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자, 대면.
……어째서 라스티카에게 그런 말을?
빈센트: 그런 거라니?
종자를 붙인다던가……. 다른 마법사에게 말한 적 없었는데.
빈센트: 우리 나라는 예술가를 중시한다. 라스티카 페르치에게는, 당신도 정중히 대해주기를.
나는 드러몬드 씨를 돌아보았다. 그도 사정은 잘 모르는 듯했지만 자꾸만 고개를 끄덕였다.
드러몬드: 그렇습니다. 저희 나라는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문화적인 국가니까요. 예술가나 학자는 출신을 불문하고 중용합니다.
……그것 뿐인가요?
빈센트: 당연하다.
빈센트 씨는 옷깃을 여미었다. 등을 펴고 짧게 숨을 내쉰다. 어딘가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지치셨나요? 조금 쉴까요?
빈센트: 아니, 빨리 끝내도록 하지. 다음이 마지막이겠지.
빈센트 씨의 눈빛이 강한 결의와 각오를 품고 날카로워진다.
빈센트: 북쪽 마법사들과 만나겠다.
북쪽 마법사들을 만나려고 하니 긴장한건가. 그런 거라면 편안하게 해주려고 빙긋 미소를 짓는다.
괜찮아요. 무서워하지 않아도.
그는 슬며시 나를 쳐다봤다.
빈센트: 겁내지 않았다. 나를 모욕할 생각이라면, 아무리 현자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겠다.
모욕이 아니라 조언이에요. 겁을 먹으면 오히려 기뻐해서…….
빈센트: 겁을 먹어?
아니, 그게…….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할까…….
빈센트 씨를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나는 할 말을 찾으며 말했다.
진지하게 준비하면 오히려 기뻐해요. 그들은 두려워하고…… 자신들이 거물로 보이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으니까.
빈센트: ……그러면 어떡하면 좋지?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북쪽의 마법사들을 화나게 하거나 도발하는 일은 하지 말고 조용히 지켜봐 주세요.
북쪽 마법사들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테이블에 진열된 호화로운 음식을 마구 먹어치우고 있는 이들에게 편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브래들리: 여, 현자. 오늘은 네로의 기분이 좋았나? 음식이 줄지어 있다고!
미스라: 아, 좋은 때에 오셨네요. 이것 좀 더 가져다 주세요.
오웬: 나도. 저기…… 이 병든 소의 피 같은 검붉은 소스 가져와.
브래들리: 소스만 준비하면 어떡하라고.
오웬: 마실거야.
미스라: 저도 육즙만 마셔봤는데.
브래들리: 기분 나쁜 이야기 하지 마.
스노우: 화이트 쨩, 아앙.
화이트: 스노우 쨩, 아앙.
스노우 / 화이트: 우물우물, 맛있어~!
하지만 그들은 곧 빈센트 씨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미스라: 응? 누군가요, 당신.
오웬: 어디서 봤는데, 그 싫은 얼굴.
브래들리: 하하, 마법사를 싫어하는 국왕의 남동생이군? 스스로 악당의 둥지로 오다니 좋은 배짱이잖냐.
편안한 공기가 금방 따갑고 호전적이게 변했다. 빈센트 씨는 허리를 바짝 폈다. 그뿐만이 아니라 드러몬드 씨와 콕로빈 씨도 몸을 굳히고 있다. 마른 침을 삼키고 뺨을 세게 하고……. 북쪽의 마법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리액션이다. 북쪽 마법사들은 신이 났다. 뒤숭숭한 기색을 걸치며 훌쩍 일어서고, 지금이다, 라며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2화 현자의 비책
어라어라!?
스노우: 무슨 일인가, 현자.
화이트: 무슨 일이 있었나?
오늘 스노우랑 화이트, 엄청 귀엽지 않아요!?
스노우 / 화이트: …….
두 사람은 흠칫 움직임을 멈춘 뒤 히죽히죽 웃었다.
스노우: 알아챘어~?
화이트: 오늘 아침에 스노우랑 같이 스킨케어 했거든~.
과연 그렇군요! 볼이 백설같은 빛이었어요!
스노우: 백설이래~!
화이트: 부끄럽네~!
스노우 / 화이트: 꺄꺄!
스노우와 화이트는 신이 나서 서로의 손과 손을 모아 하늘을 날았다. 미스라가 그 광경을 어이없다는 듯 올려다본다.
미스라: 귀엽나요? 평소와 다름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 미스라!
미스라: 뭔가요, 현자님.
뭐랄까 미스라, 오늘 멋지지 않아요?
미스라는 움직임을 멈췄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스라: 그런가요?
그래요! 오늘은 한층 더 멋있어요. 역시 북쪽의 미스라네요!
미스라는 만족스러운 듯 머리를 살짝 쓸었다.
미스라: 네, 뭐 그렇죠.
브래들리도 훨씬 남자다워! 그 식은 죽 먹기라는 듯한 태도, 와일드함에 반할 것 같아요!
브래들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다음 순간, 히죽 웃는다.
브래들리: 그러냐?
그래요! 저, 현자가 아니었다면 보스의 졸개가 되었을 거예요!
브래들리: 훗……. 꽤 알고 있잖냐. 뭐, 이거 먹어라.
와! 후라이드 치킨이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후라이드 치킨을 우물우물 먹으면서 오웬을 쳐다보았다.
……오웬! 오늘도 성격이 나빠 보이네요!
빨리 먹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지켜보던 오웬은 움직임을 멈췄다. 다음 순간 피식 웃는다.
오웬: 후후, 뭐 그렇지.
분명 상상도 못할 것 같은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겠죠! 위협하지 말아주세요~!
오웬: 어떻게 할까. 현자님의 우는 얼굴, 오랜만에 보고 싶을지도.
히에~! 용서해 주세요~ 모두들 무서워~! 분명 마법 훈련도 엄청 무섭겠지! 와~! 절대로 보고싶지 않아!
나는 한껏 겁을 먹은 척 하며 북쪽 마법사들을 접대했다. 얼굴을 가리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든다. 손가락 사이로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니 뭔가 소곤소곤 상담하고 있었다. 즐거운 듯이 미스라가 웃는다.
미스라: 보여드릴까요.
에에에!? 괜찮나요!? 저, 죽는 거 아닌가요!?
오웬: 글쎄, 그건 앞으로의 즐거움이지.
브래들리: 흐흥, 후회해도 모른다고.
그들은 나쁜 얼굴을 하면서 웃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각자의 마도구를 출현시켰다.
(다행이다! 시찰해 줄 것 같아! 나중에 안뜰에서 조금만 마법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저기, 모두들. 괜찮다면 배부른 후에라도 상관 없으니, 안뜰에서 조금만 마법을 보여…….
빈센트: 조금이라고? 최대한의 힘을 보여라.
아, 안돼요!
갑자기 이야기에 끼어들어 온 빈센트 씨에게 나는 황급히 돌아섰다. 북쪽 마법사들의 우호적인 태도를 보아서인지 빈센트 씨는 긴장을 풀고 있었다. 팔짱을 끼면서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불쑥 미스라가 빈센트 씨와 내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미스라: 저의 최대한이라고 말했나요?
아, 안했어요.
빈센트: 나는 했다.
빈센트 씨, 곤란해요. 최대의 힘이라고 하면 과장의 표현이 아니라 마법관이 날아가버릴 거예요.
말하고 있는 곁에서 미스라의 마도구인 수정 구슬은 이미 이상한 옅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팽팽한 미스라는 자신감 넘치고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스라: 맡겨주세요. 마법관은 커녕 성도 기와로 만들어 주죠. 봐요, 그, 서임식 했던 곳이라던가.
빈센트: …….
3화 할 마음이 들게 하지 말아줘
미스라, 저기, 그랑벨 성은 이분들의 왕성이에요…….
미스라: 상관 없어요. 바로 해버릴게요.
힘찬 대답이다. 빈센트 씨가 눈썹을 찡그리며 팔짱을 낀다.
빈센트: 허세가 아닌가?
미스라: 허세? 잘도 말해주네요.
잠깐, 저기, 어째서 도발하는 듯한 말을 하는 건가요……. 미스라는 정말로 하는 사람이라고요.
미스라: 저는 정말로 하는 사람이에요.
빈센트 씨는 팔짱을 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연다.
빈센트: ……서임식을 열기 전, 거대한 새 마물이 그랑벨 성을 덮친 적이 있었다.
스노우: 토비카게리로군.
화이트: 월식의 관에서의 소환식에서 나타난 괴물일세.
빈센트: 그 괴물의 공격으로부터 훌륭하고 거대한 결계를 세우고 성을 지켜낸 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스노우: 후후후, 숨길 게 뭐가 있었나. 우리를 말하는 걸세.
화이트: 호호호, 우리들의 결계는 강하니까.
빈센트: 너희들이 그 결계를…….
스노우 / 화이트: 그렇다.
빈센트: 그러면 미스라의 공격을 너희들의 결계로 막아보는 건 어떤가?
스노우: 바보.
화이트: 바보 녀석.
빈센트: 바보라고!?
스노우: 우리를 죽일 셈인가.
미스라: 저는 상관 없어요.
화이트: 다물고 있게나, 미스라. 왕제여, 미스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즈 뿐이다.
스노우: 그렇다, 바보 녀석. 노인을 소중히 대하도록.
빈센트: …….
빈센트 씨는 입가를 쓰다듬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른손을 들어 오웬과 브래들리를 가리킨다.
빈센트: 그들은 어떻지?
잠깐, 빈센트 씨…….
미스라: 쉬워요.
오웬: 하?
브래들리: 다시 한 번 말해봐.
오웬과 브래들리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최고 상태인 미스라는 손끝으로 그들을 불러들였다.
미스라: 덤비세요. 실제로 그렇게 되게 해드릴게요.
오웬: 죽인다.
브래들리: 얕보기나 하고.
사…… 사이 좋게! 사이 좋게 지내요! 여러분, 아직 식사중이셨죠!? 사슴 고기 먹을 사람!
미스라: 아, 먹을래요.
세 사람을 다시 한 번 식사가 나란히 서있는 테이블로 돌려보낸 다음, 나는 빈센트 씨에게 다가갔다.
빈센트 씨, 부탁이니까 제발 도발할 만한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그들이 싸우면 큰일이에요! 제발, 힘을 비교하는 듯한 말은 하지 말아요…….
빈센트: 그들의 마력 세기의 순위를 알고 싶다.
그런 화제, 여기서는 불가능해요! 모두 자신의 강함에 자존심이 있으니까요!
와앗…….
문득 내 어깨에 좋은 냄새가 나는 무게가 실렸다. 후라이드 치킨을 잡은 브래들리의 손이었다. 팔걸이처럼 내 어깨를 사용하여 바로 뒤에서 말을 걸어온다.
브래들리: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는 대충 파악하고 있어.
그런가요? 하지만 아까 미스라에게 화를 내서…….
브래들리: 덤비라는데 실실 웃는 놈이 있겠냐? 간단한 선물이라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라고 하라고?
확실히…….
오웬: 자신의 강함과 상대의 강함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멋없어. 기사님처럼.
오웬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꿀빛 눈동자가 빛난다. 꿀빛 눈알은 그가 카인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과거, 마법사라는 것을 숨기고 기사단을 이끌던 카인을 오웬이 덮친 것이었다.
스노우: 카인인가. 중앙의 마법사는 용감한 만큼 힘의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면이 있으니까.
브래들리: 그 녀석이 오즈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마력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겠지.
이런이런이라며 어깨를 들썩이며 스노우와 브래들리가 담소를 나눈다.
4화 랭킹 개막
바로 카인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불쾌한 듯 일그러뜨리며 오웬이 말했다.
오웬: 마법을 쓰기 시작한지 1, 2년의 상대에게는 너무 높은 욕망이잖아. 주문을 외운 연수는 미틸이 더 길어. 아기를 상대로 신나게 굴지 마.
브래들리: 네가 말한거야…….
나는 북쪽의 마법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곧 싸우지만 결코 생각 없는 성질이 아니다. 그들의 말대로 서로에 대해 냉정한 관철안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빈센트 씨가 신경 쓰고 있던 모두의 마력의 강도는, 향후를 위해서 나도 알아 두고 싶다.
……그러면 모두가 괜찮다면 마법관에 있는 21명의 힘의 세기의 순서를 말해줄 수 있나요?
미스라: 상관 없어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제일 강한 마법사부터…….
미스라: …….
브래들리: …….
오웬: …….
스노우: 현자여, 그대가 마음에 그리는 자가 있겠지.
화이트: 그게 맞는 것일세.
네, 네…….
(역시 말하고 싶지 않네……)
빈센트: 어째서 명료하게 말하지 않지. 오즈가 아닌가?
스노우: 왕제여, 그대가 인기 있는 왕족을 묻고 아서라는 대답을 듣고 싶지는 않겠지.
빈센트: 아서는 정치를 모르는 학문이 없는 자들이 좋아할 뿐이다. 국내 외 명사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나.
미스라: 네네. 그 기분, 알아요.
브래들리: 지금 세계 제일의 마법사는 오즈지만…….
오웬: 조만간 내가 될 거야.
화이트: 현자여, 위부터가 아니라 아래부터 순서대로 하는 것이 어떻겠나.
스노우: 명안일세. 1등이 누군지 설레면서 발표를 기다릴 수도 있고.
빈센트: 그러니까, 첫 번째는 오즈가 아닌가. 왜 확실하게 말하지 않지.
드러몬드: 빈센트 님, 여기는 잠깐 잠자코…… 이 녀석들에게 맡기도록 하죠.
빈센트: ……알았다. 아래부터 얘기해 보도록.
팔짱을 낀 빈센트 씨에게 오웬이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오웬: 잘난 척이나 하고…….
오웬: 저기, 현자님. 순서를 정하는 기준은? 싸운 후에 살아있는 순서면 돼?
그렇게 물어보면…….
오웬: 미틸과 리케가 서로 죽였을 때, 살아있는 쪽으로 되냐는 뜻.
나는 눈썹을 숙였다.
뭐, 그렇네요…….
오웬: 뭐야 그 얼굴.
슬픈 순위라고 생각해서…….
스노우: 서로 죽이기……. 서로 죽이기인가. 그렇게 하면 꼴찌는 미틸이나 클로에겠군.
클로에?
최연소인 미틸이면 몰라도, 클로에의 이름이 나온 것은 의외였다.
화이트: 클로에는 가사 마법을 쓸 수 있다. 연마하면 전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스노우: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라면 가사 마법을 쓸 수는 없으니.
듣고 보니……. 클로에는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싫어하니까요.
화이트: 그렇네. 서쪽의 마법사는 원래 공격적인 기질이 아니야.
스노우: 아무리 미운 상대라도, 파괴하고 훼손하는 것보다는 변질, 변용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화이트: 미운 상대이기 때문이지. 서쪽의 마법사는 그것을 존중한다.
화이트는 의미 있는 듯 스노우를 쳐다봤다.
화이트: 압도적인 마력 아래 엄청난 공격을 받고 패배하면, 그대로 돌이 될 뿐이다. 그러나 서쪽 마법사는 현혹되며 넋을 잃고 말지. 과거의 모습을 빼앗고 변질시키는 것. 어느 쪽이 더 잔인하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스노우.
스노우와 화이트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한 쌍둥이 마법사다. 하지만 서쪽 마법사 무르에게 '고독을 모르고 있어도 되냐' 라는 말을 듣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스노우는 고독함을 동경하며 이별을 원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화이트는 스노우를 죽이려고 한 것 같다. 그 결과, 화이트가 죽어버렸고 지금은 유령이 되어버렸다.
싸늘한 화이트의 말에 스노우는 귀찮은 듯 눈썹을 기댔다.
5화 VS 서쪽 마법사
스노우: 누구의 말인가. 무르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자기 신세를 망쳤을 뿐인 이야기.
화이트: 망친 것은 나로구나.
스노우: 나와 그대는 하나일세. 그대가 망하면 나도 망한다. 즉, 하고 싶은 말은…… 서쪽 마법사는 승패를 추구하지 않는다. 놈들이 원하는 진리나 아름다움을 찾아서 별도 목숨도 세계도 저울질해서 무슨 짓이라도 하지. 그래서 힘의 세기를 재기가 어렵다. 클로에는 미틸도 죽이지 못하겠지만, 오즈의 숨통을 끊을지도 모른다. 이상의 일착을 위해.
그렇게까지 말하고 스노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스노우: 호호호, 옷 때문에 목숨을 잃는 오즈인가. 상상하니 재밌군.
화이트는 이마에 핏대를 띄우고 브래들리의 무릎 위에 뒹굴었다.
화이트: 조금도 재미없어.
브래들리: 비켜, 썩을 영감.
화이트: 너무해! 브래들리 쨩!
브래들리: 뭐, 하는 말은 알겠네. 서쪽 마법사의 힘의 세기는 재기 힘들지.
미스라: 서쪽 마법사와 싸울 때는 대개 자신답게 완벽하게 싸울 수 없으니까요. 저는 이제 서쪽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온 힘을 다해 찌그러뜨려요. 본인답지 않은 상태는 싫어서.
브래들리: 거짓말. 너, 멍하니 있다가 금방 걸려서 상태 이상이 되잖아.
화이트: 미스라 쨩은 서쪽의 마법사의 네 주목~! 이라는 곳에 바로 걸리는 타입.
스노우: 어쩔 수 없지……. 우리들 북쪽의 마법사, 언제나 마음이 열려 있어서.
브래들리: 샤일록의 매료에 걸려서 꼴사나운 추태는 부리고 싶지 않아…….
오웬: 그거, 완전 싫어……. 절대 걸리고 싶지 않아…….
화이트: 나는 무르의 도발에 걸려 무한대로 히트업하는 것이 두렵군…….
미스라: 무르 정도는 죽일 수 있잖아요.
화이트: 그래서일세! 이성으로서는 저 정도의 재인, 죽게 하기에는 아깝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도발에 실려 돌로 만들어 버린다면…… 이 세상에 악명을 남기게 된다…….
오웬: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아직도 신경 쓰는구나.
화이트: 그대들도 유령이 되면 안다. 살아 있을 때의 흑역사는 사후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이네. 애제자인 피가로 쨩도 문화인이니까 가차없이 우리를 경멸할 테고…….
스노우: 괜찮아. 그 아이도 발끈하면 손대는 타입이다. 그 후 자기혐오에 빠지잖아.
미스라: 서쪽 마법사의 무언가가 싫어서, 싸우기 전에는 왠지 바보 같은데……. 도중부터는 왠지 내가 바보같이 되어버리는 것 말이네요.
브래들리: 알지.
스노우: 그거.
화이트: 바로 그거.
오웬: 하지만 동쪽의 마법사는 서쪽의 마법사에게 좀처럼 안 걸리지 않아?
브래들리: 신중하고 경계심이 강하니까.
화이트: 그러니 서쪽 마법사들이 동쪽 마법사들을 좋아하는 것이겠지.
미스라: 그러니라뇨?
스노우: 북쪽의 마법사도 자랑스럽고 좀처럼 굴복하지 않는 중앙의 마법사를 좋아하지 않는가.
미스라: 그렇지 않아요. 그렇죠, 오웬.
오웬: 뭐…….
브래들리: 동쪽의 마법사는 서쪽의 마법사의 속임수가 통하지 않아. 공포심이나 호신이라는 것은 만일의 경우 우수한 무기가 된다. 의외로 동쪽 도련님이 서쪽의 무르를 돌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빈센트: 엣헴.
빈센트 씨는 헛기침을 했다. 모두의 주목을 받은 후에 어깨를 뜸들여 양팔을 벌린다.
빈센트: 줄줄 무슨 소리지? 맞선이라도 시작하는 건가?
북쪽의 마법사도 질세라 어깨를 맞대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브래들리: 지금의 몸짓, 서쪽의 마법사 같았지.
미스라: 노린 걸까요?
오웬: 이상한 녀석.
6화 강함을 정한다면
빈센트: 마력의 세기는 언제 알 수 있지?
브래들리: 시끄럽네. 지금 얘기하는 중이잖아. 우선 미틸, 클로에, 루틸……. 리케와 루틸은 공격 마법이라면 리케의 쪽이 더 위인가. 미틸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웬: 클로에가 조금 더 위 아니야? 남쪽 마법사 이하는 없어. 미틸이나 루틸이 약해.
미스라: 그 두 사람은 강해요.
오웬: 하?
미스라: 저 다음으로 강해요.
브래들리: 거짓말 치지마. 치렛타의 아이라고 해서 너무 많이 잡았잖아.
화이트: 뭐, 루틸은 제법 빠르니까. 잡히지 않는 한 지지 않는다. 계속 도망치고 있으면 돼.
스노우: 도망갈 수 있는 것도 충분한 장점이니 말이다.
오웬: 리케는 숨기고 있지만 공격 마법을 즐겨. 쓸데없는 소리를 그만두고 즐기면 강해질텐데.
미스라: 파괴를?
오웬: 맞아. 부수는 건 재밌지. 방해되는 것이 없어졌을 때 개운하지 않아?
잡담이 끝나지 않아 빈센트 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빈센트: 뭐야. 조금 더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나. 찻집의 이야기처럼 되어버렸다고.
미스라: 차 마시는 이야기, 좋네요. 여기 앉으세요.
미스라는 빈센트 씨를 강제로 의자에 앉혔다. 빈센트 씨의 표정은 창백하다. 오웬과 브래들리도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오웬: 루틸이랑 미틸도 그 근처잖아. 그리고 레녹스도.
브래들리: 그 녀석의 말은 어렵지. 죽일 수 있느냐 죽일 수 없느냐가 기준이라면 그 녀석, 할 수 있으려나.
미스라: 눈이 시들해졌잖아요. 약해요, 양치기.
브래들리: 마력은 약하지만 몸으로 싸우는 것에 엄청 익숙해.
브래들리는 몸을 내밀며 말했다.
브래들리: 그 부분이 엄청 재밌단 말이지. 체술에 익숙한 인간도 이 정도는 못할거야.
오웬: 유난히 엄청 칭찬하잖아.
브래들리: 궁리 기술이니까. 살기 위해 궁리하는 녀석은 좋아해. 중력을 응용하는 거야.
미스라: 중력을 조종한다는 건가요?
브래들리: 그런 마력 없어. 마법을 멈추고 낙하하는 거야. 그걸 체술과 조합하고 있어.
미스라: 헤에.
브래들리: 창이나 곤봉을 사용하잖아? 그런 움직임을 하고 있어. 첫 번째 분은.
미스라: 첫 번째?
브래들리: 마법을 쓰는 걸 잊어버리는 거야.
오웬: 어째서? 마법사라는 걸 잊은 거야?
브래들리: 몰라.
미스라: 창인가. 당신의 눈알을 가진 사람도 분명히 검을 가지고 있었죠.
오웬: 눈알을 가진 사람이라니 뭐야. 기사님 말이지.
미스라: 그와 레녹스라면 어느 쪽이 강하다고 생각하나요?
브래들리: 레녹스.
스노우: 레녹스.
화이트: 카인.
오웬: 카인이잖아.
북쪽 마법사들은 동료들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탁상에 꺼낸 마나석을 늘어놓았다. 배팅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오웬: 뭐라는거야. 마력의 세기는 기사님이 위야.
브래들리: 그 녀석은 마법을 잘 못 써. 경험의 차이로 양치기가 기사의 목을 잡을거다.
오웬: 지금은 그렇지. 장래는 몰라. 지금도 이길 수 있을지도.
화이트: 미스라는 어느 쪽인가.
미스라: 지금으로서는 레녹스려나요. 그가 강하지 않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브래들리: 좋았어. 그러면 게임 시작할 때까지 돌은 내가 맡아놓는다.
오웬: 좋아.
게, 게임이라뇨? 설마 카인과 레녹스를 겨루게 할 생각은…….
브래들리: 괜찮아, 괜찮아. 안 해 안 해. 그래서 다음은?
스노우: 히스클리프와 라스티카.
7화 격렬해지는 의론
브래들리: 어려운 게 왔네!
오웬: 라스티카지. 그 녀석, 강했어. 아, 하지만…….
화이트: 히스클리프는 신중하지. 서쪽 마법에는 현혹되지 않아.
스노우: 라스티카도 손을 놓치니까. 만일의 경우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성품일세.
미스라: 으음…… 어느 쪽으로 할까.
미스라가 손바닥 위에서 마나석을 재잘재잘 움직인다. 역시 드러몬드 씨가 화났다.
드러몬드: 너희들! 빈센트 전하 앞에서 내기라니 무슨 일이냐!
오웬이 혀를 차며 슬쩍 드러몬드 씨를 노려본다.
오웬: 시끄럽네. 혀를 빼서 입을 다물게 해줄까.
드러몬드: 뭐……!
오웬: 다음으로 가자, 다음. 음악가와 귀공자의 싸움은 어려워. 진짜 결말은 나밖에 모를테고.
브래들리: 무슨 뜻이야?
오웬: 흐흥, 비밀.
스노우: 그러면 여기서 하나, 흥이 날 것 같은 걸로.
스노우: 중앙의 아서와 동쪽의 시노.
브래들리: 오오! 오늘의 주역이군! 어느 쪽으로 할까…….
미스라: 아서죠.
오웬: 시노야.
미스라: 아서예요. 아서 쪽의 마력이 강하니까요.
오웬: 경험이 부족해. 게다가 그 왕자님, 위험하잖아. 시노는 동쪽 마법사치고는 베는 편이지만 왕자님에 비하면 신중해. 확실하게 체력을 깎아. 그 낫으로 먼저 왕자님의 다리를 노리겠지.
브래들리: 알 것 같네. 그 녀석은 그런 점이 좋지. 촌스럽고 고지식적인 점이.
오웬: 그렇지. 시노는 뒤에서 벨 수 있어. 왕자님은 못 해. 못하는 게 있다는 건 치명적이야. 수단이 적은 놈부터 당한다. 시노가 이겨.
미스라: 그렇다고는 단언할 수 없어요. 두려움을 모르고 망설임이 없는만큼 아서에게는 기세가 있으니까요. 마력도 충분히 있고 마법도 익숙해요. 충분히 첫손으로 결판을 낼 수 있다.
브래들리: 정공법으로 걸려오는 타입이다. 화이트, 넌 어떻게 생각해?
화이트: 으으음…… 단기전이라면 아서, 장기전이라면 시노인가.
드러몬드: 적당히 하지 못하겠나, 너희들! 아서 님은 중앙의 나라의 왕자님이시다! 게다가 여기 계신 빈센트 전하의 조카이기도 하다!
미스라: 조카라니?
빈센트: …….
미스라: 조카란 뭔가요?
빈센트: ……형제의 자식이다.
미스라: 중앙의 나라에서는 조카에게는 걸지 않나요?
빈센트: 하?
미스라: 저는 걸게요. 북쪽의 마법사라서.
오웬: 조카의 의미도 모르면서 뭘 멋 부리는 거야.
브래들리: 마나석 내놔, 마나석. 그럼 다음 대전이다.
브래들리: 파우스트와 샤일록.
미스라: 저주상이죠.
화이트: 샤일록이 아닌가?
오웬: 으음…… 저주상 아니야? 수단도 많을 것 같고 집념이 많아 보여.
스노우: 아니, 샤일록이다. 1500년이나 살지 않았는가. 샤일록에게 걸리면 파우스트 따위는 귀여운 법이지.
브래들리: 확실히, 샤일록은 교묘하지만 저주꾼은 서쪽이 서투른 동쪽 마법사다. 조심스레 현호고디지 않아. 게다가 은둔형 외톨이처럼 굴지만 사명을 완수할 마음가짐과 담력이 있어.
스노우: 아니아니, 그대들은 서쪽 마법사의 무서움을 몰라. 샤일록의 부드러운 품위 때문에 속아지기 쉽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은 정염 뿐이다. 득실도 생사도 때려내며 미학과 정염만으로 살아왔다. 그 깊이는 헤아릴 수 없지.
오웬: 그걸 말한다면 네로도 이상해. 걔는 시노보다 약해 보이지만 샤일록보다 강해 보일 때가 있어. 곧 항복할 것 같은데 돌이 되어도 거역할 것 같은 느낌도 들어. 네로는 뭔가 이상해.
브래들리: 알아.
오웬: 네로는 누구와 대전 시킬 거야? 무르?
화이트: 네로는 화가 난다면 무르를 제대로 돌로 만들겠지.
8화 겹쳐지는 기억
미스라: 네로, 미틸에게도 질 것 같은데요. 의욕이 없지 않나요, 그 사람. 마음만 먹으면 같이 싸우기 쉬울 것 같지만.
브래들리: 알아.
오웬: 라고 할까, 어떻게 싸우게 할 건데.
미스라: 그때 생각하면 되죠.
오웬: 그런 말이나 하고. 그것도 결말이 나지 않았잖아.
브래들리: 그거라니?
오웬: 브래들리랑 피가로.
쌍둥이가 브래들리를 돌아보았다. 브래들리는 웃고 있었다. 얇은 입술을 쓰다듬으며 턱을 당긴다.
브래들리: 헤에, 어느 쪽에 걸었지?
오웬: 피가로.
미스라: 저는 브래들리에게.
브래들리: 이유는?
오웬: 피가로는 약한 척 하지만 난 안 속아. 저 녀석은 잔인해서 용서가 없어. 브래들리, 너는…….
오웬은 말을 멈추고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연민을 닮은 눈빛을 떠올리며 논한다.
오웬: 너는 틀릴 것 같아. 언젠가, 치명적으로.
브래들리: 헤에?
오웬: 죄수 따위가 되어서, 지금도 틀린 걸지도 모르지만.
브래들리: 과연. 미스라, 너는?
미스라: 뭔가요?
브래들리: 나에게 건 이유는?
미스라는 비스듬히 천장을 바라본다. 팔짱을 끼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미스라: 피가로가 약해진 것 같아서요.
나는 귀를 의심했다. 빈센트 씨가 눈썹을 움직인다.
……피가로가 약해졌다고요?
미스라: 네. 구멍난 통 같은 느낌이에요. 어떤 생명을 몸에 넣어도, 생명이 새어나갈 것 같은.
브래들리: 하하…….
브래들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흔들었다. 어떤 종류의 미소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
미스라: 지금이라면 브래들리가 피가로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할 건가요?
브래들리: 뭘?
미스라: 복수 말이에요. 당신의 동료들은 거의 다 돌이 되었죠. 피가로와 이 쌍둥이들에게. 복수하지 않나요?
스노우: 이봐이봐, 미스라 쨩.
화이트: 자극하지 말게나.
미스라: 자극 따위 안 했는데요.
둔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미스라가 쌍둥이를 쳐다본다. 나른한 그에게는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분노나 경멸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불타는 보석처럼 짙은 녹색의 두 눈.
미스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신들이 인간의 편을 들다니.
쌍둥이는 같은 얼굴로 웃고 있다.
스노우: 어째서지.
화이트: 우리들은 인간을 귀여워하고 있었다.
스노우: 인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이트: 우리들은 태고부터 우리의 규율 아래 인간을 지키고, 마법사를 심판하고 있었다.
스노우: 호호호, 우리들의 규율 아래, 마법사를 지키고 인간을 심판한거였나.
미스라: 몰라요. 당신들이 뭘 하던 상관 없어요. 하지만 그건 싫은 느낌이었어요.
오웬: 그거라니?
미스라: 중앙의 나라로 끌려가는 브래들리를 봤었거든요. 어디서였나, 눈보라 속……. 알고 있었나요?
브래들리: 아아.
스노우: 알고 있었다.
화이트: 그대가 덮쳐오는 것이 가장 두려웠지.
미스라: ……잠깐 망설였지만요. 그런 사이도 아니었고.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처럼 미스라가 내뱉었다. 브래들리는 어깨를 들썩였다.
브래들리: 뭐 그렇지.
9화 그가 보인 분노
오웬: 이상한 이야기네. 피가로도 스노우와 화이트도 충분히 악당이라고 하는데, 감옥에 갇힌 건 브래들리.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있잖아, 오즈는 감옥에 못 가? 너희들은 우리도 심판할 셈?
엷은 웃음을 짓는 오웬에게서도 미스라와 같은 초조함과 분노를 느꼈다. 가볍게 어깨를 뜸들여 보인 쪽은 브래들리였다.
브래들리: 이 녀석들도 인간 편을 드는 건 아니야. 크게 보면 마법사의 편이지.
미스라: 무슨 뜻이죠?
브래들리: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들의 수가 늘어났다. 우리의 삶은 평온하지만 남쪽 형제를 봐. 10명의 인간들이 기대어 괴롭히면 저놈들은 죽어버려.
미스라: …….…….
브래들리: 그 순간, 비의 거리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어. 인간들의 긴장감은 한계에 다다랐지. 고조된 공포심으로 치켜올려진 인간들의 곤봉이, 미틸이나 루틸 같은 마법사들을 때려죽이기 전에…… 본보기로 내가 잡힌 거다. 유명인이었으니까.
스노우: 그 말대로일세. 당시 브래들리의 이름은 오즈 다음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지.
화이트: 브래들리의 죽음의 도적단. 인간들은 두려워하고 마법사들은 동경했다.
브래들리: 흥……. 인간들을 보면 알겠지만, 집단은 힘이다. 피가로도 네녀석들도 마법사의 거대 조직이 태어나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잖아. 나 혼자서 오즈를 이길 수 없어도, 내 조직이 이기면 너희에게 있어서는 폐가 되는 이야기겠지. 그렇지? 스노우, 화이트.
도발하듯 브래들리가 웃는다. 쌍둥이는 얼음처럼 싸늘한 눈을 했다.
스노우: 어리석은…….
화이트: 그대의 도적단이 된 것은 잠깐의 행운이다.
스노우: 내버려둬도 금방 무너졌을 테지.
브래들리: 어째서 장담할 수 있는 거냐.
스노우: 우리가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화이트: 마법사는 집단으로 살 수 없어.
브래들리가 미소를 지우고 미스라가 시시하다는 듯 과일을 베어 물었다.
오웬: 아하하, 이상해. 그러면 우리도 마찬가지잖아.
엷은 웃음을 지으며 오웬이 나를 돌아본다. 심술궂은 눈동자를 하면서.
오웬: 들었어? 현자님. 우리는 집단으로 살 수 없대. 그러면 이런 생활, 의미 없잖아. 현자의 마법사란 뭐야?
스노우: 무슨 말을 하든 사실이지. 오랜 역사 속에서 마법사들은 여러 차례 조직을 만들려고 했다.
화이트: 마법사의 나라, 마법사의 거리, 마법사의 길드……. 하지만 모두 몇 년 만에 무산되고 말았네.
브래들리: 네녀석이 괴롭히고 다녔잖아.
스노우: 그렇게까지 속은 썩지 않았네. 우리는 쌍둥이. 공생의 기쁨은 알고 있다.
화이트: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함께 사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 때문에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지만…….
스노우: 어떤 집단도 와홰되었지. 기껏해야 몇 년, 길게는 십 년. 100년이 넘으면 기적이었다.
브래들리: 그렇다면 내 도적단은 기적이군. 400년 넘었으니까.
화이트: 그대가 유능한걸세. 집단 행동에 익숙한 중앙의 마법사조차 나라를 만드는 것에 실패했는데, 북쪽의 마법사가 하다니.
브래들리: 뭐 그렇지.
스노우: 흥, 조직이라고 부를 수 없네. 그대가 자석이 되어 철을 모았을 뿐이다. 그래서 그대를 잃고 무너졌다. 철은 그저 이름 없는 철로 돌아갔을 뿐.
스노우의 말은 브래들리에 대한 칭찬이긴 했지만, 그의 동료들을 무능하게 다루는 발언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잔잔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브래들리가 먹먹이듯 목소리를 낮춘다.
브래들리: ……내 부하를 돌로 만든 건 너희들이잖아.
10화 이상한 힘과 대신해서
스노우가 눈을 반짝였다. 너털웃음을 짓고 비웃는다.
스노우: 호호호, 그 말대로일세! 원망한다면 후계를 키우지 못한 그대 자신을 원망하거라.
브래들리: 말했지. 잘 기억해 둬. ……네녀석의 제자를 차례대로 돌로 만들어 같은 대사를 뱉게 해줄테니까!
긴장해 가는 분위기에 나는 긴장했다. 이렇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브래들리는 별로 본 적이 없었다. 브래들리가 죄수가 된 경위는 나도 잘 모른다. '나쁜 짓을 한 도적을 혼냈다' 같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전해져 왔다. 스노우와 화이트의 제자인 오즈와 피가로는 세계를 정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죄수가 아니야. 복잡한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한가로운 미스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스라: 스노우와 화이트의 제자라니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오웬: 오즈와 피가로잖아.
미스라: 잠깐만요. 오즈는 제가 돌로 만들건데요.
오웬: 이제 귀찮아. 아무래도 좋아……. 이거나 저거나 다 어처구니 없어.
오웬이 지겹다는 듯이 천장을 올려다본다. 땅에 떨어지려는 모자를 마법으로 끌어당겼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빈센트 씨가 불쾌한 듯 눈썹을 움직였다.
빈센트: ……마법사는 자유를 좋아하고 속박을 싫어한다. 그래서 조직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두려울 것이 없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이상한 힘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가까이 다가가 협력할 수 있다. 동포와 함께 살기 위해 인내하고 양보하며 서로를 존중한다. 그것이야말로 사람의, 사회의 강인함이지. 너희는 불가사의한 힘과 긴 수명을 부여받은 대신 마음을 잇고 공생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래서 마법사는 고독한 것이다.
오웬: 버린 건 그쪽이잖아.
오웬이 한탄하듯 눈썹을 치켜들고 빈센트 씨를 노려봤다. 마법사의 표정은 어렵다. 색이 다른 눈동자는 전혀 슬퍼하지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빈센트 씨의 눈동자에 동요가 감돈다.
오웬: 아서 말이야. 너희가 먼저 필요 없다고 했어. 기대고 있던 장소에서 쫓아내고, 가까이 가지도 않았잖아. 하는 법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웃는 오웬의 목소리가 안타까웠다. 지루한 듯 구두 뒷면을 들여다보는 오웬의 목덜미가 여리고 쓸쓸해 보인다. 빈센트 씨는 엄한 눈빛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긴 침묵 끝에 거칠게 숨을 내쉬며 빈센트 씨가 고한다.
빈센트: 너희들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순간 말귀를 못 알아듣고 오웬도 미스라도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스노우도 반사적으로 들었을 정도다.
스노우: 다물고 있어라, 애송이.
화이트: 스노우 쨩, 아니야 아니야. 일리가 있다고 했잖아. 그것도 그렇구나, 라는 뜻이지 않은가.
스노우: 호오…….
다시 본 것처럼 스노우가 빈센트 씨를 돌아본다. 나도 그를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이 사람도 아서의 삼촌이다. 전혀 귀를 안 빌려주는 것이 아니야. 마법사도 인간도 대화하면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무뚝뚝한 빈센트 씨의 옆 얼굴에, 나는 그런 기대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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