴 손가락으로 의자를 쓰다듬으면서.
오즈: ……나를 죽이려는 마법사나 나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마법사. 나를 두려워하는 인간, 나의 비호를 바라는 인간……. 세상이 뜻대로 되면 모든 굴레는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얽힘은 늘어만 가고, 귀찮아져서 그만두었다. 그 무렵에는 최강의 마법사로 불렸었지.
오즈의 눈빛에는 아련한 후회가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묻지 못했다. 당신의 야망에 희생된 사람들, 당신이 자유를 빼앗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6화
……지금도 자유를 원하나요?
오즈: 글쎄……. 전혀 다른 걸 원하는 것 같기도 하군.
그건? 어떤 건가요? 오즈가 원하는 형태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즈가 나를 쳐다본다. 난 살짝 긴장했다. 그의 눈빛 속에 빨려들어갈 뻔했다. 양손을 깍지끼며 그가 속삭였다.
오즈: 나의 소망은 내가 이룬다. 네가 나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너는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 나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구한 시간을 살며, 세계와 호응하고, 마음대로 하늘을 조종하는 그 쾌락과 공포를. 몇 억마디 말을 다했다 하더라도, 너와 나누고 싶어도, 만인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나를 알 수 없어.
스노우: 그런가, 오즈가 그런 말을…….
저도 반성했어요……. 오즈에 대해 알려고 하다니, 우습게 보였는지도 몰라요…….
피가로: 그 녀석은 말주변이 없으니까. 나도 이해하면서도 이해를 못했을 수도 있겠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거라면 알려줄게.
감사합니다……. 스노우와 화이트, 피가로는 어떻게 오즈를 만났나요?
피가로: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이 어린 오즈를 데리고 왔어. 처음 오즈를 봤을 때는 무섭지 않았었지. 말도 안 하고 의사소통도 안 돼. 하지만 마력은 막강하잖아. 나도 모르게 둘에게 상의를 했을 정도야. 위험한 마법사가 될 것 같으니까 우리 힘으로 돌로 만들어 놓는게 낫지 않겠냐며.
스노우: 피가로 쨩은 옛날부터 그런 점이 있었지.
화이트: 하지만 알뜰살뜰하게 돌봐주던 것도 결국 피가로였네. 피가로가 그런 점이 있어.
피가로: 그냥 두면 위험할 것 같아서……. 걔, 먹을 거 없으면 마나석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요.
화이트: 차츰차츰 마음을 주고 있었다. 처음 이름을 불렀을 때는 감동했었지.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공격 당했지만…….
(맹수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네…….)
7화
스노우: 오즈에게는 정이 들어서. 금방 떠나버렸지만 오랜 세월 동안 몇 번이나 선추격을 했다. 시대가 바뀌어도 오즈는 흔들리지 않았지. 영원히 강자이고, 영원히 고독한걸세. 우리도 피가로도 사람들과 붙어 살았지만 오즈는 계속 혼자였다.
화이트: 피가로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우리들이 이끌었었지.
피가로: 왜냐하면 살기 힘들 것 같았고 처량했거든요. 세계 정복이라는게 사는 목표가 된다면 뭐, 그것도 좋지 않을까 하며. 오즈와 함께 뭔가 한 적이 없었으니까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며 임하는 것도 재밌었고…….
스노우: 여행 같은 것으로 시작하면 됐을 것을…….
피가로: 언젠가 끝을 보는 허무한 놀이라는 건 서로 대충 알고 있었으니까요. 오즈는 별로 세계를 갖고 싶어하지 않았어. 그 녀석이 뭘 갖고 싶어 했었던 건지……. 지금이라면 조금 알 것 같지만.
……그건 어떤 건가요?
피가로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쓸쓸한 외로움을 보이면서.
피가로: 현자님. 나도 스노우 님도 화이트 님도 오즈를 좋아하면서 각오하고 있었어. 언젠가 이놈의 변덕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아서는 그런 생각도 안 해. 카인이나 리케도. 그걸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 지 모르겠어. 하지만 북쪽 마법사에게는 안 되는 거야. 자기보다 강한 마법사가 자기를 돌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
(아서를 만나고나서 오즈는 변했구나. 하지만 바뀌게 된 계기는 뭐였을까. 그리고……. 왜 중앙의 나라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오즈가 중앙의 마법사로 뽑힌거지?)
오즈: 넘어진다.
왓……. 오즈…….
오즈: 걸어가면서 책을 펴지 마라. 위험하니까.
현자의 서를 펴면서 걷고 있었는데 나를 받치듯 오즈가 팔을 뻗었다.
오즈: ……현자의 서를 쓰고 있었던 건가. 아서도 백지의 책을 펼치며 나를 쫓아다녔었지.
백지의 책을? 일기장 같은 거?
오즈: 그래. 아서는 책을 좋아하니까. 책에서 알아본 내용을 적어보라고 백지의 책을 줬었다.
희미하게 오즈는 쓴 웃음을 지었다.
오즈: 아서는 기뻐하고 나에게 질문했다. 하늘은 왜 파란지, 눈은 왜 차가운지, 토끼의 눈은 왜 빨간지…….
어린애다운 질문이네요. 오즈는 대답할 수 있었나요?
오즈: 대답하지 못했다. 난 세계에 관심이 없었거든. 아서의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공부했다.
8화
오즈가 공부?
오즈: 아아. 아서와 함께 책을 살펴보았다. 무르의 책도 읽어봤어. 아이에게는 난해해서 반쯤 좌절했지만…….
무르는 학자였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학술서겠죠. 아서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았었군요.
오즈: 그렇지.
아서를 칭찬하자 오즈가 흐뭇하게 웃었다. 진심으로 그의 웃는 얼굴을 본 것 같아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오래된 숲보다 오래 사는 오즈와, 세계를 손에 넣으려 했던 오즈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아서를 아끼는 오즈라면 알 것 같았다.
아서는 개구쟁이라고 들었어요. 지금도 선두에 서서 위험한 일을 하니까 마음이 조마조마하죠.
오즈: ……그렇지.
어째서 아서를 주웠나요?
달빛이 빛나는 밤마당에서 초목이 바람에 흔들린다. 우주의 끝에 있는 것 같은 고독으로부터 다가서듯 오즈는 입을 열었다.
오즈: ……아서를 주운 건 그저 변덕이다. 내버려두면 돌이 되어 있었겠지만 마력이 강한 아이였다. 그렇다면 키우고 돌을 얻는게 낫다고 생각했었지. 심심풀이로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결코 도와준 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목소리를 끊으며 오즈는 고개를 떨구었다. 낮은 목소리를 떨며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행복한 쓴웃음이었다.
오즈: 어린아이의 고생을 몰랐었다. 말도 많이 하고, 울기도 하고, 금방 다치고 금방 열이 나고, 금방 무리를 하지. 몇 번이나 버리려고 했었던지……. 하지만 아서는 내 속셈을 모르고 나의 이름을 부르며 내 모습을 찾았었다.
9화
오즈: 내가 없으면 울고……. 안아 주겠다고 하면 안심하며 웃었다. 나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무모한 모험만 하고…….
긴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오즈가 웃었다. 나와 눈을 맞추고 웃었다. 애절할 정도로 사랑스럽게.
오즈: 어린 시절의 아서는 자신을 매나 곰으로 착각하고 있는 한겨울의 나비 같았다. 강한 바람이나 가루눈에게 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릴 정도로 연약한데도, 바다를 건널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나도 믿게 해주고 싶어졌어. 그래서 내가 아는 모든 걸 아서에게 알려줬다. 모르는 것은 그와 함께 했다. 그리고 깨달았지.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이 세계에 있었으면서 나는 이 세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걸.
오즈: 어째서 목숨이 끝나는가. 어째서 우리는 오래 사는가. 어째서 눈물이 나는 건가. 어째서 배는 고프는 건가. 어째서 팬케이크는 실패하면 타버리는 건가.
▶ 운 적이 있나요?
오즈: 기억하는 한 나에게는 없다. 하지만 아서는 잘 우는 아이였다. 나는 다른 아이를 몰라. 그러니까 아이는 우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서는 신기해했다. 눈물을 흘리기 싫은데 마음대로 흘러내리는건 어째서냐며.
▶ 팬케이크, 실패했었나요?
오즈: 실패했었다. 저런 거, 쉽게 익을 줄 알았는데 만만치 않더군.
그립다는 듯 오즈가 웃는다. 어느새 우리는 친구처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었다. 친한 친구나 스승으로부터도 두려움을 받은 이 사람은, 줄곧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있음으로써 안심하고 싶어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오즈: 매일이 새로운 모험이었다. 내가 살아서 싫증난 세계도, 아서의 눈에는 빛나 보였겠지.
10화
어떤 모험을 했었나요?
오즈: 책에 적혀 있던 모르는 이름의 꽃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 적도 있었다. 묘한 이름이었던 탓에 아서가 보고 싶어했었지.
묘한 이름?
오즈: 오즈다. 독살스러운 붉은 독화. 인류에게 오즈는 목숨을 빼앗는 적의 이름이다. 그래서 내 이름이 붙었겠지. 하지만 아서는 기뻐했다. 크고 강해 보이는 예쁜 꽃이라고…….
달이 구름에 가려져 어둠이 깊어진다. 오즈의 옆모습에서도 미소가 사라져간다. 그는 자신의 손등을 만지며 절망의 구렁텅이를 들여다본 것 같은 두려움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떠올렸다. 토비카게리의 사건 날의 밤, '거대한 재앙' 을 노린 그의 말을. '마음대로 하게 놔둘까 보냐.'
오즈: ……현자여. 쌍둥이의 예언은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다. 그 쌍둥이가 예언한 적이 있어. 누군가가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되어 '거대한 재앙' 과의 싸움 도중…….
오즈: ……목숨을…….
오즈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 순간,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었다. 강물처럼 흐르는 먹구름이 즈오에 소용돌이치듯 달을 가려간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바람은 오즈의 마음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얘기했던 스노우의 말이 머리를 스쳐간다. '잘도 말하는 군. 무력으로 운명을 바꾼 주제에.'
오즈: …….
북쪽 나라에서밖에 살아본 적이 없는 중앙의 마법사 오즈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에서는 전해지는 게 있다. 그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제서야 나는 그의 소원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소원은 모르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안다. 순간 나는 소리를 질렀다. 두려움을 부추기는 무서운 바람소리에 지지 않기 위해.
……괜찮아요. 오즈가 무서운게 있다고 해도, 절대로 괜찮아요!
오즈: ………….
당신이 가르쳐 줬어요. 당신과 자신을 믿으라고……. 그러니까 분명, 괜찮아요!
어둠 속에서 오즈가 희미하게 숨을 삼킨다. 내 말은 근거도 없었고 얼렁뚱땅했다. 그래도 바람이 점점 약해지고 달빛이 쏟아진다. 놀랄 만큼 미덥지 못한 얼굴을 한 오즈가 나를 바라보며 안심한 듯 웃는다. 그건 아마도 믿음의 한 조각이겠지. 당신이 있으면, 내가 있으면, 괜찮아.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오즈: 고맙다,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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