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시찰의 이유
드러몬드: 이런이런…… 아서 전하께서 하신 말씀이 얼마나 훌륭하셨는지……. 콕로빈, 기록했나?
콕로빈: 네! 물론!
빈센트: 마법서의 시찰과 관계없는 말은 기록하지 마라.
콕로빈: 죄, 죄송합니다!
빈센트: 다음은 어디지?
에…… 남쪽 나라의 마법사들의 훈련을 견학할 거예요.
빈센트: 흥, 시골 마법사인가.
빈센트 씨는 가볍게 웃었다. 남쪽 마법사가 비교적 마력이 약한 마법사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중앙의 마법사들 앞에서 긴장한 만큼, 다소 맥을 못추는 모습이었다.
드러몬드: 여기가 실내 수행장인가요. 이런, 안의 말소리가 들리는데…….
빈센트: 어차피 한가롭게 헛소리라도 하고 있는 거겠지.
빈센트 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내뱉었다. 하지만 들려온 목소리에 표정이 바뀐다.
루틸: 빈센트 님은 어째서 계속 시찰하러 오시는 걸까요?
빈센트: …….
피가로: 좋은 질문이네, 루틸. 뭐가 신기한지 말해봐.
루틸: 빈센트 님은 마법사에게 차가웠잖아요. 마법서를 폐허로 만들고 싶다면 이미 오래 전에 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3번이나 기회를 주셨어…….
레녹스: 실은 좋은 사람인가?
미틸: 그러려나…….
루틸: 그렇다면 멋지네요. 퍼레이드 날에는 싫은 일이 있었어서 기분이 언짢았던 것일지도 몰라요.
미틸: 싫은 일이라뇨?
루틸: 아껴뒀던 과자에 곰팡이가 피었다던가.
레녹스: 아하하. 그렇다면 귀엽네. 오늘도 과자를 준비해둘걸 그랬나.
웃는 얼굴이 서툰 레녹스가 보기 드물게 환한 웃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빈센트 씨는 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기고 있었다.
빈센트: …….
피가로: 정답은 오력국 평화회의 때문이야. 오즈나 미스라가 있는 마법서는 한 나라의 군대에 필적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마법사를 관리하는 중앙의 나라 사람들이, 이웃 나라 사람들은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어. 그래서 중앙의 나라는 이웃 나라에게 산산조각이 난 거야.
피가로: 마법서의 관리를 그쪽에게 맡겨도 되는 건가? 무슨 일이 있다면 책임질 수 있는가? 질 리가 없어. 오즈는 세계를 멸망시킬 힘을 가지고 있고, 미스라도 순식간에 성을 박살낼 수 있지. 그렇다고 해서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내팽겨칠 수도 없다.
미틸: 어째서인가요?
2화 변하는 공기
피가로: 그러면 마법관은 우리 쪽에서 관리하지, 라고 서쪽 나라가 말하면 큰일이니까. 마법관이라는 위협적인 전력이 적국의 손에 넘어가버려. 고민스러운 대목이야.
미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피가로: 차를 계속 흐릴 수밖에. 책임질 것 같은, 관리하고 있는 것 같은, 만일의 경우에 회피할 수 있을 것 같은…….
빈센트 씨의 표정은 점점 반야처럼 변했다. 나도 이제서야 깨달았다.
(피가로, 이거…… 알고 있고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네……)
하지만 이어지는 루틸의 말에, 문득 빈센트 씨의 표정이 풀어진다.
루틸: 그러면…… 빈센트 님은 판자에 끼이기 힘든 입장이시군요.
빈센트: …….
루틸: 차갑다는 말을 해버렸습니다만, 저희 때문에 큰일을 겪고 계셨다니.
미틸: 그렇네요……. 여러 번 방문하게 만들어 죄송스러워요.
레녹스: 확실히. 웃어서 미안했네. 오늘은 상냥하게 환양하자.
루틸 / 미틸: 네!
모두들, 열게요.
나는 방문을 알리고 실내 수행장의 문을 열었다.
피가로: 여어, 어서 와 현자님. 잘 오셨습니다, 빈센트 전하.
루틸: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미틸: 자…… 잘 부탁드립니다.
레녹스: 잘 부탁드립니다. 다과도 없어서 죄송하지만, 이건 구름 거리의 찻잎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빈센트: ……드러몬드, 받아라.
드러몬드: 네…….
빈센트: 신경쓰지 말고 평소처럼 훈련을 해라.
알겠습니다. 모두들, 잘 부탁드려요.
내가 회석을 하자 피가로가 단상에 섰고,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았다. 학생들은 필기도구를 준비하고 피가로는 공중에 손을 댄다. 그러자 공중에 누워있는 미스라의 모습이 나타났다.
피가로: 그러면 지난번 수업에 이어서 진행해볼까. 루틸, 기억해?
루틸: 네. 치유 마법의 오해받기 쉬운 점에 대해서였죠. 일반적인 치유 마법은 자가 치유 능력 보조가 주를 이루고, 복잡한 치료는 어렵다는 것. 복잡한 치료를 하려면 질병과 인체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
피가로: 그 말대로. 여기 있는 미스라로 비유해보자. 미스라가 크게 다쳤어.
거기까지 말하고, 피가로는 고개를 갸웃했다.
피가로: ……저번 수업 때 미스라를 환자에 비유하는 바람에 전달이 잘 안됐구나.
미틸: 죄송해요……. 미스라 씨, 감기에 걸린 느낌이라 죽을 것 같지 않아서.
피가로: 그러면 파우스트로 하자. 파우스트는 지난 번 싸움에서 죽을 뻔했다고 했으니까.
피가로가 손가락을 울리자, 공중에 누워있던 미스라는 파우스트의 모습으로 변했다.
3화 훈련을 시작하기 위해서
파우스트는 눈을 감은 채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쇠약해진 히스클리프에게 필사적인 얼굴로 부탁을 받았다. '현자님, 제발 파우스트 선생님을 도와주세요.'
(그것이 내 모험의 시작이었구나……)
차근차근하다 보니, 레녹스가 쓴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어떻게 해서라도 환자 역할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미틸: 대신이라니, 어째서…….
루틸: 아, 그렇구나. 파우스트 씨는 레노 씨의 옛 주인이셨죠.
피가로: 확실히, 그리워하지 않으려나. 그렇다고 해서 너의 눈앞에서 가공의 너를 대량 출혈 시키는 것은 조금.
미틸: 건강한 지인의 크게 다친 것은 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피가로: 하지만 오즈나 미스라면 감이 안 오지? 죽은 남쪽 마법사는?
루틸: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물론 악취미지. 괜찮아. 알고 있어. 으음, 나라도 괜찮지만.
남쪽 나라의 마법사는 마음씨가 착하다. 그래서 환자 역할을 결정하기 위해 놀라울 정도로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후보에 오르거나, 모르는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모두 한결같이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남쪽 나라다운 광경에 나는 따끈따끈했지만, 빈센트 씨는 초조해 했다.
빈센트: 언제나 이런 상태인건가?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사용하기에…… 잘 오는 것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꼼꼼히 검토했다. 시노나 카인으로 상상하기 쉽겠지만, 몹시 가슴이 아프다던가. 남쪽 나라의 마법사들이 다친 것은 보고 싶지 않다던가.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동요하지 않도록 연습도 필요하겠지. 그건 이번이 좋지 않을까.
충분히 시간을 들여 논의한 후, 역시 파우스트로 가기로 한 것 같다.
레녹스: 죄송합니다, 파우스트 님…….
루틸: 가슴이 아프지만…… 파우스트 씨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모처럼 현자님도 계시기에 당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당시의 이야기……. 오즈가 파우스트를 살린 이야기 말인가요?
루틸: 현자님이 안 계셨다면 살지 못했을 거라고 히스클리프가 말했었어요.
칭찬을 담아 씩씩하게 루틸이 웃는다.
4화 그때를 생각하면
수줍음을 느끼는 내 옆에서 드러몬드 씨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드러몬드: 그때는 큰 실례를……. 실례는 커녕, 소중한 현자의 마법사를 한 명 잃을 뻔했군요.
소중한 현자의 마법사라는 드러몬드 씨의 말에 나는 감격했다. 마법사를 성악하고 거짓말쟁이라고 했을 때의 드러몬드 씨와는 크게 다르다. 애당초 드러몬드 씨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마법 관리 대신이라고 하는 입장상, 마법사에게 속거나 놀림을 받거나 겁을 먹을 기회가 많아서……. 그 탓에 마법사가 싫어져 버린 것이다. 인간에게 싫증이 나 인간이 싫어져 버린 마법사들처럼.
드러몬드 씨, 감사합니다. 그런 식으로 말해주셔서 기뻐요.
내가 감사를 전하자 드러몬드 씨는 칭찬을 들은 아이처럼 머리를 긁으며 수줍어했다.
드러몬드: 아닙니다……. 이것도 현자님 덕분이죠. 현자님이 계셨기에……
빈센트: 엣헴.
드러몬드: …….
빈센트 씨의 헛기침에 드러몬드 씨는 순식간에 볼록한 표정을 다잡았다.
드러몬드: 너, 너희들! 환자 역할이 정해졌으면 훈련을 계속해라.
피가로: 알겠습니다. 그러면 현자님, 그가 어떤 부상을 입었는지 기억해?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몸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 쯤에서…….
피가로: 이런 느낌이려나.
피가로가 주문을 외우자 당시를 재현하듯 파우스트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괴로운 신음, 침통한 정적. 그때의 광경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어든다.
루틸: 연기…… 라는 것은 파우스트 씨는 화상을 입은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요?
피가로: 영혼의 상처가 육체에 나타난 거야. 봐, 배가 너무 아프면 기분이 우울해지지?
미틸: 영혼에 상처를 준 건, '거대한 재앙'……?
피가로: 아마도. 나도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거대한 재앙' 은 정령을 사육할 수 있어. 아니면 '거대한 재앙' 이 정령과 같은 존재인 것은 아닐까.
'거대한 재앙' 이라는 이름에 모두 조용해졌다. 그때까지 말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던 빈센트 씨가 입을 연다.
빈센트: '거대한 재앙' 의 정체는 뭐지?
5화 치유의 힘
피가로: 모릅니다. 서쪽의 마법사 무르 하트가 '거대한 재앙' 의 전문가입니다만.
빈센트: 였었겠지. 서쪽이 자랑하는 위인은 이제 쓸모없는 우자라고 한다.
피가로: 나는 무르를 바보라고 할 수 없네. 본인이 사물을 모르는 바보라고 자칭하는 격이니까요.
빈센트: ……지능은 남아있는 것인가? '거대한 재앙' 의 토벌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면…….
피가로: 그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이따가 만날 수 있을테니.
빈센트 씨는 언짢은 듯 침묵했다. 질문의 내용을 바꾸어 묻는다.
빈센트: ……치유 마법이란, 어떠한 부상이나 질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피가로: 어떤 의미에서는 정답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오답입니다. 성의 초상화를 보시면 아실텐데.
빈센트: 누구의 초상화 말인가. 그랑벨 성에는 여러 개의 그림이 장식되어 있다.
피가로: 초대 국왕 알렉 폐하의 초상화 말입니다. 마법사가 치료에 있어 만능이라면 알렉 폐하에게는 오른팔이 있었을 터.
빈센트: …….
피가로: 기본적으로 치유의 마법이란 사람의 치유를 강화하고 돕는 것입니다. 병세나 손상이 심하고 자가 치유로 회복이 따라가지 못할 때에는 도와줄 수 없죠. 이것이 마법사의 기본적인 치유 마법입니다. 슈가의 효과랑 비슷하네요. 인간의 치료로 말하자면, 몸을 따뜻하게 하거나 자양이 좋은 음식을 먹이거나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 그것의 강화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그럼, 스스로 부상을 치료하는 도우미라는 것이네요…….
피가로: 사고 방식으로는 그러네. 면역력과 치유력을 뒷받침해 사흘 만에 낫는 곳이 하루 만에 낫는 느낌. 약초나 질병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해줄 수 있어. 약초는 미틸이 잘 알고 있지?
미틸: 네! 아직 공부 중이지만, 열심히 외워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발랄한 미틸의 대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의문이 떠올라 피가로에게 묻는다.
치유 마법은 마법사라면 모두 할 수 있는 건가요? 위험한 임무일 때 다칠 수도 있으니, 모두가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피가로: 당연하지. 지금 말한 것이 치유 능력의 도움 범위라면 비교적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행이다! 그러면…….
피가로: 하지만, 아까 설명했듯이 심한 손상이나 급속히 진행되는 병마를 멈출 수 있는 건 아니야. 현자님이 말하는 것은, 죽을 뻔한 시노 같은 부상을 확 치료하기 위한 응급 처치 잖아?
피가로는 자주 크게 다치는 마법사의 이름을 예로 들었다.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만일 목숨을 잃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6화 잘하는 일
천천히 피가로가 고개를 흔들었다.
피가로: 그 앞은 전문적인 지식과, 정확한 기술이 없으면 어려운걸……. 하루 이틀로는 할 수 없어. 아니면 마력을 직접 줄 수도 있지만, 남쪽 마법사는 몰라도 다른 나라의 마법사에게는 서투른 일이야. 잘 못한다고나 할까, 잘못하면 죽어 버리지.
그런가요?
피가로: 아아. 마력이 강한 마나석을 먹었을 때와 같아. 오즈나 미스라의 마력을 받으면, 대부분의 인간이나 마법사는 쇼크 상태가 되지. 피가 가깝거나 신뢰관계가 강하지 않으면 잘 되지 않아. 루틸이 미틸을 도운 건 그 방법으로 된 거야.
나는 루틸과 미틸을 쳐다봤다. 두 어머니의 마녀 치렛타는 미틸이 태어났을 때 세상을 떠났다. 난산으로 죽을 뻔했던 치렛타는 어린 루틸에게 미틸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 같다. 마력을 쏟아서 동생을 살려달라고.
루틸: 정신이 없었어서 뭐가 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제가 남쪽 마법사였던 덕분에 미틸을 도울 수 있었던 거라면, 너무나도 기뻐요.
미틸: 대단해요, 형님……. 저도 언젠가 형님처럼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요.
피가로: 미틸은 벌써 많은 사람들을 돕고 있어. 장래에는 훌륭한 약사가 되겠지.
피가로의 말에 미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미틸: 하지만 저희들에게는 특기인데, 다른 나라의 마법사에게는 서투른 것이 있군요…….
피가로: 잔뜩 있어. 남쪽 나라의 마법사는 남을 돕는 것이나 기도가 특기니까. 자세히 설명하려면 말로 하기가 어렵지만…….
피가로는 생각하면서 어딘가 먼 곳을 쳐다보는 눈빛을 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그가 바라본 땅과 사람들의 영고성쇠를 떠올리는 듯했다.
피가로: 마법사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싫어해.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배당할 것 같다는 예감만으로도 굉장히 싫은 기분이 들지. 마력을 쏟는다는 것은 마음에 개입되는 것과 같아. 환자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약이 될 만한 것도 독이 된다. 신뢰관계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야.
피가로: 남쪽의 마법사는 마력이 약해. 그래서 받아도 무섭지 않다는 것을 왠지 모르게 알고 있는 것이겠지. 게다가 왠지 지배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잖아, 남쪽의 마법사는.
레녹스: 알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안심되네요.
드러몬드: 자기 치유를 돕는 치유 마법과, 마력을 부여하는 치유 마법……. 치료를 받고 있는 쪽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알 수 있나?
피가로: 알 거라고 생각해요. 해보시겠나요, 드러몬드 님.
7화 치유 마법 체험
드러몬드: 에……!? 내가 환자 역에……!?
피가로: 맞아요. 해주고 와, 루틸.
루틸: 알겠습니다.
드러몬드: 잠깐 기다려라! 콕로빈. 너, 최근 속이 안 좋다고 했었지.
콕로빈: 치사해요, 드러몬드 님! 저에게 떠넘기다니……!
드러몬드: 조용히! 빈센트 전하의 앞이라고!
루틸: 무리하게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도 아프지 않답니다.
콕로빈: 그, 그런가요……?
루틸: 네!
콕로빈: ……하지만 루틸 씨, 엄청난 속도로 제쳐버렸었고…….
미틸: 괜찮아요! 저도 형님 덕분에 지금 여기에 있는 거고!
레녹스: 그렇고 말고. 부디 마법사의 치료를 체험하고 기록해줬으면 해.
콕로빈: ……알겠습니다! 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
각오를 다지고 콕로빈 씨가 소매를 걷어 올린다. 루틸은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루틸: 주사가 아니기 때문에 피부를 보여 줄 필요는 없어요. 사실은 만질 필요도 없지만요.
피가로: 루틸은 만지는 쪽이 잘 되지.
루틸: 그렇네요! 그러면 시작할게요.
콕로빈: 저, 저기. 건강해도 해도 되는 건가요? 지금은 복통이 없는데…….
루틸: 괜찮아요. 피곤할 때 힘이 날 수 있도록, 라는 느낌으로 쏠 테니까.
콕로빈: 다행이다…….
루틸: 그러면 갑니다.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루틸의 손바닥이 희미하게 빛난다. 뻣뻣하게 어깨를 감싸고 있던 콕로빈 씨가 가벼운 숨을 내쉰다.
콕로빈: 아…… 뭐랄까, 몸이 따뜻해서 개운해요. 푹 잘 잔 날 아침 같아.
루틸: 기운이 났나요?
콕로빈: 기운이…… 나요! 드러몬드 님, 기운이 나고 있어요!
드러몬드: 오오, 그런가! 빈센트 님! 마법사는 정말 대단하군요!
빈센트: …….
들뜬 목소리를 내는 드러몬드 씨에게 빈센트 씨는 떫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드러몬드 씨는 황급히 고지식한 듯 헛기침을 했다.
드러몬드: 그래서, 지금의 치유 마법은 자기 치유를 돕는 쪽? 마력을 주는 쪽?
루틸: 자가 치유를 돕는 쪽이에요. 마력을 주는 쪽도 해볼게요. 느낌이 이상하면 알려주세요.
콕로빈: 알겠습니다…….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루틸이 주문을 외운다. 그의 손바닥이 희미하게 빛나자마자 콕로빈 씨가 눈을 부릅떴다.
콕로빈: 후앗……!
드러몬드: 무슨 일인가, 콕로빈!
8화 주어지는 마력
콕로빈: 아! 아…… 뭐랄까, 뭔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요……!
드러몬드: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콕로빈: 어쩐지 이렇게, 따뜻하고, 간지러운 듯한…….
루틸: 모두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피가로 선생님은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피가로: 레노는 짜다고 하더라.
레녹스: 배에 묻은 소금을 긁어내는 기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콕로빈: 아하하……! ……아니, 무섭네……. 무리! 무리예요, 이제 무리!
루틸: 아픈가요?
콕로빈: 아프진 않지만, 왠지 뭐랄까, 무리인 느낌이에요…….
루틸: 알겠습니다.
루틸이 손을 뗴자 콕로빈 씨는 개방감 때문인지 큰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안색이 너무 좋아서 왠지 모르게 루틸처럼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아. 반면 루틸은 축 쳐졌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나른하고 지친 얼굴로 웃는다.
루틸: 하아……. 차이점, 아시겠나요?
콕로빈: 알겠어요……. 굉장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망가진 부분이나 움직이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질 것 같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불안한 느낌도 있어서…….
피가로: 그 감각은 틀린게 아니야. 그러니, 웬만한 일이 없는 한 사용하지 않는게 좋아. 특히 마력이 강하고 조절이 서툰 북쪽 마법사에게는 서투르겠지. 루틸과 미틸은 각별히 조심해. 나도 말해두겠지만, 미스라가 하려고 하면 말려.
미틸: 알겠어요. ……만약에 당해버린다면, 저희들은 어떻게 되나요? 형님은 저에게 마력을 너무 많이 줘서 마력이 반토막 났다고 들었는데…….
피가로: 미스라의 경우는, 그놈의 마력이 너무 강하니까 너희들이 먼저 망가지겠지.
미틸: 망가지다…….
피가로: 맞아. 그러니, 크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미틸: ……네.
긴장하면서 미틸이 고개를 끄덕인다.
빈센트: 이제 충분하다. 참고가 됐군.
빈센트 씨가 그렇게 말하자 우리는 끝내기로 헀다. 남쪽 마법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 시찰지로 향한다.
지금까지의 시찰은 매우 순조로웠다. 중앙의 나라, 남쪽의 나라와 사교적인 나라의 마법사로부터 시찰을 시작한 것이 좋았던 걸지도 몰라.
드러몬드: 이런이런, 마법사의 힘은 놀랍군요.
빈센트: 마법의 힘은 양날의 검이다. 기술을 본 아이처럼 감격하지 마라.
드러몬드: 죄, 죄송합니다.
빈센트: ……하지만, 치유 마법 등을 이용하는 복지적인 활동이라면 내세워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이런 말을 꺼낼 정도로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9화 과거의 참극
상황을 살피면서 나도 대화에 참여했다.
분명 기뻐할 거예요. 아니, 저기, 모두가 기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마법사들도 있으니까요.
빈센트: …….
저기…… 조금 의문입니다만.
빈센트: 나에게?
네.
빈센트: 뭐지.
중앙의 나라는 인간과 마법사가 손잡고 건국했다고 되어 있죠?
빈센트: 되어 있다니? 우리 역사를 가볍게 여기는 발언은 삼가해 줬으면 하는군.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마법사나 인간이 손을 잡고 건국했는데…… 어째서 마법사를 꺼리는 거죠? 마법사의 성당도 세워져 있는데.
나는 빈센트 씨의 혐오와 비아냥거림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빈센트: 비의 거리의 참극 때문이겠지.
비의 거리의 참극. 비의 거리란, 동쪽 나라의 비의 거리?
드러몬드: 그렇겠지요……. 그것은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마법사 길드가 소멸하고 마법 관리 성이 생긴 것도 아마 그 시기였겠죠.
비의 거리의 참극이 뭔가요?
빈센트: 단 여섯 명의 마법사가 동쪽 나라의 비의 거리에서 무고한 시민을 참살한 사건이다. 우리 나라도 마법사의 제압을 위해 동쪽 나라로 군대를 파견했지만, 도착하기 전에 범인은 도주. 마법사들에게 살해당하고 비의 거리의 시민 수는 반토막 났다. 150여년 전의 일이다.
……에…….
너무나도 무서운 내용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마법사가 시민을 참살. 신처럼 바람이나 물이나 불, 벼락을 조종하는 힘을 가진 마법사 앞에서는 인간은 갓난아이나 마찬가지다. 빈센트 씨는 나를 쳐다보았다.
빈센트: 마법사에 의한 일방적인 시민 학살이다. 내정 간섭을 싫어한 동쪽 나라의 초동이 늦었기 때문에 주모자를 놓쳤어. 그 결과, 대륙의 사람들이 마법사에 대한 인간의 무력함을 깨닫게 됐다. 사랑하는 거리,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겨도 인간은 마법사에게 저항조차 할 수 없다. 열등감과 의심을 세상을 어둡게 했지.
10화 사건의 진상
빈센트: 하지만, 비의 거리의 참극으로부터 수십 년 후. 중앙의 나라의 주도로 각국이 협력해…… 대륙에 이름을 나린 극악한 마법사를 수감하는 영예를 안았다. 인류와 법이 무법자 마법사에게 승리한 것이다.
빈센트 씨의 목소리에서는 인간과 자국에 대한 자부심과 승리의, 약간의 흥분이 느껴졌다. 10여 년 전의 일이니 빈센트 씨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보고 온 것처럼 말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하고 혁신적인 반가운 사건이었다.
(내 세계로 말하자면, 로켓이 달이 닿았을 정도의……? 아니, 오랜 위협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었다는 얘기니까. 분명 그 이상의 감동이었겠지)
인간들이서 극악한 마법사를 잡은 건가요?
빈센트: 일부 마법사의 협력이 있었다고 들었다.
대단해! 인간과 마법사가 힘을 합쳐서 싸운 거군요.
빈센트: 어디까지나 일부의 고상하고 헌신적인 마법사가, 인간들의 고귀한 뜻에 동참한 것이지.
그런가요……. 덧붙여서, 그 잡힌 극악한 마법사라는 건…….
빈센트 씨는 눈썹을 치켜들고 조롱하듯 나를 쳐다보았다.
빈센트: 그대도 알고 있을 터다.
에?
빈센트: 죽음의 도적단을 끌고 있던 극악인. 브래들리 베인이다.
브래들리!?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브래들리는 현자의 마법사 중 한 명이기도 한 북쪽의 마법사다. 각국의 사람들이 뭉치고, 일부 마법사가 힘을 빌려줬다……. 그런 장대한 작전 위에서 붙잡힌 것이 브래들리라니…….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야기의 앞뒤가 모두 맞았다. 브래들리를 잡는 데 피가로와 북쪽의 쌍둥이가 협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세계의 역사와 땅에 이어진 마법사들의 존재에, 나는 새삼 압도당하고 있었다.
드러몬드: 현자님. 도서실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동쪽 마법사들의 훈련의 시찰로 머리를 바꿔야 한다.
나는 도서실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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