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2 이벤트 스토리

[망념이 잠든 여관의 판타지아 ~북쪽&남쪽~] 1화~5화

 

 

일그러진 초상화, 해골의 촛대.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주인이 대접하는, 마법사가 묵을 수 있는 기묘한 여관. 결속력을 올리기 위해, 북쪽과 남쪽의 마법사는 그 여관을 방문하지만…….

——미스라는 관심 없는 일에 놀랄 만큼 무관심하다. 오랜 원한조차 그를 흔들 수는 없다.


1화

 

저물어가는 하늘에 날카로운 빛과 폭음이 난무하고 있다. 살벌한 유예를 펼치는 두 그림자.


오웬 / 미스라: …….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와 오웬이 마법관의 상공에서 서로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오웬: 네 얼굴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오늘이야말로 죽여줄게.

미스라: 그런가요. 하지만 당신은 제 얼굴을 꽤 좋아하지 않았나?

오웬: 편리한 것 밖에 생각 못하는 머리따위, 케르베로스의 먹이로 줄게. '쿠레 메미니'

미스라: '아르시무'

 

두 사람의 마법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충격으로 마법관이 흔들린다. 재난 같은 광경을 아슬아슬하게 나는 지상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위, 위험해……. 이대로는 마법관이 붕괴할거야……)

오웬: …….

미스라: …….

결과적으로 마법관은 무너지지 않았다. 대신 미스라와 오웬이 너덜너덜 해졌다. 임무에서 돌아온 오즈의 벼락으로 두 사람의 싸움은 강제로 마무리 된 것이었다.

스노우: 잠깐 눈을 떼면 이거지.

화이트: 정말이지 곤란한 놈들일세.

오웬: 진짜 짜증나. 너희들, 오즈를 부르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스노우: 실제로 그런 것 같으니까.

화이트: 지금도 어쩐지 당해버렸고.

미스라: 딱히 오즈에게 진 건 아닌데요. 전 아직 진심을 내지도 않았고.

스노우: 이제 됐네 됐어. 더 이상 마법서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화이트: 그것보다도 묻고 싶은 것은 그대 둘에 대한 것일세. 이번 분쟁의 원인은 뭐지?

오웬: 북쪽 마법사가 가게 된 내일 임무를 미스라에게 넘겨주려고 했거든. 이곳에 와서부터 얘는 재미없어 보이니까 날뛰게 해주려고.

미스라: 그거라면 오웬이 가는 게 어떻겠냐고 대답했어요. 이 사람, 꽤 한가해 보여서.

오웬: 한가한 건 너잖아. 잠도 못 자면서. 남쪽 형제와 놀기만 하고 바보 같아.

미스라: 중앙의 전직 기사를 놀리면서 노는 당신 쪽이 한가해 보이는데요.

오웬 / 미스라: …….

분노가 되살아났는지 두 사람의 눈빛이 섬뜩해진다. 거기에 브래들리가 부엌에서 제이컨을 가져오며 지나갔다. 흠칫 쳐다보며 상황을 파학했는지 미스라와 오웬을 가리키며 껄껄 웃었다.

브래들리: 여 형제. 좋은 얼굴 하고 있잖아. 내친 김에 엉덩이라도 툭 치고 가.

순식간에 두 사람의 살기가 브래들리를 향했다.

미스라: '아르시……'

오웬: '쿠레……'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먼저 주문을 외운 쌍둥이에 의해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세 사람의 머리 위에 성대한 소리를 내며 낙하했다.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 ……윽!

브래들리: 어이……! 난 상관 없잖아!

스노우 / 화이트: 연대 책임일세.

스노우: 하아……. 어째서 그대들은 얌전히 있지를 못하는가.

화이트: 모이면 서로 욕하고, 모이면 서로 죽이려고 하고……. 핏기가 너무 많아.

오웬: 충분히 얌전하게 있잖아. 아직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미스라: 우리를 같은 장소에 밀어넣어 이 정도로 끝냈으니 오히려 칭찬해 주셨으면 하는 정도라고요.

마법관에는 많은 마법사들이 산다. 집단생활의 장이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마찰이나 충돌이 불가피하다. 사소한 실랑이는 날마다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라고 해도…… 북쪽 마법사의 경우, 싸우는 수준의 레벨이 아니야……)

과장이 아니라 생명 교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식당이나 복도라는 일상을 무대로 해서. 그것이 북쪽 마법사의 본성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자주 위기가 오면 언젠가 마법서가 통째로 사라질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무엇보다 그들 자신이 목숨을 잃지 않을까, 사사건건 걱정이 된다.

저기…… 지금보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사이좋게 지내거나 할 수는 없을까요……?

오웬 / 브래들리: 무리.

브래들리: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럴 바엔 당장 돌이 되는 게 나아.

오웬: 동감. 애초에 우리가 왜 수백 년 동안 서로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그렇죠…….

일축당하고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말해 보긴 했지만, 어려운 제안일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싸우지 말라는 것도 이쪽 사정일 뿐이고……. 어떻게 해나갈 수밖에 없나……)

스노우: 그렇게 낙심할 게 아니다. 내일은 우리 북쪽의 마법사가 임무를 가기로 되어 있지? 지금은 으르렁거리고 있지만 하면 하는 아이들일세. 큰 배를 타고 있지만 괜찮다.

화이트: 발군의 팀 플레이를 발휘하여 바로 임무를 해치우지.

스노우 / 화이트: 그렇게 바라고 있어!

자, 잘 부탁드려요……!

불안하면서도 믿음직한 말에 고무돼 나는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여러분, 수고하셨어요. 오늘 갑자기 부탁드려서 죄송해요.

피가로: 신경 쓰지 마. 이 정도면 싼 일이야. 그렇지, 모두들.

미틸: 물론이에요.

루틸: 어려울 때는 피차일반이니까요.

레녹스: 언제든지 말을 걸어주세요.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 …….

스노우 / 화이트: 하아…….

안뜰을 가로지르려 할 때, 북쪽 마법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줄지어 선 세 사람 앞에서 스노우와 화이트가 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분명히 설교하는 중이다.

스노우 / 화이트: ……음?

이쪽을 눈치 챈 쌍둥이가 '아' 하는 얼굴을 한 뒤 눈써을 치켜올리며 세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스노우: 뒤를 보게나. 우리가 나가기 전에 남쪽 마법사들이 임무를 끝내고 오지 않았는가!

미틸: 에? 혹시 저희가 방금 다녀온 곳은…….

루틸: 북쪽의 마법사 씨들이 가야 할 임무였나요?

사실은 그래요. 준비를 갖추고 집합하는 것까지는 순조로웠는데…….

스노우: 막상 출발! 할 때, 애석하게도 확 사라져 버렸다.

피가로: 과연. 그래서 우리가 나갈 차례가 되었다는 거군요.

스노우: 신세를 졌구먼.

화이트: 자, 그대들도 고맙다고 말하는게 어떤가.

브래들리: 알까보냐.

오웬: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모두 듣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교사에게 혼나고 있는 불량학생 같다.

미스라: 차라리 다행이잖아요. 남쪽 마법사가 정리할 수 있는 임무였다면 저희가 나갈 필요도 없을 거였고.

스노우: 확실히 그대들은 꽤 일찍 귀가했구먼. 나름 귀찮은 안건이었는데.

화이트: 중앙의 귀족에게서 온 의뢰였지? '거대한 재앙' 에게 저주받아 딸이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다고 했다.

레녹스: 네. 저희들도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의뢰인이 꽤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듯, 실제로 가보니 딸은 약간의 코감기였다. 피가로의 치유 마법으로 한 방에 완치됐고 임무는 단 몇 초 만에 끝났다.

피가로: 임무라기 보다는 진찰이었죠.

스노우 / 화이트: 에에…….

미스라: 애초에 쓸데없는 의뢰가 너무 많아요.

브래들리: 이쪽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안 가. 더 나은 임무는 없냐?

오웬: 이왕이면 좋은 마나석을 얻을 수 있다던가, 주술의 도구를 빼앗을 수 있다던가 말이야.

죄, 죄송해요. 그런 건 실제로 가보지 않으면 몰라서…….

미틸: 제멋대로 굴지 마세요! 현자님이 곤란해 하시잖아요. 게다가 보수를 목적으로 의뢰를 선택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루틸: 맞아요. 어떤 의뢰라도 좋잖아요. 누군가가 곤란해 하고 있을 때, 우리들 마법사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브래들리: 착한 아이는 빠져.

오웬: 우리들은 현자님에게 할 말이 있어. 놀고 싶다면 내 개를 빌려줄까?

깨고 들어간 미틸과 루틸을 엷은 웃음의 오웬과 브래들리가 위협한다. 반면 미스라의 기세는 갑자기 시들었다.

미스라: ……뭐, 좋지만요.


2화


브래들리: 아? 뭐야, 갑자기 손바닥 뒤집고.

오웬: 너도 아까 투덜거렸잖아.

미스라: 딱히, 임무 같은 건 어떤 걸 선택해도 똑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것보다 당신들은 편한 임무였나봐요. 앞으로도 그 상태로 부탁드려요. 안전하고 좋은 임무만 하세요.

미틸: 정말이지, 이번에는 우연이라니까요.

루틸: 걱정해 주시는 건 기쁘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오웬: ……하아, 바보 같아.

기세가 꺾였는지 오웬가 브래들리는 혀를 찬 채 뿔뿔이 사라졌다.








스노우 / 화이트: …….

피가로: 뭔가요? 말씀이라니. 저도 바쁘니까 용무라면 간략하게 부탁드려요.

스노우: 기분 나빠…….

화이트: 우리야말로 악동들 때문에 정신 없었는데.

피가로: 아아, 미스라들 말인가요. 그들도 질리지도 않나보네요.

스노우: 이야기라는 것도 사실 안뜰에서의 장면을 보고 번쩍거린걸세. 남쪽 마법사들은 강한 마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만큼 연계를 하거나 소통을 하는 데에 능하다.

화이트: 협조성이 부족한 북쪽의 마법사가 본받을 점은 많겠지. 그런 이유로, 남쪽 마법사인 피가로 쨩에게 부탁일세.

스노우 / 화이트: 장난꾸러기 트리오가 친해질 수 있는 어드바이스 줘!

피가로: 없어요. 그런 조언 존재하지 않고. 애초에 북쪽 마법사들에게 팀워크나 협조성 같은 걸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스노우 / 화이트: 하지만, 미스라와 남쪽 형제들은…….

피가로: 확실히 그쪽은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단지 기적의 순간이에요. 구름 모양이 가끔 사람 얼굴로 보이는, 그런 느낌의.

스노우: 차가운 녀석일세.

화이트: 박정한 놈이구먼.

스노우: 그대는 그녀석들을 돌보지 않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게다. 훌쩍훌쩍.

화이트: 조금 비력한 노인에게 힘이 되어줘도 좋지 않겠는가. 훌쩍훌쩍.

피가로: 귀찮은 느낌으로 얽히게 하지 말아주세요. ……아, 그렇지. 루틸에게 이야기를 물어보는 건 어떤가요. 그 아이는 학교 선생님이기도 하고, 이런 상담에 적합할지도 모르죠.






스노우와 화이트로부터 사연을 들은 나는 북쪽 마법사들의 싸움에 골머리를 앓기도 해, 함께 루틸의 방을 찾아갔다.

루틸: 북쪽의 마법사 씨들이 친해질 수 있는 방법…….

네. 무슨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요?

스노우: 잘 돌아다니는 브래들리는 몰라도, 미스라와 오웬은 뭔가 재미없는 일로 실랑이를 벌이지.

화이트: 그 녀석들이 털어놓기 어려운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스노우 / 화이트: 하지만 마법서에서 함께 사는 이상, 함부로 서로 죽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우호적이 되어 주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루틸: 그렇죠…….

루틸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눈동자를 번뜩였다.

루틸: 참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쪽 나라에서는 미틸이 학교 친구의 집에 머물러서 깊은 교류를 했었어요. 마법서에 와서도 리케와 파자마 파티를 열거나 해서 털어놓은 것 같고요.

그러고 보니 리케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서로 기뻐할 만한 과자를 들고 와서, 평소보다 밤을 새고……. 왠지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굉장히 즐거웠다고 해요.

루틸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틸: 미틸도 리케도, 미스라 씨와 오웬 씨도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미스라와 오웬이……?

루틸: 네. 두 사람은 이제 수백 년째 싸우고 있는거죠? 그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친한 친구들과도 수백 년 동안 계속 함께 있는 것은 어렵잖아요.

스노우 / 화이트: 확실히…….

루틸: 만나자마자 미스라 씨는 저희와도 친구가 되어주었어요. 그러니, 제대로 시간을 들여 수다를 떨고…… 그 다음은 간단한 계기만 생긴다면 서로 이해해주는 친구가 될 지도 몰라요.

루틸의 말은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닌, 긍정적인 발기로 울려 퍼졌다. 그가 웃으며 그렇게 말해주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았다.

확실히, 수백 년이나 서로 죽이고 있다는 것도 말을 바꿔보면, 사이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있……? 있나……?

스노우: 과연. 숙박…… 수다…….

화이트: 파자마 파티…….

중얼중얼 내뱉던 스노우와 화이트는 드디어 떠올린 듯 손바닥을 쳤다.

스노우 / 화이트: ……그래, 합숙일세!









레녹스: 스노우 님, 화이트 님. 무슨 일이신가요?

미틸: 하실 말씀이 있다고 들었는데…….

루틸의 방을 떠나자 스노우와 화이트는 급하게 남쪽과 북쪽의 마법사들을 불러냈다. 오즈의 이름을 슬쩍 들춰 무리하게 모은 미스라들의 기분은 당연히 좋지 않다.

미스라: 대체 뭔가요.

브래들리: 아직도 설교가 부족하냐.

스노우: 반항적인 태도는 취하지 말게나. 좋은 이야기를 가져왔으니.

오웬: 좋은 이야기?

화이트: 북쪽 나라의 산 속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마법사만이 숙박할 수 있는 여관이 있다.

스노우 / 화이트: 거기서 북쪽과 남쪽 마법사들의 합숙일세!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 ……하?

미틸 / 레녹스: 합숙?

스노우: 그 여관에는 마법사가 살고 있다. 찾아온 손님을 대접해 준다고 하는 군. 식사는 어떤 것이든 떠올린 메뉴가 나타나고, 누우면 5초 만에 잠을 잘 수 있는 푹신한 침대가 있어 보고 싶은 꿈을 꿀 수 있다.

화이트: 어쨌든, 더할 나위 없이 신기한 여관이 아닌가.

그건…… 마법사 전문 고급 호텔 같은 건가요?

스노우: 숙소로 영업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숙박비는 들지 않으니, 손님은 그저 환영을 받고 머물기만 하면 되지.

화이트: 본래 그렇게 간단하게 들어갈 수 없는 장소지만, 우리들은 다행히 주인과 옛 지인 사이이다. 이른바 얼굴 패스란 놈이구먼.

루틸: 대금도 받지 않고 대접해 주시다니…… 친절한 분이시네요.

(북쪽에 그런 착한 마법사가……?)

몇 차례 북쪽의 나라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우호적인 분위기를 피부로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어느 쪽인가 하면 그림책에 나오는 듯한, 무서운 마법사의 이야기만 들어 왔다.

(아니, 편견은 좋지 않아. 마법사도 모두 다르니까…….)

미틸: 정말로 그런 여관이 있나요……? 북쪽 나라죠……?

쌍둥이의 이야기에 마법사들도 다소 당황한 기색이다. 특히 북쪽의 마법사들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브래들리: 공짜로 마법사들 받아들여 대접?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미스라: 친절한 마법사라니, 북쪽 나라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오웬: 어차피 그 녀석은 마법사를 모아 돌로 만들 작정이겠지.

스노우: 뭘, 걱정할 필요 없네.

화이트: 그 마법사는 우리에게 절대 복종이네.

보, 복종……?

스노우 / 화이트: 맞아맞아. 게다가, 정확히 말하자면 여관도 우리 것이고.

말하자면 그 관은 수백 년 전, 당시 나쁜 짓을 하고 있던 어느 나쁜 마법사로부터 쌍둥이가 빼앗아 손에 넣은 것이라고 한다.

스노우: 횡포한 마법사였지. 주위에 사는 인간을 납치해 관에 가두어 죽을 때까지 자신을 돌보게 하거나, 기분에 따라 죽이거나 했다.

화이트: 하지만 신이 나서 우리가 감싸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대려고 했던 게 잘못됐지.

스노우 / 화이트: 우리가 뜸을 들이고, 그 녀석을 여관에 가두어 주었네.

이후 마법사는 쌍둥이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관의 모든 것이 두 사람의 지배하에 놓였다고 한다. 쌍둥이가 초대하는 마법사 손님이나, 쌍둥이가 변덕으로 관에 방문했을 대는 마법으로 온 힘을 다해 대접하도록 명령하고 있다고 한다.


3화


스노우: 머무르고 보니 이게 꽤 편리해서 말이지. 데리고 간 손님들의 평판도 좋다.

화이트: 가끔 상황을 보러 갔었는데, 최근 수백 년은 발길을 돌릴 기회가 없었어서.

피가로: 즉, 그 여관은…….

두 분의 관리인이 딸린 여관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요컨대, 무지무지 무서운 프라이빗 호텔 같은……!?)

스노우: 평소에는 그 마법사는 주인으로서 여관에 살면서 관리하고 있다.

화이트: 다만 우리가 가도 목소리만 내주고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걸세.

루틸: 어째서인가요?

스노우: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화이트: 혼낼 때 조금 너무했는지,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 기절해 버린다고 한다.

히에…….

도대체 어떤 응징을 했는지 질문하는 것도 상상하는 것도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노우: 그런 연유로, 그 여관에 그대들을 특별히 초대하겠네!

화이트: 같이 숙박하면 친목도 돈독해지겠지? 즐겁고 즐거운 파자마 파티일세!

뿅뿅하고 쌍둥이는 천진난만하게 뛴다. 대조적으로 미틸의 얼굴은 약간 불안해 보였다.

미틸: 하, 하지만 북쪽 나라는 멀고. 파자마 파티를 한다면 마법서도 괜찮지 않을까요.

스노우: 아니아니, 그렇지 않아.

화이트: 이왕이면 친구의 집에서 숙박을 하는 편이 무조건 들뜬다니까!

피가로: 이 경우, 친구의 집이 되는 건가요……?

스노우: 사소한 것은 신경쓰지 말게나. 요점은, 모두가 즐겁게 하룻밤을 보내는 설렘의 행사가 아닌가.

화이트: 우리의 상으로 생각하고 고맙게 받는게 좋네.

오웬: 바보 아니야.

브래들리: 누가 가겠냐.

두 사람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분명 미스라도 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스라: 좋아요, 가도. 위에서부터 명령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그곳의 침대라면 잘 수 있을 것 같고.

스노우 / 화이트: 역시 미스라 쨩!

기뻐하는 쌍둥이와 달리, 브래들리와 오웬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듯 얼굴을 찡그렸다.

브래들리: 너, 어떻게 된 거 아니냐? 지금 하고 있는 말을 듣고 잘도 그런 편한 발상이 나오네.

오웬: 아프게 한 상대방의 둥지에 스스로 가는 거잖아. 그냥 끝날 리가 없어. 내가 그 여관의 마법사라면 빚을 갚기 위해 쌍둥이를 죽일 기회를 계속 노릴거야.

두 사람의 온몸에서 거절과 저항이 전해진다. 목욕을 당할 것 같아 털을 곤두세우는 고양이 같다.

스노우: 어라, 싫어?

화이트: 싫어하고 있네.

스노우: 하지만 알 바 아니다. 이건 강제 참여니까.

화이트: 이미 남쪽의 마법사에게 서포트도 의뢰했다.

미틸: 에.

레녹스: 그랬었나요?

피가로: 응, 사실은 말이지. 간단한 합숙에 어울려 달라고만 들었고, 행선지가 그런 여관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루틸: 하지만 모두 함께 숙박하는 모임이라니,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 여관의 주인도 옛날에는 몰라도 지금은 마음을 바꾼 것 같고…….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께서 초대해 주신다니, 분명 멋진 곳임이 틀림 없어요!

스노우와 화이트는 응응하면서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노우: 맞아맞아.

화이트: 루틸의 말대로.

미틸: 그, 그렇죠……. 정말로 위험한 곳이라면, 숙박회 장소로 선택하거나 하지는 않을 테고…….

레녹스: 과거에 몇 번이나 두 분은 그 여관에 묵은 적이 있으시고.

피가로: 오랜만에 다같이 숙박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옛날에 진료소에 모였을 때처럼.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강한 형들이 지켜주니까 괜찮아.

스노우: 좋아, 결정이구먼! 출발 날짜는 추후 연락하겠네. 각자 느긋하게 숙박을 준비해 두도록.

화이트: 일부 납득하고 있지 않은 마법사가 있는 것 같지만, 도망치려고는 생각하지 말게나.

스노우 / 화이트: 당일, 집합 장소에 오지 않는 사람은 피가로가 데리러 갈테니까.

오웬 / 브래들리: 겍…….

피가로: 그런 거니까, 잘 부탁해. 다들 늦잠 자지 말고.









며칠 후, 예정대로 북쪽 나라의 깊은 산 속으로 떠났다. 미스라가 내준 공간의 문을 지나 소문의 여관에 다다른다. 거칠어지면 험난한 북쪽 하늘도 지금은 쾌청하다. 멀리 떨어진 호수와 숲 너머까지 볼 수 있다. 가느다란 연기가 멀리서 몇 개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건…….

스노우: 인간들의 마을일세. 이 근처에는 여관의 주인이 관리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 몇 개 있지. 연중 눈보라가 치는 듯한 다른 곳에 비하면, 이곳은 기후가 어느 정도 온화한 편이니까 말일세.

화이트: 모두 여관의 주인이 나쁜 짓이나 만행에 겁을 먹으면서도 이 땅에서 인간들이 떠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일세. 북쪽 나라에는 더 무도하고 악랄한 마법사도 있으니까. 이 정도는 참는거지.

과연…….

(북쪽에 사는 건 정말 힘들겠다……)

맑은 날의 북쪽 나라는 희끗희끗한 빛이 역력하다. 눈 덮인 풍경에 낡은 양옥이 서 있었다. 조그맣게 그을린 벽돌색이 가라앉지 않은 석양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레녹스: 여기인가…….

루틸: 어머, 훌륭한 저택!

스노우: 안은 더 대단하다.

화이트: 자, 빨리 빨리.

기분이 좋은 쌍둥이에게 이끌려 무거워 보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틸: ……에……?

실내가 어둑어둑한 탓에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눈이 익숙해지자 분위기의 이상함을 깨닫는다. 일그러진 초상화, 해골의 촛대, 피 묻은 갑옷…….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다소 기발한 인테리어들이 로비를 조용히 장식하고 있었다. 관을 수놓은 붉은 융단과 스테인드 글라스도 호사스러울텐데, 왠지 모르게 불길해 보인다. 공포 영화의 유령의 집이다.

미틸: 저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어째서 뼈나 목이나…….

히익……. 이 인형, 목이 없어……!

창백한 나와 미틸을 등지고 북쪽 마법사들은 태연하다. 특히 미스라는 흥미있게 실내를 둘러보고 있었다.

미스라: 헤에, 그럭저럭 좋은 취미네요. 꽤 쓸 수 있는 기구네요. 저것도, 저것도.

로비에 장식된 인형과 인골의 오브제 등, 차례차례 손가락을 꽂아 간다. 어느 것이나 외형이 무서울 뿐만이 아니라, 저주로서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한다. 평가받는 눈빛으로 섬뜩한 그림을 바라보던 오웬은 흠 하고 팔에 떨어진 표정을 지었다.

오웬: 여관의 관리에 주구를 쓰는 건가.

스노우: 정답. 여관의 쾌적함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일세. 주구의 효과에 따라 5초 만에 잠이 들거나 생각하는 식사가 나타나거나 원하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편리한 상품의 사용법이……)

화이트: 뭐, 원래는 여관장의 취미일세. 여관의 내장과 장식은 모두 그때 그대로다.

피가로: 잘 다루고 있네. 응용하면 여러가지로 편해질 것 같아.

브래들리: 그 기구 장치, 마법서에도 도입하면 되잖아. 쌍둥이의 싸움이 시끄럽지 않도록 방 전체를 방음으로 한다던가. 밥은 뭐, 지금처럼 똑같았으면 좋겠지만.

미틸: 아무리 편리해도 저는 싫어요. 마법서의 여기저기에 뼈라던가 피라던가, 잔뜩 장식되어 있다니…….

미스라: 그런가요? 피투성이의 브래들리나 오웬들이 안뜰에 떨어져 있는 거랑 비슷한 거잖아요.

스노우: 남 말할 처지인가.

화이트: 미스라도 잘 떨어지잖아.

그때, 갑자기 놀란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진다.

???: 미스라……!?

전원: !?


4화


미스라: 하아, 안녕하세요.

미틸: 지금의 목소리는…….

레녹스: 얼굴을 보이지 않는 여관의 주인인가?

오웬: 아하하, 주인인 쌍둥이보다 미스라에게 반응하네. 재밌어.

피가로: 뭐, 미스라니까.

브래들리: 이 녀석의 이름은 싫어도 듣게 되잖아. 북쪽에서 미스라를 경계도 하지 않고 서성거리다가는 사흘도 안 돼 돌이 돼.

미틸: 대단해……. 미스라 씨는 그 정도로 유명인이셨군요.

루틸: 아! 그러면 혹시 미스라 씨의 팬이라던가?

여관 주인의 목소리: ……뭐, 뭐……. 그런 것 같은…….

미스라: 헤에. 다행이네요, 저를 만나서.

여관 주인의 목소리: …………네…….

스노우: 무무, 우리가 주인인데 …….미스라를 우선시하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여관 주인의 목소리: 죄, 죄송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주인의 목소리가 황급히 환영하자 두 사람은 훌쩍 기분을 고쳤다.

화이트: 호호호, 오랜만이구먼. 수백 년 만인가. 잘 지내고 있었나?

여관 주인의 목소리: 네, 덕분에 변함없이……. 두 분이 오시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쌍둥이는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진난만한 몸짓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화이트: ……그러고 보니, 잠시 오지 않은 사이에 그대의 목소리의 분위기가 바뀌었나?

여관 주인의 목소리: 기분 탓이 아닐까요. 아무래도 수백 년 만이니까…….

미스라: 아무래도 좋아요. 그것보다 팬인 당신, 방은 어딘가요. 빨리 쉬고 싶은데.

여관 주인의 목소리: ……객실 열쇠는 그쪽 테이블에 있습니다. 원하시는 방에 들어가세요.

테이블 위에는 열쇠가 여러 개 늘어서 있다. 인형의 생목 같은 열쇠고리에 각각 낯선 기호가 적혀져 있다.

미틸: 이 키홀더, 조금 움직이고 있어…….

브래들리: 칫. 취미 나쁘네.

마법사들은 불평하면서 조심조심 손을 뻗는다.

스노우 / 화이트: 이런, 방에 가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지. '노스콤니아!'

 

루틸 / 미틸: 왓?

피가로 / 미스라 / 레녹스: ……?

두 사람의 주문과 동시에 전원의 옷차림이 순식간에 바뀐다. 편안한 귀족 같은 단아한 분위기다.

오웬: 잠깐, 뭐야 이거.

스노우 / 화이트: 파자마 파티라고 하지 않았는가.

화이트: 오늘은 이걸 입고 느긋하게 쉬면서, 서로 사이좋게 교류를 하는 걸세!

 

스노우: 특히 미스라와 오웬은 잘 어울리길 바라네. 더 이상 안이하게 서로 죽이지 말아라.

미스라 / 오웬: …….

지목된 미스라와 오웬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치미를 떼고 있다.

브래들리: 바보 같아. 뭐가 친해져라냐.

브래들리가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내쉬었다. 기가 막히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쌍둥이를 노려본다.

브래들리: 그런 건 무리인게 당연해. 영감들도 사실은 알고 있잖아. 북쪽에서 경쟁해 온 마법사는 강자라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어. 나보다 강한 놈의 존재는 위협이고 불쾌하다. 무시할 수 없지. 애초에 지금 같은 공동생활이 비정상적인 거라고. 붂쪽에 있었다면 오웬이나 미스라의 목숨을 노리는 놈들이 잔뜩 있어.

브래들리: 미스라는 지금까지 그 바보 같은 힘으로 다른 녀석들을 잡고 왔다. 인연이나 원한의 수는 월등히 다르겠지.

북쪽 나라는 살 각오도 죽을 각오도 없는 자를 마다하는 땅이라고 한다. 북쪽 마법사는 그곳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남아 오랜 시간을 살고 있다. 지금의 그들을 만든 것은 엄청난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다. 그건 내가 상상해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어. 우리가 기대하는 조금의 양보는, 그들에게는 전혀 별개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무엇일지도 모른다.

(……서로가 정말 조금이라도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의 그들의 생활 방식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닐지도……)

루틸: 미스라 씨, 그렇게 여기저기서 싸우고 다녔나요?

미스라: 어떨까요. 무엇을 얼마나 죽이고 쓰러뜨렸는지 별로 기억나지는 않는데……. 눈에 거슬리는 건 대체로 그렇게 해왔을걸요.

미스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맑은 하늘을 보며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라고 말하듯이. 루틸과 미틸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사소한 것에서 서로 신뢰를 쌓는 남쪽의 마법사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세계일 것이다.

미틸: 바로 싸우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본 적은 없나요?

루틸: 혹시 미스라 씨에게 볼일이 있다던가 길을 묻고 싶은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미스라: 없네요. 그렇게 태평한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그 나라에서는 양보나 자비 따위는 필요 없거든요.

루틸: …….

미스라: 게다가, 눈앞을 날고 있는 벌레는 때려 부수고 싶잖아요.

미스라의 말투에는 의기도 투지도 없다. 그저 귀찮다는 태도였다. 스르르 오웬의 눈과 마주친다.

오웬: ……헤에. 그러면 벌레는 나?

미스라: 당신, 벌레였나요? 확실히 저에게 때려 눕혀지긴 했지만.

오웬: 아하하…… 지금 여기서 죽여줄게.

오, 오웬……!

스노우 / 화이트: 이봐, 그만두게나! 무엇을 위해 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피가로: 네네. 일단 진정해.

모두가 말려서 싸움은 가까스로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오웬은 언제 다시 시작할 지 모르는 눈치다. 얼마 전 미스라와의 한 건이 어정쩡하게 끝난 적도 있고, 아직도 그을리고 있는 것 같다.

미스라: 좋네요. 이 뼈의 고리 같은 거. 내 방에 장식할까.

미틸: 안 돼요, 미스라 씨! 마음대로 가져가면.

(버, 벌써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있어……)

미스라는 아무래도 잊기 쉽다고나 할까, 흥미 없는 일에는 놀랄 만큼 무관심하다. 몇 초 전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눈앞의 벌레를 때려 눕힐 뿐이라는 발언은 자신의 무관심함을 잘 드러낸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시로 미스라와 서로 죽이는 오웬의 입장에서는 안중에 없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무관심한걸까. 미스라는 오즈에 대해 화내고 있고, 오웬이나 브래들리에 대해서는 왠지 모르게……)

스노우: 어쨌든, 일단 방으로 이동하기로 하지.

화이트: 숙박회는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

위태로운 분위기를 남긴 채 각자 방으로 향하기로 했다.

루틸: 현자님은 어느 방이신가요? 어머, 저와 같은 번호.

아, 정말이다. 루틸과 같은 방이네요! 잘 부탁드려요.

미틸: 형님이랑 현자님, 같은 방인가요? 좋겠다.

피가로: 어라, 미틸. 선생님과 같은 방이라서 불만이었어?

미틸: 그, 그런 뜻이 아니에요. 기쁜 게 당연하잖아요.

루틸: 미틸과 선생님은 같은 방이구나.

미틸: 네! 선생님이 늦잠을 자도 제가 깨워드릴 수 있어요. 형님, 현자님, 이따가 방에 놀러 가도 되나요?

루틸: 물론!

언제든지 와주세요.





우와…….

여관의 방은 철저했다. 로비와 복도 뿐만이 아니라 객실 안 또한 남김없이 무섭게 꾸며져 있다. 안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아 서랍 하나를 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대단하네요…… 이런 무서운 곳, 보는 것도 묵는 것도 처음이에요.

쓴 웃음을 짓자 루틸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틸: 저도 처음이에요. 이런 방에서 파자마 파티를 할 수 있다니, 설레고 두근두근하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맞다, 짐은 옷장에 넣어둘까.

루틸: ……우왓!

무, 무슨 일인가요? ……우와아!


5화


허리가 빠질 뻔했다. 옷장에서 쭉 두 팔이 뻗어져 있다.

루틸: 깜짝아……. 열자마자 잡힐 뻔했어.

뻗어진 팔은 무언가를 원하는 듯 겨드랑이를 움직이며 루틸과 내 주위를 맴돈다.

루틸: 아…… 혹시 짐을 보관해 주려고 하는 걸까요?

루틸이 가져온 짐을 내밀자, 두 팔은 소중한 듯 꼭 껴안고 들어가 쾅 문이 닫혔다. 루틸이 감격한 듯 손뼉을 친다.

루틸: 대단해……. 옷장에 옷장 직원이 있다니, 마치 고급 호텔 같아! 이런 장치가 또 있을까요? 현자님, 다른 곳도 열어보지 않겠나요?

들뜬 목소리로 루틸은 방을 바라본다. 롤러코스터 줄을 서는 손님처럼 기대와 흥분에 빛나는 얼굴이 눈부시다. 시험 삼아 본 숙박도 루틸과 함께라면 와글와글 떠들도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신선할지도. 좀처럼 체험할 수 없죠, 이런 거.

 

루틸: 네. 다 같이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숙박회라니, 정말로 오랜만!

마법사들은 의뢰와 임무에 쫓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과 같은 역할에서 벗어난 나들이는 좋은 기분 전환이 될지도 몰라.

(실랑이로 시작된 합숙이지만, 모두의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네……)








오웬: …….

미스라: …….

오웬: 왜 너랑 같은 방인거야.

미스라: 몰라요. 열쇠를 적당히 골랐을 뿐이고.

오웬: 하아…… 최악이야. 미스라는 복도에서 자. 어차피 잠도 못 자잖아.

미스라: 이 방은 잘 잠드는 침대에서 잘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죠. 마음에 안 흔하면 당신이 가면 되장하요.

오웬: 아까부터 뭘 먹고 있는 거야. 넘실거리면서 뭐가 움직이고 있는데.

미스라: 좋아하는 메뉴를 떠올리기만 해도 식사가 나온다고 쌍둥이가 말했잖아요. 아까 뭐가 먹고 싶었는데 나오더라고요. '뭔가' 가.

오웬: '뭔가' 가 뭐야.

미스라: 글쎄, '뭔가' 죠. 먹을래요?

오웬: 필요 없어. 기분 나빠.








브래들리: 왜 2인실 밖에 없는 거야. 또 마법서의 방이 날개를 펴게 되네.

레녹스: 나와 같은 방이 안절부절하다면, 북쪽의 마법사인 누군가와 바꿔도 되는데.

브래들리: 바보, 그만 둬. 어느쪽을 선택해도 최악밖에 없어. ……오게 된 건 어쩔 수 없나. 얼른 목욕이나 하고 자야지.

레녹스: 목욕…….

브래들리: 뭐야. 너, 아까 욕조에 물을 담았잖아.

레녹스: 아아, 뜨거운 물에 넣으면 피로가 풀린다는 마법 약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넣어 봤는데.

브래들리: ……뭔가 마그마처럼 끓어오르고 있는데.

레녹스: 게다가 독한 보라색으로.

브래들리: 줘 봐, 그 마법 약의 설명. 어디보자…… 특제 허브를 조합한 본관 비전의 마법 약입니다. 행복의 한 때를 즐기십시오. 다만, 장탕을 너무 많이 마시면 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레녹스 / 브래들리: …….

브래들리: 양치기, 먼저 들어가.

레녹스: 아니…… 사양할게.







미틸: 우우…… 방 안도 무서워……. 이 커튼의 붉은 얼룩, 피는 아니겠죠? 만져서 저주받거나 하면 어떡하지…….

피가로: 미틸, 괜찮아. 선생님이 있으니까. 일단 허리를 펴고 차라도 마실까.

미틸: 네, 네……. 와앗! 이 의자, 뼈로 되어 있어……?

의자: 앉지 마……. 앉지 마…….

미틸: 말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피가로: (미틸, 엄청 무서워하네. 좀 더 누그러뜨릴 수 잇는 팬시적인 장치는……)

피가로: ……아. 봐 봐, 미틸! 이 방 천장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 봐 봐, 귀여운 여자애 그림이야.

미틸: 아, 진짜다……! 여자애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춤추고 있어…….

미틸: 어라……? 그림이 움직이고 있어……? 왠지 다들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림: 삐삐삐!

미틸: 우왓!?

피가로: (이것도 안되나……)







맞은 방에서 느긋하게…… 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들이 각자 추억을 만들고 있을 무렵.

???: 아, 아. 여보세요. 들리고 있나?

!?

갑자기 머릿속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루틸도 마찬가지인지 눈을 껌뻑이고 있다.

스노우: 이쪽은 스노우와 화이트일세. 지금, 모두의 마음에 직접 말을 걸고 있다. 조금 낌새를 알아봤지만, 이 여관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네. 일과에 따라서는 파자마 파티는 취소될지도 몰라.

루틸: 에?

의심스러운 부분……?

화이트: 아직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여관의 주인의 모습이 아무래도 묘한 것 같아. 역시 목소리의 분위기가 다른 것 같네. 감기라도 걸린 건가 싶었는데 태도도 조금 어색해 보인다.

스노우: 그 녀석 치고는 우리와 순조롭게 대화가 가능했다고나 할까…….

화이트: 평소보다 더 비굴했던 것 같은…….

스노우: 어쨌든,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네. 잠깐 경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구먼.

불길한 말들에 마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침착하려고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스노우: 알겠나, 그대들. 아무쪼록 몸 조심하고…….

(……어라…….)

급격히 몸이 무거워진다. 항거할 겨를도 없이 나는 의식을 잃었다.

루틸: ……혀, 현자님!





몸을 흔드는 느낌이 들어 벌떡 깼다.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는 루틸의 얼굴이 보인다.

루틸: 다행이다…… 눈을 떠서. 침대에 강한 숙면의 마법이 걸려 있었던 것 같아요. 아까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아…… 그랬던 거군요. 저, 갑자기 졸려져서…….

미스라: 좋겠네요.

우와!?

바로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보면 언짢아 보이는 미스라가 침대에 누워 있다.

미스라: 혼자서 쿨쿨 자고 있나요. 이런 마법에 잠이 오다니, 편해서 부럽네요.

미스라, 어느 새에…….

루틸: 방금 찾아왔어요. 현자님께 걸린 마법도 미스라 씨가 풀어주신 거예요.

그랬군요……. 고마워요. 그런데 미스라는 왜 여기에…….

묻다가 문득 떠올린다. 방금 쌍둥이가 위험을 알려줬어.

혹시 우리를 걱정해서 방에 와줬다던가……?

루틸: 어머, 그런가요? 미스라 씨, 상냥해……!

루틸과 둘이서 천진난만하게 기뻐하자, 미스라는 누운 채 나를 쳐다봤다.

미스라: 제 방에 누워도 전혀 잠을 못 잤거든요. 5초 만에 잘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따라왔는데……. 그런 이유로, 빨리 현자님의 손을 빌려주세요.

아, 그런 거였군요…….

루틸: 정말이지, 모처럼 칭찬했는데…….

미스라: 뭐, 쌍둥이의 얘기도 있었고 내친 김에 당신들이 살아 있는지 확인해 두려고 한 거예요. 미틸 쪽에는 피가로가 붙어 있으니까요.

그 직후, 방문이 크게 울렸다. 망가뜨릴 수 있는 기세로 쾅쾅 거리고 있다.

루틸: 에……!?

뭐, 뭐야!?

미스라는 불쾌하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미스라: 시끄러운 손님이네……. 죽여도 되나요?

아, 아니. 죽이는 건 조금……!

그러는 사이에 문은 박살났다.

미틸: 현자님! 형님!

피가로: 다행이다. 무사한 것 같네.

루틸: 미틸이랑 피가로 선생님? 도대체 무슨…….

미스라: 미틸, 고개를 숙이세요.

미틸: 에?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