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イベント予告】
— 魔法使いの約束【公式】 (@mahoyaku_info) April 29, 2024
5月1日(水) 18:00よりイベント「絵空事歌う箱庭のピエス」を開催予定!
ガチャにはSSRオーエン・ラスティカ・レノックスのカードが期間限定で登場🧙♀️
……さあ、悲劇の幕が上がる。
全てを壊して、壊して、僕が挽歌を歌ってあげよう。#まほやく pic.twitter.com/L2dQjrUpBD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나도록 하죠. 마법사가 떠드는 밤. 분명 아무도 이 희극을 눈치채지 못한다. 노래를 부른다는 신기한 양철 인형. 그것은 '허풍의 정원' 의 광대가 가지고 있던 것으로…….
……자, 비극의 막이 오른다. 모든 걸 부수고 부셔서, 내가 만가를 불러줄게.
1화
유객: 자자, 둘러보세요. 기묘하고 기괴한 무대의 개막이다! 오늘 밤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마법사가 떠드는 발푸르기스의 밤. 오늘 선보일 것은 이 밤에 바치는 소중한 희극의 희곡. '거짓말쟁이 어릿광대' 의 익살스러운 무대를, 부디 지켜봐 주세요!
???: (……아아, 막이 오른다. 이것이 마지막 무대야. 부서져라, 부서져라. 차라리 이 무대에서.)
???: (……기다려, 아이리스. 오늘 밤 내가 전부 끝내줄게.)
???: 자, 비극의 개막이다.
그날, 나는 클로에와 라스티카의 권유로 벼룩시장에 왔다.
클로에: 이 컵, 괜찮다. 조금 작지만 들기 쉬워.
좋네요. 사용하기 편할 것 같아요! 저도 살까봐요.
라스티카: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손잡이까지 정성스럽게 그림이 그려져있어 사이즈도 적당합니다.
확실히 예쁜 디자인이지만……. 밑부분이 빠져있지 않나요?
라스티카: 개성적이죠. 마시기 어렵다는 부분이 옥에 티지만요.
클로에: 티라고 하기에는 치명적이잖아…….
인파를 헤치고 걷는 내 어깨 위에서 사쿠 쨩이 우두커니 앉아 있다. 잡동사니도 미술품도 이곳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팔리고 있다. 어수선한 가운데서 이것저것 물건을 찾는 것은 보물찾기 같아서 즐겁다.
노점 주인: 자, 진귀한 물건들의 총출동이야! 조금 흠집이 있지만 그만큼 싸게 해줄게!
아…….
라스티카: 현자님. 신경쓰이는 물건이라도 있나요?
이게 조금 예쁘다고 생각해서요.
좁은 노점에 늘어선 것은 그을린 초상화와 깨진 꽃병들. 그 구석에 덩그러니 앉아 잇던 것은 양철 인형이었다.
클로에: 귀여운 얼굴이네! 어릿광대 같은 옷을 입고 멋도 부리고 있어.
노점 주인: 손님들, 안목이 높네! 그건 신기한 인형이야. 가끔 노래를 부르거든.
노래? 인형이?
클로에: 혹시 마법 도구라던가?
노점 주인: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 하지만 꽤 좋은 목소리로 노래해. 타이밍은 랜덤이지만.
???: ……라라라~♪
갑자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조끼를 입은 소년: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나요.'
곱슬머리 소년: '마법사가 떠드는 밤. 분명 아무도 이 희극을 눈치채지 못할 거야.'
흥얼거리고 있던 것은 옆을 지나가던 아이들이었다.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자아내는 것은 이상한 고저차가 있는 멜로디. 처음 듣는 음색일 텐데 어딘가 그리운 기분이 드는 것 같은 그것에 라스티카가 귀를 기울인다.
라스티카: 귀에 남는 멋진 멜로디네 ……. 너희들이 만든 거니?
조끼를 입은 소년: 아니! '허풍의 정원' 극장에서 들었어.
곱슬머리 소년: 이웃 마을 변두리에 작은 극단이 있거든. 거기서 부른 곡이야.
클로에: 그건…….
노점 주인: 이 녀석들, 손님에게 묘한 걸 알려주지 마. 저런 곳에 가면 머리가 이상해져. 사실 요즘 그 극단에 묘한 소문이 있거든.
소문이라니, 무슨 일 있나요?
노점 주인: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어떤 공연을 보면 마음이 이상해진다고. 뭐, 저기는 원래 조금 이상한 곳이에요. 쪽 나라에서도 안 할 것 같은 일탈적인 재주라도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라스티카: 과연. 자극적인 쇼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군요.
노점 주인: 아마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예전에……. 대체로 '거대한 재앙' 이 온 시점에서 퍼지기 시작했어요. 그 달 때문에 이상한 것이 더 이상해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클로에 / 현자: …….
기묘한 이야기에 무심코 우리는 얼굴을 마주친다.
노점 주인: 그런데 손님, 그 인형 살 거야?
아, 으음…….
라스티카: 재미있는 인형이네. 어떤 노랫소리를 들려줄지 흥미가 생기는 걸.
사크리피키움: …….
(라스티카가 그렇다면 위험한 건 아닐 것 같아. 사쿠 쨩도 반응이 별로 없고…….)
클로에: 그러면…… 모처럼이니 사갈까?
노점 주인: 감사합니다!
그날 밤.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테이블에 놓고 조촐한 저녁 다과회가 열렸다.
클로에: 으음, 좋은 향기!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달콤하고 차분한 향이에요.
라스티카: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을 거예요.
레녹스: 확실히,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 지나가던 우리도 불러줘서 고마워.
미틸: 덕분에 몸이 후끈후끈해요! 찻잔도 세련되고. 그리고 …….
미틸이 눈을 돌리자 모두의 시선이 테이블 중앙에 모인다. 그곳에는 광대 같은 옷을 입은 양철 인형이 우두커니 고개를 들고 앉아 있었다. 그의 곁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작은 찻잔을 살짝 피해 미틸이 인형을 들여다본다.
미틸: 이 인형, 노래를 부르는 거죠. 정말일까요?
라스티카: 어떠려나? 타이밍은 이 아이에게 달렸다고 하니까, 마음이 내키면 반드시 들려줄 거야.
클로에: 콧노래도 기분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나오잖아. 노래하고 싶을 때 부르는게 제일 기분 좋지!
레녹스: 아아. 지금으로서는 아직 텐션이 오르지 않았을지도.
미틸: 확실히 그렇네요! 남쪽 나라에서도 사람들이 모이면 다들 자연스럽게 노래하기 시작하거든요.
레녹스: 저번에 생일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도 그랬었지. 루틸의 콧노래를 모두가 따라하며 접시와 유리잔을 두드려서 대합창이 되었어.
미틸: 레노 씨도 부르셨죠. 다 같이 노래할 때 레노 씨가 들어가면 음색이 엄청 예뻐져요!
레녹스의 노래, 별로 들어본 적이 없을지도……. 그래도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잘할 것 같아요!
레녹스: 그럴까요?
클로에: 나, 루틸이 칭찬하는 거 들어봤어! 레녹스는 노래를 잘한다고.
라스티카: 그 깊은 목소리로 연주되는 노래는 매우 매력적이겠지. 곡의 요청을 해도 될까?
레녹스: 지금 여기서?
클로에 / 라스티카: 물론!
레녹스: ……그렇네. 맛있는 홍차를 대접해줬고, 내 노래가 보답이 될 수 있다면.
레녹스는 잔을 내려놓고 숨을 들이마시자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말을 건네는 듯한 노랫소리는 고요한 밤에 안겨 있는 듯하여 나도 모르게 절로 입김이 새어나온다.
파우스트: 꽤 잘하잖아.
레녹스: 아…… 파우스트 님.
네로: 목소리가 좋다 했더니 양치기 군이었나.
라스티카: 이야, 손님이 늘었네. 고급 악기처럼 울리는 정말 기분 좋은 노랫소리였어.
미틸: 에헤헤, 그렇죠!
네! 차붓한 노랫소리가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었어요.
클로에: 응응! 나, 가슴이 찡해졌어.
레녹스: 하하, 고마워. 그럭헤 칭찬받으면 부끄러워지네.
네로: 차 마시는 중이지? 이거 넣어. 남은 과일이야.
미틸: 아싸!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 ……이 인형…….
오웬: 외지인이 섞여 있네.
클로에 / 미틸 / 네로: !?
오웬!?
훌쩍 나타난 오웬이 네로가 들고 있는 접시에 손을 뻗는다. 과일 조각을 훌쩍 입에 넣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의자에 걸터앉는다.
외지인이라니, 이 인형을 말하는 건가요……?
오웬: 묘한 기척이 나잖아. 눈치도 못 채고 같이 차나 마시다니, 태평한 녀석들. 게다가 인형을 대접할 필요는 없어. 이 녀석의 차는 내가 받아줄게.
클로에: 하, 하지만…… 라스티카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말은 안했는데?
라스티카: 그렇네. 모르는 누군가의 낌새가 있는 인형이라니, 미스터리지만. 전 주인은 상당히 이 아이에게 마음이 있었던 걸까?
클로에: 눈치챘잖아! 아니, 그렇지만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파우스트: 악의는 느껴지지 않아. 특별히 위험은 없을 것 같지만…… 누군가의 의사나 생각이 깃들어 있는 건가? 오래된 것에는 가끔 있는 일이지.
레녹스: 사연이 있는 인형이었군요.
라스티카: 변덕스럽게 노래를 들려주는 인형이야. 괜찮다면 네로와 파우스트도 노래로 말을 걸어보지 않을래?
파우스트 / 네로: 아니, 사양할게.
오웬: …….
클로에: 오웬도 인형의 노래가 궁금해?
오웬: 별로. 나는 야식을 먹으러 왔어. 네로, 뭐 좀 만들어줘.
네로: 낮에 구운 쿠키라면 남아있지만…….
오웬: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달달한 것도 준비해.
네로: 아…… 네.
파우스트: 그러면 나도 방으로 돌아가겠어. 너희들도 밤샘은 적당히 하도록.
라스티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즐거워서 완전히 늦어버렸어.
클로에: 그렇네. 오늘 밤은 슬슬 끝낼까?
레녹스: 아아, 내일 보자. 현자님, 방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미틸: 저도 같이 갈게요!
고마워요.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라스티카가 우려낸 차 덕분인지 침대에 들어서자 금방 졸음이 몰려왔다. 머리맡에 있는 사쿠 쨩을 쓰다듬고 눈꺼풀을 감는다. 그리고 잠시 후에…….
(어라……?)
나는 어렴풋이 본 기억이 없는 경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먼지 묻은 헛간 같은 장소인 것 같다. 애매한 경치 속에서 두 목소리가 들린다.
검은 머리의 소녀: ……그래서, 객석도 대흥분이었어! 오늘 밤도 최고로 멋진 무대였어. 하아, 진짜 너무 부러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노래할 수 있을까?
앞머리가 긴 청년: …….
두 사람은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청년에게 소녀가 열심히 말을 거는 것 같다. 청년은 가끔 맞장구를 치기만 하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리운 마음이 들어.)
검은 머리의 소녀: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이제 쉬어야겠어. 아침 준비에 늦으면 안되니까. 그러면 안녕히 주무세요!
소녀가 환하게 손을 흔들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간다. 청년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그녀가 떠난 쪽을 바라보았다.
앞머리가 긴 청년: …….
조용해진 방에서 청년은 중얼거렸다. 이윽고 콧노래라도 부르듯 음색을 낸다.
앞머리가 긴 청년: ……라라라~♪
(아, 이 곡 …….)
어딘가 시름끼치는 목소리가 부르는 것은 벼룩시장에서 아이들이 흥얼거리던 곡이었다.
(이상한 멜로디지만, 좋은 노래야…….)
앞머리가 긴 청년: ……저기, 너. 이 노래가 들려? 눈치채고 있어? 만약 알아챘다면, 나의…… 부탁…….
(에……? 나에게 말을 걸고 있어……?)
앞머리가 긴 청년: ……부디, 그 아이를…….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가 멀어지고 애매모호한 경치가 더욱 모호해져 간다. 영화의 필름이 전부 타버리듯이, 눈앞의 경치가 어두워져…… 진흙에서 일어나듯 천천히 눈을 떴다.
(지금 건, 꿈……?)
???: 라라라~♪
졸림 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그건 꿈 속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멜로디.
오웬: 안녕, 현자님. 좋은 꿈은 꿨어?
오웬?
2화
오웬: 조심스럽게 잠겨 있지 않은 방이 있어서 방해하러 왔어. 이 녀석이 갑자기 노래를 시작하니까, 허술한 몸으로 어떤 노래를 부를지 일단 제대로 들어보려고.
희미하게 비치는 달빛을 받으며 오웬은 테이블에 걸터앉아 있다. 그가 노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양철 인형: '발푸르기스의 밤을 만나요. 마법사가 떠드는 밤. 분명 아무도 이 희극을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 인형은…….
오웬의 손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조금 전 라스티카들이 가져갔을 터인 양철 인형이었다.
시노: 현자!
시노!
시노: 오웬……. 역시 너였나. 기척이 느껴져서 상황을 보러 왔어.
라스티카: 저희도 왔습니다. 조금 뭘 찾다가.
클로에: 이 노래는……. 아, 그 인형이다!
오웬: 시끄럽네. 새벽에 이렇게나 모이고.
시노의 뒤에서 얼굴을 내민 라스티카와 클로에가 오웬의 손에 있는 인형을 쳐다본다. 부드럽게 웃는 라스티카가 우아하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라스티카: 오웬이 가지고 있어줬구나. 보이지 않길래 밤 산책을 나간 줄만 알았어. 그렇다 치더라도 훌륭한 걸. 가게 주인의 말대로 흥겹고 좋은 노랫소리야.
시노: 노래하는 인형……? 묘한 걸 가져오지 마. 파우스트가 얼굴을 찌푸릴 거라고.
(실제로 찌푸렸고…….)
양철 인형: 라라라라~♪
인형은 아지곧 노래를 계속하고있었다. 갑자기레코드가 날아가듯 끊어지기는 하지만 그 목소리는 기억에 남아있다.
(이 목소리, 아까 꿈에 나온 사람과 조금 비슷해…….)
클로에: 이건…… 벼룩시장에서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잖아?
라스티카: 그렇네. 기묘하고, 독특하고, 흥얼거리고 싶어지는 재미있는 멜로디라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나요' 라는 인상적인 문구도 있고.
발푸르기스의 밤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마법사들의 잔치의 이름이다. 나라마다 다양한 전승이 있으며 북쪽 나라 마의 산에서 펼쳐지는 본고장의 축제에는 나도 예전에 방문한 적이 있다.
오웬: 밤 중에 듣기에는 조금 시끄러운데. 뭐, 나쁘지는 않나.
라스티카: 그가 느긋하게 노래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헤아려 네가 데리고 온 거니?
오웬: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이 녀석,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이 노래도.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
시노: 거침 없네. 너무 오래 살아서 생각이 안 나는 것도 생각할 일이지.
오웬: 늙은이 취급하지 마. 두서없는 일이 너무 많을 뿐이야.
오웬은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이윽고 무언가 짚은 듯 다른 색의 눈동자를 천천히 깜빡였다.
오웬: 생각 났다……. 이 녀석, '허풍의 정원' 의 광대가 들고 있던 인형이야.
시노: '허풍의 정원'?
그건, 분명히…….
라스티카: 거품의 거리 옆의 변두리에 있다는 극장의 이름이었죠. 이 노래도 거기서 불리고 있는 것이라고.
클로에: ……극장은 이름 뿐이야.
클로에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흐렸다. 그리고 무겁게 입을 연다.
클로에: 허풍의 정원은 서쪽 나라의 변두리에 있는 구경거리 오두막이야. 갈 곳 없는 고아나 힘이 약한 마법사를 모아 재주를 부리는 중이지.
구경거리라니……. 서쪽 나라 축제에서 방문한 살롱에 있던 마법사들처럼?
클로에: 비슷하지만 취급은 더 심한 것 같아. 허풍의 정원에서는 마법사나 의지가 없는 아이가 장사 도구야. 사람을 사는 중개도 할 겸 싼 임금으로 일하게 해서 고용주가 돈을 벌지. 별로 좋은 소문이 없는 장소야. 본가에 있을 때 거기에 팔리고 싶냐고 협박당한 적도 있어. 어리석고 느림보인 너에게 어울린다고…….
시노: 돈을 받을 수 있으면 다라는 건가……. 어느 나라에나 변변치 않은 녀석이 있어.
오웬: 마법사가 사람에게 길러지다니 미친 이야기네. 나는 불행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즐겁지만. 클로에, 네 이야기도 들어줄까? 비참하고 부끄럽고 사라지고 싶었던 일이 잔뜩 있었겠지.
오, 오웬. 별로 그런 이야기는…….
라스티카: 클로에의 이야기는 나도 듣고 싶지만, 클로에는 총명하고 상냥한 아이니까 오웬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못할 것 같아.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 클로에의 옷 만드는 솜씨는 어떤 장소에서도 높이 평가되겠지만…… 다행이야. 그 극단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만날 수 있었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와 클로에는 언젠가 어디선가 만날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만.
클로에: 후후…… 그렇지. 고마워, 라스티카.
클로에……. 미안해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화제였죠.
클로에: 으응, 신경쓰지 마! 옛날 일인 걸.
오웬: 뭐야, 재미없어.
클로에: 그것보다 오웬. 노래를 안다는 건, 그 장소에 가본 적 있어?
오웬: 있지. 한 10년 전이었나. 액재를 물리칠 겸 마법관에 왔을 때 서쪽의 무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심심풀이로 보러 갔어.
무르와 샤일록이?
오웬: 아니, 클로에들 전에 있던 화려한 마녀. 제대로 이야기 한 적도 없고 이제 얼굴도 기억 안나지만.
어느새 노래가 끊긴 인형을 만지작거리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오웬은 어깨를 들썩였다.
오웬: 떠돌이의 쓸개 같은 곳이었어. 언제나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불행한 자신을 속이고 얄팍한 미소의 가면을 쓰고 말이야. 손가락으로 튕기는 것만으로도 부서지는 주제에 몇 번이나 가면을 다시 쓰는 거야. 이상하지.
클로에: ……역시 그렇구나. 모아진 사람들이 웃음거리가 되는 장소 …….
라스티카: 하지만 그들의 무대를 보러 오는 손님이 있겠지. 그렇다면 누가 웃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훌륭한 연기자야. 어떤 장소에서든 누군가의 양식이 된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야. 거기에 그들의 행복이 없다고도 할 수도 없어.
오웬: 너는 정말 태평하구나. 구토가 날 것 같아. 뭐, 비침하고 꽤 좋은 장소였지만 재미없는 광대가 있었어. 어떤 야유를 보내도 물건에 부딪혀도 실실 웃고 있었지. 그 광대가 부르던게 이 노래야.
시노: 그러면 이 인형은 그 광대의 소지품이라는 건가?
……어라? 이 아이의 몸 옆에 뭐가 붙어있지 않나요?
라스티카: 아아, 정말이다. 옷 사이로 뭐가 보이네요. 소품인가?
오웬은 인형의 옷을 젖히고 문을 열었다.
오웬: 아아…….
천천히 그 얼굴에 혹한의 미소가 떠오른다.
오웬: 다시 한 번 저기로 가볼까. 재미있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오웬의 손 안에서 조종당하듯 인형의 팔다리가 흔들린다. 마치 손짓을 하는 것 같은 그것을 라스티카와 클로에도 똑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클로에: 아, 있다 있다. 오웬!
라스티카: 안녕. 좋은 아침이네.
오웬: 뭐야, 아침부터 줄줄이.
다음 날 아침. 어젯밤 오웬이 방에 두고 간 인형을 손에 쥔 우리는 스콘을 먹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식사 중에 죄송해요. 어젯밤에 오웬이 '한번 더 허풍정원에 가볼까' 라고 했었죠. 그 후에 두 사람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저희도 함께 가도 될까요?
오웬: 하? 싫어.
클로에: 하지만 이 인형의 고향일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고향에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지만, 이 인형에게는 소중한 장소일지도 모르고…….
라스티카: 고향 노래를 부를 정도야. 그리워하고 있다면 보내줘야지. 게다가 그 극단은 오웬이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지? 모처럼이니까 우리도 보러 가고 싶어서.
오웬: 아니, 모른다고 그런 거 …….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몇 개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시노: 마지막의 그건 아쉬웠어. 다음에는 무조건 하나 더 딸 거야.
레녹스: 나도 좋은 자극이 됐어.
미틸: 아, 파우스트 씨! 안녕하세요.
파우스트: 안녕. 너희도 이제부터 아침 식사인가?
레녹스: 네. 방금 아침 단련이 끝난 참입니다.
미틸: 저도 오늘은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두 사람과 함께 해달라고 했어요.
아침 인사를 나누며 식당에 온 마법사들이 내가 안고 있는 인형에 눈길을 돌렸다. 옆에 떠오른 사쿠 쨩도 옷깃의 프릴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
시노: 오, 어젯밤의 인형이다. 이번에는 노래하지 않네.
에, 불렀었나요?
라스티카: 응. 오웬이 이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흥을 복돋아 주더라고.
오웬: 없는 소리 지어내지 말라고.
상냥한 라스티카와는 대조적으로 파우스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형을 바라보았다.
파우스트: ……기척이 어제보다 짙어지고 있어. 어젯밤은 노래를 불렀을 뿐인가? 다른 변화는?
으음, 그러고 보니…….
나는 어젯밤에 꾼 이상한 꿈 이야기를 했다.
레녹스: 꿈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미틸: 게다가 인형이 꿈과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니…….
파우스트: 그런가……. 이 인형에 깃들어 있는 사념은 의외로 강한 것 같아. 꿈에 개입해서 호소하거나 노래로 마음을 끄는 것으로 무언가를 전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더더욱 인형을 전달하러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레녹스: 어디 짐작가는 곳이 있나요?
클로에: 맞아. 오웬이 거기서 이 인형과 주인을 본 적이 있대.
시노: 서쪽 나라에 있는 구경거리 오두막인 것 같아. 사람을 사거나 주워와서 재주를 부린다고.
오웬: 후후…… 맞아. 아마추어밖에 없는 쇼니까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네로: 훌쩍 놀라갈 만한 장소도 아니지 않아?
주방에서 나온 네로가 생크림이 가득 담긴 그릇을 테이블에 놓는다.
네로: 자, 있는 만큼 가져왔어.
오웬: 아싸.
네로: ……그런 시설은 빈민가에 자주 있지. 나도 이야기는 몇 번 들어봤지만.
파우스트: 고객층도 그다지 치안이 좋은 장소는 아닐 거야. 게다가 마법 과학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서쪽 나라에서는 특히 마법사에 대한 비난이 강해지고 있어. 대관식 덕분에 수도 부근에서는 우리 현자의 마법사의 이름이 그럭저럭 알려져 있지만…… 마법사를가볍게 여기는 곳에 가면 불쾌해질지도 몰라.
라스티카: 걱정해주는 거구나. 파우스트, 네로.
신중한 마법사들의 경계를 라스티카가 우아하게 웃으며 받아들였다.
라스티카: 하지만 어떤 장소라고 해도 우리는 자신답게 있을 수 있어. 어떤 장소에도 마음을 끄는 멋진 것은 있지. 쏟아지는 비가 탁해도, 진흙을 빨아올려 태어났다고 해도……. 피어난 꽃은 아름다워. 분명 그 극단에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것과 만날 수 있을 거야.
클로에: 라스티카……. 정말이지,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 그런 생각이 들어.
라스티카는 허풍의 정원에 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것 같았다. 클로에의 말처럼 긍정적인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극단에 품었던 인상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다.
(상상만으로 수상하고 무서워보이는 장소라고 단정짓는 것은 좋지 않아. 실제로는 그렇게 심한 장소가 아닐지도. 어제 아이들도 신나게 노래를 흥얼거렸고…….)
……아.
문득 노점 주인이 이야기하던 것이 내 뇌리에 스쳤다.
레녹스: 무슨 일이시죠? 현자님.
지금 생각났는데……. 허풍의 정원에는 소문이 있는 것 같아요.
파우스트: 무슨?
네. 어제 벼룩시장에서 들었는데…….
3화
아침 식사 후,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하늘을 날아 서쪽 나라의 변두리로 향했다. 소문의 극단 허풍의 정원은 들은대로 거리의 변두리에 있었다. 강변의 너른 자리에 여러 개의 텐트와 낡은 오두막이 들어서 있고 크고 작은 간판이 걸려있다. 그 중앙에는 유난히 큰 텐트가 있었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유객: 자자! 둘러보고 가세요! 기묘하고 기괴한 무대의 개막이다!
미틸: 시끌벅적하네요……! 술이나 간단한 노점도 있어요.
시노: 축제라도 하는 건가. 화려한 차림의 녀석들이 잔뜩 있어.
클로에: 이야기는 들었지만 와본 건 처음이야……. 이런 곳이구나.
라스티카: 풍요의 거리와도 거품의 거리와도 다른 활기가 있네. 모두와 올 수 있게 되어 다행이야.
그렇네요. 잡다한 분위기가 신선할지도……. 모두들, 동행해 주셔서 고마워요.
내가 돌아보니 근처를 날고 있는 사쿠 쨩도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행동을 했다.
레녹스: 액재의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으니까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시노: 오늘은 임무도 없었고.
미틸: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로: 아이들과 현자 씨만 보내는 것도 조금 그러니까.
파우스트: 만약의 일이 있을 때 어른이 라스티카만으로는 힘이 부칠 거야.
오웬: 나도 있는데.
'어떤 공연을 보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액재가 찾아올 무렵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는 후문을 전하자 전 멤버들에 더해 파우스트들도 동행해주게 되었다.
오웬: 주섬주섬 따라오다니 개미의 행렬 같네. 뭐, 됐어. 나는 불행한 녀석들을 웃으러 왔을 뿐이고 아이를 지킬 생각도 없으니까.
클로에: 오웬, 벌써 가는 거야? 같이 보자!
라스티카: 오웬은 와 본 적이 있지? 우리는 처음이니까 오웬이 있어주면 마음이 든든할 거야.
오웬: 관람하는데 처음이고 뭐고 없지 않아?
(전에 코모스의 서커스를 보러 갔던 거리와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네…….)
활기찬 것은 변함이 없지만 허풍의 정원에는 조금 요염한 분위기가 있다. 건물과 간판의 색은 모두 화려하고 독하며 네온에 비친 환락가 같다.
유객: 곧 개봉이야! 모두들, 서둘러!
레녹스: 마침 공연이 시작되나봐요.
네로: 일단 적당히 자리에 앉을까.
텐트 안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가 호사스럽게 꾸며져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열기에 휩싸인 가운데 울려퍼지는 벨을 신호 삼아 무대의 막이 올랐다.
클로에: 우와, 저 사람 팔이 흐물흐물 구부러져 보여……. 마법인가?
미틸: 저쪽 사람은 불덩어리를 몇 개나 삼키고 있어요!
시노: 마법의 기척은 없어. 인간일 텐데……. 저런 걸 먹고 목이나 배에 화상은 안 입나?
고양이 같은 사람: 이 근처에 짐승 냄새가 나는데. 들개라도 섞였나?
개 같은 사람: 시끄러워. 이거나 먹으라고!
귀와 꼬리만 달린 개 같은 사람과 고양이 같은 사람이 싸우고 있어…….
기묘한 대도예 같은 것부터 지주를 사용한 댄스 같은 곡예 등, 눈길을 끄는 연목이 차례차례로 피로되어 간다. 마법사의 연기자도 있는 것 같고, 마법이나 마술을 사용한 재미있는 연기도 눈에 띄었다. 지금은 무대에서 조금 얇은 옷을 입은 여자가 연기자 위에 올라타 말처럼 타고 다닌다.
네로: 헤에, 좋네.
파우스트: 어이. 아이들 앞이라고.
레녹스: …….
미틸: 레노 씨, 왜 그러시나요? 이러면 앞이 안 보여요……!
시노: 하하, 눈 가리고 있어. 아이한테는 아직 이르다는 거지.
파우스트: …….
시노: 아, 어이! 왜 내 눈도 가리는 거야!
만취한 관객: 아하하, 나도 타고 다녀줘!
오웬: 좋아. 내가 고삐를 잡아줄까?
만취한 관객: 뭐, 뭐야 너!?
모자를 쓴 관객: 아하하, 좋겠네. 부러워라.
라스티카: 그렇다면 당신의 고삐는 제가 잡도록 하죠.
만취한 관객: 헤에……!? 우리들은 그, 저 여자에게…….
모자를 쓴 관객: 아니…… 자세히 보니 형들도 꽤 좋은 남자네……. 조금 좋을지도.
주근깨가 있는 관객: 아하하! 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희들은 일년 내내 밑바닥에 깔려 있잖아!
관객들은 자유롭게 환성도 야유도 날린다.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지는 사람도 있었고 중간에 자리를 뜨거나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파우스트: 정신이 하나도 없네. 느긋하게 관람할 분위기도 아니야.
네로: 겉치레라도 점잖은 손님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변두리의 극장은 이런 느낌이지.
라스티카: 아아.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치안이 나쁜 장소도 아닌 것 같아. 어느 쪽인가 하면 어른용의 연기도 있지만, 모두 털털하게 마음대로 관극을 하고 있는 것 뿐…….
사회: 자, 다음은 여러분이 기다리고 계시는 광대의 희극이다! 극단의 간판 희곡,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나요' 를 자세히 봐주시길!
아키라 / 클로에 / 라스티카: ……!
귀에 익은 문구와 함께 무대에 나타난 것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광대의 여자였다.
어릿광대 여자: 라라라~♪
어릿광대 여자: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나자. 분명 아무도 이 희극을 눈치채지 못할 거야.'
클로에: 이 노래……. 역시 아이들 말대로 이 극단의 노래였구나.
라스티카: 역시 이 인형은 이 극단에 연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그녀의 유연한 노랫소리가 텐트에 울린다. 제멋대로 떠들어대던 관객들도 조금 전보다 무대를 더 보는 듯했다.
어릿광대 여자: '거짓말쟁이 어릿광대는 인기쟁이. 모두를 언제나 웃게 만들지. 깔깔. 후후후. 아하하하.'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의 주위에 연기자들이 모여든다. 여자아이는 강아지 봉제인형에 물려 아파하기도하고, 재미있게 익살을 부렸다. 그런가 하면 어깨에 걸친 천을 걷어차고 몸을 추스르며 가면 안쪽에서 매력적이게 웃는다.
어릿광대 여자: '상대해 드리죠. 어릿광대인 저를 마음대로 드셔주시길.'
아키라 / 클로에: 와, 와아…….
만취한 관객: 휴우~! 이 녀석은 걸작이군!
돌돌 변하는 분위기나 표정의 변화에 눈이 끌린다. 관객은 그것을 보고 손뼉을 치고 즐거운 듯이 웃고 있지만…….
모자를 쓴 관객: 좋아 좋아! 아하하. 아하하하!
주근깨가 있는 관객: 아하하하하하하하!
시노: ……관객의 상태가 이상하지 않아?
미틸: 네……. 지금의 안무는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는데.
네로: 뭔가 비정상적인 분위기라고나 할까…….
극이 진행될수록 객석의 웃음소리는 이상하게 변해갔다. 숨을 헐떡이고 몸을 비틀면서 부서진 자명종처럼 요란하게 웃고 있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아아.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우면 물 속에 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소리가 멀어진다. 마치 고막에 한 장의 막을 친 것처럼.
파우스트: 현자나 어린 마법사는 너무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좋아. 마음이 뺏길 거야.
네, 네…….
미틸: 다들 어떻게 된 건가요……?
으스스한 열기에 겁에 질려 나와 미틸은 엉겁결에 몸을 맞댔다. 사쿠 쨩도 내 어깨 위에서 털을 곤두세우며 경계하고 있다.
오웬: 하하, 최고. 회장 전체가 우스꽝스러워서 재밌어. 마치 전부 삐뚤삐뚤해진 것 같아.
재킷을 입은 관객: 어이, 또 묘한 극을 하고 있는 거냐!
그때 입구에서 들어온 관객이 종이 뭉치를 무대를 향해 던졌다.
재킷을 입은 관객: 내 아내도 이것때문에 완전히 정신이 나갔어. 덕분에 집안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이런 미친 노래, 지금 당장 그만둬!
주근깨가 있는 관객: 꺄하하하하! 그래. 그만둬!
그 야유에 다른 손님들도 껄껄 웃으며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라스티카: 이건…… 무대를 즐기는 것치고는 조금 난폭한 것 같네.
클로에: 저 아이, 괜찮을까……. 딱딱한 것에 부딪히면 다칠 거야.
그럼에도 광대는 극을 이어갔지만 관객의 장난은 멈추지 않았다. 던져진 작은 병이 무대 가장자리에 부딪혀 부서졌을 때, 마침내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어릿광대 여자: ……적당히 해! 손님이라고 뭐든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만취한 관객: 시끄러워! 폼 잡지 말라고!
재킷을 입은 관객: 손님에게 무슨 말투야! 후려 갈겨주마!
살벌한 공연장이 역겨운 열기에 휩싸여간다. 급기야는 머리에 피가 오른 손님이 무대에 올라 광대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미틸: 아!
위험해……!
무심코 소리를 질렀을 때, 큰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레녹스: 핫……!
무대로 뛰어올라 광대를 감싸듯 손님을 가로막은 사람은 레녹스였다. 재킷을 입은 남자의 손목을 잡고 가볍게 비틀어 올린다.
레녹스: 무대에서 내려줘. 역시 이건 과해.
재킷을 입은 관객: 뭐, 뭐야 이 녀석……! 극단의 경호원이냐!?
레녹스의 양: 메에~!
재킷을 입은 관객: 에, 양……? 동물을 데리고 있다는 것은, 이 녀석도 연기자인가?
푸른 머리의 극단원: 아이리스! 괜찮아?
키가 큰 극단원: 거기 형, 미안해요! 손님 분들도 제발 진정해주시길!
오웬: 아이리스……. 헤에, 저 녀석이.
(……?)
칼을 쓰다듬는 듯한 목소리로 오웬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소리를 지르듯 소란을 눈치챈 극단원들이 무대에서 뿔뿔이 흩날려진다. 그 속에서도 공연장은 웃음바다였다. 깔깔. 아하하. 이히히. 삐뚤삐뚤 뛰는 소리가 회장에 가득 울려퍼진다.
클로에 / 라스티카: …….
파우스트: ……따라오기를 잘했군.
네로: 저주나 괴이의 종류인가? 저 여자가 노래를 시작하기 전과 후로 회장의 분위기가 바뀌었어.
파우스트: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녀에게 나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아. 공연에 깃든 무언가가 청중에게 영항을 주고 있나……?
오웬: 후후. 역시, 여기는 꽤 좋은 장소야. 쓸어담어지려고 모인 벌레들이 상처를 서로 핥는 것 같아.
오웬. 전에 왔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나요? 소문으로 들은 정신이 이상해진다는 레벨이 아닌 것 같은데…….
오웬: 아니? 예전에는 전혀 아니었어. 관객의 버릇이 많이 좋아졌네. 하지만 광대인 주제에 웃는 과면을 벗다니. 저 아가씨, 연극이 미지근하지 않아?
양철 인형: ……달그락 달그락.
오웬: 아파! 뭐야. 이 녀석, 지금 날 잡은 거야?
시노: 화내는 거 아니야?
라스티카: 저 아가씨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던 걸지도. 맞니?
양철 인형: ……달그락.
고개를 끄덕였다……?
시노: 이 녀석, 의사소통이 되는 건가?
클로에: 여보세요. 들리면 대답해줄래?
레녹스: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뛰쳐나가서 죄송합니다.
미틸: 어서오세요. 레노 씨, 다치지는 않았…… 어, 어라?
파우스트: 너, 그 옷은…….
시노: 파우스트도잖아. 갑자기 몸이 화려해졌어.
네로: 아니, 너도 나도 모두 변했어.
오웬: …….
어느새 모두의 옷이 변했다. 무대에 서면 빛날 것 같은 화려한 옷차림이다.
라스티카: 이 극장에 맞춘 것 같은 멋진 의상이네. 누군가의 선물인가?
클로에: 나는 아닌데?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그러면, 도대체 누가…….
4화
오웬: 네가 한 짓이잖아.
똑같이 광대 복장이 된 오웬이 따지듯이 인형을 바라본다.
오웬: 흥……. 자기 볼일이 있을 때만 반응하다니, 편리한 녀석.
네로: 그런데 딱 좋은 모습이 되지 않았나? 이 정도면 백스테이지에도 어렵게 않게 들어갈 수 있어.
파우스트: 아아. 히키코모리에게는 너무 화려하지만, 여기서는 이게 눈에 띄지 않을 것 같군. 아까 그 광대에게 이변에 대해 이야기를 듣자. 현자. 그거면 될까?
물론이에요. 파우스트들도 와줘서 다행이야…….
라스티카: 그건 그렇고 흥미로운 쇼였습니다. 마지막의 희곡은 조금 난폭했지만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오웬, 함께 봐줘서 고마워.
클로에: 백스테이지에 오웬도 올래?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노점을 돌아도…….
오웬: 갈게.
괜찮나요?
오웬: 내 마음이잖아. 안돼?
아, 아뇨! 조금 의외였을 뿐…….
(평상시라면 벌써 어디론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데……. 이 극단이 마음에 든 것 같았는데, 그래서 기분이 좋은 건가?)
무대는 이미 막을 내렸고 공연장을 지배하던 섬뜩한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고 있다. 관객들은 꿈에서 깨어난 듯한 초췌한 표정으로 줄줄이 나갔다. 그 인파 속에서 뻣뻣한 정장을 입은 점잖은 노신사가 얼굴을 흐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노신사: 정말이지, 불쌍하게도. 연기자에게 이 얼마나 지독한 처사인가. 그녀는 그렇게 훌륭하게 노래하고 있었는데…….
라스티카: 저도 동감입니다. 그녀의 노랫소리는 너무나도 멋있었어요. 눈이 부실 정도로 생기가 넘쳐 새벽을 축하하는 아침 햇살 같았죠.
라스티카가 명랑하게 말을 걸자 그는 번쩍 얼굴을 빛냈다.
노신사: 오오, 알아주시는 건가요. 그녀의 노랫소리는 밝고 씩씩합니다.
라스티카: 네, 너무나도. 당신은 여기에 자주 오시나요?
노신사: 네. 제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상당한 고참객이죠. 하지만 요즘 관객의 태도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더 그녀가 그녀답게 활기차게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노신사: 이런, 죄송합니다. 슬슬 가야해서……. 저는 이만.
인사하고 떠나는 노신사를 배웅하며 라스티카가 돌아본다.
라스티카: 역시 어떤 장소에서도 질 좋은 예술은 칭찬받을 수 있어……. 좋은 일이야. 자, 그녀를 만나러 갈까.
의상 때문인지 우리는 누구의 뭇매를 맞지 않고 매끄럽게 백스테이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레녹스: 미안해. 광대의 여자아이를 알고 있을까? 조금 전에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었던…….
극단원: 아아, 저쪽에 있어. 어이, 아이리스!
아이리스: 네!
뒤돌아본 것은 20대 중반 정도의 여성이었다. 검은 머리의 곱슬머리와 선명한 자줏빛 눈망울이 신비롭고 화려한 어릿광대의 치장이 없어도 향기로운 존재감이 있다.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아이리스. 처음 뵙겠습니다.
사실 저희들은…….
아이리스: 아…….
이쪽이 인사를 하기 전에 아이리스 씨는 오웬에게 눈길을 돌리며 두 눈을 크게 뜬다.
아이리스: 거짓말쟁이 어릿광대……?
오웬: ……누군데 그게. 나한테 하는 말?
그녀의 말에 오웬은 싱긋 웃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벽에 등을 맡기고 품평을 하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만으로 위에서 아래로 그녀를 시선으로 흝었다.
아이리스: 아…… 죄송해요. 사람을 착각했네요. 옛날에 비슷한 복장의 연기자가 있었으니까. 너희들은 처음 보는 얼굴이네. 그리고 거기 큰 오빠는 아까 무대에 올라왔던 사람?
그러나 그녀는 곧 쾌활한 미소를 짓는다. 미스터리한 외모와는 달리 털털한 사람 같다.
클로에: 약간의 사정이 있어서 실례할게. 이 인형을 알고 있어?
아이리스: 이, 이거……! 어디서 찾았어!?
라스티카: 역시 알고 있었구나. 벼룩시장에 매물로 나왔었거든. 우연히 마주쳐서 우리가 구매했어.
아이리스: 그랬구나……. 고마워. 잘 데려다줘서. 이 인형, 동료였던 광대의 도구야. 어느 때부터 노래를 시작하게 되고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팔려버렸어.
파우스트: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다행이군. 인사가 늦었지만 우리는 현자의 마법사. 이 극단에 얽힌 소문을 듣고 상황을 보러 왔어.
아이리스: 현자의…….? 혹시, 여왕 폐하의 대관식에 참여했다는…….
대관식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아이리스: 이야기는 들었어! 관객이나 시장에 나온 아이들로부터. 당신들이 그 유명한……. 초상화 그림에서는 더 상냥하고 찬란한 인상이었는데, 실제로는 쿨한 느낌이었네요.
네로: 우리들이 묘하게 상쾌하게 웃는 그림, 이런 곳에까지 퍼져있는 건가…….
파우스트: 뭐…… 그건 좋아. 아까 너의 공연을 봤어. 네가 노래를 시작한 순간 회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은데. 언제나 저런 식인가?
아이리스: 어머……. 봐줘서 고마워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놀라게 해버렸을까. 전에는 더 다들 평범하게 즐기고 있었어.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상태가 이상해져서……. 공연 중에는 배우들도 귀를 막을 정도야. 오늘도 바로 대응하지 못해서 미안해.
레녹스: 아니,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이변이 일어난 시기는 혹시 '거대한 재앙' 이 찾아온 시기인가?
아이리스: 잘 알고 있네? 응, 분명 그 쯤이었던 것 같아.
역시…….
파우스트: 그 달의 짓인가…….
화려한 정장의 사나이: 아이리스!
갑자기 호통이 울렸다. 험악하게 눈썹을 치켜세운 남자가 맹렬하게 다가온다.
아이리스: 지배인 대리…….
지배인 대리: 또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니. 몇 번이나 이런 짓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냐!
지배인 대리라고 불린 남자는 호통을 치며 들고 있던 채찍을 휘두른다. 일절 망설임 없이 그것을 아이리스 씨에게 향한다.
클로에 / 미틸: ……!
네로: 어이, 너……!
지배인 대리: 네가 어떻게든 부탁하니까 꺼림칙한 연기를 계속하게 해주지만, 그 태도는 뭐야!
아이리스: ……뭐가! 요즘 손님이 잘 오는 건 그 희곡 덕분이잖아! 다들 그 무대를 보러 오는 거야!
지배인 대리: 닥쳐! 너는 건방진 말은 하지 말고 얌전히 노래나 하고 있으면돼!
남자는 다시 팔을 들어 아이리스 씨를 때리려고 한다. 그 팔을 잡은 건 레녹스였다.
레녹스: 배우의 몸에 상처를 주면 안되잖아. 저 희곡은 여기의 간판이라고 했어. 그녀가 무대에 설 수 없게 되면 극단에게도 손실이겠지.
미틸: 마, 맞아요!
지배인 대리: 젠장, 이거 놔! 뭐야!? 자세히 보면 주위에 사람이 줄줄이……. 신인이냐? 그런데 이런 큰 남자가 리스트에 있었나…….
으, 으음…….
레녹스: ……서비스야. 신세를 질게.
지배인 대리: 그런가……. 그런 거라면 이번만은 용서해주지. 다음에 얕보는 태도를 취하면 우리 방에 넣어주겠어. 신인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고! 짐 운반, 간판 수선, 연료 보충, 더러운 소품도 닦아놔라. 아이리스는 내 방으로 와.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고 싶다면. 알고 있지?
아이리스: …….
침을 뱉는 듯한 태도로 지배인 대리는 떠났다.
네로: 뒷세계는 이런 느낌이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흉측한 녀석이었네.
파우스트: 깡패가 상사라니.
시노: 아이리스. 저 녀석의 방에 갈 거야? 철창에 가두면 어떻게 해.
아이리스: 아니…… 괜찮아. 분명 평소의 시끄러운 설교일 거야. 그것보다 모처럼 와줬는데 바로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미안해.
클로에: 아니야……. 하지만 아이리스, 그 공연을 계속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
라스티카: 노래도 연극도 너무 멋있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클로에와 라스티카가 살며시 말을 걸자 아이리스 씨가 불안한 듯 눈동자를 흔들었다. 조금 전까지의 쾌활한 인상과는 달리 소녀처럼 가냘픈 목소리를 낸다.
아이리스: ……역시 그렇구나. 나도 보통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부르던 거야. 그러니까,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
오웬: 그래. 넌 그 노래를 들은 손님들이 웃다가 죽어도 된다는 거구나.
오웬, 말투가 조금…….
오웬: 별로 탓하지는 않아. 좋잖아. 다들 즐거워하고. 죽을 때까지 계속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일생을 보내게 해주면 어때?
레녹스: 오웬 쨩, 쉿.
미틸: !?
레, 레녹스……!?
레녹스: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이 오웬을 다그칠 때는 이렇게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오웬, 어때. 그만둘 마음이 생겼어?
오웬: 쌍둥이의 부금이라니……. 그 녀석들의 장난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마. 소름 돋았어.
파우스트: ……뭐, 어쨌든 아이리스에게도 극단의 일이 있을 거야. 객석에서 보는 한 이변이 발생한 것은 청중 뿐이었다. 어제 인형의 노래를 들은 현자들에게 이상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요인일지도 몰라. 노래를 계속 부르든, 그만두든, 저주의 근간을 찾아야해.
그런 거라면 마침 일도 받았고…… 돌아다니면서 아이리스 씨 이외에도 극단 쪽에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웬: 에에……?
시노: 에에? 가 아니야. 네가 극단에 대해 제일 잘 알잖아. 똑바로 일해.
미틸: 일이 잔뜩 있는 것 같았어요.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클로에: 가자, 오웬!
라스티카: 이쪽이야, 오웬.
오웬: 잠깐. 당길 거라면 같은 방향으로 해.
네로: 히에……. 젊은이는 싹싹하네…….
파우스트: 너희들 ……. 부주의하게 오웬을 끌고 다니지 마.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고.
레녹스: 네로. 라스티카도 젊은 마법사의 부류에 들어가나?
네로: 뭐 ……. 나보다는?
우리는 몇 개의 조로 나뉘어 극단의 일을 돕기로 했다.
레녹스: 그런가……. 다들 저 희곡을 듣고 웃어 지치더라도 반복해서 극장에 오는 건가.
붉은 머리의 극단원: 아아. 중독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뭐, 그 덕분에 손님이 늘어났지만. 으스스하다고, 그 광경. 모두 웃는 가면을 벗을 수 없는 광대처럼 되어서.
미틸: 저쪽 간판, 전부 다 칠했어요! 이쪽도 해놓을게요.
붉은 머리의 극단원: 오, 부탁할게. 신인인데 일이 빠르네.
시노: 벽 보수가 끝났어. 네 일도 도와줄까?
붉은 머리의 극단원: 오, 오오. 신인인데 태도가 거만하네…….
극단원: 거기 큰 형! 창고 짐 나르는 일은 어떻게 됐어?
레녹스: 아, 그건 이미 끝났어.
극단원: 짐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아까 부탁한 대도구의 운반은…….
레녹스: 끝났어.
극단원: 고, 고마워……! 다행이야, 너희가 들어와줘서.
붉은 머리의 극단원: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지배인 대리는 무서운 사람이지만…….
시노: 저 녀석은 맨날 저러나? 채찍 같은 걸 들고 다녔는데.
붉은 머리의 극단원: 아아……. 아이리스가 대단한 거야. 우리가 무서워서 소리도 못 내는 상대에게 맞서는 거니까. 게다가 노래도 연기도 잘해서 말이야! 거짓말쟁이 광대에 이은 우리 간판 배우야.
5화
미틸: 거짓말쟁이 광대……. 아이리스 씨가 오웬 씨를 그렇게 불렀었죠. 비슷한 모습의 연기자가 있었다고.
극단원: 옛날에 우리 극단에 있던 마법사 광대야. 거짓말만 해서 그렇게 불렀어. 파란색을 빨간색이라고 하거나 신문을 엉터리로 읽거나 식은 술을 뜨겁게 마시거나.
붉은 머리의 극단원: 도대체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우리를 놀리는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 머리가 헷갈릴 정도였어.
시노: 정말 오웬같네. 그 녀석의 경우 그냥 심술궃을 뿐이지만.
극단원: 그 오웬은 너희들의 동료야?
레녹스: 아아. 남들보다 조금 솔직하지 못해.
미틸: 조금, 이려나……. 오웬 씨가 심술궃은 건 사실이에요. 금방 싫은 소리를 하고 싸움으로 부수고 임무도 진지하게 해주지 않지만, 엄청 강하죠…….
시노: 강하니까 전부 용서받는 느낌. 억울하지만 부러워. 나도 저 정도로 뽐내고 싶어.
극단원: 아하하, 꽤 버릇이 강한 녀석이구나. 그런 녀석이야말로 반대로 무대가 잘 맞는 체질일수도 있어. 거짓말쟁이 광대도 이상한 녀석이었지만 간판 배우였지.
붉은 머리의 극단원: 아이리스도 그를 동경해 연기자가 됐을 정도니까. 정말로 아까운 녀석을 잃었어…….
시노 / 미틸 / 레녹스: 에……?
붉은 머리의 극단원: 어라. 몰랐어? 광대는 10년 전에 죽었어.
극단원: 공연 중에 샹들리에가 떨어졌대. 우리들은 그 당시 여기에 없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미틸: 그건…… 불행한 사고였네요…….
시노: 공연 중이라는 것은 관객도 있었겠지. 심한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나?
극단원: 아아. 눈앞에서 사람이 부서졌으니까. 아비규환의 폭풍이었겠지.
붉은 머리의 극단원: 아이리스도 잠시 우울해 했었던 것 같지만…… 그 이후 거짓말쟁이 광대의 희곡은 그녀가 계승했어. 특히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나요' 는 광대의 18번 곡이었대.
레녹스: ……연기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했던 것은 그런 뜻이었나. 소중한 사람이 부르던 노래니까.
붉은 머리의 극단원: 아이리스는 지금도 자주 그렇게 말해. 계속 부르고 있으면 광대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가다면서. 언젠가 또 훌쩍 무대에서 나타나 함께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뭐, 그런 쓸데없는 일에라도 매달려야지 여기서 오래 살 수 있는 거야.
레녹스: ……누군가를 생각해서 무언가를 계속하는 것은 분명 간단한 일이 아니야. 그것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상대라면 더더욱.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고 해도, 아무리 눈이 먼다고 하더라도.
시노: …….
미틸: 레노 씨…….
레녹스: 하지만 아이리스가 계속 믿고 싶은 마음도, 오늘까지 믿고 계속 노래한 마음도 여기에 있어. ……무사히 이변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네. 그녀가 소망과 희망을 싣고 계속 노래할 수 있도록.
클로에: 그렇구나……. 아이리스가 흠모하던 거짓말쟁이 광대는 10년 전에…….
오웬: 안 보이는 줄 알았는데 죽었구나.
어린아이: 응. 가끔 아이리스가 이야기해줘. 노래와 연극을 굉장히 잘하는 광대였고 동경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슬펐다고.
라스티카: 틀림없이 멋진 표현자였겠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네……. 둘의 무대는 분명 굉장히 화려할 거예요.
의상 정리와 수다를 떨면서 극단 아이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극단에는 뜻밖에 많은 단원이 속해있는 듯 물건과 소리가 뒤범벅된 무대 뒤에서는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라스티카: 응…… 됐다. 구멍은 막힌 것 같아. 개성있는 의상이네.
클로에: 그거, 소매 거꾸로 꿰매지 않았어!? 이러면 안감이 다 보여. 줘 봐. 이걸 이렇게 해서…….
어린아이: 와아, 마법처럼 고쳐져 간다……! 오빠, 바느질 잘하네.
클로에: 너도 마찬가지야! 엄청 깔끔하게 프릴이 붙었어.
어린아이: 그러려나……. 항상 손이 느리다고 혼나버려. 그래서 맞기도 하고 밥도 못 먹기도 하고.
클로에: 여기 생활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어린아이: 모르겠어. 여기 말고는 모르는 걸. 하지만 노래나 연극은 좋아해. 다른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은 서툴지만…….
클로에: ……그렇구나. 좁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도 좋아하는 것이 있구나. 나와 똑같아.
어린아이: 오빠도 노래 좋아해?
클로에: 나는 옷을 만드는게 좋아. 계속 좁은 세상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그 '좋아' 만을 부적으로 삼아 꿈을 꾸고 있었어. 하지만 밖에 나가보니 세계는 훨씬 넓고, 수없이 많은 발견이나 만남이 있어서……. 나의 '좋아' 는 더 큰 꿈이 되었지. 내 소중한 친구들도 전부 밖에서 만난 거야. 웃는 것도 웃기는 것도 잘하는 사람들인데, 우울할때 나를 찾아와줘.
클로에는 나무 상자 위에 놓인 퍼펫을 집어들고 덥석 입을 움직여 보였다.
클로에: '저기, 기운 없어? 불꽃놀이 볼래?'
클로에: '무르. 천장에 구멍이 나버릴 거예요?'
클로에: '좋네. 구멍이 나면 별을 보면서 차를 마시자.'
어린아이: 아하하! 이상한 사람들!
라스티카: 후후, 많이 비슷한걸. 우리를 좋게 봐주는구나.
목소리를 바꿔가며 연기하는 클로에의 흉내에 아이들은 소리높여 웃고 있다. 이윽고 수리가 끝난 의상을 안고 달려가는 천진난만한 등을 배웅하자 뒤에서 말이 걸렸다.
아이리스: 현자님들…….
클로에: 아이리스!
어서오세요! 그, 괜찮았나요……?
아이리스: 네. 미안해요. 극단까지 도와주셔서. 의상 정리인가? 나도 도와줄게.
라스티카: 그 팔……. 빨갛게 부어오르다니 불쌍하게도. 아까 맞았던 곳이지? 마법으로 치료해줄게. '아모레스트 비엣셰'
아이리스: 와아, 대단해……. 붓기가 빠지고 통증이 누그러졌어. 마법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라스티카: ……그 사람은 언제나 너에게 이런 처사를?
아이리스: 응……. 지배인이 건강할 때는 더 심했기 때문에 지금은 더 나아진 거야.
잘 안 보인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배인 분은 몸이 안 좋으신가요?
아이리스: 그런 것 같아. 벌써 몇 년 째 얼굴을 잘 안 보이고 있어. 나는 뭐든지 금방 불평을 해버리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벌을 받았었고.
아까 맞은 곳 외에도 그녀의 팔에는 오래된 상처와 멍이 여러 개 있었다. 팔 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소에도, 분명…….
아이리스: 그런 얼굴 하지 말아줘, 현자님. 이곳의 생활은 확실히 편하지 않지만…… 동경하는 그와 만난 것은 어디에서도 아니고, 이 극장이었으니까.
라스티카: 운명의 만남이었구나. 그가 노래라는 선명한 빛으로 너의 길을 밝혀줬어.
아이리스: 응, 말 그대로 정말 운명이야! 그는 무대 뒤에서도 수수께끼였기에 공연이 시작될 때만 모습을 드러냈지. 무대 구석에서 말을 나누는 것이 최대한……. 하지만 그것이 신기한 꿈 같아서 멋졌어. 그의 무대를 본 후에는 항상 리베에게 달려들었어.
클로에: 리베? 그런 연기자가 있어?
아이리스: 그는 극작가야. 항상 창고에 틀어박혀서 각본을 쓰는 사람.
오웬: 나, 아마 그 녀석 만난 적 있어.
클로에: 어라, 오웬……!? 그러고 보니 어느 사이에 사라졌던 거야?
오웬: 다른 녀석들이 일하는 대로 하다니, 내가 그런 걸 하겠어. 그것보다 그 극작가는 창백한 얼굴로 책상에 달라붙던 녀석이잖아? 그 녀석도 괴롭혀줬었지. 쓰고 있는 중에 각본을 눈앞에서 불태워줬거든.
아이리스: 당신, 얼마나 끔찍한 짓을…….
죄송해요. 항상 이래요! 그런데 오웬, 어디를 다녀왔나요?
오웬: 근처에 있는 녀석들을 놀리면서 놀았어. 겸사겸사 식량창고에서 과자도 먹고.
갈취잖아요……. 아아, 여기에 쓰레기 버리면 안 돼요!
아이리스: ……당신. 처음에는 거짓말쟁이 광대와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리베와도 분위기가 비슷할지도. 앞머리가 긴 탓에 얼굴이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당신처럼 예쁜 사람이었으니까.
오웬: 하하…… 의외네. 그런 음침한 녀석과 같은 취급하지 마.
아이리스: 이런, 그도 얌전하기만 하지 않아. 가끔 내 연습에 어울려주고 노래도 잘 부르거든.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리베의 각본과 그와 보낸 시간 덕분……. 광대는 물론, 그와 같은 별 아래에서 태어난 것에도 감사해야지.
오웬: 별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 거야. 가짜 광채가 섞여 있다고.
아이리스: ……내 노래가 가짜라는 뜻?
오웬: 글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겠지?
아이리스: 정말 심술궃구나…….
오웬: 하하, 고마워.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오웬은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그의 말이 다시 아이리스 씨를 향해 가는 것을 막는 것처럼 나는 들고 있던 장갑을 흔들었다.
아, 아이리스 씨! 이 장갑, 한 쪽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이리스: 어머 ……. 그렇다면 창고에 예비가 있을지도. 이쪽이야. 안내할게.
네로: 지배인에게 이야기를 듣겠다고?
파우스트: 아아. 조금 전의 아이리스에 대한 처사를 봤껬지. 이 열악한 환경 자체가 지주의 요인일 수도 있어.
네로: 과연. 그렇다면 확실히 경영자를 접촉해서 속사장을 살피는 것이 쉬울지도 모르겠네. 바로 높으신 분을 찾아볼까.
키가 큰 극단원: 누군가~! 벽보를 붙일 테니까 저쪽 좀 잡아줘!
네로: 이걸로 괜찮아?
키가 큰 극단원: 오, 좋아. 고마워. 처음 보는 얼굴이네.
네로: 오늘 갓 들어온 신인이거든. 지배인에게 아직 인사를 못 했는데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을까?
키가 큰 극단원: 그런 거라면 저기 안쪽에 있는 큰 오두막이 지배인의 방이지만……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할 때야. 일부러 인사도 안 해도 돼. 우리 같은 사람은 만나거나 하지 않는 사람이거든.
푸른 머리의 극단원: 나는 여기 온 지 1년 정도 됐는데 얼굴도 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서라도 가겠다고 한다면 지배인 대리에게 말을 걸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도…….
파우스트: 경영의 우두머리가 몇 년이나 얼굴을 내밀지 않다니……. 이럴 수가 있나?
네로: 글쎄……. 하지만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지배인 대리: 너희들. 땡땡이치고 있나?
네로: 겍.
지배인 대리: 그렇게 여유가 있다면 일을 늘려주마. 그쪽 안경은 가축장 청소. 바닥에 기어서 맨손으로 깨끗하게 청소하도록.
파우스트: 하?
네로: 진정해…….
지배인 대리: 그쪽 실실 웃는 녀석은 어떤 일을 원하지? 내 구두라도 반들반들하게 닦고 싶나?
네로: 아?
파우스트: 너도 똑같잖아.
네로: 안되겠네……. 저희들, 신인이거든요. 아까를 인사를 하지 못해서.
지배인 대리: ……아아. 아이리스와 같이 있던 녀석들인가.
네로: 지배인에게도 인사를 하고 싶은데 만날 수 있을까요?
지배인 대리: 바보 녀석. 너희 같은 아랫사람이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지배인은 성질이 사납고 무서운 마법사다. 기분이 상하면 끔찍한 일을 당할 거라고. 잘못하면 반죽음 당할 수도 있어.
파우스트: (지배인이 마법사……?)
(진심이냐……. 수상한 녀석이군.)
지배인 대리: 어쨌든 여기서 잘 살고 싶다면 위의 말을 잘 듣도록. 제일 긴 녀석이 한 30년 살았었지. 이미 죽었지만.
네로: 헤에, 그러면 훌륭한 선배네. 어떤 사람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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