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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0 이벤트 스토리

[검은 고양이와 마법사의 왈츠] 6화~10화

6화

 

화이트: 아름다운 벨이구먼. 아마 이것이 무도회를 알리는 종이겠지.

 

미스라: 다음은 망령이 나설 차례입니다. 빨리 종을 쳐주세요.

 

화이트: 그러면, 귀여운 귀신 화이트쨩으로부터 무도회의 소식이네! '노스콤니아'

 

화이트가 주문을 외우자 벨소리가 드높이 울려 퍼졌다. 무지개색 벨은 빛의 알갱이가 되어 홀 안으로 쏟아진다.

 

예쁘다…….

 

이윽고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가는 벨소리에 맞춰 홀 안쪽에 천천히 묵직한 문이 나타났다.

 

안에 들어가도 된다는 뜻일까요……?

 

화이트: 호호호. 왠지 즐거워졌구먼.

 

아서: 저쪽은 댄스홀 같군요. 이렇게 정성껏 준비해서 열리는 무도회라면 틀림없이 훌륭할 거야.

 

라스티카: 네. 그리고 의식을 진행할 때마다 무도회 주최자의 기쁨이나 기대가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틀림없이 아가씨들은 이 무도회를 진심으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거겠죠.

 

히스클리프: 그러게요……. 생전의 꿈이라고 들었었고, 오늘 이루어졌으면 좋겠네.

 

네로: 히스가 그 시트의 춤의 상대가 되어주겠다는 건가?

 

히스클리프: 에?! 그런 대역,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아서: 분명 괜찮을거야. 히스클리프는 어떤 파티에 가도 참가자 중에서 가장 멋있다고 시노가 말했었어.

 

네로: 하하, 그 녀석 답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도회가 열린다. 그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은 여기 있는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약간은 긴장감이 풀린 즐거운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옆에서 조그맣고 낮은 소리가 들렸다.

 

오웬: 지루해.

 

에?

 

오웬: 현자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즐거운 무도회가 열려 망령의 딸들은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미스라는 무사히 기적의 캔디 애플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런 시시한 동화, 갓 태어난 아기도 안 웃을 거야. 나는 더 잔인하고 구원 없는 이야기가 좋아.

 

미스라: ……쓸데없는 짓을 하면 죽일 거예요, 오웬. 자, 빨리 들어가세요. 다음 의식이 잘 되면 댄스홀에서 무도회가 열릴 테니까요.

 

문을 연 앞 쪽의 현란한 댄스홀에서는 13명의 딸이 우리를 기다려 주고 있는 것일까. 무섭지만 설레는 그런 이상한 기분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미스라: ……뭔가요, 이거.


 

 

 

 

예상과는 달리 텅 비어있는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천장의 댄스홀. 장식이 되어 있는 샹들리에가 의아하다. 그리고 어딘가 쓸쓸하게 홀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방 중앙에는 어렸을 때 그림책에서 보았던 것 같은 유리관만 그냥 놓여 있었다.

 

박쥐: 키이!

 

문으로 뛰어든 박쥐가 우리의 머리 위를 넘어 관 위를 뱅뱅 날아다닌다.

 

아, 아까 그 박쥐…….

 

박쥐: ……!

 

하지만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곧바로 관의 그림자로 숨어버렸다.

 

(그 정도로 큰소리를 냈었나……?)

 

그러더니 관 주위에 어디선가 두둥실하며 조금 전의 시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12개의 시트들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작게 떨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듯이, 이별을 슬퍼하듯이.

 

아서: 그녀들은 울고 있는 건가? 조금 전 벨소리로 무도회가 열렸을 거야. 하지만 이건 마치 장례식 같아.....

 

파우스트: ……어쩌면 그 전제가 잘못되었는지도 몰라. 복장, 음악, 요리, 그리고 화이트가 울린 벨이 사실은 장송종이었다면…….

 

네로: 즉, 우리들은 무도회가 아니라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인가.

 

히스클리프: 그러면 저 관은 13번째의……. 여동생씨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걸까요.

 

파우스트: 아직 그렇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무도회라기 보다는 마치 장례식 같은 슬픈 분위기이다……)

 

우리 뒤를 따라오던 해골들도 천천히 홀로 들어온다. 그들은 그대로 시트들에게 다가가더니 위로하듯이 부드럽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시트들은 해골들을 보더니 거미줄이 흩어지듯이 도망가 버렸다.

 

네로: 어이어이, 저거 괜찮은거냐?

 

라스티카: 그녀들은 정말 조심성이 많군요.

 

신사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해골들은 몇 번을 도망쳐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착하고, 공손하고, 그녀들이 마음을 허락해 주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여동생을 잃고 슬퍼하는 그녀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려고 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네……)

 

오웬: 해골이랑 시트가 장난치는 건 아무래도 좋아. 그것보다 캔디 애플은?

 

미스라: 이 책, 마지막 부분의 글자가 흐릿해서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보라색 모자와 오렌지색 어쩌고 써져있는 것 같으니까 당신과 파우스트가 뭔가를 하면 무도회가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오웬: 뭐야 그거……. 대충 오렌지 뭐 어쩌고 잘 모르면서 날 데려왔어?

 

파우스트: 나는 모자를 쓰고 있어서 뽑힌건가.

 

미스라: 뭐든 좋으니 아무거나 해봐요. 아니면 당신들이 이 책을 해독해 주세요. 저는 이제 졸려서 머리가 안 돌아가거든요. 도움이 안 되면 죽여도 되는거죠.

 

미스라, 진정해주세요. 어쩌면 아까 그 사과처럼 뭔가 장치가 되어 있는지도 몰라요. 모두 함께 생각해보면 분명…….

 

오웬: ……저기, 미스라. 저게 기적의 캔디 애플 아니야?

 

미스라: 하아?


7화

 

오웬이 가리킨 곳은 유리관 속이다. 빈 관 속에 자주색 사과가 하나 굴러다녔다.


 

 

 

 

이것이……? 꽤 독한 색깔의 사과네요.

 

오웬: 색 따위는 상관없어. 기적의 캔디 애플이라면 당연히 엄청나게 달겠지.

 

오웬은 입꼬리를 올리며 기쁜 듯,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그리고 막을 틈도 없이 구둣발 소리를 울리며 곧장 관을 향해 간다.

 

화이트: 이봐, 오웬! 뭘 할 생각인가!

 

오웬: 후후…… 드디어 찾았다.

 

관에 도착한 그는 색이 다른 눈을 기학적으로 가늘게 뜨고 노래하듯 주문을 입술에 얹었다.

 

오웬: '쿠아레 모리트'

 

오웬의 마법에 유리관은 힘차게 산산조각이 나면서 주위에 바람이 휘몰아친다.

 

파우스트: '사티루크나토 무르크리드'

 

나를 감싸듯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괜찮은가, 현자?

 

네, 네. 감사합니다.

 

놀라는 우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천천히 관에 놓여 있던 사과에 손을 뻗으며 오웬은 눈을 부릅뜨고 겁없이 미소 지었다.

 

히익!

 

그러자 쇳소리 같은 비명소리가 댄스홀에 울려 퍼졌다. 낮에 윙윙거리는 바람이 머리 위의 샹들리에를 심하게 뒤흔든다. 그 직후, 바닥에 흩어지는 유리 조각들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차례차례 깨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시트들은 격렬하게 옷자락을 휘날리고, 해골들은 바삭바삭 마른 뼈 소리를 울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불길한 아우라가 그들 주위에 달라붙어 있었다. 독살스러운 빛깔의 사과를 억지로 빼앗은 오웬을 비난하듯이 바라보고 있다. 미스라 역시 오웬을 노려보고 있었다.

 

미스라: 오웬. 지금 당장 그걸 넘겨주세요.

 

오웬: 싫어. 어울려주면 단 것을 주겠다고 네가 말했지? 기적의 캔디 애플은 내 거야. 아무에게도 안 넘겨.

 

과시하듯이 자주색 사과를 내건다. 오웬에게 시트와 해골들이 웅성웅성 살기를 띄운다.

 

오웬: 안 줄거야. 너희들은 먹지도 못하잖아.

 

오웬이 부추기는 듯한 요염한 미소를 지은 직후, 12개의 시트와 12구의 해골이 그를 에워싸듯 덮쳤다.

 

오웬!

 

순식간에 오웬의 모습은 시트들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고 만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귀를 쏘는 소리와 격렬한 빛이 방에 퍼진다.

 

우왓……?!

 

날과 같은 돌풍이 시트들을 튕겨버린다. 그 중심에는 눈동자를 빛내며 엷은 웃음을 머금은 오웬이 서 있었다.

 

오웬: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바닥으로 날아간 시트들은 더욱 기세를 올리고 혜성 처럼 오웬을 덮친다.

 

오웬: '쿠아레 모리트'

 

하지만 오웬의 압도적인 힘으로 인해 그것들은 무참하게 갈기갈기 찢겨지고 해골들도 바닥으로 흩어져 갔다.

 

오웬, 안돼요! 그런 짓을 하면 딸들이 불쌍하다고요!

 

아서: 공격을 그만해줘, 오웬! 그 해골들은 우리 나라의 백성이기도 해. 제발 난폭하게 굴지 말아줘.

 

아무리 필사적으로 말을 걸어도 오웬은 화려하게 검을 피하는 기사처럼 공격을 피하고 마법으로 그들을 헤집어 간다. 이윽고 해골의 마지막 일체가 움직이지 않게 되자, 오웬은 사뿐하게 불이 깜빡이는 샹들리에에 소리 없이 걸터앉았다. 한 손에 보라색 사과를 들고 긴 다리를 꼬면서 미스라를 비웃듯이 일별한다.

 

오웬: 싫어. 오늘 밤 내내 지루했다고. 드디어 신나는 일이 시작돼.

 

미스라: 뭔가요, 신나는 일이란건.

 

오웬: 미스라가 가지고 싶어 죽겠다던 이 캔디 애플을 내가 먹어치우는 거야. 자, 좋은 냄새. 색도 맹독의 꽃 같고 최고.

 

미스라: 오웬.

 

오웬: 이런, 가까이 오지 마. 그 이상 다가오면 소중한 사과는 마법으로 산산조각 나 버릴거야.

 

미스라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히죽히죽 웃는 오웬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무를 막론하고 조용한 박력으로 오웬을 향해 손을 뻗는다.

 

미스라: 캔디 애플을 저에게.

 

두 가지 색의 눈동자를 가늘게 뜨면서 오웬은 엷게 웃었다.

 

오웬: 싫은데. 내 기분을 바꾸고 싶으면 한 번 부탁하면서 졸라봐. 북쪽의 미스라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연민하고, 비참하고, 무력한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간청해 봐.

 

미스라: 죽고 싶은 모양이군요.

 

오웬: 잠들고 싶지 않구나, 미스라. 그러면 계속 현자님에게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하는게?

 

불쾌하다는 듯 미스라가 인상을 찡그린다. 나는 일의 발단이 생각나서 가슴속 깊은 곳이 술렁거렸다. 나 때문에 미스라를 화나게 했어. 하지만, 나름대로 힘껏 미스라에게 협력해 올 생각이었다. 너 같은 건 필요 없어 라고 해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돼. 미스라도, 다른 마법사들도 아끼고 싶어. 힘이 되고 싶은데. 이러다가 조금씩 쌓고 있었던 것 같은 신용도 잃게 되는걸까?

 

 

 

오웬: 시간 끝.

 

오웬이 캔디 애플에 입술을 가져다댄다. 퍼뜩 미스라가 숨을 삼킨다. 하지만 그 순간, 사과는 유리처럼 흩날리고 흔적도 없이 오웬의 손에서 사라져 버렸다.

 

오웬: ……하?


8화

 

갑자기 울려 퍼진 땅울림에 맞춰 샹들리에가 호쾌한 소리를 내며 계속 흔들린다.

 

파우스트: 위험해. 천장이 내려 앉을거야!

 

화이트: 모두, 내 근처로 모여라. '노스콤니아!'

 

화이트가 마법으로 만든 결계가 우리를 지키듯 퍼져나간다. 모두가 악연히 무너져 내리는 천장을 바라보는 가운데, 난 어떤 것을 발견했다.

 

파우스트, 저기에 박쥐가!

 

파우스트: 정말이다……. 하지만 아까 봤을 때보다 많이 작아지지 않았나?

 

천장과 함께 떨어지는 박쥐는 서서히 모습을 감추어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손바닥에 올라앉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네로: 뭐야 저건…….

 

네로의 말에 모두가 다시 위를 올려다 본다. 조금 전까지 보라색이었던 천장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변해 있었다.

 

히스클리프: 천장이 무너졌던 게 아니라 오렌지색 천장을 덮고 있던 유리가 떨어졌던 거였어....

 

어느새 샹들리에서 뛰어내린 오웬이 가벼운 발소리를 내며 바닥에 착지한다.

 

오웬: 하나도 안 달아. 위험…….

 

미스라: 전혀 안 졸려 보이네요. 당신이 먹으려고 했던 것은 기적의 캔디 애플이 아니었나 봐요.

 

오웬: 하아? 달콤한 사과가 있다고 했잖아.

 

미스라: 없다면 어쩔 수 없죠. 저도 곤란하다고요.

 

오웬: 나는 속이는 건 좋아하지만 속는 건 안 좋아하거든. 달콤한 캔디 애플 내놔.

 

미스라: 시끄럽네. 음식 주문이라면 요리사에게 해주세요.

 

네로: 나를 말려들게 하지 말아줄래……?

 

오웬: 달콤한 캔디 애플을 줘. 치사해, 왕자님과 귀족 자제분은 금과 은사과를 먹었다는데.

 

아서: 나눠줄걸 그랬나.

 

미스라: 마법서로 돌아가면 레몬파이가 남았을지도……?

 

라스티카: 그러면 나는 '캔디 애플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의 노래를 만들고 마음을 위로해줄게.

 

화이트: 음. 그러면 나는 춤을 춰주지.

 

파우스트: ……화이트, 미안하지만 궁금한 게 있어. 조금 전의 박쥐에 대해서다.

 

화이트: 박쥐란 그 이상한 낌새를 가진 박쥐를 말하는 건가? 분명 현자도 말했었지.

 

파우스트: 아아. 그것이 작아져서 떨어지는 것을 봤어.

 

왠지 난처해 보였어요.

 

화이트: 크기가 변하다니 역시 그냥 박쥐는 아니었던 것 같구먼.

 

아서: 박쥐도 시트들과 같은 관에 사는 걸까요?

 

파우스트: 알아보자. 하지만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숨을 곳은 없을 텐데…….

 

오웬: 구석진 곳에 있어. 

 

한바탕 싸움을 끝내고 이쪽으로 다가온 오웬이 불쑥 중얼거린다.

 

오웬: 너를 괴롭힐 생각은 없으니까 나와.

 

그말 그대로 캔디만한 크기가 된 박쥐가 방구석에서 어슬렁 어슬렁 날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깨닫자, 겁먹은 듯이 유리 조각에 숨어버린다.

 

라스티카: 저 아이도 부끄러움이 많은걸까.

 

히스클리프: 무서워 하지 마. 널 다치게 하지는 않을거야.

 

상냥하게 말을 걸면서 천천히 다가가보지만 박쥐는 얼굴을 내밀어 줄 생각이 없는 듯하다.

 

파우스트: ……이 천장의 파편은 관의 마력 덩어리 같군.

 

파우스트: '사티루크나토 무르크리드'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우자 흩어져 있던 파편들이 모여 보라색 삼각 모자가 됐다.

 

파우스트: 숨을 곳을 원하는 거지. 이건 네 거처의 마력으로 만든 거니까 분명 무섭지 않을 거다. 나도 은둔 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 기분 알아.

 

박쥐: ……키이.

 

파우스트: 자, 이리 와.

 

모자의 틈새로 작은 박쥐가 쭈뼛쭈뼛 들어간다. 주위를 계속 살피면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히스클리프: ……들어간, 걸까? 다행이다.

 

파우스트: 엄청 겁이 많은 애 같으니까 잠시 가만히 놔두자.

 

네로: 저기, 파우스트. 뭔가 그 모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지 않아?

 

화이트: 혹시 모자가 좁은 건가?

 

파우스트: 그럴 리가 없어. 저 박쥐는 내 엄지 손가락 크기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어이, 너. 괜찮은가?

 

???: ……냐아.

 

파우스트가 모자를 쓰다듬자 그 아래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지금 엄청 귀여운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파우스트: …….

 

파우스트가 다시 천천히 모자를 쓰다듬는다.

 

고양이: 냐아.

 

슬금슬금 나온 것은 폭신폭신한 털이 사랑스러운 검은 고양이었다.

 

귀, 귀여워…….

 

파우스트: 이 고양이가 박쥐로 둔갑한건가……?

 

비틀거리며 어색한 동작으로 모자에서 기어나온 검은 고양이는 파우스트의 손목에 머리를 가져다 댄다. 마치 은신처를 제공해 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처럼.

 

파우스트: ……귀엽군.

 

화이트: 그건 그렇고, 박쥐에 검은 고양이라니. 마치 마녀의 심부름꾼 같구먼.

 

마녀……?

 

화이트의 말을 계기로 흩어졌던 퍼즐 조각이 머릿속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굉장히 수줍음을 많이 타서 아무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13번째 딸. 그녀는 마녀였다. 파우스트가 만들어준 보라색 모장에서 나온 것은 검은 고양이. 그리고, 오웬이 사과를 먹어서 나타난 오렌지색 천장.

 

파우스트: 보라색 모자와 오렌지색 밤과 검은 고양이의 관…….


9화

 

고양이: 냐?!

 

순간 부끄러움쟁이의 검은 고양이는 다시 모자속으로 숨어 버린다.

 

파우스트: ……과연. 그런 거였나.

 

고양이: …….

 

파우스트: 어이, 너. 이 곡이 들리나? 너를 위해 열린 무도회의 곡이야. 이 자리의 주역은 너잖아?

 

라스티카: 아가씨. 부디 저희에게 가련한 그 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고양이: ……냐.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관 파편이 떠오르더니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 알갱이가 되어 댄스홀을 비춘다. 그래, 이 무도회의 개최를 축복하는듯이.

 

(마치 진짜 별 같다……)

 

오웬에게 조각난 시트와 해골들은 정신을 차려보니 원래대로 되어 있었다. 12개의 해골 기사는 우아한 동작으로 12개의 시트의 딸들에게 다시 손을 내민다. 그녀들을 춤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천천히 겹쳐지는 손과 손. 그들은 곡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트나 해골의 표정은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모습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 흐뭇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것 같았다.

 

미스라: 현자님. 나갈 차례예요.

 

에?

 

미스라: 그 검은 고양이랑 춤추고 오세요. 그게 13번째 딸이었잖아요.

 

아마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스라: 뭔가 문제라도?

 

기적의 캔디 애플이 13번째의 딸의 마음을 가득 채운 운명의 상대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면…… 그녀를 제대로 춤에 초대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미스라: 설마 저보고 춤 상대를 하라는 거에요? 기적의 캔디 애플을 얻는다면 상대는 제가 아니어도 되잖아요. 애초에 춤이 뭔지도 몰라요. 

 

파우스트: 모르겠다면 견본을 보면서 춤을 추면 돼. 이들은 중앙 나라의 기사들이다. 춤도 완벽하겠지.

 

아서: 나도 같이 알려줄게. 기적의 캔디 애플을 얻기까지 조금 밖에 안 남았어. 함께 노력해 보지 않겠나.

 

저도 도와드릴게요.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힘내요, 미스라.

 

미스라: ……하아.

 

한 숨을 한 번 내쉬더니 미스라는 그대로 해골들을 향해 돌아선다. 신사적이고 친절한 그들은 시트들의 손을 잡은 채 능숙하게 매너의 강의를 시작한 것 같다. 적당한 때를 봐서 파우스트가 안고 있던 모자를 부드럽게 땅에 내려놓았다.

 

파우스트: 자. 너의 운명의 상대가 오고 있어.

 

눈치챈 미스라가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무릎을 꿇고 모자에 숨어있는 검은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스라: 저와 함께 춤추지 않겠나요?

 

그것은 분명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그녀가 계속 꿈꿔오던 말이었다. 그 날이 오기까지를 몇 번이나 바랬을까? 하지만, 죽을 때 까지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꿈을 지금 미스라가 이뤄준 것이다.

 

두 사람을 희미한 빛이 감싸안더니 보라색 모자는 두둥실 허공에 떠오른다. 눈부신 빛 속에 나타난 것은 작은 검은 고양이가 아니라, 자주색 모자를 머리에 얹은 순백 시트였다.

 

13번째의 딸……!

 

미스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손을 내민 채 똑바로 그녀만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 13번째의 딸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미스라의 손에 살짝 자신의 손을 포갰다. 달빛에 가려져 있던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때로는 스텝을 틀리고, 때로는 마구잡이로 당돌하게 춤을 추는 미스라.

 

오웬: 하하, 춤 진짜 못 추네.

 

미스라: 입 좀 다물고 있어요, 오웬.

 

하지만 그 모습은 신기하게 에스코트 되어 있다. 그녀도 무척 행복해 보였다.

 

라스티카: 춤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마음이에요. 미스라의 막내 아가씨를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지고 있는거겠죠.

 

네로: 하하…… 그런데 그 미스라가 에스코트라니. 북쪽 마법사들이 알면 놀랄 것 같네.

 

파우스트: 마법관의 누구라도 분명 전부 놀랄거야. 꿈이라도 꾸게 있는게 아닐까, 라고 말하겠지.

 

아서: 그렇다면 이 광경을 똑똑히 눈에 새기자. 이 신기한 무도회는 존재했다고, 모두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음악이 그침과 동시에 미스라와 막내 딸은 서로 마주보고 절을 했다. 순간의 정적이 댄스홀을 지배한 뒤, 시트들은 차례대로 연기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화이트: 아무래도 문을 열 시간인 것 같군.

 

한 사람, 또 한 사람 사라진 시트 뒤에는 한 장의 가련한 꽃잎만이 남겨져 간다. 13번째 딸은 눈앞에 선다. 미스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감사를 전하는 것 처럼.

 

미스라: …….

 

이윽고 마지막의 그녀가 꽃잎이 되는 순간, 13번째장의 꽃잎이 원을 그리듯 미스라의 수중에 모이기 시작했다.

 

미스라: 이건…….

 

 

꽃잎은 미스라의 손 위에서 새빨간 사과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파우스트: 그것이 기적의 캔디 애플……. 확실히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군.

 

미스라: 제가 그렇게까지 했으니 당연하죠. 이 책대로라면 기적의 캔디 애플을 먹은 자는 깊은 잠에 빠지겠죠.

 

(깊은 잠에 빠지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궁금했던 불안감이 다시 가슴속에서 뭉게뭉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깊은 잠'. 그것은 불길한 말 대신으로 쓰이기도 한다.

 

미스라: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잠깐! 먹지 말아주세요, 미스라!


10화

 

미스라: 하아? 갑자기 뭔가요, 현자님.

 

사실 제 세계의 동화에서 독사과를 먹은 주인공이 잠들듯이 죽어 버린다 라는 얘기가 있거든요. 그 상황과 겹쳐서…….

 

화이트: 과연. 현자는 기적의 캔디 애플의 깊은 잠이 영원한 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구나.

 

네……. 만약 그걸 먹고 그 동화처럼 미스라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불안해져서…….

 

미스라: 이런 걸로 전 죽지 않아요. 애초에 저를 죽일 수 있는 일이라니, 이 세상에 거의 없고요.

 

아니, 그래도……! 굉장한 일화가 있는 사과이고,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미스라: 뭘 그렇게 안간힘을 쓰는거에요? 딱히 제가 어떻게 되든 당신에게는 아무 상관 없잖아요.

 

미스라의 말에 조그맣게 가슴이 아픈 것을 느끼며 나는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을 해도 새삼스럽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미스라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오늘은 미스라가 저를 필요로 했을 때 힘이 될 수가 없었어요. 분명 당신을 실망시켜 버리지 않았나 싶어요. 그 일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부탁이에요. 미스라, 다시 한 번만 저를 믿어주실 수 있나요?

 

미스라: 당신을 믿어……?

 

네. 여러분의 기묘한 상처가 치료될 수 있는 방법도 찾을겁니다. 미스라가 자고 싶을 때는 이 손을 빌려줄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할 생각이에요. 부탁이에요, 미스라……! 저를 믿고 그 사과를 먹는 것 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제대로 자신의 마음이 미스라에게 전해지고 있는지 솔직히 모른다.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의 신용을 얻기 위해서 지그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필사적으로 생각 하고 있다가 겨우 입 밖으로 낸 것이니까.

 

미스라: 일단 당신도 이걸 구하기 위해서 그럭저럭 도와줬었죠. 당신만이 아니에요. 제 고생이 모두 헛수고가 된다고 해도 당신은 이 사과를 먹지 말라고?

 

확실히 미스라도, 여기 있는 여러분들께 혼나도 어쩔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멈추게 해주세요. 미스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는 계속 후회할거에요.

 

미스라: ……하아. 알겠어요.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오늘만큼은 이걸 먹지 않을게요.

 

미스라……! 고마워요!

 

미스라: 대신 돌아가면 바로 도와주세요. 이제 졸음이 한계라서.

 

알고 있어요. 손도 빌려주고, 필요하다면 자장가까지……!

 

오웬: 미스라가 안 먹으면, 그건 내가 받아갈게.

 

앗……!

 

화이트: 이봐, 오웬! 그대는 현자의 말을 듣지 못한건가.

 

오웬: 불만 있어? 모처럼 어렵게 구한건데 안 먹어주면 불쌍하잖아.

 

오웬은 싱긋 웃더니 그대로 기적의 캔디 애플에 바득바득 이빨을 세웠다.

 

오웬……!

 

오웬: 하하, 역시 기적의 캔디 애플이네. 너무 달아서 혀 안이 흐물흐물하게 녹을 것 같아.

 

오웬: ……윽……!

 

네로: 어이어이. 뭔가 괴로워하는 것 같은데.

 

파우스트: 역시 독사과였나?

 

미스라: 뭐, 좋아하는 캔디 애플을 먹고 죽을 수 있다면 오웬도 행복해 하지 않을까요.

 

그, 그런 한가한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오웬, 빨리 뱉으세요!

 

오웬: ……독이…… 아니야…….

 

에?

 

오웬: 독이 아니야……. 그런데, 엄청, 졸려…….

 

(휘청휘청 거리고 있어! 이건 잠들기 직전이야)

 

깊은 잠에 빠진다는 건 정말 잠에 드는거였군요…….

 

미스라: 뭐야, 안 죽네요. 뭐, 오웬도 졸음을 이겨낸다면 저에게는 아마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상관 없어요.

 

오웬: ……미스라, 죽일…… 거야…….

 

미스라: 그럼, 이제 볼일은 다 봤으니까 돌아가죠.

 

화이트: 호호호. 내가 없어서 스노우도 외로워하고 있겠지. 빨리 돌아가서 안심시켜줘야겠네.

 

파우스트: 어이, 미스라. 해골 기사들은 제대로 무덤으로 돌려 보내.

 

미스라: 해골? 아아, 네…….

 

(엄청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마법으로 해골들을 제자리에 내려놓은 뒤, 미스라가 이곳에 왔을 때 처럼 나른하게 주문을 외웠다.

 

미스라: '아르시무'

 

차례대로 공간의 문으로 모두가 들어간다.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고 아무도 없는 댄스홀을 둘러 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이곳에는 지금은 이제 나랑 미스라 밖에 없어. 파티가 끝난 후의 고요함은 역시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미스라: 현자님, 빨리 해주세요. 전 당신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요? 그 정도의 말을 했으니까, 오늘 밤만이라고는 생각 하지 말아주세요.

 

여, 열심히 할게요……!

 

황급히 문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귀여운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싣고.

 

미스라: …….

 

미스라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댄스홀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그런가, 이건……)

 

수줍음을 많이 타는 그들다운 수줍은 작별인사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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