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イベント予告】
— 魔法使いの約束【公式】 (@mahoyaku_info) October 27, 2025
10月29日(水) 18:00よりイベント「珈琲香る日々を重ねて」を開催予定!
ガチャにはSSRホワイト・ヒースクリフ・ネロのカードが期間限定で登場🧙♀️
忘れたくない人。……それでも、いつか、失ってしまう。
……ぽたぽたとコーヒーが落ちる。夕暮れの雨音のように。#まほやく pic.twitter.com/F3fm06Dehf
10월 29일 18:00부터 이벤트 「커피의 향이 나는 나날들을 거듭하여」 를 개최 예정! 가챠에는 SSR 화이트・히스클리프・네로의 카드가 기간 한정으로 등장🧙♀️
'커피가 맛있는 가게를 찾았다. 히스클리프에게 가르쳐 줘야겠어'. 전의 현자님의 '현자의 서' 에 남겨진 메세지. 얼굴도, 목소리도, 이름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잊고 싶지 않았던 사람. 잊고 싶지 않은 사람. ……그래도, 언젠가 잊어버리게 된다.
……커피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해질녘의 빗소리처럼.
1화
아…….
창밖에서 부드러운 바람 소리가 나는 어느 날의 일. 나는 방에서 전의 현자님의 '현자의 서' 를 펴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담긴 페이지. 거기에 섞인 낯익은 이름에 손가락을 미끄러뜨린다.
(이거……. 전의 현자님이 히스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히스클리프가 마법관에 놀러 왔다. 오늘도 별로 말은 못 했지만, 역시 굉장히 예쁜 아이구나.'
(나도 히스를 처음 봤을 때, TV에서도 인터넷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예쁘다고 생각했지……. 그 밖에도 히스의 일이 적혀져 있는 페이지가 있을지도…….)
나는 히스클리프의 이름이 없는지 휙휙 페이지를 넘긴다.
'처음 마법관에 온 후 매달, 히스클리프는 마법관에 얼굴을 비추러 온다. 히스클리프는 마법관에 있는 마법사들을 잘 보고 있었다. 말이 적지만, 그가 마법관에 있는 마법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전해진다.'
'오늘은 우연히 잭이 없었다. 잭은 히스클리프의 스승인데, 항상 히스클리프에게는 거침없이 대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기회라고 생각하고 히스클리프에게 말을 걸었지만 깜짝 놀라면서 도망쳐 버렸다.'
'히스클리프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다. 커피의 화제로 조금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오늘도 히스클리프의 스승은 없다. 커피를 마시지 않겠냐며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둘이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히스클리프가 내려주었다. 스스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쪽이 더 맛있는 것 같다면서.'
…….
(전의 현자님……. 히스와 함께 커피를 마신 적이 있구나.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 온지 얼마 안됐을 때도 직접 내리는 편이 맛있다며 커피를 내려줬었지.)
그때의 향기와 맛을 떠올리며 나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사쿠 쨩, 주방에 갈까.
히스클리프: 그러면, 내려볼게.
시노: 오. 팍하고 가봐. 팍하고.
네로: 아니, 팍하면 안 되지. 맛이 옅어지니까.
화이트: 호호호. 평소에 별로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내 혀에도 맞을지 기대되는군.
사쿠 쨩을 데리고 주방을 들여다보니 무언가를 둘러싸고 분위기가 고조되어있는 마법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히스클리프가 들고 있는 포트와 풍기는 향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무래도 커피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여러분, 뭘 하고 있나요?
히스클리프: 아, 현자님.
시노: 봐, 이거.
……! 와아, 원두가 붉어……!
네로: 하하, 놀랐지. 이 녀석은 '스칼렛 빈' 이라는 붉은 원두를 사용한 커피야.
화이트: 세 사람이 붉은 커피를 내린다고 해서 재밌을 것 같아 나도 참관하던 참이었네.
시노: 이 녀석, 가루도 붉어.
와아, 정말이다! 제 세계에서는 본 적 없어요……. 이 세계에서도 희귀한 건가요?
히스클리프: 네. 보통의 커피 열매는 껍질과 과육만 붉은색인데, 이 스칼렛 빈은 원두 부분도 붉은색이에요. 그래서 같은 커피 가루도, 커피 자체도 이렇게 붉어지죠.
헤에……. 특이한 커피군요.
히스클리프: 괜찮으시다면 현자님도 드셔보세요. 지금 모두의 몫과 함께 내릴게요.
와아, 고마워요!
정성스럽게 나눠지는 붉은 액체에 두근두근 가슴이 뭉클해진다. 인원수만큼 진열된 커피잔에 우리는 바로 입을 댔다.
전원: 꿀꺽…….
전원: …….
모두가 커피를 눈이나 혀로 차분히 맛보듯 눈을 감는다.
시노: 살짝 달아……. 신맛도 있어서, 싫지 않아.
화이트: 호호호. 프루티한 맛이 버릇이 될 것 같군. 이거면 커피의 쓴맛을 잘 못 먹는 나도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네.
감칠맛도 있고, 견과류 같은 고소함도 있네요. 맛있다……. 이런 맛이 나는 커피가 있군요. 이 커피 원두는 히스가 사온 건가요?
히스클리프: 아뇨, 이건 네로가.
네로: 얼마 전 향신료를 찾고 있을 때 시장에서 골목길로 들어갔더니 우연히 커피 가게를 발견해서. 거기서 추천받은 거야.
시노: 분명히 드립메모였나, 드롭노트라는 가게였지.
네로: '드립 노트' 야. 오래된 작은 찻집인데, 여러 종류의 원두를 두고 있는 커피 전문점이지.
커피 전문점……! 어떤 분위기의 가게인가요?
네로: 차분한 가게야. 가게 주인 혼자서 하고 있는 것 같고, 손님도 나밖에 없어서. 하지만 그게 전혀 불편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분위기가 있었네.
헤에……. 네로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는 것은, 꽤 아늑한 가게군요.
네로: 아아. 가게 주인과 별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 흐름에 따라 이 녀석은 희귀한 원두라 시음용이라며 조금 팔아줬어. 만약 마음에 든다면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장사를 꽤 잘하더라.
화이트: 호오. 그건 좋은 만남이로군. 그리고 나에게도 좋은 만남이 있었네.
시노: ? 무슨 뜻이야?
화이트: 블랙커피를 마시는 건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그러니까, 우유 없이 마실 수 있다는게 좋아~!
시노: 너, 할아버지인 주제에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지.
히스클리프: 시노! 화이트 님……. 죄송합니다. 시노가 무례한 말을 해서.
화이트: 됐네 됐어. 나는 관대한 마법사니까. 이 정도로 눈꼬리를 치켜세우지는 않네.
화이트의 말에 히스클리프가 안심하고 가슴을 쓰다듬어 내린다. 그리고 노을보다 붉은 커피를 보면서 기쁜 듯 중얼거렸다.
히스클리프: 하지만 화이트 님이 이 커피를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서투른 사람에게도 맛있다고 생각되는 한 잔이 있다는 것은, 역시 기쁘니까요.
꽃이 피는 것처럼 미소 짓는 히스클리프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때, 주방에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르: 와아! 커피의 좋은 냄새!
무르. 브래들리에 레녹스도.
브래들리: 좋은 향기가 복도까지 감돌았다고. 나도 줘.
레녹스: 죄송합니다. 향기에 이끌려서 …….
네로: 하하. 당신들도 커피를 꽤 마시는 편이니까.
브래들리: 술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 무르가 우리의 잔을 들여다본다.
무르: 스칼렛 빈이다! 상큼한 맛의 조금 특이한 녀석!
레녹스: 확실히, 붉은 커피는 별로 본 적이 없네.
히스클리프: 잠시만. 지금 새로 내릴테니…….
그렇게 말한 히스클리프의 말이 끊겼다.
네로: 이제 가루가 거의 없네. 만들 수 있어도 기껏해야 한 잔인가.
화이트: 다 같이 한입씩 나눠먹거나, 혹은 누군가가 독차지하거나…….
레녹스: 그렇다면 무르와 브래들리가 나눠먹어.
레녹스, 괜찮나요?
레녹스: 네. 저는 둘 중 한 명이 마시고, 감상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레녹스, 상냥해…….)
브래들리: 하, 나눠먹는 건 싫은데. 자, 나에게 넘겨.
무르: 브래들리, 트럼프 승부하자!
브래들리: 트럼프?
2화
무르: 귀한 한 잔을 그대로 마시는 것보다 승부에서 이기고 마시는 편이 더 맛있을 것 같지 않아?
브래들리: ……뭐, 일리가 있나. 좋아, 어울려주지.
아하하. 커피를 내리는 건 조금 더 나중이 될 것 같네요, 히스.
히스클리프: 그렇네요. ……그렇지, 네로.
네로: 응? 왜 그래?
히스클리프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네로의 눈을 빤히 보고 입을 열었다.
히스클리프: 만약 괜찮다면 다음에 이 커피를 산 가게를 안내해 줄 수 있을까 ……? 스칼렛 빈도 그렇지만, 그 밖에도 희귀한 원두가 있다면 보고 싶어서…….
네로: 아아, 별로 상관없어. 그러면 다음에 임무가 없는 날에 같이 갈까.
히스클리프: 아싸. 고마워, 네로. 기대하고 있을게.
히스클리프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와아, 좋겠다. 아까 마신 커피, 엄청 맛있었고. 나도 가보고 싶을지도…….)
저기, 네로.
네로: 현자 씨도 같이 갈래?
에?
내가 말을 거는 것보다 먼저 네로에게 제안을 받아 눈을 깜빡였다.
네로: 현자 씨, 그 커피 마음에 들어했잖아. 그러니까 가보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네로……. 고마워요. 꼭 함께 하게 해주세요!
네로: 그러면 정해졌네.
시노: 히스와 현자가 간다면 나도 갈래.
네로: 하하,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당연히 같이 데려갈 생각이었다고.
(네로가 말했던 가게……. 분명히 드립 노트였나. 어떤 커피 가게일까. 지금부터 기대되네.)
그리고 며칠 후.
무르: 네로! 가게의 길은 이쪽이야?
레녹스: 무르. 너무 앞서 나가면 놓쳐버리고 말 거야.
브래들리: 꼬맹이도 아니고. 그냥 놔둬.
샤일록: 네. 무슨 일이 있어도 마법의 기척으로 저희를 쫓아올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그 커피숍으로 향하기 위해 중앙의 시장을 걷고 있었다.
네로: 설마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 오게 될 줄은…….
시노: 7, 8……. 총 9명인가. 꽤 많은 인원이네.
히스클리프: 아하하……. 결국 그 후, 그 자리에 있던 모두와 함께 가게 되었네.
그날의 카드 게임은 무르의 승리였다. 무르의 능숙한 말의 감상을 듣고 브래들리와 레녹스가 가게에 가기로 결정……. 그랬더니 화이트도 손을 들고 무르가 샤일록을 초대해 지금에 이른다.
시노: 카인은 아쉬워했지. 그 녀석도 가고 싶어했는데.
히스클리프: 응. 하지만 아무래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가 있는 것 같아서……. 대신 선물로 카인이 좋아할 것 같은 원두를 사오기로 했어.
그건 카인도 임무에 기합이 들어갈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파우스트는 무슨 용무가 있었나요? 커피를 자주 마시고 동쪽의 모두가 있으니까 올 것 같았는데…….
네로: 아무래도 빼놓을 수 없는 용무가 있다고 말했어.
히스클리프: 자세한 것은 듣지 못했지만 파우스트 선생님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라는 것 같아서…….
그렇군요…….
(파우스트가 아니면 어렵다는 것은 주술과 관련된 임무이려나.)
네로: 히스가 골라오는 원두를 기대한다고 했었지.
히스클리프: 응. 카인의 것과 함께 기합을 넣어서 골라야지. 네로에게 종류가 풍부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고를 가치가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이 기뻐할 만한 원두가 있으면 좋을텐데.
히스클리프의 뺨이 살짝 물들었다. 조금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그의 가슴의 고동이 전해진다.
(히스의 마음, 알 것 같아.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그게 소중한 사람들이 상대라면, 꼭 기뻐해 줬으면 좋겠다며 들떠버리지.)
그렇게 설레고 있는 것은 히스클리프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마음 탓인지 성인들도 공기가 탱탱한 것 같다. 특히 화이트는…….
무르: 저기! 왜 화이트는 어른의 모습이야?
화이트: 호호호, 좋은 질문이로군. 지난 번 커피로 나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지금부터 갈 가게에서 씁쓸하지 않은 커피를 손에 넣고 스노우와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커피 타임을 즐길 예정일세. 그때 멋지게 대접할 수 있도록 이렇게 예행 연습을 해두려고.
시노: 씁쓸하지 않은 커피를 어른의 맛이라고 할 수 있나? 분위기 만으로 괜찮은 거야?
네로: 뭐, 좋잖아.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지의 여부는 본인의 기분에 달려 있고…….
레녹스: 샤일록도 조금 의외였네. 음료라고 하면 술의 인상이 강하니까.
샤일록: 이렇게 보여도 저희 바에서도 커피를 사용한 메뉴가 있어서요.
브래들리: 브랜디와 커피를 합친 녀석인가.
샤일록: 네. 게다가 새로운 커피와의 만남은 또 색다른 풍미가 생길까 해서. 부디 그 맛도 맛봐주세요.
히스클리프: 레녹스는? 원하는 원두 같은게 있어?
레녹스: 아니, 나는 커피에 대해 그렇게까지 잘 아는게 아니야. 다만 예전에 남쪽 나라의 레스토랑에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커피가 있어서…….
히스클리프: 남쪽의 나라는 자연이 풍부하니까……. 자연을 느끼면서 마시는 커피는 각별한 맛이 날 것 같아.
레녹스: 아아. 매년의 즐거움이었어.
히스클리프: 이었어? 그러면 지금은…….
레녹스: 한 세대만에 가게를 닫아버렸거든.
히스클리프: 그랬구나…….
레녹스: 그 맛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만 새로운 맛을 만날 수 있어. 어떤 만남이 있을지 기대되네.
그렇게 단언한 레녹스의 얼굴은 매우 평온하고, 히스클리프 역시 화기애애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히스클리프: 응, 나도 기대돼. 오늘은 모두 각자 멋진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

메인 거리에서 뒷골목으로 들어가 조금 걸은 곳에 네로가 말했던 커피숍이 있었다. 개인 가게답게 아늑하다. 세월을 느끼게 하는 구조지만 깨끗하게 닦여 있고 잘 손질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게 앞에서는 로맨스 그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연로한 남성이 앞치마를 두르고 빗자루로 청소를 하고 있었다.
네로: 안녕, 마스터. 지난 번에는 맛있는 원두를 소개시켜줘서 고마워.
가게 주인: 오오, 당신은 얼마 전의……!
가게 주인은 청소하는 손을 멈추고 미소 지으며 상냥하게 대응해준다.
가게 주인: 또 와준 것 같군. 목적은 스칼렛 빈인가?
네로: 하하, 정답. 그 밖에도 더 이것저것 사고 싶어서. 좋은 원두가 있으면 소개해줘. 그리고 오늘은 커피를 좋아하는 녀석들을 잔뜩 데려왔거든.
히스클리프: 안녕하세요.
화이트: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취급하고 있다고 들었네. 신세를 지도록 하지.
저번의 붉은 커피, 엄청 맛있었어요!
모두와 함께 인사를 하면서 나는 어깨에 있는 사쿠 쨩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이 아이도 함께 가게에 들어가도 될까요?
가게 주인: 이런, 귀여운 고양이군. 물론이지.
가게 주인: 자, 들어오세요. 실력을 발휘해서 맛있는 커피를 내려드리도록 하죠.

초인종 소리를 들으며 문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어딘가 그리운 느낌이 드는, 조용하고 품위있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카운터에 늘어선 많은 커피 원두의 병. 외관과 마찬가지로 세월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였지만 가게 안도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개인 가게라서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테이블을 둘러싸도 배치된 좌석에 각자 앉았다.
(굉장히 온화하고 차분한 느낌의 가게네 …….)
3화
히스클리프: …….
옆에 앉은 히스클리프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천천히 가게 안을 둘러본 후 안도의 미소를 흘리고 있다.
브래들리: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느긋하게 있는 건 좋지만……. 이렇게나 장사가 안되다니.
네로: 어이, 말투 좀 고쳐.
브래들리: 아? 그럼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무르: 가게 안이 상당히 깔끔하지만, 항상 이런 느낌이야?
화이트: 어째서일까. 그대가 말하면 전부 비꼬듯이 들리는 것은.
무르: 에에~. 그러면 샤일록, 본보기 부탁해.
샤일록: 이렇게 멋진 가게인데 오늘은 상당히 조용하군요. 저희를 위해 비워주신 걸까요.
세 명 / 아키라: 오오~!
가게 주인: 하하하. 형씨들, 재밌네. 우리 가게는 단골 손님들밖에 안 와. 이 근처는 멋지고 새로운 가게가 많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쪽으로 가버리거든. 특이한 원두도 있으니까 신기함에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래된 가게니까. 신규 손님에게는 조금 익숙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
히스클리프: 그런가요. 멋진 가게니까 굉장히 아까운 것 같지만……. 매일 한 잔을 빼놓지 않는 사람에게는, 조용히 침착하게 마실 수 있는 숨은 가게겠지요.
가게 주인: 하하. 여러분도 그렇게 된다면 기쁠 것 같네. 뭐, 그런 거니까 얼마든지 느긋하게 있어줘. 커피라면 팔 수 있을 정도로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가게 주인은 모두의 앞에 물과 메뉴판을 두고 갔다. 메뉴판에는 커피 이름 같은 글자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화이트: 호오. 로스트 커피라고 해도 이렇게 종류가 많군.
시노: 커피 이름 아래에 맛에 대한 설명히 적혀져 있어. 알기 쉬워서 좋네.
히스클리프: 현자님은 어떤 커피를 드시고 싶으신가요? 괜찮으시다면 함께 찾아드릴게요.
와아, 고마워요. 도움이 돼요!
(어떤 커피로 할까. 모처럼 가게가 차분한 느낌이니 그걸 즐길 수 있는 커피가 좋을 것 같네.)
으음……. 향기를 즐기고,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커피 같은게 있을까요? 맛은…… 깔끔하고 뒷맛이 좋은 거로요.
히스클리프: 과연. 그렇다면…… 이 블렌드는 어떠실까요.
그렇게 말하고 히스클리프가 어떤 커피를 소개해준다.
히스클리프: 프루티한 맛의 커피로, 뒷맛이 깔끔하고 향도 즐길 수 있고 릴렉스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기분에 딱 맞네요! 그러면 그걸로 부탁드려요.
히스클리프: 알겠습니다. 나는 어떡할까…….
찰칵, 하고 히스클리프가 메뉴판을 넘긴다.
히스클리프: 아…….
히스?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나요?
히스클리프: 네. 전에 가문의 문제로 간 파티에서 딱 한 번 마신 적이 있는 커피의 이름이 여기에……. 설마, 또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히스클리프의 눈동자가 아침 이슬에 젖은 꽃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희귀한 커피인가요?
히스클리프: 그렇네요. 보통 커피 원두에는 두 개의 씨앗이 들어있는데, 여기에는 하나밖에 들어가지 않아요. 풍미가 풍부해서 마시기 아주 좋은 커피죠.
호오. 설명으로는 투명감이 있고 잡미도 없고 고급스러운 맛이로군.
근처에 앉아있던 화이트가 히스클리프의 손을 들여다본다.
화이트: 다른 것에 비하면 조금 고급스러운 물건이지만, 히스클리프에게 딱 맞는 한 잔이라고 할 수 있겠네.
히스클리프: 그런. 저에게 딱 맞다니…….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기뻐요. 저기, 화이트 님은 어떤 것을 드실지 결정하셨나요?
화이트: 나는 바닐라 블렌드일세. 바닐라 향이 살짝 나는 커피인 것 같더군. 토핑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듬뿍 추가하도록 하지.
시노: 나는 드립 노트 블렌드로 할래. 가게 주인이 엄선한 일품인게 마음에 들었어.
네로: 나는 이걸로 하려고. 적당한 단맛과 떪은 맛이 있고, 너무 무겁지 않고 깔끔한 맛이라는 녀석.
브래들리: 헤에……. 틈이 넓은 부분이 너 같네.
네로: 하하…… 고맙네. 섬세한 맛을 알 수 있다는 걸로. 너는 어차피 확실한 맛을 고를 거잖아.
브래들리: 뭐. 중후한 떪은 맛과 향. 거기에 날카로움이 있으면 최고지.
레녹스: 나는…… 항상 마시는 것과 다른 걸로 해볼까. 이 스모키로 쓴맛이 진한 커피가 신경 쓰여.
무르: 나는 온도에 따라 맛이 변하는 녀석! 향기의 변화도 즐길 수 있대!
화이트: 실험 같은 즐거움이 그대답군. 이 가게에서 가장 비싼 원두인 것도 무심코겠지.
무르: 샤일록은 뭐로 했어?
샤일록: 저는 이 비터 초콜릿의 풍미가 있는 커피를. 향이 좋고, 브랜디와도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라서요.
모두 훌륭하게 나뉘었네요……. 커피를 고르는데도 개성이 있어서 재밌네.
히스클리프: 그렇네요. 이 정도의 종류가 좀처럼 진열되는 일도 없기 때문에 완성이 기대돼요.
바로 가게 주인에게 주문을 하고 우리는 잡담을 나누기로 했다. 테이블석에서 마주보는 형태로의 대화는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나는 문득 어떤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전의 현자님의 서에 히스와의 일이 적혀있는 페이지를 찾았어요. 둘이서 커피를 마셨다고 하던데.
히스클리프: 에. 저와 전의 현자님이……?
네. 히스들과 커피 전문점에 간다면 뭔가 이야기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 가져왔어요…….
나는 전의 현자님의 서를 펴서 그 페이지를 소리내어 읽었다. 써있는 글자는 나의 세계의 것이고, 히스클리프는 읽을 수 없지만…….
히스클리프: …….
그는 눈을 부드럽게 가늘게 뜨고, 그리움이 열려 있는 페이지의 글자를 쫓고 있다.
히스클리프: ……어라?
히스가 페이지에 손을 얹고 작게 목소리를 높였다.
히스클리프: 이 페이지, 다음 페이지와 붙어 있지 않나요?
에?
히스클리프에게 지적을 받고 나도 해당 페이지에 손을 댄다.
진짜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히스클리프: 붙은 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고, 무리하게 떼어내면 찢어질 것 같네요.
확실히 이럴 때는 물에 적신 천을 대면 된다고 들은 적이…….
그러자 앞에 앉아있던 무르가 이쪽으로 몸을 기울여온다.
무르: 그 종이를 떼고 싶어? 이런 건 간단해! '에아뉴 랑블!'
순간, 전의 현자님의 서가 강한 빛을 발한다. 카운터 안쪽에서는 가게 주인이 신기한 광경을 보고 커피를 내리는 손을 멈추고 있었다.
가게 주인: 당신들, 마법사인가……?
샤일록: 네. 저희는 현자의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이쪽에 계신 분이 이계에서 오신 현자님. 퍼레이드나 서임식에서 저희의 모습을 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가게 주인: 에……. ……아, 아아! 멀리서였지만 확실히 봤어! 그런가, 그런가……. 현자의 마법사들인가. 현자의 마법사는 왕도를 구한 영웅이니까. 그런 분들이 이 가게에 와주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응응, 능글맞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게 주인은 커피를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네로: 여기가 동쪽 나라였다면 바로 쫓겨났을 거야.
레녹스: 중앙의 나라의 사람은 마법사에게 관대하기도 하지만…… 기피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까. 가게 주인이 관대한 사람이라 다행이야.
샤일록: 무르, 얌전히 있으세요.
무르: 냐앙! 하지만, 봐! 제대로 깨끗하게 페이지가 분리됐어!
와아. 무르, 고마워요.
4화
화이트: 이 갈색 얼룩……. 커피를 쏟은 흔적으로 보이는군.
레녹스: 아무래도 그 탓에 페이지가 붙어있었던 것 같군요.
브래들리: 그러고보니 전의 현자는 조금 얼빠진 녀석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
시노: 붙어 있던 페이지에는 뭐가 적혀 있어?
으음, 읽어볼게요.
'커피가 맛있는 가게를 찾았다. 다음에 히스클리프에게 가르쳐 줘야겠어.'
히스클리프: 에? 나?
의외의 이름을 들은 것처럼 히스클리프가 눈을 깜빡인다.
'중앙의 사이 좋은 자매에게 중앙의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같이 가달라고 했다. 그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가게. 오래 됐지만 품위가 있어서 나는 꽤 좋아한다. 할아버지인 가게 주인이 한 잔, 한 잔 수고를 들여 커피를 내려준다. 희귀한 원두도 많이 있어서 나만의 오리지널 블렌드도 만들 수 있다.'
…….
(……어쩐지, 이 가게와 비슷하네.)
오래 되었지만 품위 있는 인테리어. 카운터 안쪽에 커피 원두의 병이 줄줄이 늘어서있다. 카운터에는 연로한 가게 주인이 정성껏 커피를 내리고 있다. 몇 가지 공통점을 왠지 기쁘게 생각하면서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스승인 잭의 가드가 딱딱해서 초대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다음에는 히스클리프도 데리고 가고 싶다. 내가 블렌딩한 커피를 마셔주는 것도 좋지만…… 함께 오리지널 블렌드를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즐거울 거야.'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가 작게 숨을 죽이고 가슴에 손을 댔다. 전의 현자님의 서를 보는 히스클리프의 눈동자가 죄책감에 흔들리고 있다. 마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하지만 아마 그것 뿐만이 아니다. 인연을 잃은 상실감이 엮여졌겠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몸짓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가게 이름은 드립 노트라고 한다. 멋진 울림이야.'
마법사들: …….
모두가 조용히 숨을 삼킨다. 히스클리프의 입술이 살짝 전율한다.
히스클리프: 이 가게다……. 이 가게에, 전의 현자님도 오셨었어…….
가게 주인: 이런, 정말인가? 선대의 현자님도 이곳에 와주셨다니, 기쁘네.
카운터 너머에도 목소리가 닿은 듯 가게 주인은 평온한 미소로 말했다.
가게 주인: 전의 현자님은 어떤 분이셨지? 손님은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특징을 알려주면 알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그게…….
히스클리프는 어색하게 말을 막았다. 화이트는 곤란한 듯 미소 짓고, 샤일록과 무르는 얼굴을 마주보고, 브래들리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다.
히스클리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요. 전의 현자님이 어떤 얼굴이었는지, 어떤 이름이었는지도…….
가게 주인: 에……?
가게 주인은 당황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히스클리프들 사이에 감도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느꼈겠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을 접해 온 가게의 마스터답게. 작게 숨을 내쉬자, 부드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 주인: 현자님은 이계에서 오시니까……. 그런 신기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샤일록: 선대 현자님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함께 이곳을 방문했을 자매의 특징이라면 대답할 수 있습니다. 베이지색 머리에 회색 눈동자. 그리고…….
샤일록이 몇 개의 특징을 말하자 가게 주인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가게 주인: 아아, 그 아가씨들인가! 그 사람들이라면 기억하고 있어!
정말인가요!?
가게 주인: 응.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아름다웠으니까 인상에 남아 있지. 분명히 한 명 더 있었던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가게 주인은 생각에 잠긴 듯 입을 다물고 항복을 표시하듯 고개를 저었다.
가게 주인: 안 돼. 함께 있었던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치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아. 어떤 커피를 마셨는지, 어떤 블렌드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전혀.
히스클리프: …….
가게 주인: 평소에는 손님의 얼굴과 함께 기억하고 있는데. 하하, 기억력이 좋다고 자랑까지 했으면서. 저도 나이를 먹었다는 걸까요. 죄송합니다.
전원: …….
(마스터는 그렇게 말하지만……. 이것도 역시 '현자' 가 사라져서 그런 거겠지…….)
시노: ……저기, 히스. 얼굴이나 목소리 같은게 정말 조금도 기억나지 않아? '전의 현자님이 말씀하셨어' 라고 네가 가끔 나한테 말하잖아.
히스클리프: ……응…….
시노: …….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히스클리프를 보며 시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히스클리프의 반응을 보고…… 시노는 각오하고 있던 미래를 강하게 실감한 듯한 모습이었다.
히스클리프: ……믿을 수 없어. 전의 현자님은 마음에 드는 가게를 나에게 알려주려고 했을 정도로, 나를 신경 써 주셨는데……. 그 분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목소리로 함께 이야기를 했는지…….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아.
푸른 눈동자가 아픈 듯 상처를 내비친다. 긴 손가락은 전의 현자님의 서의 열린 페이지를 만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알게 된 현자님의 마음. 그것에 응할 수 없는 것에. 그리고, 그 존재를 잊어버린 자신에 대해 그는 어딘가 후회를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가 될지 모르지만, 나는 이 세계를 떠나게 돼. 그때 모두에게 나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다면, 굉장히 쓸쓸할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화이트: 히스클리프여.
화이트가 부드럽게 히스클리프에 말을 걸었다.
화이트: 전의 현자는 그대를 신경 써주고 있었지. 그러나 전의 현자를 잊는 것은 숙명같은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현자가 오면 전의 현자를 잊는 것은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일이네. 현자와 현자의 마법사의 인연이란 그런 것이구먼.
히스클리프: …….
화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히스클리프의 얼굴은 맑아지지 않았다. 괴로워하는 듯 입술을 맞대고, 조용히 시선을 내리고 있다.
…….
만약 내가 히스클리프의 입장이었다면. 배운 지식 자체는 기억하고 있는데, 그 지식을 가르쳐준 사람의 존재만이 머리에서 완전히 빠져나간다면. 그럴 때, 그 사람이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흔적을 찾았다면. 어째서 나는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하고 자신을 탓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현자의 마법사의 숙명이라고 해도.
(히스…….)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히스클리프의 마음을 가슴이 아플 정도로 알 것 같다.
브래들리 / 화이트: …….
샤일록 / 무르: …….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히스클리프를, 화이트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내가 오기 전부터 현자의 마법사를 맡고 있었다. 방을 잠그고 틀어박혀 있는 사람에게 문 너머로 부드럽게 말을 거는 것처럼, 화이트가 상대방의 마음을 감싸는 듯한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화이트: 우리는 오랫동안 현자의 마법사를 해왔네. 그러므로 지금까지 여러 명의 현자를 만나왔지. 그리고 그 수만큼 이별과 망각도 반복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체념한 걸지도 몰라.
5화
화이트: ……하지만, 히스클리프에게는 이전의 현자가 첫 '현자' 지. 게다가 그 섬세한 성품으로는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무리한 이야기가 될 걸세.
샤일록: ……오래 살다보면 사랑하는 것을 잃어버리게 되고, 때때로 변하게 됩니다. 게다가 저희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죠. 그 일을 상처받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얼마나 오래 산다고 해도 꽤 어려운 일이에요.
히스클리프: …….
샤일록: ……하지만 어느새 저는 그 상처마저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있어서 처세술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무르: 잊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그저 구조야.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내장되어 있어. 합리적이지!
히스클리프: ……. 나도……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알고는 있는데……. 전의 현자님이 나를 신경 써 주셨는데, 그 분의 얼굴도 목소리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어떻게 해도 죄책감이 들고 말아요…….
히스클리프의 애절한 목소리에 브래들리가 한숨을 쉬었다.
브래들리: 그런 태도로는 앞날이 걱정되네.
네로: 네 녀석, 말투라든가 신경 쓰라고.
브래들리: 어이, 동쪽의 도련님. 너는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현자……. 아키라도 언젠가는 사라져. 전의 현자를 잊은 정도로 이 상태라면, 다음에는 못 버틸지도 몰라. 이만큼 함께 보낸 현자가 사라지는 시간이 온다면 말이야.
총알 같은 브래들리의 말에 히스클리프가 입을 다물었다.
히스클리프: …….
네로 / 시노 / 레녹스: …….
네로나 시노, 레녹스도 할 말을 잃고 있다. 브래들리의 말에 나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나는 이 세계를 떠나게 돼. 그건,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사실이야.)
…….
아침에 옆에 있는 소중한 존재를 껴안는다. 푹신푹신한 고양이 같은 사쿠 쨩과 함께 식당에 가면, 갓 구운 빵 냄새와 모두의 웃는 얼굴이 있다. 행복을 담은 듯한 나날도, 시끄럽지만 사랑스러운 일상도. 그것들 모두가,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싫어……. 잊혀지고 싶지 않아…….)
외로워서, 괴로워서, 답답해서. 엮은 인연을 잊고 싶지 않은데, 잊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이트: …….
화이트가 우리를 보다가 브래들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소의 흐름을 바꾸는 것처럼.
화이트: 현자는 어느 날 사라지게 되네. 오늘 이 날에 이별이 찾아온다고 해도 신기한 일은 아니지. 평소와 변함없는 대화를 하고, 그대로 이별을 하게 될지도 몰라. 현자와의 이별이 예상치 못한 것이라면 그대에게 후회하는 마음이 남지 않겠나.
평소와는 다른, 어른의 차분한 목소리로 화이트는 브래들리에게 묻는다.
브래들리: 뭐, 그렇겠지.
브래들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브래들리: 이 녀석은 나름대로 귀여워하고 있으니까. 그거야 뭐, 막상 이별의 말도 없이 헤어지면 다소는 그런 마음도 남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버려도 뭔가 남는 것도 있겠지. 그게 지식이 될지, 물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다면 그걸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면 돼. 후회에 갇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브래들리…….
레녹스: ……정말로, 현자님을 기억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저항할 수 있다면 저는 저항하고 싶습니다. 현자님을 잊어버리다니…….
무르: 없어! 지금으로서는 말이야!
레녹스: 무르…….
무르: 어째서 우리는 이 세계를 떠난 '현자' 를 잊어버리는 것인가. 혹시 옛날에 내가 연구했을지도? 뭐, 지금은 잊어버렸지만!
레녹스: …….
가게 안이 물을 뿌린 것처럼 조용해진다. 그런 와중에, 은은한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카운터를 보니 가게 주인이 이쪽으로 나오고 있다.
가게 주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커피가 완성되었어요.
무르: 와아! 좋은 냄새!
화이트: 오오, 이건 정말로 마음을 촉촉하게 하는 향기로군.
네. 정말로…….
커피의 고소한 향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을 살며시 들어준다. 모두의 앞에 하나씩 놓여지는 잔에 아까까지의 은은한 공기가 조금씩 풀려나간다. 나는 잔을 손에 들고 모두를 둘러보았다. 시노와 히스클리프는 잔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레녹스는 풀린 공기에 몸을 담그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샤일록은 잔을 손에 들고 나를 재촉하듯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여러분, 드시지 않겠나요?
시노: 그렇네. 모처럼의 커피가 식으면 아까우니까. 히스도 빨리 마셔봐.
히스클리프: 아……. 응.
살며시 잔을 손에 들고 히스클리프는 품위 있는 몸짓으로 커피를 그대로 입으로 옮겼다.
히스클리프: ……맛있어…….
훌쩍 표정이 누그러진 것을 보고 내 입꼬리도 저절로 올라갔다.
시노 / 네로: …….
히스클리프를 지켜보는 히스와 네로의 눈빛이 상냥하다.
화이트: 어디어디, 나도…….
화이트: ! 맛있어~!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듬뿍 넣어서 커피의 쓴맛을 잘 조화시켜 엄청 달고 최고일세. 이 커피라면 스노우에게도 추천할 수 있겠어.
레녹스: …….
레녹스는 어떤가요?
레녹스: 쓴맛과 감칠맛이 있어 맛있습니다. 오후에 마시고 싶은 한 잔이군요.
화이트: 흐음……. 다른 사람이 맛있게 마시고 있으면 신경 쓰이게 되는군. 브래들리 쨩, 나도 한 입만~!
브래들리: 왜 나야. 양치기의 커피나 마셔.
화이트: 레녹스의 커피는 나에게 조금 허들이 높을 것 같아서…….
브래들리: 내 것도 꽤 씁쓸한 거라고. 너, 이런 쓴 걸 마시게 하다니라며 무조건 불평할 거잖아.
화이트: ……아닌데?
브래들리: 눈을 돌리고 말해도 설득력 없으니까.
시노: ……헤에. 가게 주인이 엄선한 일품인 만큼이네. 마시기 쉬워서 내 취향이야.
네로: ……후우.
네로, 맛있게 마시고 있네요. 마음에 들었나요?
네로: 아아. 물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마스터의 솜씨가 대단하네. 아마 같은 원두를 써도 나는 같은 맛을 못 낼 거야.
샤일록: 후후, 이 커피로 한 것이 정답이었네요. 감칠맛과 부드러운 맛이 브랜드의 풍미를 돋보이게 해줄 것 같습니다. 돌아가면 바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까요.
무르: 그러면 내가 맛보는 역할을 해줄게!
모두가 마음껏 커피를 마시는 가운데 나도 눈앞의 잔에 입을 댔다. 프루티한 향기가 코를 빠져나와 깔끔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맛있어……. 고마워요, 히스. 이 커피, 향도 즐길 수 있고 매우 안심되는 맛이에요.
히스클리프: 현자님의 입맞에 맞으셨다면 다행이에요. 저도 오랜만에 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어 기쁘네요. 역시 맛있어…….
커피 향과 함께 온화한 공기가 우리 주위를 감싼다. 모두의 수다를 들으며 나와 히스클리프는 조용히 커피의 맛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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