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도 나는 왠지 불안한 기분이었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혼자가 되면 브래들리의 옷에 묻은 작은 얼룩이 떠오른다. 무릎에 한쪽 다리를 얹은 사쿠 쨩을 안고 작은 등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내일도 돌아가기 전까지는 계속 자유시간이지. 브래들리는 또 혼자 어디론가 가버리는 걸까.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무엇을 위해……?)
조금이라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브래들리의 힘이 되고 싶다.
(……하지만…….)
브래들리: 현자, 다시 한 번 말하지. 무언가를 혼자 안고 있는 녀석을 취급하는 방법은 상대에 따라 달라.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들고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다고,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녀석의 '긍지' 를 보여주고 있다면 내버려둬.
브래들리: 상대방이 옆에서 멋대로 '무겁지?' 라고 손을 내미는 것은 세련되지 못해. 그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무력함을 상대 자신에게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이지.
언젠가 브래들리에게 들은 말이 돌아다닌다. 이 거리에 온 이후 브래들리에게서는 어쩐지 다른 사람에게 발을 들여놓게 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를 느낀다. 내 마음대로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의 자존감을 상하게 해버린다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뒀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된다면? 그런 갈 곳 없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파우스트: 현자, 나다.
파우스트?
파우스트: 이런 시간에 미안해.
아뇨, 아직 잘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괜찮아요. 들어와 주세요.
파우스트: 아아, 실례하지.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파우스트: 아까 숙소를 나가는 브래들리와 마주쳤어.
에…….
파우스트: 이번에는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을 거냐고 했더니, 별거 없는 용무라면서 금방 돌아온다고 했기 때문에 말리지는 않았지만……. 일단 현자인 너에게 보고해 두려고. ……그리고 저녁 식사 때, 너는 브래들리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
절제된 말투에는 그 사람다운 세세한 배려가 배어있었다.
……고마워요, 파우스트. 실은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라……. 파우스트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브래들리는 낮에 무엇을 하러 갔을까요.
파우스트: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 따위는, 나로서는 알 수 없어.
그렇게 말하고 나서 파우스트는 안경 안쪽에서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파우스트: ……너는 알고 싶어하는 것 같군.
마음을 맞대고 나는 좌우 손가락을 꼬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네. 브래들리가 강한 북쪽의 마법사라도 유혈이 일어날 만한 위험한 장소에 혼자 가고 있는 건 역시 걱정되어서……. 하지만 브래들리가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무리하게 물어보고 싶지도 않고…….
파우스트: …….
왔다 갔다 망설이는 내 이야기를 파우스트는 신묘하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모자를 만지며 어두운 방의 커튼을 열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파우스트: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너라면 괜찮겠지.
에……?
파우스트: 너는 현자이고, 브래들리는 너의 마법사다. 네가 그를 알고 싶어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숨이 멎은 눈을 깜빡이며 등불을 바라보듯 보라색 눈동자가 말을 건다.
파우스트: 그날 밤, 나에게 조용히 술을 따라준 너라면……. 어떤 선택을 하든 그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는 일은 분명 하지 않겠지.
'그날 밤' 이라는 말에 눈꺼풀 뒤쪽에 조용한 밤과 모닥불 소리가 되살아난다. 파우스트가 언급한 곳은 예전에 '이야기의 마을' 에 방문했을 때의 일. 그곳은 먼 옛날, 파우스트가 예전의 친우와 함께 구한 장소이자 복잡한 마음을 남긴 곳이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말을 전하는 대신 모닥불 앞에서 술을 한 잔 따랐다.
( ……맞아. 그것도 브래들리가 조언해 준 것이었어.)
브래들리: 네 녀석은 싫은 거잖아. 눈앞에서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녀석을 내버려두는 자신을.
……네……. 뭐랄까. 저, 다시 한 번 불필요한 짓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멋대로, 였죠…….
브래들리: 그렇네. 하지만 그것이 본심이라면, 당당하게 입으로 내뱉어. 상대에게는 상대의 사정이 있고 너에게는 너의 사정이 있어. 그 떨어진 부분을 어떻게 붙이는가……. 뭐, 제일 빠른 방법으로 술을 따라주는 것도 좋지.
에? 수, 술? 술을 따르라는 건가요……?
브래들리: 맞아.
으음, 죄송해요.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그건 대체…….
브래들리: 유감이네. 공짜로 가르쳐주는 건 여기까지다.
에에, 그런……!
브래들리: 다음은 네 녀석의 머리로 생각해봐. 그걸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잖아?
브래들리는 '혼자 안고 싶은' 상대방의 마음과, '도와주고 싶다' 는 내 마음이 놓친 부분을 가르쳐 주었다. 파우스트는 그 방법이, 내 마음이, 그 자신에게 있어서는 실수가 아니었다고 가르쳐줬다. 그때 브래들리가 줬던 말과 지금 파우스트가 건네준 말을 가슴속으로 움켜쥐었다. 양쪽에서 등을 눌리는 듯한 용기를 얻어 나는 마음을 정했다.
……파우스트. 저, 내일 아침 브래들리를 찾아가 볼게요.
내 말을 들은 파우스트는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우스트: ……그래.
다음 날 아침, 나는 바다에 전망이 좋은 카페의 테이블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제는 테라스까지 만석이었던 인기 가게도 거리가 막 깨어난 시간에는 손님의 모습도 드물다. 통풍이 잘 되는 가게 앞에서는 예쁜 금빛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가 쉬고 있다.
브래들리: 설마 네 녀석들에게 아침 일찍부터 방 앞에서 매복당할 줄은.
가게의 명물인 신선한 주스를 빨대로 휘젓으면서 브래들리는 맞은 편에 앉은 나와 파우스트를 빤히 보았다.
파우스트: 나에게는 현자에게 너의 일을 알린 책임이 있으니까. 게다가 길고양이처럼 제멋대로 움직이는 상대를 잡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
죄송해요. 제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브래들리와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브래들리: ……이야기?
네.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한 번 숨을 내쉬었다.
……어제, 브래들리는 혼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브래들리: …….
항상 매끄럽게 돌아가는 입이 무겁게 닫힌다. 브래들리는 입을 다물다가 주스를 단번에 마셨다. 그 반응은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의 사정은 그 자신이 닫은 무거운 문 뒤에 숨겨져 있다. 그것을 알고 난 후, 나는 내 형편에 따라 한 발짝 내디뎠다.
7화
……당신은 북쪽의 마법사로서, 도적단의 보스로서, 자랑스러운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당신 안에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은 저도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신선한 주스가 듬뿍 들어가 있는 가느다란 유리병을 손에 들었다. 그것을 천천히 기울이고, 비워진 브래들리의 잔에 따른다. 유리잔 안에서 얼음이 부딪히는 시원한 소리가 아침의 고요함에 울렸다. 마치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만약, 당신의 현자의 마법사로서. 현자인 저에게 말해도 되겠구나, 상담해도 되겠다고 생각해 주는 일이 있다면…… 저는 당신의 힘이 되고 싶어요.
나는 브래들리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 잔, 술이라도 따라주면 돼'. 그날 망설이던 나에게 가르쳐 주었던 그 사람다운 방식이다. 분명 그라면 기억하고 있을 거야. 분명, 그라면 말하지 않아도 전해졌을 것이다.
브래들리: …….
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브래들리는 그저 묵묵히 듣고 있었다. 이윽고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한 번 숨을 내쉰다. 잠시 간격을 두고 천천히 눈을 뜨자, 꼬고 있던 손가락을 풀고 유리잔으로 손을 뻗었다. 그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브래들리: ……정말이지. 이 내가 이런 달달한 걸 마실 줄이야. 이런 때에는 보통 술이잖아.
이런 시간이고, 술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해서…….
파우스트: 술이라면 어젯밤 충분히 마셨잖아.
브래들리: 딱딱한 녀석들. ……뭐, 너답나.
브래들리는 훌쩍 웃으면서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내던지고 있던 긴 다리를 꼬자 신호처럼 테이블에 한쪽 팔꿈치를 댄다.
브래들리: 말하기 시작하면 길어질거다. 끝까지 어울리라고?
……! 네, 물론이에요!
파우스트: ……이제 괜찮은 것 같군. 나는 어디까지나 수행원이다. 여기서 실례하지. 내가 있으면 말하기 어려운 일도 있을 테니까.
파우스트는 2인분의 돈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브래들리: 별로 있어도 상관없어. 너도 들을 권리가 있는 이야기니까.
파우스트: ……? 무슨 뜻이지?
브래들리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자 잔 옆에 놓았다.
아키라 / 파우스트: ……이건…….
바로, 나와 파우스트가 벼룩시장에서 산 목걸이였다.
브래들리: 이 녀석은 내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것 같지만, 조금 달라. 실제 주인은 디란. 나의 옛 부하다.
에……?
파우스트: …….
브래들리: 원래는 어머니의 유품이었다고 하는데……. 피부에서 떼지 않고 달고 있는 동안 마도구가 됐다고 하더군.
나는 나도 모르게 목걸이를 보았다. 어머니의 유품이자 자신의 마도구…….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물건이 팔리고 있었다는 건…….)
브래들리: 디란은 내가 잡힌 그날까지 확실히 살아있었어. 잡힌 후……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이 되어버렸겠지.
아키라 / 파우스트: …….
우리는 살짝 엎드려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에 놓여진 목걸이는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그 수수한 반짝임이 갑자기 쓸쓸해 보였다. 끝에 장식된 금색 날개는 이제 주인에게 돌아갈 일은 없다.
브래들리: 그런 표정 짓지 마. 너희들에게는 감사하고 있으니까. 네가 이 목걸이를 다시 산 덕분에, 돌을 먹어주지 못해도 그 녀석을 애도할 수 있었으니까.
……애도를?
브래들리: 디란의 어머니는 서쪽 나라의 어느 섬에서 태어났어. 아쿠아마린 같은 바다와 흰 벽의 집. 붉은색이나 노란색의 선명한 꽃을 볼 수 있다고 했지. 그 녀석이 죽을 뻔했을 때,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어머니의 고향인 섬에 자신이 있는 꿈을 꿨다고 나에게 말했었다. 돌을 먹어주지 못한 대신, 적어도 목걸이를 그 섬에 돌려주고 싶었는데…… 좀처럼 잘 되지 않네.
브래들리는 숨을 내쉬고 작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면 어제 어디론가 간 것은, 그 섬을 찾으러……?
브래들리: 어. 바다 위를 날고, 눈에 보이는 섬은 전부 둘러봤지만……. 무인도 뿐이고, 그 녀석이 말한 그런 섬은 찾지 못했어. 오히려 바보 같은 마법 생물이 살고 있는 섬도 있었고.
어젯밤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옷에 묻어 있던 그 혈흔은 그 마법 생물과 싸웠을 때의 것이었나?
브래들리: 아아. 해파리처럼 독침이 꽤나 거슬리는 녀석이었다. 뭐, 내 적수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해파리…….
어제 노점 주인이 알려준 이야기가 머릿속에 저절로 떠올랐다. '수백 년 전, 이 근처에 해파리 같은 괴물이 정착해 몇 개의 섬을 멸망시켰다고 한다'.
(혹시…….)
파우스트: 현자?
마침 어제 노점에서 해파리 괴물의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수백 년 전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나는 두 사람에게 이 거리에 전해지는 전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파우스트: 수백 년 전 인근의 섬들을 멸망시킨…….
브래들리: 틀림없네. 어제 나와 맞붙은 마법 생물이겠지. 옛날에 이 근처에서 날뛰던 해파리 괴물 같은 게 재액의 영향으로 되살아났다는 건가. 아쿠아마린 같은 바다와 흰 벽의 집. 붉은색과 노란색의 선명한 꽃의 섬……. ……당연히 찾을 수 없었던 거였어.
브래들리는 씁쓸하게 눈을 찡그리며 바다로 눈을 돌렸다. 만약 어제 브래들리가 그 섬을 봤다고 해도, 찾고 있는 섬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브래들리: 어제 갔던 곳을 한 번 더 둘러볼까. 처음부터 다시 찾는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동행하게 해주세요.
파우스트: 같이 탄 배다. 나도 손을 내밀지. 인력은 많은 게 좋을 테니까.
브래들리는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고 짧게 웃었다.
브래들리: 너희들은 정말로 사람이 좋다니까.
카페를 뒤로 하고 섬을 찾으러 출발하려고 이동하자, 해변에 낯익은 몸집이 작은 모습이 있었다.
어라, 스노우? 화이트를 배웅하는 건가요?
스노우: 그건 진작에 끝났네. 나는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었지.
에?
스노우: 이야기는 들었네. '아쿠아마린의 바다와 흰 벽의 집, 붉은색이나 노란색의 선명한 꽃의 섬' 을 찾으러 가는 게지?
……어째서 그걸…….
스노우는 놀란 나를 올려다보며 금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스노우: 아까 가게 앞에 고귀하고 사랑스러운 검은 고양이가 있지 않았나?
아……. 그 고양이, 스노우였나요……!?
브래들리: 희미하게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다. 뭐, 네 녀석이 들어서 곤란한 이야기도 없으니까 내버려 뒀지만 말이야.
스노우: 나는 그대의 감시역이니까 말일세. 바캉스라고는 해도, 놓치지 않도록 몰래 감시하고 있었지.
8화
스노우: ……하지만, 사정은 잘 알았다. 내가 그 사건의 섬까지 안내해주지.
브래들리: 네 녀석이……?
스노우: 나도 같이 탄 배라는 녀석일세.
그렇게 말하자 스노우는 몸 전체를 바다 쪽으로 향하게 하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파우스트: ……점인가.
손을 든 상태에서 스노우가 눈을 감으면 거기에 응하듯 파도가 몇 번이나 밀려온다. 마지막으로 유난히 큰 바다가 밀려와 스노우의 발밑을 적셨다고 생각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스노우: 브래들리여. 그대가 찾는 곳은 내 손가락 끝……. 북서쪽에서 찾을 수 있네.
브래들리: ……흥. 네 녀석의 운세는 틀리지 않는다는 건가.
북서쪽의 바다를 향해 브래들리는 한 손으로 빗자루를 꺼내 씩씩하게 걸터앉는다. 나를 보면서 턱을 까딱거린 것은 타라는 그의 사인이다.
브래들리: 어울려 주는 거잖아.
……네!
스노우: 준비는 됐나? 그러면 출발일세.
스노우의 선도로 우리는 북서쪽을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
네로: (……지금 날아간 건 브래드인가? 게다가 현자 씨들도…….)
네로: …….
히스클리프: 이 거리에는 노점이 많네. 여기저기서 좋은 냄새가 나.
리케: 아이스크림 가게와 크레페 가게도 있어요. 전부 맛있을 것 같아……!
샤일록: 차분한 레스토랑도 좋지만 좋아하는 것을 사서 해변에서 먹는 것도 리조트답게 즐기는 방법이죠.
리케: ……아.
히스클리프: 리케, 무슨 일이야?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샤일록: 이 노점상은……. 치킨 월계구이를 팔고 있군요.
리케: 브래들리가 좋아할 것 같아서. 어제 고기가 부족하다며 불만이 있는 것 같았잖아요? 그러니까 가르쳐주면 분명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샤일록: ……그는 오늘도 어디론가 나가버린 것 같네요.
리케: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멋대로 나가버리는 걸까요. 무슨 사정이 있다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에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히스클리프: 확실히……. 혼자 가거나 결정하기 전에 상담해 주면…… 이라고 생각하게 되네. 몰래 위험한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되고…….
리케: 현자의 마법사로서 단독 행동이 지나친 것은 좋지 않아요.
히스클리프: 아, 그쪽이었구나…….
리케: 물론 몸을 걱정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세계에 익숙하고 강한 마법사니까요. 그것보다 집합 시간에 늦을 만한 장소에 가는 거라면 저희에게 행선지 정도는 알려줘야죠. 이렇게 모처럼 브래들리가 좋아할 것 같은 것을 발견해도 바로 가르쳐줄 수가 없으니까…….
히스클리프: 리케……. 브래들리가 돌아오면 가르쳐주자. 분명 기뻐할 거야.
샤일록: 네. 그게 좋겠네요. 아마도 브래들리에게는 저희에게 깊이 말할 수도, 의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케: ……이유?
샤일록: 체면인지, 자존심인지……. 북쪽의 마법사이자 조직의 수장인 그에게는 혼자서 짊고 싶은 짐이 있겠죠. 그것이 어떤 짐이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마친 그에게 한 잔을 붓는 것 뿐입니다.
히스클리프: 혼자서 안고 싶은 짐인가……. 조금 알 것 같은 생각이 드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도,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리케: 하지만 짐이 무거우면 혼자 짊어지는 건 힘들겠죠. 그 짐을, 다 같이 나눌 수는 없나요?
샤일록: 바의 가게 주인은 할 수 없습니다. 오랜 친구라도, 오히려 고집이나 정이 방해가 되겠죠. 하지만 얽매임도 실수도 없는, 바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있던 우연한 만남의 상대라면……. '오늘 밤만' 이라고 말하며, 어깨를 빌리는 기분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네로: 미안하네, 따르게 해서. 그러면 나도 따라줄게.
레녹스: ……이런. 아아, 이 정도면 충분해.

레녹스: 좋은 향기의 술이네. 우선 건배하자.
네로: 아아, 건배.
레녹스: 건배.
네로: ……하아, 맛있네. 낮부터 마시는 것만으로도 뭔가 사치스러워. 일이 끝나고 마시는 한 잔과는 또 다른 맛이라고나 할까.
레녹스: 그렇네. 게다가 밖에서 마시는 것도 특별하지. 햇빛 아래라면 소금맛이 나는 안주도 더욱 맛있어.
네로: 갓 잡은 조개는 구운 것만으로도 괜찮지. 허브를 사용해도 맛있을 것 같아. 다음에 낮에 마실 때 해볼까. 꿀꺽…….
레녹스: ……꿀꺽.
네로 / 레녹스: …….
레녹스: ……그나저나 네로, 네가 나를 초대하다니 드문 일이네. 뭔가 할 말이 있는 건가.
네로: ……하하. 양치기 군에게는 꿰뚫어지나. 이야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만약, 너를 오른팔로 삼던 녀석이 자신 이외의 상대에게 의지하는 것을 발견하면 어떡할 거야?
레녹스: ……. ……조금 놀랐네. 그런 질문을 받을 줄은. 혹시, 너에게도 그런 상대가 있었나?
네로: 아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뭐랄까……. ……봐, 오늘 아침부터 선생이 현자 씨들과 함께 어디론가 외출하는 것 같았으니까…….
레녹스: ……아아, 그래서인가. 파우스트 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과 행동하는 걸 신경써준 거구나.
네로: 아…… 뭐……. 대체로…… 그, 그런 느낌…….
레녹스: 그렇네 ……. 확실히, 외로움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돼.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게 옳을 때도 있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어. 파우스트 님에게 있어서 나는, 아무래도 과거의 기억이나 후회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니까. 그런 상대에게는 오히려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나 짊게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껬지.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
네로: …….
레녹스: ……라고 해도, 나도 완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는 않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괴로울 때도 있어. ……그래도,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존재이기에 의지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순간도 있을 거야. 나는, 그때를 조용히 기다릴 뿐이고.
네로: ……. ……그런 순간, 지금의 나에게 오는 걸까.
레녹스: ……? 뭐라고 했어?
네로: 아무것도 아니야. 내 이야기. ……하지만, 양치기 군은 어른이구나. 그렇기 때문에 그도……. 모두도, 너를 의지하고 싶은 거겠지.
레녹스: 네로…….
네로: …….
레녹스: ……. ……네로. 한 잔 더 마실래?
네로: 에?
레녹스: 잔이 비어있어. 그리고…… 취하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네로: ……하하, 그렇네. 그러면 부탁할게.
스노우의 안내에 이끌린 채 끝없이 펼쳐지는 아쿠아마린의 바다 위를 계속 날아간다. 뒤에 보인 파도 소리의 거리가 상당히 작아졌을 무렵, 우리는 하나의 작은 섬에 도착했다.

내려와보니 그곳은 야성미가 넘치는 섬이었다. 나무들이 무성하며 식물들이 섬 전체를 무성하게 덮고 있다. 이야기로 들었던 흰 벽의 건물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이곳이……?)
사쿠 쨩을 안고 섬을 둘러보고 있는데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친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눈앞의 작은 산이 작게 몸을 떨었다. 큰 손으로 털어낸 것처럼 경치를 형성하고 있던 자갈이나 식물이 소리를 내며 벗겨져 떨어진다. 그 아래에서 마치 유적을 파헤친 것처럼…… 낡은 거리의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9화
아…….
무너져 내린 벽, 덩그러이 남은 기둥. 텅 빈 거처는 파괴되어 덩굴로 뒤덮여져 있다. 예전에는 이 건물들도 파도 소리의 거리처럼 하얀 벽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바닷바람에 휩싸인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흙에 가라앉고, 녹색에 삼켜진 그림자가 되었다. 하지만 먼 옛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던 기색이 잠든 것처럼 조용히 숨쉬고 있었다.
브래들리: ……이곳이 그 해파리 녀석에게 멸망한 섬……. 디란의 어머니의 고향인가.
스노우: 내 점이 도출한 결과일세. 틀림없겠지.
브래들리: …….
디란 씨가 꿈꿨던 섬을, 브래들리는 마침내 찾았다. 하지만 그 장소는 과거의 모습만 남기고 변해버렸다. 브래들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에게 등을 돌린 채 묵묵히 섬을 둘러보았다.
(……브래들리…….)
그의 뒷모습은 매우 조용하고, 그리고 멀게 느껴졌다. 투명하게 잘린,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아득한 저편에 홀로 서있는 것처럼. 저 등이 짊어지고 있는 짐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지. 얼마나 많은 생각이 담겨있는지. 바로 옆에 있어도, 나는 분명 절반도 모를 것이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지금 브래들리에게 내줄 수 있는 말을, 아마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내가 아는 것은 지금의 브래들리다. 과거를 포함해 지금의 그가 있다고 해도, 그 시대를 함께 살면서 직접 나눈 것과는 다르다. 도적단에 대해 모르는 나로서는 진정한 의미로 그 등에 기대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파우스트: …….
파도 소리만이 끊이지 않고 바다에서 울려 잠든 섬의 고요함을 뺏어간다.
스노우: ……자, 나의 일은 여기까지일세.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그대들끼리 마음껏 애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게나.
에……?
브래들리: …….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도 모르게 돌아선다. 스노우는 작게 웃더니 나에게만 들리도록 살짝 목소리를 낮췄다.
스노우: ……디란이라는 녀석은 내가 돌로 만든 녀석 중 한 명일지도 모르니까 말일세. 브래들리도 대충 알고 있겠지.
…….
스노우: 나는 화이트가 무덤에 들어갔다고 해도 절대로 무르를 가까이 있게 하지 않을 걸세. 그래서, 여기는 녀석을 신경써줄까 하고.
……스노우…….
나에게 있어서 스노우도 브래들리도 정말 좋아하고 소중한 마법사다.
(하지만…….)
그들……. 현자의 마법사들 사이에는 얽힘이나 인연……. 분명 내가 모르는 과거들도 많이 있겠지. 어느 쪽의 편만 들고 싶지 않고, 어느 쪽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수백 년, 수천 년의 시간 앞에서는 그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희망으로 느껴진다.
스노우: …….
말을 망설이는 나에게 상냥하게 미소 지은 후, 스노우는 등을 돌리고 멀어져간다. 마치 말은 없어도 내 마음은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브래들리: ……흥.
가볍게 코를 킁킁거리며 브래들리는 품에서 목걸이를 꺼낸다. 말을 걸듯 그것을 손바닥에 쥔다.
브래들리: 미안하네. 모처럼의 애도에 불필요한 녀석의 얼굴을 보여줘서.
파우스트: ……섬에 돌려주겠다고 했는데. 그 목걸이를 어떻게 할 셈이지?
브래들리: 원래라면 그 녀석이 꿈에서 본 경치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 적어도 아쿠아마린의 바다의 밑바닥에 잠들게 해줘야겠어.
브래들리는 목걸이를 손에 들고 잔해 너머로 펼쳐진 아쿠아마린의 바다를 보았다. 어울리지 않게 천진난만한 바닷바람이 그의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수면을 바라보는 늠름한 옆모습에는 빈손으로 무덤 앞에 섰을 때와 같은, 희미한 빛이 묻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브래들리……. 분하겠지. 디란 씨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괴물과 싸우면서 섬을 찾아 그의 목걸이를 가져왔는데…….)
바람에 흔들려 나무들이 요란하다. 나는 뒤돌아 섬을 둘러보았다. 침묵의 시간을 거쳐 이끼 낀 잔해가 쓸쓸하게 서있다. 지금도 옛날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아쿠아마린 바다의 색일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섬이 멸망했을 때 잃어버렸다.
(먼 옛날……. 디란 씨가 꿈에서 본 경치가, 여기에 있었어. 어머니가 어린 그에게 반복해서 들려줄 정도로 아름답고 잊을 수 없는 장소였겠지.)
나는 감상에 젖으면서 그가 잠들고 싶다고 바랐던 예전의 섬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아쿠아마린의 바다와 흰 벽의 집. 붉은색과 노란색의 선명한 꽃들이 피는 섬……. 지금은 식물들에게 완전히 가려져 있지만…….)
거기서 문득 깨닫는다.
……저기, 죄송해요! 잠시 뭐 좀 찾아도 될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울창한 수풀 속으로 달려갔다. 쫓아오는 사쿠 쨩도 흉내내듯 화초에 코끝을 파묻는다.
브래들리: ……현자?
파우스트: 갑자기 왜 그래. 이런 곳에서 찾는 거라니…….
수상하다는 얼굴을 한 마법사들을 외면하고 나는 키가 큰 풀흘 헤집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
나는 일어서서 쫓아온 마법사들을 돌아보았다.
혹시, 디란 씨가 말했던 붉은색과 노란색의 꽃은…… 이게 아닐까요?

내가 가리킨 곳에 만발하고 있던 것은…… 히비스커스와 비슷한, 선명한 붉은색과 노란색의 꽃이었다.
파우스트: ……!
브래들리: ……이건…….
브래들리는 살짝 눈을 크게 뜨자 한 걸음 다가가 꽃을 바라본다.
살던 사람들이 없어져도, 흰 벽의 집은 썩어버려도……. 이렇게 식물이 번성하고 있다면 당시 피어있던 꽃도 섬 어딘가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예전과 같은 경치는 아니지만, 붉은색이나 노란색의 꽃이라면 디란 씨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시야가 어두워진다. 깨닫고 보니 나는 브래들리에게 안겨있었다.
브, 브래들리……!?
브래들리: ……. ……고마워.
귓가에 닿은 것은 놀림도 함축도 없는, 온도만 느껴지는 낮은 울림. 사라질 것만 같은 목소리로 한마디 말하자, 그는 나를 풀어주었다.
브래들리: 이 정도나 피어있으니 조금 받아가도록 하지.
브래들리는 섬에 양해를 구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붉은색과 노란색의 꽃을 한 송이씩 뜯어냈다. 그대로 파도가 치는 곳으로 돌아간다. 발목이 잠길 정도로 물가까지 가니 목걸이에 두 송이의 꽃을 붙이듯 쥐고 주문을 외운다. 누군가의 눈꺼풀을 쓰다듬는 것처럼, 몹시 경건한 목소리로.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브래들리의 손 안에서 목걸이와 꽃이, 반딧불이 같은 희미한 빛을 두른다. 잠시 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다가오는 파도에 맡기듯 손바닥을 기울여 살며시 바다로 미끄러뜨렸다. 발개를 본뜬 펜던트 탑이 파도에 흔들려, 마치 거꾸로 된 하늘로 날개를 펄럭이는 것처럼……. 붉은색과 노란색의 꽃잎과 함께, 목걸이는 소리도 없이 아쿠아마린의 바다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10화
브래들리: ……디란. 너무 늦어버렸네. 제대로 애도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햇빛을 되돌려 반짝거리며 파도가 다가온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하얀 모래사장을 깎고 바다로 되돌아간다. 아쿠아마린의 바다에 삼켜져 목걸이는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섬에서 돌아오자 마침 바닷가에 있던 리케와 히스클리프와 샤일록이 우리를 찾아 마중나와줬다.
리케: 브래들리! 드디어 돌아왔군요!
히스클리프: ……어라. 현자님도 함께 계셨나요? 파우스트 선생님과 스노우 님까지?
아하하…… 여러 일이 있어서요.
파우스트: 뭐, 어쩌다 보니.
스노우: 이른바 시시한 심부름일세.
브래들리: 이제 정리됐어. 안심하라고. 오늘은 유혈도 없으니까.
샤일록: 그거 다행이군요. 어디로 가셨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어서오세요.
미소를 지은 샤일록은 짙은 파란색의 술병을 안고 있었다.
브래들리: 헤에, 좋은 걸 가지고 있잖아.
샤일록: 거리의 술집에서 얻었거든요. 나중에 따라드리죠.
브래들리: 그거 좋네. 한 잔 하려고 생각하던 참이었으니까.
리케: 그러면 안주가 필요하죠. 아까 노점에서 브래들리가 좋아할 것 같은 치킨을 찾았어요!
히스클리프: 나중에 브래들리에게 가르쳐주자고 얘기했었거든. 다른 곳에서는 별로 볼 수 없는 월계구이라는 치킨인데…….
네로: 뭐야, 전원 모였나. 당신들, 언제 돌아왔어?
레녹스: 늦어질 것 같으면 찾을 생각이었지만, 필요 없었던 것 같군요. 모두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네로와 레녹스도 우리가 있는 해변으로 온다. 기분 탓인지 네로의 얼굴이 살짝 붉었다.
파우스트: ……너희들. 혹시 낮부터 마셨나?
레녹스: 네. 모처럼의 바캉스라서 조금 방심해 버렸는데, 네로가 조금 많이 마셔버려서.
네로: 딱히 이 정도는 괜찮다고.
펄럭이며 손바닥을 흔드는 네로와 브래들리의 시선이 마주친다.
브래들리: ……뭐야, 주정뱅이.
네로: …….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네로는 무뚝뚝한 걸음으로 브래들리에게 다가간다.
네로: 어이, 브래드…… 리.
브래들리: 술 냄새……. ……잠깐. 너, 뭐하는 거야!
네로: 아? 또 피인지 뭔지 확인해서 네가 또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닌지 확인하는 거잖아. 조용히 벗겨지라고.
브래들리: 네가 생각하는 그런 짓은 안 했어.
네로: 그럼 뭐하고 있었는데.
브래들리: ……그건……. …….
네로: …….
리케: ……둘 다, 왠지 평소보다 사이가 좋네요?
브래들리 / 네로: !
리케: 뭐랄까, 말은 거칠지만 어딘가 친밀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스노우: 호호호. 그대들,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건가? 동쪽의 축제 때는 엄청 쫄깃쫄깃한 분위기였는데.
네로: 그거야…… 그때부터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주방 친구가 되었고! 그렇지, 브래들리!
브래들리: 아아. 오늘은 이 녀석이 취해서 평소보다 거리가 가깝지만. ……어이, 동쪽의 요리사. 이제 슬슬 마시는 법을 배우는 건 어때.
네로: ……하? 너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아. 한밤중에 와서 안주를 만들게 하는 사이에 코나 고는 주제에.
브래들리: 딱딱한 말 하지 마. 너도 마시게 해줬잖아.
네로: 주방에서 끓인 와인 말이냐?
브래들리: 아…… 그랬었나? 뭐, 그런 때도 있었을지도 모르지.
네로와 말다툼을 하는 브래들리는 어깨를 으쓱거리거나 우므리고 있다. 마법관의 주방에 있는 것처럼 가벼운 분위기였다. 그 섬에서 본, 결코 만질 수 없는 고고한 등과는 같은데도 다르다. 지금은 더 마음이 편하고, 짊어지고 있던 짐을 하나 내린 것처럼 어깨의 힘이 빠진 것 같았다. 그 일에 나는 안도하고 숨을 내쉬었다.
히스클리프 / 리케: !
샤일록: 이런.
(마,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버렸어……! 확실히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죄송합……!
얼른 배를 누른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기 전에 브래들리가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브래들리: 아아, 배고파졌어.
네로: 큰 배의 소리네. 땅이 울린 줄 알았다고.
브래들리: 어쩔 수 없잖아. 아침도 안 먹었으니까.
스노우: 호호호. 확실히 뱃속이 소란을 피울 때군. 다행히 마법관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네. 바캉스의 마무리로 리케들이 찾은 노점에서 치킨이라도 사서 다 같이 건배하도록 하지.
좋네요, 찬성이에요. 저도 배가 고파졌어요……!
레녹스: 먹을 걸 다양하게 사죠. 이 시간부터 여는 가게도 있다고 합니다.
샤일록: 과일을 사용한 칵테일을 내놓는 노점도 있었습니다. 물론 무알코올 음료도.
파우스트: 너도 이제 술이 아니라 음료를 마시는 게 좋지 않나?
네로: 뭐야, 선생까지. 괜찮아. 아직 마실 수 있다고.
히스클리프: 아하하. 이렇게까지 취한 네로는 꽤 신선할지도.
브래들리: 좋아. 오즈 녀석이 데리러 오기 전까지 충분히 즐겨볼까. 중앙의 꼬마. 그 치킨 가게를 안내해줘.
리케: 네, 맡겨주세요! 이쪽이에요!
씩씩한 리케를 선두로 마법사들도 탄력 있는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들이 향하는 흰 벽의 거리에는 툭툭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황혼의 시간을 맞이하려고 하고 있었다. 사쿠 쨩을 다시 가슴에 안고 모두의 뒤를 쫓으려고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제지당한다.
브래들리: 현자.
돌아섰을 때는 이미 그의 손이 나를 향해 뻗어있었다. 귓가에 무언가 만져진 느낌이 들었다고 생각하면 바로 멀어진다.
에? 뭔가요……?
브래들리는 나를 들여다보듯 얼굴을 가까이 대자, 황혼을 떠올리게 하는 같은 적자색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브래들리: 오늘의 추억으로 간직해둬.
그렇게 말하고 한 발 앞서 걸어갔다.
(……뭐지? 뭔가를 꽂은 것 같은데…….)
나는 브래들리의 뒷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며 귓가의 무언가를 손에 들었다.
아…….
그것은 그 섬에 피어있던, 붉은색과 노란색의 꽃이었다.
바닷바람이 불고 그 곳에서 본 경치의 파편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덩굴에 가려져 낡은 흰 벽의 잔해. 시간이 지난 섬의 한 구석에서 지금도 피어있는 꽃들. 어디까지나 맑은 아쿠아마린의 바다와 그 바다에 안겨 가라앉아간 목걸이.
(그 섬에서 보낸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잠깐이었지만…….)
하얀 파도가 노래를 부르며 유품을 빼앗아 가는, 고요하지 않은 경치를 우리는 보았다. 브래들리가 짊어진 짐 중 하나가 소중하게 풀린 그 고독한 시간을 우리는 나누었다. 손 안에서 빛나는 듯한 붉은색과 노란색의 꽃은, 마치 그 증거처럼 보인다. 나는 살며시 소중하게 손가라으로 쓰다듬고 나서 그것을 머리에 다시 꽂았다. 그리고 눈앞의 등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기다려 주세요, 브래들리!
뛰쳐나오는 발소리를 따라가듯, 뒤에서 파도가 물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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