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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친애 스토리

[약속의 딜레마] 히스클리프 블랑셰

1화

 

히스클리프: 현자님.

히스클리프, 마법관 생활은 이제 익숙해졌나요?

히스클리프: 아…… 그 일로 상담하고 싶습니다만, 동쪽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서…….

에?! 다, 단체생활이 힘들었던건가요? 히스클리프는 영주의 아들이니까…….

히스클리프: 아뇨! 그런게 아니라! 동쪽의 나라에서 식이 있어서요. 어떻게든 참석하지 않으면 안되어서…….

아아, 다행이다……. 전혀 문제 없어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히스클리프: 네, 감사합니다.

히스클리프는 조심스럽게 미소 지었다. 침이 저절로 삼켜질정도로 그는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섬세해 보이고, 조금 그늘이 있지만 결코 음침해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니야.

동쪽 나라에서 하는 식은 어떤 건가요?

히스클리프: 국왕폐하의 생일을 축하하는 축하회입니다. 평상시에는 아버지만 참석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초대되어버려서…….

▶ 초대받다니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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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다니 대단하네요. 국왕이 히스클리프를 마음에 들어하는건가요?

 

히스클리프는 예쁜 아이니까 그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히스클리프: 설마요. 저는 마법사인데…….


▶ 그런 식은 서투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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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네, 뭐……. 실수하면 어쩌나 하고 긴장해버려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 뿐만이 아니라...

 

뭐가 있는건가요..?


히스클리프: ……아마, "거대한 재앙" 과의 싸움에 대해서 듣고 싶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알고 있는 마법사들이 돌이 된 이야기도 있어서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시노: 내가 같이 가줄게.

시노…….


2화

 

시노: 시끄러운 놈들로부터 지켜줄게. 국왕이 있는 식이라면 이름을 널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히스클리프: 너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게다가 마법사가 두 명이나 오면 궁정 사람들이 경계할거야.

시노: 그게 뭐 어때서? 내가 지켜준다니까. 그게 내 역할이니까. 너를 곤란하게 하거나 하지는 않아.

히스클리프: ……방금 말은 취소할게. 싫지 않아. 시노가 있으면 약한 부분을 숨길 수 있으니까...

시노: 하?!

히스클리프: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미안해. 데려갈 수 없어. 무슨 일이 있으면 아버지께 폐를 끼치니까.

시노: 내가 나으리께 폐가 된다고 말하는거야?!

히스클리프: 그런게 아니라…….

시노, 시노! 진정해요!

시노: ……됐어. 마음대로 해.

아……! 시노! 잠깐……!

히스클리프: 괜찮아요, 현자님.

하지만…….

히스클리프: 저도 그런 장소에서 시노가 본의 아니게 무릎 꿇는 모습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아요. 이걸로 된거에요. 그러면 주말에는 잠시 방을 비우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파우스트: 히스가 귀국한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래서, 시노랑 싸웠다고?

네……. 괜찮을지 걱정되어서…….

파우스트: 흠……. 수업 중에도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 정말 귀찮은 아이들이야. 하지만 시노가 걱정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아. 저번의 싸움에서 동료의 반이 돌이 되었어. 그 중에는 히스의 스승도 있었지.

스승……?

파우스트: 돈을 노리고 블랑셰가에 접근해 시노와 히스의 스승이 된 것 같아. 기초도 모르고 대충대충. 약한 남자였다. 그래도 눈앞에서 돌이 됐다면 충격이었을거야.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야. 그걸 파헤치려는 무리에 히스를 앞에 내서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아. 현자의 권력으로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는 건가.


3화

 

권력…… 저에게 권력이 있나요……?

파우스트: 글쎄. 모르겠지만 히스의 친가, 블랑셰 가문은 왕가의 감시와 압력도 세니까.

대귀족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국왕과 사이가 안 좋은건가요?

파우스트: 대귀족이라서 그래. 국민에게 인기 있는 대귀족이라는 것은 왕가에게 위협적이니까.

카인: 게다가 현자의 마법사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겠지.

카인…….

카인: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어서 미안해. 너희들의 목소리가 들렸으니까. 손을 잡아주지 않을래?

나와 파우스트가 카인의 손을 만지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카인: 나도 중앙의 나라에서 질문 공세를 받았었어. 영웅이라고 칭송받기도 했었지만 기분은 개운하지 않았지. 나도 동료를 지킬 수 없었었어……. 기사인데.

바람이 불어와 태양이 구름에 가려진다. 파우스트와 카인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두 사람의 침묵은 그 어떤 말보다 지난 싸움의 두려움과 비참함을 일깨워줬다. 처음 만났을 때의 히스클리프가 생각난다.

 

 



히스클리프: 선생님을……. 파우스트 선생님을 도와주세요. ……윽…… 부탁드립니다……. 부디, 선생님을 도와주세요…….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했던 간절하고 애절한 그 눈빛.

카인: ……히스는 가장 많이 상처 받았었어. 그래서 파우스트……. 너를 살리려고 필사적이었다. 히스가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에 현자님이 마법서에 와줘서, 너가 살 수 있었던거야.

파우스트: ……저주로 식을 중지시킬까.

카인: 혹은 방에 올라가 히스를 데려간다던가…….

기, 기다려주세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가는 나중에 히스클리프에게 폐가 될지도 몰라요.

파우스트 / 카인: …….

히스클리프와 얘기해볼게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물어볼게 있어서요.

파우스트: 알겠다, 부탁하지.


4화

 

히스클리프: 현자님…….

출발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괜찮다면 차라도 좀 어떨까 해서 다과를 가지고 왔어요.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마침 휴식을 취하려고 했거든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여기가 히스의 방…….

▶ 저 도면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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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시계용 도면이에요. 취미로 회중시계를 만들거나 하거든요. 

 

그렇군요! 시계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해요.

 

히스클리프: 저 같은건 전혀……. 취미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니까요. 시계는 매우 정교한 기계로, 100개 이상의 부품이 정확하게 조합되지 않으면 바로 결함이 나와요. 세심한 손질을 하지 않으면 유지도 어렵고……. 아, 죄송합니다. 너무 떠들었죠.

 

아뇨. 재미있었어요.

 

(히스가 정신 없이 말할 정도라니……. 정말 시계를 좋아하는구나…….)


▶ 기계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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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많네요. 타입라이터에 축음기…….

 

히스클리프: 네…… 좋아하거든요. 정교하고 치밀한 장치가 있어 복잡하게 기능하는 물건들을. 마법같지만 제대로 구조가 있고 분해하면 답을 확실히 알 수 있어서……. 마법사나 영주 아들이 아니었다면 기게 장인이 되고 싶었는데. 


▶ 공방 같은 책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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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아하하……. 모처럼 부모님 곁을 떠났으니까 취미들로 잔뜩 꾸며볼려고요. 기계 조립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과학이나 공학이 발전하고 있는 서쪽 나라를 동경하고 있죠. 

 

그렇군요. 동쪽 나라는 자연이 풍부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쪽이라고 하면 반대쪽일거라고 생각했어요.

 

히스클리프: 샤일록한테도 그런 얘기 들었어요. 샤일록은 서쪽 나라의 마법사이지만 과학이나 기계보다 자연을 더 좋아한대요.

 

헤에, 사람마다 다르군요.


히스클리프: 지금, 홍차를 끓일게요. 루틸한테서 맛있는 홍차잎을 받았거든요.

감사합니다. 히스, 저는 지금 마법사의 모두들에게 본인에 대해서 물어보고 다니고 있거든요. 혹시 제가 갑자기 원래 세계로 돌아가게 되어도 모두에 대한 것을 현자의 서에 기록하고 싶어서... 다음 현자님이랑 모두가 금방 잘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히스클리프: …….

히스?

히스클리프: 아, 죄송합니다. 그런가……. 현자님은 언젠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버리는거군요. 나는 새로운 현자님과 지금의 현자님만큼 사이 좋게 지낼 자신이 없으니까…… 조금 외로워서…….

(히스……. 귀엽다…….)


5화

 

히스클리프: 죄송해요. 현자님도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으실텐데 이런 말 하면 안되겠죠…….

그런 거 아니에요. 기뻐요. 그래서…… 히스에 대해 자세히 들려줄 수 있나요?

히스클리프: 네. 에에…… 그러니까……. 히스클리프 블랑셰. 동쪽나라 출신으로 올해 18살입니다. 그 외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잘하거나 못 하는 것을 가르쳐 주시겠어요?

히스클리프: 잘하는 것은 기계를 만지는 세밀한 작업일까요? 궁중의 예절은 대충 기억하고 있어요. 못하는건…… 더러운 물건이나 장소 같은 건 질색이에요. 괴담이라던가 벌레라던가 깜짝 놀라는 것도.

저도 별로 안 좋아해요. 기계 만지기를 잘하다니 의외네요. 서쪽 나라가 기계가 발전했다고 들었는데.

히스클리프: 진짜를 만드는게 아니라 시계나 공방에서 만들 수 있는 그런 것들 뿐이에요. 저는 조금 기계를 동경하고 있어서…….

그렇군요.

히스클리프: 기계가 있어야 사람도 마법사처럼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모두가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되면 마법사에 대한 편견도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거 좋네요.

히스클리프: 하지만 어려워요. 서쪽 나라에서 유행하는 마나석을 이용한 마법 과학 같은 것도 문제가 많은 것 같고. 하지만 언젠가는.. 마법사에게나 인간에게나 좋은 문명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히스의 눈빛은 차분하면서도 새벽을 기다리는 나그네처럼 총명하고 사려 깊고 건설적이었다. 소극적인 미형의 도련님뿐만이 아니라 뛰어난 교육을 받은 사람의 넓은 시야와 조심스러운 건실함을 느낀다.

(성급하고 야심적인 시노와 충돌하는 것도 히스가 내성적이고 낯을 가려서가 아닌지……. 어른들만큼 세상을 보고 있으니까.)

히스는 어디선가 회중시계를 꺼냈다. 히스의 마도구다.

히스클리프: 이거, 아버지께서 주신 회중시계에요. 몇번이나 분해해서 원래대로 되돌리고…… 그런 작업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진정되어요.

시계를 분해하면 힘들 것 같네요.. 나라면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

히스클리프: 저도 처음에는 벌벌 떨었어요. 그렇지만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어서…… 이제는 저 자신보다 더 잘 압니다. 본인에 대해 알기는 어렵죠. 스승님에게도 자주 들었어요. 넌 뭐가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어 라고.

스승님께?


6화

 

히스클리프: 저와 시노의 마법 스승님이에요. 잭이라는 이름으로…… 일단은 고위 마법사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마법사는 사제지간을 맺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가, 그가 블랑셰가에 들렀을 때 저와 시노를 제자로 삼아달라고 부탁했죠.

그런거였군요. 그럼 역시 강한 마법사였나요?

히스클리프: 그게…… 그런게 아니라…….

에?!

 

(……그러보고니 파우스트에게 그런 이야기 들었었지...)

히스클리프: 카인이나 샤일록에게 들은겁니다만.. 마법사의 실태가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여 힘이 약한 마법사가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고위 마법사라고 속이고, 저주한 척 하고, 저주 받은 척 하고, 값비싼 주술집 부적집 책을 팔아치우고…….

그럼, 사기 당한건가요?

히스클리프: ……아마…….

히스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히스의 부모님은 그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아들의 고독을 달래기 위해 대충대충 소개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을 정도라니 인간들에게 마법사들의 세계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네...

그 잭이라는 사람은…….

▶ 지금 뭐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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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돌이 되었어요. 이전의 "거대한 재앙"과의 싸움에서....

 

……아……. 그렇군요……. 동쪽의 마법사 중 한 사람이었어……. 죄송해요…… 이상한 것을 물어봐서…….

 

히스클리프: 아니에요…….


▶ 어떤 사람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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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아버지는 자신만만하고 말솜씨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셨지만 저와 시노 앞에서는…… 뭐든 적당히 넘기고, 허세부리고, 술을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허풍쟁이에…… 잘난 척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꽤 잉여인간이었군……)


그 사람이 히스와 함께 "거대한 재앙"과 싸울 마법사로 뽑혀 마법서에 왔나요?

히스클리프: ……네. 마법관에 다른 마법사들을 만나서 그제서야 스승님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샤일록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그에게 가르침 받는 것 보다는 파우스트에게 부탁해서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이 낫다고……. 파우스트 선생님은 무서운 사람이라 긴장했습니다만 싫어하면서도 여러가지 가르쳐주셨습니다. 스승보다 제가 마력이 강하다는 것도.

그런거였군요…… 고위마법사라고 속인 잭씨에게 시노나 부모님은 화내셨나요……?

히스클리프: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신경 쓰이실 테니까……. 시노는 다른 일로 화가 나있었어요.

다른 일……?


7화

 

히스클리프: 저희들, 스승님에게 듣고 약속해버렸거든요. 반드시 서로를 지키겠다고.

약속…… 약속이라니. 분명 마법사는…….

히스클리프: 네.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습니다.

히스는 눈을 내리깔았다. 긴 속눈썹의 그림자가 새의 깃털처럼 뺨에 드러난다. 그는 흔들리는 그림자조차 아름다웠다.

어째서 잭씨는 약속을 하게 한건가요? 마력을 잃을 수도 있는데…….

히스클리프: 제자끼리의 유대를 다지기 위해서라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마력이 낮은 마법사가 제자를 모았을 때 쓰는 사기 수법 같아요. 스승의 정체를 알게 되어서 제자들이 화를 내도 한 사람을 쓰러뜨리면 그를 지키지 못한 나머지 한 사람의 제자는 모든 마력을 잃으니까. 스승은 안전하게 도망치고, 또 다른 제자를 모집할테니까요...

너무한 이야기다. 히스클리프와 시노의 우정은 진짜일텐데. 나는 안타까워졌다. 서로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있었을텐데 그것을 제대로 말로 전달하기 전에, 적당한 계약으로 무리하게 결합시켜서…….

(두 사람이 서로의 우정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것이 원인의 하나가 되어 있는걸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약속해버린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쁜 약속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시노와 히스는 친구니까……. 자연스럽게 서로를 지켜나가겠죠?

히스클리프: ……그렇지만 그건……. 이런 형태로 약속해버리면 의미가 달라져버리기 때문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면서 손 끝을 움직이고 있었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말을 찾고 있는 것 같다.

히스클리프: 저는…… 마력을 잃을 방법이 있다면 누군가와 적당한 약속을 하고 깨고 싶었어요. 마법의 힘은 편리하지만 마법을 환영해주는 사람보다 환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키워주신 부모님께 폐를 끼치느니 아예 없애버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런 약속은 어길 수 없어……. 시노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못하겠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싫어하는 자신을 그만두는 방법이 있는 점…….

히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고민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깊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마법사는 사랑하는 부모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이고 소중한 친구와의 유대감 그 자체니까. 그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가시밭길처럼 그의 영혼을 묶고 있다.


8화

 

히스는 나와 눈을 맞추고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히스클리프: 죄송해요, 현자님. 이런 이야기…… 신경 쓰이게 해버렸네요. 식에 참석한다는 말도……. 그래서 방으로 찾아주신거죠? 파우스트 선생님이나 카인…… 시노도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괜찮아요. 여러 가지 말을 듣는 것에는 익숙해졌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상처받는 것은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이다.

▶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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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현자님…….

 

히스에게 결석을 한다던가 부모님과 이야기한다던가 여러가지 생각해봤습니다만…… 히스 쪽이 훨씬 복잡할테고……. 무책임한 제안이 되어 버릴 것 같아서... 결국 저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게 되어서…….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죄송해요…….

 

히스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히스클리프: 기뻐요……. 저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다니. 제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구원받은 기분이에요.


▶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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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에?

 

그…… 저의 권력으로 식을…….

 

히스클리프: 혀, 현자님. 그럴만한 권력 있으신가요……?

 

잘 모르겠지만……. 식에 출석하는 것으로 히스가 인간이나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면 가지 않았으면 해요…….

 

히스는 놀란 듯이 눈을 깜빡이며 살짝 웃었다. 아주 예쁜 미소였다.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현자님. 그 말만으로도 충분해요.


히스클리프: 괜찮아요. 당신이 우리에 관한 것을 현자의 서에 기록할 수 있도록…… 저희와 함께 싸웠던 동료가 훌륭한 마법사였음을 모두에게 알리고 오겠습니다.


9화

 

하아…… 결국, 히스의 힘이 되어주지 못했어…….

시노: 현자.

시노…… 히스와 화해했나요?

시노: 아직. 그 녀석이 동쪽 나라에 가기 전에는 할거야.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히스도 쓸쓸할테니까요.

시노: 치사하잖아. 나를 두고 가는 것은 언제나 저 녀석 쪽이야. 나를 의지해주지 않아.

…….

시노: 히스 본인은 자랑하지 않지만 저 녀석은 머리도 좋고 얼굴도 좋아. 나라에서도 이름난 귀공자다. 마법사라는 것 때문에 불평받지 않게 뭐든지 완벽하게 해왔어. 저 녀석을 비웃는 놈을 난 용서 못해. 막지 마, 현자. 난 반드시 따라갈거니까.

……알겠어요. 히스가 떠날 때 시노도 데려갈 수 있도록 저도 설득할게요.




그리고 히스가 동쪽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 절대 설득하겠다고 나와 시노는 씩씩거렸다. 나약하고 착한 히스를 지켜주겠다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히스는 훨씬 더 센 것 같다. 우리 앞에 나타난 히스는 허약함을 떨치고 완벽한 몸가짐과 점잖은 웃는 얼굴로 빈틈없는 귀공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히스클리프: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현자님.

아…….


10화

 

우아하게 웃는 히스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압도당했다. 히스는 내 옆에 있는 시노에게 시선을 돌린다.

히스클리프: 시노. 아버지와 블랑셰 가문에 먹칠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나?

강한 눈으로 시노를 쳐다본다.

시노: ……맹세하지.

부드럽게 눈을 가늘게 뜨고 히스는 미소 지었다.

히스클리프: 그렇다면 따라와. 너가 필요해.

그 때의 시노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빗자루를 꺼내 히스가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두 사람을 올려다보고 나는 크게 손을 흔들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히스클리프: 네! 아…… 현자님. 부탁할게 있어요!

뭔가요? 뭐든지 말해보세요!

당황한 듯 하늘을 선회해 빗자루를 탄 히스가 다시 눈앞에 돌아온다.

히스클리프: 제가 돌아올 때까지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지 말아주세요. ……서…… 선물 사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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