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슈즈의 영녀: 카인 님이라고 하니, 아서 전하에 대한 것도…….
부츠의 영녀: 기사 중의 기사는 바로 그분이셔. 예전에도…….
리본의 영녀: 카인 님은 너무 상냥하셔! 그거 알아? 내가 전에…….
루틸: 저 영녀분도, 저쪽의 영녀분도 카인 씨의 '약혼자' 같네요. 대단하네. 보이는 것만해도 열 명은 있어요. 모두들 재액의 영향을 받을 정도로 카인 씨를 좋아하시는군요.
네로: 뭐, 그 성격에 그 얼굴이라면. 사람을 돕고 지키는 꽃 같은 직업이기도 하고. ……재난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루틸: 재난?
네로: 뭐랄까……. 멋대로 애착을 받고, 멋대로 찬양 받고……. 게다가 그게 자신에게 있어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원인이라면, 무섭고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끼어들 수도,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누군가를 저런 식으로 바꿔서…….
루틸: …….
네로: 뭐…….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기사 씨보다는 저 아가씨들 쪽이려나. 나라면 무리인데 해내다니, 라든가. 이것저것 생각해버리고…….
루틸: 저기……. 아니……. 으음…….
루틸: ……저기…….
네로: 응?
루틸: 샌드위치 드실래요? 저기 왜건에 있는 거, 맛있을 것 같아요.
네로: ……에. 갑자기 왜?
루틸: 죄송해요.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서. 뭐랄까, 저도 어느 쪽인가 하면 행동보다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편이지만……. 네로 씨처럼 생각해본 적은 없어도,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은 저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렇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
루틸: 그러니까 틈을 두고, 같이 샌드위치를 먹지 않겠나요?
네로: 그거, 틈을 두는 건가? …….
네로: ……하지만 그렇네. 샌드위치, 먹을까. 그리고…… 기사 씨는 동쪽의 나보다도 남쪽의 당신 쪽과 더 마음이 비슷하니까. 지금의 기사 씨도 내 이야기에 응? 이라고 생각하는 기분이었으면 좋겠다고 빌어야겠어.
루틸: 네…….
네로: 아……. 곡이 바뀌었다. 어쩐지 홀이 전체적으로 시시덕거리네.
루틸: 연인들끼리의 시간인 걸까요? 파트너가 없는 사람들은 신좌 근처에 모여있네요.
네로: 그 '약혼자' 도 신좌 근처에 몇 명 있네. 샌드위치를 받고 가볼까.
카인: …….
고개를 숙인 나를 카인이 빤히 보고 있다. 그리고 싱그럽게 웃었다. 내 등에 돌린 팔을 농담처럼, 혹은 격려하듯이 가볍게 흔든다.
카인: 고마워, 현자님. 하지만 이것도 색남의 일이라는 거야. 나도 사랑은 둘째치고 영녀들의 마음은 조금 알 것 같아. 어렸을 때 본 기사에게 감동받고, 니콜라스 기사단장의 힘을 동경했어. 아서 전하의 총명함과, 목표로 하는 세계에 매료되어 충성을 바치고 있지. '약혼자' 의 마음의 근본도, 분명 같아.
손가락 끝이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칭찬의 입맞춤처럼, 키스 마크를 건드린다. 자랑스럽게 웃으며 카인이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카인: 그러니까, 그 마음에 갚아주는 것은 뒤로 한다고 해도. 모두의 마음은 그런 거야. 그리고 재액 때문에 그 마음이 왜곡되고 있다면 어떻게든 구하고 싶어. 그 다음에 마음을 받고 싶어. '카인 님' 으로서, 그런 일을 해주고 싶다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밤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정원에 켜지는 불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왕관을 뚫고 미동도 하지 않는 황금빛 별이 보였다. 하늘의 끝에서 밝게 타오르고 나를 비춘다. 반할 것 같은 황금빛 눈동자도 밤바람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빛나고 있다.
……. ……멋있어…….
진심으로 말했다. 그것 외에 그에게 어울리는 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카인은 기쁜 듯이 웃었다.
카인: 고마워. 더 반해줘.
왈츠의 연주가 끊겼다. 한 곡이 끝난 거겠지. 조금 틈을 두고, 아까보다 템포가 느린 로맨틱한 곡이 흘러나온다. 카인의 눈동자가 틈을 찾은 것처럼 빛났다.
카인: 이런. '입맞춤의 시간' 이 시작되었네.
입맟춤의 시간?
카인: 연인끼리 사이가 깊어지기 위한 시간이야. 얼굴이 닿을 정도로 밀착된 춤을 추거나, 껴안으면서 걷거나. 그동안은 모두 파트너에게 몰두해서 주변을 별로 볼 수 없게 돼. 입맞춤 시간을 즐기는 연인인 척을 하면, 홀에도 아까보다 녹아들기 쉬울 거야. 현자님, 부탁해도 될까?
네!
다른 연인들을 본받아 우리는 슬쩍 회장으로 돌아왔다.
(아……. 류라 공주의 신좌에 루틸들이 있네. 합류하는게 좋으려나?)
인파 너머를 보려고 목을 쭉 뻗고 있는데, 카인이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작게 웃는다.

카인: 이봐이봐, 현자님. 한 눈 팔지 마. 나를 봐줘.
……!
카인: 말했잖아? 지금은 입맞춤의 시간으로 연인들은 파트너에게만 집중하게 돼. 누군가에게 눈을 돌리다니 연인 앞에서는 무엇보다 중대한 매너 위반이지. 저 녀석들, 정말로 연인인가? 라는 의심을 사게 될 거야.
화……. 확실히…….
카인: 모두의 상태라면 내가 확인할게. 다행이라는 것도 아니지만, 이 눈이라면 인파도 편해보이고.
재액의 상처로 상대가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편리하게 말하며, 카인이 류라 공주의 신좌를 힐끗 보았다.
카인: ……두 사람은 기도하는 척을 하고 있네. 별주를 건네받고 마시려고 하고 있어.
별주……. '약혼자' 분들이 이상해진 것도 별주를 마시고서였죠.
카인: 이 목에 키스 마크가 떠올랐던 것도 말이야. 우리도 마셔봐도 좋을지도 몰라. 현자님, 가장 가까이서 별주를 나눠주고 있는 녀석을 계속 쳐다봐줘. 술이니까 받는 것은 내 몫만.
알겠어요.
음료 왜건 근처에 있는 메이드를 바라보자 그녀는 바로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오본을 손에 들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성의 메이드: 서로 사랑하는 두 분에게 류라 공주님의 가호가 있기를. 별주는 어떠신가요?
감사합니다. 한 잔 받을게요.
잔을 들고 카인에게 건네준다. 메이드가 한 번 고개를 숙이고 떠나자, 그는 색이 다른 눈동자를 조심스럽게 가늘게 떴다.
카인: ……술에서 이상한 느낌은 나지 않아. 마셔볼게.
……어떤가요? 뭐가 달라진 건?
카인: 아니……. 평범한 술이야.
그럼 다행…… 응?
도중에 말을 끊은 것은 인파의 틈새에서 루틸과 네로의 모습이 살짝 들어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어째서인지 귀를 손으로 누르고,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어떤 소리에 놀라서 발생원을 찾고 있는 것처럼.
카인. 루틸과 네로의 모습, 보이나요?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서…….
물어보면서 카인을 올려다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내 곁에 붙어 있던 것은 카인과는 닮지도 않은, 늠름한 녹색 머리의 청년이었다. 턱시도와 드레스 사이 같은, 꽤 고풍스러운 의상이 물에 가라앉은 것처럼 쓸쓸하게 흔들린다. 청년이 언제 내 옆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몸을 빼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누…… 누구신가요!?
???: 에?
다음 순간, 현실세계로 확 돌아온 것처럼 낯선 청년은 카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 박자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다.
(누군가가 카인과 바뀐 것이 아니야. 카인이 다른 사람을 보였어…….)
카인: 무슨 일이야? 괜찮아?
소리 질러서 죄송해요. 순간 카인이 모르는 남자로 보였어요. 녹색 머리로, 카인과 비슷한 나이의…….
설명하는 동안 주위가 작게 떠들기 시작했다. 시선이 산처럼 꽃혀 입에서 입으로, 흥분이 섞인 이야기가 들려온다.
오팔의 영녀: 봐, 카인 님이야!
장식의 영녀: 아직 연회에 계셨구나.
팔찌의 영녀: 말을 걸어볼까……!
(위, 위험해. 내가 큰 소리를 내버려서…….)
7화
당황한 사이에 인파 속에서 몇몇 여성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꼭두각시와 비슷한, 무기질의 이상하게 모인 움직임. 그녀들이 보이지 않을 카인이 반사적으로 몸을 지킨 것을 느낀다. 마법사가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것. 재앙이 가져오는 기묘한 이변.
영녀들: 아아, 사랑하는 카인 님. 이번에야말로 당신과 춤을.
예쁘게 루즈를 바른 입술이 일제히 황홀하게 미소를 짓는다. 신기하게도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그녀들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영녀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당신과 함께 죽겠어요.
……!?
카인: ……죽다니…….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걸까. 야회는 여전히 화려하게 떠들썩하다. '약혼자' 들은 웃고 있다. 류라 공주의 신좌에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운 별빛이 내리고 있다.
카인: 과연. 루틸과 네로는 별주를 마신 순간 내 이름을 들은 거구나.
루틸: 네. 여자가 귓가에서 속삭인 느낌이었어요. '카인 님이 드디어 와주셨다' 라고.
네로: 하지만 '약혼자' 아가씨들의 목소리가 아니야. 그 기척, 죽은 자의 것이였어.
카인: 그와 동시에 현자님은 내가 고풍스러운 차림을 한 다른 청년으로 보였다고…….
네…….
그 후, 우리는 곧 야회 자리를 떠났다. 영녀들이 사랑하고 있는 카인이 그 이상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무르가 말했기 때문이다. 대피처의 여관의 한 방에서 각각의 보고를 들은 클로에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숙인다.
클로에: 으음,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약혼자' 들은, 어째서 '죽는다' 고 말한거지?
히스클리프: '약혼자가' 말했던 '이번에도' 란……. 전에도 죽은 적이 있는 것처럼…….
무르: 결론은, 영녀들은 되살아난 류라 공주의 사념에 사로잡힌 상태인 것 같아! '카인' 이라는 이름은 적지만, 엄청나게 희귀한 것도 아니야. 죽은 자의 목소리나 카인에게 빙의한 청년을 생각해보면 류라 공주의 연인도 같은 이름이지 않았을까. 그 결과, 재액이 다가온 올해 공주의 기일. 공주와 마찬가지로 '카인' 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주의 가호가 있는 별주를 마시게 되었다.
히스클리프: ……수업에서 배웠어요. 기일에 죽은 자와 마음을 동화시키고 축복받은 것을 입에 넣는 것은, 빙의술이 될 수도 있다고…….
피가로: 그런 거야. 원래는 더 공식적인 의식이 필요하지만. 루틸들의 키스 마크 건도 그렇고, 재액이 다가오고 세계가 동요한 지금이라는 타이밍이 나빴네.
무르: 공주의 마음과 '약혼자' 들의 마음이 섞여, 강해지고 왜곡되어서 카인들에게 키스 마크를 나타나게 했다!
카인: ……그런 거였나…….
루틸: 그러면 재액의 영향을 저희가 정화한다면 영녀분들도 카인 씨도 도울 수 있을까요?
아서: 어떠려나……. 겨우살이를 무리하게 뽑으면 숙주의 나무까지 다치게 하지. 자신의 연심과 류라 공주의 연심이 섞여버렸다면, 일방적인 정화는 영녀들에게 상처를 남길 것 같아.
무르: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은 되살아난 아쉬움을 채워주는 것이야. 즉, '카인' 이라는 남자가 류라 공주의……. 그 '약혼자' 들의 연인이 되면 돼.
카인: 전혀 간단하지 않잖아. 나는 여러 사람과 동시에 사랑에 빠질 정도로 재주가 좋지 않고, 친분도 거의 없는 사람들이야.
무르: 그러면 두 번째로 간단한 것은 카인이 죽는 것이네.
에!?
세기의 천재에게 들은 말에 나는 동요했다. 젊은 마법사들도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히스클리프: 안돼 안돼! 안되니까!?
루틸: 카인 씨가 죽다니……! 해결이 아니에요, 그거!
무르: 하지만 영녀들은 다치지 않아. 류라 공주는 '카인'이 죽으면, 아마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따라갈거야. 즉, 공주의 사념으로부터 영녀들을 해방시켜 안전하게 빙의가 끝날 가능성이 높아. 이변의 영향 자체는 아직 그렇게 강하지 않고, 나머지는 축복을 잘하는 마법사가 해결할 수 있어. 다만 차세대 마법사의 소환이……. 우읍…….
클로에: 무르, 무르, 이제 조용히 해! 해도 되는 말과 안되는 말이 있잖아……!?
아서: 무르의 의견, 나는 반대야. 카인을 놓아주지 않겠어.
카인: 괜찮아, 아서. 무르에게 악의는 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뭐, 이것을 해결책으로 하고 싶지는 않네.
마법사들: ……으음…….
마법사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머리를 비튼다. 나도 당연히 카인의 죽음을 해결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
루틸: 저주와 비슷한 것이라면, 미스라 씨나 파우스트 씨의 힘을 의지하는 건 어떤가요?
네로: 주술이나 저주 자체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그 녀석들, 이런 아슬아슬한 분위기도 모를 것 같고…….
히스클리프: 영녀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카인이 분명하게 거절하는 건 어떨까요?
아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때 류라 공주가 어떻게 반응할지 불투명한 것이 불안하네…….
피가로: '차였다' 는 사실을 '류라 공주' 가 인식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고. 되살아난 그리움은 그저 과거를 흝어보는 것 뿐이야. 과거에 바라던 일이나 일어난 일……. 사랑의 성취나 죽음에 의한 종말 이외에, 공주의 애틋함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클로에: 약혼을 받아들이는 척하는 건?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랑을 맹세하는 것이 아니라, 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각을 자아내는 대답' 이라는 거.
카인: 으음. 영녀들에게 더욱 이상한 소문이 돌 것 같아…….
극……. 하는 척…….
클로에의 말에 떠오른 것은, 처음 류라 공주의 전설을 들었을 때의 기시감이었다. 마치 로미오와 쥴리엣과 칠석을 더한 이야기.
(……드라마나 만화에 대한 지식밖에 없지만, 로미오와 쥴리엣은 그들이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지? 으음, 뭐였더라……. 가사의 독을 써서…….)
카인: ……현자님? 왜 그래?
고개를 들고 마법사들의 얼굴을 보았다. 가사 마법을 잘하는 클로에. 축복의 마법을 잘하고, 패기와 한마음이 있고, 막판에도 강한 루틸. 깊은 사정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몰래 들어오거나 자물쇠를 열거나 어딘가 언더그라운드적인 손재주가 있는 네로.
……. ……저기……. 여러가지 불안한 부분도 많고, 성의 사람의 협력도 필요하지만……. 류라 공주의 연심을 끝내는 방법을 하나 떠올렸을지도 몰라요. 들어주시겠나요?
……라는 작전이에요. 어, 어떨까요……?
떨면서 묻자 마법사들은 얼굴을 서로 쳐다보았다. 클로에와 루틸은 곧 고개를 끄덕였고, 네로는 조금 곤란한 듯 뺨을 긁었지만 싫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제일의 당사자인 카인을 바라본다. 카인은 꽤 오랫동안 가만히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이윽고 천천히 눈을 연다. 색이 다른 눈동자에 강한 빛을 품으면서.
카인: ……작전의 핵심은 루틸과 클로에, 네로야. 이 세 사람에게는 상당한 부담과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겠지. 그래도…… 나는 이 작전에 걸고 싶어. 나를 좋아해준 그녀들을 위해. 미안하지만 힘을 빌려주지 않을래?
루틸 / 클로에: 물론!
네로: 뭐……. 다른 방법도 없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까.
히스클리프: 작전이 잘 될 수 있도록 우리도 힘껏 서포트할게.
아서: 우리를 의지해줘. 아홉 명이 힘을 합치면, 분명 괜찮을거야.
카인: 모두들……. 정말 고마워.
피가로: 그러면 조금 더 현자님의 작전을 채워볼까. 결행의 기회는 내일의 야회밖에 없으니까.
카인: 아아. 현자님, 모두들. 부디 잘 부탁해.
아키라 / 마법사들: 네!
그리고 맞이한 다음 날. 야회가 시작되는 일몰 시간이 다가온 저녁의 늦은 시간. 우리 여덟 명은 별의 성의 홀에 발을 디뎠다.
성의 하인: 카인 님, 여러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야회 경호병: ……어제는 하늘색 머리의 신사분도 함께셨죠. 즉, 그분이 그 ……?
카인: 그런거야. 이후에 잘 부탁해.
작은 목소리로 호위병과 대화하고 카인이 우리를 따라 홀을 나아간다. 야회 준비중인 이 시간대, 원래라면 홀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선객이 있었다. 카인의 '약혼자' 들과 그 시녀나 호위들이다.
호수의 군주의 호위: 카인 님의 '약혼자' 는 홀에 들어가서 카인 님을 기다려도 된다니, 고마운 제안이네요.
유시트 가문의 시녀: 네. 아가씨도 오늘이야말로 염원하는 날이라며 더 얌전해지셨으니까…….
8화
히이라기 성의 시녀: 하지만 사실은 약혼 같은 건 하지 않았어. 성에도 이만큼 '약혼자' 가 있다면,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은행가의 시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우리를…….
유시트 가문의 영녀: ……아아, 카인 님…….
호수의 군주: 드디어 와주셨어…….
불안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영녀들은 멍하니 카인을 눈으로 쫓았다. 신기하게도 같은 '약혼자' 가 함께 카인을 기다리고 있는 이 기묘한 상황을, 그녀들은 전혀 의아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존재조차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카인: …….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이상한 상황은 알고 있을 것이다. 카인은 잠시 아프게 눈살을 찌푸린 후, 단호히 류라 공주의 신좌로 나아갔다. 루틸과 클로에가 껴안듯이 그 양 옆에 서있다. 피가로와 무르가 인파에 섞여 사라지고, 남은 우리는 그 자리에 머물렀다. 걸으면서 루틸이 순간 무언가를 떠올리고 카인에게 무언가를 속삭인다. 한 박자 후, 카인이 검을 빼서 루틸에게 맡겼다. 그리고 공주에게 인사를 하듯, 혹은 약혼을 맹세하듯 카인이 신좌 앞에 선다.
카인: …….
기사다운 장엄하고 신성한 분위기에 방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영녀들은 황홀하게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단 한 명만을 제외하고.
???: …….
인파 틈을 뚫고 앞으로 나온 것은 몸집이 작은 아가씨였다. 깊은 슬릿이 들어간, 발걸음이 좋은 드레스 위에 로브를 걸치고 눈이 보이지 않게 후드를 쓰고 있다. 카인이 돌아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아가씨에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인: 누구지?
로브의 영녀: …….
누군가가 숨을 헐떡였다. 어느새, 몸집이 작은 아가씨는 빛나는 단검을 쥐고 있었다. 반사적으로인지 카인이 허리에 손을 뻗었다. 거기에 검이 있었다면 다음 순간 단검은 쉽게 날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검은 루틸에게 맡겨버렸다.
카인: ……!
다음 순간, 무장하지 않은 카인의 품에 뛰어들듯 영녀가 몸을 맞댄다. 역겨운 쇠의 냄새. 피 냄새.
카인: 아……! 큭……!
새빨갛게 젖은 단검이 바닥에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뚝뚝 떨어지는 피를 짓밟으며 영녀가 몸을 돌려 뛰쳐나간다. 우리는 비명을 질렀다.
아키라 / 아서: 카인!!
루틸: 카인 씨! 정신 차리세요!
달려온 루틸이 카인의 배를 누르는 순간, 상처에서 피가 더 흘러나왔다. 이어서 클로에도 카인에게 매달린다. 나와 아서가 카인에게 달라붙어 목소리를 한껏 외쳤다.
카인! 카인!!
아서: 눈을 떠줘! 카인……!!
비명 사이에 클로에의 입술이 작게 움직인다. 카인의 뺨이 차갑게 창백해지고 힘을 잃은 손이 나른하게 늘어져갔다. 우리의 비명에 영녀들도 겨우 상황을 이해했겠지. 벌집을 찔린 것처럼, 홀은 단숨에 난장판이 되었다.
부츠의 영녀: 카인 님이 찔렸어!?
리본의 영녀: 거짓말! 거짓말! 싫어! 카인 님! 카인 님!
호수의 군주: 저 여자를 잡아! 나의 호위는 됐으니까, 그 여자를……!!
홀을 질주하는 영녀를 쫓아 성의 호위병들이 당황하며 뛰쳐나간다. 그것을 알아차린 히스클리프가 재빨리 돌아섰따. 석양에 빛나는 회중시계를 높이 들고 있다.
히스클리프: 정원으로 도망칠 생각이야!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초침의 소리에 맞춰 기하학 무니의 빛의 그물이 홀에 정교하게 둘러싸인다. 마법에 겁을 먹은 추격자가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영녀는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으로 정원을 향해 뛰쳐나간다. 펄럭이며 창틀을 뛰어넘은 순간, 후드의 틈 사이로 하늘색 머리카락이 흘러나왔다.
호수의 군주의 호위: 아아, 도망쳤어……!
호수의 군주: 쫓아라. 쫓아! 빨리!
히이라기 성의 공주: 카인 님……!
은행가의 영녀: 제발 일어나주세요! 카인 님. 카인 님……!
슈즈의 영녀: 싫어, 싫어……!
시녀나 성의 사람들을 떨쳐버리고 영녀들이 휙 이쪽으로 몰려와 반쯤 광란의 상태로 빠졌다. 그리고 그녀들의 사이에서 피가로와 무르도 달려온다.
피가로: 물러서. 물러서주세요! 저는 의사입니다. 물러서!
무르: 나는 의사는 아니지만 의학박사!
어떻게든 카인에게 도착한 피가로가 창백해진 목덜미를 만져 맥박을 잰다. 그리고 나서 피로 젖은 배를 살펴본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무르가 숙연하게 카인의 피투성이의 손을 닦았다.
무르: ……손을 잡아주세요. 최후의 이별을.
그런……!
아서: 아아……. 거짓말이야……. 나의 기사가…….
아서가 힘이 빠진 채 중얼거리며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 눈꺼풀이 희미하게 붉게 문들고, 은빛 속눈썹에 작은 눈물이 얽혀 있다. 그 옆에 내가 같이 쭈그려 앉자 움츠러들듯 손을 내밀었다.
아서: 현자님…….
아서의 손가락이 눈가에 닿았다. 그 열이 서서히 눈꺼풀에 스며든 순간, 나도 눈물이 흘러나와 멈출 수 없게 된다.
……윽, 아서……. 카인…….
백작의 여동생: 아아…….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
유시트 가문의 영녀: 카인 님 ……. 으윽, 카인 님…….
영녀들이 흐느껴 운다. 그것에 겹치도록, 어디선가 강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른하게 움직이지 않는 카인의 목 부분의 키스 마크가, 아주 조금 연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허둥지둥한 표정으로 자신의 키스 마크를 누른 루틸에게, 기척에 예민한 히스클리프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카인이 죽고 류라 공주의 사랑은 끝났다. 재액에 의해 되살아난 마음은, 그리운 사람을 쫓아 하늘로 올라갔다. 수백 년 전의 비극의 재연.
영녀들: 사랑해. 사랑합니다, 카인 님…….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
영녀들이 말하는 것과 동시에,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가 답답해졌다. 영녀들을 막으려던 시녀나 호위들도 공포의 표정으로 굳어든다. 류라 공주의 신좌에 쏟아지는 빛 속에, 연극의 한 장면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공주와 거세게 치는 강이 비치고 있었다. 공주는 무너진 다리 위에 있다. 어째서인지 청년 '카인' 은 여기서 죽었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했다.
연인의 별이 지켜보는 하늘에서 공주가 망설임 없이 강에 몸을 던진다. 드레스의 밑단이 강물에 휩쓸려 보이지 않게 된다. 탁한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영녀들이 목을 억누르고 몸부림쳤다. 아름다운 머리와 가벼운 드레스가 펄럭펄럭 펼쳐진다. 물도 없는데 익사하고 있다.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봄 같은 따뜻하고 신선한 바람이 홀을 감쌌다. 루틸이 내민 깃펜이 강풍에 휩쓸려 튼튼하고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다. 남쪽 대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가 잘하는, 상냥한 축복의 마법이다. 영녀들이 놀란 듯 고개를 들자, 갑자기 이상한 공기가 가벼워졌다. 클로에가 재빨리 마도구의 재봉 상자를 꺼냈다.
클로에: 일어나, 카인!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카인의 얼굴에 살짝 피의 기운이 돌아왔다. 피투성이인 배가 그대로인채 카인이 천천히 눈을 연다.
히이라기 성의 공주: 에……!?
부츠의 영녀: 카인 님!?
영녀들의 놀란 목소리를 배경으로 카인이 확실한 발걸음으로 일어선다. 물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 너머로 별이 늠름하게 빛나고 있다.
카인: 현자님. 작전은 성공인가?
네, 카인. 대성공이에요!
9화
로브의 영녀: 하아, 하아……!
호수의 군주의 호위: 기다려라, 살인자!
성의 경호병: 너, 너야말로 기다려! 이건 우리의 일이다. 너는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 돌아…….
호수의 군주의 호위: 그 아가씨의 명령이다! 그 여자를 잡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어!
성의 경호병: 아니, 저기…….
호수의 군주의 호위: ……윽. 너희들이 말을 걸어서 길을 잃어버렸잖아! 찾아라 ……!
네로: 윽, 하아. 콜록……. 이 덤불 속이라면……. '아도노디스 옴니스'
네로: (……아아, 젠장. 지쳤어! 변신 마법은 서툴다고 하는데……! 이런 연극 같은 흉내는 무르가 적임자……. ……아니, 절대로 엉망으로 맡을 것 같아서 내가 맡긴 했지만…….)
네로: ……우웩. 토할 것 같아……. 이렇게 달려야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히스가 탈출구를 만들어줬긴 했지만…….
네로: (그래서, 작전은 잘 됐나? 기사님의 뱃속에 숨긴 가짜 피, 생각보다 피가 나오지 않았어……. 누군가가 속인 건가?)
네로: (……목덜미에서 재액의 기색이 사라졌어. 만지면…… 뽀송뽀송한 평범한 립스틱의 감촉이네. 즉, 무사히 끝났나? ……어쨌든 홀로 돌아가자. 성의 호위병과는 이야기가 끝났지만, 문제는…….)
호수의 군주의 호위: 어디야! 이쪽인가!?
네로: (이 사정을 모르는 집념 깊은 호위병이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고……. ……어떡할까…….)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호수의 군주의 호위: 젠장, 어디에……. ……! 그 여자의 로브가 떨어져 있어! 이 덤불로 도망쳤구나. 나와라, 살인자!
네로: ……시끄럽네. 뭔가요.
호수의 군주의 호위: ……남자?
네로: 그런데? 덤불 속을 들여다보다니. 당신, 좋은 취미 가지고 있잖아.
호수의 군주의 호위: 미안해. ……야회 전에 여기에 있는 것도 뭔가 싶긴 하지만……. 그건 일단 제쳐두고. 여기에 몸집이 작은 여자가 오지 않았나? 푸르스름한 드레스의…….
네로: 뭐야. 당신, 그 아가씨의 동행? 그러면 나중에 설교나 해. 사람이 즐기고 있는 정원의 수풀에 멧돼지처럼 달려들지 말라고.

네로: 아아, 모처럼 좋은 분위기였는데. 그 아가씨 때문에 놓쳐버렸어. 내 취향의 몸매를 한 좋은 여자였는데 말이야…….
호수의 군주의 호위: 이런 큰 사단이 일어났는데 그런 불경한……. 그래서, 그 달려온 여자는? 어디로 갔지?
네로: 저쪽 담을 넘어갔어. 저기, 신발이 떨어져있네.
호수의 군주의 호위: ……! 이미 성을 나갔다니……. 빨리 잡아야해!
성의 경호병: 저기……. 저희는 그를 쫓겠습니다. 사정도 설명해 두겠습니다. 현자의 마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네로: 후우. 이런이런…….
무르: 하아!! 네로, 수고했어~!
네로: 우왓, 무르……!? 언제부터 있었어!?
무르: 네로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내 기색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상당히 절박했구나.
네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좀 도와달라고……. 그런데…… ……아까의 대화, 보고 있었어……?
무르: 보고 있었어~.
네로: 젠장……. 무엇보다 가장 즐겨하는 타입의 녀석에게…….
무르: 엄청 익숙해져있네! 평소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하하하, 라고 상당히 애매한 반응인데 말이야! 저기, 모두에게 이야기해도 돼? 희귀한 걸 봤다고 자랑하고 싶어!
네로: ……저기, 이번 저녁 메뉴 뫼니에르와 빠에야, 타코야키로 할까 생각 중인데…….

무르: 어느 특정 인물에게 맞춘 것들 뿐이네. 디저트는?
네로: 치즈케이크.
무르: 그러면 받아야지. 빨리 돌아가자, 네로!
네로: ……약간 석연치 않은데…….
피가로: ……응. 카인에게 이상은 없는 것 같네. 가사의 마법은 깨끗하게 풀렸어. 역시 클로에야.
클로에: 다행이다~……!
핏자국과 단검도 이미 정리되어 홀은 침착함을 되찾고 있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한 카인의 진찰도 끝나고, 내 눈물도 이미 그쳤다.
아서: 현자님, 눈에 이상은 없으신가요? 급하게 마법을 걸어서…….
아뇨, 지금은 괜찮아요! 눈물이 나오지 않아서 초조하고 있었는데 아서의 마법이 도움이 되었어요.
루틸: 아서 님이야말로 괜찮으신가요? 눈을 식혀야한다면 수건을 준비할게요. 기분 탓이라면 죄송하지만, 혹시 아까는 정말 울고 계셨나하고…….
히스클리프: 에? 그랬나요?
아서: 들켰다니 부끄럽네……. 고마워, 지금은 이제 괜찮아. 카인이 만약, 정말…… 이라고 상상했더니, 조금 눈물이 나와버렸어.
카인: 영광이야, 아서. 그 장면을 진짜로 만들지는 않을 거야. 이 검에 걸고.
아서: ……믿고 있을게.
카인: 아아. 믿어줘.
말하는 동안 정원에 나가있던 네로와 무르가 기색을 없애고 우리와 합류했다. 핏자국도 완전히 깨끗하게 하고,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인이 우리에게 한 번 몸을 숙였다.
카인: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 덕분에 이 복잡한 사태를 무사히 수습할 수 있었어. 나머지는…….
시선 끝에 있는 것은 '약혼자' 들이다. 카인에게 '얼굴을 확인하려고' 악수를 받았을 때는 어리둥절했던 그들이, 지금은 새파래졌다. 간신히 서있지만, 모두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안색이다.
카인: 자, 속여서 미안하지만 이 작전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아까 설명한 대로야. 지난 며칠 동안의 자신의 행동은 기억하고 있어? 사라진 기억은 없고?
슈즈의 영녀: 네, 확실히 기억납니다. ……싫을 정도로…….
호수의 군주: 엉뚱한 이야기를 부풀려서 섬겨주는 모두를 곤란하게 하고. 저희들, 어리석은 짓을 했군요.
은행가의 딸: 하, 하지만 '거대한 재앙' 의 탓인걸! 저희는 나쁘지 않아 …… 라고 할까, 조금 변명의 여지가 있다고나 할까…….
백작의 여동생: 어쨌든 저희는 카인 님께 정말 번거로운 폐를 끼쳐버렸습니다. ……이 점은 이의 없으시죠?
영녀들: ……네…….
대죄인처럼 영녀들이 깊이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움츠린다. '거대한 재앙' 의 이변 때문에 그녀들이 조종당하고 있었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그러니까 신경쓰지 않는다' 는 무리일 것이다.
(……동경하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폐를 끼쳤어.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지…….)
유난히 재단된 드레스를 입은 영녀가 가라앉은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고귀한 그녀를 본받듯 다른 영녀들도 잇달아 무릎을 꿇는다.
유시트 가문의 영녀: 카인 님. 이번에는 대단히 죄송…….
카인: 거기까지.
부드러운 목소리에 가로막혀 영녀들이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그녀들과 같은 시선이 되도록 무릎을 꿇고, 카인이 부드럽게 고개를 흔든다.
카인: 자, 일어나주세요. 숙녀에게 드레스를 더럽히게 하다니, 기사라고 이름을 댈 수 없겠군요. 게다가 모처럼 당신들의 본연의 마음을 류라 공주의 사념에게서 되찾을 수 있었어. 그걸 기뻐해주는 편이 더 기쁠 것 같아. 모두들, 이제 괜찮은거지?
유시트 가문의 영녀: 감사합니다, 카인 님.
호수의 군주: 저희들은 이제 괜찮습니다.
카인: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야.
미소를 지은 카인이 한순간 입을 다물었다. 영녀들을 천천히 둘러본다.
카인: ……당신들은 나에 대한 마음을 계기로 이번 건에 휘말렸다고 들었어. 당신들의 마음을 멋대로 조사한 것, 긴급 상황이었다고는 해도 사과하게 해줘. 그리고…… 나는 지금 세계의 이변으로 손이 꽉 차서…… 뭐라고 해야 할까…….
히이라기 성의 공주: 카인 님, 알고 있습니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은행가의 딸: 그걸로 괜찮습니다. 저희는 류라 공주가 아니니까요.
영녀들이 서로 시선을 나눴다. 누구로부터 모르게 작게 미소 짓고,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시트 가문의 영녀: 저희는 당신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혼의 댄스는 바라지 않아요. 곁에 있어주는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하늘의 별에게 '지상에 떨어져서 나를 사랑해줘' 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저, 당신이 이 세계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영녀들이 미소지었다. 류라 공주가 빙의했을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10화
카인이 조금 신기하다는 듯 눈을 떴다. 기사를 동경하고 기사단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별을 그 손으로 잡으러 가는 것 같은 그에게는, 너무나도 절제된 소원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밤바람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황금의 별. 어느 날 불안한 밤에 그 부드러운 빛으로 우리를 강하고 밝게 비추어준다. 진짜 별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그의 주위에는, 사실은 밤바람도 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보이지 않고, 그의 결의와 의지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흔들리지 않는 빛이 되어주었다. 그것이 당연하다는듯이.
……멋지죠, 카인은.
나는 영녀들에게 미소지었다. 꽃이 핀 듯한 만면의 미소가 돌아왔다.
영녀들: 네! 너무나도!
그리고 밤이 찾아왔다. 7년에 한 번 있는 류라 공주의 야회의 마지막 밤이, 유난히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피오니의 영녀: 저기, 당신. 혼자야?
히스클리프: 아 ……. 아니 …….
붉은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 당신, 동쪽 사람이지. 후후, 자태로 알 수 있어.
피오니의 영녀: 우리는 서쪽에서 왔어. 너처럼 예쁘고 절제된 아이, 신선해.
히스클리프: ……아름다운 분의 말씀, 영광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음료를…….
붉은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 아하하, 알아! 그거, 동쪽 나라의 거절의 말이지. 정말로 그렇게 말하는구나.
피오니의 영녀: 저기, 동쪽 사교계는 어떤 느낌?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을래?

히스클리프: (두, 둘러싸여져 버렸다……. 서쪽 사람은 거절하기 어려워. 어떡하지, 으음…….)
네로: 이야기 도중에 미안해, 히스클리프. 가벼운 식사 왜건이 왔는데, 아직 말할 거라면 대신 뭐 좀 가져다 줄까?
히스클리프: ……! 네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 에? 히스클리프?
피오니의 영녀: 어, 어머. 어라, 어떡하지……. 알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블랑셰 님…….
히스클리프: 아뇨, 저도 두 분의 성함을 모르니까요. 부디 하룻밤의 꿈으로 잊어주세요. 친구와 식사를 하러 가기 때문에 실례하겠습니다. 당신들의 밤이 멋진 것이 되기를. 가자, 네로.
네로: 아아.
히스클리프: ……여기까지 오면 됐으려나? 네로, 고마워.
네로: 어. 곤란해보여서 말을 걸었는데, 이름을 불러도 괜찮았나?
히스클리프: 응. 살았어…….
네로: 도련님도 고생이네. 식사라도 하면서 둘이서 벽 쪽에 붙어있자고.
히스클리프: 응. 그렇…….
무르: 에에, 벽 쪽에만 있을 거야? 아까워!
클로에: 아까워!
히스클리프 / 네로: ……!
네로: 서쪽 녀석들이 왔다…….
히스클리프: 포위되어 버렸네……. 클로에, 취했어?
클로에: 안 취했어, 안 취했어! 아직 세 잔밖에 안 마셨고! 저기, 그것보다 춤추자. 히스는 벽이나 꽃 같은게 아니라, 저기, 그, 한 송이의 꽃이 더 잘 어룰려!
히스클리프: 한 송이의 꽃?
클로에: 봐, 그. 무슨 미끈한, 아네모네라든가. 백합이라든가. 수선화같은……. 아! 저기, 수선화라고 하니…….
히스클리프: 클로에, 이야기가 점점 바뀌고 있어. 저기서 물을 받고 조금 쉬자. 네로, 무르. 나, 클로에와 잠시 다녀올게.
무르: 네에.
네로: 어……. 어? 나, 무르하고 남겨지는 거야? 여기에?
무르: 나랑 남겨졌네. 그러니까, 같이 춤추자! 네로, 마법관의 파티에서도 나랑 잘 춤춰주지 않잖아! 같이 춤추면 드물고 재밌어!
네로: 아니, 사양…….
무르: 참고로 내가 너를 두고 이곳을 떠날 경우 2분 만에 다섯 명의 아가씨가 너에게 말을 걸 거야. 드레스를 보니 모두 서쪽 출신이네. 너는 서쪽에는 별로 없는 타입이니까 네가 신기하고 흥미롭겠지. 그래서 어떻게 할래? 사양할래?
네로: ……. ……뭐, 가끔은. 조금이라면…….
무르: 와이! 댄스다, 댄스다!
재킷의 양녀: 저기, 당신. 의사라고 소문으로 들었어. 괜찮다면 저쪽에서 이야기하지 않을래?
드레스 수트를 입은 아가씨: 춤은 어때?
피가로: 모처럼 초대해주셨는데 죄송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동행이 있어서요.
드레스 수트를 입은 아가씨: 어머, 그래? 아쉽다.
아서: 가버렸다……. 동행이란 저와 루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루틸: 저희라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렇죠, 아서 님.
아서: 그렇네, 루틸. 피가로 님, 저희는 아이가 아닙니다. 부디 거리낌 없이 지내주세요.
피가로: 물론 그렇게 하고 있어. 사실을 말하자면, 서있는 채로는 피곤해서 너희들을 핑계로 댄스를 빼먹고 있는 거야.
아서: 그런 건가요?
루틸: 피곤한 것을 핑계로 저희를 지켜보고 계시는 거겠죠.
피가로: 아니아 아니야. 자, 나는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까 식사를 하고, 춤을 추고, 원하는 대로 해.
아서 / 루틸: 네에.
악단이 화려하게 왈츠를 연주한다. 선명한 레이스와 모슬린이 멜로디에 맞춰 턴할 때마다 화악 퍼졌다. 나는 벽에 서서 미소짓는 마음으로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빙글빙글 춤추는 '약혼자' 가 뺨을 물들며 감격한다.
히이라기 성의 공주: 아아, 꿈만 같아……. 카인 님과 춤을 출 수 있다니…….
영녀를 턴 시키면서 카인이 미소지었다. 비극을 재연시켜버린 류라 공주의 '카인' 에 대한 연심을 쏟기 위해, 그가 제안한 것이 이 댄스였다. 혹은, 사실은 거짓 약혼 이야기를 퍼뜨려서 상처받았을 영녀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신이나 영에 빙의되어 기행을 했다' 보다는, '여자 버릇이 나쁜 남자에게 반해 기행을 헀다' 쪽이 낫다고 무르가 가르쳐 주었따. 계속해서 다른 여성과 춤추는 카인의 평판은 떨어지겠지만, 라고.
(그럼에도 카인은 자신을 좋아해준 사람들의 명예를 선택했어…….)
찬란한 불빛 아래, 카인의 미소는 성실하고 강하다. 영녀들도 카인의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껬지. 이미 춤을 마친 영녀들이 당당한 모습을 바라보며 촉촉한 눈동자로 미소짓는다.
유시트 가문의 영녀: 아아, 정말……. 역시 카인 님이셔. 그런 짓을 한 우리에게도 이렇게나 상냥하게 대해주시다니.
호수의 군주: 저는 평생의 추억으로 삼겠습니다…….
그 말을 과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가슴 속도 별이 밝게 타오르는 듯한 반짝이는 열로 가득 차게 된다. 그를 매우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카인!
마지막 영녀와 헤어진 카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뒤를 돌아본 그에게 반짝이는 마음 그대로 웃으며 손을 내민다.
괜찮으시다면 저와도 춤춰주지 않겠나요?
카인: 현자님. 드문 일이네, 네가 먼저 초대하다니.
아하하, 모처럼의 연회라서. 저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주세요.
카인: ……!
카인이 눈을 살짝 뜨고, 그리고 나서 크게 웃었다. 검을 잡는 큰 손이 부드럽게 나의 손을 잡는다. 동시에, 다음 왈츠가 흐르기 시작했다. 별이 빛나는 밤처럼 밝고 상쾌한,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다. 나를 끌어당기고 홀드하면서 카인이 귓가에 입술을 댄다.
카인: 맡겨줘. 잊을 수 없는 춤으로 할게. 네가 동경하는 보람이 있는, 멋진 '카인 님' 으로서 말이야.
별 같은 눈동자가 바로 옆에서 밝게 웃고 있다. 그의 눈동자 속에 눈부시게 웃는 내 모습이 비쳐보인다. 그에게 읶ㄹ려, 둘이서 스텝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밤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魔法使いの約束 > 2025 이벤트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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