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마법사 스노우와 화이트가 비호하고 있는 거리. 두 사람이 사는 곳에 비호를 구한 인간이나 약한 마법사가 모여, 마침내 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쌍둥이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고분고분하게 행동한다. 집집마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창문이 눈에 띈다. 마시아 열매는 쌍둥이가 살 곳을 얻을 때마다 그 땅에 심는 것으로, 이 거리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특별 커맨드 '지침서' : 얼음의 거리에 있는 스노우와 화이트의 집에서, 마법 지침서를 읽어보자. 예언서와는 다른 마법사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힘, 이끌어가기 위한 힘이 있다. 신기한 잉크로 지침서에 특성을 적어넣기도 하고, 제거하거나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1화
북쪽의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북쪽의 마법사 여러분들은 얼음의 거리로 향할 예정이에요.
화이트: 얼음의 거리? 얼음의 거리는 우리들 북쪽의 쌍둥이가 화목하게 살고 있는 거리일세.
그런가요?
스노우: 그럼, 그럼. 우리를 의지하며 마을을 이룬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브래들리: 즉, 쌍둥이의 세력권이라는거네. 우리까지 나서면 예의 없는 짓 아냐?
미스라: 맞아요. 부담갖지 마시고 스노우와 화이트만으로 해결하고 오세요.
오웬: 이번에는 활약을 양보해줄게. 어르신 체면 정도는 세워줘야지.
스노우 / 화이트: 어르신이라니!
화이트: 호호호. 사양하지 않아도 되네. 우리 집에서 환대해주마. 자, 현자여. 얼음의 거리에서 어떤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이변이라기보다는 스노우와 화이트가 돌아와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거대한 재앙' 이래 얼굴을 못 봐서 걱정이라고…….
화이트: 호호호. 확실히 돌아갈 기회가 적었구먼. 동네 사람들을 안심시켜 볼까.
스노우: 그럼, 그럼. 오랜만의 우리 집으로 돌아가세.
화이트: 그런데 현자여, 얼음의 거리에 가면 우리 집에서 마법예언서를 읽어보면 되네.
마법 예언서인가요?
화이트: 읽는다기보다는 책을 펼 뿐이지. 이 세계의 문자를 읽을 수 없는 현자에게도 상냥하게 되어져있네. 머리에 마음으로 그린 마법사의 미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페이지에 떠오르지.
알겠습니다. 마법예언서 말이죠. 얼음의 거리에 가면 읽어볼게요.
화이트: 그러면 출발일세!
여기가 얼음의 거리……. 자연이 척박한 북쪽 나라인데 생각보다 집이 많네요.
브래들리: 흐응. 쌍둥이의 비호 때문에 인간들이 몰려든거니까.
비호……?
화이트: 호호호. 마시아 열매가 잘 익고 있어. 현자여, 그대도 먹어 보게나.
2화
화이트는 커다란 나뭇가지까지 날아가 주먹만한 붉은 열매를 땄다. 쩍 열매를 열면 안에는 루비 같은 알갱이의 열매가 가득 들어 있다.
(석류 같은건가……?)
나는 마시아 열매를…….
▶ 한 알씩 먹었다.
화이트: 호호호.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일세. 피가로도 그렇게 먹었었다. 마시아 점이라는게 있네. 점으로 보면 그대에게 부족한건 배짱이구먼.
배짱…….
▶ 잔뜩 모아서 먹었다.
화이트: 호호호. 기세 좋은 먹성이야. 오즈도 그렇게 먹었었다. 마시아 점이라는게 있네. 점으로 보면 그대에게 부족한건 계획성이구먼.
계획성…….
나는 찬찬히 열매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몸서리칠 정도로 셨다.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진하다.
화이트: 시큼하지, 시큼하지. 마시아 열매는 튼튼하네. 더운 데나 추운 데나 열매를 맺으니까 말일세.
스노우: 자보의 열매라고도 불리고 있다. 마시아 열매처럼 거리에 빽빽이 아이들이 넘치도록 말이야.
아이: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피를 입은 아이들이 달려왔다.
아이: 어서오세요!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 오오. 착하지 착하지. 착한 아이로 있었나?
아이: 착한 아이로 있었어요! 앞으로도 얌전한 아이로 있을테니까 부디 우리들을 지켜주세요!
화이트: 오냐오냐. 우리들, 아이들을 좋아하네. 착한 아이로 있으면 지켜주마.
웃는 쌍둥이에게 절을 하고 아이들이 씩씩하게 달려간다. 어른들도 쌍둥이를 보자 멈추어서서 큰절을 하고 있엇다. 쌍둥이에 대한 감사와 경애가 전해진다.
스노우와 화이트는 거리의 사람들에게 숭배받고 있군요.
화이트: 모두 우리들의 비호를 받고 싶어하는 걸세. 북쪽 나라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스노우: 우리들, 북쪽의 마법사 중에서는 특히 상냥한 쪽이니까. 인기인일세.
미스라: 상냥하다니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3화
오웬: 흥. 스노우도 화이트도 인간에게는 무른 얼굴이니까.
브래들리: 내가 보기엔 쌀쌀한 응석이다. 둥지를 틀면 질려버려. 벌레만큼의 정만 있을 뿐이야.
불온한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화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얼음거리를 둘러본다.
화이트: 브래들리의 말대로일세. 우리가 마을을 수호하는 것은 이 얼음 마을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는 더 북쪽에 살았었다. 오즈의 성 옆에 있었던 적도, 바닷가에서 살고 있던 적도 있었지. 바뀔 때 마다 마시아 나무를 심었었네.저 나무는 어디서나 열매를 맺기 때문이지.
……어째서,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거죠?
스노우: 사람이 너무 모여버리니까 말일세. 우리들의 소문을 듣고, 우리를 의지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야. 사람이 늘면 여러가지 일이 복잡하고, 번잡하게, 까다롭게 되지. 결국 원하던 삶은 생기지 않게 된다.
화이트: 그렇게 되면 작별인사일세. 이 거리의 주민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붙임성 있게 대하는 것이야.
스노우: 그러므로 안이하게 사람을 환영하리라. 자, 현자여. 저것을 봐라.
스노우가 가리키는 끝에서, 거리의 사람들이 여행자 부모와 자식과 싸우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소년이 있는 세 식구로 보인다.
아이의 아빠: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 동네에서 살게 해주세요. 어떤 일이든 하겠습니다.
아이의 엄마: 살던 마을에 마물이 나타나 수호해주던 마법사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어요. 스노우님도 화이트님도 아이에게 상냥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아이는 똑똑한 아이에요. 자, 인사해야지.
아이: ……제발, 여기에서 살게해주세요. 간단한 읽고 쓰기와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주민: 안돼안돼. 스노우님과 화이트님은 마을에 주민이 늘어나는걸 싫어하신다.
아이의 아빠: 그 부분을 어떻게……. 여기서 쫓겨나면 달리 살 곳이 없어요.
주민: 적당히 좀 해! 자, 식량을 좀 줄테니 당장 어디론가 좀 가버려줘!
호통에 놀라서 나는 화이트를 돌아보았다. 상냥한 그라면 어떻게든 해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상냥한 미소를 띄고 바라보기만 했다.
브래들리: 칫…….
4화
혀를 차며 브래들리가 나그네 가족에게 다가간다.
화이트: 어디에 가는거냐, 브래들리.
브래들리: 시끄러워, 망할 영감. 어린애를 좋아하는 온후한 마법사라는게 거짓말이든 정말이든 상관 없지만 말이야, 진주를 좋아하는 부잣집에는 진주를 팔러 상인이 찾아오는거야. 하나하나 따지지 마.
브래들리의 말 뜻은 잘 몰랐다. 그저 그의 초조함만이 전해져왔다. 화이트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의 웃는 얼굴은 아버지 같았고, 어머니 같았으며, 아이 같았다. 마치 열매가 많은 붉은 마시아 열매처럼, 선명하고 윤기있고, 늠름하다.
화이트: 브래들리여. 그대는 아직 어리구나. 그 마음과 그 힘이 어떤 운명에 미쳐 운명을 바꿀 수 있는다고 믿는다. 마법사보다 사람이 약하다고 믿는다. 그건 큰 착각일세. 사람들은 마시아 열매처럼 더운 곳에서도, 추운 곳에서도 번창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아무리 사랑하는 것을 찾더라도 영원히 뿌리내릴 수는 없어.
스노우: …….
뭔가를 말하려던 스노우가 입을 다물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그네 가족은 사라져있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시야가 나빠지기 시작한다.
브래들리: 칫…… 빌어먹을. 놓치기 전에 찾지 않으면.
화이트: 됐네, 브래들리. 우리 동네의 일이야. 우리가 끝까지 찾아보겠네.
화이트는 내 손을 끌었다. 다른 한쪽으로 스노우의 손을 끌어당긴다.
화이트: 현자, 스노우여. 나에게 힘을 빌려다오. 나그네 가족을 찾으러 가자.
……알겠습니다.
스노우: 알겠네.
5화
아이의 아빠: ……젠장……. 뭐가 스노우와 화이트는 애들을 좋아한다야. 집을 얻지 못했잖아! 일부러 빈털터리 죽어가는 어린이를 데리고 온건데! 네 놈이 붙임성이 없어서잖아!
아이: ……죄, 죄송합니다…….
아이의 엄마: 아아, 정말이지…….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 ……저기, 저의 가족은 언제 되살아날 수 있나요?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의 마을에 오면 얼어버린 강에 빠진 저의 친가족도 되살려주겠죠? 그러기 위해서 부자인척하고, 굶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당신들을 따라 여기까지…….
아이의 아빠: 시끄러워. 닥치고 있어!
아이: …….
화이트: 호호호. 브래들리가 예상했던 대로, 너희들은 가짜 진주팔이구나.
스노우: 우리의 총애를 얻기 위해 눈덮인 아이를 납치해 데려온 것이구먼.
아이의 아빠: ……스, 스노우와 화이트?! 아, 아닙니다! 우리는 이 아이를 연민으로…….
아이의 엄마: 부디 저희에게 집을 주십시오! 굶주림도, 마물도, 도적도 이젠 질색입니다! 이봐, 빨리 인사해!
아이: ……이 둘은 범죄자예요! 제 가족이 아닙니다! 내 가족을 살려내……!
아이의 아빠: 이 녀석…….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쌍둥이가 주문을 외우자 아이를 때리려던 아버지도, 어머니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디론가 날아갔는지.....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눈이 남아있을 뿐이다. 긴장이 풀려 아이는 털썩 눈 위에 주저앉았다. 투명한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하듯 천천히 손을 모은다.
아이: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의 가족을 살려주세요…….
스노우: 호호호. 할 수 있을까보냐.
아이: ……그럼, 무엇을 위해……. 나는 고향에서 떨어진 얼음의 거리까지…….
화이트: 호호호. 알까보냐.
아이: …….
6화
웃어넘긴 화이트가, 아이의 곁으로 다가간다. 그는 주문도 외우지 않고 걸으면서 어른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부드럽게 아이를 안아 올리고 작은 손바닥에 마시아의 붉은 열매를 건네준다.
화이트: 하지만, 그대가 원한다면 이 마시아 열매와 얼음 거리에 따뜻한 집을 주지.
화이트: 나는 화이트.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죽이려다 살해된 망령일세. 그대의 가족처럼 살아나지 않고, 그대처럼 왜 이 곳에 머무르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 그래도 괜찮다면, 잠깐 동안 변덕스럽게 사랑해주마.
아이는 물끄러미 화이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체념한 듯, 안심한 듯 그의 등에 팔을 감싼다. 어린이의 손에서 흘러내린 마시아 씨앗들은 선혈처럼 눈밭 위로 흩어진다. 선명하고, 윤기있게.
아이: ……네.
어느새 스노우도 어른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스노우: 똑똑한 애일세. 방종 때의 피가로와 닮아있어. 읽고 쓰기와 계산을 할 줄 안다고 했었지.
아이: 그건 거짓말이에요. 죄송합니다.
화이트: 됐네 됐어. 어쩔 수 없는 것도 힘일세. 우리도 거짓말을 하니까.
화이트가 아이의 손을 잡고 살며시, 장난스럽게, 손등에 입을 맞춘다. 내 옆에 기척이 들어 뒤돌아보니 북쪽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브래들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한다.
브래들리: 선수를 뺏겼나. 제구실을 할 수 있는 도적으로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오웬: 너, 감옥으로 다시 가게 될 걸.
미스라: 저 열매, 셔서 잘 못먹는데 보고 있으면 먹고 싶어지네.
다들 제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얼음 거리에서는 웃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망설이다가 웃기로 한다.
행복한 동화처럼, 섬뜩한 괴담처럼 쌍둥이가 서로 미소짓는다. 언젠가 버릴 거리를 향해 그들은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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