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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푸른 장미를 물들이는 오스피탈리타] 6화~10화

6화

 

로자: 당신도 처음보잖아? 도자기인데 진짜 원숭이처럼 움직이는 인형은.

 

처음 봤을 때는 놀랐지만…… 이 세계에 온 이후로는 놀라운 일들 뿐이에요. 하지만 그런 걸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로자 씨가 숨을 삼켰다. 원숭이 인형이 털을 고르는 것을 멈추고 나를 본다.

 

로자: 그러면…… 이 아이의 색은? 눈도, 털도, 손도, 발도, 온몸이 새파란걸.

 

(……어라?)

 

색의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로자 씨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로운 서쪽 마녀에서 무언가에 겁먹은 어린 소녀처럼.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부탁을 전하려 할 때도 이런 식으로 로자 씨의 인상이 변한 것이 생각났다. 나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소녀에게 말을 걸 듯이 조심스럽게 솔직한 마음을 로자 씨에게 전했다.

 

빨려 들어가는 듯한 깊은 푸른색이 멋져요. 로자 씨와 원숭이가 나란히 있을 때, 마치 어렸을 때 읽었던 그림책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자: 정말로……? 우리가 이 장소가 아니라, 밖의 세계에 서 있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로자 씨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사람도 소중한 것에 무심한 말을 건네받아 상처받은 적이 있는 걸지도 몰라.

 

어딘가의 거리에서 보았다고 하면…… 무심코 눈을 쫓아버릴지도 몰라요. 분명 인파에 섞여 있어도 햇빛을 빨아들이고 빛나는 그 예쁜 푸른색을 금방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로자: ……당신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기이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로자 씨에게 있어서 원숭이 로자 씨는 소중한 존재인 거죠. 저는 누군가의 소중한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고, 저의 소중한 것도 부정하지 않았으면 해요. 임시방편의 타인이라도, 아무리 사이가 좋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부정당하면 슬픈 기분이 드니까요.

 

그러니까 어떤 것이라고 해도, 저는 누군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요.

 

심벌 소리가 울렸다. 처음에는 작고 희미한 소리가 점점 더 크고 리드미컬해진다. 로자 씨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그 눈동자는 눈물을 머금은 채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

 

로자: 고마워요……. 고마워, 현자님. 샤일록과 마법사들이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이해가 가.

 

저기, 로자 씨…….

 

괜찮나요? 라고 묻기도 전에 갑자기 그녀가 나를 꽉 껴안았다. 보송보송 장미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로자: 친애하는 현자님. 환상 속에서 나의 대접을 마음껏 즐겨줘.

 

그러더니 방 안의 푸른 장미가 빛나고 장미향이 숨 막힐 것 같은 강한 것으로 바뀐다.

 

(뭐지……? 머리가 어지러워…….)

 

로자 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원숭이의 얼굴, 장미꽃, 샹들리에, 모든 것이 일그러져 간다. 큰 냄비에 던져넣어 건더기를 마구 휘젓듯이 시야가 엉망이 된다.

 

문득 TV채널을 바꾸는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푸르게 빛나는 장미가 나를 감싸고 있다. 엄마 품에 안겨 잇는 아이가 안도하며 잠이 드는 것처럼,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

 

 

 

 

 

 

피가로: ……루틸, 현자님 못 봤어?

 

루틸: 분명 샤일록 씨와 저쪽의 소파에서 쉬고 있었죠. 

 

루틸: 아, 샤일록 씨. 마침 좋은 때에!

 

샤일록: 무슨 일인가요, 루틸?

 

루틸: 현자님을 찾고 있는데 못 찾겠어요. 어디 갔는지 아시나요?

 

샤일록: 현자님이라면 지금은 로자와 함께 있을 겁니다.

 

미스라: 그 마녀, 무슨 마법을 쓰지 않았나요?

 

루틸: 에?

 

샤일록: 방금 전의 기척은 역시 당신에게도 전해졌나요?

 

클로에: 모두 모여서 무슨 일이야?

 

시노: 현자의 대접을 선보이는 순서로 옥신각신하고 있는 건가?

 

피가로: 조금 귀찮은 기색이 드는 걸. 로자와 현자님을 찾자.

 

샤일록: 아마 그녀라면 저 안쪽 방에.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으음…….

 

머리가 무겁다. 쑤시는 머리를 손으로 누르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을 터인 장미 담쟁이 덩굴이 감긴 가제보가 눈앞에 있다. 머리 위를 보면 빠질 듯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어, 어째서…….

 

밖에 나간 기억은 없다. 게다가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로자: 친애하는 현자님. 환상 속에서 나의 대접을 마음껏 즐겨줘.

 

 

 

 

맞다, 로자 씨……! 혹시 뭔가 마법을 건 건가……?

 

주위를 둘러보지만 로자 씨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긴 테이블에 차려진 진수성찬이 눈에 들어온다.

 

와앗!

 

순간, 앉아 있던 소파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소파는 나를 긴 테이블 앞으로 옮기려고 한다. 테이블에 있는 찻주전자가 저절로 움직여 컵에 차를 따른다. 컵은 깡충깡충 뛰어서 내 앞에서 멈췄다. 그게 신호인 건지 눈앞에 나이프와 포크, 스푼이 놓여진다.

 

파티라도 열 것 같은 호화로운 요리를 앞에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던 찰나, 장미 모티브의 에피타이저가 제공된다. 진짜 꽃잎처럼 아름다워숴 나도 모르게 감동했다.

 

와아…… 대단해. 이게 로자 씨가 말했던 대접인가. 마치 동화 같아.

 

(너무 갑작스러워서 조금 놀랐지만, 이렇게 예쁜 장소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맛볼 수 있다니 사치스러워…….)

 

조심조심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에피타이저를 입으로 나른다.

 

……! 엄청 맛있어……!

 

(하지만……. 어째서지? 뭔가 부족한 것 같아…….)

 

 

 

 

 

 

시노: 너, 현자를 어떻게 했어.

 

로자: 제 환상의 세계로 초대했어요. 그리고 대접을 즐기고 계시죠.

 

클로에: 환상의 세계……?

 

샤일록: 로자의 특기 마법입니다. 서쪽 마법사는 환상을 보여주는 마법을 잘하지만, 로자는 별개죠. 푸른 장미의 환상 마법에 집착해서 그것만 몰두했으니까요. 웬만한 마법사도 환상의 세계에서 나오기 힘듭니다. 하물며 마력이 없는 현자님으로는 자력으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시노: 뭐라고? 바로 구하러 가겠어.

 

미스라: 더 빠른 방법이 있어요. 이 마녀를 죽이면 돼요.

 

루틸: 안 돼요, 미스라 씨! 로자 씨는 현자님을 대접하기 위해 환상의 세계로 데려간 거죠. 그렇다면 현자님의 접대가 끝나면 돌려주지 않으실까요?

 

샤일록: 로자, 현자님은 저희의 소중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당신 입으로 제대로 돌려보낼 생각이라고 말해주세요.

 

로자: 그래, 그럴 거야. 하지만…… 만약 현자님의 나의 대접을 너무 좋아해서……. 여기서 같이 살고 싶다고 하면 어떡하죠. 내가 만들어낸 환영은 분명 현자님의 어떤 소망도 이루어줄 테니까.

 

현자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미스라: 역시 이 마녀, 죽이죠. 현자님의 최우선 사항은 저를 잠들게 하는 거라고요.

 

샤일록: 잠깐. 소중한 현자님을 무단으로 데리고 나가 화가 나는 마음은 잘 압니다. 하지만 그녀도 제 친구예요. 부디 난폭한 짓은 삼가해 주시지 않겠나요?

 

샤일록: 로자가 죽으면 이 살롱도 없어져 버립니다. 로자가 만든 이곳과 비슷한 장소는 만들 수 있지만, 똑같은 장소는 만들 수 없어. 당신을 대접하는 식사들도.

 

미스라: …….

 

샤일록: 게다가 여기가 없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할 거예요. 모두들, 부디 저를 봐서라도 진정해 주세요.


7화

 

피가로: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무슨 대책이 있는 거겠지, 샤일록.

 

샤일록: 네. 이런 건 어떨까요? 저희도 환상의 세계에 초대받아 현자님께 대접을 드리는 거예요.

 

루틸: 저희도 대접을?

 

샤일록: 로자는 현자님을 환상의 세계에 머물게 하기 위해 온갖 대접을 하고 있을 겁니다. 거기에 저희가 나타나서 현자님을 대접하는 거죠. 이왕이면 각자 생각한 특출난 대접으로 현자님을 환상의 세계로부터 되찾는 거예요.

 

루틸: 샤일록 씨의 의견에 찬성이에요!

 

클로에: 나도 찬성!

 

피가로: 괜찮지 않아? 현자님께 악의를 품은 것도 아니고, 죽이는 건 그렇단 말이지.

 

카인: 여기서 배운 우리라면 놀라운 대접을 선보이며 현자님과 함께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무르: 환상의 세계에 갇히는 건 좀처럼 체험할 수도 없고. 나도 찬성!

 

샤일록: 자, 당신들은 어떻게 하겠나요? 모두들, 이 살롱에서 다양한 교류를 하며 각자 대접의 힌트를 얻었겠죠. 로자의 대접과 우리의 대접. 현자님은 누구를 선택할까요?

 

시노: …….

 

미스라: ……제 대접이 당연하잖아요.

 

시노: 불쑥 나온 마녀에게 내가 질 리가 없잖아.

 

샤일록: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습니다. 자, 로자. 저희도 환상의 세계에 넣어 주시겠나요?

 

로자: 내 부탁을 들어준 너희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지. 이제는 내가 당신들의 부탁을 들어줄 차례야.

 

로자: 그러면, 현자님이 기다리는 환상의 세계에 다녀오시길.

 

 

 

 

 

 

 

(아……. 벌써 밤이구나…….)

 

계단에는 어느새 양초가 놓여 불꽃이 일렁인다. 이곳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너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느린 것 같기도 해서 도대체 여기에 온 지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외롭다' 라고 생각하면 아기자기한 작은 동물들이 나타나 위로를 해준다. '졸리다' 라고 생각하면 푹신한 침대가 나타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읽고 원하는 것이 주어진다. 그 때도…….

 

 

 

 

 

(하지만…… 어째서지. 뭔가 부족한 것 같아……. 그래. 여기에는 모두가 없으니까…… 그래서 뭔가 부족해…….)

 

샤일록: 현자님.

 

에, 샤일록!? 언제부터 거기에……?

 

미스라: 당신, 외롭잖아요. 그래도 제가 있으니 외롭지 않죠.

 

샤일록과 미스라가 어느새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저기, 미스라.

 

미스라: 뭔가요.

 

미스라가 상냥하게 미소짓는다. 이렇게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반가움보다 당혹감이 크다.

 

(뭐지. 뭔가 아닌 것 같아…….)

 

루틸: 현자님, 무엇을 하고 싶나요?

 

클로에: 우리랑 하고 싶은 걸 떠올려봐!

 

무르: 입에 대지 않아도 돼! 상상력을 부풀려!

 

카인: 그러면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져. 하하, 대단하지!

 

피가로: 여기서라면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어.

 

시노: 네가 원하는 대로야.

 

샤일록: 자, 현자님. 저희에게 뭐든지 명령해 주세요.

 

…….

 

(그렇구나. 이건……. 지금 보이는 모두는……. 내가 바랐던…….)

 

 

 

 

 

 

 

마음속으로 바라면 원하는 상대가 나타난다. 원했던 상대가 나의 소원을 들어준다. 최고의 대접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아무리 생김새가 똑같아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저 환영은 내가 원하는 그들이 아니다.

 

샤일록: 현자님.

 

샤일록…….

 

나는 힘없이 웃었다. 이건 분명 내가 원했기 때문에 태어난 환영의 샤일록이다.

 

…… '진짜' 모두와 만나고 싶어…….

 

샤일록의 환영은 긴 속눈썹을 덮었는가 하면, 무심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흘림을 이쪽으로 향한다.

 

샤일록: 저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주시는 거군요.

 

에, 그게……. 죄, 죄송해요.

 

샤일록: 후후, 정직하신 분. 그런 점을 정말 좋아합니다.

 

샤일록의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문득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샤일록이 선호하는 것이라면 세상에서도 일등일 것이다.  별빛 아래 푸른 장미 냄새가 난다. 샤일록의 미소가 아주 조금 장난스러움을 더했다.

 

샤일록: 짓궃으신 분……. 웃으시다니. 당신이 걱정되어 달려왔는데.

 

이 샤일록은 환상…….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대담한 기분이 들었다. 촉감이 좋은 하얀 볼에 닿는다. 환영에는 온기가 있었다.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가 깜빡이며 신비로운 불꽃 사탕 세공처럼 빛난다. 그는 킥킥 웃었다.

 

샤일록: 평소에는 안 하시는 일을 오늘 밤에는 하시는군요.

 

진짜로는 할 수 없으니까……. 싫었나요?

 

샤일록: 아뇨.

 

샤일록은 고양이처럼 웃었다. 무르 뿐만이 아니라 샤일록도 고양이처럼 웃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환상치고는 생생하지 않아? 원래는 고귀하지만 애교가 있고, 윤기가 있으면서 기품있는 눈빛이 환영으로도 만들어지나…….

 

(혹시, 진짜……?)

 

샤일록의 붉은 눈동자가 부드럽게 가늘어진다. 몸짓도 말투도 진짜 샤일록 그 자체다. 아까 봤던 그들과는 달리 내 상상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왠지, 엄청나게 리얼하네…….

 

샤일록: 네. 진짜니까요.

 

에!? 저, 정말인가요……?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

 

샤일록: 로자에게 부탁해 저희도 이 환상의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면 다른 모두들도 여기에 와있나요?

 

샤일록: 네. 그렇다고는 해도, 로자의 장난 때문인지 모두 뿔뿔이 흩어진 것 같군요. 지금 쯤 현자님을 찾고 있지 않을까요? 저는 운이 좋았네요.

 

……샤일록, 미안해요.

 

샤일록: 이런. 어째서 사과하시는 거죠?

 

로자 씨의 대접이라고는 하지만, 여러분을 끌어들이게 해서…….

 

샤일록: 현자님, 아닙니다. 당신이 저희를 만나고 싶다고 바라셨듯이, 저희도 당신을 만나고 싶었어요. 저희는 스스로의 의지로 이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니까요.

 

루틸: 현자님! 드디어 만났어요!

 

피가로: 샤일록, 잽싸네.

 

클로에: 현자님, 혼자라서 외로웠지. 그래도 이제 괜찮아!

 

카인: 늦어서 미안해!

 

무르: 현자님, 야호!

 

미스라: 당신, 이런 곳에 처박히지 마시라고요.

 

시노: 현자, 우리가 보고 싶었지. 만나러 왔어.

 

모두들……!

 

만나고 싶었던 모두가 눈앞에 있다. 내 소망이 만들어낸 환영이 아닌, 진짜 모두가. 스스로의 의지로 나를 만나러 와주었다.

 

샤일록: 현자님과 마찬가지로 모두 당신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당신이 함께 있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풍경도, 맛있는 식사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샤일록의 말은 이곳에 온 내 생각과 같았다. 내가 모두를 찾듯이 모두도 나를 찾고 있었다.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다. 너무 멋진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미스라: ……뭐, 이걸로 됐나.

 

미스라가 긴 테이블에 늘어선 요리를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미스라: 받으세요.

 

그렇게 말하고 뼈 있는 고기를 나에게 들이댄다.

 

…….

 

미스라: 안 먹나요? 그러면 제가 먹을게요.

 

내가 입을 여는 것보다 빨리 들이대던 고기를 본인의 입에 가져댄다. 그리고 물어뜯었다. 호쾌한 식감에 식욕이 자극된다.

 

어라……. 아까까지는 식욕이 없었는데 배고파졌어. 모두를 만나 안심이 되어서 그런 걸까요?

 

미스라: 뭐랴. 력시 억고 시펐던 거래요. 뭐야. 역시 먹고 싶었던 거네요.

 

입을 우물 거리며 미스라가 나를 향해 먹던 고기를 내밀어온다.

 

(이건 나에게 나눠주는 거…… 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겠지.)

 

미스라: 감사합니다. 그러면, 잘 먹을게요.

 

한마디 하고 나서 호쾌하게 물어 뜯는다.

 

! 향신료도 있고, 엄청 맛있어……!

 

미스라: 제가 고른 거예요. 맛있는게 당연하잖아요.

 

미스라가 고깃덩어리를 삼키며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피가로: 현자님, 내 대접도 받아줄래?

 

피가로가 테이블의 잔을 들었다. 맑고 푸른 하늘 같은 색의 음료가 들어있다.

 

피가로: 일단 그냥 마셔봐.

 

……깔끔한 맛이라서 고기 요리와 잘 어울려요!


8화

 

피가로: 자, 다음은 이거야.

 

피가로가 오른손을 벌린다. 작은 공이 수정처럼 투명하다.

 

피가로: 이걸 음료수에 넣을 때마다 음료 맛이 달라져. 해 봐.

 

잔에 공을 넣는다. 색이 변하지는 않는 것 같고, 정말 맛이 변했는지는 입에 담아봐야 한다.

 

(좋아. 그럼 한 입 더…….)

 

어라? 아까는 깔끔한 맛이었는데 진하고 밀키한 느낌이 들어! 이것도 맛있어서 좋아요. 또 어떤 맛이 나려나? 한 잔이라도 많은 맛을 즐길 수 있어서 두근거리네요.

 

피가로: 사실, 이건 전부 칵테일이나 술맛이야. 알코올이 없어도 우리가 평소에 맛보는 술맛을 알면 현자님도 좋아할 것 같아서.

 

그렇군요! 그래서 주스와는 다른 느낌이 났구나…….

 

루틸: 피가로 선생님, 살롱에서 말을 건 사람에게 그걸 받았다고 하셨죠.

 

피가로: 응. 소중한 상대가 소식가라서 조금이라도 다양한 맛을 맛볼 수 있도록 이런 마법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현자님을 접대할 때도 쓸 만하다고 생각해 가까이 다가갔어. 그러는 루틸도 교류한 상대로부터 뭔가 힌트를 받은 것 같은데.

 

루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에게 그림 한 장을 보여주었다. 연필로 푸른 장미 같은 것과 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루틸: 쨔잔! 이것이 제가 현자님께 드리는 대접이에요!

 

루틸: 현자님,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접이라면 더 기쁘다고 하셨죠? 살롱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좋아하는 걸 소중한 사람과 같이 해보라고 조언을 받았어요. 그래서 현자님과 합작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해서! 제가 그린 그림에 현자님이 색을 입히는 건 어떤가요?

 

제가 색을……? 루틸과 함께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기뻐요!

 

루틸: 감사합니다. 제 그림에 현자님이 어떤 색을 입히실지, 너무 기대돼요!

 

네네! 다음은 내 차례!

 

무르가 손을 든다. 그 손으로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무르: 현자님 봐봐! 이거, 뭐라고 생각해?

 

으음…….

 

무르가 보여준 것은 아무 변절이 없어 보이는 돌이었다.

 

만져봐도 될까요?

 

무르: 좋아!

 

(역시 아무리 봐도 평범한 돌로 밖에 안 보이는데…….)

 

항복이에요. 무르, 이 돌이 뭔지 가르쳐 주겠나요?

 

무르: 보석! 연마하면 반들반들해져!

 

아, 연마하기 전이라 그냥 돌로 보인 거군요!

 

무르: 현자님에게 줄게!

 

괜찮나요? 원석이라고는 하지만, 보석이라면 엄청 비싼게 아닌지…….

 

무르: 원석을 건네줬더니 상대가 기뻐했어. 연마하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더 좋아했어!

 

에, 그건 무슨……?

 

카인: 살롱에서 무르와 같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신사에게 무르가 말을 걸었어. 신사는 사랑하는 여성에게 원석을 선물하겠다 하더라고. 그런데 왜 보석이 아니라 원석이냐고 내가 물어본 거야. 보석은 주면 끝이지만, 우너석이라면 둘이서 함께 연마하여 스스로 보석을 만들어 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원석을 주는 거래.

 

무르: 나도 연마하는 법 알아. 함께 보석을 만들어내자!

 

무르……. 고마워요! 보석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다니 기대돼요!

 

카인: 자, 이제 내 차례야. ……라고 말해도, 무르의 뒤라면 조금 어깨가 침침할지도 모르겠네.

 

그렇지 않아요. 카인이 저를 위해 생각해 준 것이라면 뭐든지 기뻐요!

 

카인: 고마워, 현자님. 계속 네 생각만 하면서 결정한 대접이니 기뻐해줬으면 좋겠어.

 

카인은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왼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카인: 현자님, 저와 춤추지 않겠나요?

 

카인: 내가 할 수 있는 너에 대한 대접이라고 하면 역시 이거구나 싶어서. 예절은 신경쓰지 말고 신나게 춤추자.

 

아하하, 네!

 

내민 손에 손을 포갠다. 갑자기 손이 끌려 자연스럽게 다리가 움직였다. 카인의 발걸음에 이끌리듯 나도 춤을 추기 시작한다. 스텝을 틀릴 것 같을 때마다 카인이 은근슬쩍 궤도를 바꿔주는 덕분에 카인의 발을 밟지 않고 춤을 즐길 수 있다.

 

무르: 춤이다! 나도 춰야지! 엉망진창으로!

 

클로에: 와앗, 무르!? 갑자기 팔을 잡아당기니까 놀랐어. 그래도 좋아! 나도 춤추고 싶어!

 

바로 근처에서 무르와 클로에도 춤을 추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즐거운 모습에 나도 웃으면서 카인과 계속 춤을 춘다.

 

시노: 현자.

 

아! 시노도 같이 추지 않겠나요?

 

카인: 그러면 나는 다른 애랑 춤추고 올까?

 

루틸: 카인 씨, 같이 춤춰요!

 

카인: 아아, 당연하지!

 

시노: …….

 

시노? 미안해요. 용무가 있어서 말을 걸어준 걸텐데, 춤추자고 해서.

 

시노: 아니야, 초대해준 건 기뻐. 하지만 지금은 춤보다는 너와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따라와 줄래?

 

네. 물론이에요!

 

 

 

 

 

 

 

시노: 이쪽이야.

 

시노와 함께 천천히 걷는다. 걸음은 멈추지 않고 시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노: ……별이 보이네.

 

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곳은 로자 씨의 환상 세계지만 하늘에는 만천의 별들이 깜빡이고 있다.

 

현실 같네요.

 

시노: 하지만 현실이 아니야. 아무리 진짜로 보여도 저건 가짜다. 현자, 너는 진짜 하늘과 가짜 하늘 중 어느 것이 좋아?

 

그건…… 역시 진짜 하늘이 좋아요.

 

시노: 그렇지.

 

시노가 하늘에서 시선을 뗀다. 동시에 걸음을 뗀다. 나도 걸음을 멈추고 시노와 시선을 주고받는다.

 

시노: 나도 너에게 보여주기에는 진짜 하늘이 좋아. 그러니까, 나의 대접은 돌아간 후 시작되는 거야. 기대해 두라고.

 

……!

 

샤일록: 현자님. 다음에는 제가 시간을 내도 될까요?

 

시노: 다녀 와.

 

시노가 떠나고 바뀌듯 샤일록이 옆으로 온다.

 

샤일록: 제 대접으로 현자님이 기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샤일록이 파이프에 입을 댄다. 하얗게 뿜어져 나온 연기가 푸른 나비로 변해간다. 비늘가루를 감싼 푸른 나비가 날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지상을 떨어진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

 

푸르게 빛나는 장미에 비춰지면서 무수한 푸른 나비들이 내 주위로 모여든다. 환상적인 광경에 감탄이 나왔다. 그러자 모인 나비들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눈부심에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샤일록: 현자님, 눈을 떠주세요.

 

천천히 눈을 뜨니 눈앞에는 파랗게 빛나는 청첩장이 있었다. 초대장은 낙하하지 않고 둥실둥실 우아하게 떠 있다.

 

예쁘다…….

 

꿀에 이끌리는 나비처럼 손을 뻗었다. 초대장은 변함없이 손에 빛나고 있다.

 

샤일록: 그걸 들고 제 바로 와주세요. 특별 서비스를 해드리겠습니다.

 

특별 서비스라니…….

 

샤일록: 현자님과 저,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룻밤을 제공하는 거예요.

 

 

 

 

 

클로에: 잔뜩 춰서 즐거웠네.

 

시노: 클로에.

 

클로에: 시노! 현자님의 대접은 끝났어?

 

시노: 아니, 내 거는 돌아가서 하기로 했어. 그것보다 마침 잘 됐다. 너에게 할 말이 있어.

 

클로에: 나에게……?


9화

 

시노: 살롱에서 너를 중요한 상대가 아니라고 부정했잖아. 확실히 나의 소중한 상대는 정해져 있어. 하지만 네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클로에: …….

 

시노: 너는 내가 지금까지 입어본 적 업는 고급 의상을 맞춰줘. 착용감도 최고야. 그걸 아무 대가 없이 그냥 상대방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만드는 건 너 정도다. 그런 네가 나름대로 마음에 들고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클로에: 시노……. 고마워, 시노. 나도 시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시노: 그래.

 

클로에: 응! 아, 그러고 보니 현자님과 같이 있지 않았어?

 

시노: 현자라면 샤일록이랑 있어.

 

클로에: ……내가 가면 접대를 방해하는 게 되는 걸까.

 

시노: 그렇게 망설이다가는 모처럼 생각한 대접을 선보일 타이밍을 놓치게 될 거다. 현자는 당겨지는 놈이니까.

 

클로에: ……응, 그렇지. 고마워, 시노. 다녀 올게!

 

 

 

 

 

 

클로에: 현자님!

 

클로에가 손을 흔들며 활짝 웃은 채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클로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클로에: 에헤헤, 응. 시노가 말이야, 내가 만든 의상을 칭찬해줬어. 그래서 내가 현자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접은 역시 이거구나 하고 확신이 들었어. 

 

클로에: 현자님, 마법관에 돌아가면 나와 함께 옷을 만들지 않을래?

 

저는 대환영이지만, 클로에가 고생하는 건 아닐지…….

 

클로에: 누구를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니까 고생 같은 건 전혀 아니야!

 

다행이다. 그렇다면 잘 부탁드려요!

 

클로에: 나도. 현자님과 함께 옷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재밌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클로에가 활짝 웃었다.

 

샤일록: 자, 로자. 이곳은 당신의 환상 세계예요. 현자님의 속마음도 전해지고 있지 않나요? 결말은 이미 났을텐데요.

 

샤일록의 말에 클로에가 표정을 잡았다. 

 

…….

 

저기, 로자 씨! 감사합니다. 당신이 저를 좋아해 준 것은 영광이고 대접도 기뻤어요. 이곳은 호화로운 식사도, 쾌적한 잠자리도, 무엇이든 갖추어져 있죠. 외롭다면 귀여운 작은 동물이 저를 위로해 주었어요.

 

하지만, 여기에는…… 모두가 없어. 모두가 있는 곳이 제가 있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로자 씨, 저희를 원래의 세계로 되돌려 주세요.

 

클로에: 꽃잎이…….

 

머리 위에서 파란 꽃잎이 쏟아진다. 클로에와 샤일록을 감싸면서 점차 시야가 푸른 색으로 변한다.

 

클로에: 현자님, 기다릴게!

 

샤일록: 저쪽에서 만나죠.

 

모두의 목소리만이 들렸다. 바람이 휙 불어 시야가 돌아온다. 하지만 그곳에 두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하늘을 보면 푸른 꽃잎이 빙글빙글 춤을 추고 있다. 이끌리듯 꽃잎을 쫓았다. 

 

루틸: 바람도 없는데 꽃잎이 날리네요.

 

시노: 거슬리네.

 

무르: 아무!

 

카인: ……먹으면 맛있어?

 

무르: 별로!

 

카인: 그렇겠지. 그건 그렇고, 이것도 로자의 대접이라는 건가? 

 

피가로: 아니, 아닌 것 같네.

 

루틸: 에? 그러면 이건…….

 

카인: 어라, 루틸이 사라졌어!?

 

무르: 피가로랑 시노도 없어!

 

미스라: 시끄럽게 떠들지 마세요. 셋 다 원래 세계로 돌아갔을 뿐이니까.

 

카인: 그렇다면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우리도 돌아갈 수 있다는 거구나. 이 예쁜 경치도 볼 만 하네.

 

무르: 환상의 세계의 것은 현실 세계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 예를 들면 이 꽃잎…….

 

카인: 우와, 무르도 사라졌어. 현자님들도 돌아올테고, 나머지는 너와 나뿐인가.

 

미스라: …….

 

(아…….)

 

카인들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꽃잎이 카인을 감싸 안았다. 클로에와 샤일록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이 불고 푸른 꽃잎이 날아오른다.

 

미스라…….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와 미스라만 남았다. 

 

미스라의 머리 위에서 꽃잎이 쏟아진다. 푸른 빛으로 빛나는 장미에 둘러싸인 미스라는 숨을 삼킬 정도로 아름답다.

 

미스라: …….

 

미스라가 머리 위를 보며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시선을 움직였다. 미스라와 눈이 마주친다. 평소 젖은 듯한 색기를 풍기지만, 근심 어린 눈빛이 내게 쏠려 있었다.

 

미스라: 돌아가요.

 

손을 내밀지도, 상냥하게 말을 건 것도 아니었다. 사무적인 어조이지만 가슴을 울렸다.

 

……네!

 

미스라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푸른 꽃잎이 시야를 온통 뒤덮는다. 이 세계에 왔을 때처럼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

 

환상의 세계에서 돌아오니 모두의 모습이 있었다. 나와 미스라는 거의 동시에 돌아왔다. 먼저 돌아가 있던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 중에 로자 씨도 있었다. 무대를 다 본 관객들이 감동해서 연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듯이. 그리고 우리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로자: 당신들의 소중한 현자님을 멋대로 환상의 세계로 데려가 버려서 미안해. 현자님도. 내가 원했던 말을 준 당신이 기뻐했으면했을 뿐이야.

 

깊이 반성하고 있는 로자 씨에게 나를 포함한 모두도 강하게 로자 씨를 나무라지 않았다. 로자 씨는 우리에 대한 사과로 로자 씨가 자랑하는 정원에 초대하겠다고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환상에서 본 그 정원에 현실에 있고, 특별한 손님을 초대할 때만 풀어주는 것 같다.

 

로자: 자랑하는 주방장이 음식을 만들게 해서 정원으로 옮길게. 오늘은 그의 공중제비를 볼 수 있으려나.

 

그렇게 말하고 로자 씨는 살롱 안쪽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주방장의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음식이 다 될 때까지 살롱에서 환담도 하고 정원도 돌아다니는 것도 자유롭다 하여 모두들 마음껏 즐기고 있다.

 

시노: 현자, 가자.

 

시노가 다가와 나를 향해 손을 내민다.

 

시노. 가다니 어디로……?

 

시노: 내 대접은 돌아가서 한다고 했잖아. 이제 너를 대접할게. 진짜 밤하늘 산책을.

 

환상의 세계에서 본 밤하늘은 만천의 별이 빛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보는 밤하늘은 더…… 숨을 삼킬 정도로 아름답겠지. 

 

내민 손을 잡자 시노가 뛰기 시작했다. 정원으로 이어지는 문이 소리 없이 열려간다.


10화

 

시노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른다.

 

대단해…….

 

하늘에서 보는 푸른 장미 정원은 남달랐다. 무수한 푸른 반짝임은 가까이서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신비로움을 안고 있다. 그것은 분명 주변은 밤의 장막이 내려져 있는데 푸른 장미 정원의 주위만 파랗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파랗게 빛나고 있는 장미가 별처럼 보이기도 해서 어느 쪽이 하늘이고 어느 쪽이 지상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릴 것만 같아요……. 시노, 멋진 경치를 선물해줘서 고마워요!

 

시노: 이것 뿐만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시노가 히죽 웃었다. 그러자 시노의 빗자루는 점점 빨라져 쭉쭉 나아간다.

 

와앗…….

 

지상이 멀어지고 무서운데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래를 들여다보려 한다.

 

시노: 현자, 저것 좀 봐.

 

목소리에 재촉을 받아 고개를 든다. 시노가 머리 위를 가리켰다. 무수한 별들이 바로 근처에서 반짝이고 있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

 

시노: 별을 잡아보지 않을래?

 

별을……?

 

시노: 아아. 이 거리라면 손이 닿을 것 같잖아.

 

나는 아래만 보려고 했다. 하지만 시노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빛나는 별에 눈길이 끌린다.

 

……그렇네요!

 

눈앞에 빛나는 별과 시노의 미소로 두려움이 사라져 간다. 대신 싹튼 것은 호기심이었다.

 

아, 조금 있으면 진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시노: 하하, 떨어지지 말라고.

 

시노의 빗자루는 계속해서 별을 향해 나아간다…….

 

 

 

 

 

시노, 멋진 시간 보내게 해줘서 고마워요!

 

시노: 최고의 대접이었지.

 

클로에: 둘 다 어서 와! 시노, 현자님 대접은 잘 했어?

 

시노: 당연하지.

 

카인: 음식 준비 끝났으니까 정원으로 와달래.

 

피가로: 자, 어떤 진수성찬이 진열되어 있으려나.

 

루틸: 진수성찬이라면, 환상의 세계에서 본 요리는 전부 대단했죠!

 

맞아요! 환영인데 맛도 있었고……. 하지만 모처럼 로자 씨가 준비해 주었는데, 거의 먹지 못한 건 아까울지도.

 

시노: 현실 음식은 남김없이 다 먹으면 돼. 다 먹지 못한 것은 싸가면 되고. 나는 한다면 하는 남자니까.

 

미스라: 음식은 제가 다 먹을게요.

 

무르: 그러면 나는 음식 먹는 미스라를 관찰할래! 어떤 식으로 먹는지, 어떤 표정인지!

 

미스라: 짜증나니까 그만두세요.

 

모두는 왁자지껄 웃으며 정원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걸어간다.

 

(어라? 그러고 보니 샤일록의 모습이 안 보이는데…….)

 

샤일록: …….

 

로자: …….

 

샤일록은 로자 씨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화까지는 들리지 않지만 샤일록의 표정은 온화하다. 로자 씨의 입가에도 미소가 돌고 있었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샤일록과 눈이 마주친다. 샤일록이 로자 씨에게 눈짓을 하자. 로자 씨는 나를 보고 미소지었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한 얼굴로.

 

(로자 씨…….)

 

하지만 그렇게 보인 건 한순간이었다. 우리를 맞아주던 때와 같은 얼굴로 돌아갔다.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돌렸다. 미련을 일절 끊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처럼. 망설임이 없는 발걸음으로, 손님 쪽으로 걸어간다. 그러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샤일록: 로자는 당신을 정말 좋아하는군요.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 시선을 돌린다.

 

샤일록: 자신의 이기심을 받아들여 줄 때부터 현자님을 환상의 세계에서 대접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까지 받아들여주면서 본인도 모르게 마음이 폭주했고, 당신을 환상의 세계에 가둔 것이죠.

 

마음의 상처……?

 

샤일록: ……그녀의 성장은 조금 복잡해서요. 인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그녀였습니다. 어머니는 꿀을 떨어뜨리는 듯한 금발이었고, 아버지는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였다고 들었습니다. 로자는 보다시피 푸른 머리에 마법사. 자신들과는 닮지도 않는 로자를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군요.

 

(그러고 보니…….)

 

로자 씨와 둘이서 이야기를 했을 때, 원숭이의 생김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 조금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원숭이 로자에게 자기 자신을 거듭해서 나에게 묻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외형이 다르다고 해도, 본인들의 아이고. 무엇보다 로자 씨에게 죄는 없는데…….

 

샤일록: 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당신 같은 존재가 옛날부터 로자 곁에 있었다면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었겠죠. 부모님께 계속 부정당한 그녀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몰라서 고독한 나날을 보내게 되어서.

 

샤일록이 시선을 돌렸다. 붉은 눈동자에 희망이 깃든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샤일록을 바라보았다.

 

샤일록: 그런 그녀를 바꾸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푸른 원숭이 인형과의 만남이죠. 쇼윈도에 장식되어 있었다고 해요. 전신이 파란색인 원숭이 인형은 너무 기발해서 팔리지 않았다고.

 

샤일록: 원숭이 인형을 구입하고 만지다 보니 로자의 안에서 모르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원숭이 인형을 사랑스럽게 생각하느 마음, 그리고 누군가가 봐줬으면 좋겠다. 칭찬받고 싶다는 욕구. 

 

샤일록: 마음은 부풀어 오르고 그녀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기대는 배신당했죠. 어떤 말을 건넸는지 저도 알 수는 없지만…… 심하게 상처받은 그녀는 금방이라도 투신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말을 건 거예요. 베넷의 바에서 당신의 기분을 토해내는 것은 어떻겠냐며.

 

그렇구나……. 그게 샤일록과 로자 씨의 만남이었군요.

 

살롱에서 재회한 두 사람의 모습이 생각난다. 로자 씨의 입장에서 샤일록은 생명의 은인이다.

 

샤일록: 베넷의 바에서 다양한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그녀는 조금씩 사교성을 익혀갔습니다. 하지만 그 버릇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네요.

 

버릇……?

 

샤일록: 무언가를 부탁할 때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겁내는 부분이요.

 

…….

 

로자 씨는 무언가에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방황한다. 그리고 어깨에 있는 원숭이 인형을 끌어당겨 꼭 껴안는다. 카인의 악수를 순간 망설였을 때와 같은 어린아이 같은 몸짓이 인상적이어서 로자 씨를 가만히 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그때 샤일록은 무슨 말을 해도 로자 씨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샤일록: ……그녀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었죠. 베넷의 바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곳을 나도 만들고 싶어. 하지만 누구와도 교류할 자신이 없어서 나와 같은 '소중한 것' 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방문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겠다고.

 

살롱을 다시 한 번 둘러본다. 이곳은 로자 씨가 그렇게 원해서 이룬 곳이다.

 

샤일록, 고마워요. 역시 로자 씨는 따뜻하고 강하며 멋진 마녀군요.

 

샤일록: 현자님…….

 

샤일록: 로자에게도 전하고 싶지만, 저희만의 비밀 이야기로 해둘까요. 이번에야말로 환상의 세계에서 돌아올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아, 알겠어요.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로자 씨는 좋아하지만 환상의 세계에 갇히는 건 곤란하다.

 

샤일록: 현자님. 로자가 원숭이 인형을 만나면서 달라졌듯이 저희도 당신을 만나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변화를 사랑하죠. 앞으로 제가 어떻게 변해갈지 저도 모릅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기대가 되어요.

 

엄청 샤일록답네요.

 

자연스럽게 말이 나와 놀람과 동시에 기뻤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샤일록을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샤일록: 마법관에 돌아오면 현자님을 대접하는 파티를 열까요. 분명 마법관에 남아 있는 모두도 현자님께 보답하고 싶어할 테니까요. 그리고 저희의 대접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인다. 예스 말고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압박감마저 느끼게 하는 색기였다.

 

부, 부탁드릴게요.

 

샤일록: 네.

 

음료 주문을 받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떠났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달랜다.

 

(맞아. 마법관으로 돌아가면 다시 한 번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대접의 답례를 해야지.)

 

소중한 사람이 기뻐했으면 좋겠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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