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0 이벤트 스토리

[용감한 개척자의 발라드 ~남쪽&북쪽~] 6화~10화

6화

 

……!

 

루틸 / 미틸: ……대단해…….

 

이것이 고대의 궁전…….

 

유백색의 돌기둥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천장에는 섬세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고대의 사람들은 여기서 살았던거겠지.

 

브룩: 안은 이렇게까지 넓었던 건가……. 전의 횃불은 아주 조금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모두가 궁전의 웅장함에 시선을 빼앗긴 가운데, 미스라, 오웬, 브래들리 세 명은 색다른 반응을 보였다.

 

세 명 모두, 왜 그러세요?

 

브래들리: 생각 났어. 이 장소, 이 분위기... 푸앵카레는 이 지하 궁전을 말하는 거야.

 

여기가 푸앵카레……?

 

브래들리의 말을 듣고 섬뜩한 고해를 떠올렸다. 결코 푸앵카레에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사신의 잠을 방해하지 말라.

 

브룩: 그 할머니는 지하 궁전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건가…….

 

미틸: 그렇다는 건…… 여기에 사신이 잠들어 있다는 뜻인가요?

 

브래들리: 그런 의젓한 모습이 아니야. 여기에 봉인 되어 있는 것은 커다란 마력을 가진 마법 생물의 고대종이다.

 

피가로: 마법 생물의 고대종인가……. 뭐가 됐든 귀찮은 상대네.

 

스노우: 하지만, 그대들은 어째서 그런 걸 알고 있지?

 

미스라: 저희가 그 고대종을 여기에 봉인했으니까요.

 

에!?

 

미스라: 수백년 전 쯤이었나……. 어떤 마법사가 금지된 주술로 고대종을 되살려 북쪽 나라에서 날뛰었었어요. 오즈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셌었죠. 그 고대종 때문에 산 하나가 불바다로 변했고.

 

스노우 / 화이트: 그랬었나?

 

화이트: 오즈가 쓰러뜨리지 않았다고 하면, 내가 스노우에게 살해당한 후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군.

 

스노우: 중앙 국가가 들어설 즈음일지도 모르겠네. 그 때에는 세상도 우리도 좀 바빴었으니까.

 

미스라: 뭐든 좋아요. 어쨌든 북쪽 나라에서 날뛰고 눈에 거슬렸기 때문에 고대종을 쓰러뜨리려고 했었거든요.

 

오웬: 미스라와 그녀석이 날뛰고 시끄러워서 어쩔 수 없이 나도 도와줬지.

 

브래들리: 내버려두면 이 몸의 세력권까지 털릴 것 같았었으니까 귀찮았지만 나도 협력했었어. 그렇게까지 해서 몰아붙인건데, 결국 도망갔지.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네.

 

미스라: 뭐, 제악의 근원인 마법사는 잡았으니까요. 일단 걔한테는 저주를 내렸어요.

 

레녹스: 어떤 저주를 내렸지?

 

미스라: 마법사 본인이 영원히 고대종을 봉인하기 위한 마도구가 될 수 있는 저주요. 도망친 고대종을 쫓다가 탈진해서 잠들었을 때, 그 몸으로 고대종을 봉인하라고 명령했었어요.

 

날씨 얘기라도 하듯이 끔찍한 저주를 미스라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북쪽의 마법사다운 잔인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목덜미가 섬뜩해진다.

 

오웬: 혹시 모르니까 수경에 고대종이 봉인되는 모습을 비춰봤어.

 

브래들리: 아아. 하긴 그때 봤었던 고대종이 탈진했던 곳은 여기였었지. 약해진 몸으로 남쪽 나라까지 도망치다니, 정말 고약한 놈이었어.

 

화이트: 결국 그때의 당사자가 아닌가.

 

스노우: 기억이 나는 것도 당연할텐데.

 

스노우 / 화이트: 미스라 쨩…….

 

봉해진 것은 사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낙관적인 기분이 될 리가 없다. 옛 궁전 어딘가에 저 세 사람을 귀찮게 했던 흉포한 마법 생물이 잠들고 있는 것이다. 땅 위에서 버려진 것 같은 습한 냄새와 햇볕에 데워진 적 없는 차가운 공기가 이상한 불안을 일으켰다.

 

스테이시: ……앗.

 

스테이시? 왜 그래요?

 

스테이시: 여기, 뭐가 있는 것 같아요.

 

스테이시가 주문을 외우자 작은 빛이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왔다. 그 손으로 살며시 벽을 쓰다듬는다. 그러더니 물고기 비늘처럼 표면이 벗겨지고, 엄숙한 분위기의 문이 나타난다.

 

스노우: 호오, 숨겨진 문인가.

 

레녹스: 통로가 있어. 가보자.

 

문 앞은 어둡고 좁은 복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거기에서 빠져나오면 어떤 방에 다다른다.

 

 

 


 

여기는…….

 

브룩: 오래된 신전 같네.

 

일찍이, 어떤 의식이 거행되었던 것일까. 피라미드처럼 돌을 쌓아올린 간소한 제단으로 치장되었고, 그것을 중심으로 한 마법진 같은 선이 바닥에 크게 그려져 있다. 화려한 장식이 제거된 공간 속에서 제단에 장식된 황금빛 촉제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브래들리: ……싫은 느낌이 나. 오래 전에 봉인했는데도 아직도 마력이 충만해.

 

루틸: 현자님, 괜찮으신가요?

 

네. 아직까지는 몸만 무거운 느낌이고…….

 

성스러운 것을 숭배하는 깨끗함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악의가 달라붙는 듯한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브룩: …….

 

미틸: 브룩 씨?

 

뭔가에 홀린 듯이 브룩 씨는 갑자기 제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7화

 

제지할 틈도 없이 제단 꼭대기에 꽂힌 촉제를 거칠게 움켜잡는다.

 

미스라: 저 사람 뭐하고 있는거예요?

 

스테이시: 브룩 씨, 무슨 일인가요!?

 

브룩: ……아? 나는, 뭘……?

 

브룩 씨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사태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촉제를 잡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사르르 희미한 소리가 나더니 발 밑으로 눈을 돌렸다.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이 서서히 모래로 변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도대체 왜……?

 

미스라: 위험하네……. 저건 고대종을 봉인하고 있었던 마도구예요.

 

스노우: 마력에 내성이 없는 인간을 조종하여 봉인을 풀게 한 거로군. 이대로라면 고대종이 소생한다……!

 

오웬: 현자님도 조종당하면 재밌었을텐데.

 

(확실히, 인간이 조종당하는 거라면 나도 노려졌을 텐데. 어째서 브룩 씨만……)

 

의문이 들었을 때 문득 루틸에게서 받은 부적이 생각났다. 가슴의 주머니를 당겨서 들여다본다.

 

……!

 

개구리 그림은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설마 이 개구리가 지켜준건가……?)

 

브룩: ……우왓!?

 

모래로 변한 마법진은 순식간에 소멸했다. 동시에 제단에서 섬뜩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촉제의 자리에서 검은 덩어리가 나타나 금세 분수처럼 부풀어올라 주위에 넘치기 시작했다.

 

스노우: 황금 촉제가 바로 마도구가 된 마법사일세! 봉인이 풀린 지금, 고대종이 깨어난다!

 

화이트: 촉제를 다시 가져와야 해. 촉제가 없으면 고대종을 다시 봉인할 수도 없어! 

 

루틸: 알겠습니다. 제가 먼저 쫓아가서 잡아오죠!

 

미스라: 하? 무슨 소리를 하는거예요. 당신은 약하니까 얌전히 좀 있어주세요.

 

루틸: 저 역시 현자님의 마법사예요. 고대종이 봉인되지 않으면 미스라씨도 곤란하잖아요. 게다가 하늘을 나는 스피드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브래들리: 하, 약해도 도전하는 바보는 싫지 않아. 가자, 어울려 주지!

 

루틸과 브래들리는 재빨리 빗자루에 걸터 앉아 촉제를 향해 날아 갔다.

 

미틸: 형님, 저도…… 우왓!?

 

 

미스라: 잠깐. 당신까지 그러지 마세요.

 

미틸: 미스라 씨……! 목덜미를 잡는 건 그만둬주세요!

 

검은 덩어리는 점점 커져갔다.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조금씩 형태를 이루어 간다. 이윽고 그 집합체는 거대한 늑대 같은, 호랑이 같은 실루엣을 드러내며 우리를 향해 포효했다.

 

……이것이, 마법 생물의 고대종……?

 

미스라: ……이상하네. 예전에는 이런 희미한 형태가 아니라 제대로 실체를 가졌었는데.

 

스노우: 오랫동안 봉해져 있던 탓이겠지.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억제하지 않으면 땅 위에 나가서 날뛰고 말거야.

 

오웬: '쿠레 메미니'

 

!?

 

오웬: 결국 숨통을 끊으면 되잖아. 후딱 해치우자고.

 

오웬이 쏜 공격은 직격으로 들어갔고, 고대종은 날아가 버렸다. 뒤에는 무너진 제단만 남아 있다.

 

브룩: 되, 된건가……?

 

레녹스: ……아니.

 

시끌시끌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발밑에서 울린다. 찢어진 듯한 검은 덩어리가 여러 개의 제단 잔해 밑에서 꿈틀 거리고 있었다.

 

레녹스: 흩어져서 도망쳤군.

 

미스라: 똑바로 좀 해봐요.

 

오웬: 시끄럽네.

 

스노우: ……온다.

 

바닥을 질질 기던 검은 연기는 다시 모양을 맺었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라 두 덩어리로.

 

분할했다……!?

 

두 편으로 갈라진 마법 생물을 우리를 껴안듯이 좌우에서 덤벼 들었다.

 

스노우: 호호호. 수를 늘려도 우리 앞에서는 무의미하네.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좌우로 갈라진 스노우와 화이트가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우리를 보호하듯 돔형의 벽이 나타났다. 마법 생물은 벽에 충돌해 큰 신음 소리를 내며 물러난다.

 

미틸: 머, 멋있어……! 좋아, 저도 여러분을 보호할게요! '오르토니……'

 

피가로: 잠깐 기다려, 미틸.

 

미틸: 피가로 선생님! 어째서 말리시는거죠?

 

피가로: 미틸에겐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마법 생물이 살아난 탓에 이 자리 자체의 마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거든. 이대로라면 언제 지상에 영향이 끼쳐도 이상하지 않아. 그러니까 화이트님과 함께 지상에서 망을 봐줄 수 있을까.

 

미틸: 지상을 감시……. 알겠습니다. 그럼, 피가로 선생님도 같이……!

 

피가로: 나는 여기에 남을게. 다른 애들이 다치면 진찰해줘야 하니까. 북쪽의 마법사들처럼 강하지 않아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마찬가지로 미틸도 제 몫을 해줬으면 좋겠어.

 

피가로: 미틸이라면 할 수 있지?

 

미틸: ……! 네! 저도 현자님의 마법사니까요. 맞다, 이건 제가 약초로 만든 약이에요. 혹시 무슨 일이 있다면 써주세요.

 

피가로: 고마워. 역시 미틸은 든든하네.

 

미스라: 하아…….

 

미틸: 우왓, 미스라 씨? 이건 뭔가요?

 

미스라: 수호의 마법을 건 반지요. 일단 가지고 계세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곤란하니까.

 

미틸: ……감사합니다, 미스라 씨. 에헤헤, 멋진 반지네요!

 

미스라: 화이트, 제대로 돌봐주세요.

 

화이트: ……정말이지, 어쩔 수 없구먼. 미틸, 나와 함께 지상으로 갑세. 그대들은 뒤를 부탁하지.

 

 

 

 

 

 

 

 

피가로: ……그럼, 약삭빠른 짐승이 누구를 향해 이빨을 까고 있는지 알려주마.


8화

 

브래들리: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녀석. 기둥투성이인 곳으로 도망가고 있어서 짜증나네. 차라리 다 때려 부술까.

 

루틸: 그런 짓을 하면 궁전이 무너져서 생매장 당해버릴거예요.

 

루틸: ……아, 있다! 저기예요. 쫓아가죠!

 

브래들리: 어이, 갑자기 스피드를 내면……!

 

루틸: ……윽!

 

브래들리: 말도 안 나오네. 이런 곳에서 냅다 날면 당연히 부딪히잖아. 이만큼 기둥이 밀집해 있는데 그 속도로 들이받는 것은 바보가 하는 무모한 짓이야.

 

루틸: 바보든 막무가내든 상관없어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에요!

 

루틸: ……윽…….

 

루틸: (집중. 조금 더 집중하자. 처음에 나무에 부딪혔을 때처럼. 그렇게 하면, 반드시 피할 수 있어……!)

 

브래들리: ……헤에, 꽤 하네. 기둥을 사뿐사뿐 피하고 있어.

 

루틸: 브래들리 씨, 빨리 가죠! 놓치고 말거예요.

 

브래들리: 건방진 입이나 놀리고 말이야. 나를 재촉하다니 천년은 일러.

 

루틸: 안돼. 너무 빨라서 못 따라잡겠어!

 

브래들리: 사냥은 두뇌 싸움이야. 네놈은 빗자루 솜씨는 좋지만 지혜가 모자라. 너의 그 스피드와 이 총 솜씨가 있으면 금방 잡을 수 있어. 좀 거들어봐.

 

루틸: 알겠습니다. ……저, 브래들리 씨.

 

브래들리: 뭐야. 이상한 소리를 내고. 새삼 겁먹은 건 아니겠지.

 

루틸: 아까 기둥에 부딪힌 거, 미틸에게는 비밀로 해주시면 안될까요?

 

브래들리: ……하하! 형의 면목이란 건가. 생각해 둘게. 제구실을 잘하면 말이지.

 

루틸: 정말이죠! 절대로, 잡아 보이겠습니다.

 

 

 

 

 

 

 

 

브룩: (……이것이 강한 마법사인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보고 있다. 검은 덩어리의 괴물과 마법사들이 요란하게 다투고 있다. 마법사들은 마치 몸의 일부분처럼 빗자루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화려하게, 씩씩하게, 그리고 흉포한 속도로 난무하고 있다. 섬광과 돌풍과 땅울림. 폭풍우가 맞부딪치는 듯한 거친 향연이다.

 

오웬: '쿠레 메미니'

 

스노우: 오웬, 너무 궁전을 부수면 안돼! 무너지면 어떡할겐가.

 

피가로: 사라지거나 분할하거나 무리짓거나, 실체가 없는 놈을 상대하는건 귀찮네.

 

둘로 갈라진 검은 덩어리는 그 후로 여러 번 분열과 합체를 반복하며 마법사들을 농락하며 덤벼들었다. 공격이 안 통한다기보다는 흩어져 도망가는 바람에 효과적으로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미스라: 짜증나네……. '아르시무'

 

스노우: 이봐, 미스라! 궁전을 부수면 안된다고 방금 주의를 줬는데도!

 

미스라: 딱히 상관 없잖아요.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아뇨, 무너지니까요! 아, 천장이……!

 

스노우: 그대들, 일단 거기서 물러서게나! '노스콤니아!'

 

쌍둥이 중 하나가 마법으로 천장의 붕괴를 막고 있는 사이에 우리는 황급히 안전한 장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중에 뭔가에 발이 묶여 넘어졌다.

 

브룩: ……윽, 뭐야……?

 

뒤돌아보니 바닥에 퍼지는 검은 얼룩이 팔뚝처럼 뻗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얼룩은 금세 풍선처럼 부풀고 검은 짐승의 모습으로 변한다. 짐승은 나를 향해 포효했다.

 

브룩: ……!

 

——이제 틀렸어. 공포에 져서 나는 눈을 감았다.

 

 

 

 

 

 

 

화이트: 흠. 지금으로서는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 같구먼.

 

미틸: 네. 그래도 형님들은 정말로 괜찮을까요?

 

화이트: 걱정할 필요는 없네. 저쪽에는 북쪽의 마법사와 피가로가 있어. 갓 살아난 고대종은 조금 귀찮은 일이겠지만.

 

미틸: 에, 피가로 선생님?

 

화이트: 라니, 방금은 농담일세! ……음?

 

미틸: 화이트님! 이 소리는…….

 

화이트: 아무래도 지하 궁전의 고대종의 기척에 이끌려서 나쁜 정령들이 모이기 시작했나 보군. 미틸이여, 나에게서 너무 떨어지지 말게나.

 

미틸: 아, 알겠습니다. 

 

미틸: (이 웃음소리,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아.... 정령들이 많이 모여 있는 걸까. 우우,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 알고 있지만 역시 무서워……!)

 

미틸: 앗! 미스라씨의 반지가…….

 

화이트: ……부서진 것인가. 그대에게 못된 짓을 하려던 정령들로부터 지켜준걸세.

 

미틸: 그런…… 모처럼 받은 반지였는데…….

 

미틸: …….

 

화이트: 미틸?

 

미틸: ……화이트님. 저에게 이 정령들을 쫓아낼 수 있는 마법을 가르쳐주시지 않겠나요.

 

화이트: 호호호. 마침 나도 그 말을 하려던 참이었네. 땅의 파수꾼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의 힘, 놈들에게 보여주지 않겠나.

 

미틸: 네! 모두가 안심한 채로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저희가 이곳을 지키죠!

 

 

 

 

 

 

 

브룩: ..........?

 

거센 소리와 함께 돌풍이 몰아친다. 하지만 신기하게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조심조심 눈을 떠보니, 빗자루에 매달린 작은 뒷모습이 보였다.

 

브룩: ……스테이시……?

 

스테이시: 브룩 씨, 괜찮으신가요!?

 

브룩: 아, 아아……. 어이, 팔에서 피가 나오고 있다고! 공격을 당한건가!?

 

스테이시: 마법으로 막으려고 했는데 전 마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하지만 괜찮아요, 이 정도는. 그것보다 브룩 씨가 다친 곳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씩씩한 대사와는 달리, 스테이시의 어깨는 떨리고 있었다. 어둠 조차 두려워하는데, 저런 괴물을 앞에 두고 도망치지 않고 나를 살려준건가.

 

스테이시! 브룩 씨!

 

외치는 듯한 현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무리를 이룬 검은 덩어리가 스테이시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브룩: 스테이시!

 


9화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갑자기 눈앞에 남자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큰 키의 덩치가 이제는 유난히 믿음직스럽고, 등은 산처럼 보였다.

 

레녹스: 힘냈구나, 스테이시. 뒷일은 맡겨줘.

 

힘차면서도 잔잔한 목소리가 스테이시를 위로한다. 그것은 어른이 아이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용감한 전우에게 거는 말이었다. 눈물이 글썽거리던 스테이시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이마를 보였다.

 

브룩: (……스테이시. 너는, 훌륭한 마녀구나.)

 

 

 

 

 

 

 

 

루틸: 여기는…….

 

브래들리: 궁전의 꽤 깊숙한 곳까지 온 것 같네. 휑한 곳이지만 딱 봤을 때 출입구는 우리가 들어온 곳밖에 없는 것 같아. 여기서 놈을 잡아낸다.

 

루틸: 네!

 

브래들리: 알겠지. 내가 이 입구에 서서 놈이 도망가지 못하게 할거야. 가운데에 큰 기둥 보이지? 너는 저기로 촉제를 유인해. 촉제가 저 기둥 앞에 오는 순간 내가 총으로 쏴서 떨어뜨려줄게. 깨뜨리지 않을 정도로 쏠테니 안심해. 

 

루틸: 알겠습니다. 하지만 유도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브래들리: 도망가기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공격하거나 앞질러 가면 돼. 마도구라고 해봤자 원래는 마법사다. 도망치는 발걸음이 빨라도 언젠가는 지치고 둔해져. 거길 총으로 쏘면 사냥은 성공이야.

 

루틸: 네!

 

브래들리: 자, 시작한다! 작전 개시다.

 

루틸: (……우선은 촉제의 주의를 끌어당겨서.)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루틸: ……안돼. 노린 쪽과 반대로 도망쳤어. 좋아, 다시 한 번……!

 

루틸: 아뿔싸, 또 반대로 도망갔다…….

 

브래들리: 정신 차려! 휘둘리는 게 아니라 너가 휘두르는 거야.

 

루틸: 네! ……아까부터 기둥을 이용해서 뒤얽히듯이 도망다니고 있어. 그걸 방해해야해.

 

루틸: (게다가 그 촉제…… 브래들리씨가 입구에 서 있어서 그런지 그쪽으로는 절대 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루틸: 그런가. 입구와 반대 방향에서 몰아붙이면 되는 거야……!

 

루틸: ……좋아, 됐어!

 

브래들리: 잘 하고 있어! 그렇게 해서 상대를 가운데 기둥으로 유인해!

 

루틸: (큰 기둥 쪽으로 상당히 가까이 다가갔어. 그리고 상대방의 움직임도 점점 알게 되었다……!)

 

브래들리: ……꽤 하잖아. 빗자루의 속도도 바로 익숙해지고. 어이! 이제 쫓고 쫓기는 건 끝내야지!

 

루틸: 네! '오르토니크 세토마……' 윽!?

 

루틸: (예상이 빗나갔다……! 저 위치는 기둥이 방해해서 브래들리씨의 공격이 맞지 않아. 이대로라면 또 도망쳐 버려……!)

 

브래들리: 그대로 촉제의 뒤를 쫓아!

 

루틸: 

 

루틸: (브래들리씨가 촉의 정면으로 돌아주고 있어!)

 

브래들리: 좌우 도망갈 길은 내가 다 막아주지. '아도노포텐스무!'

 

루틸: (촉제가 도망갈 곳을 잃었다.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어!)

 

브래들리: 당황해서 발길을 돌렸네. 지금이야, 잡아!

 

루틸: 네!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피가로: 계속 공격해 봤자 괜히 시간만 가네.

 

스노우: 그것이 목적일지도 몰라. 시간을 벌면서 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게야. 

 

레녹스: 잘 모일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그러고보니 아까 스테이시에게 한꺼번에 몰려간 것 같았는데……) 

 

미틸이 두고가준 약 덕분에 잘 끝났지만, 아까 스테이시가 다쳤을 때는 팔에서 많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피에 반응하는건가…….

 

미스라: 피?

 

아까 고대종이 스테이시의 피에 이끌려서 덤벼드는 것처럼 보였어요.

 

오웬: 헤에, 그럼 피를 쓰면 쟤를 끌고 올 수 있겠네. .……저기, 현자님. 협력해줄래?

 

오웬은 심술궂게 웃으며 내 턱을 손톱으로 덧그렸다.

 

우우…… 그, 많이만 아니라면…….

 

고대종을 봉인하기 위해서라면 조금 쯤은. 각오하고 헌혈처럼 소매를 걷어붙이려고 하면, 옆에서 뻗은 손이 그것을 제압했다.

 

피가로: 거드름 피우지 마, 이런 때에는. 저런 괴물 때문에 소중한 현자님을 희생시킬 수는 없잖아.

 

미스라: 그럼 당신이 할 거예요?

 

피가로: 응, 좋아.

 

피가로……!

 

피가로는 와인 병이라도 따는 듯 손가락을 가르고 무너진 제단 위에 피를 흘렸다. 돌에 붉은 점이 생생하게 핀다.

 

피가로: 굶주린 고대 유물에게는 고급 식사겠지.

 

피 냄새를 맡았는지 흩어져 있던 검은 덩어리가 제단으로 모여 들었다.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큰 그림자가 될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라, 움직임이 갑자기 둔해졌……?

 

그동안 정신없이 흔들리던 덩어리가 이상하게 얌전해졌다. 마치 밧줄로 꽁꽁 묶인 것처럼.

 

미스라: 헤에, 피에 저주를 걸었나요.

 

오웬: 여전히 음습하네.

 

피가로: 재치 있다고 해주지 않으려나.

 

피가로: 자, 놀이는 끝이다. 

 

피가로: '폿시데오'

 

스노우: '노스콤니아'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쿠레 메미니'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다섯 명의 마법사로부터 일제히 공격을 받은 고대종은 도망갈 수도 분열할 수도 없는 상태로,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10화

 

오웬: ……우와. 이녀석 아직 살아있어.

 

미스라: 끈질기네요. 그때도 아무리 공격해도 죽지 않아서 귀찮았었지…….

 

피가로: 자, 빨리 봉인하자. 내버려두면 다시 힘을 되찾을거야.

 

레녹스: 하지만 봉인에 필요한 마도구가…….

 

브래들리: 촉제라면 여기다.

 

루틸: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루틸, 브래들리!

 

미스라: 하아,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정말이지, 심장에 안 좋다고요.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늦었어요, 브래들리. 당신도 따라갔으면서 뭘 하고 온거에요.

 

브래들리: 너 이 자식, 멋대로 지껄이지 말라고.

 

루틸: 미스라 씨, 이걸!

 

루틸은 빗자루에 올라탄 채 촉제를 내던졌다. 미스라는 캐치볼을 하는 것처럼 한손으로 그걸 받아 들인다.

 

스노우: 자, 봉인이다!

 

제단 위에서는 검은 몸을 떨며 고대종이 웅크리고 있다. 미스라는 아무렇게나 다가가자 황금 촉제를 그 위에 놓았다. 마지막 발버둥인지 이를 가는 소리가 난다. 마법사들은 제단을 둘러싸고 마도구를 꺼냈고, 주문을 외우는 일곱 명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황금 촉제가 선열한 빛을 내뿜는다. 직후, 검은 덩어리는 제단으로 빨려 들어가 순식간에 시들어 갔다. 덩어리들도 모두 사라지며 정적의 막이 내렸다.

 

 

 

 

 

 

 

화이트: 오오, 끝난건가. 고생 많았네.

 

미틸: 모두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고대종은 봉인했나요?

 

피가로: 응,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 스테이시가 조금 다쳤지만 미틸의 약 덕분에 금방 치료할 수 있었고.

 

미틸: 스테이시, 다쳤나요!?

 

스테이시: 네, 그래도 약 덕분에 이제 괜찮아요. 약을 만들 수 있다니, 미틸은 대단하네요.

 

미틸: 다행이다. 에헤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기뻐요!

 

화이트: 호호호. 나쁜 정령과 용감하게 싸우거나 미틸은 대활약이었네.

 

그랬었군요! 조금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큰일은 없어서 다행이에요.

 

스노우: 정말이지, 그대들이 마음대로 날뛰는 바람에 궁전이 붕괴되지 않을까 애가 탔구먼.

 

오웬: 시끄럽네. 결국 부서지지 않았으니까 됐잖아.

 

미스라: 그 이상 오래 갔더라면 박살났겠지만요.

 

(정말로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브룩: 신세 많이 졌네. 너희들을 의지한 것이 정답이었어.

 

스노우: 푸앵카레에는 강력할 결계를 쳐놨네.

 

화이트: 만에 하나 고대종이 깨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대들의 개척지는 안전해.

 

레녹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노파는 누구였을까요.

 

화이트: 이 땅에 정착하는 정령이었는지도 모르겠구먼. 개척민의 손에 의해 고대종의 봉인이 풀릴까 봐 노파의 모습으로 충고한 것이겠지.

 

브룩: 언젠가 우리 마을이 생긴다면 꼭 놀러 와 줘. 너희들의 석상을 만들테니까.

 

브래들리: 뭐?

 

미스라: ……석상?

 

브룩: 마을을 구해준 마법사 동료들, 이라는 이름으로 마을 입구에 장식하는 거야. 어때, 좋은 생각이지?

 

미스라: 저는 가운데에 놔주세요. 제가 듣기로는 가운데는 최강의 징표라고 하더라고요.

 

피가로: 그런 부탁도 해도 되는거구나? 그럼 내 석상은 착하고 좋은 사람처럼 만들어줘.

 

미틸: 스테이시, 마법 훈련 열심히 하세요!

 

스테이시: 네! 모두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마법 훈련을 열심히 해서 어엿한 마녀를 목표로 할거에요.

 

루틸: 스테이시라면 분명 될 거에요. 지금도 너무 예쁜 마녀니까.

 

레녹스: 아아, 빗자루에서 나는 것처럼 조금씩 여러 가지 익혀가면 돼.

 

스테이시: ……저기, 레녹스 씨. 저도 언젠가 레녹스씨처럼 될 수 있을까요?

 

레녹스: ……나처럼 되지 않아도 돼. 너는 너밖에 될 수 없는 마녀가 될 수 있어.

 

스테이시: ……네! 오늘 일, 저 절대로 잊지 않을 거에요.

 

브룩: 자, 드디어 우리 마을 만들기의 시작이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좋은 만들을 만들어야지. 풍요롭고, 따뜻하고, 이천 년 정도 이어갈 수 있는 그런 강인한 마을을. 

 

스테이시: 이천 년이요?

 

브룩: 아무렴. 네가 이천 년을 사는 대마녀가 되어서, 세계를 날아다녀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그런 마을로 만들 거야. 그걸 위해서 너에게도 도와달라고 할거다. 의지하고 있다고?

 

스테이시: 네……! 열심히 할게요!

 

이별을 고한 마법사들이 차례대로 불가사의한 문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저 앞은 마법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브래들리: 처음부터 미스라의 공간의 문으로 오면 되는 거 아니었어?

 

미스라: 그러고 보니 그렇네……. 빨리 말해주세요.

 

그러면 두 분, 부디 건강하세요. 곤란한 일이 생기면 다시 마법관으로 와주세요.

 

네모난 공간이 현자와 마법사들을 집어 삼키고 앞에서 문이 쾅 닫혔다. 

 

 

 

 

 

 

스테이시는 나를 빗자루 뒤에 태우고 두둥실 날아올랐다. 동료가 기다리는, 취략을 목표로 저녁 하늘을 날아간다. 

 

브룩: (마을 애들, 놀라겠지. 혼자서 제대로 날지도 못한 마녀가 나를 태우고 당당히 날고 있으니까. ……돌아가면 패거리들을 산더미처럼 혼내주마.)

 

지하 궁전의 괴물이나 스테이시의 활약……. 그리고 짜릿할 정도로 강하고 믿음직스러웠던 현자의 마법사들. 마법사를 잘 모르는 놈들 뿐이니까 그런 바보 같은 소리, 라며 웃어넘길 게 분명하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해 줄거다. 우리의 생각보다 마법사는 훨씬 더 멋있는 존재라고.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