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마법관 생활에 익숙해졌을 때, 나는 마법사들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언제 제자리로 돌아가도 좋듯이 마법사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현자의 서에 적어두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번의 취재 상대는 네로였다.
네로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네로: 알아서 뭐하려고?
네로가 지내기 좋게 배려하고 싶어서요. 못하는 거나 하기 싫은 것이 있나요?
네로: 하고 싶지 않은 것…….
네로는 요리를 멈추고 물끄러미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르던 감귤류의 냄새가 상쾌하게, 그리고 어딘가 애절하게 감돈다. 눈꺼풀을 내리깐 채 네로는 말했다.
네로: 나를 신뢰하지 말아줘.
에……?
네로: 아마, 배신하게 될 거야.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네로는 동쪽의 마법사답게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누구와 깊이 관계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태도와 달리 그의 요리는 착하고 맛있다. 가증적이고, 정중하고, 따뜻하고, 배신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마음과 속을 채워주고 있는데도.
리케: 네로에 대해서요?
네. 리케는 네로와 사이가 좋죠? 네로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요?
리케: 알고 있는 것……. 그런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네로의 식사를 좋아해서 만나러 갈 때가 많지만, 네로는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으니까요.
그런가요…….
리케: ……갑자기 불안하네요. 잠깐 만나러 갈게요.
에……? 에……!?
리케: 그야 저는 네로를 좋아하는데, 네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요?
네로: 뭐가 이상하다고?
네로…….
2화
네로: 자, 먹어. 현자님도. 계란이 남아서 에그녹을 만들었거든.
리케: 좋은 냄새.... 음료수인데 달달한 과자 같아.
네로: 계란과 우유가 베이스야. 브랜디나 럼주 같은 걸 넣어도 맛있지만, 아이에게는 그걸로.
리케: 정말이지,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그래도 잘 먹겠습니다!
리케: ……맛있다……. 꿈의 세계에 간 것 같아…….
맛있어……! 약간 매콤한 맛도 있고, 감칠 맛도 있네요!
네로: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야.
리케: 아, 맞다. 네로, 네로에 대해 알려주세요. 당신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네로: 뭐야, 갑자기. 현자님의 현자의 서 만들기에 영향을 받은거구나?
네로는 나를 보고 웃었다. 귀찮아 하는 표정을 지을까봐 긴장했지만 그의 표정은 부드러웠다. 부드러운데 속절없는 쓴웃음이다.
나는 동쪽의 마법사. 여기 오기 전에는 식당을 했었어. 전에도 말했었잖아.
리케: 그건 그렇지만……. 그것 외에는요?
네로: 그것 외라니?
리케: 말은 잘 못하겠지만... 제가 네로의 밥을 먹고 감격했던 것 처럼, 그런 것이 궁금해요.
네로: 뭐야, 그게.
나는 리케가 하는 말을 조금 알 것 같았다. 특별한 것이 알고 싶다. 네로가 어쩌다가 지금의 네로가 되었는지. 그러한 그의 성립에 관련되는 점이.
예를 들어…….
▶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은?
네로는 나를 쳐다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로: 뭐야, 갑자기. 당신마저. 자랑스러운 일이라면 갓 나온 에그녹을 당신들에게 칭찬 받은 일이야.
▶ 가장 억울했던 일은?
네로는 나를 돌아보고 나서 눈길로 리케를 바라보았다.
네로: 대답해도 되지만, 애들 앞에서는 말하기 곤란하네.
왜요?
네로: 음담패설이야.
정말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네로는 웃었다.
그럼…… 네로가 지금까지 가장 감격했던 일은 뭔가요?
네로: 감격……?
턱을 어루어만지면서, 네로는 생각난 듯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3화
네로의 눈빛이 가늘어진다.
네로: ……바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바보가 아니었을 때였나.
리케: 누구인가요?
네로는 웃으며 리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로: 벌써 돌이 되어 버렸어. 자, 몸도 따뜻해졌지. 방으로 돌아가.
리케: ……알겠습니다. 이거, 너무 맛있었어요. 다음에 미틸에게도 먹여주세요.
네로: 아아, 조만간.
(조금 더 네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별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 것 같아.)
(네로는 사람 사귀는게 서툴다고 말했어. 이렇게 얘기할 때도 어쩐지 벽 같은게 느껴져. 본인의 이야기가 아닐 때는 얘기하기 쉬운데……. 네로 본인의 일이 되면 연기에 휩싸여 버리네.)
(어라……? 네로가 누군가와 대화 하고 있어……. 저건 브래들리……?)
어깨를 나란히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놀랐다. 의외의 조합이었다. 말하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멀리서도 네로의 표정은 잘 보였다. 브래들리를 째려보고, 쿡쿡 찌르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도 하고, 굉장히 친근한 분위기다.
(언제 친해진거지?)
내 모습을 눈치채고, 네로의 웃음소리가 멈췄다. 돌아본 브래들리가 소리를 냈다.
브래들리: 여, 현자.
안녕하세요, 네로, 브래들리. 두 사람은 친했었군요.
네로: 안 친해. ……너 이 자식, 알고 있겠지.
네로는 상냥하게 나에게 웃더니, 브래들리가 참견하기도 전에 낮은 소리로 위협했다. 그를 위협하듯 손가락 끝을 들이대고 있었다. 얕보이는 걸 싫어하는 브래들리는 틀림없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익살로 고개를 돌리고 두 손을 들었을 뿐이었다. 마치 항복한 것처럼.
브래들리: 알겠다니까. 무서운 얼굴 하지 마.
나는 눈을 꿈뻑거린다.
……역시, 친한거죠?
4화
네로: 아하하, 안 친하다니까. 왜 그렇게 생각했어?
▶ 네로가 적극적이니까.
평소 같았으면 무시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았을텐데, 브래들리한테는 프랭크구나 싶어서.
브래들리: 아하하. 그렇다는데, 네로.
네로의 100배 프랭크에 브래들리는 네로의 어깨에 팔꿈치를 괴었다. 네로는 브래들리를 노려본다.
네로: 스스럼없이 굴지 마.
브래들리: 아? 뭐라고 했냐, 너.
네로: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브래들리: 하아!? 너 이녀석, 죽여버린다……!!
브래들리는 네로의 멱살을 잡았다. 네로는 어딘가 안심한 얼굴을 한다. 그걸 눈치챘는지 브래들리는 입을 오므리고 손을 뗐다.
▶ 브래들리가 화를 내지 않으니까.
평소 같았으면 브래들리는 손가락질 받으면 엄청 화내는데...
네로: 물론 화내! 이제부터라고. 자, 브래들리. 확하고 와. 시작해줘.
브래들리: 아? 시작하라니, 뭘.
네로: 화내!
브래들리: 누구한테.
네로: 나! 넌 동쪽의 마법사에게 얕보여지는 애송이였냐!?
브래들리: 하아!? 너 이녀석, 죽여버린다……!!
브래들리는 네로의 멱살을 잡았다.
아, 평소의 느낌…….
네로: 좋아좋아! 잘 하고 있어!
왠지 네로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문득 정신을 차린 듯이 브래들리는 손을 떼고 혀를 찬다.
브래들리: 칫…… 쓸데 없어……. 이런 장난,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냐. 빨리 현자에게 말해.
에?
네로: ……너, 쓸데 없는 짓…….
브래들리: 어이, 현자. 우리들에 대해 받아 적어. 현자의 서인가 뭔가에 말이야.
네, 네.
브래들리: 네로 방에 가서 전부 듣고 와. 네놈도 다 털어놓으라고. 언제까지나 뒷처리 맡기지 말고.
퉁명스럽게 내뱉더니 브래들리는 가버렸다.
5화
나는 흘끗 네로를 쳐다보았다. 망연자실한 듯 앞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잠시 동안 말도 없이 우리는 멍하니 서 있었다. 묘한 초조함을 느끼며 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저, 저기…….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말하기 어렵다면…….
네로: ……아니야. 으—음…… 어떡할까…….
네로는 괴로운 듯 큰 숨을 내쉬었다. 문득 웃다가, 나를 쳐다본다.
네로: 이대로 서 있을 수도 없고. 일단 내 방에 올래? 현자 씨.
아…… 네.
네로: 미안하네, 익숙하지 않아서.
잘 익지 않는 식재료처럼 본인에 대한 것을 사과하면서 네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쓸쓸한 네로의 옆얼굴이 선명한 석양으로 물들어 간다. 그건 마치 피 묻은 상처 같아. 배신할 테니까 신용하지 말아줘. 그 말도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는 상처다.
불그스름한 바람이 네로의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여기가 네로의 방……!?
네로: 하하…… 놀랐어?
거의 부엌이네요…….
▶ 어째서 이런 방으로?
네로: 진정되니까. 전에도, 그전에도 밥하는 일 했었고. 주방은 내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군요…….
네로: 밥하는 곳이랑, 푹 먹는 곳이랑, 잠자는 곳이란 건 나에게 있어서 사치스러운 공간이지만.
▶ 방에서도 요리를 하고 있군요.
네로: 아아. 시제품이나 안주 같은 거는 여기서 만드는 일이 많으려나. 요즘에는 카나리아씨가 해주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은 그렇게 곤란하지 않고, 간단한 것만 만들지만.
▶ 엄청 청결하네요.
네로: 식재료도 놓여있으니까.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나오거나 하지 않게 마법으로 신경 쓰고 있어. 예쁜 공간은 기분이 좋잖아. 깨어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나.
네로: 자 그럼, 차라도 끓일게. 짝이 맞지 않는 컵이라 미안하네. 손님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쓴웃음을 머금으며 네로는 사과했다. 그릇을 챙기는 건 요리사다운 배려다. 나는 개의치 않게 웃었다.
전혀 괜찮아요. 저 말고 누가 오거나 하지 않나요?
네로: 아니, 시노는 가끔 와. 야밤에 출출할 때 문을 두드려. 뭐 없냐고.
시노 답네요.
네로: 정말이지, 식당도 아닌데. 그래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걸 준비해둬. 현자씨에게도 줄게. 말린 사과랑 구운 견과류랑 오렌지청이야.
맛있어 보여……!
네로: 하하, 다행이다.
6화
네로는 볼을 느슨하게 했다. 자신이 누구를 초대하거나 하지도 않는데 과자를 준비해 두는 것도 네로다웠다. 마음의 문을 닫으려고 해도 닫을 수 없는 짝짝이로, 흠집 있는 다정함을 늘 네로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네로, 한 가지 전해둘게 있어요. 제가 마법사들에 대해 알려고 했던 것은 모두를 위해서였어요. 싫어하는 것이나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모두에게 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네로: 헤에…….
하지만, 지금은 조금…… 네로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이겼어요.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이며 네로는 한쪽 눈썹을 올렸다.
네로: 헤에?
그러니까, 어쩌면 너무 많이 물어볼 수도 있어요. 싫다면 대답하지 말아주세요.
네로: 그런 말투는 치사하네. 물어보면 대답하지 않는 자신을 깨닫고 마음이 무거워지잖아.
아픈 데를 찔려버렸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네로의 표정은 지켜보는 듯 다정하다.
네로: 하지만, 네가 하는 말도 맞아. 침묵을 지키고 있어도 불편할 뿐이니까. 남의 집 부엌처럼. 나이프와 향신료를 두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너에게 전하라는 거지?
네…….
네로: 됐어, 알았어. 너는 성실하네. 그래서 어떤 걸 알고 싶은데?
갑자기 네로는 놀리듯이 히죽 입가를 올렸다. 긴 다리를 꼬면서 고개를 기울인다.
네로: 개인적인 흥미라는 것도 상관 없다구.
갑자기 아까의 내 대사가 떠오르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죄송해요……. 갑질이라든가 성희롱 같았을까요.
네로: 뭐야 그게? 모르겠는데.
7화
에, 그러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네로: 네로 터너. 나이는 잘 기억 안나지만 파우스트나 라스티카보다 위야. 동쪽의 마법사지만 출생지는 달라. 대충 어쩌다 보니 동쪽 땅에 자리 잡았어. 북쪽은 경쟁이 심하고 중앙은 너무 건전해. 서쪽은 너무 시끄러웠고 남쪽은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동쪽은 주변에 무관심하니까, 딱 맞았던거지.
동쪽의 마법사…… 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동쪽 나라는 어떤 곳인가요?
네로: 성실하고 과묵한 애가 많네. 깊게 어울리지 않는 대신 조용히 서로 감시해. 답답하고 폐쇄적이지만 익숙해지면 편안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인생이 끝날만큼 싫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 마법사라고 들키지만 않으면 말이지.
……마법사라는 것을 들키면 살기 힘들어지나요?
네로: 타인을 감시하는 풍조가 있으니까. 자기들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입질이 강해. 흰색도 검은색으로, 선도 악으로 되어버리지. 어린이를 도와준 마법사는 어느덧 아이를 잡아먹는 마법사가 된다. 동쪽 나라는 그런 곳이야.
네로: 파우스트가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살았던 것처럼, 시노의 양부모를 찾지 못한 것처럼, 유능한 귀공자 히스가 자신감을 잃은 것처럼, 동쪽 나라를 떠다니고 있는 무겁고 차가운 공기 자체가 마법사를 거절하고 있는 거야.
떠다니고 있는 공기 자체에 거절 당하다……. 저는 살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네로: 군중 속에 섞여 녹아들면 편해. 서로 깊은 어울림은 싫어하니까.
네로는 숨을 몰아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네로: ……쓸쓸함을 느끼지 못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 될지도 몰라. 본인이 있어도 없게 되는 사회니까.
그렇네요……. 저도 사람이 많은 나라에 태어났으니까, 비슷한 불안함을 느낀 적이 있어요.
8화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고 하셨는데, 네로의 고향은 어느 나라였나요?
네로: ……하하, 어디라고 생각해?
……어디일까……. 서쪽 나라인가요? 서쪽의 마법사들은 무르나 라스티카같은 미식가가 많은 인상이에요.
네로: 빗나갔어.
에? 그럼 어디지? 중앙이나 남쪽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북쪽인가요?
네로: 정답. 나는 북쪽 나라에서 태어났어.
네로는 북쪽 태생이었구나. 나는 그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 의외네요....
네로: 그래?
네…… 네로는 왠지 상냥한 사람이니까…….
네로: 그렇지 않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정이 없어.
▶ 듣고 보니 납득이 가네요.
네로: 어째서?
왠지 모르지만…… 동쪽의 마법사는 성실한 사람이 많지만 네로는 융통성이 있다고나 할까. 아마도 나쁜일도 저항 없이 된다고나 할까……. 조, 좋은 의미로요!
네로: ……좋은 의미야? 그거…….
어째서 북쪽 나라에서 나오셨나요?
네로: 북쪽 나라의 마법사는 강하니까. 나 같은 평범한 마법사는 잔챙이 취급이었어. 강한 놈이 잘났다, 같은 풍조도 왠지 맞지 않아서……. 힘이 없는 마법사에게는 살기 어려운 땅이야.
그렇군요……. 그럼 북쪽의 마법사들 중에 아는 사람도 있었나요?
아…… 혹시, 브래들리?
아까 친근하게 얘기하고 있던 브래들리가 생각나서 나는 그렇게 물었다. 네로는 턱을 쓰다듬으며 시선을 회피한다.
네로: ……아—…… 아니……. ……음, 뭐…… 아주 조금…….
그랬군요. 어떤 사이였나요? 브래들리는 죄수가 되기 전 분명히…….
네로: 아니…… 그렇게 가깝지는 않아. 몇 번인가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는 정도야. 말했잖아, 난 잔챙이였다고. 브래들리는 강했으니까. 게다가 북쪽의 나라에서는 드물게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재능이 있는 놈이었어.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재능, 인가요……?
9화
네로: 북쪽의 마법사는 개인주의니까.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남을 쓰지 못해. 그러니까, 조직을 잘 만들지 못하는거야. 미스라도 오웬도 강하지만, 왕후 귀족처럼 부하를 거느리고 그런 건 아니잖아.
확실히…….
네로: 오즈가 세계를 지배하지 않게 된 이유도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해. 뺏거나 부수거나 지배하는 건 할 수 있어도 조직을 움직이거나 이끄는 건 다른 재능이 필요해. 브래드는 그게 있었어.
조직을 움직이는 재능……. 우리 나라로 따지면 사장님 같은 건가. 그건 한마디로 어떤 재능이죠?
네로: 잘 돌봐주는 거겠지. 부하를 돌보는 것을 잘해서 자신의 정체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잘하는 거야. 난 이렇게 생각하니까 저쪽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아랫것들은 따라가기 쉬워. 아서 같은 사람도 그런 재능이 있지. 성질 급한 바보처럼 보여도, 걔는 그런 재능이 있어. 머리가 큰 학자 따위보다 더해.
네로는 흐뭇하게 웃었다. 지난번 네로의 말이 머리 한구석을 스친다. '바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바보가 아니었을 때.'
(돌이 되었다더니 역시 그건 브래들리가 아니려나. 죄수니까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운건가……)
그러면 마지막으로…… 네로의 마도구를 보여주시겠어요?
네로: 아아.
네로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커틀러를 출현시켰다. 요리사인 네로다운 마도구다.
네로: 계속 손질해서 쓰고 있어. 지금은 요리용으로 안 쓰지만.
멋진 커틀러네요. 어떻게 구했나요?
네로: 하하…… 비밀. 별로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네.
네로는 검연쩍은 웃음을 보이고는 얼른 커틀러를 치워버렸다.
10화
그의 손끝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든다. 시선을 돌리기 십상인 네로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네로……. 저번에 신뢰하지 말라고 하셨었죠. 아마 배신하게 된다고.
네로: 응? 아아, 그렇네…….
저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네로는 겁쟁이도 아니고 차가운 사람도 아니야. 하지만 신뢰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왠지 알 것 같아요.
네로: 하하…… 고마워.
어째서인가요……? 모두 네로를 좋아하는데 네로 본인만 네로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아.
네로는 눈썹을 숙이고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가차없는 빈정거림이나, 비웃을 수도 있었다. 네로는 아마 자기 자신과 이 세상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네로: 나는 애매한거야. 북쪽의 마법사처럼 강함에 비할 수도 없고, 동쪽의 마법사들처럼 꼿꼿할 수도 없어. 다른 마법사들처럼 정의롭거나 자기 자신이나 이웃돕기에도 열심히 할 수 없어. 그저 계속 불편하게 살고 있는 거야. 무시당하면 외롭고, 어울리면 답답해. 사람의 가까이에서 살지 못하면서 멀어지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막이 뚫려 있을 정도미나 이 세계는 딱 좋아. 나에게 있어서 막은 요리야. 요리를 요구받고 내미는 정도가 딱 좋아.
네로: 가게 주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편했어. 하지만 여기서는 모두, 나를 네로라고 불러. 내가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진행돼. 나 같은 남자에게는 힘들어. 엉거주춤한 남자가, 네로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되어버려. 네로가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바람에 사라질 것 같은 미소를 띄우며 네로는 고개를 흔들었다. 막연한, 네로의 불안함은 나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따. 나도 내가 뭔지 알기 전에 나를 하고 있었어. 목적지도 모른 채 발자국만 따라가는 날들이 두려웠다.
……그럼, 친구가 되어주세요.
네로: 에?
저와 친구가 되어주세요. 네로의 정체 중 하나를 그것으로 해주지 않겠나요? 저도 이 세상에서 제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동료죠?
어째서인지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기한 듯 눈을 깜빡이던 네로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린다.
네로: 하하…… 이상한 소리를 하네. 좋아.
그리고 그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도 그의 손을 잡는다.
잘 부탁해요, 네로.
네로: 잘 부탁해, 현자 씨.
이것도 하나의 연결고리겠지. 닿은 그의 손끝은 멋쩍을 정도로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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