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배틀 ①
스노우: 그대와 합동 훈련이라니, 드문 일이구먼.
라스티카: 확실히, 둘이서 하는 건 드물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스노우 님.
스노우: 무무무! 그대, 의외로 꽤 하지 않는가.
라스티카: 정말인가요? 스노우 님께 칭찬을 받다니, 영광입니다.
스노우: 이건 나도 질 수 없겠군……. 다음이 마지막일세. 나의 힘을 보여주지!
라스티카: 오오, 가슴이 뛰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스노우 님.
스노우: 평범한 훈련도 재미없군……. ……갑작스럽지만! 주인님과 집사 놀이 스타트!
라스티카: 갑작스럽네요. 스타트~!
라스티카: 주인님. 저, 사바랭이 먹고 싶은 기분입니다만…….
스노우: 에!? 집사가 부탁을 하는 거야!?
스노우: 이봐. 처음부터 실수하지 말게나! 주인님 무브를 잘못 해석했구먼!
라스티카: 이런,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러면 사바랭은…….
스노우: 정말~. 나중에 사줄 테니까!
듀오 배틀 ②
라스티카: 잘 부탁드립니다, 스노우 님. 또 함께 훈련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스노우: 음. 둘이서 훈련도 몇 번이나 해봤고……. 시험 삼아 합을 맞춰서 공격같은 거 해볼래? 하나, 둘!
스노우: ……음! 조금 어긋났군.
라스티카: 어긋났군요. 하지만 왈츠도 파트너끼리는 다른 스텝을 밟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반대로 어긋나는 것이야말로 잘 맞는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스노우: 어긋나는 것이야말로 잘 맞는다는 증거……. 무무무. 좋은 생각이지 않은가! 그러면 방금 것은 대성공이라는 걸로! 아싸! 피스!
라스티카: 해냈군요, 스노우 님. 피스!
라스티카: 주인님. 잠깐 숨을 돌리기 위해 차 한 잔 하지 않겠나요?
스노우: 에? 지금부터 훈련인데……. ……아니, 음. 이제 익숙해졌네! 받도록 하지, 나의 집사여.
라스티카: 그렇다면 제가 추천하는 한 잔을. 서쪽 나라의 특산물인 홍차입니다.
스노우: 호오! 처음 마셔보는군. 어디보자……. ……!
스노우: 엄청 맛있어~! 봄의 과일 같은 향기가 나서…….
라스티카: 영광입니다. 우유를 넣어도 입맛에 맞으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스노우: 에~! 너무 좋아~! ……가 아니지. 칭찬해 주겠네. 나의 집사여!
듀오 배틀 ③
스노우: 문제입니다! 라스티카와의 훈련은 이걸로 몇 번째일까요?
라스티카: 으음……. 셀 수 없을 정도!
스노우: 정답~!
스노우: 라는 이유로 우리들, 이쯤에서 다시 '하나 둘' 을 해보는 것은 어떤가?
라스티카: 좋네요! 부디 하게 해주세요. 왈츠처럼…….
스노우: 숨을 가다듬고. 리드는 내가 할 테니 따라오게나, 라스티카!
라스티카: 제 마법으로 달콤한 가락을. 꿈꾸는 듯한 기분으로 스텝을 밟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스노우: 그리고 내가 그 꿈꾸는 듯한 기분을 유린해 주겠네. 그리고 지금이다, 라고 할 때가 온다면…….
스노우 / 라스티카: '하나 둘' 로 신호!
라스티카: 후후, 정말로 춤 같군요! 리듬에 몸을 맡기고, 당신의 호흡에 맞춰…….
스노우: 음. 이렇게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군. ……자, 다음이 마지막일세. 시작!
스노우: ……! 지금 건…….
스노우 / 라스티카: 최고 걸작의 '하나 둘' 이었다! 최고~!
스노우: 음음. 훈련의 성과일세! 하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라스티카: 더 최고를 이루고 싶다, 죠?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니까요.
스노우: 호호호, 그럴 줄 알았네! 우리들, 아직 더 갈 수 있다~!
라스티카: 오오~!!
스노우: 나는 스노우. 만물 위에 군림하는 자.
라스티카: 나는 라스티카. 만물에 맛있는 홍차를 끓이는 자.
스노우: 우리를 거스른 행동, 후회하는 것이 좋네. 목숨을 구걸한다면 들어주도록 하지.
스노우 / 라스티카: 하나 둘! 주인님과…… 집사의 포즈!
스노우 / 라스티카: ……오오~!!
스노우: 지금 거, 완전히 잘 맞지 않았는가?
라스티카: 네, 잘 맞았어요! 엄청 멋있게 마무리 되었네요.
스노우: 음! 밤마다 둘이서 열띤 논의를 나눈 보람이 있었군.
스노우: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또 적이 온 것 같구나. 집사여, 조금 놀아주게나.
라스티카: 분부대로. 주인님.
라스티카: ……끝났군요, 주인님. 아아, 모자가 비뚤어져서 ……. 고쳐드리겠습니다.
스노우: 흥. 실로 시시한 시간이었군. 나의 집사여, 입가심의 차를.
라스티카: 알겠습니다. 서쪽 산의 찻잎으로 밀크티를 우려내도록 하죠.
스노우 / 라스티카: ……라니!
스노우: 호호호, 애드립도 익숙해졌네. 언제라도 완벽하게 그대의 주인이 되어주마.
라스티카: 후후, 기쁘네요. 저도 언제나 당신의 집사입니다. 주인님.
6화
이코노모스의 옆에서 귀족들의 다과회 놀이를?
라스티카: 네. 시범을 보여드리는 거죠.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깨우기 위해 눈앞에서 쥐를 잡듯이 …… 그들도 저희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면 본능을 떠올리지도 모릅니다.
스노우: 내가 주인 역할, 라스티카가 시종 역할일세. 현자가 객인, 오웬과 히스클리프는 하인으로서 좋은 느낌을 내주게나.
히스클리프: 조, 좋은 느낌……. 저, 연기에 자신감은…….
스노우: 괜찮아 괜찮아!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우리의 보좌관이라고 생각하면 되네. 그러면 따라하기 대작전! 아자아자! 에이에이오!
라스티카: 오오!
현자 / 히스클리프: 오…… 오오!!
오웬: 하아…….
우리의 테이블을 보면서 이코노모스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멀리서 이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바로 근처에서 주인 후보가 다과회를 열기 시작하면 신경이 쓰이겠지. 하지만…….)
스노우도 라스티카도 이코노모스를 쳐다보지 않았다. 임금님처럼 의자에 기댄 스노우가 스틱으로 툭툭 땅을 친다. 장난을 좋아하는 두 사람의 막이 올랐다.
스노우: 이봐, 집사여.
라스티카: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스노우: 목이 마르군.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홍차를 준비해오거라. 단맛은 꿀처럼 촉촉하면서 향기는 꽃처럼 싱그러운 것으로. 아아, 하지만 단 것은 싫네.
(너무 막무가내인데……!?)
스노우: 지금 바로 마시고 싶군. 나를 기다리게 하지 마라.
너무나 제멋대로인 주문에 라스티카는 응석을 부리듯 미소지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스노우에 절을 했다.
라스티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밀크티색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고 단아하게 궤적을 그리며 사뿐히 흔들린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자신의 홍차를 마시는 것도 잊고 넋을 잃고 말았다.
라스티카: 여기, 드리겠습니다.
스노우: 흠…… 꿀꺽.
스노우: ……음. 나쁘지 않군. 뭐, 나의 집사면 당연하지만.
라스티카: 영광입니다, 주인님. 당신의 기쁨이야말로 저의 기쁨입니다.
스노우: 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라스티카의 절에 스노우는 감사 인사 하나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짙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홍차를 훌쩍인다. 왜냐하면 그는 도도하고 냉혹한 주인님. 종에게 있어서는 그의 기쁨이야말로 자신의 기쁨. 감사의 말은 처음부터 필요가 없다. ……라고 하는 설정을, 그들은 준수하고 있다. 진작에 질린 오웬이 크게 하품하는 가운데, 온 힘을 다해,
스노우: 차를 마셨더니 단 것이 먹고 싶어졌네.
라스티카: 그렇다면 크림 케이크를 잘라내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웬: 우와, 써는 거 엉망진창. 짐승한테 먹힌 내장도 이렇게까지는 안 무너질 걸.
라스티카: 이런. 그러니?
스노우: 잠깐, 그거 주인님에게 내는 거야……!? '도도한 주인님' 의 역할이 코멘트가 곤란해지는데……!
히스클리프: 라, 라스티카. 내가 자른 것과 바꾸자. 이걸 스노우 님의 접시에 올려놔.
라스티카: 예쁜 케이크네. 고마워, 히스클리프.
평소처럼 감사의 말을 전한 라스티카가 미소를 싹 바꿨다. 초조해하던 스노우도 고압적인 주인님의 표정으로 돌아간다.
라스티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설탕이 듬뿍 들어간 크림에 지지 않는 달콤하고 품위 있는 웃는 얼굴을 스노우가 되받았다. 얼어붙은 꽃잎을 연상케하는 그의 작은 입술이 살짝 벌어진다. 오만해 보이는 주인님이 띄운 희미한 미소는 세계에서 가장 감미로운 보상 같았다.
이코노모스: ……!
라스티카만이 미소를 독차지하는 것을 보고 웅성웅성 장의 공기가 불온해져간다. 이곳을 멀리서 보고 있던 이코노모스들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화가 난 것 같아……. 주인인 스노우를 낚아채였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스노우에게 다가간 이코노모스가 크림 케이크 옆에 스콘 덩어리를 살짝 얹었다. 하지만 스노우는 아무 반응도 돌려주지 않았다. 스콘을 놓은 이코노모스가 동료들에게 호락호락 두들겨 맞는다.
스콘 대신 한 이코노모스는 과일을 긁어모으고, 한 이코노모스는 배를 보였다. 그 모든 것을 주인님은 무시했다. 달콤하게 미소 짓는 집사만이 주인님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받고 주인님께 봉사하는 것을 허락받는다.
7화
라스티카: 주인님. 목부분의 리본이 살짝 기울어져 있습니다. 고쳐드려도 될까요?
스노우: 용서하지.
라스티카: 그럼, 실례를…….
등 뒤에서 라스티카가 스노우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장갑에 싸인 우아한 손끝이 정중하게, 단아하게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리본을 고친다. 거만한, 하지만 어리광 부리는 듯한 몸짓으로 그 손가락에 손을 얹고 살며시 리본의 궤도를 수정하면서 새침한 얼굴의 스노우가 나에게 힐끗 눈짓을 했다. 문득 나의 역할이 생각나서 황급히 행동을 바로잡았다.
후…… 훌륭한 집사님이군요! 그런데 괜찮나요? 모처럼 이코노모스의 주인 후보가 될 수 있었는데, 제쳐놓고 다과회를 해버려서…….
스노우: 좋네 좋네. 이렇게 일부러 초대받았지만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
과장되게 스노우가 코를 킁킁거렸다. 심심하다는 듯이 팔걸이에 턱을 괸다. 호리호리한 다리를 꼬는 순간 부츠의 힐이 폭삭 장미를 뭉개버렸다. 말은 하지 않아도 스노우가 자아낸 실망스러움은 알 것이다. 이코노모스의 목덜미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주인님의 황금색 눈동자가 스르르 옆에 선 집사를 향했다.
스노우: 나의 종은 오직 한 사람. 이 녀석이 있으면 그만이라고 확인시켜줬을 뿐이네. 나의 집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녀석들이 나를 섬기는 것을 허락하나?
라스티카: 제 생각을 말해도 된다고 하신다면…… 그들의 충성이나 사랑이 저의 충성심보다 낫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저만이 모시겠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라스티카는 그렇게 말하고 스노우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말로 하는 충성심 대신 그 손등에 입술을 떨어뜨린다. 스노우의 입술 가장자리가 순간적으로 웃는 듯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거만하게 턱을 돌리면, 만족스럽게 그 입을 받아들인다.
이코노모스: ……!!
그 순간, 이코노모스들의 윤곽이 불온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분노의 외침 대신 목의 연기가 걸쭉하고 무겁고 검게 변해간다.
히스클리프: 됐어……! 이코노모스들이 화를 내고 있어요. 이렇게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면…….
라이벌로서 라스티카의 흉내를 내기 시작할지도 몰라요!
스노우: 음. 그렇게 하면 섬기는 것을 흉내내면서 녀석들도 본능을 되찾을지도 모르네. ……하지만 라스티카, 마지막은 꽤 놀고 있었지. 내가 웃음을 참지 못했으면 어떡하려고 했나.
라스티카: 후후, 예전에 가극에서 본 행동을 이번 기회에 해보고 싶어져서요.
오웬: ……저기. 이코노모스들, 이상한 거 시작했는데?
히스클리프: 에?
오웬이 가리키는 곳에 어느새 이코노모스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각각이 안고 있는 것은 빈 병, 나뭇가지, 부서진 바이올린……. 정리하다 만 잡동사니들이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우리 앞에서 그들이 잡동사니를 차린다. 그리고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코노모스: ……! ……!
우왓!? 귀, 귀가…….
오웬: 윽, 최악보다도 최악……. 뭐야 이게. 단말마 흉내?
히스클리프: 아…… 악단 흉내가 아닐까……. 다과회에 가끔 있으니까…….
히스클리프가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나도 필사적으로 귀를 막았다. 부딪히는 유리병 소리, 나뭇가지를 내리치는 소리, 현이 끊긴 바이올린의 불쾌한 삐걱거림. 잘 모르겠는 불협화음. 그것은 음악이라기보다는 소리의 폭력이었다. 스노우 또한 손바닥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눈썹을 찡그리며 냉혹한 주인님의 연기가 아닌 진짜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노우: ……이건 마치 제멋대로 구는 어린아이로군. 신경을 써줘도 자기 본위에 구걸할 뿐.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근본적으로 알지 못하네. 봉사 이전의 문제지. 이렇게까지 자신의 보본질을 놓치면 구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처량하게도.
그의 중얼거림이 평소보다 작은 것 같아서 나는 조금 놀랐다. 그는 수천 년의 시간을 산 마법사. 별의 멺아도, 운명의 성쇠도 보았다. 이런 멸종도 그의 앞에서는 촛불의 불꽃이 훅 꺼지는 것과 다를 바없다. 그래서,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스노…….
하지만 그의 옆모습을 살피려 할 때 문득 스노우가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뒤를 돌아보았다.
8화
라스티카: …….
그의 뒤에는 라스티카가 서있었다. 이 소음 속에서도 눈썹을 찡그리지 않았다. 눈동자는 조금 휘둥그레졌지만 손끝은 리듬을 느끼는 듯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노우: 라스티카, 그대는 괜찮은 건가. 이런 불협화음은 음감이 날카로운 그대가 가장 불쾌할 텐데.
라스티카는 멀뚱멀뚱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평소처럼 미소짓는다.
라스티카: 네, 멋진 멜로디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개성적이지만요.
오웬: 개성적이라니. 정신 나갔다는 말이 잘못 나온 거겠지.
라스티카: 그런 점도 나는 좋아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자신의 마음으로 스노우 님을 섬기고 싶어하는 증거니까.
라스티카가 스노우로 시선을 옮겼다. 주인님과 집사님의 계획을 짜고 있을 때와 같은 서쪽 나라다운 미소로.
라스티카: 스노우 님도 사실은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신가요?
스노우: 내가? 이 음악을 좋아한다고?
라스티카: 네. 낯선 생물에게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분은 대개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니까요. 저처럼.
호박색 눈을 동그랗게 뜬 스노우에게 라스티카가 손을 내밀었다. 떠나가는 아침 하늘과 같은, 밝고 맑은 푸른 눈동자로.
라스티카: 부디 손을, 주인님. 그들을 구할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음악을 마음가는 대로 즐겨보죠.
두 사람의 머리에 살랑살랑 노란 꽃잎이 날아올랐다. 아직 보지 못한 먼 곳으로 가볍게, 마음대로. 아무것도 얽매이지 않고 날아간다.
스노우: ……이 얼마나 태평한 남자인지. 하지만…… 그렇군. 이 음악은 나도 싫지 않네.
스노우가 라스티카의 손을 잡자 두 사람은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한쪽은 익살스러운 듯 오만방자하게. 다른 한쪽은 거기에 응하듯이 우아하게.
스노우: 나의 집사여. 에스코트를 허락해주지.
라스티카: 영광입니다, 주인님. 자, 가도록 하죠.
스노우와 라스티카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서로 보여준 것처럼 엉터리 턴을 하고 마음 가는 대로 스텝을 밟는다. 이들이 뱅글뱅글 돌자 노란 꽃잎도 흩날렸다. 그만한 일로 눈을 맞추고 두 사람은 웃었다.
라스티카: 후후, 라라라라라~.
스노우: 호호호! 라라라라라~.
두 사람이 춤을 추며 멜로디를 흥얼거리자 이코노모스가 세우는 소음이 색다르고 경쾌한 왈츠로 들렸다. 이상하게 귀에 꽂히는 소리도 누그러진 것 같아 나도 작게 내뱉었다.
……라라라~.
히스클리프: ……라라라라…….
오웬: …….
오웬도 리듬을 느끼듯 발끝으로 작게 땅을 치고 있다.
이코노모스: ……! ……♪
어느새 이코노모스들도 스노우의 스텝에 바짝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제멋대로 흘러가는 물의 흐름이 대하가 되듯이, 기묘하고 즐거운 하나의 음악으로 선율이 정리되어 간다.
이코노모스: ……♪ ……♪
스노우와 라스티카의 스텝이 멈췄을 때 그들의 음악도 자연스럽게 끝났다. 나도 모르게 히스클리프와 둘이서 박수를 친다.
히스클리프: 대단해! 엄청 잘했어……!
오웬: 잘하지는 않았잖아.
히스클리프: ……멋있었어!
스노우: 지금이라면 이들을 훈육해 줄 수 있을 것 같군. ……이제부터는 주인님의 일일세.
라스티카: 네, 잘 부탁드립니다.
스노우가 한 걸음 이코노모스들의 앞으로 내디뎠다.
스노우: ……그대들!
9화
이코노모스: ……!
갑자기 일갈을 당하자 이코노모스들이 당황한다. 그래도 무언가를 명령받고 있다는 것은 짐작했을 것이다. 악기를 내던지고 와르르 모여든 그들에게 스노우가 스틱을 들이댔다.
스노우: 솔직하게 말하겠네. 그대들은 종 실격, 이코노모스 실격이다. 종이라면 주인의 눈치를 보고 복종해라! 그것이 본래 그대들의 본연의 자세이며, 그것이 마법 생물로서의 존엄이지 않은가!
이코노모스: …….
그들에게 스노우의 말이 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축 늘어져 있다. 그러자 스노우가 문득 표정을 풀었다. 스틱을 빙 돌려 넣으면 툭, 하고 땅을 찌른다.
스노우: ……하지만, 그대들이 방법을 몰랐음에도 대접하려고 했던 그 마음가짐은 알았네. 내가 주인이 되어 종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마. 나를 섬길 마음이 있다면 무릎을 꿇도록.
이코노모스: ……!
허락된 분위기를 느꼈는지 이코노모스들은 다시 일제히 당황하며 라스티카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주목을 받은 라스티카가 집사풍으로 절을 하자 이코노모스들도 흉내를 내며 절을 한다.
아……! 지금, 라스티카와 똑같았어요. 기품이 있어서…….
히스클리프: 네. 정말로 남을 흉내내는 것이 능숙하네…….
스노우: 으음, 나는 무릎을 꿇으라고 했는데. 뭐, 흉내내는 본능은 잊어버리지 않았으니 훈육해주마.
이코노모스: ……!
이코노모스들이 반갑게 튀고 돌고 굴러다닌다. 덜컹거리는 광경에 라스티카가 미소지었다.
라스티카: 무사히 심사가 끝났군요. 이코노모스들은 스노우 님을 주인님으로 선택한 것 같습니다.
됐다……!
히스클리프: 이것으로 이 무리는 분명 사냥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어……. 스노우 님, 감사합니다.
스노우: 답례를 들을 만한 것은 아니네. 귀중한 마법 생물을 모시게 하는 것도 하나의 흥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이 녀석들의 훈육이 잘 되면 마법관의 파티나 다과회의 서빙을 시켜봐도 좋을지도 모르네.
기뻐하는 이코노모스들을 바라보는 스노우에게 라스티카가 슬며시 다가갔다.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스노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스노우: 라스티카여, 고맙네. 그 작전, 대성공이었군!
라스티카: 스노우 님이 주인에게 어울리는 품격과 강인함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당신을 주인으로 둔 이 무리는 행운이군요. 분명 당신에게 최고의 경애를 바쳐 좋은 종이 되겠지요.
라스티카: 하지만…… 당신의 첫 종은 바로 저죠, 주인님?
스노우: ……흥, 어떠려나. 내 총애를 잃지 않도록 힘쓰는게 좋을 걸세.
차갑게 말한 스노우와 라스티카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함께 웃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는 보기 드문 조합이라고 생각했지만…….)
어깨를 기대고 장난스럽게 웃는 두 사람의 옆모습은 많이 닮아 있었다. 북쪽 나라든, 서쪽 나라든, 바람의 자유로움이 변하지 않는 듯이.
그리고 훗날.
스노우: 우리 다과회 멤버 집합~!
마법관 안뜰에서 다시 스노우에게 소집되어 그때의 멤버로 다과회를 하게 되었다.
스노우 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스티카: 이런 날씨 좋은 날에 또 함께 할 수 있다니 기쁩니다.
오웬: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아.
(그렇다고는 하지만, 온갖 과자를 자신의 접시에 잔뜩 담고 있어…….)
히스클리프: 이코노모스들은 스노우 님의 명령대로 무사히 숨어있을까요?
스노우: 음. 녀석들은 원래 어떤 명령에도 충실하게 응하는 생물이니 말일세. 본능을 되찾은 지금, 나의 명령에 따라 전력으로 마나석 사냥으로부터 숨어있겠지.
히스클리프: 다행이다…….
10화
저기, 너는 왜 스노우의 뒤에 있는 건데?
오웬이 쿠키를 끼운 손가락 끝으로 라스티카를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라스티카는 스노우의 한 걸음 뒤에 예쁜 모습으로 서있었다.
라스티카: 너와 히스클리프를 대접하고 싶어서. 그 다과회에서 손님역은 현자님 뿐이었으니까. 주인님의 다과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스노우: 어서 오세요, 우리의 다과회에~! 그러나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일전의 외출은 확실히 자극적이고 즐거웠군! 모두에게도 이 정도의 인원수로 놀러…… 가 아니지. 유대를 깊게 가는 기회를 만들도록 권유하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네. '거대한 재앙' 을 누구 하나 잃지 않고 맞이하기 위해서는 유대감이 중요하지. 나들이라니, 훌륭한 일일세!
화이트: ……스노우 쨩!
그때, 탁탁 발소리를 내며 화이트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스노우: 와아, 화이트 쨩~! 무슨 일이야~?
화이트: 스노우 쨩이 빨리 돌아와줘~! 라고 편지를 보내서 와버렸어!
스노우: 에에~, 기뻐~! 편지를 보낸 것은 저번에 외출했을 때니까 왜 지금? 이라는 의문이 들지만~, 세세한 부분은 신경쓰지 않도록 할게!
화이트: 응응! 클로에와의 수다에 정신이 팔려 편지를 여는 것을 잊어버린 건 아니니까~!
클로에: 아, 있다있다. 라스티카! 얘들아! 저기, 이것 좀 봐!
화이트의 뒤를 쫓아오듯이 클로에까지 큰 천 덩어리를 안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클로에! 에, 그 천은…….
라스티카: 이런, 아름답네. 내가 들고 있는 알코일 깃털 펜과 같은 색이야.
클로에: 그렇지~! 그 생각이 들어서 사버렸어. 이걸로 만든 옷을 라스티카가 입으면 알코일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해서!
라스티카: 고마워. 클로에는 상냥하네. 그래도 너와 둘이서 너의 옷을 입고 알코일을 다시 만나면 더 멋지지 않을까?
클로에: 와아……! 그거 좋겠다!
화이트: 알코일……. 분명 따뜻한 하늘에 사는 희귀한 새였지. 어디서 봤나?
라스티카: 글쎄요, 기억이 나지 않아서. 하지만 멋진 옷을 입고 하늘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니까요. 차라리 새가 되어도 좋을지도? 알코일로 변신해 알코일을 만나면…….
클로에: 동료라고 생각하고 예쁜 노래를 불러줄지도! 두근거린다……!
히스클리프: 아하하,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네. ……어라? 옷 이야기는?
오웬: 까먹은 거겠지. 이 녀석들, 항상 이런 느낌이니까.
라스티카와 클로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외출 일정을 잡고 있었다. 신나게 떠드는 클로에에게 미소를 짓다가 문득 라스티카가 스노우에게 시선을 돌린다.
라스티카: 맞다. 스노우 님은 어떠신가요? 그 무지개색 새를 찾으러 같이 가지 않겠나요?
스노우: 나도?
갑작스러운 권유에 스노우가 가볍게 눈을 떴다. 화이트를 힐끗 곁눈질한다. 하얗고 깨끗한 오전의 빛에, 희미하게 윤곽이 비쳐지는 그의 한쪽 갈라짐을.
스노우: ……아니, 권유는 기쁘지만 사양해 두겠네. 하지만!
급변해서 스노우가 잘난 척 다리를 꼬았다. 라스티카를 올려다보며 도도하게 미소짓는다.
스노우: 나의 집사여, 명령이네. 돌아오면 마음껏 외출 이야기를 들려주게나!
라스티카가 작게 웃었다. 그리고 공손하고 완벽한 절을 보여주었다.
라스티카: 분부대로. 주인님.
화이트: 나의 집사……?
클로에: 주인님……?
화이트: 에, 뭐야? 둘 다 뭔가 즐거운 느낌 들지 않아?
클로에: 완전 궁금해!
스노우: 호호호.
라스티카: 후후후.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짓는 두 사람…… 주인님과 집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장난의 공범자처럼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왠지 드문 조합인 두 사람이지만…… 마법관에서 맺어진 이 유대감은 신선하고 마음이 들뜨는 이상한 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침 다과회처럼.
혹은,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여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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