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어라……? 드문 일이네. 안뜰에 오웬이 있어……. 히스랑……?
오웬: 히스클리프……. 어질고 훌륭한 영주님의 아들이라지.
히스클리프: 뭐…… 뭔가요…….
오웬: 어째서 너 같은 애가 태어난거라고 생각해? 너가 자식이라서 블랑셰가 성주는 행복하다고 생각해? 후회는 한 번도 안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히스클리프: ……그만해주세요!
(……! 오웬……. 히스클리프에게 이상한 소리를……)
그만해주세요, 오웬!
카인: 그만 둬, 오웬!
내가 말리려 하기 전에 카인이 히스를 감싸듯 오웬 앞에 섰다. 오웬은 즐거운 듯이 히죽 웃고 히스는 휴우 하고 숨을 내쉰다.
오웬: 이런, 기사님.
카인: 이상한 말로 히스를 현혹시키지 마. 눈물이 글썽글썽거리고 있잖아.
히스클리프: 아, 안 울었다니까. 안 보인다고 아무 말이나 하지 마.
카인: 그래?
오웬: 나는 그에게서 그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뿐이야. 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본인 탓이잖아.
히스클리프: …….
카인: 진심으로 듣지 마, 히스. 오웬, 넌 왜 그렇게 심술궂은거야? 우린 동료잖아. 나도 너는 마음에 안 들지만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오웬: 헤에, 어떻게?
카인: 어떻게라니…….
오웬: 지금 해 봐.
카인: ……여, 오웬. 요즘 어때? 같이 밥이나 먹지 않을래?
오웬: 아하하. 바보 같아.
카인: ……윽, 짜증나는 녀석! 이제 됐어. 가자, 히스!
히스클리프: 아, 기다려! 카인!
(카인들, 가버렸네……. 하지만 확실히 함께 살기에는 오웬은 문제가 많을지도……. 조금만 더 이야기해보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2화
안녕하세요, 오웬.
오웬: 여, 현자님. 우리들의 모습, 보면서 즐거웠어?
눈치채고 계셨군요.
오웬: 마법사니까. 구경하다가 이제 와서 뭘할 셈?
에, 그러니까…….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안돼. 어떻게든 접근하지 않으면……)
요즘 어떤가요? 괜찮다면, 같이 밥이라도…….
오웬: 싫어.
에엣... 맞다! 단 것을 좋아했었죠? 같이 과자나 먹지 않을래요?
오웬: ……어떤?
(좋아, 넘어왔다!)
아무거나 다 좋아요! 카나리아 씨나 네로에게 부탁해서 만들어달라고 하죠. 뭐가 좋아요?
오웬: 크림.
에……? 크림 뿐인가요?
오웬: 뱃속을 생크림이나 버터크림만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그래도, 이거라면 함께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생크림이라면 저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먹죠.
그릇 가득히 거품을 낸 생크림을, 오웬은 스푼으로 떠서 먹고 있었다.
네로: 어이, 현자 씨……. 나는 요리사로서 저 녀석의 먹는 방법은 납득할 수 없는데…….
거픔 내는 것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로! 정리는 제가 나중에 해놓을게요!
약간 당황한 네로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오웬 앞에 앉았다.
어때요, 맛있나요?
오웬: 최악이야.
에……? 그럼, 무리해서 먹지 않아도…….
오웬: 잠깐. 이거 내 거야. 멋대로 손 대지마.
(사실은 맛있어하는거구나……. 심술꾸러기네……)
오웬은 설탕이 듬뿍 들어간 새하얀 크림을 스푼으로 떠 볼 안을 채운다. 약간 이상한 광경이지만, 단정하고 색기있는 생김새 때문인지, 기묘하고 매력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손가락 끝이나, 속눈썹에 붙은 크림도, 어쩐지 고급스럽고 세련된 것으로 보인다.
3화
실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오웬: 싫어.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오웬: 아마 거절하겠지만, 얘기하고 싶으면 말해 보는게 어때?
현자란 존재는 갑자기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요. 전에 현자님도 그랬던 것 같고요.
오웬은 흘끗 나를 보았다.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킬 정도로 색 다른 눈이 아름답다.
오웬: 그래서?
제가 언제 제자리로 돌아가도 좋듯이 현자의 서에 남겨두고 싶어요. 마법사 모두에 대한 것을... 오웬에 대해서도요. 당신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오웬: 나는 너에게 살해당했어.
에……?!
내가 놀란 소리를 내자 오웬은 얇은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오웬: 라고 하면, 어쩔래? 만약 이계에서 온 기억이 가짜고, 네가 이 세계의 범죄자라면? 아니면 아주 싫어하는 놈과 애인이라면 어떻게 할래? 예를 들면, 나 같은거 라던가.
오웬을 싫어하지 않아요.
오웬: 헤에,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에요. 아마……. 저도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웬은 손가락을 문 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오웬: 나는 네가 싫어.
(솔직히 말해서, 조금……)
▶ 나는 상처 받았다.
나는 상처 받았다. 상심하고 있는 나를 보고 오웬은 엷은 미소를 짓지 않고 초조한 듯 머리를 쓸어 올린다.
▶ 나는 화가 났다.
나는 화가 났다. 울컥하는 나를 보고, 오웬은 하현달처럼 두 눈을 가늘게 뜨며 기쁜 듯이 냉소를 띄운다.
오웬: 현자의 서에는 그렇게 써. 잘 먹었습니다.
아…….
연기처럼 오웬은 사라져버렸다.
4화
오웬에게 차여도, 나는 주눅들지 않고 그를 보면 말을 걸었다.
오웬, 안녕하세요! 당신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만…….
오웬: 그 질문은 내가 죽였어.
에…… 또 사라졌다…….
오웬! 오웬의 특기나 서투른 일이라던지…….
오웬: 바보야? 북쪽의 마법사는 약점을 가르쳐주지 않아.
기다려주세요! 아…… 또…….
오웬! 화과자와 양과자 둘 중 어느 쪽이…….
오웬: 거추장스럽네.
아…….
하아…… 전혀 안돼……. 나만 보면 바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니……. 오웬과 친해지는건 무리일까…….
어라? 오웬과 미스라가 함께 있어. 북쪽의 마법사는 바로 서로 죽인다던데……. 그만둬요, 둘 다!
나는 얼른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오웬에게 깔려 있는 미스라가 신기한 듯 돌아본다.
미스라: 현자님.
오웬: 더! 더!
오웬은 이상할 정도로 순진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눈을 깜빡거렸다.
뭐, 뭐하고 있나요……?
미스라: 낮잠을 자고 있는데 오웬이 덮쳐왔어요. 방해되니까 발로 밀어젖혔더니 어째서인지 기뻐하길래…….
오웬: 꾹꾹해줘!
미스라: 잠깐, 비켜주세요. 무겁다고요…….
미스라가 귀찮은 듯 무릎으로 오웬의 몸을 밀어올린다. 몸이 공중에 붕 뜨자 오웬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냈다. 나는 그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것은 혹시……. 오웬의 기묘한 상처인……)
5화
오웬은 기묘한 상처의 영향으로, 돌연 아이와 같은 인격이 되어버린다. 오웬은 그 일을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쩌지, 이 상태라면 미스라에게 들켜버……)
미스라: 그런데 배가 고프네요. 오늘 저녁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세이프……! 미스라가 둔해서 다행이다!)
오웬: 응…… 케이크…….
미스라: 케이크로는 배가 안 차잖아요. 나는 고기가 좋은데……. 눌은 자국이 있는 닭고기라던지…….
오웬: 새라니, 아까 그거?
미스라: 아까? 먹은건가요?
오웬: 에, 아까 그 새 해줘. 꾹 해줘.
미스라: 아까……? 아아, 이거? 무릎으로 밀어올리는거요?
오웬: 새, 날고 있어.
미스라: 하아…… 안 날고 있지만요.
흉악한 키 큰 마법사들이 율동같은 놀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아, 에에…… 그러니까……. 안녕하세요! 오웬.
오웬: 안녕.
미스라: 현자님. 오늘 저녁식사 몇 시 부터예요?
모르겠는데요……. 잠깐 오웬 좀 데려갈 수 있을까요?
미스라: 좋아요.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웬: 새 할래…….
나중에. 나중에 해요. 오웬, 이리 와.
오웬: 새…….
미스라: 남의 무릎만 계속 보지 말아주세요. 차서 죽여버릴겁니다.
6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오웬의 손을 잡아끌면서 나는 말했다.)
▶ 맛있는 과자가 있어요!
오웬은 활짝 웃는 얼굴로 돌아섰다.
오웬: 정말……?
정말이에요. 에 그러니까…… 자!
나는 호주머니에서 저번에 남쪽 마법사들이 준 사탕을 꺼냈다.
오웬: 사탕이다.
손을 뻗는 오웬으로부터 사탕을 멀리하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저쪽에서 같이 먹어요. 네?
오웬: 저쪽에서 같이 먹을게…….
미스라한테 바이바이하세요.
오웬: 바이바이.
미스라: 하아…… 바이바이.
좋아! 갑시다!
▶ 그 오빠, 무서운 사람이에요!
오웬: 에……?
미스라: 갑자기 뭐에요, 그 얼굴. 괜히 화가 나네요.
오웬: ……무서워…….
(왠지 귀엽다……)
미스라: 왠지 짜증나네……. 안 무서워요. 자, 새 해줄게요. 이리 와.
오웬: ……싫어…….
미스라: 하아?!
오웬: ……무서운 아저씨가 고함을 질렀다…….
미스라: 아저씨라뇨. 루틸에게 듣는다면 몰라도, 당신과는 거의 같은 세대…….
가죠, 오웬! 미스라, 실례할게요!
나는 오웬의 손을 끌고 마법서 안으로 들어가자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미스라에게 들키지 않고 끝났어...
갑자기 잡고 있었던 손끝이 떨어져나간다. 등 뒤에 있는 오웬에게서 풍기는 공기도 어느새 싸늘하게 변하고 있었다.
(아…… 돌아온걸지도……)
조심조심 돌아보니, 기분이 언짢은 듯 오웬이 쳐다보고 있었다.
오웬: 뭐야?
뭐라뇨…….
7화
오웬: 내 손을 잡고 있었잖아.
또 다른 쪽의 오웬이 되어 있더라고요. 미스라와 함께였어서 기묘한 상처가 그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해서...
오웬: 미스라? 미스라도 있었어? 미스라따위한테 들키면 최악이야. 그 녀석은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겠지.
그래서 들키지 않으려고 한거에요. 게다가 미스라는 놀림감으로 삼거나 하지 않을거에요.
오웬: 할거야. 나를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사실은 미스라보다 강한가요?
오웬: ……약한데. 그래서 뭐?
초조한 오웬에게 이끌려 나도 초조해졌다.
그러면, 이제 몰라요. 당신이 당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하고 다음에 미스라에게 들킬 것 같아도 어느 쪽이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제 내버려 둘게요. 그럼.
오웬: 잠…….
나는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눈 앞에 오웬이 나타난다.
우왓……! 깜짝이야!
.오웬: ……좋아.
에?
오웬: 너와 어울려줄게. 나에 대해 얘기하면 되잖아.
오웬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주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오웬의 방…….
▶ 의외로 살기 좋아 보여…….
오웬: 의외라니?
내추럴계라고 할까, 호텔같다고나 할까……. 제가 좋아하는 느낌의 방이에요.
오웬: 네 취향 따위 몰라.
오웬은 분명 엉뚱한 방에서 살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오웬: 실례잖아…….
▶ 멋진 소파네요.
오웬: 그래? 어찌되든 상관 없지만.
본인이 고른거 아닌가요?
오웬: 내가 골랐어. 푹신푹신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좋았으니까. 촉감도 좋지.
(엄청 신경쓰고 있잖아……)
▶ 멋진 침대네요.
오웬: 그래? 별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스프링은 어때요?
오웬: 잠…….
부드럽네요. 잠들기 쉬울 것 같아요.
오웬: 멋대로 침대에 손 대지 마. 내가 자는 곳인데.
죄, 죄송합니다. 싫었나요?
오웬: 싫어. 왠지 싫어. 다른 사람의 냄새가 나면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불편하잖아.
(동물 같다……)
8화
오웬: 그래서 뭔데? 묻고 싶은 건.
아…… 그럼 우선 이름이라던지 나이라던지 출신지를 알려주실래요?
오웬: 이름은 오웬. 북쪽의 마법사야. 나이는 잘 몰라. 미스라나 무르나 샤일록 아래. 네로나 파우스트보다는 위인 것 같아. 또 다른 건?
특기나 싫어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도록 할게요.
오웬: 이제 알려져 있으니까 됐어. 특기는 죽는 것. 영혼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육체가 망가져도 안 죽어.
어디에 숨기고 있나요?
오웬: 말할 리가 없잖아.
그럼, 싫어하는 것은?
오웬: 이상한 기분으로 마음이 움직이는거. 지금처럼.
지금 기분이 이상한가요?
오웬: 느낌이 이상하잖아. 모르겠어?
오웬은 항상 히죽히죽 웃는데 그럴 때는 침착한건가요?
오웬: 침착하고 평범해. 이런 느낌 좋아해.
어째서?
오웬: 어째서라니……? 나에게 주도권이 있고, 말을 하는 상대의 반응을 짐작할 수 있으니까?
오웬은 초조함 속에 솔직한 곤혹을 섞어 나를 바라보았다. 오웬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를 알겠다. 그는 심술궂은 사람이지만, 왜 심술을 부리는지는 모르는 것이다.
오웬은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드는건가요?
오웬: 왠지 그 질문 화가 나네…….
죄, 죄송합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좀 들려주실래요?
오웬: 숲에서 살았었지. 늑대를 퇴치하는 일을 했었는데, 늑대를 내편으로 만들기도 했어.
동물과 이야기 할 수 있죠? 그것도 마법의 힘인가요?
오웬: 몰라. 눈치 챘을 때부터 그냥 말할 수 있었어.
……동물을 좋아하시나요?
오웬: 보통. 사람이 더 좋아. 그들의 악의가 더 생생하니까.
악의가 좋나요……? 어째서……?
오웬: 몰라. 마법사니까잖아.
9화
나는 당황했다. 내가 알고 있는 마법사들은 악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웬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울적하게 나를 바라보며, 약해진 듯 미간을 찌푸린다. 씁쓸한 듯이 오웬은 내뱉었다.
오웬: ……기억 안 나.
에?
오웬: 기억 안 나. 옛날 일. 내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왔는지 나도 몰라. ……그러니까, 물어보면 곤란해.
드디어 그의 본질을 살짝 건드린 것 같았다. 오웬은 옛날 기억이 없구나. 갑자기, 오웬은 썩소를 띄웠다. 불안을 감추고, 태도를 바꾼 듯이, 나를 깔보려고 한다. 태도의 돌변에 나는 놀랐다.
오웬: 그래서? 너는 나를 알아봤어? 내가 뭐로 이루어져있다고 쓰는거야?
……모르겠어요.
오웬: 거봐. 이런 건 소용없었잖아. 일부러 자신의 무능을 나에게 알린거야? 바보같아, 현자님. 저기, 무슨 말이라도 해봐.
짓궃게 말하는 오웬은 엄마의 무릎 위에서 떼를 쓰는 아이처럼 안심하고 있었다. 아까 오웬은 말했다. 짓궃은 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의 반응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누군가를 상처입힐때만 사람과 관계된다.. 관계를 모르는 것일지도 몰라. 천진난만하고 어린아이같은 또 다른 오웬이 진짜 오웬 자신인걸지도 몰라.
오웬: 아하하. 뭐야, 입만 다물고 있고.
아뇨……. 저, 질문을 계속 하겠습니다.
10화
오웬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궁금하지만 오웬에게는 옛날의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오웬이 단서다.
▶ 좋아하는 마법사는?
오웬: 좋아하는 마법사? 이 마법서 안이라면 히스클리프나 클로에인가?
그런가요?
오웬: 움찔움찔거리고, 금방 겁을 먹고, 시퍼렇게 질린 얼굴을 보여주니까.
…….
오웬: 나를 무서워하는 마법사들은 전부 좋아.
▶ 싫어하는 마법사는?
오웬: 싫어하는 마법사? 잔뜩 있어.
예를 들어?
오웬: 오즈 싫어. 나 방해하니까. 피가로도 싫어. 찬물 끼얹으니까. 스노우랑 화이트도 싫어. 시끄러워서. 미스라도 싫어. 제멋대로라 나를 아무 말도 못하게 해.
그런가요?
오웬: 그 쪽에는 그럴 생각이 없어도, 저쪽의 마력이 위니까. 마지막에는 따르게 되겠지. 나보다 강한 마법사는 다 싫어.
▶ 무서워하는 마법사는?
오웬: ……무서워하는 마법사? 없어.
정말로?
오웬: 뭐가 무섭다는거야. 공포가 뭔데?
근본을 찔려버리면 대답하기 어려워 곤란한데요……. 예를 들면,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던가…….
오웬: 어떻게 될지 몰라……. 그렇다면, 무섭지는 않지만 카인인가. 나도 왜 그의 눈을 빼앗았는지 모르겠어. 마음에 들지만, 이 눈.
나는 오웬을 쳐다봤다. 오웬은 능글맞게 엷은 미소를 띄면서 내가 입을 잘못 놀리면, 그곳을 찔러 괴롭혀줄테다 라는 분위기다. 그런데 그 태도가 왠지 캐치볼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상대방이 공을 던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빨리, 빨리라며 설레고 있는 듯한.
……오웬. 이건 질문이 아니라 충고입니다만…….
오웬: 하? 아무도 안 시켰는데.
당신은 외모가 좋으니까, 누군가와 있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웃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오웬: …….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오웬은 신기한 듯이 눈을 깜빡이며 입을 삐쭉거렸다. 귀찮은 듯이 머리를 쓸어 올리고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눕는다. 그리고 실험하듯 내 앞에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놀리는 듯한 선명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긴다. 팔꿈치를 베개 삼아 매력적인 미소로 그는 내뱉었다.
오웬: 나가.
…….
아직 오웬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진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잘 자, 라고 하는 오웬은 기분이 좋아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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