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출항식이 시작되었다.
사제: 하늘과 바다의 신의 이름으로 우리는 기도한다. 이 배가 폭풍에게 시험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마음에 깃든 지혜가 가라앉지 않도록. 지식을 짊어진 배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사제님의 축복이 이루어지고 거룩한 물이 뱃머리에 스며든다. 먼저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타고, 배의 후원자였던 리벤탈 백작, 귀족들이 이어졌다. 그 뒤에 하일만 박사들을 비롯한 학자들. 마지막으로 우리들, 현자와 현자의 마법사들.
이 순서를 정하기 위해 지식의 배의 사람들은 꽤나 고생한 것 같다. 고민을 하더라도 동쪽 나라의 사람들은 불필요하게 호전적이지 않다. 그래서 모두 계속 고민하다가 밤이 밝아져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다…… 라는 이야기다.
외교관: 중앙 나라의 아서 왕자, 히스클리프 블랑셰 님은 국제적인 인사입니다.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왕실 식전관: 하지만 이건 동쪽 나라의 의식이다. 타국의 사람이 먼저 승선하면 다른 귀족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겠지.
항구 관리 직원: 마법사가 먼저 탑승하면 시민들이 불안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제전 관리: 애초에 히스클리프 님에게 어떤 대접을 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동쪽 나라의 귀족으로서라면 종자와 대우를 나누어야 마땅하나, 현자의 마법사로서라면 같은 대우를…….
왕실 식전관: 종자와 같은 대우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
외교관: 중앙 나라의 의식에서는 동쪽 나라의 마법사의 한 사람으로서 종자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하던데.
왕실 식전관: 그건 너무 무례하잖아……. 중앙 나라는 동쪽 나라의 대귀족을 가볍게 보고 있는 건가?
항구 관리 직원: 확실히……. 시민들은 불안을 느끼겠죠.
제전 관리: 그러면 어떻게……?
외교관: 타국을 본받는 것이 아니라 동쪽의 나라다운 마땅한 형식을 정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왕실 식전관: 누가……?
항구 관리 직원: 누가 좀…….
제전 관리: 누구…….
외교관: ……그러면 맡기겠습니다만…….
왕실 식전관: 이쪽이야말로 맡기고 싶은데…….
항구 관리 직원: 저희도 맡기고 싶은데요…….
제전 관리: 저기……. 우리도…….

동쪽 나라의 사람들은 혼자를 좋아한다. 사람과 깊은 관계를 가지거나 다투는 것보다는 고독을 선택한다. 당연하지만 리더라든가 책임자는 혼자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동쪽 나라의 사람들은 그다지 권력의 탑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속을 할 때는 온갖 곳에서 승인을 얻어 전체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그런 수단을 좋아했다.
그런 의미에서 동쪽 나라의 사람들은 스스로 말하고 서로 협력하고 큰 일을 움직이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지식의 배의 사업은 그야말로 동쪽 나라의 위신을 건 대사업의 이름에 걸맞는다. 그 중심에 있는 리벤탈 백작과 하일만 박사는 많은 사람들의 인망을 모으고 있겠지.
하일만 박사: 이 배는 추억이 아니라 언젠가 올 미래를 향해야 합니다. 세계 멸망의 비극을 맞이했을 때, 조금이라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문명을 되찾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인류의 지혜에 명예를 빕니다.
리벤탈 백작: 동쪽 나라의 전통과 영광은 타국의 융성이나 명성에 퇴색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이곳에 있다. 그 사실을 동쪽 나라의 백성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함께 전하고 싶다. 견실하고 근면한 백성들이여. 우수하고 참을성 있는 모두야말로 인류의 유산이자 보물임에 틀림없다.
리벤탈 백작: 이 지식의 배가 활약하는 미래가 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거대한 재앙' 에 의해 너희의 모든 것이 빼앗기는 불안, 슬픔, 분노, 무력감……. 그것들 모두를 받아들이는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이상이다.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에 펄럭이고 있다. 큰 배가 출항하는 출항식. 서쪽 나라나 중앙 나라라면 축제처럼 시끄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동쪽 나라에서는 구경꾼들의 절제된 박수와 엄숙하고 성실한 공기로 감싸져 있었다. 소소한 축포가 한줄기의 비일상적인 소리를 알린다. 그 고요함과 절제함도 나에게는 멋진 것으로 느껴졌다.
(와아, 거리는 파티 같은 축제는 아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열심히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성실하고 상냥한 따뜻함이 있어.)
미소를 지으며 항구를 내려다보는데 갑판 중앙에 한 남자가 섰다. 방금 만난 훌륭한 모자를 쓴 선장이다.
슈토룸 선장: 여러분, 지식의 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선장인 슈토룸입니다. 지금부터 출항하겠습니다.
선장의 인사는 말은 적었지만 믿음직스러움과 성실함이 느껴졌다. 모두가 축복을 담아 박수를 치고 있다.
미틸: 와아……!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케: 항구가 멀어져 가요! 네로, 보세요.
네로: 아아, 정말이네.
아서: 모두 손을 흔들어 주고 있어. 고마워. 다녀올게.
시노: 이런 장면은 몇 번이라도 기분이 좋아. 히스도 인사라도 해줘.
히스클리프: 아, 알겠다니까…….
미스라: 다들 왜 기뻐하는 건가요?
오웬: 배가 바다로 나갔으니까.
미스라: ? 배는 원래 바다로 나가잖아요?
오웬: 인간은 집이 세워져도 기뻐하고 케이크가 구워져도 기뻐해. 그래서 배가 가와서 기뻐하는 거야.
미스라: 동쪽 나라의 사람들은 잘 기뻐하네요.
갑판에서도 식사회가 시작되었다. 축배가 나눠지고 전채가 늘어선다. 본격적인 식사는 배의 레스토랑인 지식의 스푼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동쪽의 귀족들은 엄숙하게. 동쪽의 박사들은 더 엄숙하게 배 위의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7화
라스티카: 클로에. 이 샴페인, 아주 좋은 향이 나. 사과와 꿀의 냄새.
클로에: …….
라스티카: 클로에?
클로에: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으음, 그, 하일만 박사님이 이 옷을 멋지다고 해주셨어.
라스티카: 그거 다행이다. 이 의상은 밤의 도라지 같은 깊이와 우아하고 세련되고 조용한 광택이 있으니까. 분명 검은색으로 모인 우리에게 의지를 느껴준 것이 아닐까?
클로에: 그……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만들었어. 지적인 자리에 걸맞게. 전해지는 사람에게는 전해지고 있겠지. ……다행이야…….
시노: 이 배는 '거대한 재앙' 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바다에 떠있는 건가?
히스클리프: 재앙이 다가오는 날에 뜨면서, 반 년에 한 번이나 일 년에 한 번 운행을 할 예정인 것 같아. 동쪽의 문화와 과학의 보고이기도 하니까 어떤 식으로 운용해 나갈지는 이번 결과에 달려있지 않을까.
파우스트: 배도 무사히 외양으로 나갔어. 조수가 심한 장소에 가까이 가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항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노: 가까이 가지 않아도 되는 건가? '거대한 재앙' 이 덮쳐오면 조수는 더 거세질 텐데.
히스클리프: 시범 중이고…….
파우스트: 강도를 확인하면서 신중한 운용이 되겠지.
네로: …….
파우스트: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나?
네로: 아니, 딱히 아무것도……. 선생. 선생이 산에서 음식점을 열면 어떤 요리를 낼 거야?
파우스트: 나에게 요리 이야기를 묻는 건가? 너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이야기는 못할 것 같은데.
네로: 됐으니까. 뭐라도 말해봐.
파우스트: ……산채 요리라든가?
네로: …….
파우스트: 버…… 버섯이라든가? 산에서 채취할 수 있는 것을 낼 것 같은데.
네로: ……. ……그렇지…….
파우스트: 뭐, 뭐 잘못 말했나?
네로: 아니, 그게 보통이야. 재치 있는 가게에서는 산이 있다면 산의, 강이 있다면 강의 요리를 내지……. 내 인생은 뭐였을까…….
히스클리프: 왜, 왜 그래 네로. 저기…… 잘은 모르겠지만 네로는 나쁘지 않아.
시노: 맞아. 네로는 나쁘지 않아.
히스클리프: 여행자라면 강가에서 강의 요리를 먹고 싶어할지도 모르지만…… 강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강의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어할 테니까. 그런 특별한 요리를 내주는 가게가 있다면 분명 인기 가게가 될 거야.
네로: ……히스클리프 도련님…….
히스클리프: 왜 갑자기 도련님이라고 …….
시노: 하인의 기분이 되어 감동하지 마. 그건 내 자리야. 안 줄 거니까.
네로: 그렇네……. ……그렇지……. 완전 감동받았어. ……애초에 그 녀석, 이제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때려죽일 거다, 그 자식…….
시노: 슬픔이 지나가고 분노의 턴이 찾아온 것 같은데.
파우스트: 그쪽이 건강해서 좋아. 뒤로 후회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저주해라.
히스클리프: 이 배의 동쪽 나라의 요리사에게 뭔가 싫은 말을 들은 걸까……. 나, 분명 배의 레스토랑 요리보다 네로의 요리를 더 좋아할 거야!
배의 레스토랑의 식사는 모두에게 호평이었다.
오웬: 끈적끈적한 크림을 감은 나방 같은게 맛있었어.
리케: 맛있었죠! 저는 티라미수가 맛있었어요.
미틸: 저는 브라우니가 마음에 들었어요!
카인: 나는 아쿠아팟차가 맛있었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분이.
피가로: 나에게?
루카스 의사: 처…… 처음 뵙겠습니다……. 배의 의사인 루카스입니다. 이건 인사의 뜻으로…….
피가로: ……개구리에 뱀에 거미……. ……개구리에 뱀에 거미……? 개구리에 뱀에 거미로, 나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려고?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화내지 마세요.
피가로: 아니아니, 화난게 아니라…….
루카스 의사: 실례합니다. 마법사를 만나는게 처음이라, 뭘 드실지 몰라서…….
피가로: 과연. 그렇구나……. 똑같은 코스 요리를 먹는데.
루카스 의사: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배에 의사는 저희 둘 뿐. 짧은 항해입니다만, 무슨 일이 생길 경우에는 부디 협조해 주셨으면 해서…….
피가로: 알겠습니다. 괜찮아요. 나쁜 짓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루카스 의사: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
피가로: 그러면 뭔가요, 지금 그 발언은.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진정하세요.
피가로: 진정하고 있어. 루카스 선생님과도 친해졌고.
루카스 의사: 에?
피가로: 하?
루카스 의사: 아……. 네. 만일의 경우에는 잘 부탁드립니다…….
피가로: 동쪽의 나라는 마법사에 대해 경계심이 강하네…….
레녹스: 과거에 마법사에 의한 참살 사건이 있었으니까요. 조심스러워지겠죠.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슈트룸 선장님. 전의 지식의 배의 설계도까지 보여주셔서.
슈토룸 선장: 아뇨. 히스클리프 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다니, 지식의 배의 선장으로서 매우 영광입니다.
시노: 그렇겠지.
히스클리프: 시노.
히스클리프: 크고 훌륭한 액자에 담긴 설계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려요. 이거, 빌려도 괜찮을까요?
슈토룸 선장: 물론입니다. 천천히 봐주세요. 그러면 저는 갑판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히스클리프: 네. 감사합니다.
히스클리프: 와아……. 이것 좀 봐, 시노.
시노: 응.
히스클리프: 이렇게 크고 복잡한 설계, 도면을 쓰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시노: 나는 보는 것도 힘들어.
히스클리프: 아하하, 내가 설명할게. 이 천체 연산기는 별의 운행이나 항로를 항상 기록해서…….
시노: 히스도 배를 만들고 싶어?
히스클리프: …….
시노: 작은 기계 세공을 좋아하잖아. 큰 기계 세공도 좋아하겠지. 네가 하고 싶다면 지식의 배를 블랑셰의 것으로 만들면 돼.
히스클리프: 또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히스클리프: 그렇네……. 나는 조립하거나 설계도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 발견이나 발명은 이미 전에 끝났고.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것은 이제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걸까라는.
시노: …….
히스클리프: 옛날 사람들은 분명 즐거웠겠지. 이렇게 조금씩 세계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서…….
시노: 히스…….
히스클리프: 아…… 사실은 그렇지 않겠지만. 현자님의 세계의 이야기만 봐도 의외의 것이나 새로운 것이 많이 있는 것 같고.
시노: 히스도 분명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어. 배도, 성도, 세계도 히스가 원하는 대로 만들면 돼. 분명 그쪽이 더 아름다울 테니까.
히스클리프: …….
시노: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나는 기대하고 있을게.
히스클리프: 고마워, 시노…….
브래들리: 배의 레스토랑, 꽤 맛있었잖아!
네로: …….
브래들리: 어때? 이따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갑판에서 한 잔…….
네로: 미안하지만 그런 기분이 아니라서.
브래들리: …….
네로: 방으로 돌아갈래.
브래들리: ……어이어이. 뭐야, 그 태도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네로: 딱히 없는데.
브래들리: 거짓말 하지 마. 불만이 있다는 표정을 하고선. 불만이 있는 건 상관이 없지만 뱃속에 머금지 말고 말하라고 했잖아.
네로: ……딱히 없는데?
브래들리: 그러면 그 기분 나쁜 태도 좀 멈춰. 얼굴 찌푸리면서 부루퉁해 있지 말고, 솔직히 말…….
네로: 시끄럽네. 후 후 후 후!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말해봤자 어차피 네 녀석은 그런 시시한 이유라니 뭐니라며 불평만 말할 거잖아! 그런 품평회를 위해 일일이 해설할 생각은 없어서!
브래들리: 잠시……. 기…….
네로: 그럼에도 알고 싶다면 알아서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부족한 머리를 써서 생각해 보라고!
브래들리: …….
네로: 아니,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미안해. 잘 자.
브래들리: 네…….
샤일록: ……알려주세요의 접근을 잘못한 좋은 예시네요.
파우스트: 드문 일이군……. 네로가 저렇게 화를 내다니……. 잠깐 상황을 보고 와야겠어.
샤일록: 네. 부탁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무르는…… 이런.
8화
하일만 박사: 무르 하트 박사.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당신과 천천히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무르: 누구? 먹물 파스타 먹어봤어? 맛있어?
하일만 박사: 동쪽 나라의 학자인 하일만입니다. 곤란에 처했을때 서쪽의 마법사인 클로에과 샤일록에게 도움을 받았었죠. 그들이 말하기를, 당신은 분명 저와의 회담을 기뻐해 주실 거라고…….
무르: 하일만? 하일만!
하일만 박사: 네. 제가 하일만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정말로 무르 하트?
무르: 아마도?
하일만 박사: 아아, 그렇다면 다행이다. 하하…… 놀리지 말아주세요. 자, 이쪽으로. 객실에서 느긋하게 이야기하죠.
샤일록: …….
리케: 아, 또 뺏겼어!
오웬: 후후, 몰라.
미틸: 오웬 씨의 것을 받아야지!
오웬: 아, 너! 최근에 마나석을 먹었다고 기어오르기는…….
카인: 이걸로 동점이네. 그렇지, 리케?
리케: 에헤헤. 네!
오웬: 이 녀석, 정말이지…….
오웬.
오웬: ……현자님…….
리케: 미틸. 디저트를 더 받으러 가요.
미틸: 네!
죄송해요. 이야기 중이었는데…….
오웬: 뭐야?
오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카인: 나는 빠지는게 좋을까?
아뇨, 저는 상관 없는데…….
오웬: 뭔데. 말해봐.
오웬은 '거대한 재앙' 의 상처 때문에 기억을 잊는 일이 있죠.
오웬: …….
카인: 기억을 잊는다고나 할까…….
오웬: 시끄러워. 알고 있어. 그래서?
아이 같은 오웬이 될 때의 일, 전혀 기억나지 않나요? 조금은 기억하고 있나요?
오웬: ……기억나지 않아. 아마도.
카인: 뭐…….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때 느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무섭지 않나요?
오웬: 별로? 왜냐하면 진짜 나도 아니고.
아…… 죄송해요. 질문이 틀렸을지도……. 아이 같은 오웬이 되어서 지금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 해본 적 있나요?
오웬: …….
그때 지금의 오웬이 알고 있는 것이나 느낀 것은 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려……. 그렇게 생각하고 무서워진 적은 없나요?
오웬: ……하? 무슨 소리야? 헤에……. 나를 겁먹게 할 셈이야? 현자님 주제에?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뭔가……. ……말하는게 서투르네, 나…….
오웬: 그래서 뭐냐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죄송해요. 리케나 미틸을 놀아주고 있었는데.
오웬: 놀아주지 않았어. 바보 아니야.
카인: 겁을 주고 싶은게 아니라, 아키라가 무서워졌다는 거지?
마…… 맞아요…….
오웬: 하? 어떻게 알았어?
카인: 에?
오웬: 현자님은 그런 말 하지 않았잖아. 어떻게 그렇게 생각했다는 걸 알았어? 마음을 읽는 마법은 쓸 수 없잖아?
카인: 알아. 아키라는 일부러 누군가를 겁먹게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아키라가 무서웠던 체험 이야기를 묻는 건, 무서운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오웬: 그런 식으로 생각해?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카인: 아아.
오웬: 그래서 강해질 수 없는 거야.
카인: 에에……?
오웬: 현자님도 이해하기 어려워. 확실하게 말해. 현자님은 뭐가 무서운 건데? 기억나지 않는 게 무서워? 잊혀지는 게 무서워?
저…… 전부요…….
오웬: …….
제가 이 세계에서 사라졌을 때……. 이 세계에도, 제 안에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 무섭고 쓸쓸해요…….
카인: ……아키라…….
오웬: …….
그때, 멍하니 낮은 큰 피리 같은 소리가 들렸다. 사쿠 쨩이 험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잡는다.
오웬: ……뭐야?
카인: 피리다. 갑판의 선두에 가보자.

슈토룸 선장: 배의 머리를 돌려라!
조종사: 알겠어! 우회한다!
파수꾼: 뭐야, 저 거대한 배는……!? 서쪽 나라의 비행 군함인가……!?
항해사: 군함치고는 선체가 너무 낡았어…….
슈토룸 선장: 저 뱃머리의 독수리는, 설마……. 침몰했던 최초의 지식의 배……!?
파수꾼: 선장! 이쪽으로 돌진해 옵니다!
카인: ……윽. 흔들린다! 나를 붙잡아, 아키라!
……윽. 도대체 뭐가……. 저건…….
오웬: 유령선…….
유령선……!?
놀란 소리를 지르며 나는 안개가 자욱한 밤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낡은 거대한 목조선이 너덜너덜한 깃발을 펄럭이며 천천히 다가온다. 독수리 조각을 장착한 뱃머리는 미술관에 장식된 유품처럼 낡았다. 배는 유령처럼 떠다니면서 조용히,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이쪽으로 접근해 왔다.
조종사: 선장! 뱃머리를 돌리는게 늦습니다……!
항해사: 부딪힌다……!
카인: 오웬!
오웬: 쳇……. 어쩔 수 없네.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오웬: '쿠레 메미니'
카인과 오웬이 충돌을 피하려고 유령선을 마법으로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뿜어낸 빛은 유령선을 빠져나와 어둠과 안개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오웬: 하?
카인: 무슨……!?
리벤탈 백작: 도,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서: 현자님! 무사하신가요!?
카인: 아서, 엎드려!
슈토룸 선장: 충돌한다!

9화
……!
팟하고 정신을 차렸다. 소리가 없는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점차 주변의 소란이 돌아온다.
귀족: 아……. 멍하니 있어버렸네.
귀족: 아까는 뭐였지? 충격을 느낀 것 같기도 하고, 느끼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귀족: 하하……. 좋은 술과 항해에 고양되어 조금 취한 걸까요.
학자: ……마법사들이 보여준 환각이 아닐까. 누군가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학자: 하지만 축하 자리에서 블랑셰의 분에게 그런 것을 여쭙는 것도…….
학자: 하일만 박사에게 맡기지. 어디에 계실까요.
내 곁에는 사쿠 쨩밖에 없었다. 아까까지 오웬과 카인, 그리고 아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오웬이 유령선이라고 했는데 ……. 유령선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어. 다같이 잘못 본 건가?)
귀족: 죄송합니다. 의사는 어디에 계실까요? 아내가 열이 난 것 같아서…….
갑판을 걷고 있으면 날씬한 신사가 불안한 듯 말을 걸어왔다. 나는 피가로를 떠올렸다. 그는 남쪽 나라에서 진료소를 열고 있지.
지인 중에 의사가 있어요. 그를 찾아보겠습니다.
귀족: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피가로: 현자님? 혹시 열이 나는 사람이야?
피가로를 찾았다. 그는 비어있는 개인싱레서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의 진찰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미 4, 5명 정도의 환자가 있었다.
네…… 네…….
피가로: 알았어. 여기로 안내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루틸을 불러줄래?
루틸: 피가로 선생님. 몸이 안 좋은 분이 몇 명 계시는데, 진찰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피가로: 마침 잘 됐다. 더 넓은 장소를 빌릴 수 있는지 물어봐 줄 수 있을까?
루틸: 살롱을 열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피가로: 역시 루틸 선생님. 일처리가 빨라.
내 걱정스러운 시선을 알아차리고 피가로가 미소를 지었다.
피가로: 괜찮아, 현자님. 만일의 경우 마법으로 치료할 테니까. 평소에는 발열 정도에 마법을 쓰거나 하지 않지만 전염되거나 하면 큰일이 될 테니. 살롱을 의무실로 할 예정이야. 현자님은 만일을 위해 가까이 가지 말아줄래?
알겠어요. 고마워요, 피가로.
피가로: 아냐 아냐. 너는 안전한 곳에 있어줘. 미틸이나 리케에도 그렇게 전해주고. 만약 보게 된다면 쌍둥이 선생님을. 오즈…… 는 쓸모가 없으려나. 무르……. 으음……. 파우스트나 샤일록을 불러줄래? 그리고 배의 의사인 루카스 씨를.
알겠어요.
피가로: 미안해. 이런 걸 부탁해서.
아니에요. 모두를 잘 부탁드려요.
피가로: …….
피가로: ……싫은 예감은 맞지 않았으면 하는데…….
(왠지 힘들어 보이네…….)
학자: 저기…….
아…… 네. 무슨 일이시죠?
학자: 여기는 어디일까요…….
아. 여기는 갑판이고, 여러분의 방은 저쪽 계단을 내려가시면 돼요.
학자: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제대로 있어야지……. 또 엄마한테 혼나고 말아.
…….
아서: 현자님.
아서. 리케와 미틸도…….
리케: 현자님. 괜찮으신가요?
미틸: 몸이 안 좋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저, 형님을 도와드리고 올게요.
기다려 주세요, 미틸. 살롱은 의무실이 되었으니까 리케와 미틸은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어요.
리케: 에?
미틸: 피가로 선생님이나 형님이 아이는 병에 걸리기 쉽다고 자주 말하거든요. 그래서 아닐까요?
파우스트나 샤일록, 루카스 선생님을 찾아달라고 했어요.
리케: 알겠습니다.
아서: 리케와 미틸은 현자님과 함께 그들을 찾아줘.
그렇게 말하면서 아서는 주문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빗자루를 꺼냈다.
미틸: 어디로 가시나요?
아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미틸, 리케. 현자님을 부탁할게.
리케: 네!
미틸: 맡겨주세요!
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빗자루에 뛰어올라 밤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귀족: 몸이 조금 뜨거워서…….
학자: 바닷바람은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몸이 차가워지니까……. 의무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브래들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 녀석들은 눈치채지 못한 건가?
네로: ……보스!
브래들리: …….
네로: 무사해서 다행이다! 여기 있는 녀석들은 뭔가요? 그나저나 여기는……. 강? 호수?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은데, 무슨 건물일까요.
브래들리: ……. ……하?
네로: 아, 죄송합니다. 지식이 부족해서…….
브래들리: ……. ……네로?
네로: 네.
브래들리: ……네로?
네로: 아, 네. 죄송합니다. ……따뜻하네요, 여기…….
브래들리: ……여기가 따뜻한게 아니라 네가 열나고 있는 거 아냐? 얼굴이 붉은데……. ……그것보다, 너……. 나를 뭐라고 불렀어?
네로: 에? 보스라고…….
브래들리: …….
네로: ……안 되나요? 브래들리 씨.
아서: 불안한 기척이 나……. 마치, 그때처럼…….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어이!
아서: 응? 파도 사이에 떠있는 저건…….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아서 쨩!
아서: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의 그림! 큰일이야! 당장 구하지 않으면!
슈토룸 선장: 내가 자리를 떠날 수는 없어…….
레녹스: 무리하지 마세요. 믿을 수 있는 분에게 당신은 의무실로…….
선원: ……선장님……. 살롱을 의무실로 개방했지만, 그곳에도 사람들로 가득 찬 것 같습니다.
항해사: ……이상해……. 내가 방향을 잘못 읽고 있는 건가……? 이런 일, 있을 수가 없는데…….
레녹스: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항해사: 아……. 아뇨……. 먼저 선장을 맡기겠습니다.
레녹스: …….
파우스트: 레녹스.
레녹스: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그쪽은? 부상인가. 병이라도 걸린 건가?
레녹스: 슈토룸 선장입니다. 열이 나는 것 같아서…….
파우스트: 불쌍하게도. 내가 마법으로 치료해주지.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슈토룸 선장: ……윽, 하 …….
파우스트: ……통하지 않아. 아까도 발열한 사람을 보고 마법으로 치료했어. 그쪽은 문제없이 됐는데.
레녹스: 그런가요.
파우스트: 내 마법으로는 고칠 수 없는 걸지도 몰라. 피가로 님에게 여쭤보자.
레녹스: 아…… 네. 알겠습니다.
레녹스: (피가로 님이라니……. 뜬금없는 상황에 경칭을 쓰실 정도로, 내심 존경하고 계시구나.)
파우스트: 그 분은 내가 마법으로 옮기지.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레녹스: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이 정도로 감사 인사를 들을 만한 건 아니야. 그런데 알렉을 보지 못했어?
레녹스: ……. ……누구, 요?
파우스트: 알렉 말이야. 뭔가 기묘한 마법에 걸린 건지 방금까지의 기억이 없어서. 여기는 어디야? 알렉이나 피가로 님은 어디에 있지?
레녹스: 파…….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그리고……. 두쪽 다리가 아파. 방금 보니 오래된 화상이 있던데.
레녹스: …….
파우스트: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는 알고 있나?
그림 속의 화이트: 고맙네, 아서.
그림 속의 스노우: 그대가 아서인가.
그림 속의 화이트: 선원을 조종해서 우리가 들어간 그림을 옮기게 했더니 도중에 떨어뜨려 버려서.
그림 속의 스노우: 우리의 숨이 흐트러진 건 처음이네.
아서: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스노우 님, 화이트 님.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그것보다 큰일일세!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가 유령이 되어 버렸어!
그림 속의 화이트: 스노우가 내가 죽었다는 걸 잊어버렸네!
아서: ……무슨…….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가 죽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그림 속의 화이트: ……그……. 그렇지도 않은데…….
그림 속의 스노우: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화이트!? 그대의 사랑스러운 육체는 어디에 있지!? 도대체 왜…….
아서: ……진정하세요, 스노우 님. 지금은 어째서 스노우 님의 기억이 없어져 버렸는지, 먼저 확인하고 싶…….
그림 속의 화이트: ……알고 싶나? 내가 왜 죽게 됐는지?
아서: 화이트 님…….
그림 속의 스노우: 알고 싶어……! 알려다오!
그림 속의 화이트: 나는 살해당했네.
그림 속의 스노우: 무슨……! 도대체 누구에게……!? 누가 사랑스러운 그대에게 그런 비참한 짓을……. 오즈인가? 미스라인가? 여기 있는 이 아이인가!? 누구든 용서할 수 없네……!
그림 속의 화이트: …….
그림 속의 스노우: ……윽. 무무무……! 이 그림과 액자는 뭔가!? 이 저주는 뭐지!? 내가 자유의 몸이었다면 지금 당장 그대를 죽인 자를 도살해 버릴 텐데……!
그림 속의 화이트: …….
아서: 화이트 님…….
그림 속의 화이트: ……안되겠네……. 말해줄 생각이었는데. 말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버렸어…….
그림 속의 스노우: 무슨 말을 하는 겐가!?
그림 속의 화이트: 우리는…… 어리석고, 불쌍하고, 사랑스럽군.
그림 속의 스노우: …….
아서: ……스노우 님. 저는 중앙 나라의 왕자, 아서.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에게 신세를 진 자입니다. 이 배에는 뭔가 기묘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함께 확인해 주시지 않겠나요?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는? 그걸로 괜찮나?
그림 속의 화이트: 일단 괴이의 정체를 밝혀내도록 하지. 옛날 이야기는 그때부터일세.
그림 속의 스노우: ……옛날?
그림 속의 화이트: 나는 유령이 된지 벌써 수백 년이 지났으니까.
10화
오웬: ……뭐야, 이 소리……. 시끄러워……. ……그것보다 여기…….
오웬: 응……?

오웬: ……저 흑표범…….
오웬: 아하하. 히스클리프 도련님이 소란을 피우고 있구나.
시노: 기다려……!
오웬: 후후. 시노가 필사적을 쫓고 있네. 또 나에게 부탁하러 올까? 도와줄까? 어떡할까? 착한 아이로 있지 않으면 버리…….
시노: 도망치지 말라고, 검은 짐승 녀석! 겁쟁이가 아니라면 덤벼. 흥. 죽이면 마님과 나으리를 위한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네.
오웬: ……잠…….
시노: 이리 와! '맛차 스디파…….'
오웬: 잠깐만.
시노: 우왓……. 뭐야, 너. 방해다. 비켜.
오웬: 너, 저걸 죽이려고? 저 검은 짐승을?
시노: 보고도 몰라?
오웬: 아……. ……에?
시노: 됐으니까 비켜.
오웬: 에? 모르는 거야? 저 검은 짐승은…….
시노: 온다. 물러서.
오웬: 하!?
시노: 쳇……. 도망쳤잖아. 기다려! 마님의 코트로 만들어주지!
오웬: 어이! 잠깐 기다려!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 어딨어?
라스티카: …….
클로에: 있다! 찾았다!
라스티카: 나를 찾고 있었다니. 혹시 너는 나의 신부?
클로에: 그거 벌써 두 번째야! 저기,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왠지 배의 상태가 이상해.
라스티카: 확실히 배의 상태가 이상하네. 나도 상태가 이상할지도 모르겠어. 너의 상태는 어때?
클로에: 저기, 무르 같은 소리 하지 마.
라스티카: 내가 무르? 네가 무르?
클로에: 나는 클로에고, 라스티카는 라스티카잖아? 어떻게 된 거야?
라스티카: 걱정시켜서 미안해, 클로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차 시간으로 하고 느긋하게 지낼까?
클로에: 그렇게 하고 싶지만 열이 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 루틸들이 힘들어 보여.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스티카: 클로에는 착한 아이네. 병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선내를 둘러볼 수는 있어. 그렇게 하면서 이변을 알아차리거나 어딘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클로에: 확실히 ……. 역시 라스티카야!
라스티카: 고마워, 클로에.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이럴 때는 괜찮아요라고 말을 걸어주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평온해지기도 하니까.
클로에: 그렇네.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모두의 모습을 보러 가자. 갈까, 라스티카!
라스티카: 그래, 클로에.
미스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요……. 시체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은…….
미스라: 아…….
오즈: …….
미스라: 자고 있네. 이럴 때 편안하기도 하지. 오즈, 일어나세요. 오즈…….
오즈: ……으음……. 미스라 …….
미스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위험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배가 울렁거리는 것 같은 …….
오즈: '복스노 …….'
미스라: …….
오즈: 쿨…….
미스라: ……또 잠들었다……. 오즈, 일어나세요. 오즈…….
오즈: ……으음……. …….
미스라: 뭔가 이상하죠? 위험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울렁…….
오즈: '복스노…….'
미스라: …….
오즈: 쿨…….
미스라: ……. ……뭐야? 이 사람……. 저기, 잠깐. 일어나세요. 일어나면 주문 외우지 말고요.
오즈: ……으음…….
미스라: 아, 일어났다. 주문은 외우지 마세요. 참으세요. 할 수 있죠.
오즈: …….
미스라: 좋아요. 그대로 주문을 외우는 건 참아주세요. 말하고 싶은 게……. ……어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오즈: 미스라…….
미스라: 네.
오즈: …….
미스라: …….
오즈: '복스노…….'
미스라: 어이.
오즈: 쿨…….
미스라: ……거짓말이지 ……. 뭐야, 이 사람……. 주문을 외우는 걸 참을 수도 없는 건가. …….
오즈: 쿨…….
미스라: 깨기 전에 입을 막아야겠다.

피가로: '폿시데오'
환자: ……윽, 우으…….
피가로: ……. ……어라? '폿시데오'
환자: ……윽. 하아 …….
피가로: (마법이 통하지 않아? 설마, 내 마력이 약해진 건가?)
피가로: ……'폿시데오'
환자: 히익……!
피가로: 아, 미안해. 놀라게 해서. 파편도 바로 치울 테니까……. '폿시데오'
피가로: (마법은 쓸 수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갑자기 치료가 통하지 않게 되었어…….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
루틸: 피가로 선생님. 잠깐 괜찮으실까요?
피가로: 무슨 일이야?
루틸: 이쪽 환자를 봐주세요. ……윽…….
피가로: 괜찮니, 루틸.
루틸: 괜찮아요. 조금 어지러울 뿐…….
피가로: 무리하지 마. 몸이 안 좋으면 쉬고…….
환자: ……윽. 누가 좀, 물을…….
루틸: 네에! 금방 갈 테니 기다려 주세요.
루틸: ……조금만 더 힘내볼게요. 선생님, 벽에서 세 번째 환자의 오른쪽 발등을 봐주세요. 다른 환자에게도 비슷한 붉은 무늬가 있어요.
피가로: 붉은 무늬……?
세 번째 환자: 하아……. 하아…….
피가로: 컨디션은 어때? 미안해. 발밑을 조금 실례할게.
피가로: ……방사형의 붉은 무늬……. 표면의 피부가 나무 껍질처럼 단단해졌어……. ……균. 곰팡이인가……?
피가로: (……이쪽 환자……. 이쪽 환자에게도 있어…….)
피가로: ……'폿시데오'
피가로: (……안 돼. 치료할 수 없어. 아까까지는 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레녹스. 마침 잘 됐다. 루틸을 쉬게 하고 그를 대신해서 도와줘. 붉은 무늬를 만지지 않게 조심하고. 그리고 무르를 못 봤어? 무르와 연락이 닿았다면 빨리…….
파우스트: 피가로 님. 바쁘신 와중 실례합니다. 이 사람의 치료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름은 슈트룸. 이 배의 선장입니다. 발열에 의해 의식이 몽롱한 상태예요. 그 밖에도 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피가로: ……왜 그래?
파우스트: 왜 그래, 라뇨. 이 사람의 상태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걸까요?
피가로: 아니. 너 말이야. 어쩐지, 뭔가……. 반짝거리지 않아? 평소보다……. 아니! 항상 음침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동요하는 마음도 압니다.
파우스트: 레녹스!
레녹스: 네, 네.
파우스트: ……입을 삼가. 위대한 마법사 피가로 님께 불경이다.
레녹스: 죄송합니다.
파우스트: 피가로 님, 부디 자비를. 레녹스는 제 심복의 부하입니다. 벌을 주신다면 부디 저에게…….
피가로: 아니아니, 벌을 주다니…….
파우스트: …….
피가로: ……벌을 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 레녹스, 이쪽으로.
레녹스: 네…….
피가로: ……어떻게 된 거야. 파우스트는?
레녹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억이 혼탁한 것 같습니다.
피가로: ……기억……?
레녹스: 파우스트 님 뿐만이 아닙니다. 슈토룸 선장도…….
피가로: ……!
파우스트: 너, 괜찮아!?
루틸: ……여기는……. 저는…… 누구인가요……?
피가로: ……! 루틸의 오른쪽 손등에 붉은 방사형 무늬가……. 파우스트. 그의 오른손을 만지지 마.
파우스트: 알겠습니다.
슈토룸 선장: ……윽…….
레녹스: 슈토룸 선장.
슈토룸 선장: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멋대로 일지를 읽어서…….
레녹스: 심한 열이다……. 피가로 선생님의 마법으로 치료할 수는 없나요?
피가로: ……마법이 통하지 않아. 조금 전까지는 치료할 수 있었는데. 마법 자체는 쓸 수 있지만…….
레녹스: 그런…….
피가로: 그것 뿐만이 아니야. 이 배는 아무래도 이상해. 그때와 같은 느낌이 들어.
레녹스: 그때……?
피가로: 그랑벨 성이 유령의 성과 융합했을 때 말이야. 이 배는 시공의 왜곡에 휘말려 있는 걸지도 몰라.
아서: ……이건…….
그림 속의 화이트: 무무무…….
그림 속의 스노우: 역시인가.
아서: 어디까지 날아가도 구름 사이가 맑아지고, 달이 보여도 대륙이 보이지 않아…….
그림 속의 화이트: 아무래도 시공의 왜곡에 휘말린 것 같군.
그림 속의 스노우: 방금 무서울 정도로 깊은 원한과 은근히 다가오는 죽음의 기척을 느꼈네. 떠오르지 않는 죽은 자들이 일으킨 참극일지도 몰라.
아서: 미스라를 찾아보죠. 미스라는 시공의 왜곡을 넘어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오즈 님은 밤에 마법을 사용할 수 없지만, 미스라라면 모두가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의 문을 열어줄 거예요.
그림 속의 스노우: 오즈가? 무슨 소리인가.
그림 속의 화이트: 나중에 말하겠네. 우선 돌아가서 미스라를 찾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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