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와아, 좋은 냄새……. 저녁식사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 이렇게나 음식이 차려져 있다니!
네로: 자, 한 접시 더 추가.
네로, 엄청난 양이네요. 오늘 무슨 파티인가요?
네로는 입을 비쭉이며 턱을 치켜올렸다. 식당에 브래들리와 카인, 레녹스가 있다. 하지만 먹는 건 브래들리 뿐이었다.
뭐하고 있는 거지……?
그들의 테이블 모습이 궁금해 네로 대신 대접 요리를 나르기로 했다.
카인: 그래서,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브래들리: 시끄러워, 지금 먹고 있잖아. 어, 현자. 냄새 좋은데. 그건 뭐야?
에에, 후라이드 치킨이요.
브래들리: 이거이거. 이게 향신료가 팍 들어가있어서 맛있어.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레녹스: 후추 냄새로 재채기는 하지 마. 말 도중에 사라지면 곤란해.
브래들리: 바보녀석, 불길한 소리 하지 마. 나도 좋아하는 걸 눈앞에 두고 날거나 하고 싶지 않다고.
모두들 뭐하고 있나요? 브래들리의 대식가 기록을 하고 있다던가?
카인: 이번에 중앙과 남쪽의 마법사 합동으로 도적 토벌을 하게 됐거든.
레녹스: 거기서 브래들리의 조언을 얻어내려고 그를 접대하고 있었습니다.
브래들리의 조언? 왜요?
카인과 레녹스는 눈을 마주보며 동시에 나에게 대답했다.
카인 / 레녹스: 전 도적이니까.
그랬었다. 브래들리는 전 도적, 죄수다. 정작 본인은 후라이드 치킨에 열중하여 우적우적 입에 물고 있었다. 배고픈 맹수처럼 뼈까지 발라내서 맛보는 모습은 박진감 넌친다. 그의 식욕에 왠지 그의 마력의 세기가 떠올랐다.
2화
가만히 보고 있는 나를 알아채고 그는 먹다 만 후라이드 치킨을 내밀었다.
브래들리: 먹을래?
▶ 잘 먹겠습니다.
먹다 만 후라이드 치킨을 받아들고, 나는 조심조심 이빨을 세웠다.
브래들리: 확 먹어 확. 어때, 네로의 후라이드 치킨은 맛있지.
니, 니에…….
브래들리: 아?
레녹스: 먹고 있는데 말 걸지 마.
브래들리: 시끄럽네. 머리 뒤에 입 하나 더 만들어 줄까?
▶ 사양할게요.
브래들리: 안 먹는다고!? 엄청 맛있는데!
카인: 그러면 나한테 줘.
브래들리: 오, 먹어 봐. 멈출 수 없게 된다고.
먹다 만 후라이드 치킨을 카인이 덥석 문다. 꿀꺽 삼키고 감격에 눈을 부릅뜬다.
카인: 맛있네!
브래들리: 하하, 그렇지?
카인: 하나 더…….
브래들리: 안 돼! 이건 내거라고!
브래들리: 후……. 잘 먹었다. 그래서, 뭘 듣고 싶다고?
아까도 설명했잖아. 도적들의 소굴을 급습해서 포박하고 싶어.
브래들리: 오즈나 피가로에게 몰살 시켜달라고 해.
카인: 도적이라고 해도, 대개는 사람이야. 난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즉, 생포를 조건으로 궤멸시키고 싶어.
브래들리: 귀찮네. 지도는?
카인: 이거다.
브래들리는 상에 놓인 물건들을 대충 치우고는 빈 공간에 지도를 펼쳤다. 몇 초, 지도를 노려보더니 곧 겁 없는 미소를 지으며 몇 군데를 툭, 하고 가리킨다.
브래들리: 여기랑 여기 눌러놔. 그리고 중앙국 기사단을 정면으로 향하게 해.
카인: 기사단에게 잡히는 건가?
브래들리: 바보냐, 도적들은 기사 따위 안 무서워 해. 영웅이라고 불리던 젊은 기사단장님도 지금은 치킨 먹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고.
입꼬리를 치켜드는 브래들리에게 카인은 무연실색했다. 브래들리는 껄껄 웃는다.
브래들리: 네녀석의 상사는 도적들의 편이구나. 옛날의 나라면 감사의 표시로 보물더미를 보냈지. 눈에 거슬리는 녀석을 실각시켜줘서 고맙다고.
3화
카인: 시험 삼아 해 봐. 빈센트 님의 반응이 보고 싶네.
브래들리: 좋네, 꽃무늬 편지지 가져와.
브래들리: 그래서,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기사단을 본 도적들은 보물을 둘러메고 이동한다. 거기를 노리는 거야. 도적은 재물에 미련이 있으니까. 미련이 있을 때에는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못하지. 꼬투리 있는 걸 붙잡고 있으면 돼. 낡은 요새의 흔적을 근성으로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뒤얽힌 동굴이나 은신처에서 난투가 되겠지만 네놈은 진흙 시합에 익숙해져 있겠지. 레녹스는 피가로한테 들었는데, 아주 옛날에는 혁명전사였다면서?
레녹스: 그런 거창한 건 아니지만…… 뭐 그렇지.
확실한 조언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언제나처럼 기세만으로 작전을 짜는 줄 알았어. 브래들리는 북쪽의 마법사다. 자기 본위로 힘이 모든 것인 북쪽의 마법사답게, 브래들리는 거만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힘 만이 아닌 지적이나 향상심이 있는 인물에게 향하는 귀찮음도, 가끔 얼굴을 내비친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브래들리는 어떤 사람일까. 브래들리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브래들리, 있나요?
브래들리: 아? 뭐야?
지금 현자의 서에 마법서의 모두에 대해 적고 있거든요. 제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 뒤에도 모두에 대해 알릴 수 있도록. 브래들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줄 수 잇나요? 잘하는 거, 못하는 거, 하기 싫은 거라던가…….
브래들리: 현자의 마법사 자체가 하고 싶지 않아. 세상을 구하다니. 하지만 뭐, 얘기 정도는 해줄 수 있어. 들어와, 어질러져 있지만.
브래들리의 방에?
브래들리: 잡아먹거나 하지는 않아. 아마도.
4화
여기가 브래들리의 방…….
▶ 호화로운 샹들리에네요.
브래들리: 아아, 좋은 기분이 되잖아?
부자같은?
브래들리: 돈 따위는 없어도 되지만, 이렇게 거들먹거리고 싶어지는 기분으로.
▶ 총이 많이 있네요.
브래들리: 내가 애용하는 사냥 무기니까. 총은 안정되기 어려워서 인간들은 총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명중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내 마법의 힘이 합쳐지면 백발백중이지.
과연…….
▶ 술 드시는구나.
브래들리: 뭐 그렇지. 술 한 잔 하면서 총을 손질하는 시간이 세상의 극락이란 말이야.
그런가요. 더 화려한 파티를 하고 있는 시간을 이 세상의 극락이라고 해야 되나 싶더라고요.
브래들리: 그것도 그것대로 극락이지. 뭐, 여러 가지 극락이 있어서 좋은 거야.
브래들리: 좀 더 넓은 방도 괜찮지만. 남쪽 형제를 묶어서 한 방에 보내고 나한테 방 하나 양보해.
그때는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방을 두 개 줘야 되지 않을까요?
브래들리: 귀신한테 독방같은 건 사치잖아. 귀신답게 무덤이라도 마련해줘야지. 그래서, 내 얘기를 하면 되는거였나?
네. 그 전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브래들리: 브래들리 베인. 북쪽의 마법사다. 600년 정도 살았어. 북쪽 나라에서 수하들을 거느리고 도적질을 했다. 언젠가 오즈의 성에서 보물을 훔치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그 전에 실수해서 잡혔어.
도적이라니, 어떤 짓을 하고 있었나요?
브래들리: 보물을 축적한 마법사를 덮치거나, 인간 왕족이나 책족을 덮치거나 하지. 하지만 왕족에게 손을 대는 바람에 토벌대가 모려왔어.
손을 댔다니…….
5화
브래들리: 중앙 나라의 왕가가 북쪽 나라의 왕가에 우호의 표시로 보물을 보낸다고 해서 상대를 덮쳤었어. 쉬웠지.
북쪽의 마법사에게 습격당하면 인간 상대로는 아무리 호위가 따라다녀도 아무것도 못하겠죠……. 하지만 대체 누가 브래들리를 잡았나요?
브래들리: 북쪽의 쌍둥이랑 피가로다. 선량한 마법사의 존재를 홍보하기 위해서 요란하게 마법사의 군대를 만들어서 온거지. 덕분에 감옥행이었어. 진짜 재수 없지.
브래들리는 감옥에 갇혔었는데도 그에게서는 별로 반성의 빛이 느껴지지 않았다.
감옥은 특수 감옥이었나요? 마법사라면 마법의 힘을 사용해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브래들리: 마법사 감옥이 있어. 강한 결계가 쳐져 있고, 게다가 죄수는 잡혔을 때 약속받는 거야. '형기가 끝날 때까지 죄수로 복역하겠다' 고.
그런 것이었구나, 하고 나는 납득했다. 마법사는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는다. 마력을 잃고 싶지 않다면 약속을 지키는 수 밖에 없다.
브래들리: 뭐, 현자의 마법사가 되고 나서는 밖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가 허용되기는 하지만.
브래들리는 늘씬한 긴 다리를 꼬았다. 그는 몸놀림이 크고 화려해서, 배우처럼 그림이 되는 남자였다. 거칠고 난폭하면서도 화려함이 있다.
(조금 저속하지만, 멋있네……)
감탄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브래들리는 몸을 내밀고 내 눈 앞에서 딱 하고 손가락을 댔다.
6화
브래들리: 어이, 다음 질문은? 잠결에 네 몸을 조그맣게 해서 샌드위치에 끼워 먹어 버린다.
하,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면 잘하는 거나 못하는 건 뭔가요?
브래들리: 잘하는 것은 도둑질이다. 뭐, 당연하지. 서투른 건 설교랑 야채.
야채를 싫어하나요?
브래들리: 흥, 애벌레도 아닌데 좋아할 이유가 있어?
▶ 야채도 먹는 게 좋아요.
브래들리: ……나왔다………….
(우와, 엄청 지긋지긋하다는 얼굴…….)
브래들리: 야채를 못 먹는다고 하면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꼭 입을 모아 말하더라고. 뭐냐? 유행가? 야채교과?
아니,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무리하게 라고는 말하지 않을 건데요…….
브래들리: 그러면 다물고 있어. 나는 고기와 함께 살거야.
(확고하네…….)
▶ 저도 서툴러요.
브래들리: 오, 너도냐. 야채, 맛 없지.
뭔지 알 것 같아요. 고기나 생선, 과일이 더 맛있죠.
브래들리: 그렇지——. 싫어지지.
(의외로 귀엽네…….)
브래들리: 그리고 싫어하는 건…… 할아버지랑 할머니지. 도무지 세게 못 나가겠어. 약한 놈들한테 탱커를 잘라봤자 소용없잖아.
그러면 스노우와 화이트에게는 약하다는 거네요.
브래들리: 약한 놈들이라고 했잖아. 그 녀석들, 빈정거리고 있고. 예를 들어……
브래들리는 문득 눈을 내리깔았다. 뱅글뱅글 바뀌던 표정이 조용해진다.
브래들리: 남쪽 나라의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지난번 싸움에서 돌이 되었는데.
7화
죽은 이를 애도하는 듯한 현기증이었다. 그가 나와 눈을 맞춘다. 마음씨 좋은 형 같은 상냥한 얼굴에 눈을 빼앗겼다.
브래들리: 너는 만난 적 없지? 그 녀석들, 널 마음에 들어했을텐데. 젊은 애들을 좋아하고 참견하는 녀석들이었으니까. 남쪽 나라 놈들은 서로 감싸주고 돌이 되었어. 바보지. 약하니까 자기를 우선으로, 제일 먼저 도망치면 되는 걸……. 뭐…… 그 녀석들 답지만.
브래들리는 북쪽의 마법사다. 하지만 미스라나 오웬들에 비해 남들만큼의 감정과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어쩌면 오즈나 피가로, 스노우나 화이트에게도 결여되어 있는 당연한 인간 관계에 관한 정의의 깊이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친한 가족이나 친구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브래들리는 죄수가 되기 전에 친한 사람이 있었나요?
브래들리: 아아? 뭐, 패거리가 있었으니까. 부하들은 나름대로 귀여워했어. 그 녀석들, 지금 뭐하고 있을까…….
친한 친구나, 가족 같은 사람은?
브래들리: 아아, 그건 그 녀석이다!
그 녀석?
브래들리는 깜짝 놀란 얼굴로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나는 혹시나 하고 물었다.
▶ 미스라인가요?
브래들리: 어이어이, 봐달라고. 걔랑 엮이면 목숨이 몇 개나 되어도 모자라.
그런가요.
브래들리: 아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걔는 이상한 마녀랑 춤추는 게 잘 어울렸어. 인간과 결혼해서 인간의 아이를 낳고 죽다니, 끝까지 물린 마녀였지만.
▶ 오웬인가요?
브래들리: 웃기지 마. 오웬을 친한 친구나 가족으로 삼았다면 난 벌써 제정신이 아니야.
그, 그렇게나 싫어하지 않아도…….
브래들리: 히죽히죽 웃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몇 번이나 죽고, 보통이 아니라고. 애초에 오웬은 친구 따위 없잖아.
▶ 레녹스인가요?
브래들리: 헤에, 왜 그렇게 생각했어?
아까 친근하게 얘기하길래.
브래들리: 뭐, 싫지는 않지만. 말수는 적지만 실전에 익숙한 것 같고, 할 일은 할 것 같아서. 걔 좀 색골 같은 타입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모, 몰라요.
그러면 누군가요? 친한 친구는.
브래들리는 속이기라도 하듯 우물우물 내뱉었다.
8화
브래들리: 아아, 아니.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쓸만한 놈이 있었어. 별로 강하지는 않지만 침착성이 있어서. 욕심이 별로 없는 애였지. 욕심이 없으니까 뜨겁지 않아서 안달이었어. 난 욕심도 많고 성질도 급하잖아? 그래서 잘 얻어맞았었지.
헤에……. 파트너 같은 사람이 있었네요. 그 사람도 같이 잡혔나요?
브래들리: 아니, 그 녀석은 도망치지 못해서……. 뭐, 그 뭐냐. 어딘가에서 살고 있지 않을까? 잘은 모르지만.
브래들리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의자에 기대면서 감회가 새롭다는 듯 창밖을 내다본다.
브래들리: 균형은 맞았는데 호흡은 안 맞았던 걸지도 모르지. 그 녀석은 침착해지고 싶어했어.
침착하고 싶어했어? 도적을 그만두고 싶어했다는 건가요?
브래들리: 아아. 장사나 하자고. 웃기지. 내가 장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싸움 밖에 안 하는데.
(잘도 말했네……)
브래들리: 그 녀석은 위험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어. 내가 엉망진창이 되고 죽을 뻔할 때마다 때렸었어. 내 임종을 지켜볼 생각은 없다고. 이렇게 함부로 하면 못 어울려준다고. 정말 매정한 자식이지?
그건…… 걱정을 많이 한게 아닐까요? 브래들리가 소중했던 거예요.
브래들리는 나를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는 생각에 잠긴 듯 자신의 턱을 어루어만진다. 잠시 후, 갑자기 신나게 웃더니 브래들리는 몸을 뒤로 젖혔다.
브래들리: 그거다!
(기뻤구나……. 정말로 알기 쉬운 사람이야. 무섭지만……)
브래들리: 그런건가. 걱정했던건가. 순순히 그렇게 말하면 될 걸. 그 녀석, 이상하게 솔직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뭐,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사실은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었거든.
의심이요?
9화
브래들리: 어. 토벌대한테 잡혔을 때, 걔와 만나기로 했었어. 하지만 좀처럼 거기에 나타나지 않아서, 기다리다가 토벌대한테 잡혔지. 틀림없이 그놈도 잡혔겠구나 싶었는데 감옥에 처박힌 건 나뿐이었어. 그러니까…… 걔한테 배신당한걸까 싶어서. 의심한 건 아주 잠깐 뿐이라고?
약속 장소에 갔더니 그 사람이 아니라 토벌대가 왔다는 건가요?
브래들리: 아아.
그 사람, 도적을 그만두고 싶어했죠.
브래들리: 뭐 그렇지.
……. 그러면, 배신했을지도…….
브래들리: 어이어이어이, 잠깐! 왜 네가 불안해지는거야. 내 기분은 어떡하면 좋아.
언젠가 다시 만날지도 몰라요. 그때 물어보는게 어떤가요?
브래들리: 물을 수 있을 것 같냐? 쉽게 말하지 마. 그래, 라고 하면 어떡해. 아마도 상처받을거야, 나는.
눈썹을 수그리고 브래들리가 내뱉었다. 곤혹과 초조가 날카로운 얼굴에 떠오라 있다. 그의 이런 표정들이 인간스럽다. 나는 친근하게 미소를 지었다.
신뢰했었군요, 엄청.
브래들리: 뭐…… 걔랑은 실랑이를 벌였지만. 정이 떨어졌다고 하면 힘든 얘기지.
브래들리는 우울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곧 머리를 쥐어뜯으며 나에게 불평한다.
브래들리: 누구야, 이런 짜증스러운 이야기를 시작한 놈! 어이, 좀 더 좋은 거 물어보라고. 자랑이라면 잔뜩 있으니까.
에, 그러면. 브래들리의 마도구를 보여주세요.
브래들리: 오, 마도구 말이지. 꽤 착안점이 좋네.
벌컥 기분이 들뜬 브래들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총을 출현시켜줬다. 검게 윤이 나는, 투박하고 멋있는 총이다.
와아, 멋있어……!
브래들리: 흐흥, 그렇지? 특별히 만지게 해줄게. 만져보고 싶잖아?
감사합니다! ……와아, 묵직하고 총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느낌으로 쏘는 건가요?
브래들리: 바보 녀석! 이쪽으로 돌리지 마!
아……! 이거, 총알 나오는 건가요!?
브래들리: 나오는 거야! 자, 돌려줘! 정말이지, 위험하네…….
10화
조마조마하면서 브래들리는 총을 집어넣었다. 조금 더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쉬웠다.
그 총은 어디서 났나요?
브래들리: 내가 이름을 날리는 계기가 된 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마도구다. 힘을 길러서 걔를 쓰러뜨리고 뺏어갔지.
브래들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뒤숭숭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는 아이처럼 순수했다.
힘을 길렀다는 건, 브래들리는 천성적으로 강했다는 게 아닌가요?
브래들리: 약하지도 않지만 강하지도 않은 정도야. 북쪽에는 무서운 놈들이 우글우글 있으니까, 한 명씩 쓰러뜨리고 돌로 강해졌어. 벌레같은 존재였다는 것이 나의 자랑이다. 지지 않는다는 말은 듣기는 좋지만 얄팍해.
브래들리: 지거나 이기거나, 죄수와 똑같지. 나는 탈옥자야. 내 운명은 우리들을 수없이 찢어왔어. 그래서 우리를 깨려고 하는 놈은 좋아해. 남쪽 나라의 꼬맹이 같은 녀석이려나. 걔는 눈이 좋아. 좋은 도적이 될 거야.
도, 도적은 조금…….
브래들리의 제안에 나는 주춤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사고방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약했을 때의 자신도 숨김없이 자랑하다가 운명의 죄수가 아니라 운명의 탈옥자가 된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나는 몸을 내밀고 있었다.
오늘은 고마웠어요, 브래드리.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브래들리: 오.
저도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운명의 탈옥자가.
브래들리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별안간 내 턱을 가벼운 몸짓으로 잡고 가볍게 흔들어 놓는다. 당돌한 몸짓에 총알을 맞은 것처럼 압도당한다. 하지만 장난 속에 우애를 느껴서 심장이 뜨거워졌다. 뒤숭숭한 주제에, 미워할 수 없는 미소에, 시선을 빼앗겨간다.
브래들리: 되느냐가 아니라 되는 거야. 정해진 운명따위 걷어차버려! 네놈에게 싸울 마음이 있다면, 내가 언제든지 하는 법을 가르쳐 줄게. 후라이드 치킨만 가져오면 말이야.
'魔法使いの約束 > 친애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키겠다고 약속한 미래] 카인 나이트레이 (0) | 2022.02.13 |
---|---|
[운명을 바꾸는 파편] 오즈 (0) | 2021.11.19 |
[정의 잔향] 미스라 (0) | 2021.08.17 |
[스마일 매직] 오웬 (0) | 2021.07.31 |
[요구한 대가] 화이트 (0) | 2021.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