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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2 이벤트 스토리

[월화요이담] 1화~5화

 

 

 

 

 

 

‘나는 너 같은 모습을 한 요괴는 본 적이 없어.' 낯선 산에서 문득 눈을 떴다. 도와준 것은, 등에 날개가 달린 청년. 기억이 없는 나를 '앵운가' 에 데려다 준다고 하는 것 같다.

텐구가 뛰어다니고, 요호가 장사를 하고, 용이 수호하는, 활짝 핀 벚꽃에 안긴 요괴의 마을로.


1화

 

문득 잠에서 깼다. 눈꺼풀을 치켜든 끝에는, 낯익은 경치. 맑은 녹색과 흙냄새가 난다.

(……산 속……?)

주위를 둘러보다가 번쩍 눈을 부라린다.

……!

본 적도 없는 뱀처럼 큰 입을 한 생물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공포가 온몸을 스쳐 지나가고 정신을 차리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도, 도와줘! 누가……!

???: 눈 감아.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풍이 휘몰아친다.

……어라?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입을 벌린 괴물은 없어져 있었다. 대신 기모노를 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잘 차려입어서 장엄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남자: ……괜찮나.

내려다보듯 물어보고 나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꾸벅 고개를 끄덕인다.

저기, 당신이 도와준 건가요……?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얼굴을 찌푸렸다.

남자: 그만 손을 대버렸는데……. 용에게 습격당하다니, 너는 죄인인건가? 애초에 너 같은 모습을 한 요괴는 본 적이 없어.

(……요괴? 용? 무슨 말을 하는거지……. 그런 생물, 현실에 있을 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나,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자신의 감각에 위화감을 느낀다. 있을 리 없다는 인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확실히, 듣고 보니까 아까 그 생물은…….)

초록빛 비늘에 가늘고 긴 몸. 다시 생각해 보면 역시 용이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도와준 이 남자도…… 자세히 보면 등에 날개 같은 것이 있다.

(요괴…….)

그의 말이 서서히 진실성이 더해져 내 안에 퍼져 갔다. 하지만 머리도 마음도 그것을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은 채 혼란만 커진다.

(……여기는 대체……. 그가 요괴라면, 나는……?)

자신도 요괴일까. 그러나 그는 나 같은 요괴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뭘까. 그동안 어디 있었고 뭘 하고 있었을까.

(……기억이 나질 않아.)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으려고 해도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남자: ……어이, 너.

고개를 들자 의심스러운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아…… 죄송해요……. 어째서인지 저에 대한 것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남자: 본인에 대한 것이?

그는 더욱 더 의아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네, 네……. 어쩌지……. 어째서 이런…….

갑자기 혼자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것 같아. 기슭도 배도 보이지 않아 의지할 곳이 없다.

남자: 침착해라. 억지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나는 텐구…… 파우스트다.

파우스트 씨…….

파우스트: 파우스트면 돼. 딱히 성실하지도 않고 다정한 요괴도 아니지만, 너를 해칠 생각은 없어.

위축된 아이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였다. 대사와는 달리 성실하고 부드러운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문득 어떤 말이 떠올랐다.

아키라…….

파우스트: 뭐야?

……제 이름이에요. 지금은 그것만 떠올랐어요.

파우스트: 그런가……. 얘기하다가 생각이 난 것이라면 네 기억은 빼앗긴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봉해져 있는 상태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계기가 생기면 기억을 되찾을 지도 몰라.

그 말에 조금 안심했다. 그러자 파우스트가 휙 돌아선다.

파우스트: 그럼.

에!? 가는 건가요!?

파우스트: 나는 더 이상 귀찮은 일에 어울릴 생각이 없어. 거기에다가…… 어쩌다보니 라고는 해도, 용에게 손을 대버린 이상 나도 곤란한 처지야.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다면 좀 더 친절한 요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아.

기, 기다려 주세요……! 본인에 대한 것도 모르는데, 누구를 의지해야 할지…….

나는 파우스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첫 대면인 상대에게 뻔뻔스러운 태도인 건 알았지만, 어쨌든 필사적이었다. 이도 저도 모르고 끝내는 자신조차 불확실한 지금, 의지할 사람은 그밖에 없다.

파우스트: …….

나는 상당히 불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파우스트는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 뒤, 속눈썹을 덮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파우스트: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앵운가에 데려다 주지.

앵운가……?

파우스트: 수많은 요괴들이 살고 있는 벚꽃의 거리다. 거기라면 너에 대해 알지도 몰라.









피가로: 아무래도 도망친 것 같네요. 아까 제 부하에게서 보고가 있었어요.

화이트: 그 건에 대해서는 지금 스노우가 상태를 보러 가고 있다. 귀찮긴 하지만 그냥 놔둘 수는 없겠지. 그렇지, 오즈여.

오즈: ……이 세계에 섞인 이질된 자……. 찾아서 처리해야 한다.








……! 노, 높아……!

파우스트: 가만히 있어.

멀리 아래로 작아진 산길과 나무들이 보인다. 파우스트에 옮겨지는 형태로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의 등에 있는 검은 날개가 바람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유연히 움직이고 있다.

파우스트, 하늘을 날 수 있군요…….

파우스트: 텐구니까 당연하지. 너는 하늘을 나는 것이 처음인가?

어, 어떨까요……?

(처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기억이 없어서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짐처럼 실려 하늘을 나니 갑자기 툭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 이윽고 산이 멀어지고 복숭아빛으로 물든 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건…….

파우스트: '앵운가' 다.

 

그 거리에는 곳곳에 벚꽃나무가 있었다. 거리에 많은 벚꽃이 있다기 보다는 벚나무 무리 속에 거리를 만든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두가 활짝 핀 꽃을 피우고 있다. 거리의 하늘을 연분홍 구름이 덮고 잇는 것 같기도 했다.

('앵운가'……. 이름 그대로야…….)

반쯤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하늘에서 천천히 거리로 다가간다. 내려선 순간, 벚꽃잎이 와락 내게 쏟아졌다.

와앗……!

파우스트: 대벚꽃인가. 벚꽃이 너를 마음에 들어 환영하고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위험한 존재는 아닌 것 같은데…….

……방금도 말했는데, 대벚꽃이 대체 뭐죠?

파우스트: 이름 그대로 벚꽃의 요괴다. 수천 년 이상 살아있는 대요괴로, 절대 시들지 않아. 이 거리는 대벚꽃의 뿌리 위에 만들어지고, 또 그 의지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 대벚꽃은 달빛과 희귀한 것을 좋아하지. 그래서 너를 마음에 들어한걸지도 모르겠군.

의지를 가진 벚꽃…….

수천 년 이상 살아 있는 대요괴……? 갑자기 믿을 수 없는 생각으로 시선을 돌린다. 거리를 수놓는 모습은 아름답게 그저 벚꽃으로만 보인다. 그 벚꽃 아래를 걷는 금빛 머리와 갈색 머리의 소년이 눈에 들어온다. 물뿌리개를 들고 벚나무에 물을 주는 것 같다. 둘 다 여우 같은 귀가 있고 둥실둥실한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는 정말 요괴가 사는 세계군요…….

파우스트: 마치 다른 세계가 있는 것 같은 말투로군.

다른 세계? 있나요?

파우스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그때, 키가 큰 청년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2화


청년: 파우스트 님, 오랜만입니다. 산에서 내려오셨군요.

그의 등에도 파우스트와 똑같은 검은 날개가 달려있다.

파우스트: 아아, 너인가. 짐꾼 일이라도 하고 있었나.

청년: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청년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향한다. 가늘게 뽑아진 붉은 눈은 조금 신기해 보인다. 경계라기 보다는 이상한 것을 본 것 같은 희미한 놀라움이 있다.

파우스트: 그는 레녹스다. 이 동네에 사는 친절한 텐구지. 나 같은 것보다도 분명 너에게 잘해줄 거야.

레녹스라고 불린 그는 고개를 숙였다. 나도 똑같이 꾸벅 돌려준다. 가까이서 보니 키가 정말 크다. 그만 올려다보는 듯한 자세가 된다. 파우스트와 비교하면 레녹스는 체격이 좋고 건장하다. 같은 텐구라도 저마다 다른 것 같다. 다만, 두 사람의 차분한 분위기는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파우스트: 그래서, 이 아이 말인데…….

나를 소개하려는데 파우스트가 말을 더듬는다. 바로 포기하고 레녹스를 쳐다본다.

파우스트: 솔직히 미아라는 것 말고는 잘 몰라. 아무래도 기억이 없는 것 같아. 네가 좀 돌봐 줘. 내친 김에 말해 두지만,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이 거리에도 그 산에도 돌아가지 않을 거다. 미안하지만 뒷일은 잘 부탁해.

일방적으로 용건을 얘기하고 파우스트는 떠나려고 했다.

에!? 잠……!

내가 따라가려고 하는 것보다 먼저 레녹스의 긴 팔이 파우스트를 잡았다.

레녹스: 아뇨, 제대로 설명을 해주시지 않는다면 부탁은 받을 수 없습니다.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뿌리치려 했지만 레녹스는 팔을 잡힌 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 말없이 대화를 나누는 데 익숙한 침묵이었다. 파우스트 님, 이라는 특별한 공경하는 호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은 꽤 오래된 사이인 걸지도 모른다.

레녹스: …….

파우스트: …….

뿌리가 진 것은 파우스트였다.

파우스트: ……방금 무심코 성의 용을 날려버렸어.

멋쩍은 듯 파우스트가 입을 열자 레녹스는 눈을 약간 동그랗게 떴다.

저, 저기! 제가 용에게 덮쳐지려고 한 걸 지나가던 파우스트가 도와줬어요.

파우스트: 이유야 어떻든 용에게 손을 댄 것은 사실이다. 아마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 지금 나와 관련되면 용의 보복에 말려들 수도 있어. 너와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나는 당분간 먼 산에라도 틀어박힐거야.

파우스트의 말을 들은 레녹스는 심각한 듯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레녹스: 성의 용을……. 확실히 위험하네요…….

그렇게나 위험한 건가요……?

레녹스: 아아, 당신은 기억이 없었군요. 간단하게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배려해 레녹스는 이 거리와 요괴에 대해 알려줬다.

레녹스: 이곳 앵운가는 많은 요괴들이 사는 곳입니다. 요괴라고 해도 기질은 다양해서 온후한 요괴도 있고, 성질이 사나운 요괴도 있죠. 그 중에는 같은 요괴를 먹어 치울 것 같은 무서운 요괴도…….

요괴를 먹어……!? 그런 요괴도 있나요……?

레녹스: 네. 도깨비라고 불리는 일족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놈들은 다른 동네에서 살고 있으니 만나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파우스트: …….

레녹스는 지금보다 젊고 약했을 무렵, 도깨비에게 잡아먹힐 뻔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난폭하고 상당히 위험한 종족인 것 같다.

레녹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거리에서 살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용입니다. 그들은 요괴 중에서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레녹스: 저 성이 보이시나요?

우러러본 레녹스를 따라 시선을 쫓는다. 시내 중심부인가? 유난히도 벚꽃이 많은 곳으로 우뚝 서있는 아름다운 성이 있었다. 정면에 자리 잡은 대문의 삼엄함과는 달리, 흰 가루를 털어낸 듯한 새하얀 벽이 운치를 더한다. 우뚝 솟은 천수각은 한결 호사스럽고 수조가 여러 개 거느리고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리서도 위광이 드러날 만큼 광활한 성이었다.

레녹스: 저 성에는 대벚꽃의 본체가 있습니다. 거리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이기에 일부 용만 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죠.

일부의 용……?

레녹스: 성에 사는 용은 특히 장수하고 강한 요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힘으로 앵운가를 외적으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영향력과 발언력도 크다. 거리의 요괴들은 용을 의지하는 한편, 그 힘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용을 거스르면 이 거리에 있을 수 없으니까요.

과연…….
.
여러 요괴가 있는 가운데서도 용은 특별히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거리의 규율을 지키는 파수꾼 같은 것일까.

(라는 건, 즉……)

파우스트는 나를 도와준 탓에 이 거리에서 가장 귀찮은 상대를 적으로 돌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도와줬을 때 어색해 하고 있었어…….)

납득이 되면서도 동시에 식은 땀이 흐른다. 나는 파우스트를 엉뚱한 일에 휘말리게 하고 말았다.

죄송해요, 파우스트……. 저 때문에 큰일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사과하자 그는 검연쩍은 듯이 외면했다.

파우스트: 별로 널 위해서가 아니야. 너를 덮친 용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레녹스: ……사정은 알겠습니다.

레녹스는 무겁게 머리를 숙이고 나서 똑바로 파우스트를 보았다.

레녹스: 하지만 오늘은 작별이라고 해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는 뵙지 못하다는 건 섭섭합니다. 그리고 이 분이 용에게 습격당한 점도 신경 쓰입니다. 용에게 원한을 살 것 같지도 않고, 무슨 사정이 있는 건 아닌지…….

용에게 습격당했을 때 나는 패닉 상태였다. 모든 것이 순간적인 일이라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던 것밖에 기억에 남지 않았다.

저, 뭔가 해버린 걸까요……?

파우스트: 글쎄, 얘기를 들을 것도 없고 문답할 필요도 없이 날려버렸으니까.

레녹스: 역시 파우스트 님이십니다.

파우스트: 감탄할 일이 아니야.

짧게 숨을 내쉬며 파우스트는 성 쪽을 바라본다.

파우스트: 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키라를 성에 데려가는 일도 생각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레녹스: 아키라?

아, 제 이름이에요. 어째서인지 그것만 기억이 나서…….

레녹스: 과연. 아키라 님이시군요. 이제부터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그들이 호명할 때마다 누가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듯한, 친근하고 그리운 느낌이 든다. 어째서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그들에게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나는, 어디에 나를 빠뜨리고 온 것일까.

파우스트: 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한다고 치고……. 네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너 자신이겠지.

속마음이 알아맞혀져 조그맣게 이마를 긁는다.

파우스트: 그렇다면 먼저 그를 찾아가지.

그?

그게 누구냐고 물으려 할 때 레녹스가 화들락 놀란 얼굴로 올라다보았다. 하늘을 나는 세 개의 그림자가 보인다.

파우스트: 용이다. 들키면 큰일 나.

우리는 골목 안으로 도망가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

화이트: 결과는 어땠나. 찾을 수 있을 것 같나?

피가로: 아직 확실히는.

오즈: 화이트, 이 비상 시에 스노우는 어떻게 된 건가.

화이트: 스노우는 먼 곳에서 고생하고 있네.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거야. 어쨌거나, 뭔가 진전이 있다면 소식이 오겠지.

피가로: 라고 해도, 너무 느긋하게 있을 수도 없네요.

화이트: 불청객으로부터의 재앙의 싹은 빨리 잘라야 하니까.

오즈: 오래 두고 볼 생각은 없다. 발견하는 대로 처치하지.

화이트: 조심하게나. 그대는 승부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버릇이 있으니.

오즈: …….

화이트: 이봐, 대답 하지 않는 건가. ……어쨌거나 세 편으로 나뉘어 계속 수색에 임하도록 하지. 오즈, 피가로. 둘에게 맡기겠네. 무슨 일이 있다면 다시 알려주겠다.

피가로: 네.

오즈: 알았다.

세 그림자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3화


레녹스: ……간 것 같군요.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파우스트: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니, 정말이지 용은 분할 정도로 일이 빨라. 찍히기 전에 이쪽도 서두르는게 좋을 것 같군. 바로 가도록 하지.

그건 방금 얘기했었던……

파우스트: 아아, 그가 있는 곳이다. 이름은 리케라고 해. 아직 나이 어린 요호지만 신기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의 힘이라면 네가 도대체 누구인지 아는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정말인가요!?

파우스트: 뭐,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지만……. 시험해 볼 만한 가치는 있어. 이 앞은 요괴가 많이 나도는 곳이다. 귀도 날개도 없는 너의 모습은 주위에 이상하게 보일지도 몰라. 이걸 걸치고 있어.

파우스트는 손바닥에 올라올 만큼 접은 보자기 같은 것을 내밀었다. 받아 펼쳐보니 요술처럼 긴 하오리가 되었다. 등에 붙어있는 두건 같은 걸 쓰면 귀도 안 보여.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파우스트: 나를 위해서인 것도 있으니까,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어. 더 이상의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으니까.

퉁명스럽게 말하고 파우스트는 걷기 시작했다. 레녹스와 나도 그의 뒤를 따라간다.

레녹스는 리케를 알고 있나요?

레녹스: 네. 짐꾼으로 출입하기 때문에 몇 번 안면은 있습니다. 소문도 자주 듣고요. 그의 불가사의한 힘은 망설이는 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파우스트 님은 아키라 님이 기억을 잃어버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있을 것을 염려하여 리케를 소개시켜주려고 하시는 거겠죠.

조금 앞을 걷는 파우스트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는 두 번 나에게 등을 돌렸지만, 결국에는 돌아와 주었다. 지금도 그 등은 의지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려고 한다.

(내가 끌어들인 탓인데…….)

마지못해 하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에서 내 손을 이끌어 준다. 그것은 검게 칠해진 밤바다에 빛나는 등대처럼 든든한 존재였다.

파우스트: 무슨 일이야. 간다.

네!

잠시 셋이서 나란히 걷고 있자니 앵운가 거리의 풍경이 서서히 요란하게 변해갔다. 민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거리에는 소품을 파는 가게와 음식의 노점이 눈에 띄게 되고, 호객 소리가 왕성하게 난무한다. 활기찬 번화가다.

요호 판매원: 텐구의 형 씨, 잠깐 들렀다 가. 싸게 해줄게!

요호 판매원: 자자, 건어물이 손에 들어왔어. 잡아먹으면 요력이 늘어나는 진품이야. 당신, 놓치면 안 돼!

에? 아니, 저는…….

파우스트: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호객꾼에게 둘러싸인 나를 파우스트가 끌어냈다.

파우스트: 일일이 상대하지 않아도 돼. 가게에 데리고 들어갈 때까지 이어질 테니까.

죄송해요. 기세에 놀라서…….

거리의 분위기에 휩쓸려 갈팡질팡하는 나를 보며 레녹스가 웃었다.

레녹스: 요호는 말솜씨가 좋고 장사기도 강하니까요. 이 근처는 요호가 많이 살고 있고 장사가 번창하는 계절입니다.

확실히……. 이렇게 보면 여우 같은 요괴들이 많은 것 같아요.

레녹스: 물론 요호 이외의 가게도 있습니다. 요즘은 텐구가 시작한 밥집이 맛있다고 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저도 한 번 들러보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만석이라서.

파우스트: 텐구의 밥집이라고 하면…… 저 가게인가. 가게 주인과 요리사가 주방에서 자주 싸운다는 소문의.

레녹스: 그 집입니다. 요리에 트집을 잡은 손님이 거칠게 대접받았다는 소문의.

(와일드한 가게네…….)

파우스트는 가본 적이 있나요?

파우스트: 아니, 소문만 들었을 뿐이야. 나는 거리에 잘 안 오니까.

요호: 어이, 들었어? 초지가게에 나타나는 희귀한 요호의 이야기.

텐구: 아아, 들었어 들었어. 예쁜 여우지만 심술궂어서 무섭지? 마음에 드는 초지는 싹쓸이 해버린다잖아.

요호: 맞아. 오른쪽이랑 왼쪽 눈 색이 달라서, 째려보면 기절한다던데.

바케타누키: 비슷한 얘기 나도 들었어. 약 도매상의 경호원을 하는 여우인데, 한쪽 눈이 붉은색이고 다른 쪽이 노란색이래.

요호: 헤에, 그 요호도 빨강이랑 노랑이야. 색까지 똑같다니, 희한한 우연도 다 있네.

텐구: 실례! 통과할게!

레녹스: 아키라 님, 이쪽으로.

아, 죄송해요.

우리들의 바로 옆을, 큰 짐을 안은 텐구가 분주하게 달려갔다. 바라보면 여러 요괴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손님과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요호에 묵묵히 찻집에서 경단을 먹는 바케타누키. 모습도 기질도 제각각인 자들이 저마다의 풍경에 녹아들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듣던대로 이 거리에는 여러 요괴들이 살고 있구나……)

파우스트: 한 눈 팔 시간은 없어. 서두르자.

파우스트: ……아니, 기다려. 그 전에 혹시 모르니까 들릴 데가 있어.

화려한 거리를 지나면서 소란은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자 크고 훌륭한 점포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요호 같은 처녀가 입구에 있다.

요호 아가씨: 저기, 정말 이 약 도매상이야? 월등히 아름다운 금발의 요호가 있대.

요호 아가씨: 맞아,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미형이야! 항상 같이 붙어 있는 경호의 아이들도 귀여우니까.

요호 아가씨: 적여우인 그도 늠름하고 멋있어! 좌우의 눈이 각각 다른 색인…….

가게를 지키는 요호: 가게 앞에서 무슨 소란이야. 히스클리프 도련님이라면 여기 안 계셔. 경호원 둘을 데리고 아침부터 단골집을 돌아다니고 있다.

요호 아가씨들: 에!? 모처럼 왔는데!

아무래도 이 가게에는 평판이 날 만한 미모의 후계자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이 끌리면서 가게를 지나간다. 그 바로 옆, 포렌트 초롱이 매달리는 구멍가게 앞에서 파우스트는 걸음을 멈췄다.

???: 이런, 파우스트가 아닌가요.

가게 앞에는 요호가 혼자 서 있었다. 네 가닥의 풍성한 꼬리를 가진, 요염한 청년이다.

(뭐, 뭐랄까 엄청 요염한 요괴……. 이 요호가 소문의 리케인가……)

 

샤일록: 아뇨, 저는 이 술집의 주인인 샤일록이라고 합니다.

샤일록이라고 밝힌 청년은 나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서, 설마 나. 입밖으로 내뱉었나……!?)

당황해서 두 손으로 내 입을 누르며 눈을 희번덕거리자 샤일록은 긍정하듯 미소를 지었다. 얽혀드는 듯한 의미심장한 눈빛이다. 쳐다보면 마음이 들여다봐질 것 같아서 안절부절 못하겠어.

파우스트: 그쯤 해 둬. 너무 젊은 애를 가지고 놀지 마라.

샤일록: 사랑스러운 반응을 보고 싶어서 그만. 두 분, 오랜만에 얼굴을 내밀어주셨네요. 뭔가 마시겠나요?

파우스트: 아니, 술 마시러 온 거 아니야.

레녹스: 리케를 만나게 해주지 않겠나. 그의 힘이 필요해.

이런, 하는 표정을 지은 뒤 샤일록은 고개를 흔들었다.

샤일록: 무리한 말씀 하지 마세요. 그분의 힘을 의지해서 연일 요괴들이 찾아옵니다. 그 중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 갑자기 찾아와서 만나게 해 달라고 해도 네, 하면서 응할 수는 없죠.

그는 담뱃대의 연기를 입에서 내뿜으며 요염하게 제의를 거절했다. 몸가짐은 부드러운데 붙일 틈 없는 강인함이 느껴진다.

(어쩌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파우스트: 어쩔 수 없네. 별로 이런 수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이걸로 어때.

쨔쟌! 하는 기세로 파우스트가 품에서 꾸러미를 꺼낸다.

샤일록: ……! 그건…….


4화

 

차분하던 샤일록의 눈빛이 바로 바뀌었다. 파우스트가 꺼낸 것은 상가에서 구입한 황금색의 큰 유부.

 

파우스트: 요호는 유부에 사족을 못 쓰지. 너도 예외는 아닐 거다. 요호 샤일록.

 

샤일록: 비겁하군요, 파우스트. 이 나를 물건으로 낚으려고 하다니……. 

 

파우스트: 공교롭게도 수단을 선택할 여유가 없어서. 오늘은 이걸로 봐주지 않겠나? 줄까지 서서 얻어야 하는 가게의 특제 유부다. 게다가 한정 수량의 대판이지.

 

샤일록: 큭……. 

 

사족을 못 쓴다는 건 진짜인 듯 샤일록의 네 꼬리가 안절부절 못하고 흔들리고 있따. 마치 유혹을 참고 있는 고양이 같다.

 

(일부러 두부 가게에 들른 건 이것 때문이었나…….)

 

파우스트가 말한 대로 줄을 서는 두부 가게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줄을 섰다. 우리는 왜 두부 가게에……? 라며 줄의 맨 끝에 닿았을 때는 진심으로 수수께끼였지만, 샤일록을 회유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파우스트: 부탁해. 긴급 사태야. 여기 밖에 기댈 곳이 없어.

 

저, 저도 부탁드릴게요……! 아무래도 리케라는 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샤일록: …….

 

그의 눈동자에 미혹의 빛이 보인다. 레녹스가 조용히 말했다.

 

레녹스: ……샤일록. 유부는 한 장 더 있어.

 

그 한 마디에 샤일록의 꼬리와 귀가 쫑긋 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눈썹을 숙이고 체념한 듯 숨을 내쉬었다.

 

샤일록: ……어쩔 수 없군요. 평소라면 오기라도 쫓아내지만……. 당신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구걸하면 부러질 수밖에 없네요. 하지만 이번 뿐입니다.

 

 

 

 

 

 

술집 안쪽으로 초대되어 맹장지가 겹겹이 이어진 방으로 들어왔다. 요술인지, 나아가면 멋대로 맹장지가 열렸다.

 

 

마지막 맹장지가 열린 끝에는 두 어린 요호가 공을 굴리며 노는 모습이 있었다.

 

샤일록: 리케, 손님이에요. 미틸과의 놀이는 그 정도로 끝내주세요.

 

리케: 손님이요?

 

미틸: 그러면 이제 저는 돌아갈게요. ……아.

 

소년은 돌아서서 활짝 웃었다.

 

레노 씨. 일하는 중이신가요? 여기서 만나다니 드문 일이네요.

 

레녹스: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들렀어.

 

미틸이라고 불린 소년과 레녹스는 아무래도 아는 사이였던 듯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는다.

 

(아, 꼬리의 수가 역시 다르구나.)

 

미틸도 리케도 샤일록과 같은 요호지만 꼬리는 하나였다. 가게에 오는 도중, 요호는 해를 지나 요력을 증가시킴에 따라 꼬리가 증가해 간다고 들었다. 어린 여우는 아직 꼬리가 적다고. 리케는 그 어린 나에게 신통력에 눈을 뜬, 희유한 요호라고 한다.

 

(이 아이가 리케…….)

 

천진난만한 얼굴을 치장하듯 금빛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리다.

 

(……어라. 자세히 보니 이 두 사람, 아까 거리에서 벚꽃에 물을 주던 아이들……?)

 

리케: 당신이 손님이군요. 저에게 필요한 것이 있나요?

 

이지적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조금 전의 어린아이다운 몸짓이나 표정은 이미 사라지고 어른스럽고 신성한 공기를 내뿜고 있다. 나는 약간 기압을 받으며 쓰고 있던 하오리를 벗었다.

 

샤일록 / 미틸 / 리케: …….

 

날개도 뿔도 꼬리도 없는 내 모습을 보고 세 사람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저는 기억이 없어서,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해요. 저는 요괴인지, 그렇지 않은지 그것조차도 몰라서……. 제발 부탁드립니다. 알려주세요. 저는 대체 누구일까요?

 

입 밖으로 꺼내면 자신의 불안감이 뚜렷해진다. 그 떨림과 함께 껴안듯 리케는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맑고 단정한 그의 얼굴에 성모를 연상시키는 자애로운 미소가 떠오른다.

 

리케: 괴로운 일을 겪고 계시는군요. 이제 괜찮아요. 헤매는 자들을 이끄는 것이 저의 역할이니까요. 자, 손을.

 

초연한 리케의 모습은 방황하는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구원을 청하듯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다. 리케는 두 손을 감싸 안고 눈을 감았다. 내 손을 잡고 침묵하는 모습은 기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리케: …….

 

바람도 없는데 촛불이 부자연스럽게 흔들렸다. 곧 그의 눈이 떠졌다.

 

리케: 보였습니다. 이분은 요괴가 아니에요. 인간이라는 또 다른 종족입니다.

 

파우스트 / 미틸 / 레녹스: !?

 

그 말에 나도, 나를 지켜보던 요괴들도 눈을 크게 깜빡였다.

 

레녹스: 인간……? 그런 요괴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리케: 이분이 있었던 곳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있는 다른 세계니까요.

 

생각도 못한 말에 잠시 모두가 멍해졌다.

 

미틸: 무, 무슨 말인가요? 우리들이 있는 이 세계 이외에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건가요……?

 

파우스트: 그러고 보니 너, 확실히 그런 말을 했었지. 요괴가 있는 세계라던가…….

 

에? 아…….

 

 

 

 

 

여기는, 정말로 요괴가 사는 세계군요…….

 

파우스트: 마치 다른 세계도 있다는 듯한 말투군.

 

 

 

 

 

파우스트: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다른 세계에서 왔기에 나온 무의식의 언동이었다는 건가…….

 

확실히 그렇다. 나는 계속 마음속 어딘가에서 느끼고 있었다. 여기는 나의 세계가 아니라고.


5화

 

샤일록: 그렇다면 이분은 이곳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오신 손님. 이라는 건가요?

 

우리의 곤혹스러움과는 달리 리케는 망설임 없는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리케: 네. 하지만 이 세계와 다른 세계는 쉽게 어울리지 않게 되어 있어요. 평행선으로 되어있고, 독립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 그것이 세계의 이치니까요.

 

눈을 돌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눈빛의 힘으로 그는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리케: 즉,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세계의 이치를 뛰어넘는 어떤 강한 의지와 힘이 작용했기 때문에 당신은 지금 이곳에 있는 거예요.

 

파우스트: 그 강한 의지나 힘이란 대체 뭐지?

 

리케: 그건…….

 

다시 눈을 감으려던 리케는 현기증을 일으킨 듯 일순간 휘청거렸다.

 

샤일록: 리케, 그 이상은 안됩니다. 힘을 너무 많이 쓰면 안된다고 했잖아요. 재능이 있다고 해도, 당신은 아직 어린아이니까요. 고객님. 죄송하지만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나이 어린 여우에게 무리하게 시키고 싶지는 않아서요.

 

리케: 더 할 수 있어요. 정말이지, 샤일록은 걱정이 많네요.

 

파우스트: 우연이 아니라면 필연……. 누군가에게 불렸다는 것인가……?

 

혼잣말 같은 중얼거림이 들려 나도 모르게 파우스트 쪽을 돌아보았다.

 

불렸다……?

 

파우스트: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만약 다른 세계에 사는 너를 이쪽의 세계에 끌어들인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파우스트는 머리를 흔들었다.

 

파우스트: 하지만 그런 엉뚱한 짓을 할 수 있는 요괴가 있나?

 

샤일록: 글쎄요. 요력이 넘치는 장수의 요괴…… 세상의 이치조차 초월하는 자라면.

 

무언가를 가리키는 듯한 함축적인 말투였따. 파우스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파우스트: ……성의 녀석들인가.

 

샤일록: 용은 본래 강함을 타고난 종족이기 때문에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죠. 저도 그들과는 교제가 있지만, 그 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때, 리케의 귀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리케: ……무언가가 들려요.

 

귀를 기울여 보니 분명 어딘가에서 맑은 방울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샤일록이 작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샤일록: 무르의 소식이군요.

 

무르?

 

샤일록: 가끔 저희 가게에 찾아오는 소란스러운 여우입니다. 그는 요술을 사용하는 발명이 취미거든요. 이 방울도 무르가 만들어줬죠. 가게에 귀찮은 손님이 왔을 때 이렇게 알려주는 방울인데…….

 

그의 표정으로 미루어 볼 때, 환영할 수 없는 상대가 찾아온 것 같다. 파우스트와 나는 얼굴을 마주본다.

 

파우스트 / 아키라: …….

 

파우스트: 용의 무리일지도 몰라. 너 아니면 나를 따라서.

 

즐거워야할 방울 소리가 이제는 불온한 발자국 소리로 들린다. 모두가 하나같이 긴장의 표정을 지었을 때, 리케가 나의 손을 잡았다.

 

아.

 

아까와 똑같이 그는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샤일록 / 미틸: 리케!

 

리케: …….

 

집중하고 있는지 리케 주위의 공기가 팽팽하다. 막으려던 미틸과 샤일록도 그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눈꺼풀이 올라와 눈색 눈동자가 들여다보인다.

 

리케: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이 분은 이 세계의 무엇인가에 불려왔어요. 그 불러들인 것에 결코 이분을 넘겨서는 안됩니다. 만약 건넨다면 …… 이 거리의 질서는 붕괴되고 말아요.

 

단숨에 말하고 리케는 내 손을 놓았다.

 

리케: 으으,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요…….

 

휘청휘청 흔들리는 리케의 몸을 샤일록과 미틸이 달려와 받쳤다.

 

샤일록: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오늘은 더 이상 힘을 쓰면 안된다고.

 

레녹스: 거리의 질서가 붕괴한다……?

 

미틸: 어떻게 된 걸까요? 이 거리는 벚꽃이 지키고 있는데……. 혹시, 거대한 벚꽃에 뭔가 이변이 일어난다는 걸까요……!?

 

경고의 방울은 아직도 계속 울려 긴장의 끈이 좁혀져 간다. 샤일록은 담뱃대를 방 안쪽으로 돌렸다.

 

샤일록: 우선 손님은 제가 상대해드리죠. 여러분들은 물러서주세요.

 

파우스트: 미안해.

 

레녹스: 여기는 맡길게.

 

여러분, 감사합니다.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해요……!

 

황급히 떠나려던 우리에게 리케와 미틸이 달려온다.

 

리케: 기다려주세요!

 

미틸: 저, 저희들도 같이 갈게요!

 

레녹스: 너희들…….

 

파우스트: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너희들은 얌전히 이곳에 있어.

 

리케: 아뇨! 이건 당신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 거리의 미래가 달려있어요. 저는 많은 사람들을 빛으로 인도하는 역할입니다. 앵운가를 붕괴시킬 수는 없어요. 저희도 그분을 같이 지켜드릴게요!

 

미틸: 물론이에요! 거대한 벚꽃이 지켜준 이 거리를 위해서, 저희도 힘이 되고 싶어요. 리케처럼 특별한 힘은 없지만, 앞으로도 앵운가에서 모두와 함께 살고 싶으니까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저도 제대로 노력하고 싶어요. 그리고…….

 

미틸은 나를 흘끗 보았다. 그 눈에는 희미한 두려움이 있었다. 인간이라는 미지의 존재가 조금 무서운 것이겠지. 분발하듯 미틸은 입술을 바짝 잡아당겼다.

 

미틸: 형님이 항상 얘기했어요. 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때는 도와달라고. 그러니까…… 이 세계에서 미아가 되고 있는 아키라 씨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미틸 / 리케: 부탁드려요. 데려가 주세요!

 

두 사람…….

 

강하게 호소하는 눈동자는 무구하고 진지하다.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던 파우스트는 이윽고 관념한 듯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파우스트: ……위험한 짓은 하지 마.

 

미틸 / 리케: 네!

 

 

 

 

 

 

 

 

샤일록: (……간 것 같군요.)

 

샤일록: 고객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저희 가게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

 

오즈: …….

 

샤일록: 이런, 방울 소리가 멈췄네요. 자, 당신의 낌새를 알리는 소리였나봐요.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리케와 면회하고 싶으신 거라면, 공교롭게도 지금은 낮잠 중이라서…….

 

오즈: ……이질적인 존재가 이곳에 오지 않았나.

 

샤일록: 이질적인 존재……? 무슨 뜻이죠? 이상한 말씀 하시기는.

 

오즈: …….

 

 

 

 

 

 

 

샤일록의 가게의 뒷문으로 빠져나온 우리는 급히 하늘을 날아 거리를 떠났다. 거리로 내려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파우스트에게 안겼고, 리케와 미틸은 레녹스가 두 손으로 메고 날아갔다. 레녹스는 두 사람을 안고 있어도 힘들지 않은 것 같았다. 가까운 산으로 도망쳐 숨어 나무 밑으로 몸을 기댄다.

 

미틸 / 리케: 후우…….

 

하아…….

 

나무들 사이로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도망친 것에 우선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미틸: 여기까지 오면 괜찮겠죠?

 

레녹스: 그랬으면 좋겠는데. 너무 방심할 수는 없겠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리케: 모르겠어요. 하지만 못 찾게끔 지금은 도망가야 해요.

 

…….

 

잡히면 거리의 질서가 무너진다.

 

(그건 무슨 뜻일까……. 앵운가는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게다가, 나 자신도…….)

 

지금 상황에서는 밝은 상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속이 뻥 뚫리는 무거운 소리를 낸다. 나를 이 세계로 불러들인 것은 용일지도 몰라.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용은 확실히 무언가를 찾고 있다.

 

파우스트: ……안 좋은 기척은 없어. 여기까지 왔으면 충분해.

 

파우스트: 레녹스, 그들을 부탁해. 나는…… 샤일록의 가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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