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푸른 장미를 물들이는 오스피탈리타] 1화~5화

 

 

푸른 장미를 물들이는 살롱에서, 소중한 당신에게 접대를. 감사 답례에 대한 힌트를 찾으러 샤일록의 친구가 운영하는 살롱에 방문한 마법사들. 그곳에 모인 건, 독특하지만 상냥하고 정열적인 다양한 사랑의 형태들. 

 

……당신이 있기에 이 푸른 장미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것이겠죠.


1화

 

어느 날의 낮.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네.)

 

한가롭게 안뜰을 걸으며 눈을 가늘게 뜬다. 평화로운 한 때에 따사로운 기분이 든다고 생각했을 때…….

 

!? 무, 무슨 소리지……?

 

미스라: 안녕하세요.

 

놀라서 돌아선 끝에는 미스라가 서있었다. 그 옆에 곰을 많이 닮은 짐승을 거느린 채. 크게 벌린 입에서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송곳니. 땅을 밟을 수 있는 발도 강대하고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히에에에……!)

 

미스라. 그 옆에 있는 곰 같은 생물은…… 몸이 왜 그런가요?

 

미스라: 당신을 놀라게 하려고 마수를 데려왔어요.

 

저를 놀래키려고요? 그렇다면 대성공이지만…….

 

미스라: 그럼 제가 이겼네요.

 

에?

 

무르: 현자님, 찾았다! '에아뉴 랑블!'

 

와앗!?

 

갑자기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다. 빨강, 노랑, 초록으로 어지럽게 색이 변해간다.

 

무르: 현자님, 놀랐다! 해냈어~! 내가 이겼어!

 

미스라: 당신, 이 정도로 놀라지 마세요.

 

미스라: 좋아요. 더 대단한 걸 보여줄게요. '아르시무'

 

미스라는 데리고 있던 마수의 털을 움켜쥐고 힘차게 공간의 문으로 내던진다.

 

미스라: 갈게요.

 

간다니, 어디로요……!?

 

미스라: 시끄럽네.

 

손목이 잡힌다. 공간의 문은 열려 있다.

 

(어떡하지. 둘이서 뭔가 승부하는 흐름인 것 같은데…….)

 

시노: 어이, 뭐 하는 거야.

 

샤일록: 현자님. 무사하시나요?

 

시노, 샤일록!

 

미스라의 등 뒤에서 시노와 샤일록이 찾아온다. 그 모습을 보고 이 혼란스러운 자리를 깨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미스라: 당신들도 승부하러 왔나요?

 

저기, 도대체 무슨 승부를 하고 있는 건가요……?

 

미스라: 현자님을 놀라게 하는 승부요.

 

그래서 마수를 데리고 오거나 갑자기 불꽃을 쏘아 올린 거구나…….

 

샤일록: ……쫓아오길 잘했네요. 갑자기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째서 두 사람이 이런 승부를 시작하게 된 건지 제가 설명을 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샤일록이 눈을 내리깔았다.

 

샤일록: 바에 찾아온 그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현자님이 가르쳐 주신 화이트데이라는 문화에 따라 평소의 감사를 전하기 위한 답례는 생각하셨습니까? 라고.

 

시노: 그래서 '물론이다. 내가 생각한 답례품이 현자를 가장 깜짝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할 거야.' 라고 대답했지. 그러더니 얘네들이…….

 

미스라: 일등은 저예요. 실제로 지금 가장 현자님을 놀라게 했잖아요.

 

무르: 나도 놀래켰어! 어때? 어때?

 

시노: 이 모양이다.

 

아하하……. 즉, 저에게 보내는 화이트데이 답례 이야기에서 저를 가장 놀라게 하는 승부가 된거군요.

 

무르: 미스라, 현자님을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었어? 아까 마수의 둥지? 마수에게 잔뜩 둘러싸이면 현자님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궁금해! 나도 따라갈래!

 

샤일록: 무르, 조용히.

 

무르의 말을 듣고 미스라의 공간의 문 너머를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킨다.

 

(아까의 마수……. 몸만 봐도 꽤 무서웠는데, 잔뜩 있는 장소라니 너무 무서워…….)

 

샤일록: 미스라, 현자님의 이 표정을 보세요. 가장 놀라게 하는 승부는 당신의 승리군요. 그러니 현자님을 풀어주시겠나요?

 

미스라: 날렵한 승부였네요.

 

미스라는 담백하게 공간의 문을 잘랐다. 잡고 있던 손목도 풀리니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샤일록, 감사합니다. 미스라나 무르도. 으음…… 조금 과격했지만, 저를 놀라게 하려고 생각해 준 그 기분은 기뻐요.

 

미스라: 하아, 뭘요.

 

무르: 와이!

 

시노: 현자, 안심해. 내 답례품은 특대 레몬파이다. 파이는 네로가 만들어줬어. 마님께서 구운 파이는 못 이기지만, 두 번째로 맛있다고. 어때, 기쁘지?

 

미스라: 파이보다는 고기죠. 배가 안 차잖아요.

 

무르: 미트 파이로 하자!

 

시노: 잠깐, 또 멋대로 이야기 바꾸지 마. 레몬파이가 더 나은게 당연하잖아.

 

어떤 파이로 만드는 게 좋을까 하는 새로운 논의가 시작될 뻔했을 때, 샤일록이 느긋하게 파이프 연기를 뿜어냈다.

 

샤일록: ……어느 쪽이나 현자님은 기뻐하실 겁니다. 하지만, 모처럼 보답한다면 현자님을 진심으로 기쁘게 하고 싶지 않나요?

 

무르: 샤일록은 현자님을 진심으로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네.

 

시노: 어이, 그러면 거드름 피우지 말고 알려줘.

 

샤일록: 서쪽의 나라에 소중한 존재와 마음껏 시간을 보내는 것을 취지로 하는 색다른 살롱이 있습니다. 상대를 공경하고 대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장소로서도 인기가 많습니다만…… 소개자와 함께 들어가야 입장할 수 있죠.

 

와아……! 완전 소개제 살롱이네요.

 

샤일록: 네. 거기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어서요.

 

샤일록은 그 살롱에 가본 적이 있나요?

 

샤일록: 네, 몇 번 정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제 지인이 운영하는 살롱이거든요.

 

샤일록이 그리워하듯 눈을 가늘게 뜬다. 그가 감싼 공기는 언제나 상냥하고 기분이 좋다. 거기에 희미한 친밀감이 섞여있다.

 

(샤일록의 지인인가. 샤일록은 교우관계가 넓지만, 도대체 어떤 사람이려나…….)

 

시노: 그 살롱에 가면 현자를 진심으로 기쁘게 할 수 있는 건가?

 

시노가 말을 꺼냈다. 감이 안 오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샤일록: 가는 것만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겠군요. 살롱에는 상대방을 공경하고 상대방이 기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분들의 행동을 보고 현자님을 대접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선보이는 것은 어떨까요?

 

괜찮나요? 저를 위해서 일부러…….

 

샤일록은 사양하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샤일록: 저는 당신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게다가 평소의 감사를 전하는 거니까요. 아무것도 사양할 건 없어요.

 

시노: ……현자.

 

시노의 시선이 샤일록에서 나에게로 옮겨간다.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가 깜빡였다.

 

시노: 현자가 가고 싶다면 어울려 줄 수 있어.

 

(살롱이 어떤 장소인지 궁금하고, 시노도 신경 쓰는 것 같아. 그렇다면…….)

 

모두가 괜찮다면 살롱에 가보고 싶어요!

 

시노가 미소 지었다.

 

시노: 그렇다면 어울려 줄게.

 

무르: 나도 갈게!

 

미스라: 저는 싫은데요.

 

무르와 미스라의 목소리가 예쁘게 겹쳤다.

 

미스라: 한가하지 않아서 귀찮은 일에 어울려 줄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해놓고 미스라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미스라도 같이 와주면 좋겠지만, 억지로 데려갈 수도 없고…….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걸까.)


2화

 

샤일록: 살롱에 가는데 이 인원은 조금 외로울지도 모르겠군요.

 

샤일록이 파이프에 입을 가져다 댄다.

 

와앗…….

 

하얗게 뿜어져 나온 연기가 나비의 모습으로 변했다. 마치 빛의 가루를 띠고 있는 것처럼 나비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나비는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빛의 가루를 뿌리며 날아간다.

 

샤일록, 지금 건……?

 

샤일록: 청첩장입니다. 자, 저 아이를 쫓아가죠.

 

 

 

 

 

 

 

 

나비 한 마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식당이었다. 식당에는 루틸, 피가로, 카인, 클로에가 있었고 나비는 루틸의 어깨에 올라갔다.

 

루틸: 와아, 반짝반짝 빛나서 귀엽네. 어디서 왔니?

 

피가로: 그 나비, 샤일록의 기척이 나네.

 

루틸: 샤일록 씨의?

 

클로에: 아, 현자님! 샤일록에 무르, 시노도!

 

카인: 현자님들이 왔어? 샤일록이랑 무르가 같이 있는 건 그렇다 쳐도, 시노도 같이 있다니 의외의 조합이네.

 

사실은…….

 

모두가 카인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안 가볍게 사연을 설명한다.

 

클로에: 헤에……! 나도 그 살롱 가보고 싶어! 현자님께 보답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거기 있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떠올릴 수도 있고.

 

카인: 나도 참여할게. 현자님께 드리는 답례는 역시 현자님이 기뻐할 만한 걸로 하고 싶고.

 

루틸: 저도 꼭 같이 하게 해주세요!

 

피가로: 나는 어떻게 할까.

 

루틸: 피가로 선생님의 환대에 저는 불만을 느낀 적은 없지만…… 살롱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는 목적도 괜찮지 않나요? 가끔은 그런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피가로: 그렇네. 뭐, 나도 현자님의 대접할 기회가 있을 테니까. 느긋하게 있으면서 배워볼까.

 

피가로가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에: 샤일록, 의상은 내가 만들어도 될까?

 

샤일록: 당신의 의상을 입고 살롱에 갈 수 있다니 바랄 나위도 없는 일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클로에.

 

클로에: 이번에는 어떤 의상으로 할까? 생각만 해도 두근거려!

 

샤일록: 이만큼 모이면 충분하겠죠. 여러분, 준비되는 대로 살롱으로 향할까요. 현자님, 모두의 환대를 기대해 주세요.

 

네!

 

 

 

 

 

 

그로부터 며칠 후, 서쪽 나라에 있는 살롱으로 향하기 위해 나는 약속 장소인 안방으로 왔다. 안방에는 얼마 전 샤일록이 말을 건 멤버들이 모여 있다.

 

모두들, 의상 엄청 잘 어울려요!

 

클로에: 에헤헤, 고마워. 샤일록에게 살롱의 특징을 물어보고 어른스러운 디자인으로 만들어 본 거야. 샤일록도 많이 도와줬어!

 

루틸: 이 의상, 색감도 세세한 장식도 클로에의 고집이 느껴져서 정말 좋아.

 

카인: 오, 멋있는데 움직이기 편하니까 최고야!

 

모두의 의상을 입은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 안에 홀로 의외의 이눌이 섞여 있음을 깨닫고 놀라움에 눈을 떴다.

 

미스라……! 와줬군요!

 

미스라: 루틸도 가는 거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행했어요. 정말이지……. 수상한 소문이 있는 장소에 이 사람을 데려가지 말라고요.

 

수상한 소문……?

 

클로에: 맞아맞아! 라스티카에게 물어봤는데, 수다를 좋아하는 지배인이 만족해줘야 집에 데려다준대.

 

무르: 이런 소문도 있어! 지배인은 기분이 좋거나 기분이 나빠지거나 하면 모두를 동물의 모습으로 바꾼다고!

 

피가로: 살롱에서 일하는 주방장이 대접을 좋아해서 춤추면서 요리를 하거나, 때로는 공중제비를 한다는 것도 있네.

 

시노: 다 먹지 못하는 건 가져가면 돼. 좋은 선물이 될 거야.

 

여러가지 소문이 있군요.

 

샤일록: 안심해 주세요, 현자님. 누구나 살롱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살롱을 방문한 누군가가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꼬리가 붙은 것이죠.

 

샤일록: 결코 현자님을 해칠 만한 곳이 아닙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대접하는 분들, 그리고 거기서 환대의 마음을 배우는 분들. 진심으로 소중한 존재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니까요.

 

클로에: 그렇지……! 미안해, 이런 말을 해버려서. 나, 현자님이 좋아할 만한 대접을 제대로 공부할게!

 

고마워요! 너무 기뻐요.

 

피가로: 클로에의 옷은 항상 입을 사람을 생각해서 만들어졌고, 대접할 마음은 충분하지.

 

클로에: 그, 그런가? 고마워, 피가로!

 

루틸: 현자님께 멋진 대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미스라: 서쪽 나라의 대접이 딱 맞을 것 같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당신은 자신의 무사함만 생각하세요.

 

루틸: 정말이지, 미스라 씨 재미없어.

 

미지의 장소에 상상을 부풀리며 와글와글 달아오르는 모두를 바라보며 샤일록이 웃었다.

 

샤일록: 어떤 장소인지, 상대방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대접은 어떤 것인지. 그 눈으로 확인해 주세요.

 

샤일록: 자, 미스라. 부탁드려요.

 

미스라: '아르시무'

 

 

 

 

 

 

 

와아……!

 

미스라의 공간의 문을 빠져나가자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 장미로 가득 찬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천장에 깔린 푸른 장미와 거대한 푸른 장미 쿠션.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장미로 가득하다.

 

???: 저의 살롱에 잘 오셨습니다. 소중한 존재와 함께 계신 분, 그리고 소중한 존재를 가슴에 품고 계신 분. 모두 저의 사랑스러운 고객이죠.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보니 푸른 드레스에 몸을 감싼 부인이 서 있었다. 놀랍게도 머리와 눈 색도 군청색이다. 어깻죽지로 다듬어진 머리에 푸른 장미 머리장식이 달려 있다.

 

샤일록: 오랜만이군요, 로자.

 

로자: 그래. 수백 년 만인가?

 

(이 사람이 그…….)

 

로자: 현자님과 그 마법사 분들이 와주다니 영광이야.

 

로자 씨의 군청색 눈동자는 만듦새로 착각하게 만드는 무기질적 아름다움이 있는데도, 그 시선에서는 친근한 온기도 느껴진다.

 

저야말로 반가워요.

 

인사를 하고 나는 로자 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옆으로 카인이 앞으로 나선다.

 

카인: 로자, 나는 카인이야. 만나자마자 미안하지만 나와 악수 좀 해줄래? 나, 조금 눈이 안 좋아서. 만질 때까지 네 모습이 안 보여. 물론 무리라면 강요하진 않겠지만…….

 

로자: …….

 

상큼하게 웃는 카인이 손을 내민다. 그러나 로자 씨는 푸른 속눈썹을 깜빡이며 가슴 앞에서 꼭 손을 잡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샤일록이 웃는다.

 

샤일록: 가능하면 손을 잡아주세요. 그는 아주 멋진 신사거든요, 

 

로자: …… 그렇지. 미안해요. 악수는 오랜만에 해서.

 

샤일록의 재촉을 받고 어딘가 어색해하며 로자 씨가 카인의 손가락 끝을 살짝 건드렸다. 그녀를 본 카인이 공손히 절을 한다.

 

카인: 아아, 고마워. 예쁜 파란 눈동자네. 보여서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좋은 방이야. 푸른 장미는 너의 취미인가?

 

로자: ……. 푸른 장미 뿐만이 아니라, 푸른색은 나에게 특별한 색이야. 분명 둘도 없는 이 아이를 떠올리게 해줄 테니까.

 

문득 보니 그녀는 어느새 인형을 안고 있었다. 소중하게 양손으로 감싸 가슴까지 올린다.

 

카인: 헤에, 전신 파란색에 눈 색까지 파란 원숭이 인형이라니. 신기하네.

 

클로에: 염치없는 질감……. 이 아이, 도자기로 만들었구나!

 

카인: 우왓!?

 

시노: 어이, 도자기로 만들었다며? 심벌을 쳤다고.

 

루틸: 로자 씨의 팔이 올라갔어요! 후후, 진짜 원숭이 같아.

 

피가로: 헤에, 그녀의 마법으로 움직이는 거구나.


3화

 

루틸: 안녕하세요, 원숭이 씨. 저는 루틸이라고 해요. 당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겠나요?

 

로자: 이 아이는 '로자' 야.

 

어라? 로자 씨와 같은 이름……?

 

로자: 이 아이는 나의 소중한 파트너거든. 소중한 존재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건 안 되는 일일까?

 

아뇨,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발상이 없었을 뿐이지 너무 멋져요.

 

로자 씨는 어깨까지 올라온 원숭이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서 자신과 같은 이름의 인형을 얼마나 아끼는지가 전해져 왔다.

 

미스라: 그것보다 밥은 아직인가요?

 

미, 미스라!?

 

미스라는 어느새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꼬고 있었다.

 

루틸: 미스라 씨, 제대로 로자 씨와 원숭이 로자 씨에게 인사 드려야죠.

 

미스라: 관심 없어요. 그것보다 요리사에게 밥 좀 가져오라고 하세요.

 

로자: 후후, 현자의 마법사 분들은 활기차네요.

 

죄, 죄송합니다.

 

로자: 신경 쓰지 마세요. 이렇개 개성 넘치는 마법사들이라면 샤일록도 마음에 들어할 것 같네.

 

샤일록: 네. 덕분에 매일이 즐겁죠. 로자, 살롱의 입점 조건은 소개자와 함께 살롱을 방문하는 것이었죠. 입장해도 될까요?

 

샤일록이 안쪽 문을 바라본다. 아마 저기가 홀로 이어지는 문일 것이다.

 

로자: …….

 

하지만 로자 씨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방황한다. 그리고 어깨에 있는 원숭이 인형을 끌어당겨 꼭 껴안았다. 아까 카인의 악수를 순간 망설였을 때와 같은 어린아이 같은 몸짓이 인상적이어서 로자 씨를 가만히 보게 된다.

 

샤일록: 로자, 괜찮아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우리는 당신을 부정하지 않아요.

 

샤일록의 말에 로자 씨는 안고 있던 원숭이 인형에서 천천히 손을 떼었다. 그러자 원숭이 인형이 로자 씨의 팔에 올라간다.

 

로자: 한 가지만 제멋대로 말해도 될까?

 

샤일록: 이런, 뭔가요.

 

로자: 살롱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개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이해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분도……. 그런 분들에게 무심하게 말을 걸거나 하지 않는지 확인해 줄 수 있을…….? 물론 샤일록이 그럴 리가 없고, 여러분도 믿고 싶어. 그러니까, 그…… 무리하게라고는 말하지 않을게.

 

그 말에서 어째서 이 살롱이 인기인지 알 수 있었다. 겸손하고 부드러운 표현이지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생각하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미스라: 귀찮네. 빨리 가요.

 

루틸: 아, 미스라 씨……!

 

하지만 미스라는 로자 씨의 요구에 넘어갈 생각은 없는 듯 안쪽 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 잠시만요!

 

무심코 소리를 지르자 미스라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나른한 눈빛이지만 눈동자 속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저기…… 로자 씨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나요?

 

미스라: 하아?

 

살롱에 있는 사람들은 로자 씨의 소중한 고객이에요. 고객님께 실례되는 일이 없도록 걱정하는 것은 지배인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니까, 우리도 그 마음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법관으로 돌아가면 미스라의 소원에도 최대한 보답할게요! 그러니까 부탁해요.

 

미스라: ……되도록이면 할게요가 아니라 꼭이요. 도와줄게요.

 

에?

 

미스라: 둔한 사람이네. 제가 잠을 자려면 당신의 손이 필요하잖아요. 돌아가면 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시하세요.

 

무, 물론이에요! 미스라가 잠들 때까지 계속 손을 잡고 있을게요!

 

로자: 현자님……. 감사합니다.

 

로자 씨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저도 로자 씨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없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싶으니까요. 저도 모두가 소중해서요.

 

그러니까, 그……. 살롱 사람들에게 실례를 끼치는지 지켜봐달라는 거죠. 뭘 하면 좋을까요?

 

로자: 현자님의 말씀으로 충분히 성의 있는 분이라는 것은 알았습니다만 …….그렇죠. 여기 있는 모두가 서로 감사나 호의의 마음을 전해주지 않겠나요?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감사나 호의의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예요. 진심 어린 말을 할 줄 아는 분이라면 고객에게 무심한 말을 건네지는 않을 거예요.

 

루틸: 멋지네요! 감사나 호의의 마음을 말로 꺼내 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니까요. 꼭 하게 해주세요.

 

클로에: 맞아! 에헤헤, 어떤 말을 받게 될까? 왠지 두근두근거려!

 

피가로: 누가 누구에게 마음을 전하게 되려나? 남쪽 나라에서 대접 경험은 쌓았으니까, 내가 봐도 문제없어.

 

그러자 샤일록이 뭔가를 생각해 낸 듯 눈을 가늘게 뜬다.

 

샤일록: 그러면……. 저, 현자님, 루틸. 피가로, 카인, 무르. 그리고…… 시노, 미스라, 클로에라는 조합으로 서로를 향한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떨까요?

 

미스라 / 시노 / 클로에: !?

 

뜻밖의 조합에 세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시노: 잠깐. 내가 왜 이 녀석들에게 감사나 호의를 전해야 하는 건데.

 

미스라: 맞아요. 동쪽 마법사는 음침하고 뿌리가 어두운 것밖에 모르잖아요.

 

시노: 어이, 누가 음침하다는 거야.

 

클로에: 두, 둘 다 진정해!

 

(어, 어쩌지. 당장 흐름이 이상한데, 어째서 샤일록은 이 조합으로…….)

 

서로 노려보는 미스라와 시노에게 초조해하자 피가로가 카인에게 다가갔다.

 

피가로: 카인, 너는 젊은데도 책임감과 실력도 있는 데다가 사려깊어.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함마저 느끼게 하는 몸짓으로 가볍게 카인에게 왼손을 겨누는다.

 

피가로: 중앙의 마법사들이 모여 있을 수 있는 것은 너의 존재 덕분이겠지. 그들을 묶는 것은 힘들겠지만,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을게.

 

카인: 피가로…….

 

카인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피가로의 의도를 짐작했을 것이다. 카인이 말을 이어간다.

 

카인: 아하하, 면전에 칭찬 받으니 쑥스럽네. 그래도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기뻐. 고마워!

 

피가로의 말을 계기로 공기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지고, 그것이 모두에게 전파된다.

 

무르: 나는 나는?

 

카인: 무르는 머리가 좋지. 체스나 카드를 하면 항상 져. 그래도 너와 승부하는 건 재밌어. 그리고 즐거운 생각도 많이 하지.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니 하고 놀라게 돼!

 

무르: 와이, 젊은 마법사에게 칭찬을 받다니 신선해! 그러면 다음은 나부터. 피가로.

 

무르: 생각하는 사람이 좋아! 지혜로운 사람이 좋아! 그래서 피가로는 좋아해! 새로운 문화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을 바꿔가려는 점도 좋아! 즉, 상냥한 남쪽 나라의 의사 선생님인 피가로가 정말 좋아!

 

피가로: …….

 

무르: 깜짝 놀랐지!

 

피가로: 그야 놀랐어. 설마 그렇게 직설적으로 칭찬받을 줄은 몰랐으니까. 조금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애교 정도로 해둘까.

 

드높이 심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자 씨가 두 손을 맞잡고 감회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로자: 훌륭해! 상대방에 대한 기대, 존경, 마지막 건은 유머도 있고 멋졌어요. 다른 분들의 것도 꼭 듣고 싶은 걸.

 

루틸: 그러면 저부터! 현자님께 드리는 마음이에요.

 

루틸은 빙그레 웃더니 오른손을 가슴에 얹는다. 밑에서 들여다보는 몸짓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햇살처럼 다정하다.

 

루틸: 현자님은 다른 세계에서 오셔서 분명 누구보다도 불안하실 텐데, 오히려 저희를 잘 챙겨주시죠.

 

루틸: 현자님의 마음은 너무나도 기뻐요. 하지만 불안하거나 힘들 때에는 언제든지 저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현자님의 마음을 즐겁게 해드릴 테니까요!

 

루틸…….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기뻐요!

 

루틸이 준 고마움을 이번엔 샤일록에게 연결한다.


4화

 

샤일록, 항상 고마워요. 바에 가면 맛있는 음료로 대접해 주고, 상담도 들어주잖아요. 샤일록의 바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음료 만드는 솜씨도 있겠지만 사람됨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샤일록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샤일록: 후후, 저야말로. 현자님, 언제든지 당신을 환영합니다. 

 

샤일록: 자, 다음은 제가 루틸에게. 루틸, 당신은 언뜻 보면 동생을 지켜보는 착한 형이지만 그 안에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군요. 만지면 데일 것 같은 뜨거움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의 마음을 녹이는 자애를 지니고 있어. 푸른 불꽃 같은 분. 그것이 당신에 대한 솔직한 감상입니다.

 

루틸: 푸른 불꽃에 비유해 주시다니, 뭔가 신비롭고 멋있네요! 파란색은 시원한 이미지가 있는 색인데, 푸른 불꽃은 붉은 불꽃보다 더 뜨겁다고 들었어요. 그 뜨거움으로 녹이는 것이 마음이라니 …….너무 좋아요. 샤일록 씨, 감사합니다!

 

로자: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의 응수인가……. 나머지는 너희네. 후후,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으려나.

 

로자 씨의 시선이 시노, 미스라, 클로에로 이동한다.

 

클로에: 에에, 어떻게 하지…….

 

샤일록: 괜찮아요, 클로에.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이 두 분이 못할 수는 없으니까요.

 

시노: 흥, 당연하지.

 

미스라: 누구한테 말하는 거예요.

 

그동안의 흐름과 샤일록의 말에 못마땅해하던 두 사람도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그렇구나. 샤일록은 처음부터 이렇게 되는 걸 노렸던 걸지도. 그런데 클로에가 조금 걱정이네…….)

 

시노: 북쪽 마법사들은 마음에 안 들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너의 힘에 당해낼 수 없어. 하지만 나는 앞으로 더욱 더 강해질 거야. 내가 너희들의 마력을 뛰어넘을 때까지 여유롭게 낮잠이나 자고 있으면 돼.

 

미스라: 잠 못자는 저에게 시비 거는 건가요?

 

클로에: 으음, 시노가 미스라에 대한 마음을 전했으니까 이번에는 미스라가 나에게 마음을 전해줄 차례네!

 

미스라: …….

 

클로에: 미, 미스라……? 저기, 나 따위에게 칭찬할 곳을 찾지 못한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미스라: 음식을 가로채도 소란스럽지 않은 부분은 칭찬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만드는 옷 센스도 좋지 않나요? 어깨에 날개가 달린 붉은색이나 검은색 옷은 강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클로에: 그거, 마음에 들어했구나!

 

(다행이다……! 조마조마했지만 평소 이런 말을 해주지 않는 상대라서 클로에도 굉장히 기뻐한 것 같아.)

 

클로에: 그럼 다음엔 내가 시노에게! 시노는 나보다 어린데도 건강하고, 마물 퇴치도 잘 하고, 대단해서 존경하고 있어. 나는 나 자신을 비하하는 부분이 있어서 항상 자신감 넘치는 시노를 본받고 싶다고 생각해.

 

시노: 흐흥, 나쁘지 않네.

 

시노는 입꼬리를 치켜들고 기뻐한다. 시노의 모습에 등이 떠밀려진 건지 클로에가 말을 잇는다.

 

클로에: 시노의 근처에 있으면 용기가 솟는다고나 할까. 으음, 제대로 전해졌어?

 

로자: …….

 

로자 씨가 오열을 쏟아냈다.

 

로자 씨, 왜 그러시나요?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로자: 설마! 내 요구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기쁜데, 이렇게 멋진 말을 들을 수 있다니 감동으로 눈물이 나버렸어……. 모두들, 정말 고마워.

 

샤일록: 만족하셔서 다행이군요.

 

루틸: 피가로 선생님이 시작해주신 덕분에 굉장히 좋은 분위기가 되었어요!

 

피가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이 바로 나와버렸을 뿐이야. 카인이 매력적이니까.

 

카인: 피가로는 칭찬을 잘하네! 남쪽 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많지 않았나.

 

피가로: 뭐 그렇지. 너와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정도려나.

 

로자: 후후, 당신들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싶지만…… 슬슬 손님으로서 안내해야겠네. 자, 이리 와.

 

로자 씨가 마법을 걸자 안쪽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푸른 빛을 등에 업고 로자 씨가 미소 짓는다.

 

로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고독을 안고 있던 자. 자신의 소중한 존재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강한 욕망이 있는 자. 마법사, 인간, 동물, 기계……. 그것이 소중한 존재라면 저는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로자: 현자님,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 부디 다양한 사랑을 접하고, 이곳만의 시간을 즐겨주시길.

 

샤일록: 가죠, 현자님.

 

네!

 

이 앞에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빠져나갔다.

 

……!

 

아름다운 실내의 정경에 작게 숨을 삼킨다. 실내를 희뿌옇게 비추는 푸른 장미 샹들리에와 푸른 장미의 향기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이부터 흰머리의 노신사 등 손님층도 다양하다. 각각이 사람이거나 동물이거나, 물건이거나 광석 등을 소중히 안고 있다.

 

살롱 이용객: 안녕하세요.

 

검은 단발머리에 갈색 눈동자의 청년이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살롱 이용객: 죄송합니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건 드물어서 그만 말을 걸어버렸네요. 

 

로자: 걱정 마세요. 이분들은 제가 믿고 있는 분들이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보고 대접을 배우고 싶다고 하네요.

 

살롱 이용객: 아아, 그렇군요. 그걸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남자 손님들은 우리에게 인사를 하더니 발길을 돌린다. 이어서 날씬한 여성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날씬한 여성: 지배인, 잠깐 괜찮을까?

 

로자: 네. 자, 여러분. 마음껏 이 공간을 즐겨주세요.

 

로자 씨는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고 여성 쪽으로 걸어갔다.

 

시노: 저것 좀 봐.

 

그 목소리에 시노의 시선을 더듬는다. 

 

시노: 저 녀석, 종이 한 장을 접었다 폈다 반복하고 있어.

 

클로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바꾸고 있나 보네. 누군가에게 메시지 카드를 접는 방법을 망설이고 있는 걸까?

 

피가로: 아니, 어쩌면 저 종이가 저 사람의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루틸: 확실히! 종이 모양을 황홀하게 바라보거나 다른 모양으로 바꿔보거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것처럼 눈을 반짝이기도 하네요. 피가로 선생님, 저 사람들은 어떨까요?

 

루틸의 말에 돌아보니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빗자루를 캔버스에 그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있었다.

 

시노: 일부러 침대에 눕혀서 그리고 있으니 저 빗자루가 중요한 거겠지.

 

피가로: 아니, 저 아이가 쓰고 있는 캔버스가 중요한 것일 수도 있어. 물감을 계속 덧바른 건지 표면이 두꺼워졌네.

 

정말이다……!

 

시노: 캔버스를 바꿀 돈이 없어서 그냥 똑같은 걸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피가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

 

루틸: 아! 알겠어요. 물감이군요!

 

피가로: 정답. 저 아이는 많은 물감을 가지고 있어. 심지어 새 것도 몇 개. 저렇게 갖출 수 있는 아이가 돈이 없을 것 같지는 않아.

 

시노: 그렇군. 그러면 저 빗자루는 뭐야.


5화

 

저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할머니, 계속 빗자루 쪽을 보고 미소짓고 있지 않나요? 빗자루는 저 사람의 소중한 것인 걸지도 몰라요.

 

루틸: 그 할머니는 자신의 소중한 빗자루를 그려주길 원했고, 아이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요?

 

피가로: 이 자리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했겠지. 저 두 사람은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서로를 대접하고 있어.

 

클로에: 저 사람들도 그렇지 않아? 봐, 가면 쓴 2인조가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어!

 

무르: 고양이 포즈! 야옹!

 

아, 무르……! 끼어들으러 가버렸는데 괜찮을까요?

 

샤일록: 오히려 무르의 난입을 재밌다고 좋아할지도 모르죠. 이곳은 서쪽 나라. 소중한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가서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자극과 만남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샤일록의 말을 증명하듯 두 사람은 민폐를 끼치기는커녕 환영하는 듯 무르에게 가면을 건넸다.

 

루틸: 샤일록 씨의 말대로 정말 두 분과 친해졌어요!

 

하하, 마음이 맞았나보네.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어.

 

클로에: …… 저쪽도 재밌을 것 같아. 의자를 소중하게 껴안은 사람이 부드럽게 테이블을 쓰다듬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소중한 존재와의 시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도 상당히 적극적인 것 같네.

 

루틸: 분명 소중한 것이 있는 사람들 끼리니까 금방 친해지는 거겠지.

 

모두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이 살롱 안을 둘러본다. 낯선 광경이지만 이곳에 있는 누구나 자신의 소중한 존재와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즐기며 매우 느긋했다.

 

샤일록: 현자님, 이 장소는 어떠신가요?

 

솔직히 압도당했어요……! 제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본 적이 없는 광경이라서요. 그래도 여러 사람이 소중한 존재들과 함께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니 너무 멋지네요.

 

샤일록: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다. 로자도 좋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고객들과 교류하거나 살롱 안을 둘러보는 등 자유롭게 지내셔도 좋아요.

 

루틸: 아싸! 모두의 말을 듣고 싶어서 근질근질하고 있었어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은 대접을 현자님께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 

 

루틸: 참, 현자님은 어떨 때 기쁘다고 생각하시나요? 참고하게 들려주세요!

 

그렇네요……. 저는 저를 위해 해주는 일이라면 뭐든 기뻐요. 하지만 혼자 즐기는 것보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기쁠지도.

 

루틸: 알아요! 저도 누군가와 함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배로 기쁜 마음이 들 테니까요.

 

시노: …….

 

피가로: 그러면 나는 저기 있는 2인조에게 말을 걸어볼까. 이쪽까지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즐거워하고 있고.

 

루틸: 저는 저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로 할게요. 사람들이 잔뜩 몰려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미스라 씨는 어떻게 할 건가요?

 

미스라: 당신을 따라갈게요. 묘한 무리한테 잡혀서 무심코 목숨을 잃으면 안되니까요.

 

카인: 나는 어떻게 할까.

 

무르: 나는 일단 아까 그 2인조에게 말을 걸어볼래! 어쩌다 가면을 사랑하게 됐는지 더 듣고 싶어!

 

카인: 오, 그건 나도 관심이 있는데. 무르, 따라가도 될까?

 

무르: 좋아~!

 

(나는 어떻게 하지…….)

 

샤일록: 현자님, 저쪽 소파에 앉아서 저와 함께 천천히 이 자리의 분위기를 즐기지 않겠나요? 익숙하지 않은 곳일 테니까 일단 조금씩 이 자리의 공기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감사합니다! 꼭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샤일록: 이 살롱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 즐기도록 하죠.

 

 

 

 

 

 

클로에: 저기, 시노는 현자님에게 어떤 대접을 할지 생각났어?

 

시노: ……어느 정도는.

 

클로에: 에, 아직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대단하다. 나는 아직 전혀 생각이 안 나.

 

클로에: 하지만 나도 현자님이 기뻐했으면 해서 이 살롱에 왔으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본받아서 현자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접을 열심히 생각해야지!

 

키가 큰 여성: 우후후, 사랑스럽네.

 

시노: 뭐야, 너.

 

키가 큰 여성: 그렇게 엄하게 굴지 마. 당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참견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시노: 소중한 사람……? 무슨 소리야.

 

키가 큰 여성: 붉은 머리의 사랑스러운 그를 말하는 거야. 같이 있으니까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클로에: 에에!? 으음, 그게…….

 

시노: 틀려. 내 소중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야.

 

클로에: …….

 

시노: 이 녀석은…….

 

클로에: 으, 응! 그런 거야. 미안해. 착각하게 만들어서.

 

키가 큰 여성: 이런, 그랬구나. 나야말로 미안해.

 

클로에: 아, 아하하. 깜짝 놀랐네. 깜짝 놀랐더니 왠지 목이 말라버렸어! 나, 음료수 좀 가져올게!

 

시노: 아, 어이!

 

시노: …….

 

 

 

 

샤일록의 제안 덕분에 둘이서 이야기하거나 우리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들과  교류도 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래된 시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새 시계밖에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있군요. 엄청 흥미로웠어요.

 

샤일록: 네. 하지만 서로 시계를 좋아하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의기투합하고 있었죠.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 보여서……. 왠지 이쪽까지 행복한 기분이 되어버렸어요.

 

로자: 샤일록. 현자님.

 

로자 씨.

 

입구에서 헤어졌던 로자 씨가 말을 걸었다. 푸른 원숭이 인형이 로자 씨의 어깨에서 내려 이쪽으로 걸어온다.

 

(이쪽을 향해 걷는 모습, 귀엽다…….)

 

소파에서 내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원숭이 인형이 내 팔 안으로 뛰어들었다.

 

와앗! 무슨 일이야……?

 

로자: 후후, 그 아이도 네가 마음에 들었나보네. 샤일록, 잠깐 현자님과 단둘이 이야기해도 될까?

 

안아 올린 원숭이 인형이 샤일록을 올려다본다. 샤일록이 쇼파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 우아하게 인사했다.

 

샤일록: 네. 현자님만 괜찮으시다면.

 

물론이에요!

 

로자: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쪽으로.

 

 

 

 

 

로자 씨에게 이끌려 살롱 안쪽에 있는 방으로 보내진다.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로자 씨와 더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로자: 어머, 현자님께서 신경을 써주셨다니 정말 기뻐.

 

로자 씨의 재촉을 받아 부드러운 소파에 앉는다. 안고 있던 원숭이 인형은 팔을 움직여 털갈이와 비슷한 동작을 하고 있었다.

 

(정말로 살아있는 것 같아…….)

 

로자: 이 아이가 신경 쓰여?

 

네. 귀여운 원숭이네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도자기 인형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빛의 가감인걸까. 반짝 빛났던 것 같아.

 

로자: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에?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