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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셀라타의 선율은 진혼의 밤에] 1화~5화

 

진혼의 야회. 이제는 추억으로 밖에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소중하게 보내주는 오래된 의식. 섬뜩한 하얀 손이 방황하는 마을의 의뢰에 저주의 전문가로 동행하게 된 파우스트지만……. 

 

각자 살아온 시간이 있어서, 각자의 이별이 있어서. 수백 년을 살아온 그의 마음의 일부에 지금 닿고 있다.


1화

 

레녹스: 현자님의 손수건, 꽤나 발견되지 않는군요.

 

네. 낮에 이 근처를 산책했을 때 떨어뜨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밤, 우연히 복도에서 스쳐지나가던 레녹스가 물건 찾기에 어울려주고 있었다.

 

왠지 죄송해요. 오래 어울리게 해서.

 

레녹스: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누구나 물건을 잃어버릴 때는 있으니까요.

 

그렇게 격려해주는 레녹스와 함께 어두운 숲을 나아간다. 서늘한 밤바람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을 때, 문득 레녹스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나요, 레녹스. 뭔가 찾았나요?

 

레녹스: 아뇨, 소리가 난 것 같아서. 방울 소리 같은……. 

 

진짜다! 저쪽 덤불 안쪽일까요?

 

레녹스: 누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벌써 늦은 시간인데……. 

 

그렇네요…….  잠시 상황을 보러 가볼까요.

 

풀을 짓밟는 우리의 발소리에 섞이면서 방울 소리는 가늘고, 길게 무언가를 호소하듯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한참 가다 보면 갑자기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좋은 냄새…….)

 

그 향기에 이끌리듯이 레녹스의 넓은 등 너머로 전방을 바라본다. 나무들이 적게 트인 곳에서 모닥불이 팔랑팔랑 타오르고 있었다. 그 앞에 조용히 서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 하나.

 

파우스트: …….

 

레녹스: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현자에 레녹스……. 역시 너희들의 기척이었나. 이런 곳에 무슨 일이지?

 

그게…….

 

파우스트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조용히 말했지만 문득 할 말을 망설였다. 흔들리는 불꽃과 달빛의 콘트리트 속에 떠오르는 예쁜 엎얼굴이 어딕나 창백하고 현실성이 없어 보여서.

 

레녹스: ……파우스트 님. 당신 외에 누군가가 여기에 있었나요? 술병도 비어있고, 마치 잔치라도 한 것 처럼 보여서.

 

아, 정말이네요. 모닥불 주위에 술이랑 과일도 잔뜩. 화관도 늘어서 있어…….

 

파우스트: 아니……. 나는 계속 혼자였어. 오늘은 달이 잘 보이니까, 저걸 올려다보면서 혼자 술이라도 하려고.

 

에……?

 

파우스트에게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조금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벼운 입처럼 부담스럽지 않게, 어딘가 자조적인 빛을 머금고 고한 파우스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삼킬 정도로 거대하지 않고 '거대한 재앙' 이 떠있다.

 

파우스트: 저 달을 보고 있으면…… 불쾌한 것 같은, 가슴 속 깊은 곳이 아픈 듯한 그런 기분이 들어. 그걸 안주 삼아 불평의 한 두가지 액재를 향해 말해주려고 했다. 그런 이야기야.

 

레녹스: …….

 

브래들리: 흥. 그런 게 안주라면 맛없을 뿐이잖아. 잔치 자리까지 차려놓다니. 정말이지 음침한 녀석.

 

……!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돌아본다. 파우스트도 목소리가 나는 쪽, 깊은 숲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녹스: 브래들리……. 또 재채기로 날아온 건가?

 

파우스트: 뭐, 그런 거다. 본의 아니게.

 

브래들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숲속에서 유유히 걸어나왔다.

 

브래들리: 잘난 척 하면서 괴로워하는 얼굴이네. 원망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나도 이렇게 기묘한 상처가 생기긴 했지만 동쪽의 저주꾼은 그 달에게 죽을 뻔했으니까.

 

파우스트: 그렇지. 나는 결국 죽지 않았지만.

 

파우스트는 눈을 내리깔고 중얼거리더니 느닷없이 소매를 더듬어 무언가를 꺼냈다.

 

파우스트: 그러고 보니 아까 이걸 주웠어. 이건 네 것인가?

 

아, 내 손수건……! 감사합니다. 이걸 찾고 있었어요.

 

레녹스: 다행이네요. 찾아서.

 

네! 레녹스도 같이 찾아줘서 고마워요.

 

파우스트: 용무가 끝난 거라면 여기 오래 있지 않는 게 좋아. 얼른 마법관으로…….

 

브래들리: 오, 좋은 술이 있네.

 

말하려던 파우스트의 말을 가로막듯이 브래들리가 모닥불 앞으로 나아갔다. 딱 쭈그리고 앉아 늘어선 술병을 비교한다.

 

파우스트: 어이, 잡지 마. 도둑에게 줄 술은 없어.

 

브래들리: 괜찮잖아. 이렇게 잔뜩 있는데 가져가는 것도 고생이지. 도와줄게.

 

아……. 그러면 저도 정리를 도와드릴까요? 파우스트도 오늘은…….

 

말하면서 주위의 물건들에 손을 뻗는다. 거기에 파우스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파우스트: 그만둬. 만지지 마!

 

아, 죄송해요……!

 

예상 밖의 소리침에 내 어깨가 팔짝 뛰었다. 파우스트는 깜짝 놀라 말끝을 흐렸다.

 

파우스트: 미안해…….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그저 마법사의 도구는 부주의하게 만지지 않는 것이 좋아. 특히 나 같은 저주꾼이 다루는 것은 말이야.

 

레녹스: 여기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밤바람도 차가워졌기 때문에 현자님과 브래들리는 돌아가 주세요. 저희도 금방 가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우리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브래들리가 코끝을 긁적이며 중얼거린다.

 

브래들리: ……하. 위험해. 또 날아가는 건 싫다고. 가자, 현자. 이런 곳보다 마법관의 바에 더 맛있는 술이 있어. 한 잔 어울려라.

 

아, 네. 그러면 말씀을 받들어서……. 파우스트, 레녹스.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뵈어요.

 

파우스트: 아아. 잘 자.

 

레녹스: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나누는 우리 곁에서 브래들리는 주머니에 한 손을 넣은 채 마법으로 빗자루를 꺼냈다. 긴 다리를 꼬는 그의 발이 금방 땅에서 떨어진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 방울 소리가 뒤에서 희미하게 들린 것 같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우리 곁에 한 건의 의뢰가 날아들어왔다.

 

아서: 새하얀 손이 공중을 기어?

 

콕로빈: 네……. 중앙 나라의 변방에 있는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변이라고 합니다. 밤이 되면 몇 개의 손이 떠올라서 여기저기를 기어다닌다고……!

 

리케: 얼굴이나 몸이 없는데 손만 움직이고 있다는 건가요?

 

꽤 징그럽네요. 망령이랑은 또 다른 무서움이 있는 것 같은…….

 

라스티카: 손 밖에 없다고 한다면 다른 교류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군요. 수다보다는 음악으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

 

루틸: 와아, 멋지다. 손가락이 있으면 같이 피아노를 치거나 현을 연주하거나 할 수 있겠네요.

 

카인: 그쪽도 음악을 좋아한다면 다행이지만. 실제로 그 마을은 어떤 상태지?

 

의뢰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루틸이랑 라스티카, 나와 콕로빈 씨. 그리고 중앙의 마법사들이다. 콕로빈 씨는 중앙의 마법사와 나를 찾으려고 식당에 있던 루틸과 라스티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콕로빈: 주민들은 이상한 광경에 잔뜩 겁을 먹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무슨 저주라는 소문이 돌아 마을을 나가버리는 주민도 있는 것 같고…….

 

오즈: 그 손이란 방황하고 있을 뿐인가. 실제로는?

 

콕로빈: 으음……. 보고에 의하면 떠오르고 있을 때도 있고, 민가나 가축의 집에 접근하기도 한다고 해요. 어깨를 잡혀서 그대로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갈 뻔한 사람이나 가축도 있다던가…….

 

카인: 꽤 애매한 보고네.

 

콕로빈: 죄송합니다. 보고 내용이 군데군데 애매해서…….

 

아서: 의뢰인부터가 마음이 안 좋은 걸지도 모르겠네. 겁을 먹으면서도 어떻게든 소식을 보내준 거겠지.

 

루틸: 게다가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가……. '거대한 재앙' 이 찾아오고 나서라고 쓰여 있네요.

 

리케: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희가 나갈 차례네요.

 

카인: 아아. 액재와 관련된 가능성도 높을 거고, 직접 확인하러 가자. 현자님, 괜찮지?

 

네, 그럼요. 저도 조사에 동행하게 해주세요.

 

아서: 그렇다면 바로 일정을 상의하죠. 중앙의 나라의 사건이니까 참가하는 것은 카인과 리케……. 나도 신분을 숨기고 동행할게.

 

라스티카: 그렇다면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방황하는 손은 어쩌면 춤의 상대를 찾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저도 남 이외의 누군가에게 손을 들어 줄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요.

 

루틸: 저도 갈게요! 모처럼 같이 이야기를 들었고, 뭔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서: 고마워. 둘 다 든든한 걸. 오즈 님은 어떻게 하시겠나요?

 

(아, 그렇구나……. 사건이 일어나는 건 밤이니까 기묘한 상처를 걱정해주고 있는 거였어.)

 

오즈는 배려하는 듯한 아서의 시선에 조금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나와 눈을 마주친다.

 

오즈: ……나 외에도 적임은 있다. 저주의 종류라고 한다면 그 남자의 전문이지.


 2화

 

도착했다……! 상당한 대이동이었네요.

 

나는 상공의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은 한적한 구릉지대다. 어디까지나 이어지는 푸른 하늘 아래, 언덕과 언덕 사이로 드문드문 집들이 존재한다.

 

파우스트: 생각보다 긴 여행이 되었지만 분위기 좋은 곳이군. 길도 집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그렇군요……. 파우스트, 동행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있어줘서 너무 든든해요.

 

파우스트: 별로. 오즈가 내 이름을 꺼낸 건 의외였지만 거절하는 건 귀찮았으니까. 게다가 괴이가 저주의 종류라면 확실히 내 전문이다. 내 마음이 내키는 동안 조사를 시작하자.

 

네! 레녹스도 빗자루에 태워줘서 감사합니다.

 

레녹스: 천만의 말씀입니다. 꽤 긴 거리를 날았는데, 편찮거나 하시진 않았나요?

 

아뇨, 편안했어요. 레녹스의 빗자루는 안정감이 있으니까요.

 

레녹스: 하하, 다행이다.

 

큰 빗자루를 메고 대답하는 레녹스 또한 마을 조사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파우스트에게 말을 걸 때 동행에 입후보해 주었다.

 

그리고 브래들리도 함께 와줘서 고마워요. 어제 갑자기 참가해 준다고 했을 때는 놀랐지만…….

 

브래들리: 흥. 짜증나는 음침한 저주상에게 속았을 뿐이야. 쌍둥이에게도 휘말려져 버려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의뢰하러 가라고 계속 따라왔다고.

 

파우스트: 스노우와 화이트에게는 상담을 받았을 뿐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전력을 갖추기 위해. 네 힘을 빌릴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거야. 속이지는 않았고 음침하다느니 할 도리도 없어. 사과해줘.

 

브래들리: 알까보냐. 이 브래들리 님이 일부러 와준 거니까. 네 입으로 사면 받으라고 해 둬.

 

파우스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보고 뿐이다. 판단은 쌍둥이가 할 거야.

 

아서: 현자님!

 

그곳에 우물을 찾으러 간 마법사들이 돌아왔다. 루틸이 물병을 내밀고 뚜껑을 열어준다.

 

루틸: 자, 여기요. 광장 끝에 공용 우물이 있어서 물을 나눠 받았어요.

 

고마워요. 광장 쪽도 사람이 없었나요?

 

카인: 아아. 역시 괴이에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아.

 

라스티카: 전망도 좋고 아름다운 경치인데 사람의 활기가 없는 것은 아깝네. 괴이가 나타나는 것은 밤이라고 들었는데, 낮부터 그렇게 겁을 먹다니……. 불쌍하게도.

 

리케: 네. 빠르게 불긴한 현상을 고민하는 분들의 마음에 다가가 이끌어줘야 해요.

 

레녹스: 그렇네. 일단 밝을 때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둘까. 브래들리, 가자

 

브래들리: 왜 나야. 선생, 인솔할 시간이다.

 

파우스트: 어이, 당기지 마! 잠…….

 

카인: 하하, 파우스트. 머리가 흐트러졌네.

 

리케: 정말이지, 우물쭈물하지 마세요. 빨리 의뢰를 해주신 분의 집을 방문하러 가요. 확실히 광장 근처에 있는 붉은 지붕의……. 아, 저기인가요?

 

브래들리: 팽팽하게 굴지 마라. 뛰다가 넘어져서 울지 말라고?

 

리케: 뛰지도 않고 넘어지지 않아요.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루틸: 그건 그렇고 정말 조용하네요. 집에 틀어박혀 있다고는 하지만, 조금 더 인기척이 있어도 좋을 것 같은…….

 

설마 그 보고서가 사실이고, 전원 어둠 속으로 끌려가 버린 후…… 는 아니겠죠?

 

아서: 아뇨……. 아마 그런 걱정은 없는 것 같네요. 저쪽을.

 

아서가 가리킨 끝에는 하늘을 향해 피어오르기 시작한 가느다란 연기가 보였다.

 

다행이다……! 마을 사람들, 제대로 있나 봐요. 그리고 냄새도 조금 나기 시작했어요.

 

레녹스: 취사 연기인가 보네요. 식사를 할 기운은 있는 것 같고, 일단 안심입니다.

 

라스티카: 이 향은 스튜인가? 아서 님이 좋아하시는 거죠.

 

아서: 아아, 우연이네. 어젯밤에 마법관에서도 오즈 님과 네로가 스튜를 만들어 줬어.

 

브래들리: 동쪽의 요리사와 오즈가 둘이서……?

 

리케: 오즈는 어느 쪽이냐 하면 맛보기 담당이에요. 저도 맛보는 걸 도와줬어요.

 

루틸: 전에 갔던 남쪽 나라 결혼식에서 두 분이서 새로운 양념을 기억해 주셨지.

 

리케: 약간 짜서 빵에 찍어먹으면 엄청 맛있어요! 빵은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게 잘 맞아서…….

 

파우스트: ……너희들, 배가 고픈 건가? 식사를 대접받을 분위기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이 문을 열어야 해.

 

리케: 그랬었죠……. 엣헴. 그러면 안에 있는 분에게 말을 걸어도 될까요?

 

파우스트: ……아니, 여기는 내가 가지.

 

남자의 목소리: ……누구시죠?

 

노크 소리가 난 지 얼마 안돼서 문 너머로 의아스러운 낮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어.)

 

목소리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겁먹은 기색이 전해져온다. 파우스트는 닫힌 채로 있는 문을 마주보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파우스트: 우리는 현자의 마법사다.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변에 대해서 마법관에 의뢰를 냈었지. 그걸 받고 조사하러 왔어.

 

남자의 목소리: 조사…….

 

조금 생각에 잠기는 시간의 틈 이후, 조급히 문이 열린다. 나타난 것은 갈색 머리의 장년 남성. 배후에는 가족의 모습도 보이지만 모두들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눈을 하고 있다.

 

갈색 머리의 남성: 너희들이…… 현자의 마법사……. 그렇다는 것은 저, 저것을, 어떻게 해주는 건가……?

 

파우스트: 저것이라는 것은 의뢰서에 써져 있던 것인가? 어두운 밤을 헤매는 하얀…….

 

브래들리: 오싹하네. 새벽에 손이 기어다닌다는 이야기잖아.

 

갈색 머리의 남성: 히익! 그,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줘! 

 

곱슬머리 할머니: 그래……! 소문을 내면 그게 다가올지도 몰라……!

 

리케: 이변이 나타나는 것은 밤이 아닌가요? 지금은 아직 점심도 안됐어요.

 

라스티카: 부디 그렇게 겁먹지 말아줘. 그러기 위해서 저희가 찾아왔으니까요.

 

갈색 머리의 남성: 그, 그렇다고는 해도…….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어. 갑자기 등 뒤에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

 

(이렇게 무서워하다니……. 일단은 조금이라도 안심시키자.)

 

여러분…… 불안한 와중에 마법관을 의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안심해 주세요. 저희가 꼭 원인을 밝혀내고 해결할 테니까요.

 

카인: 아아.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무서웠겠지만, 여기부터는 우리가 제대로 조사할게.

 

아서: 이 아름다운 마을이 모두에게 편안한 곳으로 남기 위해 전력을 다할 거야.

 

친근하고 믿음직한 마법사들에 이끌려 남성은 서서히 긴장을 풀어간 것 같다. 그 증거로 눈앞의 집의 문이 더 열린다.

 

갈색 머리의 남성: ……감사의 말을 하는 것은 이쪽입니다. 소문으로는 전 세게에서 이번 해결 의뢰가 몰려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의뢰장을 보내긴 했지만 이런 외진 곳에 와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불안하고 불안해서…….

 

갈색 머리의 남자의 표정과 말투가 누그러지자 인근 집 문이 툭 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들 집 안에서 숨을 죽이면서 우리의 모습을 살피고 있던 모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문드문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곱슬머리 할머니: 아아, 정말 현자의 마법사님이 와주셨어! 우리는 얼마나 행운아인지…….

 

앞치마 차림의 부인: 당신도 마법사? 용병처럼 훌륭한 사람이네.

 

레녹스: 하하, 확실히 맨손으로 싸우는 것이 특기입니다만 저도 마법사입니다. 게다가 양치기이기도 하죠. 자.

 

주근깨 소녀: 와아, 작은 양! 귀여워……!

 

허리가 굽은 노인: 아아, 이런 변방 마을까지 와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주근깨 소녀: 분명 아서 왕자 님이 상냥하셔서 그래.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께 본인의 나라의 중대사를 구해달라고 하신 걸 거야. 그렇지? 엄마.

 

어머니: 맞아. 아서 왕자님은 중앙의 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 주시거든.

 

주근깨 소녀: 아아, 왕자님께 직접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을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은 카인과 리케가 목소리를 낮추어 아서에게 속삭인다.

 

카인: 그렇대, 아서 왕자.

 

리케: 어쩐지 답답하네요. 아서 님은 이쪽에 계시는데.

 

두 사람의 속삭임을 듣고 수줍은 아서는 주근깨 소녀의 앞에 눈을 마주치듯 살며시 굽혔다.

 

아서: 그 답례, 내가 꼭 아서 왕자에게 전해줄게. 왕자도 분명 좋아할 거야.

 

주근깨 소녀: 기쁘다……! 부탁드려요, 마법사님.

 

반바지의 소년: 있잖아, 형들 진짜 마법사야? 마법 보여줘!

 

루틸: 좋아!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루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불어온 바람을 타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이들을 빙 둘러 싼다.

 

라스티카: 이런 것도 가능해. '아모레스트 비엣셰'

 

꽃들은 아기자기한 작은 새로 모습을 바꾸고 아이들의 주변을 날아다닌다.

 

주근깨 소녀: 대단해 대단해! 진짜 마법이야……!

 

반바지의 소년: 저기, 형도 뭔가 보여줘!

 

브래들리: 아아? 누구에게 말을 거는 거야. 마법은 마술이 아니라고. 마법사를 만만하게 보고 있으면 큰 코 다친다.

 

수염이 없는 사나이: 하하, 현자의 마법사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니. 옆집 아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 아까보다는 많이 밝아지고 있어.)

 

파우스트: ……변방의 마을이라고는 해도 역시 중앙의 나라군.

 

레녹스: 네. 파우스트 님이 걱정하신 건 일단 피한 것 같네요.

 

파우스트: 아아. 변경의 땅은 마법사에 대한 편견이 강한 경우도 많아. 그렇지 않아도 불안에 휩싸인 상황이다. 무엇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기우였던 모양이군.


3화

 

(혹시…… 파우스트가 주민에게 말을 건 것은 그것이 이유인걸까? 생각해보면 아서는 이 나리의 왕자이고, 혹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카인은 액재의 상처로 상대가 보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당연한 것처럼 이 자리에 적합한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옆에 있어주는 임무는 역시 든든하다.

 

파우스트: 그런데 슬슬 조사 이야기로 넘어가게 해 줘. 누군가 괴이가 나온 시간이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있나?

 

점이 있는 여성: 음……. 나는 광장 쪽에서 봤어. 날이 저물고 얼마 안 됐을 때였던 것 같아.

 

백발의 할아버지: 언덕을 내려가면서도 봤어. 밤도 깊어지고 주위가 조용해져 있을 무렵에…….

 

마을 사람들은 조금 전보다 더 안심한 모습으로 파우스트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괴이의 발생은 밤에만 가능하다. 마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 같다.

 

콧수염의 사나이: 마을 밖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입구 오른편에서 몇 번 본 적 있어. 길 끝은 가파른 절벽으로 이어져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거의 접근하지 않지만…….

 

카인: 그렇구나. 그럼 마을 안을 조사하는게 좋겠나. 수확이 없으면 마을 밖도 알아보는 느낌으로. 탐문을 하면서 되도록이면 마을 사람들과 악수해 놓을게.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여러모로 불편하고.

 

파우스트: 아아, 부탁해. 우선 가축이 없어진 집이나 피해가 난 장소를 우선적으로 알아보자. 밤이 되면 다시 광장으로 집합해줘.

 

 

 

 

 

 

 

 

루틸: 분담해서 순찰을 돌고 있는 사이에 완전히 밤이 되어 버렸네요.

 

네……. 눈 깜짝할 사이에요.

 

보이는 곳은 가로등도 집의 불빛도 없고 낮의 경치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주위는 어둠에 잠겨 있다. 밤에 나타나는 괴이가 어둠을 좋아한다면 어쩌면 빛을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되어 작은 불마저 끄고 있는 것이다.

 

아서: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밤중에는 다른 집에서 지내도록 부탁하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하니 정말 어둡네.

 

카인: 아아.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모두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조사를 마친 몇몇은 이미 광장에 모여 있었다. 서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구름 사이로 가끔 들여다보는 달빛만을 의지한다.

 

파우스트: 전부 모였군. 나와 레녹스, 라스티카도 돌아왔어.

 

레녹스: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스티카: 이런. 어둠 속에서 수다라는 것도 모두의 목소리를 더 느낄 수 있네.

 

리케: 어서 오세요. 파우스트의 지시대로 불을 켜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특이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아요.

 

카인: 아야. 라스티카, 발 밟고 있어 발!

 

라스티카: 아아, 실례. 카인, 왠지 키가 조금 작아졌나?

 

아서: 라스티카, 카인은 이쪽에 있어. 나는 아서야.

 

모두 어둠에 농락당하고 있어……. 오늘은 흐린 날씨라서 달빛도 어둑어둑하니까요. 조금 눈이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코를 틀어막혀도 모를 정도로 어두우니까 조심해서…….

 

브래들리: 코라고? 묘햔 비유네. 오라!

 

구엑. 누, 누구!?

 

브래들리: 하하! 진짜 안 보이는 건가. 그런 상태로는 괴이에게 홀리고 만다고.

 

브래들리! 깜짝 놀랐어요……. 정말 괴이인 줄 알았다고요.

 

파우스트: 뭐 하는 거야, 정말이지. 놀다가는 이변을 놓치고 만다.

 

레녹스: 하지만 이 어둠이라면 상당히 주의하지 않으면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네요. 차라리 정말 코를 잡아주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

 

레녹스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그 얼굴 옆으로 무언가가 어렴풋이 떠오른 것 같았다. 그것은 흰 거미와 같은 무언가다. 눈을 흘렸지만 또력하게 보이기 전에 어둠에 섞여 사라져 버린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카인: 어이, 지금 뭐가 있지 않았어? 레녹스의 목소리의 근처에…….

 

카인의 목소리가 난 쪽을 보면 이번에는 그곳을 하얀 무언가가 가로질러 갔다.

 

……!?

 

루틸: 지, 지금 거기를 지나갔…….

 

리케: 루틸, 당신의 근처에도!

 

루틸: 와앗!

 

브래들리: 헤에……. 나왔군.

 

바로 옆에서 브래들리의 웃는 소리가 나고 이번에야말로 분명하게 그것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소, 손이에요! 하얀 손이 저희 주변에 잔뜩……!

 

눈치채면 하얀 손바닥이 우리를 둘러싸고 몇 개가 밤의 어둠에 떠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이상한 광경이었다. 앞에도 뒤에도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무수한 손이 떠오르고 이쪽을 살피듯 흔들리고 있다.

 

레녹스: 현자님, 제 뒤로 물러나 주세요.

 

네, 네……!

 

내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파우스트의 마법으로 빛의 구슬이 출현하고 각자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그 구슬을 둘러싸듯이 자연스럽게 모두가 원형으로 늘어섰다. 빛을 내도 하얀 손들은 사라지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것을 깨달았다.

 

레녹스: 이것은…….

 

뭐, 뭐랄까……. 의외로 개성 넘치는 움직임을 하고 있네요.

 

리케: 네……. 땅을 손가락으로 쿵쿵거리며 걷거나 날개 모양을 만들어서 날고 있거나.

 

루틸: 그네를 타고 있는 것처럼 흔들리거나 춤도 추고. 마이페이스의 느낌이 드네요.

 

카인: 이질이라고 하면 이질적이지만…… 나타날 때도 특별히 이상한 기색은 없었네. 지금도 그래.

 

아서: 아아. 이상하게 적의는 느껴지지 않아. 만약 그렇다면 이미 습격당하고 있었을 거야.

 

라스티카: 그렇다면 기꺼이 가볼까요. 자, 이리 와.

 

아, 라스티카! 

 

가뿐히 나선 라스티카가 떠오르는 희고 수상한 무언가에 살짝 손을 뻗었다. 젊은 마법사들이 저도 모르게 흠칫 눈을 부릅뜬다.

 

라스티카: 이런…….

 

리케: 갑자기 손을 잡다니. 괜찮으세요?

 

파우스트: 조심성이 없군……. 뭐 좋아. 뭐 달라진 것이 있나?

 

라스티카: 아니. 하지만 이건 놀랐네. '아모레스트 비엣셰'

 

브래들리: 우왓……. 불을 세게 하려면 미리 말하라고. 눈이 따끔따끔하잖아.

 

순간 유난히 밝은 마법에 비추어져서 하얀 손들은 놀란 듯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또 느긋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잠깐 사이에, 나에게도 손이 자세히 보였다.

 

이거 혹시……. 전부 장갑인가요?

 

라스티카: 그 말대로입니다. 각각 모양은 다르지만 질 좋은 소재와 기술로 만들어진 일품이네요.

 

아서: 듣고 보니……. 규칙적인 솔기가 있어.

 

레녹스: 장갑 속도 텅 비어있네요. 바람을 받아서 밀단도 하늘하늘해요.

 

루틸: 뭔가 신기한 광경이네요. 마치 그림책의 세계 같아.

 

카인: 그림책은 그림책으로, 사람을 좀 고르는 타입의 녀석이네. 이래서는 마을 사람들이 으스스할 법도 해.

 

라스티카: 응……. 하지만 약간 신기한 느낌이 들어. 마치 풋풋한 처녀의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은…….

 

브래들리: 손이든 장갑이든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후다닥 걷어차서…….

 

아.

 

파우스트가 궁리하고 있던 도중 브래들리의 등 뒤에서 장갑이 스르르 다가왔따. 라고 생각하면, 그의 머리카락을 한 가닥 잡고 세게 잡아당긴다.

 

브래들리: 네 녀석, 누구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거야!

 

브래들리가 즉석에서 손을 뻗어도 그 긴 손가락 사이로 장갑은 스르르 빠져나갔다. 그리고 쏜살같이 휙 도망치더니 마치 만세를 하듯 그 자리에서 깡총 튀었다. 주위에 있던 다른 장갑들은 짝짝 박수를 치고 있다.

 

라스티카: 이야, 훌륭한 걸. 별똥별의 속도로 밤을 달리는 훌륭한 손가락질이야. 나도 박수를 보내줄게.

 

카인: 하하. 왠지 술래잡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네.

 

뭐랄까……. 꽤 장난스럽다고나 할까, 조금 귀엽기도 한 것 같네요.

 

파우스트: 하지만 내버려 둘 수도 없어. 요인이나 경위도 모른 채로는 대책도 없다.

 

레녹스: 네. 아무튼 지금은 하나라도 마법으로 잡고……. 아,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뭐야.

 

레녹스: 거기서 움직이지 마세요. 당신의 어깨에 멈춰있어서…….

 

파우스트: 윽, 빨리 말 해.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파우스트가 순간적으로 어깨에 있는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고 주문을 외운다. 그러나 장갑은 이내 펄쩍펄쩍 날아오르고 내친 김에 안경을 크게 들었다.

 

와아, 이쪽으로 온다……! 꽤 빠르네요!

 

나도 장갑에 손을 뻗으려고 하는데 장갑은 빠져나와 루틸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그의 주위를 맹렬한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루틸: 자, 잠깐 가만히 있어주지 않을래요? 우, 우……. 눈이 돈다…….

 

카인: 아서, 망토 안에 하나 있어!

 

아서: 카인, 그쪽도 검집에 있어!

 

카인: 진짜다. 이 녀석, 그만둬! 칼이 빠지면 손가락이 잘린다고?

 

리케: 아아, 그 봉지 돌려주세요! 아까 마을 사람들이 준 간식인데!

 

모, 모두 장갑에게 휘둘리고 있어…….

 

브래들리: 칫, 짜증나네! '아도노포텐슴!'

 

하늘을 나는 새를 쏘아 세우듯이 날카로운 브래들리의 주문이 울린다. 순간 공중에 뜬 채 가위에 눌린 듯 움직임을 멈춘 장갑이 문득 어둠에 녹아 사라졌다.

 

브래들리: 아……? 연기로 사라졌어.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정말이다. 이 장갑, 실체가 없어!?

 

루틸: 그러고 보니 아까도 라스티카 씨나 파우스트 씨의 손가락 끝을 통과하고 있었던 것 같은……?

 

리케: 마치 장갑 귀신 같아…….

 

파우스트: 이대로는 끝이 안 나. 모두 작전 변경이다. 오늘은 마을의 안전을 우선시하자.

 

레녹스: 그렇네요……. 이대로 아침까지 장난을 이어갈 수도 없고요.


4화 

 

파우스트: 아아. 일단 장갑을 한 쪽으로 모으고 싶어. 레녹스, 카인, 아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너희들은 장갑을 끌어당겨줘. 브래들리는 모은 장갑을 마법으로 튕겨주고. 완전히 없애버리지 않도록 마력을 조절할 수 있겠나?

 

브래들리: ……흥.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대신 쌍둥이에게 잘 이야기해 두라고?

 

파우스트: 정해졌군. 다른 사람들은 나와 함께 마을을 지켜주는 결계를 펴줘.

 

파우스트의 지시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자세를 취한다. 아서들은 달라붙는 장갑을 피하며 말을 나눴다.

 

아서: 아까 라스티카가 손을 잡고 있는 걸 봤지만…… 이 장갑을은 의외로 에스코트 받는 걸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

 

레녹스: 확실히 조금 부끄러워하긴 했지만, 도망치지는 않았죠.

 

카인: 그렇게 생각하면 귀여운 점도 있네. 우리도 춤추러 가자고 말해볼까.

 

카인과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고 둘이서 각각 장갑들에게 손을 뻗는다.

 

카인: 어이, 장갑끼리만 춤을 추다니 매정하잖아. 우리랑도 같이 춤추지 않을래?

 

아서: 자, 사양 말고 이쪽으로! 새벽까지 춤출 시간은 충분해.

 

레녹스: ……그렇군요. 그렇다면 나도……. 손을 주세요. 우아하게 춤추는 흰 장갑들.

 

그들의 권유에 장갑들은 딱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세 명에게 일제히 몰려들었다.

 

와아, 굉장한 기세……!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아서들이 가까이 다가가면서 브래들리의 마법이 장갑들을 튕겨낸다. 장갑들은 단숨에 상공으로 날아갔다.

 

브래들리: 우리에게 장난친 답례다. 춤은 맡긴다고.

 

파우스트: 좋아……. 지금이다.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지체 없이 네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고 머리 위에 눈부신 빛이 난다. 빛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작은 마을 전체를 빛나는 반구로 감쌌다.

 

리케: 성공했어요……!

 

훌륭한 연계였어요! 이것으로 마을 사람들도 오늘 밤은 안심하고 잘 수 있겠네요.

 

나와 리케는 안심하고 파우스트를 본다. 그는 장갑들이 날아가 버린 하늘을 보고 말한다.

 

파우스트: 그렇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쫓아냈을 뿐이야. 나에게 생각이 있어. 내일 다시 마을 사람들과 상의하자.

 

 

 

 

 

 

갈색 머리의 사나이: 방황하던 것은 손이 아니라 장갑이었다고……?

 

파우스트: 아아. 하얀 장갑이 마치 춤추듯 마을을 배회하고 있었다. 이상한 광경이었지만 특별히 저주나 악의의 종류는 느끼지 않았어. 마치 우리와 장난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날이 밝아서 우리는 모인 마을 사람들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전했다.

 

갈색 머리의 사나이: 설마…… 장갑이었다니. 손 모양을 하고 있어서……. 착각해서 부끄럽네.

 

카인: 어두우면 허수아비도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손이랑 장갑인 걸. 잘못 볼 수도 있지.

 

아서: 매일 밤 무수한 장갑이 허공을 날고 있다는 것 자체가 괴이인 것은 틀림없으니까.

 

하지만 기어다니는 손이 장갑인 것을 알았다고 해도 마을 사람들의 불안한 얼굴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몇 사람이 몸을 맞대고 어리둥절한 듯 말문을 열었다.

 

갈색 머리의 사나이: 그건 그렇고, 장갑이라는 것은……. 설마 그 풍습 때문인 건 아닌가?

 

곱슬머리의 할머니: 무덤에 장갑을 바치는 그거? 40년 전에 언덕 위의 집 딸이 죽었을 때부터 계속하고 있는…….

 

파우스트: 짚이는 것이 있나?

 

갈색 머리의 사나이: 네……. 옛날에 이 마을에 젊은 나이에 죽은 처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를 애도하고 매년 기일에 장갑을 올리는 거예요.

 

곱슬머리의 할머니: 그 아이는 마을 제일 미인이고, 마음씨고 좋고. 조금 장난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 점 또한 사랑스럽고 상냥했어.

 

백발의 할아버지: 그래서 유달리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먼 땅 주인 양반한테까지 소문이 났었지. 어느 날 사교계 파트너의 부름을 받아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그대로 시집을 간 거야.

 

곱슬머리의 할머니: 온 마을이 그런 꿈같은 일이 있었다며 얼빠져 있었지.

 

브래들리: 헤에? 사실이라면 상당한 옥가마잖아.

 

라스티카: 도시에서 떨어진 화창한 마을에서 자란 따님을 처음으로 고귀한 숙녀의 길을 달리게 하다…….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가슴 뛰는 소리인지. 분명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만남이었음이 틀리없어.

 

파우스트: 하지만…… 정말 그럴 수가 있나? 게다가 그 딺은 젊은 나이에 죽었었지.

 

곱슬머리의 할머니: 응……. 그 아이가 기쁜 듯이 프로포즈를 받았다고 가르쳐 준 몇 주 후였을까. 약혼식 피로 파티에 간다고 파란색 드레스와 고급스러운 흰색 장갑을 입고 마차에 탔었어. 하지만 그 마차가 사고를 당한 것 같아서……. 마을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벼랑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고 했었잖아. 그 절벽 아래에서 발견된 거야. 

 

그런…….

 

상냥한 눈동자를 일그러뜨린 루틸이 입가에 손을 댄다.

 

루틸: 그렇게 슬픈 사건이 있었다니. ……본인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리케: 네……. 동화에 그려진 것처럼 맺혔을지도 모르는데.

 

곱슬머리의 할머니: 아아, 고마워. 자기 일처럼 그렇게 슬퍼해줘서……. 분명 그 아이도 기뻐할 거야. 하지만…… 그 지주의 양반이라는 것도 그 아이의 장례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 사랑했던 사람의 비참한 모습을 보기도 힘들다고 거절했지.

 

프로포즈까지 한 상대였는데……. 그 땅 주인은 어떤 분이었나요?

 

곱슬머리의 할머니: 먼 곳의 사람이니까 우리도 모습을 본 적은 없었어. 그리고 소식도 뚝 끊겨서. 하지만 그 이상으로 신기한 일이 있었어. 그날은 폭풍같은 비가 많이 와서 발견이 늦어진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가 끼고 있던 장갑만큼은 어째서인지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겠더라고.

 

파우스트 / 레녹스: …….

 

백발의 할아버지: 그 후 마을이나 절벽 옆에서 처녀의 망령을 봤다는 사람이 있었다. 잃어버린 장갑을 찾아서 파티에 가기 위해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다 같이 의논을 해 기일에 바치기 시작한 거야. 그 후로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이전의 액재 쯤에서 갑자기 장갑이 나타났어. 설마 그 아이, 아직 성불을 못한 걸까.

 

아서: 진상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듣는 한 그 처녀는 매우 상냥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았을 거야. 그런 상냥한 딸이 마을 사람들을 덮치거나 할까?

 

곱슬머리의 할머니: 어쩌면…… 그 장갑의 괴이와 가축을 덮치고 있는 무언가는 다른 원인이 아닐까?

 

갈색 머리의 사나이: 아아, 분명 그럴 거예요. 뭐 다른 나쁜 것이 들어온 걸 거야.

 

백발의 할아버지: 그렇지. 그 아이가 그럴 리가 없는 걸.

 

마을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에 파우스트의 냉정한 목소리가 울렸다.

 

파우스트: 지난 번의 액재는 과거에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히 비정상적이었다. 그것 때문에 각지에 다양한 형태로 피해를 주고 있어. 생전에 아무리 착했다고 해도 액재의 힘이 그녀의 영혼이나 남은 사념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은 높아.

 

브래들리: 가능성이 아니라 거의 틀림 없잖아.

 

레녹스: 브래들리…….

 

시원하게 내뱉은 브래들리에게 레녹스가 캐묻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그는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브래들리: 얼버무리면 뭐가 돼. 그 달이 계집애의 영혼을 끌어내어 못된 짓을 시키고 있는 거야. 애초에 액재라는 것은 취미가 나빠.

 

술렁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동요가 생긴다. 그걸 보고 젊은 마법사들도 확신한 것 같다. 상황이나 경위는 다르지만 죽은 자의 사념이나 영혼이 액재의 영향으로 변용한다……. 그러한 사건에는 우리도 과거에 여러 차례 조우한 적이 있다. 그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마주보았다.

 

리케: 선한 영혼이 왜곡되어 버리다니……. 그 처녀는 생전의 행실에 걸맞은 올바른 장소에서 편히 자야 합니다.

 

루틸: 만약에 본의 아니게 소중한 고향을 덮치고 있는 거라면…… 그런 건 너무 슬퍼요.

 

카인: 뭔가 좋은 방법은 없을까? 마을 사람들을 지키면서 그녀의 마음도 지킬 수 있는…….

 

아서: 다같이 최선의 방책을 생각하자. 산 자와 죽은 자는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에 떨어져 있을 뿐. 어느 쪽에 있는 사람도 사랑스러운 이웃이야. 언제 어느 때라도 안도하고 살았으면 해.

 

파우스트는 젊은 마법사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이윽고 문득 표정을 풀고 눈을 내리깔았다.

 

파우스트: ……그렇다면 야회를 치르자.

 

야회…… 인가요?

 

파우스트: 아아. '진혼의 야회' 라고 불리는 의식이다. 장례식과는 다르게 과거 죽은 사람의 영혼을 향해 행하지. 영혼은 본래 눈에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사람은 장례식에서 보내지 못한 영혼들의 주위를 맴돌았고, 악령화하는 것을 두려워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의를 담아 의식을 거행하는 거야.

 

레녹스: …….


5화

 

아서: 진혼의 야회……. 들어본 적이 있어. 중앙의 나라에 전해지는 오래된 의식이지.

 

파우스트: 아아. 참가자들은 검은 옷을 입고 죽은 자를 추모하기 위한 식사와 제물을 제단에 바친다. 제물은 잔치를 위해 호화로운 것이 바람직해.

 

브래들리: 호화로운 밥으로 사망자를 보낸다는 말인가? 나쁘지않은데. 저주상 치고는 보기 드물게 나쁘지 않은 안이야.

 

파우스트: 식사만 하는 게 아니야. 고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울리면서 특별한 향을 피우고 잔치를 벌이는 거지.

 

음악이라니 좋네. 아름다운 선율은 영혼을 울리는 법. 가라안은 마음을 들뜨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어야 할 장소로 인도할 수 있을 거야.

 

카인: 잔치도 좋아. 젊은 처녀의 영혼이라면 엄숙하게 하는 것보다 밝고 즐겁게 보내주고 싶어.

 

리케: 저도……. 기도는 잘해요. 방황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것은 저의 일이니까요. 처녀의 영혼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소원과 기도를 바치겠습니다.

 

곱슬머리의 할머니: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도, 그 아이를 위해서도……. 당연히 도와줄게. 일단 식사 준비부터 하지.

 

루틸: 저도 꼭 도와드릴게요! 집에서는 동생에게도 잘 만들어줘서 요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른 마법사들과 마을 사람들도 차례차례 파우스트의 의견에 찬성했다.

 

야회라고 하면 밤에 하는 건가요? 급하게 준비 하면 오늘 밤에 맞출 수 있을까요.

 

파우스트: 아니. 산자가 잔치를 벌이는 것은 낮부터 해질녘까지다. 음식을 한 손에 들고 춤을 추고 행복한 추억을 이야기하지. 밤이 되면 소란에 이끌린 영혼들이 모여 제물을 얻어먹고 죽은 자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도 먹고 굶주림을 채운다. 굶주림만 가득 차면 이곳 세계를 방황할 이유도 없어지고 돌아가야 할 장소로 돌아갈 수 있어.

 

과연……. 의식이라고 해서 엄숙한 인상이었는데 잔치 자체를 즐기는 마음도 중요하군요. 그렇게 화목하게 보내주면 마을을 생각하는 따님 분도 분명 보답을 받을지도…….

 

파우스트: 아아.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는 산 사람이 아니야. 잔치를 마치고 영혼들이 모이는 밤에는 결코 밖에 나가지 않도록. 호출하는 것이 선량한 영혼이라면 큰 문제는 없어. 그러나 강한 미련을 갖는 거라면 이야기는 별개지. 금기를 범하면 나쁜 영혼들이 술렁이기 시작하고 죽은 사람의 세계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꼭 지킬게요.

 

나는 마음을 다잡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레녹스가 파우스트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말을 걸었다.

 

레녹스: 그럼 바로 의식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죠. 식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협력을 받는다고 해도 특별한 향은 좀처럼 구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파우스트: 향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어. 의식을 치르는데 지장은 없어.

 

파우스트가 손바닥을 갖다대자 살며시 빛을 휘감고 금속 케이스가 나타났다. 뚜껑을 열면 꽃 모양의 향이 몇 개 보인다. 

 

와아, 귀여운 향이네요! 그리고 좋은 냄새.

 

그렇게까지 말하고나서 나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리운 것 같은, 마음이 술렁이는 기분이.

 

(이 향기……. 어디선가 맡은 적이 있는……?)

 

카인: 좋아. 그러면 나눠서 준비할까! 제단을 만들고 식사나 공물을 준비해서……. 꽤 필요한게 많네.

 

루틸: 레노 씨, 잠깐 도와주실래요? 제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받침대를 많이 옮겨야할 것 같아서요.

 

레녹스: 아아, 물론. 훌륭한 제단을 만들자.

 

리케: 의상이나 여러 가지 제물도 필요했죠. 현자님, 같이 가요!

 

아…… 네! 그러면 파우스트, 이따 봐요!

 

파우스트: 아아. 잘 다녀와.

 

금발의 노부인: 저…….

 

파우스트: 뭐야. 준비라면 다른 마법사들에게…….

 

금발의 노부인: 그건 물론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일 의식이나 진혼의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이야기를 해도 될까? 죽은 처녀의 일로…….

 

파우스트: ……알았어. 부디 이야기를 들려줘.

 

 

 

 

 

 

 

 

 

 

 

다음날 의식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이윽고 해도 높아졌을 무렵, 우리는 검은색 의상을 걸치고 다시 광장에 모였다.

 

루틸: 진혼의 야회용 의상, 완성이네요. 의식에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아서: 전부 훌륭하고 장엄하게 됐네.

 

라스티카: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칠흑이야. 밤에 모두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 차라리 숨바꼭질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

 

레녹스: 오늘 밤은 동료 뿐만이 아니라 죽은 사람과의 숨바꼭질이 될지도 몰라. 파우스트 님의 지시에 따라 두자.

 

라스티카: 아아, 그랬었지. 실례. 조금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하자.

 

의식에 필요한 제물도 상당한 양이 되었네요. 장식도 이제 곧 완성될까요?

 

진혼의 야회를 집전하는 장소는 마을 교회 근처 일대다. 내가 가리키는 끝에는 제단에 제물들이 즐비하다.

 

파우스트: 자리를 비워서 미안하군. 지금 돌아왔어. 의식 준비는 어떻지?

 

어서오세요, 파우스트. 이쪽은 순조로워요.

 

리케: 아침 일찍부터 마을 밖까지 조사하러줘서 고마워요. 상태는 어땠나요?

 

파우스트: 별 문제 없어. 장갑이 목격된 절벽 근처에는 가봤지만 그녀가 죽은 것도 수십 년 전의 이야기니까. 거의 낌새는 남아있지 않지만…… 장갑이 아직도 그 장소를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미련이 있을 거야. 예정대로 이 후 준비되는 대로 야회를 한다. 여기저기 방황하는 그녀의 영혼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말이야.

 

루틸: 네. 그건 그렇고 장갑의 공양이나 진혼의 야회……. 남쪽 나라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놀라고 말았어요. 피가로 선생님이나 어머니라면 들어보셨으려나.

 

브래들리: 나는 비슷한 이야기라면 알고 있었어. 어느 촌락 이야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자에게 유품을 바치고 흙으로 돌려주는 거지. 북쪽 나라는 자연의 힘이 강해서 방심하면 거꾸로 삼켜져버려. 유품과 함께 땅에 잠들어 자신과 사물을 자연으로 되돌리면서 다음에 태어났을 때 가호가 태어나길 바라면서.

 

헤에……. 유품을 본인 가까이에 곁들이는 문화는 제 세계에도 있었어요. 관 속에 죽은 사람의 애용품을 넣는 거죠. 사후 세계나 다음 생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파우스트: 나라마다 사는 사람들의 기질도 성격도 다르니까. 조의를 표하는 목적은 수단이 갈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이번에는 장갑을 올리는 조의 형식이 괴의의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아. 공물에는 처녀와 마을 사람들의 강한 마음이 담겨져 있어. 그 마음이 액재의 영향으로 뒤틀려 나쁜 힘을 얻고 말았을지도 몰라.

 

루틸: 먼저 떠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은 당연한 건데…….

 

아서: 청아한 생각이 나쁜 것으로 왜곡되는 것은 안타까운 이야기네.

 

카인: 그렇기 때문에 진혼의 야회는 꼭 성공시키자. 영혼이 채워지도록. 우리 다 같이가 말이야.

 

라스티카: 마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뒷받침도 받고.

 

파우스트: 아아. 분명 잘 될 거다.

 

레녹스: 그렇네요. 그녀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정중하게 보내죠. 

 

파우스트: 그러면 마지막 마무리를 하자. 나는 향을 준비할게. 모두는 다른 의식에 바치고 싶은 것이 없는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확인하고 와줘.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로 흩어져 간다. 그래서 문득 주변에 감도는 달콤한 향기를 깨달았다.

 

(이 냄새……. 내가 숲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밤에 맡은 냄새와 비슷한 것 같아.)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제단을 올려다보는 레녹스와 요란하게 돌벽에 몸을 맡긴 브래들리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레녹스에게 살짝 말을 걸었다. 

 

저기……. 이 냄새, 레녹스도 맡아본 적이 있나요? 물건을 잃어버린 날 밤에 맡은 것 같아서…….

 

레녹스: ……네.

 

대답한 레녹스가 살짝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향을 피우는 파우스트의 등에 던지듯 말을 이었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이 그날 하셨던 것은 이 야회인 것 같습니다.

 

에……?

 

파우스트: …….

 

레녹스: 저도…… 어렸을 때 야회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광경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것이 진혼의 야회였다면 밤까지 그 자리에 남는 것은 금기.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당신을 알고 있겠죠.

 

(금기……. 확실히, 야회를 한 밤에 밖에 나가면 죽은 사람에 의해 죽은 자의 나라로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파우스트 자신이 전한 말이 생각나서 끔찍하고 등골이 시린 기분이 들었다.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 숨이 막힌다. 그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브래들리의 쉰 웃음소리였다.

 

브래들리: 하하……. 네 녀석들, 최근 셋이 모이면 찌든 얼굴밖에 안 보이네. 동쪽의 저주꾼. 동료를 감싸서 죽을 뻔한 놈이 이번에는 혼자서 죽으려고 한 거다. 뭐라고 하지 마.

 

브래들리는 파우스트에게 다가가자 도발하듯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파우스트: 나는 죽은 사람이 다가와도 빨려들어갈 정도로 연약하지 않아. 그리고…… 현자의 도움을 받은 생명을 변덕스럽게 내던지거나 하지 않아.

 

내 눈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는 그때 없던 생기의 등불이 흔들리는 것 같아서 가슴이 뜨거워진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파우스트가 조금이라도…… 지금은 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기뻤으니까.

 

레녹스: 그렇다면 어째서 금기에 어긋나는 짓을……?

 

파우스트: 별 거 아니야. 전날 밤에 나쁜 꿈을 꿨을 뿐이다.

 

담담하게 파우스트는 말했다. 그날 밤 숲의 달빛 아래에서 우리에게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목소리가 계속된다.

 

파우스트: 달맞이를 하는 김에, 나도 고개를 숙여주려고 했지. 그 날은 달이 유난히 커보였으니까.

 

브래들리: 하하……. 그 말투, 지난 번 액재로 돌이 된 놈들이라도 불러낼 생각이었겠지.

 

에……?

 

브래들리의 말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 눈길을 돌리지는 않고 그는 입술에 옅은 미소를 올렸다.

 

브래들리: 역시 음침한 동쪽의 저주상이군. 눈 앞에서 돌이 된 놈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니 좋은 취미잖아.

 

파우스트: ……그렇다면 뭐지? 그래서 너에게 무슨 폐라도 끼쳤나?

 

파우스트는 계속 담담하게 말했다. 브래들리는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브래들리: 바보같은 소리를. 네 녀석이 구질구질하게 굴면 죽은 녀석들이 좋아할 것 같냐.

 

파우스트: 흥. 너는 몰라도 돼.

 

파우스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말을 끊어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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