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이런 식으로 전의 현자님도 중앙의 자매 마녀와 이 가게의 시간을 즐겼을까.
(그러고 보니 오리지널 블렌드를 만들 수 있다고 했지…….)
이 가게의 과거를 찾듯, 히스클리프는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문득 내뱉었다.
히스클리프: ……전의 현자님은 대체 어떤 블렌드를 만드셨을까요.
역시 신경쓰고 계시는군요. 전의 현자님을.
히스클리프: ……네. 비록 전의 현자님을 기억할 수 없다고 해도……. 그 블렌드를 마시면, 뭔가 그 분의 기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히스…….
히스클리프: 이런 말을 하면서, 그토록 신경 써준 사람을 잊어버린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히스클리프는 미안한 듯 눈썹을 내리고 웃었다. 웃고 있는데 그 얼굴은 매우 괴로워 보였다. 잃어버린 기억은 결코 그의 잘못이 아닌데. '기억' 을 '추억' 으로 만들 수 없는 자신을 후회하며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만큼, 분명히 거기에 있었던 '무언가' 를 잃어버린 것을 깊이 슬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히스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를 기억하면서 히스가 괴로워하며 슬픈 기분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자 시노의 집게손가락이 전의 현자님의 서를 두드린다.
시노: 저기, 여기에 적혀져 있을 수도 있잖아. 전의 현자가 어떤 블렌드를 만들었는지.
그렇네요. 으음, 잠시만요…….
전의 현자님의 서를 휙휙 넘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보이지 않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샤일록: 마스터 쪽은 어떠신가요? 고객의 오리지널이라면 다음 방문에 대비해 기록해 뒀을지도 모르죠.
가게 주인: 으음…… 그 자매가 왔을 때의 장부를 봤는데, 이쪽에도 적혀져 있지 않아. 원했다면 기록을 남겨뒀을 텐데. 전의 현자님은 그날만의 맛으로 남겨두려고 했을지도 모르지.
히스클리프: 그렇군요…….
의지할 곳이 사라져 히스클리프가 어깨를 떨어뜨린다. 시노도 히스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는 듯한 고요함이 찾아오려 할 때…… 화이트가 잔을 내려놓고 헛기침을 한다.
화이트: 그렇다면, 우리가 오리지널 블렌드를 만드는 걸세!
히스클리프 / 아키라: 에.
시노 / 네로: 하?
레녹스: 저희들끼리…… 말인가요?
브래들리: 거긴 전의 현자의 블렌드를 재현하자, 라는 말이 나와야하잖아.
화이트: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는 이제 알 방법이 없으니까 말일세. 게다가 전의 현자 자신이 블렌드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것은, 자신만의 블렌드보다 히스클리프와 함께 만드는 블렌드가 기대되었기 때문이 아니겠나? 전의 현자가 없는 지금,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화이트: 히스클리프. 그대가 이 가게에서 커피를 블렌딩하고 즐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세.
히스클리프: 화이트 님…….
무르: 솔직히 말해서, 남겨진 쪽의 소망이 반영된 추측인 것은 부정할 수 없네!
샤일록: 하지만 전의 현자님은 이만큼이나 히스클리프를 신경 써주셨으니까요. 분명 당신이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것보다,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더 기뻐하실 겁니다.
브래들리: 낑낑거리며 고민할 틈이 있다면 우선은 행동하라는 거다.
히스클리프: 무르. 샤일록. 브래들리…….
아까 본 히스클리프의 얼굴이 내 머리에 떠오른다. 슬픔과 자책이 담긴 애절한 미소. 나는 모두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두가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제가, 언젠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제가 없어진 세계에서 여러분이 제가 전한 무언가를 기억해 주신다면, 매우 기쁠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를 기억 못한다고 해서……. 여러분이 괴로워하거나 슬픈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저도 힘들고 슬플 거예요.
물론 저는 전의 현자님이 아니기 때문에 전의 현자님이 저와 같은 마음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친구가 괴로워하거나 슬픈 표정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예요. '나는 그 녀석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진정한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싶다'. 라고, 전 현자님이 모두에 대해 이렇게 썼으니까요.
시노 / 히스클리프 / 레녹스: …….
브래들리 / 네로 / 무르: …….
샤일록 / 화이트: …….
사랑스럽게 금빛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화이트가 중얼거렸다.
화이트: ……그런가. 전의 현자가, 그런 식으로 남겨뒀을 줄은.
샤일록: 전의 현자님도 그렇지만, 아키라 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다니 기쁘군요.
브래들리: ……그래서? 동쪽의 도련님.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히스클리프: ……나는…….
자신에게 묻듯이 히스클리프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약간의 유순을 끼운 후, 망설임 없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고.
히스클리프: 저는, 즐기고 싶어요. 전의 현자님께서 저에게 알려주려고 했던 이 가게와…… 함께 만들기로 했떤 커피 블렌드를.
무르: 그렇게 나와야지!
시노: 그렇다면 다같이 블렌드를 만들자고.
네로: 마스터, 조금 더 느긋하게 있어도 될까?
가게 주인: 굳이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상관없어. 오늘은 가게를 닫고, 당신들의 전세로 할 테니!
히스클리프: 에, 괜찮나요……?
가게 주인: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이가게가 손님과 떨어져버린 친한 상대와 연결하는 존재가 된 거지? 그것은 가게 주인으로서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부디 협력하게 해줘.
히스클리프: 마스터…….
히스클리프는 비가 그친 하늘 같은 눈빛으로 가게 주인을 쳐다봤다. 그리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다.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마스터의 배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화이트: 커피를 블렌딩 하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마스터, 우리도 우리만의 블렌드를 만들어도 될까?
가게 주인: 물론.
화이트: 아싸~!
가게 주인: ……그렇지! 당신들, 어차피 할 거라면 옷이라도 갈아입어 보지 않겠나?
화이트: 오오~! 이건 전의 현자 쨩에게 들은 '바리스타' 풍이라는 녀석인가?
브래들리: 확 오는 느낌이라 나쁘지 않네.
히스클리프: 갈색이나 남색을 기조로 하고 있어서 가게 분위기에도 어울리네요.
가게 주인이 내준 것은 이 가게의 유니폼이었다. 디자인은 각각 다르지만, 차분한 색조는 공통적이다.
가게 주인: 이래보여도 옛날에는 꽤 번창했을 때 가게 직원도 많이 있었으니. 새로운 아이가 들어올 때마다 의상을 수선하고 ……. 그래서 겉보기는 각자 다 디자인이 다르지만.
샤일록: 모두 개성이 있어서 저는 좋아합니다. 특히 이 의상이 마음에 드는군요. 서빙의 소행을 돋보이게 하는 옷차림에 마음이 끌려요.
시노: 나도 이 심플한 녀석이 마음에 들었어. 움직이기 쉬워서 좋아.
가게 주인: 하하하. 그대로 가게를 도와줬으면 할 정도로 잘 어울려.
옷차림을 바꾸면 마치 이 가게의 점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신기하다.
(이것만으로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
7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모두의 의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화이트와 눈이 마주친다.
화이트는 어떤 블렌드를 만들지 정했나요?
화이트: 나는 스노우와 함께 마실 수 있는 블렌드를 만들려고 하네. 씁쓸한 커피는 잘 못 마셔서 지금까지는 별로 마시지 않았지만……. 스스로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 수 있으니. 맛은 역시 팝하고 귀여운 우리다운 것이 좋네.
가게 주인: 그렇다면 이 선반에 있는 원두가 좋아. 초콜릿이나 카라멜의 풍미가 느껴져서 맛도 매끄러워. 그 외에도…….
가게 주인의 조언을 받으면서 화이트는 그릇에 달콤한 원두를 차례대로 넣어간다. 게다가 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원두도 듬뿍.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 수는 열 종류 가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나 많이 섞어도 되나요……?
화이트: 어떻게든 될 거야! 보게나, 여러가지 맛이 있는 편이 우리답지?
(확실히……. 스노우와 화이트는 북쪽의 마법사로서 수천 년이나 살아왔으니까. 그런 두 사람을 위한 커피라면 그 정도로 여러가지 섞여 있는 편이 어울릴지도……?)
무르: 하지만 달콤한 것만으로는 너희들답지 않지 않아?
무르.

무르: 비상함이나 냉혹함도 섞어야지!
화이트 / 아키라: 아!
무르는 원두가 담긴 병의 내용물은 호쾌하게 화이트의 그릇에 넣었다.
화이트: 이봐, 무르! 뭐하는 겐가! 정말이지. 방심할 수 없다니까……. 도대체 무슨 원두를 넣은 건지.
무르: 시큼해지는 원두~! 북쪽의 대마법사로서 깔끔한 맛이 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는 무르의 뒤에서 샤일록이 다른 원두를 들고 온다.
샤일록: 죄송합니다, 화이트 님. 단맛이 나는 원두를 더 드릴까요?
화이트: 으무무……. 무르가 하는 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확실히 우리는 귀여움 뿐만이 아니지. 좋아. 이대로 가보겠네!
(도, 도전 정신!)
화이트: 하지만, 맛이 없을 경우에는…….
샤일록: 책임은 지게 하겠습니다.
무르: 냐앙!
(괜찮을까…….)
네로: …….
브래들리: 어이. 그 원두 안 쓸거면 줘.
네로: 아…… 미안. …….
브래들리: 씁쓸한 것을 생각할 때의 표정을 하고 있네. 뭐야. 말해봐.
네로: ……딱히…….
브래들리: 말해봐. 들어줄 테니까.
네로: ……. ……저기.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이 세계에서 사라진 현자를.
브래들리: 아아. 동쪽의 도련님이 동쪽의 꼬마에게 대답했잖아. 기억이 안 난다고. 어떤 얼굴이었는지, 어떤 목소리였는지, 어떤 이름이었는지.
네로: …….
브래들리: '바푸' 라든가, 전의 현자에게 들은 지식은 아직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야.
네로: 바푸……?
브래들리: 아아, 아니다. '버프' 였나. 나의 강화 마법을, 현자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말한다던데.
네로: ……그런 건 기억하고 있는 건가. 너의 성격으로는 잊어버릴 것 같은데.
브래들리: 재밌다고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이름도, 얼굴도, 잊어버려도 이렇게 남는 것도 있어.
네로: ……그런가……. 있구나. 그런 것도…….
브래들리: 그래서? 현자를 잊어버리는게 이제 와서 무서워진 거냐.
네로: 아니……. 나는 이별에는 익숙하고, 몇 번 생각해 본 적도 있으니까 그런 건 구별할 수 있어. 하지만…… 히스는 그렇지 않잖아. 섬세하고 상냥한 성격이라 막상 현자 씨와 헤어지게 될 때, 정말로 괜찮을까 싶어서……. 역시 걱정이 된다고.
브래들리: 너는 구별할 수 있다고? 하하, 재미있는 말을 하잖아. 너 자신이 그렇게 말은 하지만, 너는 결국 80년은 질질 끌 거다. 동쪽의 도련님에게도, 현자에게도. 이미 완전히 애착하고 있으니까.
네로: 그렇…… 지 않아.
브래들리: 맞아.
네로: …….
브래들리: 꼬맹이의 성장은 의외로 빠르다고. 훌쩍 죽어버릴 것 같았는데, 어느새 한 뼛 앞어 싸울 수 있게 돼.
네로: …….
브래들리: 동쪽의 도련님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지고 있을지도 몰라.
네로: …….
레녹스: 이쪽은 강한 신맛과 달콤한 향이 특징이네. 이쪽은 날감이 있고 뒷맛이 깔끔해.
시노: 그러면 이건?
레녹스. 시노. 둘이서 원두를 고르고 있나요?
화이트들에게서 떨어진 나는 시노들이 원두를 고르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건다.
레녹스: 현자님.
시노: 레녹스는 나보다 커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으니까. 꽤 박식하다고.

원두를 하나하나 보면서 시노의 질문에 대답하는 레녹스는 의지할 수 있는 오빠라는 느낌이다.
(두 사람은 같이 단련하니까. 시노도 레녹스에게는 잘 의지하는 걸지도. 하지만…….)
시노: 현자.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얼굴이네.
레녹스: 아하하, 들켰나요. 커피라면 히스도 잘 알지 않나 싶어서. 그런데 왜 히스에게 묻지 않는 걸까, 라고 생각했어요.
시노: 이럴 때는 그 녀석을 가만히 두는게 나아. 자신의 안에 이렇게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시노가 힐끗 본 곳에서는 히스클리프가 원두병을 손에 들며 깊이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노: 일단 여기에 있는 원두가 어떤 맛인지는 알겠어.
레녹스: 자신만의 블렌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시노: 나는 너나 히스만큼 커피에 고집이 있는 건 아니니까. 모르는 대로 만들어 볼 생각이지만…… 우선 네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나에게 알려줘.
레녹스: 그렇다면 신경 쓰이는 원두를 조금씩 넣어보면 되지 않을까? 커피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시노가 좋아하는 것과 같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라는 거라면, 내가 좋아하는 맛도 알려줄게.
레녹스의 설명과 함께 두 사람의 원두 고르기는 계속되었다. 그릇에 원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물었다.
레녹스는 역시 남쪽 나라의 레스토랑 커피를 재현하는 건가요?
레녹스: 아뇨……. 그 커피를 다시 한 번 맛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 맛은 가게 주인이 낼 수 있는 맛이니까요. 게다가 그 장소에서 마셨기 때문에 각별히 맛있게 느껴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다른 커피를 만들까 해서.
그렇게 말하며 정중한 손놀림으로 그릇에 원두를 넣어 간다.
참고로 어떤 커피를 만들 예정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레녹스: 그렇네요……. 테마, 라고 할 정도의 것은 없지만……. 마법관에서 마실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은 ……. 무심코 너무 열심히 해버리는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맛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뚝 솟은 웅장한 산맥처럼. 크고 넓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가맜는 듯한 포용력 있는 눈빛을 띄우면서, 레녹스는 자신이 만드는 커피에 대해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레녹스다운 멋진 테마네요.
시노: 좋네, 그 테마. 나도 받아도 되나?
레녹스: 상관없어. 편안한 맛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너는 네가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만들면 돼.
두 사람이 커피에 담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8화
무르: 이 원두는 15그램! 이 원두는 20그램!
근처에서는 무르가 여러 종류의 원두를 늘어놓고 베스트 배합을 사안하고 있었다.
무르는 어떤 커피를 만드나요?
무르: 내가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커피! 커피의 배합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으니까. 베이스가 될 원두를 골라 시행착오를 반복해서……. 얼마나 횟수를 거듭해야 내가 만족하는 맛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기대돼~!
(무르, 기운이 넘치네.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자…….)
샤일록: …….
아, 샤일록은 스칼렛 빈을 사용하는군요!
샤일록: 네. 저는 이 원두와 레드 와인을 베이스로 와인 커피에 도전해 보려고요.
와인 커피? 와인과 커피를 합친 칵테일인가요?
샤일록: 그런 칵테일도 있지만, 이번에 만드는 것은 생원두를 와인에 담근 후 로스팅 하는 것이네요. 스파이스감이 있는 원두를 더해서 성인용 커피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와아……. 그야말로 샤일록 같은 느낌의 커피네요. 완성이 기대돼요!
브래들리: 헤에. 그건 나도 마셔보고 싶네.
브래들리.
샤일록: 후후, 완성된다면 부디.
브래들리는 어떤 커피를 만들 건가요?
브래들리: 나도 꼬마는 마실 수 없는 어른의 커피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면 한 번에 눈이 떠지는, 쓴맛과 감칠맛이 뚜렷한 커피를.
오오……. 브래들리가 말하니 상당히 쓸 것 같은 느낌이네요.
(다들 개성이 묻어나오네.)
눈부신 마음으로 모두의 모습을 바라본다.
(내가 이 세계를 떠나면 이 광경도,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겠지.)
…….
히스클리프: 현자님.
히스…….
히스클리프: 현자님은 어떤 블렌드를 만드실지 정하셨나요?
아뇨. 아직 전혀…….
히스클리프: 만약 괜찮다면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물론, 현자님께 폐가 아니라면…….
폐라니, 그런! 오히려 고마워요.
히스클리프: 다행이다…….
히스클리프는 안도의 소리를 내뱉은 후 원두가 담긴 병을 몇 개 집어들었다.
히스클리프: 이 병에 들어있는 원두는 신맛이 강하고, 달콤하고 화려한 향이 특징이에요. 이쪽은 견과류 같은 고소함이 특징으로 …….
…….
(이렇게 히스와 보낸 기억도…… 언젠가 잊혀져버려.)
상상하니 숨이 막혔다. 그릇을 들고 있는 손이 살짝 떨린다.
히스클리프: 현자님.
살며시 겁에 질린 내 마음을 감싸듯이, 히스클리프가 나의 손을 잡았다.
히스클리프: 그러고 보니 제가 어떤 커피를 만들려고 하는지, 아직 현자님께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저는 현자님을……. 아키라 님을 이미지한 커피를 만들고 싶어요.
에…….
설마 자신의 이름이 나올 줄은 몰라서 숨을 삼킨다.
저를요? 기쁘지만 어째서…….
히스클리프: ……저는, 당신을 잊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외로움이나 괴로움을 느끼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슬픈 표정도 짓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리 강하게 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이미지한 블렌드를 만들려고 했어요.
히스클리프: 그렇게 해서, 그것을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된다면……. 누구를 위해 만든 커피인지, 그것을 잊게 되는 날이 온다고 해도. 커피의 맛을 통해, 마음 속 어딘가로 당신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말하는 히스클리프의 목소리는 해질녘에 내리는 비처럼 상냥했다.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싶지 않아. 그런 나의 소리 없는 소원을 듣고, 아무렇지 않게 이뤄주는 것처럼. 섬세한 히스클리프다운 배려에 가슴이 조여진다.
히스클리프: 전의 현자님과 작별 인사는 할 수 없었지만……. 아키라 님. 당신과의 추억은, 아직 이렇게 형태로 남길 수 있어요.
……히스…….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위해. 그리고 분명 지금은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는 전의 현자님을 위해.
고마워요, 히스. 당신 덕분에 저도 어떤 커피를 만들지 정했어요.
히스클리프가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커피를 만들어 준다면. 내가 만들고 싶은 커피는 하나밖에 없다.
저는,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을 이미지한 블렌드로 할게요. 제가 이 세계에서 사라져서, 모두에게 잊혀진다고 해도. 이것은 언젠가의 현자가 우리들을 생각해서 만든 것이다, 라며 떠올릴 수 있도록.
히스클리프: 현자님…….
그들을 생각한 맛이나 나의 맛은 언제까지나 계속 남아있다. 내가 언젠가 이 세계를 떠난다고 해도, 그것을 가르쳐준 히스클리픙게 나도 그들에 대한 마음을 형상화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네로: 좋은 아이디어네.
네로.
네로: 미안해. 신경 쓰이는 원두를 마스터에게 부탁했더니 들려버려서 말이야. ……저기, 현자 씨. 전에 내가 요리 교실을 열었을 때, 당신이 알려준 고향 요리. 기억나?
물론이에요. '돈카츠' 죠.
전에 네로들과 어떤 레스토랑에 유령이 나온다며 이변 해결을 위해 동쪽 나라의 거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소문의 레스토랑은 네로가 처음 연 가게로, 유령들의 사념을 정화하기 위해 요리 교실을 열게 되었다. 가게의 간판 메뉴였던 슈니첼을 만드는 흐름으로, 우연히 '돈카츠' 같은 것이 완성되어……. 흥미를 가진 네로에게, 내가 '돈카츠' 를 가르친 것이다.
네로: 그 맛은 잊지 못할 것 같아. 아, 그게……. 꽤 수고도 걸렸고. 그러니까…… 말이야. 그 커피도, 괜찮지 않을까. '이것은 현자 씨를 이미지한 커피' 라며, 마음을 나눈 누군가와의 증거가 될 거야.
네로…….
네로와의 마음의 거리가 스스륵 녹아든 것 같은 생각이 등러서. 자애마저 느끼게 하는 네로의 목소리에 서서히 가슴속이 뜨거워진다. 그것은 그가 나를 잊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동시에, 히스클리프 안에 있는 희망을 밀어주는 상냥함이 있었다.
히스클리프: 응. ……고마워, 네로. 네로는 어떤 블렌드를 만들지 정했어?
네로: 아……. 기운이 없는 녀석이 조금이라도 밝은 기분이 될 수 있는…… 그런 커피?
히스클리프: 와아……. 항상 누군가를 배려해주는 네로다운 커피네. 분명 기운이 없는 사람이라도, 네로의 커피를 마시면 웃는 얼굴이 되지 않을까.
네로: 하하, 고마워. ……그래도 마셔주길 바란 사람에게는 이제 필요 없는 것 같아.
히스클리프: 에? 그래? ……그러면 그 커피, 내가 맛봐도 될까?
네로: 아아, 물론이야.
히스클리프: 아싸. 고마워, 네로.
네로: …….
네로: 확실히, 어린아이라는 것은 어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울지도 모르겠어…….
9화
화이트: 그러면 무사히 원두도 다 골랐고……. 다음은 로스팅일세~!
시노: 흐응. 팬에서 굽는 것과 로스팅기로 굽는 것과 차이가 있나.
히스클리프: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로스팅 기계로 골고루 원두를 볶는게 좋을 것 같아. 여러가지 세세한 맛을 조정하고 싶은 사람은 팬에 원두를 볶는 것이 적합할 거라고 생각해.
과연. 볶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느낌인가요?
히스클리프: 네. 신맛, 쓴맛, 단맛, 감칠맛 등. 볶는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로스팅 정도가 얕으면 신맛이 강해지고, 반대로 깊어지면 쓴맛이 나오죠.
레녹스: 원두의 변화는 보는 것만으로는 모르기 때문에 얕은지 깊은지 판별하는 것은 꽤 어려울 것 같네…….
가게 주인: 하하하. 괜찮아. 내가 보고 있으니까. 원하는 정도를 말씀해 주신다면 지도해 드리죠.
네로: 나는 역시 이쪽인가.
팬을 손에 든 것은 네로와 히스클리프, 그리고 무르와 샤일록이었다. 그리고 수동 회전식 로스팅기를 선택한 것은…….
브래들리: 일일이 볶는 정도를 신경쓰는 건 귀찮고. 나는 이쪽으로 간다.
시노: 나도 로스팅기로 할래. 빙글빙글 돌리는 건 재밌을 것 같아.
브래들리와 시노, 그리고 화이트와 레녹스, 나다.
(확실히, 시노가 말한 것처럼 조금 재밌을 것 같기도…….)
찰칵찰칵 원두가 터지는 소리. 원두가 볶아지며 좋은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운다. 로스팅이 끝난 마법사들은 다음 원두를 빻는 작업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레녹스: 많이 갈고 있네, 무르. 그렇게 잘게 갈아도 되는 건가?
무르: 향기를 강하게 내고 싶으니까! 나는 잘게 갈래!
샤일록: 화이트 님. 쓴맛을 줄이고 싶다면 중간 정도로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화이트: 호호호. 가는 것에도 맛의 차이가 나는 건가. 속이 깊군.
히스클리프: 밀의 핸들을 돌릴 때는 일정한 리듬으로……. 네. 너무 열을 가하지 않도록. 향기를 내고 싶다면 조금 더 갈아도 될 것 같네요.
고마워요, 히스.
(내가 고른 원두가 드디어 가루로……. 점점 모양이 잡히고 있어……. 뭔가 신기하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여정. 드립할 때가 왔다. 가게 주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각각 빻은 가루를 세팅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간다. 고소한 향기……. 달콤한 향기……. 상쾌한 향기……. 하나하나 다른 향기를 풍기면서 유리 용기에 떨어지는 커피액. 모두 어딘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자신만의 블렌드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히스클리프: 이제 조금 남았네요.
네. 곧 완성될 거라고 생각하니 뜨거운 물을 붓는 데에도 힘이 들어가요!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을 떨어뜨리면서 히스클리프는 훌쩍 웃었다.
히스클리프: 마법으로 커피를 만들 수도 있지만……. 저는 직접 내리는 편이 맛있는 것 같아요.
그건…….
나도 모르게 드립하고 있던 손을 멈췄다. 올려다본 옆모습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석양을 받아 아름다웠다. 솟아오르는 수증기에 그의 부드러운 금발이 흔들린다. 내 시선을 알아차린 그는 푸른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했다.
히스클리프: 현자님의 앞에서 처음 커피를 내렸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죠. 저의 주문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그런 걸 이것저것…….
기억하고 있어요. 히스가 조금 마음을 열어준 것 같아서, 기뻤으니까…….
그 말에 히스클리프는 웃음을 지었다. 방울방울 커피가 떨어지는 소리는 빗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해질녘과 빗소리. 그날 들었던, 히스클리프의 주문의 의미.
히스클리프: 현자님을 이미지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현자님과 보낸 날들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카인과 둘이서 현자님을 모시러 갔을 때……. 당신은 이 세계에 갑자기 와버린 건데도, 저와 카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마법관에 와주셨죠.
히스클리프: 마법관의 공동 생활이나 각지의 임무라든가, 힘든 일은 정말 많이 있었지만……. 현자님은 항상 저희들 마법사에게 다가와 격려해 주셨고요. 그런 식으로 당신의 존재에 구원 받은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어요.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보낸 시간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유리 용기 안에서 향긋한 향기를 내면서, 칠흑 같은 액체가 흔들리고 있다. 씁쓸함도 달콤함도 넘어온, 우리의 추억이 담겨져 있다.
무르: 다 됐다~!!
샤일록: 이쪽도요. 여러분, 무사히 마친 것 같군요.
시노: 이게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커피인가.
감개무량! 이라는 느낌이네요!
화이트: 우선 각자 맛보도록 할까. 후~, 후~……. 앗 뜨거!
와아. 괜찮나요, 화이트.

마신 커피가 너무 뜨거웠는지 화이트는 혀를 내밀었다. 눈이 마주치면, 마치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수줍음을 감추는 미소가 돌아온다.
화이트: 호호호. 고양이 혀인데, 마음이 너무 급해져 버렸군. 다음은 신중하게……. 후~, 후~……. 꿀꺽.
화이트: 맛있어~! 이거라면 스노우도 기뻐할 것 같아!
브래들리: …….

브래들리는 먼저 향을 맡고 나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브래들리: 응. 좋은 맛이 나네.
커피를 마시고 있을 뿐인데 어른의 성적 매력마저 느껴진다.
(브래들리. 커피를 마시는 모습마저 그림이 되네…….)
그때 부은 잔에 무언가를 바르고 있던 네로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네로: 좋아. 됐다.
시노: 뭐하고 있었어?
네로: 하하. 자, 이거.
네로가 손에 든 잔에는 사랑스러운 하얀 개가 흔들리고 있었다.
와아. 네로의 커피, 엄청 귀엽네요!
레녹스: 대단하네. 크림으로 그림을 그렸구나.

네로: 받은 커피에 이런 그림이 떠있으면, 조금이라도 밝은 기분이 들까 싶어서…….
네로는 목덜미를 긁으며 수줍게 웃었다.
네로: 히스. 마셔줄래?
히스클리프: 응. 물론이야.
건네받은 잔을 사랑스럽게 쥐고 수면에 그려진 개를 보고 꽃이 피는 것처럼 웃었다.
히스클리프: 네로는 대단하네. 선 하나하나가 완벽하고. 네로이기에 할 수 있는 재주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웃는 얼굴이 되어버려.
네로: 아하하……. 그래?
우리가 만든 커피는 가게 주인이 맛을 본 후 가게의 노트에 모든 배합을 적어주고 있었다. 현자의 마법사가 언제 가게에 와도 그 맛을 낼 수 있도록.
가게 주인: 이야~. 모두 개성이 있어서 재밌는 커피네. 게다가 맛있어. 특히 현자님이 만든, 현자의 마법사를 이미지해서 만든 커피는…….
샤일록: 단맛, 쓴맛, 신맛도 느껴지는데 잘 정리되어 있어 절묘한 밸런스의 커피죠.
무르: 뾰족한 느낌도 있는데 부드러워! 맛이 싸우지 않아서 대단해!
아하하, 고마워요. ……마법관에서 생활하는 모두는, 각자 멋진 개성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멋진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개성과 부딪혀버릴 때도 있어서. 그런데도 마법관이라는 하나의 장소에서 공존할 수 있다. 그런 것을, 이 커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화이트: 음. 잘 표현되어 있군. 조금씩 느껴지는 스파이시한 자극은 북쪽의 마법사들 같구먼.
레녹스: 부드러운 맛은 남쪽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하네요.
시노: 단맛 속에 살짝 쓴맛이 있는 것은 동쪽의 마법사 같은 느낌이 들어.
샤일록: 잔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한 향기는, 서쪽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군요.
브래들리: 코를 관통하는 신맛은 중앙의 마법사다움이 있네.
10화
그렇게 모두의 커피를 입에 넣고, 마지막은…….
네로: 마지막은…… 히스의 커피네.
브래들리: 아아. 현자를 이미지한 커피였나.
히스클리프: 내가 마지막이라니 긴장되네…….

히스클리프: 우선, 현자님께.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히스클리프는 나에게 커피잔을 내밀었다. 우아한 몸짓은 마치 춤에 이끌리듯, 마시기 전부터 가슴이 뛰었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한 모금 머금자 꽃 같은 자연스러운 단맛이 입안으로 퍼졌다. 나중에는 아주 약간 커피 특유의 쓴맛도 느껴진다. 하지만 뒷맛은 깔끔하고, 어떤 요리에도 어울릴 것 같았다. 어느 타이밍에 마셔도 분명 맛있게 느껴지는 커피.
이게, 저의 이미지인가요……? 맛있다……. 너무 맛있어요, 히스!
히스클리프: 다행이다……. 현자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안심했어요.
무르: 현자님의 맛, 나도 마셔보고 싶어!
화이트: 나도일세. 도대체 어떤 맛일까.
시노: 나도 마시게 해줘.
히스클리프: 물론이야. 지금 여러분의 몫도 내올게요.
마법사들: 꿀꺽…….
네로: 헤에…….
샤일록: 확실히 이건, 현자님다운 맛이군요.
브래들리: 아아. 이 녀석을 잘 표현하고 있어.
그, 그런가요? 저는 '저다움' 을 잘 몰라서 …….
히스클리프: 현자님의 상냥한 점이나, 모두에게 가까이 있어주는 점을 꽃 같은 달콤함과 향기로 표현해서……. 현자라는 힘든 책무를 해내는 강인함은, 약간의 씁쓸함으로 내보았어요.
…….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 만들어 줬구나…….)
이 맛에 히스클리프의 마음이 전부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가슴 속에 따뜻한 것이 퍼져나간다.
(기쁘다…….)
고마워요, 히스. 이 커피를 매일 마시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요!
가게 주인: 이 맛을 처음부터 낼 수 있는 사람은 좀처럼 없어.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커피야.
히스클리프: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칭찬받으면 조금 부끄러울지도……. 하지만, 정성껏 만든 커피라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뻐요.
히스클리프의 미소와 함께 커피의 맛이 가슴에 깊이 스며든다. 풍기는 것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드러운 향기. 몸을 맡기듯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언젠가 내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 나는, 이 세계를 기억할 수 있을까…….)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것은 외로움 때문인지, 사랑스러움 때문인지.
(그래도 이 커피의 맛만큼은, 잊고 싶지 않아…….)
기도와도 비슷한 마음을 가슴 깊숙하게 간직하면서……. 나는 다시 잔을 입에 댔다.
네로: 하루종일 가게를 점령해서 미안했어.
샤일록: 덕분에 마음껏 제 취향의 커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게 주인: 아니아니, 감사의 말을 전하는 건 이쪽이야. 멋진 커피를 많이 만나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 후, 마법관에서 마시기 위한 원두나 기념품으로 원두를 잔뜩 사서 우리는 가게를 떠나기로 했다. 가게 밖까지 우리를 배웅하러 오면서, 가게 주인은 가게를 돌아본다.
가게 주인: ……사실, 이 가게를 슬슬 닫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전원: 에…….
가게 주인: 하지만 오늘 당신들과 만나서 그 마음을 고치기로 했지. 이 가게가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추억을 연결하거나…… 소중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렇게 말한 가게 주인의 옆모습을, 아름다운 저녁 빛이 비추고 있다. 가게 주인의 결심을 듣고 모두 그 등을 누르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히스클리프: 저기…….
가게 주인을 향해 히스클리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히스클리프: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가게 주인: 하하, 물론이야. 체력이 계속되는 범위에서 해나갈게.
저물어가는 하늘이 히스클리프의 옆모습에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히스클리프: ……저,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게요. 이곳은 모두와의……. 저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의 장소니까.
가게 주인: 그래, 부디. 기다리고 있을게!
가게 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귀로에 올랐다. 저물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의 숨을 흘린다.
즐거웠네요……. 다같이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 것도, 처음부터 커피를 만드는 것도……. 여러분의 개성을 느끼면서 왁자지껄 보낸 그 시간은, 정말로 즐거웠어요.
브래들리: 어이, 동쪽의 요리사. 돌아가면 단 거라도 만들어.
네로: 헤에, 너에게는 드문 요청이잖아. 이것도 커피의 영향인가.
무르: 나도 즐거웠어~! 전의 현자님도 우리가 마음껏 즐긴 것에 기뻐하고 있을지도!
히스클리프: 응……. 그렇다면 좋겠다.
히스클리프가 하늘을 바라본다. 변해가는 노을을 비추는 눈동자는 온화하고, 매우 상냥하다.
화이트: ……새로운 현자를 맞이하면 그 이전의 현자를 잊어버리는 것은 변하지 않네. 그렇다면 잊어버리는 그날까지, 오늘처럼 추억을 잔뜩 만들도록 하지. 달고, 쓸쓸하고, 떫은…… 커피의 종류에 각자의 취향이 있는 것처럼. 활기찬 우리와 자극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자애로 가득찬 화이트의 목소리에 눈 안쪽이 조금 뜨거워진다. 크게 고개를 끄덕이면 한층 더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다같이 걷고 있는데, 옆에 있던 히스클리프가 조용히 말했다.
히스클리프: 저녁 식사 후, 오늘 블렌딩한 커피를 내릴 생각이에요. 커피를 좋아하는 모두가 마셔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와아, 좋네요. 분명 카인이나 파우스트도 기뻐할 거예요! 혹시 괜찮다면 저도 다시 받아도 될까요?
히스클리프: 물론이에요.
히스클리프가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커피잔을 내밀었을 때처럼. 마치, 붉은색으로 물드는 하늘 아래에서 춤에 이끌리듯이. 멋진 예감에 마음이 부들부들 떨린다.
히스클리프: 다같이 당신을 이미지한 커피를 마시면서…… 현자님이 이 세계에 온 후의 추억을 이야기하지 않겠나요?
부디! 즐거웠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잔뜩 있었으니까요……. 그야말로, 커피 한 잔으로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무심코 둘이서 얼굴을 마주쳤다. 그리고 소리내어 웃었다.
(돌아가면 오늘의 일을 현자의 서에 적어두자. 우리가 마음을 나눈 증거를…….)
이 따뜻한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언젠가 나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고……. 내가 이 세계를 떠난 후, 나는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겠지.
(하지만, 언젠가 사라져 버리는 추억이라고 해도……. 그럼에도 나는, 지금을 소중히 하고 싶어. 내가 이 세계에 있었다는 증거를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을 멈추고 싶지 않아.)
정말 좋아하는 나의 마법사들. 방울방울 떨어지는 커피 소리를 떠올리며……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고, 선명한 황혼에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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