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연주하는 매일을 1화
라스티카: 이런, 그거 명안인걸.
브래들리: 그렇지? 역시 너라고 해도 이해해주는군.
(……어라, 조금 희한한 조합이네)
안녕하세요. 둘이서 무슨 얘기 중이었나요?
라스티카: 현자님. 지금 그와 함께 멋진 작전을 짜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왠지 재밌을 것 같네요. 어떤 작전인가요?
라스티카: 오즈 님께 장난을 거는 작전입니다.
아아, 오즈에게…… 에에!?
브래들리: 유쾌한 작전이지?
유쾌하다고나 할까, 대담하다고나 할까. 어째서 그런 전개로…….
라스티카: 저번에 저와 무르가 다과회를 했을 때 오즈 님께 장난을 걸자고 무르가 제안을 해줬거든요. 어떤 장난으로 할까 둘이서 의논을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브래들리가 끼어줬습니다.
브래들리: 재밌을 것 같은 걸 얘기하고 있더라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내가 작전을 띄워주기로 했어.
과연……. 그런데 말을 꺼낸 그 무르는 어디에?
브래들리: 불참가래.
라스티카: 무르는 어제부터 양 소리 따라하기에 정신이 없다는 것 같아요.
(역시 변덕이 심하네…….)
라스티카: 무르가 없는 건 아쉽지만, 브래들리와 같이 있게 되어 기뻐.
브래들리: 오. 나에게 맡기면 완벽하다고.
조금 의외네요. 뭐랄까, 브래들리와 오즈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느낌이라서…….
브래들리: 뭐 그렇지. 솔직히 오즈 놈을 냅다 날려버리고 싶긴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잖아. 그럼 장난으로 얼빠진 면이라도 보자는 거지.
브래들리는 뭔가 꾸미고 있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왜, 왠지 기분 나쁜 예감……. 장난만 치면 좋겠지만)
라스티카: 오즈 님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다는 건 나도 기뻐. 멋진 장난을 걸면 오즈 님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겠지.
즐거운 듯한 라스티카는 맞다, 하고 번뜩이는 듯 손뼉을 쳤다.
라스티카: 이런 장난은 어떨까? 오즈 님이 앉으시는 식당 의자나 담화실 소파를 꽃으로 가득 채우는 거야. 기품 있는 오즈 님께 딱이지?
브래들리: 그걸로는 재주가 없어. 꽃에 의태한 마법 생물을 섞어 놓자구. 날카로운 송곳니가 난 녀석으로 말이야.
라스티카: 근사한걸. 하지만 오즈 님이 다치시는게 아닐까?
브래들리: 자극이야, 자극. 약간 요요할 정도지만, 북쪽 남자에게는 딱 좋은거지.
라스티카: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네.
두 사람은 아이디어를 척척 내면서 달아오르고 있다. 화기애애하며 즐거워 보이지만, 브래들리의 제안이 모두 뒤숭숭해 묘하게 위태롭다.
(괜찮으려나. 라스티카가 있으니까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기, 장난 결행하는 날에 저도 같이 있어도 될까요?
라스티카: 물론입니다. 현자님께서 합세해 주신다니, 더 바랄 나위가 없는 일이에요. 작전 날이 기다려지네요.
함께 연주하는 매일을 2화
그리고 당일.
브래들리: 드디어 결행일이다. 너희들, 작전은 알고 있지?
라스티카: 응. 클로에와 같이 연습했으니까. 장난을 거는 때는 오즈 님이 챔벌로를 연습하고 계실 때.
(그러고 보니 오즈는 라스티카에게 챔벌로를 배웠었지)
라스티카: 오즈 님이 연주하기 시작하면 마법으로 꽃을 피우거나 내리게 해서 곡에 딱 맞는 연출을 해 연주를 복돋우는 거지?
브래들리: 아아. 마지막으로 내가 하늘에서 큰 폭죽을 울리면 장난은 성공이다.
챔벌로 연주에 맞추다니 멋지네요. 화려하고 축하하는 느낌이 들어요.
라스티카: 감사합니다. 오즈 님은 항상 연습에 열심이셔서 저도 가르치는데 뿌듯해져요. 오늘은 그런 오즈 님의 연습 성과를 장난식으로 위로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분명 오즈도 기뻐할 거예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브래들리: 이제 올 때가 됐네. 자리 잡자.
아……. 저도 따라가도 되나요?
브래들리: ……얌전히 있어.
나는 브래들리와 함께 나무 위에서 대기하게 됐다. 곧 오즈가 나타난다.
오즈: 잘 부탁하지.
라스티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천천히 해도 되니 오즈 님은 제가 연주하는대로 연주해 주세요.
오즈: 알았다.
라스티카를 보면서 어색하면서도 오즈도 연주하기 시작한다.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작전대로 라스티카는 연주에 맞춰 마법으로 곡을 달궜다. 오즈의 머리 위에서 꽃잎이 흩날리고, 발 아래에서는 식물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오즈: ……무슨 속셈이지.
라스티카: 오즈 님의 연주를 식물들도 환영하는 것 같아요. 아아, 지금 연주한 소리도 정말 훌륭해. 가슴을 울리는 듯한 맛이 있습니다.
오즈: …….
오즈는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연주를 계속했다.
……오즈, 당황하고 있네요.
브래들리: 서쪽의 마법사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이윽고 연주도 끝나간다.
브래들리: ……슬슬인가. 한 방 날려주겠어.
어째서인지 그는 마도구인 장총을 들고 있었다.
에? 딱총을 내보내는게 아니었…….
브래들리: 정말로 장난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나? 나를 깔보지 말라고. 눈앞의 찬스를 날려버릴 정도로 얼빠지지는 않았어.
마법의 낌새를 눈치챈건지 연주가 멈췄다.
브래들리, 총을 내려놔 주세요! 오즈는 벌써 눈치챘……!
브래들리는 총을 들고 오즈는 의자에서 일어선다.
(위험해……!)
라스티카: 연주가 끊겨버렸네요.
일촉즉발의 공기 속에서 라스티카는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함께 연주하는 매일을 3화
라스티카는 그대로 오즈가 그만둔 연주를 이어가듯 건반을 두드렸다.
???: 메에.
(에…….)
챔발로에서 들려온 것은 양의 울음소리였다.
브래들리 / 오즈: ……!?
양: 메에메에메에.
라스티카가 건반을 칠 때마다 양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운 소리와, 긴박감에 아랑곳하지 않는 라스티카의 태도에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라스티카: 후후.
갑자기 양의 소리는 사라지고 챔발로 소리가 되돌아왔다. 아까 끊겼던 곡들이 다시 화려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그 음색은 우아하고 흐르는 듯하여 듣는 이의 마음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브래들리: ……칫. 오늘은 그냥 넘어가 주지.
오즈: …….
전의를 상실했는지 브래들리는 어느새 총을 내려놓고 있었다. 오즈 또한 조용히 의자에 앉는다. 살벌한 분위기는 이미 거기에 없고, 아름다운 음악만이 축복하듯 안뜰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날 밤, 라스티카의 방을 찾아갔다.
오늘은 감사했어요. 라스티카 덕분에 아무도 안 다칠 수 있었어요.
라스티카: 답례를 말하는 건 제쪽입니다. 제 장난에 놀라주셔서 너무 즐거웠어요.
확실히, 양 우는 소리가 들렸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라스티카: 후후, 영광입니다. 딱총도 버리기 힘들었지만, 조금 욕심을 부리고 싶었거든요. 이왕이면 브래들리나 현자님도 놀래켜보려고. 오즈 님뿐만이 아니라, 두 분 다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아하하, 장난 대성공이네요. 그러고 보니 브래들리와도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라스티카: 그거 기쁜걸. 저도 예전보다 더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와는 같이 식사를 한 적도 있어요. 첫 임무 축하로 제가 한 턱 냈죠.
라스티카는 상냥하게 말했다. 브래들리와 그는 가치관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함께 식사를 하던 밤이나 오늘 같은 날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며 두 사람은 조금씩 다가갔을 것이다. 둘 뿐만 아니라 마법서에 사는 마법사들 모두 그런 식으로 나날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분명 앞으로도.
다 같이 사이좋게, 는 어려워도…… 마법관에 사는 마법사들이 좋은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라스티카: 후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라스티카: 현자님, 오늘의 장난처럼 항상 저희의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려고 손을 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로에나 서쪽의 마법사들, 브래들리와 마찬가지로 현자님도 빼놓을 수 없는 저의 소중한 친구예요.
미소를 지은 라스티카는 내 손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잡았다.
라스티카: 부디 앞으로도 기분 좋은 당신의 소리로 저의 매일을 연주해 주세요. 안 된다고 해도, 저는 결코 이 손을 놓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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