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아…… 고운 음색이 들려. 이건 피아노인가……? 아닌 것 같기도…….
클로에: 현자님. 라스티카가 챔벌로를 연주하고 있어.
라스티카가?
클로에의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던졌다. 어느 틈에 놓인건지 마루 한쪽에 피아노와 비슷한 모양의 악기가 놓여져 있다. 챔벌로라고 불린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것은 서쪽의 마법사 라스티카였다. 우아하게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 끝이 내놓는 음악은 아름답고, 자애로움과 웅장함에 차있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큰방의 모습, 안뜰의 나무 그늘, 창문 너머로 마법서의 마법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라스티카의 연주를 들으러 온건가. 마법사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진짜였구나……)
서쪽의 마법사들을 비롯해 남쪽의 형제들이나 동쪽의 마법사들, 오즈나 오웬의 모습도 있어서 놀랐다. 라스티카가 연주를 그만두자 그들은 입을 다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고양이들 모임 같네……)
나는 박수를 치면서 멋진 연주를 해준 라스티카에게 다가갔다.
라스티카, 멋진 음악 고마워요. 연주를 정말 잘하네요.
라스티카: 현자님이시군요. 칭찬을 받다니 영광입니다.
라스티카는 연주만큼이나 우아하고 품위 있는 절을 했다.
▶ 무슨 곡인가요?
라스티카: 저의 즉흥곡이기 때문에 곡의 이름은 없습니다.
즉흥곡이라면 바로 생각내면서 연주했다는 건가요? 대단해……!
라스티카: 감사합니다. 현자님도 얼마 전에 주방에서 예쁜 노래를 흥얼거리셨죠.
그건 그냥 콧노래…….
라스티카: 그 노래도 신나고 따뜻하고, 정말 멋졌어요. 부디 다음에 천천히 들려주세요.
▶ 좀 더 듣고 싶어요!
라스티카: 영광이에요. 그렇다면 마음에 드는 쳄벌로를 찾으면 마법서의 큰방에 놓아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에요! 모두 함께 라스티카의 연주회를 즐기죠!
라스티카: 네. 정말 기대되네요.
2화
이 쳄벌로는 어디서 가져온건가요?
라스티카: 중앙 나라의 책사의 집에서 발견한겁니다. 연주해도 될까요? 라고 물었더니 당연하다고 대답하셔서…… 마법으로 마법관으로 가져온거에요.
클로에: 그, 그건 즉석에서 연주할거라고 생각한게 아닐까……?
라스티카: 아아, 그런가. 눈치 못 챘어. 그런 것도 있었네.
나, 나중에 돌려주고 오세요.
라스티카: 그렇네요. 충분히 즐겼으니까.
라스티카는 싱긋 웃었다. 라스티카는 온화하고 상냥한 마법사다. 하지만 색다르고 조금 천연스럽게 얼빠진 곳이 있다. 예를 들면…….
히스클리프: 라스티카 씨, 아름다운 연주 감사합니다.
히스, 시노…….
시노: 그거 연주하는거야? 나도 만져보고 싶어. 이거 줄테니까.
라스티카: 큰 장수풍뎅이……. 이런 장수풍뎅이를 구해오다니, 나의 신부임에 틀림없어.
클로에: 잠, 라스티카……!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피엣셰'
시노: 우왓……!
라스티카가 주문을 외우자 시노는 아기 새가 되어 어디선가 나타난 라스티카의 새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히스클리프: 시, 시노……!
라스티카: 드디어 만났네, 내 신부.
3화
라스티카는 실종된 신부를 찾고 있다고 한다. 신부를 찾는 마법사라니 그것만 들으면 로맨틱하지만, 라스티카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느낌이 맞는 것을 신부라고 생각하고 새장에 집어넣는 버릇이 있다.
(신부라고 해도 매번 신부상도 흔들리는데……. 이전에는 뜨개질을 잘하는 할머니를 갑자기 작은 새로 만들었고, 이번에는 딱정벌레를 잡아온 시노라니……)
클로에: 정말…… 안된다니까! 라스티카, 시노를 밖으로 내보내줘……!
클로에가 당황하면서 새장의 문을 연다. 그러자 작은 새의 시노가 나오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히스클리프: 괜찮아, 시노!?
클로에: 미안해, 시노! 라스티카도 악의는 없어!
시노는 창백한 얼굴로 심장을 누르고 있었다. 악연히 라스티카를 응시하고 있다. 신부라고 불려서 싫은건가, 라고 생각했더니 시노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든 건 다른 이유였다.
시노: 너, 너……!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나를 새로 만들다니, 사실은 꽤 강한거지!?
그런가요?
나도 놀라서 라스티카를 돌아보았다. 그는 생글생글 웃고 있다.
라스티카: 칭찬 받으면 부끄럽네.
시노: 이런 마력 센 놈에게 시치미 떼게 하지 마. 위험하잖아!
확실히 시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라스티카의 마력을 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모두 작은 새가 되고 만다. 그냥 그대로 있게 했지만 제대로 라스티카와 이야기하는게 좋을지도 몰라.
라스티카,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괜찮을까요?
라스티카: 이야기인가요? 그럼요. 분명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죠. 몹시 기대되네요.
저, 저기. 그런게 아니라…….
4화
클로에: 미안해, 현자님! 라스티카에게는 내가 잘 말해둘 테니까 라스티카를 혼내지 말아줘.
클로에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라스티카를 감싼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화내거나 그런게 아니에요. 라스티카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거든요. 지금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얘기를 듣고 있고, 제가 언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도 좋도록 모두에 대한 것은 현자의 서에 적어놓는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라스티카: 어디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돌아오시는 것은 언제가 될까요?
산들바람처럼 라스티카는 미소 지었다. 내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때는 다시는 모두를 보지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어 그런 설명이 멋없을 정도로 순수한 미소가 인상에 남는다.
언제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라스티카, 괜찮나요?
라스티카: 물론입니다, 현자님. 그럼 제 방으로 초대하도록 하죠.
그래도 되나요?
라스티카: 네.
클로에: 괜찮아? 어지럽히지 않았어?
라스티카: 괜찮아. 오늘 아침에 잠이 덜 깨서 옷장이랑 춤을 춰버렸지만, 많이 더러워지지는 않았으니까. 자정까지는 방이 정리될테니 낮잠이라도 주무시면서 기다리고 있어주세요, 현자님.
나는 한밤 중에 라스티카의 방을 방문했다.
여기가 라스티카의 방…….
▶ 멋진 새장이네요.
라스티카: 감사합니다. 이 새장은 새들 쪽에서 이 안에 들어가서 살고 있어요.
그런가요?
라스티카: 네. 새들에게는 아늑한 장소인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사랑스러운 손님이 방문하면 저도 기분이 좋네요.
▶ 멋진 여자의 그림이네요.
라스티카: 감사합니다.
저 사람이 라스티카의 신부인가요?
라스티카: 아뇨. 저는 미술품 수집이 취미이고, 이건 오래 전에 구했던 옛 고명한 화가의 작품입니다. 제 옆에서 챔벌로 연주를 듣다가 가끔 노래도 해줬었죠.
그림이!? 노래하는 그림이라니, 대단하네요……. 지금도 노래해주려나……?
라스티카: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다음에 몰래 찾아와 주세요.
▶ 멋진 찬장이네요.
라스티카: 감사합니다.
그 안에 진열되어 있는 그릇들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은 멋진 것들 뿐…….
라스티카: 저는 미술품 수집이 취미거든요. 이것들은 고명한 도예작가와 유리장인들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잔에 마시는 홍차는 별미죠.
5화
라스티카는 마법으로 주전자를 준비해 차를 끓여주었다.
라스티카: 날짜가 바뀌었네요. 어제는 정말 좋은 하루였어요. 오늘도 부디 좋은 하루 되시길. 한밤중인데 모닝티가 좋으신가요? 아니면 이브닝 하이티로 하시겠어요? 낮잠 주무시고 난 뒤니 애프터눈 티?
에, 그러니까…… 라스티카가 좋아하는 걸로 주세요.
라스티카: 근사하네요. 마치 시간의 지배자가 된 것 같은 사치스러운 선택이군요. 고민되네. 지금은 아침과 낮과 밤의 시간의 기분일텐데. 저는 전부 특이해서 좋아하거든요. 조금 생각해 봐도 괜찮을까요? 홍차를 마시면서.
에? 아, 네…….
결국 무슨 홍차를 끓여준건지는 모르게 됐지만, 라스티카의 홍차는 정말 맛있었다.
와아, 엄청 맛있어……. 조금 색다르고 산뜻한 풍미라…… ……어라!?
나는 컵을 들고 있는 내 팔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은은하게 온몸의 피부가 옅은 빛을 내고 있다.
라스티카: 아아, 현자님의 홍차에는 월광수 열매가 들어 있었나 보군요.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 그런가요……?
라스티카: 네. 달처럼 아름다워요.
뱉어버릴 것 같은 대사지만 고급스럽고 순수한 라스티카의 말이니 뭔가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정령처럼 어렴풋이 빛나는 몸으로 나는 라스티카와 마주보았다.
6화
지금 몇 살 정도 되시나요?
라스티카: 400년 이상은 살아있네요. 중앙 나라 그랑벨 왕국 건국 기념 메달을 가지고 있죠.
그렇게나 나이가 많았었군요!
라스티카: 연상은 싫어하시나요?
아니요.
라스티카: 다행이다.
라스티카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싱긋 미소 지었다. 나도 덩달아 생긋 웃는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잊어버리고 당황해서 기억을 더듬었다.
400년치를 설명하는 것은 힘들테니까,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라스티카: 라스티카 페르치. 서쪽 나라의 귀족 페르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취미는 챔벌로 공연과 미술품 수집. 좋아하는 것은 시간을 즐기는 시간. 안타깝게도 집안일은 잘 하지 못해요.
아하하, 생활 능력이 없다고 클로에에게 자주 듣잖아요.
▶ 어떤 집안일을 가장 못하나요?
라스티카: 그렇네요…… 결정하기 어렵네. 잘 못하지만 싫어하지는 않기에.
그런가요?
라스티카: 네. 쓸어내는 건 지휘봉을 흔드는 지휘자 같은 기분으로 즐겁고, 요리도 연금술을 흉내내는 것 같아 마음이 들뜨네요. 하지만 기분 좋게 열중하다 보면 청소를 하기 전보다 더 지저분해지거나 식재료가 다른 물질이 되어 버리거나 하게 되죠.
(이거 큰일이네……)
▶ 어떤 집안일을 가장 잘하나요?
라스티카: 애정과 감사를 담아 위로하는 것입니다.
그, 그게 집안일인가요?
라스티카: 집안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클로에가 예전에 그랬었거든요.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대신 다 끝난 다음에 감사와 애정을 듬뿍 담아서 칭찬해줘, 라고. 그러니 천사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클로에에게 감사와 애정을 돌려주고 있어요.
과연! 서툰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멋지겠네요.
라스티카: 그 아이가 있어 주는 덕분이네요.
여행 준비나 숙소는 라스티카의 주도로 결정하나요?
라스티카: 지금은 클로에가 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을 했기 때문에 클로에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7화
여행의 목적은 신부 찾기, 라고 하셨는데. 신부라는 게 그…… 실재하는 신부님인가요?
라스티카: 무슨 말씀이신가요?
에, 그러니까. 비실재 신부라고 할까, 뇌속 신부라고나 할까. 가공의…… 아니, 이상의 신부를 찾는 게 아니라요?
라스티카: 아뇨. 구혼 상대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신부는 정해진 사람이 있거든요.
그렇군요! 그럼 그 사람의 이름이라던가, 특징은……?
라스티카: 그게, 깜빡 잊어버렸어요.
깜빡이요!?
라스티카: 덕분에 좀처럼 재회는 할 수 없지만 나중에 꼭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명의 연인이니까요.
행복해 보이는 라스티카의 웃는 얼굴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약간 착각 아닌가요, 신부가 있었다는 증거가 있나요, 이런 거. 운명의 상대였다 하더라도 이름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라면 사랑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라던가.
(하지만 라스티카를 상처 입히기는……)
저기…….
라스티카: 네, 뭔가요?
신부다운 사람을 찾았을 때 작은 새로 만들어 새장에 넣는 이유는 뭔가요? 달려가 끌어안는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라스티카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라스티카의 마도구인 새장을 출현시켰다. 아까 시노를 잡았던 그 새장이다. 그 새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새장을 바라보는 라스티카의 옆모습은 매우 예쁘고 우아한 도자기 인형 같았다.
꾸며낸 동화처럼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현실감이 없다.
8화
라스티카: ……도망친 것 같아요.
도망쳐?
라스티카: 이 새장에서, 아기 새의 모습으로.
아기 새가 신부였나요?
라스티카: 아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챔벌로를 우아하게 치던 손가락 끝이 라스티카의 입가를 덮는다. 그것은 생각에 잠기는 몸짓 같기도 하고, 스스로 본인의 입을 막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이 멈춰서 봉인되어버린 고성을 둘러싼 가시나무처럼 그의 입술을 덮고 있다.
……라스티카?
깜짝 놀라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라스티카: 죄송합니다.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아요. 400년이나 살았으니 아무래도 잘 잊어버리게 되어서.
그런가요…….
라스티카: 생각나면 현자님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름다운 저의 신부의 이름과, 아름다운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다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망설이지 않고 라스티카는 말했다. 그는 그와 신부의 행복한 미래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름이나 추억 같은 건 하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원래 마법사들을 색다르고, 그 중에서도 라스티카는 이색적이다. 사랑이라면 더더욱 색다르겠지.
얘기를 들려줘서 고마워요. 라스티카를 알게 되어 좋았어요.
라스티카: 저도 현자님과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에요. 아주 즐거운 다과회였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을 잡을 때에는 주의해 주세요. 잘못하면 사람들을 놀래키니까.
라스티카: 명심하겠습니다. 아아…… 빛이 꺼지고 있네요.
9화
라스티카는 내 손을 잡고 웃었다. 그의 말대로 희미하게 빛나던 내 피부는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사라져가는 빛을 바라보며, 라스티카는 이별을 아쉬워하듯 눈을 내리깐다.
라스티카: 당신에 대한 것은 잊고 싶지 않네…….
에……?
라스티카: 아서 전하로부터 들었습니다. 전의 현자님의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저도 당신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걸까요?
그건…… 어떨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라스티카: 현자님의 이름을 불러도 될까요?
아…… 네.
라스티카: 아키라 님. 이렇게 몇 번이고 부르면 결코 잊지 않을 거에요. 제목을 까먹어도 아름다운 음악은 아름다워. 당신의 모습을 잃어도, 당신과 나의 친애가 영원하기를.
진심이 담긴 라스티카의 말에 울컥해 나도 모르게 입에 담았다.
▶ 잊지 말아주세요.
라스티카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쓴웃음을 섞어 나는 내뱉었다.
저도 조금 서운했거든요. 모두에게 잊혀진다고 생각하면……. 그러니…… 이별을 하게 되더라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라스티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라스티카: 당신을 외롭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현자님과 같은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 잊어도 괜찮아요.
라스티카는 희미하게 눈을 휘동그랗게 떴다.
전의 현자님께서도 그랬던 것 같고, 본인만 특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순간, 너무 예쁜 시간을 보냈으니 모두가 저를 잊어 버려도, 내가 모두를 잊어 버려도, 누구의 기억에 남지 않아도…… 저는 만족해요.
라스티카는 감탄하듯 내뱉었다.
라스티카: 과연 현자님……. 존귀한 사고방식이군요.
라스티카: 안녕히 주무세요. 부디 편히 주무시길.
10화
하아…… 라스티카와 잔뜩 얘기해서 다행이었어. ……어라? 클로에?
클로에: 아…… 조금 걱정 되어서. 라스티카, 괜찮았어?
아아, 화내는 거 아니었어요. 죄송해요, 귀찮게 해서…….
클로에: 그런 게 아니야. 신부 이야기를 한거지……? 이성을 잃거나 하지 않았어……?
이성을 잃어……?
클로에는 서글픈 듯 입을 다물었다. 달빛이 비치는 어둠 속에서 그는 머뭇머뭇 시선을 돌린다.
클로에: 현자님에게는 전해두는 편이 좋으려나……. 나도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무엇을…….
클로에: ……라스티카의 신부님, 아마 벌써 돌아가셨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상할 정도로 달빛이 밝게 빛난다.
클로에: 라스티카가 찾고 있는 것은…… 맺어지지 않은 추억의 신부야. 사실대로 알려주는 게 좋다고 알고는 있지만…… ……만약에 사실을 알면 라스티카가 없어질 것 같아서, 무서워서 말을 못하고 있어…….
나는 마법관을 돌아보았다. 라스티카의 방의 창문에서 부드러운 불빛이 흘러내리고 있다. 아름다운 이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라스티카의 말이 생각나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나는 클로에의 등을 쓰다듬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클로에……. 그래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군요. 신중하게 찾아봐요. 진실과, 라스티카에게 있어서 행복할 방법을…….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그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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