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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잠 못드는 밤의 캄페지오] 1화~5화

 

 

 

 

 

만점의 밤하늘, 하얀 모래 사장. 모닥불의 빛이 흔들리는 만찬회. 무인도에서의 즐거운 바캉스였어야 했지만…… 마법사들을 기다리고 있던것은 모험 서바이벌!? 게다가 동행한 네로는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상냥하지 않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늘 매정한 녀석이라고.


1화


하루가 끝나가는 밤 무렵, 어쩐지 목이 말라 식당으로 향했다. 그 길에 들려온 즐거운 목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응? 이 목소리……)

네로: 술 상대라면 다른 놈 찾아. 기분이 아니야.

브래들리: 바보, 보라고. 좀 희한한 녀석을 구했어.

네로: ……헤에, 연차가 좋은 술이네. 어디서 훔쳐온건가.

브래들리: 단골가게에서 만나는 귀가 먼 할멈이 나에게 준거야. 잘생겼던 옛날의 영감을 닮았다고.

네로: 그 할머니, 눈도 나빠진 거 아니야?

브래들리: 이럴 땐 안목이 높다고 하는 거지. 그냥 어울려 줘. 한 잔 하자.

들여다보니 브래들리와 네로의 모습이 있었다. 브래들리의 손에는 값비싼 술병과 유리잔이 들려 있다. 말을 걸려고 하는 것보다 빨리 두 사람은 이쪽의 기색을 눈치챈 것 같다. 가볍게 지껄이던 공기가 확 식는다.

브래들리: ……기분이 바뀌었어. 역시 그만둘래. 사귐성이 나쁜 음침한 동쪽 마법사 따위를 권유하는 편이 이상하지.

브래들리는 태도를 싹 바꿔 시치미를 떼었다.

네로: 그렇네……. 나 같은 격하는 너 따위가 상대할 놈이 아니야.

네로 역시 쌀쌀한 어조로 브래들리와 거리를 두었다.

네로 / 브래들리: ………….

저기, 죄송해요. 엿들을 생각은…….

네로: 신경 쓰지 말아 줘. 들려서 위험한 이야기 같은 건 안 했으니까.

브래들리: 우연히 이 녀석 밖에 없어서, 좀 이야기 했던 것 뿐이야.

서로 고개를 돌리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가혹해진다. 어색한 분위기에 나는 초조해진다.

(나쁜 타이밍에 와버린걸지도…….)

그, 그랬었군요. 하긴 누군가와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죠. 맞다, 이번 기회에 친분을 돈독히 하는 건 어떨까요?

네로: 친분?

네. 그다지 서로를 몰라도, 함께 술을 마시면서 친해질 수도 있고요. 내일 브래들리는 아침부터 임무니까 돌아와서 같이 마시는 건 어떨까요? 임무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의미도 담아서……!

되도록 밝은 목소리로 제안했더니 떨떠름한 얼굴이었던 브래들리의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브래들리: 그것도 그렇네! 좋은 말 하잖아.

브래들리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내 어깨를 껴안았다. 개를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브래들리: 이왕이면 너도 와. 현자님의 위로도 필요하잖아? 네로, 그렇게 됐으니까 맛있는 안주 준비해놔.

네로: 현자 씨까지 말려들게 하지 마……. 당신, 무리하게 어울려주지 않아도 돼.

에…….

(브래들리와 네로의 만남은 어떤 느낌일지 좀 궁금한데…….)

저도 참여하고 싶어요. 물론 민폐가 아니라면요.

힐끔 하고 시선을 살피더니, 네로는 조금 생각한 후 머리를 긁었다.

네로: ……현자 씨가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술판 준비해 놓을게.

브래들리: 하하, 그렇게 나와야지!

브래들리는 신이 나서 나와 네로의 등을 툭 쳤다.

아파!

네로: 아프잖아!

브래들리: 기다리고 있으라고. 임무따위, 이 브래들리 님이 즉행으로 처리해주마!











며칠 후, 임무를 마친 북쪽 마법사들이 마법관으로 돌아왔다.

모두들, 어서 와요.

스노우 / 화이트: 다녀왔습니다——!

미스라: 하아.

오웬: 드디어 끝났네.

……어라? 확실히 임무에는 5명 전원이 갔을텐데……. 브래들리는……?

돌아온 북쪽 마법사들 가운데 브래들리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그 후 선생님들의 회의가 열렸고, 나도 동석하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미스라도 있어. 선생님 역의 마법사들은 차례차례로 의제에 따라 보고나 연락, 대화를 진행시켜 갔다.

피가로: 최근 레노가 키우는 양 중에 탈주를 하는 애가 있더라고. 중앙의 수업에도 난입했다던데.

오즈: 아아, 변신 마법을 시험한 직후였기 때문에 리케가 누군가를 양으로 잘못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파우스트: 안뜰을 지날 때 그가 양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던 건 그것 때문이었나…….

샤일록: 후후, 흐뭇하네요.

피가로: 만약에 또 양을 보게 되면 알려달래. 이쪽에서도 앞으로 조심할테니. 수업에 대해서는 이게 끝인가.

샤일록: 그렇다면 이번 주제로 넘어가죠. 임무 도중에 실종된 브래들리에 대해서.

파우스트: ……확실히 그의 모습을 한동안 보지 못했었지. 임무 중에 무슨 일이 있었나?

스노우: 그 건은 우리 미스라부터 얘기하지.

화이트: 자, 미스라.

미스라: …….

회의 내내 한가한 듯 티스푼을 뜯던 미스라는 쌍둥이의 재촉에 티스푼을 놓았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미스라는 한마디 했다.

미스라: 제가 죽였어요.

파우스트: 죽……?

시원하게 자백한 미스라 때문에 홍차를 마시려던 파우스트는 숨이 막히고, 나는 무심코 의자에서 일어났다.

미, 미스라. 사실인가요……!?

피가로: 죽인거야?

미스라: 그렇네요, 아마도.

샤일록: 애매하군요.

오즈: …….

파우스트: 스노우, 화이트. 순서대로 설명해 줘.

스노우 / 화이트: 호호호……. 미스라 쨩은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하니까 말일세.

고개를 흔든 두 사람은 이번 임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화


스노우: 그렇게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방문했던 북쪽 나라 변방에서 있으면 안 될 대형 마수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네.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되살아난 고대종이겠지.

화이트: 라고 해도, 이쪽은 북쪽의 마법사가 다섯 명이나 모여 있었으니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체력이 끝이 없어 삶아도 구워도 좀처럼 끝나지 않았네.

스노우: 그러다가 성질이 급해진 미스라가 갑자기 공간의 문을 열고…….

미스라: 이제 곧 죽을 것 같아서 마그마에 담그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브래들리가 없어져 있었어요. 아아, 그러고 보니 브래들리도 함께 문 안으로 돌진했던 것 같고……. 뭐, 그렇습니다.

키홀더를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정도의 텐션으로 미스라는 말했다. 그 가벼움과는 달리 나는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브래들리는 정말로……?

미스라: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런…….

화이트: 우리 애들이 걱정시켜서 미안하네, 현자여.

스노우: 하지만 그렇게 심각해지지 않아도 된다. 그녀석은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야. 북쪽 나라에서 돌이 되는 일도 없이 수많은 마법사를 능가해 온 악동이니 말일세.

화이트: 나와는 달리 죽여도 죽지 않는다.

오즈: 요령 있고 민첩한 남자다. 나도 아직 죽인 적이 없어.

샤일록: 당신이 말하니까 설득력 있네요.

파우스트: .……뭐, 그 정도의 마력의 소유자라면 마그마 따위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피가로: 맞아 맞아. 살아있다면 언젠가 자력으로 돌아오겠지.

샤일록: 그렇다면 이 건에 대해서는 잠시 지켜보도록 할까요?

피가로: 괜찮지 않아? 지켜보는 걸로.

스노우 / 화이트: 음, 정관 정관.

파우스트: ……이 이야기는 그다지 공개하지 않는 편이 좋겠군. 동요하는 자가 있을 지도 몰라.

샤일록: 그렇네요. 이 자리에 없는 모두에게는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걸로 하죠.

무르: 비밀이라는 것?

무르!?

내가 앉아 있던 의자 뒷쪽에서 무르가 얼굴을 내밀었다.

피가로: 이런, 장난 고양이가 귀를 곤두세웠나 보네.

스노우: 무르, 지금 한 얘기는 남에게 얘기하지 말게나.

화이트: 여기만의 비밀이니까.

파우스트: 그건 그렇고, 어느 사이에 잠복해 있었던 거야…….

무르: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샤일록: 현자님이 들어오셨을 때가 아닌가요?

오즈: 나비 모습으로 어깨에 앉아있었군.

무르: 딩동댕! 당첨! 보상으로 사탕 줄게.

샤일록: 무르.

미스라: 사탕이라면 저한테 주세요. 차만 마셨더니 속이 안 좋아져서.

파우스트: 남의 다과를 먹어치워 놓고도 잘 말하는군…….

(……모두, 너무 냉정해)

당황한 기색이 없는 그들의 고리 속에서, 나는 혼자 조금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브래들리는 강한 마법사고, 그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날 밤, 나는 네로의 방문을 두드렸다.

네로: 현자 씨? 왜 그래.

죄송해요, 밤 늦게. 할 얘기가 있는데 지금 괜찮을까요?

네로: 이야기? 뭐, 들어와.

얼마 전 함께 술을 마시자는 얘기를 막 한 참이다. 브래들리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네로도 신경 쓸지도 모른다. 전한다면 반드시 네로를 걱정시키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다정한 그의 일이다. 나중에 사실을 알면 오히려 쇼크인 것이 아닐까……. 고민 끝에 담화실에서 들은 두 사람의 친근한 대화를 떠올리며 나는 역시 전하기로 결심했다.

네로: ……그런가.

사정을 다 말하자 네로는 바로 웃어넘겼다.

네로: 브래들리라면 괜찮아. 분명 무사히 잘 돌아올 거야. 나 같은 애와는 달리, 그 녀석은 뻔뻔한 북쪽 마법사잖아.

약간의 불운을 달래듯 네로의 목소리는 칼칼했다.

네로: 선생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심각해지지 않아도 될 거야. 너무 걱정하면 현자 씨가 더 곤란해지잖아.

네로…….

챙겨주는 말에 막고 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고마워요. 네로는 상냥하네요…….

하지만 네로는 내 말에서 눈을 돌리듯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네로: 나는 상냥하지 않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늘 매정한 녀석이라고.

……네로?

깜짝 놀란 듯 네로는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네로: 자, 방으로 돌아가. 오늘은 푹 쉬는 게 좋겠어. 너무 상심하지 마.

아, 네……. 안녕히 주무세요.

네로: 아아, 잘 자.





네로: ……하아.

네로: (……새삼스럽게, 그럴 처지가 아니잖아.)










(……별로 자지 못했네.)

침대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사이에 아침이 오고 말았다.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면서 식당으로 향한다. 자리에 앉자 맛있는 향기가 포근하게 풍겼다. 시들던 식욕이 희미하게 얼굴을 내비친다.

(……아.)

테이블 위에 늘어선 아침 식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뿐이었다.

(네로……. 내 기운을 차리게 해주려고…….)

가슴이 뭉클했다. 네로의 은근한 정성이, 따뜻한 요리로부터 전해져 온다.

(네로는 자신을 매정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시노: 현자, 오늘은 빠르네.

히스클리프: 현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시노, 히스. 좋은 아침이에요.

시노: ……무슨 일이야, 그 얼굴.

에?

히스클리프: 눈 밑에 다크서클이……. 혹시 수면부족인가요?

그게, 조금…… 어제 일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서.

시노 / 히스클리프: 어제 일……?


3화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위, 위험해……. 브래들리가 실종이라는 건 다들 모르고 있었지)

시노: 정말로 괜찮은건가?

히스클리프: 얼굴색도 안 좋은 것 같고…… 무리하지 말아 주세요.

고마워요. 괜찮아요.

걱정스러워하는 듯 두 사람에게 나는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노: 잠이 안 와서 고민이라면, 현자도 같이 가는게 어때.

간다니, 어디로요?

시노: 남쪽 나라다. '몽환의 고리' 를 만들러 가자고 아까 히스랑 얘기했어.

몽환의……?

무르: 와!

!?

낯선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눈앞에 거꾸로 선 무르가 불쑥 나타났다.

시노 / 히스클리프: 무르!

빙그르르 공중제비를 한 무르는 내 옆 의자 위에 고양이처럼 앉았다.

무르: 현자님도 원해? 몽환의 고리.

까, 깜짝아……. 무르, 몽환의 고리를 알고 있나요?

무르: 알고 있어! 남쪽 나라에서 나는 특별한 소재를 링 모양으로 짠 오래된 부적이야. 그걸 꾸미고 자면 몽환의 고리가 악몽을 덥석덥석 먹어준다고 옛날부터 전해져.

히스클리프: 저희들도 무르에게서 몽환의 고리를 알게 된거예요.

시노: 악몽을 고리에게 먹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게 되잖아?

헤에, 숙면의 부적이군요. 아, 그렇다는건…… 혹시 두 사람도 잠이 안 와서 고민하고 있는 건가요?

시노: 우리들이 아니야. 파우스트한테 줄거야.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가끔 잠 안 오는 날이 있대요. 그래서 몽환의 고리 부적이 있으면 조금은 푹 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노: 파우스트한테는 말하지 마. 비밀로 해서 놀래킬거야. 그게 더 고마움이 커져.

아하하. 파우스트, 엄청 기뻐할 거에요.

시노: 그렇지? 그 녀석, 울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울지는 않지 않을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겁이 없는 시노 뿐만 아니라 평소 조심스럽던 히스클리프도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다. 파우스트를 그리워하는 두 사람의 배려를 접하면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히스클리프: 고리를 만드는 소재는 남쪽과 동쪽 나라의 국경 근처에 있는 작은 섬에서만 채취되는 드문 거래요. 어떤 소재를 쓰는건지 무르에게 물어봐도 맛 본 뒤의 낙이라면서 안 알려줘서.

시노: 좀 멀리 나가게 될 것 같은데, 빨리 섬에 가서 확인하고 싶어.

무르: 매우 두근두근하고 즐거운 섬이야. 분명 현자님의 걱정도 사라져버릴걸. 그 섬에서 우리랑 같이 바캉스를 즐기자?

순간 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들의 권유는 순수하게 기쁘다. 하지만 가슴 속에 번지는 근심이 잠시 나를 멈추게 하였다.

(이럴 때 즐겨도 되는 걸까. 브래들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르: 현자님, 아——앙.

……!?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무르가 숟가락으로 수프를 떠서 내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무르: 어두운 얼굴로 지내도 웃고 지내도 맛볼 수 있는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게다가 그의 안부를 묻는 것은 그의 강함을 의심하는 것이지. 북쪽의 마법사라면 오히려 모멸감을 느낄지도!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

브래들리는 강하고 믿음직스럽고 '거대한 재앙' 의 상처로 어떤 곳으로 날아가도 반드시 마법서로 돌아와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노우들의 말대로 브래들리가 살아 있다고 믿으며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그렇네요. 저도 남쪽 나라의 외딴 섬에 가보고 싶어요!

무르: 아싸——!

히스클리프: 현자님과 함께 할 수 있다니 기뻐요.

시노: 좋아. 이걸로 히스클리프대 멤버가 네 명이 됐네.

히스클리프: 에에!? 뭐야 그 이름!

시노: 편의상 있는 게 좋지.

히스클리프: 절대로 필요없잖아!? 그리고 현자님이 계시니까 아키라대라고 하는 쪽이…….

에? 아, 아니아니 그런……! 이번에는 히스들의 발안이고, 히스클리프대가 더 좋을 것 같아요.

시노: 봐, 현자도 이렇게 말하고 있어.

히스클리프: 현자님까지……!

시노: 저기, 히스클리프대는 네 명이 전부? 아니면 동료를 더 모을래?

무르: 동료는 많으면 좋지. 다른 녀석들한테도 말을 걸어 볼까.

히스클리프: 그렇다면 남쪽 마법사들을 불러볼까. 남쪽 나라의 섬으로 가는거고.

시노: 좋아. 지금부터 히스클리프대 멤버를 모집해 오지. 무르와 현자는 갈 준비를 해 둬.

히스클리프: 그러니까, 히스클리프대라고 하지 말라고……!







네로: …………후아암…….

파우스트: 수면 부족인가?

네로:우왓! 뭐야, 선생인가. 놀래키지 마.

파우스트: 그냥 들어왔을 뿐인데…….

네로: 무슨 용건…… 아아, 커피인가.

파우스트: 괜찮다면, 너도…… 아니, 수면 부족일 때 권하는 건 아니지.

네로: 수면 부족이라고나 할까…… 잠깐 꿈자리가 나빴을 꾼이야. 가끔 옛날 꿈 같은 거 꿔.

파우스트: ……악몽인가.

네로: 뭐, 그런 거. 이런 꿈은 커피 같은 것보다 더 쓴 맛이 남네.

파우스트: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기가 있다. 괜찮다면 그걸…….

피가로: 여, 네로. ……이런, 파우스트도 있었구나.

네로: 헤에, 피가로?

파우스트: ……미안하지만 급한 일이 생각났다. 향은 나중에 방으로 보내줄게. 그럼.

네로: 아, 어이.

피가로: 아쉽다, 가버렸네. 뭐 됐어. 여기 온 본론은 그에게는 비밀인 것 같으니까.

네로: 하아…….

피가로: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괜찮아, 나쁜 건 아니니까. 꿈자리가 나쁜 너희들에게는 좋은 이야기야.









그리고 며칠 뒤, 섬으로 떠나는 날이 왔다.

시노: 전부 모였나?

히스클리프: 응, 다 모인 것 같아.

피가로: 잊은 물건은 없어?

루틸 / 미틸: 완벽해요!

레녹스: 예정보다 일찍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모두 예정 시간보다 빨리 모였네요.

무르: 내가 첫 번째야. 동트기 전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네로: 즉, 여기서 잤다는 건가?

긴 여행을 눈 앞에 둔 마법사들이 들뜬 모습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있다. 그 멤버 중에는, 뜻하지 않게 네로의 모습도 있었다.


4화


네로도 함께군요. 혹시 시노가 초대했나요?

조금 의외라는 생각에 말을 걸었더니 네로는 겸연쩍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네로: 아니, 긴 여행에 비해 어린아이가 많다고 피가로에게 동행을 부탁 받아서…….

한숨을 내쉬는 그의 손에는 커다란 런치박스가 들려 있다.

네로: 밥 담당도 필요하잖아? 오늘 점심은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을 담아 왔으니까 배가 고프면 적당히 집어 줘.

시노: 네로, 잘 했어.

미틸: 감사합니다, 네로 씨!

네로: 천만에. 그것보다 재봉사 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는걸. 이 옷도 만들어 준거지?

맞아요. 오늘 의상도 엄청 예쁘죠.

무르: 내 몫까지 즐기고 오라고 클로에가 말했었어!

루틸: 클로에, 상냥해……! 사실은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았는데. 사정이 있다고 했었나.

히스클리프: 응. 초대해 봤지만 용무가 있었나봐.

루틸: 그렇구나……. 그러면 클로에가 좋아할 만한 선물 잔뜩 가져와야지!

히스클리프: 그렇네.

미틸: 저도 섬에 도착하면 리케의 선물을 찾을 생각이에요.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예쁜 걸 찾았으면 좋겠다.

남쪽의 마법사들도 가본 적이 없나요?

레녹스: 네. 소문은 들어봤지만 저희도 가보는 건 처음입니다.

피가로: 개척을 추진하고 있는 땅에서는 꽤 떨어져 있고, 시노들에게 초대 받지 않았다면 잘 가지 않는 곳이네.

무르: 준비는 됐어? 모두, 모험을 떠나러 가자!

루틸 / 미틸 / 시노: ——!

(……어라? 어느샌가 바캉스가 모험으로……)

마법사들은 차례대로 사뿐사뿐 발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기대도 함께 실은 짐을 짊어지자 문득 긍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루틸들처럼 섬에서 선물을 찾자. 브래들리가 좋아할 만한 걸로)








남쪽 탑에서 빗자루에 올라 타, 철새 때처럼 황야 위를 난다. 쉬엄쉬엄 사흘 가까이 날다가 큰 산을 넘었을 때, 비로소 수평선이 나타났다. 저쪽에 떠 있는 작은 섬은 생각보다 멀고 거친 파도 위를 다시 한참을 간 뒤에야 소문의 섬에 당도했다.

 

루틸: 와아……!

피가로: 헤에.

섬을 한눈에 본 마법사들은 여독도 잊은 듯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빛나는 백사장, 반짝이는 푸른 바다…… 그리고 자연, 자연, 자연…… 나아가서 또 자연.

(이건…… 아무리 봐도……)

무인도인가……?

레녹스: 무인도다.

표류하던 배가 흘러내릴 것 같은 변방의 고도였다. 건물이나 가게는 고사하고 인기척조차 없다. 걷잡을 수 없는 자연이 섬을 뒤덮고 있다. 야성미가 넘치는 경관은 우아한 바캉스라기보다는 목숨을 건 서바이벌 같은 느낌이었다.

무르: 즐거울 것 같은 섬이지? 두근두근! 두근두근!

피가로: 남쪽치고는 정령들이 번화한 땅이네. 모르는게 많다는 의미로는 확실히 설레는 마음일지도.

과, 과연. 즐거운 섬이란 이런 거였구나.

(얼마전에 갔던 보르다 섬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그만 착각해 버렸어……)

미틸: 무인도라면 저희밖에 없다는 거죠. 괜찮을까요……?

히스클리프: 혹시 모르니까 잘 자리나 음식물은 제대로 확보해 놔야겠다.

루틸: 어머, 예쁜 새. 숲 속에 들어가면 희귀한 동물들이 많이 있을지도!

시노: 즉 사냥터라는 거지. 팔이 울리는걸.

레녹스: 식재료도 그렇지만 소재도 모으겠다면 거점 장소를 생각하는게 좋아. 몽환의 고리의 소재는 어디에 있지?

무르: 글쎄.

히스클리프: 에?

무르: 섬 어딘가에 있어. 금방 찾을 수도 있고, 못 찾을 수도 있어!

루틸: 섬 아무 곳에 있는게 아니라, 찾아야 하는 거군요.

그렇다는건, 꽤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피가로: 뭐, 괜찮잖아. 모처럼 놀러 왔으니 잠시 머물면서 자연을 만끽하자.

시노: 바라던 바다. 이 섬을 제패해 주지.

네로: 우선 진정할 자리가 필요하겠네. 거점 만들기부터 시작할까.

루틸: 그 전에 차를 마시지 않겠나요? 너무 많이 날아서 피곤하기도 하고.

레녹스: 그것도 그렇네. 무인도 생활을 위해서라도 일단 휴식을 취하자.

피가로: 찬성. 슬슬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미틸: 저, 준비할게요.

남쪽의 마법사들이 크로스를 깔고, 그 위에 남겼던 군과자가 차려진다. 뭔가 피크닉 같다.

네로: ……뭐, 느긋하게 할까.

히스클리프: 아하하, 그렇네.

모처럼의 바캉스에 조급하게 마음을 졸이기에는 아깝다. 우리는 요기를 하고 각자 무인도를 즐기기로 했다.

 

미틸: 아니에요, 피가로 선생님. 여기는 이렇게 묶는 거예요.

피가로: 어라? 그랬었나.

둘이서 뭘 만들고 있나요?

미틸: 낚싯대예요! 레노 씨가 만드는 법을 가르쳐줘서 피가로 선생님께도 알려드리고 있어요. 이 정도면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어디서든 낚시를 할 수 있어요!

아, 혹시 여기 있는게 미틸이 만든 낚싯대에요! 엄청 잘 만드네요!

미틸: 에헤헤……!

피가로: 그렇지? 미틸은 재주가 좋네.

피가로의 낚싯대는…….

(……약간 비뚤어져있어……?)

피가로: 새로운걸 배우는게 너무 꾸준해서 힘들지. 마법으로 만드는게 확실히 빠르네.

미틸: 정말이지! 안된다구요! 무인도답게 하자고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다시 알려줄 테니까, 제대로 봐주세요.

히스클리프: …… 이거, 예쁘다.

네로: 헤에, 희한한 색의 조개네.

히스클리프: 좀 신기한 색이지. 햇빛을 쬐면 다른 색으로 보이고.

네로: 이쪽에도 떨어져 있어. 이 녀석 웃기게 생겼네.

히스클리프: 정말이다. 브로치로 가공할 수 있을지도.

무르: 뭐야 뭐야? 조개를 줍고 있어?

히스클리프: 응. 클로에의 선물로 할까 싶어서.

무르: 좋네. 나도 주워올게!

히스클리프: 에.

네로: 무르 녀석, 바다에 뛰어 들었는데?


5화


무르: ……후하——! 봐 봐, 엄청난게 있었어! 클로에의 얼굴보다 커!

히스클리프: 그, 그거 조개 맞아……? 캬오 하고 있는데?

네로: 뭔가 입, 열려있지 않아?

무르: 아하하, 물렸다——!

시노 / 레녹스: …….

루틸: ………….

무르가 의문의 조개를 잡고 있을 무렵, 조금 떨어진 해변에서는 루틸과 레녹스, 시노 세 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작은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루틸을 레녹스와 시노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루틸: ……앗.

레녹스: 켜졌어?

루틸: 아뇨, 나무가 부러졌어요.

시노: 뭐야.

저기, 뭘 하고 있나요……?

시노: 모닥불 준비. 야영할 때 우리는 마법으로 불을 붙이지만, 인간은 나무판자와 나뭇가지를 문질러 불씨를 만들잖아.

레녹스: 그 방법을 루틸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도전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 과연……! 엄청 무인도 같네요.

루틸: 그렇죠? 저, 서바이벌처럼 불을 피우는데 옛날부터 동경하고 있어서……!

 

루틸: 좋아! 다시 한 번 도전해볼게요.

기세등등한 루틸은 팔을 걷어붙이고 다시 나뭇가지를 양손에 끼웠다.

루틸: ………….

시노 / 레녹스 / 현자: ………….

루틸: ……후우. 역시 어렵네요.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시노/ 레녹스: 앗.

(결국 마법으로 불을 켰다……)

탁 트인 해변에 마법사들의 명랑한 목소리가 터진다. 누구의 모습도 없고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만큼 무엇을 하든 자유롭다고 상상했던 것이랑은 조금 달랐지만, 이건 이거대로 즐거운 휴가가 될지도 몰라.

레녹스: 현자님, 해가 지기 전에 저녁 식재료를 구하러 갈까 하는데요.

그렇네요. 어두워지기 전에 준비 할까요.

피가로: 모두가 식량 조달을 하러 간다면 그 사이에 내가 거점을 만들어 놓을게. 미틸, 도와줄래?

미틸: 네, 맡겨 주세요!

네로: 거점은 둘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식재료 조달반이네.

무르: 난 몽환의 고리 소재를 찾으러 갔다올게——!

히스클리프: 에? 무르?

벌써 가버렸어요……. 혼자서 괜찮을까요?

시노: 무르라면 괜찮겠지. 이 섬을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같아.

 

 

 

 

 

 

 

 

 

우리들은 먹을거리를 구하러 일단 숲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네로: 그러면 이 섬에 먹을 만한 것이…….

시노: 고기.

네로: 그건 먹을 수 있는게 아니라 먹고 싶은거잖아.

시노: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짐승의 발자국이랑 보금자리도 봤어. 이 숲에는 큰 사냥감이 있다는거야. 내가 죽여줄게.

레녹스: 시노가 말한다면 틀림없겠지. 대형 동물이 있다면 먹이도 풍부하다는 얘기야.

루틸: 생선이나 과일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까 미틸들이 만들던 낚시도구를 빌리는건 어떤가요?

레녹스: 그렇네. 나랑 루틸은 물고기를 잡자.

물고기, 기대되네요!

히스클리프: 둘 다 조심히 잘 다녀와.

루틸: 큰 거 낚아올 테니까 기대해! 다녀오겠습니다!

시노: 우리도 질 수 없지. 네로, 거물을 사냥하러 간다.

네로: 네네.

히스클리프: 그렇다면 우리도…….

시노: 히스는 안 와도 돼. 네가 있으면 거치적거려.

히스클리프: …………뭐야 그 말투.

시노: 사냥은 나와 네로로 충분해. 너는 현자와 과일이라도 찾으러 가.

히스클리프: ……알았어. 가죠, 현자님.

…… 네.

 

 

 






네로: 정말이지 너희들은……. 이런 데까지 와서 싸우지 말라고.

시노: 별로 싸우고 싶었던 건 아니야. 거치적거리는 건 진심이다. 걔는 피를 보는 것도 냄새도 서툴러. 생물을 죽이는 것에 적합하지 않아. 처음 사냥을 나갔을 때도, 히스는 앞에 있는 사냥감을 끝내 쏘지 못했어.

네로: 그 녀석은 마음씨가 착하니까.

시노: 맞아. 착하고 똑똑하고 훌륭해. 사냥 같은 건 못해도 돼. 그런 건 내 몫이니까. 걔가 못하면 내가 먹이의 목을 따오면 돼.

네로: ………….

시노: 히스는 나랑 달라. 히스만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그냥 그거일 뿐인데, 걔는 언제까지고 몰라.

네로: ……그래, 그래.

시노: 머리 탁탁 치지 마. 난 꼬마가 아니야.

네로: 하하. ……응?

네로: (……뭐야? 지금의 기색……. 이거, 설마……)

시노 / 네로: ……!

시노: 들었나? 짐승의 울음소리야.

네로: 짐승…….

시노: 저쪽이군. 간다.

네로: …… 아아.

네로: (……젠장, 쓸데없는걸 생각했어.)








히스클리프: 아, 저 나무…….

숲속을 걷기 시작해 좀 지난 후, 히스클리프가 높은 나무를 가리켰다. 보면 키 큰 나뭇가지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히스클리프: 도감에서 본 적이 있어요. 분명 남쪽 나라의 일부에서 나는 과일이에요. 새들이 찔러먹은 흔적도 있으니 저희가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와아, 해냈네요! 새들의 몫은 남겨두고 가져가요. ……아, 그런데 조금 과일의 위치가 높은데. 나무에 올라가면 딸 수 있을까요.

히스클리프: 아하하. 현자님,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저는 마법사니까요.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히스클리프가 주문을 외우면 부드러운 비가 내리는 것처럼 과일이 천천히 우리의 손에 떨어진다.

와아……. 고마워요. 달콤한 냄새가 나네요. 조금 먹어볼까.

옷으로 과일을 문지르고 나서 덥석 문다. 입안에 상큼하고 단맛이 퍼졌다.

맛있어……! 시원하고 아삭아삭해서 수박 샤벳을 먹고 있는 것 같아. 히스도 한 입 어떤가요?

히스클리프: 에, 그러니까……. 그렇네요. 그럼 저도…….

히스클리프는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내가 하던 것을 흉내내듯 주뼛주뼛 과일을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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