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오늘은 바람이 세네…….
후왓……! 뭐, 뭐가 날아왔다……. 이건 신문?
클로에: 아―! 현자님, 미안해! 라스티카에게 무르의 초상화가 실려있는 살롱의 화보를 받았어!
무르? 아, 진짜다……. 지금과는 다른 지적인 모습이라 멋있네…….
클로에: 이 무르, 멋있지! 새침한 얼굴로 한쪽 눈을 감고 다리를 꼬아서 엄청 머리 좋아 보여.
라스티카: 실례했습니다, 현자님. 서쪽 나라의 사교의 살롱에서 발행된 겁니다. 무르는 세기의 천재로서 유명인이었거든요.
그랬었죠……. 무르는 '거대한 재앙' 의 비밀에 다가가버려 혼비백산해 버리기 전에는 대단한 학자였었잖아요.
무르: 불렀어―?
클로에: 아, 지금의 무르다. 무르, 뭐하고 있었어? 공놀이? 새 쫓아가기?
무르: 시노랑 비눗방울 놀이! 시노가 분 비눗방울을 터뜨리면서 놀고 있었어!
(정말로 순진한 고양이 같아.... 세기의 천재였다니 안 믿겨지네. 신문의 무르는 확실히 잘생겼는데……)
(지금처럼 순진한 무르와 옛날의 무르. 나는 어느쪽인가 하면……)
▶ 지금의 무르가 좋네.
(지금의 무르가 좋아. 고양이랑 놀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무르: 냐―앙!
우왓……!
클로에: 왜 그래, 무르. 갑자기 현자님에게 달려들다니!
▶ 옛날의 무르가 좋네.
(옛날의 무르가 좋아. 이 세계에서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이고……)
무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
라스티카: 갑자기 왜 그래, 무르.
무르: 아무것도 아―냐.
무르, 무르에 대해 질문해도 되나요? 여러 가지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제가 갑자기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도 다음 현자님과 여러분들이 잘 될 수 있도록 모두에 대한 것을 적으려고…….
무르: 좋아! 먼저 내가 인터뷰해도 돼? 그 신문은 뭐야?
옛날의 무르가 실려있는 화보예요. ……맞다. 무르는 옛날의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르: 멋있어!
클로에: 멋있지.
멋있다는 감상으로만으로도 괜찮은건가…….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라스티카: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으니 그 신문은 현자님께 드리겠습니다.
2화
무르: 그럼, 현자님. 인터뷰하러 내 방으로 와. 다양한 걸 보여줄게!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할게요.
여기가 무르의 방…….
▶ 해먹에서 자고 있나요?
무르: 대부분은! 흔들흔들 거리는거 좋아해! 나무 위에서 자는 것도 좋아해!
▶ 흔들의자를 좋아하나요?
무르: 좋아!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해도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가만히 있지 않잖아!
▶ 다트 잘하시나요?
무르: 잘해! 카드게임도 좋아하고 룰렛도 좋아해! 내기는 두근두근 거리지!
무르: 다른 거 또 뭐 볼래? 다이아? 아이올라이트? 캣츠아이? 오팔? 가넷?
우왓…… 서랍에 보석이 가득……. 무르는 반짝반짝한 걸 좋아하네요.
무르: 좋아해―!
에 그러니까, 보석 말고 무르에 대해 좀 알려주실래요? 풀네임이나 직업이나…….
무르: 무르 하트. 직업은 브라이니클이 좋으려나?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얼음, 재밌을 것 같아!
……?
무르: 바닷물이 동결될 때 생기는 고농도 소금물이 내려가서, 순식간에 빈 얼음 고드름처럼 되는 것!
가, 갑자기 박식한 레벨의 지식 알려주지 마세요. 그건 무르의 진짜 직업이 아니잖아요?
무르: 진짜라니? 물어뜯는거야? 꼬리는 있어?
에…….
무르: 그거 늑대 아니야? 캬오―!!
3화
와앗……. 아하하! 물지 말아주세요! 에에…….
▶ 가족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무르: 돈 많은 장사꾼! 전 세계를 돌아다녔어! 나는 캐고 있었고!
캐고 있었다?
무르: 돌! 보석상이니까!
에? 그건 즉…….
무르: 잡아먹어버려!
▶ 좋아하는 음식은?
무르: 생선의 무니에르! 화이트 와인에 맞는 담백한 맛이 좋아! 와인은 쫀득쫀득한 맛이 취향!
엉망진창으로 말씀 하시네요.
무르: 나, 미식가라고!
그렇군요! 고양이처럼 날생선을 잡아먹을 것 같은데…….
무르: 그런 멋 없는 일, 미스라 밖에 안해~! 요리는 과학! 요리사의 지혜의 결정체니까! 하지만, 생으로 뜯어버려!
▶ 취미는?
무르: 취미! 현자님도 나랑 내기하자!
내기요? 자신 없네…….
무르: 에―. 몸에 지닌 것을 몽땅 뺏고 싶어―! 현자님의 생기 없는 한심한 얼굴 보고 싶―어!
처, 천진난만하게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무르: 내기는 설레니까 좋아! 물어 버리는 것도 좋아!
꺄악! 자, 잠깐……!
무르: 아하하하!
(이 상태 그대로라면 무르 본인에게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샤일록: 그래서 저에게? 현명한 판단입니다, 현자님.
의지해 버려서 죄송해요……. 무르의 간단한 프로필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샤일록: 무르 하트. 직업은 보석상, 철학자, 광물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발명가, 명예교수…….
자, 잠깐만요. 메모가 따라가지를 못해서…….
샤일록: 한마디로 충분해요. '미쳐버린 천재'.
예, 옛날의 무르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옛날의 무르의 초상화가 게재되어 있는 살롱의 화보를 받았는데...
샤일록: 어라, 시치미를 뗀 얼굴을 하고……. 훗, 그립네요. 이 얼굴은 뭔가 저질렀다는 얼굴이에요.
그런가요? 멋있게 윙크하고 있는데.
샤일록: 두 눈으로 보지 않고 한쪽 눈으로…… 즉, 봐달라는 뜻이죠.
샤일록: 이것은 학회의 기사입니다만, 분명히 모여든 학자들을 화나게 만들었을거에요. 무르는 항상 사람을 화나게 했어요. 그는 무신경하고, 지적 욕구 덩어리이고, 오만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4화
샤일록: 정말이지, 얄미운 사람이었어요. 저는 자주 밉살스러운 무르라며 욕했습니다.
(샤일록……. 무르에 대해 너무하게 말하고 있지만 즐거워 보이네……)
지금의 무르를 보면 믿을 수 없어요. 장난을 좋아하긴 하지만 고양이처럼 사랑스럽고 착한걸요.
샤일록: 그런 말을 들으니 기쁘네요. 지금의 무르는 제가 키운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막 영혼이 나간 무르는 짐승처럼 되어 버려서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참을성 있게 말과 상식을 가르쳐서 이제야 대화를 할 수 있게 된겁니다. 저 아이는 귀엽고 착한 아이죠?
네. 엉뚱한 행동에 놀랄 때도 많지만, 무르에게는 항상 힘을 받고 있어요.
샤일록: 다행이다.
무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나 하기 싫어하는 일…… 앞으로의 소원이라던가 물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물어보면 좋을까요? 지금의 무르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옛날의 무르가 따른 일을 예상해야 하는 건지…….
샤일록: 저도 무르의 과거는 알지만 무르의 미래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간섭할 생각도 없고요.
샤일록: ……좋은 걸 드리죠. 현자님께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좋은 거?
샤일록: 아주 옛날, 서쪽 나라에서 발견한 무르의 영혼 조각이에요.
마법의 작은 병에 있던 무르의 영혼 조각……. 퍼플 사파이어 빛으로 빛나고 있어……. 뚜껑을 열면 기묘한 상처의 영향으로 무르가 실체화될지도 몰라. 무르의 혼의 일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뭔가 무섭네. 옛날의 무르는 잘생겼지만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같고…….
…….
나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마법의 작은 병 뚜껑에 손을 얹었다. 천천히 힘을 주면서 뚜껑을 연다. 거만하고 인정머리 없는 천재일텐데 만나보고 싶어.
샤일록이 말했던 '밉살스러운 무르' 를.
5화
……우, 왓……!
작은 병의 뚜껑을 열자 퍼플 사파이어 조각이 빛나고 달밤을 파랗게 물들였다. 신기하고 예쁜 불빛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아하고 당돌한 몸짓. 지적이고 날카로운 눈빛에 압도된다.
고양이 같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실체화된 무르의 영혼의 조각은 신사적으로 모사를 벗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무르: 안녕하세요, 현자님. 제 이름은 무르 하트. 서쪽 나라 태생으로, 지금은 당신의 마법사입니다. 이런 인사로 괜찮으려나? 현자님이 원하는 자기소개는.
긴장하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제가 무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던 것을 알고 계셨나요?
무르: 샤일록의 작은 병 속에서 너희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으니까. 그는 좋은 친구지만 작은 술병 속에 가둬두다니, 너무 속박적이지 않니?
무르는 웃으며 혼자 어디론가 걸어 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그를 뒤쫓는다.
어, 어디로 가는건가요?
무르: 어디에도 가지 않아. 난 네 수중에 있는 무르의 영혼 조각일 뿐이야. 월광욕 정도는 허락해줄거지? 아아…… 아름다운 너. 계속 만나고 싶었어.
무르는 걸음을 멈추고 달을 쳐다보았다. 사랑을 맹세하듯 입술에 닿은 손끝을 밤하늘에 가져다 댄다. 푸르스름한 달빛에 젖은 그는 세상 누구보다 강하고 행복해 보였다.
저기…… 당신에게 질문을 해도 될까요?
무르: 부디. 하지만 먼저 용서를 구하게 해줘. 내가 너를 화나게 하는 일을 해도, 너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그래서, 밤바람 좋아해?
밤바람? 싫지는 않지만…….
무르: 그거 다행이다.
에? 우히야악……?!
6화
무르는 내 손을 잡더니 갑자기 바람을 휘감아올리며 별이 빛나는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찰칵 매달린 나를 웃으며, 무르는 빗자루도 안 쓰고 밤바람에 스텝을 밟는다.
무르: 공중산책을 하자. 인터뷰하기에 딱 좋아. 적당한 운동은 머리가 맑아지니까 말이야.
달빛 아래, 공중 산책을 하면서 무르는 내 손을 끌었다.
무르: 질문하세요, 현자님.
아…… 그러니까, 잠시만요. 지금 현자의 서를 펴서……. ……손 놓지 말아주세요.
무르: 너를 접시처럼 떨어뜨리지는 않을 거야. 이건? 내 기사인가?
앗…… 가슴 포켓에 넣은 채……. 왠지 부끄럽네요…….
무르: 어째서?
오려낸 신문을 가지고 있다니…… 무르의 팬 같으니까.
무르: 재밌네. 나에게 관심이 있는데 나에 대한 호의를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워? 아니면, 나에게 호의는 없어?
호의는…… 좋아한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흥미 위주의 호의는 무르는 싫어하지 않을까 해서.
무르: 하지만, 알고 싶어?
네……. 그래서 이상한 소리를 듣거나 상처 받을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무르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재밌다는 듯이 입가를 올린다.
무르: 근사하네. 존경할 만한 각오야. 탐구심이란 그런거야. 두려움이나 불안에 호기심이나 흥미가 더해져. 너의 본능에 너의 지성이 승리하는 거야. 어디 한 번 들여다보렴. 나는 네가 발견한 미지의 동굴. 동굴에서 잠을 자는 것이 보물인지, 흉악한 드래곤인지. 조사를 계속해봐.
나를 시험하듯이 무르는 웃는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현자의 서를 펼쳤다. 앞에 있는 마법사는 매력적이고 위험한 수수께끼 그 자체. 그것을 하나씩 책을 펴면서 나아가자.
무르가 좋아하는 것은?
무르: 수수께끼. 서프라이즈. 광석. 마나석. 여행. 별. '거대한 재앙'.
싫어하는 것은?
무르: 지루한 것.
못하는 것은?
무르: 가만히 있는 것. 병에 갇혀있던 나를 동정해줘, 현자님.
마법을 쓸 수 있는데, 마법으로 못 나가나요?
무르: 영혼의 조각은 움직일 수 없어. 너무 파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는 안돼.
7화
무르의 마도구를 보여줄 수 있나요?
무르: 너의 손바닥 안에 있어.
에?
무르: 네가 잡고 있는 나의 손가락. 거기 있는 반지가 나의 마도구야. 예쁘지?
정말이다……. 이건 무슨 보석인가요?
무르: 레드베릴. 부모님과 여행을 다녔던 어렸을 때, 직접 캔 광석으로 만든 거야.
요염하게 빛나는 반지에서 눈을 떼니 무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영리하고 총명한 눈빛으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무르: 철학적인 물음이다. 네 눈에는 어떻게 보여? 난 이성적이야? 아니면 감성적?
이성적이고 영리한 사람으로 보여요. 하지만…….
무르: 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은 달에 사랑을 안 하지 않나 싶고…….
무르: 확실히. 영혼을 잃을 정도로 사랑을 하는 것은 굉장히 감성적인 행위겠지.
어느 쪽인가요?
무르: 글쎄, 어떨까. 이성으로 사랑을 하고 감성으로 탐구를 하기도 해. 물론 그 반대도. 그냥 멈출 수가 없는거야. 세상의 수수께끼가, 달빛이, 고동을 빨리 치게 해. 흥미와 호의의 열에 들떠 가는 거지.
그것은 그의 눈 앞에 있는 나도 마찬가지다. 무르와 얘기를 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간다.
▶ 본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르: 너와 똑같아. 나도 나에 대해서 알고 싶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자기 추구를 위해 있는 거지. 나의 지혜도, 나의 호기심도, 나의 열정도. 나의 영혼이 있는 곳을 알기 위해 있어.
무르: 너도 느끼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세상과 장난치며 자기를 추구해. 네 세계에, 네 영혼 이상으로 소중한 것은 없으니까.
▶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르: 귀여운 질문이네.
……죄, 죄송해요. 궁금해서…….
무르: 헤에.
…….
죄, 죄송합니다. 역시 못들은 걸로…….
무르: 아니야. 사과하지 않아도 돼. 침묵을 즐기고 있었어. 예민한 질문을 했을 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멋대로 황송해하니까, 매번 즐기려고 하지.
(서, 성격 나쁘네……)
무르: 반응으로서는 좋아하는 부류이려나?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네가 나를 찾아보고 확인해 보렴.
8화
무르: 저기, 현자님. 너도 무르에 대해 알고 싶지? 그러면 좀 도와주지 않을래?
도움이요?
무르: 중앙의 나라에 있는 영광의 거리에 가고 싶어. 거기에 있는 빛나는 걸 좋아하는 바닷새에 볼일이 있거든. 무르의 정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내일, 나를 작은 병에 담아 영광의 거리까지 데려다 주지 않겠어?
무르의 영혼 조각을 데리고 나는 영광의 거리를 방문했다. 영광의 거리는 운하의 거리이며 카인의 출신지이다. 많은 배가 다리를 통해 흘러간다. 나는 무르가 시키는 대로 영광의 거리 다리 위에 섰다.
여기면 되나요?
무르: 문제 없어. 다리의 난간 위에 샤일록의 작은 병을 내려놔줘.
마법의 작은 병을?
무르: 아아. 서두르지 않으면 해가 지고 말거야.
석양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나는 시키는 대로 작은 병을 난간에 내려놓았다. 다가오는 뱃고동이 울린다. 무르는 고양이 같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펄쩍펄쩍 뛰며 상냥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르: 부탁이 있어. 현자의 서에 이렇게 적어줬으면 해.
현자의 서에? 기다려 주세요. 지금 메모를…….
무르: 무르는 지적인 탐구자인 현자를 경애한다. 왜냐하면 흥미나 호기심이야말로 생물, 세계, 우주를 진화시키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대로 연구 대상…… 나에게 다가온 현자의 용감함에 우애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르는 진심으로 반성했다.
무르: 현자도 화를 냈지만, 이윽고 그를 용서했다. 우리는 탐구를 아는 동지니까.
9화
……제가 화를 내고 용서했다? 무슨 뜻인가요?
무르: 쭈그리고 앉아.
에?
그 순간,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바닷새가 내 머리 위로 날아왔다.
우왓……!
순간적으로 쭈그리고 앉는다. 바닷새는 석양을 반사하여 빛나는 작은 병을 잡아 운하로 던져 버렸다.
앗……! 큰일이다……!
나는 파랗게 질려 운하를 들여다보았다.
(샤일록이 맡겨준 무르의 영혼의 조각을, 운하에 떨어뜨리다니……)
하지만 작은 병은 운하에 가라앉지 않았다. 잰 듯한 타이밍에 다리 밑을 빠져나가 배의 갚판에 뒹굴고 있다. 그 옆에는 조금 전까지 내 옆에 있었어야 할 무르가 있었다. 새침한 얼굴로 한 쪽 눈을 감고 있다. 그것은 확실히 '봐달라는' 표정이다.
무르……?!
무르: 힌트는 많이 줬겠지. 나는 지루한 걸 싫어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서툴러 마법사의 작은 병 속은 견딜 수가 없어.
무르: 밤하늘의 산책은 매우 즐거웠어, 현자님. 샤일록에게 안부 전해줘. 또 나중에 만나자.
나는 그제서야 이해했다. 어디 멀리 떠나려는 무르에게 감쪽같이 속았어. 무르의 거짓말에 넘어가버려 마법의 작은 병을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배에 태워버렸다.
소, 속였군요?!
무르: 이렇게 생각 해도 돼. 너의 탐구를 고조시키기 위해서 협력한 거야. 재회를 즐기기 위한 이별이지.
무르의 마법의 힘 때문인지 작은 병을 실은 배는 쭉쭉 속력을 더하여 떠나간다.
10화
절망하면서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는 즐기고 있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속아서 억울하지만, 즐겁다. 그의 힘에 움찍움찔하는 기묘한 흥분을 느낀다.
샤일록이 그를 욕하면서 신났던 이유를 알 것 같아. '밉살스러운 무르'. 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지독한 사람인지.
정말……! 다음에 잡으면 용서하지 않을테니까요!
무르: 제일 먼저 용서를 빌 거야. 사랑스러운 현자님.
무르는 모자를 푹 눌러쓰면서 신사다운 절을 했다. 그리고 무르의 영혼의 조각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샤일록: ……그런가요. 무르의 조각은 사라져 버렸군요.
무르: 사라져? 사라지는 건 이런 느낌? 여! 나 있어? 없어? 있어?
샤일록: 무르, 가만히.
무르: 네―! 분부대로!
죄송해요……. 샤일록이 맡겨준건데.
샤일록: 괜찮아요. 이럴 거라고는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샤일록은 카운터에 마법의 작은 병 몇 개를 늘어놓고 웃었다. 병 속에서는 퍼플 사파이어 조각이 반짝이고 있다.
샤일록: 무르에게 먹이지 않은 영혼의 조각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요.
무르: 너는 만만치 않구나―, 샤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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