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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로렐라이의 눈물은 호수에 녹아서] 6화~10화

6화

 

피가로: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도와줄 테니까.

아서: 역시 피가로 님은 믿음직스러워요.

피가로: 그래? 더 말해줘.

스노우: 피가로 쨩은 영리한 아이구먼!

화이트: 상으로 사탕을 줄까.

피가로: 정말이지, 그런 나이 아니라니까요.

(이 대화, 아까 본 것 같은데……)

클로에: 그런데 미스라는 어디 갔어?

그러고 보니 안 보이네요.

브래들리: 미스라? 걘 지금…….

그 순간, 큰 물소리와 함께 호수에서 미스라가 튀어나왔다.

!?

루틸: 미스라 씨!

지, 지금 호수에서 나오신거죠……!? 설마 수영하고 있었나요?

미스라: 호수 조사에요. 잠입해서 조사하는 편이 빠르니까.

아서: 호수의 물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아?

미스라: 문제 없어요. 저는 강하니까.

얼굴에 수초가 묻어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머리를 쓸어올리며 미스라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그냥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주문을 외우면 강한 바람이 확 불면서 흠뻑 젖은 예복이 순식간에 마른다.

미스라: 그것보다, 역시 괴물 같은 건 어디에도 없어요.

브래들리: 아무것도 없어?

미스라: 아무것도.

브래들리: 수상한 그림자도 못 봤어?

미스라: 끈질기네요. 헤엄치는 건 작은 물고기들 뿐이에요.

피가로: 브래들리. 로렐라이가 헛소리라고 웃어넘긴 것 치고는 아까의 아서처럼 물어보고 있네. 혹시 이 호수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브래들리: 아아?

피가로: 틀렸어? 그렇게 보이는데.

……브래들리. 혹시 뭔가 알고 있다면 말해줄 수 있나요?

브래들리는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하아, 하고 숨을 내쉬었다.

브래들리: 별 거 아니야. 그냥 그 전설이 거짓말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클로에: 전설이란…….

루틸: 아서님이 얘기해주셨던 전설 말인가요?

브래들리: 그 얘기로는 로렐라이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달라. 남자를 살린 건 그냥 인간 여자다. 남자는 여자에게 고마워하며 그대로 사랑에 빠졌지만, 남자는 귀족이고 여자는 평민. 신분이 다른 결혼 따위는 허락될 리가 없어.

브래들리: 결국 남자는 신분에 맞는 귀족 여자를 아내로 삼았고, 여자는 버림받아 모습을 감추었다……. 뭐, 흔한 이야기지.

루틸 / 클로에: …….

아서: …….

브래들리: 말을 바꿔 쓴 이유는 버린 여자에 대한 속죄인지, 꺼림칙함의 메우기인지……. 어쨌거나 비극을 미담으로 꾸며서 잘 전한 것이 전설이지. 순 제멋대로야.

내팽겨치듯 브래들리가 말했다. 예쁜 그림 밑에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루틸: 그 여성분은 어떻게 됐을까요…….

브래들리: 글쎄. 그것까지는 몰라.

스노우: 브래들리 쨩, 잘 알고 있네?

화이트: 어째서 그렇게까지 잘 알고 있어?

브래들리: 옛날에 이 호수에 보물을 빼앗으러 온 적이 있었어. 그때 지나가던 여자한테 애기를 들었을 뿐이야.

말하면서 스노우와 화이트와 피가로 쪽을 힐끗 노려본다.

브래들리: 너희들에게 잡혀서 감옥에 갇히기 수백 년 전 이야기다.

피가로 / 스노우 / 화이트: 헤에?

브래들리: ……뭐, 그 보물도 지금은 없어져 버린 것 같지만.

기침 같은 그 말은 묘하게 내 귀에 남았다.

(……어떤 보물이었을까.)

아서: 일단 괴어 건으로 이야기를 돌리자. 조사를 거의 끝낸 지금, 알게 된 건…….

루틸: 물이 좋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과, 지금의 호수에 괴어는 없다…… 인가요.

미스라: 즉,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거네요.

스노우: 글쎄, 어떠려나.

화이트: 괴어의 행방을 모르는 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클로에: 동네 사람들도 갑자기 없어졌다고만 하고…….

브래들리: 다른 새로운 정보는 없냐. 영주의 집에서도 이야기를 들었었지? 뭔가 말하지 않았어?

그게, 저택에 갔지만 정작 아들은 만나지 못해서…….

브래들리: 뭐?

아서: 방에서 나오질 않아. 괴어를 목격하고 나서 틀어박히고 있는 것 같아.

미스라: 방에서 안 나온다고요?

피가로: 그런 파우스트와 오즈 같은 일이.

아서: 오즈 님은 나오십니다!

피가로: 오즈는 아서에게 상냥하니까.

스노우: 영주 아들도 그 정도로 달달하면 좋았을텐데.

얼마나 무서운 일을 당했을까 하며 영주님이 불안해 하고 계시던데요.

클로에: 하지만 괴어를 본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들어봤지만, 그 정도로 상태가 변한 사람은 더 없었어.

루틸: 확실히 다들 불안해 보였지만 그 정도로 겁먹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브래들리: ……영주의 아들인가. 수상한데. 걔 얘기를 들어야하잖아.

여러 번 부탁했지만 들어주지를 않아요. 영주님도 꽤 지치신 것 같아서…….

아서: 그 분위기에서 다시 간다 하더라도 면회는 어려울 것 같아.

미스라: 하아, 귀찮네. 제가 갈게요.

에?

스노우 / 화이트: 미스라가?

모두 뜻밖의 입후보에 놀란다. 이 자리에서 가장 센 마법사는 틀림없이 미스라다. 하지만 부탁하기에 적합한 랭킹이라면 밑에서부터 세는 것이 빠르다.

브래들리: 제정신이냐? 너가 협상할 수 있어?

미스라: 협상은 필요 없어요. 공간 이동 마법을 쓰면 되니까요.

피가로: 아들 방으로 직접 들이닥칠 셈인가.

미스라: 그게 제일 쉽잖아요.

클로에: 하지만 깜짝 놀라는 거 아니야? 나 같으면 소리 지를 지도.

화이트: 그건 위험하네. 지금 상황에서는 큰일날 수도 있어.

브래들리: 결혼식을 앞두고 온 집안이 바쁘니까.

미스라: 그럼 소리 지를 것 같으면 죽일게요.

루틸: 아, 안돼요!

브래들리: 제일 위험하잖아.

피가로: 제일 위험하네.

미스라: 그럼 어쩌라는거에요. 저는 봐주는 일 따위 하지 않아요. 죽이느냐 죽이느냐 두 가지 선택 뿐이니까.

(죽이는 것 밖에 없어……!)


7화

 

클로에: 아, 잠깐만! 죽이는 게 아니라 가사라면 어때? 나, 가사마법을 잘하거든. 만약에 떠들 것 같을 때는 내가 얌전하게 해줄게! 그러니까 죽이지는 않기로.

미스라: ……당신이?

미스라에게 내려다보이자 클로에가 흠칫 어깨를 떤다.

미스라: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죽이지는 않을게요.

클로에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미스라는 덥석 머리를 잡았다.

스노우: 이봐, 미스라 쨩!

화이트: 다른 잡는 방법이 있잖아!

피가로: 애초에 잡을 필요 없지 않아?

클로에: 제, 제대로 갈테니까 놔줘……!

(역시 미스라와 단둘이면 클로에가 힘들지도……)

저기,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저도 아드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브래들리: 그럼 나도 갈게. 미스라를 보기엔 눈 두개로는 부족해.

클로에: 고마워, 둘 다……!

미스라: 그럼 가요. '아르시무'










영주의 아들: 너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거야?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에게 가르쳐줘. 아아, 안돼. 가만히 있어야지. 밖에 나가면 분명 살해당할거야…….

미스라: 안녕하세요.

영주의 아들: !?

갑자기 방해해서 죄송해요. 영주님의 아드님…… 맞으시죠?

영주의 아들: 누구야, 너희들!? 애초에 어디서…….

브래들리: 이런, 조용히 해.

미스라: 떠들면 반쯤 죽일 지도 몰라요. 이 오웬 같은 사람이.

클로에: 가, 갑자기 협박하지 말아줘!

클로에: 미안해.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반죽음이 아니라 가사 상태가 될 뿐이니까.

영주의 아들: 가, 가사!?

클로에: 앗, 조용히 해주면 아무것도 안하니까……! 우리는 얘기 좀 듣고 싶을 뿐이야.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그는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뭔가 허약해 보이는 움찔움찔한 눈빛으로.

하지만 정신을 잃은 것 같지는 않다. 한동안 틀어박혀 있었다는 방도 거친 기색은 없고 의외로 깔끔하다. 단, 한 가지 위화감이 있다면 방 한가운데 놓인 큰 욕조다.

미스라: 뭔가요, 저거.

영주의 아들: 그, 그만둬. 보지마……!

그는 욕조를 등에 업고 몸을 감쌌다. 미스라는 가랑잎이라도 털듯이 가볍게 그를 밀어낸다.

이건…….

브래들리: 헤에?




욕조 안에 있었던 것은 거대한 물고기다. 에메랄드 그린의 비늘이 온몸을 뒤덮고 있다. 그것 하나하나가 물속에서 및나는 모습은 눈을 부릅뜨게 하는 아름다움이었다.

클로에: ……이런 물고기, 처음 봤어.

미스라: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게 좋지 않나요. 이빨을 까고 덤벼들 수도 있고.

영주의 아들: 그, 그런 일 할까 보냐! 호수에 있을 때도 계속 얌전하게…….

에?

영주의 아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문 뒤 어색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클로에: ……설마…….

다시 한 번 물고기를 바라본다. 물고기치고는 거대하다고 할 수 있지만 레모라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두려움도 없고 화도 없다. 그저 일반 물고기로 치부하기에는 그 모습이 너무 눈부시고 매우 신비롭다.

브래들리: ……확실히 거리의 녀석들은 갑자기 호수에서 괴어를 보지 못했다고 했지?

혹시, 이 물고기…….

영주의 아들: …….

그는 입을 다물고 나서 관념한 것처럼 영위해 나갔다.

영주의 아들: ……그건 '거대한 재앙' 이 덮친 밤이었어. 조금 취해 있던 탓일까, 무심코 호수에 빠진 나는 물에 가라앉고……. 이제 안 돼 라고 생각했을 때, 구해준 것이 이 물고기야.

그는 연약하게 욕조에 시선을 던졌다.

미스라: 먹힐 뻔한 걸 오해한게 아닌가요.

영주의 아들: 아니야, 정말 도와준거라고!

그는 정색을 하고 미스라의 말을 부인했다. 하지만 곧 표정에 그림자가 진다.

영주의 아들: ……알고 있어. 크기나 바늘 색이나 평범한 물고기가 아니란걸. 어쩌면 무서운 괴물일 수도 있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생물일 수도 있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무섭다는 느낌이 안 들어. 오히려 날 보는 눈이 상냥하다고 느껴지고.

욕조 안을 들여다본 그의 눈이 천천히 깜빡였다. 마치 말이 없는 물고기와 대화하듯이.

영주의 아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후. 거리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브래들리: 호수에서 괴어가 나타났다는 소문 말이지.

영주의 아들: 나날이 소란은 커져가고, 내 약혼녀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어. 결혼이 망쳐질까봐 두려워하신 아버지는 괴어를 구제하겠다고 나섰고. 그래서 나, 당황해서…… 물고기를 보호하고 방으로 데려왔어.

영주의 아들: 하지만 이대로는 살해당하고 말잖아? 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뭘 하기는 커녕 나를 살려줬는데. 그러니까 지켜줘야 한다고…….

욕조 가장자리에 곁들인 그의 손이 부둥켜 안는 대신 꽉 잡힌다.

클로에: 그래서 방에 틀어박혀 있었구나…….

(분명히 괴어를 무서워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실제는 반대였다. 그는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는 것이 아니라 괴어가 해를 입을까봐 두려웠던 것이었다. 욕조의 물고기가 꿈틀거리고, 물소리가 울렸다.

브래들리: ……그래서, 이 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 네놈은 그 녀석을, 평생 기를 생각이야?

……브래들리.


8화

 

브래들리: 집도, 거리도, 결혼 상대도,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 물고기를 사랑하는 건가. 그렇다면 내가 할 말은 아무것도 없어.

브래들리: 하지만 그럴 각오가 없다면 언젠가 그 녀석을 버리게 될 거야. 결국 어디선가 인간들에게 들켜서 마물로 죽임을 당하겠지. 지금은 임시방편일 뿐이야. 이런 관 같은 곳에 숨긴들 무슨 소용이 있어?

영주의 아들: …….

브래들리의 말은 이 자리에서 몹시 엄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울렸다. 시간은 시시각각으로 흘러간다. 언젠가는 파헤쳐져 비정한 결단을 재촉당할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안에서도 계속 있던 생각일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브래들리: ……나는 우는 아이도 입을 다물게 하는 도적단의 두목 브래들리다. 노린 사냥감은 놓치지 않아.

브래들리: 미스라, 이따 하나 쏠테니까 도와줘. 이 녀석을 훔친다.

클로에: 자, 잠깐. 훔친다니……!?

미스라: 저는 오웬처럼 과자만으로 만족 못해요.

브래들리: 어차피 고기잖아. 속이 터지도록 먹여줄게.

미스라: 그거, 잊지 마세요.

미스라: '아르시무'

귀찮다는 듯이 미스라가 주문을 외우자, 물고기가 들어간 욕조가 공중에 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욕조는 창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미스라: 가죠, 현자님.

와앗!?

나를 살짝 껴안고 미스라도 욕조를 따라 제 발로 뛰쳐나갔다. 그 뒤를 브래들리가 따라온다.

브래들리: 미스라, 도중에 떨어뜨리지마!

미스라: 물고기 말인가요? 아니면 현자님?

브래들리: 둘 다.

영주의 아들: 뭐, 뭐가 어떻게…….

클로에: 저기…… 정말 이대로 괜찮은거야……?

영주의 아들: 에…….

클로에: 방에 숨겨둘 정도로 그 물고기, 소중했던거잖아? 헤어지더라도 이걸로 끝이라니, 나였으면 슬펐을거야.

영주의 아들: ……맞아. 이대로는 싫어……!

클로에: 그러면 내 빗자루에 올라와! 쫓아가자!




욕조도, 나를 안은 미스라도, 무서운 속도로 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조마조마하면서 나는 눈을 흘겼다.

미스라……. 저 물고기,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미스라: 글쎄요, 훔치라는 말 밖에 안 들어서. 그런데 그거 먹을 수 있을까요?

머, 먹을 수 있다고 해도 먹지 말아줘요……!

그러다가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눈앞을 날던 욕조는 급강하하며 다이빙 선수처럼 호수를 들이받았다. 정적을 깨뜨리고 요란하게 물보라가 튀어오른다.

스노우 / 화이트: 뭐야!?

아서: 욕조……?

미스라: 물고기, 찾았어요. 어떻게 할까요. 죽여요?

루틸: 에, 지금거 물고기 였나요?

미스라: 통째로 훔쳐왔어요.

피가로: 호탕하네. 무슨 일인가 했어.

호수에 삼켜진 욕조가 가라앉아 사라져간다. 대신 자유를 얻은 물고기가 펄쩍펄쩍 뛰면서 그 모습을 우리에게 비추었다.

아서: ……저게 괴어인가?

루틸: 엄청 거대해……!

모두 눈을 뺏겼다. 에메랄드 그린의 비늘이 호수를 뛰어다닐 때마다 눈부시게 빛난다.

피가로: ……과연. 변했던 것은 이쪽이구나.

피가로가 조심스럽게 내뱉자, 옆에 있던 스노우와 화이트도 무언가를 눈치챈 듯 하다.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마도구를 집어들고 호수를 향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피가로: '폿시데오'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그 직후, 폭풍이 온 것처럼 호수면은 격렬하게 너울거리기 시작했다. 호수가 두 동강이 날 정도로 거칠게 물결치고 있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그랬다간 물고기가…….

피가로들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으면, 빗자루에 탄 브래들리가 등 뒤에서 나타난다.

브래들리: 이걸로 끝이다.

그대로 장총을 겨누더니 호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스무!'

……!

브래들리의 총탄에 맞아 거칠었던 호수는 폭발한 것처럼 하얗게 빛난다.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이 위력을 제대로 먹으면 분명 잠시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물고기는!?)

눈을 똑바로 뜨고 호수면을 바라봐도 여파에 크게 흔들리는 바람에 물고기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조용해진 수면을 들여다보아 물고기의 모습을 찾으려 해도 아까처럼 뛰어다니며 헤엄치는 기색도, 소리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설마……)

루틸 / 아서: …….

루틸도 아서도 호숫가에 서서 눈을 내리깔고 있다.

미스라: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루틸: 그야 물고기가…….

피가로: 아, 혹시 착각하게 했어? 괜찮아. 죽인 거 아니야.

에……? 하지만 지금, 물고기를 향해 공격을…….

피가로: 미안미안. 입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

피가로는 고개를 흔들며 미안한 듯 눈썹을 숙였다.


9화


피가로: 처음부터 이 호수의 이변은 괴어가 출현해서 일어난 것이라기보다는 호수에서 괴어가 사라진 것이 원인이었지. 그 물고기, 호수의 정령에 가까운 것 같으니까. 호수에서 없어지는 바람에 질서가 흐트러지고 물의 색이 변질된 게 아닐까.

아서: 호수의 정령……?

스노우: 가깝다기 보다는 맞다고 해야하지.

화이트: 우리가 건 것은 공격이 아니라, 이른바 밀어주기일세.

피가로: 우리들의 마법으로 질서의 혼란을 억제하면서, 브래들리의 강화 마법으로 괴어의 마력을 높인 거야. 마지막 껍질을 깨뜨리기 위해서.

상냥한 피가로들에게 당황의 시선을 던진다. 설명된 말을 되새겨 봐도 어렵다.

에, 그러니까……. 즉……?

화이트: 호호호, 이야기가 조금 어려웠나.

브래들리: 요컨대 그 괴어는 한창 자라는 중이었던 나비가 되기 전의 번데기 같았던 거야. 우리들은 그 부화를 도와줬을 뿐이다.

아서: 그렇다면 저 물고기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단 말인가.

도대체 누구의 아이인가요?

피가로: 아서가 말해줬던 전설에 나온 로렐라이야. 사람을 위협하는 괴물이기도 하고, 물의 정령으로서 공경받는 면도 있다고 했었잖아. 이 호수에서 태어난 건, 바로 그 후자였어.

갑자기 호수에서 물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한 여자가 호수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반짝이는 초록색 머리의 아름다운 모습.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바라보는 가운데, 아서가 내뱉었다.

아서: 로렐라이…….

그때, 숨을 헐떡이면서 클로에가 늦게 도착했다. 빗자루에는 영주의 아들의 모습도 보였다.

클로에: 그 물고기는!?

빗자루를 단숨에 낮추면서 클로에는 호수를 보았다. 그리고 놀란 듯 눈을 부릅뜬다.

클로에: ……에? 여자 아이……?

영주의 아들: !

영주의 아들은 로렐라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빗자루에서 뛰어내려 호수로 달려갔다. 로렐라이 역시 그를 보자마자 빨려 들어가듯 호숫가로 다가갔다.

영주의 아들: ……너, 그 모습…….

로렐라이: 너무 가까이 오지 마. 또 떨어질거야.

장난스럽게 웃던 로렐라이는 영주의 아들을 올려다보았다. 욕조의 물고기를 내려다보던 때의 그와 마찬가지로, 로렐라이는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로렐라이: 정말로, 그 사람과 닮았네……. 어떻게 해서든 너에게 전하고 싶었어. 그때 그 사람에겐 하지 못했던 말들을.

먼 곳을 쳐다보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로렐라이는 미소를 지었다.

로렐라이: ……결혼 축하해. 부디 행복하기를.

영주의 아들: 아…….

그는 갑자기 발판을 잃고 만 것 같은 그런 표정을 지었다.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을 때,

피가로: '폿시데오'

영주의 아들: ……쿨.

클로에: 잠들었다!?

루틸 / 아서: 에에!?

피, 피가로……!?

피가로: 아쉽지만, 그렇게 한가롭지 않아서.

화이트: 이런이런, 전환이 빠른 놈이로군.

스노우: 하지만 피가로의 말대로 지금은 시간 싸움일세.

피가로: 이대로 가면 변질된 호수의 물이 거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빨리 호수를 돌려놓자.

피가로의 신호로 로렐라이는 호수로 잠수했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도, 몸도, 모든 것이 거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탄산의 거품처럼 여러 개 물에 녹아들며, 이윽고 로렐라이의 모습도, 거품도, 모두 사라졌을 때쯤. 물밑에 새벽이 온 것처럼 호수면이 빛났다.

루틸: ……!

아서: 호수의 색이…….





새파랬던 호수는 순식간에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한 에메랄드 그린으로 바뀌었다. 선명하고, 투명하고,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다. 욕조에서 헤엄치던 그 물고기의 비늘처럼.

클로에: 엄청 예쁘다…….

브래들리: 이것이 이 호수의 원래 색이다.

제 모습으로 돌아온 호수를 우리는 숨을 쉬는 것도 잊고 들여다보았다. 무기질도, 꾸밈도 아닌 에메랄드 그린. 풍경 하나하나가 커다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사건이 무사히 해결되면서 영주의 아들의 결혼식은 무사히 치뤄졌다.







소동이 가라앉자 주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돌렸는지, 호수의 거리는 온통 축하의 분위기였으며 어디나 웃음으로 가득했다.

성대한 결혼식이네요. 손님도 이렇게 많이 와서……. 길거리의 사람들도 축하하러 왔나?

미스라: 아무거나 무한리필이래요. 이 하얀색, 엄청 질기네.

미스라, 그거 냅킨이에요……!

넘치는 꽃으로 장식된 식장이라 더욱 는길을 끄는 산뜻한 길. 그 길로 가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정장을 입은 신랑과, 순백의 의상을 입은 신부. 오늘 막 만난 두 사람은 손님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도, 인형처럼 어딘가 어색하다.

루틸: 신부님, 엄청 아름답네.

클로에: 응, 새하얀 베일에 빛이 반사되어서 신부님이 반짝반짝 해보여. ……하지만, 행복할까? 신부님도, 영주의 아드님도.

루틸: 클로에.....

클로에: 예쁜 결혼식이지만, 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둘을 위한 식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해서.....

루틸: 그렇네……. 하지만.

그때, 신부가 드레스 자락을 밟으며 앞으로 기울어졌다.

루틸 / 클로에: ……!

순간적으로 신랑이 손을 뻗어 넘어지려는 신부를 부둥켜안는다. 순간 숨을 삼킨 주위는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곧 두 사람을 에워싼 듯 따뜻한 박수가 터져 나온다. 신랑과 신부는 겸연쩍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아까보다는 더 편해보이는 표정으로.

루틸 / 클로에: …….

루틸: 아서 님이 말했듯이, 앞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을 지도 몰라.

클로에: 그럴지도 모르네.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언젠가는…….

루틸: 두 사람을 위해 기도할까. 서로가 소중한 손재가 되어, 동네 사람들로부터도 사랑 받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를.

클로에: 응……!


10화

 

신랑과 신부가 다가와 우리의 눈앞을 지나간다. 이쪽과 눈이 마주쳐도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신부와 함께 지나갔다.

아서: 영주의 아들의 괴어와 관련된 기억은 피가로님께서 모두 지워주셨다고 해요.

기억을……? 어째서죠?

피가로: 그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테니까.

스노우: 현명하군. 저 인간이 괴어에게 품었던 것은 애정이라기보다는 복잡한 집착이겠지. 과거의 망집에 쫓겨 손을 뻗어도 사랑은 손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아서: 과거의 망집……?

스노우: 브래들리가 말하지 않았는가. 호수에 전해지는 전설의 진상으로는 두 남녀는 맺어지지 않았다. 영주의 아들이 괴어에게 끌린 것은 일찍이 좋아했던 여자와 해로해지 못했던 남자의 생기가 강해. 원통하게 홀린 탓인지도 모르지.

스노우: 지금을 살고 있는 젋은 생명에게 그것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귀찮은 일일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축가를 부르고 있다. 거기에 맞춰 음악대가 연주를 시작했고,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주민: 결혼 축하해!

주민: 행복해야 해.

주역의 두 사람에게 던져지는, 수많은 미소와 축복의 말. 호수의 로렐라이 또한 거품이 되어 사라지기 전에 웃으며 영주의 아들의 결혼을 축복했다. '……결혼 축하해. 부디 행복하기를.'

……그가 물고기를 방에 계속 숨기고 있던 것은, 집착 뿐이었을까요.

아서: 어떨까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진실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형태가 변했다고 해도, 잃지 않는 마음은 분명히 있을테니까요.

그랬으면 좋겠다. 분명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원하는 것도 제멋대로의 감상이나 외로움의 메꾸기에 불과하다고 해도.

화이트: 무엇보다 사랑의 형태는 하나가 아니다. 상대를 묶는 것도, 묶지 않는 것도 사랑이야.

음식을 먹어대던 미스라는 테이블에 장식된 꽃을 움켜쥐어 꽃잎을 쥐어뜯는다.

미스라: 사랑 따위 아무래도 좋아요. 울렁거리면 떠나고, 부족하면 같이 있으면 돼. 상대에게 저항을 당하면 힘으로 굴복시키면 된다. 선택권따윈 없으니까요.

피가로: 꽤 힘든 애정표현이네. 하지만 조금 더 다정하게 상대를 다독여주는 느낌이 인기 있는 것 같지만. 봐, 꽃을 감상하는 것처럼.

피가로가 상자 같은 것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보였다. 어디서 찾은건지 손바닥보다 조금 큰 상자를 가지고 있다. 상자 속에는 가련한 꽃이 과자처럼 깔려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피가로는 웃으며 그 예쁜 상자를 이쪽으로 내밀었다.

 

 

피가로: 이거, 너에게.

피가로: 아까 아이들이 나눠주고 있었어. 행복이 찾아올 수 있도록 기도가 담겨있대.

괜찮나요? 피가로가 받은 건데.

피가로: 물론. 현자님께 행복을 주려고 받은거니까.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줘.

고마워요. 그렇다면 피가로의 행복은 제가 빌게요.

피가로: 꽤 하네. 거꾸로 설레버렸어.










황혼이 다가오고 바람이 불었다. 시끌벅적한 결혼식에서 벗어나와 호수 쪽으로 걷다 보면, 브래들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혼자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그의 옆에 다가가서 섰다.

브래들리: 결혼식 밥은 다 먹었나?

아하하. 배불러서 좀 쉬려고요.

우리는 눈앞의 호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풍경은 할 말을 빼앗는다. 바람을 받은 에메랄드 그린이 수명의 표정을 바꾸면서 빛나고 있다. 그 큰 물고기의 반짝이는 비늘처럼.

……그 로렐라이는, 못다한 여성의 환생 같은 걸까요.

브래들리: 몰라.

브래들리는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브래들리: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남자 취미가 나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네. 더 좋은 남자는 많잖아.

브래들리 같은?

브래들리: 너, 꽤 하네.

가볍게 내 머리를 쿡쿡 찌르고 나서 브래드리는 호수로 시선을 도린다. 오랜 친구와의 재회를 한 것 같은, 그리워하는 옆모습이었다. 그때, 문득 그의 말이 떠오른다.

브래들리. 옛날에 이 호수에 있는 보물을 가지러 왔었다고 했었죠. 어떤 보물이었나요?

브래들리: 보면 알잖아. 틀림없이 에메랄드가 떠있는 호수라고 생각하고 의기양양하게 갔더니, 있었던 것은 그 이상의 보물이었던 셈이지. 뭐, 처음 왔을 때는 단짝이랑 같이 맥이 탁 풀리긴 했지만.

호쾌하게 웃어넘기며 브래들리는 정면을 바라본 채 눈을 찡그린다.

브래들리: 하지만 최고잖아. 여기의 전망은.

……네. 정말로.

호수를 향하여 바람이 분다. 식장을 물들이던 꽃으로부터 꽃잎들이 흘러나와 호수면을 장식해 간다. 그 경치는 축복받은 호수의 표면이 웃고 잇는 것 같기도 했다.

브래들리: 역시 내가 노리는 보물이다. 제대로 눈도장 찍어놓으라고, 현자.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적조차 못 훔친 보물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호수의 거품이 되어 사라진 로렐라이의 모습은 다시는 목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빛을 간직하고 있는 한, 분명 그녀는 호수 그 자체로 살고 있을 것이다.

로렐라이가 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는 오래된 전설은, 이번에야말로 우리의 눈앞에서 진짜가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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