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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끝나지 않는 밤에 장난의 총애를] 6화~10화

6화

 

카인: 아이들……?

 

오즈: ……이쪽을 보고 있는 아이가 여럿 있다. 집의 뒤에서 엿보는 것 같군.

 

카인: 그렇구나. 그렇다면……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 히익……! 마, 마법……!?

 

밝은 머리의 남성: 죄, 죄송합니다! 부디, 아이의 목숨만은…….

 

카인: 공격하지 않아. 자, 손바닥을 내밀어줘.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 이건…….

 

어린 소녀: 작은, 별님……? 지금 마법으로 만든 거야?

 

카인: 아아, 마법사의 슈가야. 먹으면 기운이 나고, 달고 맛있어. 모두에게도 나누어 주고 싶은데, 저쪽에 있는 아이들을 불러주지 않을래?

 

어린 소녀: 으, 응.

 

오즈: ……인정을 베푸는 것인가.

 

카인: 그런 게 아니야. 저런 작은 아이를 위협해봤자 뭘 할 수가 없잖아.

 

오즈: …….

 

카인: ……알고 있어. 너도 그럴 생각으로 말한 건 아니지. 예전에 북쪽 나라 아이들을 만났을 때도 저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떠올렸거든. 다들 무척이나 말랐고, 겁에 질려서 소리를 내고 싶지만 말을 잘 못할 정도로. 여기 아이들은 어느 정도 낫다고 생각하지만…….

 

오즈: ……나는 인간 따위를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구걸당하는 데에 번거로웠지만 관심을 돌릴 정도는 아니었어. 그러나 그들은 어째서인지 같은 장소에서 계속 살아가려고 하지.

 

카인: 어째서라니…….

 

오즈: 이전에 다른 장소에서도 물어본 적이 있었다. 마법사를 대접하고 비호를 구하는 것이라고……. 더 살기 좋은 신천지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카인: 확실히, 너 정도의 마법사라면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 아……. 저희들은 이 이상의 사치를 바랄 수 없습니다. 경대한 자연 속에서, 때때로는 축제를 위해 비축을 해 힘들게 살 수 밖에 없다고 해도……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이 사랑하시고 눈길을 준 땅에 삶을 받았으니까요. 상냥하신 마법사님. 이 대접도 저희의 성의입니다. 부디 신경쓰지 말고 받아주세요.

 

카인: ……그렇구나. 알겠어. 꼭 받게 해 줘. 그렇지만, 대접이라는 것은 대접하는 측과 받는 측, 양쪽 모두 성의가 있어서 성립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나의 성의도 받아줘. 북쪽의 문화는 아닐 수도 있지만, 너희들의 호의를 진심으로 받기 위해서.

 

밝은 머리의 남성: 라고 말씀하신다면…….

 

어린 소녀: 저기…….

 

카인: 오. 데리고 왔구나. 그러면 다들 손을 내밀고 이걸 받아줘.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주근깨가 있는 소년: 와아, 대단해……. 손바닥에 별이 내려왔어!

 

어린 소녀: 예쁘다……. 마법 같은 건 처음 봐…….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 이것이 기적의 힘……. 덧없이 아름다워…….

 

카인: 아아……. 맞아. 하지만,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이 더 큰 기적이야.

 

밝은 머리의 남성: 마법사님…….

 

카인: 카인이라고 부르면 돼. 악수 하자. 너희들을 만나서 다행이야.

 

카인: 마을을 안내해주지 않을래? 나, 북쪽 나라는 별로 와 본 적이 없거든. 너희들이 좋아하는 장소나, 좋아하는 음식……. 그런 걸 알려주면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대접이 될 거야.

 

거리의 아이들: …….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 ……알겠습니다. 당신이 그걸 원하신다면.

 

밝은 머리의 남성: 마을의 아이들을 안내에 붙이죠.

 

카인: 아아, 고마워! 오즈도 올래?

 

오즈: 나는 됐다.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 그러면 오즈 님은 이쪽으로……. 술은 드시나요?

 

밝은 머리의 남성: 가볍게 드실 수 있는 것도 내놓겠습니다. 눈 밑에서 자라 단 맛이 강한 야채를 구워서 드셔주세요.

 

오즈: ……아아. 받도록 하지.

 

어린 소녀: 카인 님, 이쪽이에요.

 

주근깨가 있는 소년: 저쪽에 작은 시장이 있으므로, 안내를…….

 

카인: 우왓, 회오리 바람이…….

 

어린 소녀: ……가끔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에요. 요즘은 특히 잦대요.

 

주근깨가 있는 소년: 푹신푹신하고 따뜻해서 기분은 좋지만…….

 

카인: ……아아. 오즈의 말대로 조금 이상한 바람이네.

 

카인: (게다가, 희미하게 꽃과 과일의 향기가 나. 이 향기, 어딘가에서…….)

 

 

 

 

 

스노우: 어이, 슈리스여. 우리가 돌아왔네.

 

화이트: 오랜만인데 모습을 보여줘도 좋지 않은가.

 

스노우 / 화이트: …….

 

마을 사람들이 물을 끌었는지 마을 안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샘이 흩어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마을 안쪽에 있는 유난히 크고 깊은 샘이 아무래도 대원의 수원인 듯하다. 그곳을 향해 스노우와 화이트가 몇 번이나 호소하지만, 주위는 조용하고 반응은 없다.

 

역시, 부탁하는 것만으로는 나와주지 않는 걸까요…….

 

스노우: 그런 것 같구먼. 마을 사람들에게는 얼굴을 보이지만 우리들은 모른 체 하다니.

 

화이트: 뭐 됐네. 짐승 상대로 말도 통하지 않을 테니. 당분간은 여기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

 

갈아입는 옷 외에도 마을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가져다 줬죠. 랜턴과 담요, 가벼운 식사와 음료까지…….

 

주민들의 환대가 가득한 이곳은 샘물의 가장자리에 지붕이 있는 테라스와 비슷한 곳이었다. 거기에 걸터앉으면, 나 자신도 자연의 경치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임금님이 편안히 쉴 만한 공간에 어른스러운 모습의 쌍둥이가 비쳤다.

 

화이트: 하아. 극락이로군.

 

스노우: 아아, 정말로 극락이네.

 

여기의 물, 따뜻해서 발을 담그니 기분이 좋네요! 정말 온천 같아요.

 

화이트: 호호호,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일세. 우리도 자주 여기서 경치를 바라보곤 했었지.

 

스노우: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식사나 차를 즐기면서 말이네. 어디 보자……. 오오, 이건 해빙 베리를 짜낸 주스구먼. 현자여, 잔을 줘보게나.

 

화이트: 이건 마시아 열매를 꿀에 절인 걸세. 내가 먹여주는 것이 좋나? 자, 아앙.

 

가,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그, 스스로 마시거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부디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

 

스노우: 이런, 얼굴이 빨개졌네.

 

화이트: 몸이 따뜻해져서 열이 오른 건가?

 

죄송해요……. 어른의 모습의 두 사람과 휴식할 기회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왠지 긴장해 버려서…….

 

스노우: 호호호.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군.

 

화이트: 하지만 사랑스러운 우리는 물론, 이렇게 에로한 매력으로 다가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아, 아하하…….

 

평소에는 낑낑대며 사랑스러운 둘의 얼굴에 요염한 색을 얹어, 쌍둥이가 킥킥거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화장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야릇하고 매력적인 표정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스노우: 그대는 정말 솔직하고 사랑스럽군.

 

화이트: 어른의 모습인 우리들의 매력에 이렇게 당황하고 있다니. 슈리스가 앞에 있다면 현자는 잠시도 못 버틸지도 모르겠네.

 

에. 슈리스는 그렇게 섹시한 환수인가요……?

 

스노우: 뭐,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본래의 모습은 반투명한 짐승이지만 때때로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나네. 게다가 녀석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강한 매료의 힘을 가졌지. 그건 페로몬 같은 걸세.

 

화이트: 인간이나 약한 마법사는 거기에 끌려 들어가는 일도 있거나 없거나 하지.

 

있거나 없거나…….

 

스노우: 주민들에게도 물가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소년은 주의하라고 가볍게 충고해 두었지만, 사실 특별히 해로운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군.

 

화이트: 뭐, 우리에게도 마을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군요……. 이 샘에 있는 슈리스는 매료의 힘이 약하다고 했죠.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만나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환수를 볼 기회는 별로 없고…….

 

스노우: 그렇지. 오랜만에 찾아옸는데 물가에 술이라도 가져다 놓을까. 변덕스럽게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네.

 

화이트: 그러면 나는 꿀의 알이라도 준비할까. 수액을 굳힌 알사탕 같은 단 맛일세. 예전에 나눠줬더니 좋아했으니.

 

스노우: 오오, 그거 좋군. 하지만 그러면 따뜻한 차도 마시고 싶어지네. 입 안에서 꿀을 녹이면서 마시면 맛있지 않은가?

 

화이트: 호호호, 스노우가 응석을 부리는군. 그러면 포트와 찻잎을 받아오도록 하지. 현자를 부탁하네.

 

스노우: 네에!

 

어둑어둑한 설경 속으로 화이트의 모습이 멀어져 간다. 물이 솟아나는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샘물의 수면이 바람에 흔들렸다.

 

멋진 장소네요……. 다른 북쪽 나라의 취락과는 또 다른 분위기라서.

 

스노우: 그렇지 그렇지. 우리가 이 마을을 떠난 것은 벌써 몇 백 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근근이 생각나네. 방문한 것도 오랜만이지만, 이 경치도, 공기도 변하지 않았군. 외진 고장이지만 우리는 여기가 마음에 들었다. 경치는 물론이거니와, 미지에 대한 동경을 이유로 말일세.

 

동경…… 인가요?

 

그리워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스노우가 황금빛 눈동자를 움츠렸다. 모든 것을 내다보는 듯한 눈빛이 어둠 너머로 높이 이어진 산맥을 향한다.


7화

 

스노우: 저 산맥 너머는 서쪽 나라일세. 이 마을에 사는 동안 매일 어렴풋이 쾌활한 정령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지. 서쪽 나라의 문화는 옛날부터 신선했다. 북쪽에서 태어나 자라고 오래 살아온 몸에게는, 대단히 격렬하고 자극적이었네. 언젠가 한 번 쯤은 산맥을 넘어, 번화한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었지.

 

수면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듯 스노우가 낮게 말을 더듬는다.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잔치의 떠들썩함이 떠난 뒤처럼, 서글픔이 묻어나는 슬픈 목소리로.

 

스노우: 그리고 동경하며 꿈꾸는 매일은 즐거웠네. 우리는 술에 약하지만 샘물로 만드는 술에 입에 맞았기에 술에 취해 오즈나 피가로를 불러들인 적도 있었다. 그러면 그 녀석들은 우리들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솔직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어울려주는 귀여운 제자들일세.

 

스노우는 즐겁게 어깨를 흔들었다. 옛날을 그리워하듯이, 당시에 했던 생각을 떨치듯이.

 

……그렇게나 즐거웠는데, 이 마을을 놓아준 것은 역시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버렸기 때문인가요?

 

스노우: 그것도 있지만, 화이트가 조른 걸세. 이 번화한 나날도 즐겁지만, 나는 바라건대 얼어붙은 대지와 엄숙한 자연 속……. 온갖 소리를 들이마셔 잠잠해진 북쪽 나라의 안쪽, 얼음의 숲 근처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그러고 보니……. 전에 화이트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동안 여러 곳을 옮겨 살면서 마음에 들었던 땅이 있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서쪽 나라와의 경계의 산맥 옆에 스노우가 마음에 들어했던 땅이 있었다고.

 

(설마, 이 마을이…….)

 

문득 스노우가 조용히 어두운 하늘에 손을 댔다. 반짝이는 빛 알갱이를 걸치고 나타난 것은 오래된 작은 항아리였다.

 

스노우: 이건 모조품 항아리라는 마법 도구일세.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어디서 잃어버렸지. 그래서 지금은 하나 밖에 없지만…… 눈에 보이는 경치를 한 번 보고 환영을 항아리 속에 가둘 수 있네. 자, 이렇게.

 

스노우가 항아리의 입구를 하늘에 가져다 대자, 희미하게 안개가 끼듯 어둑어둑하게 일그러졌다. 번진 물감이 서서히 모양을 내듯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큰 고드름……. 푸르게 맑고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어……. 이건 얼음의 숲인가요?

 

스노우: 그래. 고드름이 이렇게 푸른 이유는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극히 낮은 해만의 귀중한 경치이기 때문이지. 새파란 고드름에 아침 햇살이 비치는 순간을 가둬놓은 걸세. 얼음의 숲 근처에서 살고 싶다고 조른 화이트를 위해서. 이렇게 해두면 화이트는 언제든지 좋아하는 경치를 볼 수 있지 않은가. 함께 사는 동안은 물론…… 예를 들어,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이 있다고 해도.

 

스노우…….

 

한때 고독을 동경하고 꿈을 꿨다는 스노우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이 땅이 마음에 들었던 것도, 어쩌면 그의 옛 동경의 한 조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스노우: 지금에 와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정작 화이트도 좋은 반응은 주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이 항아리에 가둘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하게 보였냐며.

 

스노우는 조금 복잡한 듯한 눈으로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말을 이어갈 때마다 금빛 눈동자에 샘물의 수면이 반사되어 흔들린다.

 

스노우: 나도 그럴 생각은 없었네. 곧바로 이주를 결정하고 얼음의 숲의 오지에 저택을 마련했다. 그 후로도 몇 군데 거처를 바꿔왔지만…… 이렇게 보게 되니, 생각이 나는군. 이곳에서 사는 동안 동경했던 화려하고 선열한 삶과, 예전에 꿈꿨던 고양을. 

 

화이트: ……역시, 이 마을이나 산맥 너머로 마음을 날리는 시간은 그대에게 있어서 특별한 건가?

 

느닷없이 닿은 목소리에 헉 하고 돌아본다. 언제 돌아왔는지 화이트가 평소와 다름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곳에 서있었다.

 

화이트: 그대. 이 땅을 제일 마음에 들어했으니 말일세.

 

스노우: 화이트…….

 

화이트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내 옆에 앉으며 가져온 주전자와 찻잎을 놓았다.

 

화이트: 현자여. 이것이 밀옥일세. 작은 사탕 같아서 귀엽지 않은가.

 

정말이네요. 동그란 구슬 같아요. 속이 흔들리고.

 

화이트: 다지지 않은 꿀이 들어있는 걸세. 핥다 보면 점점 녹아내리지. 입을 벌려보게나.

 

네……. 냠. 와아, 소박한 단맛이라 맛있어요! 술도 조금 들어있나요? 꽃과 과일의 향……. 위스키 봉봉을 핥고 있는 것 같아요.

 

화이트: 호오, 그대도 그렇게 느끼나. 자, 스노우도.

 

스노우: 아아……. 하나 받도록 하지. 여전히 상냥한 달콤함이군.

 

화이트: 바친 술에도 하나 떨어뜨려 놓겠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화이트는 스노우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 옆모습을 보고 다시 생각한다.

 

(화이트는 스노우가 서쪽 나라의 생활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어 ……. 하지만 저쪽 문화를 접하고 스노우가 변해버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북쪽 나라의 오지로의 이사를 조른 거야.)

 

결과적으로 화이트의 요청을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당시의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골은, 명확했을 것이다. 마음이 서로 통하고 있을 터인 쌍둥이인데, 스노우와 자신이 다른 인간을 것을 상기시키는 것처럼 …….

 

거기에, 새로운 발소리가 도착했다.

 

카인: 현자님! 스노우에 화이트도. 여기 있었구나.

 

카인!

 

스노우 / 화이트: …….

 

카인: 어라. 무슨 일 있었어?

 

스노우: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그것보다 무슨 일이지?

 

화이트: 재미있는 거라도 찾았나?

 

카인: 마침 그걸 찾는 중이야. 마법관의 모두에게 뭔가 선물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마을 아이들에게 안내를 받았는데, 지금은 모두 축제 준비를 도우러 가버렸거든…….

 

기념품이라니 좋네요! 모처럼 온 거니 나도 뭔가 모두에게 가져가고 싶네.

 

카인: 오. 그렇다면 아키라도 함께 올래? 술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애들한테 줄 수 있는 것도 찾고 있어서.

 

아, 그게…….

 

화이트: 뭐, 신경쓰지 말고 다녀오게나.

 

스노우: 우리는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면 되네.

 

신경을 써줬는지 두 사람이 재촉하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녀올게요!

 

스노우 / 화이트: 아아. 이따가 보도록 하지.

 

 

 

 

 

 

 

 

스톨을 두른 노파: 카인 님. 불편하신 점은 없었나요?

 

몸집이 큰 남자: 카인 님. 아까는 슈가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카인: 전혀! 아까 너희가 나눠준 육포도 맛있었고.

 

카인과 함께 마을 안을 돌아다닌다. 열린 장소지만 민가가 많고, 아무래도 이 근처가 마을의 중심인 것 같다. 행인들은 모두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주지만 카인에게 걸리는 목소리는 다소 소탈하고 친근한 것이었다.

 

카인. 완전히 마을의 인기인이 됐네요. 저는 아직 황송해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 이 짧은 시간에 친해질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해요.

 

카인: 그래? 환대의 답례로 슈가를 나눠준 것 뿐인데. 극진히 해주는 것도 기쁘지만, 받기만 하는 건 미안하고…….

 

카인: 오. 아키라, 이것 좀 봐.

 

갑자기 멈춰선 카인이 길가에 내려놓은 장식을 가리키며 돌아본다.

 

귀신 장식……? 소박해서 귀엽네요!

 

카인: 그렇지? 이거, 동네 아이들이 만든 거야. 아까 알려줬어. 이쪽에는 축제 장식에 사용할 자수 장식도 줄지어 있고, 저쪽에는 작은 시장도 있대.

 

정말이다……. 얼음의 거리에 있었던 것처럼 얼은 생선이나 야채가 줄지어있네. 왠지 이런 광경을 보면 안심이 되는 것 같아요. 장소나 환경은 달라도, 사랑미 살기에 이런 영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카인: 아아……. 좋은 곳이지, 이 마을. 유복한 것은 아니더라도 모두 돕고 어깨를 맞대면서 살고 있어. 모두 쌍둥이 선생님을 너무 그리워해서, 둘만 있어도 자기들이 살아갈 수 있다고 나한테 얘기하더라고.

 

문득 카인이 왔던 길을 되돌아본다. 그리고는 되짚어 보는 듯 소리를 뚝뚝 흘렸다.

 

카인: ……저기. 쌍둥이 선생님, 싸우기라도 했어?

 

에?

 

카인: 아까 화이트 님이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었어. 스노우 님은 함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잠깐 자리를 비웠네. 지금 쯤, 이 마을에서의 나날을 생각하고 있겠지.' 라고. 왠지 좀 기운이 없어 보였거든. 현자님 앞에서는 평소와 같았어?

 

아……. 그랬었군요. 아마 싸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나는 카인에게 조금 전의 일을 이야기했다. 예전에 이 마을에서 살았을 때 의견이 엇갈렸던 적이 있다는 것. 스노우는 이 마을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화이트는 생각하는 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지금으로서는 전부 옛날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당시의 일이 두 사람의 마음을 엇갈리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해요.


8화

 

카인: ……시장에서 이 마을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조금 둘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생각은 했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저 녀석들에게는 웃음을 사버릴지도 모르지만…… 오래 사는 마법사……. 특히 북쪽 사람들은 가끔, 조금 어려 보일 때가 있는 것 같아. 말하는 것을 귀찮아해서, 바로 손을 대버리거나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거나.

 

그건……. 저도 가끔 생각해요.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장대한 싸움이 되기도 하고.

 

카인: 맞아 맞아.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하면 좋을 테지만, 북쪽의 마법사는 그렇게는 되지 않지. 특히 쌍둥이 선생님들은 너무 친해서 형제 싸움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 그래서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도, 심각하고 큰일이 되어 버리는 거야.

 

말을 찾으면서 카인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것도 지금으로서는, 옛날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스노우와 화이트는, 서로의 의견의 엇갈림으로 인해 서로 죽여버린 과거가 있으니까.

 

카인: 하지만 원래는 가끔 스쳐갈 정도로 자연스러운 거잖아? 예를 들어. 봐, 젊어서 모르는 것도 많이 있고 성장대는 있지만 아직 미숙하고……. 생각이 다른 녀석들을 많이 만나서, 엇갈려 익숙해져 있는 나 같은 녀석부터가 그렇지?

 

아하하.

 

카인: 막상 스쳐 지나가도 이런 건가, 라고 생각해. 그러면 상대에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너와 나는 달라서 재밌어. 나와 달라도 널 좋아하고, 스쳐 지나가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 쌍둥이 선생님도 실제로 둘이서 고향에 온 거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든든한 마법사들이 많이 있고.

 

……그렇, 죠. 오늘은 오즈와 피가로도 있으니까요. 저희는 아무리 해도, 오래 살고 있는 마법사들에게는 경험이나 지식은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능숙하게 스쳐 지나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서포트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라니, 조금 잘난 척 들렸다면 죄송하지만…….

 

카인: 그렇지 않아! 젊은이이기 때문에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이, 장수하는 무리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어. 게다가 너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를 아는 현자니까. 같이 있으면 든든해.

 

카인은 웃으며 나의 등을 쳤다. 그때, 문득 등 뒤에서 시선을 느꼈다.

 

검은 머리의 소년: …….

 

 

 

 

 

 

 

화이트: ……풍향이 바뀌었군. 정령들이 여기서 술렁이고 있네.

 

스노우: 생각보다 빨리 그 경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먼.

 

화이트: ……스노우. 현자에게 뭔가 이야기했지. 그 아이는 금방 얼굴에 나오니.

 

스노우: 뭐, 옛날 얘기를 했을 뿐이네. 얼굴을 보니 불필요한 심로를 끼치게 해버린 걸지도 모르지만…….

 

화이트: 그 항아리인가? 오랜만에 봤군. 다른 한쪽은 어디다 둔 건가. 나 뿐만이 아니라, 그대가 가두고 싶은 경치도 있었을 텐데.

 

스노우: 화이트. 그 때의 나의 행동에 아직도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화이트: ……아니. 슈리스를 남겨놓은 것이 정답이었군. 그대가 마음에 들었던 장소를, 나도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 자, 단 맛에 어울리는 떪은 맛의 찻잎을 받아왔네. 그대도 마시면 좋다.

 

스노우: 아아…….

 

오즈: …….

 

화이트: ……뭔가, 애처로운 얼굴을 하고. 내가 후후 하고 식혀서 마시게 해줄까?

 

스노우: ……그거, 조금 좋을지도……. 어른의 모습의 화이트, 멋있기도 하고…….

 

오즈: …….

 

화이트: 뭘 응석부리고 있는 겐가. 자, 직접 마시게나.

 

스노우: 너무해! 지금 해주는 흐름이었잖아!

 

화이트: 호호호……. 농담일세. 자, 더 가까이. 나에게 몸을 맡기면 되네.

 

스노우: 꺄, 꺄아……. 화이트 쨩. 그런…….

 

오즈: ……스노우. 화이트.

 

스노우: 뭔가. 끼어들지 말게나. 차라리 끝까지 보고 있지.

 

오즈: 끝까지란.

 

화이트: 좋은 시간이었는데. 우리들의 은밀한 시간에 거침없이 다가오고.

 

오즈: 시끄러워. 그것 보다는 정령들이 소란스럽다. 바람을 타고 흘러온 산향의, 서쪽 나라의 정령들의 기척인 줄 알았는데…… 틀려. 마을에 뭔가 가까워지고 있는 기척이다.

 

스노우: ……호호호. 그대도 눈치챘나.

 

화이트: 결여된 것이 묻혀 마을의 공기가 변하고 있다. 현자를 여기에 더 두었다면 큰일이었을지도 모르겠군. 분명 술에 취하듯이 매료에 현혹됐겠지.

 

오즈: ……주민들이 말했다. 슈리스의 모습을 보는 빈도가 올라간 것은 액재의 밤부터라고. 너희들도 들었지. 물가에 서서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걸.

 

스노우: ……역시, 우리들의 점은 백발백중이군.

 

화이트: 술잔이 비어있네. 안에 넣어놨던 꿀 알도.

 

스노우: 드디어 출발이 가깝구나.

 

 

 

 

 

 

 

 

저 아이…….

 

카인: 왜 그래, 아키라. 뭐라도 찾았어?

 

저쪽 다리의 그늘에서 아이가 이쪽을 보고 있어서……. 저 아이도 마법사를 신경쓰는 걸까요.

 

카인: 아이들? 아까 봤던 아이들과는 다른 아이인가. 말 좀 걸어볼게.

 

오웬: 그만두는 게 좋아.

 

……!

 

바로 옆에서 닿은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튀었다. 보니까 수북하게 과자가 담긴 접시를 마법으로 허공에 띄운 오웬이 입에 묻은 부스러기를 핥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인: 오웬.

 

오웬: 상냥한 기사님은 사람을 대하는 버릇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얄팍한 상냥함이란 이 나라에서는 무의미해. 네가 어설프게 상냥하게 해서, 위기감을 없앤 인간들이 다른 마법사들에게 습격당한다면? 그러면 네 탓이야. 야생동물을 응석받이로 만들어 자연의 송곳니에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카인: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 너희들처럼,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편이 진심으로 보람이 있을 것이고 주위도 안심하겠지만…….

 

오웬: 그렇지. 하지만 너는 할 수 없어.

 

카인: 할 수 있어, 아마도. 하지만 오늘은 하지 않기로 했어. 왜냐하면 이렇게 만난 것도 무슨 인연이니까, 눈도 마주칠 수 없는 것은……. 우극……!?

 

오웬: 잘도 말하네. 아이는 과자라도 먹어.

 

카인: 푸하. 뭐야, 이 과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맛이 나는데…….

 

그거, 슈크림인가요? 북쪽 나라치고는 세련된 과자 같은…….

 

오웬: 내가 만들게했어. 그런데 껍질은 두꺼워서 부스스하고 크림도 잘 모르는 맛. 과일을 그냥 설탕에 절인 것보다는 나아서 먹고 있지만.

 

카인: 뭐……. 재료는 한정되어 있는 것 같고. 그런데 마침 잘됐다. 하나 좀 주라. 아이는 달달한 과자를 좋아하잖아.

 

오웬: 어이, 잠깐.

 

둥둥 뜨는 접시에서 슈크림을 하나 집어 들고 카인은 내가 가리킨 쪽으로 걸어간다.

 

카인: 저기, 거기에 있지? 이리 와. 같이 먹자.

 

다리 뒤에 숨어 있던 아이가 살짝 얼굴을 내비친다. 곁에 놓여 있던 랜턴의 빛이 희미하게 그 얼굴을 밝혔다.

 

오웬: 저 아이…….

 

검은 머리에 금색 눈동자……. 예쁜 아이네요. 그런데 뭐랄까, 누군가를 닮은 것 같은…….

 

오웬: ……그렇지. 마치 거울처럼 똑같은, 그들과 닮았어.

 

에? 

 

오웬: '물가에 나타나는 미소년을 조심해라' 였나? 일부러 저런 모습으로 나오다니, 꽤 길들여진 것 같네.

 

다시 한 번 아이에게 눈을 돌린다. 어딘가 공허하고 보름달 같은 커다란 금빛 눈동자에, 빛이 깃들었다.

 

아…….

 

빨려 들어가듯 그 눈동자를 본다. 순간 꽃 같은, 과일 같은 향기가 풍기며 쾅하고 가슴이 뛰었다. 핏기가 가는 것 같고, 그러면서도 서서히 체온이 오르는 듯한, 이상한 고양이 몸 속에서 솟아오른다.

 

(어쩐지 머리가 멍해지는 듯…….)

 

막을 친 것처럼 의식이 흐려진다. 한 걸음, 두 걸음, 나는 휘청휘청 소년 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이상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니까.

 

카인: 아키라?

 

어수선한 발걸음의 나를 알아챘는지 카인이 내쪽을 돌아본다.

 

카인: 어이. 왜 그래? 너, 왠지 상태가…….

 

카인이 무언가 내게 말했다. 카인의 손이 내 어깨에 닿는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는 내게 닿지 않았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려. 푹신푹신하고, 어지럽고……. 마치 차갑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물의 바닥에 흔들려 있는 것 같아.)

 

그러다가 나는 소년의 눈앞에 다다랐다.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그가 작은 입을 연다.

 

검은 머리의 소년: 스노우 님, 화이트 님의 일행 분. 맛있게 드세요. 부디, 부디, 맛있게 드세요. 일행 분. 일행 분. 천천히, 천천히…….

 

귀여운 목소리로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어른이 하는 듯한 말을 반복하며 우리 주위를 누빈다.

 

카인: 뭐야……!? 현자님. 내 뒤로!

 

그것은 이상한 광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야의 가장자리에 비치는 카인이, 눈썹을 맞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를 감싸면서 카인이 소년에게 손을 뻗는다. 얇은 어깨에 손이 닿아 카인과 소년의 시선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카인: ……윽, 뭐야. 갑자기 머리가 아찔해져서 …….

 

갑자기 닥친 감각을 떨쳐버리듯 카인은 대충 머리를 쓸어버렸다. 웃는 얼굴을 하며 카인을 올려다보는 소년의, 빨려 들어갈 듯한 큰 눈의 밑에서 입술이 미소를 지었다. 그 틈으로 무언가가 굴렀다.

 

꿀 알…….

 

검은 머리의 소년: 천천히……. 천천히…….

 

어깨에 닿는 카인의 손을 피하듯 소년은 몸을 내젓는다. 그리고 샘의 상류로 달려갔고, 이윽고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사라졌다.

 

오웬: 닮은 건 얼굴 뿐만이 아니구나. 유령 같아.

 

카인: 저 아이…….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인간의 기색이 아니었어.

 

아아, 설레고 두근두근거려. 아직 심장이 멎지 않아…….

 

카인: 어, 어이. 아키라! 강에 빠지면 위험해!

 

오웬: 아하하! 현자님, 흠뻑 젖어버렸네.

 

후후후. 다리가 따뜻해…….


9화

 

브래들리: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물놀이는 다른 곳에서 하라고.

 

카인: 브래들리! 이 거리에 무언가가 섞여있어. 검은 머리에 금색 눈을 가진 기묘한 아이가…….

 

브래들리: ……하하. 어쩐지 묘한 기색이 도나 했더니. 현자가 당첨됐군.

 

브래들리: 어이, 정신 차려!

 

……!?

 

오웬: 자, 기사님도.

 

카인: 아야!? 왜 나까지……. 등을 때릴 필요는 없잖아!

 

오웬: 눈이 조금 풀려있었어. 감사하라고.

 

아, 에? 나, 대체 무슨 짓을…….

 

브래들리: 어, 돌아왔네.

 

카인: 다행이다. 아키라, 괜찮아?

 

네, 네.

 

정신을 차린 듯한 우리를 곁눈질하며 브래들리가 소년의 사라진 방향을 돌아본다.

 

브래들리: 가끔 아름다운 미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였나? 라고 말했었지.

 

오웬: 진짜로. 이 세상에 3개나 있어서 좋은 얼굴이 아닌데.

 

카인: 너희들……. 저 아이에 대해 알고 있나?

 

브래들리: 뭐야.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냐?

 

오웬: 저거, 인간으로 둔갑한 슈리스야.

 

에……?

 

피가로: 현자님.

 

레녹스: 의상이 젖어있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피가로. 레녹스도.

 

브래들리:  슈리스가 나왔어. 게다가 일부러 스노우와 화이트를 닮은 아이의 모습으로.

 

오웬: 어지간히 주의를 끌고 싶은 이유라도 있는 걸까. 일부러 인간인 현자님을 선택해서 매료시키려고 한 거니까.

 

피가로: ……그렇구나. 바람이 요란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어쩐지 마을 곳곳이 도연하더라.

 

화이트: 아아, 그 말대로일세. 자신의 힘을 보여주러 온 거겠지.

 

피가로의 말에 동의한 것은 마침 다리를 넘어온 화이트였다. 뒤에는 스노우와 오즈의 모습도 있었다. 그때, 어두운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비……? 어두워도 하늘은 맑은데…….

 

화이트: 땅의 정령들이 반응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걸 영입하기 위해서.

 

스노우: 역시 이날 방문하길 잘했네. 앞으로 좋은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자, 저쪽을 보게나. 

 

밝은 머리의 남성: 뭐, 뭐지……?

 

짧은 머리의 남성: 마을의 입구에서 뭔가가…….

 

모여든 주민들의 웅성거림도 퍼지는 가운데……. 스노우가 가리킨 끝의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무언가가 보였다. 어둠 속에서 윤곽은 희미하고 투명하며, 아침 햇살처럼 반짝인다. 마을의 불빛이 비늘에 반사되자 별들이 순식간에 반짝였다.

 

저건…….

 

어둑어둑하게 떠오르는 모습은 덧없고 장엄해서, 마치 백일몽 같았다. 긴 꼬리를 끌고 가는 그것은 털의 결 속에 빛나는 비늘을 가진, 커다란 여우와 같은 이상한 생물이었다.

 

스노우: 암컷 슈리스일세.

 

화이트: 역시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군.

 

카인: 저게 슈리스……. 이 마을의 샘에 사는 것과는 다른 녀석인가?

 

샘에 있는 건 수컷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건…….

 

스노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에서 내리는 실 같은 비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스노우: 슈리스는 물의 위에서만 살 수 있네. 그래서 땅을 이동할 때는 비오는 날이라고 정해져 있는데……. 화촉……. 즉, 혼례 때만은 맑은 날에도 비가 내리지.

 

화이트: 오랜 세월을 지나 마을 샘물에 사는 녀석에게 짝이 나타난 걸세.

 

암컷 슈리스는 느긋한 움직임으로 마을 중심을 향해 나아간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금가루가 흩날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장엄해,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레녹스: 양들도 반응하고 있어……. 짐승끼리 통하는 것이 있는 걸까.

 

오웬: 그런 거 아니야? 이때 뿐이라고는 하지만, 정령을 거느리고 날씨까지 바꾸게 하는 환수도 좀처럼 없고.

 

브래들리: 아이가 폼 잡는 것보다 이게 훨씬 경기가 좋아. 이 녀석의 비늘, 비싸게 팔린다고.

 

레녹스: 브래들리…….

 

브래들리: 안 한다고. 짐승이든 뭐든 혼례를 방해할 정도로 촌스러운 짓은 안 해.

 

오즈: ……샘에 사는 수컷은 원래 매료의 힘이 부족했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게 힘을 되찾은 것 같군.

 

에, 그런가요……!?

 

오웬: 현자님, 아까 엄청 끌려갔잖아. 사람의 모습이 된 저 녀석의 눈을 보고 미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말이야.

 

브래들리: 휘청휘청해서 물가에 발을 처박고. 하마터면 젖은 쥐가 될 뻔했어.

 

피가로: 헤에? 나를 불러줬더라면 간호해 줬을 텐데.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아까까지 다리를 짚고 계셨잖아요.

 

피가로: 잠깐. 그거 말하지 말아줘.

 

카인: 그 느낌, 그런 건가. 솔직히 나도 조금 아찔했어.

 

죄송해요……. 보기 안 좋은 걸 보여드렸죠.

 

스노우: 호호호. 그대가 고양하는 모습은 우리도 보고 싶었구먼. 그러나 그대. 샘에 있을 때부터 조금 느끼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화이트: 꿀을 핥았을 때 꽃과 열매의 향기가 난다고 했었지. 그건 슈리스의 페로몬의 향일세. 이 경치를 깜짝 선물로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비밀로 하고 있었지만.

 

아, 혹시…….

 

며칠 전 담화실에서 장난스럽게 웃던 쌍둥이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마을에서는 분명 좋은 것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비밀이라고.

 

둘이 말했던 '좋은 것' 이란, 이 슈리스의 화촉을 말하는 건가요?

 

스노우: 그 말대로. 이건 길조의 증거라고도 한다. 우리도 점을 치던 중에 이 경치가 살짝 보였을때는 놀랐었지.

 

화이트: 액재의 영향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또는 양쪽인지는 몰라도, 샘은 지금 숨이 막힐 정도의 매료의 힘으로 가득 차있네.

 

스노우: 이것도 일종의 기적이구먼.

 

이윽고, 암컷 슈리스는 마을 안쪽에 있는 가장 큰 샘에 다다랐다. 샘물의 수면이 바람도 없이 물결친다. 물 밑에서 무언가가 떠올라 아지랑이처럼 요동쳤다.

 

저것이, 이 샘에 사는 수컷 슈리스……?

 

스노우: 그렇네. 우리도 거의 모습을 본 적은 없었지만.

 

화이트: 두 마리가 같은 수면에 내려앉으면 거기서부터가 화촉의 고비일세.

 

스노우: 어디, 특등석에서 바라보도록 하지. 슈리스의 화촉은 매우 아름다우니.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끌려가 샘물의 가장자리, 조금 전에 쉬었던 테라스 같은 곳에 다시 앉았다. 다른 마법사들도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옆에 걸터앉거나, 기둥에 기대거나, 조금 떨어진 나무에 어깨를 맡기거나. 저마다 샘을 바라보는 가운데, 수면에 떠오르는 두 마리의 슈리스가 마주보며 코끝을 비빈다. 그리고 두 마리가 춤을 추듯 놀면 팔랑팔랑 꼬리를 흔든다. 그럴 때마다 금가루가 흩날리며 어둠이 깔린 풍경이 반짝반짝 물들였다. 우리의 머리 위로 선을 긋는 듯한 비가, 금가루 별과 함께 쏟아진다.

 

예쁘다……. 어두운 하늘에 별이 내려오는 것 같아…….

 

레녹스: 맑은 몸에 빛의 알이 비치는군요. 이대로 밤에 녹아버릴 것 같아.

 

카인: 아아……. 내리는 빛의 알갱이는 손에 닿으면 사라져 버리네.

 

마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의 바다 같은 풍경이지만, 지금은 사실 낮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바로 그것은, 슈리스의 마력이 내려앉는 밤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경치 같았다.

 

스노우: 아아, 덧없고 가련하고 아름답구나. 

 

화이트: 그야말로 찰나적인 절경이군. 

 

피가로: ……그렇네요. 일부러 온 보람이 조금은 있으려나.

 

오웬: 뭐, 가끔 볼 정도면 괜찮네.

 

브래들리: 술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카인: 저기……. 이 녀석들은 화촉이 끝나면 어디로 가는 거지? 두 마리 다 이 샘물에 사는 건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오즈: 어느 쪽도 아니다. 슈리스는 저렇게 짝을 찾으면 생을 마감해.

 

카인 / 아키라: 에……?

 

오즈의 말에 깜짝 놀란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이 당돌하게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서 겨우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제 곧, 두 마리 다 사라지는 건가요?

 

카인: 함께 있는 순간도 한 순간이잖아…….  

 

스노우: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이 세상은 이상할 정도로 기적으로 가득 차있지. 이렇게 화촉이 끝을 맞이할 때마다, 이 세계의 어느 물가에서 운명이 맺어진 새로운 슈리그가 두 마리 태어나네.

 

화이트: 그것들이 또, 오랜 시간을 걸쳐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자들도,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일찍이 같은 별의 근원에서 태어난 것…….  

 

두 마리를 올려다보는 쌍둥이의 온갖 성쇠를 비쳐온 눈동자가 느긋하게 깜빡였다.

 

스노우: 이 샘이 명부의 입구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생명의 끝과 출발은 그리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네.

 

끝과 출발…….

 

머리 위에서 춤을 추는 화목한 두 마리는, 도저히 이제 곧 생명이 끝나는 자들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만난 기쁨을 나누듯 비늘과 눈동자를 반짝이며 이별을 아쉬워하듯 꼬리를 섞는다. 그것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꿈을 꾸는 듯한 광경이었다. 이윽고, 기댄 두 마리의 슈리스가 수면을 박차고 하늘 높이 달려간다. 높이 치솟은 하늘 위에서 수컷 슈리스가 살짝 이쪽을 돌아본 것 같았다. 비늘을 반짝이며 긴 꼬리를 흔든다. 그러자, 상공에서 물이 터진 것처럼 비가 거세졌다.

 

와앗……!

 

누군가 마법을 걸어줬는지 빗방울은 내 피부에 닿지 않고 눈앞에서 튕겨 사라진다. 이윽고 빗줄기가 약해지자 어두웠떤 하늘이 하얗게 변한다.

 

무지개가 떴어…….

 

낮과 밤이 거꾸로 된 듯한 신기한 경치. 하늘 끝에서는 날이 밝았고, 이 멋진 출발을 축하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늘 높이 떨어진 장소에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것 같아…….)

 

카인: ……지금, 새로 태어난 건가? 저 두마리의 운명을 물려받은 새로운 짝이. 몇 백 년이 걸릴지 몰라도…… 분명,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렇네요. 저는 지금, 그들의 순간의 만남을 지켜봤을 뿐이지만…… 슬픈 이별은 아니었을 거예요.

 

아침과 밤이 뒤섞인 듯한 하늘과 백일몽 같은 그들의 여운에 젖어 있는데, 샘물이 물결쳤다. 바위의 틈으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오래된, 항아리……?

 

낯익은 그것은, 아까 스노우가 보여준 항아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본 그가 깜짝 놀란 듯 손뼉을 쳤다.

 

스노우: 아아. 생각났다……!

 

피가로: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큰 소리를 내고.

 

스노우: 이 항아리일세. 예전에 이곳을 떠날 때 성대한 잔치를 열었었는데, 그때 술에 취해 무심코 샘에 빠뜨려 버린 게야.

 

그렇다면…….

 

스노우: 아아. 내가 옛날에 잃어버린 또 다른 하나의 항아리일세.

 

스노우가 항아리를 집어들고 온화한 손놀림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쩌면 스노우의 분실물을 오늘날까지 슈리스가 지켜주고 있었던 걸까.

 

스노우: 호호호……. 정말이지, 애처로운 녀석이군.

 

스노우가 중얼거리자 마치 호응하듯 샘이 퐁당 소리를 낸 것 같았다. 비가 그친 마을로 돌아오자, 슈리스가 걸었떤 길에는 무언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남아있었다.

 

목도리를 두른 여성: 모래? 아니, 이건…….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 ……돈이다. 이 근처의 일대가, 금의 길이 이어지고 있어…….

 

대단해……. 눈과 금이 섞여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요!

 

카인: 알갱이가 엄청 커! 마치 보석 같아…….

 

브래들리: 오오, 그건 슈리스의 비늘이잖아.

 

오웬: 아, 진짜다. 금 알갱이 사이에 몇 개가 섞여 있어.

 

스노우: 번영을 가져오는 환수……. 슈리스가 남긴 은혜로군.

 

화이트: 발을 내디딜 때마다 금가루가 눈을 깜빡여 금빛 옷을 깔아놓은 것 같구먼. 비늘은 수호의 부적이 되지. 게다가 이 정도의 금이라면 당분간 마을은 번영할 것이다.

 

레녹스: 저 환수……. 마지막으로 이쪽을 돌아보고 크게 꼬리를 흔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이 정도의 것을 남기고 갔다면, 오래 살았던 이 마을에 깊은 마음이 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피가로: 그렇다면 꽤나 성실하네. 뭐, 쌍둥이 선생님에게도 은혜가 있을 테고.

 

브래들리: 어마어마한 선물이다. 이것만 있으면 조금 가져가도 문제 없지 않나?

 

오웬: 동감. 마나석 정도의 가치는 없지만.

 

카인: 아, 어이. 너무 많이 가져가지 마. 이건 마을 사람들에게 남겨진 거잖아.

 

…….

 

스노우: 현자여. 무슨 일인가? 들뜨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군.

 

모두가 사금에 관심을 보이는 한편, 나는 샘을 돌아보았다. 이곳에 오기 전과 이 고장에 와서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긴다.

 

그 샘은 주민들의 생명줄이잖아요. 슈리스가 있었기 때문에 얼거나 시들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슈리스가 사라진 지금, 이 마을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걸까요.

 

스노우: ……뭐, 그렇군. 물때라는 걸세.

 

스노우는 의외로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샘에서 돌아온 마을 주민들이 신기하다는 듯 사금을 주워 하늘에 갖다 대는 것을 화이트가 곁눈질로 쳐다본다.

 

그리고,  항아리를 쓰다듬고 살짝 미소지었다.


10화

 

스노우: 이 항아리의 속은 비어있네. 마지막 잔치의 밤, 이곳의 경치를 가둬놓으려고 했지만 그만두고 말았지. 

 

화이트: ……왜 그런 짓을. 그대는 이 마을을 마음에 들어했을 텐데.

 

스노우: 어느 한쪽이 마음에 들어도 어쩔 수 없는 걸세. 이 항아리에 갇히는 경치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하나 뿐…….

 

고개를 들어 스노우는 정면으로 화이트와 눈을 마주쳤다.

 

스노우: 수많은 추억으로 간직하기에는 우리가 보아온 풍경은 너무나도 많아. 그렇다면, 나 혼자만의 마음으로 마을의 경치를 비추기보다는 화이트와 함께 가둘 수 있는 경치를 찾고 싶다고 생각했네.

 

화이트: 스노우…….

 

스노우: 이 항아리도,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오게 됐구나. 언덴가 또 우리 둘이 함께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경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 항아리에 가두기로 하지.

 

빙긋 웃는 스노우에게 화이트는 아주 조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 윤곽은 빛이 나듯 희미하고, 손끝도 희미하게 비치고 있다. 화이트의 덧없음 자체가 과거의 균열을 말해주고 있다.

 

화이트: ……정말인가.

 

스노우: 정말일세!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에 어울렸고, 모든 것을 같이 하고 다녔던 쌍둥이는 어느새 서로 엇갈려졌다. 두 사람의 마음 속에 생겨난 변화와 집착은 한 번 쯤은 그들을 영원히 갈라놓았다가 다시 연결된 것이다. 이 세계의 모든 기묘한 것에 익숙해져 버린 두 사람이, 진심으로 가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치가 나타나는 때는…… 앞으로 몇 십 년, 몇 백 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분명 언젠가 이 항아리가 닫힐 때가 올 것이다.

 

스노우: 내가 마음에 들었던 밤의 경치도, 슈리스의 마력의 여운이 사라지면 내일 아침에도 사라지겠지. 드디어 이 땅에 미련은 없네. ……원래부터 그랬지만.

 

화이트: 호호호……. 역시 나의 반쪽이군. 애정이 많고 야속하네.

 

화이트가 살짝 스노우의 볼에 손을 얹었다. 이마를 맞댈수록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그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아 설레고 조마조마했다. 조금 전, 사람의 모습을 본뜬 슈리스의 매료에 끌렸을 때처럼.

 

오웬: 잠깐. 두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지 말아줄래?

 

레녹스: 뭐, 오늘은 아이들도 없고…….

 

피가로: 질리지도 않나. 또 옥신각신하고 있었나요?

 

오즈: 우리를 끌어들이지 마라.

 

브래들리: 사랑 싸움은 다른 데에서 하라고.

 

스노우: 무무무……. 뭔가. 다들 이쪽으로 모이고! 지금 화이트와 나의 사랑을 확인하는 좋은 곳이었는데.

 

화이트: 오즈도 피가로도! 우리가 이 근처에 저택을 마련했을 때, 모두가 화촉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잊은 겐가?

 

스노우: 오랜 꿈을 이뤘다는데, 더 감상적이 되어주게나.

 

오즈: 그런 꿈은 말한 적 없다.

 

피가로: 너무 많이 포장하셨잖아요. 운이 좋았으니까 술 안주로 좋겠네, 라고 생각한 정도였어요.

 

레녹스: 하하. 그래도 이렇게 모두와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카인: 아아. 그리고 오즈는 쌍둥이 선생님들과 있으면 가끔 삐져있는 아서처럼 되지.

 

오즈: …….

 

카인: 하하, 그 얼굴도 비슷해. 긴장하지 않았을 때의 아서다.

 

수염이 긴 노인: 저기…….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 응?

 

화이트: 뭔가.

 

그곳에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사금이 깔린 길을 곁눈질하며 불안하게 눈동자를 흔들고 있다.

 

수염이 긴 노인: 두 분은 이제 이 마을을 수호해주지 않으시는 건가요……?

 

쭈뼛쭈뼛 그렇게 물은 그들은 얼굴을 마주보고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몸집이 큰 남자: 슈리스 님이 떠나신 지금, 이 마을은 수호를 잃은 들녘입니다. 샘은 때가 되면 얼어붙어 겨울에 수원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수염이 긴 노인: 그러면 지금 같은 생활은 할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저희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한파 뿐만이 아니라, 먹는 것과 마시는 것에 곤란해져 굶주림에 시달릴지도 모릅니다……. 수호자가 떠난 것을 알고 마을을 덮치는 것이 나타날지도 몰라요. 부디, 다시 한 번 이 마을을 지켜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부탁입니다. 부디, 제발…….

 

차가운 눈에 이마를 비비며 주민들은 애원했다.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살며시 다가가는 듯, 낮고 부드러운 자비로운 목소리가 내린다.

 

스노우: 그대들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지고 있네.

 

화이트: 사람의 아이가 마법사인 것도 아니고, 정령의 가호 없이 이 땅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옷을 두껍게 입은 남자: 그, 그렇다면……!

 

스노우: 하지만 거절하겠네.

 

화이트: 우리의 알 바 아니니까.

 

마치 식후에 차 한 잔 마시겠나요, 를 거절하듯이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수염이 긴 노인: 하지만……. 당신들은 이 마을을 사랑해주신 것이 아니었나요……?

 

끊어져 가는 소망에 의지해 간청하는 사람들을, 만듦새처럼 반듯한 두 얼굴이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그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을 보는 듯한 서늘함에 길가의 꽃과 비슷한 자애로움을 곁들인 이상한 눈동자가 깜빡였다. 같은 얼굴을 맞대고 그들은 미소짓는다.

 

화이트: 사랑한다고 해서 무엇이 될까. 애초에 여기는 과거에 버린 땅일세.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 마을을 비호하고 있지 않았다. 지켜지고 있었던 것은 그대들 뿐만이 아니네.

 

수염이 긴 노인: 그, 그런…….

 

스노우: 그대들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자리를 떠난 슈리스도 우리도 마찬가지일세. 만물을 사랑하고 다하는 신이 아니지.

 

스노우: 땅을 비호하는 것도, 자신의 사정으로 내버려두는 것도 우리에게 달라도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마음대로 조르면 되네. 변덕스럽게 주고, 변덕스럽게 사랑 준다.

 

마음 가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그 자리를 사랑하고 버리고 간다. 수많은 밤을 지나 오랜 세월을 사는 그들의 사랑을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마을이 태어났고, 그리고 썩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화이트: 하지만, 오늘은 지금부터의 잔치가 본방송이지. 그렇다면 조금 더 대접 받아볼까.

 

수염이 긴 노인: ……알겠습니다……. 잔치 준비도 곧 준비하겠습니다…….

 

몸집이 큰 남자: 부디 편하게 있어주세요…….

 

하지만 그것 또한 그들의 사랑에서 나온 결말이라면 언젠가 멀리서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이야기되는 하나의 추억으로서.

 

피가로: 또 그렇게 경박한 말을 하고…….

 

쌍둥이와 마을 주민들을 눈에 비추는 마법사들 속에서 피가로가 낮게 중얼거렸다. 보면 모두의 얼굴에 저마자 약간의 의문과 불복이 떠올라 있다.

 

피가로: 마법사라고 해서 반드시 인간의 삶에 책임을 질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지켜보거나, 지켜보지 않거나. 마음대로 하면 되지. 그렇지만…… 나잇살이나 먹고 즐기는 것도 아니면서 불쌍한 목숨을 가지고 노는 짓을 하고. 나는 당신들의 변덕을, 그다지 좋은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네요.

 

브래들리: 정말이야. 어차피 버릴 걸 장난으로 주워먹고. 정말 취미가 나쁘다고.

 

스노우: 호오. 그대 둘이 의견이 맞다니 드문 일이 아닌가.

 

화이트: 북쪽의 마법사끼리, 머지않아 그대들도 우리와 같은 짓을 할지도 모르지.

 

피가로: 뭐…….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두 분이야말로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브래들리: 하. 나는 너처럼 근성이 썩지 않았어.

 

시치미를 떼듯 고개를 흔들며 브래들리는 주민들에게 눈을 돌린다.

 

브래들리: 너도 응석부리지 마. 이 나라에서는, 살 의지가 약한 녀석부터 죽어 간다 사느냐 죽느냐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잖아. 쌍둥이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어.

 

오웬: 그러면 내가 감싸줄까?

 

카인: 오웬…….

 

눈에 무릎을 꿇는 주민들 앞에 오웬이 소리 없이 나섰다. 다정하게 웃는 모습에 주민들은 눈길을 빼앗긴 듯 숨을 멎게 된다.

 

카인: 너……. 취락을 비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에 자주 있는 것 같긴 하던데, 관심 있는 곳이 있는 것 같진 않았어.

 

오웬: 어떠려나. 하지만 쉬운 일이야. 내가 뭐든지 다 줄게. 인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이젠 공포나 불안에 질릴 필요도 없어. 나를 믿고 몸을 맡기면 행복해질 테니까.

 

목도리를 두른 여성: 그, 그게 정말인가요 ……?

 

짧은 머리의 남성: 설마, 그 오웬 님이…….

 

오즈: ……그 남자의 말에 현혹되지 마라. 어릿광대 같은 사나이다. 마음이 깨지면 저주처럼 갉아먹히지.

 

스노우: 그렇네. 너무 놀리지 말게나.

 

화이트: 이 녀석들은 상심 중이니, 심술을 부리면 안되나.

 

브래들리 / 피가로: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데.

 

오웬: 뭐야. 모처럼 잘해주려고 했는데.

 

어린 소녀: 카인 님, 카인 님.

 

카인: 너희들…….

 

카인이 아까 이야기해준 아이들인 걸까. 다소 황송하고 강한 경외감이 풀린 눈망울이 매달리듯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새로운 비호를 요구하는 것처럼.

 

어린 소녀: 정말 저희만 이 마을에 남아버리는 건가요.

 

주근깨가 있는 소년: 만약 샘물이 시들면, 저희는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건가요…….

 

카인: ……그렇게 두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저만큼의 사금도있어. 집을 튼튼히 하고 비축을 늘리면 지금보다 더 튼튼한 마을이 되지 않을까? 뭔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린 소녀: 하지만……. 이 땅에서는 돈이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주근깨가 있는 소년: 추위나 굶주림을 견딜 수는 없으니까…….

 

아, 음…….

 

나도 무언가 말을 걸려도 하려다가 아이들의 하소연에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오즈가 입을 열었다.

 

오즈: 마을의 아이들이여.

 

어린 소녀: 네, 네…….

 

주근깨가 있는 소년: 아, 당신은, 오즈 님…….

 

오즈: 쌍둥이가 마을을 떠난 것은 수백 년 이상 전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마을은 멸망하지 않았지. 오늘 이날까지 끊임없이 삶이 이어지고 있다. 시들지 않는 샘이나 환수의 수호가 있었다고 해도 이 나라에서는 마음의 휴식에 불과해. 멸망했을 거라면 오래 전에 멸망했을 것이다.

 

있어야 할 일을 알리듯 오즈는 마침내 낮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가시는 없었다.

 

오즈: 나의 성 옆에도 비호를 요구한 인간들이 모였지만 눈에 띄였던 기억은 없다. 그래도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린 소녀: ……마법사님이나, 수호자님을 빌리지 않아도?

 

주근깨가 있는 소년: 인간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어……?

 

오즈: 확증은 없다. 하지만 인간이란 의외로 강한 법이더군.

 

느닷없이 부드러운 바람이 오즈의 긴머리카락을 뚫고 아이들의 뺨을 어루어만져 간다. 그것은 앞으로 이들이 살아가기 위한 조언과도 같은 울림이었다. 

 

(맞아……. 스노우와 화이트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어도 이 마을은 멸망하지 않았어. 슈리스의 존재나 쌍둥이의 세력권이라는 소문이 있거나, 기후가 비교적 온화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수백 년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자연의 위협 또한 만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 마을은 앞으로도 계속되어 갈지도 모른다. 마을을 비호하는 마법사와, 샘을 지키는 환수를 잃어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몸을 맞대고 도우면서. 그것은 이 자리를 떠난 슈리스처럼, 이 마을도 끝과 출발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 소녀: 그렇구나……. 아직 그다지 상상할 수는 없지만.

 

주근깨가 있는 소년: 하지만…… 확실히, 두 분이 돌아오지 않는 동안은 계속 우리끼리 살아왔고…….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을 보며 카인은 오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한걸음 앞으로 나가 허리를 굽힌다. 방금 주운 슈리스의 비늘을 손바닥에 올리고 주문을 외운다.

 

카인: 슈리스의 수호도 전부 사라진 건 아니야. 이거, 부적으로도 사용 가능하대. 나의 축복의 마법도 담아두었어. 소소하지만 받아줘.

 

소녀의 작은 손에 카인이 비늘을 쥐어준다.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그것은 정말 보석처럼 보였따.

 

카인: ……북쪽 나라는, 마법사라도 기합이 들어가지 않는 녀석이라면 살지 못 해. 그 속에서 너들은 훌륭하게 살아왔어. 힘든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살아갈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렇게는 말해도…….

 

말을 이어가다 카인이 말을 끊었다. 화려하게 테를 두른 눈꺼풀이 오르내리고, 목소리가 이어진다.

 

카인: 북쪽의 도의에는 어긋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인연이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짓은, 나는 하지 못 해.

 

레녹스: 나도……. 느긋하게 쉬게 해줬는데, 이대로 돌아가는 것은 참을 수 없어. 적어도 뭔가 곤란한 일이 생긴다면 돕게 해 줘. 무슨 수리나 짐 운반이라도……. 특히 힘든 일이라면 맡겨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말해줬으면 좋겠어.

 

카인: 나도 도와줄게! 몸 쓰는 거라면 나도 잘하니까. 그리고…… 북쪽 나라가 아니더라도 이주할 곳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까 오즈가 이야기한 것처럼 말이야.

 

오즈: 찾는다고 해서 어떻게 할 건가.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한다면, 너는 그 앞으로의 생활까지 신경쓰겠지.

 

카인: 앞으로의 생활……. 그렇네. 애초에 여기 사람들을 어디론가 옮기고 싶은 게 아니야. 태어난 땅이라는 건, 이래저래 애착이 가는 거고…….  

 

화이트: …….

 

스노우: …….

 

턱에 손을 대면서 카인은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윽고 생각난 듯 소탈하게 소리를 낸다.

 

카인: 아. 돌아오는 길이라도 좋으니, 이 고장의 술을 넉넉하게 포장해주지 않을래?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 네. 물론입니다만……. 선물로 가져가실 건가요?

 

카인: 그것도 있지만 우리 동료 중에 유명한 술집 주인이 있어. 가게에 도매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볼게. 마법사 전문 술집인데, 거기서 화제가 퍼지면 이 동네에 관심을 가질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확실히……. 샤일록은 술을 좋아하니까, 흥미를 가져줄지도. 게다가 그 가게에는 나라를 불문하고 여러 손님이 찾아오니까요.

 

레녹스: 다행히도 이곳은 서쪽 나라와의 국경 부근입니다. 험한 산맥도 어느 정도 힘이 있는 마법사라면 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죠. 거기서부터 서서히 소문이 퍼지면…….

 

마법사의 비경의 땅처럼 될지도……!

 

카인: 그거야! 우선 모이는 것은 서쪽의 마법사일 테니까. 수다스럽고 유쾌한 녀석들이야.

 

피가로: 사람의 왕래보다는 마법사 우선인가. 꽤 재미있는 발상이네.

 

레녹스: 네. 이 나라는 마법사에게도 어려운 곳이긴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브래들리: 글쎄. 일부러 발길을 돌리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래도 가끔 재채기로 날아오기에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어. 

 

마법사들이 말을 주고받는 가운데 주민들도 수근거리고 있다. 그들에게는 아직 꿈같은 엉터리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망에 물들어 있던 얼굴에, 아주 조금 희망이 빛이 비춰졌다.

 

카인: ……나에게는, 이 마을을 지킬 정도의 힘은 없지만 가끔 동료를 데리고 샘에 놀러올게. 오늘 없는 녀석들도, 분명 이 곳을 마음에 들어할 테니까.

 

주근깨가 있는 소년: 카인 님…….

 

오웬: 흥. 네가 어떻게 북쪽 나라까지 올 수 있다고. 빗자루도 마법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카인: 오즈한테 부탁할 거야. 확 날려달라고,

 

오웬: 하?

 

오즈: 내가?

 

카인: 좋잖아. 앞으로도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는 동료로 있어줘. 그래도 조만간 혼자 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생각이지만.

 

오웬: 혼자 하기도 전에 큰소리나 치고, 부끄럽지도 않아? 어차피 폼만 잡고 싶을 뿐이잖아. 오즈의 위세를 빌려서. 자신을 크게 보이고 싶을 뿐이야.

 

카인: 지금은 아직 어쩔 수 없잖아. 네가 도와줘도 돼.

 

오웬: 흥. 건방져.

 

저도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 카인과 다른 마법사들도 함께. 그러니까 괜찮으시다면 꿀 알도 몇 개 포장해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 맛있었으니까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의 선물로 하고 싶어서요. 다음에는 저희가 뭔가 간단한 선물을 가져올게요.

 

어린 소녀: 현자님도……. 네. 물론이에요!

 

주근깨가 있는 소년: 기꺼이 포장할게요. 부디, 다시 만날 그날까지…….

 

카인: 아아. 그러니까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게 있어줘.

 

스노우: 자, 그대들!

 

화이트: 입담은 그만하고 건배일세!

 

에!? 스노우와 화이트, 어디에 가있었나요 ……?

 

피가로: 잠깐 자리를 비우나 했더니……. 하필이면 우리가 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

 

스노우: 미안 미안. 마을 사람들이 곳간을 안내해 주어서. 자, 이걸 보게나.

 

화이트: 올해 묵은주일세. 이걸로 건배하도록 하지.

 

오즈: 마시는 건가? 술도 잘 못 마시면서?

 

피가로: 또 잔뜩 취해서 무슨 일이 생겨도 저는 모르니까요.

 

스노우: 그때는 그때일세. 자, 그대들도 가끔은 우리에게 술을 받는 것이 좋다.

 

화이트: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즐거운 축제의 시작일세. 이 밤 내내의 마지막 경치와 잔치의 번잡함에 몸을 맡기도록 하지.

 

마을 주민들과 마법사들에게 웃는 쌍둥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마치 오늘의 이 날도, 아무것도 아닌 지나가는 날들 중 하나인 것처럼. 슈리스가 사라진 샘 위에서는 하루의 끝을 알리는 밤하늘과 시작을 알리는 아침 노을이 잠시 마을 하늘을 감싸고 있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들의 고향 방문은, 조금 더 변덕스러운 채로 이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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